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8-26 17:02:48
타임지 선정 '2021년 최고의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절찬 상영 중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어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가 개봉을 했는데요!
매력적인 소재가 담긴 스토리와 주연 배우들의 연기에 빠져든 관객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관람객들의 실시간 반응을 살펴볼까요?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나'라는 인간은 곧 내가 범한 엉망진창이고
아름다운 오류들의 집합체
씨네랩 에디터 cammie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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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로 없는 멜로 영화
사랑은 이기적이다 못해 잔인하기까지하다. 누군가를 미치도록 좋아하던 때에는 세상이 그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나의 세상 역시, 그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 이러한 사랑의 속성을 이기적이라 부르는 이유는 어쩌면 이 모든 일말의 행동들이 ‘사랑에 빠진 나’를 위해 행하는 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돌고 돌아 기어코 만난 주연들이 아닌, 그 들 주위에 허우적대는 조연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뉴욕에서 만난 여자친구와 돌아온 매튜는 사업차 홍콩으로 가기 전, 우연찮게 한 호텔에서 2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 리사의 흔적을 찾는다. 아무 말없이 사라진 그녀를 찾기 위해 그는 그녀의 발자취를 뒤쫓던 중 리사의 아파트를 찾게 되나 자신이 리사와 다른 여자를 착각했음을 깨닫는다. 심지어 이름마저 같은 그녀에게서 매튜는 도무지 리사의 흔적을 지울 수 없고, 결국 그는 자신의 추억을 더듬어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리사를 찾기에 이른다.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주연으로 시작하여 조연으로 끝이 나는 영화다. 대개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오르며 두 주인공에 감정이입한 관객들이 그 들의 사랑을 축복하는 것과 다르게 이 영화는 반대로 사랑 이면에 있는 그 잔인함에 절로 마음이 갑갑해진다. 엔딩크레딧이 오르고 나서도 여전히 매튜를 사랑하고만 또 다른 리사(알렉스)가 끝까지 머릿속에 맴돌기 때문이다.
게다가 메튜를 향한 애잔하고도 처절한 알렉스의 짝사랑 탓에 그의 친구 루크 역시 자신의 사랑을 철저히 외면당한다. 순식간에 주연에서 조연들로 전략해버린 사람들의 처량함에 결말이 야속하기까지하다. 그러므로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미치도록 한 여자를 잊지 못하는 한 남자의 순애보가 아닌 그토록 이기적이고도 씁쓸한 사랑 그 이면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동안에 자행되고 마는 수많은 이기적인 선택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받는 사람들, 상처 주는 사람들. 행복하면서도 불행하고, 불행하면서도 행복한 사랑의 이중성.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그 이중성에 대한 잔인하고도 씁쓸한 멜로 아닌 멜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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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3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12월 3주 개봉영화!
아바타: 물의길 Avatar: The Way of Water , 2022
아바타 13년 만에 돌아오다!
2009년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월드와이드 역대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아바타'의 후속편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을 합니다.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가 이룬 가족이 겪게 되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하는 긴 여정과 전투,
그리고 견뎌내야 할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는데요 로맨스에서 가족,
더 나아가 부족 간의 이야기로 세계관을 넓히며 다채로운 볼거리를 펼쳐낼 예정입니다.
최첨단 기술의 도입으로 영화 산업에 새로운 역사를 쓴 제임스 카메론 감독!
수중 세계의 다채로운 비주얼을 큰 스크린에 펼쳐내는 또 한번의 신드롬!
이번주 추천영화 "아바타: 물의길" 입니다.
신비아파트 극장판 차원도깨비와 7개의 세계 2022
대한민국 No.1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세 번째 극장판!
"신비아파트 극장판 차원도깨비와 7개의 세계"는 다른 평행세계로 사라진 '두리'와 '금비'를 찾고,
새로운 악당 '어나더'의 계획을 막기 위한 '하리'와 '신비', '강림', 그리고
차원도깨비 '키비'의 다이내믹한 모험을 그린 오싹 판타지 어드벤처입니다.
2020년 4월부터 '신비아파트'의 세 번째 극장판 기획을 시작했던 제작진은
약 2년 8개월의 제작기간 동안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는데요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주된 무대가 되었던 '신비아파트'를 벗어나 7개의 세계로 이루어진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하면서
7개의 평행세계에 각각 존재하는 '하리'와 '두리' 캐릭터는 얼굴을 똑같지만
성격도, 스타일도 전혀 다른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합니다.
국내에서 제작된 유일무이한 호러 애니메이션!
이번주 추천영화 "신비아파트 극장판 차원도깨비와 7개의 세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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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르 하라의 마지막 노래
빅토르 하라, 파블로 네루다, 살바도르 아옌데
-빅토르 하라의 마지막 노래
'빅토르 하라'의 이름을 처음 들은 건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사이로 기억한다. 이 시기에 나는 대학생 선배들과 함께 사회과학 공부를 하고 있었고, 변증법적 유물론, 서양경제사론, 제3세계 정치, 러시아 혁명사, 한국민중사, 마르크스, 레닌의 저작 같은 역사, 철학, 경제학, 사회주의 이론 등을 공부했다. 이 무렵 제3세계 역사에서 칠레, 아르헨티나, 쿠바 같은 나라들의 정치 상황과 노동계급의 투쟁, 사회주의자의 활동 등에 대해서도 개략적으로 배웠는데, 이렇게 거시적 관점에서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그리고 여기에 대항하는 반제국주의 투쟁을 공부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자본주의 체제와 자본가들이 사회주의 국가와 사회주의자를 얼마나 악랄하고 처참하게 학살했는가를 알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칠레는 한국의 '혁명운동'에 중요한 가르침을 주는 사례였다. 특히 살바도르 아옌데의 집권과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이어지는 과정이 어떻게 일어났고, 군부 쿠데타 뒤에서 막대한 자금과 조직을 동원한 미국의 CIA가 절대적 영향을 끼쳤다는 것, 반공 군사독재가 칠레의 진보 지식인, 학생, 노동자를 수만 명 학살하고도 미국의 보호 아래 오래도록 집권하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고, 한국의 군부 쿠데타와 장기 독재 역시 칠레와 매우 닮았다는 점에서, 195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제3세계에서 반공 군부 쿠데타가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일어났고, 이는 자본주의 체제인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이 강력하게 지원한 결과이며, 그 목적은 쏘련과 중국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와 체제 경쟁, 이념 전쟁을 통해 공산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 쏘련과 중국을 압박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이 사회주의자로 선출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것, 칠레를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기 위한 진보적 개혁이 일어나면서 자본가와 부르주아 반동 세력의 역습이 시작되었고, 이 와중에 민중의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던 빅토르 하라가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빅토르 하라와 아옌데 대통령은 같은 운명을 맞게 된다.
빅토르 하라의 음악을 처음 들은 건 2000년 초반이었다. 내가 알기로 빅토르 하라와 관련한 책이 그때 처음 한국에 등장했고, 책에는 부록으로 음악 CD가 들어 있었다. 이 글을 쓰려고 내가 받은 CD를 찾아보았는데, 운 좋게도 한번에 찾을 수 있었다. 그때 알고 지내던 선배가 복사해 준 CD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고, 지금도 처음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빅토르 하라에 대해서는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칠레의 민중가수이며, 사회주의자로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했고, 그의 음악이 칠레 민중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큰 영향을 끼치게 되자,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피노체트가 빅토르 하라를 불법, 체포, 구금한 다음 참혹하게 고문하고 학살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빅토르 하라를 다룬 가장 최근의 이야기다. 빅토르 하라를 이야기하려면 칠레의 현대사를 빼놓을 수 없다. 빅토르 하라는 1932년, 칠레 남부 산티아고 근처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집안이 가난했고, 아버지는 소작농이었다.
빅토르가 태어나던 1932년 이전에도 이미 격동의 역사를 겪고 있었다. 칠레는 1818년 스페인의 지배에서 독립했으나 완전한 독립은 아니었다. 1891년 내전이 일어났고, 1920년대 사회주의 사상이 민중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성공하면서, 사회주의 혁명이 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1920년대 한국에서도 '조선공산당'이 탄생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중국에서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중국공산당'이 활동을 시작했다.
칠레에서도 1920년대 이미 개혁적 성향의 대통령을 선출했지만, 자본가와 부르주아의 세력이었던 의회의 극심한 반대에 부닥쳐 사회 개혁은 대부분 좌절된다. 그리고 곧 이어 1924년,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고, 빅토르가 태어나던 1932년까지 칠레 정치 상황은 불안정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소작농으로는 도저히 한 가족이 먹고 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빅토르의 부모는 도시인 산티아고로 이주하기로 결정한다. 빅토르가 열 살 무렵, 가족은 산티아고로 이주하고, 열여섯 살 무렵, 빅토르는 판토마임 극단에 가입해 단원으로 활동한다. 빅토르가 태어나 성장하던 1932년부터 살바도르 아옌데가 대통령이 되던 1970년 사이는 중도 정권이 들어서면서 무난한 시기였다.
빅토르는 1951년, 칠레대학교 연극학부에 입학하고, 칠레 민요를 연구하고, 연주하는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다. 1961년부터는 칠레대학교 부속 연극연구소에 근무하며 무대연극을 연출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가까이 지냈는데, 빅토르의 어머니가 칠레 전통음악을 부르는 가수였다. 마을의 행사가 있을 때면 빅토르의 어머니는 전해오는 민요를 불렀고, 빅토르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노래를 들으며 칠레 음악의 원형을 익혔다. 그도 처음에는 어머니가 부른 것처럼 칠레의 전통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했으나 차츰 사회의 모순에 눈 뜨면서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1965년 무렵부터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불렀고, 이 노래들은 노동자, 농민, 기층민중의 고통스러운 삶을 그렸거나, 칠레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노래들이었다.
빅토르 하라가 만나게 되는 사회주의자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은 1908년에 태어났으니, 빅토르 하라보다 24살이 많다. 발파라이소의 중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난 아옌데의 집안은 교육자, 학자, 법률가들이 가족이었으며, 아버지가 변호사였고, 삼촌들도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들이었다. 집안의 영향을 받은 아옌데는 칠레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면서 학생운동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아옌데가 의사인 것은 체 게바라와 비슷하다. 아옌데나 체 게바라나 모두 중상층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자기가 살아가고 있던 사회 현실에서 민중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가까이 보면서 진보적이고 혁명적인 사상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에서 닮았다.
빅토르 하라가 민중의 노래를 본격 만들던 1960년대 중반에 이미 살바도르 아옌데는 진보정당(칠레공산당)의 정치인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었다. 빅토르는 아옌데의 정치철학과 사상을 지지하며, 민중의 삶을 노래로 만들었다.
1970년 대통령 선거에서 아옌데는 인민연합(칠레 사회민주당, 칠레 공산당) 후보로 나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아옌데는 대통령이 되자 곧바로 '사회주의를 향한 칠레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주의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대규모 사업장을 국유화하고, 민중의 복지에 우선 투자했으며 토지개혁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지는 일은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미국CIA의 적극적 개입, 칠레 내부의 자본가, 부르주아의 반대, 미국 정부의 악의적 방해 - 구리값 인하, 투자자금 회수 등 - 로 인해 아옌데 대통령이 추진하려던 개혁정책은 실패하게 된다.
마침내 1973년, 미국CIA는 칠레 군부에 쿠데타를 일으킬 것을 지시하고, 피노체트가 전권을 쥐고 군사행동에 들어간다. 칠레 공군폭격기가 아옌데 대통령이 있는 모네다궁을 폭격하고, 탱크가 밀고 들어가 전투가 벌어지면서 아옌데 대통령은 국민에게 마지막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자살한다. 아옌데 대통령의 죽음은 자살과 타살의 논란이 많은데, 자살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다.
아옌데 대통령이 피노체트 군부 쿠데타에 맞서 싸우던 마지막 날, 1970년 9월 11일, 그때 파블로 네루다는 죽음을 불과 12일 앞두고 있었다. 아옌데 대통령보다 네 살 많은 네루다는 어렸을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1920년부터 '파블로 네루다' 필명을 쓰기 시작했다. 1934년부터 1939년까지 스페인에 있는 칠레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스페인 내전을 목격했으며, 이때 인민전선정부의 탄생, 프랑코 군부의 쿠데타가 벌어지는 걸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네루다는 칠레에 귀국해 1945년 상원의원이 되면서 칠레공산당에 입당한다. 하지만 반동정권에 의해 공산당이 불법화되면서 칠레를 탈출해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을 전전하다 1952년이 되어서야 다시 칠레로 돌아올 수 있었다.
1970년, 아옌데 정부가 들어서면서 네루다는 프랑스 대사가 되었고, 1971년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1973년 피노체트 쿠데타가 발발하고, 아옌데 대통령이 사망하고, 수많은 진보지식인, 학생, 노동자들이 군부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가 학살당하고 있을 때, 그는 암으로 투병하고 있었다. 병석에서 빅토르 하라가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네루다는 피노체트 군부 쿠데타를 비난하는 시를 썼으며, 특히 빅토르 하라의 죽음에 대해 그의 아내에게 '그자들이 사람을 죽이고 있어. 산산조각이 난 시신들을 건네주고 있다고. 노래하던 빅토르 하라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신 몰랐어? 그자들이 하라의 몸도 갈기갈기 찢어놓았어. 기타를 치던 두 손을 다 뭉개놓았대.'라고 분노하며 말했다.
이 영화는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하고 시간이 약 40년 가까이 흐른 다음의 이야기다.
빅토르 하라의 아내 호안 하라는 빅토르 하라가 대학으로 처들어온 군인들에 의해 칠레 경기장으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참혹한 구타를 당했으며, 어떤 군인이 쏜 총에 의해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다행히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 산티아고 공동묘지 바깥에서 빅토르 하라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호안 하라는, 그래도 자신은 남편의 시신이라도 수습해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수만 명의 사람들은 지금도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쿠데타를 일으켜 아옌데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갔고, 진보 지식인, 학생, 노동자 수만 명을 학살한 피노체트는 1973년 권력을 찬탈한 이후 1990년 선거에서 지면서 17년 장기 독재를 마감한다. 박정희가 1961년부터 1979년까지 18년 동안 장기 독재를 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피노체트는 박정희, 전두환처럼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독재자였으며, 미국의 이익을 대리하는 제국주의 앞잡이였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전두환 독재 시기에 민주화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졌듯이, 칠레에서도 피노체트 독재 시기에 민주화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남아메리카는 스페인의 식민지 영향을 받아 가톨릭이 폭넓게 퍼졌고, 민중의 거의 대부분이 가톨릭(구교)을 종교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칠레 민주화운동에서 가톨릭 교회의 역할은 중요했다. 피노체트가 가톨릭 사제, 수녀까지도 학살했으며, 지식인, 학생, 노동자 대부분이 가톨릭 교도였기 때문에, 가톨릭 교회에서 이들의 죽음을 보며 침묵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호안 하라는 빅토르 하라의 주검을 수습한 다음, 미국으로 탈출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피노체트 독재 정권의 범죄를 증언하고, 남편 빅토르 하라의 참혹한 주검을 세상에 알렸으며, 빅토르를 죽인 자들이 누구인지 찾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칠레에 민주정부가 들어선 2009년 이후 호안 하라는 36년 동안 가매장했던 빅토르 하라의 시신을 정식으로 매장할 수 있었다. 이때 수많은 칠레 시민이 빅토르 하라의 장례식에 참가했다.
호안 하라와 칠레 진실화해위원회는 1973년 당시 칠레경기장에 있었던 병사들을 찾아내 그들의 증언을 듣기 시작했다. 그때 칠레경기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누가 그들을 죽이라고 명령했으며, 누가 방아쇠를 당겼는지 병사들의 입을 통해 듣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병사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4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었으며, 그때 자신들에게 명령을 했던 장교들이 찾아와 입을 열지 말라고 협박했다는 증언이 나중에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비밀을 지키려 해도, 완전 범죄는 있을 수 없다. 특히 역사에서 일어난 사건은 수많은 증인이 존재하고, 누군가는 반드시 입을 열기 마련이다. 최초의 증언자는 1973년 당시 칠레 경기장에 있었던 병사 파레데스였다. 그는 중위 페드로 바리엔토스가 빅토르 하라를 죽였다고 증언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바리엔토스를 찾았지만, 그는 이미 미국 시민권자로 플로리다에 살고 있었다. 게다가 피노체트 독재 정권에서 출세했던 인물들은 1991년 이후 미국이나 유럽으로 도망했다. 피노체트도 1991년 영국 런던으로 도망갔지만 1998년, 런던에서 체포당한다. 스페인 정부가 피노체트를 납치, 살인죄로 기소하고 국제수배를 하자 영국의 사법부가 체포한 것이다. 피노체트는 2000년 병보석으로 풀려나 칠레로 돌아왔으며, 2006년 병으로 사망했다.
호안 하라와 진실화해위원회는 미국 법원에 바리엔토스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한다. 바리엔토스의 행위로 인해 호안 하라와 그의 가족의 삶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므로 배상해달라는 취지였다. 그리고 칠레에서 모은 증거자료들을 법원에 제출했다.
첫번째 증인이었던 파레데스의 증언은 바리엔토스 본인과 그의 호위병 두 명에 의해 부인당했다. 바리엔토스가 당시 중위였고, 근처에서 경호 업무를 하고 있었던 것은 맞지만, 칠레 경기장에는 가 본 적이 전혀 없다고 증언한 것이다. 파레데스는 나중에 자신의 증언이 거짓이었다고 말한다.
진실화해위원회와 호안 하라는 낙담하지만, 다시 증인을 찾아나섰고, 이번에는 수십 명의 증인들 - 당시 칠레 경기장에 있었던 병사들 -의 증언을 녹화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증언이 당시 바리엔토스의 호위병이었던 나바레테로부터 나온다. 나바레테는 바리엔토스가 칠레 경기장의 책임자였으며,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바리엔토스가 지시, 결정했다고 증언했다.
이렇게 많은 증언이 있음에도 바리엔토스는 끝까지 자기는 그 자리에 없었으며 빅토르 하라를 죽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인상 좋은 모습으로, 침착하며 온건하게 말한다. 자기도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이며, 군인이 된 것은,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징집당한 것이고, 자기는 순찰과 경호 업무만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을 들으면 그가 정직한 사람처럼 보인다.
심지어 바리엔토스는 자발적으로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받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하지만, 테스트를 주관한 사람의 증언은, 바리엔테스가 '기만적인 인물'로 보인다고 말한다. 즉, 자기 자신까지 속이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2016년, 미국 법원은 호안 하라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바리엔토스는 호안 하라에게 2,800만 달러(330억 원)를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나중에 알려졌지만, 바리엔테스는 빅토르 하라를 죽이기 전에 러시안룰렛을 하며 살인을 즐기듯 한 인물이고, 빅토르 하라를 죽인 것으로 보아 더 많은 사람을 학살했을 가능성이 많은 인물이다.
호안 하라는 91세로, 다행히 그가 살아 있어 끝까지 남편 빅토르 하라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범죄자를 찾아내 그 죄를 물을 수 있다는 것에 깊이 감사했다.
빅토르 하라의 노래는 독재자들이 민중의 노래를 얼마나 두려워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다. 독재자들은 공통적으로 민중의 노래를 싫어한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전두환 독재 정권에서 수많은 노래들이 금지곡으로 묶였고, 가수들은 탄압당했다.
노래가 총칼보다 강하다는 걸 우리도, 적들도 알고 있다. 지금도 칠레에서는 빅토르 하라를 기리는 행사가 있고, 천 명이 기타를 들고 모여 함께 연주하며 빅토르 하라를 추모하는 행사도 갖는다. 민주주의와 정의가 실현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끊기고, 피가 강물처럼 흘러야 하지만,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처럼, 민중의 끊임없는 투쟁많이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칠레의 역사에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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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신제한 / HARD HIT, 2021
블로그에는 1년 전에 어떤 글을 올렸는지를 알려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서, 느끼는 건 작년보다 극장에 볼게 그래도 많아졌다는 것이나 여전히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영화 <발신제한>은 2달 만에 국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간 국내 영화라는 점에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들려오는 평가나 네이버 평점이 이와 다르게 반대로 흘러가니 뭔가 싶었습니다.
이런 양가감정을 품고서 보고 온 <발신제한>은 앞서 말한 들려오는 평가나 네이버 평점에 이해를 못 하면서도 이해를 갔는데요.
'과연, 어땠길래?' - 영화 <발신제한>에 대한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들이 보채는 바람에 일어난 "성규"는 그날 아침 중요한 계약에 차질이 생길 전화를 받게 됩니다.
이에 일을 정리하고,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다주려는 가운데 자동차에 모르는 전화기에 벨 소리가 울립니다.
전화를 받자 "좌석에 폭탄이 있다"라는 말과 함께 똑같은 전화를 받은 직장 동료의 차가 폭발하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되는데요.
그러나 이 충격으로 아들의 다리가 피가 흐르고, "성규"는 협박범의 요구에 맞게 돈을 준비하지만 뜻하지 않게 경찰들의 추격까지 받게 되는데...
눈물은 스팸으로 걸어두었겠죠?
1. 간단한 메커니즘에서 뿜어내는 강속구
야구에서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는 '야구'라는 게임에서 '투수'는 '타자'의 타이밍을 뺏어야 하기 때문인데요.
이를 빼앗는 방법에는 투구 동작을 빨리 가져가거나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는 제구력과 수싸움, 그리고 방망이를 돌리기도 전에 포수 미트로 빨려 들어가는 빠른 공이 있습니다.
투구 동작이나 제구력과 수싸움은 웬만한 프로들도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 익힐 수 있는 것이라면, 빠른 공은 재능으로 배워도 배우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 <발신제한>의 초반 30분은 간단한데도 관객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안겨줍니다.
놀란보다 놀라운 초반부
이야기 구조가 복잡한 "크리스토퍼 놀란"과 비교하자면, 비약인가 싶겠지만 영화 <발신제한>의 초반부는 이 말을 들을 자격이 있습니다.
좌석에 폭탄만 있을 뿐인데, 여기에 카체이싱까지 간단한 구조임에도 관객들에게 간단하지 않는 이야기로 세뇌시키고 혼을 쏙 빼놓습니다.
물론,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과다출혈"이나 "경찰"의 행정 혹은 대응에 있어 맞지 않는 개연성도 존재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게 관객들을 정신없이 몰아친 <발신제한>은 잠시 영화의 템포를 늦춥니다.2. 스스로 위력을 줄인다.
앞서, 야구를 빗대어 말했는데 저렇게 번번이 공을 칠 수 없는 이유를 한 가지 더 말하자면 데이터가 쌓이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1~9번까지 타자들의 순서가 끝나고 다시 시작하는 2번째 타석에서는 그 느낌이 달라집니다.
적어도, 이전 타석에서 하지 않았던 것을 복기하면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나 눈으로 향하던 공에도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을 테니까요.
이에 당황한 투수는 억지로 공의 스피드를 억지로 줄여 제구력을 택하고 당장의 제구력은 잡힐 겁니다.
하지만, 공의 위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 겁니다.
영화 <발신제한>도 빨랐던 템포를 줄여 이야기를 쌓으려 하지만, 이는 앞서 언급한 "과다출혈"이나 "경찰"의 행정 혹은 대응에 있어 맞지 않는 개연성을 관객들의 스트라이크 존을 좁히는 실수가 됩니다.
배우들의 연기력만으로 해결되지 않아요.
이에 관객들은 <발신제한>에게 이런 문제에 초래한 것에 늦춰진 템포에 지적하겠지만 큰 문제는 쌓이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발신제한>은 이야기에 있어 문제들이 이미 지적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크게 부각되지 않는 이유에는 영화가 캐릭터들을 비추는 시점을 과하게 '클로즈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멀리서 상황을 보는 것보다 캐릭터들의 얼굴을 먼저, 보는 것으로 논리적으로 정리하기보다는 캐릭터들의 감정에 같이 휘몰아치기에 보이지가 않았던 것이죠.
그러다가, 템포도 늦춰지고 카메라도 멀어지니 안 보였던 문제들도 점점 떠오르게 됩니다.
어디까지나 제구도 공을 100%로 던지다는 전제로 강력한 것인데, 스스로 위력을 줄이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 겁니다.3. 때론 깜짝 등장도 필요하다.
그리고 투수에게 있어 "퀵모션", 흔히 주자에게 "도루"를 내어주지 않는 단축 동작은 또 하나의 문제를 안겨줍니다.
조금만 늦거나 느린 변화구를 던지면 주자는 뛸 테니 이를 내어주지 않으려면 던지는 모션을 빠르게 하거나 생략을 하는데요.
하지만 평소에 공을 놓는 위치나 동작들이 달라지면서 공의 위력은 또 달라지는데요.
그런 점에서 영화 <발신제한>에서 "지창욱"분이 맡은 "진우"의 등장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영화에서 내내 모습을 감췄던 그가 포스터에서는 이미, 나타나고 있으니까요.
마케팅과 영화적 재미는 공존할 수 없는가?
앞서 호평받은 초반부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캐릭터들의 "클로즈업"이 관객들의 감정까지 휘몰아치게 만들었는데, 그 시작에는 그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마치, "플레이볼"을 외쳐 경기를 진행하는 심판 같은 존재로 그의 목소리가 없었다면 <발신제한>의 상황도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을 텐데 이미 포스터에서 누가 맡는다고 나왔으니 맥이 빠지니 역전할 수 있는 게임을 일찍 감치 포기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4. 마지막은 너무 사족이다. 그치!
이에 다음 투수가 공을 이어받지만 상황을 뒤집을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공을 잘 던져도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점수는 타자들의 방망이에서 나오니까요.
앞서 영화의 문제들을 가려주었던 "클로즈업"은 "플래시백"과 함께 과한 눈물샘을 자극하려는 신파로 소비되고 맙니다.
극 중 "진우"가 "성규"에게 "늘 상관없는 사람들이 다치는 거야"라는 대사처럼 단순한 악만을 표현해도 좋았을 텐데, "플래시백"은 앞선 대사와는 영화를 다르게 만들어 버리거든요.
그래서 똑같다는 건가요?
결국, "플래시백"은 "신파"도 있겠지만 이들을 동일시하게 만들고 논리적으로 '누가 더 나쁜지?'에 대한 인지부조화도 생깁니다.
관객들에게 앞선 대사와는 다른 영화의 인상도 만들었지만, 후반부 장면에 맞게 영화를 만들었다면 이런 말도 안 할 겁니다.
영화의 엔딩은 이를 깔끔하게 정리도 못하니 관객들로서는 혼란스러움만 가중되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이 일을 더 심각하게 만든 극 중 경찰의 대응도 아쉽습니다.
너무 멍청하게 표현한 거 같은데, 등본만 띠어도 가족관계, 다 확인되고 사진도 나올 텐데 그걸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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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써 피운 촛불을 냉동고에 넣는다면
이거 왜 진짜야?
이 영화의 주인공은 기자 임상진(손석구)이다. 그냥 월급쟁이인 임상진. 하지만 월급쟁이 치고 실력이 좀 있는 편이다. 나름 업계의 경력자로서 임상진을 아는 사람이 좀 있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인지도. 그 인지도 덕에 제보가 들어왔다. 따르르릉. "임상진 기자님이죠?" 수화기 속의 남자는 대기업 만전에게 억울한 일을 겪었다고 제보했다. 상진이 듣기에 남자의 사연은 만연해서 기사 쓰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더 들으면 들을수록 냄새가 진했다. 사건을 추적하는 임상진. 남자의 사연을 바탕으로 기사를 써서 제출한다. 대형 스캔들이 될 거라고 확신하는 임상진. 하지만 대형 스캔들이 반대로 돌아와 임상진을 공격했다. 동시에 연예인 마약 사건이 터지며 기사가 묻혔고, 만전은 임상진의 악의적 오보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임상진에게 들리는 소식. 임상진에게 제보했던 남자가 상진의 기사 때문에 자살했다는 소식이었다. 순식간에 무너진 임상진. 재기의 칼날을 갈고 있다. 이런 상진에게 메시지가 날아온다. "기자님. 기자님 기사 오보 아니에요. 우리 어디서 만나요."
사이버 세상의 아쿠아맨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면 글쓴이는 이야기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연출이라고 하고 싶다. 간단하게 말해서 그냥 재미있다는 뜻이다. 왜 재미있을까? 그거야 영화가 친절하게 돌다리를 하나하나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인물에 몰입할만한 근거를 영화가 안에서 친절하게 다 설명해 준다. 가령 초반부 굉장히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 중에 우리가 모를 법한 에피소드를 가져와 소개한다. 이 문장에서 핵심은 '잘 알려진 역사'라는 점인데, 배경지식 알고 비문학 문제 풀듯 익숙한 사실이 있으니 흥미로운 초반부가 빛을 발한다. 그다음은 임상진을 묘사하는 방법이다. 주인공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거 간단하다. 임상진이 직업인으로서 취재하는 모습부터 보여준다. 어떻게? 하지만 이 인물에게 굉장히 강한 동기부여가 있다. 바로 자존심이다. 이 두 설정, 무작정 깊지만은 않지만 적당히 있는 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이나 인물이 가진 자존심 같은 것들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데 있어 최적화되어 있다. 누구든 이 인물을 이해할 수 있으니 납득이 쉬운 것이다.
또 다르게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동력은 사실적인 디테일이다. 이 영화가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야기이니만큼 취재했던 내용을 르포처럼 끌고 가는 게 중요했다. 왜? 글쓴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목표는 '미디어가 사람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좌지우지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게 목표라면 팀 알렙이 어떤 공작을 벌일 때 어떤 방식으로 여론을 장악하는지 그 자세한 부분을 각본으로 옮기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 흥미를 느끼는 방식은 '이걸 이렇게 꺾네'라는 일종의 변화구일 것이다. 이야기의 흐름이 일반적이지 않아야 댓글부대가 가진 힘을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영화가 논리적인 근거까지 잘 보여줘서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거시적인 부분만 건드리기만 하고 끝난 건 아니다. 팀 알렙과 영화 안의 등장인물들은 인간이다. 당연히 갈등도 있고 고민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영화 안에서 무의미하지 않게 소비한다. 대표적으로 이은채라는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은 이 인물 하나만으로 특정 지을게 아니라 한 대상이나 집단에 대한 여론이 움직이는 과정을 전부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침없는 영화의 화법이 주제를 풍부하게 만드는 좋은 수가 된 것이다.
'노빠꾸'로 달린다
이 영화의 다른 장점 중 하나는 온라인 세상 묘사다. 다른 영화/드라마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묘사할 때 작위적인 느낌이 강했던 것과 다르게 이 영화는 주저함이 없다. 일부러 인터넷 밈을 쓴다던가 하는 이상한 고증에 붙잡히지 않고, 또 그런 제약 없이 저속해서 영화/드라마에선 다룰 수 없던 것들을 가감 없이 표현한다. 대표적으로 영화에서 중요했던 두 장면이 있다. 찻탓캇(김동휘)가 임상진과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면이다. 이 부분은 사실상 영화의 승부수와도 같아서 관객 입장에서 몰입시킬만한 시발점이 되는데 자극적인 커뮤니티 글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적인 모습도 잘 포착한 감독의 저력이 빛난 장면이다. 다른 장면은 임상진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는 장면이다. 이 부분이 영화의 핵심과도 닿아있어서 구체적인 서술은 어렵지만 나름 MZ세대 중 하나고 커뮤니티 세상을 안다고 생각했던 글쓴이도 '이렇게 자극적이지만 자세할 수 있나'라는 감탄을 하게 됐다.
표면적으로 <댓글부대>는 온라인 세상을 광폭하고 세세하게 묘사했지만 사실 그 이면에 깔린 것도 중요하다. 이 영화의 각본은 철저하게 한 모티브를 반복하고 있다. 가령 영화의 첫 장면은 한국의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제시한 이 사건은 한국사회의 거대한 파도와도 같아서 거의 모든 한국 사람들이 이 일에 영향을 받았다(는 전제 하에 영화를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는 <댓글부대>처럼 여론을 움직이는 소수의 입김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영화가 초반에 제시한 사건처럼 긍정적으로 작동하면 좋겠지만 아닌 경우도 존재한다. 이 영화가 후자를 다룬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 대해 약간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우리가 인터넷상에서 뭐든 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해도 세상이 변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댓글부대>는 그 무기력에 미스터리로 정면대결을 펼치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면대결을 펼치는 임상진의 태도가 사실상 영화의 후반부까지 내내 통일감 있게 반복된다.
댓글부대 임지섭
영화가 흡인력이 있는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가 가진 힘 덕분이다. 우선 이 이야기를 전면으로 끌고 가는 손석구 배우는 감정적으로 일관된 척하는 연기가 좋았다. 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열불이 터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것이 영화 전면에 등장하면 이야기에 안정감이 떨어진다. 왜? 영화의 제일 첫 번째 과제가 임상진의 내면을 보여줘서 그의 영웅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임상진의 노트북과 시야 안에 들어오는 것을 오롯이 전달할 정도는 돼야 한다. 그런데 동시에 과제가 있다. 이 인물의 행보가 사실상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기 때문에 이 인물이 과하면 영화가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손석구 배우는 인물이 겪는 모든 감정을 체화하며 이야기를 견인한다. 이 연기가 후반부의 특정 인물과의 대화에서 폭발하는데 이 장면이 영화를 본 관객들의 머릿속에 오래 남을 것이다.
팀 알렙 3인방의 연기도 인상 깊었다. 가장 좋았던 건 팹택 역의 홍경 배우다. 납작한 찻탓캇(김동휘)나 모호한 찡뻤킹(김성철)에 비해 이 사람은 감정적으로 낙폭이 크다. 이 낙차는 이야기 안에서 굉장히 좋은 승부수였다. 영화가 엔딩에서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 있다. 이 핵심을 통해 찍는 감정적인 방점이 팹택이 아니었다면 밋밋하게 느껴지기 쉽다. 글쓴이는 홍경 배우가 시선을 잘 활용하는 배우라고 생각해 왔다. 어디에서 어떻게 보면 이런 표정이 효과적일 거야! 를 잘 이해하고 연기하는 것이다. <D.P>에서도 조석봉을 괴롭힐 때 같은 웃음을 지고 모멸감 가득한 표정을 지어도 매 번 다르게 해석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본작 <댓글부대>에서도 이런 연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 인물이 가진 내면을 아래에서 위로 찍는 카메라에 다 담기는 것이 감정연기를 더 풍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냉동고
글쓴이가 이렇게 <댓글부대>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엔딩에서 의문점이 찍혔다. 글쓴이가 이 <댓글부대>를 대략적으로나마 요약하자면 "온라인상을 구현하는데 진심이고, 손석구와 김동휘, 홍경, 김성철의 연기도 좋으며 미스터리로 끌고 가는 박력이 좋다. 그런데 여론에 좌지우지되는 인간의 삼라만상을 다 담았네? 또 거침없이 질주하기까지 하니 힘이 좋네?"라는 점이다. 이렇게 보면 좋은 영화다. 그리고 기획의도도 알 것 같다. 영화가 지키고자 했던 것이 이야기와 유리되면 안 되잖아? 그리고 이 영화도 <댓글부대>의 키보드가 품은 날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이 모든 장점을 끌고 가는 하나의 특징으로 밀어붙이는 힘이 엔딩에서 느슨해진다. 글쓴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 이 영화 초반부에서 한국의 현대사가 등장한다. 이 사건에서 디테일을 점점 추가하면서 이야기를 굴린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굴리는 힘은 '정말 있을 법한' 사건들이다. 커뮤니티 세상을 잘 알든 모르든 신선한 톤으로 이야기에 빨려 들어간다. 허구의 이야기가 사실적인 부분에서 빛이 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흐름을 전면으로 영화 안에서 반박해 버린다.
영화가 자처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부정하고 갑자기 뒤로 숨는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가 고발한 한국사회의 부조리들이 좀 가볍게 느껴지는 측면이 좀 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흑막인 한 집단에 대한 부분도 2024년의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그룹이다. 또 이 댓글부대와 관련한 정치적인 사건도 있었다. 이 둘에 대해 가감 없이 다루는 것이 영화의 동력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체화하는 것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그렇다면 이 인물들에게 신뢰도를 주고 기획의도를 살리는 선택도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열린 결말에 대한 불호? 글쓴이는 오히려 열린 결말로 끝내는 것이 오히려 나았다고 생각한다. 기획의도가 체감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린 결말이기 이전에 너무 깊게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임상진과 찻탓캇의 행보에서 의문이 좀 많이 갔다. 영화가 후반부를 작위적으로 마무리를 지은 듯 했다. 오프닝과 엔딩크레딧에서 던지는 문장 몇 마디도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단서를 던져주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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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 모든 금쪽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시청각교재!
이 영화를 우리 아이들에게 바칩니다. 우린 너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오은영 박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이 문구는 <인사이드 아웃 2>의 엔딩크레딧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치 제작진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 같은 이 문구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 13살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의 변화와 성장을 다뤘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복잡다단한 감정에 사로잡혀 사는 10대는 물론, 그 시절을 관통했던 것을 잠시 잊고 올바르다고 생각한 방향으로 아이들의 자아를 만들려는 어른들의 그릇된 마음이 담겨 있다. 중요한 건 애나 어른이나 모두 보듬어 준다는 것. 그래서 눈물이 나고, 그러므로 이 세상 모든 사춘기 가족에게 이 영화를 바치고 싶다.
세월은 참 빠르다. 고향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 정착하지 못해 힘들었던 라일리가 벌써 13살이 되었으니 말이다. 13이란 숫자는 즉, 사춘기가 왔다는 것!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은 라일리의 소중한 감정과 좋은 기억만 담기 위해 노력하고, 기쁨이는 매일 안 좋은 기억 구슬을 먼 곳을 보내는 일까지 도맡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에게 뜻밖의 친구들이 등장한다. ‘불안’, ‘부럽’, ‘따분’, ‘당황’이 그 주인공. 예상했듯 이들은 한 팀이 되지 못하고, 이 중 기쁨이와 불안이는 서로 대립만 한다.
<인사이드 아웃 2>는 기존 감정들과 새로운 감정들이 대립하다가 정신적으로 위험에 처한 라일리를 구하기 위해 서로 손을 잡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모험을 그린다. 전편의 수장이었던 피트 닥터의 바통을 받은 켈시 만 감독은 전편의 장점을 오롯이 이어받고, 여기에 확장성을 더한다. 극 중 라일리가 사춘기에 접어들었다는 설정과 더불어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그 안에서 사회관계망을 넓히는 등 내외적으로 세계관을 넓혔다. 성장의 폭과 감정의 수가 비례한다는 기준 아래, ‘불안’, ‘부럽’, ‘따분’, ‘당황’이란 새로운 감정들이 대거 투입되는데 그 중심에는 불안이가 있다.
온전히 나의 감정에 충실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사춘기에 접어들면 불안, 자신감 결여, 타인의 시선, 외로움 등 기쁨보다 슬픔의 영역에 가까운 감정들이 마구마구 생겨나기 마련. 전편에서 슬픔의 우울한 기운을 어떻게든 배제하려는 기쁨이처럼, 불안이 또한 그 어둠의 영역이 라일리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자신의 계획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 이에 희생양은 기존 5가지 감정들인 셈.
하지만 전편의 기쁨이가 그렇듯 불안이 또한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진전되는 라일리의 모습에 당황한다. 점점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듯, 불안이의 멋들어진(?) 계획은 실행하면 할수록 라일리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점점 악화되는 라일리의 모습은 청소년들의 불안장애 과정이 이렇게 진행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은 물론, 그 시기를 지나온 이들에게는 안쓰러움까지 전한다.
기쁨이 또한 혼란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올바른 자아를 만들기 위해 나쁜 기억을 저 먼 곳으로 날려버린 기쁨이는 이 사태를 겪고, 자기 잘못을 깨닫는다. 하나의 자아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꼭 좋은 기억만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는 것. 더불어 한 사람의 자아는 감정과 마찬가지로 누군가에 의해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말이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내외적으로 기쁨이와 라일리의 성장통을 잘 그린다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자식을 둔 부모라면 마음이 뜨끔해진다. 이 작품의 프로듀서인 마크 닐슨은 한 인터뷰에서 “라일리의 감정뿐만 아니라 부모로서 10대를 바라보는 시각도 녹였는데, 특히 기쁨이를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쁨이에게서 육아 예능 <요즘 육아 금쪽 같은 내 새끼>에 출연한 부모의 모습이 겹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 부모 관객이라면 기쁨이를 보며 자식을 위해서 컨트롤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행동 자체가 되레 악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지라는 반성 어린 생각을 할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답이 아니라는 것, 부족한 것을 숨기지 않고 그 자체로 인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이 영화는 묵직하게 던진다.
후반부 모든 갈등 요소가 해소되는 장면은 사춘기를 관통하고 있는, 관통했던 모든 이들의 눈물 버튼이 된다. 특히 괜찮은 사람처럼 행동하려고, 친구들 무리에 들어가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지난날의 과거,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이 노력이 현재진행형인 이들에게 이 작품은 그 자체가 작은 위로를 전한다.
켈시 만 감독은 이 영화에 접근할 때 속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리지널이라고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말했지만, 아쉽게도 전편의 아우라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전반적인 갈등, 해결 과정이 전편과 비슷하게 흘러가 설정에 따른 신선함과 개성은 떨어진다. 그럼에도 관객의 기억에 침투해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게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 이를 바탕으로 감동을 전하는 픽사의 장점은 이번에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사춘기 자녀를 둔 가족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덧붙이는 말: 극 중 라일리도, 까칠이도 마음을 빼앗긴 이가 있었의니 바로 ‘랜스’다. 라일리가 즐겨하는 게임 캐릭터인데, 허당미가 장난 아니다. 필살기 또한 너무 매력적이라고 할까. 전편의 빙봉처럼 감동적인 장면을 선사하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진중함과 코믹함이 믹스된 씬스틸러로 제 몫을 한다. 국내 더빙판에서는 이동욱이 이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책임지고 있다. 궁금하면 더빙판으로~~
사진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평점: 3.5 /5.0
한줄평: 이 세상 모든 금쪽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시청각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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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을 추적하던 앵커, 과거의 문제와 만나다!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심리 스릴러
?Rabbitgumi입니다!!
천우희 주연의 영화 앵커가 개봉했습니다.
스릴러 장르의 영화이고 한 모녀가 죽은 사건을 추적하게 되는 앵커의 이야기인데요.
이야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사회의 문제점과 연결되는 영화입니다.
특히나 직장 여성으로서 겪거나 느낄 수 있는 심리적인 두려움이 반영된 영화입니다.
장르적인 힘이 생각보다는 강하지 않고 기시감이 느껴지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던지는 메시지 만큼은 묵직한 영화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구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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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두 양초처럼 얽히게 해 주세요
첫 번째 초는 당신 것, 두 번째 초는 내 것
당신은 내 것, 나는 당신의 것”
사랑하는 남자에게 버림받은 제냐.
그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검은 결혼식’이라는 주문을 걸고 사랑을 되찾는다.
하지만 그녀를 향한 그의 사랑은 점점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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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독창적인 로맨스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감독 테무 니키, 핀란드) ? 2022년 3월10일 개봉 확정?? 메인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