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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작가2022-09-02 15:57:22

내가 무당이다, 나 신내림 받았다, 왜 말을 못해!

넷플릭스&티빙 [박수건달] 리뷰

줄거리

 

광호는 엘리트다. 엘리트지만 건달이다. 그러니까, 엘리트 건달이다. 촉망받는 이인자로서 동생들에게도 존경의 대상인 광호는 거침없고 카리스마 넘친다. 그런 광호를 시샘하는 태주는 건수를 낚아채려다가 실패하고, 분노에 못 이겨 칼을 휘두르게 된다.

 

광호는 '건달답게' 손으로 칼을 잡아 막았고, 칼에 베인 흉터 때문에 광호의 운명선이... 바뀌었다? 그날 이후, 남들에겐 안 보이고 안 들리는 것들이 보이고 들리게 된 광호는 무당을 찾아갔다가 신내림을 권유받는다.

 

"미쳤어?"

 

큰소리쳤지만, 죽지 않기 위해서는 신내림을 받는 방법밖에 없다니. 결국 광호는 신내림을 받고 무당이 된다. 하지만 건달도 포기할 수 없다.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낮에는 무당, 밤에는 건달.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이 시작된다!

 

 감상 포인트

 

1. 캐릭터 구성이 잘 어우러져서 몰입도와 흡입력이 좋다.

 2. 옛날 작품이라 전개나 반전 요소는 조금은 진부하지만, 코미디로 즐기기엔 충분히 재미있다.

 3. 오글거리는 것 싫어하는 사람은 마지막에 조금 힘들 듯하다.

 

 

 

 

감상평

최근에 소설 구상을 하다가 도움이 될 것 같아 오랜만에 다시 영화 [박수건달]을 보게 되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공포, 귀신, 좀비... 등등. 아무튼 그런 걸 좋아하니 차라리 나도 그런 류의 소재를 가지고 소설을 써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뭣같이 멸망했기 때문에 쓰진 못했지만.

 

 

 

 

 

영화 [박수건달]은 개봉했을 당시 영화관에 가서 직접 관람했던 작품이다. 그때는 내가 약간 거만한 병에 걸려 있어서 뭐든지 깎아내리는 습관이 있었다. 매우 안 좋은 습관이라서 요즘은 그렇지 않으려고 애쓴다. 아무튼 그때는 내용이 너무 뻔하고 결말도 진부하다는 식으로 평을 했는데, 지금 보니 매우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정직한 작품이라 그런 뻔함이 마음에 든다.

 

코미디니까. 뻔함과 뻔뻔함을 모두 가져야만 코미디가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소재나 전체적인 흐름으로나 영화 [박수건달]은 더할 나위 없는 코미디지만, 사람들 기억에 남을 만큼 웃긴 장면은 바로 쿠키영상에 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쿠키 영상을 봐야 이 영화를 다 봤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조진웅 아조씨는 대체 왜 이렇게 등장하는 작품이 많은 건지. 이제는 주연으로 나오는 작품도 많지만, 예전에는 정말 특별출연이나 조연으로 많이 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뚱뚱한 아조씨로 솔약국집 아들들 나올 때만 해도 이렇게 유명한 배우가 될 줄은 몰랐지. 하여튼 내 기준 중년 아조씨 중에 가장 매력적인 아조씨.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아쉬운 점부터 말하자면, 결말 부분에서 미숙(정혜영 배우)과 수민(윤송이 배우)이 울고불고 하는 장면은 조금 항마력이 딸린다. 이런 영화에서는 꼭 필요한 역할이지만, 엄마와 딸 간의 연결점을 너무 급하게 주었다고나 할까. 초반부에는 미숙의 딸이 수민이라는 걸 숨기려고 하다 보니 암시조차 줄 수 없었고, 그 때문에 영화 중후반부에서 급작스럽게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이문세의 [소녀] 노래를 부르는 거나, 엄마를 세 번 안아달라 거나. 이런 장면들은 초반부터 조금씩 쌓아와야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법이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감정선을 쌓다 보니 그만 신파적으로 표현된 것 같아 안타깝다. 어차피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관계성이었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탄탄하게 쌓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이제 진짜 제법인데요?"

 

"그럼요. 벌써 열다섯 개도 넘게 떴는데."

 

광호(박신양 배우)의 선택이 굉장히 의미심장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병실에서 털실로 목도리인지 스웨터인지를 열심히 뜨고 있을 뿐이다. 그런 광호에게 '건달이냐 무당이냐, 무당이냐 건달이냐' 하는 선택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다 필요 없더라. 죽도록 용써봐야 옷 한 벌이다. 나중에 니는 무슨 옷을 입고 갈 낀데?"

 

 

 

 

 

사람들은 운명이라는 단어에 굉장히 예민하다. 운명을 받아들일 것인지, 거스를 것인지를 고민하다 보면 나머지 한 가지 선택지를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바로 운명을 직접 만들어나가는 것. 광호는 아직 자신이 어떤 옷을 입을지 모른다. 하지만 옷걸이에 걸려있는 옷 대신 내가 직접 스웨터를 떠서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운명에 부딪히거나 거스르거나 굴복하라거나. 영화 [박수 건달]은 그런 말은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손으로 한 땀, 한 땀, 운명을 만들어 가라는 포근한 위로를 건넬 뿐이다.

 

 

작성자 . 담작가

출처 . https://blog.naver.com/shn0135/222864999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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