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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드레2023-02-09 15:23:52

모두가 묵과한 현실의 비정함이 만들어 낸 비극.

영화 <다음 소희> 리뷰

2017년 콜센터에 현장 실습을 나갔던 고등학생이 목숨을 잃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다음 소희'가 2월 8일에 개봉했다.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가 사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영화와 현실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그린다. 그렇게 이어진 영화는 같은 공간에 서있지만 서로를 볼 수 없는 시간 속의 그들을 재현하며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굳건함으로 맺는다. 영화관을 나가면 끝날 이 이야기들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남아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은 여전히 그 형태로 방식만 바뀐 채, 변하지 않는 환경과 버티고 있는 사람들만이 존재했다.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규칙에 의해 가장자리에 놓인 이들이 더욱 소외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 그렇게 성인 노동자에 비해 취약한 환경에 놓인 학생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소희도 역시 그 학생들 중에 한 명에 속했다. 현장실습생으로서 콜센터 근무를 시작하게 되고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성희롱을 비롯한 폭언, 극한의 감정노동에 시달린다. 또한 성인 상담사에게도 업무 강도가 높다고 알려진 해지방어 업무를 맡게 되면서 더욱 내몰린다. 어디에도 말할 수 없었던 소희는 회사와 학교 그리고 가정을 뒤로한 채 돌아오지 못한다.

 

 

너무 당연하게 여겨졌던 냉혹한 현실은 유독 누군가에게 추운 겨울이었다. 쉴 새 없이 불어닥치는 바람의 틈사이로 비쳐오는 햇살은 소희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같이 일하던 누군가가 죽어도 슬픔을 애도할 수 없었고 부당함을 그저 받아들여야 했던 그 상황들이 참으로 버거웠을 것이다. 아무리 외쳐도 침묵을 강요하는 이 사회가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소희를 침묵의 방에 가뒀다. 이상과는 괴리감이 있는 이 현실 속에서 그 빈자리는 또 다른 사람으로 채워진다. 각자의 이름을 달고 일어나는 비극에 사회는 그저 방관하며 수많은 소희를 외면한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변화할 수 없는 사회의 구조는 계속 반복된다.

 

1부처럼 느껴졌던 소희의 이야기가 끝나고 소희의 발자취를 뒤따르는 형사 유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떤 것에도 동요하지 않던 유진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고 소희를 외면했던 사회에 분노한다. 본질적인 목적보다는 실적에 의한 실적을 위한 것들로 가득한 것들이 얼마나 생채기를 냈을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 것이다. 같은 공간, 다른 시간에서 마주한 소희의 모습은 현실의 벽에 가로막힌 수많은 무력감으로 점철된 상태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그저 개인적인 일에 불과했던 일들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이 비극은 형체만 달라질 뿐 또 다른 대상을 찾아 그 자리를 유지한다. 

 

감정을 헤아리는 따뜻함과 해결되지 않은 참혹함이 뒤섞여 착취를 먹고 자라는 친절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무의미한 방관의 침묵의 시간이 끝나고 무기력한 외침이 시작되며 작지만 명확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이야기는 그저 개인적인 일일 뿐인 걸까. 버텨내지 못한 소희의 탓일까? 더 크게 소리치지 못한 탓일까?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은 그저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현재만 남아 현실을 감춘다. 무언가를 고치기 위해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영화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진정으로 바라보아야 할 현실적인 문제를 바라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누군가에 의해 희미해질지도 모를 이들의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게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 또 다른 소희가 나오지 않게.

 

작성자 . 민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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