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10-28 17:41:47
만약에... 이들이 만난다면?
씨네픽 유니버스_if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바로 씨네픽 SNS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인 유니버스를
새로운 버전으로 준비를 해봤는데요.
서로 다른 작품 속 인물이 한 세계관에서 만난다면 어떨까요?
그럼, 지금부터 만약에 유니버스 시작해볼까요?٩( ᐛ )و
<별에서 온 그대> 천송이 X <시크릿 가든> 김주원
만약 <별에서 온 그대> 속 사고뭉치 한류 여신 ‘천송이’와
<시크릿 가든> 속 오만한 성격의 백화점 사장 ‘김주원’이 만난다면?
<호텔 델루나> 장만월 X <도깨비> 김신
만약 <호텔 델루나> 속 1340년을 살아온 호텔 델루나의 사장 ‘장만월’과
<도깨비> 속 940년을 살아온 도깨비 ‘김신’이 만난다면?
<진검승부> 진정 X <천원짜리 변호사> 천지훈
만약 검찰 역사상 전무후무한 또라이 이단아 검사 ‘진정’과
법계의 짱돌 같은 이단아 변호사 ‘천지훈’이 만난다면?
<손 the guest> 최윤 X <검은 사제들> 최부제
만약 원칙을 중시하는 얼음과 같은 성격을 가진 ‘최윤’과
밝지만 안에 깊은 상처를 간직한 ‘최부제’가 만난다면?
여러분들 서로 다른 두 작품 속 등장인물 중에 한 극에서 보고 싶었던
등장인물이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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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EO'의 여정을 굳이 지켜봐야 하는 이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영화 <당나귀 EO>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이 당나귀, 뭔가 다르다
<당나귀 EO>는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의 19번째 장편 영화로, 로베르 브레송의 <당나귀 발타자르>(1966)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은 당나귀다. 이름은 EO. 카메라는 그의 여행을 조용히 뒤따른다.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서커스단으로부터 구조된 EO. 그는 농장에서 일하기도 하고, 축구팀 마스코트도 됐다가, 소지지 공장에서 간신히 탈출하며 폴란드에서 이탈리아까지 여행한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가 선뜻 와닿지 않는다. 당나귀의 시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대사도 적고, EO가 가는 곳마다 사건이 단편적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듯한 이질감도 있다. 장소가 달라질 때마다 연기하는 당나귀도 바뀌다 보니 더욱 그렇다. 중간중간 VR 게임을 하는듯한 실험적인 구도가 삽입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고요한 다큐멘터리에 가까워서 지루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은 친절하다. 자칫 지리멸렬할 뻔한 예술 영화의 속살을 음미할 문을 슬쩍 열어준다. 오프닝이 그 문이다. 붉은 조명 아래에서 EO는 파트너인 '카산드라'(산드라 지말스카)와 함께 관능적인 공연을 펼친다. 파편화된 이미지의 연속이기는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EO와 카산드라는 동물과 인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호흡을 보여준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굳이 당나귀의 눈을 빌려 인간 세상을 관조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동물에 관심 없는 동물단체의 역설
카산드라와의 공연이 끝나고, EO는 곧장 생이별을 경험한다. 동물 서커스가 동물 학대라는 시위대가 등장해 카산드라를 비난한다. 서커스단을 떠난 EO는 다름 동물과 함께 한 목장으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그는 마스코트로서 기념행사의 배경을 장식한다. 정치인과 동물보호단체 관계자가 맥주를 들고 자축하는 동안. 목장에서의 삶은 서커스단에서의 생활과 다르지 않다. EO는 짐을 나르고, 다른 말은 화보 촬영의 도구로 사용된다.
자연히 의문이 생긴다. 동물 보호 단체에게 동물 학대는 어떤 의미일까? 동물을 수단으로써 활용하지 말라는 뜻일까? 그렇다면 화보 촬영이나 짐 나르기에 말과 당나귀를 이용하는 관행도 반대해야 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런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동물을 학대한다고 비난받던 카산드라만 EO를 사랑으로 대한다. 그를 찾아내고, 생일을 축하해 준다. 심지어 그 순간 EO는 마침내 자기 발로 울타리를 넘어 세상으로 나아간다.
이렇듯 EO의 여정은 동물 보호 단체의 역설을 지적하면서 진정으로 시작된다. EO가 서커스단에서 착취당한다는 보호 단체의 주장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그들은 정작 EO의 삶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진정으로 동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보다는, 동물을 구하는 정의로운 자기 모습에 도취되는 모순이다. 이후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이는 <당나귀 EO>가 보여주려는, 또 EO가 목격한 인간 세상의 본질이나 다름없다.
인간에게 휘둘리는 동물의 가치
실제로 EO는 다양한 인간 세상을 만나며 이해할 수 없는 모순점을 목격한다. 이때 핵심은 인간은 자신의 목적과 기분에 따라 EO를 대한다는 것. 훌리건이 대표적이다. 축구 경기에서 이긴 팀은 EO를 팀의 마스코트로 여긴다. 경기를 이기게 해 준 승리의 상징이다. 반대로 패배한 팀 서포터즈는 EO를 저주한다. 괜히 등장해서 경기를 망쳤다며 비난한다. 이들의 행동은 어떤 논리적인 설명도 불가능하다.
문제는 인간의 변덕, 정의심, 무관심의 발로로 인해 인간 주변이 다친다는 것. EO가 겪은 대부분의 폭력이 그런 형태였다. 인간에게는 신경 쓸 겨를이나 가치도 없는 당연한 일이지만, 인간이 무심코 던진 돌에 동물은 맞아서 피를 흘린다는 것. 마구간, 농장, 숲, 소방대원, 동물 병원, 햄 공장 트럭, 도축장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일방향적인 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이탈리아의 한 저택에서 잘 드러난다. 한 백작 부인이 신부인 아들을 혼낸다. 그러다가 돌연 둘이 불륜 관계일 수 있다는 암시가 나온다. 관객 입장에서는 흥미롭다. 그러나 영화는 자세한 사연을 보여주지 않는다. EO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장면이므로. EO는 그저 저택을 외면하고 떠난다. 그의 무관심은 인간에게 아무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반대로 인간은 아무런 생각 없이 동물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이 비대칭성 때문에 EO의 여정은 슬플 수밖에 없다.
메시지와 일체화된 연출
영화의 메시지는 다양한 연출 기법을 만나 극대화된다. 빨간 조명이 대표적이다. 중간중간 삽입된 붉은 화면은 여러 동물의 시점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늘을 날다가 땅에 떨어지는 새, 좁은 운동장을 돌고 도는 말, 넘어지고 달리기를 반복하다가 자기 모습을 보고 혼란스러워하는 로봇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영화 속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를 더 떠올릴 수 있다. 사냥 당해 죽은 늑대, 모피 때문에 죽은 여우, 어항에 갇힌 물고기.
이는 EO의 마지막 행선지가 소 도축장인 이유다. 빨간 조명이 가득한 서커스장에서 출발한 EO의 여정은 붉은빛 가득한 트럭을 거쳐 함께 죽어야만 하는 도축장에서 끝난다. 인간 세상의 모순을 목격한 모험의 끝은 죽음이다. 이 과정이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당나귀 EO> 인간의 관점으로만 고려하는 동물권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인간이 동물에게 가하는 '진정한' 폭력에 대해서도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붉은 조명 외의 다른 수단 덕분에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새롭게 고찰하자는 메시지에는 더 큰 힘이 실린다. 핸드헬드, EO의 시야에 맞춘 카메라워크, 동물 형태의 로봇을 활용한 화면 구성 등 실험적인 요소가 동원된다. 일반적인 영화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이미지가 적극적으로 삽입된다. 이는 곧 생각의 전환, 사고의 충격을 유발한다. 영화이기에 가능한 화법으로 EO의 메시지를 상기시키는 셈이다.
낮은 곳에 임하신 당나귀
이에 더해 <당나귀 EO>는 동물 이야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은 동물의 이야기를 인간사로 확장시킨다. 실제로 붉은 조명은 동물들이 학대당하고 죽어가는 순간은 물론, 인간들이 다칠 때도 삽입된다. 일례로 살라미용 말고기를 운반하는 트럭 운전사는 한 여성에게 성관계를 요구한다. 그러다가 여성은 도망치고, 운전사는 괴한을 만나 죽는다. 이때 트럭 내부는 온통 빨갛다. EO는 이 모든 광경을 관조한다.
심지어 이 당나귀에게 의미심장한 종교적 이미지가 덧붙여져 있기 때문에 이 장면이 특별하다. EO에게는 역행의 이미지가 달라붙는다. 다시 오프닝으로 돌아가 보자. 붉은 조명 속에서 카산드라는 쓰러진 EO를 부둥켜안고 운다. 그러다가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그녀는 EO를 일으켜 세운다. 마치 죽었다가 되살아나듯이.
백작 부인의 저택에서 나와 폭포 앞 아치 다리에 멈춰 선 EO를 비출 때도 마찬가지다. 카메라는 폭포가 쏟아지는 게 아니라, 강물이 거꾸로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이미지 속에 EO를 담는다. 도축장으로 가기 직전인 EO는 마치 죽음으로부터 도망갈지, 담담히 받아들일지 고민하는 것처럼 보인다.
시간을 거스르고, 죽음 앞에서 고민하는 당나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동물과 비루하고 비윤리적인 인간의 삶까지 모두 살펴보는 당나귀. 말보다 효용가치가 없어서 가장 안 좋은 취급을 받는 당나귀. 이 상징을 한 데 모으면 한 인물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바로 예수다. 아무도 거들 떠 보지 않는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왔던 그가 이번에는 당나귀의 모습으로 인간 세상에 다시 내려온 듯한 인상을 주는 셈이다.
즉, 죽음과 폭력의 이미지가 넘쳐나는 영화에서 EO는 대사 없이 말한다. 가장 흔하고 초라하게 죽는 당나귀의 여정을 통해서 동물은 물론, 인간 사회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실마리를 구하라고. 결국 <당나귀 EO>는 한 구원자, 메시아의 여정을 되풀이하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바로 이것이 평범해 보이는 한 당나귀 여행을 눈여겨 지켜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가장 낮은 곳에서 모순덩어리 인간 세계를 관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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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우리가 건넨 손길은 상처일까? 위로일까?
[SICFF 데일리] 우리가 건넨 손길은 상처일까? 위로일까?
영화 <손길> 리뷰
감독] 서준용
시놉시스] 다혜는 박차장이 자신을 성희롱 한 사실을 고발하려 한다. 한편, 아들 민찬이 어린이집에서 불미스러운 행동을 한 것을 알게 된다.
#스포일러 주의#동전의 앞뒷면 같은 우리의 기준
단편영화 <손길>은 박차장이 회사를 나오지 않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사건의 당사자인 다혜와 팀장님 뿐이다. 박차장은 사실 다혜를 성희롱하고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장기휴가에 들어간 상태였던 것이다. 회사에서는 다혜를 불러 참고인조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혹시 그동안 박차장이 회사를 위해 많은 공을 세웠는데 용서를 해줄 생각이 없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다혜를 회유하지만 다혜는 완고하다. 그런 다혜에게 갑작스럽게 박차장이 찾아와 자신의 가족을 생각해달라며 용서해달라고 빌지만, 그러한 모습에 더 치를 떨게된 다혜는 팀장님을 설득해 참고인 조사를 부탁한다.
그렇게 영화 내내 피해자일 줄 알았던 다혜는 자신의 아들 민찬이 어린이집에서 불미스러운 행동을 하며 가해자의 엄마가 되어버린다. 아들 민찬이가 같은 반 여자친구의 몸을 만진 것이다. 여자로서 자신이 성희롱의 피해자인데,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성희롱의 가해자가 되어 있으니 그 마음이 얼마나 착잡했을까. 절대 동시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성적문제에서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다혜를 보면서 우리 모두 상황에 따라 모순적인 말들을 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성희롱의 피해자 다혜는 박차장의 징계에 대해 굉장히 단호한 편이었다. 징계위원회를 통해 박차장이 적절한 조치를 받길 바랐다. 하지만 가해자의 엄마로서 다혜는 민찬이가 배려와 이해를 받기를 바랐다. 박차장이 다해에게 했던 말처럼 말이다. 영화 <손길>은 이처럼 상황에 따라 인간은 그 상황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판단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영화 <손길>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본능적으로 모순적인 선택과 발언을 할지라도 이성적으로 그 기준을 다시 지키려고 애쓰는 어른들의 모습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피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받기 위해, 혹은 내 아들을 지키기 위해라는 개인적인 기준을 넘어서 사회적인 공공의 선을 생각하며 그 기준에 부합하는 결정과 판단으로 다시 수정하여 행동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그럼에도 이 사회가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고 있었다.
나쁜 손길, 선한 손길영화 <손길>은 그런 의미에서 두 가지의 중의적 의미를 가진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처음의 손길은 성희롱과 같은 나쁜 의미의 손길이다. 박차장이 다혜에게, 그리고 아들 민찬이 친구에게 한 손길은 옳지 않은, 해서는 안되는 손길이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어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특히, 다혜의 직장 선배인 팀장님의 말이 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가장 명확하게 담고 있었다. "우리 딸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위해서라도 징계위원회에 출석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사실 아들 민찬이가 만진 친구는 팀장님의 딸이었다. 팀장님의 개인적인 입장이었다면 회사에서 다혜가 피해자일지 모르지만, 자신의 가정에서는 다혜는 가해자의 엄마일 뿐이었다. 이를 알기에 다혜 역시 팀장님을 찾아가 징계위원회 일은 안하셔도 된다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팀장님은 그런 다혜를 향해 이번에 다혜씨를 돕는 일이 앞으로 내 딸이 사회를 살아갈 때 좋은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면서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이렇게 시작된 선한 손길은 결국 징계위원회를 통해 박차장의 징계로 이어지고, 아들 민찬 역시 제대로 된 사과와 함께 어린이집을 나오면서 피해자가 더 피해를 받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너무나도 긍정적인 결말에 현실적이지 않다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결말을 통해 우리 사회 역시 공공의 선을 생각하고 순간적으로는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지만 다시 그 선으로 돌아와서 마무리를 짓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흡족했던 마무리였다.
영화 <손길>은 중의적 의미를 통해 우리 사회와 개인의 기준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했던 작품이었다.
[상영시간표]
2023. 9. 15. 19:00 롯데시네마 은평 4관
2023. 9. 17. 12:30 롯데시네마 은평 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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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2021 대규모 영화로 매주 구독자 찾아간다는 약속 지켰다!
영화 <쥬만지: 넥스트 레벨>의 드웨인 존슨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레드 스패로>의 제니퍼 로렌스 출처: 네이버 영화
미국 대중 매체 버라이어티는 ‘넷플릭스가 매주 새로운 영화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보도했습니다.
버라이어티는 '지난 10월 스트리밍 모노리스를 통해 넷플릭스가 2021년 매주 약 1억 3천9백만 명의 구독자들에게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작품 제공할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주로 오리지널 콘텐츠와 일부 화려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전했습니다. 넷플릭스는 뮤지컬, 액션, 로맨틱 코미디, 가족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71개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배우 드웨인 존슨, 멜리사 맥카시, 할리 베리, 제이슨 모모아, 에이미 아담스, 라이언 레이놀즈, 크리스 헴스워스, 린-마누엘 미란다가 지난 화요일 공개된 넷플릭스의 ‘시즐 릴’ (짧은 홍보용 비디오)에 등장해 향후 12개월 동안 선보일 각각의 프로젝트를 예고했습니다.
주목해야할 작품으로는 드웨인 존슨, 갤 가돗, 라이언 레이놀즈가 주연한 블록버스터 영화 <레드 노티스>(Red Notice) 그리고 레지나 킹, 이드리스 엘바가 출연하는 서부 영화 <하더 데이 폴>(The Harder The Fall), 조나단 메이저스의 <러브크래프트 컨트리>(Lovecraft Country), 에이미 아담스 주연의 <우먼 인 더 윈도우>(The Woman in the Window), 잭 스나이더 감독 신작 <아미 오브 더 데드>(Army of the Dead), 바네사 허진스, 앤드류 가필드 주연의 조나단 라슨 작곡가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영화 <틱,틱…붐!> 그리고 불가능해보일 정도로 엄청난 조합인 제니퍼 로렌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아리아나 그란데, 티모시 샬라메, 키드 커디, 메릴 스트립을 볼 수 있는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 등이 있습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많은 사랑을 받은 넷플릭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그리고 <키싱 부스>가 3부작으로 올해 막을 내립니다.
버라이어티는 ‘코로나19 영향을 받지 않고 최신 영화와 프리미엄 영화를 개봉하는 능력을 갖춘 세계 최대 스트리밍 업체라는 것이 부러운 시기다’라고 전하며 ‘워너 브라더스와 같은 스튜디오들은 극장 폐쇄로 인해 돌연 스트리밍행을 결정했지만 넷플릭스는 계속해서 달려왔다’고 강조했습니다.
2019년 조지아에서 동시 촬영된 3부작 영화 <피어 스트리트>(Fear Street)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여집니다. 매체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디즈니의 폭스 인수로부터 이 영화를 구해내 올해 할로윈 시즌에 한 달 간격으로 세 편의 영화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코로나 바이러스가 영화를 상영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고 모든 영화들이 극장 개봉으로 진행되었다면 통념상 영화 개봉 시기마다 1년씩 간격을 두었어야 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소니 픽쳐스 애니메이션의 <위시 드래곤>도 넷플릭스 통해 공개됩니다. 이 애니메이션 작품은 미국 아카데미에서 장편애니메이션을 수상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제작사의 새로운 작품으로 배우 존 조, 콘스탄스 우, 윌윤리, 지미 O. 양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습니다. 이에 버라이어티는 ‘소니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적 손실에 따른 부담을 덜고 넷플릭스는 외부 활동이 어려운 아이들과 가족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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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용기는 한 잔의 와인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서운 게 늘어난다. 예전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으면서도 선뜻 시도하지 못한다.
실패하면 더는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듯한 기분이 들고 괜히 도전했다가 허송세월을 보내게 될 거란 걱정에 시달린다. 그렇게 익숙한 사람과 환경 속에 몸을 숨긴 채 새로운 일은 매번 다음으로 미룬다.이전에 하던 대로, 주어진 대로 지내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이 불안하다. 문득 이대로 괜찮은지 의문이 생긴다.
게다가 지금처럼 망설이다가 후회했던 과거가 떠오르는 날이면 용기 내서 도전하는 사람에게 괜히 시선이 향한다. 그들을 보면 자극을 받아 용기 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생긴다.
그런 날엔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 '퍼펙트 페어링'을 보면 어떨까? 불도저 같은 성격의 주인공 '롤라(빅토리아 저스티스'에게 용기를 배울 테니까.
영화 <퍼펙트 페어링>
영화 <퍼펙트 페어링>은 2022년 5월 19일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최신 로맨스 영화이다. 주인공 '롤라'는 승진을 앞둔 발표에서 친한 친구에게 아이디어를 빼앗기고 상사에게 무시당한다.
큰 배신감을 느낀 그녀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던 와인 회사를 그만두며 스스로 회사를 차리기로 결심한다.
완벽한 홀로서기를 꿈꾸며 유명 와인 회사 대표 '헤이즐'을 찾아'호주의 낯선 목장에 도착한 그녀 앞에 의문의 남자 '맥스(아담 데모스)'가 나타난다.
티격태격 다투며 대화하는 두 사람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영화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예고편을 통해 영화 <퍼펙트 페어링>을 만나보세요!
영화 <퍼펙트 페어링>의 구조는 아주 단순하다. 유능한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로맨스 영화의 모든 클리셰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른다.
로맨스 영화나 드라마를 꾸준히 봤던 사람이라면 다음 장면에 어떤 행동과 대사를 할지 맞출 수 있을 정도이다.
주인공의 퇴사, 낯선 곳으로의 여행, 여자들의 우정, 멋있지만 비밀 많은 남자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들 한 번쯤 마음에 품었을 로망이 모두 담겨있다.단순하게 클리셰가 많아서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로맨스 영화에서는 클리셰를 유지하되, 독특한 개성을 더하는 게 흥행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퍼펙트 페어링>은 뻔한 스토리에 와인이라는 세련된 소재를 더하고 아름다운 호주 농장을 배경으로 얹었다.
덕분에 과도한 긴장감이나 격한 감정 소모를 겪을 필요 없이 언제든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Q. 용기 낼 타이밍은 언제일까?영화 속 모든 클리셰는 당연하게 주인공 '롤라'를 향한다. 정확히는 모든 요소가 그녀를 사랑하도록 이끈다.
자기 일에 집중하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반할 때처럼 과하게 느끼던 그녀의 열정에 점점 빠져든다.
예를 들어 '롤라'는 '헤이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농장에서 일을 하는데, 가축의 배설물을 치우는 작업 등이 처음이라서 계속 실수를 반복한다.
그래도 그녀는 늘 자신감 넘치게 지금껏 못해본 일이 없으니 해낼 거라고 답한다.특히 영화는 관객들이 그녀의 열정을 납득할 수 있도록 구구절절한 서사를 부여한다.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며 그녀가 '헤이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이유가 결코 돈이나 명예가 아닌 와인을 향한 애정임을 강조한다.
그러니 남자 주인공 '맥스'가 그녀를 위해 수 천만 원이 넘는 와인을 준비해도 아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직접 그린 영화 속 한 장면
반면 그녀에게 농장 일을 알려주는 '맥스'는 잘생긴 외모, 농장 주인이라는 직업 등 객관적으로 완벽한 조건을 갖추었다.
그는 와인 회사 CEO '헤이즐의 친동생이며. 심지어 가족의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초반에 도와준 투자자이다.
일말의 부족함 없이 지낼 것 같지만, 사실 '맥스'는 과거의 상처에 얽매여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세상에서 도망쳐서 지내는 겁쟁이다.
영화 내내 현실에 만족한다며 누나 '헤이즐'의 제안을 거절하거나 농장 주인으로 존재를 숨기다가 결말이 되어서야 '롤라'를 따라 세상 밖으로 나올 용기를 낸다.'롤라'와 '맥스'의 관계를 보니 어쩌면 용기는 한 잔의 와인 같다. 누군가의 용기를 마주하면 처음엔 호기심이 생겨 살짝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그 사람의 열정에 조금씩 빠지다가 어느새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열렬한 응원을 보낸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도 모르게 열정이 생겨 평소라면 말도 안 되는 용기가 생긴다.
와인이 달콤하다는 이유로 한 잔 두 잔 마시다가 어느새 취해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인사불성의 상태와 닮았다.그러니 용기 낼 타이밍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신중해도 괜찮다. 도망칠 만큼 도망쳐 더는 갈 곳이 없는 곳에 숨어 있어도 상관없다.
당신에게 용기 내는 법을 알려 줄 누군가를, 무언가를 깊이 사랑할 순간을 기다리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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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흘리는 아름다운 땀방울
영화 <킵 스텝핑> 리뷰감독] 루크 코니시
시놉시스 ] 거리의 춤꾼들에 대한 다큐멘터리〈킵 스텝핑〉은 호주 최대의 스트리트 댄스 경연 행사인 ‘Destructive Steps’의 조직과 이 이벤트에 참여한 댄서들의 경쟁을 축으로 진행된다. 댄스의 카테고리에 따라 부문별로 진행되는 컨테스트를 따라가는데, 두 경연 참가자의 스토리가 서사의 몸체를 이룬다. 둘 모두 이민자 여성들인데, 칠레-뉴질랜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여성 가비와 루마니아에서 온 브레이크 댄서 패트리샤가 그들이다. 여성, 이민자, 비주류, 청년 세대를 의제화한 영화는 스트리트 댄스라는 서브 컬처의 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우정 어린 경쟁을 통해 그 자신을 단련해나가는 사람들의 조용한 노력을 감동적으로 묘사한다. 설립자인 한국계 청년 조 원(Jo One)과 스태프들, 원근각지에서 온 스트리트 댄서들은 편을 갈라 서로를 공격하는 세상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경쟁과 공존의 방식을 보여준다. 최근 한국에서는 〈킵 스텝핑〉에 등장하는 가비, 패트리샤 같은 여성 스트리트 댄서들을 조명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가 거대한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는데, 이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왁킹 댄스의 대가로 알려진 립 제이가 ‘Destructive Steps’의 심사위원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Keep Stepping’이라는 제목은 불우한 환경과 멸시, 인내의 기나긴 터널을 통과한 사람들에게 멈추지 말고 가라고 독려하는 주문처럼 들린다. 실질적인 주인공인 가비가 자신의 카테고리에서 우승한 뒤 쇼케이스 자리에서 추는 마지막 춤은 꿈과 고뇌, 에너지, 멋, 열정이 가득한 여성의 이야기를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분투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바꾼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무엇이 있을까? 바로 스트릿 맨 파이터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이어서 이번에 남성들의 댄스 경연을 펼치는 프로그램으로 그 열기가 과열돼 저지들에 대한 판결 논란까지 이어지는 등 엄청난 화제를 이끌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스트릿 맨 파이터의 애청자이자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팬이었던 나로써는 립제이가 심사위원으로 나오고, 해외 댄서들의 리얼 스트릿 씬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킵 스텝핑'이라는 작품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45초영화를 보고 나서 잊혀지지 않는 말이 있었다. 바로 Destructive Step의 설립자인 한국계 호주인 조 원이 자신이 춤을 좋아하고 시작하게 된 계기는 45초가 공평하게 주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대목이었다. 호주는 아직까지도 인종차별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 중 한 곳이다. 그곳에서 이민자로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조 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이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듣더라도 곡해하고, 선입견에 쌓인 채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스트릿 씬에서는 45초 동안 자신이 누구이던 간에 춤을 통해서 자신을 말할 수 있었고, 온전히 자신이 하고 싶은 표현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에서부터 춤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이 춤이라는 세계가 어찌보면 인종, 학력, 지위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45초 동안 발언권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평등함 속에서 치뤄지는 경쟁을 통해 새로운 인물들이 발굴되고, 그곳에서 우승한 사람들에게 대한 존경과 인정이 이뤄지기에 이러한 행사들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우리는 왜 나쁘게만 생각했을까
스우파와 스맨파를 통해서 춤을 추는 사람들이 굉장히 건전한 사람들이며 자신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이젠 알고 있다. 하지만 스우파를 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춤을 추는 사람들에게 대해 그다지 곱지 않은 시선들을 보내고는 했다. 왜였을까? 영화 킵스텝핑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춤을 추기 위해, 아직 춤으로 먹고 살만큼의 인지도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일을 하고 일을 나가기 전, 쉬는시간, 그리고 일이 끝난 후 시간을 쪼개고 밤을 세워가며 춤 연습을 한다. 그리고 다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출근을 해서 열심히 일을 한다. 과연 우리 주변에 이토록 자신의 꿈에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시간과 노력,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사람이 많을까? 그렇지 않다. 하지만 '춤'이라는 장르라는 이유로 그들의 노력은 그동안 폄하되고 안 좋은 하위 문화로 생각되어 왔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스우파와 스맨파를 통해서, 그리고 이번 작품 '킵 스텝핑'을 통해서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에 대한 아름다운 땀방울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고, 이들을 통해 춤을 추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더 많이 이뤄지길 바란다.
타고나는 것도 분명히 있겠지만 자신의 노력을 통해서 동작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발전을 거듭한 스트릿의 세계. 그들의 끊임없는 노력을 보며 나 역시 삶의 동력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시간표
2022-09-22 19:55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
0012022-09-24 20:00
메가박스 백석점 1관
2342022-09-25 18:00
고양꽃전시관
3292022-09-26 17:00
메가박스 백석점 7관
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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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거북
붉은 거북
미카엘 두독 두빗 감독 장편 애니메이션. 두빗 감독은 이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전에 몇 편의 단편을 발표했다. '청소부 톰', '수도승과 물고기', '아버지와 딸', '차의 향기'가 그것인데, 이 작품들은 모두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두빗 감독의 공통점은 모든 작품에 대사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품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그의 작품에서 '대사'는 오히려 작품을 이해하는데 방해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대사가 필요한 작품이 있고, 대사 없이 인물의 행동과 반응만으로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 영화가 있다. 과거 무성 영화에서 소리 없이 서사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도, 대사보다는 인물의 행동과 반응이 더 직관적이거나 상징적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사 없는 영화는 상징과 은유가 강하다. 대사로 전달할 수 없는 서사와 감정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압축하고 인물과 자연의 변화를 동기화한다. 단편 '아버지와 딸'은 이 영화 '붉은 거북'과 깊은 연관을 갖는다. 두 작품은 단편과 장편의 길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같은 주제를 담고 있으며, 매우 깊은 상징과 은유를 내재하고 있다.
'아버지와 딸'에서 아버지는 어린 딸을 두고 떠난다. 그가 배를 타고 떠나는 장면은 무수한 신화의 변주다. 기독교에서는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라는 노래도 있는데, 이때 요단강은 죽음의 강을 뜻하고, 요단강을 건넌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한다.
아버지는 어린 딸을 두고 떠나는 것이 몹시 안타깝지만, 죽음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딸은 너무 어렸고, 자신을 두고 떠난 아버지가 언젠가 돌아오리라 믿으며 날마다 강가로 나온다.
딸은 자라고, 친구들을 사귀고, 연인을 만나며,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함께 아버지가 떠난 강가를 찾는다. 더 시간이 흘러 남편도 죽고, 아이들은 모두 자기의 삶을 찾아 떠나고, 딸은 다시 혼자 아버지가 떠난 자리를 찾아온다.
노인이 되어 허리가 굽은 딸은 아버지가 떠난 강이 이제는 물이 말라 모래톱이 드러난 곳을 걸어들어간다. 한참을 걸어간 딸이 발견한 건 아버지가 타고 떠났던 작은 배였다. 딸은 모래에 반쯤 잠긴 작은 배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고, 걸을 때마다 조금씩 젊어지면서 평생을 그리던 아버지를 만난다.
작품에서 보이는대로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지만, 작품 전체가 하나의 메타포이며, 신화라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는 어린 딸이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 아마도 어머니는 더 먼저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 혼자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면서 늘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그보다 근본적으로는 신과 인간의 관계를 의미하고 있기도 하다.
아버지는 '신'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은 서양 종교에서 남성으로 현현한다. 또한 많은 경우 '아버지'로 불리며, '아버지'와 '신'은 동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어린 딸은 어리석은 인간이다. 아버지 즉 신의 보살핌 없는 인간은 세상에서 늘 힘들고 괴롭고, 고달픈 삶을 살아가게 되고, 그렇기에 더욱 아버지(신)를 그리워한다.
하지만 어리석은 인간이 아버지(신)를 만날 수 있는 건 그가 살아 있을 때는 가능하지 않다. 그가 요단강을 건널 때, 즉 아버지가 계신 저 강(바다) 너머로 향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딸이 노인이 되어 죽음을 맞이할 때, 그는 멀리 떠난 줄 알았던 아버지(신)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붉은 거북'의 해석도 상징과 은유를 바탕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마땅하다. 이 작품은 장편이지만 서사는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해석의 여지가 거의 없다. 따라서 서사를 이해하고 풀어나가기 위해서라도 상징과 은유의 수단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남자는 바다에서 표류하다 작은 무인도에 닿는다. 남자는 곧 '인간' 또는 '인류'다. 바다는 현실의 세계가 아닌, 신화와 은유의 세계다. 또는 원초의 세계, 원시의 상징이다. 바다에서 무인도에 도착한 남자는, 현실의 세계에 발을 딛는다. 남자는 '신'의 자식이지만 '신'은 아니며, '신'이 창조한 피조물이다. 남자는 원초의 바다에서 빠져나와 현실의 세상에 발을 딛지만, 현실은 고통스럽고, 외롭고, 괴롭다. 남자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고, 사방은 망망한 바다만 놓여 있을 뿐이다.
남자는 무인도에 자라고 있는 대나무를 모아 뗏목을 만든다. 그는 저 무한의 바다를 건너 자신이 처음 있던 곳이라고 생각하는 '이상향'을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바다에 뗏목을 띄우고 나아가지만, 멀리 가지 못하고 뗏목은 부서진다.
다시, 조금 더 큰 뗏목을 만들어 바다로 나가는 남자. 두번째도 뗏목이 부서진다. 저절로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물밑에서 무언가 의도적으로 뗏목을 부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남자는, 아주 큰 뗏목을 만든다. 크고 튼튼한 뗏목은 쉽게 부서지지 않을 것으로 여기고 다시 바다로 나간다.
여기서 '뗏목'은 이동수단이지만, 남자가 그리는 '이상향'으로 가는 사상의 도구이기도 하다. 그 뗏목이 부서지는 건, 남자의 신념, 사상, 정신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의미다. 뗏목은 폭풍을 만나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알 수 없는 물체가 뗏목을 일부러 부수기 때문인 걸 알 수 있는데, 부서진 뗏목 주변에서 만난 동물이 '붉은 거북'이다.
붉은 거북은 무얼까. 남자가 다시 무인도로 돌아와 외롭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때, 그는 도달할 수 없는 세계 - 바다 - 로 나가려 몇 번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한 뒤로 분노에 찬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바다에서 섬으로 올라오는 붉은 거북.
많은 거북 종류는 해변의 모래밭에 알을 낳아 묻는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 거북은 모래를 헤집고 올라와 바다를 향해 기어간다. 이 붉은 거북도 해변에 알을 낳기 위해 올라온 것은 아닐까. 이 현실적 해석은 이어지는 상징과 은유와 섞이면서 환상으로 환유한다.
남자는 해변으로 올라온 붉은 거북을 보고 분노가 폭발한다. 그 붉은 거북이 자기가 만든 뗏목을 부순 바로 '그' 붉은 거북이라고 확신한 것이다. 하지만 그 붉은 거북이 남자의 뗏목을 부순 거북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남자는 거북의 머리를 대나무로 내려치고, 거북을 뒤집어 놓는다. 복수한 것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남자는 자신이 한 짓을 후회한다. 붉은 거북을 살리려 바닷물을 떠 끼얹기도 하지만, 붉은 거북이 회생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붉은 거북이 죽었다고 여긴 남자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데, 갈라진 거북의 껍질 안에 젊은 여성이 누워 있었다. 남자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지만, 붉은 머리의 여성은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실제의 존재였다. 남자는 여자를 살리려고 그늘을 만들어주고, 숲에 있는 작은 연못에서 물을 떠와 여자에게 물을 먹여주고 지극하게 보살핀다. 비가 내리는 날, 여자는 긴 잠에서 깨어난다.
여자는 자기를 감싸고 있던 거북 껍질을 바다로 돌려보낸다. 그 모습을 본 남자는 만들고 있던 뗏목을 바다로 떠나 보낸다. 여자는 더 이상 바다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북 껍질을 바다로 돌려보내는 것으로 표현한 것이고, 남자는 그 여자와 함께 살기 위해 자신도 더 이상 바다로 나가, 자신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붉은 거북이자 붉은 머리의 여성은 남자의 또 다른 자아이면서 욕망의 현현이다. 남자(인류)는 진화를 통해 점차 문명을 갖게 되고, 지금의 현실에 만족하며 적응해 살고 있는 존재다. 그는 늘 마음 속 깊은 곳에 원초의 고향 - 자연 - 으로 돌아가고픈 본능을 지니며 살아간다. 회귀 본능은 사라질 수 없으며 다만 현실의 욕망이 더 클 때, 본능을 누르며 현실 속에서 자신의 삶을 영위하게 된다.
남자와 여자는 함께 살아간다. 세월이 흐르고,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가 자라고, 세 사람의 삶은 변함 없이 평온하고 따뜻하다. 소소하지만 중요한 사건들, 아이가 바다에 빠졌지만, 본능적으로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걸 발견하는 순간, 그리고 알 수 없는 문명의 물건이 해변에 떠내려 온 것을 발견하는 소년.
아이는 자라서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된다. 남자와 여자는 나이 들어가고, 아무 변화가 없을 것 같았던 그들의 삶이 파괴되는 재해가 일어난다. 바다에서 해일이 몰려오고, 그들이 살던 숲이 거의 다 파괴되고 세 사람은 죽음의 고비를 넘긴다.
성장한 아들은 좁고 답답한 섬에 머물러 있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는 멈춰 선 파도에 올라 아득히 먼 곳에 있는 새로운 문명 사회를 발견한다. 아들은 부모를 설득해 바다 건너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겠노라고 말하고, 부모는 성장한 아들을 막지 못한다. 아들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섬을 떠나고, 섬에는 다시 두 사람만 남는다.
세월이 더 많이 흐르고, 두 사람은 이제 백발 노인이 된다. 삶은 변함 없지만, 시간(역사)은 남자를 죽음으로 이끈다. 남자가 숨을 거두자 여자는 남자의 손등을 어루만지며 서서히 붉은 거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느리게 몸을 돌려 바다로 나간다.
붉은 거북은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는 바다로 나갔다. 남자(인류)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또는 붙들린 삶을 살았고, 육체가 소멸하자 욕망은 다시 원초의 바다, 이상향으로 돌아간다. 현실에서 자신의 존재를 살아움직이도록 추동하는 힘은 '욕망'이었다. 그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며, 잘못된 것도 아니었다. 인간은 욕망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존재이면서도 그로 인해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현실에서의 삶이 끝나면, 인간의 욕망도 자연스럽게 원초의 세계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매우 불교적이다. 죽은 남자의 손등을 어루만지던 여자가 다시 붉은 거북으로 변해 바다로 돌아가는 장면은 이 작품에서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이며 주제를 극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긴 시간이 조금도 아깝거나 지루하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부드러운 선과 파스텔톤의 가라앉은 채색, 간결한 선과 최소한의 움직임, 작은 섬과 망망대해, 바람, 대나무 숲, 모래톱, 일렁이는 파도와 포말, 하늘을 나는 새, 붉게 물드는 노을,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자연의 풍경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세 사람의 삶은 인류의 초기, 원시적 삶을 살았던 힘들지만 순수했던 시기를 떠올린다.
좁게는 개인의 인생을 그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넓게는 인류, 신화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이 작품은 단 한 마디의 대사도 없지만, 말보다 더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고, 더 근본적인 질문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런 작품은 많은 사람이 보고 함께 이야기 하길 바라는 몇 안 되는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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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야노 고라는 강렬함 / 무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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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den Project - Crazy In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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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재개봉 예고편
조직 내부에 숨어있는 스파이를 찾아라!
영국의 비밀정보부 요원 ‘조지 스마일리’(게리 올드만)는
러시아 스파이의 색출 작전에 실패한 후 은퇴하지만,
본부로부터 다시 한번 비밀 작전을 맡게 된다.
한편, 러시아 고위급 장교를 감시 중이던 현장요원 ‘리키 타르’(톰 하디)는
서커스라 불리는 MI6의 최고위급 간부 4명,
정보부장을 포함한 고위 관료 중 한 명이 스파이임을 알게 된다.
이제, ‘조지 스마일리’는 어제까지의 동료였던 정보부 모든 이들을 상대로
자신의 임무를 들키지 않고 스파이를 가려내야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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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질> 1차 예고편
배우 황정민 '인질'이 되다!
평소와 똑같던 어느 새벽,
서울 한복판에서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대한민국 톱배우 '황정민'이 납치되는데...
관객들을 사로잡을 리얼리티 액션스릴러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