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 K2022-03-22 17:27:17
생판 모르는 사람의 여행이랑 졸업식 참가하기
<극장판 금빛 모자이크: 땡큐!!> REVIEW
필자는 금빛 모자이크 시리즈를 단 한편도 안 본 사람이라, 관람 전에 메가박스나 네이버 영화 같은 곳을 봤는데 줄거리가 그냥 수학여행 가는 내용 이 정도로만 등재되어있어서 나무위키 같은 위키 사이트에서 이 작품 포지션을 찾아봤는데, 최종장 같은 느낌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일상물 특성상 타 TVA 시리즈인 귀멸의 칼날, 주술회전 같이(한국에서 최근에 큰 규모로 개봉한 TVA 연계 극장판이기에 예로 들었다) 장기적으로 꼼꼼히 이어지는 느낌보다 파편적이고 얇게 이어지는 느낌의 일상물이라 전작을 안 본다 해도 내용이 이해가 안 가진 않았다. 다만, 내용이 이해가 간다는 거지 재미가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인물 소개를 해주는 것도 내 친구는 A, B, C, D 고 학교 쌤은 E, F다 이 정도로만 끝나서, A는 B와 어떠어떠한 관계이고, C는 D를 좋아하고 이런 자세한 설정들이 없다보니 쟤는 왜 저러지? 같은 의심을 계속 들게 만든다. 그리고 일본 애니에서 자주 나오는 츳코미식 개그가 정말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인데, 필자는 이러한 요소가 정말 맞지 않아 보는 내내 부담감을 느꼈다. 타 흥행 애니메이션 극장판인 귀멸의 칼날이나 주술회전에서도 이런 개그 스타일은 안 맞았는데 이 작품에서도 역시 안 맞았다. 또한 애니메이션 하면 작화나 영상미를 중점으로 보게 되는데, 본 애니메이션은 흔히 모에계 애니메이션에서 쓰이는 인물 형태에다가 연출에서도 특별히 애니메이션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움직임의 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영상미도 특별히 좋은 풍광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시리즈의 팬만을 위한 영화다. 시리즈를 안 봤다고 이해가 안 가는 영화는 아니지만, 시리즈를 안 봤다면 굳이 볼 필요가 없는 영화기도 하다.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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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영화 '파묘'와 '핸섬가이즈'가 제57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각각 심사위원 특별상과 관객상을 수상했습니다.
1968년에 시작된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Sitges - International Fantastic Film Festival of Catalonia)는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에 위치한 시체스에서 매년 개최되는 영화제입니다.
영화제는 주로 판타지, 호러,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선보이며, 벨기에의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 포르투갈의 판타스포르토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로 불리고 있습니다.
영화 '파묘'는 2024년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오컬트 장르의 역사를 새로 쓴 작품으로, 시체스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으며 글로벌 화제작으로 떠올랐습니다.
독특한 오컬트 코미디 영화 '핸섬가이즈'는 관객상을 받으며 집행위원장인 앙헬 살라 코르비(Angel SALA CORBÍ)에게 “기발하고 유쾌한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 원작에 악령 설정을 더한 다양한 장르의 조화와 결합이 뛰어나다”라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이번 수상을 통해 두 한국 영화는 세계 무대에서 한국 영화의 저력을 입증하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영화 지원 예산 복구 촉구 기자회견 개최
지난 16일 영화인들이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제 지원 예산 복구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영화제가 창작자와 관객을 잇는 중요한 플랫폼임을 강조하며, 2024년 지원 영화제가 40개에서 10개로 축소된 것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특히 50주년을 맞았지만, 내년도 예산이 전액 삭감되어 존폐 위기에 처한 서울독립영화제의 예산 복원을 위한 서명 운동 결과도 함께 발표되었습니다. 연명을 시작한 9월26일부터 10월15일까지 175개 단체, 개인 7564명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니아 연대기> 감독 맡은 그레타 거윅, 넷플릭스와 갈등 빚어
영화 <나니아 연대기> 연출을 앞두고 있는 그레타 거윅 감독과 제작사인 넷플릭스가
극장 개봉으로 인한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그레타 거윅은 해당 시리즈가 넷플릭스 스트리밍에만 제한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극장 개봉을 넷플릭스 측에 요청했지만, 넷플릭스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그가 해당 프로젝트에서 빠져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리고 있다고 합니다.
프란시스 코폴라의 대작 <메갈로폴리스> 틱톡에서 화제
프란시스 코폴라의 1천800억 원 대작 <메갈로폴리스 Megalopolis>가 흥행 참패를 겪으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틱톡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영화 속 아담 드라이버의 대사 “Go back to the club”이 특히 인기를 끌며 열렬한 팬층을 형성했습니다.
비평가들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틱톡 사용자들은 이 영화를 반복 시청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곧 Z세대의 새로운 컬트 무비로 자리 잡게 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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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락과 사회적 메시지, 이도저도 아닌 밋밋함
오락과 사회적 메시지, 이도저도 아닌 밋밋함
영화 <협상> 리뷰
감독] 이종석
출연] 손예진, 현빈
시놉시스] 어떠한 상황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던 최고의 협상가 하채윤은 긴급 투입된 현장에서 인질과 인질범 모두 사망하는 사건을 겪고 충격에 휩싸인다. 그로부터 10일 후, 경찰청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제 범죄조직의 무기 밀매업자 민태구가 태국에서 한국 경찰과 기자를 납치하고 그녀를 협상 대상으로 지목한다. 이유도 목적도 조건도 없이 사상 최악의 인질극을 벌이는 민태구와 그를 멈추기 위해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협상가 하채윤. 남은 시간 12시간, 목숨을 건 일생일대의 협상이 시작된다.
명당, 협상, 안시성 이 세 작품이 모두 2018년 추석에 맞춰 개봉한 작품이다. 클래식의 세 주인공이 다른 영화로 이렇게 맞붙는다며 홍보팀이 열일했던 해였다. 현빈이 악역으로 나온다 해서 굉장히 기대가 많았던 작품이었지만 큰 흥행을 하지 못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재미는 있으나 긴장감은 없는 작품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집에서 맥주와 소시지와 함께 영화를 보기에 적합한 킬링타임용 재밌는 영화다. 범인과 경찰 간의 대립이 그렇게 긴장감 있게 조성되고 있지 않았다. 영화에 몰입을 할 수 있다기 보다는 멋지고 예쁜 배우가 나와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재밌어 하기에 안성맞춤인 작품이었다. 딱히 작품을 통해서 어떤 의미를 창출하고, 문제를 인식한다기 보다 지친 일상 적당한 스펙타클적인 요소로 약간의 쾌감과 재미를 전달하는 영화랄까? 분명 사회비판적인 요소들이 꽤 있었는데도 그 요소가 부각된다는 느낌이 없어서 그냥저냥 재밌는 작품이었다.
캐릭터의 진부함
하채윤과 민태구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평면적이다. 자기 동생을 죽인 사람들인 아주 최고위층의 내부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일을 꾸민 민태구.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해 사명감 투철한 경찰 협상가 하채윤. 중반부터 동생에 대한 복수라는 복선이 아주 이곳저곳 나타나 있어서 반전의 요소가 그렇게 부각되지도 않았을 뿐더라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민태구가 사실 피해자라는 점과 마음은 굉장히 여린 사람이라는 점. 그래서 결국 자신의 손으로 죽이지 않고 혼자 죽을 결심을 한 아주 미련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것. 굉장히 클리셰가 범벅이 된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 민태구가 지목한 협상가 하채윤의 캐릭터는 선하디 선하고 위어질 줄 모르는 꼿꼿함을 바탕으로 경찰의 느낌을 아주 다분히 잘 전달하고 있었지만 과연 그녀가 협상을 잘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 정도로 강인하다거나 카리스마가 있다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가 없었다. 민태구와 하채윤이 동등한 기세가 아니라 하채윤이 현격하게 밀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영화 자체의 밸런스가 맞춰지지 않고 진행되는 느낌이었다.
오락과 메세지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못하다
소재가 협상과 인질이고 이 내막이 정, 재계의 고위층들이 지시한 것이라는 점을 봤을 때 아예 이 작품이 오락이나 사회적메시지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했다면 적어도 흥행을 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베테랑 혹은 내부자들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베테랑처럼 현실 가능성은 없지만 막가는 경찰들이 재벌을 때려잡으면서 오락성과 통쾌함을 아예 잡아버리든지, 아니면 내부자들처럼 완전한 사회적 메시지로 노선을 타서 하나만 선택했다면 참 좋았을텐데 영화 협상은 이 두 갈래에서 하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두 토끼를 다 잡으려다가 이도저도 아닌 그저 밋밋한 영화로 남았다. 과유불급이 생각나는 작품이었다. 영화 제목처럼 전문적인 협상을 잘 보여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오락성과 통쾌함을 줬다기엔 결말이 매우 찝찝하고, 메시지를 줬다기엔 처벌 받는이가 없으니 더욱 밋밋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집에서 킬링타임용으로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 협상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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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을 수 없는 상실과 잃을 수 없는 그리움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클로즈> Close 2022
벨기에 / 드라마 / 104분
감독: 루카스 돈트
잊을 수 없는 상실과 잃을 수 없는 그리움으로 <클로즈>
레오는 생각이 멈추지 않아 잠을 자지 못하는 레미에게 작게 속삭인다. "상상해 봐 넌 방금 알에서 나온 아기 오리야, 난생처음으로 눈을 뜬 거야. 넌 다른 오리보다 훨씬 아름다워, 특별해." 계속 뒤척이던 레미는 레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레오는 아기 오리가 도마뱀을 만났다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넌 도마뱀이 무섭지 않아, 사실 처음 봐서 잘 몰라, 하지만 넌 걔가 좋아. 너처럼 특별하거든. 아기 오리와 도마뱀은 같이 길을 떠나 그리고 함께 트램펄린을 뛰어." 레미는 그제야 깊은 보조개를 보이며 눈을 감는다.
레오가 언급하고 레미가 집중한 특별함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피부로 느낀 특별함은 한때 내가 느꼈던 얼룩덜룩한 색깔이다. 우리 역시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특별하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으니까. 어두컴컴하고 외롭고 공허한 감정을 숨기고, 타인들 틈에 섞이고 싶지 않은 마음을 애써 좋게 표현하기 위해 '특별'로 나를 포장했던 기억. 지극히 개인적이라 내밀했고, 따라서 언제든 각자의 안전지대가 있었던 순간들….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나만의 기준을 처음 정립하고 보낸 유년 시절의 기억은 잊을 수는 있어도 결코 잃을 수는 없다는걸.
<클로즈>가 두 아이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이 특별함에서 시작한다. 우린 이미 이 특수한 특별함의 결말을 알고 있다. 감당할 수 없는 마음으로 벼랑 끝에 섰던 그 시절의 나, 내가 반드시 앓아야만 했고 그리하여 놓쳐버렸던 관계, 하나를 잃는 순간 전부를 잃은 것만 같았던 순간. <클로즈>는 삼분의 일도 채우지 못한 '나'의 나이테를 스스로 도려내면서까지 제 세상을 지키려고 한 두 소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다른 아이, 틀린 사람, 특별한 존재, 그리하여 쉽게 외톨이가 되는 나. 두렵고 무서운 세상을 견디는 데 필요한 건 나와 똑 닮은 이방인이다. 딱 한 명이면 된다. 세상의 편협한 기준에 맞춰 사는 게 어렵고 힘든 '특별한' 내가 '특별한 나'를 운명적으로 만나 제삼자들의 노골적인 힐난에서 안전하게 벗어나는 것이다. 중요한 건, 탈출하는 순간 특별이란 단어엔 조금의 부정도 남아있지 않아야 한다. 레오와 레미가 직접 울타리를 세워 강한 연대를 형성한 것처럼 말이다. 두 사람 사이엔 공유하지 않는 감정도, 나눌 수 없는 이야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가능성과 모든 불가능성을 어떠한 기준 없이 전달하고 전달받는다. 일방적인 것 같지만, 엄연히 그들이 정한 룰이며 합의된 사랑이자 우정이다. 이 절대적인 포용과 충만한 상호교류는 레오와 레미의 세계를 같은 도형으로 찍어내는 것도 모자라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단일 세계로 보이게 하는 착각을 일으킨다. 이 세상이 존재했을 때부터 너와 나는 함께였다는 믿음, 그 결과 견고한 울타리는 보이지 않는 경계로 완벽하게 변모한다.
수년간 함께 같은 계절을 지나왔던 레오와 레미는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뒤로 서로 다른 곳에서 혹독한 계절을 맞이한다. 단단하고 강력했던, 그래서 조금의 이질감도 느낄 수 없었던 울타리를 먼저 넘어 도망친 건 레오였다.
"너희 둘이 사귀니? 친구라기보단 너무 가까워 보여서."
장난기 섞인 농담 반 진담 반, 레오는 쫓기듯 부정했고 레미는 침묵했다. 말하는 자와 듣는 자가 동일한 언어를 쓰는 일은 희박하다. 각자가 정의한 단어를 조합해 서로의 의견을 파악하고 이해해 받아들일 뿐이다.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엄청난 노력이 요구되며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는 면역력도 갖고 있어야 한다. 반 이상이 어긋나기를 택하기 때문이다. 중학교에 들어간 레오와 레미는 이제 막 작은 사회에 던져졌다. 어른도 갖지 못한 능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고로 그들에겐 농담 반 진담 반은 있을 수 없다, 오로지 날카롭게 파고드는 냉혹한 악담뿐이지.
레오는 달라진다. 레미와 거리를 두고 적성에 맞지도 않는 아이스하키를 배우고 새로 사귄 친구들 틈에 섞여 주파수가 다른 웃음 코드에 반응한다. 특히 아이스하키를 배우는 레오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레오가 아이스하키를 자신의 남성성 표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그는 자신의 남성성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상태다. 무엇이 남자다움이며 어떤 시각이 다른 아이들이 원하는 시각인지 모른다. 목적 없고 보이지 않은 불안에 발이 걸린 채, 자기 확신과 의지를 버리고 형태조차 잡히지 않은 세계에 들어가려 애쓸 뿐이다. 레오가 타인의 잣대로 인해 자기 자신을 잃는 건 찰나였고, 레미는 이를 막을 힘도 명분도 없었다. 그들의 울타리는 이미 망가진 후였다. 누구나 때가 되면 자기만의 세상에서 나와 더 큰 세상을 맞닥뜨려야 한다지만 이를 제삼자가 무차별적으로 관여한다니, 참 애석한 일이다. 더 기분 상하는 건 그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는 걸 전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점점 더 노골적으로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레오에 레미는 혼란스러워한다. 레오에게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다가가 돌변한 이유를 묻지만, 돌아오는 건 대답을 품은 침묵이다. 레오는 레미에게 냉랭한 태도를 유지한다. 동시에 레미가 현재 자신의 상황을 헤아려주길 바란다. 레미라면, 나와 같은 세계에 사는 나라면 당연히 자신을 이해해 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레미는 레오와 다른 사람이다. 두 사람의 세계가 같은 모양으로 빚어졌을 뿐이다. 늘 같이했던 놀이도 나눴던 대화도 사라진 지 오래다. 끝내 레미는 처참히 부서진 울타리 앞에서 자신의 형체를 영원히 지우기로 한다. '나와 나'가 아닌 '나' 홀로 남은 세계에서 탈주하는 건 레미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레오에게 자기 존재를 부정당한 것만큼 슬픈 일이었다.
레미의 죽음으로 학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심리상담을 진행한다. 레오는 더욱더 많은 친구를 사귀고, 공동체 안에 무난히 섞이기 위해 학교생활에 더 몰두한다. 악착같이 레미를 생각하지 않기 위해 아이스하키를 하고 새로운 친구 집에 놀러 가 잠도 자고, 부모님 화훼농장 일을 돕기도 한다. 가족은 온 마음을 다해 반쪽을 잃은 레오를 살피고 위로한다. 그러나 레오는 계속 고통에 몸부림친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레미가 부서진 울타리 앞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으며, 레미에게 마지막으로 건넸던 자신의 침묵이 사실은 엄청난 폭언이었다는 것을. 그는 레미에게 한 대답을 자신에게 똑같이, 수백 번 되풀이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혹독한 벌을 주기 위해 아이스하키를 했던 거고, 레미 엄마와의 대화를 피하면서도 모든 시선 끝엔 그녀를 담았으며 매일 고통을 삼켰다.
죄책감, 슬픔, 분노, 자책, 공포, 두려움. 처음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과 원치 않는 상황들.
마침내 팔을 다쳐 더 이상 아이스하키를 못하게 되자 레오는 레미의 부서진 화장실 문과 형언할 수 없는 슬픔, 그리고 죄책감에서 자신이 평생 벗어나 수 없을 거란 진실을 받아들인다. 레미를 향한 참을 수 없는 그리움 때문이었다. 그것은 그때 그 시절 우리가 반드시 마주해야만 했던 현실이었고, 온전한 내 편과 나였던 너를 다신 볼 수 없는 미래였다. 이전과 다르지 않게 흐르는 시간과 표면적으로만 바뀌는 계절 속에서, 괜찮아질 거란 믿음과 이별과 작별하는 이상적이고 획기적인 방법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아기 오리와 도마뱀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아름다운 동화는 두 아이의 밤을 포근하게 해줄 수는 있어도 책임져주진 않으니까. 레미 엄마를 향한 레오의 고백이 유독 고통스럽고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레오와 레미의 특별함에서 시작했던 <클로즈>는 레오가 비로소 혼자가 되자 속도를 올려 우리 모두가 걸어야 했던 순간들을 빠르게 지나친다. 카메라는 더 가깝게 레오를 향하고, 이야기는 더 담담하게 레오를 통과한다. 이를 가슴 아픈 성장이라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레오의 모든 반응을 세밀하고 집요하게 관찰한다. 무엇보다 ‘지나간다’, ‘흘러간다’, ‘멈추지 않는다’에 몰두한다. <클로즈>의 초점은 상실한 레오가 아니라 상실한 레오의 뜀박질에 맞춰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감각적이고 심미적이지만 그 이상 선을 넘지 않는다. 동시다발적으로 솟구치는, 도저히 정의할 수 없는 감정들이 레오를 집어삼키는 걸 손 놓고 지켜보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은 아이에게 계속 상황을 안겨준다. 아이스하키도 심리상담도 꽃밭을 트랙터로 밀고 다시 그 땅에 모종을 심는 화훼농장 일도, 레오의 사랑하는 가족도 모두 레오의 이야기를 끊기지 않게 한다, 하루를 살게 한다. 덕분에 레오는 멈추지 않고 달린다.
무뎌짐이 당연한 세상 속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할 방법은 뒤가 아니라 앞에 있다.
둘이 뛰었던 농장을 혼자 뛰는 레오가 잠깐 멈칫거려도 더는 마냥 불안하지 않듯이.
잊을 수 없는 상실과 잃을 수 없는 그리움이 그날의 나를 아주 가까이서 이끌었음을 부정하지 않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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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24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리들리 스콧의 <글래디에이터 Ⅱ>가 주말 관객 수 31만 명, 누적 관객 수 44만 명을 기록하며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약 4,300억 원의 높은 제작비 대비 다소 아쉬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 편의 이야기를 그대로 이어받아 제작된 <글래디에이터 Ⅱ>가 과연 기존 시리즈와 같은 영광을 누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북미에서는 오는 22일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지난 6일에 개봉했던 <청설>이 누적 관객 수 52만 명을 돌파하며 여전히 2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배우 박신양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사흘>은 누적 관객 수 15만 명으로 3위를 기록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애초 '오컬트' 영화로 홍보가 된 것과 달리, '부성애'에 초점을 맞추어진 내용이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미에서는 크리스마스 영화가 강세입니다. 국내에서는 누적 관객 수 5만 명에 그쳤던 <레드 원>이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레드 원>은 드웨인 존슨을 비롯해 크리스 에반스, 루시 리우, J.K. 시몬스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이 총출동하며 제작비가 2억 5천만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영화입니다. 북미 프리뷰 당시 250만 달러라는 저조한 수익을 올리며,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리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현재 누적 수익 약 3,400만 달러를 기록하며 한숨 돌리게 되었습니다.
지난주 1, 2위를 차지했던 <베놈: 라스트 댄스>와 Ever>은 한 계단씩 내려와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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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진 시간
사라진 시간
정진영 배우의 첫 감독 연출작품. 그가 배우를 하기 전에 연출부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배우보다 감독이 되고 싶었고, 30여 년의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연출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정진영의 첫 작품은 기존의 영화 문법을 따르지 않은, 신선한 시도였다.
이 영화를 두고 장자의 '호접몽'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꿈을 꾸는 나와 꿈속의 나, 꿈속에서 꿈을 꾸는 나에 관한 설정을 다룬 영화는 여럿 있다. 이 영화는 꿈에 관한 영화라기보다 '정체성'에 관한 영화로 읽는 것이 본질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아의 정체성에 관한 최고의 작품은 카프카의 '변신'이다.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자기가 거대한 벌레로 변했다는 걸 알게 된다. 가족 모두 그레고르의 변신에 충격을 받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그레고르 역시 자신이 벌레로 변했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부정하지만, 벌레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
카프카의 작품은 '변신'이라는 형태적 변화를 통해 개인의 '존재'와 '정체성'을 묻고 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인간'이 아닌, 가족에 기생하는 '벌레'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벌레'는 사회에서 도태한 한 인간의 '사회적 존재'로 인식할 수 있다.
'사라진 시간'의 주인공 '형구'는 자기가 인식하는 자아와 타인이 인식하는 자아가 다르다는 점에서 분열적 존재다. 그레고리는 자신이 벌레로 변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벌레로 변신하기 이전의 자신과 벌레로 변신한 이후의 자신이 동일한 인물이라는 걸 분명 알고 있다. 육체가 벌레로 변했어도, 그레고리 잠자는 변하지 않는 자아를 갖고 있다. 이것은 자기가 생각하는 '자아'에는 분열이 없지만, 가족과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시각은 분열적이라는 점에서 '사라진 시간'의 형구와 큰 차이가 있다.
형구는 자기가 생각하는 정체성이 '형사'지만, 현실(?)의 모습은 '선생'이다. 형사였을 때의 형구는 가난하지만 결혼했고, 아들이 둘인 아버지이자 가장이다. 수사를 하던 중, 마을 주민이 준 술을 마시고 취해서 잠들었다 깬 형구는 학교 선생님이다. 그는 자신이 학교 선생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는 아직 미혼이고, 자기가 수사하던 불탄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물론 불이 났던 집은 흔적조차 없고, 모든 것은 정상이다. 불이 났던 것은 상상일까, 불이 날 때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은 교사 부부는 환상일까.
형구는 자기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자기가 살았던 아파트를 찾아가고,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에도 간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자기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자기가 살게 된(불이 났던 집) 집에서 발견한 것은 형구가 교사가 되기 위한 증거들로 넘쳐난다. 그 서류가 조작이라고 믿는다면 거대한 음모론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는 것이다. 누가, 왜 형구의 삶을 분리하기 위해 세상의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일까. 오히려 형구가 자신의 정체성을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 합리적 의심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아의 정체성은 그 모든 세계를 의심할 만큼 견고하다. 자기부정은 자신의 실존을 의심하게 되고, 자아의 분열을 인정하는 것이다. 모두가 아니라고 해도, 자신만은 그것이 옳다고 주장할 때, 둘 가운데 하나는 분명 틀렸다.
형구는 자신이 형사였을 때, 학부모 해균이 초등학교 동창 여자와 모텔에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형구가 선생의 정체성으로 혼란스러울 때, 해균에게 초등학교 동창 여자와 모텔에 가지 말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해균이 놀란 것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형구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이 영화 전체에서 일종의 '키'로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형구가 해균의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 참석해서 만난 경찰서장의 부인이 바로 자기의 아내-형사였을 때-라는 설정은 영화의 이야기 구조가 도치되었음을 말한다. 즉 형구는 이미 이 동창모임이 있기 전에 경찰서장 부인을 만난 적이 있다. 그것은 영화에서 형구가 형사로 등장하기 전이며, 그때 이미 형구는 학교 선생으로 재직하고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영화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앞부분, 교사 부부가 살고 있고, 수혁의 아내 이영이 밤만 되면 다른 사람으로 빙의한다는 것, 이 부부 교사가 결국 집에 갇혀 불에 타 죽게 된다는 내용은 형구의 꿈이거나 상상이라는 추론을 할 수 있다.
이영은 읍내에 있는 주민자치센터에서 뜨개질을 배우는데, 형구가 온천에서 우연히 만난 초희(뜨개질 강사)에게서 형구가 뜨개질을 잘 한다는 말을 듣는데, 이영과 형구는 동일 인물임을 알 수 있다.
형구와 초희는 우연히 온천에서 만나는데, 두 사람은 급격히 가까워진다. 두 사람 모두 나이가 꽤 있음에도 결혼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초희는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던 비밀을 털어놓는다. 자신이 밤만 되면 누군가의 모습으로 빙의한다는 사실을. 형구는 이 말을 듣고 소름이 돋는다.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만, 이야기는 순환한다. 형구는 초희와 결혼해 함께 살게 되고, 초희는 밤마다 누군가로 빙의한다. 이 사실을 마을주민 해균이 우연히 알게 되고, 이장에게 전달하며, 이장은 마을 주민에게 알리고, 절대 비밀로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마을 주민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 된다. 마을 주민들은 밤마다 빙의한다는 초희를 무서워하고, 형구에게 밤에는 집안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철창을 설치하기를 권한다.
이 모든 과정은 형구의 상상이지만, 형구는 이 일련의 상황에 몹시 스트레스를 받는다. 형구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지만, 어느 날 마을 잔치에서 독한 술을 잔뜩 마시고 정신을 잃은 것처럼 잠에 빠진다. 그리고 꿈을 꾼다. 상당한 미인이었던 경찰서장의 부인이 자기 아내가 되고, 자신은 형사가 되어 자신의 분열된 자아 - 교사 수혁과 이영 -가 행복하지만 결국 불에 타 죽는 장면을 보게 된다. 형사인 형구는 자신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욕망을 실현 - 미인인 아내와 결혼하고 두 아이를 얻는 것 -하고, 불안한 욕망 - 뜨개질 강사를 좋아하지만 그녀가 드러낸 비밀(빙의) - 을 제거하기 위해 집이 불탄다. 형구는 뜨개질 강사 초희에게서 들은 빙의의 비밀에 충격을 받고, 자신이 꿈속에서 교사가 아닌, 형사로 빙의한다. 그리고 잠에서 깼을 때, 형구는 빙의에서 깨어나지 못한 상태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영화는 열린 구조로 되어 있어서 결말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관객은 감독의 불친절한 결말에 불평할 수는 있지만,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어서 서사가 풍부해지는 장점이 있다. 단지 꿈에 관한 이야기일지, 평행우주에 관한 이야기일지, 장자의 호접몽을 말하는 것인지, 카프카의 벌레에 관한 이야기인지 관객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신선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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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후의 초상화 밖으로 뛰쳐나간 여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영화 <코르사주>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이름을 날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후 '엘리자베트(비키 크립스)'. 그런 그녀에게 남편인 '프란츠 요제프(플로리안 테히트마이스터)' 황제는 인형과도 같은 황후의 역할만을 요구한다. 이에 엘리자베트는 답답한 코르사주(코르셋)를 조인 채 무거운 머리를 지탱하며 그저 우아하게 앉아있을 뿐이다. 하지만 마흔 살이 넘어가면서부터 그녀는 아들인 '루돌프(아론 프리즈)' 황태자의 경고도 무시한 채 여행, 불륜, 마약에 손을 대며 한 명의 여성이자 개인의 삶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2022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고, 2023년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부문 오스트리아 공식 출품작으로 선정된 영화 <코르사주>. <코르사주>는 흔히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마지막 황후이자 ‘시씨’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진 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사실 엘리자베트 황후의 이야기는 뮤지컬 '엘리자베트(엘리자벳)'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녀는 자유분방한 소녀였지만 황후가 되었고, 전통과 관습이 지배하는 궁정 생활을 견디기 힘들어했다. 아름다운 미모로 전 유럽 사람의 찬사를 자아냈지만, 미모를 관리하던 중 거식증에 걸리는 등 온갖 고초를 거쳐야 했다. 그러면서도 궁전을 벗어나 자유를 갈망한 비운의 황후였다. 마치 다이애나 스펜서의 선배처럼 보이기도 한다.
<코르사주> 속 엘리자베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 영화는 그녀의 일대기를 그려내는 대신 '마흔이 된 황후 엘리자베트’의 변화에 주목한다. 특히 그녀가 어느 시점부터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착안해 왜 그러한 선택을 내렸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렇게 영화는 황후라는 이미지에 가려진 한 인간 엘리자베트의 얼굴을 세상에 내보인다.
영화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숨을 참는 엘리자베트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목욕을 마친 그녀는 코르사주로 허리를 동여맨다. 준비를 끝내고 황제와 함께 미술관 개장 행사에 참여한 그녀는 코르사주를 지나치게 세게 묶은 나머지 돌연 정신을 잃고 기절한다. 하지만 그 후로도 그녀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녀는 계속해서 아름다운 인형으로 남아야 한다. 일례로 그녀의 식단은 만찬과 연회 중에도 철저한 관리 대상이다. 그녀는 남들이 먹는 화려한 음식들에 손조차 댈 수 없다. 황후에게는 황제 옆에 서서 인형처럼 웃는 것 외에 다른 일이 없으므로, 조금이라도 인형의 외관에서 벗어나는 일은 허락되지 않았다. 마흔 살 생일을 맞이하자 더 많은 압력이 가해진다. 황실 소속 화가가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자 주치의는 여성의 평균 수명이 마흔이니 더 각별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오프닝은 엘리자베트라는 역사적 인물의 삶을 빌려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 하는지를 명확히 암시한다. 여성에게 요구되는 '아름다움'이라는 미적 기준이 개개인을 억압하고, 삶을 피폐하게 만들며, 수동적인 존재로 격하한다고 비판한다. 이전에 비해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권리가 보장되었는데도 여전히 아름다움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고, 엘리자베트를 구속한 악습이 오늘날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탈코르셋’(탈코) 운동처럼도 보인다. 사회구조적 외모 강박 혹은 여성성 강요에 저항하려는 목적으로 화장이나 긴 머리, 여성적 옷차림 등 ‘사회적 여성성’을 부정하는 시도가 엘리자베트의 삶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는 한 개인으로서 엘리자베트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포기하는 선택과 황후로서 엘리자베트가 자신을 옥죄는 규범을 어기며 자유를 갈망하는 모습을 같이 위치시킨다. 그녀는 코르사주를 벗고, 길게 늘어뜨린 머리를 단발로 잘라버린다. 동시에 황제의 부인이라는 지위를 거부한다. 황제에게 정부를 소개하고, 영국인 승마 선수 조지 베이나 사촌 루트비히 2세와는 사랑과 우정 사이의 관계를 유지한다. 한편으로는 황후로서 참석해야 할 공무를 외면한 채 자유를 즐긴다. 또 고정된 이미지로 남아야 하는 초상화 작업은 거부하지만 자유롭게 들판을 거니는 순간을 기록할 수 있는 동영상 촬영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한다.
황후의 삶을 포기하고 여성으로서의 자유를 추구하는 엘리자베트의 노력은 그녀가 갖고 있던 또 다른 가능성 때문에 더 인상적이다. 그녀는 우울증에 시달린 자기 경험을 투사하며 정신병 치료와 정신병원 시설 개선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림을 그리는 예술적인 면모도 지녔고,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의 발칸반도 진출과 관련해 전황을 판단할 줄 아는 식견도 갖추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만약 그녀가 미모를 가꾸는 데 열중해야 했던 시간과 노력을 다른 데에 투자했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하는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영화의 지향점을 생각하면 꽤 의미심장한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영화는 황실의 모습을 비추면서도 화려한 궁전 내부를 기대보다 자주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각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칙칙하고 어두운 통로들을 더 자주 비춘다. 마치 겉보기에는 화려하나 실제로는 생기가 없는 엘리자베트의 외관과 내면을 한 공간에 담기라도 한 듯이. 또 그렇기에 <코르사주>가 완성한 황후 엘리자베트의 새로운 초상도 인상적이다. 황후로서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바닷속에 몸을 던져 자유를 얻는, 비극적이면서도 엄청난 해방감을 선사하는 결말의 순간에 그 어느 때보다 살아 숨 쉬고 있는 엘리자베트를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인과 황후라는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엘리자베트의 변화를 <코르사주>가 과연 적절히 전달하는지는 의문이다. 영화는 엘리자베트라는 실존 인물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요소만 부각해 원하는 인물상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마리 크로이쳐 감독은 "영화적 내러티브로 전환하면서 내용과 형식적으로 많은 자유를 부여했다"면서 "이야기하거나 묘사하는 것에 있어 모든 역사적 ‘실수’는 모두 예술적 결정이었다. 나는 멋지고 깔끔한 전기 영화를 만드는 데 관심이 없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코르사주>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을 둘러싼 역사적 배경 또한 조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선택은 그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스트리아의 황후라는 지위가 얼마나 부담되고 무거운 자리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엘리자베트의 고난과 시련이 구체적으로 와닿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쇠락기에 접어든 제국이었다. 1866년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후 오스트리아를 통치하던 합스부르크 가문은 제국이 붕괴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헝가리의 요구를 일부분 받아들여 1867년에 오스트리아 황제가 곧 헝가리의 군주를 겸임하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 군주제 체제를 구축했다. 오스트리아와 헝가리가 나름 동등한 위치로 제국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황제와 황실의 존재는 붕괴 위기에 빠진 제국을 지탱할 몇 안 되는 도구 중 하나였다. 마치 엘리자베스 2세와 영국 왕실이 영국이라는 국가와 영연방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어 유지한 것과 유사한 역할을 맡아야 했다. 즉, 당시 황제와 황후, 그리고 황실은 서로 다른 민족과 국가를 하나로 묶는 상징이자 실질적 제도로서 기능해야 했다. 실제로 엘리자베트의 막내딸 발레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제국의 통합을 상징하는 공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아름다운 황후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은 단순히 미모를 관리하는 것 이상으로 무거운 책임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나 맥락을 알 수 있는 장치는 많지 않다. 특히 오스트리아 관객이 아니기에 더욱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 결과 엘리자베트가 겪은 여러 어려움은 그저 막연하다. 짐작하고 동조할 뿐, 설득될 수가 없다. 황후로서 역할이 얼마나 막중했는지, 그녀의 역경이 얼마나 큰지, 또 그녀의 고통이 얼마나 강한지 명확히 드러날수록 해방되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큰 쾌감이 느껴질 것이고, 그녀에게 자유가 의미하는 바가 더 절실히 느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왜 승마를 그토록 사랑했는지, 왜 그토록 손쉽게 마약에 빠져들 수박에 없었는지 그 동기와 계기도 더 잘 설명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듯 보이기도 한다. 다음처럼 이해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엘리자베트가 황후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도 져야 한다. 하지만 그녀는 전자를 누릴 뿐, 후자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 배경이 어떻든 간에 작중 엘리자베트가 결국 무책임한 인물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몸이 약한 막내딸을 굳이 새벽에 외출시켜서 감기에 걸리게 하는 것, 그토록 엄중한 상황에서 자신의 스케줄을 마음대로 거부하는 것, 평생 여행을 다니며 황후의 역할을 회피하는 것도 마냥 동정을 살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제목인 코르셋(코르사주)이라는 상징에 담긴 <코르사주>의 메시지는 여전히 시의적절하다. 그 메시지를 현현한 엘리자베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도 충분히 흥미롭다. 하지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다소 부적절한 것도 사실이며, 그 결과 과연 이 영화가 원하는 대로 수용되거나 해석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결국 <코르사주>는 황후와 여성 사이에서 길 잃은 엘리자베트만큼이나 모호한 인상을 남긴 채 막을 내리고 만다.
A(Acceptable, 무난함)
평범한 여성이 되고 싶었던 황후. 실존적 불안과 치기 어린 불평 사이에서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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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동석 형네집? 안젤리나 졸리의 로멘스? 이터널스 모든 사건의 중심, 바빌론을 알아보자!
#이터널스 #길가메쉬 #마동석
2021. 06. 02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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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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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모두가 놓친 장소
00:40 역사의 시작, 바빌론
02:00 길가메쉬 & 바빌론
02:55 안젤리나 졸리의 사랑
03:50 이터널스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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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4」시리즈 속 모든 상징과 철학 뽀개기 #02 | 매트릭스 인문학 리뷰 | 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 | 매트릭스4 리뷰 | 매트릭스4 해석 | 매트릭스 리저렉션 해석 |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
《매트릭스 1~3》 인문학 결말포함 영화리뷰 #2
*후속영상
#1 [네오는 테스형♪] https://youtu.be/gckW2TYRFMc
#3 [빨간 옷의 여자] https://youtu.be/X_fQcoytk70
#4 [오라클은 악마다?] https://youtu.be/fLgWf7NWkn8
#5 [스미스는 왜 졌을까] https://youtu.be/Uas0KZDCQec
*추천영상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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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정직한 후보2> 티저 예고편
거짓말 못하는 ‘진실의 주둥이’ 컴백! 이번엔 2명?! 서울시장 선거에서 떨어지며 쫄딱 망한 백수가 된 ‘주상숙’은 우연히 바다에 빠진 한 청년을 구한 일이 뉴스를 타며 고향에서 화려한 복귀의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정직하면 할수록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지지율 앞에 다시 뻥쟁이로 돌아간 그 순간, ‘주상숙’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진실의 주둥이’! 이번엔 ‘주상숙’의 비서실장 ‘박희철’까지 주둥이가 쌍으로 털리게 되는데... 재미도 2배! 웃음도 2배! 주둥이 대폭발 코미디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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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안나라수마나라> 티저 예고편
“당신… 마술을 믿습니까?” 미스터리 마술사의 환상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판타지 뮤직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 5월 6일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