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8-26 17:02:48
타임지 선정 '2021년 최고의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절찬 상영 중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어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가 개봉을 했는데요!
매력적인 소재가 담긴 스토리와 주연 배우들의 연기에 빠져든 관객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관람객들의 실시간 반응을 살펴볼까요?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나'라는 인간은 곧 내가 범한 엉망진창이고
아름다운 오류들의 집합체
씨네랩 에디터 cammie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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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역시 자인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 <가버나움>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있습니다.
<가버나움> Capernaum, 2018 제작
레바논 외 | 드라마 | 2019.01.24 개봉 | 15세이상관람가 | 126분
감독: 나딘 라바키
나 역시 자인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 <가버나움>
이 영화는 이오아나 유리카루의 <레모네이드>(2018),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2004), <어느 가족>(2018), 션 베이커의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 켄 로치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와는 분명 다르게 다가온다. 나열한 영화 속 주인공들을 모두 만났다 자부해도 <가버나움> 속 자인과의 만남을 ‘익숙하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직접 보지 않으면, 미디어에서 떠들어대는 ‘15분의 기립박수’와 ‘각종 영화제에 초청받았다’는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없지도 모른다. <가버나움>은 어느 리뷰에서도 완벽히 해석할 수 없는 작품이다.
출처: <가버나움> 스틸컷
‘가버나움’은 성서에 등장하는 도시로, 예수가 축복하는 동시에 인간의 욕심에 의해 처참히 무너져 내릴 거라 예언한 곳이다. 성서에서는 ‘축복’과 ‘멸망’을 함께 품고 있는 마을이지만, 자인이 사는 곳은 오직 ‘멸망’만이 존재한다. 감독의 가버나움은 기적보다, 혼돈에 초점을 맞췄다.
<가버나움>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각자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가난은 그들에게 지독한 굶주림과 끝없는 노동을 강요한다. 대부분은 자신에게 주어진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지만, 유일하게 자인의 부모만이 기구한 인생에 절망하기만 한다. 자식들에게 아무런 힘이 없는 이름을 던져주고 거리로 내쫓는다. 우리가 자인에게서 일말의 희망도 기대할 수 없는 까닭은 함께 사는 부모가 여전히 젖병을 물고 신세 한탄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혼돈 속에 갇힌 자인을 복잡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그의 색 바랜 빨간 신발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기만 해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다.
출처: <가버나움> 스틸컷
사하르(여동생)가 생리를 시작하자, 자인은 불안함을 내비친다. 그녀도 떠나간 다른 여동생처럼 남자에게 팔려갈 것이 분명했다. 그 주도권은 자신의 부모가 휘두를 것도 아이는 알고 있었다. 끝내 자인은 여동생을 가게 주인에게 빼앗기고 만다. 지키겠다 맹세한 오빠의 절실함은 부모의 매질로 손쉽게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집을 나와 무작정 버스를 타고 떠난 자인은 바퀴맨 복장을 한 할아버지를 따라 작은 놀이동산에 내린다.
놀이동산, 그곳은 아이에게 주어진 새로운 세상일까? 페인트가 다 벗겨진 놀이기구를 통해 짐작했겠지만, 역시 아니다. 하지만 자인은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 너무나 자신과 똑같은.
아이는 식당에서 일하는 라힐과 그녀의 딸 요나스를 만난다. 요나스를 집에서 돌보는 것으로 자인은 라힐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한다. 나무판자들이 간신히 바람을 견디고 있는 판자촌에서 아이는 또다시 동생을 성심성의껏 돌본다. 비극에 비극이 더해지는 순간에도 그들은 내내 웃고 있고, 우린 말 못 할 고통을 느낀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에는 너무나 익숙한 하루일 뿐이었고 미소마저 사라지게 할 여유가 없었을 뿐이었다.가버나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자인만이 아니다. 불법체류자 라힐 역시, 딸과 안전한 삶을 살기 위해 새로운 신분증을 구해야만 한다. 비극 속에 살고 있지만, 그들은 생을 포기할 수 없다. 그러나 순식간에 라힐이 경찰에 잡히고, 자인은 요나스와 긴 기다림을 함께 하다 결국 불법 신분증을 만드는 어른에게 속아 요나스를 두고 집으로 향한다. 출생신고서를 가지러 집에 온 그 순간, 사하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불행이 끊임없이 두 사람을 덮쳐오지만, <가버나움>은 이를 너무나 태연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만 한다.
그렇게 자인은 법정에 서서 순순히 자신이 한 충격적인 행동을 읊는다.
여동생의 남편을 칼로 찔렸음을.
출처: <가버나움> 스틸컷
절망스럽지만, 자인이 간신히 암흑을 찢고 나와 처음 마신 건 엄마의 모유가 아니라 술이었을 것이고, 처음 눈을 떠 본 것은 밤마다 헐떡이는 부모의 옆모습이었을 것이다. 일찌감치 깨달았겠지.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열두 살로 추정되는 아이는 부모를 고소하기 전까지 그 권리가 자기에게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부모는 아이의 앙상한 신체를 때리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끝내 아이를 자기의 손으로 가버나움에 가둬버린다. 더 충격적인 건, 그들이 끊임없이 가버나움 안에서 새 생명을 갈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자인의 손에 칼을 쥐게 한 건, 가난에 힘입어 현실을 부정하는 법밖에 모르는, 무능력하면서 요란하기만 한 부모의 만행 때문이다. 따라서 자인이 법정에 서서 ‘가난이 아닌 부모를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 건 당연한 결과다. 모든 걸 통달한 어린아이의 나지막한 선언이 이 작품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도 다니지 못했던 아이가 스스로 삶의 고난과 슬픔을 터득했음에도 가족은 불완전하다 못해 제대로 형성되지도 않았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품었던 자인에게 가족은 더 이상 가족이 될 수 없었고, 아이는 선택한다. 부모를 버림으로써 자신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기로.
그렇게 밝은 웃음을 지으며 다시 시작한다.
출처: <가버나움> 스틸컷
<가버나움>는 감각적인 장면 전환과 역동적인 스토리, 실제 빈민가에서 캐스팅한 배우들의 열연으로 완성된 수작이다. 그 덕에 필자는 쉽게 감동할 수 없었다. 물론 감동과는 아주 먼 이야기지만, 이 작품을 ‘레바논의 고립된 현실에 직격탄을 날리는 영화’라고만 정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확신한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나 역시 자인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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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성애의 다양한 형태들과 연대감 <내 어머니의 모든 것>
이 영화는 다양한 여성의 모습과 다양한 어머니의 형태를 보여준 영화였다. 1999년도에 나온 영화인데 요즘에서야 다루어질 수 있는 이슈를 담았다. 또한 영화 속에선 다양한 소수자들이 얼마나 차별적인 환경에서 살았는지에 대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닌 다른 영화와 다를 바 없이 등장 하였다. 그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것이 다른 퀴어 영화랑은 다른 점이었다. 영화를 볼 때 머릿속이 굉장히 복잡해지기도 하였다. 여성으로 성 전환을 하는 트랜스 젠더인데 여성과의 아이를 낳는 점도 그렇고 내가 아직 많이 보지못한 사람들이 영화 속에 등장해서 이 영화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상식 밖의 내용과 설정이 담겨있던 영화였다.
아들을 잃어버린 미누엘라가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 치유를 하는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치유 받는 대상이 아들의 아빠가 아닌 오히려 우연히 만난 여성들이 었다. 자신의 남편이었던 사람의 아이를 가진 로사와의 연대감이 돋보였다. 과연 나 였다면 로사를 돌봐주고 곁에 있어 줄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배우의 싸인을 받으러 갔다가 아들이 죽은 것인데 그 배우를 찾아가 원망을 할 줄 알았었다. 하지만 그 배우를 도와주고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 그 배우 또한 에스테반의 사진을 가지고 있었다. 에스테반의 혈연으로 이어진 관계는 아니지만 어머니라는 큰 틀로 포용이 되는 것 같았다. 어찌보면 미누엘라의 적이 될 수도 있는 관계들인데 그렇게 그리지 않고 연대의식으로 그려낸 점이 인상깊었다.
하지만 롤라라는 캐릭터는 영화 속 미누엘라가 용서 했을 수도 있지만, 나는 보면서 가장 민폐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이 소수자로써 존재 한다고 하더라도 롤라가 한 행동이 이해가 되거나 용서 받을 행동은 아니었다. 모성애를 다룬 작품이라고 하지만, 미누엘라가 과하게 희생을 한 것 처럼 보여졌다.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여성의 다양한 이미지를 담고 싶어했고 어머니의 다양한 형태와 그로 인해 이어지는 여성들의 연대를 담고 싶어한 영화라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캐릭터나 내용을 하나 하나 생각해보면 충격적인데 너무 자연스러운 것으로 영화 속에 담겨있어서 나에게는 낯설고 본능적으로 이상하다는 감정이 생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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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주보지 않아도 괜찮아
"영화 보자마자 감독님한테 전화를 했어요.
이게 대체 무슨 영화냐고. 영화 주제가 뭐냐고."
영화가 끝나고 한 시간가량의 GV 시간이 있었다. 박상옥 님이 마이크를 들고 가장 먼저 했던 말이다.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막상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니 '이거... 대체 무슨 영화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김보람 감독은 이 영화를 찍게 된 것이 '섭식장애'라는 키워드에 꽂혀서였다고 말한다. 섭식장애라는 것이 단순히 사회에서 여성의 몸에 주는 핍박 때문에 발병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서 실제로 이 영화의 주인공인 박상옥 씨와 박채영 씨는 사실 처음 구상한 영화 내에선 짧은 단락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러나 모녀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섭식장애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병에 대해 자신이 영화에 온전히 담아낼 수는 없다고 판단, 두 사람의 이야기로 전환했다고.
엄마는 언젠가 핸드폰 주소록에 자신을 이름으로 저장해달라고 했다. 엄마라는 역할로서가 아닌, 이름이 불리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으로 존재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내 주소록에 엄마는 'OOO 여사님'이라고 저장되어 있다.
"자꾸 '아프지만 마'라고 하시는데, 그것 말고 딸에게 원하는 게 무엇이 있으신가요?"
"그건 어쩔 수 없어요. 본능적인 새끼에 대한 어미의 마음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엄마가 늘 그렇진 않아요. 딸이 안 보일 땐 내 나름의 삶을 살지요."
박상옥 님이 관객의 질문에 답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엄마도 딸이 안 보일 땐 나름의 삶을 산다. 그건, '엄마'라는 역할은 '딸'이라는 역할이 무대 위로 올라와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엄마 이전에 '나'라는 존재가 우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엄마들이 몇이나 있을까. 그것을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실 나의 모녀관계도 이전과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딸'이라는 역할 수행자로서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썼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상실감에 무너져 내린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나의 지독한 'K-장녀병'은 독립과 함께 끝을 맺었다.
"저에게 요리란, 사람들과 만나기 위한 준비 같아요."
요리를 하고 음식점에서 일을 하는 채영은 즐거워 보인다. 엄마와 있을 때 짓는 웃음과는 다른 종류의 웃음이다. 홀로서기, 내 스스로의 존재 이유에 대해 찾아 나서는 긴 여정에 서 있는 채영은 활기차고 씩씩하다.
엄마라는 정서적 울타리가 가장 필요했던 시기에 '딸'이라는 역할로 생존의 이유를 찾아야 했던 채영이 내린 답은 '섭식장애'였다. 먹지 않거나, 마구 먹거나. 섭식 장애는 자신의 몸을 통제하는 일이었다. 그를 통해 엄마의 관심은 끌어냈지만, 거기서 그치면 '딸'이라는 역할로서만 살아남게 된다.
하지만 채영은 음식을 고르고 요리를 하며 사람들과 마주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다. 딸로 존재하기 위해 찾았던 방법이, 나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래서 채영은 섭식장애를 가진 자신의 모습도 삶의 일부임을 인정한다.
우리는 꼭 마주 보고 앉아야만 완벽한 식사의 구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향하다 보면, 자연스레 서로를 쳐다보기보단 각자의 앞에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기보단 내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싶은 욕심이, 때론 상대에게 상처를 주곤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만큼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노력과 배려의 모습이다.
그럼 꼭 마주 보지 않아도 괜찮다. 손을 잡고 같이 앞으로 걸어가면 그만이니까.
영화는 너무 작아서 발견조차 못했던 작은 문제들에 관하여 조명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상옥과 채영, 그리고 외할머니라는 주인공을 통해 완만하면서도 뾰족한 여성 서사에 대해 그려낸다.
"모녀 관계를 다룬 이야기는 많은데, 왜 부자관계를 다룬 이야기는 별로 없을까?"
함께 보았던 짝꿍은 그런 질문을 던졌다. 부딪히고 부서지지만 작은 파편들의 목소리를 듣고 인정하며 여성 서사를 이해하려는 아름다운 자리는 많은데, 남성 서사에 대해서만큼은 이토록 심도 있게 다루는 작품이 없다는 게 아쉽다고 했다.
듣고 보니 그렇다. 여성이라는 존재만이 공감할 수 있는 아픔과 슬픔이 있다면, 남성에게도 그런 서사가 존재하지 않겠나. 영화에서는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배제하고 여성 서사에 집중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카메라를 의도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물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분명 남성에게도 그들만의 그림자가 존재할 것이다. 사실 나는 '남성에게는 그런 서사가 없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라고 무심코 생각했는데, 짝꿍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게 얼마나 편협된 시각인지를 깨달았다. 언젠가는 그들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아름다운 자리도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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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 ‘꾸미지 않아도 우린 모두 판타스틱한 존재니까’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Fantastic Mr. Fox)
개봉일 : 2009.12.24. (한국 기준)
감독 : 웨스 앤더슨
출연 : 조지 클루니, 메릴 스트립, 제이슨 슈왈츠먼, 빌 머레이, 월레스 우로다스키
‘꾸미지 않아도 우린 모두 판타스틱한 존재니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문라이즈 킹덤>, <다즐링 주식회사> 등의 영화로 유명한 웨스 앤더슨 감독의 또 다른 이야기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빼다 박은 동화 속 마을이 이 영화 안에 있다.
모두에게 판타스틱한 여우가 되고 싶은 미스터 폭스와 운동신경이 조금 떨어지는 아들 애쉬. 미스터 폭스는 야생동물인 여우의 습성을 따라 살고 싶어 하고 아들 애쉬는 멋진 아빠의 모습을 닮고 싶어 한다.
닭이나 새끼 비둘기를 훔치고 잡아먹는 여우의 본능을 마음껏 표출하던 미스터 폭스는 미시즈 폭스를 만나 아이를 갖게 되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된다. 새로운 호칭과 책임감을 얻게 된 그는 미시즈 폭스의 바람대로 닭 도둑질을 그만둔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미스터 폭스 가족은 조금 더 멋진 나무집에서의 삶을 위해 보기스, 번스, 빈이라는 농장주들이 꽉 쥐고 있는 마을로의 이사를 결심한다. 그렇게 정착한 새로운 나무집에서 미스터 폭스는 애써 외면해왔던 야생동물로서의 본능을 다시 풀어놓게 된다.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면서 자연스레 나의 개성보다는 무난함을 선택하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중심으로 잡은 채 살아가게 된다. 위험해서, 가능성이 높지 않아서, 사회와 어울리지 않아서, 또는 남들과는 다르거나 멋있지 않아서 고쳐야 했던, 또는 숨겨야 했던 나만의 습관이나 특성이 하나쯤은 있지 않은가?
나라는 존재를 숨기면서까지 꼭 모든 사람들에게 멋진 존재일 필요는 없다. 우리는 각자 다른 장단점을 지니고 태어났으며, 누군가가 가진 장점을 나는 갖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단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겉모습과 신체능력, 표정과 말투, 성격이 다르다 해도 우린 모두 소중하고 멋진 존재다.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시놉시스
12년 전 깨끗하게 손을 씻고, 가정적인 남편이자, 지역 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Mr. 폭스. 큰맘 먹고 장만한 새집에서 즐기는 평온한 전원생활은 오히려 그의 잠자고 있던 야생 본능을 깨우고… 급기야 예전 신기의 절도 기술을 활용, 인간 마을 악질 농장주 3인방의 창고를 습격하고 만다. 이에 분노한 농장주들은 Mr. 폭스의 집을 송두리째 파괴해가며 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고, Mr. 폭스와 가족은 물론 이웃들까지도 식량 하나 없는 지하 세계에 갇혀버리는 위험에 처한다. 이제 생존권을 되찾고 동물 사회 전체를 구하기 위한 Mr. 폭스의 판타스틱한 작전이 시작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여우의 본능을 따라 매일같이 도둑질을 하는 미스터 폭스. 그는 유연하고 재빠른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새들을 잡아챈다. 미스터 폭스의 도둑질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미시즈 폭스는 이 위험한 도둑질을 그만두길 바란다. 야생의 본능을 따르는 미스터 폭스와 본능대로 살기보단 이성적인 삶을 원하는 미시즈 폭스. 둘은 이내 아이를 갖게 되고, 마지막 위험에서 벗어나게 되면 ‘다른 삶’을 살기로 약속한다.
우리의 시간으로 2년, 여우력으로는 12년 후. 미스터 폭스는 도둑질을 그만두고 지역 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아들 애쉬는 이제 막 사춘기라도 왔는지 미간에 주름을 잔뜩 잡으며 틱틱 말을 던져댄다.
미스터 폭스는 자신의 일상에 권태감을 느낀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여우굴, 본능을 따를 수 없는 현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있지만, 그는 자기 자신의 내면을 완전하게 채우지 못하고 있다. 미스터 폭스는 미시즈 폭스가 차려준 아침을 쓸어 담듯 입안에 집어넣는다. 하지만 빈속은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미스터 폭스는 만족스럽지 못한 일상을 바꿀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어두운 굴이 아닌 남은 인생만이라도 좋은 풍경을 보고 살면 괜찮지 않을까? 그는 더 좋은 나무 위 풍경을 볼 수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야겠다고 말한다.
“난 누구지, 카일리?”
보기스, 번스, 빈이라는 못된 농장주들이 있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마을. 미스터 폭스는 새로운 집에서 행복한 전원생활을 즐긴다. 그리고 그는 이내 텅 비어버린 창고를 채우기 위해 도둑질을 시작하고, 새들과 사과주를 물고, 실어 나르며 행복감을 느낀다. 다시 도둑질을 시작하기 전, 미스터 폭스는 닭도 안무는 여우가 여우냐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묻는다. 야생동물로서의 본능을, 나의 본능을 숨기고 외면해야 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진짜 나의 삶이 맞는 걸까? 고민을 끝낸 그는 총 3단계의 계획을 짜 보기스, 번스, 빈의 농장을 탈탈 털어버린다. 그는 까만 강도 모자를 쓰는 순간, 가장 설레 보인다.
“저도 같은 재능이 있지 않아요?”
운동신경이 좋아 학교에서 가장 뛰어난 왝뱃 선수였던 미스터 폭스와 다르게 애쉬는 키도 작고 운동신경도 떨어진다. 애쉬는 자신이 멋진 아빠의 아들이니 같은 재능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사촌 크리스토퍼슨을 보며 열등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나보다 다이빙도 잘하고, 어른스럽게 명상도 하고, 키도 크고, 심지어 왝뱃 경기에서 나의 대타까지 하는 사촌이라니. 질투심이 차오른다. 그래도 아빠만은 나의 편이길 바랐는데, 미스터 폭스는 사과주 도둑질에 애쉬가 아닌 크리스토퍼슨을 데려간다. 어린 애쉬의 눈엔 아직 나도 받지 못한 강도 모자를 쓴 사촌의 모습이 한없이 얄밉다.
“나 자신에 대한 진실을 말할 뿐이야.”
미스터 폭스는 보기스, 번스, 빈의 농장을 터는데 ‘일단은’ 성공한다. 하지만 그 마을의 악당이라 불리는 세 농장주가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리가 없다. 세 사람은 총을 들고 미스터 폭스의 집에 찾아와 그의 꼬리를 빼앗아간다. 찰랑찰랑한 털을 가진 기다란 꼬리가 한순간에 떨어져 나가고, 미스터 폭스와 동물들은 농장주들을 피해 땅속으로 들어간다. 미시즈 폭스는 위험한 도둑질을 다시 시작한 미스터 폭스에게 묻는다.
“왜 거짓말했어요?”
미스터 폭스는 답한다.
“나 자신에 대한 진실을 말할 뿐이야.”
여우인 미스터 폭스에게 새를 무는 것은 이기심을 채우기 위한 도둑질이라기보단 본능이었다. 그는 그런 자신의 본능을 숨기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의 본능은 보기스, 번스, 빈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리게 된다. 자연을 다 파괴했지만 아직 여우는 잡지 못한 빈은 부글부글 끓는 속을 부여잡고 미스터 폭스를 잡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땅을 파고, 폭탄을 설치하고, 크리스토퍼슨을 인질로 잡는다. 세 농장주를 약 올리며 이리저리 피해나가던 미스터 폭스는 크리스토퍼슨이 위험해지자 농장주들에게 ‘야생동물답게’ 맞서기로 결정한다.
“우리는 야생동물이야.”
함께하는 플랜 B. 미스터 폭스는 왕년의 왝뱃 실력을 뽐내며 불붙인 솔방울을 던지기 시작한다. 크리스토퍼슨을 구하기 위해 세운 플랜 B는 미스터 폭스와 애쉬, 카일리 그리고 모든 동물 친구들이 함께한다. 각 동물들은 빠르게 달리기, 그림 그리기, 리드하기 등 자신의 본능과 관련된 장점들을 말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계획에 가담한다. 토끼에게는 칼질보다는 달리기가, 여우에게는 신문 칼럼을 쓰는 것보다는 새의 목덜미를 무는 것이 더 잘 어울린다.
“하지만 다르기에 멋진 점도 있지 않겠니?”
애쉬는 작은 몸집으로 창살을 통과해 크리스토퍼슨을 구하는데 성공한다. 애쉬의 작은 몸집은 여태껏 다른 친구들에게 놀림거리였고, 몸집이 더 큰 크리스토퍼슨이 애쉬를 지켜주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애쉬만이 창살을 통과할 수 있었고, 애쉬는 총알을 피해 창고 문을 열 수 있을 만큼 재빠른 운동신경을 가진 여우였다. 미스터 폭스는 아들의 장점을 인정하며 별이 그려진 강도 모자를 씌워준다. 애쉬는 이제 양말로 만든 강도 모자가 아닌, 별이 그려진 가장 특별한 강도 모자를 쓰게 된다.
동물들은 힘을 모아 세 농장주와의 싸움에서 승리한다. 땅굴로 돌아오긴 했지만 그들은 그 안에서 나름의 마을을 구축하는데 성공했고, 주말이면 일찍 닫는 보기스, 번스, 빈의 마트를 점령한다. 이들이 세 농장주를 이길 수 있었던 건 각자가 가진 장점 덕분이었다. 빠르게 달려 주의를 분산시킨 동물들, 일목요연하게 작전을 지시하고 기록한 동물들. 하수관을 깨끗하게 청소한 어린 동물들. 모든 동물들이 각자의 장점을 한곳으로 모아 이뤄낸 성취였다. 생각해 보면 미스터, 미시즈 폭스가 마지막 도둑질을 하던 날 밤, 덫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도 여우가 가장 잘하는 일인 ‘땅굴 파기’ 덕분이었으니, 본능이 그들을 살린 것이라 봐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행운을 빌어요. 늑대”
플랜 B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미스터 폭스는 멀리 보이는 늑대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두발이 아닌 네발로 서서 자유를 느끼고 있는, 진정한 야생동물의 모습을 한 늑대. 미스터 폭스가 가장 그리워하는 야생 그 자체의 삶이었다. 미스터 폭스는 한참이나 늑대를 바라보고는 그에게 행운을 빌어주며 자리를 뜬다. 미스터 폭스는 세 농장주를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고, 새로운 가족을 얻는다. 미스터 폭스는 앞으로 땅굴 마을에서 보기스, 번스, 빈의 마트를 털며 한 명의 가장으로 살아갈 것이다. 식량 걱정은 전보다 덜하겠지만, 인조 거위와 비둘기 새끼,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사과가 있는 마트를 터는 것이 그의 행복을 완전하게 채워줄 수 있을까? 혹시 그가 마지막에 봤던 늑대처럼, 한없이 자유로운 야생 동물의 삶을 원하고 있지는 않을까?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사회에 어울리는 누군가로 살아가기 위해 나 자신을 숨기거나 바꾸며 살아가고 있는 많은 어른들에게, 이 영화는 이렇게 말한다. 나 자신에 대한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그것이 멋진 장점이든, 남에게 보여주기 민망한 단점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가진 모든 장단점이 모여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라는 존재를 만드는 것이니 진실된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장단점을 가졌든, 우린 모두 소중한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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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깔끔한 액션의 교본, 마무리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타이머
📽️ 언젠틀 오퍼레이션 (2025)
감독: 가이 리치
출연: 헨리 카빌, 앨런 리치슨, 알렉스 페티퍼 외
서부극은 미국의 역사 중 서부 개척사를 소재로 한 영화나 극을 말한다. 그런데 미국도 아닌 영국, 그것도 땅 위가 아닌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서부극의 향기가 난다면 어떨까. 서부극이 하나의 장르로 떠오른 것은 서부개척시대라는 배경 때문도 있겠지만, 한 시대를 바탕으로 둔 시원한 액션과 야성미, 의리와 배신이 절묘하게 섞여들어갔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틀 오퍼레이션>에서 서부극의 향기를 느꼈던 것 역시 그러한 요소 때문일 것이라 추측한다.1940년대, 세계 2차 대전. 나치를 앞세운 독일은 유럽 전반을 집어삼키려고 하고 있었고, 영국의 함락 역시 머지않은 상황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미국군을 자국군에 합류시켜야 했던 영국은 하나의 비책을 낸다. 비밀 특수 부대를 보내 독일의 비밀 병기인 U 보트를 무력화시킬 것! 이 모든 일은 실제 사건에 기반하고 있다.비밀 특수 부대는 '거스 마치'를 필두로 만들어진다. 통제 불능의 미친개, 지옥에서 돌아온 근육질 군인, 냉철한 폭발물 전문가, 암살이 주특기인 미인계 특수 요원.... 뭐 하나 불필요한 캐릭터가 없다. 그들은 그들의 자리에서 묵묵히 제 몫을 해낸다. 제목에 붙은 '언젠틀(Ungentle)'의 의미처럼 그들은 다소 무자비하지만, 시원하고 깔끔하게 표현된 액션 덕분에 크게 잔인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가속도가 붙은 액션에 통쾌함을 느낄 뿐이다.실제 사건에 기반한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어떤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가"보다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가"에 더 초점을 맞춰 보아야 한다. 작전 중에 발생한 돌발 상황이나 통제 불가한 변수들을 돌파해 나가는 주인공들을 보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팀워크를 확인할 수 있고, 우리는 그런 원팀을 눈으로 지켜보며 우리 역시 그들에게 동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제리 브룩하이머의 원팀 전략은 이미 <캐리비안의 해적>과 <탑건>을 통해서도 증명된 바 있다. 관객은 점차 그들에게 동화되다가, 어느 순간 그들과 하나됨을 경험한다. 화면 안과 밖을 유대감으로 단단히 연결해 관객을 이탈하지 못하게 하고, 새로운 연출로 오감을 즐겁게 하면 관객은 만족하며 극장을 나갈 수 있다. 이러한 제리 브룩하이머의 전략에 <알라딘>, <셜록 홈즈>를 만든 가이 리치 감독의 깔끔한 연출이 붙어 탄생한 영화가 바로 <언젠틀 오퍼레이션>이다.세계 최초의 블랙 미션, 역사를 뒤집은 녀석들이 보고싶다면 바로 이곳이다.*해당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시사회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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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인터뷰] 아바의 마법을 재발견하다, <아바: 더 레전드> 제임스 로건 감독 인터뷰
모두가 아는 이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지만 그만큼 어렵다. 모두가 아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으레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새로운 시각을 더해줄 수 있다면, 전설에서 새로운 마법이 피어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에서 <아바: 더 레전드> 이후 짧은 박수갈채 대신 아바 노래 박자에 맞춘 박수로 피어난, 새로운 마법의 시작점을 만든 제임스 로건(James Rogan) 감독과 다니엘 고든 홀(Daniel Gordon hall) 프로듀서를 만났다.
(▲왼쪽부터 제임스 로건(감독), 다니엘 홀(프로듀서))
영화 잘 봤습니다. 영화 <아바:더 레전드>가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으셨을 때 기분이 어떠셨는지, 또 실제 개막식과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어떤 기분이셨는지 궁금합니다.
(로건 감독) 연락을 받고 정말 충격적으로 기뻤습니다. 한국에서 영화를 소개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 기쁜데,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니! 특히 개막식 후 상영에서 관객 분들의 열정적인 반응에 또 놀랐는데요. 영화 엔딩 크레디트 때 나오는 아바 노래 박자에 맞추어 박수를 치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깊었습니다. 또한 다큐멘터리 감독에게는 관객이 와서 사인을 요청하는 경험이 흔치 않은데, 제천에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보게 되네요.
(다니엘 홀 프로듀서) 그동안은 저희 작품이 주로 매체를 통해 시청자에게 전해졌다 보니, 이렇게 현장에서 관객들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이 흔치 않아 더욱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 관객 분들이 많이 계신 것도 인상깊었어요. 오늘 “뮤지컬 <맘마미아>를 통해 아바의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 노래에 얽힌 사연을 알게 되어 기쁘다”는 관객 평이 참 좋았습니다.
이 영화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로건 감독) 몇 년 전 덴마크 영화 제작자에게 아바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 의뢰를 받았습니다. 올해는 아바의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우승 50주년이기도 하고, 2023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또다른 스웨덴 아티스트가 우승하면서 스웨덴이 올해 유로비전 개최국이 되어, 여러 모로 잘 맞는 시기였습니다. 이에 BBC를 포함한 유럽 유수의 방송사들이 연합해서 아바에 헌정하는 영화를 만들자고 기획에 참여한 것이 실질적인 시작입니다.
창작자로서의 마음도 말씀드리면, 아바는 유럽이 가진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로 노래를 불렀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그룹이 팝의 세계를 정복한 그런 성취는 그 전까지 전혀 없었습니다. 요즘 BTS도 이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요. 아바의 성취를 조명하고, 그 과정에서 아바가 겪은 고난과 역경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또한 음악 다큐멘터리의 근본은 음악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작업이 저에게는 핵심적인 일이었는데요. 엔딩은 반드시 가장 드라마틱하고 감정적인 <Winner takes it all>이어야 하고, 오프닝은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우승곡 <Waterloo>여야 한다는 원칙을 정한 다음, 이에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를 확정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제임스 로건 감독)
감독님의 지난 작업물을 보면 <프레디 머큐리: 더 파이널 액트>, <1971: 음악이 모든 것을 바꾼 해> 등 70년대와 80년대 음악에 대한 작업물들이 돋보입니다. 그 시기 음악에 대한 애정이 특별히 있으신지요?
(로건 감독) 네, 좋아합니다. 다큐멘터리 감독의 좋은 점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죠. 저는 퀸, 존 레논, 아레사 프랭클린, 밥 말리 같은 가수들을 좋아해서 그런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음악도 실컷 들으면서 만들 수 있고, 그들의 음악과 활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 음악 영화 만드는 과정의 즐거움이 큽니다.
(다니엘 홀 프로듀서) 워낙 유명한 노래들을 다루다 보니, <Winner takes it all>처럼 사람들이 수없이 많이 들은 곡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영화 장면에서 노래가 나오는 순간,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새롭게 들을 수 있고 처음 드는 것처럼 가슴이 뛸 수 있다는 게 음악의 힘, 음악 영화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 아바가 겪는 일들은 현재에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장르에 대한 폄훼, 가짜 뉴스와 사생활 침해, 30시간씩 콘서트 입장을 기다리는 팬들의 모습 등 오늘날의 스타를 둘러싼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제작 과정에서 이런 동시대적인 울림도 고려하셨는지, 제작 의도를 더 자세히 들려주세요.
(로건 감독) 음악 뿐 아니라 음악을 둘러싼 이슈에도 집중했습니다. 많은 음악 다큐멘터리들이 뮤지션의 위대한 성취에만 집중하고 있다면, 저희는 그들이 인간적으로 맞닥뜨린 도전과 그 도전에 맞서 노력한 다양한 측면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어려움 앞에 어떻게 대처했는가? 팀을 해체하지 않고 유지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그 과정이 당시에 마땅한 인정을 받았을까? 저런 혹독한 비평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이런 질문은 우리와 동시대에 사는 스타들도 마주하게 되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아바라는 아티스트는 지금까지 끊어지지 않은 동시대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영화는 아바의 현재 모습을 새로운 인터뷰로 담지 않고, 당시의 무대 영상에 집중하고, 멤버들의 회고는 목소리로만 등장합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을 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로건 감독) 저희가 <1971: 음악이 모든 것을 바꾼 해>를 제작할 때도 사용했던 방식입니다. 이러한 방식의 장점은, 2024년 현재의 아바 멤버들 모습을 보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이 70년대 사건들을 실제로 겪고 있는 당시 아바 멤버들의 모습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죠. 현재와 과거 사이의 격차를 느끼지 않고 더 잘 몰입할 수 있습니다. 대신 흐름에 맞는 영상을 선별하기 위해 고든홀 프로듀서가 어마어마하게 고생을 했어요.
(다니엘 홀 프로듀서) 이미 아바가 성공을 거둔 것을 알고 있는 미래에서 느긋하게 과거를 돌아보는 느낌을 최대한 없애고, 실제 그 시절에 느꼈을 긴박함을 유지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 같습니다.
(▲다니엘 고든 홀 프로듀서)
아바 멤버들은 완성된 영화를 보았나요? 반응이 어땠나요?
(로건 감독) 개인적으로 직접 보여드린 건 아닙니다. 아바 스태프이자 좋은 친구였던, 저희 영화에도 내레이션으로 등장하는 잉그마리 할링그(Ingmarie Halling) 씨가 지금 스웨덴에서 아바 박물관 큐레이터로 계신데, 멤버들과 영화를 보셨고 멤버들이 마음에 들어 하셨다고 합니다. 할링그 씨는 아바 박물관 업무상 아바 관련 영화를 빠짐없이 모두 보시는데, 지금까지 나온 아바 관련 작품 중 최고라고 말씀해 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다니엘 홀 프로듀서) 아바 매니저 분께도 완성된 버전을 보내드렸어요. 같은 사건을 겪은 사람들에게도 저마다 다른 기억이 남기 때문에, 저희가 만든 영화가 당시의 진실을 충분히 담았는가 확인받고 싶었거든요. 진실되게 잘 담겼다고 말씀해 주셔서 제작진이 축배를 들었습니다.
수많은 아바 레전드 무대 중에서도 이것만은 꼭 봐야 한다고 추천하는 영상이 있으시다면?
(로건 감독) 영화에도 잠깐 나오는 웸블리 콘서트 영상을 반드시 보셔야 합니다. 압도적으로 아바 최고의 순간이었어요. 아바로서는 드물게 라이브 앨범을 발매한 공연이기도 합니다. 관객들과 함께 <the way old friends do>라는 곡을 함께 부르는데, 그때까지 아바를 혹평해온 비평가들까지도 표를 구하려 애썼던 공연의 마무리였고, 넷이 꼭 붙어 서서 오랜 친구에 대한 가사의 노래를 불러요. 이들이 오랜 시간 음악 여정을 함께해온 좋은 친구들임이 드러나는 상징적 순간 같아요.
(다니엘 홀 프로듀서) 고민할 필요도 없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부른 <Waterloo>입니다. 모든 마법이 시작된 순간이었으니까요.
차기작 계획이 궁금합니다.
아직 미공개 프로젝트라서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음악에 대한 영화이고 역시나 감동적인 정서가 들어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이 영화 총괄프로듀서이자 저의 아내인 솔레타 로건 프로듀서와 공동 운영하는 제작사를 통해 이미 공개된 계획도 있는데요. 지금 영국에서는 외로움, 노년층 고독사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어요. 특히 노년층에 청력을 상실하면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상황에 많이 처하는데, 이 분들이 수어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프로젝트입니다. 선천적 청각 장애로 수어를 사용하는 배우이자 청력을 상실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맞서온 로즈 아일링 엘리스(Rose Ayling-Ellis)와 협력한 프로젝트입니다.
추후 이 영화를 보시게 될 미래의 관객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다니엘 홀 프로듀서) 마음과 귀를 활짝 열고 영화를 보아 주세요. 아바를 좋아하지 않으셨던 분들께는 아바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는 영화, 아바를 좋아하시던 분들께는 아바의 노래를 새롭게 듣고 새로운 각도에서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영화가 될 겁니다.
(로건 감독) 저는 아바를 원래 좋아했지만, 이 영화를 작업하며 아바에 대한 시각도 변했습니다. 기존에 <맘마미아>를 포함해 아바를 소재로 한 영화나 영상이 많았지만, 대부분 아바의 키치한 의상이나 팬덤을 부각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이 영화 작업은 한때 두 커플이었던 4명의 인간이 어떤 과정으로 팀을 이루고, 오늘날까지도 반짝이는 음악을 만들어낸 것인지, 아바라는 마법에 대해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이 영화가 이런 새로운 발견의 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정유선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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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스트 라이브즈 - 셀린 송 감독과 유태오 배우가 그리는 새로운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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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의 어느 날, '해성'의 인생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첫 사랑, '나영'. 12년 후, '나영'은 뉴욕에서 작가의 꿈을 안고 살아가다 SNS를 통해 우연히 어린시절 첫 사랑 '해성'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 한 번의 12년 후, 인연의 끈을 붙잡기 위해 용기 내어 뉴욕을 찾은 '해성'. 수많은 "만약"의 순간들이 스쳐가며, 끊어질 듯 이어져온 감정들이 다시 교차하게 되는데… 우리는 서로에게 기억일까? 인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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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4」시리즈 속 모든 상징과 철학 뽀개기 #02 | 매트릭스 인문학 리뷰 | 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 | 매트릭스4 리뷰 | 매트릭스4 해석 | 매트릭스 리저렉션 해석 |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
《매트릭스 1~3》 인문학 결말포함 영화리뷰 #2
*후속영상
#1 [네오는 테스형♪] https://youtu.be/gckW2TYRFMc
#3 [빨간 옷의 여자] https://youtu.be/X_fQcoytk70
#4 [오라클은 악마다?] https://youtu.be/fLgWf7NWkn8
#5 [스미스는 왜 졌을까] https://youtu.be/Uas0KZDCQec
*추천영상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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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거스트 버진> 30초 예고편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8월의 마드리드
대부분 더위를 피해 휴가를 떠나지만
33살의 에바는 마드리드에 남기로 한다.
그녀는 축제로 들뜬 도시를 거닐고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의 존재에 대해 자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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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대외비> 티저 예고편
대한민국을 뒤흔들 #대외비 등장! 한 눈 파는 순간 모든 판이 뒤집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