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2-25 11:32:26
새로운 디스토피아 스릴러 영화 <나이트 레이더스> 의 현실 이야기
영화 <나이트 레이더스> (감독 다니스 고렛) 리뷰
영화 <나이트 레이더스>는 일찌감치 유수의 영화제에서 초청을 받고 다수의 수상을 한 작품이다. 대표적으로는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 초청과 제46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스 부문에 초청되어 많은 영화관계자들에게 주목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2022 캐나다 스크린 어워즈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다시 한번 그 위엄을 달성했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미국 할리우드, 아카데미 수상 출신 감독인 <조조 래빗>, <토르: 라그나로크> 등을 연출하고 최근에는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의 연출을 맡게 된 '타이타 와이티티' 가 총괄 프로듀서로 작품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또한 작품을 연출한 감독은 '켈리 라이카트', '제인 캠피온' 등에 이어 차세대 여성 감독으로 촉망받는 '다니스 고렛'이다. 이미 이 작품으로 유수의 영화제에서 7회 수상을 했다고 하니, 그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한 것이 아닐까! 작품의 흥행요소에서 프로덕션의 힘과 제작진의 라인업 또한 영향을 미치는만큼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이라면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한 요소로 작용할 듯 하다.
영화 <나이트 레이더스>는 서기 2043년 독재국가 '에머슨'의 인간병기로 길러지는 딸 '와시즈'를 되찾기위한 엄마 '니스카'의 사투를 그린 디스토피아 스릴러이다. 영화 초반 황량하고 외딴 숲에서 존재를 숨기며 살아가는 '니스카'(엘레 마이아 테일페데스)와 '와시즈'(브룩클린 르텍시에 하트)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 숲을 나섰다가 사고로 인해서 와시즈는 발을 다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떼로 지어다니는 마치 벌과 같은 모양새의 드론(독재국가의 CCTV, 감시자 역할을 한다)들의 습격을 받으면서 숲 속을 벗어나 도심부의 마을로 향하게 된다. 니스카의 오랜 친구 '로베트라'의 도움을 받아 친구의 집에 머무르게 되지만, 와시즈의 상처는 점차 깊어만가고 치료제를 구할 수 없는 니스카의 절망은 깊어만간다.
결국 딸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니스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고 딸은 독재국가 '에머슨'에 끌려가게 된다. 독재국가 '에머슨'은 새로운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미성년자들을 강제소집하는 무자비한 국가이다. 그리고 미성년자들은 '아카데미'에 들어가 군사교육을 받게되고 인간병기로 세뇌당하고 길러지게 된다.
딸을 잃었다는 죄책감에 절망감에 빠져 삶을 살아가는 니스카는 우연히 숲의 소유지를 지키며 독재국가에 대항하던 한 무리의 캐나다 북부의 토착민 '크리족'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니스카가 예언 속의 구원자라 믿는 부족이다. 그리고 니스카는 그들의 도움을 받아 아카데미에 있는 딸을 구하기 위한 계획을 결심하게 된다.
영화는 서기 2043년, 전쟁으로 황폐화된 세상을 배경으로한 디스토피아를 내세우고 있다. 먼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시대속에는 여전히 자신들의 거주지, 땅을 지키며 살아가는 토착민(원주민) 크리족들이 있다. 실제로 영화를 연출한 감독 '다니스 고렛'은 캐나다 토착민 크리족의 혼혈이며 제작에 참여한 '타이타 와이티티' 또한 뉴질랜드 원주민인 아버지를 둔 혼혈인이다. 여기서 느낀점은 영화 <나이트 레이더스>는 배경은 수십년이 지난 미래이지만 감독은 원주민, 토착민들이 자신들의 땅을 지키며 살아가는 현실의 이야기를 표현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싶은 점이다.
독재국가 '에머슨'은 원주민을 내쫓고 몰아세운 역사 속의 제국주의 국가들에 비유할 수 있고, 그들의 감시자가 되는 수많은 드론들은 결국은 원주민을 감시하는 수많은 제국주의 사람들로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한 시대의 미래가 되는 미성년자(아이들)를 착취하고 그들에게 획일화된 군사교육과 정신교육을 주입한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하나의 국가, 하나의 언어, 하나의 국기'라는 일종의 애국강령을 날마다 반복하게 하여 외우게 하는 등의 모습은 물론 영화 속에서는 독재국가의 인간병기로 길러내기 위한 군사교육의 일환이지만 일찌감치 토착민 아이들의 역사를 배제하고 새로운 제국주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우리 역사 속의 식민지 침략자, 제국주의 모습들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영화 속의 크리족과 그들이 구원자라고 믿는 니스카와 힘을 합쳐 독재국가 '에머슨'에 대항하고 아카데미의 딸과 입소된 모든 아이들을 구출해낸다. 이는 한 어머니의 딸을 구해내는 동시에 미래시대 주역인 아이들을 구출하는 것이고 또한 토착민들의 삶은 지켜내는 일이다.
우리가 흔히 봐왔던 디스토피아 배경 속에 일어나는 화려한 액션과 CG가 있는 류의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캐릭터의 드라마와 세심한 감정선들이 주는 영화적 희열과 긴장, 스릴감을 줄 수 있는 새로운 SF 디스토피아 영화로 추천드리고 싶다.
씨네랩 에디터 ria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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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재감독의 고민을 엿보는 영화 <공드리의 솔루션북>
씨네랩의 영화크리에이터로 <공드리의 솔루션북(The Book of Solutions)>의 시사회에 초대받았다. 영화는 프랑스 영화감독 미셀 공드리가 실제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아카데미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터널 선샤인: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출연>의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한 공드리 감독의 영화답게 창의성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의 전개는 감독과 제작자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으로 시작한다. 마크는 제작자가 스토리가 없다고 비난하는 말에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를 찍으면 나온다고 응수한다. 비용을 중시하며 시간을 돈으로 여기고 일정기간 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제작자들은 감독의 말에 좌절한다. 제작자가 내놓은 솔루션은 감독을 영화에서 아예 배제시키고 찍어놓은 영화를 적당히 편집하여 빠른 시간 내에 극장에 올리는 거다.
마크의 솔루션인 플랜 B도 극단적이다. 제작자들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 자신의 아이디어와 예술적 터치가 담긴 영화를 고수하기 위해 자료를 통째로 들고 탈출한다.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솔루션북’을 찾아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어가며 하나씩 실행한다.
마크의 좌충우돌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유머코드. 세상이 인정하는 천재 감독도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가까운 사람이 보기에도 무슨 일을 벌일지 종잡을 수 없고 못 말리는 감독의 기행. 마크가 영화 제작 과정에서 겪는 제작자와의 갈등, 창작의 어려움, 관객의 평가 등을 어떻게 마주하고 해결하는지 보여주는 드라마 요소. 유머와 드라마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함께 영화를 본 아내는 스필버그의 영화 <파벨만스>의 프랑스판 느낌이라고 했다.
작품을 공개하여 관객들에게 환영받지 못할까 극도로 두려워하는 마크의 마음에서 공드리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감독이 겪는 불안을 엿볼 수 있다. 영화와 감독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 되는 작품인 이유다. 한 편의 영화가 나오기까지 감독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면 그들의 창작물을 더 따뜻한 시선으로 보게 될 터이다.
시원한 극장이 그리운 무더운 날씨. 파리 올림픽 시즌에 맞추어 프랑스에서 만든 영화를 보며 즐기는 일도 꽤 괜찮게 여름을 보내는 방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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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인터뷰] 아바의 마법을 재발견하다, <아바: 더 레전드> 제임스 로건 감독 인터뷰
모두가 아는 이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지만 그만큼 어렵다. 모두가 아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으레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새로운 시각을 더해줄 수 있다면, 전설에서 새로운 마법이 피어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에서 <아바: 더 레전드> 이후 짧은 박수갈채 대신 아바 노래 박자에 맞춘 박수로 피어난, 새로운 마법의 시작점을 만든 제임스 로건(James Rogan) 감독과 다니엘 고든 홀(Daniel Gordon hall) 프로듀서를 만났다.
(▲왼쪽부터 제임스 로건(감독), 다니엘 홀(프로듀서))
영화 잘 봤습니다. 영화 <아바:더 레전드>가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으셨을 때 기분이 어떠셨는지, 또 실제 개막식과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어떤 기분이셨는지 궁금합니다.
(로건 감독) 연락을 받고 정말 충격적으로 기뻤습니다. 한국에서 영화를 소개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 기쁜데,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니! 특히 개막식 후 상영에서 관객 분들의 열정적인 반응에 또 놀랐는데요. 영화 엔딩 크레디트 때 나오는 아바 노래 박자에 맞추어 박수를 치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깊었습니다. 또한 다큐멘터리 감독에게는 관객이 와서 사인을 요청하는 경험이 흔치 않은데, 제천에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보게 되네요.
(다니엘 홀 프로듀서) 그동안은 저희 작품이 주로 매체를 통해 시청자에게 전해졌다 보니, 이렇게 현장에서 관객들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이 흔치 않아 더욱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 관객 분들이 많이 계신 것도 인상깊었어요. 오늘 “뮤지컬 <맘마미아>를 통해 아바의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 노래에 얽힌 사연을 알게 되어 기쁘다”는 관객 평이 참 좋았습니다.
이 영화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로건 감독) 몇 년 전 덴마크 영화 제작자에게 아바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 의뢰를 받았습니다. 올해는 아바의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우승 50주년이기도 하고, 2023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또다른 스웨덴 아티스트가 우승하면서 스웨덴이 올해 유로비전 개최국이 되어, 여러 모로 잘 맞는 시기였습니다. 이에 BBC를 포함한 유럽 유수의 방송사들이 연합해서 아바에 헌정하는 영화를 만들자고 기획에 참여한 것이 실질적인 시작입니다.
창작자로서의 마음도 말씀드리면, 아바는 유럽이 가진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로 노래를 불렀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그룹이 팝의 세계를 정복한 그런 성취는 그 전까지 전혀 없었습니다. 요즘 BTS도 이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요. 아바의 성취를 조명하고, 그 과정에서 아바가 겪은 고난과 역경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또한 음악 다큐멘터리의 근본은 음악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작업이 저에게는 핵심적인 일이었는데요. 엔딩은 반드시 가장 드라마틱하고 감정적인 <Winner takes it all>이어야 하고, 오프닝은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우승곡 <Waterloo>여야 한다는 원칙을 정한 다음, 이에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를 확정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제임스 로건 감독)
감독님의 지난 작업물을 보면 <프레디 머큐리: 더 파이널 액트>, <1971: 음악이 모든 것을 바꾼 해> 등 70년대와 80년대 음악에 대한 작업물들이 돋보입니다. 그 시기 음악에 대한 애정이 특별히 있으신지요?
(로건 감독) 네, 좋아합니다. 다큐멘터리 감독의 좋은 점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죠. 저는 퀸, 존 레논, 아레사 프랭클린, 밥 말리 같은 가수들을 좋아해서 그런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음악도 실컷 들으면서 만들 수 있고, 그들의 음악과 활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 음악 영화 만드는 과정의 즐거움이 큽니다.
(다니엘 홀 프로듀서) 워낙 유명한 노래들을 다루다 보니, <Winner takes it all>처럼 사람들이 수없이 많이 들은 곡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영화 장면에서 노래가 나오는 순간,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새롭게 들을 수 있고 처음 드는 것처럼 가슴이 뛸 수 있다는 게 음악의 힘, 음악 영화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 아바가 겪는 일들은 현재에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장르에 대한 폄훼, 가짜 뉴스와 사생활 침해, 30시간씩 콘서트 입장을 기다리는 팬들의 모습 등 오늘날의 스타를 둘러싼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제작 과정에서 이런 동시대적인 울림도 고려하셨는지, 제작 의도를 더 자세히 들려주세요.
(로건 감독) 음악 뿐 아니라 음악을 둘러싼 이슈에도 집중했습니다. 많은 음악 다큐멘터리들이 뮤지션의 위대한 성취에만 집중하고 있다면, 저희는 그들이 인간적으로 맞닥뜨린 도전과 그 도전에 맞서 노력한 다양한 측면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어려움 앞에 어떻게 대처했는가? 팀을 해체하지 않고 유지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그 과정이 당시에 마땅한 인정을 받았을까? 저런 혹독한 비평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이런 질문은 우리와 동시대에 사는 스타들도 마주하게 되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아바라는 아티스트는 지금까지 끊어지지 않은 동시대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영화는 아바의 현재 모습을 새로운 인터뷰로 담지 않고, 당시의 무대 영상에 집중하고, 멤버들의 회고는 목소리로만 등장합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을 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로건 감독) 저희가 <1971: 음악이 모든 것을 바꾼 해>를 제작할 때도 사용했던 방식입니다. 이러한 방식의 장점은, 2024년 현재의 아바 멤버들 모습을 보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이 70년대 사건들을 실제로 겪고 있는 당시 아바 멤버들의 모습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죠. 현재와 과거 사이의 격차를 느끼지 않고 더 잘 몰입할 수 있습니다. 대신 흐름에 맞는 영상을 선별하기 위해 고든홀 프로듀서가 어마어마하게 고생을 했어요.
(다니엘 홀 프로듀서) 이미 아바가 성공을 거둔 것을 알고 있는 미래에서 느긋하게 과거를 돌아보는 느낌을 최대한 없애고, 실제 그 시절에 느꼈을 긴박함을 유지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 같습니다.
(▲다니엘 고든 홀 프로듀서)
아바 멤버들은 완성된 영화를 보았나요? 반응이 어땠나요?
(로건 감독) 개인적으로 직접 보여드린 건 아닙니다. 아바 스태프이자 좋은 친구였던, 저희 영화에도 내레이션으로 등장하는 잉그마리 할링그(Ingmarie Halling) 씨가 지금 스웨덴에서 아바 박물관 큐레이터로 계신데, 멤버들과 영화를 보셨고 멤버들이 마음에 들어 하셨다고 합니다. 할링그 씨는 아바 박물관 업무상 아바 관련 영화를 빠짐없이 모두 보시는데, 지금까지 나온 아바 관련 작품 중 최고라고 말씀해 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다니엘 홀 프로듀서) 아바 매니저 분께도 완성된 버전을 보내드렸어요. 같은 사건을 겪은 사람들에게도 저마다 다른 기억이 남기 때문에, 저희가 만든 영화가 당시의 진실을 충분히 담았는가 확인받고 싶었거든요. 진실되게 잘 담겼다고 말씀해 주셔서 제작진이 축배를 들었습니다.
수많은 아바 레전드 무대 중에서도 이것만은 꼭 봐야 한다고 추천하는 영상이 있으시다면?
(로건 감독) 영화에도 잠깐 나오는 웸블리 콘서트 영상을 반드시 보셔야 합니다. 압도적으로 아바 최고의 순간이었어요. 아바로서는 드물게 라이브 앨범을 발매한 공연이기도 합니다. 관객들과 함께 <the way old friends do>라는 곡을 함께 부르는데, 그때까지 아바를 혹평해온 비평가들까지도 표를 구하려 애썼던 공연의 마무리였고, 넷이 꼭 붙어 서서 오랜 친구에 대한 가사의 노래를 불러요. 이들이 오랜 시간 음악 여정을 함께해온 좋은 친구들임이 드러나는 상징적 순간 같아요.
(다니엘 홀 프로듀서) 고민할 필요도 없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부른 <Waterloo>입니다. 모든 마법이 시작된 순간이었으니까요.
차기작 계획이 궁금합니다.
아직 미공개 프로젝트라서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음악에 대한 영화이고 역시나 감동적인 정서가 들어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이 영화 총괄프로듀서이자 저의 아내인 솔레타 로건 프로듀서와 공동 운영하는 제작사를 통해 이미 공개된 계획도 있는데요. 지금 영국에서는 외로움, 노년층 고독사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어요. 특히 노년층에 청력을 상실하면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상황에 많이 처하는데, 이 분들이 수어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프로젝트입니다. 선천적 청각 장애로 수어를 사용하는 배우이자 청력을 상실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맞서온 로즈 아일링 엘리스(Rose Ayling-Ellis)와 협력한 프로젝트입니다.
추후 이 영화를 보시게 될 미래의 관객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다니엘 홀 프로듀서) 마음과 귀를 활짝 열고 영화를 보아 주세요. 아바를 좋아하지 않으셨던 분들께는 아바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는 영화, 아바를 좋아하시던 분들께는 아바의 노래를 새롭게 듣고 새로운 각도에서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영화가 될 겁니다.
(로건 감독) 저는 아바를 원래 좋아했지만, 이 영화를 작업하며 아바에 대한 시각도 변했습니다. 기존에 <맘마미아>를 포함해 아바를 소재로 한 영화나 영상이 많았지만, 대부분 아바의 키치한 의상이나 팬덤을 부각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이 영화 작업은 한때 두 커플이었던 4명의 인간이 어떤 과정으로 팀을 이루고, 오늘날까지도 반짝이는 음악을 만들어낸 것인지, 아바라는 마법에 대해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이 영화가 이런 새로운 발견의 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정유선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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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달 가능미 너드 주인공 영화 모음
간혹 추구미도 있는 '너드' 캐릭터
그간 남성 캐릭터로 대변되었던 ‘너드미’ 새롭게 선보이는 너드걸 ‘마거리트’를
6월 27일 극장에서 확인할수 있다고 하는데요!
영화 <마거리트의 정리>는 엉뚱하고 사랑스럽지만 자신이 쟁취하고자 하는 것에는 누구보다 주체적이고
솔직한 ‘너드걸’ 캐릭터의 탄생을 알리며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고 합니다.
명문 파리 고등사범학교에 재학 중인 수학 천재 '마거리트'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칠판
너머의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성장 이야기를 담은 영화<마거리트의 정리> 6월 27일 대개봉!
<바톤 핑크>
보통사람을 찬양하는 드라마를 써서 유명해진 극작가 바톤 핑크는 헐리웃 영화계에 진출하기 위해 LA로 간다. 그러나 핑크는 기대와 불안감을 안고 만난 영화사 사장 잭 립닉과의 첫 대면에서 얼떨결에 레슬링 시나리오를 써달라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레슬링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 핑크는 시나리오가 진전이 없어 고민하던중 옆방 찰리와 친해진다. 그리고 우연히 WP 메이휴를 만나 그의 비서 오드리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고, 서로 외로운 처지에 있는 두 사람은 핑크의 방에서 하룻밤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잠에서 깨어난 핑크는 바로 자신의 옆에서 피투성이로 살해된 오드리를 발견하고 경악한다. 당황한 핑크는 찰리의 도움으로 시체를 처리한다. 하지만 찰리가 사람들을 죽인후 목을 잘라버리는 사이코 킬러 문트라는 사실을 알게된 핑크는 영감을 얻어 시나리오를 써내려 간다.
<펀치 드렁크 러브>
낡은 풍금과 함께 그녀가 찾아왔다 7명이나 되는 누나들한테 들들 볶이며 자란 배리(아담 샌들러). 비행 마일리지를 경품으로 준다는 푸딩을 사모으는 것이 유일한 낙인 그는 어느 날 아침 거리에 내동댕이 쳐진 낡은 풍금을 발견하곤 사무실에 가져다 놓는다. 그리고 바로 그날, 뜻하지 않게 신비로운 여인 레나(에밀리 왓슨)를 만나게 된다. 언제나 꿈꿨던 황홀한 사랑... 당신은 모를 겁니다 오래 전부터 당신을 사랑해 왔다고, 당신과 키스하고 싶다고 말하는 레나와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는 배리. 하지만 일생에 단 한번 올까 말까한 가슴벅찬 사랑을 방해하는 것이 있다. 다름아닌 외로움에 지쳐 폰 섹스를 걸었다가 알게 된 악덕업체 일당, 일명 “매트리스 맨”. 배리와 레나가 꿈결 같은 하와이 여행에서 돌아오던 날, 아주 특별한(?) 손님들이 그들을 기다리는데...
<소셜 네트워크>
2004년 첫 투자금 단돈 1천 달러 서비스 오픈 첫날 가입자수 650명 하버드대 학생들의 소규모 커뮤니티 코딩밖에 모르는 너드(Nerd) 마크 주커버그 VS 2021년 기업가치 1조 달러 돌파 전 세계 가입자수 약 28억 명 미국을 이끄는 최고의 5대 빅테크 기업 세계 10대 자산가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의 첫 시작, 그에 대한 모든 것.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나폴레옹은 상상 속에 괴물들을 그리며, 따분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부끄럼쟁이 뎁과 콧수염 페드로가 그의 인생에 새롭게 끼어들게 되고 새로운 친구를 받아 들이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어느날 페드로를 학교 대표가 될 것을 선언하고 거만하기만 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기 위해 나폴레옹은 그의 숨겨진 필살기를 보여줘야만 하는데...
<보 이즈 어프레이드>
편집증을 앓는 ‘보’와 그를 집착적으로 사랑하는 엄마 ‘모나’ 엄마를 무조건 만나러 가야 하는 보의 기억과 환상, 현실이 뒤섞인 공포를 경험하게 되는 기이한 여정
<시리어스 맨>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는 래리(마이클 스터버그)는 악재가 겹치면서 꼬여버린 생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내는 자신의 친구와 바람이 나 이혼을 선언하고, 아들은 학교에서 말썽만 부리고, 딸은 코를 성형하겠다며 아빠의 지갑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게다가 대학 종신재직권 심사에서 누군가의 제보로 낙마할 위기까지 겹치는 래리. 자꾸만 꼬여가는 인생이 억울했던 그는 ‘왜 자신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신에게 묻고 싶어진다. 래리는 신을 대신할 세 명의 랍비를 찾아가는데……. 그들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마거리트의 정리>
명문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가장 인정받는 수학 천재 ‘마거리트’는 세계 난제 ‘골드바흐의 추측’에 관한 연구를 증명하는 세미나에서 오류를 범하고 만다. 그날 이후 충격에 빠져 학교를 그만둔 ‘마거리트’는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며 변화하기 시작하는데... “내가 증명하고 싶은 건 나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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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인터뷰] 영화에 녹아든 시선
*국문 인터뷰 하단에 영문 인터뷰 번역도 함께 준비되어 있습니다:)
There is also an English interview translation at the bottom of the Korean interview:)
▶Date: 5 /5
▶Interviewee : Adam Wong (A)
▶Editor/ Interviewer : 윤채원 chaewon Yoon (Y)
in 북눅 전주(Booknook Jeonju)
Y: 제일 처음 ,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법 (원제: The way we talk) > 이라는 제목만 보고 영화를 접했을 때는 ‘인물들이 이야기 하는 다양한 방식, 방법을 보여주는 이야기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인물이 이야기하는 방식보다는 오히려 인물들이 자신의 가치랑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에 이야기가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혹시 감독님께서 이 작품을 통해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것, 이야기 하고 싶었던 점은 어떤 것일까요?
A: 이 영화가 가지는 핵심 가치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예요. 사실 이 영화를 만들고 나서 생각해 봤더니 지금까지 저의 모든 영화들은 항상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더라구요. 그렇지만, 특히나 이번 영화는 굉장히 사전 조사도 많이 했고, 실제 사례들에 많은 기반을 두었고,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 잘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아까 주제로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언급 해주셨는데, 소통도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사실 진정한 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소통을 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우리가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과 얼마나 다르고, 또 비슷한지 알아야 하고, 그것은 소통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에요.
영화 속 세 등장인물은 모두 소통 방식이 다릅니다. 한 명은 수어만을 사용하고(Wolf), 한 명은 인공 와우와 수어를 함께 사용하고(Alan), 한 명은 인공와우(CI)를 사용하여 수어를 사용하지 못합니다(Sophie). 저는 이들을 통해 '인공 와우를 착용했을 경우 더 잘 말할 수 있다' 이런 것들에 집중 했다기보다는 그들의 정체성이 가진 가치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왜 그는 수화를 지금까지 계속해 왔는지, 인공 와우를 왜 거부하는 지에 집중했던 거죠. 울프는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했고, 가족들도 모두 수화를 사용하기에 어릴 적부터 그 언어에 익숙했던 반면, 소피는 후천적으로 청력을 잃게 된 케이스에다가 부모님은 모두 들을 수 있는 청인이잖아요. 그러니 그녀의 부모님은 아이가 아프다고 생각하고 이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도록 치료 되길 바라는 거죠. 수어를 배우는 대신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을 받고요, 그러나 인공 와우의 문제는 안경처럼 맞춘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좋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사람들에게는 실패 가능성이 되게 높아요. 인공 와우를 착용한다고 해도 근거리에서 들리는 소리와 원거리에서 들리는 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하고, 사회생활에 적응이 어려울 수도 있죠. 앨런의 경우에는 수화와 말이 모두 가능하잖아요, 그는 수화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데 ,사람들이 흔히 청각 장애인이라고 하면 수화만 한다고 생각을 하죠. 그렇지만 사실 스펙트럼이 되게 광범위하고,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들이 가진 생각들이 서로 대치하기도 해요. 이것과 관련해 그들이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어떤 탐구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회와 같이 협력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Y: 방금 이야기해주셨던 것처럼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법>에서도 그렇고, 이전 작품들에서도 계속해서 감독님께서는 청춘이나 정체성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다루셨는데, 그런 주제들에 관심을 갖고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사실 뭐라 딱 떨어지게 설명을 할 순 없지만, 주제가 먼저 저에게 다가오고 그다음 그로부터 어떤 동기 부여가 되는 순간이 딱 찾아오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10년 전에 제가 <댄스 스트리트 The way we dance >를 만들기 시작했을 땐, 제가 가르치던 학교 앞에 있는 편의점 앞에서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보고 ‘왜 춤을 추지?’라는 생각에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진정한 나를 찾는(True self) 것이 저에게 너무 중요한 문제가 된 것 같아요. 저, 그리고 홍콩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세계에서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를 찾는 것이 동시대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의 경우, 5년 전 우연히 한 단편 영화 대본을 받았는데, 그 중, 물에서 수어를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전까지는 제가 청인이다 보니 말하지 못하는 것은 불리한 것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장면을 통해 사람들이 물 안에서 말을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수화로 물속에서 훨씬 더 자유자재로 소통을 잘하는 것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죠. 그 영화는 아직 실제로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그 한 장면이 저를 사로잡았어요. 우리는 흔히 그들을 청각 장애인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것은 장애가 아니라 그들만의 문화인 거예요. 그래서 deaf가 아닌 대문자 D를 사용해 Deaf (고유명사)로서 그들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느 날 친구, 그리고 농인분들과 같이 저녁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식사 시간에 농인 친구들에게 만약에 나중에 기술이 엄청 발달해서 하루 만에 들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에 관해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들이 지금 그대로 사는 걸 선택하겠다고 하는 거예요. 이미 그들의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거죠. 그때 뭔가 허를 찔린 기분이었고, 마침 그 자리에 프로듀서가 함께 있었는데 이걸 장편 영화로 만들어 봐야겠다고 함께 이야기하게 되었어요.
Y: 영화 속 인물의 대화나, 아이가 그리는 그림, 앨런이 찍은 사진 등 문어가 많이 등장했던 것이 인상 깊었는데, 혹시 특별히 문어를 언급하신 이유가 있는지, 혹시 문어의 움직임이 수화와 관련이 있어서는 아닌지 궁금했었어요. 저는 보면서 문어의 자유로운 움직임과 표정도 다양하게 사용하고 손 마디마디 유연하게 활용하는 수어가 유사하다고 느껴졌거든요.
A: 문어가 영화를 봤을 때 인상 깊게 다가왔나요?
Y: 네. 사실은 며칠 전에 한 영상에서 문어는 뉴런이 다리에도 있어서 다리 8개를 다 각각 독립적으로 유연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인지 그런 문어의 자유로운 움직임이 표정부터 손 마디까지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수화랑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상 깊게 다가오더라고요.
A: 흥미로운데요. 사실 특별한 뜻이 있던 건 아니에요.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를 비롯한 농인에 대한 많은 영화들에서 바다도 많이 등장하는데, 바다 또한 저는 의도한 건 아니었거든요. 그림을 그리는 장면 같은 경우엔, 소피가 아이들에게 바다를 주제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도록 한 것이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문어가 해양 생물 중 그리기 가장 단순한 느낌이 아니었나 싶어요 (웃음).
Y: 그렇군요(웃음) 아, 아까 영화 속에 세 가지 서로 다른 소통 방식이 등장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영화의 도입부터 사운드 디자인이 다양하게 구성됐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혹시 이것도 관객이 그들의 소통을 경험해보길 원했던 마음에서 기획하신 걸까요?
A: 맞아요.그냥 글로써 읽었을 때는 인물의 심리가 이해가 잘되었는데, 영화로 만들고, 혹은 대본으로 쓰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사람들이 인물들을 이해하기 어려워 하더라고요. 이 기계가 왜 필요한 건지, 소피의 말에 울프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글을 총 4명이 함께 썼는데, 우리가 쓰면서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던 것들이 막상 대본화가 되니까 관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더라고요.
자신만의 개성이나 성격을 구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건 어렸을 때부터 자라온 성장의 경험이에요. 예를 들면 처음부터 듣지 못했다던가, 아주 조금만 들렸다거나, 그러한 경험들인데, 이런 것이 단순히 이미지나 글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니까 사운드 디자인에 신경을 써서 관객이 그들과 유사한 히어링 포인트를 포착하고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Y: 사운드 디자인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해주셨는데, 사운드 디자인 외에도 이 영화를 연출하며 특별히 더 신경을 많이 쓰신 부분이 있으실까요? 물론 영화의 모든 부분은 중요하지만요. (웃음)
A: 농인의 문화가 어떤 다양한 측면에 침투해있는지 보여주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대본 구성부터 후반 작업, 촬영 등 모든 과정에서 이 Deaf 문화를 어떻게 투영할 것인가, 청인과 농인을 가리지 않고 영화를 봤을 때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자막 작업을 해야 할까 하는 지점들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 중에서도 영화 작업을 위해 조사를 하다 보니 발견한 건데, 인공 와우를 사용해도 무조건 잘 들리는 건 아니고, 그것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의 문제도 많더라고요. 조사를 하며 그런 점들을 깨닫게 되고,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 사운드 디자인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었던 것 같아요.
Y: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벌써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되었네요.. 슬슬 마무리를 해야할 것 같은데 동시대 사회에서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영화의 역할은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A: 너무 거대한 질문인걸요 (웃음) 음...사람들에게는 스토리가 필요하고, 특히 요즘 같이 복잡한 사회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스토리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고 생각해요. 세상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해졌고,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그 사이에서 우리는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지, 왜 살아가야 되는지 의미를 찾아야 하고, 그러한 의미들이 더욱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스토리텔링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엔 극장 말고도 숏폼이나 틱톡, 유튜브와 같이 영상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졌어요. 비록 이렇게 영화를, 스토리를 보여주는 방식은 많이 바뀌었지만 영화가 가진 스토리텔링의 힘은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엔 주말에 가족끼리 영화를 많이 보러 갔었는데 요즘은 극장을 찾는 사람이 많이 줄었잖아요, 그런 측면에서는 한편으로는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이 이전보다 더 특별한 의미가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Y: 공감이 가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다음 작품에서 그리고 싶은 인물이 있으신가요?
A: 아직 다음 계획은 없지만, 이 영화를 준비하며 오랜 시간 농인 문화에 대해 조사를 했고, 또 그 과정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서 다음 작품에서도 이 주제를 조금 더 이어가 보고 싶긴 해요. 한번만 촬영하기엔 자료들이 너무 아깝고 영화를 준비하며 농인에 대한 관심이나 영감이 더욱 많아져서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만 이번에는 수어 자체 뿐 아니라 수어 통역사에 대해서 조금 더 집중을 해보고 싶은데, 이번 영화보다는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작업을 해보고 싶은 생각입니다. (웃음)
Deaf culture은 한 가지로 특정할 수 없는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단순히 말로 분명히 표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일까, Gv와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는 주어진 시간 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풍부한 이야기를 모두 표현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짧은 시간에 아쉬워하는 사람이었고, 그러한 모습은 그가 누구보다 이 이야기에 애정과 관심을 가진 사람이란 걸 느끼게 해주었다.
그가 영화를 설명할 때 항상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는 ‘스펙트럼’ 이다. 우리의 고정관념과 달리 농인의 세계와 인생에도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여러 가지 측면과 다양한 생활 방식이 존재하고, 그는 이런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들을 영화에 담음으로써 단순히 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 세상과 협력을 해 나갈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을지', '자신의 개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을 지' 보여준다.
그는 5/7일 열린 GV에서 울프와 소피, 앨런의 아역을 맡았던 배우를 제외하고는 전부 농인 배우였으며 ,수어 담당 조감독과 함께 작업했고,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약 5년 간 그들의 문화에 대해 공부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 등장인물이 그토록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우리에게 와 닿았던 것은, 어쩌면 농인, 그리고 사회를 향한 감독님의 세심하고 따뜻한 시선과 소통방식 덕분이 아니었을까?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애정을 가득 품은 그와의 대화를 통해, 그리고 영화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법>을 통해 나는 작은 일상의 가치들과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돌아보며 나는 어떠한 따뜻한 시선과 방식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고 느낄 수 있을 지, 나는 어떤 존재로 타인과 소통하고 이 사회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
Y: The first thing I’d like to ask is about the title, The Way We Talk. When I first watched the film, I thought it might be about different ways of communication. But after watching it, I felt that it was more focused on how the characters explore their own identities and values. What did you want to convey through this film?
A: The central theme of this film is identity, the searching of true self After making the film, I realized that all of my past works have always been about the same topic. But this time, the film (The Way We Talk) is based it on real-life cases, and I thought it’s a good chance to me to talk about this topic that are still rarely shown in our society.
And I think communication can also be seen as a main theme because communication is very important to construct true-self, and I think true self be defined by “others’. To understand who we truly are, we need to research how we are different and similar to others—and that happens through communication.
The three main characters in the film all communicate differently. One uses only sign language to communicate other people(Wolf), another uses both sign language and a cochlear implant (CI) (Alan) , and the third uses a CI and doesn’t sign at all(Sophie). I wasn’t focused on whether someone with a CI could speak better—I wanted to highlight the value of identity. For instance, why did one character continue using sign language? Why did they refuse a CI?
Wolf was born deaf and his whole family uses sign language, so he grew up with it as his first language. Sophie, on the other hand, lost her hearing later, and her parents are hearing people. So they viewed her as “sick” and wanted her to be “restored” to her original state. That’s why she had cochlear implant surgery instead of learning sign language. But 'CI' doesn’t work the same way for everyone. They’re not like glasses that simply correct a problem—they often don’t work, or make it hard to distinguish between near and far sounds, making social adaptation difficult. Many people assume that deaf people only sign, but in reality, they have a wide spectrum. People make different choices depending on the situation, and their perspectives can even conflict with one another. I wanted to show how these characters explore their identity, and how they collaborate and communicate with society.
Y: This film, and your previous works have often deal with 'youth' and 'identity'. Did you have any special reason that you to tell these stories?
A: It’s hard to explain in a very structured way, but I think, always the topic comes to me first—and then later, some story that inspired me to develop the story. I have a moment of motivation that sparks everything. For example, when I made <The Way We Dance> ten years ago, it started with me watching some people dancing in front of a convenience store near the school where I was teaching. I thought, “Why are they dancing?” and that was the beginning.
More recently, finding one's true self has become very important. I think It’s not just about me or Hong Kong, but about the whole world. I feel that discovering our true selves is a value that we all need to reflect on today. As for this film, it started about five years ago when I happened to read a short film script. There was a scene where someone was signing underwater. As I'm a hearing person, I used to think of being unable to speak as a disadvantage, but that scene changed my perspective. Underwater, people can’t talk—but signers can still communicate freely. That struck me. That film hasn’t been made yet, but that scene stayed with me. We often refer to them as “hearing-impaired,” but it’s not really a disability—it’s a culture. That’s why I want to use a capital “D” in 'Deaf' to highlight their identity. One night, I had dinner with some Deaf friends, and I asked them: “If technology advanced and you could hear again in just one day, would you choose that?” They said no—they’d rather live as they are. That moment really struck me. My producer was there too, and we decided to make a feature film on this topic.
Y: I was really struck by how often octopuses appeared in the film—whether in the characters’ conversations, in the child’s drawings, or in the photos Alan took. I was wondering if there was a particular reason you chose to include octopuses. Was it perhaps related to sign language? While watching, I felt that the octopus’s fluid movements and expressive nature were quite similar to sign language, which also uses a wide range of expressions and the flexible movement of each finger.
A: Oh, the octopus made a strong impression on you?
Y: Yes. I recently learned that octopuses have neurons in their legs, so each arm moves independently and flexibly. And when I watched a movie, I thought moving of octopus looks like sign language, in freedom and flexibility. Especially, I thought it is similar with flexible finger moments and using facial experiences of sign language.
A: Interesting.. But actually, I didn’t include them with that intention. In the scene where Sophie teaches children, she asks them to draw the sea freely. I think the octopus is just the simplest marine creature to draw. (laughs) Also, many films about Deaf people—like those by Takeshi Kitano—often feature the sea, but actually, I'm not that intention and that's not my inspired. I was inspired this film by that earlier short film script, the one scene in that script, I felt that the ocean was a space where Deaf identities were fully expressed, a place where only they could communicate freely.
Y: I see (laughs). Earlier, you mentioned that the film features three different communication styles, and from the very beginning of the movie, I could feel that the sound design was quite diverse. Did you plan this with the intention of allowing the audience to experience their ways of communication?
A: Yes, exactly. When we wrote the script, everything made sense to us, but when we turned it into a screenplay and showed it to others, they had a hard time understanding, for example, Sophie needed the device or why Wolf was so angry at her. Four of us co-wrote the script, and what felt natural to us didn’t always translate well on screen.
We realized that each character’s upbringing—whether they were born deaf or lost their hearing later—shaped their personalities and ways of interacting. But I think just writing or showing that isn’t enough. So I paid attention to the sound design—to help the audience experience what hearing might be like for each character and to better understand them.
Y: Aside from sound design, what aspect of the film did you pay the attention to?
A: I focused on showing how Deaf culture permeates many aspects of life. From scriptwriting to post-production and shooting, I constantly thought about how to reflect Deaf culture and make it understandable to both hearing and Deaf audiences. Subtitling also was important. During our research, I learned that even with 'CI's, hearing is not guaranteed. There are many issues when the device doesn’t work properly, So that's why I put so much effort into the sound design—to show these realities clearly.
Y: As our conversation comes to a close, time has flown by so quickly. Before we wrap up, I’d love to ask—what do you think is the role of cinema in today’s society?
A: That’s a huge question! (laughs)
Umm.. I think people need stories—especially now, when the world feels more complex and unpredictable. There are more problems, more confusion. So people need meaning in their lives, and stories help with that. Cinema is one of the most powerful ways to tell those stories. Fewer people go to the theater these days. We now have short-form videos, TikTok, YouTube. Though the platforms have changed, I don’t think the storytelling power of cinema has diminished. And nowdays, watching a film in the theater has decreased, so watching a film in a theater become more special than before—maybe even more meaningful.
Y: Oh..Time's up. Last, do you have any specific characters you’d like to explore in your next film?
A: I don’t have any set plans yet, but after all the research I’ve done on Deaf culture, I feel like I want to continue exploring this topic. It feels like a waste to stop now—I’ve gained so many insights into the Deaf community. But this time, I’m interested in focusing more on sign language interpreters. And I also want to work at a slightly faster pace than with this film.
Deaf culture has various aspects that cannot be defined in one word, so it is difficult to express it clearly in words. Perhaps that is why, when I met him through an interview with GV, he was someone who regretted not being able to express or explain all the rich stories that could not be expressed in words in a given time, and this made me feel that he is a person who has more affection and interest in this story than anyone else.
One of the words he always uses when describing movies is ‘spectrum.’ Contrary to our stereotypes, there are many aspects and lifestyles that we have not thought of in the world and life of deaf people, and by including characters with such a diverse spectrum in the movie, he goes beyond simply showing their daily lives and shows us ‘how we can cooperate with this world,’ ‘how we can find our true selves,’ and ‘how we can communicate with the world while maintaining our individuality and identity.’
He said that, except for the actors who played the younger roles of Wolf, Sophie, and Alan at the GV held on May 7, all of them were deaf actors, and he worked with an assistant director, who in charge of sign language and studied their culture for about 5 years to make the film. The reason the characters in the film were able to communicate so freely, and their warm hearts touched us, was perhaps because of the director’s meticulous and warm gaze and communication style toward the deaf and society?
Thanks to Adam, through conversations with him, who was full of affection for what he wanted to say, and through the film <The Way We Talk>, I looked back on the values of small daily lives and the world around us, and thought about what kind of warm gaze and method I could use to look at and feel our society, and what kind of being I am to communicate with others and exist in this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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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부끼는 번민의 돌파구
SYNOPSIS.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에서 안중근이 이끄는 독립군들은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둔다.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은 만국공법에 따라 전쟁포로인 일본인들을 풀어주게 되고, 이 사건으로 인해 독립군 사이에서는 안중근에 대한 의심과 함께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1년 후,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안중근을 비롯해 우덕순, 김상현, 공부인, 최재형, 이창섭 등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마음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이게 된다. 이토 히로부미가 러시아와 협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접한 안중근과 독립군들은 하얼빈으로 향하고, 내부에서 새어 나간 이들의 작전 내용을 입수한 일본군들의 추격이 시작되는데…
하얼빈을 향한 단 하나의 목표, 늙은 늑대를 처단하라
POINT.
✔️ <남산의 부장들>에 이어, 역사적 순간을 담아낸 영화 타율이 좋은 우민호 감독의 작품
✔️ <기생충>으로도 잘 알려진 홍경표 촬영감독의 미학이 빛나는 작품
✔️ 이미 여러 차례 다루어진 만큼, 안중근의 거사 자체를 조망하기보다 안중근의 내면에 집중했으며, 어마어마한 로케이션과 어우러지는 비장미가 있는 작품
✔️ 많은 배우들의 합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연기 아른거리는 회화 속에서
영화는 초장부터 기존의 안중근 서사와 다른 길을 갈 것임을 명확히 한다. 실루엣으로 드러나는 독립 운동가들의 회동 모습은 마치 바로크 회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며, 안중근 서사 하면 기대하는 역동적인 스펙타클 대신 담배 연기처럼 아스라한 의심의 기운이 감돈다. 그러나 이 무드야말로 실제 독립운동의 무드에 보다 가까울 것이다.
독립이 반드시 오고야 만다는 것을 아는 미래가 아닌, 과연 이 나라에 미래가 있을지, 미래가 있다 한들 거기에 내 자리는 있을지 회의감과 번민 속 현재에서 걸어간 길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자리에, 밀정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받으며, 안중근이 나타난다. 흔히 결의에 찬 장면으로 묘사되는 단지(斷指)의 순간으로 걸어들어온다.
그러나 영화는 단지의 순간조차 안중근이라는 인물 한 사람에게 확신에 찬 핀 조명을 쏘는 대신, 유령 혹은 그림자처럼 아른거리는 독립운동가들의 그림자를 그 주변에 둘렀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방점을 찍은 일제의 침략이 계속되고 있던 1908년에서 1909년이었으니까. 의구심과 자괴감, 갈등과 번민으로 가득했던 시절의 정서는 빛 아래 있어도 그림자였다. 극중 가장 역동적이라 할 수 있는 전투 장면조차 승리 혹은 패배를 강조하기보다 처절한 아비규환을 그리고 있다.
그 지옥도에서 안중근이 택하는 길은 만민공법을 지키고 스스로가 대한의 참모중장임을 잊지 않는 것, 다시 말해 그의 내면과 신념을 지키는 길이었다. 탄환을 명중시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로 극을 빠르게 전환시키는 대신, 영화는 안중근이라는 인물의 고뇌가 때로는 고꾸라지고 때로는 맞아떨어지는 길을 담는다. 주변 인물들과 때로는 합심하고 때로는 불화하면서, 안중근은 (실제 역사에서는 '동양평화론'이 될) 그의 길을 간다.
각지고 막힌 상자 속에서
반면 확신에 찬 인물이 있다. 릴리 프랭키가 분한 이토 히로부미는 시종 확신에 차 있다. 실제 역사에서 1-2년 후에 이루어질 경술국치(1910.08.29)를 앞두고, 단상에 서서 담담한 말투로 한일 병합을 말한다.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온 나라"에서 은혜 입은 것도 없는 백성들이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다는 말조차 담담하게 내뱉는다.
그의 공간은 하나 같이 각지고 막혀 있다. 바깥이 보이지 않는다. 네모 반듯한 귀족원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똑같은 뒤통수는 똑같이 수그려지고, 이동할 때에도 그의 자리는 사방이 틀어막힌 기차 칸이다. 러시아 공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기차 칸도 바깥이 보이지 않게 되어 있다. 의심과 번민으로 흔들리는 독립운동가들의 기차와 달리, 확신으로 감싸인 공간에서 그는 남의 인생을 손발 삼아 움직이며 덤덤히 침탈의 길을 간다.
이는 얼어 붙은 두만강이나 숲이나 너른 사막으로 표상되는 안중근의 공간, 그림자와 연기가 아른거리는 독립운동가들의 그림 같은 공간과 대조적이다. 이 공간적인 대비는 마치 확신이 꼭 옳은가 묻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가는 침탈의 길에 확신을 가진 이토 히로부미와, 끝없는 번민으로 내면의 두레박을 길어 올리는 안중근, 그리고 유령처럼 서성거리는 독립운동가들의 마음. 안중근이 내면으로 던져 올린 두레박은 영화 마지막에 기어코 마중물을 길어 올렸고, 유령처럼 서성거리는 인물들은 죽음 이후에도 유령으로 남아 사라지지 않는 아우라를 남겼다. 하지만 확신은 총탄에 스러진다.
푸른 꿈과 시린 번민으로 열린 공간에서
영화의 마지막 대사가 '이 시국'에 잘 어우러진다며 여러 차례 회자되었다. 그 이유는 아마 언제나 절망의 뒤편에 희망이 있다는 것, 이제는 진부한 문장이지만 빛은 그림자와 함께 도드라진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어둠은 짙어오고 바람은 더욱 세차게 불어올 것이다.
불을 밝혀야 한다.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우리는 불을 들고 함께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
우리 앞에 어떠한 역경이 닥치더라도 절대 멈춰서는 아니된다.
금년에 못 이루면 다시 내년에 도모하고,
내년, 내후년, 10년, 100년까지 가서라도
반드시 대한국의 독립권을 회복한 다음에라야 그만둘 것이다.
그렇게 해서 기어이
앞에 나가고, 뒤에 나가고, 급히 나가고, 더디 나가고,
미리 준비하고 뒷일도 준비하고 모든 것을 준비하면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날까지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가야 한다.
불을 들고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미래를 알 수 없는 채로, 독립의 실낱 같은 가능성을 바라보는 괴롭고 지난한 길. 신뢰와 의심을 동시에 품고,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동시에 즉각적인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그 길을 걷는 한 인간의 고뇌. 영화는 안중근의 거사까지 직진하여 가는 듯 보이지만, 끊임없이 회전하며 주변 인물들을 에두르는 고뇌의 그림자를 품는다. 총알이 날아가는 모양처럼.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지난한 길을 갔을 사람들의 마음을 어렴풋하게 가늠해 보게 만든다.
그리고 이 마음은 시대와 상황을 뛰어넘어 보편적이다. 희망을 길어 올리고자 하는 이는 반드시 두 다리를 걷어붙이고 진창에 서야 하기에. 푸른 꿈은 언제나 곱고 예쁜 자리에만 있지 않다. 그 색깔은 시린 번민의 색깔과 맞붙어 있다. 희망과 절망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빛과 그림자가 언제나 등을 붙이고 있듯이. 그 자리는 안중근의 공간들처럼 탁 트여 있다.
희망에 꽉 막힌 확신 같은 건 없지만, 가능성은 사방으로 트여 있지만, 그림자처럼 담배 연기처럼 나부끼지만, 이 번민을 인정하고 나아가는 것이 유일한 돌파구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광장 또한, 탁 트인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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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자 가정이 겪는 정체성 혼란을 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고향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정착한다. 자신에게 익숙한 고향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나라에서 삶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큰 모험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해외로 발걸음을 돌린다. 그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기 위해 이민자의 삶을 택한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작은 일부터 시작해 조금씩 수입이 괜찮은 일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쳐 겨우 자리잡을 수 있을 때 즘에 자신의 모습을 보면 이미 중년의 나이가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들은 이민1세대로 타국에 살아남아 2세들에게 좀 더 나은 삶을 선사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한다.
처음 이민을 갔던 부모세대들은 그들 자신을 보살피느라 고향에 남은 가족들을 세심히 살피지는 못한다. 늘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 하지만 먼 거리와 당장 해결해야 하는 생계문제 때문에 긴 시간 방문할 기회를 놓쳐버린다. 또한 그들의 자녀들을 챙기는 시간까지 더하면 그들이 느끼는 고향의 거리감은 더욱 커진다. 그리고 이민간 나라에서 태어난 자녀들은 부모세대 보다는 좀 더 적응이 빠르지만 그들의 삶 내내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미국으로 이민간 한국 사람의 자녀라면 그는 한국사람 일까, 미국 사람일까. 어쩌면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한번즘은 고민하고 있을 질문이다.
미국내 중국계 이민자 빌리 가족의 이야기
영화 <페어웰>은 미국에서 이민자의 삶을 살고 있는 빌리(아콰피나) 가족의 이야기를 담는다. 빌리는 아빠(트지마)와 엄마(다이애나 린)과 함께 뉴욕에 살고 있다. 경제적으로 아직 완전한 독립 생활을 하지 못하는 빌리지만 중국에 있는 할머니(자오 슈젠)와 통화하면서 위로를 받는다. 그렇게 할머니에게 위로 받으며 기운을 내고 생활해 가던 빌리는 할머니가 폐암으로 몇 개월 내에 돌아가실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할머니가 금방 돌아가실 것이라는 이야기를 할머니 본인에게는 하지 못한다. 할머니 외의 모든 가족들은 죽음의 순간 직전까지 할머니에게 비밀을 말하지 않기로 한다. 영화는 이 상황에서 가족들과 빌리가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를 천천히 보여준다.
빌리의 할머니는 두 아들이 있지만 큰 아들은 일본으로, 작은 아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따로 살고 있다. 자식들을 해외로 보내고 20여년이 넘게 중국에서 살고 있는 그는 자신의 형제와 친척들과 교류하고, 또 해외의 손주들에게 전화하면서 그 외로움을 달랜다. 꽤 외로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영화가 비추는 할머니의 모습은 시종일관 밝고 에너지가 넘친다. 그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이 그동안의 외로움을 버틸 수 있게 해준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가족들이 중국으로 돌아와 모이게 된 공식적인 이유는 큰 아들의 아들 즉, 할머니의 손자가 결혼식을 하기 때문이다. 결혼식을 할머니가 있는 중국에서 하게 되면서 20여년 동안 한 자리에 모이지 못했던 모든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인다. 결혼식은 아주 기쁜 일이지만 할머니를 제외한 모든 가족의 표정은 아주 어둡다. 할머니에게는 그 결혼식이 정말로 축하하는 집안의 경사지만, 다른 가족들에게는 죽음을 앞둔 할머니의 환송회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게 대조되는 모습 자체가 그렇게 우울해 보이지 만은 않는다. 그 행사에는 밝음과 어두움이 합쳐져 따뜻함과 미소로 돌아온다. 그래서 영화는 죽음을 다루지만 시종일관 따뜻함을 유지한다.
이민자 2세 빌리가 겪는 정체성 혼란
빌리는 할머니와 20여년을 떨어져 살았지만 그에게 할머니는 꽤 소중한 존재다. 늘 자신의 편이 되어주고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할머니가 곧 돌아가신다는 말을 들은 빌리는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단 한치의 주저함도 없는 빌리의 모습은 그가 중국에 있는 가족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빌리는 이민자 2세대로써 미국에서조차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자신이 중국 사람인지 아니면 미국 사람인지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또한 빌리의 아버지 세대도 이런 혼란을 겪는 장면이 나온다. 한참 식구들과 식사를 하며 대화하고 있는 중간, 누군가 묻는다. "중국 사람이에요? 아니면 미국 사람이에요?". 빌리의 큰 아빠는 자신은 중국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하지만, 빌리의 아빠는 자신은 미국 여권을 들고 다니므로 미국 사람이라고 이야기 한다. 영화는 이 장면을 통해 고국에서 오랜 시간 떨어져 살게 된 이민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이민자들을 바라보는 주변인의 태도도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다. 빌리가 할머니 댁 근처 호텔로 가서 자신의 방으로 갈 때, 짐을 들어주던 직원이 묻는다. "중국이 더 좋아요? 미국이 더 좋아요?". 이 단순한 질문을 빌리는 회피하려 한다. 사실 주변인의 시선에서는 이 질문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되겠지만 빌리에게는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빌리는 중국인이기도 하지만, 미국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직원의 질문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과 동일한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민자들에게는 고국도 소중하고 자신의 생활터전인 국가도 소중하다. 어느 것을 선택해 선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영화는 그런 상황들을 작은 에피소드 형태로 보여주며 그들이 항상 처하게 되는 난처한 위치를 관객에게 전한다.
동양적 정서와 서양적 정서 사이에서 갈등하는 빌리
영화는 이런 이민자들의 혼란스런 상황을 보여주면서도 분명한 한 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바로 가족이다. 빌리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지만 그의 할머니에게는 빌리가 미국 여권을 가졌는지 중국 여권을 가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소중한 손녀이고 가족일뿐이다. 할머니는 영화 내내 빌리를 하나의 가족으로 대한다. 그리고 다른 가족들에게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옆에서 다른 식구들의 밥을 챙기고 손을 잡으며 이야기를 한다. 가족 간 티격태격 하는 상황에서도 할머니는 따뜻한 말로 각자를 설득해 나간다. 이것이 영화 <페어웰>이 가지고 있는 따뜻한 정서다.
사실 누군가 죽을 병에 걸리면 당사자에게 말하지 않는 행위는 전형적인 동양 정서다. 그것도 아주 구세대의 정서라고 볼 수 도 있다. 물론 지역이나 가족의 특성에 따라 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곳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영화 <페어웰> 안에서는 이것은 꽤 중요한 정서로 인식된다. 그래서 빌리의 가족들은 할머니에게 차마 그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미국에서 대부분의 성장기를 보냈던 빌리는 그나마 가족 중 미국적인 정서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인물일 것이다. 그는 계속 할머니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부모님과 다른 가족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해나간다. 하지만 가족 그리고 할머니와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 역시 가족의 전통대로 할머니에게 말하지 않는 결정을 한다. 그렇게 빌리도 그 가족의 일원으로 같은 결정을 내린다.
영화 <페어웰>은 감독인 룰루 왕의 개인적 가족사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다. 감독 자신이 중국계 미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왔고, 중국에도 친척들이 있다.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면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영화적 감성을 넣어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이야기로 완성하였다. 또한 주인공 빌리 역을 맡은 배우 아콰피나는 과거에는 웃기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연기해 왔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절제되고 슬픔을 억누르는 감성적인 연기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영화는 무엇보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이민 가정의 모습을 잘 담고 있다. 어쩌면 자신의 나라에서만 살고 있는 관객들에게는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민자 가정의 모습이 어떤지 알고 싶은 관객들이나, 또 가족 내 이민자가 있는 관객이라면 공감하며 볼 수 있는 따뜻한 영화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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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웰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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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씨네랩 크리에이터 자격으로 시사회에 초대 받은 황보와 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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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 초대는 영화 전문 플랫폼 [씨네랩]에서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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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최고의 의료기술이 갖춰진 ‘안생병원’,
동경 유학 중이던 엘리트 의사 부부 ‘인영’(김보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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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원장 딸과의 정략결혼을 앞둔 의대 실습생 ‘정남’(진구)은
유년 시절 사고로 다리를 저는 천재 의사 ‘수인’(이동규)과 함께
경성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저마다 비밀스런 사랑에 빠져든 이들은
점점 지독한 파멸의 공포와 마주하게 되는데…
1942년 경성 안생병원
우리는 죽은 자와 사랑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