CINELAB2024-12-06 11:40:20
당신을 얼어붙게 할 영화 속 설원
겨울의 서늘함을 제대로 느껴보아요!

첫눈을 맞이한 뒤, 부쩍 날씨가 추워져 진짜 겨울이 된 것을 실감하게 되는 요즘!
겨울의 서늘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들을 꾸려왔습니다.
이번 겨울은 영화 속 설원을 보며 색다르게 즐겨보아요 ٩( ᐛ )و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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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시 - 한국 최초의 좀비 영화
한국 영화에 좀비 붐이 온듯 하다. 2016년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을 기점으로 해외에 한국도 좋은 퀄리티의 좀비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이를 이은 애니메이션 "서울역"도 사회 비판을 잘 섞은 수작의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이 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컨텐츠인 "킹덤"도 시즌 2까지 나온데다가 올해 시즌 3가 공개 예정이라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좀비 코미디 "기묘한 가족"도 나오면서 "새벽의 황당한 저주" 같이 좀비의 클리셰를 비튼 코미디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만 "반도"나 "#살아있다" 같이 평이 안 좋은 영화들도 있지만, 흥행이 성공한 점을 보아 좀비 영화가 한국 대중들의 주목을 받고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울 듯 하다. 공포 영화 중 매니악한 계열이라 생각했던 좀비가 한국 대중들을 사로잡는 이 모습은 한국 공포 영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 이 열풍을 타서인지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전 좀비 영화중 명작인 "시체들의 새벽"도 한국 최초로 수입되어 정식 개봉하였다. 언젠가 좀비 영화도 대중적인 영화가 될지도 모르는 부분이다.
지금의 이런 모습을 보면 시발점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오늘은 한번 한국 최초의 좀비 영화, "괴시"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이 영화를 본 건 제작년에 BIFAN에서 첫날에 처음으로 봤던 영화이다. 그 때 괴시 제작 당시의 미술 감독님도 깜짝 참석을 하셔서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이 영화가 현재 유튜브에 업로드가 되어 있기는 한데 VHS를 디지털화 시켜서 업로드해서 그런지 화질이 매우 조악하다. 하지만 필자가 스크린으로 보았을 때는 놀랍게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복원을 한 버전이라 깔끔한 모습으로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이 영화의 의의는 한가지다. 바로 한국 최초의 좀비 영화라는 것 뿐. 하지만 우리가 아는 그런 좀비를 기대했다간 실망할 것이다. 좀비라기 보다 강시에 가까운 모습과, 달리지도 않는 서서히 걸어오는 좀비와, 맞서 싸우겠다고 태권도로 싸우는 주인공을 보면 참으로 웃음이 나온다. 분명 '공포'영화인데 놀랍게도 하나도 안 무서웠다(애초에 고전 공포 영화 대부분은 지금 사람들에게 무섭기는 힘들다. 그 당시라면 몰라도). 하지만 최초의 좀비 영화임과 80년대 영화임을 감안하면 볼만한 영화이다. 스토리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합작 영화인 'Non si deve profanare il sonno dei morti'를 베꼈다는 게 함정이지만. 다만 벌레를 퇴치하기 위해 실험중인 초음파로 인해 시체가 살아난다는 설정은 독자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좀비 영화를 최초로 시도했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어야 할 영화. 좀비 영화를 좋아한다면, 한국 공포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시간날 때 볼 가치는 있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현대에 와서 좋은 퀄리티를 보여주는 좀비 영화들을 보면 한국 영화계의 세월의 흐름과 발전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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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 추천
지난 11월 12일, 모두가 기다리던 디즈니 플러스가 국내 상륙을 하였습니다.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그리고 내셔널지오그래픽까지!
그간 OTT 플랫폼에서 접하지 못하였던 작품들이 잔-뜩 모여있는데요.
디즈니 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 같이 보러 가실까요?
D+ 로키(LOKI)
에피소드 총 6부작
영화 <어벤져스> 에서 수송중인 '로키'가 포털을 열고 사라지고, 이후 로키의 행방에 대해서 다룬 작품으로 평행 우주를 다룬 범죄 스릴러입니다. 마블 페이즈 4 드라마 중 유일하게 시즌 2가 확정된 드라마라고 합니다.
D+ 팔콘과 윈터 솔져
(The Falcon and The Winter Soldier)
에피소드 총 6부작
팔콘과 윈터 솔져는 '타노스'의 핑거 스냅 이후 6개월 뒤의 시간을 다룬 작품으로 은퇴를 선언한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받은 샘은 책임감을 감당하지 못하고 박물관에 방패를 기증하게 되는데, 미국 정부가 마음대로 '존 워커' 에게 방패를 주며 일어나는 스파이 버디 액션 물입니다.
D+ 완다 비전 (Wanda Vision)
에피소드 총 9부작
슈퍼히어로 완다와 비전이 마침내 결혼해 웨스트뷰라는 마을에 정착하여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지만 언제부턴가 현재의 삶이 현실이 아니라고 의심하며 생기는 이야기입니다.
D+ 만달로리안(The Mandalorian)
시즌 1,2 총 16부작
스타워즈 실사판 스핀오프 드라마 <만달로리안>은 은하 내전이 끝난 후 제국군이 몰락하고 있는 시점을 배경으로 삼아 현상금 사냥꾼 '딘 자렌'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영화 - 액션,모험,판타지 ㅣ132분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텐 링즈'의 힘으로 수세기 동안 어둠의 세상을 지배해온 '웬우'. 샹치는 아버지 웬우 밑에서 암살자로 훈련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평범한 삶을 선택합니다. 그러나 샹치는 목숨을 노리는 자들의 습격으로 더 이상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어머니가 남긴가족의 비밀과 내면의 신비한 힘을 일깨웁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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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노년 레즈비언 부부, 돌봄의 확장과 섹스의 재정의
6★/10★
어느 노인 레즈비언 부부의 이야기를 덤덤히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영화 〈두 사람〉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마지막에야 나온다. 가정용 사이키 조명 아래서 두 노인이 천천히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블루스의 몸짓은 뒤따라 나오는 말, ‘우리에게는 약과 로션을 발라주는 게 섹스다’와 기막힌 짝을 이룬다. 수현과 인선은 서로에게 몸을 살짝 기댄 채 자신들만의 몸짓을 만들어내고, 늙어 약해진 몸에 약과 로션을 발라주며 스킨십을 한다. 두 사람이 40여 년의 세월 동안 함께 쌓은 관계가 빚어낸 친밀성‧돌봄 모델은 자못 단단해 보인다.
수현과 인선은 1985년 베를린에서 만나 1990년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파독 간호사였고, 인선은 파독 광부와 결혼한 상태였다. ‘남자 같은 여자’인 수현이 인선에게 예쁘게 핀 꽃을 따다 선물하며 두 사람의 관계는 본격화되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두 사람은 은퇴했고, 인선은 이종문화간 호스피스를 창립했다. 독일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공적‧사적 돌봄의 기회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한 호스피스였다. 간호사로서의 전문성과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이 결합된 자리에서 피어난 자발적 사명감의 발로였을 테다.
인선은 호스피스 일과 더불어 한국과 독일 등에서 강연과 집필을 이어가는 중이고, 수현은 퀴어 퍼레이드를 비롯한 여러 소수자‧약자 집회에 참석하고 한인 교회 활동에도 열심이다. 영화는 두 사람이 각각 가정과 일터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차근히 담아내는데, 느릿한 두 사람의 몸동작과 말은, 집 안에서도 바깥에서도 그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오랜 생활의 연장이라는 것을 보여줄 만큼 안정적이다. 행동과 말 하나하나에 두 사람이 오랜 세월 동안 함께 일구고 반복해온 무언가가 깃들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소박한 한국 음식을 차려놓고 함께하는 식사, TV에 나오는 송해 씨의 노래를 함께 흥얼거리는 모습, 호스피스에서 우울한 얼굴의 이주민을 따뜻한 태도로 환대하는 인선의 얼굴, 어느 이웃 백인 노인의 상처를 꼼꼼히 체크하고 돌보는 인선의 모습 등은 이를 분명하게 증명한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두 사람의 오랜 관계성이 수렴하는 곳은 친밀성과 돌봄이 결합된 하나의 인상적인 관계 모델이다. 인선의 암이 재발하고, 수현은 그런 인선을 간병한다. 수현의 인선 간병은 두 사람이 간호사이자 호스피스 종사자, 레즈비언으로서 환자와 사회적 소수자를 돌봐왔던 것의 연장에 놓여 있다. 서로를 사랑한 두 여성이, 자기 역량이 닿는 곳까지 돌봄을 확장하다, 늙고 병 들면서 돌봄 역량을 다시금 서로에게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러니까, 두 사람이 마주한 사회적 상황과 신체적 역량에 따라 그 범위가 조정되었을 뿐, 인선과 수현은 누군가를 돌보고 서로를 사랑하기를 멈춘 적이 없다. 두 사람의 블루스와 섹스에 대한 ‘급진적’ 재정의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건 이 때문이다. 영화 서사의 연장에서, 두 사람의 몸짓과 말에 지난 수십 년간의 돌봄‧친밀성 역량이 응축되어 있음을 분명히 감각할 수 있는 것이다.
친밀성과 돌봄이 긴밀하게 연계된 하나의 모델에 대한 제시와 더불어, 두 성소수자 노인이 오랫동안 함께 살며 소박하고 행복한 일상을 일궈왔다는 것도 그 자체로 의의가 있다. ‘너의 미래는 불행할 것이다’라는 말은 늘 퀴어에 대한 저주에 포함되어 있고, 퀴어 당사자는 돌봄의 공적 체계가 미비하다는 데 분노하면서도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종종 위축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존재는 그 자체로 혐오 세력의 저주에 대한 반례다. 물론, ‘퀴어하다’의 근원적 의미를 생각해봤을 때, 이성애 친밀성 모델을 동성 간 관계로 그대로 대체하는 것에 대한 대중 매체의 반복적 재현이 진정으로 ‘퀴어한’ 미래에 관한 상상력을 특정한 방식으로 고착화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그러니 두 사람의 관계를 ‘지향해야 할’ 미래가 아닌 ‘참조할 만한’ 미래의 하나로서 주목하는 게 어떨까? 두 사람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관계성만큼이나 멋들어질 또 다른 미래를 위한 자리를 남겨두기 위해서 말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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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너머의 당신에게, 마음을 담아
기적을 바라는 마음
매년 연말, 사람들은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고, 새해의 카운트다운을 외친다. 지친 일상에 나를 설레게 할 무언가가 찾아오기를, 전과는 다른 기적 같은 일상이 펼쳐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세기말, 새로운 천년의 해가 뜨는 때에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더 간절한 마음을 담았을지 모른다. 지나간 역사에 남긴 힘듦을 지우고자 하는 마음, 새로움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뉴 밀레니엄이라는 이름 아래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을 것이다.
우리는 왜 이토록 기적을 바라며, 우리가 바라 마지않는 기적이란 무엇일까.
영화를 보다 보면 기적은 별다른 것이 아닌 듯이 느껴진다. 시간을 넘어 전달된 편지는 기적이라 불릴 만했다. 그것은 인간의 이해를 넘어선 사건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일은 해프닝으로 지날 수 있는 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상한 일로 치부해 버리고 돌아서면 그만인 해프닝. 그렇기에 성현과 은주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일상과 마음을 나누는 행위는 기적을 만드는 힘이 오히려 다른 데 있다고 느껴지게 만든다. 나와 꼭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 나의 고민을 위로하고,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 이를 통해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만드는 일 같은 것들 말이다.
상처를 위로하는 일
‘우편함’이라는 뒤틀린 시공간이 전달해 준 편지 한 통은 전혀 다른 삶을 살던 두 사람을 연결해 준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통해 그들이 나눈 마음은 진짜 ‘기적’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상처를 안았다. 성현은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 성현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 그를 떠났다. 건축가인 아버지와 같이 ‘건축’을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그는 학교도 휴학해 버리고 토목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한다. 일마레에 건축가로서의 성현을 가둔 채 말이다. 그리고 은주는 남자 친구에게 버림받았다. 은주의 남자 친구는 은주의 꿈이던 성우를 포기하고 함께 유학을 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거절의 의사를 밝히자 그는 은주를 떠났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며 혼자서 밀레니엄을 맞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편지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다. 편지는 이상한 용기를 준다. 누구인지도 모를 편지 너머의 사람을 믿는 것은 퍽 이상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미묘한 거리감은 으레 서로의 친한 친구에게도 전하지 못하는 말을 기꺼이 할 수 있게 만든다. 두 사람은 역시 그 거리에 기대 서로가 받은 상처를 공유한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한다.
이는 본인을 위로하는 듯하다. 상처를 극복하는 가장 첫 번째 방법은 상처를 마주하는 것부터라고들 말한다. 두 사람은 서로가 가진 상처는 달랐지만 사랑에 버림받았다는 점에서 같았다. 그렇기에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일과 서로를 위로하는 일은 자신을 위로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소소한 행복을 공유하는 일
‘우울할 땐 요리를 하세요.’
성현은 은주에게 파스타를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자신만의 기분 전환하는 방법을 공유하며, 다른 시간 속 같은 행위를 통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편지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던 두 사람은 시공간을 초월해 서로를 만날 방법을 찾는다. 과거와 미래의 한 지점에서 서로 만날 수 있도록 말이다.
서로를 마주칠 방법을 찾은 두 사람은 우편함을 통해 녹음기를, 손 장갑을, 선물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연결한다. 그리고 일상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상을 함께 하는 방법을 찾는다.
‘우선 편의점에 들어가세요.’ / ’보문리로 가는 버스를 타세요.’
무료하고 외로운 일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은 특별하지 않다. 일상을 벗어나 전과는 다른 경험을 하는 일이면 충분할지 모른다. 은주는 성현에게 놀이동산을 즐기는 법을 알려준다. 성현은 전에 라면 시도해 보지 않았을 방법으로 일상을 채운다. 성현 역시 은주에게 산책과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법을 알려준다. 처음 가보는 공간에서 은주는 과거의 성현이 전한 와인을 마신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른 시공간의 서로와 함께한다.
고독으로 채워진 두 사람의 삶에 새로운 빛이 들기 시작한다. 안개 덮인 일마레를 벗어나 하나둘 쌓는 둘만의 추억은 서로를 따사로운 햇살 아래로 이끈다. 상처를 보듬고 일상을 회복하는 것, 더 나아가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것은 아주 사소한 일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아픔은 두고 좋은 기억만 담아 미래로 나아가는 것
영화는 그렇게 만든 일상을 쌓아 미래로 나아가라고 말한다. 전과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성현은 과거에 있는 사람이다. 미래에 있는 은주에게 이끌려 미래로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은주는 성현과 반대로 계속해서 과거를 돌아볼 수밖에 없다. 그녀를 발목 잡는 아픈 상처들이 모두 그곳에 있음에도. 그래서일까 은주는 나아가지 못하고 과거의 선택을 바꾸려고 한다. 과거를 변화시키고 나아가고자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남자 친구와 헤어진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성현에게 남자 친구와 헤어지지 않게 도와 달라고 부탁한 은주는 자신의 부탁으로 성현이 사고를 당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거는 변할 수 없다. 하지만 오지 않은 미래는 바꿀 수 있다. 성현이 사고를 당한 것은 은주에게 먼 과거였다. 하지만 동시에 미래이기도 했다. 혹시나, 그리고 아직은 닿을 수 있는 편지 한 통이 남아있는 성현의 미래. 그렇게 은주는 성현의 미래를 바꿨다. 이는 은주의 미래를 바꾼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성현은 바뀐 미래에서 은주의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그들은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고자 한다.
과거를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과거가 나에게 얼마만큼의 상처를 줬든 간에 그것은 과거의 일이다. 하지만 미래를 바꾸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은주의 절박함이 성현에게 닿았듯, 우리가 간절히 바란다면,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 줄 것이다.
영화가 로맨스를 앞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모두가 보편적으로 느끼는 지난날의 후회,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별반 다르지 않다. 새천년의 미래를 앞둔 성현과, 지난 과거에 마음을 둔 은주가 편지를 통해, 서로를 통해 보여주는 모습이 그러하다. 우리는 두 사람을 통해 과거를 과거에 두어야 한다는 것,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
“일마레는 때로는 사람을 너무 외롭게 만들어요.”
일마레의 뜻은 바다다. 모래사장 한가운데 지어진 집은 아름답지만, 얼핏 고독 보인다. 바다의 한가운데 지어져 마치 외딴섬처럼 보인다. 성현과 은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랑에 상처받은 그들은 누구도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벽을 치고, 스스로를 한없이 외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잘못 전달된 ‘편지’ 한 통은 그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지난 발자국의 흔적을 지우는 파도처럼 그들은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일상에 출렁였다. 그렇게 새로운 모래를 덧입혀 그들의 상처를 덮었다.
성현과 은주는 사랑에 지치고 아픈 사람들이었다.
“사랑한다는 건 스스로 가슴에 상처를 내는 일인 거 같아요.”라고 은주가 편지에 적었던 것처럼 연인과의 사랑에서, 부모와의 사랑에서 스스로를 달래지 못하고 하염없이 고독한 사람이었다. 상처를 극복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히 닿은 편지를 통해, 그들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었고, 일상을 나누며 행복을 쌓았다.
“지금부터 아주 긴 이야기를 할 텐데 믿어줄 수 있어요?”
그리고 성현은 믿기지 않을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은주는 꿈에도 모를 테지만 우리는 안다.
서로에게 닿아 변화시킨 일상의 기적을, 미래를 변화시키고자 한 마음이 닿은 기적을.
나 역시 과거는 과거의 일로 남겨 놓은 채, 내 앞에 놓인 미래를 변화시킬 일상을 기대하며,
2000년에서 보내온 영화를 통해, 2025년을 기대해 본다.
Editor. Hann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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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명의 '더 마블스'를 보고 싶어 억지로 기획한 듯
이 영화의 주인공은 캡틴 마블(캐럴 댄버스), 모니카 램보, 미즈마블(카밀라 칸)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미즈 마블>의 쿠키영상이다. 느닷없이 잡혀온 캡틴 마블. 난생처음 보는 집으로 끌려왔다. 하지만 캐럴이 위치한 이 방의 주인은 캡틴 마블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았다. 곳곳에 캡틴 마블의 사진이 걸려있고, 팬이 그린 그림도 붙어있다. 방 문을 나서는 캡틴 마블. 카밀라의 가족들이 모여있다. 머쓱하게 인사하는 캐럴. 하지만 이내 강한 힘에 이끌려 원래 있던 우주로 돌아간다. 캐럴에게 “무슨 일이냐”라고 묻는 닉 퓨리. 캐럴은 퓨리에게 내 위치가 갑자기 바뀌었다고 보고한다. 위치를 공유하는 것은 미즈 마블과 캡틴마블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캐럴에게 받은 큰 상처가 아물지 않았던 모니카도 이 둘과 위치를 공유하고 있었다. 덕후와 최애, 애증의 관계가 뒤섞인 3명의 ‘캡틴 마블’이 함께 힘을 합쳐 지구를 지켜야 한다.
<로키 2>의 마지막 회차가 공개되는 날 하루 전에 개봉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밀도는 <로키 2>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영화 안에 아이디어만 있고 그것에 이르는 과정이 전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이 영화가 연출로 보여주고자 했던 바는 분명해 보인다예를 들어 기존 마블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가 몇 있다. 영화 초반부에 들어가는 두 장면의 액션신은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저>와 <아이언맨 3>을 연상시킨다. 이 오마주는 미즈 마블이 캡틴 마블의 굉장한 팬이라는 콘셉트와 조응한다. 하지만 이 오마주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하늘을 나는 슈퍼히어로들의 모습이 어색하다. 이런 이물감은 세 슈퍼히어로가 힘을 합쳐 빌런의 힘을 막는 과정에도 마찬가지다. 동양계 슈퍼루키/백인 미녀/흑인 여배우가 힘을 합쳐 악당들을 물리친다는 문장은 근사하다. 하지만 이 세 사람이 힘을 합치는 액션신이 특별히 멋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대표적으로 영화 중반부즈음에 셋이 줄넘기와 저글링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당장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에서 세명의 스파이더맨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던 모습과는 다른 1차원적인 접근이다. 인물의 감정선이 깔끔하지도 못했다. 캐럴 댄버스가 처한 상황이 무엇인지 대략적으로만 이해한 채로 영화의 문제해결로 이어진다.
이 영화를 본 분들 중 적지 않은 관객들이 박서준 배우의 캐스팅에 대해 코멘트할 것 같다. 실제로 3분도 안 되는 분량이지만 글쓴이는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쿠키영상이 있다. 마블의 팬이라면 익숙한 얼굴이 몇 등장한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본 영화에서 흐물흐물한 이야기를 보여준 탓에 마블의 야심이 와닿지 않는다. 아쉬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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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르 하라의 마지막 노래
빅토르 하라, 파블로 네루다, 살바도르 아옌데
-빅토르 하라의 마지막 노래
'빅토르 하라'의 이름을 처음 들은 건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사이로 기억한다. 이 시기에 나는 대학생 선배들과 함께 사회과학 공부를 하고 있었고, 변증법적 유물론, 서양경제사론, 제3세계 정치, 러시아 혁명사, 한국민중사, 마르크스, 레닌의 저작 같은 역사, 철학, 경제학, 사회주의 이론 등을 공부했다. 이 무렵 제3세계 역사에서 칠레, 아르헨티나, 쿠바 같은 나라들의 정치 상황과 노동계급의 투쟁, 사회주의자의 활동 등에 대해서도 개략적으로 배웠는데, 이렇게 거시적 관점에서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그리고 여기에 대항하는 반제국주의 투쟁을 공부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자본주의 체제와 자본가들이 사회주의 국가와 사회주의자를 얼마나 악랄하고 처참하게 학살했는가를 알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칠레는 한국의 '혁명운동'에 중요한 가르침을 주는 사례였다. 특히 살바도르 아옌데의 집권과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이어지는 과정이 어떻게 일어났고, 군부 쿠데타 뒤에서 막대한 자금과 조직을 동원한 미국의 CIA가 절대적 영향을 끼쳤다는 것, 반공 군사독재가 칠레의 진보 지식인, 학생, 노동자를 수만 명 학살하고도 미국의 보호 아래 오래도록 집권하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고, 한국의 군부 쿠데타와 장기 독재 역시 칠레와 매우 닮았다는 점에서, 195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제3세계에서 반공 군부 쿠데타가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일어났고, 이는 자본주의 체제인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이 강력하게 지원한 결과이며, 그 목적은 쏘련과 중국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와 체제 경쟁, 이념 전쟁을 통해 공산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 쏘련과 중국을 압박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이 사회주의자로 선출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것, 칠레를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기 위한 진보적 개혁이 일어나면서 자본가와 부르주아 반동 세력의 역습이 시작되었고, 이 와중에 민중의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던 빅토르 하라가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빅토르 하라와 아옌데 대통령은 같은 운명을 맞게 된다.
빅토르 하라의 음악을 처음 들은 건 2000년 초반이었다. 내가 알기로 빅토르 하라와 관련한 책이 그때 처음 한국에 등장했고, 책에는 부록으로 음악 CD가 들어 있었다. 이 글을 쓰려고 내가 받은 CD를 찾아보았는데, 운 좋게도 한번에 찾을 수 있었다. 그때 알고 지내던 선배가 복사해 준 CD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고, 지금도 처음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빅토르 하라에 대해서는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칠레의 민중가수이며, 사회주의자로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했고, 그의 음악이 칠레 민중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큰 영향을 끼치게 되자,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피노체트가 빅토르 하라를 불법, 체포, 구금한 다음 참혹하게 고문하고 학살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빅토르 하라를 다룬 가장 최근의 이야기다. 빅토르 하라를 이야기하려면 칠레의 현대사를 빼놓을 수 없다. 빅토르 하라는 1932년, 칠레 남부 산티아고 근처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집안이 가난했고, 아버지는 소작농이었다.
빅토르가 태어나던 1932년 이전에도 이미 격동의 역사를 겪고 있었다. 칠레는 1818년 스페인의 지배에서 독립했으나 완전한 독립은 아니었다. 1891년 내전이 일어났고, 1920년대 사회주의 사상이 민중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성공하면서, 사회주의 혁명이 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1920년대 한국에서도 '조선공산당'이 탄생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중국에서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중국공산당'이 활동을 시작했다.
칠레에서도 1920년대 이미 개혁적 성향의 대통령을 선출했지만, 자본가와 부르주아의 세력이었던 의회의 극심한 반대에 부닥쳐 사회 개혁은 대부분 좌절된다. 그리고 곧 이어 1924년,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고, 빅토르가 태어나던 1932년까지 칠레 정치 상황은 불안정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소작농으로는 도저히 한 가족이 먹고 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빅토르의 부모는 도시인 산티아고로 이주하기로 결정한다. 빅토르가 열 살 무렵, 가족은 산티아고로 이주하고, 열여섯 살 무렵, 빅토르는 판토마임 극단에 가입해 단원으로 활동한다. 빅토르가 태어나 성장하던 1932년부터 살바도르 아옌데가 대통령이 되던 1970년 사이는 중도 정권이 들어서면서 무난한 시기였다.
빅토르는 1951년, 칠레대학교 연극학부에 입학하고, 칠레 민요를 연구하고, 연주하는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다. 1961년부터는 칠레대학교 부속 연극연구소에 근무하며 무대연극을 연출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가까이 지냈는데, 빅토르의 어머니가 칠레 전통음악을 부르는 가수였다. 마을의 행사가 있을 때면 빅토르의 어머니는 전해오는 민요를 불렀고, 빅토르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노래를 들으며 칠레 음악의 원형을 익혔다. 그도 처음에는 어머니가 부른 것처럼 칠레의 전통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했으나 차츰 사회의 모순에 눈 뜨면서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1965년 무렵부터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불렀고, 이 노래들은 노동자, 농민, 기층민중의 고통스러운 삶을 그렸거나, 칠레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노래들이었다.
빅토르 하라가 만나게 되는 사회주의자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은 1908년에 태어났으니, 빅토르 하라보다 24살이 많다. 발파라이소의 중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난 아옌데의 집안은 교육자, 학자, 법률가들이 가족이었으며, 아버지가 변호사였고, 삼촌들도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들이었다. 집안의 영향을 받은 아옌데는 칠레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면서 학생운동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아옌데가 의사인 것은 체 게바라와 비슷하다. 아옌데나 체 게바라나 모두 중상층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자기가 살아가고 있던 사회 현실에서 민중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가까이 보면서 진보적이고 혁명적인 사상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에서 닮았다.
빅토르 하라가 민중의 노래를 본격 만들던 1960년대 중반에 이미 살바도르 아옌데는 진보정당(칠레공산당)의 정치인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었다. 빅토르는 아옌데의 정치철학과 사상을 지지하며, 민중의 삶을 노래로 만들었다.
1970년 대통령 선거에서 아옌데는 인민연합(칠레 사회민주당, 칠레 공산당) 후보로 나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아옌데는 대통령이 되자 곧바로 '사회주의를 향한 칠레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주의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대규모 사업장을 국유화하고, 민중의 복지에 우선 투자했으며 토지개혁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지는 일은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미국CIA의 적극적 개입, 칠레 내부의 자본가, 부르주아의 반대, 미국 정부의 악의적 방해 - 구리값 인하, 투자자금 회수 등 - 로 인해 아옌데 대통령이 추진하려던 개혁정책은 실패하게 된다.
마침내 1973년, 미국CIA는 칠레 군부에 쿠데타를 일으킬 것을 지시하고, 피노체트가 전권을 쥐고 군사행동에 들어간다. 칠레 공군폭격기가 아옌데 대통령이 있는 모네다궁을 폭격하고, 탱크가 밀고 들어가 전투가 벌어지면서 아옌데 대통령은 국민에게 마지막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자살한다. 아옌데 대통령의 죽음은 자살과 타살의 논란이 많은데, 자살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다.
아옌데 대통령이 피노체트 군부 쿠데타에 맞서 싸우던 마지막 날, 1970년 9월 11일, 그때 파블로 네루다는 죽음을 불과 12일 앞두고 있었다. 아옌데 대통령보다 네 살 많은 네루다는 어렸을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1920년부터 '파블로 네루다' 필명을 쓰기 시작했다. 1934년부터 1939년까지 스페인에 있는 칠레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스페인 내전을 목격했으며, 이때 인민전선정부의 탄생, 프랑코 군부의 쿠데타가 벌어지는 걸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네루다는 칠레에 귀국해 1945년 상원의원이 되면서 칠레공산당에 입당한다. 하지만 반동정권에 의해 공산당이 불법화되면서 칠레를 탈출해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을 전전하다 1952년이 되어서야 다시 칠레로 돌아올 수 있었다.
1970년, 아옌데 정부가 들어서면서 네루다는 프랑스 대사가 되었고, 1971년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1973년 피노체트 쿠데타가 발발하고, 아옌데 대통령이 사망하고, 수많은 진보지식인, 학생, 노동자들이 군부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가 학살당하고 있을 때, 그는 암으로 투병하고 있었다. 병석에서 빅토르 하라가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네루다는 피노체트 군부 쿠데타를 비난하는 시를 썼으며, 특히 빅토르 하라의 죽음에 대해 그의 아내에게 '그자들이 사람을 죽이고 있어. 산산조각이 난 시신들을 건네주고 있다고. 노래하던 빅토르 하라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신 몰랐어? 그자들이 하라의 몸도 갈기갈기 찢어놓았어. 기타를 치던 두 손을 다 뭉개놓았대.'라고 분노하며 말했다.
이 영화는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하고 시간이 약 40년 가까이 흐른 다음의 이야기다.
빅토르 하라의 아내 호안 하라는 빅토르 하라가 대학으로 처들어온 군인들에 의해 칠레 경기장으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참혹한 구타를 당했으며, 어떤 군인이 쏜 총에 의해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다행히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 산티아고 공동묘지 바깥에서 빅토르 하라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호안 하라는, 그래도 자신은 남편의 시신이라도 수습해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수만 명의 사람들은 지금도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쿠데타를 일으켜 아옌데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갔고, 진보 지식인, 학생, 노동자 수만 명을 학살한 피노체트는 1973년 권력을 찬탈한 이후 1990년 선거에서 지면서 17년 장기 독재를 마감한다. 박정희가 1961년부터 1979년까지 18년 동안 장기 독재를 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피노체트는 박정희, 전두환처럼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독재자였으며, 미국의 이익을 대리하는 제국주의 앞잡이였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전두환 독재 시기에 민주화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졌듯이, 칠레에서도 피노체트 독재 시기에 민주화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남아메리카는 스페인의 식민지 영향을 받아 가톨릭이 폭넓게 퍼졌고, 민중의 거의 대부분이 가톨릭(구교)을 종교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칠레 민주화운동에서 가톨릭 교회의 역할은 중요했다. 피노체트가 가톨릭 사제, 수녀까지도 학살했으며, 지식인, 학생, 노동자 대부분이 가톨릭 교도였기 때문에, 가톨릭 교회에서 이들의 죽음을 보며 침묵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호안 하라는 빅토르 하라의 주검을 수습한 다음, 미국으로 탈출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피노체트 독재 정권의 범죄를 증언하고, 남편 빅토르 하라의 참혹한 주검을 세상에 알렸으며, 빅토르를 죽인 자들이 누구인지 찾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칠레에 민주정부가 들어선 2009년 이후 호안 하라는 36년 동안 가매장했던 빅토르 하라의 시신을 정식으로 매장할 수 있었다. 이때 수많은 칠레 시민이 빅토르 하라의 장례식에 참가했다.
호안 하라와 칠레 진실화해위원회는 1973년 당시 칠레경기장에 있었던 병사들을 찾아내 그들의 증언을 듣기 시작했다. 그때 칠레경기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누가 그들을 죽이라고 명령했으며, 누가 방아쇠를 당겼는지 병사들의 입을 통해 듣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병사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4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었으며, 그때 자신들에게 명령을 했던 장교들이 찾아와 입을 열지 말라고 협박했다는 증언이 나중에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비밀을 지키려 해도, 완전 범죄는 있을 수 없다. 특히 역사에서 일어난 사건은 수많은 증인이 존재하고, 누군가는 반드시 입을 열기 마련이다. 최초의 증언자는 1973년 당시 칠레 경기장에 있었던 병사 파레데스였다. 그는 중위 페드로 바리엔토스가 빅토르 하라를 죽였다고 증언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바리엔토스를 찾았지만, 그는 이미 미국 시민권자로 플로리다에 살고 있었다. 게다가 피노체트 독재 정권에서 출세했던 인물들은 1991년 이후 미국이나 유럽으로 도망했다. 피노체트도 1991년 영국 런던으로 도망갔지만 1998년, 런던에서 체포당한다. 스페인 정부가 피노체트를 납치, 살인죄로 기소하고 국제수배를 하자 영국의 사법부가 체포한 것이다. 피노체트는 2000년 병보석으로 풀려나 칠레로 돌아왔으며, 2006년 병으로 사망했다.
호안 하라와 진실화해위원회는 미국 법원에 바리엔토스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한다. 바리엔토스의 행위로 인해 호안 하라와 그의 가족의 삶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므로 배상해달라는 취지였다. 그리고 칠레에서 모은 증거자료들을 법원에 제출했다.
첫번째 증인이었던 파레데스의 증언은 바리엔토스 본인과 그의 호위병 두 명에 의해 부인당했다. 바리엔토스가 당시 중위였고, 근처에서 경호 업무를 하고 있었던 것은 맞지만, 칠레 경기장에는 가 본 적이 전혀 없다고 증언한 것이다. 파레데스는 나중에 자신의 증언이 거짓이었다고 말한다.
진실화해위원회와 호안 하라는 낙담하지만, 다시 증인을 찾아나섰고, 이번에는 수십 명의 증인들 - 당시 칠레 경기장에 있었던 병사들 -의 증언을 녹화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증언이 당시 바리엔토스의 호위병이었던 나바레테로부터 나온다. 나바레테는 바리엔토스가 칠레 경기장의 책임자였으며,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바리엔토스가 지시, 결정했다고 증언했다.
이렇게 많은 증언이 있음에도 바리엔토스는 끝까지 자기는 그 자리에 없었으며 빅토르 하라를 죽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인상 좋은 모습으로, 침착하며 온건하게 말한다. 자기도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이며, 군인이 된 것은,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징집당한 것이고, 자기는 순찰과 경호 업무만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을 들으면 그가 정직한 사람처럼 보인다.
심지어 바리엔토스는 자발적으로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받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하지만, 테스트를 주관한 사람의 증언은, 바리엔테스가 '기만적인 인물'로 보인다고 말한다. 즉, 자기 자신까지 속이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2016년, 미국 법원은 호안 하라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바리엔토스는 호안 하라에게 2,800만 달러(330억 원)를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나중에 알려졌지만, 바리엔테스는 빅토르 하라를 죽이기 전에 러시안룰렛을 하며 살인을 즐기듯 한 인물이고, 빅토르 하라를 죽인 것으로 보아 더 많은 사람을 학살했을 가능성이 많은 인물이다.
호안 하라는 91세로, 다행히 그가 살아 있어 끝까지 남편 빅토르 하라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범죄자를 찾아내 그 죄를 물을 수 있다는 것에 깊이 감사했다.
빅토르 하라의 노래는 독재자들이 민중의 노래를 얼마나 두려워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다. 독재자들은 공통적으로 민중의 노래를 싫어한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전두환 독재 정권에서 수많은 노래들이 금지곡으로 묶였고, 가수들은 탄압당했다.
노래가 총칼보다 강하다는 걸 우리도, 적들도 알고 있다. 지금도 칠레에서는 빅토르 하라를 기리는 행사가 있고, 천 명이 기타를 들고 모여 함께 연주하며 빅토르 하라를 추모하는 행사도 갖는다. 민주주의와 정의가 실현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끊기고, 피가 강물처럼 흘러야 하지만,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처럼, 민중의 끊임없는 투쟁많이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칠레의 역사에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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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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