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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서2022-10-02 04:00:33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2022>

 

기대를 잔뜩 한 작품이 기대를 완벽히 충족했을 때만큼의 만족감이 또 있을까요. 영화를 꽤나 봐왔음에도 그런 경험을 시켜준 영화들이 몇 없는데, 시사회로 관람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바로 그런 영화였습니다. 요새 볼 게 없었는데 갑작스레 찾아온 축복 같은 영화네요. 이 영화를 시사회로 보다니 운이 상당히 좋았네요. 

할 말이 굉장히 많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다양한 장르들이 혼합된 형식의 영화인데, 어떤 장르로 보아도 손색이 없는 영화입니다. 우선 코미디 영화로 보기에도 좋습니다. 다양한 멀티버스와 더불어 평소라면 상상하지 못할 독특한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독창적인 상상력과 더불어 코미디적인 요소로도 훌륭하게 작용합니다. 또한 멀티버스를 이용한 SF 액션 영화로도 훌륭합니다. 쿵후 등의 중국 무술과 다양한 영화에서 차용한듯한 액션 장면들이 인상적이에요. 그렇지만 영화는 끝까지 예측불허한 설정과 전개로 힘을 잃지 않으며 끝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지금껏 본 적이 없는 영화에요.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영화인데, 보고 나면 새로움으로 가득 차 머리가 멍해지는 영화입니다. 진짜 훌륭해요.

무엇보다 제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점은 멀티버스라는 소재를 오락적으로도 잘 풀어냈지만 동시에 가족 드라마로 봐도 훌륭한 영화라는 것입니다. 아들이 아닌 딸이라고 무시당하고 영어가 부족하지만 미국에서 사는 아시아인이며, 동시에 남편, 딸과의 관계도 좋지 않은 캐릭터 에블린이 느끼는 힘든 감정들을 휘몰아치듯 보여주는데요. 처음에는 굉장히 피로하게 다가오는 것 같은데, 이것을 이겨내고 무시하고 사라지려고 하는 것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더 사랑하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것을 설득해냅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상당히 감동적이에요. 극 중 멀티버스 속 자신을 보면서 그 세계로 가고 싶고, 지금의 상황을 피해버리고 싶어 하는 에블린의 모습이 나오는데, 그 순간 자신의 주변을 바라보고 그 속에 피어 나오는 자그마한 따스함과 행복을 발견하면서 일생 속 모든 선택의 순간들을 치열하게 지켜내는 과정은 실로 감동스럽습니다.

더불어서 부모 자식 세대 간의 포용과 인정도 매끄럽게 이야기되고요. 또한 혐오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단순히 무시하는 것보다 그만 싸우라고 당당히 나서는, 그런 거침없는 힘을 가지고 있는 영화기도 해요. 어떻게 이런 상상력으로 이런 깊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는지가 그저 궁금할 따름입니다.

양자경의 연기는 훌륭합니다. 물론 스턴트도 들어갔겠지만은 액션도 훌륭하게 소화하고, 미국에서 사는 중년 아시안 여성을 완벽하게 연기해냅니다. 엄청난 감정 연기는 아니지만 정말 중년의 여성 그 자체를 연기한 느낌이 들어 더욱 감명 깊게 다가왔달까요. 개인적으로 조나단 키 쿠안의 연기가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고였어요. 제이미 리 커티스의 국세청 조사관 연기가 은근히 재밌습니다. 무섭게 다가오기도 하다가 에블린의 마음을 보다듬기도 하다가.. 하여튼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봤던 영화 중에서 최고였습니다. 황당하면서도 독특한 상상력에 깔깔 웃다가 마음을 보다듬는 듯한 위로가 가슴속 깊이 다가와 펑펑 울게 만들기도 해요. 비록 굉장히 산만하기도 하고 대중성은 조금 부족하기도 하지만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고, 무엇보다 새롭고 독창적인 무언가를, 혹은 힘들고 바쁜 삶 속에서 독특한 방식의 위로를 받고 싶다면 강력 추천드리는 영화입니다.

 

 

작성자 . 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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