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Choice Movie2022-05-23 16:27:30
5월4주차 신작 개봉 영화
5월 4주 개봉영화 5편
2022년 5월 4주 개봉영화!
안녕하세요 Good morning , 2021
국민 배우 이순재와 신들린 아역배우 김환희의 만남
영화 "안녕하세요"는 세상에 혼자 남겨져 의지할 곳 없는 열아홉 수미가 죽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호스피스 병동 수간호사 서진을 만나
세상의 온기를 배워가는 애틋한 성장통을 휴먼 드라마 입니다.
사는 게 죽는 것보다 힘든 서진에게 죽음을 앞두고도 누구보다 활기차고 열심히 사는 호스피스 병원 사람들과 생활하며 마음이 점차 바뀌는 내용인데요
성년이 된 ‘천재 아역’ 출신 김환희와 ‘국민 배우’ 이순재가 만났습니다
'곡성'에서 '뭣이 중헌디'라고 악을 쓰며 신들린 연기를 선보인 김환희의 성인연기자 모습을 볼수 있는 첫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행복에 대해 말하기 위해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같이 풀었다는 차봉주 감독의 신작!
이번주 추천영화 "안녕하세요" 입니다.
첫번째 추천영화 "안녕하세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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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물보다 진하다 The Goblin , 2022
K-하드보일드 느와르 액션!
영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조직의 전설적인 해결사, 일명 도깨비였던 두현과 그런 두현을 동경했던 후배 영민의 지독한 악연을 담은 하드보일드 느와르 액션영화 입니다.
제1회 아산충무공 국제액션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김희성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드라마 '나쁜 녀석들' 제작진들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조동현, 이완 그리고 임정은, 윤철형, 이천은, 최기섭, 최왕순 등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출동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더했습니다.
거친 액션과 섬세한 감정으로 철저히 무장한 하드보일드 느와르 액션!
두번째 추천영화 "피는 물보다 진하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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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 Hommage , 2021
1962~2022 시네마 시간여행
영화 "오마주"는 한국 1세대 여성영화감독의 작품 필름을 복원하게 된 중년 여성감독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시네마 여행을 그리는데요
1962년과 2022년을 잇는 아트판타지버스터로 일상과 환상을 오가는 위트 있고 판타스틱한 여정을 담았습니다.
신뢰의 연기자인 이정은 배우가 첫 단독 주연을 맡아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의 색다른 연기로,
과거에도 현재에도 삶과 예술을 사랑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는 열연으로 보여주는데요
도쿄국제영화제, 트라이베카영화제, 호주시드니영화제, 영국글래스고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워싱턴한국영화제 초청과 함께 피렌체한국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습니다.
중년의 여성감독이 '여판사'를 복원하는 액자식 구성과 시간여행이 흥미를 자아내는 ‘오마주’는
한국영화 역사상 두 번째 여성감독인 홍은원에 관한 이야기이며 한국의 모든 여성 영화감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신수원감독은 우리가 모르는 여성감독들이 존재했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그렇게 모험적으로 살아온 분들의 기운을 ‘오마주’에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는데요
여성영화인뿐만 아니라 영화인과 예술인, 그리고 세상의 모든 꿈꾸는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격려가 될
세번째 추천영화 "오마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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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조국 The Red Herring , 2022
내 주변의 누군가가 조국이 될수있다
영화 "그대가 조국"은 조국이 법무부장관에 지명된 2019년 8월 9일부터 장관직을 사퇴한 10월 14일까지 67일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정의를 잃어버린 검찰이 무참한 사냥을 벌이던 그때, 우리는 무엇을 보았는지를 다루는데요
그대가 조국은 언젠가는 ‘내’가 ‘내 주변의 누군가’가 ‘조국’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달팽이의 별’로 아시아 최초이자 한국 최초로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장편경쟁부문 대상 수상과
‘부재의 기억’으로 한국 최초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다큐멘터리상 노미네이트와 뉴욕국제다큐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이승준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조국사태의 비밀!
네번째 추천영화 "그대가 조국"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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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그라운드 UN MONDE , PLAYGROUND , 2021
전 세계 영화제 30개 트로피 휩쓴, 올해의 무비
영화 "플레이그라운드"는 일곱 살 ‘노라’와 오빠 ‘아벨’이 맞닥뜨리게 된 ‘학교’라는 세상을
아이의 눈높이와 심리 상태에 초밀착해 놀랍도록 사실적으로 담은 영화입니다.
2021년 제74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어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을 수상한 이래
현재까지 전 세계 영화제 30개의 트로피를 휩쓸었고, 지난 3월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벨기에 출품작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았습니다.
국가와 시대를 막론하고 ‘학교’라는 집단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근원적이고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데요
플레이그라운드는 오빠가 당하는 괴롭힘을 통해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동생 ‘노라’의 시선과 감정을 통해 폭력의 내밀한 전이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다섯번째 추천영화 "플레이그라운드" 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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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쓴 이야기의 여정
올해 초에 출판 편집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편집 실무에 대한 전반적인 과정을 배우는 수업이었는데 유독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다. '우리는 책의 무엇을 구매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는데 다른 것보다도 관점이 선명해서 흥미로웠다. 저마다 쉽게 대답할 수는 있지만 정답을 가늠하기란 어려운 그런 문제였다. 읽기 위해 구매하는 것이니 책의 내용을 사는 것일까? 그렇다면 책을 다 읽고 그 책을 팔면 기억이 사라지는가? 책이 더 이상 우리의 소유가 아니더라도 우린 그 내용을 알고 있다. 여타의 상품이라면 그럴 수 없다. 라면 한 봉지, 러닝머신, 양키캔들이나 책가방까지도 수중에서 사라지면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책은 팔더라도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진 않는다. 뭐 유별난 차이인가 싶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그 얇고 세밀한 틈이 책의 지향점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저작물이다. 저작권이 발생하는 저작물. 사상이나 감정, 아이디어와 같은 메시지를 일정한 표현 형식에 담으면 저작권이 발생한다. 그러니 아이디어 자체만으로는 저작권이 발생하지 않는다. 일정한 형태로 그 생각을 담아내야 한다. 저작물은 작가와 불가분의 관계이다. 책은 저자의 생각과 인격을 담아낸 저작물이다 보니 이를 편집한다는 건 생각보다 더 조심스러운 과정이다.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라고 하는 것이 미묘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함께 책을 만들어간다는 마음이 공유되지 않는다면 책을 쓰고 편집하는 과정은 훨씬 어려워진다. 문장을 바꿔나가는 일에 있어서는 특히나 그렇다. 전하고자 하는 말뜻이 온전히 전달될 수 있어야 하니까. 그렇지만 꼭 작가 혼자만의 힘으로 책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편집자의 시선에서 비로소 더 정확해질 수 있으니까. 책을 만든다는 건 그런 점에서 파트너십이 필요한 일이다.
기묘한 협업 관계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야 많지만 루시와 해리스의 관계만 한 상황이 또 있을까. 루시는 가업으로 물려받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 냈던 신간은 혹독한 평가를 들었고 경영난에 회사를 팔아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지경까지 몰려있다. 다시금 좋은 작가를 찾아 신간을 만들어 반등의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데 마침 발견한 작가가 해리스 쇼였다. 아버지 대에 이미 계약금을 지불했고, 계약에 따라 책을 한 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단 한 권만 내고 50년째 신간 소식이 없었지만 유일한 기회기에 희망을 걸어야 했다. 다만 계약 조건이 있었다. 작가가 제출한 초고를 편집하거나 수정할 수 없다. 대신 작가는 출판사의 요청에 따라 책을 홍보해야 한다.
편집은 불가, 북투어는 가능. 인물들의 이유가 부딪히면서 상황은 흥미롭게 흘러간다. 아내와 사별한 후로 세상에 어떤 미련도 남지 않은 냉소적인 작가 해리스와의 북투어 과정은 험난했다. 글이 세상에 나올 수 있던 이유가 사라졌으니 그의 입장에선 거리낄 것이 없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압류되어 빼앗길 위치에 놓인 집과 50년 전의 계약이었다. 노작가의 귀환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고 세상은 너무 많이 바뀌어 있었다. 해리스는 그저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았을 뿐인 루시의 실력을 의심하고, 루시는 해리스의 상태를 못 미더워한다. 여하튼 신간은 나왔으니 어떻게든 책은 팔려야 한다.
그동안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는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일을 하면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이 유독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고 생각이 들었다. 책을 만드는 건 '이건 일이니까 그냥 받아들여'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공동의 목표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의견을 아끼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으니까. 두 사람의 전사가 밝혀지는 과정은 그래서인지 여러모로 감동적이었다. 서로를 신뢰하는 결과를 얻기까지의 여정이 성실하게 묘사되니까. 신뢰라는 것이 그렇다. 저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눈에 번해야 믿는다. 보이지 않으면 믿을 수 없다. 신뢰에는 샛길이 없다. 빠르게 가로지를 방법도 없다. 관계에는 정독만이 존재한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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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 많은 평행우주에서의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감독: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출연진:양자경,스테파니 수,케 후이 콴,제임스 홍,제이미 리 커터스
시놉시스
에블린은 20대의 젊은 나이에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웨이먼드와 결혼을 했다. 홍콩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세탁소를 차렸고 그녀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딸인 조이가 대학을 자퇴하고 자신의 애인인 여자친구를 소개하며 나타난다. 그런 조이가 실망스럽기도 하고 자신의 아버지에게도 조이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밝히지 않는다. 한편 에블린과 웨이먼드는 에블린의 아버지와 함께 세무서를 가게 되지만 웨이먼드의 갑작스러운 돌방 행동에 놀라고 만다. 사실은 이 우주뿐만이 아니라 다중우주가 존재하는 것이었고 수천 명의 똑같은 자신들이 각각 다르게 살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과연 이 둘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자신과 똑같은 모습이지만 각각 다르게 살고 있는 평행우주의 또 다른 나의 정신들을 이 우주에 불러오며 악당들과 싸운다.
에블린이 지금의 삶에 후회하는 이유
에블린의 아버지는 에블린이 웨이먼드와 결혼하기를 반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했고 미국으로 가서 세탁소를 운영했지만 자신이 나이가 들자 결혼한 것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 하지만 자신의 딸과 닮은 조부 투파키라는 이름의 빌런(악당)이 전 우주적 재앙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게 되고 평행우주에서 자신과 똑같은 에블린들의 정신을 이용하여 우주를 위협하는 자들과 맞서 싸운다. 사실은 웨이먼드가 말하길 다중우주를 넘은 알파버스가 존재하며 그간 에블린이 살아온 삶이 코믹하기도 하고 힘든 일들이 많아서 자신에게 더는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점점 괴이한 것들을 경험하면서 극복해 나간다. 만약 자신이 선택한 삶이 수많은 선택 중에 하나라고 한다면 여러 갈림길이 생길 것이고 각각 다른 삶을 살아간다는 게 평행우주 속 법칙이라고 하나 자신이 만족하지 못한 삶이라고 해서 그 삶이 무조건 안 좋다고 할 수 있을까? 결국에는 그 선택을 한 것도 자신이기 때문에 후회할 수도 있으나 앞으로 또 다른 수많은 선택들을 골라야 하는 게 자신이 살아가는 인생이기도 하다. 나도 지나고 보면 후회하는 것이 많지만 아쉽게도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에블린의 입장에 공감이 되는 건 당연한 걸까?
수많은 선택과 갈림길 중에 나는 이 인생을 선택해 살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의 주관적인 영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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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록 세련된 복수극이라니, 프라미싱 영 우먼(Promising Young Woman, 2020)
그동안 <킬빌 시리즈>, <리턴 투 센더>, <친절한 금자씨>와 같은 여성 서사의 복수극들을 흥미롭게 봐 왔는데, <프라미싱 영 우먼>은 조금은 독특한 화법으로 이를 그려내어 더 인상 깊었던 영화이다. 처음엔 잔물결을 일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점점 파장이 거세지는 전개 방식이 참 매력적이다.
<캐시가 쏘아올린 작은 공>
캐시는 자신의 절친인 니나가 결국 죽음까지 이르게 된 일련의 사건 이후로, 해당 사건에 가해자들을 찾아가 대신 복수를 해나간다. 처음엔 그들을 하나 둘씩 찾아가 살인을 저지르고 범죄 흔적을 지우는 전개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생각과는 다른 방식을 택한다.
자신이 니나와 같은 상황에 있을 때, 가해자들이 이번에도 같은 선택을 할지 그들을 시험에 놓게 하는데,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면 죽는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타이밍을 잡는 시기만 조금씩 다를 뿐이지, 그들은 하나같이 같은 목적으로 캐시를 대한다. 캐시는 그 때마다 돌변해 물리적인 힘이 아닌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그들이 잠재적 범죄자임을 인정하게 한다. 하지만 예상했듯이 모두가 자신의 행동을 자기합리화하고, 심지어 방관자인 친구는 니나가 당한 그 날의 일을 피해자인 니나 탓으로 돌리기까지 한다. 7년이 지났음에도 왜 아직도 그 일을 들먹이냐는 듯이, 가장 끔찍한 ‘그 땐 어렸고 생각이 없었다.’라는 변명을 들먹이면서 말이다. 단 한 사람, 그 사건의 판결을 내린 판사 한 명만이 죄책감을 떠안고 살고 있었다. 이 모든 일들은 앞으로 일어날 엄청난 사건의 시작점일 뿐이라는 걸 그들은 알았을까.
<사건을 다루되, 피해는 적게>
무엇보다 피해자가 당한 당시의 상황을 묘사하는 방식이 정말 좋았다. 그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재연한다는 컷이라던지, 니나에 대한 일절의 말 없이도 충분히 전체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외부 노출은 최대한 줄이고, 오히려 가해자들을 더욱 부각시켜 누가 봐도 그들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주는 데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한다. 이런 사건들을 다룰 때 일부 매체들은 그들의 피해 여부를 세세하게 드러내고, 심지어 피해자의 신상까지 알려져 2차 가해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 작품은 그런 것들까지 인식을 하고 최대한 보호하려는 입장이 보여서 사건을 다루는 바람직한 예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 상황을 맞닥뜨린 주변인들의 감정에 더 집중하여 관객들이 그들에게 더 이입하도록 도움을 준다.
<영리한 복수극>
후반부는 어떻게 보면 마냥 통쾌하지 만은 않다. 오히려 나에게는 안타까움과 슬픔이 더욱 큰 감정으로 다가왔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캐시가 모두에게 벌을 주고 당당하게 살아간다! 는 낭만적인 해피 엔딩이 아니다. 어쩌면 이런 전개가 더 현실적이기 때문에 더 충격적이고 와닿지 않을까. 결국 캐시는 또 다른 2차 피해자가 되고, 가해자들은 자신들을 위해 언제나 이를 숨기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예상한 캐시의 마지막 일침은 그들을 평생 후회 속에 살게 할 것이다. 가해자 중 유일하게 양심을 가지고 있었던 판사의 행동으로 그들은 법적인 책임을 물게 되고, 니나와 캐시의 복수는 성공리에 끝나게 된다. 그들이 해낸 복수가 개인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망각이나 철없음이라는 이유를 들먹이는 모든 가해자와 방관자들에게 보내는 경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런 사건들은 또 다른 큰 피해가 발생해야 비로소 재조명되는 걸까. ‘복수는 이제 시작일 뿐이야.’라는 문자를 끝으로 자신을 희생함으로 있어서 모든 일이 드러나는 결말은 공허함과 허탈함이 남는다.
<미적 감각과 사운드트랙까지>
이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2000년대 초반의 하이틴 감성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서 보는 즐거움이 있다. <클루리스>, <퀸카로 살아남는 법>과 같은 톡톡 튀고 과감한 색들의 사용으로 변곡점을 주기도 하고, 카페나 인물들의 집 같은 인테리어들 또한 모든 프레임을 완벽하게 생각한 듯한 느낌을 준다. 사운드트랙 또한 그때의 감성을 담았다. <Toxic>, <It’s Raining Men>과 같이 반가운 음악들이 종종 나온다. 특히 <Toxic>은 장면과도 너무 잘 맞는 음악이라서 한동안 계속 귀에 맴돌 것 같다.
<프라미싱 영 우먼>은 현실을 직시함으로서 받아드리게 되는 것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친구를 잃고 7년 동안 정신적 스트레스와 사람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 캐시, 잔인하게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것보다는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로 자신만의 복수를 계획하는 모습처럼 말이다. 오히려 악을 완전히 처단해 버린다는 그런 극적인 설정들보다 우리가 평소에 뉴스에서 접하던 사건을 재조명하여 보여주는 듯한 연출이어서 이 또한 관객들이 이 주제에 대해 더 무겁게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이런 것들이 이 영화가 가진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상치 못한 것들이 어쩌면 가장 현실에 와닿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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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송 / Special Delivery, 2020
흐릿하지만, 포스터에 보이는 차량만으로 "제이슨 스타뎀"이 나왔던 <트랜스포터2002-09>가 연상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특송>과 비교하여, 운전을 잘한다는 공통분모가 존재하는데요. (성별과 머리카락의 유무만 다를 뿐...)
굳이,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베이비 드라이버2017>만으로도 "운전자"가 기깔난 운전으로 경찰들을 따돌리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컸습니다.
그리고, 이는 국내 박스오피스 1위라는 결과표로 증명되었습니다만...주말을 기점으로 다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게 다시 1위를 내주며, 그 기간을 5주로 늘려나갔습니다.
전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와 경쟁한 <경관의 피>, 개봉일에 1위를 했으나 누적 관객수 37만명(주말 관객수: 26만명)으로 이내 2위로 밀리고 말았는데요.
<특송> 역시, <경관의 피>와 다를 바가 없지만 누적 관객수 23만명(주말 관객수: 16만명)으로 큰 차이를 나타냈습니다.
물론, "오미크론 변이"에 따른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성적만 두고 본다면 아쉬움이 남는데요.
'과연, 어떤 작품이었는지?' - <특송>의 감상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우체국에서 받지 못하는 물건을 비롯해 사연 있는 물건들을 배송하는 "은하"는 이 분야에서 특출난 실력자입니다.
그날 밤도 여느 날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는데, 정체불명의 수하물과 함께 "은하"는 경찰과 국정원의 타깃으로 지정되는데요.
과연, 그녀는 이 모든 일을 정리할 수 있을까?핸들링 좀 볼까?
1. 잘하는 것을 두고서, 왜?
앞서 말했듯이 영화 <특송>은 연상되었던 <트랜스포터2002-09>시리즈와 <베이비 드라이버2017>와 비교해도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시작을 보여줍니다.
범죄자들을 자신의 차량에 태워 현란한 핸들링과 발재간으로 관객들의 애간장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시가전 레이스'는 몸까지 움찔하게 만듭니다.
어찌 보면, 뻔하디 뻔한 장면이지만 저를 포함해 <특송>을 보려는 관객들에게는 이것을 기대하지 않았을까요?
이런 점에서 <특송>은 제 기대치에 걸맞은 장면으로 그 활약을 기대하게 만듭니다.근데, 어째 헛도는 느낌이지 말이야
그리고 앞서 제시한 <트랜스포터2002-09>시리즈와 <베이비 드라이버2017>처럼 이번 <특송>도 예상치 못한 인물과의 관계를 제시합니다.
<트랜스포터2002-09>시리즈와 <베이비 드라이버2017>의 주인공들이 "사랑"이라는 감정에 이끌려 향후 일에 차질을 빚게 만드는 전개처럼 <특송>은 "은하"와 "서원"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이처럼 <특송>의 전개도 앞선 두 작품과 다를 것이 없지만, 받아들이는 느낌은 앞선 두 작품과 정반대입니다.2. 2개밖에 못해요.
영화 <특송>은 '범죄자들을 태우는 운전자'와 '예상치 못한 관계'라는 '클리셰'로 <트랜스포터2002-09>시리즈와 <베이비 드라이버2017>로 큰 차이를 두지 않으며, 이에 묶을 '공통분모'에 둡니다.
그렇기에 받아들이는 느낌도 다르지 않아야 하지만,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느낌은 헛헛함을 지울 수가 없는데요.
이런 이유에는 상대적으로 늦게 나와 "신선함"이 덜할 수도 있겠지만, "서드(3번째) 피치"의 부재가 있습니다.3번째 구종은 뭐야?
이에 '굳이, 3번째 구종이 있어야 하나?'싶겠지만, <트랜스포터2002-09>시리즈와 <베이비 드라이버2017>를 생각해 봅시다.
먼저, <트랜스포터>는 가만히 있어도 불편한 "정장"으로 멋들어진 액션을 선보였고, <베이비 드라이버>는 자신만의 선곡 리스트로 익숙한 장르에 "차별화"를 두었습니다.
무엇보다 <트랜스포터2002-09>시리즈와 <베이비 드라이버2017>의 러닝 타임이 평균 90분과 113분임을 생각하면, 108분의 <특송>에게도 반드시 있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트랜스포터2002-09>시리즈와 <베이비 드라이버 2017>와 다르게, <특송>에게 '제3의 구종'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3. 잘하지도 못하면서...
2개의 구종으로 4가지의 경우가 생긴다면, 3개의 구조만으로 9가지로 2배가 넘는 5개가 생깁니다.
여기에 타자에게 넣는 스트라이크 존을 9개로 구분 짓는다면, 36개와 81개로 5개의 차이는 45개로 급증하니 관객들로써는 좀처럼 감을 잡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영화가 복잡해지니 이에 대한 항변으로 경우의 수를 차단하려는 것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냥 2개의 구종을 맘대로 "스트라이크존"으로 넣을 만큼 확실하다면 굳이 3번째 구종은 필요하지도 않을 거고요.근데, 미숙하네?
하지만 <특송>은 2개의 구종 중 가운데, "은하"와 "서원"의 관계가 설득력을 주지 못합니다.
보통 인물들이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데 있어 공통점을 제시하며 시작하는데요. - 특히, "인생이 힘들다"라는 '서원'의 대사로 미뤄볼 때 영화는 <레옹>의 '마틸다'를 의식했을 겁니다.
그러나 보여주는 "서원"과 달리, "은하"의 이야기는 "텍스트"로만 진행되어 애초 시작부터 성립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레옹> 혹은 "모자(母子) 관계"로 바라보기엔 무리였다는 것이죠.
물론, 이런 문제가 <트랜스포터2002-09>시리즈와 <베이비 드라이버2017>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다만, 부각되지 않은 이유에는 "액션"과 "음악", 그리고 "카 체이싱"으로 장르적인 쾌감으로 단점보단 장점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4. 이걸 이렇게, 연결한다고?
그렇기에 극 시작과 함께 보여준 "시가전"만 하더라도, 영화 <특송>은 "카 체이싱"에 뚜렷한 장점을 가진 작품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이런 "카 체이싱"은 전무할 정도로 없습니다.
물론, 이후 주차장과 폐차장에서 보여주기는 하지만 "카 체이싱"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만큼 아쉬움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이야기에서의 아쉬움이 마지막 액션에서 개연성에 대한 의문이 드러납니다.
앞서 "은하"의 이야기는 "텍스트"로만 진행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어느 부분에서 "액션"과 관련된 이력은 듣지 못했습니다.처음부터 다시 읽어주세요.
그저, '피칠갑이 되어 탈출했다'라는 정도인데 이게 "전투력"과 연관되어 후반 전투신으로 보이는데요.
이에 대한 퀄리티가 나쁘지만은 않지만, 머리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아 그냥 넘긴 느낌이었습니다.
그냥 이야기의 실패를 "액션"으로 급하게 막아보려는 느낌 같은데,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리고 악당에 있어서도 "연기"는 논할 수는 없으나 이야기를 쌓아나가는데, 자극적인 행동에만 집중되어 별다른 매력을 느낄 수도 없었습니다.
그냥, 특별하지도 않았고 평범하지도 못한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지막 쿠키에 예상치 못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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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벽은 문이다.
이 글은 2023년 11월 1일 개봉 예정인 영화 [앵그리 애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퍼가거나 인용 시 출처를 반드시 밝혀주세요.
말하기 힘든 것들을 입에 담아야 할 때가 있다. 게다가 그 주제가 금기에 가까워 혼잣말하는 것조차 천둥같이 울릴까 봐 움찔할 때가 있다.
영화 [앵그리 애니] 속 여성들의 고개도, 목소리도 한껏 바닥에서만 맴돌게 하는 그 "힘든 것"은 바로 낙태이다. 시행하지 않으면 현재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이를 향한 암묵적인 동의에도 불구하고 쉽게 입술을 열 수 없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는 그녀들에게 죄책감이라는 이름의 두꺼운 코트까지도 어깨 위에 하사한다.
그들의 굽은 어깨에 손을 얹어준 것은 생소하기 짝이 없는 MLAC(임신중지와 피임의 자유를 위한 운동) 단체였다. 뜨개질바늘로 이뤄진 애니의 이전 낙태가 잘못되었으며 안전하게 이뤄져야 할 의무가 있다고 다독여주는 통에. 애니는 걷잡을 수 없이 자신을 휘감던 두려움을 잠시 내려놓고 따스한 손길에 마음을 녹인다.
여전히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두 번째 낙태 수술을 끝낸 애니는 안도감과 후련함을 담은 눈물을 흘리며 그제야 미소 짓는다. 마치 축배를 올리듯 MLAC운동가들이 건넨 물을 마시며.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이 아주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방향을 바꿀 것이라고는. 그리고 그 변화가 시작되는 계기가 자신처럼 임신 중절 수술을 받다 사망한 자신의 이웃 때문이라는 것도. 자칫 자신의 죽음일 수도 있었던 그녀의 죽음 앞에서, 황망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느꼈던 애니는 좌시하지 않기로 한다. 아직 두려워 완전히 쳐다볼 수는 없지만. 자신의 등 뒤에서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저 벽을.
애니, 벽을 바라보다
사진 출처:씨네랩/다음 영화
애니는 고개를 빤히 들어 자신이 마주한 벽을 바라보았다. 등 뒤의 두려움을 몰아내고 온전히 벽을 쳐다보기 까지도 꽤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승리한다 했건만. 큰 용기를 가지고 마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벽은 바람 한 조각조차 통과하지 못할 것처럼 매정해 보였다.
자신이 직접, 그리고 혼자서 벽을 부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이 문에 잔뜩 끼어 있는 이끼라도 제거하지 않고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문득 들었다. 마치 자신이 중절 수술을 받을 때 손을 꼭 잡고 노래를 불러주었던 운동가처럼. 애니는 MLAC를 찾아오는 여성들의 불안한 마음에 자신의 투박한 손을 조용히 얹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임신 중절을 원하는 그녀들은 하나같이 임신이란 문제에 있어서 가장 불안한 주체였으며. 죄책감마저도 오롯이 홀로 짊어진 채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수많은 자기 검열을 뚫고 MLAC단체의 문턱을 어렵게 넘어섰다 해도, 그녀들은 최후의 순간에 종교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며 죄악이라 하거나, 그냥 낳겠다며 현장을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애니는 그녀들을 비난하지 않았다. 겁쟁이라며 깎아내리지도 않았다. 이 모든 모습은 애니가 여성운동에 참여하기 전의 모습과도 정확하게 일치했고. 수없이 많은 여성들의 이런 모습이야 말로 자신이 마주해야 할 벽이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이토록 간단하고 별 것 아니었냐는 말과 함께 수술 후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는 여성을 보며. 애니는 깨닫는다.
결국 자신을 비롯한 모든 여성들을 떨게 했던 것은. 이 벽자체가 아니라 벽보다 더 큰 두려움을 자아내는 덕지덕지 붙은 이끼에서부터 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끼 따위 제거해서 무엇이나 할 수 있으려나.라는 일말의 의심마저도 말끔히 지운채. 애니는 이끼가 사라져 본모습을 볼 수 있게 된 문과 눈을 맞추며 되뇔 수 있었을 것이다.
바꿀 수 있다.라고.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해야만 할 때
사진 출처:씨네랩/다음 영화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벽을 똑바로 바라본다 하여 무너져 내린다면. 목표를 가로막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일 테니까.
무엇보다 영화 속 여자들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은 그녀들의 남편들의 모습과도 같았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묻지도, 그렇다고 알아채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지레짐작으로 새 모카포트를 선물하는 무심함. 자신의 아내를 감시하고 폭력을 행사하며 마음대로 휘두르려 하는 눈먼 강경함. 그녀들이 하는 일 따위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무시에 더불어 여전히 수술의 주체인 여성들이 조금은 논의에서 빠져있는 듯한 안일함까지.
출산과 더불어 또 한 번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는 수술 앞에 싸우면서도. 애니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은 이런 양립할 수 없으면서 자신의 옆에 악착같이 붙어 존재하는 것들이 일으키는 마찰을 감당해야 했다.
비록 모두를 위한 최선의 결정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영화 속 애니의 선택에 대부분 박수를 보낼 수는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았으며, 욕심을 내지 않았다. 흔히 이런 상황에서 비유되곤 하는 "외줄 타기"같은 현실에서. 애니는 이 좁고 험난한 길을 끝까지 걸어가기 위해 떨어뜨려야 할 것이 있다면 기꺼이 손에서 놓아버렸다. 자유낙하하며 자신과 멀어져 가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만을 마음속에 꼭 안은 채. 그녀는 다시 턱을 들어 길을 걸었다.
또한 이 과정 속에서 그녀는 알게 되었다. 손에 쥐어진 것이 불필요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잘만 이용한다면 자신의 위태로움을 좀 더 잘 들여다보고 자세를 바로 잡을 기회가 된다는 것을.
마치 벽이 와르르 무너지기만 해야 하는 존재가 아닌. 문이 되어 기꺼이 열고 다음 세계로 입장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같은 식사, 다른 마음.
사진출처:씨네랩/다음 영화
영화 속 인물들은 완벽하지 않다.
의무감에 불타올라 화염병을 던지지도 않고. 당장 국회로 뛰어들어가 감정으로 호소하며 큰소리치지도 않는다. 비장한 음악을 깔며 어떤 이의 희생 앞에 눈물을 짜내지도 않는다. 누군가를 신격화해서 그 사람의 이름이 지구 밖에서도 들릴 것처럼 칭송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현재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자신의 생각을 용기 내어 남들 앞에서 꺼내 입 밖으로 내뱉는다.
또한 온전히 옳은 인물도 존재하지 않는다.
극의 중간중간 들어차 있는 토론들과 이야기를 들으면서.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반드시 존재하고. 그녀들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영화와 거리를 두게 되는 장면들도 있다. 옳음이라는 큰 갈래에서는 동의하지만, 소소한 것들에서 부딪치는 장면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영화는 소위 "극적인"요소들을 배제함으로써 현실감을 더하고. 현실 속에서 극복해야 하는 진짜 문제들을 냉정하게 바라본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인물들에 대한 미움이나 반감이 생기기보다, 완벽하지 않고 흔해 빠진 "애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도 현 문제에 대해 화낼 수 있고 변화할 수 있으며. 연대를 형성해 힘을 보탤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영화의 메시지를 가장 잘 나타내는 장면을 꼽으라 한다면. 임신 중절수술을 마친 후 함께 파스타를 나눠먹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언뜻 영화 [친절한 금자 씨]에서 거사 후(?) 케이크를 나눠먹는 장면을 연상케 하기도 했다. 앵그리 애니의 식사 장면과 비교해 보았을 때. 가장 큰 다른 점이라 한다면. 자율성과 음식을 먹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찬욱 감독님은 그 장면이 제사 후에 음식을 나눠먹는 의식 같은 장면이라고(+그 케이크 혈액으로 만든 거 아님) 말씀하셨다. 그러나 제사에(?) 참여한 이들에게는 자율성이 조금은 배제되어 보였다. 약간은 입을 닫게 하기 위한 장치도 있었으며 분노를 쏟아내고 난 뒤에 다가온 식사에서도 살아남은 자 들을 기쁘게 하는 식사는 아니었다.(영화가 나쁘다는 게 아님.)
그러나 이 영화에서의 식사 장면은 누군가를 기리는 것이 아닌 앞으로 자신을 위해 든든한 한 끼를 함께 한다는 점. 그리고 자원한 사람들이 모여 이뤄져 있다는 점에서 조금 더 희망적이고 든든한 식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파스타 자체는 맛없어 보였다. 제발 뭘 좀 많이 넣어서 먹으라고.)
아주 작고 힘없어 보이는 연대에서 시작된 그들의 웃음이. 조금 더 확대되어 더 많은 사람을 위한 길이 되기를 기대하게 되는 장면이었다.
마치면서
세이브 박지원 대표님, 씨네 21 김소미 기자님
GV에서도 나온 이야기이지만.
나 역시 애니가 마지막으로 했던 선택을 바라보며 생각할 것이 많아졌다.
과연 정규 의료인(으로 추정)이 되는 길을 걷는 것이. 근본적으로 애니가 가지고 있던 불만이나 두려움, 혹은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게 될 가장 확실한 방법일까. 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았다.
물론 잘 해낼 것이다.
애니는 영화 속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며, 과격하지는 않지만 적극적으로 스스로의 운명을 바꿔나가기를 주저하지 않은 인물이니까. 살아남기 위해 앞만 보고 자전거 페달을 밟던 그녀는 온데간데없고, 이제 주위를 둘러보며 자전거를 타는 그녀를 보며 울컥하고 눈물이 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런 불안하지만 아름다운 시작을 앞둔 애니가, 자신을 바꾸고 움직이게 만들었던 계기만큼은 영원히 잊지 않았으면 했다. 결국은 조금 더 장기적으로 옳은 선택을 조금 더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또 다른 애니들을 탄생시킬 수 있게 되기를.
또한 애니에게도 그러했듯이.
1970년대와 비교했을 때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현실의 모든 벽들이 다시 한번 문이 되기를 빌어보았다.
[이 글의 TMI]
1. 토마토카레에 꽂혀서 토마토 멸종시키는 중
2. 군고구마도 덩달아 씨가 마르는 중
3. 파프리카, 당근도 코끼리처럼 먹어치우고 있다.
4.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저처럼.(걸렸잖아)
#앵그리애니 #블란딘르누아르 #로르칼라미 #프랑스영화 #영화리뷰 #최신영화 #munalogi #네이버인플루언서 #영화리뷰어 #씨네랩
이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영화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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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임씨가 발견해낸 온기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어간다. 젊은 성인기를 거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바쁘게 삶을 이어가던 부모들은 아이가 성인이 되어 독립을 시작할 시기가 되면, 문득 자신이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그때부터 아이가 독립하여 잘 지내는지 멀리서 지켜보면서 작은 도움이라도 주려고 애쓴다. 그리고 자신의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무던히 노력한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부모 세대들에게는 성인기 부모로부터 독립된 이후 맞는 두 번째 독립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자녀에게 의존하고 싶은 욕구도 강해지고 실제로 자녀들에게 도움받는 일들도 맞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것들은 스스로 해결해나가야 한다.
건강 문제도 신경 쓰이게 되고, 과거에 가뿐히 했던 집안일들과 외부활동이 조금 더 힘들게 느껴지면 의존적이 되기 쉽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가는 부모 세대는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일을 느리기만 하나씩 해결해가고 가능하면 자녀들이 자신에게 너무 신경 쓰지 않게, 부담스럽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비록 사는 집이 조금 좁아도, 몸이 조금 불편해도 먼저 자녀에게 전화를 걸어서 부탁하지 않는다. 그렇게 노년기에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의 모습은 비록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조금은 보잘것없어 보여도 자신에게는 그래도 꽤 편안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노년기의 독립은 소소한 온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노년기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말임의 이야기
영화 <말임씨를 부탁해>는 노년기를 보내고 있는 정말임 여사(김영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방에서 혼자 살고 있는 그는 서울에 살고 있는 아들 종욱(김영민)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 큰 문제없이 생활하고 있다. 아들의 전화에 퉁명스럽게 받고, 집에 내려온다는 아들의 말에 내려오지 말라며 전화를 툭 끊어버린다. 그렇게 몇 번의 통화를 반복하다가 결국 내려와서 인사드린다는 아들의 마지막 말에 알았다며 전화를 끊고는 천천히 일어나 집안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비록 말임이 자신의 아들에게 퉁명스럽게 이야기했더라도 그의 속마음엔 아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 영화에서 말임과 종욱은 말임의 생활을 어떤 방식으로 할 건지에 대한 논쟁으로 계속 부딪힌다.
말임의 모습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이제 노인이 된 부모 세대의 모습이 비친다. 말임은 자신의 문제로 아들과 며느리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아들 종욱은 혼자 있는 자신의 엄마가 무척 신경 쓰인다. 영화 내내 종욱은 엄마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을 제시하고 실제로 반강제로 도움을 주려고 시도한다. 그 과정에서 번번이 엄마와 부딪힌다. 영화는 어떤 것이 효도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자녀의 입장에서 부모의 편함을 생각해서 무언가를 해주려고 하지만 그건 진정으로 부모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 속 말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은 그냥 아들이 신경 쓰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몸까지 다쳐 불편한 모습은 더욱 아들의 심기를 건드린다. 겉으로 보기엔 엄마를 생각해 효도하는 자식으로 생각되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그건 엄마 말임이 원하는 효도의 모습은 아니었다.
서울로 올라와서 같이 지내자는 아들과 며느리의 설득에도 말임은 거절한다. 계단에서 넘어져 팔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그는 어떤 방식으로든 스스로 생활을 이어나가려 애쓴다. 하지만 결국 아들과 며느리가 고용한 요양보호사 미선(박성연)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영화에서 말임과 미선은 아들 내외와는 다른 긴장감이 느껴진다. 아들과 며느리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오해로 인해 자주 다투게 되는데, 미선은 완전한 타인으로서 그들을 바라본다. 미선 역시 자신의 엄마를 병원에서 직접 요양하고 있는데 여러모로 말임과 종욱의 상황보다는 좋지 않아 보인다. 경제적인 점과 미선 엄마의 건강문제가 좋지 않은 미선은 영화 내내, 정말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를 정확히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영화 말미까지 긴장을 만들게 된다.
영화 속 인물들은 대체적으로 공감받을 수 있는 인물들이다. 아들의 입장에서 엄마에 대한 걱정을 하는 종욱이 여러모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엄마를 챙기려고 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며느리 유진(김혜나)도 종욱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말임을 챙기는 것을 막지 않지만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힘들어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문제를 혼자 감당하고 있는 요양보호사 미선에게도 안타까움과 공감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영화의 중심 캐릭터인 말임은 영화에서 가장 독립적이고 용감한 인물이다. 아들 내외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최선을 다해 아들을 밀어내는 그 모습에는 우리 부모세대의 마음과 진심이 가득 담겨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은 여러 입장의 세대들에게 공감을 느끼게 만들기 때문에 조금은 색다른 가족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가족의 입장을 보여주며 온기를 전달하는 영화
영화 <말임씨를 부탁해>는 말임이라는 인물이 주변의 도움을 밀어내다가 우연히 주변에 있던 따뜻한 온기를 발견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스스로 일어나 독립할 수 있는 그 온기는 어찌 보면 말임이 가진 의지가 발견해낸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아들 내외와의 관계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여러 번의 다툼과 대화의 과정은 그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 것 같다. 말임의 가족들이 겪는 모든 과정이 따뜻하게 영화에 담겼다.
말임 역을 맡은 배우 김영옥은 이번 영화에서 65년 연기 인생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나 [신사와 아가씨]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그는 스크린 현역 최고령 주연배우로 당당히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엄마 연기로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아들 종욱 역을 맡은 배우 김영민은 과거 드라마 [부부의 세계], [나의 아저씨]나,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 출연해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이번 영화에서도 엄마 역할의 배우 김영옥과 좋은 모자 케미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종욱의 부인 유진 역할의 배우 김혜나도 모자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며느리 역할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 <82년생 김지영>, [마인]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박성연도 요양보호사 역할로 영화의 긴장감을 높였다.
영화 <말임씨를 부탁해>를 연출한 박경목 감독은 밴쿠버 국제영화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나 <써니>, <부산행>이나 [오징어 게임]의 촬영감독이었던 이형덕 촬영감독과 여기에 모두 출연했던 김영옥 배우와 같이 작업하면서 보다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영상으로 담담히 담아냈다.
본 포스팅은 소정의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내용은 주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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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거리> fall in 럽케이션 키워드 가이드 ♥
* 장르/배경: 로맨스, 현대물, 코미디, 전문직
* 관계: 연인>일.만.사, 재회물, 오래된 연인, 엇갈림, 밀당, 첫눈에 반한
* 여자 주인공: 로케이션매니저, 사이다녀, 능력녀, 유쾌녀, 우월녀
* 남자 주인공: 영화감독, 츤데레남, 뇌섹남, 능력남, 계략남, 후회남
* 이럴 때 보자: 헤어진 연인이 일로 만난 사이가 된 리얼 이불킥 로맨스가 보고 싶을 때
* 공감 대사: “니 진짜 사람 속 헤집어놓는데 뭐 있네. 여기 왜 다시 왔는데”
“일단 사적인 감정은 배제하고 일한 땐, 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