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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별2022-05-08 00:22:10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일상이 스릴러가 되다

영화 <풀타임> 리뷰

 

 

전주국제영화제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작품이었던 영화 <풀타임>. 지난주 전주에 내려와서 풀타임 포스터를 받고, 일상 스릴러라는 카피에 굉장히 기대를 했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폐막작으로 선정된만큼의 작품성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전주돔을 찾아갔다.

 

 

 


 

 

 

영화 <풀타임> 시놉시스

 

 

 

영화 <풀타임>은 파리 교외에 살며 홀로 두 아이를 기르는 쥘리의 하루하루에 대한 이야기다. 마켓리서처로 일하다 4년 전. 회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실업자가 된 그녀는 설상가상 남편과 헤어지면서 지금은 파리 시내에 있는 호텔에서 룸메이드로 일하며 겨우 생활비를 번다. 아이들은 옆집 아줌마에게 맡겨놓고 허덕이며 일을 해야 하는 쥘리. 마침 프랑스 전역을 휩쓴 노란조끼시위로 기차를 비롯한 대중교통 역시 장기 파업에 돌입하면서 그나마 쥘리가 잡고 있던 깨지기 쉬운 균형마저 위태로워진다. 다시 전공을 살려 전업 마켓 리서처가 되고자 하지만, 파업은 출퇴근은 물론 그녀가 면접에 가는 것조차 쉬 허락하지 않는다. 양육비도 보내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는 전남편,더 이상 아이들을 봐주지 못하겠다고 성을 내는 옆집아줌마, 놀다가 다치는 아들 등 쥘리의 삶은 도무지 숨 쉴여질 틈이 보이지 않는다. 과연 쥘리는 성공적으로 정규직 직장을 구해 고통스러운 나날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이 이후로는 영화 <풀타임>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연기

 

 

 

로르 칼라미의 연기는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비정규직에 경력이 단절이 된 두 아이의 엄마라는 캐릭터를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잘 표현해낸 배우였다. 프랑스 영화를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그간 봐왔던 프랑스 영화들은 굉장히 지루한 부분이 많았어서 프랑스 영화와 나는 결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영화 <풀타임>을 보는 내내 그동안 내가 알던 프랑스 영화의 답답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아마 그 역할을 해준 것이 쥘리 역을 맡은 로르 칼라미의 연기 덕분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든 경력이 이어가보고자 면접에서 초롱초롱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하며 아이들을 돌볼 곳을 찾기 어려워 난감해하는 엄마의 모습, 파업으로 인해 출퇴근이 어려워지고 심지어는 집에 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자 좌절하는 직장인의 모습까지 과장됨 없이 정말 사실적으로 잘 표현해주고 있어서 극의 몰입도를 더 높여주지 않았나 싶다. 특히, 파업으로 인해 직장에 지각을 하게 되는 장면에서 작년 한찰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할 때 맞닥뜨린 시위현장이라던지, 파업이 생각나면서 영화 속에서만큼의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정말 크게 공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불안한 음악과 우울한 날씨

 

 

 

지난번 영화 <시계공자의 아나키스트>를 통해 영화음악 없이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영화음악을 잘 쓰면 긴장감과 극의 분위기를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 영화음악의 역할을 영화 <풀타임>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영화 <풀타임>은 초반부터 불안함을 끌어올리는 음악을 사용한다. 주인공 쥘리가 기차를 향해 달려가면서 가까스로 탑승을 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험난한 하루하루가 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음악이 깔리는데 그 순간 그 큰 전주돔의 분위기 착 가라앉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음악과 함께 극중 배경 역시 우울함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했다. 영화 속에서는 두 장면을 제외하고는 거의 비가 내리거나 우중충한 날씨를 보여준다. 심지어 주인공은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거의 우산을 쓰지도 않는다. 맑은 날의 장면은 아들의 생일파티와 마지막 장면에서의 합격전화를 받는 장면 밖에 없었는데 그만큼 쥘리의 일상 자체가 우울하고 피곤한 상태라는 것을 날씨를 통해서 잘 표현하고 있었다.

 

 

 

 

 

 


 

 

 

일상이 스릴러인 이유

 

 

 

어찌보면 그저 험난한 출근길과 계속되는 악재로 인해 계약직 호텔일도 잘리는 것이 어떻게 스릴러일까 싶기도 하지만 연출을 잘해서 그런지 보는 내내 심장이 조여오고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그 일상이 스릴러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자를 내지 못해 카드가 정지되기 직전의 상황에서 집에 가지 못하자 내야하는 호텔비와 다음날 면접을 위해 구매해야할 옷까지, 정말 이 때 카드 결제가 안되면 어쩌나 싶을만큼 엄청난 긴장감을 주더니 다행이 결제가 되는 안도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핸드헬드 카메라를 통해서 흔들리는 주인공의 모습을 찍으면서 주인공의 극대화되는 불안감을 관객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이 영화는 제작되었다. 험난한 출근길에서 시작한 일상의 무너짐은 퇴근길이 무너지면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게 되고, 와중 면접을 보러가야 하는 상황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호텔에서 대타를 구할 수 없게 되고, 그 사실을 호텔 담당자가 알게 되어 짤릴 위기에 처하다가, 와중 아들의 생일이어서 카드값이 밀려있지만 선물과 파티 준비를 해야하고, 대중교통 총파업이 이뤄지면서 결국 잦은 지각으로 인해 호텔에서 잘리는 악재가 반복되는 이 구조가 정말 하루하루 숨쉬는 것이 공포 그 자체처럼 다가오도록 연출이 돼서 왜 이 작품이 일상 속 스릴러라는 카피를 썼는지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기대를 많이 하고 본 영화 <풀타임>. 그 기대만큼 만족도 역시 컸던, 폐막작으로서 최고였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작성자 . 세라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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