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신고

댓글 신고

Anonymoushilarious2022-10-28 15:06:27

생경한 액션 속에 담긴 인생의 진리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 원스 리뷰

이 영화 하도 난리라서 꼭 보고 싶었었다. 뭐 얼마나 대단하기에 개봉한 지 얼마 안 돼서 재개봉까지 하게 된 걸까. 


미국에서 빨래방을 운영하는 중국인 이민자 에블린 왕은  오늘 국세청에 가서  세금 문제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가득 안고 국세청에 간 순긴 에블린은 멀티버스 안에서 수천, 수만의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도 자신의 남편과 똑같이 생겼지만 자신의 남편은 아닌 남자에게서 그 사실을 알게 된다.  갑자기 그녀는 세상을 구해야 하는 슈퍼 히어로 예비자가 되어 있었다. 안 그래도 복잡한 그녀의 삶에 더 복잡한 타이틀이 붙어 그녀의 인생은 점점 블랙홀로 흘러가고 있는데..........

1.  쌩뚱맞은 액션의 코믹함

이 영화에 열광했던 사람들이  어떤 요소에 감명 받았던 걸까.  이 영화의 강점은 뻔하지 않은 동양 액션에 있다.  주인공을  미국의 사회적 약자인 아시아인으로 설정해 동양적인 마샬 아츠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멀티 버스라는 개념이 들어가 맛있어 다른 차원의 세계로 넘어가려면 예상 가능하지 않은 이상한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동양적이지만  생경한 액션들로 가득하다. 안 그래도 미국인들에게나 마샬 아츠는 흥미로운 무술인데 거기에 코믹함까지  더했으니 미국에서 왜 인기가 많은지는 알 것도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동양 무술이 아닌  코믹 요소가 더 먹혔다고 생각한다.  영화관 속에서 사람들이 많이 웃었던 이유는 에블린이 다른 차원으로 넘어갈 때 온갖 이상한 동작에서 비롯된 코믹함 때문이었다고 본다. 코미디는 언제나 먹히는 장르니까.


2.  모든 사람이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

세탁소 주인인 우리의 에블린은 그 어떤 다른 차원의 에블린보다도 루저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모든 삶의 선택에서 회피하는 선택을 하였으며 그에 대한 결과로 그녀는 현재 위기를 맞고 있다. 다른 차원에 살고 있는 그녀들은 그녀가 했던 선택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던 에블린이고 그 결과 에블린은 자신의 삶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지금의 남편을 따라오지 않고 아버지의 말을 들었다면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살지는 않을 수 있었을까 하는 후회 말이다.

그런 후회들이 모여 한때 그녀는 잠시 돌이 된다. 태초에 공간, 태어나기 전 태어나기 전 혹은 죽은 후에 돌아갈 자연의 상태로.  하지만 이 자연 상태로 돌아갔을 때 에블린과 빌런 조부 투바키의 행보가 다르다.  누구나 살면서 감정적 부침을 겪지만 그 부침을 딛고 삶의 소중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는 반면  슬럼프를 이겨내지 못하고 우울함에 극치로 자신을 몰아가는 사람도 있다. 전자가 에블린 이고 후자가 조부 투바키 이다.  

자신의 남편의 얼굴을 한 다른 세계 사람 알파 웨이 먼드는 그녀가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밑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알아보는 선구안을 가진 이였던 것이다.

같은 상황에 있다고 모두가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우주 속에서 가장 하찮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고 해서 인생을 막 사는 사람도 있고 인생을 소중히 사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에블린은 우주 전체에서 가장 불행한 에블린이었지만 어쩌면 가장 축복받은 에블린이었을지도 모른다.우주 속에서 가장 찌질한 남편을 뒀지만 어쩌면  친절이 가장 큰 무기라는 점을 알고 있는 가장 통달한 남자를 가진 여자였으니까.


3.총평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참 클리셰가 많다. 결론적으로 가족애를 그렸고 그녀가 영웅이 되는데에 가장 큰 원동력은 그녀의  가족이기 때문이다. 가족 소재는 솔직히 뻔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과거에 대한 후회에 매몰돼  자신의 가족의 현재를 돌보지 못한 에블린의 깨달음이 더 감명깊었다.  우울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현재 감각을 되찾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현재 감각을 되찾아야 미래에 대한 빛도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 과거의 트라우마는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장점으로 잊자.  에블린이  슈퍼히어로가 되어서가 아닌 다음 챕터를 살아갈 힘을 가진 주체성을  가져서 좋았다.  현재 우울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았으면 좋겠다.

나를 괴롭히는 세상 속 수많은 빌런들에게 'Be kind'로 무장하는 것이 나의 존엄을 지키는 것, 이것이 내가 배워야할 메시지였다.


작성자 . Anonymoushilarious

출처 . https://brunch.co.kr/@lanayoo911/94

  • 1
  • 200
  • 13.1K
  • 123
  • 10M
Comments

Relative contents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