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3-02-09 15:23:52
모두가 묵과한 현실의 비정함이 만들어 낸 비극.
영화 <다음 소희> 리뷰
2017년 콜센터에 현장 실습을 나갔던 고등학생이 목숨을 잃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다음 소희'가 2월 8일에 개봉했다.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가 사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영화와 현실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그린다. 그렇게 이어진 영화는 같은 공간에 서있지만 서로를 볼 수 없는 시간 속의 그들을 재현하며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굳건함으로 맺는다. 영화관을 나가면 끝날 이 이야기들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남아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은 여전히 그 형태로 방식만 바뀐 채, 변하지 않는 환경과 버티고 있는 사람들만이 존재했다.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규칙에 의해 가장자리에 놓인 이들이 더욱 소외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 그렇게 성인 노동자에 비해 취약한 환경에 놓인 학생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소희도 역시 그 학생들 중에 한 명에 속했다. 현장실습생으로서 콜센터 근무를 시작하게 되고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성희롱을 비롯한 폭언, 극한의 감정노동에 시달린다. 또한 성인 상담사에게도 업무 강도가 높다고 알려진 해지방어 업무를 맡게 되면서 더욱 내몰린다. 어디에도 말할 수 없었던 소희는 회사와 학교 그리고 가정을 뒤로한 채 돌아오지 못한다.
너무 당연하게 여겨졌던 냉혹한 현실은 유독 누군가에게 추운 겨울이었다. 쉴 새 없이 불어닥치는 바람의 틈사이로 비쳐오는 햇살은 소희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같이 일하던 누군가가 죽어도 슬픔을 애도할 수 없었고 부당함을 그저 받아들여야 했던 그 상황들이 참으로 버거웠을 것이다. 아무리 외쳐도 침묵을 강요하는 이 사회가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소희를 침묵의 방에 가뒀다. 이상과는 괴리감이 있는 이 현실 속에서 그 빈자리는 또 다른 사람으로 채워진다. 각자의 이름을 달고 일어나는 비극에 사회는 그저 방관하며 수많은 소희를 외면한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변화할 수 없는 사회의 구조는 계속 반복된다.
1부처럼 느껴졌던 소희의 이야기가 끝나고 소희의 발자취를 뒤따르는 형사 유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떤 것에도 동요하지 않던 유진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고 소희를 외면했던 사회에 분노한다. 본질적인 목적보다는 실적에 의한 실적을 위한 것들로 가득한 것들이 얼마나 생채기를 냈을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 것이다. 같은 공간, 다른 시간에서 마주한 소희의 모습은 현실의 벽에 가로막힌 수많은 무력감으로 점철된 상태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그저 개인적인 일에 불과했던 일들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이 비극은 형체만 달라질 뿐 또 다른 대상을 찾아 그 자리를 유지한다.
감정을 헤아리는 따뜻함과 해결되지 않은 참혹함이 뒤섞여 착취를 먹고 자라는 친절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무의미한 방관의 침묵의 시간이 끝나고 무기력한 외침이 시작되며 작지만 명확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이야기는 그저 개인적인 일일 뿐인 걸까. 버텨내지 못한 소희의 탓일까? 더 크게 소리치지 못한 탓일까?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은 그저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현재만 남아 현실을 감춘다. 무언가를 고치기 위해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영화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진정으로 바라보아야 할 현실적인 문제를 바라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누군가에 의해 희미해질지도 모를 이들의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게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 또 다른 소희가 나오지 않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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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넷(Tenet/ 영국, 미국/ 2020)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악의 진부함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갈 수 있는 기술, '인버전'을 발명한 미래의 한 과학자는 이것이 매우 위험하게 사용될 것을 우려하여 전 세계 특정 지역 9 곳에 인버전 기술을 실행시키는 도구인 '알고리즘'을 분산하여 숨겨두고 자살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이 중 하나가 러시아인 안드레이 사토르(케네스 브래너)의 손에 들어가고 말았다. 그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였다.
한편 자연 현상을 거스르는 무기가 속속 발견되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미국 CIA는 추적 끝에 이 무기들이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3차 대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막기 위해 정예 요원 주도자(protagonist, 존 데이비드 워싱턴, 그의 역할에는 이름이 부여되지 않았다.)를 작전에 투입하는데 그에게 임무를 부여한 상급자는 양 손가락을 겹치는 제스처와 '테넷'이라는 암호를 알려준다.
주도자는 미래에서 온 무기의 성분을 알아내어 이 금속을 다루는 전문가 산제이 싱을 만나기 위해 인도로 날아간다. 인도에서 철옹성 같은 은둔지에 거주하고 있는 산제이를 만나기 위해 지역의 요원 닐(로버트 패틴슨)의 도움을 받아 산제이를 만나지만 그는 허수아비였고 내용을 알고 있는 것은 그의 아내 프리야(딤플 카파디아)였다. 프리야는 사토르에 대해 알려주고 주도자를 영국 정보기관으로 연결해준다.
영국 첩보 기관의 도움으로 사토르에 이르는 길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임을 알게 된 '주도자'는 캣의 약점을 알고 있다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한편 사토르에게 약점이 잡혀 그의 조종을 받는 처지에 놓인 아내, 캣은 남편을 증오하지만 아들 맥스를 포기할 수 없어 사토르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영국 귀족 가문 출신으로 미술품감정사이다. 극도로 이기적이며 자기애가 강한 사토르에게는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 남편의 지위를 상징하는 아내)인 셈이다. 그녀가 매우 특별하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게 큰 키에서도 잘 드러난다.
캣으로부터 사토르가 오슬로 공항의 프리포트에 자주 출입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담한 작을 펼쳐 잠입한 주도자와 닐은 사토르가 인버전을 가능하게 하는 기계를 프리포트에 설치하고 과거로 가서 미래의 무기를 가져옴으로써 거대한 부를 쌓았음을 알게 된다.
주도자는 의심 많은 사토르의 마음을 살 방법을 알기 위해 프리야를 만난다. 그녀로부터 사토르가 플루토늄을 찾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운반 중인 플루토늄을 가져다주겠으니 도와달라며 사토르에게 접근하여 성공한다. 그러나 그가 찾고 있던 플루토늄은 플루토늄이 아니라 인류를 멸망시킬 알고리즘이었고 사토르는 이미 8개의 알고리즘을 확보한 뒤였다.
사토르가 모든 인류의 생명을 단번에 끝내려는 순간, 주도자와 닐은 각각 시간을 순행하는 팀과 시간을 거스르는 인버전 팀에 배치되어 세상을 구하기 위한 '시간의 협공'을 펼친다.
사실 <테넷>은 '인버전'을 젖혀두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 영화도 아니고 주제도 매우 고전적이다. 세상에는 항상 악이 존재하고 이 악을 물리치기 위해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세상을 구하는 힘은 '사랑(예를 들면 캣이 아들 맥스를 악한 남편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랑, 이를 두고 주도자는 영화에서 프리야에게 "세상을 바꿀 진짜 폭탄"이라고 가르쳐 준다.)'이라는 것이다.
영화에서 종종 악의 모습은 이기적이고 자기애에 가득 차 타인을 조종하는 자, 그리고 타인의 생명을 마음대로 파괴하면서 자신의 힘을 과시함으로써 신의 자리에 앉고자 하는 자로 설명되는데 <테넷>의 사토르도 예외는 아니다. 그가 인류를 멸절시키려는 이유를 환경 파괴 때문이라고 둘러대지만 이는 거짓말이다. 그가 가질 수 없는 세상이라면 아무도 갖지 못하게 하고 싶었고 실제로 그 일을 이룰 수 있는 파괴력이 그에게 있음을 과시하고 싶었던 오만이 정확한 그 이유였다. 악에 대한 묘사가 진부한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악에 대한 설명만 제외하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는 창의적인 상상력과 표현으로 관객을 매혹한다. 천재적이다.
<테넷>이 관객을 사로잡는 매력은 무엇일까? 그리고 담론을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
첫째, 영화의 모호함이다. 감독은 관객에게 설명을 아낌으로써 모호함을 극대화한다. 그리고 그 모호함 때문에 관객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되고 영화 관람 후 모호함에 대한 해석을 저마다 내어 놓다 보니 영화에 대한 담론이 풍성해지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안내가 없다.
주도자가 인버전된 총알을 소개 받는 연구실 B-2는 영국일까, 미국일까, 캐나다일까, 호주일까. 연구실의 인테리어는 매우 고풍스럽다. 전화도 아날로그 식이다. 연구원의 옷 무늬도 복고풍이다. 시대적 배경은 언제일까. 감독의 불친절함 때문에 관객은 혼란스럽기까지 하여 다음, 또 그 다음이 궁금해진다.
사실과 픽션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간다는 것은 현실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물리학적 가설에 입각하여 영화 안에서 아무리 친절하게 설명을 한다고 한들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일반 관객은 이해하지 못하는 채로 앎과 모름 사이의 애매모호한 경계에 놓인 채 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 이해하기보다 느낀다는 것은 글이나 말로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므로 더 알고 싶은 마음에 화면에서 눈을 떼기가 어렵다.
둘째, 스크린에 펼쳐지는 공간 구성이 낯설 정도로 새롭다.
일반인들이 흔히 접하지 못하는 공간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러시아, 인도 등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나라들이 아니어서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자연적인 배경뿐만 아니라 산제이 싱을 만나기 위해 곡예사처럼 건물 벽을 타고 내리는 장면, 시간의 협공을 스크린 위에 표현하는 방식 등은 경이롭다. 이 새로움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셋째, 안정감이 결여된 상황 때문에 관객들은 불안하고 불안은 역동성을 만들어낸다.
사건이 일어나는 곳은 안정된 건물 안이 아니라 이동하는 배, 자동차이다. 실내도 실외도 아닌 애매한 곳이다. 안심하고 정착할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발을 견고하게 내디딜 수 없는 바다 위, 혹은 빠르게 이동하는 도로 위이다. 이 지속적인 역동성은 관객을 영화에 붙들어 놓는다.
넷째, 현실적인 설정이 공감을 자아낸다.
무고한-그러나 그의 인생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생명을 해치려 할 때 같은 목적을 지닌 동료일지라도 가차 없이 살해하는 주도자의 캐릭터는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놓치지 않고 있다. 누구로부터 지시를 받았는지 모른 채 임무에 뛰어들어 작전을 수행하다 보니 자신이 바로 작전의 주도자였음을 깨닫게 되는 것, 이는 마치 우리가 인생을 한참 산 후에 되돌아보고 나서야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현실과 닮아있다.
결국 감독은 비현실적인 스크린 속 세상에 현실성을 부여함으로써 인간과 인생의 본질을 짚었다고 하겠다.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된 고전적인 주제가 화면에 웅장하게 펼쳐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마치 어떤 중요하고 큰 일에 동참하고 난 듯한 뿌듯함마저 느껴지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원하는 특정 시간과 장소로 인버전을 할 수 있는 것일까. 물리학적으로 그것은 가능한 것일까. 영화에 이에 대한 설명이 없어 그만 머릿속이 엄청나게 복잡해져 버렸다(©2021. 최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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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록 무섭고도 기괴한 믿음
* <클럽 제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클럽 제로 (2023)
감독: 예시카 하우스너
출연: 미아 와시코브스카 외
장르: 스릴러, 미스터리
상영시간: 110분
국가: 오스트리아, 영국
영국의 한 명문 기숙학교, 일곱 명의 아이들은 학교에 새로 부임한 영양 교사 '노백(미아 와시코브스카)'가 진행하는 '의식적 식사법' 수업에 발을 들인다. 학생들은 모두 각기 다른 이유로 기원도 알 수 없는 이 수업에 참여했다. 환경 보호, 체지방 관리, 자기 통제 등의 이유로, 혹은 장학금을 받기 위한 반강제적 선택으로.
첫째, 깊게 심호흡을 하고 눈앞의 음식에만 집중할 것. '노백'이 지도하는 '의식적 식사법'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배가 고프다', '먹고 싶다'라는 식의 잡념은 모두 떨쳐내고, 나 자신과 음식만을 생각하는 게 이 식사법의 핵심이다. 부드러운 말투 속 거부하기 힘든 카리스마가 내재된 '노백'의 가르침에 이끌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의 식사법을 의심 없이 따른다. 절반의 혹하는 마음, 그리고 나머지 절반의 의구심으로 채워져 있던 아이들의 태도는 점차 그를 향한 맹신으로 이어진다.
수업은 지속될수록 심화 과정에 치닫고, 이에 기이함을 느낀 소수의 이탈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노백'의 논리와 철학에 완전히 매료된 학생들은 선생을 향한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소량의 음식을 먹도록 유도했던 그는 한 발자국씩 극단으로 향해 나아간다. 한 번에 한 가지 음식만을 먹도록 제안하더니 급기야 섭식을 하지 않아도 인간은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해괴한 주장을 펼친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그의 주장에 휘둘리는 법이 없을 테지만, 이미 그에게 완벽하게 가스라이팅 된 학생들은 다 함께 음식을 끊고, 나날이 야위어가기 시작한다.
'음식을 먹지 않아도 인간은 삶을 영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사고와 판단을 할 줄 아는 인간이라면, 이 주장의 오류가 엄청나다는 것을 아주 쉽게 인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아이들은 '노백'의 허황된 논리를 맹신하는 태도를 보인 걸까.
극의 배경은 아주 비싼 학비를 부담해야만 다닐 수 있는 영국의 명문 기숙 학교다. '노백'의 학생들 중 유일하게 상류층 자제가 아닌 '벤'이 전액 장학금을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것만 보더라도, 아무 학생이나 다닐 수 없는 엘리트 학교임을 알 수 있다. 즉, 아이들은 신임 영양 교사 한 명에게 인생을 좌지우지 당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고, 모두가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이다. (스포츠, 예술 쪽으로의 특기도 탁월하다.) 따라서 아이들이 잘못된 신념을 갖게 된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노백'이 아닌 이들의 가정 환경이나 성격적 요인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아이들 중 '노백'에게 가장 의지하며 '사랑'에 가까운 감정을 내비친 '프레드'부터 살펴보자. 무용에 재능을 가진 그는 선천성 당뇨병을 앓고 있고, 일 때문에 부모와 멀리 떨어진 채로 지내고 있다. 누구보다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시기이지만, 부모는 아이를 학교에 맡긴 채 신경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러한 가족을 대신해 그를 포근하게 감싸준 건 '의식적 식사법'을 제안한 영양 교사다. 다정하게 고민을 들어주고, 힘이 들 때는 기꺼이 한 쪽 어깨를 내준다. 상처 입은 소년은 선생이 자신을 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감히 가질 수 없다. 그의 수업 방식을 따르다 죽을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한번 잡은 그의 손을 놓을 수 없게 된 건 단 한 번도 자신의 신의를 외면한 적이 없기 때문일 터다.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선수 생활을 위해 부모에게 체중 조절을 간섭받는 '라그나'는 일종의 반항심으로 '노백'의 수업에 적극적으로 임한다. 선생의 다정한 관심, 그리고 실수를 하더라도 믿고 지켜봐 주는 태도, '의식적 식사법'을 통해 얻게 된 자율성은 '라그나'가 무한 신뢰를 내비치게 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처음부터 가장 맹신론자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던 '엘사'는 완전한 자기 통제력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극한으로 내몬다. 그리고 이 수업에서 유일하게 겉돌던 '벤'은 전액 장학금을 받기 위해, 싱글맘인 어머니를 힘들게 하지 않기 위해 '노백'의 주장을 따르기로 결심한다. 음식을 거부하는 그의 교육 방식에는 탈자본주의적 성격이 깃들어 있기에 '벤'은 어머니를 착취한 대상을 자본주의로 인식하게 된다.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장학금을 받기 위한 목적도 있었을 테지만, 그가 '노백'의 말을 따르게 된 결정적 계기는 두 모자의 삶을 힘겹게 만든 자본주의에 저항하고자 하는 의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는 아이들에게 철저한 관심을 쏟는 '노백'의 일관된 태도, 그리고 '자유'와 '생존'이라는 단어들을 교묘하게 섞어가며 설득력을 발휘하는 화법이 도처에 깔려 있었고, 아이들은 전적으로 그를 믿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사실 <클럽 제로> 속 '노백'이 주창하는 '의식적 식사법'은 극단적 사례이긴 하지만, 이를 현실 속 다른 예시로 적용해 본다면 충분한 현실감이 생긴다. 사건 혹은 지식에 대해 팩트를 검증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태도는 SNS나 인터넷에서 정보를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현대인들의 태도와 꽤 많이 닮았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극중 그를 학교로 데려오는 데 일조한 어른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애초에 '노백'의 '의식적 식사법'에 혹해 그를 학교의 영양 교사로 추천한 것도 '라그나'의 아빠이고, 교장 역시 유행하는 식사법 같다며 수업을 검증조차 하려 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며 "말도 안 돼", "너무 극단적이다", "불쾌하다"라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유튜브의 가짜 뉴스를 보며 그릇된 정보에 혹하고, 잘못된 신념에 빠져 편향된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 않나. 제아무리 말도 안 되는 거짓일지라도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달콤한 표현들을 장식처럼 더한다면 사실을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힘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설파하는 영화인 셈이다. 죽은 낯빛에 얇은 몸뚱이로 자기만족에 취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올바른 진실이 빼앗긴 사회가 얼마나 끔찍한 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자격으로 프라이빗 시사회에 참석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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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고 굵었던 박지연 지일주 주연의 강남좀비
이수성 감독의 ‘강남좀비’가 지난 1월 5일 개봉했습니다.
티아라의 ‘박지연’ 씨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던 작품으로 부산행 이후로 오래간만에 보는 한국판 좀비영화입니다.
좀비 영화의 전형적인 주제 의식과 좀비화 되어 가는 과정을 포함한 좀비의 특성들을 스테레오 타입으로 풀어낸 터라 기존 매니아 층들이 보기에는 그다지 거부감은 없을 듯 합니다. 다만 하드고어적인 측면은 좀 덜한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좀비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보다는 재난영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수성 감독은 ‘미스터 좀비’ 이후로 12년 만에 만든 이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두 주연 배우의 의견을 받아들여 내용을 수정하기도 하였습니다.
태권도 3단인 박지연 씨가 보여주는 의외의 통쾌한 액션과 연결 동작으로 보여주는 발차기 등은 몸으로 좀비에 맞서는 의외의 액션들로 재미를 더합니다.
뜻하지 않게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보며 오열하는 씬에서는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의외의 반전에 피식 웃으며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으로 몸이 릴랙스 되는 기분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멘사 회원 지일주 씨의 시나리오 해석력과 여린 듯 강인한 캐릭터를 보여준 박지연 씨, 다양한 조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짧은 시간 관객들을 흡입시키는 영화 ‘강남좀비’ 이야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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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의 예수님까진 아니고 테레사 수녀쯤?
패트와 매트
이 영화의 주인공은 중고차 딜러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이다. 슈퍼히어로 같은 건 이미 은퇴했다. 웨이드를 떠난 바네사. 웨이드와 함께라면 재미는 있을지언정 위험한 일이 많았다. 진중하지 못한 웨이드에 모습에 실망한 걸까? 웨이드는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며 이제는 주위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지 않는다는 점 하나를 바라보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오늘은 웨이드의 생일이다. 삼삼오오 모인 친구들. 웨이드는 정말 기뻤지만 은근히 소심한 탓에 고마운 마음을 다 드러내지는 않았다. 마음을 숨기는 웨이드. 생일 파티에 온 바네사(모레나 바카린)를 보면서도 마음을 숨기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곳에서 들려오는 벨소리. TVA라는 곳에서 왔다고 한다. 얘네 뭐야? 맞대결을 펼칠 준비를 하기도 전에 TVA가 웨이드를 끌고 가버렸다. TVA에 가서 처음으로 만난 사람은 패러독스(매튜 맥퍼딘)이었다. 패러독스가 건네는 제안. 웨이드에게 본인 세상과 친구들을 구하고 싶다면 특정 멀티버스의 중심인물을 만나 여기로 데려오라고 지시한다. 그 중심인물이 누구냐고 묻는 데드풀. 패러독스의 입에 나온 이름은 '울버린(휴 잭맨)'이었다. 울버린? 내 친구 울버린? 설마 로건? 근데 걔는 이미 죽지 않았나? 하지만 괜찮다. 여기는 마블이고, 한참 멀티버스 세계관을 좌우로 넓게 펼치고 있었다. 멀티버스의 울버린을 만나면 되는 일 아니겠어? 데드풀은 울버린을 만나, 울버린은 데드풀을 만나 지독하게 티격태격한다.
히어로로 어떻게 살 것인가
우선 이 영화의 핵심을 이야기하기 전에 MCU 4,5 페이즈에서 작동하는 핵심에 대해 말할 필요가 있다. 그 핵심이 뭐야? ‘어떻게 주체적으로 슈퍼히어로가 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시간대를 <어벤저스 : 엔드게임> 직후로 돌린다. <블랙 위도우>는 스칼렛 요한슨이 다시 출연하며 새로운 히어로의 등장을 알렸다. 나타샤와 같은 주연이었던 옐레나(플로렌스 퓨). 블랙 위도우들의 일환으로 활약하다 언니에게 자극받아 히어로가 된다. 블랙 위도우가 본질적으로 암살자들의 집단이고 나타샤 본인부터가 SHELD에 입사하기 전에 나쁜 짓을 일삼던 캐릭터였다. 빌런에서 히어로가 됐다는 의미인데 이 흐름은 사실상 이후 영화들에게 핵심으로 작동한다. 애 같은 무책임함을 보여줬던 스파이더맨, 친구의 희생을 뒤로하고 각성하는 이터널스, 존재감이 부족했지만 정복자 캉과 처음으로 정면대결했던 앤트맨, 스티브가 아닌 진짜 캡틴 아메리카로 거듭나는 팔콘이 그랬다. 글쓴이가 이 문단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마블의 드라마나 영화들도 다양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히어로, 자연인으로서 단단해지는 플롯을 중심으로 담았다.
이 <데드풀과 울버린> 역시 ‘엔드게임’ 이후의 마블이 발표한 영화/드라마가 담고 있는 핵심을 그대로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데드풀이 갖고 있는 히어로로서의 개성만으로도 ‘어떻게 주인공이 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플롯에 넣기 쉽다. 어떤 특성? 그것은 데드풀이 ‘제4의 벽’을 넘는다는 속성이다. 보통 이야기를 통제하는 것은 감독이거나 제작진이다. 하지만 데드풀은 그 경계선을 넘으며 본인(캐릭터)을 이야기를 만드는 감독과 같은 입장에 등치 시킨다. 이야기를 자기가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것이다. 1차적으로 이야기의 핵심이 캐릭터에 닿아있는데, 영화의 플롯도 ‘데드풀이 바네사에게 어떤 자극을 받고 특정한 위치에 있고 싶어 한다’니 사실상 ‘데드풀이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한다’란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울버린 역시 ‘어떻게 이야기를 쓸 것인가’에 대한 부분과 이어진다. 사실 울버린은 <로건>이라는 영화에서 장중한 마무리로 이야기를 끝냈다. 하지만 영화 외적인 맥락에서 이 울버린이라는 캐릭터는 ‘이야기를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고민 한가운데 있는 인물이다. 왜? 그거야 마블은 ‘판타스틱 4’나 ‘엑스맨’ 같은 엑스맨 유니버스의 등장인물들을 mcu로 편입시키기 위해 신작을 개발하고 있다. <더 마블즈>의 쿠키영상이나 mcu의 핵심인 완다의 역할 같은 것이 아직도 Mcu에 남아있다. 그리고 내년즈음에 mcu판 <판타스틱 4>가 발표된다는 말이 있고, 글쓴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7월 28일) 닥터 둠 역할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캐스팅했다는 속보가 있으니 마블이 현재 울버린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마블이 울버린을 두고 ‘어떻게 이야기를 써야 하지?’라는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외적인 맥락이라 울버린을 이렇게 활용하는 것이 이야기에서 겉도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미 데드풀이 ‘제4의 벽’을 넘는다는 점에서 어색함을 줄였고, 마블의 멀티버스 사가는 이런 서사의 뒤엉킴을 해소하는데 적합하다. 데드풀의 파트너로 울버린을 선택한 것이 영화 외적인 근거가 되는 셈이다.
한번 더
이 영화에서 글쓴이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놀랄 것 같은 부분이 있다. 바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다. 이게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처럼 누가 어떻게 나온다고 동네방네 소문이 다 난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시놉시스나 예고만 본 관객들 입장에서 보면 하나하나 예상외의 캐릭터 터였을 거라 생각한다. 그중 글쓴이가 가장 좋았던 것은 울버린과 관련된 카메오였다. 글쓴이는 ‘엑스맨’을 다 보지도 않았어서 휴 잭맨하면 사실 울버린부터 생각나지 않는다. 휴 잭맨 연기 잘하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울버린과 관련된 캐릭터 하나는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는데, 울버린에게 있어 이질적인 이미지라 인간적인 측면이 강조됐던 캐릭터였다. 이 <데드풀과 울버린>은 이 캐릭터가 왜 등장하고 어떻게 퇴장하는지에 대한 예우를 충실히 갖췄다. 한편으로는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 사람에게도 데드풀과 울버린에게 적용된 모티브가 여전히 작동한다. 이 인물에게 이야기를 시작하고 끝낸다는 것 역시 중요한데 이 인물이 보여주는 영화의 몇 장면만으로도 감동을 준다.
이번엔 글쓴이가 생각하는 이 영화 최고의 강점. 세 사람의 등장이다. 글쓴이는 이 영화에 이 세 사람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던 사람 없었을 것이라 본다. 그리고 그 예상하지 못하다는 점은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전적으로 예상한 바다. 이 인물들은 코믹스가 영화화된다는 관점에서 확실하게 이야기를 시작하거나 끝마무리 짓지 못한 캐릭터들이다. 영화는 이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어떤 인물은 ‘오직 나 혼자’라고 말하기도 하고 특정 캐릭터는 굳이 그 인물이었어야 했으며 그 나머지 캐릭터는 굳이 특정 히어로를 언급했다. 심지어 세 캐릭터가 특정 캐릭터의 어떤 행동을 바라보는 장면까지 넣으면서 이 영화의 핵심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조/카메오들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인물이 있다. 아마 글쓴이만 이 캐릭터가 영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할 것 같기도 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생뚱맞으니까. 이 캐릭터가 이렇게 중요할 일인가? 하지만 이 인물 역시 영화 후반부에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를 주목하니 흥미로웠다. 영화가 '어떻게 영웅으로 살 것인가'라는 점을 살렸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 캐릭터 역시 극의 내적 논리를 철저하게 따라간다고 생각했다.
A vs B
이 영화에서 처음과 끝이라는 모티브가 작동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두 세계의 충돌이다. 우선 영화 안의 두 주인공 데드풀과 울버린은 이야기 안에서 내내 티격태격한다. 우악스러운 데드풀이나 성격 더러운 울버린이나 다들 각자 주장이 세다. 내내 평화로운 분위기로 이야기를 끌고 가면 재미가 없다. 그럼 내내 싸울 수밖에 없는데, 이 다투는 이유를 주목해 보면 영화가 두 인물의 어떤 점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를 주안점으로 뒀다. 이 주안점은 영화에서 두 번째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첫 번째는 TVA의 존재) <데드풀과 울버린>의 배경과도 관련이 있다. 데드풀이 여자친구를 잃었는데 케이블 덕분에 어찌어찌 잘 산다 같은 거 말고, 왜 이 영화가 기획됐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이 영화의 기저에 깔려있는 따뜻한 분위기가 있다. 왜 따뜻함이 있을까? 바로 폭스가 디즈니에게 인수합병됐기 때문이다. 이거 과정 엄청 복잡했고 기사도 여러 개 나왔다. 애초에 마블 코믹스가 원작인데 다른 회사가 영화를 만드는 상황이 정상적이진 않으니 대략적으로 유추해도 이 과정이 가볍지는 않았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 상황은 두 세상이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게 됐다는 점에서 극 중 데드풀-울버린과의 관계와 겹쳐 보인다. 데드풀이 제4의 벽을 넘나드는 것처럼 이야기의 안과 밖이 하나의 모티브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두 세계의 충돌이라는 키워드는 플롯을 이끄는 동력이 된다. 첫째. 두 주인공의 액션은 정말 대단하다. 액션의 다이내믹함이 과하면 과할수록 두 인물 간의 충돌이, 또 감정적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체감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이 특징을 정확하게 이해해서 테이크를 길게 뺀다던가 무기도 비슷하게 배치하면서 긴박감을 늘린다. 두 번째. 영화의 두 빌런은 충돌이라는 모티브를 전적으로 이행하고 있는 인물이다. 첫 번째 빌런 미스터 패러독스는 캐릭터 명부터가 ‘패러독스’다. 패러독스는 직역하면 역설이다. 그리고 이 인물은 충돌을 일으키기 위해 세상을 욕망하는 인물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카산드라 노바(엠마 코린)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과 충돌한다. 어떤 인물이 되고 싶은 데드풀과는 다르게 카산드라는 무의미함을 좇는다. 두 상황이 충돌한다는 모티브가 빌런을 때려잡는다는 장르의 특징이 빌런과의 대립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더 나아가 크고 작게 대립하는 영화의 상황들, 다른 시리즈를 가져온 측면이나 멀티버스를 활용한 방식이나 이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절대 잊어버릴 수 없는 중반부의 두 캐릭터나 이야기의 원동력으로 관객들을 집중시키는 박력이 돋보였다.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의 마지막 직전
이 영화의 단점을 누군가가 나에게 물으면 글쓴이는 준비물이 너무 많다는 점을 뽑고 싶다. 글쓴이는 이 영화 개봉 하루 전에 <데드풀 2>를 봤다. <데드풀 2>를 보고 느낀 점. 이걸 어떻게 지금의 MCU와 연관 짓지? 글쓴이가 영화를 보고 느낀 점. 지금의 MCU와의 큰 연관점을 가지는 건 '로키' 시리즈의 TVA다. 이 집단이 범우주적으로 수많은 시간선을 관리한다는 집단이라는 걸 모른다면 '쟤들은 뭐야?'라고 생각하기 쉬울 것 같았다. 하지만 이걸 알고 난 다음이 문제다. 이야기 전개 상 감독이 영화를 전적으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후반부에 좀 있다. 이 구멍을 영화 안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코미디로 돌파하는 감이 있는데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영화의 맥이 쉽게 빠질 것이다.
글쓴이가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단점이라고 보는 것은 극후반부의 전개다. 이 영화가 이 MCU의 시리즈물에 편입한 순간부터 정해져 있는 단점이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끝마무리가 확실하지 못했다. 두 빌런 카산드라 노바와 미스터 패러독스의 끝마무리도, 울버린과 데드풀도 이야기에서 더 설명이 필요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카산드라 노바는 인물의 능력에 비해 설명하는 것이 게을렀다도 생각한다.
생명 연장?
글쓴이는 이 영화를 보고 꽤나 만족했다. 그리고 동시에 의문점이 들었다. 마블 시리즈 보면서 좋았다고 느낀 것에 대해 생각해 보면, 다 지난 것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였다. 스파이더맨이 돌아온다던가. mcu의 원년멤버인 로키의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짓는다던가 하는 일들이 그랬다. 대중적으로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volume 3>가 흥행한 걸 생각해 보면 역시 마찬가지다. 이 <데드풀과 울버린> 역시 마찬가지다. 잊혀 간 것들과 지금 내 주위에 있는 것들에 대해 말하는 영화임과 동시에 지나간 것에 예우를 갖추는 영화다 보니 마블의 동력이 정말 다 떨어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런 우려와는 별개로 이 영화 자체는 정말 재미있다. 휘둥그레 놀라는 전개, 멀티버스 활용법, 라이언 레이놀즈의 기획자로서의 역할, 숀 레비의 역량과 휴 잭맨의 카리스마까지 신나는 오락영화를 기다려온 관객들에겐 기대치를 충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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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을 이용한 쇼 비즈니스의 진짜 모습
*리뷰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우리는 뭔가 보는 것을 즐긴다. 영화,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 같은 것을 관람하고 그것이 보여주는 이야기와 음악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낀다. 그건 일종의 대리만족일 수도 있고 그저 그것이 만들어주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쾌감으로 자신의 마음속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일 수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공연들은 있어왔고 조금씩 변화해 왔다. 사람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공연들을 특별하게 생각했고 무언가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면 이런 춤이나 노래의 공연들이 같이 진행되었다. 아마도 인류가 시작된 이후에 이런 공연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전달해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관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그것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만든 쇼를 보고 만족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뭔가 특별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남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고 그것이 주는 만족감에 도취된 사람들은 계속 다양한 시도를 계속했고 다른 형태의 볼거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현대로 들어오면서 카메라라는 기기에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 카메라 안에는 점점 자극적인 것이 담기기 시작했고, 그 자극이 커질 때마다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만족감은 더 커졌다. 그들은 그것에 어떤 사명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에 열광했고 그건 그걸 찍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도취감을 만들어줬다.
외계 물체의 등장 이후 기이한 일들을 겪는 주인공의 이야기
영화 <놉>의 중심인물인 OJ(다니엘 칼루유야)는 아버지와 목장을 운영하는데 목장에서 기르는 말들은 주로 영화 촬영에 활용된다.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었던 아버지가 기이한 현상에 의해 죽게 되면서 목장으로 다시 돌아온 동생 에메랄드(케케 팔머)와 OJ가 겪는 기이한 일이 영화에 담긴다. 외계 비행체처럼 보이는 물체가 상공에 나타난 이후, 그 물체는 주기적으로 말을 납치해가고 그 존재의 영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OJ와 에메랄드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게 된다.
영화의 시작에는 이야기의 시점보다 과거에 벌어졌던 방송이 나온다. 고디라는 침팬지가 출연하는 TV쇼에서 갑자기 돌변한 고디가 출연자들에게 끔찍한 일을 한 이후의 모습이 보인다. OJ와 고디의 일은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두 이야기의 접점이 만들어진다. 고디가 출연하는 TV쇼에서 끔찍한 현장을 모두 목격한 리키(스티븐 연)는 OJ의 근처에서 주피터 파크라는 곳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침팬지의 쇼를 이용해 과거 쇼 비즈니스가 어떤 식으로 흘러갔는지 경험한 인물이다. 그래서 그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주피터 파크도 말을 이용한 쇼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OJ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말을 이용한 영화 촬영에 참여하려고 하지만 갑작스러운 말의 행동으로 촬영에서 배제되는 인물이다. 꽤 과묵한 성향을 가진 그는 쇼 비즈니스와는 거리가 멀고 한 편으로는 말이 그런 촬영에 소비되는 것이 못마땅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면 여동생 에메랄드는 무척 적극적이고 무대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인물이다. 그는 적극적으로 쇼 비즈니스에 편입되어 자신의 존재감이 높아지는 것을 원한다. 완전히 다른 성향의 남매인 이들은 외계 물체를 보고 하려는 목적이 다르다. OJ는 자신의 말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고, 에메랄드는 그 증거를 찍음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알려 큰돈을 벌려고 한다. 영화는 이 둘의 성향 차이과 목적을 의도적으로 다르게 구성하여 이야기의 흥미를 높인다.
쇼 비즈니스의 주변에 있는 인물들의 다른 인식과 목적
남매와 말 거래를 위해 만나는 리키도 흥미로운 인물이다. 그는 주피터 파크에서 말을 이용한 쇼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데, 그는 이미 어린 시절 동물인 침팬지가 착취당하는 과정과 갑작스럽게 과격하게 행동하는 동물을 본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른 동물인 말을 이용해 쇼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카메라 촬영이 없을 뿐 그는 관객 앞에 서서 말을 희생시키는 쇼를 보여준다. 그의 행동에는 어떤 죄책감도 보이지 않는다. 과거의 끔찍한 일에 대한 경험은 그에게는 훈장 같은 일이다. 그가 OJ와 에메랄드에게 자신의 과거의 일과 자부심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그가 하고 있는 쇼 비즈니스에 아무런 죄책감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외계 물체는 영화의 중반 이후 OJ에 의해 진 재킷이라는 이름이 붙여진다. 진 재킷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관점도 모두 다르다. OJ와 에메랄드는 일단 진 재킷이 실존한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 두 사람의 목적이 미묘하게 다르긴 하지만 마트 직원인 엔젤(브랜든 페레아)과 함께 그것을 영상에 담기 위해 애쓴다. 반면 뒤늦게 합류하는 전문 촬영 감독 앤틀러스(마이클 윈콧)는 촬영에는 도가 튼 인물이다. 그래서 좀 더 어렵고 현장감 있지만 세상에 없을 것 같은 화면을 담으려 애쓴다. 그는 수동 필름 카메라를 이용해서 진 재킷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그에게 이 촬영은 과거에 해본 적 없는 불가능한 촬영에 대한 도전이다.
여기서 가장 동떨어져 있는 리키는 진 재킷을 자신의 쇼 비즈니스에 활용한다. 그는 어쩌면 영화에서 가장 착취적인 사람일 것이다. 수많은 말들 뿐만 아니라 외계 물체는 진 재킷까지 자신의 쇼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의 이미지는 내내 자신만만하지만 그의 쇼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느낌을 준다. 영화 후반부 그가 진 재킷과 말을 이용해 벌이는 쇼는 무척 경쾌하게 시작해 이상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끝이 난다. TV 쇼 비즈니스의 최정점을 경험한 인물이 자신만의 공연을 만들고 결국 그것 때문에 공포를 경험하게 되는데, 그는 이 영화에서 가장 쇼 비즈니스에 중독된 사람처럼 보인다.
쇼 비즈니스에 대한 비판적 시각 그리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흥미로운 이야기
영화 <놉>은 외계 존재를 조금씩 화면에 비추다가 후반부에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그 과정은 무척 천천히 진행되지만 전반적으로 점점 속도가 빨라져 후반부에는 그 속도가 절정에 이르면서 끝을 맺는다. 기승전결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영화들의 특성처럼 후반부의 진 재킷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드러내며 이 이야기를 절정으로 몰고 간다. 이 영화 자체가 거대한 쇼 비즈니스의 하나이며, 그 안의 다양한 인물들은 자신만의 목적을 위해 진 재킷을 이용한다. 영화의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 진 재킷이라는 존재는 이 쇼 비즈니스에 훌륭한 서스펜스를 제공하고 주인공들을 위한 무언가를 해낸다.
<겟 아웃>, <어스>를 연출한 조던 필 감독의 신작 <놉>은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영화다. 특히 전반부에 동물을 이용한 쇼 비즈니스의 참혹한 모습으로 운을 띄운 이후,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을 통해 쇼 비즈니스에 대한 인식을 전달하고 있다. 진 재킷의 존재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영화에 등장하는 촬영감독 앤틀러스나 동물을 이용한 쇼를 전문으로 하는 리키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명을 붙일 수 있다. 영화 <놉>은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과 구도를 통해 관객들이 관람 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하는 영화다.
마냥 어렵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이야기는 단순해졌고 속도감은 무척 커졌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깊이는 꽤 깊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풍성하게 들어가 있다. 외계 물체인 진 재킷으로 부터 만들어지는 공포감과 서스펜스도 굉장히 압도적이다. 그가 어떤 존재인지 드러나는 후반부는 꽤나 흥미진진하다. 또한 여러 가지 사회적 메시지들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무척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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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레의 차원을 넘어서라
인간은 몇 차원에 살고 있을까? 또한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는 얼만한 크기일까? 인간은 우주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일까?
SF소설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을 아시아 최초로 받은 류츠신의 <삼체>. 요새는 SF소재를 단순하게 미래에 대한 상상력, 혹은 판타지 수준에서 채용하는 소설과 영화들이 대부분이라면, <삼체>는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영역, 차원을 계속해서 확장시켜 주고, 1,2,3부로 이어지면서 그 차원의 세계는 지수함수 그래프처럼 무한히 위로 올라가 버린다. 차원의 깊이가 우주만큼 깊고 넓어, 책을 다 읽고 다시 지구의 작은 집에 앉아있는 나를 인식하면 한없이 작아진 나를 느끼게 된다. <삼체>는 '삼체문제' 그 자체보다, 우주의 다차원을 다루며 차원과 차원사이에 일어나는 일, 고차원과 저차원의 인식, 차원끼리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다. '삼체문제'는 그저 다차원을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이다. 그러면 <삼체>에서 보여주는 '삼체문제'란 무엇이며, 차원이란 무엇인가?
삼체문제
삼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세 물체를 말한다. '삼체문제'라는 것은 세 물체 간에 힘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그에 따라 세 물체는 어떤 궤도운동을 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인간은 삼체문제를 그다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즉 이체에 가까운 세상인 지구에 살고 있다. 태양계는 태양이 압도적인 질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궤도가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각각 행성의 위성들도 모성과 질량차이가 커서, 대부분 안정적으로 돌고 있다. 다만 지구의 위성인 달이 일반적인 위성보다 비정상적으로 커서 둘 궤도의 중심점이 지구 중심에서 좀 많이 비켜나 있기는 한데, 역시나 안정적이다. 태양계의 행성들은 평면적인 공전궤도면을 따라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기도 하다.
만약 우리가 사는 태양계의 태양이 하나가 아니라 비슷한 크기 두 개인 쌍태양이라면, 행성들의 움직임은 이보다 더 복잡한 면을 그리게 될 것이다. 심지어 태양이 쌍성이 아니라 세 개여서 삼체가 된다면, 그 세 태양의 움직임은 계산이 불가능에 가깝다. 인간이 이체세상에 살고 있다면, 삼체세상은 어떤 의미로는 그보다 한 차원 높은 세상인 셈이다. 더군다나 4체, 5체, 다체로 가게 되면 아예 궤도를 알아내기가 불가능하다. 양성자와 전자 한 개로 이루어진 가장 기초적인 원자인 수소 말고, 전자가 하나 더 늘어난 그 이후 원자부터는 궤도모델을 만들 수 없는 것도 그 이유다.
<삼체>에 나오는 삼체인들의 항성은 지구에서 대략 4광년 떨어진, 가장 가까운 항성들인 센타우르스의 알파성을 모티브로 했다. 알파성은 하나의 별인 줄 알았지만 관측결과 2개의 항성으로 된 쌍성계이고, 조금 더 태양과 가까운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적색왜성이다. 이 세별은 서로 중력의 영향을 받는 삼연성계이다. 이 삼연성계에 생물이 사는 행성이 있다면, 거기에 사는 생명의 우주관은 우리와 아주 다를 것이다. 지구는 아주 오랫동안 일정하게 도는 달과 태양 때문에 하늘을 평면적인 둥근 천장이라고 생각하는 '천구'개념이 있었지만, 삼체운동을 하는 항성들이 하늘을 돌고 있다면 하늘을 처음부터 3차원 입체로 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지구의 인간은 독특한 음양론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것은 태양과 달의 크기가 우연히도 정확히 같아 보이기 때문에 생긴 철학이다. 이런 행성은 아마 삼체성계만큼 엄청나게 드물 것이다.
삼체의 궤도를 표현한 애니메이션. 너무 불규칙한 데다 항상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삼체문제가 아예 해가 없는 것은 아니고, 특수한 상황에서의 해는 밝혀졌다. 위는 동일한 질량, 각운동량이 없는 상황에서의 해 중 하나인 8자 모양의 해.
인식의 한계차원
1차원은 선, 2차원은 평면, 3차원은 입체. 우리는 흔히 인간은 3차원, 시간까지 더해서 4차원을 우리의 차원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건 인간이 우주에서 차지하고 있는 크기에 대한 제한적 차원이다. 우리는 인간세상이 입체라고 생각하겠지만, 우주적인 위치에서 보면 거대한 지구라는 행성표면에 붙어살고 있는 2차원 생물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어떤 과학자들은 인간이 우주로 진출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차원을 진정한 3차원으로 한 단계 높여주는 행위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지구를 넘어서서 태양계도 하나의 점처럼 보이는 거대한 존재가 있다면 우리는 점도 벗어나지 못하는 0차원의 존재인 셈이다.
인간보다 거대한 차원이 아니라 작은 차원은 어떨까? '그래핀'은 탄소원자 한 겹의 배열로 이루어진 2차원 물질이다. 인간이 볼 때 그것은 2차원이다. 하지만 더 미시적 차원으로 들어가 보면 원자 속 에는 양성자와 전자가 존재하는 공간이 있다. 그보다 더 작게 들어가면 초끈이론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11차원이라고 하고, 여분의 차원은 작게 말려있다고 말한다. 즉 우리는 우리보다 더 작은 차원들, 혹은 더 큰 차원들은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그저 우리는 지구 위를 기어 다니는 벌레일 뿐이다.
차원에 대한 소설은 1884년 에드윈 A. 애보트의 <플랫랜드>가 가장 유명하다. 이 소설에는 주인공인 2차원 정사각형이 1차원과 3차원으로 갈 때의 묘사가 훌륭하다. <플랫 랜드>에 나온 바에 의하면, 2차원 생물은 상대방을 위에서 볼 수 없기 때문에 원이든 사각형이든 삼각형이든 선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중간에 3차원 구가 나타나면, 선이 점점 커졌다가 작아지는 구의 단면만을 인식한다. 이 흥미로운 차원 간 세계의 설정은 <삼체> 전체에 깔려있다.
또한 인간이 지동설이 검증하는 과정은 '인간이 세계를 인식할 수 있는 차원'에 대해 큰 교훈을 준다. 처음 지동설을 주장할 때, 교회에서는 무작정 천동설을 믿고 탄압한 게 아니다. 당시 신부들은 가장 머리가 좋은 엘리트 집단이었다. 지구가 태양의 궤도를 돈다면, 반대편에 있을 때 별들의 위치가 달라져서 연주시차가 나타나야 하지 않느냐는 반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 인간의 관측기술로는 연주시차를 측정할 수 없었고, 별들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결국 지동설이 연주시차로 검증된 것은 19세기 들어서 망원경과 천체관측기구가 발달하고 나서다. 위에서 언급한 태양과 가장 가까운 항성계여서 연주시차가 가장 큰 센타우르스의 알파성 연주시차는 2/10000도이기 때문에, 맨눈으로는 전혀 관측할 수 없다.
최근 '인간이 세계를 인식할 수 있는 차원'에 대한 가장 큰 과학적 성과는 중력파의 검증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질량은 공간의 휘게 만드는데, 이것이 곧 중력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질량에 변화가 생기면 그 시공간의 휘어짐이 빛의 속도로 파동처럼 전달되는데, 그것이 중력파다. 하지만 이 시공간의 휘어짐은 중력 변화에 비해 너무나도 작아서, 이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한 장치 LIGO를 만들기 전까지 측정한다는 것은 꿈의 과학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시로 중력파를 검출하고 있고, 소설 <삼체>에는 나중에 중력파를 통신기술로 이용하는 장면도 나온다. 중력파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 우리가 우주를 보는 눈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 한 차원 높은 우주를 보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우주에 대해서 너무나도 모른다. 우주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에 대해 아는 바는 전혀 없으며, 인간이 관측한 100년 남짓한 데이터로 우주의 모든 것을 안다고 말하긴 쉽지 않다. 만약 우리가 지금까지 믿어왔던 과학들이 밑바닥부터 모두 허물어진다면, 우주의 별이 사실은 누군가 만들어놓은 스크린이어서 마음대로 깜빡일 수 있다면, 오늘부터 1+1이 2가 아니게 된다면, 인간은 벌레처럼 주저앉게 될 것이다. <삼체>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드라마 vs 소설
소설 <삼체>는 나왔을 때부터, 영상 매체로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다른 대하소설처럼 물량이 많고 이야기가 복잡하기도 하지만,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차원을 글로 풀어서 썼기 때문이다. 요즘 소설에 비하면 진행이 느리고 묘사가 많은 데다, 많은 부분을 이미 만들어진 클리셰를 거부하고 작가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미래 세계를 새로 구축해 나간다. 요즘 SF작법으로 비유하자면 글 쓸 때 하지 말라는 짓은 다한 소설이나 다름없다. 만들기 어려운 것은 둘째 치고, 이걸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면 재미가 있긴 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 시즌1은 이런 부분에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엿보인다. 일단 중국인 위주로 흘러가는 1,2,3권의 주인공들을 '옥스퍼드 동기 과학자들'로 모두 한 곳에 모아놨다. 그중에도 주요 인물들은 중국인으로 유지하고, 3권의 주요 캐릭터인 토마스 웨이드가 다른 캐릭터들과 합쳐진 모습으로 등장해 매력을 뽐낸다. 게다가 소설대로 진행했으면 조금 느리고 지루할 수 있는 흐름을, 1,2,3부의 내용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빠른 전개를 보여줬다. 그리고 일반인에게 어려울 수 있는 과학은 많이 간략화했다. 드라마는 소설보다 더 쉽고, 전개가 빠르며, 거기에 '영국 이민자들의 서사'를 추가로 부여해 더 글로벌한 이야기가 되었다. 하지만 너무 축약해 버려서, 인류 전체가 하는 다양한 고민들이나 캐릭터의 서사들은 많이 없어졌다. 특히 소설 2권의 주인공인 '뤄지'를 대체한 사울은 나중에도 굉장히 중요한 인물인데, 그의 가벼운 캐릭터가 많이 아쉽다. 원래 사울의 역할은 우주 사회학 교수로 극단적인 회의주의자에 가까운 인물이고, 상상력과 내면이 굉장히 강한 사람인데 그런 서사가 시즌 1 동안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다. 소설 3권의 주인공을 대체하는 진 청과 윌리엄 다우니의 서사만큼 쌓았으면 좋으련만.
드라마가 아직 시즌1 밖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전개나 주제, 철학까지 다루기는 어렵다. 하지만 등장하는 몇 가지 과학기술에 대해 아주 간단하게 짚고 넘어갈 수는 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입자 가속기/카미오칸데
베라 예는 옥스퍼드 입자가속기에서 일하고 있다가, 멍한 표정으로 질문을 하고 뒤돌아 나가는데 금색 구슬이 가득 있는 거대한 구 모양의 공간에서 떨어져 자살한다. 이건 여러모로 전혀 맞지 않는 연출인데, 베라 예가 떨어져 죽는 곳은 카미오칸데라고 하는 일본의 중성미자 검출장치이기 때문이다. 입자가속기는 입자를 고속으로 운동하게 만들어서 충돌시켜 중성미자 등 다양한 입자들을 검출해 연구하는 곳인데, 거대한 도넛처럼 생겼다. 카미오칸데는 일본에 있는 우주에서 날아오는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장치다. 그냥 두 개가 같이 있다고 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중성미자를 만드는 장치와 우주에서 오는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장치가 같이 있는 건 사실 말이 안 된다. 그건 지하철 옆에 지진계를 설치한 것처럼 이상한 짓이다. 아마 제작진이 그냥 멋으로 넣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중에 유럽 입자물리연구소-세른이 나오는데 정문에 파괴의 신인 시바신 동상이 있는 것은 진짜다. 실제로는 선물 받은 것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그 때문에 입자가속기가 블랙홀을 만들어 세상을 파괴할 것이라는 음모론이 돌기도 했다.
유럽의 강입자가속기 CERN에 있는 시바신
입자 가속기는 입자를 충돌시켜 연구하는 곳인데, 유럽의 CERN처럼 도시만 한 것도 있지만 정말 다양한 크기의 입자가속기가 있다. 우리나라의 원자력병원에도 사이클로트론이라는 원형 입자가속기가 한국 최초의 입자 가속기고, 거기에서 만들어진 입자로 PET촬영을 했었다. 입자가속기로 다양한 입자의 성질과 발견을 해왔고 쿼크나 힉스입자의 발견 등 아주 중요한 연구와 발견을 하는 장치다. 하지만 여기에서 나오는 실험결과가 누가 장난친 것처럼 모두 틀어진다면, 인간은 지금까지 헛된 것을 했다는 의미가 된다. 마치, 매일매일 같은 시간에 먹이를 주는 주인을 본 칠면조가 지금까지의 논리로 '이 시간에 먹이를 주러 오는 사람'이라는 합리적 추론을 했는데, 어느 날 먹이를 주는 줄 알았던 주인이 칠면조를 잡아 죽였고 그날은 추수감사절이라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지자(智子, Sophon)
위에서 언급했듯, 초끈이론-M이론에서는 세상이 11차원으로 이뤄져 있다고 할 때 다른 차원들은 작게 말려있다. 그 차원을 2차원으로 모두 펼친 다음, 그곳을 컴퓨터로 만들어 넣고 다시 차원을 말아 넣어 양성자로 만든 것이 지자이다. 전자, 양성자와 같은 소립자가 지혜를 가졌다 해서 智(지혜 지) 자를 붙여 지자(智子)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영어이름인 sophon도 지혜를 뜻하는 sophia를 붙여 만든 이름이다. 고차원을 저차원에 펼치면 전개도가 되는데, 차원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면 전개도의 모양도 아주 복잡해지며 펼쳤을 때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는 이론으로 만들어진 소립자 컴퓨터다. 이런 저차원 펼침, 고차원 말림, 차원과 차원이 만나는 것, 고차원이 저차원을 해부하고 들여다보는 것은 <삼체>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주요 소재다. 특히 지자가 가상현실에서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여주고 다시 펼쳐졌던 양성자를 축소시키는데 그건 칼라비-야우 다양체의 모습이다. 칼라비-야우 다양체란 M이론의 대가인 에드워드 위튼이 말한 여분의 6차원을 시각화 한 형상이다.
6차원을 말아서 구현한 칼라비-야우 다양체
또한 지자는 쌍으로 만들어져, 양자 얽힘을 이용해 거리에 관계없이 4광년이나 떨어진 삼체 본대와 소통할 수 있다고 나온다. 이 부분이 과학 매니아들에게서도 오해받는 부분인데,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양자 얽힘으로는 빛보다 빠른 통신을 할 수 없다. 얽혀있는 양자의 하나의 상태를 확인하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얽힌 다른 양자의 상태가 반대로 나오는 것이 양자 얽힘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 양자의 상태를 바꾼다고 해서 나머지가 변하는 건 아니다. 그저 관찰을 시작할 때의 상태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미래에 양자 얽힘으로 무언가 통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진 작가의 상상력이다.
어떻게 이 지자는 사람의 눈에 카운트다운을 새기고, 별을 깜빡이게 만들고, 전 세계의 통신을 장악할 수 있을까? 지자는 양성자의 크기이므로 양자역학이 적용된다. 즉 어느 한 곳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하는 게 가능하며 질량이 0에 가까우므로 광속에 가깝게 움직일 수 있다. 그러기에 순간적으로 인간의 망막에서 별빛을 사라지게 하는 게 가능하고, 카운트다운을 망막에 새기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인간과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지금까진 전기로 하는 통신장치(스피커)가 필요하다.
혹여나 양자역학이 현대 물리학을 깨는 게 아니냐고 오해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덧붙이면, 양자역학은 인간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뿐이지, 수학적으로는 너무도 명확한 현대물리학이다. 현대 과학은 이미 양자역학을 아주 잘 이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원자와 원자가 결합해 분자를 만들 때, 전자를 공유하는데 그것도 양자역학이다.
나노 섬유
나노 섬유는 나노미터 굵기의 섬유를 말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연구되어 온 분야로, 지금은 탄소나 아라미드, 금속 등 다양한 소재로 나노 섬유를 만들고 연구하고 있다. 나노미터가 얼마나 가는 것인가 하면, DNA가 3 나노미터의 굵기이고 탄소 나노튜브는 1 나노미터이다. 현재 개발된 탄소 나노튜브등은 철의 100배의 강도를 가졌지만, 원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무언가를 자르기보단 전기전달효율이 높고 작은 곳에 배치해 만들 수 있어서 초소형 회로나 가볍고 강한 섬유를 만드는데 주력하는 물질이다. 강도가 강하면 다이아몬드도 자를 수 있지만, 잘 휘어지지 않아 끊어지기가 쉽다. 또 드라마 <삼체>의 하이라이트인 '나노 섬유로 적들을 동강내기'에 나오는 것처럼 쉽지만은 않다. 배가 잘릴 것인지 섬유를 묶은 기둥이 먼저 잘릴 것인지도 여러 계산과 연구가 필요하다.
탄소 나노튜브는 2차원 물질인 그래핀을 말아서 만든다.
이 부분은 나노 섬유에 대한 과학도 과학이지만, 1차원 물질에 가까운 나노 섬유가 3차원 물질과 닿아서 파괴해 버리는 '차원의 맞닿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3차원 생물을 4차원의 생물이 들여다본다면, 3차원 생물이 2차원 생물을 위에서 바라본 것처럼 그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것이다. 지구인보다 고차원의 세상 - 삼체성계를 가진 곳에서 더 높은 차원의 과학을 가진 삼체인이 보기에, 비록 마음속을 들여다보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벌레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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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삼체>는 소설의 긴 흐름을 흥미 있게 각색해 연출했지만, 그래도 시즌1이 다 가도록 외계인이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아 의아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아직 지구가 멸망하려면 400년이나 남았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은 <삼체>의 길고 긴 여정의 시작일 뿐이다. 다른 여타 이야기가 인간끼리 벌이던 함대전쟁을 빗대어 '외계인과의 전쟁'을 묘사하는 게 대부분이라면, <삼체>는 무엇을 생각하든 그 이상의 차원으로 이야기가 뻗어나간다.
동양에서는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순환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불교에서도 석가모니는 우주가 팽창했다 수축하는 것을 반복한다고 말한다. 예원제는 그저 모든 것을 끝장내려는 억하심정으로 삼체인을 부른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인류에게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다. 또한, 삼체인 들은 자신들의 항성계를 떠나 지구에 살려고 오는 것이지만, 이들도 이들 나름대로의 절박한 사정이 있다. 악은 악이 아니고, 선은 선이 아니다. 절대선과 절대악은 없다.
아직까지는 꽤나 잘 각색했다 생각하고, 스케일이 너무 작아지지 않게, 동양철학을 놓치지 않고 다음 시즌을 잘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왕좌의 게임> OST를 만들었던 라민 자와디의 <삼체> 메인 테마를 들으며 삼체인들을 기다려볼까. <삼체> 답게 3박자에 화음을 엇갈리게 넣어놔서 삼체성계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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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를 번역할 때, 영어로 3-body라고 하지 않고 중국어 발음인 Santi를 그대로 썼다. 단체를 만든 예원제가 중국인이라 그런 것이겠지만, 공교롭게도 Santi는 산타클로스의 애칭인 santy와 발음이 같다. <삼체> 드라마에선 보이지 않는 존재를 믿는 비유로 중간에 산타클로스가 등장한다.
*지자가 동양인에 사무라이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인 이유는 자신의 이름이 智子이기 때문이다. 智子는 토모코라는 일본 여자이름이기도 하다. (영어로도 Sophia는 여자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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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점 9.2 테크니컬한 액션연출로 시간 가는줄 모르고 보게되는 영춘권의 대가 견자단 [엽문]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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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영화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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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디그>
영국의 한 미망인이 알려지지 않은 고고학자를 고용하여. 그녀의 사유지에 있는 둔덕을 파헤치고, 거대한 유물을 발견하게 되는 실화를 다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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