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ong2022-02-06 20:50:43
더욱 강력한 귀여움으로 무장한 이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스포일러 없이 추천합니다!
어젯밤의 나로 시간을 돌린다. 김승옥의 <생명연습>을 읽다 책장을 닫았다. 10시에 약속이 있었다. 정확히 2시에 잤다. 새롭게 글을 쓰려고 했는데 뭔가가 생각나지 않아 노트북의 키보드를 치는 게 어려웠다. 화면을 켜놓고 정신 말짱한 채로 두 시간쯤 누워있었다. 웃긴 유투버의 영상을 보며 또 의미 없는 시간을 보냈다. 근데 생산적인 뭔가를 또 한다기엔 한국사 공부가 머리 안으로 안 들어왔으니 그럴 법도 했다. 아무튼 늦게 잤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내일(그러니까 오늘) 약속이 있으니 일찍 일어나야 했다. 6시간 넘게 좀 자서 8시 30분에 일어났다. 아침에 힘겹게 일어나 머리를 감아서 버스에 탔다. 식사는 어제 사놓은 빵으로 대체했다.
10시 약속인데 10시 10분가량에 도착했다. 일행 둘에게 미안하단 말을 해야 한다. 2주 전에는 글을 안 쓰고 왔는데 이번엔 지각까지 했다. 발바닥이 다쳐서 후다닥 뛰지를 못해 답답했다. 이 덕에 최대한 종종걸음으로 걸었다. 그렇게 느린 듯 빠른 속도로 스타벅스에 들어가니 아무도 없었다. 단톡방을 확인했다. 아무 말도 없다. 어? 일단 자리에 앉아서 부랴부랴 노트북을 켰다. 10시 20분이 됐다. 이상했다. 왜 아무말도 없고 아무도 없지? 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이거 오늘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로. 친구들에게 답장이 왔다. '바보야 다음 주 12일이잖아'라고 한다. 하. 나의 정신머리에 통탄을 금치 못했다. 오랜만에 없는 이런 정신 빠짐은 늘 느껴도 새롭다. 그렇게 뭐하지 싶다가, 어제 밤에 읽던 김승옥의 소설집을 꺼내 <건>을 읽던 도중에 갑자기 생각났다. 김형은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시오? 나의 일상도 그런 꿈틀거림의 연속이었다. 이런 바보 같은 일상도 어떤 관점에선 꿈틀거린 것 중 하나겠지. 집에서 잉여롭게 과자나 먹으면서 시간 보내는 게 싫어서 이 아침에 밖에 나온 것 아닌가? 그렇게 머릿속을 둥둥 떠나는 생각을 흘려보내니 습관이 된 글쓰기에 이 영화를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찌 보면 심심하고 외로운 나의 단면이겠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지극히 나스러운 시트콤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감독 웨스 앤더슨이 더욱 업그레이드된 덕후력(?)으로 작년에 신작을 발표했다. 자기만의 시각을 오롯이 다룬 채로 말이다. 제주는 상영관이 없어 디즈니 플러스로밖에 볼 수 없어 씁쓸했다. 그래도 ott에 풀리는 기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었다. 비행기로 13시간 걸리는 프랑스로 날아가자. 이번엔 가상의 도시 앙뉘다.

1. 어떤 것에 관한 영화인가요?
영화는 한 기자의 부고로 시작한다. 그 기자는 미국인 기자 아서였다. 미국에 살던 기사 아서는 프랑스의 도시 앙뉘에서 50년 전에 회사를 설립했는데, 그 잡지사의 이름은 '프렌치 디스패치'다. 좋은 필진들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아서. 50년 동안 열심히 잡지를 운영해왔지만 당연한 끝을 마주하게 된다.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서. 아서는 유언으로 신문사를 폐업하라는 말을 남겨놓는다. 이에 대한 결과로 마지막 최종본 인쇄본 발간만을 남겨놓고 있는 <프렌치 디스패치>. 이를 위해 에디터들이 모여 자기가 잡은 소재거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것이 영화의 내용이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면 자기가 어떻게 세상에 대해 조사해온 바를 어떻게 창작자들이 자기만의 코드로 소화해냈는지에 대한 영화라는 뜻이다. 더 쉽게 이야기해보자면 영화의 명대사 같은 영화다. 당연히 명대사가 시네마의 속성 전부인 건 아니다. 뭐 연출력도 있고 개연성도 있고 이런저런 부분에서 좋은 작품을 각자가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할 것이다. 근데 대사를 잘 못쓰면 각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들을 예술가가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잘 못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그렇게 대사와 같이 인물과 감독이 어떻게 세상을 극화시키는지를 소재로 삼는다.
다른 지점은 감독의 전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공통점을 갖는다. 이는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이다. 기사를 쓴다는 것은 전적으로 과거의 어떤 것을 바탕으로 하지 않나. 이 잡지사에서 어떤 것에 대해 기사를 쓰는 것은 과거의 사건을 기자가 쓰고 싶은 방식으로 내용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근데 그 기사를 쓰는 소재는 전적으로 저널리스트들에 따라 달려있다. 이 뿐인가? 어떻게 전달하는지도 창작자에 따라 달라진다. 기삿거리로 삼을 수 있는 몇몇 에피소드는 가슴이 아플 수도 있다. 가령 첫 번째 일화에서 화가는 자살하기 싫어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다. 그런데 만약 기사를 '이 화가는 매일 어두운 생각만 하는 범죄자'라는 기사가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딱히 틀린 말은 없다. 그게 사실이니까. 근데 이 영화의 첫 번째 에피소드처럼 말을 전달한다면 약간 다른 뉘앙스로 접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창작자, 예술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나름대로의 세상을 보여준다. 때에 따라서는 그게 사랑스럽고 귀여울 수도 있다. 감독은 이 부분을 노렸다. 세 에피소드의 변용에 자기의 최대 장점을 활용하며 아름답게 이야기를 극화시킨 것이다. 그러면 알게 된다. 웨스 앤더슨이 지나간 것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정말 지나간 시간들이 아름답기 때문에 그게 멋진 걸까?라는 의문을 던진다는 걸.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이야기하는 사람에 대한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예시로 영화의 연출 방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스포일러가 아니라서 말할 수 있지만- 영화는 컬러와 흑백 연출을 통해 말하는 이와 극의 주인공들을 별개로 구분해놨다. 이때 컬러로 처리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면 웨스 앤더슨이 어느 쪽에 중점을 더 두고 있는지, 또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 다음 두 번째는 창작자의 결과물이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어떤 효과를 줄 수 있는가?를 다룬다고 생각한다. <프렌치 디스패치>는 잡지사 아닌가? 이 잡지사의 직원들이 취재한 걸 기사 쓰는 것 역시 창작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아는 이야기를 사실에 근거해서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한다. 또 나머지 두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화가/요리사다. 이 둘도 창작을 업으로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화가는 재료로 그림을 만들고 누구는 음식으로 행복을 준다. 기자와 같이 이 세 직업군은 어떤 것을 만드는 일을 한다. 근데 이게 나는 ~~ 다라고 말하면 독자들이, 소비자들이 그렇게 곧이곧대로 해석하나? 당연히 아니지. '그 어떻게 세상과 다른 해석을 보여주는가?' 역시도 보여준다는 것이다.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미장센. 끝. 이 글을 읽는 몇몇 독자분들 중에 그라운드 시소라는 곳에서 열렸던 <우연히 웨스 앤더슨>이란 전시관에 가본 적이 있는 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제주에 살아서 이 전시관에 가지 못했다. 검색해보니 <그란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나 <문라이즈 킹덤>에서 나올법한 영감을 전시관에 전시했다고 나와있다. 이렇게 관련한 전시관도 열릴 정도로 웨스 앤더슨은 현대미술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 같다. 물론 나도 그에게 따라오는 이런 칭찬을 동의하는 바다. <문라이즈 킹덤>에서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연출했어서 웃음이 나왔지만 이 <프렌치 디스패치>는 아름다운 색감과 귀여운 유머가 재밌다. 어떤 느낌이냐면. 극에서 등장하는 도시 앙뉘는 그렇게 살기 좋은 곳은 아닌 것 같다. 일주일에 사체가 8.25구나 발견되고 지하철은 쥐가 많으며 아이들에게 노인공경 같은 건 없다고 초입부에 나온다. 딱히 영화로 삼을만한 곳이 아닐 수도 있다. 일단 나라면 거기서 안 산다. 근데 영화의 미장센과 장면 하나하나마다 있는 소소한 유머로 마을이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신경 쓴 비율에 색감 덕에 영화를 보는 게 지루하지 않다.
4.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막 엄청난 비유를 쓴다거나 그런 것은 없다. 근데 어렵긴 하다. 후술할 6번에서 알 수 있다.
5.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티모시 샬라메. 프랜시스 맥도먼드. 레아 세이두, 에드리언 브로디, 빌 머레이 등등..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처럼 호화 출연진이 총 줄 동했다. 유명한 배우가 나온다고 해서 극의 연기 퀄리티가 확 올라가는 건 당연히 아니다. 그런데 이 배우들이 좋은 배우라는 것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특유의 웨스 앤더슨의 귀여운 세계관을 배우들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녹여낸다. 분명 <듄>과 <노매드랜드>, <007 : 노타임 투 다이>에서 본 사람들인데 그냥 어딘가에서 데리고 온 다큐멘터리 같다. 난 영화언어에 놀랐다.
6.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네. 있다. 이거 이 부분 모르고 가면 보는데 지장 있을 수도 있다. 대사량이 엄청 많다. 그래서 난 극장보다 디즈니+로 보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
7. 어떤 사람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나요?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들 있지 않나? 소소하게 귀여운거 좋아하는 사람. 지치는 경쟁에서 벗어나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받고 싶은 사람들은 이 영화가 좋을 것이다. 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위시한 웨스 앤더슨의 팬이라면 무. 조. 건. 필견이다. 나는 이 작품이 이 감독의 최고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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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그 땅에 영화가, 사람이 있다
DIRECTOR. 가자의 영화감독들
SYNOPSIS. <그라운드 제로로부터>는 팔레스타인 영화감독 스물두 명이 전쟁 중인 가자 지구에서 그들 각자의 삶을 포착한 이야기의 모음집이다.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픽션의 혼합을 통해 흔들리지 않는 인간 정신의 굳건함을 강력하게 증언한 작품.
“내가 죽는다면, 세상에 울림이 있는 죽음이 되길 바란다. 그저 한 줄 속보에 실리거나, 희생자 숫자로만 남고 싶지는 않다. (…) 나는 세상이 듣는 죽음, 세월이 흘러도 영원히 묻히지 않을 불멸의 이미지로 남고 싶다.”
지난 4월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자택에 있던, 이스라엘군의 로켓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팔레스타인 여성 파티마 하수나(25세)의 말이다. 그는 사진 기자인 동시에 다큐멘터리 작가로, 그의 삶을 담은 이야기가 칸영화제 독립영화 병행 섹션에 초청된 다음 날 사망했다. 일곱 명의 일가족이 함께. 영화 <그라운드 제로>를 보며 얼마 전 보도로 접한 그의 소식을 떠올린 건, 마치 그에 이어지는 느낌의 편지로 이 영화가 시작했기 때문이다.
익명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상정한 <셀카>는, 본인이 살아 있는 동안에 이 편지가 상대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아름다운 도시에서 멋지게 살았던 걸 알아 줬으면 해. 그곳의 삶과 사랑을 사랑했음을.”이라는 말은 파티마 하수나의 말에 화음처럼 울린다.
사실 22개의 작은 이야기 조각이 모여 있는 <그라운드 제로> 자체가 거대한 화음처럼 울려퍼진다. 뉴스 보도 속 숫자와 통계, 머나먼 남의 일처럼 느껴지기 쉬운 가자의 소식은 22개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피부에 서늘하게 와 닿는다. 그 중에는 땅에 떨어진 밀가루를 두 손으로 주워담으며 스스로의 삶을 비참하다 말하는 순간, 폭격으로 시신이 분해될 경우에 대비해 아이들의 팔과 다리에 이름을 굵직하게 남기며 우는 엄마들의 마음 (그리고 그건 이름이 아니라 죽음임을 알고 함께 우는 아이들의 마음), 24시간 안에 3번이나 폭격을 당해 몇 번이나 구조된 사람의 마음, 종일 줄을 서고 또 서도 물과 음식과 전기를 얻지 못한 하루를 보내는 마음, 건물 잔해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울부짖는 마음, 심지어 가족의 죽음 소식을 듣고 영화 촬영을 멈출 수밖에 없던 감독의 코멘트로 영화를 닫는 (그야말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마음…처럼 우리가 마음으로 그려볼 수밖에 없는 깊은 절망과 참담함도 있다.
이 절망은 아주 거대하지만 동시에 아주 미시적인 얼굴을 하고 있다. 폭격을 피해 도망가느라 두고 갔던 고양이를 다시 만났을 때 터지는 눈물, 좋은 평가를 받았던 미술 과제들을 먼지 덮인 잔해 속에서 하나씩 끄집어내는 착잡한 손길, 과거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이 현실에서 재현되는 기분이 들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주인공들의 상황에 자꾸 내 상황이 겹쳐 보이는 공포, 설거지와 목욕과 청소 마지막으로 변기 물까지 한 동이 물을 여러 차례 재활용하는 손길…
재난은 언제나 거시적인 동시에 미시적이다. 산불 피해가 닥쳤을 때 사라진 건 집과 과수원만이 아니었던 것처럼, 가자지구를 덮친 전쟁은 건물을 부수고 가족만 앗아가는 것이 아니다. 당장 얼굴에 바를 로션이 없는 것, 피난하느라 두고 온 책이 생각나는 것, 아침에 마실 차 한 잔이 없어진 것, 북적거리는 텐트 한가운데서 아침을 맞는 것… 삶에서 사라진 것들을 추어 보면 언제나 손끝에 닿는 작은 것까지 변해 있다. 그곳에서 절망은 일상 언어이고, 현실이 악몽처럼 느껴지는 날들은 너무나 많다.
22개의 작품 절대 다수가 3개 로케이션으로 거칠게 요약되는 상황은 이 제약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건물의 잔해로 덮인 길거리, 텐트촌, 그리고 잃어버린 시절을 상징하는 듯한 바다. 허락된 장소가 없어 옴짝달싹 할 수 없는 가자지구 사람들의 삶이 집약된 장소들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영화인들은 목소리 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달려야만 하는 상황에서도 카메라를 꼭 쥐고 있었고, 모든 것이 한정적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삶이 어떠한지, 가자지구가 지금 어떠한지를 영화라는 틀 안에서 보여주려 애썼다. 다큐멘터리도, 극영화도, 아이들과 함께 만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나 인형극도 모두 마찬가지다.
22개 중 편지를 상정한 <셀카>를 상영 첫머리에 넣은 것은 아무래도 이 영화가 하나의 유리병 편지로 이곳에 도달했다는 의미 아닐까. 그렇게 시작한 영화는 차라리 기억을 잃고 싶을 만큼 끔찍한 현실, 악몽 같은 현실, 눈뜬 이곳이 어제의 미래인지 과거인지 헷갈리는 현재를 노래로 덮으며 마무리한다. 평화와 꽃, 음악과 예술 안에서 아이가 천천히 글쓰기를 배우고 노래는 계속된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하나의 선언이다. 그 땅에 영화가 있다. 목소리가 있다. 사람이 있다. 너와 나와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평화를 갈구하고 있다. 이 목소리, 이 선언은 더 울려 퍼져야 할 것이다. 가자지구를 둘러싼 목소리는 기이하리만큼 그 비극에 대해 침묵하고 있거나, 아니면 인간의 생명과 가장 먼 이야기를 끌어오며 과장된 크기로 발화되고 있지만… 이제는 이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다. 이 영화의 영문 제목은 “the untold stories from Gaza”, 가자 지구에서 (아직)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이제는 말해져야 할, 이야기들이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2025.04.29-05.09) 상영일정]
2025.05.01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상영코드 160)
2025.05.05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상영코드 519)
2025.05.09 CGV전주고사 3관 (상영코드 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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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우를 잡는 붉은 닭
2025년 8월 12일 화요일, 용산 CGV 아이파크몰에서 장립가 감독의 <폭스 헌트>(2025) 영화 시사회를 진행했다. <폭스 헌트>는 국제적인 자금 밀매 조직에 맞서 싸우는 중국 경제범죄수사대의 사건을 그린다. 특히, 돈세탁으로 불법 자금 174억 8천만 위안을 빼돌린 '다이이첸(양조위)'을 뒤쫓아 중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특수 작전 팀 '폭스 헌트'라는 작전을 시작하는 홍콩 영화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본 영화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씨네픽 시사회 초청으로 참석했습니다.
<폭스 헌트> 스틸컷
영화는 중국에서 ‘해외로 자본을 빼돌리는 여우 같은 범죄자’를 끝까지 추적해 처단하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단순한 범죄 소탕극이 아니라 자국민과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공무원과 경찰을 추앙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중국 공안부의 실제 국제 반부패 작전인 ‘Operation Fox Hunt’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 만큼 국제 범죄 스릴러의 틀 위에 국가적 사명을 강조한다. 엔딩 크레딧에서 불법을 자행한 범인을 체포하는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범죄를 처단하는 정의로운 연출을 보여준다.
마케팅 전략에서도 흥미로운 점이 있다. 홍콩 영화계의 살아 있는 전설 양조위를 전면에 내세워 작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는데, 양조위가 연기한 다이 이첸은 교활하면서도 우아한 금융 사기자이자 자본 유출의 핵심 인물로, ‘여우 같은’ 캐릭터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의 존재감은 여우 같은 얍삽한 움직임을 보이며 작품의 무게를 흔든다. 배우 단이홍이 연기한 '예쥔'은 다이이첸(양조위)을 잡기 위한 형사로 사냥감을 잡기 위해 사냥감 그 이상의 교묘한 움직임을 선보인다. 각자가 예측할 수 없는 호흡은 관객에게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로케이션 촬영이다. 파리의 세느강, 루브르 주변 거리, 노르망디 해변 등 주요 도시와 자연 풍경이 등장해, 스릴러 장르 속에서 의외로 미장센을 선사한다. 범죄자를 쫓는 숨 가쁜 추격 장면이 이 낭만적인 풍경 속에 대비되는 연출을 보여준다. 한편,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라는 문장이 있지만, 영화는 이 문구의 뜻을 비틀며 프랑스의 법규를 따르는 척한다. 오히려 프랑스 문화에 중국의 문화를 융합하고자 시도한다. 프랑스인에게 고량주를 권하면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는 장면이나 각 나라의 유명한 노래를 함께 부르며 마치 같은 동포라는 친근한 분위기를 유도하는 연출은 푸아그라에 고량주를 먹는 느낌이다.
서사의 평면성과 정치적 메시지의 과도한 강조도 관객에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특히, 중국 정부의 반부패 캠페인과 국가주의적 색채가 작품 전반을 강하게 물들이고 있어,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ost부터 연출까지 범죄를 처단하겠다는 굳은 의지와 국가 수호에 관한 자부심을 담아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공조 수사라는 설정과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 긴장감 있는 전개, 배우들의 존재감은 영화의 힘을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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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우리 학교는'부터 '킹덤: 아신전'까지,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시리즈 라인업
'지금 우리 학교는'부터 '킹덤: 아신전'까지,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시리즈 라인업
이래서 넷플릭스는 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라인업을 보고도 끊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데요. 넷플릭스에서 2021년에 공개되는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시리즈의 라인업과 함께 해당 작품들의 공식 스틸 이미지들을 공개했습니다. 하나같이 다 기대되는 작품들인데,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더 가슴이 뛰는데요. 넷플릭스가 마음먹고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 넷플릭스의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총 9개의 오리지널 시리즈의 공식 스틸 이미지가 공개되었는데요. 아직까지 구체적인 공개일자가 공개된 작품은 없기 때문에 표기는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2021년 말 혹은 늦어도 2022년 초에는 9개의 작품들 전부 공개될 것 같네요. 그럼 올해 어떤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시리즈들이 팬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줄 준비를 하고 있는지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미지 출처: Netflix Korea
<킹덤: 아신전>
연출: 김성훈 감독
출연: 전지현, 박병은
K-좀비, 한국 드라마의 우수함을 본격적으로 세계에 알리는 작품이었죠. <킹덤> 시리즈의 외전이라고 할 수 있는 <킹덤: 아신전>입니다. 지난 <킹덤> 시즌2 엔딩에 잠깐 등장한 것만으로도 그 존재감을 뽐냈던 배우 전지현이 맡은 캐릭터 '아신'이 이번 작품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북방 여진족 부락의 후계자 아신과 생사초의 비밀을 다루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연출: 이재규 감독
출연: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 유인수
또 하나의 넷플릭스, 한국, 좀비 조합입니다. 웹툰을 즐겨보시는 20~30대 분들이라면 아마 이 작품도 많이들 기억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바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연재됐던 네이버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입니다. 개인적으로 웹툰 입문을 이 작품으로 하게 됐고, 좀비라는 장르에 본격적으로 재미를 느끼게 해줬던 작품이라 실사화가 확정됐을 때 정말 기뻤던 기억이 있습니다. 메가폰은 <베토벤 바이러스>, <더 킹 투 하츠>, <완벽한 타인> 등을 연출한 바 있는 이재규 감독이 맡았다고 합니다. 부디 잘 나와줬으면 좋겠네요.
<마이 네임>
연출: 김진민 감독
출연: 한소희, 박희순, 안보현, 김상호
이번에 공개된 스틸 중에서 가장 강렬한 스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해 최고 시청률 28.4%를 기록하며 성황리에 종영했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여다경' 역을 맡으며 존재감을 뽐냈던 배우 한소희가 그때와는 180% 다른 이미지로 돌아왔는데요. 한소희는 이번 작품에서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히기 위해 언더 커버가 되는 주인공 '지우' 역을 맡았다고 합니다. 지난해 4월 공개됐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수업>의 김진민 감독이 이번 작품의 메가폰을 잡으면서 넷플릭스와의 호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
연출: 김성호 감독
출연: 이제훈, 탕준상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청년 '그루'와 어느 날 갑자기 그의 후견인이 된 '상구'가 유품정리업체를 운영하면서 죽은 이들이 남긴 마지막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을 그렸다는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입니다. 안정감 있는 연기력으로 베테랑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제훈과 <사랑의 불시착>으로 눈도장을 찍은 탕준상이 각각 상구와 그루를 연기했는데요.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김성호 감독이 이번 작품의 메가폰을 잡았다고 합니다. 마음 따뜻해지는 그런 힐링 드라마가 나올 것 같습니다.
<D.P.>
연출: 한준희 감독
출연: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또 다른 드라마 <D.P.>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품인데, 김보통 작가님의 웹툰 <D.P. 개의날>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라고 하네요. <D.P.>는 대한민국의 여느 평범한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군복무를 하던 이등병 '준호'가 어느 날 군무이탈 체포조가 되어 탈영병을 쫓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그리는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군대를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군복무를 하고 오신 분들이라면 공감 가는 부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대세 배우 정해인이 주인공 준호 역을 맡았고, 김성균, 손석구, 구교환 등 작품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습니다. 연출을 <차이나타운>, <뺑반>의 한준희 감독이 맡았다고 합니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연출: 권익준 PD, 김정식 PD
출연: 박세완, 신현승, 영재, 민니, 한현민
이번에는 시트콤입니다. <남자 셋 여자 셋>, <논스톱>의 권익준 PD와 <하이킥>, <감자별>의 김정식 PD가 공동 연출을 맡은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인데요. 서울의 한 대학 국제 기숙사에 살고 있는 다국적 학생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청춘을 담은 시트콤이라고 합니다. 시트콤 장인들이 참여한 작품인 만큼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그런 한국형 시트콤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지옥>
연출: 연상호 감독
출연: 유아인, 박정민, 김현주, 원진아, 양익준
이 작품도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요. 바로 <부산행> 연상호 감독과 <송곳>의 최규석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지옥>입니다. 연상호 감독은 직접 메가폰을 잡기도 했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 그리고 그들과 마주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합니다. 원작을 모르는 분들이라도 캐스팅만으로도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할 것 같은데요. 유아인을 필두로 박정민, 김현주, 원진아, 그리고 양익준이 출연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30대 남자 배우들 중에서 최근 가장 좋은 폼을 보이고 있는 유아인과 박정민이 주연을 맡았네요. 거기에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까지 있고요. 공개 전에 원작 웹툰도 챙겨 봐야겠습니다.
<오징어 게임>
연출: 황동혁 감독
출연: 이정재, 박해수
오징어와는 거리가 먼 두 미남 배우 이정재, 박해수가 출연한 <오징어 게임>입니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이정재가 실직한 가장 '기훈' 역을, 박해수가 회사 자금을 유용하다 위기를 맞게 된 '상우' 역을 맡았다고 합니다. 참가자들은 어마어마한 상금이 걸려있는 만큼 목숨 역시 내걸어야 하는 극한의 서바이벌 게임 참여하게 된다고 하네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을 연출한 바 있는 황동혁 감독이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았습니다.
<고요의 바다>
연출: 최항용 감독
출연: 공유, 배두나, 이준
마지막까지도 엄청난 캐스팅이네요. 공유, 배두나, 이준이 주연을 맡았고 정우성이 제작을 맡은 드라마 <고요의 바다>입니다. 이 작품은 최항용 감독이 지난 2014년에 발표한 동명의 단편 영화를 장편 시리즈로 확장한 것인데요. <고요의 바다>는 사막화로 인해 물이 부족해진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에 의문의 샘플을 회수하러 가는 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고요의 바다>는 지금까지 소개한 작품들 중에서 가장 도전적인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한국에서도 우주를 배경으로 한 멋진 SF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공유님은 점점 더 멋있어지는 것 같습니다.
"본 콘텐츠는 네이버 블로거 리쓰남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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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브 투 헤븐> 그들이 유품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이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그루(탕준상)'는 모든 유품에는 생전의 삶이 깃들어 있으며, 따라서 작은 흔적도 세심히 챙겨야 한다는 아버지 '정우(지진희)'의 교훈을 실천에 옮기며 아버지와 함께 유품 정리 업체 '무브 투 헤븐'을 운영하며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사망하고, 그루 앞에는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삼촌 '상구(이제훈)'가 법적 후견인으로 등장한다. 정식 후견인이 되기 위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상구는 본래 직업을 숨긴 채 그루와 함께 '무브 투 헤븐'을 운영하겠다고 나서고, 이에 그루는 새롭게 만난 삼촌 상구, 평생을 함께한 절친 '나무(홍승희)와 함께 고인의 못다 한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한다.
의학 혹은 법정 드라마의 서사에는 두 개의 축이 존재한다. 주인공의 개인적인 서사와 환자 혹은 의뢰인(혹은 범인)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주인공들은 새로운 환자를 치료하거나 의뢰인 혹은 범인의 사건을 해결하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비밀을 깨닫거나 인생을 관통하는 교훈을 배우면서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학 드라마와 법정 드라마의 완성도는 어떤 의미에서는 새롭게 등장하고 또 퇴장하는 외부인의 이야기에 달려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는 비록 의학 드라마와 법정 드라마, 두 장르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지만 엄연히 같은 본질을 공유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그루와 상구가 죽은 이들이 미처 전하지 마지막 메시지를 대신 전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만큼, 주인공들의 이야기 못지않게 매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고인들의 삶에 더 눈길이 가고 마음이 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공장에서 사고사 당한 대학생을 비추며 시작되는 드라마는 뒤이어 노모와 절연한 아들, 스토킹 피해 여성, 퇴직한 노부부, 동성애자 커플, 미국 입양아 등 각자의 사연을 간직한 다양한 죽음을 보여준다.
특히 각각의 죽음이 한국 사회에서 공론화가 된 후로도 여전히 해결이 요원한 이슈를 담고 있기에 이들의 이야기는 더욱 흡입력이 강하고, 가슴 아프다. 당장 비정규직의 산업재해는 본래 의도에서 적잖이 후퇴한 채 통과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안을, 스토킹범에게 살해당한 유치원 교사는 올해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가해자 처벌에 비해 피해자 보호에는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은 스토킹 처벌법을 둘러싼 논쟁을 연상시킨다. 이에 더해 십수 년 전에 개봉한 영화 <국가대표>에서도 심금을 울리는 소재로 등장했지만 여전히 관심을 필요로 하는 국외 입양아 문제, 동성애 커플의 이별에 담긴 좀처럼 변하지 않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급변하는 가운데 당장 눈 앞에 닥친 노인 문제 등도 마찬가지다.
이때 작중 단편적이고 분리되어 있는 듯한 일련의 죽음들을 잘 들여다보면 하나의 공통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모두는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한 기준선을 충족시키지 못한 실패자 내지는 사회가 규정한 경계에서 제외된 소외자의 삶을 공유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난 몇십 년간 한국 사회의 거시적 목표이자 과업이었고 동시에 현재 한국 사회를 지탱해 온 두 축인 산업화와 민주화 신화에 속하지 않았던 이들의 삶을 드라마는 녹여낸다.
드라마의 시작을 맡은 사회 초년생의 이야기, 늙은 어머니를 외면한 아들의 회한, 청춘을 바친 직장에서 퇴직한 후 아파트 경비원이 되어 갑질의 피해를 온몸으로 떠안은 할아버지의 말년은 산업화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람을 공장 기계와 같은 도구로 여기고, 인륜보다도 눈에 보이는 현금의 가치를 우선시하고, 동등한 사람을 서열과 계급으로 나뉘어 차별하는 잘못된 인식, 가치관, 관행을 꼬집는다. 한편 다른 이들의 이야기는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성취했으나, 생활양식으로서의 민주주의가 정립되지 못한 한국 사회의 한계를 비판한다. 동성애부터 입양아, 스토킹 피해에 이르기까지 다르다는 이유로, 소수라는 이유로, 또 약하다는 이유로
한 명 한 명의 개인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수없이 차별과 피해를 경험한 가운데 과연 실질적으로 다양한 삶과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는 생활로서의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러한 공통의 배경은 두 주인공의 삶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상구가 형과 가족을 등지고 세상을 염세적으로 바라보며 사람들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다. 그는 이윤만을 바라보는, 사람을 비롯해 책정할 수 없는 가치마저도 돈과 숫자로 치환시켜온 사회와 가정이 낳은 또 한 명의 피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그루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무시당하면서도 친구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당당히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동시에 입양아이면서도 아버지의 큰 사랑 속에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상구와 남부럽지 않은 가족을 이루어 나간다. 이렇게 드라마는 그루의 삶을 통해 목적지향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삶을 요구하던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를 제시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무브 투 헤븐>이 말하는 메시지는 사회적 기준선에 속하지 못해 소외된 주인공 그루와 상구의 직업이 유품 정리사이기에 더욱 풍성해진다. 작중 그루와 상구가 하는 일은 다양하지만, 본질적으로 그들의 작업은 오염된 장소를 청결하게 탈바꿈시키는 일이다. 달리 말해 오염과 청결을 가르는 기준선을 해체하고 다시 긋는 것이 본질이다. 또한 그들은 삶과 죽음의 마지막 기준선을 지키는 이들이자, 고인의 흔적을 마지막으로 고인의 마지막 메시지를 읽어내고 전달하면서 삶과 죽음의 기준선을 일시적으로 넘을 수 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특정 경계선을 넘나들 수 있는 유품 정리사의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오염과 청결의 범주가 단지 위생의 측면이 아니라 도덕과 사회 질서, 체계의 근원을 이루었다는 영국의 문화인류학자 메리 더글라스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그녀는 특정 영역의 경계나 기준을 상징하는 존재들, 특히 특정 존재의 오염 혹은 청결 여부는 문화적 분류와 사회 질서의 가장 기초가 된다고 파악했다. 경계 밖에 위치한 것으로 상정되는 존재들을 더럽고 오염된 것으로 간주하는 과정을 통해서 기준선 안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사회 질서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통합된다고 본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해 무언가 더럽고 불결하다고 인식되는 것을 정리 정돈하거나 청소하면서 청결과 더러움의 기준선의 위치를 재조정하는 것이 넓게는 사회 질서의 범주와 영역, 경계까지도 바꾸는 함의를 포함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사망한 이들의 공간을 정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루와 상구의 작업이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분위기, 인식, 제도의 변화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이들은 혈흔과 체액, 벌레와 쓰레기들로 더럽혀진 장소를 깨끗하게 만듦과 동시에 일원화된 기준선을 맞추지 못해 사회로부터 배척받고 낙오된 개개인들에게 자신들의 사정을 투영하면서 보듬어 안는다. 그렇게 상구와 그루는 주변 주민들로부터 더럽고 불결한 일을 한다고 손가락질받으면서도 그 누구보다 의뢰받은 공간을 청결의 영역으로 다시 옮겨 놓는 것에 정성껏 최선을 다한다.
사실 <무브 투 헤븐>의 구성이 의학 드라마나 법정 드라마와 유사하다는 것은 이 드라마가 아주 새롭고 기발하면서 재치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주지는 못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브 투 헤븐>이 넷플릭스에서 공개 직후부터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은, 지나치기 아까울 만큼 뭉클하고 따뜻한 휴먼 드라마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는 유품정리사만이 경험할 수 있는 온갖 착잡한 사연들을 차분히 제시하고, 더 나아가 다양한 사람들의 진정성을 모자이크를 채워 나가듯이 전달하며 우리 사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다룬 단단한 이야기의 힘이다.
A(Acceptable, 무난함)
유언을 남긴 이와 유언을 들으려는 이의 진심이 한데 모여 그려낸 희망의 모자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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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매튜 본의 불완전한 자기 복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보어 전쟁 도중 아내를 잃은 '올랜도 옥스퍼드 공작(랄프 파인즈)'는 아들을 보호해달라는 아내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가급적 '콘래드(리스 딕킨슨)'를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그도 전 유럽을 덮친 1차 세계 대전마저 피할 수는 없었다. 모든 폭력에 반대하는 평화주의자 올랜도는 군에 자진 입대하려는 콘래드와 갈등을 빚지만 끝내 아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고, 그렇게 콘래드는 전쟁터로 향한다. 이에 옥스퍼드 공작은 아들을 지키고, 더 나아가 무의미한 희생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믿음직한 유모 '폴리(제마 아터턴)'와 집사 '숄라(자이먼 운수)'와 함께 자체 비밀 정보기관을 운영하며 러시아 황실을 조종하는 '라스푸틴(리스 이반스)'처럼 전쟁을 장기화하려는 흑막들을 처단할 불가피한 임무에 나선다.
<킹스맨>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자 킹스맨의 기원을 다루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여러모로 기존 시리즈와 결이 다르다. 프리퀄 작품이니 만큼 시리즈의 두 주역 에그시와 해리가 모두 등장하지 않으며,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20세기 초가 배경이라서 기상천외한 신무기도 없다. 전반적인 분위기도 간단명료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잔혹한 액션마저 즐길 수 있게 만들 정도로 유쾌한 활극에 가까웠던 지난 시리즈와는 사뭇 대비를 이룬다. 몇몇 포인트를 제외하면 웃음을 유도하거나 B급 감성이 느껴지는 장면이 많지 않으며, 전쟁영화 혹은 정치극처럼 느껴질 만큼 시종일관 진중하다.
대신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매튜 본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수작,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와 많은 부분 닮았다. 단순히 특정 시리즈의 프리퀄 작품이라는 포지션만 같은 것이 아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스케일이 더 크다는 점만 제외하면 영화의 콘셉트부터 핵심적인 갈등 구도와 주제에 이르기까지 판박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우선 두 작품은 모두 대체역사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퍼스트 클래스>가 쿠바 미사일 위기에 엑스맨이 개입했다는 상상력에 기반한다면, <퍼스트 에이전트>는 1차 세계 대전의 발발과 전개, 결말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사건마다 킹스맨이 개입해 있다는 설정을 보여준다.
각 영화의 두 주인공이 폭력에 대한 대조적인 견해 차이로 인해 대립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퍼스트 클래스>에서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는 뮤턴트라는 소수자가 생존하기 위해 폭력적인 수단도 활용하는 것이 옳은지를 놓고 논쟁을 펼치며, 이는 마치 마틴 루터 킹과 말콤 X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퍼스트 에이전트>에서는 아버지인 올랜도 옥스퍼드 공작과 아들인 콘래드가 갈등을 빚는다. 보어전쟁에 참전했던 경험으로 인해 모든 폭력과 전쟁을 혐오하게 된 평화주의자 아버지와 귀족 중에서도 가장 높은 직위인 공작 가문의 후계자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 위해 자진 입대하려는 아들의 충돌이 극의 중심에 위치한 것이다. 단지 이 대립 구도가 유지된 결과 엑스맨이 창설된 것과 달리, 갈등의 종식으로 말미암아 킹스맨이 조직된 것만이 두 영화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두 영화 간의 유사점이 필연적으로 비교를 낳고, 그 결과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완성도가 저해된다는 데 있다. 우선 한 가지 사건에 집중하고 미국과 소련의 충돌이라는 명료한 세계사적 배경을 제시해 갈등 구도를 단순화하고 극의 밀도를 높일 수 있었던 <퍼스트 클래스>와 달리, <퍼스트 에이전트>는 수년간의 전쟁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등장인물과 갈등 구도가 모두 많고 복잡해지면서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옥스퍼드 공작 부자의 갈등이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1차 세계 대전의 주요 참전국인 영국, 독일, 러시아 각국의 정치 상황과 세 나라의 군주이자 사촌관계인 조지 6세, 빌헬름 2세, 니콜라이 2세의 관계성이 또 다른 갈등구도를 이룬다. 이에 더해 세 군주를 조종하려는 흑막의 이야기도 한 자리를 차지해야 하며, 뒤늦게 참전하는 미국의 윌슨 대통령 이야기까지 묘사해야 하다 보니 영화가 좀처럼 균형점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균형의 붕괴는 영화가 실존 인물들을 활용하는 방식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러시아 제국의 비선 실세였던 라스푸틴이나 실제 능력과는 별개로 미녀 스파이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마타 하리를 그저 한 차례의 액션신을 보여주기 위한 엑스트라로 소비하는 것은 영화 한 편에 담기 어려운 분량의 한계를 여실히 내보인다. 또한 사라예보 사건부터 참호전과 러시아 혁명, 치머만 전보 사건에 이르기까지 워낙 방대한 사건들을 2시간 안에 녹여내야 하다 보니 당시 국제 관계와 개별 사건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영화에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남아프리카에서 펼쳐진 보어 전쟁도 오프닝부터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진입장벽이 결코 낮지 않다.
한편 옥스퍼드 공작 부자의 갈등 구도는 공감을 살만한 힘이 부족하며, 특히 이야기적 측면에서 <킹스맨> 시리즈를 <킹스맨>답게 만드는 독특한 매력을 놓치는 듯 보인다. 실제로 옥스퍼드 공작과 콘래드의 갈등은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의 대립에 비해 직관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소수자로서 생존을 위해 폭력적으로 저항할지 말 지를 둔 갈등 구조가 직설적으로 자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평화와 반전의 가치가 참전이라는 귀족의 의무와 충돌하는 것은 그만큼의 강렬함이나 절박함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연출적 측면에서 기인한 문제이기도 하다. 작중 옥스퍼드 공작이 완고한 평화주의자가 된 이유는 그의 보어 전쟁 참전 당시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영화에서 짧은 회상신을 제외하면 해당 경험에 대한 설명과 묘사가 충분치 않으므로 옥스퍼드 공작의 신념이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고, 부자간의 갈등도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또한 옥스퍼드 부자가 어디까지나 영국의 최상위 귀족이자 젠틀맨이라는 점은 영국적인 매력을 더함으로써 <킹스맨> 시리즈의 영국적인 매력을 감소시키는 아이러니함을 낳는다. 흔히 <킹스맨> 시리즈의 영국적 특징이라면 킹스맨의 어원, 아서 왕 전설에서 차용한 코드 네임, 007을 의식한 설정과 대사들, 무기로 활용되는 양복, 구두, 우산 같은 외적 특징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킹스맨>의 영국적 특성은 하층 계급이었던 에그시가 해리를 만나 귀족과 젠틀맨들의 세계에 당당히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내는 그 과정 자체에 담겨 있기도 하다. 에그시가 보여준 판타지는 아직도 왕실, 귀족과 평민 같은 계급 차이가 명백한 영국이기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관객 한 명 한 명이 에그시가 되어 신분상승의 로망을 영국적인 방식으로 충족하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킹스맨> 시리즈의 주요한 매력 중 하나인 것이다.
그런데 옥스퍼드 부자가 누구보다도 영국적인 캐릭터지만 해리와 에그시의 관계처럼 로망과 판타지까지 충족시켜줄 수 있는 인물은 아니기에 그들의 서사는 상대적으로 흡입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이는 <킹스맨>이 <킹스맨>답지 못한 문제를 유발한다. 그 결과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매튜 본 감독의 작품으로서는 <퍼스트 클래스>의 하위 호환 격이라는 인상을 남김과 동시에 킹스맨 시리즈로서의 정체성도 명확히 챙기지 못한다.
물론 매튜 본 감독 특유의 감각이나 <킹스맨> 시리즈의 흔적이 느껴지는 대목들 덕분에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킬링 영화로서 최소한의 본분은 다해낸다. 예를 들어 라스푸틴과의 결투씬이나 절벽 엘리베이터 시퀀스는 역동적이고 시원하지만 동시에 잔혹한 매튜 본 특유의 액션 연출과 B급 감성이 빛을 발한다. 또한 독일군과 영국군 참호 사이에서 펼쳐지는 콘래드 전투와 결투 장면은 비교적 담백하게 묘사되어 가장 현실적으로 보이며,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정치와 무관하게 선제적으로 행동한다는 킹스맨의 창립 이념을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전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순간적인 재치로 메우기에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구멍은 예상보다 너무나도 컸고, 시리즈와 매튜 본의 이름값을 고려할 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P(Poor 형편없는)
잘못된 방향으로의 자기 복제가 낳은, 시리즈와 감독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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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 모두 완전무결한 존재인가
사바하 (2019)
감독: 장재현
출연: 이정재, 박정민, 이재인, 정진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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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는 불교 언어로 모든 것이 원하는 바대로 이뤄지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제목만으로도 이 영화가 그리고 있는 주제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사바하는 장재현 감독이 <검은 사제들> 이후로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검은사제들이 엑소시즘에 관한 영화였다면 이번 사바하는 오컬트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 영화다.
여기서 오컬트란,
라틴어의 occultus에서 유래한 단어로, 현대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여러 신화, 전설, 민담 및 문헌으로 전승되는 현상에 대해 탐구하고 그것에 원리가 있다고 여기며 그것을 이용하려는 믿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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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영화라면 몰라도, 한국 영화계에서 흔히 보이는 장르는 아니다. 게다가 결코 다루기 쉬운 주제가 아니다. 그러나 사바하는 종교, 신화, 신 등 다루기 까다로운 주제를 꽤나 잘 섞어놓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신화에서 포인트를 얻어 창조해낸 종교, 그리고 종교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그 위에 군림하는 신적 존재. 모든 것이 꽤나 매끄럽고 설득력 있게 흘러간다. 초현실적인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만큼 영화의 대사에는 상징적인 대사들이 많은데, 그 중 등불과 뱀이 가장 상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뱀은 “그것”을 나타낸다. “그것”이 다루는 동물이 뱀이라는 것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 행동 역시 그러하다. 영화 후반부로 치닫다보면 “그것”의 몸을 감싸고 있던 흉측한 털이 벗겨져 나간다. 이는 마치 뱀이 탈피를 하는 모습과 유사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뱀이라 하면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동물이라고 생각하지만, 본래 불교에서 뱀은 긍정적인 의미로도 사용된다. 지난 과오를 벗고 새로 도약한다는 의미와, 지혜의 상징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그것”은 타락해버린 신을 벌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로, 세상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태어났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등불은 미륵을 나타낸다. 영화 내에서 미륵은 인간이 닿을 수 있는 범위를 초월한 자로, 불사의 존재로 그려진다. 본래 미륵은 세상을 구할 구세주 같은 존재이지만 사바하에서 그려진 미륵은 그렇지 않다. 인간의 범위를 초월하여 불사의 몸이 되었지만, 자신의 영원을 유지하기 위해 가차없이 어린 소녀들을 죽여버리는 타락한 신이었던 것이다. 참으로 모순적이지 않을 수 없다. 신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두려움에 인간을 죽여버리는 모습을 통해서는 마치 그가 인간인 것처럼 보였다. 중간중간 미륵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가 진정한 미륵이 아니라, 그저 타락한 신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이처럼 영화 스토리의 짜임새는 합격점이었다. 미스터리라는 주제에 맞는 연출도 인상적이었고,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아쉬움은 분명히 남는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캐릭터의 입체감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특히, 정진영 님이 맡은 황반장 역할은 거의 없어도 될 정도로 역할이 미미했다. 이정재 님이 맡은 박목사가 경찰의 역할까지 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슴동산이라는 종교 단체의 신당을 파헤지는 역할도, 사천왕과 영월의 관계성을 발견하는 것도, 네충텐파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다 박목사가 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황반장이라는 역할의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했다.
또한, 미륵을 멸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그것” 역시 영화 내에서 임팩트는 확실히 컸으나, 자신을 죽이러 온 정나한에게 핵심적인 말을 하고 그대로 미륵에게 간 정나한에 의해 미륵이 죽자 바로 따라 죽어버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중간중간 들어가던 개그 요소도 영화의 분위기와 맞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중간중간 맥락 없이 나오는 개그 요소는 오히려 영화의 흐름을 깨지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아쉬운 부분이 영화에서 큰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아 다행이다.
영화는 이정재와 박정민이 끌고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박정민 님이 연기하신 정나한이 가진 서사가 마음에 계속 남는다. 고아원에서 자신을 구원해준 아버지라는 자가 알고보니 허구였다는 것. 아버지를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을 죽여놓고서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이야기의 키는 결국 정나한이 쥐고 있었다. 미륵을 제 손으로 죽였으니.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다. 아버지와 종교에 맹목적이던 그도 죽을 때는 그저 춥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던 평범한 인간. 수 많은 사람들을 죽인 것은 분명 잘못한 일이지만 그의 서사가 마음 아프게 다가오기도 했다. 다음 생이 있다면 주체적인 자신의 삶을 살길 바랄 뿐이다.
사바하는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가 끝나고 난 후에도 영화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나타내고자 하는 바에 대한 방향성이 확실한 영화다. 그런 의미에서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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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리뷰]이케아 옷장에 들어가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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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리뷰 후기입니다.영상소스
https://www.youtube.com/watch?v=9bswL...
https://www.youtube.com/watch?v=c1WjG...
https://www.youtube.com/watch?v=VbjW9...
음악 출처
Kevin MacLeod의 Heartwarming은(는)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라이선스(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 따라 라이선스가 부여됩니다.
출처: http://incompetech.com/music/royalty-...
아티스트: http://incompete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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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듄(DUNE)' 리뷰 - Part2 스토리 결말포함 영화리뷰(*스포일러)
-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1984년 영화 '듄' 기초 요약
- 1984 영화 '듄' 비하인드 스토리 소개
- 듄 영화 정보
장르: 스페이스 오페라
감독: 드니 빌뇌브
각본: 에릭 로스, 존 스페이츠, 드니 빌뇌브
원작: 프랭크 허버트의 듄(1965)
제작: 드니 빌뇌브, 케일 보이터. 메리 페어런트,조 카라치올로 주니어
주연: 티모시 샬라메, 제이슨 모모아 외
촬영: 그레이그 프레이저
음악: 한스 짐머
촬영 기간: 2019년 3월 18일 ~ 2019년 7월 26일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워너브라더스
수입사: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2020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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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극찬한 100% 리얼 팬데믹 호러!
지금, 당신의 랜선미팅에 무언가가 접속했다!팬데믹, 락다운과 함께 자가격리를 시작한 ‘헤일리’와 친구들.
‘줌’을 통해 랜선 미팅을 연 그들은 금기를 어기고 영혼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위험한 놀이에는 혹독한 대가가 따르는 것도 모르는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