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2-05-20 22:20:13
뚜렷한 선과 악 그리고 수퍼 히어로 마동석
-<범죄도시2>(2022)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선악구도로 나뉘지 않는다. 물론 각자 가지고 있는 경계가 어느 정도는 있지만 그것이 명확하게 나누어지지는 않기에 판사의 심판을 받는지도 모르겠다. 흔히 등장하는 사이코패스나 살인자는 물론 악인이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이해하기보단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보고 사회적으로 동일한 악인이 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여전히 존재하는 악인을 없애는 방법일 것이다. 그 모든 것 이전에 수많은 악인들을 잡아내는 형사들이 있다. 형사들은 판사의 판단을 받기 전에 가장 의심되는 용의자를 가려내고 잡아낸다. 어찌 보면 악인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바로 그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수많은 범죄가 그들을 거쳐간다. 희미한 선악구도 속에서도 형사들은 최대한 그 안개를 걷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영화 <범죄도시>는 마석도 형사(마동석)와 그 팀의 이야기를 담았던 범죄 영화였다. 선악구도가 꽤 분명하게 나뉘어진 이 영화는 약간은 때가 묻은 마형사를 등장시켜 최악의 악인을 쫓게 만든다. 깡패들과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던 마형사가 완전히 깨끗한 형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악인들이 더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정리했다. 여기에 아주 악독한 악인이 등장하면서 그는 모두의 영웅이 된다. 엄청난 덩치와 파워는 달려드는 악인들을 나가떨어지게 했다. 또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그 악인을 잡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까지 한 팀으로 만들었다. 결국에 가장 나쁜 악인 중의 악인인 장첸(윤계상)을 잡아냈을 때 관객들이 느낀 건, 악인을 처벌했다는 통쾌함이었다. 그게 후속 영화를 만들어낸 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편의 이야기를 변주해 만든 두 번째 시리즈
<범죄도시2>는 1편의 이야기 방식을 그대로 따라간다. 이번에도 영화의 악인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전편이 그랬단 악인을 먼저 보여주며 영화적 긴장감을 높인다. 이 영화의 악인 강해상(손석구)은 베트남에서 한국인을 납치해 돈을 뜯어내고 그 사람을 죽여 실종 상태를 만든다. 우연히 베트남 출장에 간 마형사가 강해상이라는 존재를 우연히 알게 되고 그를 추적하는 과정이 영화에 담겼다. 특히나 이번 영화는 선악구도가 더 명확해졌다. 1편에서 약간은 때가 묻은 듯했던 마형사는 이번 2편에서는 좀 더 정의로운 모습으로 나온다. 전편의 마형사가 어느 정도는 현실적인 모습이었다면 이번 영화의 마형사는 좀 더 수퍼영웅에 가까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전편과는 다르게 마형사가 크고 작은 범죄자들과 대결을 벌일 때 마형사가 상대를 가격하면 큰 음향효과가 추가되어있다. 그래서 마형사가 타격하고 상대가 나가떨어지면 느껴지는 관객들의 통쾌함도 극대화되어있다. 그러니까 선악구도를 명확히 하고 마형사를 좀 더 선한 인물로 조정하여 선이 악을 물리칠 때의 쾌감에 집중한 것이다. 그래서 마형사와 그의 팀이 활약할 때 관객은 든든함을 느끼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악인들을 물리칠지 기대하며 보게 된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타격감은 앞으로 이어질 <범죄도시>라는 시리즈가 좀 더 수퍼영웅 장르로 뻗어나갈 것임을 암시한다.
1편의 이야기 방식을 그대로 차용하면서 이야기적으로는 기시감이 많이 든다. 베트남 로케이션을 활용하고 영화의 빌런을 바꾸었지만 악인을 우연히 만나고 그를 추적하는 과정 그리고 마지막 한정된 공간에서 마형사와 빌런이 격투를 벌이는 모습도 1편과 거의 흡사하다. 그런 점을 본다면 이 영화는 몇 가지 요소를 제외하고는 전편의 구조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전편과 다른 새로운 이야기는 담기지 않았다.
이 영화의 빌런인 강해상은 전편의 장첸과 마찬가지로 과거 그만의 사연이 등장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장첸보다 더 과거를 보여주지 않는 인물이다. 강해상은 장첸보다는 좀 더 순하게 보이지만 한 번 돌진하면 엄청난 에너지로 달려가는 인물이다. 그래서 전반적인 빌런의 느낌은 장첸보다는 덜 인상적이지만 무섭다는 느낌을 주는 건 그만이 가진 에너지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를 위해 몸을 키우고 서늘한 눈빛을 보여주는 배우 손석구의 연기가 강해상이라는 악인을 좀 더 공포스럽고 무서운 인물로 만들어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빌런 강해상은 영화에서 유일하게 마형사와 대적하게 되는 인물이다.
수퍼히어로 마형사가 주는 통쾌함
영화 <범죄도시2>는 목적이 분명한 영화다. 극장에서 팝콘을 먹으며 선이 악을 물리치는 과정을 즐기게 하는 것이 바로 그 목적이다. 이야기나 캐릭터의 특성은 전편에 비해 조악해졌지만 선과 악을 보다 명확히 하고 잔인함은 조금 덜어내면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영화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게 문턱을 낮췄다. 영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마형사는 한국의 수퍼영웅으로 탈바꿈하였고 그가 주먹을 날릴 때마다 정의가 실현되는 느낌을 받게 한다. 코로나로 지친 관객들에게는 꽤 위로가 되는 영화다. 현실에서는 애매한 선과 악의 구분이 적어도 이 영화 안에서는 명확하다. 이야기 구성 자체도 복잡하지 않고 특별한 반전도 없다. 그래서 더욱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마형사 역할의 배우 마동석은 이미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마블 영화 <이터널스>에서 무서운 주먹을 보여준 적이 있다. 이번 영화에서 그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그가 맡은 한국영화의 배역 중 가장 강력한 영웅으로 거듭난다. 앞으로 시리즈가 계속 이어진다면 꽤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 캐릭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범죄도시>의 마형사는 그가 맡은 여느 영화들 중에서 그에게 가장 잘 맞는 캐릭터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이상용 감독은 이번 영화가 연출 데뷔작이다. 과거 <범죄도시> 1편에서 조연출, <롱 리브 더 킹:목표 영웅>에서 조감독을 맡았었다.
많은 관객들이 다시 극장을 찾아 즐길 수 있는 영화 <범죄도시2>는 절대 선 마형사와 그의 팀이 활약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담는다. 마형사가 등장할 때 느껴지는 든든함은 많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경찰에게 느끼고 싶은 감정일 것이다. 현실과는 다른 판타지 같은 설정이지만 적어도 영화를 보면서만은 선이 악을 물리치는 모습을 보며 그 희열을 즐길 수 있다. 앞으로 꽤 많은 관객들이 마형사의 타격감을 즐기려 극장을 찾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2Bw3gnfLJc&t=164s
Rabbitgumi의 영화이야기 유료 뉴스레터에도 영화 <범죄도시2>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구독하여 읽어보세요! :)
https://rabbitgumi.stibee.com/
Relative contents
-
- [JEONJU IFF 데일리] 더위 끝에서 마주한 해방감, 그 순간이 남긴 자유.
영화 정보
Noémie MERLANT
France
2024
104min
DCP
Color
Fiction
청소년 관람불가
Korean Premiere
시놉시스
마르세유의 한 아파트, 세 여성이 폭염으로 발이 묶여있다. 공포스러운 사건에 휘말리게 된 그들은 자유를 갈망한다.
영화리뷰
노에미 메를랑 감독이 연출한 <발코니의 여자들>은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섹션 부문에서 상영된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파리 13구> 등 뛰어난 연기로 전세계 관객을 홀렸던 노에미가 연출과 연기를 도맡아 자신만의 감각적인 세계를 펼쳐 보인다.
이 기괴하면서도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이 영화의 정체는 대체 뭘까? 어떤 말로 이 이야기를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단한가지 분명한 것은 문제를 인식하는 데서 이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명백히 잘못된 일 임에도 불편한 기색을 비치면 예민하다고 취급됐던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사랑해서, 누군가는 싫은 내색을 보이기 싫어서, 누군가는 거절 한 후의 분노가 두려워서. 그와 같은 이유로 그러한 불편함을 숨기고 웃어넘겨야만 했다. 하지만 일종의 신호탄처럼 우연한 사고로 인해 그 억눌림이 터지고 만다.
어쩌면 날씨가 너무 더워서 벌어진 일일지도 모른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갔을 일도, 사람이 못견딜 정도의 폭염이 찾아와 조그마한 변화를 일으킨 걸지도 몰랐다. 끈질긴 더위처럼 달라붙고 징징거리는 사람을 눈 앞에서 보이지 않게 만든 그 일이 균열의 시작일줄이야. 한편으로는 일종의 각성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거절을 거절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행동을 밀어붙인 행동에 적극적으로 반기를 드는 것이다. 그 잘못된 행위를 말로 납득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현재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선의 결과‘를 따지는 것 뿐이다. 영화는 특이하게도 영혼이 떠나는 방식을 보편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한많은 귀신이 한을 풀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입힌 이에 대한 사실을 인정한 후에 떠나는 모습에서 볼 수 있었다.
‘발코니의 여자들’ 모두의 상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바다에 무언가를 던지는 행위는 변화의 신호탄처럼 다가온다. ‘분명히 무언가가 바뀌었구나’ 하는 감각. 영화는 피해자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그 순간을 정교하게 포착한다. 그렇게 한 사람의 살인은 모두의 살인이 된다. 이어지지 않은 연대가 또 다른 갈림길에서 연대로 이어지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여러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별개의 사건 같지만 사실 깊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넘어갔던 일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눌러왔던 감정들이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이 원하는 것과 바라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변화의 시작을 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신체마저 수치스럽게 여겨왔다. 그저 가려야 할 어떤 것, 보지 말아야 할 어떤 것으로 치부되어 수많은 수식어로 그 단어를 가리기 바빴다. 하지만 가슴이나 성기는 사실 신체의 일부에 불과하다. 가슴은 가슴이고, 성기는 성기다. 그것을 의도하듯 카메라는 있는 그대로의 몸을 담아내고 부끄러운 존재가 아님을 다시한번 일깨운다. 처음엔 낯설기만 했던 의도적인 연출은 점차 등장인물들이 변화하고 깨달음을 얻으며 조금씩 상의를 벗어던지기 시작한다. 온갖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행위, 쾌감, 욕망과 같은 것들을 표출하며 ‘자유‘를 만끽한다. 그 순간을 체감하게끔 의도적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처음엔 영화의 이미지에 반했고, 그 후에는 영화의 이야기에 반했다. 드라마 같으면서도 코미디 같고, 또 호러 같기도 한 여러장르를 이 영화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배우로서 표현할 수 있는 감정들이 연출을 통해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다. 끈질기게도 달라붙어 짜증나게 만들고 찝찝해 불쾌감을 주었던 더위를 몰아내고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는 순간 느껴지는 감정을 잊을 수 없다. 이 복잡미묘한 감정은 영화를 봐야만 느낄 수 있다.
상영스케줄
2025.05.01 10:30
메가박스 전주객사 4관
2025.05.02
17:30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2025.05.05
14:00
CGV 전주고사 2관
-
- 7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
.
국내
박보영·연우진·장동윤·이정은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출연 확정
ⓒ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간호사 다은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지금 우리 학교는' 감독인 이재규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박보영, 연우진, 장동윤, 이정은 배우가 출연을 확정했다.
<범죄도시3>, 크랭크인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3>이 지난 20일 촬영에 들어갔다고 배급사에서 25일에 전했다.
윤계상, 손석구에 이어 이준혁 배우와 일본 배우 아오키 무네타카가 빌런을 맡았다.
이상용 감독이 <범죄도시2>에 이어 3편 또한 연출을 맡기로 했다.
조던 필 감독 <놉>, 내달 17일 국내 개봉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겟 아웃>, <어스>를 선보이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조던 필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인 <놉>이
8월 17일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놉>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것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하고 기묘한 현상을 그린 영화이다.
해외
디즈니, <페넬로페> 제작
ⓒ 디즈니 플러스
디즈니가 고전 동화인 '공주와 완두콩'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코미디 영화 <페넬로페>를 제작할 예정이다.
극장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잉그리드 마이클슨과 래리 오키프가 음악에 참여할 예정이다.
어벤져스 5&6, 2025년 개봉 예정
ⓒ 마블 인스타그램
<Avengers: The Kang Dynasty>와 <Avengers: Secret Wars>가 각각 2025년 5월과 11월에
개봉할 예정이다. <Avengers: Secret Wars>는 페이즈 6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 2023년 5월 개봉 확정
ⓒ 마블 인스타그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 2023년 5월 5일 개봉을 확정했다.
크리스 프랫, 카렌 길런, 폼 클레멘티에프, 숀 건, 윌 폴터, 마리아 바카로바 배우가 출연하며,
<가.오.갤> 시리즈를 쭉 연출했던 제임스 건 감독이 3편도 연출할 예정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
- 무언가 코믹하지만 씁쓸한 풍자적인 영화!
시놉시스
칼과 아야는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이다. 어느 날 이 커플은 호화 크루즈에서 휴가를 보내게 되고 각양각색인 부자들을 만난다. 그중에 비료 사업을 하는 러시아 부자인 디미트리는 자신이 이 호화 여객선을 사겠다며 많은 직원들에게 이야기한다. 한편 선장인 토마스는 이 여객선을 잘 관리하지 못해 해적의 습격을 받고 전복이 된다. 살아남은 건 오직 8명뿐... 이 무인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인 칼과 아야는 돈을 많이 못 벌지만 무료 협찬으로 호화 크루즈 여객선에 타게 된다. 그리고 많은 부자들을 만나는데 다양한 성격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고 하나씩은 사연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비료 사업을 하는 디미트리와 수류탄 사업을 하는 사업가 부부, IT 사업가 등등이 있지만 약간씩 결함을 가진 듯 보인다.
배가 무너지려고 할 때 선장인 토마스는 미국인이지만 공산주의자이고 러시아 자본주의자인 디미트리와 철학적인 대화를 나눈다. 그 대화가 부자들을 비판하는 듯 보이는데 정작 자신들은 배가 침몰하는지도 아는데도 그러고 있었다.
왜 그랬냐면 토마스는 애초에 자신의 배를 책임지지 않았다. 직원들이 오히려 항의를 해도 그냥 넘어갔다. 그렇기에 정말 무책임하게 보인다.
결국엔 해적의 수류탄 습격으로 배가 전복되어 무인도에 살아남은 8명은 자신들이 구조 받기를 기대하지만 호화 크루즈 여객선에 있을 때 화장실 청소 담당인 애비게일이 모계사회를 이뤄 대장이 되고 여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이끈다. 그리고 남자들을 지배한다. 또한 아야의 짝인 칼을 데리고 가 성관계를 자주 시킨다. 사실 애비게일의 그런 목적은 칼이 식량을 얻는다는 이유로 시킨 거다.
짝에 상실감을 잃은 아야의 심정은 어떠할까? 삼각관계로 치닫게 된 칼, 애비게일, 아야의 대립은 점차 고조된다.
이 영화에서 불편한 점이 있다면 구토를 하는 장면과 변기에서 대변이 흘러나오는 장면이다. 호화 크루즈 여객선에서 파도에 의해 배가 흔들리는데 토마스 선장은 무책임하게 1등 항해사만 일을 시키고 부자들은 자신의 재미를 위해 직원들을 집합시켜 수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만찬에서 배가 흔들려 수많은 사람들이 구토를 하는 장면도 불편하긴 했지만 무언가 풍자를 하는 것 같았다.
무인도에서 모계 사회를 이룬 애비게일도 어찌 보면 자신의 편을 드는 사람들을 모아서 권력을 얻는다. 마치 자신이 모든 걸 통제하는 것처럼 말이다. 호화 크루즈 여객선에서는 낮은 위치였지만 무인도에선 권력자가 되었듯 디미트리가 말한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분배된다는 개념 하고는 다르다. 어쨌든 풍자가 가득하고 젠더 갈등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슬픔의 삼각형>이다.
웃픈 블랙 코미디 영화를 보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하니엘의 주관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 [JIFF 데일리] "사랑이 머무는 순간, 도르래가 움직인다" 영화 <곤돌라> 관람 후기
[JIFF 데일리] '사랑이 머무는 순간, 도르래가 움직인다'
영화 <곤돌라> 관람 후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곤돌라>
제목 : 곤돌라(Gondola)
감독 : 바이트 헬머
러닝타임 : 85분
관람 등급 : 전체 관람가
시놉시스 : 케이블카는 산골과 계곡의 마을을 연결한다. 케이블카 승무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이바. 두 개의 케이블카 중 하나가 올라가면 다른 한 대가 내려가고... 케이블카는 중간에서 만나기 마련이다. 다른 케이블카에 타고 있는 승무원의 이름은 니노. 이바와 니노는 30분마다 지나가면서 서로를 만나고 어느날, 그들은 합심하여 상사에게 맞서기로 한다.
곤돌라(Gondola). 케이블카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번 영화를 기점으로 정확한 의미를 확인했습니다. 단어는 총 세 가지 의미를 지칭하고 있었습니다. 1.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작은 보트 2. 비행선이나 기구 따위에 달린 바퀴 3. 고층 건물의 옥상에 설치하여 짐을 올리는 시설. 영화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깊은 산 속과 계곡 주변의 마을 사람들을 이어주는 2, 3번의 뜻을 가진 곤돌라를 보여줍니다. 두 주인공과 동내 꼬마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담으며 마지막으로 4번째 ‘사랑을 실어 나르는 관계’라는 의미까지 추가합니다.
영화의 시작은 누군가의 죽음과 주인공의 등장으로 시작합니다. 케이블카로 관을 옮긴다는 점과 관 위에 직원 옷을 올려두었다는 점 등 정황상 곤돌라 직원의 죽음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케이블카와 관이 함께 지나가며 마을 주민들이 애도하는 장면이 영화 가장 초반에 만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곤돌라에 관을 실어 나르는 장면마저 기예르모 델 토르 감독님의 서늘한 동화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장례식을 영화 초반부에 배치한 점과 케이블카의 흐름에 따라 이어지는 시선은 블랙 코미디와 비유로 가득한 영화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죠. 결과적으로 곤돌라의 공석은 새로운 주인공이 ‘직원복이 맞아서’ 차지하게 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가벼운 이유로 시작한 것이죠.
상영이 시작하고 가장 먼저 놀란 점은 ‘무성 영화’라는 점입니다. 오래전 고딕한 영화가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인간의 목소리를 담을 수 없었던 것과 달랐습니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대사가 없었고, 문장으로 이루어진 설명이 없다 보니 처음부터 관객은 화면에서 얻을 수 있는 시각 정보를 얻기 위해 빠르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구어체가 사라진 세상에서는 배우의 눈짓, 미세한 표정 변화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여기에 마찬가지로 창작자의 감성이 묻은 강렬한 효과음과 감미로운 음악이 찾아옵니다. ‘무성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웨스 앤더슨 감독의 아름다운 색감과 황금비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팀 버튼 감독의 빅피쉬 같은 독창적인 상상력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관람을 추천합니다.
이후 두 세가지 시퀀스가 이어집니다. 대부분 곤돌라 직원인 두 여인의 타오르기 시작하는 사랑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특히 상차행, 하차행 케이블카가 마주치는 순간을 재밌게 묘사하는 점은 미셸 공드리 감독의 ‘무드 인디고’가 생각났습니다. 언젠가 비행기에 올라탄 승무원이 되고 싶은 주인공은 케이블카를 비행기, 버스, 증기선 모양으로 꾸미죠. 일련의 사건으로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증오가 쌓인 상태에서는 케이블카는 곧 전차로 변신해 혈투의 현장이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이 깊어지면 곤돌라는 신혼행 웨딩카로 변하죠. 곤돌라는 두 주인공과 마을 사람들의 감정을 빗대는 장치이자 소통을 이어주는 연결점으로 묘사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곤돌라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상상력을 극한까지 긁어 모았고, 그것을 아날로그 감성이 듬뿍 담긴 시선으로 제작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감독하신 ‘바이트 헬머’ 감독님은 1999년 영화 ‘투발루’로 데뷔해 ‘브라이 이야기’, ‘우리친구 피들스틱스’ 등 전체적으로 동화적인 포근한 감성이 담긴 영화에 집중하고 계십니다. 시네퀘스트 영화제 코미디부문 최우수 장편영화상, 스웨덴 판타스틱영화제 관객상을, 바에른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이력을 가진 분이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영화는 어른 동화처럼 따뜻하지만 아찔한 시선을 갖고 있습니다. 영화가 동화 같은 이유는 총 세가지입니다. 첫번째는 ‘필름 카메라 감성 같은 색감 선정’입니다. 푸르름이 사방에 깔린 산골 마을에서 원색 계열의 옷들은 초록색과 극명하게 대비하며 시각적으로 만족감을 주었습니다. 유럽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지역의 고산 지역에서 추억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면 분명 관람을 추천합니다.
두번째는 ‘사랑은 곤돌라를 타고’라는 점입니다. 영화는 내내 사랑하는 서로가 보내고 받고, 당기고 밀어주는 요소로 가득했습니다. 특히 곤돌라 직원으로서 상대와 많이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보여줍니다. 일정 간격으로 서로 번갈아 체스를 두며 상대를 약 올리기도, 승차장에 선물을 올려두고 반응을 살피기도 합니다. 간질거리는 애정 표현은 악의 없는 순수함으로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위적이지 않은 간접적인 소리’입니다. 대사가 없는 영화기에 시각적인 부분과 효과음이 매우 크게 작동합니다. 발걸음 소리, 곤돌라가 움직이는 기계음 소리 등 일상보다 몇 배는 확대한 효과음처럼 들렸습니다. 특히 유리잔 위를 물 묻은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피어나는 우주를 담은 것 같은 소리 등 구어체가 전할 수 없는 부분을 영화는 청각적인 대체재로 가득하게 만들었죠. 다회차 상영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눈을 감고 영화를 관람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작품 중 손에 꼽고 싶은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두 여성의 사랑을 거칠지 않고 부드러운 초여름 날씨처럼 표현했다는 점, 중력을 거스르고 마찰을 줄이는 도르래를 사랑과 관계로 표현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무주산골영화제에서 또 만나길 희망할 정도였습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극한으로 달려가는 두 여인의 감정선에 집중했다면, 이번 <곤돌라>는 동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사랑이 어떻게 곤돌라로 이어지는지를 중점으로 두었다고 생각합니다. 필름, LP, 투박한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관람하시길 추천합니다.
2024.05.03 CGV전주고사 2관(202)
2024.05.05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410)
2024.05.10 메가박스 전주객사 6관(914)
-
- [BIFAN 데일리] 찌개와 어항의 소리
감독] 김수인
출연] 장서희, 강안나, 최소윤, 윤준원 외
프로그램 노트] “대학 가면 다 할 수 있댔지?” “알았어, 알았어.” 학교에 데려다주던 엄마의 잔소리를 적당히 웃어넘기는 듯하던 고등학생 딸은 그날 세상을 영원히 등지는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학교폭력, 랜덤채팅 어플리케이션 등 통상적인 청소년 문제를 중심으로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주변인 증언을 확보하면서 처음에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 오묘하게 뒤틀린 모녀 관계를 발견하게 되는데…. 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장서희가 딸 인생의 성공을 위해 그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표독스러운 엄마 역을 맡아 실감 나는 연기를 펼친다. 고생스러웠던 지난 삶에 대한 보상심리로 자식의 인생을 통제하고드는 폭압적인 부모의 행동이 얼마만큼 큰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현실 밀착 스릴러로, 관객에게 묵직한 경종을 울린다. (박꽃)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란 참으로 기묘하다. 코앞에서 싸우지 않아도 갈등은 감지되고, 통화의 일면만 듣거나 인사치레 같은 말만 들어도 상대와 관계의 거리감을 쉬이 가늠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에서 펼쳐지는 엄마 혜영과 딸 유리의 대화처럼, 유리와 함께 둘러앉은 사람들의 대화처럼.
혜영은 일에 바쁜 와중에도 자녀 교육을 끔찍하게 챙기는 엄마다. 학원 마치고 귀가하는 시간에 맞춰 따뜻한 찌개를 보글보글 끓여 밥상에 내놓는다. 딸이 끔찍하게 싫어하는 꽁치찌개를, 두뇌 발달에 좋다는 이유로 늘. 꽁치찌개가 끓는 소리는 어쩐지 거실 어항의 산소 발생기에서 나는 소리와 비슷하게 들린다. 기른다는 것과 잡아먹는 것의 소리가 같아진다는 것,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가. 독친은 그 소리가 들리는 지점을 포착한다.
*이하로 영화 <독친>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배우 장서희는 얼굴 가득 표정을 잘도 담아낸다. 피로와 짜증, 노력과 애착, 불안과 추궁, 아집과 독선 같은 것들을 덕지덕지 붙인 혜영의 얼굴을 하고, 그 감정들의 농도를 세밀하게 조절한다. 그 얼굴은 인간의 모든 것을 수치화해 등급을 매기는 일터에서 듣는 닦달을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쏟아내는 지친 노동자의 것인 동시에, 자식을 향한 지독한 마음이 뒤섞인 것이다.
호러 영화가 아님에도, 엄마 혜영의 표정에서, 딸 유리의 표정에서, 냉한 기운이 자꾸 읽힌다. 그건 아마도 우리가 이 영화에서 목격한 것이 애정을 가장한 폭력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놓고 펼쳐지는 폭력도 소름 끼치지만, 애정을 가장할 때 더욱 교묘하게 피부 바로 아래 끼치는 소름이 있다.
애정을 가장한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상대를 직시하지 않고 변죽만 울리면서, ‘너를 위해’라는 말로 칭칭 동여맨 폭력에 몇 번 타격감을 느끼다 보면, “내가 잘못된 건가?”라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폭력의 가해자를 탓하지 못하는, 그러다 또 그런 스스로를 탓하는, 생각의 굴레에 빠지다 보면 어느새 거미줄에 걸린 작은 곤충처럼 무력해지기 쉽다.
그럴 때 무심한 말들은 아프게 와 닿는다. 무심하다는 건 깊이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거기에 진심 어린 애정은 없으므로. 담임 기범과 주변 친구들이 유리를 볼 때 집에서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애, 비뚤어질 이유도 없고 우울할 이유도 없고 그냥 반듯하고 행복한 애일 거라고만 봤듯이. 그러나 친구들은 이후 형사들의 질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가 이상했다고 말한다. 학교에 찾아와 예나를 찾는 혜영을 보며, 불쾌를 기민하게 감지하고 자리를 피했던 아이들이다. 결국 갈등은, 아픔은 어렴풋하게나마 감지될 수 있다. 누구도 유리를 그렇게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을 뿐이다. 이후에야 유리에 대한 기억들을 조각조각 모으다 보면, 사랑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다면 거기서 인간이 죽어가도 우리는 모르겠구나 통감하게 한다.
영화 속 아이들은 버티다 무너지기도 한다. 라이터로 마시멜로를 구워 먹을 수도 있고 속눈썹을 올릴 수도 있는 아이들에게 다짜고짜 담배를 의심하는 시선을 던지는 것은 어른들이다. 의구심의 시선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짐을 얹었다. 글만 보면 다 안다던 국어 교사는 결국 끝내 아무 것도 몰랐고, 정작 영화 후반부 유리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는 것은 철저한 타인의 몫이다.
사랑은 결국 직면하는 일이다. 예나는 직면했다. 유리를, 그리고 자신을. 그 결과 깨닫는다. 내가 주는 사랑이 상대에게 행복을 줄 거라는 오만, 사랑을 많이 받는 사람은 반드시 행복할 거라는 편견. 예나는 그 결론에 이르게 한 마음을 “믿음”이라 표현했지만, 나는 그 믿음이라는 말은 사실 “속단”이 아닐까 생각한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깊이 들여다보기 전에 섣불리 내린 결론을 믿은 것이므로. 예나는 속단의 위험을 깨달았고, 속단하지 않고 깊이 애정을 품으며 앓기도 했으니, 앞으로도 잘 살아갈 것이다. 공교롭게도 예나가 지망하는 직업 세계에서 꼭 필요한 깨달음이기도 하다.
유리에 대한 기억을 털어놓는 친구들 사이, 영화과 입시생이라며 옛날 영화에서 흰 우유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말하는 아이가 있었다. 분위기를 가볍게 털고 넘어간 일화지만, 어쩌면 그의 말에도 일말의 진실은 묻어 있다. 영화에는 생각보다 많은 진실이 들어있다. 이 영화에도 그럴 것이다.
극화되긴 했지만 혜영의 초상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헬리콥터맘’이라는 단어가 신조어라며 신문에 나왔던 것도 옛날 일이 되었으니까. 사실 요즘은 혜영과 정반대 유형, 그러니까 자식에게 모든 걸 허용하는 방식의 양육자들이 세간의 화제가 되곤 한다. 인터넷에는 10년 이상 교사 혹은 강사로 살아온 사람들의 고충담이 넘쳐나고, 전문가들은 그렇게 ‘건강한 거절’을 경험해보지 못한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작은 거절에도 위축될 것을 지적한다. 아이를 잘 양육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사랑이라는 단어는 우상이 될 수 없다.
유리의 행적을 담은 CCTV 속 날짜는 2024년 6월, 지금으로부터 1년가량 남은 시간이다. 그 안에서 유리는 ‘빅 스튜던트’라는 애칭의 커다란 백팩을 메고 움직인다. 항공모함처럼 물건이 많이 들어가고 그만큼 무거운 가방이다. 학생 유리의 가방이 그렇게 무거워지기 전에, 민준이가 힘차게 동화책을 읽는 걸 끊지 않아도 될 기회가, 아직 1년은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혜영과 유리처럼 달려가는 현실 속 수많은 곳에, CCTV 속 숫자가 작은 희망의 이스터에그가 되길 바랄 뿐이다. 끝까지 사랑의 시선 하나로 버티던 아이들의 마음이, 어딘가에는 가 닿길 바랄 뿐이다.
2023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6/29~7/9) 중 상영일정
7월 1일 19:30-21:14 CGV소풍 4관 (상영코드 338)
7월 4일 19:30-21:14 CGV소풍 4관 (상영코드 634)
7월 6일 11:00-12:44 CGV소풍 10관 (상영코드 809)
-
- 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리뷰
자격지심은 항상 자기 전 침대 머리맡에 내려앉는다. 침대에서 뒤척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잡생각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아닌가? 그 반대던가? 여하튼 그 생각들이 발전적인 고민이라면 퍼뜩 일어나서 어디에 메모라도 해두겠지만 이건 그런 고상한 종류의 고민이 아니다. 내 선택과 결정의 정당성을 앗아가는 비열한 질투심이다. 시기와 질투는 강한 원투펀치를 날린다. 일말의 성취를 느껴 알차게 하루를 보냈다 한들, 자기 전에 그런 상상을 해버리면 끝장이다. 그 한방에 K.O. 오늘 하루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모든 과정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눕기 전에 SNS로 슥 훔쳐봤던 지인의 일상이 눈앞에 사라지지 않고 아른거린다.
질투는 풍부한 감정이다. 감정의 온도에 따라 천차만별의 이유를 갖는다. 예컨대 식어버린 질투의 본질은 불안이다. 고착화된 일상 속에서 돌파구는 사라진 것만 같을 때 눈에 들어오는 건 타인의 결괏값이다. 불안에서 시작된 질투심은 특별히 어떤 액션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불만족은 무기력으로 이어지고 망상은 꼬리를 문다. 때때로 질투는 강력한 힘이 된다. 동기부여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라이벌을 통해 발전적인 피드백을 자신에게 던질 수도 있다. 질투에 눈이 먼 사람은 기꺼이 자신을 다그칠 수 있다. 자신을 괴롭히는 데에는 별다른 이유가 필요 없다. 이 영화는 그런 이야기들을 건넨다.
이 영화에서 특히 재밌었던 부분은 지극히 현실적인 감각으로 감정을 묘사한다는 데 있다. 브래드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폐부를 찌른다. 나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회에 공헌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브래드는 불만이 있었다. 한때 동문수학하던 친구들은 이젠 비교조차 어렵다. 할리우드의 거물 감독, 헤지펀드사 대표, IT 회사를 팔고 마우이에서 지내는 친구. 백악관에서 일했던 친구는 이젠 교수다. 한가닥 하는 동창들과 비교하는 일은 멍청한 일이지만 그러고 나면 실패했다는 생각이 든다. 애써 그들의 인생 중 어느 한 부분은 실패했겠거니 넘겨 짚기에도 부질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인생은 화려한 성공으로 점철되어 있으니까.
과거의 일이기는 하지만 언론사를 운영하기도 했고 피바디 상을 탄 적도 있다. 지금은 비영리사업을 하고 있다. 영화에서 짧게나마 언급되는 브래드 씨의 인생 궤적이 흥미로웠다. 적어도 눈으로 보이는 그의 객관적인 위치는 나쁘지 않았다. 그가 문제로 삼는 건 조건이다. 브래드 씨는 조건을 상상하며 끝없이 가정에 빠졌다. 단순한 질투는 현재의 상태를 비교하는 데에서 그친다. '저 돈이 내 것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 지위를 내가 누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들은 먼지처럼 가볍다. 그렇지만 불안과 열패감이 만들어내는 환상은 단순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디테일해 살아온 날들을 끌어안고 침몰한다. 선택할 수 있었던 과거를 시뮬레이션한다고 생각해보면 지금의 결과치가 얼마나 불만족스러울지는 명확하다.
하필 그런 망상을 하는 때가 아들의 대학 면접을 위해 투어를 다니는 중이었다는 점은 극을 더 풍성하게 꾸민다. 대학, 싱그러운 젊음이 넘나드는 공간을 거닐며 브래드 씨는 더 짙게 망상에 빠진다. 대학생들은 여전히 이상적인 세상을 꿈꾼다. 우리가 바꿀 수 있다 혹은 바꿔야 한다는 생각들. 동시대를 살지만 어쨌거나 먼저 살아봤던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오간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 대한 솔직한 감상은 청년에겐 다르게 다가온다. 좀 더 직설적이게 표현하면 꼰대의 변명이다. 한때 이끄는 사람이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고 다니는 본인의 모습이 초라해진 것만 같으니까 속이 보이는 보호막을 친다.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한 번 사는 인생에 이런 결과물이면 망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은 한번쯤 하지 않나. 공들인 과정이 변수로 무너지는 순간을 마주하면 더욱 그 부질없는 망상에 집착한다. 무너져보면 조건을 바꿔본다. 최선의 결과물을 상정해두고 일생의 선택을 소거한다. 했어야 하는 일과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을 고른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돌아가서 선택을 바꾼다 한들 원하던 방향대로 흘러가진 않을 거란 점이다. 생각보다 인생에 능동적인 선택이란 게 많지 않다. 인생이 그런 식이다. '받아들이기 싫으면 어쩔 건데?'하고 몽니를 부린다. 물길은 거세고 내가 놓는 돌멩이 몇 개로는 그 흐름을 바꿀 수 없다.
브래드 씨의 인생에 나의 과정이 겹쳐 보여 그런지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오! 좋은 일 하시네요'하는 답변에 반응하는 일과 현실과의 간극을 생각하며 느끼는 감정들. 그 까끌까끌하게 씹히는 감정의 조각들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영화에서 같이 일하는 직원이 퇴사를 하면서 브래드 씨에게 이런 말을 했다. '좋은 일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돈을 많이 벌어서 기부를 하는 게 낫다'라고. 저기서 좋은 일이라는 표현이 비영리사업의 모든 과정을 평가절하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과 현실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이상적인 방법. 이건 어디까지나 영역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을 한다. 인생을 꼭 정량 평가로 계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의 입장에서는 재화의 형태 아니라 아쉬울 수야 있겠지만 부족한 인생은 아니다.
처음엔 저 나이가 되었을 때 저렇게 될까 걱정했다. 결국 잘못 살았다고 후회하고 싶진 않았다. 살면서 시기가 맞지 않을 때도 있고, 사람이 맞지 않을 때도 있다. 멍청한 판단을 하는 때도 있고 완벽한 선택을 하는 때도 있다. 실수도 있고 실패로도 이어지겠지만 열패감을 갖진 말아야 한다. 무슨 일이든 일단 선택을 하면 최악은 면하고 차악에서 차선까지는 운에 노력을 더하면 보답받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최선의 결과는 어디까지나 내 손을 벗어난 문제다. 브래드 씨의 말처럼 세상을 사랑할 수는 있어도 소유할 수는 없었다. 역으로도 가능하다. 세상을 소유할 수는 없어도 사랑할 수는 있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
-
- 최강의 로마 전투부대 제9군단을 전멸시키고 남은 병사를 끝까지 추적하는 야만족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에취한다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allwey01
사용중인 이어폰 : 저지연 무선이어폰 GTW270 hybrid
-
- 영화 <더 컨트랙터> 티저 예고편
국가를 위해 극비 작전에 뛰어든 남자 특수부대 중사 출신 ‘제임스 하퍼’는 전역을 명 받고 법의 테두리 밖에서 국가에 충성하는 극비 조직에 합류한다. 그에게 주어진 첫번째 미션은, 전세계를 혼란에 빠뜨릴 바이러스 테러를 막는 것. 그러나, 미션 수행 도중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게 되고 충격과 위기를 겪게 되는데…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모든 것을 건, 새로운 미션이 시작된다!
-
- 넷플릭스 <한마 바키> 공식 예고편
지상 최강의 격투가, 아니 지상 최강의 생명체라는 한마 유지로.
하지만 한마 바키에겐 아버지란 이름의 벽일 뿐.
지금 이 벽을 넘어서기 위한 바키의 특훈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