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3-24 11:09:49
소소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시시콜콜한 이야기>
이수경 배우 & 엄태구 배우
오늘의 영화는 바로,
<시시콜콜한 이야기>입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정보
개요 | 멜로/로맨스, 드라마 | 한국 | 33분
감독 | 조용익
출연 | 이수경, 엄태구
등급 | 12세 관람가
줄거리
감독 지망생 도환은 지난 연애로 고통받고 있는데, 프리랜서 모임에 나갔다가 이상하게 매력적인 은하를 알게 된다. 그녀의 도움으로 그는 지난 연애의 문제점을 알게 되고, 그의 시나리오 또한 해결책을 찾게 된다. 은하와 도환은 전화와 문자로 계속 가까워진다. 도환이 그녀에게 호감을 갖게 되지만, 그는 또다시 상처받을까 두렵다.
출처 | 다음 영화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를 보면 왜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선택을 받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정말 소소한 이야기이지만, 마음이 설레고 기분이 좋아진다. 과연 왜일까. 아마 좋아하던 누군가가 떠올라서, 혹은 누군가를 좋아했던 나의 모습이 생각나서 아닐까. 도환과 은하가 이상하게 서로에게 끌렸던 것처럼 이 영화 또한 형용할 수 없는 어떠한 감정에 의해 관객이 끌렸던 것 같다.
출처 | 왓챠 유튜브 캡처
"싱그러움"
영화를 생각하면 딱 한 단어가 떠오른다. '싱그러움'. 싱그러운 초록 풀로 꽉 차있는 배경, 귀뚜라미와 매미 소리, 채도 높은 색감. 영화 속에서 보이고, 들리는 것에 의해 마치 싱그러운 여름 한가운데에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풍경과 함께 배우들의 풋풋한 연기는 영화의 싱그러움을 더욱 극대화했다.
출처 | 왓챠 유튜브 캡처
"사랑스러운 두 배우"
이수경 배우는 항상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며 다양한 연기를 보여줬다. 배우 최민식은 한 인터뷰에서 이수경 배우를 "천생 배우, 동물적인 본능으로 연기하는 배우"라며 칭찬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감독과 동료 배우는 이수경 배우를 '본능'의 배우라는 말하는데요. 그러니까 이수경 배우는 계산 없이 본능적으로, 그 캐릭터 자체가 되어 연기를 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수경 배우가 연기한 '은하'하는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게 다가왔다.
조금 포스가 있고, 센 악역을 주로 맡았던 배우 '엄태구'의 로맨스 영화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엄태구 배우의 입덕작이었다고 말하는 팬들도 많고, 관련 영상 댓글을 보면 엄태구 배우가 더 많은 로맨스 작품을 찍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적혀있다. 한국인이 사랑을 시작하는 방법이 '하여튼 웃겨', '하여튼 희한해', '하여튼 이상해'라고 하던데 극 중 은하가 도환에게 빠지게 된 것도 이게 시작이 아니었을까 싶다. 조금은 찌질하게 묘사되는 도환이지만...하여튼 웃기고, 희한하고, 이상하다.
출처 | 다음 영화
"은하의 시점은?"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도환의 시점만 있을 뿐, 은하의 시점은 알 수 없었다. 극 중 은하는 도환에게 "여자를 단순히 그냥 이별 통보하는 대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그 여자는 나름의 이별을 준비해 온 시간이 있었을 거라고 다가가는 건 어때요? '너무 남자 시점으로만 보는 영화보다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리는 이야기를 한다. 작품 속에서 나온 이야기이지만, 정작 이 작품에서는 볼 수 없어 조금 아쉬웠다.
출처 | 왓챠 유튜브 캡처
싱그러운 로맨스 영화를 찾고 계시다면 <시시콜콜한 이야기> 어떨까요?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왓챠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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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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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서울독립영화제 후기 (2)
4.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국내에선,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여자 없는 남자들> 이 원작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로 가장 잘 알려진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타 작품들을 워낙 재미있게 봤던 터라, 기대를 안고 가장 먼저 티켓팅에 도전한 영화이다. 역시나 좋았고, 전작들과는 색다른 느낌을 주는 이야기였다.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가 끝난 후 진행된 시네토크에서,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에서 시작해서 픽션으로 끝나는 영화’라고 하신 평론가님의 말씀이 기억난다. 이보다 이 영화를 더 잘 설명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자연을 보호하고자 하는 거주민, 그리고 그 반대쪽에 서서 어떻게든 글램핑장을 건설하려는 회사 직원들의 이야기. 와중에 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엔딩에 이르러서는 충격적인 장면이 묘사된다. 어떠한 순간순간들이 문학적으로 다가와 좋았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말을 아껴야겠다. 정보없이 봤을 때 오는 놀라움이 크다)
광활한 풍경, 유머러스한 대화, 그리고 오프닝이 정말 볼만하다.
그리고,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5. 백탑지광 (감독 장률)
영화 <군산:거위를 노래하디>, <경주>, <춘몽>으로 잘 알려져 있는 영화감독 장률. 이번 영화 <백탑지광>은 한 편의 시를 닮았다.
영화 <군산>과 <경주>
영화 <춘몽>과 <백탑지광>
백탑은 그림자가 지지 않아요
영화 제목 '백탑지광'에서의 백탑은 베이징에 있는 탑으로, 그림자가 지지 않는다. 이는 곧 한 등장인물이 '우리에겐 그림자가 없다'라고 상대에게 말하는 것과 연결된다. 각자의 아픔과, 말 못할 서러움들을 내면에 꾹꾹 눌러담고 있어서일까.
속에 자리한 그늘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은 각자의 힘으로 묵묵히 생을 버텨내고 있다.
내가 안아줘도 될까요?
용기내어 이렇게 물어보며 자신의 그림자를 꺼내 보인다. 조금은 다른 모양일지라도,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포갠다.
너의 그림자와 나의 그림자를 겹쳐본다.
괴로움, 죄책감, 고독감 모두. 나의 아픔과 너의 아픔까지도.
그 순간에는 조금 쓸어내릴 수 있을 것만 같다.
마음껏 봤고 마음껏 좋아했다.
12월의 압구정 cgv의 온기를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영화인들 틈에 끼어 12월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출석했던 서울독립영화제. 2024년에는 또 어떤 좋은 영화들을 만나게 될까. 영화가 가진 힘을 믿으며 앞으로의 2024년도,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좋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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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년 기다린 값을 하긴 했던 <아바타> 후속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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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누군가가 "제이크! 잘 지내고 있어?"라고 묻는다면 그는 "그렇다"라고 답할 것이다. 악몽 같은 시간이 지난 현재. 반인불수의 몸이었던 제이크 설리. 지금은 나비족의 몸을 얻어 살고 있다. 인류와의 전투가 있었다. 쉽지 않게 이긴 설리. 설리는 같은 전투 파트너였던 네이티리와 함께 가족을 이뤘다. 아이는 세 명이나 낳았다. 두 명의 아들과 한 명의 딸이 제이크와 네이티리를 '엄마, 아빠'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아이들 말고 부부에겐 두 자녀가 더 있다. 이 두 명의 아이들은 입양아들이다. 한 명은 '키리'다. 키리는 1편에서 사망한 그레이스 박사의 딸이다. 아버지는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다른 아이는 '스파이더'다. 이 아이는 나비족이 아니다. 엄연히 인간인 스파이더. 인류와 나비족 간의 전투가 끝나고 몇몇 과학자들은 판도라에 남았었다. 원래라면 판도라에서 지구로 돌아가야 했던 아이지만 나이가 너무 어렸던 탓에 나비족과 함께 살았던 아이. 그 아이도 어느덧 커서 나비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두 명의 부모에 다섯 명의 자녀라.. 쉽지 않다. 만약 2022년의 대한민국이었다면 애국자로 칭송받아 마땅했을 것이다. 난이도가 높은 육아 생활. 한 명만 낳아 길러도 어려운 걸 다섯 명 씩이나 감당하고 있으니 일상이 어지럽지 않을 수가 없다. 토루크 막토로서 외부 세력의 침략에 대응하는 설리. 이번에 설리와 군인들은 RDA의 보급 수송 열차를 약탈하는 일을 맡고 있다. 망을 봐야 하는 설리의 두 아들 로아크와 네테이얌은 아버지의 명을 안 듣고 군사작전에 참여한다.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난 두 아들. 아버지는 아들을 크게 혼낸다. 근데 이 두 아들에게 위축된다는 것은 아예 모르는 이야기다. 어딘가로 향하는 설리와 네이티리의 아이들. 1편에서 인류와 나비족이 전투를 벌였던 곳이다. 온갖 시체들이 보이는 것 같다. 울창한 숲, 출구는 물의 길처럼 안 보이는 것 같다. 서성이는 아이들. 아이들은 저 멀리에서 모르는 얼굴의 아바타들을 확인한다. 쟤들 뭐야? 처음 보는 얼굴들 같았다. 아니. 그 낯선 아바타들은 아이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 너는 설리의 아이들이군."
현장 로케이션 힘들었을 듯
13년을 기다려온 시리즈의 후속작이다. 13년은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12년이 된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선거를 3번 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인간은 이 긴 시간 동안 영화를 내지 않았다. 만약 어떤 영화감독이 있다고 치자. 한 영화가 나오고 13년 후에 다음 작품이 나온다고 해보자. 그럼 그 사람을 영화감독이라고 볼 수 있을까? 아마 투자받는 것도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카메론 할아버지는 창작자의 이름값과 시리즈의 파워 하나 믿고 차기작을 발표했다. 이 긴 시간 동안 뭘 했어?
제임스 카메론은 이 시간 동안 세계관을 구상하고 CG 이미지를 뽑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이 <아바타 : 물의 길>은 긴 시간을 희생한 만큼의 가치가 있다. 글쓴이가 영화를 보다 보면 이 극의 각본을 어떻게 설정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영화의 이야기를 먼저 그린 후 세계관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후자를 먼저 만든 다음 줄거리를 짠 느낌이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영화는 물 샐 틈이 없다. '이런 것도 짰어?' 싶은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하는 제의식, 나비족이 타고 날아다니는 동물, 판도라에 사는 다른 이주민, 그 외에도 어떤 행사든 빼곡히 차있는 디테일까지. SF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이 세계관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관객을 설득시킬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감독은 이해라도 한 듯이 긴 시간을 압축시킨 설득력을 구현한다. 영화의 자그마한 소재 하나하나가 다 판도라 행성, 내지는 나비족의 오리지널리티가 살아 있어 작품의 리얼리티성을 부여한다. 어디서 본 것들인데 묘하게 변주한 느낌이 탁월했다.
이 세계관의 디테일을 살리는 방식 중 하나는 때깔이다. 어마어마하다. 아마 내년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이미 찜해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으로 이 영화는 두 곳의 공간 세팅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바로 숲과 바다라는 것이다. 첫 번째 '숲'이라는 공간은 이미 전작에서 볼 수 있다. 거기서 놀랍던 이미지가 그대로 보인다. 그대로 보인다고 해서 뭔가 신선함이 부족하지는 않다. 극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숲' 신은 아이들이랑 행복한 일상을 즐기는 장면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제주에 살다 보면 곶자왈이라는 곳을 자주 방문하게 된다. 글쓴이는 제주 원주민이 보여줄 수 있는 것보다 더 곶자왈 같은 숲 묘사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시각화는 굉장히 중요하다. 당연하다. SF 영화니까. 초반부 스타트가 어색하면 극의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극 한 시간을 할애하는 숲 세팅에서 이야기를 이끌 수 있었던 건 이 시각화의 힘이다. 후술 하겠지만 극 전개에서 이 숲에서의 사건 전개가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영화의 집중력을 이끄는 건 이 덕이다. 나머지 두 시간을 할애하는 바다 묘사는 영화의 최고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 바다와 육지에서 사람을 보는 관점은 다른 것이 필연적이다. 이 바다에 사는 생물들도 신선해야 한다. 그런데 아예 없는 걸 갖고 오기에는 사람의 뇌로 감당할 수 없다. 이 지점을 살짝씩 변주한 창작자적 재능이 어마어마하다. 빛이 들어가는 방식도 신선하다. 어디에서는 그림자가 들고. 어디에선 빛이 굴절되는 것 같고.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디테일해서 실제로 카메라를 갖고 찍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후반부에 근 1시간을 할애하는 액션 시퀀스도 대단하다. 이 배에서 일어나는 액션을 잘 보다 보면 전작과 본작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액션에 다 때려 박았다. 판도라의 동물들 나오고. 바다 생물로 빌런들 무찌르고. 화살, 총, 전투기 나오고. 여러 명이 구상해서 만들 상상력의 총합체를 이야기의 전개에 이질감 없이 잘 보여줬다. 이걸 구체적으로 다 구현했다고? 의 생각으로 영화를 봐도 지루하지 않을 듯하다. 진짜 카메라 들고 가서 해외 로케 안에서 찍은 것 같다.
해양 덕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분이다. <터미네이터 2>, <피라냐 2>, <에이리언 2>부터 시작해서 <타이타닉>까지 글쓴이 같은 90년대생에게 이 사람의 영화를 한 번도 안 들어보기는 불가능하다. 제임스 카메론은 그의 필모그래피 속에서 한 가지의 덕후 기질을 키워냈다. 바로 해양생물 덕후라는 것이다. <피라냐 2>는 제목만 봐도 바다라는 공간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타이타닉>은 배가 바다에 빠지는 이야기다. <어비스> 역시 바다를 공간적 배경으로 한 영화다. 심지어 <딥 씨 챌린지>라는 바다 다큐멘터리도 만든 적이 있다. 영화 잘 만드는 사람으로 이름값을 하면서 해양 생태계에 대한 덕후력을 뽐내는 제임스 카메론. 그의 러닝타임에서 바다를 꾸준히 볼 수 있을 만큼 영화 곳곳에서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느낄 수 있다.
영화에서 '피라냐'를 연상케 하는 동물에게 쫓기는 부분이 있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이 동물이 피라냐와 닮았냐?라고 묻는다면 사실 잘 모르겠다(글쓴이는 닮았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쫓고 쫓기는 동물을 구현하는 방식은 그 시절 <죠스>와 <피라냐>를 위시로 한 호러 영화의 냄새를 어렵지 않게 맡을 수 있다. 또 극에서 배가 후반부에 나온다. 이 배에서 극의 액션신이 이뤄진다. 이 배는 한 번 전복된다. 이불 덮고 그 안에서 싸우는 게 아닌 이상 액션의 속성이라고 하는 것이 주변에 상처를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후 그 바다에 빠지고 난 다음의 인물들의 모습은 <타이타닉>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 있다. 이 액션도 묘하게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생각나는 부분이 있다. 또 나비족의 근본적인 세팅 자체가 이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형태랑 좀 비슷하지 않았나? 싶었다. 또 사실상 영화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크리쳐도 그가 해왔던 영화 <에일리언 2>의 기본 바탕과도 비슷하다. 이렇게 제임스 카메론은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그의 작가적 특성을 빼곡하게 삽입했다.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 작품만의 시그니처가 된 셈이다.
품이 넓은 이야기
영화의 강점으로 이야기를 뽑고 싶다. 일단 글쓴이는 1편의 이야기가 나름의 깊이를 갖고 있는 소재와 전개 방식을 사용했다고 생각한다. 2009년에 개봉한 이 영화. 이야기 구상을 그전부터 했을 테니 10여 년 전에 구상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2022년 12월 이 영화를 다시 돌아보면 전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 몇 개가 생각나게 한다. 일단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엄연히 설리는 인간으로 우선 태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극에서 인간인 설리 / 아바타인 설리 두 차이점을 연출로 내내 조명한다. 당연히 '어떤 측면이 진정한 인간에 가까운가'를 물을 수밖에 없다. 뭐 이런 인간 실존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사회문제를 다룬 연출도 곳곳이 보인다. 우선 쿼리치 대령에게서 반지성주의라는 단어가 연상된다. 또 코로나19를 대응했던 어떤 나라의 전직 대통령이 생각난다. 또 얼마 전에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있었던 복제인간에 관한 문제도 지적할 수 있다. 그리고 몇 년 전 역시 우리나라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가?'와 '원주민과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도 이 영화를 통해 할 수 있다. 감독이 이 모든 걸 예상하고 이야기를 짜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소재들은 인간사에서 클래식한 소재긴 하다. 그러나 이를 현재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은 작가 제임스 카메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의 통찰력을 새겼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2편 역시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가지고 왔다. 일단 영화에서 두 공간적 세팅은 숲과 바다다. 이 두 사회가 갖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손가락의 개수다. 원래 나비족이라 함은 손가락이 네 개여야 한다. 그런데 제이크의 아이들은 5개다. 5개라서 아이들은 다른 나비족들에게 놀림받는다. 우리는 인간이다. 손가락이 5개다. 어? 손가락이 5개라서 놀림받는다고? 이는 관객인 우리 역시 저 판도라에 가면 놀림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관점을 옮기는 감독의 수가 돋보인다. 우리 현대사회에서 누군가에 대한 혐오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혐오는 우리와 다른 지점을 바탕으로 일어난다. 극에서 주류가 비주류를 대하는 방식 역시 이 혐오와 비슷한 방식이다. 간단하지만 내실이 있는 비유를 든 셈이다.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잣대를 만드는 것이, 그것 때문에 사람들을 혐오하는 것이 옳은가?를 물은 것이다. 이를 위해서 숲의 종족과 바다 종족이 아주 살짝 다른 피부색으로 세팅했다는 것, 빌런 쪽인 쿼리치 대령이 어떻게 변했는가? 에 대한 것이 이에 대한 근거로 쓰이기도 했다. 이 비유는 해양생물 '툴쿤'을 어떻게 캐릭터들이 바라보는가에도 잘 나타나 있다. 또 네이티리가 스파이더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에 대해서도 닿아있다. 이렇게 영화에서 끊임없이 소수자와 혐오, 차이와 배척이라는 소재를 곳곳이 새겨놓은 감독 제임스 카메론의 창의성이 돋보인다.
이렇게 사회드라마적인 소재를 잘 넣은 영화지만 가장 근본적인 주제는 '가족영화'다. 이 가족의 구성원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아버지 제이크 설리는 나비족이다. 그러나 오리지널 한 나비족이라고 볼 수 없다. 근원이 인간이니까. 어머니 네이티리는 나비족이다. 두 아들과 하나의 딸은 혼혈 가족에서 자란 아이들이다. 다른 두 아이들의 친부모는 제이크와 네이티리가 아니다. 아들 스파이더는 그냥 인간이다. 그런데 인간인데도 자기를 나비족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딸 키리는 어머니가 그레이스 박사다. 어머니, 아버지의 피가 단 조금도 섞이지 않았다. 영화가 이 가족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유대감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가?를 중심으로 보면 영화의 핵심소재를 튼튼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끌고 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가족영화의 특징을 살렸기 때문에 좀 애매해진 부분이 있다.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영화는 공간적 배경을 한 번 옮긴다. 육지에서 바다로 옮겨가는데, 여기서 이 인물들의 선택지에 대해서 근거가 부족했던 것은 아쉽다. 이 영화 자체의 내적으로 근거가 부족하지만 딱히 1편에서도 인물의 선택이유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또 스파이더와 키리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도 아쉽다. 스파이더는 후반부의 어떤 행보를 위해 거의 모든 인물의 행동이 기능적으로 사용된 부분이 있다. 단순히 그 인물과 그런 관계였다고 해서 그의 모든 일이 합리화가 된다면 좀 어색한 부분이 많다. 차라리 생사고락의 위기에서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키리와 관련한 부분은 후반부에 시리즈를 펼치기 위해서 이렇게 설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느껴지는 예수의 모티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았던 절대자의 존재까지 시리즈라는 이유로 끝마무리 짓지 못한 인물의 완성도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역시 이 키리도 물이 생명의 근원지라는 은유를 보여주기 위해서 기능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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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연성을 포기하고 개심을 택하다
장강명작가의 원작인 <댓글부대>가 영화로 개봉했다. 기자출신의 저자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집필한 원작소설은 이명박정부의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을 모티브로 다루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애초에 원작소설의 목적은 사회비판이었고, 이러한 소설을 영화화하기로 한 순간부터 이 작품의 숙명은 정해졌다. 원작의 메시지를 잘 계승하되, 원작과는 다른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영화 <댓글부대>는 그 목적에는 어느 정도는 부합하는 듯 보인다. 다만 현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비현실적인 개연성에 대해 어찌 받아들일지는 개인의 몫인듯하다.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터트린 사회부기자 임상진은 자신의 기사가 오보로 판명되어 정직이란 불명예를 얻는다. 심지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그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밈들이 끊이지 않고 재생산될 정도. 그런 그는 어느 날 그의 오보를 비롯하여 모든 것이 조작됐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영화 <댓글부대>는 앞서 말하였듯이 감독의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척이나 뚜렷한 편이다. 원작에서는 비중이 적었던 기자의 분량을 대폭 늘리면서 후반에 갈수록 심리스릴로 분한다. 영화는 과거를 플래시백 하여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지루함은 없다. 나도 모르게 극 중 임상진과 같은 청자가 되어 화자의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러닝타임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흐르기 때문이다. 극 중 배우들의 연기도 호연인지라 더욱 몰입이 되는데, 이러한 배우들의 노력과 스토리텔링을 이끌고 가는 힘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명확한 단점을 가진다. 바로 개연성이다.
얼레벌레 정신없이 영화에 빠져들다가 결말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오묘한 감정을 느끼고 나서 곰곰이 이 이영화에 대해 생각해 보면, 애초에 이 영화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모순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각각의 캐릭터는 어느 정도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편이지만 주인공 임상진기자는 폭주하다 들이받는 기차에 가깝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끝내 판단하지 못한 채 맺는 그의 심리적 갈등과 방황은 이 영화에 긴장감을 부여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개연성을 잃어버린다. 애초에 의문의 제보자의 신원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는 것부터 그의 직업이 과연 기자인지를 의심하게 하는데, 이는 원작의 저자가 실제로 기자출신인 것을 생각해 보면, 그리고 감독이 수많은 기자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소 의문스럽다.
개연성에 구멍이 나있는 만큼 전개가 빠른 편이라 어찌 보면 감독의 의도적인 선택인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댓글로 여론을 조작하는 과정과 그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대중의 폭력성만을 본다면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과 별반 다를 것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떠다니는 각종 조롱글과 무분별하게 공유되는 허위사실들, 찬양과 혐오의 한 끝차이에서 판이 뒤집듯 바뀌는 여론의 가벼움 등은 실로 현실과 같다. 더불어 실제 실화(삼성 하이패스 방해전파사건, 담배 간접광고 등)를 통해 대중이 잊고 있었던 대기업의 횡포를 수면 위에 올린다. 이것이 이 영화의 목적 중 하나였다면 성공했다.
결말에 대해서는 관객이 영화의 메시지를 받아들일지 혹은 작품자체로 보아 야할지에 대해 반응이 갈릴 것 같다. 필자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주인공의 선택이지만, 이는 주인공 역시 휘둘리고 휘두르는 대중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의 결말이 자연스럽기도 하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매우 분명하니 그 메시지가 전달된 것에 의의를 둔다면 이 영화는 대중적인 사회비판물이 될 것이고, 영화의 개연성과 작품성을 놓고 본다면 이 영화는 전개만을 목적으로 엉성하게 얽힌 개연성을 지닌 다소 부족한 작품이 될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에 대해선 관객의 선택에 달렸다. 어찌 되었건 이 영화를 통해 여론에 쉽게 휘둘렸던 자신이 떠오른다면 감독의 의도는 적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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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 형사와 함께 펑펑 터져볼래?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범죄도시 2>가 개봉했다! 1편이 거의 나의 취향저격이었기 때문에 2편이 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목 빠지게 기대하고 있었다. 이 시리즈 1편이 처음 개봉할 때는 영화를 지금같이 딥(?)하게 파지 않았다. 그냥 적당히 알던 정도였다. 근데 분명하게 알던 건 마동석 배우 특유의 캐릭터였다. 2015년에 <부산행>과 2016년 <베테랑>이 개봉했다. 여기서 나왔던 마동석 배우는 모두들 알다시피 싸움 잘하는 아저씨였다. 근데 싸움만 잘하냐? 아니다. 그 마초스러운 이미지에 귀여운 애교까지 장착하기 시작했다. 외적으로는 이랬고 또 배우의 본업 내적으로도 성과가 좋았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부터 <부당거래>까지 든든한 조연으로 필모그래피를 하나, 둘 씩 쌓아놓고 있던 터라 그가 잘 되는 건 그냥 시간문제였다. 아무튼, 이 영화 <범죄도시>는 이 배우의 유명세에 기름을 부은 작품이 됐다. 나 역시 마동석표 액션이 재미있다. 이런 사람들의 기대치에 힘입어 이 작품은 대박이 났다. 이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나 하얼빈의 장첸이야!!!!'나 '어 싱글이야'같은 유행어들이 우리나라를 강타했다는 건 아마 모두들 기억하실 것 같다. 나도 영화가 한참 유행할 때 보진 않았음에도 그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중에서야 이 영화를 보게 된 나. 요즘에서야 책도 어느 정도 읽었고 영화도 보고 있지만 내가 나의 취향을 어림잡을 수 없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내가 한국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아저씨>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최애까진 아니더라도 '마음에 든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나이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시리즈의 후속작을 엄~청 기다렸고, 정식 개봉일인 19일보다 며칠 일찍 극장에 가게 되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K-슈퍼히어로였다! 2008년의 대한민국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 일이 있고 4년 후
장첸과의 한바탕이 있었던 4년 후. 금천구 강력반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경찰 업무를 하고 있다. 그렇게 공을 세웠는데도 뭔가 처우가 개선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이 금천구에 사건이 일어났다. 정신병동을 탈출한 남자가 여대생 하나와 가게 주인을 데리고 인질극을 벌이고 있었다. 홍석과 상훈, 동균은 상황에 어쩔 줄 모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석도의 행방을 찾는 금천구 강력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쿵쿵 걸으며 마석도가 등장했다. 흉기를 휘두르는 남자를 손쉽게 기절시킨다. 그런데 기절시키다 못해 일이 벌어졌다. 남자가 주먹 한방 맞고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은 것이다.
전일만은 금천구 강력반의 반장이다. 상관에게 불려 가서 와장창 깨졌다. 윗동네 어르신들에게 들었던 업무 지시사항을 마석도에게 전하게 된다. 그 지사사항은 '베트남에 가서 범죄자 하나를 인도해와라'였다. 듣자 하니 무슨 자수를 했다고 한다. 오케이. 그럼 휴가 쓰는 셈 치고 가지 뭐. 전일 만과 마석도는 더듬더듬 영어실력과 함께 베트남 비행기에 탑승한다. 어렵지 않게 베트남 영사관 쪽 담당자와 연결하고, 그 자수했다던 놈을 심문하기 시작하는 둘. 둘은 베트남에서도 진실의 방을 만들며 하나하나씩 정보를 얻기 시작한다. 뭔 베트남에서 베트남에서의 연쇄살인사건과 강해상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기 시작한다. 장첸과는 다른 부분으로 악랄한 강해상. 이 강해상은 극악무도한 범죄수법으로 사람들을 위협하기 시작하는데,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나쁜 놈을 때려잡는 마석도의 이야기가 영화의 내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익숙한데 익숙해서 웃겨
5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의 신작이다! 그 이유인지 전작에 대한 오마주가 몇 개 보인다. 초반부 마석도가 등장하고 칼을 휘두르는 남자를 제압하는 장면의 구도만 봐도 1편를 차용한 느낌이 난다. 또 예고편에서 나왔던 장이수 캐릭터 활용법도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이다. 또 정인기 배우의 지역 경찰 계급 서장 캐릭터나 휘발유가 다시 등장하는 부분도 전 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팬서비스 차원에서 만족할만하다. 엔딩부도 왠지 익숙한 느낌이 날 것 같다.
근데 이런 전편에 대한 오마주가 단순히 캐스팅에서 짠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사실 어찌 보면 뻔하다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알고 봐도 웃기다. 예고편에도 나오지 않나? "넌 뭐야?" "까불인데요" "까불고 있어"식의 말장난이 극에서 자주 나온다. 이런 유머 방식은 1편에서 많이 쓰였다. "혼자 왔니?" "어 싱글이야"가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겠지? 이런 유머 포인트가 1절 만하고 딱 끝나는 선이 아니라면 좀 식상해지기 쉽다. 그냥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같은 패턴의 유머를 반복해서 하는 사람을 보면 딱 느껴지지 않나. 진짜 재미없어서 말도 걸기 싫어진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다르다. 뭐 말장난식 유머만 재밌는 게 아니다. 초반부 반장의 존재 유무도 재미있다. 또 반장이 서툰 영어를 구사하는데, 이거 2007년에 <무한도전>에서도 봤던 유머인데도 웃긴다. 뻔뻔하게 재미있는 영화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다는 뜻이 될 것이다.
근데 또 막상 웃기기만 한건 아냐
이 영화가 단순히 웃기고 재밌고 이런 것에서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다른 강점 중 하나는 촬영이다. 이 영화의 가장 첫 번째 장면에서 영화는 베트남의 풍광을 묘사한다. 베트남에서의 이야기와 한국에서의 이야기는 무게감이 살짝 다른데, 어쩌면 난잡해질 수도 있는 영화의 톤을 나름의 영상미로 풀어내는 것이 인상 깊었다. 해외 로케이션을 경제적으로 활용한 셈이다. 타지의 모습과 범죄의 잔혹성이 매치가 잘 되니 연출의 승리였다. 그냥 자연스러운 풍광만 예쁜 것이 아니다. 베트남의 한 경찰서, 협소한 아파트, 봉고차 안, 식당까지 그냥 단순히 인물이 거기에 있어서가 아닌 소재를 활용하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적절한 촬영은 베트남에서만 적용되는 부분이 아니다. 가령 중후반부의 마석도 혼자 걸어가는 장면, 최후 반부의 특정 신은 감독이 이 장면에는 '관객이 이런 걸 느껴야 해!'를 생각했다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아. 촬영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롱테이크 신이 있다. 이 부분은 그냥 직접 보시라. 아마 올해의 베스트 신 TOP 3 안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당연히 액션이다. 액션 연출이 좋았다. 초반부 마석도가 흉기를 든 남자를 제압하는 장면이 있다. 이때 마석도기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을 보면 무슨 돌로 사람을 머리 찍는 소리가 난다. 난 이걸 처음 들을 때 솔직히 작위적이라고 생각한다. 뭐 내가 적응을 해서인지 이 사운드에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가 전개될수록 맞은 인물들의 리액션이 나오는데, 이거랑 잘 맞는다. (이거 외엔 할 말이 없다. 극 중에서 마석도가 성장하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퍽 퍽 때리는데 역시 뛰어난 연출이 극의 생동감을 부여한 사례가 될 것이다. 이 사운드 연출이 아니더라도 맨몸 액션 자체가 확실히 보는 재미가 있었다. 초반부를 지나 한 30분쯤 됐을 때 마석도의 액션신이 나오는데, 뭐 사람 하나몇 대 연속해서 때리지 않아도 이 사람이 얼마나 센지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맨몸으로 두들겨 패기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장소마다 지형지물을 잘 활용하는 모습까지 있으니 몰입에 도움이 된다. <이터널스>의 길가메시보다 인물 연출이 뛰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또 마석도 캐릭터만 액션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강해상 캐릭터의 액션 연출도 탁월했다. 강해상 (일당)은 민첩성이 좋다. 이 인물은 갑자기 튀어나와서 사람을 습격하는 방식의 캐릭터다. 앞에서 썼던 소리 연출이 여기서도 빛을 발했다. 조용하다가 쉭쉭 나타나서 공격하는데 그냥 간단하게 인물 액션만 보여주고서는 이런 디테일을 살릴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인물 설정을 십분 발휘했던 액션신도 기억에 남는다. 이 <범죄도시> 시리즈의 주요 재미 포인트는 무서운 빌런이 한몫할 텐데, 장첸과는 다른 연기 역시 보는 맛이 있었다. 주인공과 악역 액션 설정만 좋았냐? 아니다. 예고에서도 나왔던 장이수의 카체이싱, 다른 경찰 캐릭터들의 액션까지 전작 1편에서 너무 마석도에게 집중되는듯한 분량을 인물의 적절한 활용을 통해 관객에게 재미를 주는 방식을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역시 이상용 감독이 인물에 대한 사려 깊은 고민을 한 흔적이 난다.
사실 손석구 배우 작품 처음 봅니다
요즘 <나의 해방 일지>인가? 손석구 배우의 인기가 엄청나다고 들었다. 드라마는 사실 손이 잘 안 가는 나. 그의 활약상을 잘 보지 못했다. 목소리도 아예 처음 들은 수준이었다. 그리고 좀 놀랐다. 이 배우가 엄청나게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물론 지금도 충분히 잘 나가고 있는 배우지만 이 사람은 <베테랑>의 유아인처럼 여기서 폭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장첸은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는 빌런이었다. 뭐 강해상 역시 감정을 참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뭔가 절제하고 여유 있는 살인마였다. 이때의 강해상이 입에 품고 있는 미소 + 왠지 모를 자신감 + 꼼꼼한 성격까지 다방면의 특성을 가진 인물을 소화해냈다. 전작에서 윤계상-김성규-진선규 세 배우의 뛰어난 연기가 임팩트가 커서 아마 이 셋의 악역을 지울 수 있을까 싶은 분도 있을 텐데, 아마 이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셋의 존재감을 캐릭터 설정과 좋은 연기로 잘 틀어막았다.
통통 튀는 조연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조연들이다. 물론 마동석의 마석도, 손석구의 강해상의 카리스마는 탁월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이 둘이 빛나기 위해 조연들이 배경을 깔아주다시피 했다. 인물들은 각각의 개성을 보여주며 이야기에서 적지 않은 위치를 차지하는데, 감독의 인물 설정을 알맞게 소화한 배우들의 연기가 빛났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자면, 전작 1편에서 장이수 캐릭터가 살짝 허무했다고 생각한다. 흑룡파 3인방이 돋보여야 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개성을 줄였다고 하면 사실할 말은 없다. 물론 극에서 장첸에게 한방 먹이기에는 성공하지만 이것 말고는 좀 끌려다니는 느낌이 강했다. 가리봉동의 대표 조폭 아니었나? 장첸의 카리스마에 찍소리도 못하는 게 사실 좀 아쉽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장이수가 2편에서는 단순히 유머 소재로만 쓰이지 않는다. 이 인물이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쌓아놨던 성격과 서사가 극에서 경제적으로 잘 쓰인다. 이런 인물 설정은 다른 조연들에게도 적용된다. 전일만-오동균은 전편이나 지금이나 마석도의 응원단장 같은 느낌이다. 사실 당연할지도 모른다. 장첸이나 강해상이나 싸움 자체는 잘한다. 그래서 이 둘과 전면전을 붙으면 영화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각각의 특정 시점을 지나가면서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앞에서도 언급했듯 홍석-상훈 둘에게 액션신을 준 것도 이 둘이 그냥 나이가 비교적 어리고 무력이 약하다고 해서 소모적으로 쓰이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둘은 다른 부분에서도 주체적으로 활약한다. 그리고 한 특정 인물에 대해 쓸 수는 없지만, 이 시리즈에서 기대할 수 없었던 입체적인 인물이 등장했다. 후반부는 거의 이 인물 덕에 극이 전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리즈에서 생각할 수 없었던 캐릭터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가 좋을 것이다.
그냥 재밌는데 어떡해
사실 길게 이 영화의 장점을 쓰지 않아도 된다. 이 영화는 그냥 재미있다. 한 줄 요약. 잘 만든 영화다. 코로나19 여파로 우리나라 기대작들이 개봉이 많이 밀렸다. 이제 6월이 되고 나서야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하나, 둘씩 잡히기 시작했다. 이 영화는 이 레이스의 좋은 스타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친구들이랑 삼삼오오 놀러 가서 봄 극장 나들이 하기 딱 좋은, 그런 잘 만든 킬링타임 영화다. 부럽다! 안 본 사람이 있어서! 이 시리즈의 3,4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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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 슈슈의 모든 것> - '붕괴된 세상과 쏟아져내리는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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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슈슈의 모든 것
개봉일 : 2005.06.23 (한국 기준)
감독 : 이와이 슌지
출연 : 이치하라 하야토, 오시나리 슈고, 아오이 유우, 이토 아유미, 오오사와 타카오
‘붕괴된 세상과 쏟아져내리는 절망’
* 학교 폭력과 관련된 장면들이 많이 나오니 상처가 있거나 거부감이 심한 분들은 주의하세요.*
<러브레터>의 감독으로 유명한 ‘이와이 슌지’의 아름답지만 기괴하고 완벽히 아름답고 우울한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작품을 즐기는 관객들은 그의 영화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그의 작품 <러브레터>처럼 아른아른한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화이트 이와이와 밝은 빛이 내리쬐고 있지만 사실은 눅눅하고 절망적인 순간을 그려내는 블랙 이와이.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블랙 이와이 중 가장 완벽하게 우울한 작품으로 분류되며 이와이 슌지 감독의 역작이라 불리는 작품이다. 145분이라는 러닝타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어둡고 괴로운 순간으로 가득 채워놓은, 빠져나오기 힘든 우울의 늪 같은 이 영화 앞에서 나는 아주 무력하게 몸을 웅크렸다. 우울함에 대항력이 없는 사람이다 보니 거의 하룻밤을 꼬박 이 작품의 공기에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했었다.
‘릴리 슈슈’라는 가상의 가수를 좋아하는 열네 살 소년 유이치가 주인공인 이 이야기는 견디기 힘들지만 견뎌야만 하는 인생의 한순간을 그리고 있다. 갑자기 탈선해버린 절친 호시노는 갑자기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변하고, 유이치는 호시노가 휘두르는 폭력에 휘둘린다. 아프고 슬프지만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상처는 점점 곪아가고, 유이치를 위로하는 건 릴리 슈슈의 노래와 그녀가 만들어둔 세계뿐이다.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기에 유이치는 손에 잡히지도 않는 세계에 기대어 하루를 이겨낸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세상에 관심 없고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렇게나 심한 폭력을 휘두르는데 어른들은 뭐 하는 거야?’라는 질문과 한탄이 절로 나올 만큼 그들은 무관심하다.
나 또한 유이치와 비슷한 유년시절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유이치가 당했던 폭력과는 조금 다르고, 그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지만..) 심리적인 폭력 앞에서 홀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점점 위축되었던 중학생 시절, 유이치의 ‘릴리 슈슈’처럼 나를 지탱해 주던 가수와 그들의 세계가 있었다. 어쩌면 우스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의 음악과 단단한 세계는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고, 나는 여전히 그들을 사랑하고 있다. 나는 아주 아팠던 그 시기를 ‘지나간 과거’라는 카테고리에 집어넣고 더 이상 아프지 않은 어른이 되었는데, 유이치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조금 희망이 보이는 것도 같은데.. 확신할 수 없는 결말이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유이치가 릴리 슈슈라는 가수와 같은 마음을 가진 팬들에게 의지하며 희망과 절망을 모두 겪었던 그 시절의 기록이다. 도를 넘은 학교폭력과 외로움, 무력함, 우울함, 그나마 조금 쌓아올렸던 세상이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는 절망감. 같은 것들이 버무려진 시간은 보는 이마저도 무력하게 만든다. 다른 아이들처럼 설레는 첫사랑을 하고, 친구들과 즐거운 여행 기록을 남기고, 절친한 친구와 같은 밤하늘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보통의 소년이었던 유이치가 견뎌야 했던 슬픔은 보통의 것이 아니었다.
‘아직 세상도 잘 모르는 어린애가 슬프면 얼마나 슬프고 얼마나 힘들겠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나이가 어리다 해도 사는 게 버거운 순간이 있다. 어른이 감당해야 할 감정과 책임감, 아이가 감당해야 할 감정과 책임감은 분명 다르고, 어른들에 비하면 아이의 세상은 다소 좁지만,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소년의 어린 날은 누가 뭐라 해도 이미 충분히 버겁다.
작은 감정의 파고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여린 소년의 마음을 자비 없이 푹푹 쑤셔대는 세상에서 소년은 다른 세상에 눈을 돌리며 위로를 받는다. 길고 어두운 터널을 내 발로 걸어 나가는 것이 아닌 그저 살아남기 위해 그 자리에서 견뎌내는 시간들. 유이치가 보여준 그의 완전하게 우울하고 축축한 시간들을 끌어안고 한참을 함께 울었다. 드뷔시의 아름다운 음악이 이렇게 나를 우울하게 만들 날이 올 줄은 감히 상상치도 못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시놉시스
'릴리 슈슈'의 노래를 너무나 사랑하는 열네 살 소년 유이치. 그러나 그의 일상은 힘들다. 둘도 없는 단짝 친구 호시노가 어느날 반 아이들의 리더가 되어 자신을 이지메 시키고 첫사랑 쿠노 역시 이지메를 당하지만 그녀를 도와주기에는 자신의 슬픔을 감당하기에도 벅차다. 소년의 유일한 안식처는 오로지 영혼을 뒤흔드는 듯한 ‘릴리 슈슈’의 노래 뿐... 그러나 현실은 노래로 감출 만큼 만만하지 않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내 고통은 에테르로 치료된다.”
릴리 슈슈가 구축한 세계 에테르. 그곳은 평온함과 영원함이 보장된 장소다. 릴리 슈슈는 에테르를 음악으로 만든 인물로 많은 팬을 보유한 가수다. 유이치는 첫사랑 쿠노를 통해 릴리슈슈를 알게 되고, 항상 옆에 있던 쿠노와 친구들의 자리가 비었을 때쯤, 릴리슈슈의 세계에 빠져든 유이치는 릴리슈슈를 통해 위로를 받게 된다.
막 중학생이 된 1999년. 유이치는 신입생 대표로 답사를 읽은, 1등 출신이라고 소문난 모범생 호시노와 친구가 된다.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고, 같이 어울리는 친구들도 생겼다. 외계인인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완벽한 친구 호시노, 집안마저 잘살고 엄마도 말도 안 되게 예쁜 호시노. 중학교에 오며 항상 옆에 있던 그녀(쿠노)의 자리는 비게 되었지만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 친구들이 있어 마냥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1999년 9월을 기점으로 유이치와 친구들의 평온한 에테르 같은 세상은 멸망한다. 호시노의 세상이 무너진 날을 기점으로 말이다.
2000년은 유이치가 14살이 된 해이자 그의 잿빛 시대가 시작된 해다. 엄마의 재혼으로 새아빠를 따라 성을 바꿔야 했고, 통칭 ‘완벽하고 착한 부잣집 아들’이었던 절친 호시노가 갑작스러운 방황을 시작하며 유이치에게도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한 그 해. 유이치는 언제나와 같이 행동했지만 그를 둘러싼 세상은 그렇게 어두워져있었다.
호시노의 부모님이 경제적 능력을 잃고, 가정이 흔들리자 호시노는 탈선과 폭력을 선택한다. 호시노 또한 초등학생 시절 왕따를 당한 상처가 있었는데, 그때의 기억과 아픔이 기폭제가 된 것인지 그는 동급생을 괴롭히는 일진 학생을 응징하며 그 순간을 기점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완벽한 가해자로 변하는 순간. 벌거벗은 일진이 호시노의 발밑에서 기고 있는 장면이 다소 기괴하고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항상 어른들의 말을 잘 따르며 모두가 나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틀에 맞춰 생활하려 했던 아이 호시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나를 모르는, 남이 맞춘 세상을 폭파시키기에 이른다. 호시노가 유이치와 피해자들에게 행한 폭력과 잔혹한 행동들은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순 없으나, 견디는 것 대신 자신의 세상과 다른 이를 격렬하게 깨부수는 걸 선택한 그의 내면에 쌓인 부담감과 분노는 다소 안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행동을 포장하거나 미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영화 또한 그렇게 말하고 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라는 영화가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하는 것 같다는 불호평을 내놓는 관객들도 일부 보였는데 그건 아마 영화 전반에 깔리는 아름다운 드뷔시의 음악 때문이 아닐까 싶다. 쿠노가 좋아하던 드뷔시의 아름다운 음악들과 화면 안에 가득 차는 따스한 햇빛. 아름답고 평화로운 장면에 주로 쓰일만한 장치들을 잔인한 폭력이 행해지는 순간에 집어넣은 건 이 두 가지의 대립을 통해 현실의 잔혹함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햇빛이 비치는 순간이라 해서 모두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부드러운 클래식 음악이 깔린다고 해서 모두 우아한 순간은 아니다. 유이치가 겪고 있는 현실이 그렇다. 멀리서 보면 괜찮은 것 같은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걷고 있는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그저 끌려다니는 것 뿐이다. 어른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유이치와 쿠노, 츠다는 그렇게 아픔을 속절없이 삼켜야만 했다.
“죽으려 마음먹었다.”
유이치는 죽음을 생각한다. 혼란스러운 가정의 변화, 호시노의 직간접적인 괴롭힘. 그리고 첫사랑 쿠노가 폭력과 괴롭힘에 시달리는 걸 눈앞에서 보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 유이치는 내 세상을 모두 지탱하고 있는 릴리 슈슈의 라이브 현장에서 죽기로 결심한다. 에테르의 기운이 가장 충만한 릴리슈슈가 있는 공간에서 죽음을 선택한다면 왠지 평화로운 세상으로 갈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일까.
하지만 호시노는 마지막까지 유이치를 괴롭게 한다. 호시노는 유이치의 표를 뺏어 쓰레기 던지듯 길바닥에 내버리고 혼자 공연장에 들어간다. 유이치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호시노를 쳐다보고, 그가 들고 있는 파란 사과를 보고 충격에 빠진다. 유일하게 의지했던 릴리슈슈와 릴리슈슈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며 유이치의 마음을 위로해줬던 그의 팬. 그게 바로 호시노였던 것이다. 유이치는 넋 나간 사람처럼 공연장 주변을 맴돈다. 그리고 사람이 몰린 틈을 타 호시노를 칼로 찌른다. 우리만의 표식이었던 파란 사과에 꽂힌 피 묻은 칼. 유이치가 처음으로 포효하는 모습을 보이며 호시노를 찌른 그날, 유이치의 에테르는 무너졌고 더 이상 고결하지 않은 세상으로 바뀐다.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간 쌓였던 분노와 울음을 토해내는 유이치의 모습이 다소 낯설고 무섭기도, 안쓰럽기도 하다. 무너진 세상을 돌파하기 위해 유이치가 할 수 있었던 일이 이것뿐이었던 현실이 아릴만큼 슬프다.
유이치는 잿빛으로 물든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새로운 해가 왔고 새로운 머리색을 하고 다른 학년이 되어 다시 등교를 한다. 그리고 첫사랑 쿠노를 만난다. 심한 왕따와 성폭력까지 겪어야 했던 쿠노는 나의 걱정과 다르게 아주 강하게 살아남았다. 어떤 것에 의지하고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꿋꿋하게 그 아프고 우울한 시기를 견뎌냈다. 여전히 드뷔시를 좋아하는 쿠노는 지금도 릴리슈슈를 좋아할까?
유이치가 호시노를 찌른 날 이후로 릴리슈슈는 불길한 가수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영화에서 릴리슈슈는 결국 불행, 우울 또는 마지막을 뜻하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다. 유이치를 통해 릴리슈슈의 음악을 접하게 된 츠다는 이내 현실을 이겨내지 못하고 ‘날고 싶다’며 자살을 선택했고, 직접 행동에 옮기진 않았지만 유이치도 릴리 슈슈의 기운이 가장 충만한 날, 자살을 결심했었다. 그리고 릴리슈슈의 기운이 가득한 공연장에서 유이치는 호시노를 죽인다. 누군가에게 현실을 견디는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주던 릴리 슈슈의 음악은 한순간에 그들이 마지막을 결심하게 만드는, 또는 마지막과 함께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쿠노는 아마 이제 더 이상 릴리슈슈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환상으로 가득한 에테르에 기대기보단 묵묵히 현실을 견디며 살아남은 쿠노가 아직도 릴리슈슈를 좋아하는진 정확하지 않지만 그녀가 영화의 등장인물 중 가장 희망적이고 강한 인물임은 알 수 있다. 어쩌면 쿠노의 생존은 작은 희망일 수도 있겠다. 쿠노가 좋아하는 드뷔시의 곡이 깔린 마지막 장면, 이전과 다른 머리 스타일을 한 쿠노와 유이치가 마주 보고 서있다. 항상 서로의 옆에 서있던 두 사람이 잿빛 세상을 무너트리고 재회한다. 잿빛을 거둬낸 이 순간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지, 잿빛으로 물든 기억을 이겨낼 수 있을진 두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 하지만 두 사람이 다시 마주하는 순간이 이제껏 보아온 순간에 비해 너무 평화롭고 따뜻해서, 나는 그들이 새로운 해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거라 믿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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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크: 더 비기닝>성찰 없는 폭력의 전시가 낳은 결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고3 수험생 '차우솔(김민석)'. 여느 때와 같이 공부에 몰두하던 중, 그는 자신에게 학교 폭력을 가했던 가해자 '배석찬(정원창)'이 같은 반으로 전학 왔음을 알고 공포에 휩싸인다. 예전처럼 자신을 괴롭히려는 석찬에게 저항하던 중 그는 뜻밖의 사고를 내고 소년교도소에 수감된다. 교도소 안에서도 언젠가 닥쳐올 석찬의 복수를 항상 두려워하던 우솔. 그는 가족을 죽인 살인범들을 똑같이 죽인 종합격투기 챔피언 '정도현(위하준)'을 우연히 교도소에서 만나고, 그의 도움을 받아 누구에게도 숙이지 않아도 될 힘을 기르기 위한 훈련에 돌입한다.
약 160만 명에 육박하는 구독자를 보유한 카카오페이지 웹툰 <샤크>를 영상화한 티빙 오리지널 무비 <샤크: 더 비기닝>은 한 마디로 우직하다. 영화는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같은 방식으로 되갚아준다'는 명료하고 전형적인 줄거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사건의 시간 순서를 뒤바꾸면서 플롯을 꼰다던가 반전을 주는 식의 변칙은 없다. 오직 피해자인 우솔이 가해자 석찬에게 주먹을 되돌려주는 순간의 통쾌함에만 집중한다. 그래서 우솔의 감정선과 액션씬, 그리고 그가 힘을 기르고 단련하는 장면 외에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대목은 아예 등장시키지 않는다.
다만 <샤크>의 우직함이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기대만큼의 쾌감을 선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솔과 석찬의 마지막 승부에는 긴장감이 없고, 우솔의 최종적인 승리도 시원하지 않다. 이유는 두 가지다. 일단 영화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액션이 흥미를 자아내지 못한다. 작중 액션씬은 3단계로 구성된다. 싸움이 시작된 직후 예상보다 강한 우솔을 보면서 상대가 당황하는 게 1단계다. 다음 단계에서 상대는 이내 마음을 다잡고 강력하게 반격하며 우솔을 궁지로 몬다. 그러나 끈기와 오기로 버텨내는 우솔은 마지막 순간 승리를 쟁취한다. 이러한 흐름을 액션씬이 수 차례에 걸쳐 반복하다 보니 긴장감이나 절박함은 느껴지려야 느껴질 수가 없다.
이에 더해 주인공을 묘사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 결과 영화의 층위가 얕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작중 우솔 외에 다른 인물들은 사연이 없다. 학교 친구들도, 교도소 안에서 만난 사람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게임 속 NPC 마냥 우솔의 말과 행동에 반응할 뿐이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등장한 석찬도 마찬가지다. 그가 우솔을 괴롭히기 시작한 최소한의 계기나 배경은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그는 우솔이 강해지기 위해서 존재해야만 하는, 전개상 악역이 필요하기에 나쁜 짓을 해야만 하는 생동감이 없는 악역으로 그려진다.
그나마 우솔의 멘토인 도현이 자신의 이야기를 지닌 인물로 묘사되지만, 작중 전혀 해결되지 않는 그의 비극적인 사연은 '더 비기닝'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속편을 준비하는 디딤돌로 사용되는 데 그친다. 이처럼 우솔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대상이 없다 보니 그의 변화와 성장은 일방향적이라서 감흥이 반감되고, 그가 가해자를 극적으로 제압하는 결말도 '상어의 탄생'이라는 제목이 갖는 비장함에 비해 심심하다.
문제가 그뿐이라면 <샤크>는 그저 지루한 영화 혹은 완성도에 아쉬움이 남는 영화에 그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좀처럼 의도한 재미를 끌어낼 수 없는 플롯의 구조를 손보는 대신 손쉽게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무비판적으로 폭력을 전시한 결과 <샤크>는 불쾌하고 이율배반적인 영화로 전락해버렸다. 작중 묘사되는 학교 폭력의 양상은 매우 구체적이다. 당장 시작부터 석찬은 교실에서 우솔을 거침없이 구타한다. 자신을 말리려는 다른 친구의 목을 조르며 제압한 후 다시 우솔을 때리고 발길질한다. 이에 우솔도 흉기를 사용해 석찬에게 저항한다. 이 모든 장면은 여과 없이 카메라에 담긴다.
물론 잔인한 장면이 등장하는 것, 또 폭력의 수위가 높은 것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위에서 예시로 든 장면들만 하더라도 우솔이 얼마나 지옥 같은 상황에서 살아야 했는지, 그의 공포와 트라우마가 얼마나 강력한지, 교도소에서 강한 힘을 얻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그의 절박함이 얼마나 큰지를 효과적으로 환기시키는 유용한 영화적 장치다. 또 석찬이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잔인하고 뒤틀려 있는 인물인지도 명료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인물의 처지와 감정선을 환기시킨다는 목적을 오프닝에서 달성했는데도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들이 계속 보인다는 점이다. 우솔이 도현을 설득시키기 위해 쓰러질 때까지 운동장을 뛰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시다. 이 장면은 그가 자신을 억누르던 고통스러운 기억을 대면하고 스스로의 정신적,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결정적 순간이다. 이때 영화는 석찬이 그를 감금하고, 소변을 못 보게 하고, 또 소변을 강제로 마시게 하는 것과 같은 구체적인 학교 폭력의 순간을 교차로 삽입하는데, 사실 해당 묘사가 없어도 이 장면의 의미나 중요성이 전달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오히려 감정과 정서의 과잉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따라서 이 장면은 누군가에게는 실재하는 현실의 트라우마가 불필요하게 자세히 재현되는 순간이자, 타인의 고통이 엔터테인먼트적인 목적으로 남용되고 착취되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폭력의 전시는 메시지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는 여러 인물들의 목소리를 빌려 궁극적으로 모든 폭력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비록 진지한 분위기도 아니고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도 않지만, 교도소 내에서 싸움이나 집단 린치를 줄이려는 일말의 시도가 잠시 등장하는 이유다. 또한 수단으로써의 폭력도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도현은 우솔을 처음부터 도와주지 않고, 그의 절박함을 이해한 후에야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우솔 역시 충분히 강해진 이후로도 먼저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말초적인 영상을 남발하는 연출과 편집으로 인해 영화의 메시지는 단지 메시지로 머무는 듯 보인다. 사회비판적 소재를 다루는 이상 영화는 단지 세상을 재현하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문제와 원인, 나름의 해결책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본분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넷플릭스의 비상, 쿠팡 플레이의 공격적인 투자 및 디즈니 플러스의 한국 시장 진출 예정 등으로 인해 OTT 시장의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티빙 역시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예능,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오리지널 작품을 연일 선보이고 있으며, <샤크: 더 비기닝>은 그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샤크: 더 비기닝>이 티빙의 영향력을 증대시키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작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최소한의 재현의 윤리조차 지키지 못한 채 성찰 없는 폭력의 전시로 가득한 이 작품은 상업성, 작품성, 시의성, 다양성 등 그 어떤 기준에서도 만족스럽다고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D(Dreadful, 끔찍한)
절박하고 통과해야 할 주먹에 공허함과 불쾌함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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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사람과의 하루가 매일 반복된다면?
*해당 영상은 씨네 랩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팜 스프링스’의 시사회를 다녀온 뒤 제작한 영상입니다.
“오늘은 어제고, 내일도 오늘이에요…” 인생 최고의 날로 기억될 멋진 결혼식이 열리는 팜스프링스의 리조트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힌 남자 나일스에게 오늘은 100만 번째(?) 결혼식일 뿐이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세라가 나일스의 세상에 개입하면서 똑같았던 하루는 늘 특별한 오늘(!)이 되는데… 진짜 내일 없이 사는, 두 남녀의 썸머 코믹 로맨스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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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레미니센스> 1분 예고편
해수면의 상승으로 도시의 절반이 바다에 잠긴 가까운 미래.
과학자 닉은 과거의 기억 일부를 선택해 다시 체험할 수 있는 기억 탱크를 개발한다.
좋았던 시절을 잊지 못해 닉을 찾는 고객들 중 하나인 메이는 닉과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어느 날 메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닉은 기억을 추적한 끝에 메이에 대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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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 30초 예고편
뉴욕의 아파트로 이사 온 12살 소녀 에밀리
새로운 학교에 고군분투하는 에밀리를 바쁜 엄마는
출장을 가면서 철없는 삼촌 케이시에게 맡기고 떠난다.
마법 동물 구조 센터를 지나던 에밀리는
운명처럼 작고 빨간 강아지를 만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함께하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작고 빨간 강아지 클리포드는
하루아침에 3M가 넘게 커져버려 순식간에 뉴욕의 유명인사가 되어버린다.
엄마가 오기 전 클리포드를 되돌리려는 에밀리와
클리포드를 유전학 사업에 이용하려는 기업까지 뒤쫓으며
클리포드는 위험에 빠지고 마는데..!
세상에서 가장 큰 빨간 댕댕이,
클리포드의 놀라운 모험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