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1-03-18 00:00:00
함장실에 갇힌 정상들의 권력을 파악하다, 영화<강철비2: 정상회담>
강철비를 굉장히 재밌게 봤던 사람으로서 강철비2 역시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었다. 강철비에 나온 주역이었던 정우성과 곽도원이 그대로 등장해서 그 시놉시스가 그대로 연결되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어서 초반에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굉장히 재밌게 본 작품이었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시놉시스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한 내 쿠데타로 세 정상이 납치된다.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대한민국 대통령,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위원장과 미국 대통령간의 남북미 정상회담이 북한 원산에서 열린다.
북미 사이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핵무기 포기와 평화체제 수립에 반발하는 북 호위총국장의 쿠데타가 발생하고, 납치된 세 정상은 북한 핵잠수함에 인질로 갇힌다. 좁디 좁은 함장실 안, 예기치 못한 진정한 정상회담이 벌어지게 된다.
동북아시아의 운명이 핵잠수함에 갇혔다. 과연 남북미 세 지도자는 전쟁 위기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조했습니다.
세계 속에서의 한국 위치
같은 시기 봤던 영화 백두산보다 강철비2를 조금 더 좋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의 위치를 그나마 객관적으로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일이지만 핵무기에 관련된 협약에 있어 남한은 낄 자리가 없이 그저 중재자로만 존재하고 주도권을 북한과 미국이 가지고 있다는 현실을 함장실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함장실에 갇히게 된 세 정상은 가장 먼저 북한이 침대에 남한이 의자에 앉는다. 그런데 갑자기 미국 대통령이 “나보고 화장실 변기에 앉으라고?!?!” 짜증을 내자 남한 대통령은 정처 없이 함장실을 서성이고, 북한 위원장은 의자로, 미국 대통령이 침대로 향한다.
현 상황을 너무나도 잘 표현한 장면이었다. 초반에 등장한 이 한 장면 때문에 강철비2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패권을 휘두르는 미국과 키를 가지고 있는 북한, 그 사이에 껴서 이도저도 못하고 눈치를 보는 남한의 입장이 너무나도 잘 드러나는 장면이어서 감탄했다.
상황을 이용하려는 정치의 현실
어느 나라 정치판이던 마찬가지겠지만 강철비2에서는 특히 어떤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정치계에서는 이 상황이 현재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도움이 되는지 여기서 어떻게 행동을 해야하는지 계산을 하는 장면들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이러한 장면을 미국 정치계에서 많이 보여주고 있었다. 북한은 위원장이 사라지고 나서부터는 본토에서의 상황을 전혀 보여주지 않고, 한국에서 역시 국무총리를 필두로 사건 해결을 위해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대통령 납치 사건이 각자의 입장에서 어떠한 의미이고 어떻게 행동해야 유리한지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자주 비춰준다.
이렇게 미국의 경우에만 한정을 지어서 정치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은 솔직히 아쉬웠다. 특히 미국은 개인주의라는 스테레오타입을 더욱 강화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하지만 일부분이라도 정치의 공간이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모든 상황을 이용하는 곳임을 드러낸 점은 괜찮았다.
대통령이 모든 걸 할 수 있는 슈퍼맨은 아니다
대통령이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는 상당하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기에 대내외적으로 지켜야할 것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굉장히 정갈하고 빈틈이 없어보이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었다.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대통령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강철비2에서 느낀 대통령의 모습은 이에 치여사는 가엾은 직장인 같은 느낌이었다. 늦게 잔다고 아내에게 등짝을 맞고, 집무실에서 졸면서 5분만 더 자겠다고 하고, 부족한 영어 스피킹 실력에 작아지는 자신을 마주하고,,, 가정이 있는 남성이라면 사회생활을 하며 집안에서 한 번씩은 다 겪어본 일일 것이다.
이러한 모습들이 영화 속에서 비춰지면서 약간 대통령을 우러러보기 보다는 아니 어쩌다가 대통령이라는 직업을 만나서 저렇게 개고생을 하고 있나 하는 측은지심이 들었다. 대통령이라는 직책에 대해 영웅화를 하지 않고, 평범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줘서 대통령도 같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을 잘 드러낸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물론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침착하고 비장하게 대한민국의 안위를 걱정하고 대한민국 해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모습에서 약간 영웅적인 모습이 보이긴 했다. 그래도 이정도는 대통령이라는 직책에 대한 무게감을 주는 설정이 아니었나 싶다.)
현실성이 조금 떨어지거나 아쉬운 부분이 종종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세계 속의 한국의 위치를 가장 잘 표현한 북한 관련 작품이어서 추천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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