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ong2022-02-06 20:50:43
더욱 강력한 귀여움으로 무장한 이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스포일러 없이 추천합니다!
어젯밤의 나로 시간을 돌린다. 김승옥의 <생명연습>을 읽다 책장을 닫았다. 10시에 약속이 있었다. 정확히 2시에 잤다. 새롭게 글을 쓰려고 했는데 뭔가가 생각나지 않아 노트북의 키보드를 치는 게 어려웠다. 화면을 켜놓고 정신 말짱한 채로 두 시간쯤 누워있었다. 웃긴 유투버의 영상을 보며 또 의미 없는 시간을 보냈다. 근데 생산적인 뭔가를 또 한다기엔 한국사 공부가 머리 안으로 안 들어왔으니 그럴 법도 했다. 아무튼 늦게 잤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내일(그러니까 오늘) 약속이 있으니 일찍 일어나야 했다. 6시간 넘게 좀 자서 8시 30분에 일어났다. 아침에 힘겹게 일어나 머리를 감아서 버스에 탔다. 식사는 어제 사놓은 빵으로 대체했다.
10시 약속인데 10시 10분가량에 도착했다. 일행 둘에게 미안하단 말을 해야 한다. 2주 전에는 글을 안 쓰고 왔는데 이번엔 지각까지 했다. 발바닥이 다쳐서 후다닥 뛰지를 못해 답답했다. 이 덕에 최대한 종종걸음으로 걸었다. 그렇게 느린 듯 빠른 속도로 스타벅스에 들어가니 아무도 없었다. 단톡방을 확인했다. 아무 말도 없다. 어? 일단 자리에 앉아서 부랴부랴 노트북을 켰다. 10시 20분이 됐다. 이상했다. 왜 아무말도 없고 아무도 없지? 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이거 오늘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로. 친구들에게 답장이 왔다. '바보야 다음 주 12일이잖아'라고 한다. 하. 나의 정신머리에 통탄을 금치 못했다. 오랜만에 없는 이런 정신 빠짐은 늘 느껴도 새롭다. 그렇게 뭐하지 싶다가, 어제 밤에 읽던 김승옥의 소설집을 꺼내 <건>을 읽던 도중에 갑자기 생각났다. 김형은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시오? 나의 일상도 그런 꿈틀거림의 연속이었다. 이런 바보 같은 일상도 어떤 관점에선 꿈틀거린 것 중 하나겠지. 집에서 잉여롭게 과자나 먹으면서 시간 보내는 게 싫어서 이 아침에 밖에 나온 것 아닌가? 그렇게 머릿속을 둥둥 떠나는 생각을 흘려보내니 습관이 된 글쓰기에 이 영화를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찌 보면 심심하고 외로운 나의 단면이겠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지극히 나스러운 시트콤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감독 웨스 앤더슨이 더욱 업그레이드된 덕후력(?)으로 작년에 신작을 발표했다. 자기만의 시각을 오롯이 다룬 채로 말이다. 제주는 상영관이 없어 디즈니 플러스로밖에 볼 수 없어 씁쓸했다. 그래도 ott에 풀리는 기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었다. 비행기로 13시간 걸리는 프랑스로 날아가자. 이번엔 가상의 도시 앙뉘다.
1. 어떤 것에 관한 영화인가요?
영화는 한 기자의 부고로 시작한다. 그 기자는 미국인 기자 아서였다. 미국에 살던 기사 아서는 프랑스의 도시 앙뉘에서 50년 전에 회사를 설립했는데, 그 잡지사의 이름은 '프렌치 디스패치'다. 좋은 필진들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아서. 50년 동안 열심히 잡지를 운영해왔지만 당연한 끝을 마주하게 된다.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서. 아서는 유언으로 신문사를 폐업하라는 말을 남겨놓는다. 이에 대한 결과로 마지막 최종본 인쇄본 발간만을 남겨놓고 있는 <프렌치 디스패치>. 이를 위해 에디터들이 모여 자기가 잡은 소재거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것이 영화의 내용이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면 자기가 어떻게 세상에 대해 조사해온 바를 어떻게 창작자들이 자기만의 코드로 소화해냈는지에 대한 영화라는 뜻이다. 더 쉽게 이야기해보자면 영화의 명대사 같은 영화다. 당연히 명대사가 시네마의 속성 전부인 건 아니다. 뭐 연출력도 있고 개연성도 있고 이런저런 부분에서 좋은 작품을 각자가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할 것이다. 근데 대사를 잘 못쓰면 각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들을 예술가가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잘 못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그렇게 대사와 같이 인물과 감독이 어떻게 세상을 극화시키는지를 소재로 삼는다.
다른 지점은 감독의 전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공통점을 갖는다. 이는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이다. 기사를 쓴다는 것은 전적으로 과거의 어떤 것을 바탕으로 하지 않나. 이 잡지사에서 어떤 것에 대해 기사를 쓰는 것은 과거의 사건을 기자가 쓰고 싶은 방식으로 내용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근데 그 기사를 쓰는 소재는 전적으로 저널리스트들에 따라 달려있다. 이 뿐인가? 어떻게 전달하는지도 창작자에 따라 달라진다. 기삿거리로 삼을 수 있는 몇몇 에피소드는 가슴이 아플 수도 있다. 가령 첫 번째 일화에서 화가는 자살하기 싫어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다. 그런데 만약 기사를 '이 화가는 매일 어두운 생각만 하는 범죄자'라는 기사가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딱히 틀린 말은 없다. 그게 사실이니까. 근데 이 영화의 첫 번째 에피소드처럼 말을 전달한다면 약간 다른 뉘앙스로 접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창작자, 예술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나름대로의 세상을 보여준다. 때에 따라서는 그게 사랑스럽고 귀여울 수도 있다. 감독은 이 부분을 노렸다. 세 에피소드의 변용에 자기의 최대 장점을 활용하며 아름답게 이야기를 극화시킨 것이다. 그러면 알게 된다. 웨스 앤더슨이 지나간 것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정말 지나간 시간들이 아름답기 때문에 그게 멋진 걸까?라는 의문을 던진다는 걸.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이야기하는 사람에 대한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예시로 영화의 연출 방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스포일러가 아니라서 말할 수 있지만- 영화는 컬러와 흑백 연출을 통해 말하는 이와 극의 주인공들을 별개로 구분해놨다. 이때 컬러로 처리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면 웨스 앤더슨이 어느 쪽에 중점을 더 두고 있는지, 또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 다음 두 번째는 창작자의 결과물이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어떤 효과를 줄 수 있는가?를 다룬다고 생각한다. <프렌치 디스패치>는 잡지사 아닌가? 이 잡지사의 직원들이 취재한 걸 기사 쓰는 것 역시 창작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아는 이야기를 사실에 근거해서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한다. 또 나머지 두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화가/요리사다. 이 둘도 창작을 업으로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화가는 재료로 그림을 만들고 누구는 음식으로 행복을 준다. 기자와 같이 이 세 직업군은 어떤 것을 만드는 일을 한다. 근데 이게 나는 ~~ 다라고 말하면 독자들이, 소비자들이 그렇게 곧이곧대로 해석하나? 당연히 아니지. '그 어떻게 세상과 다른 해석을 보여주는가?' 역시도 보여준다는 것이다.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미장센. 끝. 이 글을 읽는 몇몇 독자분들 중에 그라운드 시소라는 곳에서 열렸던 <우연히 웨스 앤더슨>이란 전시관에 가본 적이 있는 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제주에 살아서 이 전시관에 가지 못했다. 검색해보니 <그란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나 <문라이즈 킹덤>에서 나올법한 영감을 전시관에 전시했다고 나와있다. 이렇게 관련한 전시관도 열릴 정도로 웨스 앤더슨은 현대미술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 같다. 물론 나도 그에게 따라오는 이런 칭찬을 동의하는 바다. <문라이즈 킹덤>에서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연출했어서 웃음이 나왔지만 이 <프렌치 디스패치>는 아름다운 색감과 귀여운 유머가 재밌다. 어떤 느낌이냐면. 극에서 등장하는 도시 앙뉘는 그렇게 살기 좋은 곳은 아닌 것 같다. 일주일에 사체가 8.25구나 발견되고 지하철은 쥐가 많으며 아이들에게 노인공경 같은 건 없다고 초입부에 나온다. 딱히 영화로 삼을만한 곳이 아닐 수도 있다. 일단 나라면 거기서 안 산다. 근데 영화의 미장센과 장면 하나하나마다 있는 소소한 유머로 마을이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신경 쓴 비율에 색감 덕에 영화를 보는 게 지루하지 않다.
4.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막 엄청난 비유를 쓴다거나 그런 것은 없다. 근데 어렵긴 하다. 후술할 6번에서 알 수 있다.
5.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티모시 샬라메. 프랜시스 맥도먼드. 레아 세이두, 에드리언 브로디, 빌 머레이 등등..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처럼 호화 출연진이 총 줄 동했다. 유명한 배우가 나온다고 해서 극의 연기 퀄리티가 확 올라가는 건 당연히 아니다. 그런데 이 배우들이 좋은 배우라는 것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특유의 웨스 앤더슨의 귀여운 세계관을 배우들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녹여낸다. 분명 <듄>과 <노매드랜드>, <007 : 노타임 투 다이>에서 본 사람들인데 그냥 어딘가에서 데리고 온 다큐멘터리 같다. 난 영화언어에 놀랐다.
6.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네. 있다. 이거 이 부분 모르고 가면 보는데 지장 있을 수도 있다. 대사량이 엄청 많다. 그래서 난 극장보다 디즈니+로 보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
7. 어떤 사람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나요?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들 있지 않나? 소소하게 귀여운거 좋아하는 사람. 지치는 경쟁에서 벗어나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받고 싶은 사람들은 이 영화가 좋을 것이다. 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위시한 웨스 앤더슨의 팬이라면 무. 조. 건. 필견이다. 나는 이 작품이 이 감독의 최고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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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 특선 영화 총정리!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내일부터 연휴가 시작되죠!
계묘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고,
올해는 모두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를 바라며!
설날을 맞이하여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특선 영화를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월 20일(금) - 1월 21일(토)
▶ 22:30 tvN <앵커>
ⓒ 네이버 영화
유명 TV 앵커에게 걸려 온 섬뜩한 제보 전화. 제보 내용을 조사하던 그녀는 끔찍한 범죄 현장을
마주하고, 그 후 불길한 환영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 23:20 tvN <강릉>
ⓒ 네이버 영화
강릉 최대 조직의 ‘길석’. 평화와 의리를 중요시하며 질서 있게 살아가던 그의 앞에
강릉 최대 리조트 소유권을 노린 남자 ‘민석’이 나타난다.
첫 만남부터 서늘한 분위기가 감도는 둘, ‘민석’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두 조직 사이에는 겉잡을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되는데..
▶ 23:30 KBS2 <양자물리학>
ⓒ 네이버 영화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라는 양자물리학적 신념을 가진 유흥계의 화타 찬우. 어느 날 찬우는
연예계, 검찰, 정치계까지 연루된 거대한 마약 파티 사건을 눈치채게 되고 거대한 권력에 맞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 00:45 EBS1 <티파니에서 아침을>
ⓒ 네이버 영화
신분 상승을 꿈꾸며 티파니 보석상을 활보하는 여인 홀리. 같은 아파트에 사는 가난한 작가 폴은
우아하고 귀여운 홀리에게 매료당하고,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진다.
▶ 21:00 MBN <아이스 로드>
ⓒ 네이버 영화
제한 시간 30시간 안에 다이아몬드 광산에 갇힌 26명의 광부들을 구출하기 위해 해빙 직전의
위험천만한 ‘아이스 로드’를 횡단해야 하는 전문 트러커 ‘마이크’와 구조팀의 불가능한 미션을
그린 재난 액션 블록버스터다.
▶ 21:40 EBS1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
ⓒ 네이버 영화
범법자의 신분으로 경찰에게 쫓기는 도미닉(빈 디젤)은 사랑하는 여인 레티의 갑작스런 죽음을
접하고 복수를 위해 LA로 돌아온다. 한편 LA 최대 갱단의 두목을 쫓고 있던 브라이언은 범죄의
중심에 자신의 친구이기도 했던 레티의 죽음이 연관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위장 잠입한 갱단
소굴에서 서로 만나게 된 도미닉과 브라이언. 서로 쫓고 쫓기는 경찰과 도망자의 관계이지만,
서로의 우정과 믿음에 이끌린 두 사람은, 여인과 친구의 복수를 위해 잠시 손을 잡기로 한다.
하지만, 적의 실체에 점점 다가갈수록 목숨을 건 위험한 액션은 점점 극으로 치닫는데…
▶ 23:10 SBS <범죄도시>
ⓒ 네이버 영화
대한민국을 뒤흔든 ‘장첸’ 일당을 잡기 위해 오직 주먹 한방으로 도시의 평화를 유지해 온 괴물
형사 ‘마석도’와 인간미 넘치는 든든한 리더 ‘전일만’ 반장이 이끄는 강력반은 나쁜 놈들을 한방에 쓸어버릴 끝짱나는. 작전을 세우는데…
▶ 23:30 KBS1 <도굴>
ⓒ 네이버 영화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가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 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며 짜릿한 판을 벌이는 범죄오락물이다.
1월 22일(일)
▶ 13:20 EBS1 <에린 브로코비치>
ⓒ 네이버 영화
무직의 싱글맘 에린은 변호사 에드의 보조로 취직한다. 어느 날, 캘리포니아의 발전소가 도시의
식수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맨손으로 그들과의 전면전을 펼친다.
▶ 22:40 EBS1 <관상>
ⓒ 네이버 영화
칩거하던 천재 관상가 내경은 연홍의 제안으로 한양을 향한다. 소문이 자자해진 그는 궁 생활을
시작하고, 수양대군이 역모를 꾸미고 있음을 알게 된다.
▶ 22:40 tvN <외계+인 1부>
ⓒ 네이버 영화
인간의 몸에 가둬진 외계인 죄수의 탈옥을 막기 위해 631년 전으로 가게 된 '가드'와 '이안'이
얼치기 도사 '무륵', 그리고 신선들과 함께 외계인에 맞서 모든 것의 열쇠인 신검을 차지하려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 23:05 SBS <킹메이커>
ⓒ 네이버 영화
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네 번 낙선한 정치인 ‘김운범’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드라마를 그린 작품이다.
▶ 23:10 KBS2 <뜨거운 피>
ⓒ 네이버 영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 영화이다.
1월 23일(월)
▶ 18:30 tvN <카시오페아>
ⓒ 네이버 영화
이혼 후 변호사, 엄마로 완벽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수진은 하나뿐인 딸 지나의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정신없이 바쁜 수진을 위해 아빠 인우가 손녀를 돌보게 되면서 세 사람은
함께 살게 된다. 얼마 후 수진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에서 알츠하이머라는 뜻밖의 결과를
듣게 된다. 사랑하는 딸을 잊을까 봐 두려워하는 수진을 위해 아빠 인우는 수진의 곁을 지키고,
기억을 잊어도 살아갈 수 있도록 이들 부녀만의 애틋한 동행이 시작된다.
▶ 21:00 KBS2 <동감>
ⓒ 네이버 영화
1999년의 ‘용’과 2022년의 ‘무늬’가 우연히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 로맨스이다.
▶ 21:00 SBS <육사오(6/45)>
ⓒ 네이버 영화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버린 57억 1등 당첨 로또를 둘러싼 남북 군인들간의 코믹
접선극.
▶ 23:20 MBC <특송>
ⓒ 네이버 영화
예상치 못한 배송사고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 어쩌다 맡게 된 반송 불가 수하물에 출처를 알 수 없는 300억까지! 경찰과 국정원의 타겟이 되어, 도심
한복판 모든 것을 건 추격전을 벌이게 되는데…
1월 24일(화)
▶ 10:00 SBS <장르만 로맨스>
ⓒ 네이버 영화
쿨내진동 이혼부부, 일촉즉발 비밀커플, 주객전도 스승제자,알쏭달쏭 이웃사촌.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이들의 사생활이 밝혀진다!
▶ 20:00 MBC <인생은 아름다워>
ⓒ 네이버 영화
자신의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아내 ‘세연’과 마지못해 그녀와
함께 전국 곳곳을 누비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 남편 ‘진봉’이 흥겨운 리듬과 멜로디로
우리의 인생을 노래하는 국내 최초의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 20:20 SBS <범죄도시2>
ⓒ 네이버 영화
가리봉동 소탕작전 후 4년 뒤, 금천서 강력반은 베트남으로 도주한 용의자를 인도받아 오라는
미션을 받는다. 괴물형사 ‘마석도’와 ‘전일만’ 반장은 현지 용의자에게서 수상함을 느끼고, 그의
뒤에 무자비한 악행을 벌이는 ‘강해상’이 있음을 알게 된다. ‘마석도’와 금천서 강력반은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역대급 범죄를 저지르는 ‘강해상’을 본격적으로 쫓기 시작하는데...
▶ 21:50 KBS2 <발신제한>
ⓒ 네이버 영화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는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출발한 평범한 출근길에 한 통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는다. 전화기 너머 의문의 목소리는 차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고, 자리에서
일어날 경우 폭탄이 터진다고 경고하는데…
▶ 22:30 KBS1 <세자매>
ⓒ 네이버 영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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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 얘기 <D.P>는 왜 재밌는가
군대 얘기가 재미 없는 게 아니라
흔히들 생각한다. 여자들은 남자 군대 이야기를 안 좋아한다고.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 군대에서 마티즈만 한 멧돼지를 본 얘기, 군대에서 자면서 야간행군을 한 얘기 등등. 하지만 군대의 '군'자만 들어가면 여자들이 미간을 찌푸린다는 건 어쩌면 옛날 얘기일지도 모른다.
최근 군대 이야기를 다루며 넷플릭스에서 입소문을 탄 웹 드라마 <D.P.>가 장안의 화제다. D.P. 란, Deserter(탈영병) Pursuit(뒤쫓음)의 약자로, 즉 군대 내 탈영병들을 쫓는 '군무 이탈 체포조'를 일컫는다. 군대에서 일어나 군대에서 마무리되는 이 뼛속까지 군대 얘기인 드라마를 이토록 열광하며 보는 게 남자들 뿐일까? 여자인 나도 3일 만에 이 드라마를 정주행 했으니 그런 것 같진 않다. 군대 경험과 지식이 전무한 여자들에게도 이 드라마는 미치게 재밌었다는 얘기다.
드라마는 안준호(정해인)가 육군 헌병대 D.P. 에 차출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낱개의 이야기처럼 다루되 하나로 서사로 연결하는 꼼꼼한 짜임새를 담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짜임이 좋은 이야기였다면 이 드라마는 이렇게 지금의 '난리'를 겪지 않았을 것이다. 짜임새보다 이 드라마가 더 대단한 건 바로 군대에 대한 화자의 시선 때문이다.
병역의 의무를 지녔고 신체 건강한 남성이라면 누구나 다녀오는 곳으로 여겨지는 군대. 하지만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채 하나의 다른 세계처럼 여겨지는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외부인들은 잘 알지 못한다. 드라마는 그런 시청자들을 끌고 군대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문제가 존재하고 그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당연시되고 있는지를 까발리고, 이해시키고, 설득한다. 단순히 군대에 적응하지 못한 사회부적응자쯤으로 여겨지던 탈영병들도, 이 드라마에 의하면 피해자에 가깝다. '얼마나 덜떨어지면 탈영하냐'가 아니라, '왜 탈영했는가'의 시선으로 그들을 쫓기 때문이다. 그렇게 드라마는 탈영병들이 겪은 군대 내 폭력과 부조리들을 하나하나 짚어내고, 이에 시청자들은 군대라는 조직이 아닌 군 병역자, 즉 '사람'을 들여다보게 된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주인공인 줄 알았던 준호(정해인)와 호열(구교환)은 서서히 제삼자가 되고, 탈영병들이 극의 주인공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D.P. 가 성공적으로 탈영병을 잡는 이야기인가? 싶었다가, 정신 차려보면 탈영병의 안타까운 삶에 마음 아파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니까. 준호(정해인)에게 유달리 친절한 선임으로 등장한 석봉(조현철)이, 에피소드 5-6화에서 극을 끌고 가는 주인공으로 바뀌었을 때에는 안타까움에 애가 탈 정도였다. 결국 이 드라마는 '잡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잡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던 것. 그들이 왜 근무지를 이탈했고, 왜 조금만 견디면 끝나는 세상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선택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그 이해를 돕기 위해 철저히 제삼자의 시선으로 시작해 탈영병의 시선으로 끝나는 드라마가 바로 <D.P>였던 셈이다.
단연 정주행을 마쳤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이 시발노무 군대'였다. 상명하복이라는 미명 하에 선임이 후임을 구타하고 괴롭히고 인격적인 모독을 가해도 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이 대한민국 군대의 부패한 성질에 심장이 터질 것처럼 화가 났다.
외부와 단절된 곳에서 그들이 어떤 세상을 구축하고 유지하는지는, 누군가 고발하지 않으면 알 수없다. 사회에서는 마냥 순했던 석봉(조현철)이 선임의 오랜 괴롭힘으로 군을 이탈한 위험한 인물이 되기까지, 정말 그 체계에 적응하지 못한 석봉의 잘못만이 있을까? 드라마를 정주행 한 자라면, 아마도 모두가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석봉을 괴롭힌 개차반 선임들, 그리고 더 오래전 그들을 괴롭혔을 과거의 선임들, 수많은 방관자들, 그리고 여긴 원래 그런 곳이라는 오랜 문화. 그것들이 결국엔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지점이라는 걸 모두가 공감했을 것이다.
오랜 시간 견고히 다져진 세계를 무너뜨리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고인 물은 썩으므로, 언젠가는 물을 순환하기 위해 댐을 무너뜨려야만 한다. 끊임없이 누군가가 탈영을 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이제는 정말이지 돌아볼 때가 아닐는지. 상명하복이라는 이름 아래 짓밟히고 있는 인권에 대해서. 진정한 수직체계와 선임이 후임을 개처럼 여겨도 되는 것이 동일시되는 한 세상에 대해서 말이다.
<D.P.>가 휩쓸고 간 난리통에는 그리하여 사회적 숙제가 남았다. 총기난사와 자살, 탈영, 구타, 괴롭힘이라는 불명예를 끌어안은 군대가 이제는 정말 바뀌어나가기를, <D.P.>의 열혈 시청자로서 바라보는 바다.
정해인의 재발견
앗. 그리고 배우 정해인에 대해서도 짧게 이야기하고 싶다.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로 인기남에 등극해, 진득한 연기보다는 광고를 많이 찍는 스타의 전철을 밟는 듯했던 그가, 이 드라마를 선택했다는 것에 두 번 세 번 놀랐다. 그리고 다시 보였다. 배우 정해인이 추구하는 노선이 어떤 것인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얼굴만 말간 한 배우가 아니라, 빡빡머리로 흙바닥을 뒹굴며 연기하는 배우임을 보여준 그에게 정말이지 감동받았다. 무엇보다 그는 연기를 참 잘했다. 어린 나이에 그림자가 가득한 안준호를 연기한 정해인은,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의 그저 훈훈했던 연하남과는 정말 전혀 다른 인물이었으니까. <D.P.>는, 내게 정해인을 다시 보게 해 준 작품이기도 했다. 그가 오래오래 다양하고 좋은 연기를 보여주면 좋겠다.
오랜만에 정말 여러모로 훌륭한 드라마를 만나 반가웠다. 여자들은 더 이상 군대 얘기를 싫어하지 않는다. 적어도 <D.P.>를 본 여자들이라면.
wood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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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runch.co.kr/@deum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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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신과 죄책감을 거쳐… 마침내 ‘탄생’
7★/10★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세이레’는 아이가 태어난 후 21일의 기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레(일곱 날)’가 세 번 이어진다는 의미다. 이 기간에는 아이가 부정不淨 탈 만한 것은 뭐든 거리 둬야 한다는 미신이 있다고 한다. 아이가 새로운 세상으로 무사히 진입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영화 〈세이레〉는 세이레 기간에 한 가족이 겪는 미스터리한 일을 담은 스릴러 영화다. 줄거리는 이렇다. 미신에 민감한 아내는 아이의 세이레가 지날 때까지 남편 우진에게 각별한 몸조심을 당부한다. 그런데 남편이 어쩔 수 없이 장례식장에 가야 할 일이 생긴다. 결혼 전 몇 년간 사귄 전 애인 세영의 부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우진은 아내에게 누구의 장례식인지를 숨기고 가까스로 장례식 참석을 허락받는다.
그런데 우진이 장례식장을 다녀온 이후 갑자기 아이가 아프기 시작한다. 이에 아내는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며 우진이 부정을 털어낼 수 있는 몇 가지 일을 제안한다. 가게에서, 사람에게서 물건을 훔치면 다른 사람에게 부정이 옮겨간다는 것. 우진은 미신에 집착하는 아내가 못마땅하지만 아이의 건강과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이를 따른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된다. 우진은 얼결에 옆집에 사는 임신한 처형에게서 물건을 훔치는데, 그 이후 처형이 유산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우진은 이제 더는 아내의 말을 귀찮은 말 정도로 취급할 수 없다. 우진은 결심한다. 죽은 전 애인 세영의 장례식 발인에 참석해 모든 걸 원래대로 되돌려야겠다고 말이다.
사실 세영은 우진의 아이를 임신한 후 유산한 적이 있다. 아이를 원치 않았던 우진은 겉으로는 세영을 위로했지만 속으로는 안도하는 듯한 기색을 보인다. 아이를 잃은 슬픔에 한껏 예민해진 감각으로, 세영은 우진의 위로가 거짓임을 간파하고 깊은 우울에 빠진다. 그러고는 결국 우진과 헤어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에 이른다.
세영과 결별한 후 가벼운 죄책감 혹은 말할 수 없는 홀가분함 정도의 감정만 갖고 있던 우진은 장례식 참석 후 심각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자, 그제야 과거의 사건을 본격적으로 마주한다. 그리고 영화는 우진이 끝내 죄책감을 뒤로 하고 아이가 무사히 세이레를 통과할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여기서 발생하는 긴장을 굉장히 밀도 높게 담아낸다. 이 과정에서 미신은 죄책감, 윤리와 더해져 ‘근거 없는 믿음’ 그 이상으로 의미가 격상하고 축복받아 마땅한 생명이 사실은 다른 누군가의 생명에 빚진 상태일 수 있음이 드러난다. 그 모든 것이 끝난 후 평온히 잠자는 아이를 보며 오열하는 우진의 얼굴에는 그 모든 복잡다단함이 담겼다. 〈세이레〉는 배우들의 열연과 익숙한 소재인 미신을 스릴러와 연결하는 탄탄한 각본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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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우리가 대화를 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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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개봉 소식을 듣고 보러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나지 않아 보지 못했던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다시 만나 반가웠고, 고양이들이 얼마나 귀엽게 나올지 기대됐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이 작품으로 비주얼리터러시 수업을 진행한다고 해서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는지 궁금했었는데, 고양이에 대한 아이들의 귀여운 그림과 발표를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 시놉시스
서울 동쪽 끝, 거대한 아파트 단지. 그곳은 오래도록 고양이들과 사람들이 함께 마음껏 뛰놀고 사랑과 기쁨을 주었던 모두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재건축을 앞두고 곧 철거될 이곳을 떠나려 하지 않는 고양이들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어보고 싶어요. 여기 계속 살고 싶냐고" 고양이들과 사람들의 행복한 작별을 위한 아름다운 분투가 시작된다.
* 해당 내용은 서울국제영화제 공식홈페이지 소개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이처럼 따뜻한 아파트가 있을까?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고양이 개체수가 250마리나 된다는 소리를 듣고 적잖이 충격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아파트 단지 250마리나 길고양이 있을 수 있는 것일까? 그만큼 고양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아파트 주민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실 지나가다보면 고양이 밥주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보란듯이 써있는 경우도 많아서 도대체 저 아파트 단지의 사람들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모여있었던 것일까 싶을 정도였다.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길생활을 해서 그런지 대부분의 아이들이 집고양이처럼 깨끗했고, 사람을 무서워한다기보다는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어서 이곳이야 말로 고양이들의 유토피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봤던 것 같다. 길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들을 더럽다고 인식하거나 방해하는 존재로 인식하지 않고 함께 이 공간을 사용하고 살아가는 존재로 단지 내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고양이를 봐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작품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찍었을까?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를 보면서 계속해서 물음표가 가득했던 것 같다. 이 정도면 거의 동물의 왕국 수준으로 고양이를 쫒아다니면서 촬영을 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양이들을 너무나도 귀엽고 예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고양이들이 있는 지하실이나 폐허가 된 아파트들 사이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고양이, 나무 위에 올라가 꽃처럼 앉아 있는 고양이, 가게 앞을 문지기처럼 지키고 있는 고양이까지. 굉장히 다양한 고양이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고양이 생태 다큐멘터리처럼 촬영되어 있어서 신기했던 작품이었다.
그만큼 이 고양이들이 카메라를 무서워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긴 시간 동안 정서적 유대관계를 쌓아왔다는 노력이 드러나는 장면들이 계속해서 이어져서 감독의 노력이 영화 곳곳에 묻어나서 보는 내내 감탄을 했던 것 같다. 다큐멘터리지만 고양이 화보집이 아닌가 싶을 만큼 아파트 단지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을 아름답게 포착하고 있어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눈호강하며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고양이와 말이 통했다면
어쩌면 유토피아와도 같은 고양이들의 아파트에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 바로 그들이 터전으로 잡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것이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기에 그 영역을 바꾸는 것도 힘들고, 그렇다고 해서 공사에 들어가고 건물이 무너지는데 고양이들을 그곳에서 살게끔 할 수 없기에 사람들은 대책을 세우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고양이 대이주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는데 사람의 손을 많이 탄 고양이들은 입양을 결정하고, 그 외의 고양이들은 조금 더 생활반경을 넓혀 옆에 있는 동산이나 다른 아파트단지로 이주할 수 있게끔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그래서 도대체 저 많은 고양이들을 어떻게 이주를 시킬 것인지 궁금했다. 250마리를 한데 모아두고 통째로 이삿짐 이동하듯이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영역동물을 특성을 이용해서 사람들은 기존에 밥을 주던 자리를 조금씩 조금씩 땡겨와 고양이들의 영역을 조금씩 바꿔주고, 고양이들이 천천히 이동하는 영역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었다. 이 얼마나 인내심 가득한 프로젝트인가?
이 과정에서도 다른 아파트로 이주한 고양이들이 자꾸 철거를 앞둔 아파트단지로 돌아가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 고양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감정이 들기도 했다. 사람이라면 이곳은 이제 공사가 들어갈 것이라 더이상 살 수 없는 곳이라고 설명하고 이해를 시키면 되지만 고양이들에게는 이를 설명할 방법이 없기에 이 아이들을 이해시키고 위험한 공사현장으로 돌아가지 않게끔 만들 방법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고, 이 아이들과 정말 소통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던 작품이었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에 대해서 잘 풀어낸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이 고양이들이 그곳에서도 행복하게 잘 살아가길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 마음에 퍼지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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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낙인의 틈새를 파고드는 한 노인의 묵직한 진심
아침바다 갈매기는/The Land of Morning Calm
뉴 커런츠
Korea/2024/114min/
*시놉시스
어느 밤 젊은 선원이 사라진다. 늙은 선장은 선원이 바다에 빠졌다고 신고한다. 마을은 발칵 뒤집힌다. 선원의 어머니는 아들을 기다리며 매일같이 부둣가를 지킨다. 이내, 선원의 베트남인 아내에게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평생을 고집불통으로 살아온 늙은 선장이 이 모든 사태의 중심에 있다.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입니다.
박이웅 감독의 전작 〈불도저에 탄 소녀〉에서 김혜윤 배우(혜영)가 연기한 강렬한 캐릭터가 극을 추동했듯이, 두 번째 장편 〈아침바다 갈매기는〉도 윤주상 배우(영국)가 엄청난 묵직함으로 극을 견인한다. 두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건 각기 다른 감정이다. 혜영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하층민 소녀의 강렬한 분노에 휩싸여 있고, 영국은 헤아릴 수 없는 책임감으로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를 돌파한다. 두 사람은 깊디깊은 감정으로 무언가를 지키고 싶다.
조그만 어촌 마을에 실종 사건이 발생한다. 영국의 배에서 일하던 젊은 어부(박종환 배우)가 바다에 빠져 실종된 것이다. 하지만 거짓말이다. 남자는 바다에 빠진 게 아니라 보험 사기를 계획했다. 자신의 사망 보험금으로 베트남인 아내(카작 배우)와 어머니(양희경 배우)에게 보탬이 되고자 영국을 이 일에 끌어들인 것이다. 영국은 젊은 남자의 가족과 한 가족처럼 지내온 사이다. 늘 썩은 동태 눈깔처럼 의욕 없이 흐리멍덩하던 남자가 보험 사기를 계획할 때 눈이 반짝이는 걸 본 영국은 그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 영국은 남자의 어머니와 아내에게까지 이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완벽한 일처리를 위해서다.
그러나 영국의 마음은 편치 않다. 동료 어부들, 해경이 차례로 수색을 멈추는 상황에서도 남자의 어머니는 바닷가에 의자를 놓고 우두커니 앉아 돌아오지 않는/돌아올 수 없는 아들을 기다린다. 베트남인 아내도 보험금이 얼마인지, 본국으로 돌아갈 것인지, ‘죽은’ 남편 대신 자신과 결혼할 생각은 없는지 등등 마을 사람들의 못된 관심을 마주한다. 그녀의 법적 지위에만 관심을 두고 그 외의 모든 맥락을 소거한 행정 관료들의 태도도 그녀의 어려움을 배가한다. 아들/남편이 죽은 줄로만 알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두 사람 앞에서 영국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그리고 마침내 결론을 내린다. 영국은 남자의 아내에게 보험금을 갖고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사라진 남자의 가족이 겪는 참혹한 현실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하며, 한국이 그녀가 살 만한 곳이 아니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결혼한 지 2년 만에 남편은 죽고 국제결혼한 여자는 본국으로 보험금을 갖고 떠난다’는 통속적이며 저열한, 편견에 가득 찬 악의적으로 뻔한 이야기가 가진 힘에 비밀을 숨겨 남겨진 사람들의 새 출발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마을 주민의 말마따나, 평온한 일상 이면에 피폐한 생활로 인한 갈등과 반목 그리고 오래된 폭력이 꽉 달라붙어 도사리고 있는 이 마을은 이미 ‘끝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국은 과거 가족을 잃은 아픔을 통해 옆을 돌아보고, 그들에게 새 삶을 ‘시작할’ 힘을 준다. ‘야반도주’한 베트남인 아내를 두고 혀를 차는 마을 사람들을 뒤로하고 홀로 바다로 향하는 영국의 뒷모습에는 ‘끝’에서 ‘시작’을 길어낸 어느 노인의 뚝심이 놀라운 광채로 빛나고 있다.
박이웅 감독은 전혀 다른 질감의 두 이야기에서 모두 취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관계망을 조명한다. 그리고 그들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힘이 없는 인물에게 그 관계망을 지켜내라는 임무를 준다. 그들이 가진 무기는 관계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에서 비롯한 감정뿐이다. 그리고 감정은 특별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 모두가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일상적 관계망이 소리소문없이 절벽으로 내몰리는 현실에서, 수동적으로 구원을 기다리는 대신 적극적으로 ‘함께 살길’을 모색하는 박이웅 영화의 주인공들은 형형한 존재감을 뽐내며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스며든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힘과 의지를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환기한다. 이것이 박이웅 영화가 가진 미덕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 초청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 상영시간
10-06/09:00/영화의전당 소극장
10-07/10:30/CGV센텀시티 1관
10-08/15:30/CGV센텀시티 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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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은 약사에게, 멀티버스는 '스파이디'에게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파이더 우먼이라는 사실을 감추고 살면서 가족도, 친구도 잃은 '그웬 스테이시'(헤일리 스타인펠드). 그녀는 다른 평행세계의 스파이더맨이자 유일한 친구인 ‘마일스 모랄레스’(셔메이크 무어)를 그리워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우주에서 넘어온 빌런과 싸우던 그웬. 그녀는 또 다른 스파이더맨 '미겔'(오스카 아이작)과 '제시카(이사 레이)'를 만나고, 그들에게 합류해 우주를 넘나드는 빌런과 싸우기로 결심한다.
마찬가지로 그웬을 그리워하며 하루를 보내던 마일스. 그의 앞에는 자기도 의도치 않게 만들어 낸 빌런 '스팟'(제이슨 슈워츠먼)이 등장한다. 스팟 덕분에 마일스는 그웬과도 재회한다. 그웬 역시 스팟을 감시하러 왔기 때문.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그들은 스팟을 쫓아 다른 우주로 이동하고, 수많은 스파이더맨을 만나면서 예상치 못한 우주의 균열을 마주한다.
스파이더맨의 멀티버스는 다르다
또 한 번 멀티버스다. DCEU의 마지막 작품인 <플래시>가 개봉한 지 일주일 만에 멀티버스 히어로가 또 등장했다. 2018년에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영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속편인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이하 <스파이더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플래시>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멀티버스는 이미 관심을 끌기 어려운 소재가 됐다. 평행 우주든, 다중 우주든, 평행 다중 우주든 상관없다.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과거나 현재를 바꾸려다가 다른 우주의 '나'를 만난다. 그 만남을 통해 현실의 '나'는 현재의 중요성을 배우고, 한층 성장한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기대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스파이더맨'이니까. 수많은 우주의 스파이더맨이 한 데 만나는 사건인 '스파이더버스(Spider-verse)'는 멀티버스의 상징과도 같으니까. 전편인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와 실사 영화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멀티버스를 능숙하게 다룬 전력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스파이더맨>은 기대에 완벽히 부응한다. 북미에서 개봉 9일 만에 2억 달러를 돌파하는 흥행을 기록한 이유를 제대로 보여준다. 멀티버스를 소재로 삼은 최근 히어로 영화 중 가장 뻔뻔하고, 감각적이며, 통쾌한 데다가 감동적이다. 마치 멀티버스를 다룰 줄 아는 셰프는 '스파이디' 밖에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멀티버스라는 공식을 깨부수다
멀티버스 영화는 대체로 비슷한 공식을 따른다. MCU의 피터 파커도, 닥터 스트레인지도, 완다 막시모프도, 가장 최근에 공개된 플래시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주인공은 과거나 현재의 특정 사건을 바꾸려는 욕망이 가득하다. 하지만 멀티버스를 경험하면서 한 가지 가르침을 깨닫는다. 인생에는 필연적인 지점이 있으며, 그 사건이 현재의 나와 우주를 만들었다는 것. 운명에 순응하고 현실을 열심히 살아가는 게 최선이라는 것.
얼핏 보면 <스파이더맨>도 다르지 않다. 다른 차원의 스파이더맨인 미겔 오하라의 존재가 대표적이다. 그는 '스파이더맨 소사이어티'라는 팀을 결성해 차원을 넘나드는 빌런을 체포한다. 그들이 우주의 균형을 무너뜨리기 전에. 특히 그는 '공식설정 사건(Canon event)'을 수호하려 애쓴다. 모든 스파이더맨은 삼촌처럼 정신적 지주가 될 수 있는 가족, 그리고 가장 가까운 경찰서장을 잃어야만 한다. 그의 신념은 확고하다. 미겔 본인이 공식설정 사건을 바꾸려다가 가족을 모두 잃는 가슴 아픈 경험을 했으므로.
그래서 그는 마일스를 질책하고, 통제하려 든다. 전편에서 마일스가 차원 이동기를 파괴했고, 그 과정에서 차원을 넘나들며 우주의 균형을 위협하는 빌런 스팟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마일스가 '스파이더 인디아'(카린 소니)의 우주에서 싱 경감을 구한 것도 문제다. 스파이더맨과 가장 친한 경찰서장이 죽어야 하는 공식설정이 깨졌으므로.
공식대로라면 마일스는 이쯤에서 변해야 한다. 자기 행동이 미성숙하다고 반성해야 한다. 가족이나 친구를 살릴 수 없더라도 우주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가슴이 아프더라도 정해진 운명을 수용해야 한다. 그런데 <스파이더맨>은 공식을 거부하고, 과감하게 반기를 든다. 마일스는 미겔에게 말한다. 정해진 운명 따위는 없고, 무슨 일이든 처음은 있다고.
무슨 일이든 처음 있다
<스파이더맨>은 마일스의 선택에 힘을 싣는 반전도 선사한다. 미겔은 고집불통인 마일스에게 숨기고 있던 진실을 알려준다. 전편에서 방사능 거미에 물려 스파이더맨이 된 마일스. 알고 보니 그 거미는 지구-42라는 다른 우주에서 넘어온 것으로 밝혀진다. 즉, 본래 마일스는 스파이더맨이 될 운명이 아니었다. 그는 존재부터가 우주를 파괴할 수도 있는 원인인 셈이다.
이에 마일스는 미겔과는 반대로 행동한다. 애초에 스파이더맨이 될 운명이 아니었던 자기가 스파이더맨이 됐다면, 공식설정을 따라야 할 이유도 없다면서. 그래서 그는 이틀 뒤면 경찰서장으로 진급해 죽을 운명인 아버지를 구하러 간다.
"내 이야기는 내가 쓸 거야!"라는 마일스의 결심은 <스파이더맨>을 독보적인 영화로 거듭나게 하는 1등 공신이다. 앞서 봤듯이 멀티버스 영화에는 어느 정도 고정된 틀과 스토리가 있다. 그런데 이를 전면에서 부정한 결과 강렬하면서도 색다른 쾌감에 빠져들 수 있다. 모두가 운명 앞에서 겸손해지고 무거워지는 가운데 유일하게 반기를 드는 영화니까.
마일스의 결단은 멀티버스를 통해 더욱 확장된다. 그웬은 공식설정을 따르지 않을 이유를 찾아낸다. 경찰서장인 아버지가 경찰을 그만뒀는데도 공식설정이 어긋나지 않은 것을 확인한 그웬. 그녀는 전편에서 한 팀이었던 스파이더맨들을 모아 마일즈를 돕기로 결심한다. 새롭게 등장한 스파이더펑크, '호비'(대니얼 칼루야)도 인상적이다. 그는 마일스와 그웬을 알게 모르게 도와주며 펑크록에 심취한 아나키스트 스파이더맨다운 활약상을 보여준다.
이에 더해 마일스의 정체를 한 번 더 비틀어서 충격을 선사하는 결말도 인상적이다. <스파이더맨>은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을 연상시키는 클리프 행어로 마무리된다. 그 덕분에 3편인 <스파이더맨: 비욘드 더 유니버스>에 대한 기대치는 한껏 커진다. 결말만 놓고 보면 2023년 영화 중 최고나 다름없다.
또 한 명의 주인공, 스파이더 그웬
숙명을 거부한 마일스의 선택은 그웬의 이야기를 만나 더 풍부해진다. 그들은 고집 센 부모님과 부딪힌다. 스파이더맨이 청소년 히어로의 대표주자라는 걸 고려하면 일종의 세대 갈등처럼 보인다. 마일스의 부모님은 그가 평범하고 안정적으로 살기를 바란다. 경찰서장인 조지 스테이시는 스파이더 우먼이 딸의 절친을 죽였다고 믿는다.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딸의 말은 무시한다. 그웬의 정체를 알게 되자 딸을 체포하려 들 정도다.
하지만 마일스와 그웬은 요즘 애들답다. 자신감과 쿨함으로 무장해 자기 꿈을 실현한다. 기존의 관습이나 고정관념을 벗어나 역동적인 삶을 그려 나간다. 차원 이동을 연구하는 물리학자가 되고 싶은 마일스. 자기 밴드를 만들고 싶어 하는 드러머 그웬. 그들은 스파이더맨답게 꿈을 이룬다. 마일스는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 스파이더 인디아를 돕는다. 그웬도 마일스를 비롯한 다른 차원의 옛 동료들과 재회해 자기만의 밴드를 꾸린다.
두 거미 인간의 패기는 감동도 안겨준다. 그들이 아버지의 고집을 꺾을 때, 결국 자식을 이기지 못하는 부모의 사랑이 가득 느껴진다. 끝까지 자기 정체를 숨기던 마일스. 그런 아들에게 엄마는 언제나 아들 편이라고 말해준다. 더 넓은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격려한다. 조지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집에 온 그웬과 화해한다. 아빠는 경찰을 그만뒀고, 딸의 선택을 전적으로 믿는다고.
이처럼 다른 듯 보이지만 맥락과 함의는 같은 그웬의 이야기 덕분에 마일스의 이야기는 더욱 진해진다. 그들의 유대감이 로맨스 코드로 자연히 이어지는 재미도 있다. 또 투톱 주인공 수준으로 늘어난 그웬의 분량이나 비중도 자연히 납득된다.
주제에 충실한 볼거리와 스타일
전편보다 발전한 볼거리와 스타일도 <스파이더맨>만의 개성을 한 층 끌어올려 준다. 전편의 가장 큰 특징은 새로운 기법이었다. 픽사와 디즈니 스타일의 3D 애니메이션 트렌드를 거부하고, CG와 2D 애니메이션을 합성한 기법을 선보였다. 그라피티 스타일의 그림을 조합하고 프레임도 낮게 잡으면서 스크린으로 만화책을 보는 듯한 착각도 불러일으켰다.
이번에도 과감함은 이어진다. 스타일은 유지하되, 한 가지 변화를 꾀했다. 색채다. 역동적이고 화려한 그림체에 다양한 색감을 더해서 이야기의 분위기를 시각적으로도 환기했다. 그웬과 아버지의 대화 장면이 대표적이다. 부녀 관계가 경색되어 있을 때는 화면이 전반적으로 푸른빛이다. 하지만 부녀가 포옹을 하거나, 둘의 관계가 회복되는 순간 영화는 분홍이나 노란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스크린 전체를 환하게 만든다.
이에 더해 스파이더버스의 스케일을 키웠다. 덕분에 영화 곳곳에 팬서비스가 빼곡하다. 게임 시리즈 속 스파이더맨, 레고 스파이더맨 등 온갖 스파이더맨이 등장한다. 스파이더맨 실사 영화 시리즈도 스파이더버스에 포함됐다. 일례로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중 몇몇 장면이 영화에 직접 등장한다. MCU와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도 합류한다. 미겔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속 사건을 언급하고, <베놈> 속 조연인 첸 부인도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음악도 계승했다. 'Sunflower'나 'What's up danger' 같은 블랙 뮤직을 이번에도 적극 활용했다. 특히 메트로 부민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해서 OST 간의 통일성이 높아졌다. 대니얼 펨버턴이 1편에 이어 참여한 스코어도 인상적이다. 드럼이 인상적인 그웬의 테마를 적극 활용해 영화에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한계
다만 애니메이션이라서 남는 아쉬움도 있다. 길다. 러닝타임이 140분이다. 전편에 비해 23분가량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특히 그웬과 마일스의 가족 이야기가 중심인 초중반부가 상대적으로 지루하다. 후반부에 몰아치는 액션과 허를 찌르는 전개로 만회하려 하나, 길다는 인상 자체를 지울 수는 없다. 일반적인 애니메이션 영화 러닝타임도 훌쩍 뛰어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화려한 그림체도 종종 어지럽게 보인다. 특히 액션씬은 호불호가 갈릴 만한 여지가 있다. 프레임이 자주 끊기고 스파이더맨들의 그림체가 제각기 다르다 보니 정리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다. 이에 더해 1편의 임팩트를 넘어서는 OST가 없어서 약간의 아쉬움도 남는다.
마지막으로 수많은 스파이더맨이 소모된다. 잠시 엑스트라로 스쳐 지나가다 보니 스파이더맨 하나하나의 임팩트는 크지 않다. 미겔과 제시카 드루 정도가 예외일 뿐이다. 모든 스파이더맨이 특유의 매력을 발산한 전편에 비하면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아니다. 호불호와 취향의 영역이라서 영화의 완성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독보적인 성취는 모든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는다. 과감한 스토리텔링, 신선한 스타일, 팬 서비스와 세계관 연계까지. 이보다 완벽한 중간 다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1편인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놀라운 기록을 써 내려갔다. 2019년 골든글로브 최우수 애니메이션상,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석권했다. 평가에 비해 흥행이 조금 아쉬웠다. 국내에서는 관객 70만 명을 겨우 넘겼다. 그래도 북미 약 1억 9,000만 달러, 월드와이드 약 3억 8,400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했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흥행 성적은 이미 전편을 뛰어넘었다. 벌써 북미 2억 달러, 월드와이드 4억 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니 궁금하다. 과연 국내에서는 어디까지 질주할 수 있을지, 시상식 시즌에는 또 어떤 뉴스를 들려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Outstanding 출중함
정점에 다다른 스파이더버스의 황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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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영상은 산돌구름에서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
2020. 04. 09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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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는 게 전부가 아니다. 콜린 캐퍼닉과 에이바 듀버네이 제작의 《콜린: 흑과 백의 인생》은 단지 공으로 하는 운동이 좋았을 뿐이던 소년, 그러나 훗날 많은 것들을 이루게 될 소년의 성장 스토리를 들려준다. 미식축구 선수에서 사회 활동가로 변신한 콜린 캐퍼닉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담은 6부작 시리즈. 제이든 마이클이 10대 시절 콜린을 연기한다. 《콜린: 흑과 백의 인생》, 10월 29일 최초 공개,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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