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Choice Movie2022-05-23 16:27:30
5월4주차 신작 개봉 영화
5월 4주 개봉영화 5편
2022년 5월 4주 개봉영화!
안녕하세요 Good morning , 2021
국민 배우 이순재와 신들린 아역배우 김환희의 만남
영화 "안녕하세요"는 세상에 혼자 남겨져 의지할 곳 없는 열아홉 수미가 죽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호스피스 병동 수간호사 서진을 만나
세상의 온기를 배워가는 애틋한 성장통을 휴먼 드라마 입니다.
사는 게 죽는 것보다 힘든 서진에게 죽음을 앞두고도 누구보다 활기차고 열심히 사는 호스피스 병원 사람들과 생활하며 마음이 점차 바뀌는 내용인데요
성년이 된 ‘천재 아역’ 출신 김환희와 ‘국민 배우’ 이순재가 만났습니다
'곡성'에서 '뭣이 중헌디'라고 악을 쓰며 신들린 연기를 선보인 김환희의 성인연기자 모습을 볼수 있는 첫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행복에 대해 말하기 위해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같이 풀었다는 차봉주 감독의 신작!
이번주 추천영화 "안녕하세요" 입니다.
첫번째 추천영화 "안녕하세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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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물보다 진하다 The Goblin , 2022
K-하드보일드 느와르 액션!
영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조직의 전설적인 해결사, 일명 도깨비였던 두현과 그런 두현을 동경했던 후배 영민의 지독한 악연을 담은 하드보일드 느와르 액션영화 입니다.
제1회 아산충무공 국제액션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김희성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드라마 '나쁜 녀석들' 제작진들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조동현, 이완 그리고 임정은, 윤철형, 이천은, 최기섭, 최왕순 등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출동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더했습니다.
거친 액션과 섬세한 감정으로 철저히 무장한 하드보일드 느와르 액션!
두번째 추천영화 "피는 물보다 진하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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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 Hommage , 2021
1962~2022 시네마 시간여행
영화 "오마주"는 한국 1세대 여성영화감독의 작품 필름을 복원하게 된 중년 여성감독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시네마 여행을 그리는데요
1962년과 2022년을 잇는 아트판타지버스터로 일상과 환상을 오가는 위트 있고 판타스틱한 여정을 담았습니다.
신뢰의 연기자인 이정은 배우가 첫 단독 주연을 맡아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의 색다른 연기로,
과거에도 현재에도 삶과 예술을 사랑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는 열연으로 보여주는데요
도쿄국제영화제, 트라이베카영화제, 호주시드니영화제, 영국글래스고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워싱턴한국영화제 초청과 함께 피렌체한국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습니다.
중년의 여성감독이 '여판사'를 복원하는 액자식 구성과 시간여행이 흥미를 자아내는 ‘오마주’는
한국영화 역사상 두 번째 여성감독인 홍은원에 관한 이야기이며 한국의 모든 여성 영화감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신수원감독은 우리가 모르는 여성감독들이 존재했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그렇게 모험적으로 살아온 분들의 기운을 ‘오마주’에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는데요
여성영화인뿐만 아니라 영화인과 예술인, 그리고 세상의 모든 꿈꾸는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격려가 될
세번째 추천영화 "오마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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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조국 The Red Herring , 2022
내 주변의 누군가가 조국이 될수있다
영화 "그대가 조국"은 조국이 법무부장관에 지명된 2019년 8월 9일부터 장관직을 사퇴한 10월 14일까지 67일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정의를 잃어버린 검찰이 무참한 사냥을 벌이던 그때, 우리는 무엇을 보았는지를 다루는데요
그대가 조국은 언젠가는 ‘내’가 ‘내 주변의 누군가’가 ‘조국’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달팽이의 별’로 아시아 최초이자 한국 최초로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장편경쟁부문 대상 수상과
‘부재의 기억’으로 한국 최초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다큐멘터리상 노미네이트와 뉴욕국제다큐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이승준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조국사태의 비밀!
네번째 추천영화 "그대가 조국"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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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그라운드 UN MONDE , PLAYGROUND , 2021
전 세계 영화제 30개 트로피 휩쓴, 올해의 무비
영화 "플레이그라운드"는 일곱 살 ‘노라’와 오빠 ‘아벨’이 맞닥뜨리게 된 ‘학교’라는 세상을
아이의 눈높이와 심리 상태에 초밀착해 놀랍도록 사실적으로 담은 영화입니다.
2021년 제74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어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을 수상한 이래
현재까지 전 세계 영화제 30개의 트로피를 휩쓸었고, 지난 3월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벨기에 출품작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았습니다.
국가와 시대를 막론하고 ‘학교’라는 집단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근원적이고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데요
플레이그라운드는 오빠가 당하는 괴롭힘을 통해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동생 ‘노라’의 시선과 감정을 통해 폭력의 내밀한 전이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다섯번째 추천영화 "플레이그라운드" 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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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 끝을 향한 비행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의 비밀을 목격하곤 한다. 사소하고 작은 비밀부터 타인에게 영향을 줄 만한 큰 비밀까지, 여러 비밀을 두고 우리는 입을 다물 것인지, 밝힐 것인지의 갈림길 앞에 놓이게 된다. 어떤 비밀은 관여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숨겨지기도 하고, 자신의 처지와도 관련되어 있어 밝히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외면받아 숨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선택이 정말 옳은가? 우리는 무엇을 보았고, 또 무엇을 숨기고 있는가?
영화 <올빼미>는 누군가 독살당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목격한 인물을 내세우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만약 우리가 이 인물이라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러한 질문 속에서 영화는 낮과 밤, 빛과 어둠, 그리고 볼 수 있는 이와 볼 수 없는 이를 두고 끊임없이 빛을 옮긴다. 해당 작품이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새롭게 역사를 각색한 만큼, 역사적 사실과 영화의 내용을 비교해 짚어가기보다 <올빼미> 속 각색된 인물들과 관계 구도를 중심으로 작품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영화의 주인공인 천경수는 맹인 침술사로, 빛이 있는 곳이나 밝은 대낮에는 앞을 보지 못하지만 어두운 곳이나 밤에는 흐릿하게나마 앞을 볼 수 있는 주맹증을 앓고 있다. 그러나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다른 신경 감각들의 발달로 발소리와 숨소리만을 듣고도 환자를 진단하고 침을 놓는 데에 용한 실력을 보인다. 덕분에 침술사를 찾던 어의 이형익의 눈에 들고, 실력을 인정받아 궁의 침술사로 일하게 된다.
궁에 들어가 일하게 되었을 때 경수는 기뻐하며 웃는다. 아픈 동생의 약값조차 낼 수 없던 어두운 현실에서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신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약값이 밀려 더는 약을 내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경수는 외친다. 궁에 들어가기만 하면 약값을 낼 수 있다고. 궁에 들어가기만 하면.
그러나 경수가 조금 더 밝은 미래를 위해 들어온 궁에는 그 무엇보다 어둡고 무거운 비밀이 숨겨져 있다. 살아남기 위해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는 거짓말로 스스로 눈을 가렸던 경수는 가린 손 틈으로 소현세자가 독살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경수는 독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그리고 나아가 인조가 소현세자를 독살하도록 명령했다는 것을 눈치챈 유일한 이다. 이때부터 경수에게 궁은 밝은 미래의 공간이 아니라 어두운 현실을 숨겨둔 감옥이 된다.
영화의 제목인 ‘올빼미’는 야행성 조류로, 낮보다 밤에 더 활발하게 활동한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밤에 암흑 속을 자유롭게 비행하는 올빼미는 작중 주인공인 천경수와 닮아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낮에는 지팡이나 동행인 없이 앞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지만, 밤이 되면 숨겨진 것들을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는 설정은 경수의 약점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인물들이 무방비하게 경수에게 약점을 내비치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는 작중 초반 인조의 후궁인 소용 조씨가 경수의 앞에서 옷을 모두 벗는 모습에서부터 예고된다. 앞을 볼 수 있는 형익은 가림막 뒤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앞을 보지 못하는 경수는 가림막 너머로 와 침을 놓는다. 이때 경수는 보이지 않는 척 손을 덜덜 떨면서도 들키지 않게 침을 꽂는다. 당시 촛불이 꺼지며 안이 어두워져 조씨의 몸을 볼 수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설정을 유지해 안전해지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이러한 위기는 작중 중심 사건의 예고에 불과하다. 경수가 아예 앞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한 형익은 소현세자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경수와 함께 침전으로 향한다. 그리고 경수를 앞에 두고 경수의 청각을 속여가며 소현세자에게 멀쩡히 침을 두는 척 행동한다. 범행을 공모하지도 않은 경수의 앞에서, 형익은 청각만 속이면 경수가 알지 못하리라 방심한 채 태연히 소현세자를 독살한다. 이때 촛불이 바람에 꺼지면서 경수는 소현세자가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가는 것을 목격하게 되지만, 앞의 선택과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척 들키지 않게 군다. 순간 경수를 의심한 형익이 경수의 눈앞에 침을 들이밀지만 명주천의 물기를 짜는 척 주먹에 힘을 꽉 준 채 눈을 뜨고, 천이 더 필요한지 묻는다. 형익은 다시 안심하고 범행을 이어가고, 경수는 모두가 잠든 밤, 자신이 목격한 독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소현세자 독살 사건의 진범, 목격자는 오직 하나. 위험을 무릅쓰고 본 것을 보았다고 말할 것인가, 눈을 감고 낮이 오길 기다릴 것인가?
영화는 빛의 양에 따라 앞을 보기도, 보지 못하기도 하는 경수를 두고 여러 인물을 등장시키며 ‘본다’는 행위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
먼저 경수는 초반부터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궁궐 안 사람들에게 침을 놓을 때를 비롯해 모든 순간, ‘소경이 보는 것을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스로 눈앞을 완전히 가린다. 자신과 같은, 힘이 없는 약자는 보여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작중에서도 소현세자가 경수의 주맹증과 관련된 진실을 덮어줬기 때문에, 죽기 직전 경수의 사형 집행을 맡은 병사들이 경수를 못 본 척 살려주었기 때문에 순간순간마다 살아남기도 했다.
그러나 약하다는 이유로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는다고 감추는 것만이 옳을까. 경수가 어두운 곳에서는 앞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현세자는 경수와는 반대의 관점에서 그를 바라본다. 살기 위해 눈을 가렸다는 경수의 비밀을 못 본 척 감추어 주면서도 ‘안 보고 사는 게 몸에 좋다고 하여, 눈을 감고 살면 되겠는가.’ 하며 경수에게 조언을 건넨다. 그리고 청에서 가져왔던 확대경을 선물한다.
지금껏 경수는 빛의 양이 적은 곳에서 흐릿하게나마 앞을 볼 수 있었고, 그 얕은 시각에 기대어 편지를 쓰거나 업무를 해 가며 연습해왔다. 그러나 경수가 쓴 글씨들은 흐릿하게 봤을 때는 멀쩡해 보여도 올바르게 쓴 글씨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확대경으로 자신의 글씨를 크고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된 경수는 그제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해왔던 것에도, 봐 왔던 것에도 잘못된 것이 있음을 알게 된다. 소현세자가 확대경과 함께 건넨 ‘제대로 보는 힘’을 가지게 되면서, 경수는 지금껏 자신이 믿어왔던 세계를 다시 볼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된다.
반대로 인조는 보이는 것을 외면해야 할 때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청에서 돌아온 소현세자가 청의 문물들을 소개하며 긍정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의견을 꺼내놓자 명의 편에 서야 한다고 강경하게 거부한다. 명은 이미 쇠락해 힘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지만, 인조는 이전에 청에게서 얻은 굴욕을 잊지 못해 그 사실을 외면한 채 청에게 등을 지려 한 것이다.
그러나 소현세자가 보이는 것을 보인다고 말하며 인조에게 새로운 시각을 건네려 들자 인조는 자신의 권력에 소현세자가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그를 독살할 계획을 세운다. 인조와 인조의 후궁인 조씨가 공모해 형익을 시켜 소현세자를 독살시켰다는 진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인조는 진실을 외면한 채 소현세자를 죽인 진범을 찾으라며 아들의 죽음을 대하는 보통의 왕의 구색을 갖추려 든다.
명은 이미 쇠락했다는 진실을 말하던 소현세자가 자신에게 위협이 되자 그를 독살했듯, 인조는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것들은 없애고 진실을 감추려 든다. 소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알게 된 세자빈이 찾아오자 세자빈의 가문에서 선물한 전복죽에 독이 들어 있었다며 누명을 씌워 가두고, 경수가 최 대감을 도와 진실을 밝히려 하자 최 대감에게 권력을 주겠다는 말로 소위 말하는 ‘합의’를 봐 가며 왕의 자리를 유지하려 한다. 소현세자는 학질로 사망했고, 궁에는 아무 일도 없었으며, 자신은 아들의 비통한 죽음에 깊이 통감하는 왕일 뿐이라는, 허울뿐인 이야기로 사건을 마무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극중 소현세자는 경수보다 이전에 인조에게 ‘보이는 것’에 대해 말했던 인물이다. 청에 끌려갔다 8년이 지나서야 돌아온 그는 청에서 보고 겪었던 것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인조에게 청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때 인조는 나지막이 대답한다.
너, 보는 눈이 바뀌었구나.
소현세자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해당 장면에서, 인조는 소현세자를 적대시하고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이는 결국 소현세자를 죽이기로 공모한다는 비극으로까지 이어진다. 보이는 것을 보인다고 말한 자는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소현세자의 죽음을 경수가 목격하면서 그 ‘새로운 관점’은 경수에게로 옮겨온다. 지금껏 따라왔던 이형익이 소현세자에게 독침을 꽂아 그를 독살하려 한 진범이었다는 진실의 면이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지금껏 이형익과 윗선의 명만을 따라온 경수에게 능동적으로 선택할 선택지를 부여한다. 보는 눈이 바뀐 소현세자는 ‘보이는 것을 보인다’고 말해 죽었고, 진실을 알게 된 경수 또한 보는 눈이 바뀌었다. 이제 선택은, 숨겨져 있던 진실을 목격한 경수에게 달려 있다.
새롭게 보이는 것을 보인다고 말할 것인가, 덮어두고 기존의 것들만을 바라볼 것인가?
-2. 낮과 밤의 전복 – 새롭게 창조되는 세계
영화에서 등장하는 이들 중 가장 약해 보이는 자는 단연코 주인공인 천경수다. 경수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지팡이를 짚거나 안내인과 동행해야만 대낮에도 길을 걸을 수 있다. 어두워지면 흐릿하게나마 사물과 글자를 인식할 수 있지만, 그를 당당히 밝힐 수도 없다. 경수의 대사처럼, ‘보이더라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해야만 사람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수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궁의 왕족들은 경수의 머리 위를 점한다. 경수에게 침을 맞는 중전도, 소현세자도, 인종도 모두 여차하면 경수를 영원한 어둠 속으로 밀어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경수는 궁의 비밀을 알아도, 알지 못해도 암흑 속에 있는 것처럼 허우적대야 한다.
그러나 ‘진짜’ 진실을 모르는 건 경수가 아니라 궁의 왕족들이다. 그들은 경수의 눈이 완전히 멀지 않았다는 것을, 그래서 경수가 어둠 속에서는 앞을 가로막은 암흑을 걷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무방비하게 자신의 몸을 내맡기는 궁의 왕족들에게, 경수는 천천히 침을 꽂는다. 이는 다시 말해 왕족들에게만 경수의 목숨이 달린 것이 아니라, 경수에게도 왕족들을 위협할 힘이 있다는 것이다.
작중 형익의 침을 맞아 독살당하던 순간, 소현세자는 눈과 코, 입에서 피를 흘리며 조용히 죽어간다. 진실이 가려지던 그날 밤, 어둠이 드리워진 곳이 곧 낮이나 마찬가지였던 경수는 모든 걸 목격한다. 이 순간, 경수가 보았으나 보지 못한 것처럼 넘어갔던 장면들이 다시금 돌아와 퍼즐 조각처럼 맞춰진다. 인조의 후궁이었던 소용 조씨가 형익에게 무언가를 건네던 순간, 그리고 무언가를 건네받은 형익이 독이 묻은 침으로 세자를 독살하는 순간. 경수는 그 순간에는 형익의 의심을 피하고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척 굴었지만, 다시 돌아와 형익이 미처 제거하지 못했던 침 하나를 손에 넣는다. 이 과정에서 침을 회수하려 왔던 형익을 피해 달아나며 소동을 벌이게 되고, 밤중 병사로 꾸며져야 했을 소현세자의 죽음은 ‘독살범이 있다’는 의혹과 함께 논란이 된다. 증거는 가졌으나 권력을 가지지 못한 경수는 세자의 편이 될 수 있는 이들을 떠올리다 세자빈을 찾아가지만, 인조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며 찾아온 세자빈에게 반역죄를 덮어씌워 옥에 가둔다. 경수는 이후 형익이 받아 구석에 숨겨두었던, 세자를 죽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던 문서를 찾아 최 대감을 찾아간다. 그러나 최 대감은 인조가 소용 조씨를 통해 건넸다던 그 문서의 필체와 공식 문서의 필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독이 묻었던 침, 소용 조씨가 건넸던 문서. 모든 증거를 직접 가져왔던 경수는 원손의 도움으로 인조가 의심을 피하고자 다른 손으로 비밀 문서를 적었다는 사실을 알고, 왼손으로 쓴 공식 문서를 얻기 위해 나선다. 이때 경수의 무기가 되는 것이 바로 ‘침’이다. 그는 형익이 보낸 것처럼 당장 침을 놓아야 마비가 멎는다고 속이고 왕의 침소로 잠입한다. 그리고 인조에게 침을 놓아 오른손에 마비가 오게 만든다. 이 때문에 급히 문서 작성을 요청하는 우승지 앞에서 인조는 왼손으로 글씨를 적게 된다. 옥새를 찍기 직전 형익이 달려와 경수가 범인이라고 외치지만, 경수는 그 순간 인조에게 침을 놓아 모든 신경이 마비되도록 만들고, 왕을 인질로 삼아 사람들을 무른 뒤 문서에 옥새를 찍어 들고 달아난다. 절대 권력을 쥐고 있었던 인조는 경수의 말에 벌벌 떨고, 숨겨져 있던 진실은 경수의 힘을 통해 바깥으로 드러날 위기를 맞는다.
경수는 증거품을 전달한 뒤 계획대로 궁을 나가려다 문지기들이 ‘형익이 원손을 치료하러 갔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다시 궁 안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소현세자의 아들이자 장차 인조를 압박할 수 있는 원손에게 형익이 독침을 놓으려는 것을 목격한다. 경수는 다시금 침을 무기로 사용한다. 그가 쓰던 독침을 형익에게 놓아 형익을 쓰러뜨린 뒤, 경수는 원손을 업고 달려 나온다.
그러나 경수가 불을 붙여 타오르기 시작한 얕은 빛은 곧 흐릿해진다. 경수가 원손을 업고 최 대감을 찾던 도중 날이 밝아오고, 어둠 속에서만 앞을 볼 수 있는 경수는 시야가 흐릿해져 가야 할 방향을 잃게 된다. 이 때문에 정처없이 떠돌다 인정전에 당도해 옥좌에 앉아 있던 인조의 앞에 서게 된다.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보이는 것을 밝힌 경수의 앞에 ‘밝혀진 것조차도 감출 수 있는’ 이들이 등장한다. 경수가 증거품만 가져온다면 진실을 밝혀줄 것 같았던 최 대감은 경수가 몸을 날려 구해왔던 증거물을 들고 인조를 찾아간다. 그러나 인조의 회유 끝에 자신의 권력을 챙길 수 있는 선을 계산하며 ‘합의’를 하기 시작한다. 옥에 갇힌 세자빈이 믿었던 마지막 빛, 최 대감은 언제든 꺼질 수 있는,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얕은 빛에 불과했다. 어둠 속에서 힘을 발휘해 ‘독살의 증거’를 확보했던 경수는, 인조와 최 대감의 아침 앞에서 무력하게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경수가 보이는 것을 밝혀도 권력 구도는 달라지지 않는다. 영화는 세자빈의 죽음과 원손의 죽음을 차례로 보여주면서, 진실을 밝히려 했던 이들이 까맣게 타 들어간 현실을 조명한다.
-3. 끝나지 않은 밤
그러나 영화 속 세계는 그 지점에서 끝나지 않는다. 경수의 눈을 가리고 끌고 가라고 명령할 수 있는 힘이 인조에게 있었다면, 인조의 명령을 받드는 이들에게도 거부할 힘이 있다. 최 대감이 인조와 합의를 본 뒤 나와 사람들에게 ‘독살자는 없다’고 선언하자 경수는 따라 나와 사람들에게 자신이 보았다고 소리친다. ‘주상이 이형익을 시켜 세자 저하를 독살했’다는 경수의 외침에 인조는 화가 나 검을 들고 ‘소경이 나를 능멸한다’고 소리치다 넘어져 머리에 피가 흐르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왕실 사람들은 인조를 돕지 않는다. 오히려 차가운 시선으로 인조를 바라볼 뿐이다. 궁녀, 내시, 호위, 누구라고 지칭할 것 없이 모두 드러난 진실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경수를 침수시켜야 했던 내금위는 경수의 목을 치려다 말고 내금위장에게 ‘우리 모두’ 보지 않았냐고 묻는다. 그가 ‘모두가 진실을 알고 있는데 이럴 수는 없다’며 그 힘을 거부했기 때문에, 용기를 내 눈을 떴기 때문에 경수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4년 뒤, 마비가 심해진 인조의 앞에 다시 설 수 있었다.
이 순간 비로소 낮과 밤은 거꾸로 뒤집힌다. 경수가 도움을 청하고자 했던 왕실 사람들은 억울하게 끌려가거나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며 인조를 끌어내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경수는 흐려진 시야 속에서 진실을 다시금 덮으려는 목소리를 듣고, 쓰러진 원손을 두고 무력하게 끌려가야만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다시 찾아온 경수는 마비된 채 무력하게 누워 있는 인조의 앞에 앉는다. 그리고 침을 꽂는다. 등불이 꺼지고 밤이 찾아오면, 경수의 낮이 된다. 그 어둠 속에서 소현세자의 정수리에 박힌 채 남아 있던 독침을 기억하며, 경수는 인조의 머리에 독침을 꽂아 넣는다. 누구도 인조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그 무력한 공간에서.
경수는 진실을 알고 있지만 권력을 뒤집을 힘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경수가 조력자를 찾은 건 그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경수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세자빈은 누명을 쓰고 끌려나가고, 최 대감은 권력 욕심에 자신의 눈을 다시 가릴 뿐이다. 눈이 가려진 자와 눈을 가린 자, 그렇게 조력자들이 퇴장했을 때, 다시 말해 어둠 속에 남은, 앞을 볼 수 있는 이가 자신밖에 남지 않았을 때 경수는 비로소 전면에 등장한다. 원손에게 사실을 고하고, 용기를 내고, 증거물을 직접 찾아내고, 인조의 오른손을 마비시킨다. 그리고 마침내 과거 소현세자가 독살당했던 방식 그대로 인조에게 독침을 놓는다.
경수를 살려주는 이도, 인조를 끝내는 이도 모두 왕족이 아니다. 경수는 진실을 알고 경수를 살려준 내금위 때문에 살 수 있었고, 다시금 인조의 앞에 설 수 있었다. 경수의 운명도, 인조의 운명도 모두 권력자의 손에 끝나지 않았다. 영화 내내 권력을 쥐고 있었던 이들은 왕족이었지만, 결국 이 이야기를 이어가게 하고 매듭짓는 이는 따로 있었다는 점에서 그 무엇보다 결정적인 힘은 권력자가 아닌 시민에게 있는 것처럼 읽히기도 한다.
-4. 대비 : 관객을 속인 양면성
<올빼미>를 보는 동안 관객은 끊임없이 속는다. 이는 인물들이 숨기고 있는 진실이나 경수의 재등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형익과 인조의 양면성과도 관련이 있다. 먼저 인조의 명을 받들어 소현세자를 독살하기 전까지 형익은 선한 이미지로 연출된다. 작중 초반부터 형익은 내의원에서 일할 이를 찾기 위해 직접 침술원을 찾는다. 그리고 맹인 침술사인 경수가 청각을 비롯한 발달한 감각으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제대로 침을 놓자 이런 능력을 알아보고 경수를 내의원으로 데려온다. 당시 경수에게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동생이 있었고, 이 때문에 정기적으로 약을 구해야 했다. 그러나 형편이 좋지 않아 약값이 많이 밀려 힘들어하던 경수에게 궁에서 일하게 해 준 형익은 은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구도는 경수에게만이 아니라 왕실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진실을 알게 된 뒤 경수가 강빈을 찾아가 고하자 강빈은 형익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믿지 않는다. 그는 계속해서 왕실을 위해 일해왔고, 원손을 아끼던 인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수의 등장과 소현세자가 선물했던 청의 문물, 확대경으로 인해 강빈은 그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조 또한 ‘절대적인 악역’으로만 비추어졌던 것은 아니다. 그는 세자가 돌아오기 전 원손에게 다정하게 대해줬으며, 소현세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도 진심을 다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독살 의혹이 있다는 말에 철저히 조사하라고도 명한다. 이는 작중 인물들에서 더 나아가 관객들까지도 그들을 의심하지 못하게 만든다. 주인공인 경수가 어둠 속에서 진실을 보기 전까지, 그리고 강빈이 인조를 찾아왔을 때 인조가 떨고 있는 것을 느낀 경수가 배후에 왕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기 전까지. 경수가 진실을 고했을 때, 낮에도 밤에도 그들을 지켜볼 수 있었던 원손과 세자빈은 그의 말을 믿지 못한다. ‘그가 그럴 리가 없다’는 이유로.
이로써 영화는 소현세자의 죽음을 기점으로 분위기의 반전과 함께 인물들의 이미지를 대비시킨다. 형익과 인조의 숨겨진 면이 밝혀지면서 영화는 표면상 병사(病死)로 정리된 듯했던 소현세자의 죽음 뒤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던진다. 이때부터 경수 또한 형익과 인조와 대적하며 능동적으로 행동한다. 형익의 지시 아래에서 일했던, ‘봐선 안 될 것을 보았다면 모른 척해야 한다’는 의원 만식의 조언 아래 숨죽여 움직였던 경수는 형익과 인조를 속이고 증거를 손에 쥔다. 그리고 비로소 인조에게 독침을 놓기까지 한다. 소현세자의 죽음을 기점으로 영화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면, 인조의 죽음을 기점으로 인조와 경수의 구도 또한 다시 한 번 바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진실을 밝히던 경수의 입을 막았던 인조와, 경수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밝히지만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 침소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인조. 경수가 비로소 인조에게 독침을 놓고 조용히 침소를 떠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그렇다면 악역들의 밤은 끝이 났을까?
과거 인조반정으로 인조를 왕위에 세웠던, 소현세자의 죽음을 숨겨주는 명목으로 인조와 타협하며 권력을 쥐고 비선실세의 자리에 오른 최 대감은 극중에서 어떤 결말로도 비추어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어두운 밤은 계속해서 다시 찾아올 것이다. 우리가 눈을 감고 있는 사이, 아주 조용히 우리를 속이려 들면서.
인조에게 독침을 꽂으며 경수는 나지막이 묻는다.
무엇이, 보이십니까?
해당 대사를 내뱉는 장면에서 경수는 인조에게, 그리고 나아가 영화관 바깥의 목격자들에게 묻는다. 모든 진실을 목격했다면 당신의 차례다.
본 것을 봤다고 말할 것인가, 입을 막는 손을 기어코 떼어내고 소리칠 것인가, 또는 눈을 가리고 돌아누울 것인가?
우리가 어떤 밤을 지나 어떤 아침을 맞이할지는, 이제 당신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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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세대 조커라 불리던 '배리 케오간'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킬링 디어>에서 소름 끼치는 연기를 선보이며 차세대 히스 레저로 꼽히기도 했던 배우 '배리 케오간'이 <이터널스> 개봉을 앞두고 피습을 당했다고 할리우드 통신 "The wrap"이 전했습니다.
배리 케오간은 아일랜드의 서부 도시인 골웨이에 방문했다가 변을 당했는데요. 아일랜드 신문사인 “Sunday World”에 따르면, 케오간은 골웨이의 한 호텔 앞에서 얼굴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곧바로 골웨이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베인 상처 등을 치료한 뒤 퇴원했다고 전해지는데요. 할리우드 배우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얼굴 부상에도, 그는 사건에 대해 별다른 기소 없이 넘어간다고 밝혀 화제 되고 있습니다.
배리 케오간은 2017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킬링 디어>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각인시켰는데요. 최근, 데이빗 로워리 감독의 A24 작품 <그린 나이트>에서 다시 한번 씬스틸러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습니다.
케오간은 <그린 나이트> 이전까지 휴식기는 중요치 않다는 듯, 마블과 DC 영화에 동시에 캐스팅되며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그는 ‘클로이 자오’ 감독이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며 더욱이 기대를 모으고 있는 MCU의 <이터널스>에서 드루이그 역을 맡아 ‘길가메쉬’ 역의 마동석 배우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며, 10년 만에 돌아온 배트맨 실사 영화 <더 배트맨>에서는 스탠리 머클 역을 맡아 블록버스터 양대산맥에 모두 출연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배리 케오간 배우의 쾌유를 빌며,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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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로 물들었던 그 바람과 돌들이 말할 때까지
다큐멘터리의 근본으로
이 영화가 취한 전략은 특이하면서도 다큐의 특성을 살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우선 여러분에게 있어 다큐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글쓴이는 어렸을 때 봤던 다큐 '인간극장'이다. 누군가가 주인공이 되어 PD와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카메라는 그 모든 모습을 담는다. 영화는 이 '인간극장'형 방식을 택했다. 아마 영화의 스태프인 것 같은 사람 몇 명이 제주 4.3 사건의 목격자이자 피해자들에게 인터뷰를 진행한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인터뷰를 따라 그때 겪었던 일들을 세세하게 증언한다. 영화는 이게 전부다. <비욘드 유토피아>처럼 서스펜스를 외부에서 끌고 들어오지도, <물방울을 그린 남자>처럼 미술작품 같은 시각화를 사용하지 않고 딱 논픽션의 근본 그 자체를 다룬 것이다. 이런 탓에 약간 영화가 원위치 제 자리를 맴돈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 에피소드를 다큐처럼 표현하는 것이 아닌 그 당시의 증언만 푸티지로 남겼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가 취할 수 있는 1차적인 줄거리를 가진 이유는 지극히 당연하다.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이미지 때문이다.
첫째. 왜 이 영화는 단적인 에피소드를 보여주지 않는 병렬형 구조를 취한 것일까? 이는 곧 영화가 왜 편집을 이런 식으로 했을까? 와도 이어진다. 바로 이 영화에서 할머니가 입으로 전달하는 4.3 사건의 상처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 영화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인터뷰와 제주의 풍광을 포착한 영상으로 이이루어 져 있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로 전개되면 될수록 어떤 요소가 사실상 이 풍광을 특정 방식으로 묘사한다. 이 지점에서 영화가 기승전결의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는 방식으로 관객과 거리를 둔 의도가 이해가 된다. 이 의도와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출한 방식은 영화의 분명한 강점이다. 실제로 이 장점은 영화의 제목이 '돌들이 말할 때까지'에서도 읽을 수 있는데, 비관적이라면 비관적일 수도 있지만 역사가 개인과 한 지역에게 남긴 상흔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골랐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이 영화가 격정적인 톤을 유지했다면 윤리적인 선을 어긋나는 셈이 된다. 무슨 말이냐. 제주 4.3 사건의 전체적인 개요와도 관련이 있다. 4.3 사건에 대해 잘 알진 못하지만 글쓴이가 제주에 나고 자라면서 들은 것은 '이념 대립을 핑계로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한 것'이라는 점이다. 핵심은 핑계라는 점이다. 이 핑계라는 뜻은 굉장히 부당하면서도 동시에 시대적인 맥락이 있다는 뜻이다. 영화는 이 부분을 빼곡히 묘사하는 좋은 수를 보여준다. 만약 이 부분이 영화 안에서 픽션 형식으로, 내지는 기-승-전-결의 스토리텔링으로 구현됐다고 생각하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해칠 수도 있다. 왜? 감독의 감정이 틈입해서 후반부에서 보여주는 장면이 위력이 옅어져 분노만 느껴지는 것이다. 왜 분노를 표출하겠어? 당연히 폭력의 잔혹함 때문이다. 이 폭력의 잔혹함을 고발해 당시 행정부의 극악무도함을 고발하는 것도 좋은 의도가 될 수 있겠지만 영화는 그 이전에 깔려있는 악을 고발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반적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내적 트라우마에 집중한다. 또 만약 이 영화가 자칫 개인에게 해한 폭력을 과시하고 또 영화적 재미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돌들이 말할 때까지>는 이 부분을 유연하게 벗어난다.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이야기의 재미와 박진감이 아니라 그때를 선명하게 기억하는 모든 것들이라는 걸 그대로 암시하면서.
좋은 빛, 좋은 공기
영화가 구술이라는 특성을 활용한 것은 나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구술은 곧 '입을 통해 말로 설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구술이 가진 고유의 특성이 뭘까? 바로 개인의 기억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이 기억이 사람에 따라서는 신빙성이 떨어지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개개인을 통해 역사의 거대한 부분을 보여주고자 했던 시도는 충분히 탁월했다. '고양이 대학살'로 대표되는 역사의 미시성에 대해 아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 측면을 보여주고자 하는 듯하다. 어떻게? 인터뷰를 통해 시대를 읽을 수 있는 구체적인 진술과 다섯 명이라는 인원을 통해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 다섯 명의 할머니들이 같은 트라우마를 안고 있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조명하는 것이다. 이 다섯 명이라는 인터뷰이는 구술이라는 특성이 가진 약점 '기억이 왜곡될 수도 있다'를 다른 방식으로 피해 가는 선택이기도 한데, 반복되는 진술이야 말로 한 개인이 가진 트라우마가 일시적인 게 아닌 것임을 보여주는 반증이 된다.
또한 이 '개인에 의한 구술'이란 부분이 영화의 외부 맥락에서도 대비되는 지점이 있다. 4.3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때 굉장히 중요한 재판이 2019년 제주지방법원에서 있었다. 이 재판은 영화 안에서나 밖에서나 굉장히 중요했다. 이 재판을 영화 내적으로 어떻게 묘사했는지, 그리고 4.3의 폭력을 온몸으로 겪은 분들에게 어떤 의미로 전달하는지가 '구술'이라는 의미와 대치되면서 그 나름의 의미를 공고히 다진다. 글쓴이가 영화의 이 연출을 보면서 연상됐던 영화는 <좋은 빛, 좋은 공기>다. 이 영화는 광주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일어났던 각각의 민주화운동을 보여준 다큐멘터리다. 두 장소에서 일어났던 일을 보여주는 것이 그 영화의 핵심이었는데 이 <돌들이 말할 때까지>는 그 반대다. 공간을 특정 지역에 좁혀놓고 공통점을 가진 다섯 명으로 좀 더 구체화시켜 사건이 가진 비극성을 덧붙이는 것이다. 만약 이 영화 <돌들이 말할 때까지>를 보고 인상 깊으셨다면 <좋은 빛, 좋은 공기>를 추천드린다.
신뢰도 최상
글쓴이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장점으로 인터뷰의 퀄리티를 뽑고 싶다. 왜? 제주 선주민인 글쓴이는 2021년에 대학의 소속 학회에서 현장실습생 일을 한 적이 있다. 이 학회의 임무 중 하나는 4.3 사건의 피해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것. 사실 커뮤니케이션이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물론 정정하신 분이 대다수지만 고령이다. 찾아가는 과정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인터뷰 내용은 5명의 할머니에 각자 변형을 주면서 핵심만 쏙쏙 빼내는 정교한 인터뷰 능력을 보여준다. 가령 A 할머니는 사람들이 죽는 모습 그 자체를 목격한 분이다. B 할머니는 의사소통이 어렵다. 왜? 언어를 평생 배운 적이 없으니까(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영화 안에서 확인하시라). C 할머니는 공부 열심히 하셨다. 당시에 사회구조가 여성이 날개를 펼치기엔 어려운데 이 분은 예외다. D 할머니는 위의 분과 이유로 의사소통이 어렵다. 이 이유는 영화가 이데올로기에 의한 폭력을 묘사할 때 볼 수 있었던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D 할머니의 존재는 영화에서 분기점이 되면서 4.3 사건을 겪은 이들을 한 데로 묶는데, 영화 안에서 이 인물을 어떻게 보여주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확장시키는지가 아주 흥미롭다. 어떤 대상에게 신뢰도를 불어넣는 방식은 각자 다르다. 이 영화는 다양한 인물군으로 특정 인물을 빛내는 선택지를 골랐는데 이야기의 형식의 측면에서 훌륭했다고 쓰고 싶은 부분이다.
돌들이 말할 때까지
나이를 들며 영화에 관심이 생기면서 깨달은 건 내가 다양한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영화가 결국 책과 이어지는 취미라서가 아니다. 이런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방법론을 존중하는 방식을 어느정도는 알게 된 것 같다. 글쓴이가 이 영화를 보고 다시 느낀 것은 생명의 고귀함이다. 결국 살아있다는 것. 그 후에 떠나간 사람들을 기억한다는 것. 역사의 부조리함에 희생당한 사람들에 대해 증언한다는 것. <너와 나>에서 '너와 나'를 이루는 이 세상이 붕괴되는 비유가 아니더라도, 인간 하나가 이 세계에 가져다 줄 수 있는 장점들은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나는 이 사건이 그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 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고 자랐던 제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글이라도 쓰는 것 말곤 없다는게, 이제 세상에 없다는 것이 이렇게 슬픈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것이 속상하고 씁쓸하다. 나 역시 제주의 수많은 돌들이 말할 때까지 이 기억을 오래오래 가지고 있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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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3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11월 3주 개봉영화!
데시벨 Decibel , 2021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한다
영화 "데시벨"은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으로 도심을 점거하려는
폭탄 설계자와 그의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이 벌이는 사운드 테러 액션 영화입니다.
2022년 가장 독특한 소재와 장르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데요
"데시벨" 속 '소음 반응 폭탄'은 주변의 소음이 일정 데시벨을 넘어가면 폭발까지 남은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거나,
주변의 소음이 특정 데시벨을 넘으면 폭탄이 터지도록 설계되어있습니다.
여기에 소음을 통제할 수 없는 도심 한복판이라는 설정으로 재미가 배가됩니다.
김래원, 이종석, 정상훈, 박병은, 이상희, 조달환, 차은우 그리고 이민기까지!
극장을 압도할 다채로운 매력의 대체 불가 라인업!
이번주 추천영화 "데시벨" 입니다.
동감 Ditto , 2022
2022년 새로운 동감
영화 "동감"은 1999년의 '용'과 2022년의 '무늬'가 우연히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 로맨스입니다.
2000년 한국 로맨스 영화의 흥행을 주도한 동명 작품에 완전히 새로워진 감성을 더해
2022년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인데요 시대적 배경과 인물들의 개성을 새롭게 탈바꿈하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시대의 이야기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여진구, 조이현, 김혜윤, 나인우, 배인혁 등 20대를 대표하는 청춘 배우들의 찰떡 캐스팅으로 몰입도를 선사하고
1999년과 2022년의 시대적 포인트를 완벽하게 구현하면서 다양한 볼거리와 감성을 관객들에게 선사할 예정입니다.
한국 청춘 로맨스의 흥행을 주도한 '동감'의 2022년 버전!
이번주 추천영화 "동감" 입니다
폴: 600미터 The Fall , 2022
'47미터' 제작진의 초특급 프로젝트
영화 "폴: 600미터"는 내려갈 길이 끊겨버린 600미터 TV 타워 위에서 두 명의 친구가 살아남기 위해 펼치는 사상 최초의 고공 서바이벌 입니다.
지난 8월 12일 미국에서 개봉하며 화제를 모은데 이어 캐나다, 멕시코, 영국, 브라질, 홍콩, 호주, 대만, 싱가포르 등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강타하며
멕시코와 러시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47미터',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레지던트 이블 2'까지
할리우드 베테랑 제작진들이 참여하고 '스티븐 킹'의 극찬까지 더해지며 관람 욕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사상 최초 고공 서바이벌!
이번주 추천영화 "폴: 600미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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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지 못한 연인들의 이야기
쿠팡 플레이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는 공지영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로케이션을 오가며 펼쳐지는 한국 유학생(최 홍)과 일본인(아오키 준고)는 일반적인 연인 관계를 보이면서도, 분명 다른 점을 갖고 있다. 이는 극 중 배경의 절반을 차지하는 일본에서 비롯된다.
한국은 일본을 부담스럽지 않게 오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일본이 이국적인 나라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외국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최 홍이 일본으로 유학을 가며 만나게 된 준고와 사랑과 후회를 경험하는 이야기이다. 작중 그녀가 겪는 고립감과 고독함은 연고 없는 타국에서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더욱 극대화된다. 이 추상적인 감정은 한국과 일본의 물리적인 거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물론, 그녀의 연인 준고에게서도 그 감정을 느낀다. 경제적 여유가 없었던 준고는 일에 몰두하며 최 홍을 외롭게 했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던 그녀는 준고의 상황을 이해할 여유가 없다. 그렇게 둘은 후회스러운 사랑을 끝마치고 각자가 속한 위치(한국과 일본)로 되돌아간다.
5년이 지난 후 둘은 한국에서 다시 마주한다. 최 홍이 칭찬하던 준고의 글이 재회의 수단이 되어준다. 준고의 소설은 한국으로 진출하게 되고, 한국 출판사에서 일하는 최 홍은 그 소설로 준고를 만나게 된다. 5년이라는 긴 시간은 서로를 원망하고 당시의 선택을 후회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둘은 서로를 잊지 못함은 확실했고, 단지 이별 할 당시의 감정을 들춰 볼 용기가 없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겨울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한겨울 호숫가 위로 조용히 내려앉는 눈처럼, 천천히 주인공들의 서사와 감정을 풀어나간다. 극적인 사건보다는 그 둘의 애절한 기억을 짚어간다. 지하철 출구에서 떨어진 물건을 주워 줬던 때, 돈이 없어 먹지 못했던 몽블랑 케이크, 혼자 뛰던 이노카시라 공원, 홍과 준고의 내레이션이 번갈아 오가는 것을 듣다 보면, 이제는 누구의 잘못으로 이별했는지는 중요치 않아 진다. 그저 이만큼 아파하고 그리워했으니, 이제는 다시 사랑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아마 홍과 준고도 이를 느꼈을 것이다. 그렇기에 함께였지만 혼자였던 과거에서 벗어나서, 진정으로 사랑을 동반할 관계가 되며 이야기가 마무리 됐을 것이다.
단순히 '사랑에도 국경이 있을까요?'와 같은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사랑이 본질적인 결핍(특히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는가, 우리는 그와 같은 사랑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보는 이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리즈이다. 국적과 언어가 달라도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통해 서로를 보듬어 주는 홍과 준고를 보면서, 우리의 사랑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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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든페이스 | 에로스 뒤에 숨은 소유욕을 파헤치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상 편지만 남겨두고 갑자기 자취를 감춘 첼리스트 '수연'(조여정). 수연의 약혼남이자 그녀가 속한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성진'(송승헌)은 그녀 자리를 비워둔 채로 고통 속에서 기다린다. 하지만 수연의 잠적이 길어지자 그는 그녀의 후배 첼리스트 '미주'(박지현)를 대체자로 뽑는다. 매일 같은 연습 중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 성진과 미주는 비 오는 밤, 성진과 수연의 신혼집에서 서로의 욕망에 휩쓸린다.
에로스의 두 얼굴, 성애와 소유욕
그리스 신화를 수놓은 신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있다. 바로 사랑의 신, 에로스(큐피드)다. 비록 12주신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그를 간과할 수는 없다. 에로스의 황금 화살이 아니었다면 파리스와 헬레네가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고, 트로이 전쟁도 없었을 테니. 그의 기원은 여러 전승이 전해진다. 일반적으로는 아프로디테와 아레스 사이의 아들로 알려졌지만, 때로는 카오스만큼 오래된 고대의 신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플라톤의 '향연'은 또 다른 기원을 소개한다. 그에 따르면 에로스는 풍요의 남신 포로스와 결핍의 여신 페니아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머니를 닮아 늘 결핍을 느끼기에 아버지의 풍요로움을 갈구했다. 즉, 자기 자신의 풍요로움을 위해 상대를 동경하는 것이 사랑의 본질인 셈이다. 그런데 이는 사랑과 탐욕이 한 몸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자기 자신을 위해 사랑에 빠지는 순간, 상대를 가지려는 소유욕은 뒤따라오기 마련이니까.
<인간중독> 이후 10년 만에 공개된 김대우 감독의 신작 <히든 페이스>는 에로스의 또 다른 얼굴, 소유욕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세 주인공의 욕망이라는 관점에서 수연의 잠적을 조명하며 그들의 위계가 전복되는 과정을 긴장감 가득하게 풀어낸다. 그 과정에서 에로스가 소유욕에 의해 추동된다는 사실도 감각적으로 드러난다. 그렇기에 <히든페이스>의 관능미는 퍽 인상적이다. 마지막 순간 매력을 일부 잃었는데도 불구하고.
탁월한 에로스
<히든페이스>는 크게 세 시점으로 나뉜다. 수연이 성진을 떠나겠다는 영상만 남기고 잠적한 현재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하나다. 이 내용은 성진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3개월 전 시점도 있다. 수연과 성진이 독일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순간부터의 이야기가 수연의 관점에서 진행된다. 마지막으로는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 되는 7개월 전의 이야기가 있고, 수연의 결혼 소식을 들은 미주의 시점에서 펼쳐진다.
현재 시점의 내용만 놓고 보면 <히든페이스>는 평범하고 에로틱한 불륜 이야기일 뿐이다. 수연은 갑자기 잠적하고, 성진은 그녀를 대신할 오케스트라 단원 미주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녀에게 조금씩 빠져든다. 수많은 우연을 핑계 삼아서. 미주의 차가 고장 났다며, 비가 았다며, 술에 취했다며, 대리 기사가 늦었다며. 여러 공통점도 발견한다. 알고 보니 둘 다 자수성가했고, 와인 맛도 커피 맛도 모르고, 넓은 집이 불편하다고.
김대우 감독의 절묘한 연출 덕분에 성진의 일탈에서는 불륜 이외의 함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성진과 미주의 눈이 맞는 순간이 대표적이다. 성진이 미주의 연주 녹음을 듣는 순간, 그전까지는 고정된 구도를 유지하던 카메라가 갑자기 흔들린다. 마치 미주라는 돌멩이 하나가 성진의 마음에 떨어져서 파동이 퍼져나가듯이.
전작인 <인간중독>과 겹치는 연출도 야릇한 분위기를 정점으로 이끈다. 성진이 차 뒷좌석에 앉아 대리 기사를 기다리면서 미주를 바라볼 때, 그가 오케스트라 연습 중 미주에게 반한 순간이 교차된다. 이 부분은 <인간중독>에서 회의 중인 김진평(송승헌)이 종가흔(임지연)과의 밀회를 떠올리는 장면을 똑 닮았다.
에로스라는 가면을 벗다
하지만 수연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히든페이스>의 에로스는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그녀의 소유욕이 밝혀질 때, 다른 두 주인공이 감추고 있던 욕망도 비로소 구체화되기 때문. 수연은 미주와 성진 모두를 갖고자 한다. 수연과 미주는 고등학생이던 시절부터 연인이었다. 다만 서열은 분명했다. 미주는 수연의 노예였다. 첼로 레슨 선생님 집에 숨겨진 창고에서 미주가 자기 발목에 스스로 족쇄를 채운 뒤 수연에게 열쇠를 맡길 정도로.
그와 동시에 수연은 성진도 온전히 손아귀에 넣으려고 한다. 한국에 입국한 뒤 성진의 애정이 식었다고 느껴지자, 자기가 실종된 것처럼 상황을 꾸며서 성진을 시험하려고 한다. 예전 선생님 집을 리모델링해서 신혼집을 꾸민 점에 착안했다. 미주와 밀회를 나누던 창고에 숨은 뒤 성진의 반응을 지켜보려는 것. 흥미롭게도, 수연의 욕망이 가시화되자 성진과 미주의 행동 역시 소유욕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읽힌다.
일례로 성진은 지휘자이지만, 오케스트라 단장이 예비 장모인 관계로 그의 음악 취향과 선호도는 무시당하고, 오케스트라도 온전히 자기 뜻대로 이끌지 못한다. 신혼집도, 결혼 생활도 온전히 그의 소유는 아니다. 신혼집은 수연의 것이고, 집안 사정의 차이 때문에 그는 예비 장모 앞에서 당당할 수 없으니까. 반면에 미주는 그 누구보다, 무엇보다도 성진이 손쉽게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이다. 자기 오케스트라 단원일 뿐만 아니라 고아니까.
소유와 지배의 역전
하지만 7개월 전 미주의 시점에서 보면 성진과 미주의 관계, 더 나아가 미주와 수연의 관계는 다시 한번 전복된다. 수연은 미주에게 일방적으로 성진과의 결혼을 알린다. 수연의 새 집 리모델링 공사도 맡아서 도와주던 미주는 이에 복수를 다짐한다. 그 일환으로써 미주는 성진을 포함해 수연이 소유한 모든 것을 빼앗으려 든다. 즉, 성진이 미주를 가진 것이 아니라, 실상은 미주가 성진을 소유한 셈이다.
특히 미주는 성진을 차지하는 모습을 일부러 밀실에 갇힌 수연에게 보여준다. 그 순간 그들의 주종관계는 완벽히 역전된다. <히든페이스>에서 밀실은 소유당하는 사람의 공간이다. 안방 거울 뒤에서 그저 밖의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고,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외부인의 호의에 기대야만 하니까. <히든페이스>는 밀실의 주인이 계속 바뀌는 스릴을 통해 에로스의 숨은 모습을 드러내고, 단순히 야한 영화라는 편견도 깨버린다.
예상 못한 씁쓸함
수연과 미주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세 주인공의 에로스는 씁쓸한 지점도 있다. 밀실은 지배당하는 사람, 소유의 대상이 된 사람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여전히 용인받지 못하는 동성애 그 자체를 상징하기 때문. 단적으로, 수연과 미주는 교수님의 시야 밖이라고 생각했던 창고에서 사랑을 나눠야 했던 것만 보더라도 그 함의를 알 수 있다.
미주와 성진에 대한 소유욕도 수연이 레즈비언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 수연은 미주에게 결혼 사실을 알리면서 성진과의 결혼을 '진짜 삶'이라고 표현한다. 성진을 진정으로 사랑하지는 않지만, 그와의 결혼은 사회에서 용인하는 정상적인 형태의 가정을 완성시킬 수 있다는 것. 미주와의 관계와 달리. 만약 동성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회였다면 수연의 독단적인 결단도, 그로 인한 미주의 복수도 불필요했을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수연이 성진과의 결혼 생활도 유지하고, 미주도 지배하며 그들 간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결말은 씁쓸하다. 정상화한 듯 보이는 그 상태가 애초에 정상이 아니기 때문. 동성애를 이성애와 같은 사랑의 한 형태로 대할 수 없고, 동성애인이라는 관계가 사회적 지위와 평판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밀실에 가둬야 한다는 의미니까. 이는 아직도 관용적이지 못한 사회상을 곱씹을 수 있는, 예상외의 깊이가 느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스스로 갑옷을 벗다
사실 <히든 페이스>는 다소 양식적인 영화다. 수연과 성진의 신혼집의 구조나 밀실의 존재 등은 사랑의 틀을 쓴 소유욕의 위계를 보여주려고 애초에 설계한 공간이다. 뒤집어 말해 <히든 페이스>는 영화적 허용에 기대는 작품이다. 특정한 의도를 지니고 특정한 소재를 다루려는 작품이기에 설령 몇몇 현실적이지 않거나 개연성이 부족한 지점이 있더라도 능구렁이처럼 넘어가 달라고 말하는 영화인 셈이다.
후반부의 급전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여지가 있다. 일례로 클라이맥스 직후에 성진과 미주의 태도는 급작스럽게 변한다. 성진과 예비 장모의 갈등, 경찰 수사 등도 유야무야 된다. 물론 이는 어느 정도 의도적인 생략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영화의 의도를 고려하면 소유관계를 시작점으로 복구하면서 스토리의 형식을 갖추고, 성소수자의 현실을 반영하는 메시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히든페이스>가 스스로 영화적 허용을 깨는 것. 밀실의 기원에 관한 설명이 등장하는 순간, 그 설정의 부자연스러움은 더 강조된다. 그전까지는 흐린 눈을 하던 사건이나 관계에 대해서도 같은 수준의 설명이 필요해지니까. 이는 인물 간의 관계나 사건을 급히 마무리하고 그 과정을 건너뛸수록 후반부의 빈 공간이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결국 <히든페이스>는 판만 벌여놓고 정리를 회피하는 모양새로 끝나 버린다.
후반부의 맥 빠지는 전개는 다른 장점을 희석시키기에 더욱 아쉽다. <히든 페이스>는 청소년 관람 불가 작품답게 도발적인 설정과 소재를 인간 본성과 사회상에 대한 성찰까지 확장시키는 영화다. 여배우의 과감한 노출이나 높은 수위의 연출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고, 야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러한 장점이 묻히고, 평범한 관능애적 영화로 격하시키는 인상을 주고 말았기에 마무리는 더욱 아쉽다.
Acceptable 무난함
본능적이라서 공감하고 특수해서 안타까운 에로스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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