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2-14 18:39:06
2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2월 셋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
.
.
300만 넘보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17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인 가운데 3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뒀습니다. 1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32만 5129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수 285만 6967명으로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이번 주 중 300만 관객 돌파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지난 11일 '하울의 움직이는 성'(261만 명)을 제치고 국내 개봉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역대 흥행 순위 2위에 오른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역대 1위인 '너의 이름은(379만 명)'의 기록까지 뛰어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바타: 물의 길', 국내 누적 매출액 역대 2위 달성

지난달 '1천만 관객'을 돌파한 할리우드 대작 '아바타: 물의 길'의 국내 누적 매출액이 전체 개봉작 중 역대 2위에 올랐다고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가 13일 밝혔습니다. 이날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아바타: 물의 길'의 국내 누적 매출액은 1천361억여 원을 기록해 종전 2위였던 '명량'(1천357억여 원)을 넘어섰습니다. 전체 1위는 2019년 개봉한 '극한직업'으로, 누적 매출액은 1천396억여 원입니다. 글로벌 매출의 경우 22억 1430만 달러로 역대 글로벌 박스오피스 4위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재 역대 글로벌 흥행 랭킹 1위는 '아바타', 2위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3위는 '타이타닉'입니다.
CGV 씨네라이브러리 재개장

CGV가 운영하는 국내 최초 영화 전문 도서관 '씨네 라이브러리'가 다시 관객 품으로 돌아옵니다. CGV는 한동안 운영을 중단했던 '씨네 라이브러리'를 일반 고객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개방했다고 14일 밝혔습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출입을 제한했던 것을 실내 마스크 해제 등 방역 지침 완화에 맞춰 일반 고객에게 재개방한 것입니다.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10층에 위치한 '씨네 라이브러리'는 영화 관련 전문 서적 1만 여권을 갖춘 국내 유일 영화 전문 도서관으로 2015년 5월에 처음 선보였습니다. 영화 원작, 영화 전문서, 국내외 시나리오를 비롯해 영화에 창의적인 영감을 안겼던 미술, 사진, 건축, 디자인, 세계 문학 고전 등 인문, 예술 분야 등의 엄선된 장서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넷플릭스 공개예정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하는 시대에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 더 섬뜩한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가 넷플릭스에서 17일 공개됩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평범한 회사원이 자신의 모든 개인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일상 전체를 위협받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져 스마트폰이라는 흔한 소재를 사용했지만 속도감 있는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신인인 김태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임시완, 천우희, 김희원 등 연기력이 보증된 배우들의 열연이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똑똑똑', 3월 8일 국내 개봉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한 화제작 '똑똑똑'이 3월 8일(수)로 국내에 개봉합니다. 영화 '똑똑똑'은 휴가를 즐기던 가족이 인류를 살리면 가족이 죽고, 가족을 살리면 인류가 멸망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북미 개봉과 동시에 '아바타: 물의 길'의 박스오피스 흥행 독주를 막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흥행 대이변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데이브 파티스타, 루퍼트 그린트 등이 출연하며, 연출은 '식스 센스' '언브레이커블' '23 아이덴티티' '글래스' 등을 만든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영화 '30일' 크랭크업

배우 강하늘과 정소민이 주연을 맡은 영화 ‘30일’이 크랭크 업했습니다. 영화 ‘30일’(가제, 감독 남대중)은 로맨스로 시작했지만 스릴러가 되어버린 연애의 끝을 딱 30일 앞두고 뜻밖의 사고로 동반기억상실증에 걸린 연인의 이야기를 다룬 코믹 로맨스입니다. 강하늘과 정소민은 영화 ‘스물’에 이어 다시 한번 연인으로 만나 연애의 모든 과정을 새로운 스타일의 코믹 로맨스로 탄생시킬 준비를 마쳤습니다. 작품 촬영을 마친 강하늘은 “촬영하는 동안 매일매일 다음 날의 촬영이 기대됐을 정도로 즐겁고 행복했다. 관객 분들께도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할 영화가 될 것이라 믿는다”라고 크랭크업 소감을 전했습니다.
‘더 플래시’ 슈퍼볼에서 예고편 공개

6월 16일 개봉 예정인 '더 플래시'가 예고편을 공개하며 베일을 벗었습니다. 워너브라더스는 12일(현지시간) 미프로미식축구(NFL) 슈퍼볼 57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필라델피아 이글스 경기에서 '더 플래시'의 예고편을 공개하며 첫 선을 보였습니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다중우주'라는 소재상 두 명의 에즈라 밀러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으며, '맨 오브 스틸'에서 조드 장군 역을 맡았던 마이클 섀넌, '슈퍼걸' 사샤 칼레도 등장했습니다. 앞서 '더 플래시'는 주연인 에즈라 밀러의 수많은 법적 문제로 인해 난관에 부딪힌 바 있습니다. 에즈라 밀러는 지난해 한 주택에 무단 침입해 술을 훔치는가 하면 난동과 폭행, 그루밍 범죄 의혹 등에 휩싸이며 논란의 중심에 섰으며, 지난 8월 이 같은 논란에 대한 사과를 전했습니다. DC의 수장인 제임스 건은 '더 플래시'에 대해 "역대 최고의 DC 영화이자 역대 최고의 슈퍼 히어로 영화다. DCU를 재설정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
- 미안해요 콜텍 노동자, ‘해결’된 줄 알았어요
4464일. 콜텍 해고 노동자가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이다. 투쟁하며 길가에서 보내기엔 너무도 긴 시간이다. 이 길고도 긴 시간이 지나서야 회사는 ‘유감’을 표했고, 3명의 조합원에 대한 명예 복직, 25명의 조합원에 대한 보상금을 약속했다. 2019년 4월의 일이다. 2007년 부당해고 후 13년이 지난 때였다.
2010년 제작된 다큐멘터리 〈꿈의 공장〉을 보면, 콜텍 박영호 사장이 기존의 인천 공장을 ‘노조가 점령한 공장’이라 비난하며 새로 지은 대전 공장을 ‘꿈의 공장’이라 불렀다는 내용이 나온다. 다큐멘터리 〈재춘언니〉의 주인공 임재춘 씨가 일했던 곳은 ‘꿈의 공장’이었다. 임재춘 씨에게 공장은 그 '이름값'을 했다. 그는 그곳에서 무려 30년 동안 기타를 만들었다. 작업 환경은 열악했다. 임재춘 씨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하루에 200~300개의 기타를 만들었다고 한다. 회사가 기타를 배우지 못하게 해 연주할 줄은 몰랐지만, 그럼에도 그에겐 한때 세계 기타 생산량의 30%를 점유했던 콜텍은 자부심 그 자체였다. ‘꿈의 공장’에서 노동하며 두 딸의 아버지이자 평범한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30년 동안 쌓은 자부심이 허탈함, 분노, 좌절로 바뀌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공장 운영을 무기한 중단한다는 통지문 한 장에 30년 세월이 부정당했다. 자그마치 30년이다. 부당해고를 당한 임재춘 씨를 비롯한 그의 동료들이 빼앗긴 일상과 꿈을 되찾기 위해 투쟁에 나선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투쟁 3년 차에 제작된 〈꿈의 공장〉과 13년 투쟁 기록을 담은 〈재춘언니〉를 비슷한 시기에 함께 본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임재춘 씨를 비롯한 해고 노동자들은 그들의 투쟁이 13년 동안 지속된다는 것을 알고서도 이 투쟁을 시작할 수 있었을까?
어려운 질문이다. 임재춘 씨는 투쟁이 1년 안에 끝날 거라 예상했다 한다. 허망할 정도로 ‘낙관적인’ 전망이었다. 〈꿈의 공장〉에는 투쟁하는 해고 노동자 십수 명 나오는 데 반해, 〈재춘언니〉에는 임재춘 씨를 포함해 세 명의 해고 노동자만 남았다는 데서 콜텍 해고 노동자들이 어떤 시간을 견뎌왔을지를 짐작할 수 있다. 〈재춘언니〉가 천착한 건 바로 이 지점이다. 투쟁이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다는 감독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해고 노동자들이 그 긴 시간을 무엇으로 버텨왔는지를 조명한다.
강한 투쟁력만큼이나 감성적인 요소도 중요하다는 게 〈재춘언니〉의 대답이다. 여장을 하고 〈햄릿〉의 오필리아를 연기하기, 천막 농성장 근처에 텃밭 가꾸기, 투쟁하느라 제대로 돌보지 못해 시든 방울토마토를 보며 서운해하기, 성별‧나이를 불문하고 연대 방문자와 수다 떨기, 표정만 보고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 알아채기. 모두 중년을 훌쩍 지난 남성 임재춘 씨가 한 일이다. 그는 이렇게 13년을 버텼다. 농성장을 떠난 동료 노동자들을 이해한다는, 자신도 이제 투쟁은 그만하고 싶다고 말했던 임재춘 씨. 그는 나이와 성별에 어울리지 않는 관계 맺기 방식으로 ‘언니’라 불리며 자기 자신과 동료를 챙겼다. 나는 임재춘 씨가 있었기에 그토록 길고도 가혹했던 콜텍 노동자들의 투쟁이 성과를 내며 마무리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략적 사고, 장기적 전망, 완고한 의지, 투철한 정의감에 다정한 관계 맺기가 더해질 때야 투쟁 현장에 생기가 돌고 사람들은 서로를 보듬을 수 있음을, 〈재춘언니〉는 지난 13년의 세월을 통해 증명한다.
〈꿈의 공장〉을 보면, 콜텍의 부당해고에 항의하는 투쟁이 국제적 투쟁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여러 뮤지션뿐 아니라 기타를 사랑하는 수많은 해외 뮤지션, 일반인 애호가 등이 콜텍 해고 노동자에게 깊은 연대를 표했다. 국내에서도 콜텍의 투쟁은 꽤 많은 사람에게 여러 곳에서 회자되었다. 그런데도 13년이 걸렸다. 부끄러움이 솟구쳤다. 2010년대 초중반, 콜텍을 규탄하는 집회에 두어 번 참석한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도 종종 뉴스로 콜텍 노동자들의 소식을 접했다. 긴 투쟁 끝에 콜텍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로는 관심을 껐다. 콜텍의 투쟁이 ‘끝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영화의 마지막, 임재춘 씨는 한 공사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최근 영화 시사회 인터뷰에서는 경비 노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재춘언니〉를 처음 본 임재춘 씨는 울컥했다고 한다. 그리고 더 이상 대한민국에 콜텍 투쟁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콜텍 투쟁이 대한민국의 마지막 투쟁이 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TV에 나오고 해도 사회 현실이 변화되는 것은 없더라”는 그의 말에 울적해진 것은.
누군가가 13년의 긴 시간 동안 모든 것을 바쳐 의미 있는 성과를 얻어내는 동안, 노동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은 얼마나 바뀌었나? 지금껏 우리는 얼마나 많은 투쟁 현장에서 약간의 연대와 죄책감만을 느끼다가 잊어버린 후, 모든 게 ‘해결’되었다고 자위하고는 돌아서버렸는가? 그래서 나는 〈재춘언니〉를 본 후, 콜텍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여긴 것을 반성하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노동 투쟁 현장이 어떤지 함께 느끼”는 일에 보탬이 되는 일을 고민해보기로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재춘언니와 관계를 맺자. 그리고 그 관계를 키워나가자. ‘해결’이란 말이 부끄러움을 동반하지 않을 때까지. 이것이야말로 누군가의 간절하고 절박한 투쟁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공당의 대표에게 조롱당하는 요즘의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다. 분노만큼이나 서로를 북돋는 다정한 관계 역시 중요함을 새삼 일깨워준 재춘언니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
- 2022년 제32회 고담어워즈 수상작은?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현지 시간 2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32회 고담어워즈의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고담어워즈는 미국 최대의 독립영화 지원단체가 후원하는 시상식으로
오스카 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대표적인 어워즈이기도 합니다.
과연 어떤 작품들이 수상을 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우수 작품상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네이버 영화
제32회 고담어워즈에서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이 어느 날 자신이 멀티버스를 통해 세상을 구원할 주인공임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해외 개봉 당시 10개 상영관에서 시작해 입소문을 토대로 3,000개로 확대되었고,
1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전세계 영화팬들을 사로잡았다. 국내에서도 여전히 식지
않은 열기 속에서 박스오피스에서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 <All That Breathes>
ⓒ IMDB
올해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은 <All That Breathes>가 수상하였습니다. <All That
Breathes>은 인도의 솔개와 솔개를 돌보는 사람들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유수의 영화제에 노미네이션 되었으며, 제15회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와
제66회 런던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수상했다.
최우수 주연상 - 다니엘 데드윌러 <Till>
ⓒ IMDB
올해 최우수 주연상은 <Tiil>의 다니엘 데드윌러 배우 가 수상하였습니다. <Tiil>은
1955년,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엄마가 인종차별에 맞서 싸워나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이다.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98%, 관객 지수 97%, 시네마 스코어에서 A+을 받는 등
관객과 전문가 모두에게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최우수 조연상 - 키 호이 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네이버 영화
에블린을 다중우주로 이끄는 웨이먼드 역을 연기한 '키 호이 콴' 배우가 올해 고담어워즈
최우수 조연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키 호이 콴은 영화에서 다채로운 색깔의 연기와 현란한 무술 실력을 선보이면서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랑의 아련함을 연기하며 극의 드라마와 액션을 균형있게
이끌어나갔다.
40분 이상의 획기적 시리즈 - [파친코]
ⓒ Apple TV+
올해 40분 이상의 획기적 시리즈 부문은 [파친코]가 수상을 하였다. 작년 [오징어 게임]에
이어 한국 시리즈가 연달아 이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파친코]는 2017년에 출판한 동명의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수상 소감 당시 시즌 2를 막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밝히며
많은 팬들의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국제 영화상 - 레벤느망
ⓒ 네이버 영화
올해 국제 영화상은 <레벤느망>이 수상했다. <레벤느망>은 예기치 못한 임신으로
촉망받던 미래를 빼앗긴 대학생 ‘안’이 시대의 금기로 여겨지던 일을 선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이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신인 감독상 - 샬롯 웰스 <애프터썬>
ⓒ IMDB
올해 신인감독상은 <Aftersun>의 샬롯 웰스 감독이 수상하였다. 영화는 감독이 자신의
아버지와 실제로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뛰어난 스토리 구성과 깊이 있는
연출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신인 배우상 - 그라치야 필리포비치 <무리나>
ⓒ IMDB
올해 신인 배우상은 <Murina>의 그라치야 필리포비치가 수상하였다. 영화는 브라질,
크로아티아, 미국, 슬로베니아에서 공동 제작한 영화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을
수상했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상을 수상하였다.
씨네랩 에디터 Hizy
-
- 인간의 조건
드라마의 주인공인 민혁은 묻는다. “사랑은 얼마나 대단해야 사랑일까?” 온 마음 바쳐 사랑했던 이를 잃은 그는 세상에 물음을 던진다. 또 다른 주인공인 유정. 유정은 이 정도는 되어야 사랑이라고 온몸을 바쳐 보여주는 사람이다. 그녀는 사랑 때문에 애인의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기를 선택한다. 유정이 짊어진 죄는 민혁이 죽도록 사랑하던 애인을 뺑소니로 죽인 것이다. 민혁은 그녀를 용서하지 못한다. 감옥살이로 죗값을 치르는 일은 당연한 일일 뿐이다. 그는 그녀의 삶을 철저히 망가뜨리려 하고, 그렇게 이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시작된다.
사랑이 뭐라고 이들은 말도 안 되는 짓들을 벌인다. 유정은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끝없이 비밀을 만들고, 민혁은 그런 그녀를 끝없이 미워하며 괴롭힌다. 그리고 익숙한 전개가 이어진다. 서서히 밝혀져 가는 비밀과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서로에게 끌리는 두 사람. 흔하디흔한 ‘막장 드라마’적인 서사. 그러나 나는 이 작품에 몰입했고 단숨에 감상을 마치고 말았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분명 한 끗이 다른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표면적인 소재는 ‘사랑’이다. 그러나 드라마의 서사를 찬찬히 좇다 보면, 다른 핵심을 발견하게 된다. 이 작품은 ‘사랑’을 경유하여 ‘인간의 조건’을 논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유정은 일견 바보 같은 인물로 보인다. 남자 하나 때문에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여자라니. 게다가 그녀는 자신의 잘못도 아닌 일로 민혁에게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한다. 그 말은 습관이 되고 만 것인지, 감옥에서 죗값을 치르고 나온 뒤에도 그녀는 조금의 실수에도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
처음에는 그녀가 한심했다. 사랑이 뭐라고, 그깟 남자 하나가 뭐라고 저런 삶을 선택하여 불필요한 죄책감을 짊어지고 사는가. 그러나 그녀는 사실 그렇게 얄팍한 사람이 아니다.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그날의 사건이 유정의 짓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민혁은 유정에게 묻는다. “그날 네가 운전을 안 했다면 실은 안도훈이 한 거라면 말야. 네가 이렇게 나랑 더럽게 엮이진 않았을 텐데.” 유정은 답한다. “아니요. 만약에 제가 운전을 하지 않았다 해도 전 그 자리에 있었어요. 그분이 돌아가신 그날 밤 전 분명 그 자리에 있었어요.” 유정은 그저 안도훈이라는 남자를 사랑하기에, 사랑했기에 죄책감을 안고 사는 것이 아니다. 그녀 또한 그 자리에 있었기에, 어딘가 수상한 그의 행동을 보고서도 그 순간을 넘겼기에 죄책감에 사는 것이다. 반면 안도훈이라는 남자의 모습은 어떠한가. 유정의 희생이 자신을 괴롭게 한다며 되려 그녀를 탓한다. 나아가 ‘비밀’을 지키기 위해 다른 죄를 저지르는 것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렇게 그는 자신만을 알고 죄책감 따위는 모른다. 그가 보이는 불안은 죄책감이 아닌 자기 연민에 불과하다. 결말부 모든 비밀이 드러났을 때야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유정에게 용서를 구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다. 그는 주어진 수많은 기회들을 놓쳤기 때문이다.
‘인간의 조건’은 무엇일까. 유정은 자신이 무결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그녀는 자신이 민혁의 애인을 죽인 것은 아니나, 은연중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앎에도 외면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사실 세상 어디에도 무결한 사람은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실수를, 잘못을, 크게는 죄를 아느냐이다. 그리고 그것에 맞는 대가를 치르느냐가 문제다. 이 작품을 보고 내가 죽도록 미워했던 이들을 생각했다. 나에게 큰 상처를 준 사람들. 나는 그들에게 기회를 줬었다. 그러나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던 사람들. 그 시간들은 나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리고 내가 아끼는 이들이 떠올랐다. 작은 실수에도, 심지어 자신이 잘못하지 않은 일에도 모두 자신의 탓인 것 같다며 끝없이 자책하며 아파하는 이들. 그렇게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한 나의 사람들을 ‘자의식 과잉’이라며 놀리곤 한다. 어떻게 그들을 위로해 줘야 할지, 어떻게 그 일들이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설득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그저 내뱉는 말. 그런 당신이기에 사랑하지만, 그것만이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가 아니기에 슬퍼지곤 한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인지하지도 못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바보같이 인간다운 당신들이 내 곁에 있다.
작품 하나를 보고 수많은 생각을 했다. 10년도 더 된 작품이기에 불편한 지점이 없지는 않다. 작품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지점은 분명히 인정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민혁은 너무나 폭력적인 남자이며, 그런 지점에서 용인할 수 없는 장면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빌드업을 통해 작품은 분명한 설득력을 갖는다. 나아가 서로를 적으로 두던 여성들이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며 연대하는 모습 또한 좋았다. 죽도록 미워했지만 어느 순간 안쓰럽기도 하고 그것이 애정이 되기도 하는 그런 우정이 좋았다. 이런 작품이 단순히 과거의 작품들에서 성별을 반전할 뿐 납작하디 그지 없는 최근의 작품들보다도 훨씬 좋지 않은가.
드라마 한 편을 본 것뿐인데, 내 인생과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전부 스쳐 갔다. 내가 그 사람들을 이제는 조금 덜 미워할 수 있기를, 나 또한 인간의 조건을 잊지 않고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여리디 여린 사람들이 최소한 오늘만큼은 자신의 잘못도 아닌 일에 아파하지 않고 편안한 밤을 보내길 바라본다.
-
- [SIWFF 데일리] 너무나 평범한 일상을 다뤘지만 그 속에 메세지도 있었던 영화!
감독:윤단비
출연: 최정운(옥주 역),양홍주(아빠 역),박헌영(고모 역),박승준(동주 역),김상동(할아버지 역)
시놉시스
옥주와 동주는 아빠의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할아버지 집으로 이사를 간다. 하얀색 다마쓰(흰 승합차)에 짐을 많이 싣고 운전하는 아빠는 할아버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옥주와 동주를 먼저 내리게 한다. 사실은 할아버지가 몸이 많이 아파서 아빠가 병원에서 데려와야 되는데 먼저 집으로 들어간 옥주와 동주는 2층 방을 차지하기 위해 티격태격 싸운다. 결과는 옥주가 2층 방을 차지하면서 동주는 창고에 있는 방으로 쫓겨난다. 할아버지가 도착하자 옥주와 동주는 할아버지에게 인사한다. 손주들을 오랜만에 본 할아버지는 들어온 가족들과 함께 콩국수를 먹는다. 그리고 반가운 고모가 들어오게 되고 옥주와 동주는 할아버지를 돌보는 아빠와 함께 이 집에서 살아야 하는데... 앞으로 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할아버지 집에 얹혀살게 된
옥주, 동주, 아빠, 고모
이들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평범한 일상을 다뤘지만 메세지가 있었던 영화!
저마다 사연 있는 가족들이 할아버지 집에 모였다!
아빠는 길거리에서 나이키 신발을 파는 상인이었고 옥주는 자신의 외모 콤플렉스로 인해 쌍꺼풀 수술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빠에게 70만 원을 빌려 달라고 부탁을 했으나 충분히 이쁘다는 대답만 들을 뿐이었고 썸남에게 나이키 신발을 선물하지만 나중에 짝퉁이라는 걸 알게 된다. 고모는 자신의 남편과 싸우고 집에서 나와 할아버지 집에서 살게 된다. 연애를 많이 해본 고모는 옥주에게 연애를 많이 해보라고 하면서 그래야지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이 영화를 만든 윤단비 감독은 고등학교 때까지 광주에서 자라면서 레이디버드의 주인공의 고향인 새크라멘토처럼 정말 아무 변화도 없고 너무 작은 도시라는 걸 느꼈고 영화에서 나오는 거대한 사건과 화려한 주인공의 모습과는 접점이 없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너무나 평범한 일상을 다뤘지만 그 속에서 우리나라 사회의 문제점을 다루라는 피드백도 받았다고 한다. 또한 윤단비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공개했을 때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너무 무서웠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져서 안도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상실을 겪는 과정을 진행하는 것을 다루는 영화인데 배우들에게 이런 상실의 경험을 겪은 적이 있냐고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경험을 이 영화에서 풀어냈고 옥주에게 많이 투영이 됐을 수도 있었는데 완전히 자전적인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영화의 메세지는 누군가 굉장히 외로운 순간에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으며 작지만 위안이 될 수 있게 만들고 싶었던 영화였다고 한다.
남매인 옥주와 동주가 할아버지 집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영화!
※ 내레이션은 박정민 배우님이 맡으셨습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08/25(목) - 09/01(목)
2022-08-27 16:00 - 17:44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4관
2022-08-31 16:00 - 17:44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5관
-
- 아무도 당신을 채울 수 없다는 것, 영화 <님포매니악 1,2>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포스터를 보면 뭐 이런 영화를 다 만들었네 싶을 수도 있다. 또 영화의 결말을 보면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다. (결말 밖에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그러나 두가지 '뭐 이런게 다 있다'는 평을 하는 느낌은 영 다르다. 포스터는 마치 이런 영화를 보면 내가 '님포매니악'이 된 것처럼 볼까봐 걱정이 들 수도 있겠다. 예전보다야 나아졌지만 성에 개방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건 여전히 어색함이 더 크다. 그러나 주의할 건 포스터가 보여주는 게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원초적 본능>과 그런 면에선 맥락이 같다. 화끈하고 질펀한 걸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보면 볼수록 허전하고 쓰라리다.
제목은 아무 잘못이 없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편견과 선입견이 영화를 못살게 군다고 하는게 맞을 것이다. 바닥에 널부러진 조와 우연찮게 길바닥에서 만난 샐리그먼이 밤새 이야기하는 것이 영화의 전부다. 다만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그녀는 스스로를 님포매니악(여성 색정증 환자)라고 불렀고 그는 스스로를 무성애자라고 칭한다는 것. 섹스 중독자와 섹스가 1도 동하지 않는 두 사람의 섹스에 대한 대화.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이 만나면 이렇게 차분한 대화가 가능하다니 신기하다. 조의 일대기는 꽤 길고 복잡하다. 그녀의 생이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그녀는 차를 마시며 침대에 누워 자신의 이야기를 했고 샐리그먼은 그녀의 '경험'을 그래서 자신의 '지식'으로 공감하고 이해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낚시, 음악 등 각종 지식으로 맞장구를 친다. 때때로 이야기가 끊어지면 그들을 둘러싼 방의 인테리어, 벽에 남아있는 자국, 방의 구조, 조명 등으로 다시 이야기가 시작됐다. 만담이라기엔 잔잔하고 대담이라기엔 독백이 길고, 독백이라기엔 응하는 사람이 있는 독특한 밤이었다. 샐리그먼의 뜬금없고 박학다식한 지적 공감은 자칫 19금썰 혹은 사랑과 전쟁이 될 뻔한 한 이야기를 꽤 담백하고 흥미롭게 탈바꿈해준다. 다른 남자였다면 이렇게 클래식 평론하듯이 말하진 못했겠지. 그는 영화를 끝까지 흥미롭게 만드는 존재인데 그건 차차 얘기하는 것으로.
영화의 부제를 짓는다면 <님포매니악: 어느 고독한 여자의 이야기>라고 붙이고 싶다. 주인공 조는 성보다는 사람을 탐닉하고, 쾌락보다는 외로움을 채우려 애썼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부제를 지어본 건 갑자기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가 떠올랐기 때문. 주인공 외의 등장인물, 심지어 관객들마저 주인공과 자기 자신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할 것이다. 암만, 우리는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처럼 살인자도 아니고, 조처럼 님포매니악도, 섹스중독자도 아니니까. 그러나 정말 전혀 다른가. 외로움과 공허함이 비슷해서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게 되었다면 이상한걸까. 조는 유일하게 사랑했던 제롬에게 속마음을 보여준 적이 있다. 자신의 모든 구멍을 채워달라고 하면서. 애틋한 말이었다. 늘 내 빈 곳을 누군가 채워줄 수 없다고 수없이 회의적으로 생각해왔기 때문에 더 슬펐다. 정말 섹스로, 혹은 제롬같은 누군가가 내 안의 모든 빈 곳들이 채워진다면 같은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모든 걸 걸고서.
조를 어리석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모르고 시작하는 바보가 어딨나. 그녀도 알고 있었다. 욕구란 끝이 없고 만족을 느끼는 만큼 허전함 역시 크다. 맛있는 음식들, 아는 맛이지만 그 맛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이는 사람들. 바깥에서 사먹는 음식 중에서 나에겐 떡볶이가 늘 그렇다. 치킨도, 피자도, 그 무엇 보다도. 정말 아는 맛이지만 집집마다, 가게마다 다르다. 내 입맛에 찰떡인 떡볶이를 찾아 헤매는 것이 숙명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떡볶이 비유는 너무 가볍나.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리는 사랑에 대한 욕구도 있겠다. 외로워서, 궁금해서, 이유가 뭐든간 다신 사랑하지 않겠다면서 그 달달하고 몽글거리던 날이 그리워 다시 찾지 않는가. 다른 사람들이 사랑에 함몰되어 있는 동안 조에겐 섹스가 그랬을 것이다. 아는 즐거움이었지만 즐거웠고 쉼없이 필요했다. 하루에 7-8명 정도 되는 사람들과 만나 늘 그 사람들에게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 그건 분명 본인도 많이 노력해야하는 고된 일정이었다. 아는 맛의 끝을 보고 싶었던 것, 그게 조와 우리의 작은 차이점일 것이다.
유부남이 아내와 함께 찾아왔다(feat. 질척거림)
그녀를 철면피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끝에 갈수록 그런 생각은 잦아든다. 죄의식이나 자책감 따위는 저버린 듯이 말했지만 그녀는 아주 오래 자신의 삶을, 자신의 선택을 '죄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친구와 '미끼'가 되어 누가 더 기차에서 많은 사람과 잤나 내기하느라 유부남을 유혹할 때도, 사랑하지도 않는 유부남이 자신 때문에 20년지기 아내와 아들 셋을 버리고 왔을 때도, 음성사서함에 올라온 수많은 남자들과 만날지 말지를 주사위를 굴려 결정할 때도, 그녀에게 닥친 불감증이라는 위기에 다시 쾌락을 되찾기 위해 폭력적인 남자에게 몸을 맡기고 아이와 남편을 버릴 때도. 그녀가 사랑한 제롬이 자신과 함께하는 여자아이와 엮이게 되어서 질투심에 총으로 쏘려고 했을 떄도. 그게 다 죄라면서.
그녀가 여러 사람을 만났던 것은 그녀가 사랑한 대상이 섹스가 주는 모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람과 흥분은 섹스에 필요한 기본적 요소였고 사랑마저도 그녀에게 섹스를 완성해주는 비밀의 레시피였다. 그럼에도 샐리그먼에게 이야기를 할 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변명을 늘어놓으며 배수진을 친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들릴 이야기는 부도덕하고, 저는 나 좋자고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못돼 처먹은 사람이에요. 비난을 받을까 두려워서도 아닌데. 죄라고, 부도덕하다고, 못된 사람이라는 인식은 전부 스스로에게서 나온다. 정말 못된 사람들은 그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녀가 인간의 본성을 위선이라고 말하는 건 그런 그녀가 위선적이라는 것에부터 출발 한 것은 아닐까.
젊은 여자 둘이 기차에 타면
모르는 사람에게 한두번 해본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샐리그먼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는 자신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된다. 샐리그먼은 그녀에게 '날개가 있는데 좀 날면 어떤가'라며 여성으로서, 욕구를 가진 인간으로서 조를 긍정적으로 해석해주었다. 조가 남자였다면 이 모든 건 지금보다 큰 문제가 아니었을거라면서. 젊은 여자 둘이 기차에 타면 눈을 맞추고 웃기만 해도 남자와 잘 수 있지만 젊은 남자 둘이 그러면 똑같이 가능하겠냐면서. 아이를 버리고 자신을 택한 건 그녀의 남편 제롬도 마찬가지였다고 말이다. 하다 못해 질투심에 눈이 멀어 제롬에게 총을 쏘려다 실패한 것 역시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그를 죽일 생각이 없어서 총을 제대로 장전하지 않은 것이라고 답해준다. 그러니 죄책감 갖지 않아도 된다고.
한마디 더해 '혼자 박수칠 수 있던가'라고 곁들여주고 싶었다. 그녀를 함부로 말할 수 있겠나. 그녀에게 죄가 있다면 이건 단독범행은 아니다. 그리고 그녀의 착각아닌가. 자기 자신 좋자고 다른 사람 마음 아프게 했다는 말. 그녀만 좋자고 했나, 상대방도 좋자고 했지. 그 사이에 상처가 있었다면 그건 둘의 책임이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다. 그녀가 추구하는 섹스는 혼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근데 그 섹스가 그녀 말대로 쉬웠다. 그건 그녀가 사람 환장하게 하는 팜므파탈이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늘 응할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이상해하는 사람들보다 그녀에게 이끌리듯 응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녀를 싫어하는 건 여자들이었다. 그 이유가 신기했다. 자기 남자들을 건드릴까봐. 그녀를 거절하려던 철벽 같던 유부남도 있었다. 똑같이 신기했다. 그녀를 피하려던 이유가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었기 때문에.
끊으려고도 해볼만큼 해봤거든요
조가 변하려고 결심할 수 있었던 건 청춘을 다바쳐 쾌락을 좇아 해볼 만큼 해보았기 때문이다. 억지로 누가 섹스 중독을 고쳐보라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은 다르다. 몸이 아프게 되어 '못'하게 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섹스 때문에 사랑하던 제롬과 극단으로 치닫고 상처를 받아서일 수도 있겠다. 그녀가 다른 남자와 자고 올 땐 보이지 않던 게, 눈 앞에서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던 여자와 그가 자는 걸 보면서 제대로 상처받았을 것이다. 제롬은 그녀의 이야기 중에 유일하게 F, G, K, B 같은 이니셜이 아니라 이름으로 불리는 존재였다. 그리고 처음 만난 샐리그먼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하지 않았나. 자신이 그렇게 견딜 수 없었던 욕구 없이도 사는 사람이 있고, 자신을 편견 없이 보아주는 사람이 있고,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사회는 그녀를 받아들일 수 없고 그녀 역시 사회를 받아들일 수 없다 생각했는데 그런 그녀에게 친구가 생긴 것이다. 처음으로.
그러나 그 스펙타클한 조의 연대기보다도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몇 분에서 볼 수 있다. 샐리그먼은 아주 대단한 역할을 맡게 된다. 처음으로 믿을 수 있는 친구, 외로움과 중독을 벗어나보겠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보고 다짐하는 조를 짓밟아 버린다. 역설적이게도 님포매니악이던 조가 섹스 없이 있는 힘껏 살아보겠다고 말한 그 직후, 평생 섹스와 담 쌓고 살아온 무성애자 샐리그먼이 그녀와 섹스하고 싶어진 것이다. 이걸 뭐라고 얘기해야 할까. 욕망의 전이?
그건 그렇다고 치자. 그가 정말 그녀에게 상처를 준 건 수많은 남자들이랑 자지 않았냐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그는 그녀 앞에서 '남자'가 되었다. 과거 그녀가 자동문처럼 가리지 않고 남자들과 잤다고 해서 지금 이순간, 그와 거리낌없이 잘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와 그녀는 방금 전 이야기 하듯이 '인생 최초의 친구'가 아니었던가. 그는 믿을 수 있는 친구 대신 욕망에 가득한 어느 남자가 된 것이다. 방금까지 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사랑하던 제롬을 죽이지 않아서, 안도하던 조는 망가졌다. 총은 제대로 작동했고, 친구라 부르던 셀리그먼이 그 총을 맞았다. 어쩌면 그녀는 살인자가 되었겠다. 혹은 급소가 아닌 곳에 총알이 박힌 채 그가 신음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총소리에 가장 많이 아파할 사람은 조일 것이다. 동이 텄고 문이 닫혔다. 발걸음을 재촉하던 그녀의 표정은 조금 일그러져 있을까. 이제는 인정해야겠다. 그녀의 평생을 바친 단 하나의 실험, 단 하나의 목표가 얼마나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는지. 누구도 그녀의 구멍을 채워 줄 수 없었다. 채우려 애쓸수록, 기대하면 할 수록, 그녀에겐 짙은 외로움이 피어나는 구멍들이 커질 뿐이었다.
* 섹스 중독자와 님포매니악이 무엇이 그렇기 다르기에 조는 거듭 강조를 했나. 의미상 여성이란 점을 부각하고 싶었을 것이다. 남성 색정증은 사티리어시스라는 다른 표현을 쓰고 있으니까. 단어 중 님프는 영화에서 유충이란 뜻으로도 설명되었다. 실제로 낚시를 할 때 이 님프를 본따 님프 낚시를 하기도 한다고. 미끼가 되어 사냥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녀가 스스로를 섹스중독자라고 칭하며 중독을 끊으려 할 때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마음을 바꾸는데 그 때 그런 생각이 스쳐가지 않았나 한다. 자신이 여성으로서, 섹스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남들과 다르다고. 그게 그녀를 흔하고 광범위한 섹스중독자가 아니라 '님포매니악'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라고.
* 조의 아버지의 '소울 트리'. 내 나무 찾기 이야기가 은근히 흥미롭다. 조도 절벽 위에서 그 나무를 찾게 된다. 아직 그런 느낌이 드는 나무를 찾지는 못했는데 나무를 찾았을 때 기분이 기대된다. 꽃을 들자면 제비꽃은 가능할 것 같다. 왠지 모르게 매년 반갑고 애틋하다.
*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욕망과 외로움을 어떻게 대할지가 아닌가 싶다. 욕망과 외로움의 방법론. 욕망의 끝을 알기 위해, 외롭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확실한 건 몸을 직접 내던지는 건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것.
-
- 봉준호 다운 캐릭터가 조화를 이루다
봉준호 감독은 언제나 우리에게 묵직한 사회적 함의를 던지는 이야기꾼이다. <살인의 추억>에서는 당시 수사 시스템의 허점을 통해 실체 없는 공포와 무력함을 그려냈고, <마더>에서는 극단적 모성애로 인한 폭주를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특히 <기생충>에서는 계층 간 격차를 촘촘한 미장센과 인물 구도를 통해 묘사함으로써, 사회학을 전공한 감독 특유의 비판적 시선을 매섭게 드러냈다. 그 연장선 위에서 탄생한 신작 <미키17>은 우주라는 새로운 무대를 빌려, 우리의 현실 속 ‘계급’과 ‘정치’, 그리고 그 이면에 감춰진 인간의 본능을 극적으로 펼쳐 보인다.
영화는 우주 이주 프로그램에 참여한 미키(로버트 패틴슨)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그는 자신이 죽을 때마다 기억과 인격을 복제해 다시 깨어나는 ‘익스펜더블 프로그램’의 담당자로 설정되어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이 위험천만한 프로젝트에 지원했을 뿐이지만, 반복된 죽음과 새로운 깨달음을 통해 결국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찾아나가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미키의 여정, 그의 연약함을 감싸는 나샤(나오미 애키)의 ‘사랑’, 그리고 이 모든 시스템을 악용하는 정치인 마셜(마크 러팔로)의 ‘욕심’이다.
[첫번째 감정] 미키의 두려움
첫 번째로 주목해야 할 감정은 미키가 품고 있는 ‘두려움’이다. 지구에서 엄청난 빚을 지고 사채업자에게 쫓기던 그는, 결국 우주로 도망치듯 떠나는 결정을 내린다.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그를 몰아세웠고, 이런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실험체나 다름없는 ‘익스펜더블 프로그램’에 덜컥 지원한다. 이때 미키가 제대로 설명도 듣지 않고 서류에 사인을 하는 장면은, 그가 얼마나 궁지에 몰려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죽음이 두려워 도피한 곳이 하필이면 죽음을 반복적으로 경험해야 하는 구역이라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미키는 이내 ‘복제’를 통해 계속해서 부활하는 상황에 익숙해져 간다. 바이러스 테스트나 우주방사선 노출 실험처럼 잔인한 방식으로 소모되는 모습에서도, 그는 겉으로는 무감각해 보인다. 몸이 망가져 죽으면 또 다른 미키가 깨어나 동일한 기억을 잇기 때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거의 사라진 것처럼 보이던 미키에게, ‘살아있음’ 자체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듯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이 영화가 던지는 핵심 질문이기도 하다. “기억이 이어진다고 해서, 그것이 곧 나의 존재 자체를 의미하는가?”
진짜 문제는 미키17이 ‘미키18’을 마주한 순간부터 시작된다. 미키18은 기억과 외형은 비슷하지만, 분명히 성향과 태도가 조금 달라 보이는 존재다. 그제야 미키17은 깨닫는다. 죽는 순간 자신이 ‘영원히 소멸’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복제 기술이 완벽하다 생각했으나, 결국 매번 다른 개체가 나타날 뿐 ‘이전의 나’와 100% 동일할 수는 없다는 걸 체감한다. “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라는 질문을 영화 속 다른 인물들이 던질 때, 그것은 미키가 가진 두려움을 일깨우는 말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동안 답을 찾기 힘든 이 근원적 공포가, <미키17>에서 인간성을 탐색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동한다.
[두번째 감정] 나샤의 사랑
두 번째 감정은 미키를 헌신적으로 지켜보는 나샤의 ‘사랑’이다. 여러 차례 죽고 깨어나는 사이에서, 미키의 곁을 지키는 건 오직 나샤뿐이다. 그녀는 “죽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냐”처럼 끔찍한 질문을 미키에게 묻지 않는다. 죽음의 상처를 굳이 후벼팔 필요 없음을, 이미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공감 능력은 미키가 가진 두려움을 일시적으로나마 잊게 만들어주고, 시종일관 곁에서 그를 안심시킨다. 영화 초반에는 이러한 관계가 단순히 ‘연약한 남성을 돌보는 강인한 여성’ 구도로 보일 수 있지만, 곧 나샤의 매력이 훨씬 깊고 다층적임이 드러난다.
특히 나샤는 ‘미키17’과 ‘미키18’이 동시에 존재하게 된 상황에서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둘 다 같은 미키임에도, 성향은 조금씩 다른 두 사람을 동등하게 받아들이고 사랑을 나눈다. 이중적 존재가 생겨난 불안한 상태에서도, “네가 누구든 사랑하고 지켜주겠다”는 태도를 취하는 그녀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이는 단지 연애 감정의 차원을 넘어, 이주 행성이라는 미지의 세계에서 생겨난 새로운 ‘존재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일종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존재를 배척하지 않고 소통으로 품어내는, 그런 태도가 이 영화에서 중요한 테마로 자리한다.
나샤가 특히 돋보이는 지점은, 이주 행성에서 만난 ‘벌레’ 같은 생명체를 지키려는 결심을 보여줄 때다. 우주정복이나 개척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자원을 갈취하려 드는 정치인 마셜 집단과 달리, 나샤는 ‘이 생명체들도 우리와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녀의 시선은 결국 ‘사랑’과 ‘공감’의 확장판이다. 미키를 받아들이듯, 우주 생명체와도 대화하며 공존하려 애쓰는 나샤의 모습에서 우리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타인(혹은 타종)을 소모하는 행태’에 대한 날 선 비판인 셈이다.
[세번째 감정] 정치인 마셜의 욕심
세 번째 감정은 마셜(마크 러팔로)이 상징하는 ‘욕심’이다. 그는 지구에서 정치적 입지가 별로였기에, 우주 이주 프로젝트를 주도하면서 스스로 권력의 중심에 올라선다. 본질적으로 무능력하기에, 늘 아내(토니 콜렛)에게 모든 결정을 위임하는 모습이 반복해서 비춰진다. 사업가이자 정치인으로서 그는 한편으론 교묘하게 대중을 현혹하고, 다른 한편으론 미키 같은 존재를 마음껏 써먹으려 든다. 익스펜더블 프로그램은 이주 중 만날 수 있는 위험에서 유용하게 소모될, ‘하나쯤 없어져도 괜찮은 인력’이라는 발상으로 만들어진 제도다.
흥미로운 건, 마셜이라는 캐릭터를 보면 자연스레 한국의 정치 현실이 떠오른다는 점이다. 지지층을 어떻게든 확보하고, ‘뭔가를 해내는 척’ 무대만 만들어 놓은 뒤, 실제로는 구체적인 청사진이나 능력은 전혀 보여주지 못하는 지도자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권위자에게 줄을 서고 충성을 다하는 이들은 마셜의 비위를 맞춰주며, 그의 온갖 추한 면을 뒤처리한다. 그러나 막상 이주한 행성에서 어떠한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듣기 좋은 연설만 반복하면서, 실제로는 자기 몫의 이득 챙기기에만 급급한 셈이다.
결국 미키와 그 곁을 지키는 나샤, 그리고 우연히 교류하게 된 외계 생명체가 보여주는 ‘공존과 연대’야말로 마셜의 몰락을 재촉하는 결정적인 힘이 된다. 봉준호 감독은 “작은 존재가 모여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여러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줬다. <기생충>이 그렇고 <설국열차>도 그랬다. 이번에도 무심코 버려졌던 미키와 외계의 작은 벌레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조화’가 정치적 거인의 한계를 드러낸다. 이는 우리 사회 속 ‘무능한 리더십’이 불러올 참담한 결과를 예고하는 현실 풍자처럼 보인다.
<미키17>이 담은 봉준호 월드
한편, 마셜과 미키17의 대립을 ‘권력자와 청년 노동자’의 대립으로 해석해볼 수도 있다. 마셜은 지구라는 기존 체제에서 기득권을 꽉 잡고 있던 권력자가 우주로 무대를 옮겨 권위를 재차 행사하는 인물이다. 반면, 빚 때문에 스스로 ‘소모품’ 역할을 떠맡은 미키17은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기꺼이 위험한 임무를 감수하는 청년 노동자에 가깝다. 그들은 한 배를 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마셜에게 미키17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부품’이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착취 구조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고용시장과 권력자-피고용인의 위계 질서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 봉준호 감독은 어김없이 약자들의 연대와 소통을 통해 부조리를 깨부수는 희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미키17>은 반복되는 죽음과 복제라는 소재를 통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물음을 던진다. 이 질문은 동시대의 다양한 사회문제와 절묘하게 맞물린다. 흥미로운 건, 지구에서 이 우주로 떠난 이들은 대부분 생존의 위협이나 경제적 압박, 혹은 정치적 이유로 도피해 온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지구를 버리고 떠나온 자들의 새로운 세계에서, 과연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을까? 결국 인간이란, 어디에서건 같은 고민과 탐욕, 그리고 소외 문제를 반복한다는 사실을 영화가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은 결코 비관론으로 끝맺지 않는다. 미키와 나샤, 그리고 벌레라 불리는 생명체가 맺어가는 조화로운 관계는 ‘어울림의 가능성’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즉, 서로 다른 존재를 존중하고 대화를 시도하는 태도가 바로 진정한 해답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건넨다. 마셜처럼 권력을 쥔 자들이 제시하는 허황된 미래가 아닌, 작고 연약해 보이는 주체들이 서로를 받아들이고 협력함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수 있음을 암시한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주목할 만하다. 로버트 패틴슨은 겁에 질려 우주로 피난 온 미키의 불안하고 나약한 면을 능숙하게 표현하면서도, 복제체를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절묘한 차이를 두어 미키17과 미키18을 입체적으로 연기한다. 나오미 애키의 나샤는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내, 영화 후반부 ‘복수의 미키’를 모두 감싸 안는 장면에서는 강렬한 감동을 이끌어낸다. 마크 러팔로와 토니 콜렛 커플의 괴이하고 익살스러운 정치 드라마 역시 봉준호 특유의 블랙코미디 감각을 살려내며, 관객들에게 씁쓸한 웃음을 선사한다.
연출 면에서 봉준호 감독은 우주라는 넓은 무대 안에 좁은 계급적 공간을 다시 구축해냈다. 탁월한 미장센과 대사, 그리고 캐릭터 간의 긴장감으로 <설국열차>와 비슷한 계급 구조를 만들면서도, 이번에는 스스로 우주로 나아가는 세계관을 선보인다. 행성 밖 생명체와의 교류라는 설정이 상징하는 것은, 결국 인류가 고집해왔던 ‘자기중심성’을 깨부수라는 요청처럼 보인다.
결국 <미키17>은 관객들에게 명쾌한 답을 내리기보다, 각자의 위치에서 질문을 던지도록 만든다. 나 자신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과연 ‘죽음’ 자체인가, 아니면 ‘나라는 존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실존적 공포인가? 그리고 사랑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권력을 쥔 자들의 배신과 무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 모든 물음은 비단 우주 이주라는 극단적 상황에서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 주소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분명하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사회적 메시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그리고 ‘우주판 기생충’이라 불릴 만한 신선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흥미로운 볼거리와 생각거리를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행성에서 벌어지는 계급·정치·사랑의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그리고 죽음과 복제라는 철학적 소재가 어떻게 감각적인 장르 영화로 변주되었는지 알고 싶다면, <미키17>을 꼭 극장에서 만나보길 바란다.
분명 그 안에서, 우리 모두가 ‘인간’으로서 마주해야 할 근원적 질문들이 당신을 사로잡을 것이다. 그리고 잠시나마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꿈꿔보게 될지도 모른다.
-
- 「매트릭스4」에스파 로 알아보는 '거울' 의 의미ㅣ매트릭스4 리뷰ㅣ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ㅣAespa Dreams come true | 윈터 | 카리나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
+ 아이돌 에스파 블랙맘바, 넥스트레벨, 세비지, 드림즈컴트루
+ Aespa Black Mamba Next Level, Savage, Dreams come true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
- 넷플릭스 신작 영화 "더 유니온" / 마크 월버그, 할리 베리 주연 / 코믹 첩보 액션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넷플릭스 영화 "더 유니온"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라기 보다는 엔드크레딧에 마크 월버그와 할리 베리의 오랜 추억의 사진이 나옵니다.
-
- 넷플릭스 <20세기 소녀> 티저 예고편
심장을 도둑맞은 친구를 위해 친구의 짝사랑을 관찰하다? 우리가 알고 싶었던 첫사랑의 모든 것 《20세기 소녀》 10월 21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
- 영화 <데시벨> 캐릭터 예고편
김래원 X 이종석 X 정상훈 X 박병은 X 차은우 도심 테러를 둘러싼 5인의 캐릭터! 몰입도 500% 캐릭터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