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작가2022-07-18 23:18:12
발칙한 얼간이와 지독한 소음기
넷플릭스 [세 얼간이] 리뷰
줄거리
천재들만 모인다는 명문대 ICE에 이상한 녀석이 떴다! 그의 이름은 란초.
권위적인 아버지에게 찍소리 하지 못하고 끌려오다시피 학교에 온 파르한과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부담스러운 타이틀을 단 라주. 두 사람은 란초와 함께 방을 쓰며 친한 친구가 되고, 과하게 자유분방한 그의 방식에 점점 빠져드는데...
감상 포인트
1. 노래 많다, 잊지 마라, 이 영화, 인도 영화.
2. 설마 아직까지 결말 모르는 사람... 없죠?
3. 나는 얼간이인가, 소음기인가?
감상평
인도 영화하면 바로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품, 세 얼간이. 나도 몇 번이나 봤지만, 인생이 지치고 무료할 때 보면 나름대로 힐링도 되고 동기부여도 된다. 몇 번이나 보고 나니 학생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바이러스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고나 할까. 둘리를 보면서 고길동이 불쌍하면 어른이 된 거라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를 보며 바이러스의 말이 이해된다면 어른이 된 걸까. 조금 슬프네.
"너는 틀렸어!
네가 항상 옳을 수는 없어!"
바이러스 총장은 입학 첫날 란초가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며 이렇게 말한다. 교육방식에 대한 의문과 수동적인 태도를 거부하는 란초는 학교를 4년간 바이러스의 눈엣가시였다. 그렇지만 그는 결국 발전기를 만들어내 무사히 출산을 도운 란초를 인정한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이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기성세대와 신 세대는 영화 내내 앙숙처럼 대립하다가 결국 손을 맞잡고 서로를 인정한다. 바이러스는 자신의 쌓아온 것들이 무가치하지 않음을, 이것 역시 삶에 있어 필요한 요소라는 것을 우주 펜을 통해 입증한다. 그렇다면 그가 이제 해야 할 일은, 신 세대가 나아갈 수 있게 길을 비켜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오로지 젊은 청춘들만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도 한 걸음 나아가 그들을 이해하려 애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머리로는 알지만 실제로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는 어른은 드물기 때문이다.
"두 다리를 잃고 나서야 제대로 서는 법을 배웠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 영화를 두고 말도 안 되는 판타지라고 할 수도 있다. 인정한다. 이 영화는 과장되어 있고, 무책임할 정도로 긍정적이다. 평생 반항 한 번 못했던 파르한이 아버지를 그렇게 단시간에 설득시킨다는 것도, 면접관에게 필요 이상의 TMI를 방출한 라주가 합격한다는 것도, 무엇보다 란초 같은 사람이 실제 한다는 것도. 영화는 그냥 모두 거짓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가 주기적으로 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밝고 호탕한 웃음 뒤로 슬픈 젊음의 그림자가 어려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 앞에서 세 친구들처럼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건 너무 어렵고 힘겨운 길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파르한과 라주가 자기 내면을 마주하고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간 것처럼. 그래서 청춘은 짠맛이 난다, 이 영화처럼.
"너의 재능을 따라가 봐.
그럼 성공은 뒤따라 올 거야."
인생에 회의적일 때는 이 대사를 듣다가 울컥 울화가 치밀 때도 있다. 아니, 너는 성공했다고 그렇게 말하기냐? 나는 잘 하는 것, 좋아하는 것 따라가는데도 이 모양 이 꼴로 살잖아. 그런데 이번에는 영화를 보며 란초가 말하는 '성공'의 기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차투르는 커다란 집, 최신형 차, 고연봉의 직장까지 자신이 모든 걸 완벽하게 갖춘 성공인이라고 자부한다. 그것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성공의 기준이니까. 하지만 란초는 400개가 넘는 특허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도심 속 높은 빌딩에 살기보다는 시골 마을에서 작은 학교를 차려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렇지만 그는 행복해 보인다.
"돈은 덜 벌겠죠. 차도 더 작을 거고 집도 더 작겠죠.
하지만 전 행복할 거예요, 아빠."
그럼 란초가 성공을 못한 걸까? 파르한은 사진작가로 유명해졌으니까 성공한 걸까? 라주는 이제 집이 넉넉하게 사니까 성공한 걸까? 란초가 말한 '성공'이란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돈 많이 벌어서 경제적으로 풍족한 걸 넘어서, 자신의 삶을 원하는 방식으로 만족하며 꾸려나갈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란초가 말하는 성공인 셈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단순히 '성공하기 위해' 집착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발칙한 얼간이, 지독한 소음기,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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