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하늘2023-10-07 23:37:05
친구가있습니까?
- 그가 나에게 묻는 질문-
친구.
내 인생애 있어서 너무 커다란 가치.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차츰 잊고 있던 단어.
돌이켜보면 "나" 라는 존재를 이루어지게 했던 단어. 바로 친구다.
지란지교라는 말을 좋아한다.
《명심보감(明心寶鑑)》〈교우(交友)〉편에 나오는 말로 선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지초와 난초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향기를 맡지 못하니, 그 향기에 동화되기 때문이고, 선하지 선하지 못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치 절인 생선가게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악취를 맡지 못하니, 또한 그 냄새에 동화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란지교는 여기서 유래한 성어이다.
우리의 인생은 지초와 난초가 있는 곳의 향이 가득할 때가 있고, 때로는 절인 생선 가게에의 비린내에 절여져 있을 때가 있다. 철이 없을 때 내가 만나고, 어울리는 친구들의 무리의 향을 분별하기 어렵다. 그것이 내게서 나는지 그들에게서 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의 무게가 버거워지고, 작고 커다란 어려움을 통해 조금씩 성숙해지며 어렴풋이 알아간다. 지초와 난초 같은 친구와 절인 생선의 비린내가 가득한 인간들을 조금씩 알게 되고, 조금 더 성숙하다 보면 나에게 풍기는 냄새가 향기인지, 비린내 인지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냄새나는 사람과의 만남이 편한 이 세상에서 조금 더 맑고 깊은 향기가 나는 이들과의 만남을 선호하는 것이 한 인간의 보편적 욕구다.
<영화 내친구 정일우> 중에서..
그런 면에서 내 친구 정일우라고 불렀던 그들이 부러워졌다. 피부색도 다르고, 쓰던 언어도 다르고, 삶과 종교도 달랐지만 영화 <내 친구 정일우>에서 보여준 그의 삶은 지란지교를 바라는 내 삶에 경종을 울렸다. 영화 속에서 정일우 신부님을 보고 이렇게 표현한다.
“사람들은 신부님을 보고 예수를 닮았다 했죠. 하지만 예수의 삶을 몸소 사셨다는 표현이 더 가깝습니다. 당신이 사신 예수는 근엄한 존재가 아니라 고민과 갈등이 많던, 피와 살이 있고 술도 잘 먹고 아무 데서나 잘 주무시던 그런 예수님을 사셨죠”
<내친구 정일우> 중에서...
영화는 정일우 신부님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와 담배를 찾고, 언제나 동네를 돌아다니며 잔치가 있는 날에는 ‘노란 샤스 입은 사나이’를 부르며 술을 즐기던 분. 이 같은 외형적 모습도 독특하지만 그의 삶은 더욱이 특별하다.
대학에서 교수로 살아가며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일부로 찾아간 청계천에서의 가난. 그곳에서 이 땅을 변화시키지 않는 지식인들과 부자들을 향해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이 있다며 그들을 일깨우는 삶을 사셨던 분. 직접 가난에 처해 있으며 그들과의 우정을 위해 일생을 쏟아붓고, 그렇게 살면서 우정의 공동체를 이루어가는데 자신의 소명이라 여겼던 인생.
그는 우정을 위해 애썼다기보다 실제로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우정을 만들던 삶의 족적을 바라보며 한 신학자의 말이 생각났다.
“우정에는 시간이 들지. 서로를 알게 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거든.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고 믿는 세상에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친구가 되는 데 필요한 모든 시간을 주셨단다.
서로 친구가 될 때 우리는 하나님과 친구가 되는 법을 배우게 돼.
- 스텐리 하우어워스 "덕과 성품". 49.
이 영화는 지금도 지란지교를 기다리는 우리에게 우정이란 단어의 가치를 소생시킨다, 그리고 사람다운 삶이 무엇인가를 묻는 이들에게 생각해볼 여백을 제공해준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친구가 있습니까?
없다면
누군가에게 친구가 되어주지 않겠습니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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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th BIFF 데일리] 영화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은 이제한 감독의 신작, 다른 이름으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선정된 영화 <다른 이름으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2025년 9월 2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이제한 감독, 문인환 배우, 정회린 배우, 성지원 배우, 박성호 프로그래머가 자리를 빛냈다.
첫 질문으로 왜 영화를 왜 찍게 되었는가 라는 물음에 대해 이제한 감독은 그냥 영화를 찍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이 출발점이었다고 답했다. 장편은 제작비 부담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처음에는 단편으로 시나리오를 구상했지만, 작업이 진행될수록 이야기가 확장되며 장소는 두 곳, 배우는 세 명으로 정했다고. 그는 더불어 아내가 시나리오를 읽고 좋아해주며 찍어보자는 말을 해줘 큰 힘이 됐다며 촬영감독이자 아내인 김수민 감독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이 영화는 이제한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하여 영화에 대한 사랑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주인공 영화감독인 재현이 시한부 판정을 받아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뜨거운 열망을 펼쳐가는 이야기다. 이제한 감독은 영화에 대한 사랑과 사랑하는 마음에 대한 감정을 투영했다며 작품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했다.
배우들은 감독의 자전적 서사가 담긴 만큼 캐릭터 몰입이 쉬웠다고 밝혔다. 문인환 배우는 재현과 종헌, 1인 2역을 맡으며 삶과 죽음을 교차로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정회린 배우는 자신이 맡은 수진 이라는 캐릭터는 단순하지만 행복을 추구하는 인물”이라며, 사랑하는 사람이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차마 말릴 수 없는 혼란스러움을 표현하려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감독이 현장에서 배우 의견을 적극 반영해 함께 만들어간 작품이라는 성취감이 컸다고 덧붙였다. 성지원 배우는 즐겁게 참여한 작품이 영화제를 통해 관객과 만나게 돼 영광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작은 제작 규모에도 촬영에 임한 이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자 이제한 감독은 촬영팀이 부족해 촬영감독이던 아내가 나에게 조명을 부탁했을 때 당황스러웠다며 에피소드를 공개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배우들은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성지원 배우는 큰 작품들 사이에서 우리의 영화가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기대된다고 했고, 정회린 배우는 30주년에 세 번째 초청을 받아 더욱 의미 깊다고 말하며 수상을 꼭 하고 싶다는 소감도 전했다. 문인환 배우는 관객분들이 삶과 죽음을 다루는 영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제한 감독은 죽음이라는 소재가 등장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슬픔으로만 귀결되는 것은 아라며 사람과 사랑, 그리고 그 과정의 의미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하며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봐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월드프리미어로 공개되는 영화 <다른 이름으로>는 9월 22일, 9월 24일, 9월 25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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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을 부른다는 것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레이디 버드>의 스포일러가 불친절하게 마구잡이로 들어 있습니다.
짙은 녹색이 산마다 성큼성큼 내려앉던 여름 내내, 그 폭염 속에서 어쩐지 나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문득문득 떠올렸다. 내가 그 영화를 본 건 4월이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점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마음에 몇 달씩 이어지는 그림자를 남길 만큼 강렬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가득한 영화였다.
1983년 여름날, 이탈리아에 있는 별장에서 엘리오(티모시 살라메)는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다. 교수인 아버지, 여러 가지 언어를 섞어 말하는 가족들... 상당히 지적인 분위기에서 엘리오 또한 피아노도 치고 기타도 치고 수영도 하면서 나른한 여름을 하루하루 채우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를 도울 연구원으로 올리버(아미 해머)가 찾아오고, 한 계절 같은 두 사람의 사랑이 전개된다. 그러는 내내 등장하는 건물이며 호수, 햇살과 나무, 교수인 아버지 때문에 등장하는 슬라이드, 녹슨 유물들... 영화에 쓰인 소품이나 배경이 풍겨내는 아우라는 어마어마하게 우아하고 압도적이어서 보는 마음에 깊은 발자국을 남겼다. 아미 해머의 얼굴은 80년대 화보에서 튀어나왔다 싶을 만큼 아름다웠고, 티모시 살라메에게서는 옛 유럽 명화를 볼 때 들었던 느낌이 물씬 풍겼다. 비단과 진주, 모피와 비싼 물감 재료 같은 것들이 오가는 곳에서 초연하게 앉아 있을 것 같은 귀족적인 분위기.
영화 분위기 자체가 그랬다. 그러니 언제 어디서 로맨스가 시작돼도 이상하지 않을 배경이었고, 다소 짓궂은 성적 묘사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고고해 보이게끔 하는 힘이 있었다. 영화가 여성 배우를 다루는 방식을 비롯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를 몇 개나 꼽을 수 있는 내 마음에조차, 아름다운 풍경과 선명한 상징들이 움푹 자국을 남기는 영화였다.
그러니 여름 한 철의 열매처럼 부드럽게 익었다가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버릴 첫사랑의 조각이 내 마음도 스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영화 속에서 계속 윙윙거리던 파리가 마지막까지 티모시 살라메의 몸에 들러붙어 있던 것처럼, 극중 엘리오의 마음만큼이나 내 마음에도 이 영화는 진득하게 윙윙거렸다. 영화에서 느껴지던 여름의 열기를 현실에서 느낄 때면, 그 여름 한가운데서 어느 책이든 책 한 권을 펼칠 때면 나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한 장면을 나도 모르게 떠올리곤 했다.
고요하지만 깊이 파고든 엔딩 장면만큼이나 마음을 건드린 부분은 영화 제목이기도 한 "네 이름으로 날 불러, 난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 라는 대사였다. 엘리오와 올리버, 올리버와 엘리오. 어딘가 비슷한 음운이 많이 들어있는 두 이름이 부드럽게 섞이는 것도 좋았다. 이름이란 얼마나 그 사람을 다 담고 있는 것인가. 이름을 주는 것이 마치 다 주는 것처럼 여겨져서, 미성년자 건드린다고 언짢아하던 와중에도 그 대사에서만큼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름을 준다는 것에서 심장이 내려앉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분명 이름은 정체성을 드러내고, 반대로 정체성을 빚어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 시절 나는 할머니가 작명소에 돈 주고 지어 왔다는 내 이름이 정말 싫었다. 민지, 지혜, 유미 같은 이름들처럼 주변에 많이 보이면서 나긋나긋 예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예 유니크한 이름도 아니었다. 주류에 속하지도 홀로 고고하게 서 있지도 않는, 이도저도 아닌 모습이 정말로 나 같이 느껴져 더욱 싫었다. 내 이름을 받아들이고 좋아하게 된 건 내 나름대로 의미 부여를 한 후의 일이었다.
그러나 내 이름 어딘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이름으로 대표되는 나의 세계 어딘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비단 과거의 나만은 아닐 것이다. 어디 가서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소시민적 삶을 살아온 사람들 사이에서라면 거의 인류 보편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흔한 경험이다. 그리고 이 흔한 사춘기를, 흔한 경험을 반짝거리는 이야기로 묶어낸 이름이 <레이디 버드>다.
특이한 경험을 그려낸 영화를 낮잡아보자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세상 어딜 가도 두 번은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독특한 사건이란 극보다 더 극적이어서 그 사건 자체만으로도 쉬이 눈길을 끌 수 있다.
그러나 보편적인 이야기를 묶으면서도 사랑스럽고 눈에 띄게 그려낼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재능이 아닐까? 훌륭한 배우, 훌륭한 극작가에 이어 훌륭한 감독으로도 이름을 올린 그레타 거윅은 본인 경험과 배경을 상당수 녹여내면서도 인류 중 상당 비율이 공감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시얼샤 로넌이 분하는 "레이디 버드"는 누가 봐도 절대 본명이 아니다. 크리스틴이라는 멀쩡한 (그리고 아마 어른들이 "분별 있는 이름"이라 하실 법한) 이름을 두고 스스로의 이름을 만든다. 실제로 레이디 버드가 재조립하고자 했던 건 이름뿐 아니라 그 이름 뒤에 있는 생활 그 자체였다. 자신이 사는 동네, 가족의 자산 규모, 학교에서 자신의 위치, 어머니나 친구나 다양한 주변인들과의 관계... 영화는 레이디 버드라는 단 한 사람의 주인공을 세우고, 주변인과 그 동네를 촘촘하게 보여주면서 레이디 버드의 세계에서 우리의 10대를 끌어낸다.
지루한 고향을 떠나 어딘가로 떠나기를 동경하는 삶,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견딜 수 없어지는 순간. 빚부터 직업까지 수많은 역할들로 짓눌려 있는 엄마의 삶을 볼 때마다, 도저히 저렇게는 되고 싶지 않다 생각하는 오빠의 모습을 볼 때마다, 자신이 다니는 가톨릭계 학교의 면면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하이틴 로맨스 주인공과 친구처럼은 도저히 보이지 않는 자신과 친구를 볼 때마다, 레이디 버드는 격렬하게 반응한다.
차에서 뛰어내리고, 이름을 지어내고, 머리를 빨갛게 물들이고, 여러 가지 거짓말을 타래로 엮어가며 자기 눈에 반짝거리는 것들로 자신을 만들어간다. 자신만의 성(城)을 쌓아 올리는 소녀의 모습은 분명 허영에 가깝지만 딱히 얄미울 것도 심각해질 것도 없다.
왜냐하면 딱히 심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레이디 버드는 0으로 수렴하는 수학 점수를 받으면서 수학 경시대회에 나가겠다고 한다든지, 온통 수녀님뿐인 선생님 차를 신혼여행 떠나는 웨딩카처럼 장식한다든지, 의외로 보기보다 대담하게 사고를 계속 쳐대면서 도저히 이 곳을 견딜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10대의 학교에 선생님으로 계신 수녀님의 눈에는 보인다. 레이디 버드가 실은 새크라멘토를 꽤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이. 물론 레이디 버드 본인도 아직은 모르는 일이다.
시얼샤 로넌, 그레타 거윅영화의 배경인 새크라멘토가 그레타 거윅 본인의 고향인 데다가 레이디 버드의 본명인 크리스틴은 그 어머니의 이름이라고 하니, 그레타 거윅의 자전적 이야기가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레타 거윅은 본인과 본인의 고향을 참고해서 만들었을 뿐 자전적 이야기는 아니라고 말했다. (나와 친구는 나오면서 "그냥 창피해서 그렇게 말한 거 아니야? 본인 얘기 맞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분명 레이디 버드가 하는 행동들은 보편적인 누구의 경험이라기엔 좀 특이하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감정들은 인간 보편적이기 때문일 것 같다.
결국 다른 우리 모두처럼, 즉 어른이 된 과거의 소녀들처럼 레이디 버드 또한 벗어나려던 모든 것들을 하나씩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프롬 파티에 함께 갈 멋진 남자친구와 학교에서 제일 "쿨한" 친구 대신, 파티 날 집에서 울적하게 앉아있던 친구와 만나 자기들만의 방법으로 파티를 즐긴다. 집을 떠나 멀리까지 대학을 가지만 결국 그곳에서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본 후에 전화를 거는 곳은 집이고, 전화해서 하는 첫 마디는 "나 크리스틴이야"라고 자기 이름을 밝히는 것이다.
끊임없이 벗어나고자 하는 이유 중에는 자기의 것들이 지루하고 지긋지긋하게만 느껴지는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벗어나려는 자신을 끊임없이 받아들여주는 끈을 촘촘히 확인하려는 마음도 있다. 너무 사랑하고 또 너무 가까운 이들과 나 사이에는 그런 원심력과 구심력이 공존한다. 엄마에게 쾅쾅 소리를 치다가도 어느 순간 조용히, 지금 이 모습이 나의 베스트라고 해도 나를 사랑할 거냐고 빤히 묻는 레이디 버드의 눈에는 그 마음이 정직하게 어려 있다.
원심력과 구심력은 힘의 크기가 같아서, 어느 하나가 이기는 일이 없다. 우리 모두와 사춘기와 마찬가지로 레이디 버드의 사춘기도 그렇게 팽팽한 원을 그리며 지나가지만 그런 날도 언젠가는 느슨하게 풀어진다. 조수석에서 짜증을 내다 차에서 뛰어내리던 레이디 버드가 운전석에 올라보고서야, 엄마가 운전할 때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풍경을 바라보았을지 톺아보듯이. 그렇게 새크라멘토의 지평선을 바라보며 운전하는, 꼭 닮아 있는 엄마와 딸의 얼굴이 나란히 스크린 위에 그려지듯이.
비로소 크리스틴이라는 이름을 받아들이고 가족과 주변을 돌아보는 레이디 버드처럼 나도 내 이름에 나름의 의미를 붙이고, 입 속의 혀처럼 너무 당연하던 주변을 새삼스럽게 바라보는 마음이 든 후에야 나를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보고 돌아와 일기에 다정하게 내 이름을 괜히 한 번 써보았다. 몇 글자 되지도 않는 이름 하나에는 나를 둘러싼 이들의 애정이 들어있고, 타자이면서도 나 자신 못지않게 가까운 위치에서 애정을 보내주는 그들과 나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내 자리를 찾아 헤맸던 어린 시절이 들어 있었으므로. 레이디 버드는 그렇게 우리 모두의 이름이다.
너를 사랑해, 레이디 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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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4주 차, 위클리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지난 한 주, 국내외 영화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정리해 보는 '위클리 뉴스' 차례가 왔습니다!그럼, 지난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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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CGV, '신작의 발견' 기획 상영전
ⓒ '이상한 나라의 아빠' 인스타그램
CGV에서 연극, 뮤지컬, 무용, 전통예술 등 국내 창작 초연 공연을 영화관에서 선보인다.
'신작의 발견' 기획 상영전은 5개의 작품을 매주 수요일마다 1편씩 만나볼 수 있다.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설경구 특별전 개최
ⓒ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배우 특별전의 주인공은 배우 설경구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박하사탕>, <오아시스> <공공의 적> 등 설경구 배우가 직접 선택한
7편의 대표작을 상영할 예정이다.
<소년비행>, 2주간 전편 무료 공개
ⓒ 시즌
<소년비행>의 두 번째 시즌 공개에 앞서 첫 번째 시즌을 2주간 무료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시즌에 가입하기만 한다면 25일부터 6월 7일까지 무료로 시청 가능하다.
SK브로드밴드,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우수 작품 무료 상영
ⓒ 서울국제환경영화제
SK브로드밴드가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개최 기간에 맞춰 B tv와 모바일 B tv에서 영화제 우수 작품을
단독으로 무료 상영한다고 밝혔다.
국내 OTT 티빙과 시즌, 내달 통합
ⓒ 티빙 홈페이지 캡쳐
티빙과 시즌에 따르면 다음 달쯤 티빙과 시즌이 통합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상당 부분이 조율된 상태'라고 한다.
박찬욱 <헤어질 결심>, 평점 최종 1위
ⓒ 네이버 영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스크린 데일리 최종 평점 1위를 기록했다.
<헤어질 결심>은 4점 만점에서 최종 평점 3.2점을 받았다.
21개의 경쟁 부문 초청작 중 유일한 3점대이자 최고 점수이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사전 예매율 40% 돌파
ⓒ 네이버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30일 기준, 예매율을 44.5%를 돌파하였다.
탄탄한 팬층, 전작보다 더 커진 스케일, 스티븐 스필버그의 총괄 제작을 맡았기에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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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우리의 망각 속에서 계속되는 다음의 피해자
[BIFF 데일리] 우리의 망각 속에서 계속되는 다음의 피해자
영화 다음, 소희 리뷰
감독] 정주리
출연] 김시은, 배두나
시놉시스] 소희(김시은)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인터넷 회사 콜센터에 현장실습생으로 취직한다. 소녀는 대기업에 취직했다며 들뜨지만, 실상은 기대와 다르다. 노동 착취가 예사로 일어나는 콜센터는 그야말로 노동 지옥이다. 그곳의 잔인한 현실은 암울한 사고로 이어지고, 형사 유진(배두나)은 악착같이 진실을 좇는다. 그러나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 앞에서 그녀는 무력함을 절감한다.
특성화고 고교생들의 현장실습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올해만 해도 현장 실습 도중 사망하는 사건이 여럿 발생했지만 이에 대한 조치가 명확히 이뤄졌는지에 대한 후속기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면서 다시 망각의 길로 걸어가고 있는 것이 특성화고 고교생들의 현실이 아닐까 싶다.
다음이라는 묵직한 말
영화 <다음, 소희>는 영화 제목이 주는 묵직한 메시지가 있다. 이 작품에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소희의 죽음을 통해서 특성화고의 현장실습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경찰 유진은 깨닫지만, 자신의 손으로 바로잡기에는 이미 작동하고 있는 사회 시스템을 멈출 수가 없기에 좌절한다. 이 문제를 여기서 바로잡지 않는다면 소희 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소희와 같은 아이들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지만, 정량적 평가라는 교육부의 사회적 시스템으로 인해 이 체제가 무너지지 않는 이상 개인이 현장실습을 나가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유진은 죽어버린 소희의 유품, 핸드폰에 유일하게 있었던 춤연습 동영상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어른으로서 아직 꽃도 피지 못한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시스템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에서 나오는 눈물이 아니었을까. 경찰이라는 공무원이었지만 유진이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남아있는 현장실습생들을 챙기는 것이었다. 유진은 그렇게 소희가 마지막으로 전화를 건 소희와 함께 춤동아리에서 춤을 추었던 1년 선배를 찾아간다. 같은 현장실습생으로 공장에서 일했지만 사고를 쳐서 택배 물류 작업을 하고 있었던 그에게 유진은 힘든 게 있느면 털어놔도 된다며 누구에게든 말하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자 고맙다며 눈물을 흘린다. 현장실습생이라는 특수한 조건 때문에 사내에서 힘들다는 말을 하지도 못했던 이들이기에 당장의 시스템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따뜻한 이 말 한마디가 그들에게는 큰 위로와 안식처로 다가왔을 것이다.
아직 이 문제들을 양산하는 사회적 시스템은 그대로 작동 중이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으면 이와 같은 일은 계속해서 반복되고 아이들은 점점 더 사지로 몰릴 수밖에 없음을 ‘다음’이라는 지목을 통해서 완강하게 표현하고 있지 않았나 싶다.
정량적 평가가 만든 악의 굴레
우리가 실적을 평가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정성적인 방법과 정량적인 방법이 있다. 하지만 정성적인 평가의 경우에는 객관적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은 정량적인 평가를 한다. 영화 <다음, 소희>에서는 꾸준히 객관적인 수치에 대한 질문과 그 속에서 배제되고 있는 정성적인 부분이 부각되어 등장한다. 특성화고 특성상 그 해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실적으로 이어지기에 학생들을 공장, 콜센터 등 다양한 곳으로 현장 실습을 내보낸다. 이 아이들의 성격이나 적성, 장래희망을 고려한 것이 아닌 비료공장, 사료공장 등 인력이 필요한 곳이면 내보내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를 보고 유진은 이게 어떻게 학교냐며 인력사무소 아니냐고 따지지만 취업률을 보고 지원금을 받는 특성화고 특성상 학생들을 유치하고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취업률에 목을 멜 수밖에 없다고 되려 한탄한다.
이에 유진은 교육청으로 향한다. 하지만 교육청에서도 마찬가지다. 장학사는 지방 교육청의 경우 교육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데 다른 지방과의 경쟁에서 밀릴 경우 그 지원금이 낮아지고, 그 경쟁은 특성화고는 취업률, 일반고는 대학진학률로 지표가 설정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지원금을 못받으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 학교가 생기는 마당에 어떻게 아이들의 성격과 적성을 다 반영하고, 모든 것을 다 갖춘 곳으로만 취업을 보낼 수 있냐며 반문하면서 이것이 현실이라 유진에게 말한다.
유진은 그 앞에 좌절한다.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정성적인 부분을 강조하면서 시스템과 싸워보고자 노력했지만 저 위에 있는 교육부까지 가서 따져봤자 이 정량적인 평가의 기준이 바뀔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량적인 평가는 굉장히 객관적이다. 누구나 보면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된다. 하지만 그 정량적인 평가만을 강조하다보면 목적과 수단의 전치현상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 영화는 이런 정량적인 평가 속에 갇힌 우리 사회의 모습을 학생과 사회인 이 중간 지점에서 모두에게 외면받은 현장실습생을 통해 다시 한 번 꼬집어주고 있었다.
영화 <다음, 소희>는 우리의 망각 속에서 어떤 이들은 계속해서 사지에 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다음이 계속된다는 것을 묵직하게 잘 풀어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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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망진창이어도 괜찮아
당신의 마지막 마블 영화가 무엇인가? 대부분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끝으로 마블과 작별했을 것이다. 워낙 많은 팬들이 타노스를 이기는 결말을 보기 위해 달려왔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 이후 등장한 마블 작품들이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는 두 번째 이유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 그래도 십 년을 마블 팬으로 살아온 시간이 있으니 한 번에 포기는 못하겠고, 그렇다고 나오는 영화마다 굳이 감상하며 불만만 쌓여가고 있을 때쯤 마블의 마지막 희망이라 부를 수 있는 영화가 개봉했으니 그게 바로 <썬더볼츠*>다.
물론 <썬더볼츠*> 역시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초기 마블 영화의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고 보면 적잖이 실망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꽤 많은데 이들을 모두 알아보려면 섭렵해야 하는 영화와 드라마도 많아 마블 입문자들은 물론, 엔드게임 이후 탈주한 팬들 역시 가볍게 접근하긴 쉽지 않다. 아마 나 역시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마블과 작별을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영화를 마블의 마지막 희망이라 부르려는 이유를 몇 가지 설명해 보려고 한다. 마블을 사랑했던 한 팬의 (구구절절하게 작성한) 부치지 않을 편지라고 생각하고 읽어주길 바란다.
1. 매력적인 캐릭터의 조합
영화의 주요 인물들은 이렇다. 블랙 위도우의 뒤를 잇는 나타샤의 동생 '옐레나', 윈터 솔저 '버키', 전 캡틴 아메리카 '존 워커', 러시아 슈퍼솔저 '레드 가디언', 앤트맨에서 빌런으로 등장했던 '고스트', 정체불명의 존재 '밥'까지 총 6명이다. 태스크 마스크는 등장하자마자 퇴장하니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다. 아무튼 이 6명의 조합은 도무지 공통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각양각색의 조연들이다. 주연 급이라곤 그나마 마블 영화에 다수 출연해 이름 정도는 알려진 윈터 솔저뿐이다. 특출난 인물이 없어서일까? 이들의 시너지는 생각보다 괜찮은 맛을 만들어냈다. 서로를 죽이기 위해 만났지만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로 손을 잡기도 하는 그야말로 생존 우선주의 인물들이다. 틱틱 대면서도 기꺼이 서로의 등을 맞대고 싸우는 익숙한 모습에 옛 마블의 향수가 가끔 아른거리기도 한다. 이처럼 잘 만든 조연들, 열 주연 안 부럽다! (티켓 파워가 적은 건 슬프긴 해도 말이죠.)
2. 완벽한 영웅은 이제 없다
안타깝지만 이젠 완벽한 영웅은 나오기 힘들다. 왜냐하면 아무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제작자도, 팬들도 원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영웅은 엄청 착하거나 나쁜 놈도 아니고, 범접할 수 없는 초능력을 가진 이도 아닌 우리와 같은 평범함을 가진 이다. 마블 세계관 속에서도 블립 이후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면서 서로에 대한 갈등이 높아진 설정을 사용하고 있다. 영화 밖에서만 봐도 참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현실로 돌아와서, 우리 역시 코로나로 인해 우울감이 높아졌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코로나가 끝나고 일상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듯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텅 빈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마블도 새로운 영웅 하나를 만들어 냈다. 바로 슈퍼맨처럼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졌지만 멘탈이 약한 인물 '밥'이 그리는 '센트리'와 '보이드' 캐릭터다.
영화 속 보이드의 능력은 간담이 서늘해질 만큼 강력하다. 사람을 그림자 형태로 만들어 각자의 고통이 담긴 공간(셰임룸)으로 보내버리는 능력을 가졌다. 영화 속에서는 옐레나의 레드룸과 밥의 다락방이 나왔지만 윈터 솔저의 공간이 나왔다면 더욱 끔찍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이드가 폭주해 모두를 가둬버리기 전, 썬더볼츠*는 합심해 그를 제어한다. 평생 누군가를 죽이거나 고통을 주었던 이들이 정반대의 방법을 통해 모두를 구출해낸다. 실은 모두가 누군가가 자길 멈춰주길 바랐기 때문일 테고, 결국 그들은 밥을 보이드로부터 구해내면서 그들 스스로도 구원받았다. 오늘날의 영웅은 이처럼 과거를 받아들이고 다시 나아가는 이들로 다시금 탄생했다.
3. 어벤져스를 놓지 못하는 자는 누구인가
<썬더볼츠*> 제목 뒤의 *의 의미가 밝혀지는 순간이다. *는 애스터 리스트(asterisk)로, 표시나 수정이 필요한 단어에 붙는다. 그리고 나는 발렌티나의 '뉴 어벤저스' 소리를 듣자마자 마블과의 영원한 작별을 선언했다.
이미 팬들 입장에서는 엔드게임 이후 어벤져스는 끝났다. 잘 보냈다고는 말 못 해도 어벤져스는 누군가가 대체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아무리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모아놓고 '뉴'어벤저스 명칭을 붙인다 한들 누가 인정이나 할까 싶다. 아니나 다를까 실제 영화에서도 어벤져스에 반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썬더볼츠는 썬더볼츠로 남겨놓고, 어벤져스는 어벤져스로 남겨놓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박수 칠 때 떠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건 마블을 보면 뼈저리게 알 수 있다. 이젠 수습할 수도 없는 방대한 마블 세계관 속에서 그들도 언젠가 그들만의 길을 찾아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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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시 - 한국 최초의 좀비 영화
한국 영화에 좀비 붐이 온듯 하다. 2016년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을 기점으로 해외에 한국도 좋은 퀄리티의 좀비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이를 이은 애니메이션 "서울역"도 사회 비판을 잘 섞은 수작의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이 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컨텐츠인 "킹덤"도 시즌 2까지 나온데다가 올해 시즌 3가 공개 예정이라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좀비 코미디 "기묘한 가족"도 나오면서 "새벽의 황당한 저주" 같이 좀비의 클리셰를 비튼 코미디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만 "반도"나 "#살아있다" 같이 평이 안 좋은 영화들도 있지만, 흥행이 성공한 점을 보아 좀비 영화가 한국 대중들의 주목을 받고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울 듯 하다. 공포 영화 중 매니악한 계열이라 생각했던 좀비가 한국 대중들을 사로잡는 이 모습은 한국 공포 영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 이 열풍을 타서인지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전 좀비 영화중 명작인 "시체들의 새벽"도 한국 최초로 수입되어 정식 개봉하였다. 언젠가 좀비 영화도 대중적인 영화가 될지도 모르는 부분이다.
지금의 이런 모습을 보면 시발점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오늘은 한번 한국 최초의 좀비 영화, "괴시"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이 영화를 본 건 제작년에 BIFAN에서 첫날에 처음으로 봤던 영화이다. 그 때 괴시 제작 당시의 미술 감독님도 깜짝 참석을 하셔서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이 영화가 현재 유튜브에 업로드가 되어 있기는 한데 VHS를 디지털화 시켜서 업로드해서 그런지 화질이 매우 조악하다. 하지만 필자가 스크린으로 보았을 때는 놀랍게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복원을 한 버전이라 깔끔한 모습으로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이 영화의 의의는 한가지다. 바로 한국 최초의 좀비 영화라는 것 뿐. 하지만 우리가 아는 그런 좀비를 기대했다간 실망할 것이다. 좀비라기 보다 강시에 가까운 모습과, 달리지도 않는 서서히 걸어오는 좀비와, 맞서 싸우겠다고 태권도로 싸우는 주인공을 보면 참으로 웃음이 나온다. 분명 '공포'영화인데 놀랍게도 하나도 안 무서웠다(애초에 고전 공포 영화 대부분은 지금 사람들에게 무섭기는 힘들다. 그 당시라면 몰라도). 하지만 최초의 좀비 영화임과 80년대 영화임을 감안하면 볼만한 영화이다. 스토리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합작 영화인 'Non si deve profanare il sonno dei morti'를 베꼈다는 게 함정이지만. 다만 벌레를 퇴치하기 위해 실험중인 초음파로 인해 시체가 살아난다는 설정은 독자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좀비 영화를 최초로 시도했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어야 할 영화. 좀비 영화를 좋아한다면, 한국 공포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시간날 때 볼 가치는 있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현대에 와서 좋은 퀄리티를 보여주는 좀비 영화들을 보면 한국 영화계의 세월의 흐름과 발전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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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터널스가 풀어줄 숙제들
#이터널스 #이터널스예고편 #마동석
2021. 05. 28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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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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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이터널스 궁금하지?
00:45 어벤져스와의 관계
02:42 아이언맨 in 인도
03:32 타노스급 뉴 빌런
04:47 타노스와의 관계
05:16 왕좌의 게임 삼각관계
06:14 이터널스가 가장 기대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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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영웅> 1차 예고편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대한민국 독립군 대장이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영웅 ‘안중근’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마음이 벅차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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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페이블> 메인 예고편
어떤 상대든 6초 안에 죽인다! 전설의 킬러 ‘페이블’!
살인 불가! 강제 휴업 중!전설의 킬러 ‘페이블’은 자신을 길러준 보스에게서 1년 동안
일반인으로 살 것을 명령 받아 파트너 ‘요코’와 함께 오사카로 떠난다.
이들은 난생 처음 ‘평범한’ 삶에 적응하려고 성실히 노력하지만
주변에서는 좀처럼 그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그러던 중 페이블에게 소소한 일상을 가르쳐 준 직장 동료
‘미사키’가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
페이블은 과연 보스의 ‘아무도 죽이지 말고 평범하게 사는’ 미션을 통과하고
미사키를 구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