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0932023-03-14 20:22:01
모든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복수를 끝내야 한다 | 영화 리멤버
역사를 잊어서는 안된다.
과거의 역사를 바로잡고 잘못된 일을 처리하기 위해
60여년동안 복수 계획을 세운 알츠하이머 노인
"모든 기억이 사라지기전에 모든 복수를 끝내기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깐의 스토리만 들어봤을때 약간 솔깃? 쫑끗?! 하셨나요?
그렇다면 빌드업에 성공한것 같은데!
이번 영화 리멤버가 알츠하이머 환자가 복수를 실행한다고해서 보고 왔습니다~
그럼 영화 리멤버 리뷰 시작해볼게요!
기본 정보
장르 : 드라마, 복수, 액션, 버디, 범죄, 스릴러, 어드벤처
감독 : 이일형
각본 : 윤종빈
출연진 : 이성민, 남주혁
개봉일 : 2022년 10월 26일
평점 : 7.83
스트리밍 : 티빙, 웨이브
기획 의도
"부서진 차... 손에 묻은 피.... 권총 한 자루... 내가 왜 여기있는 거지?"
뇌종양 말기, 80대 알츠하이머 환자인 한필주. 일제강정기 때 친일파들에게 가족을 모두 잃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필주는 60여 년을 계획해 온 복수를 감행하려고 한다.
그는 알바 중인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질친이 된 20대 알바생 인규에게
일주일만 운전을 도와 달라 부탁한다.
60년의 계획, 복수를 위한 위험한 동행이 시작된다!
여담
영화 리멤버는 캐나다, 독일 합작 영화< 리멤버 : 기억의 살인자>의 리메이크 작품이라고 한다.
주인공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추측국들에 의해 가족을 잃는 피해를 보고 수십년이 흐른 후
고령의 병든 노인이 되어 복수에 나선다는 점이 동일하다.
영화 리멤버 피주역을 맡은 이성민은 노인 분장을 위해
4시간이 넘는 분장을 했다고 한다.
후기 및 결말
영화 리멤버 결말을 살펴보자면
죽은 김치덕 장군은 과거 친일행적이 알려지자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지 못했으며, 인규는 필주를 면회하게 된다.
인규는 연치금의 최대치인 3백만원을 넣으며 그걸로 맛있는 것 많이 사먹으라고 말하며
의리를 지키지만, 필주는 알츠하이머 증세가 악화되어 인규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들에 의해 죽은 자신의 가족들은 기억해내며,
모두 착한 사람들이라 말하고 인규는 울먹거리게 된다.
여기서 인규는 "본인이 정말로 나쁜 짓을 저지른 것은 맞지만,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다"
라고 말하며 그와 손인사를 기억해내며 인규에게는 착하게 살라며 서로 다독여주며
독방에 들어가는 필주의 멍한 미소와 함께 영화는 끝이 난다.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일제강정기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 리멤버는
한 노인의 이유 있는 복수로, 맛깔나는 연기를 볼 수 있었다.
한줄평 :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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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급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깊은 메시지가 안에 담긴 B급 영화,
총 여섯 편을 추천드릴까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B급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 네이버 영화
synopsis
평범하다 못해 어중간한 삶을 살고 있는 주부 스즈메는 무서울 정도로 단순한 일상
속에서 어느 날, ‘스파이 모집’ 광고를 발견한다. 무심코 전화를 해버린 그녀는 뻔한
일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cine pick!
평범한 주인공 스즈메가 우연히 스파이로 활동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뻔한 일상에도 아직 알지못하는 다른 세계가 있고 그것을 알게 됨으로써
조금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구를 지켜라
ⓒ 네이버 영화
synopsis
외계인으로 인해 지구가 위험에 처할 거라고 믿는 병구는 재앙을 막기 위해 이번 개기월식까지
안드로메다 왕자를 만나야만 한다.
cine pick!
사회의 대한 풍자를 영화에 녹인 <지구를 지켜라>는 당시에는 흥행하지 못한 채,
평론가들에게만 호평을 받았었는데 수작이라는 입소문을 타며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작품이다.
족구왕
ⓒ 네이버 영화
synopsis
식품영양학과 복학생 만섭은 캠퍼스 퀸 안나의 남자친구 강민을 족구 한 판으로 무릎 꿇게
만든다. 만섭은 순식간에 교내 히어로가 되고, 취업준비장같이 지루하던 캠퍼스는 족구
열풍에 휩싸인다.
cine pick!
B급 감성에 코미디, 청춘 로맨스 장르의 <족구왕>은 그 안에 대학생들의 현실을
풍자하는 깊은 메시지를 담으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불량 공주 모모코
ⓒ 네이버 영화
synopsis
삶에서 드레스가 제일 중요한 모모코는 짝퉁 명품을 팔아오던 유일한 물주인 아빠가 실직하게
되자, 직접 돈을 벌기 위해 집안의 유일한 재산인 짝퉁 베르사치의 판매책으로 나서게 된다.
cine pick!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연출한 감독의 작품 <불량 공주 모모코>는 재기발랄함이 가득
담긴 영화이다. 의상 보는 재미와 예쁜 영상미로 눈이 재밌는 영화이다.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 네이버 영화
synopsis
고민해결사무소 ‘스페셜액터스’에 들어가게 된 배우 지망생 카즈토가 사이비 종교 단체의
비밀을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맞춤 위장 코미디.
cine pick!
일본 B급 영화로 유명한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는 B급 감성 안에서 가족애를 보여주며 감동과 위로를 준다.
지옥의 화원
ⓒ 네이버 영화
synopsis
압도적 격투 능력만 있다면 최강의 여직원으로 칭송 받는 세계,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나오코가
싸움에 휘말리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오피스 코믹 액션
cine pick!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첫 공개 후 독특한 설정과 재미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작품이다. 오피스물인만큼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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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산성/2017/한국
(이미지 출처: 네이버 이미지)
<애국의 길>
영화 <남한산성>은 김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사극.
1636년 12월, 추운 겨울. 청나라 군대가 무거운 군장차림으로 조선에 쳐들어와 군신의 예를 요구한다. 힘없는 임금 인조와 대신들은 남한산성으로 피신하여 갇힌 상태.
명을 등지고 청을 받들자니 대의가 발목을 잡고, 대의를 따라 명을 받들자니 눈앞의 청나라 군대가 두렵다.
신하들은 척화파와 주화파로 갈려 임금에게 저마다 목소리를 높여 읍소한다. 첨예하게 둘로 나뉜 주장 사이에서 인조는 그저 갈팡질팡한다.
척화파는 예조판서 김상헌, 주화파는 이조판서 최명길로 대표되는데 이들 모두 진정 자신의 생각만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유약한 인조는 김상헌과 최명길 양쪽에 번갈아 마음이 쏠린다. 그래서 전투를 해보기도 하고, 옥새를 찍은 격서를 비밀리에 도원수에게 보내 원군을 청하여 보기도 하지만 실패한다. 그 사이에 화친의 말을 잇고자 최명길을 적진에 보내 청나라 장수의 마음을 달래려 하지만 청은 요구를 거두어들일 마음이 없다. 조선의 오락가락하는 행태가 결국 청의 황제까지 전장으로 끌어들이게 되자 임금과 신하들은 화친이 아니라 무조건 ‘복종’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에 이른다.
인조와 조정신하들은 굴욕적인 화친의 예를 행하고 비통에 젖어 환궁을 한다. 을씨년스러운 궁에 들어서며 하늘과 궁을 둘러보는 최명길의 얼굴엔 안도감이 배어있으나 밝지는 않다. 오랑캐에게 머리를 숙이는 임금은 나의 임금이 아니라며 자결하고만 김상헌은 그 자리에 없다.
임금이 명을 사대하든, 청을 사대하든 관심 없고 하루하루 편히 먹고 살기만을 바라던 백성들은 병자년의 모진 겨울을 견뎌낸 후 민들레 돋아나는 봄을 맞이하여 목숨과 생기를 이어간다.
영화는 마치 책처럼 10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시퀀스마다 부제가 붙어있다. 자칫 지루하고 산만해질 수 있는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관람객들의 주의를 집중시키려는 장치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두 시간을 넘기는 상영시간 내내 몰입할 수 있었다.
첫 장면부터 민들레꽃 이전까지는 스크린이 청색에 푹 젖어 있다. 보통 청색을 포함한 찬색은 좌절과 패배, 수동성 등을 묘사할 때 쓰인다. 청색의 화면에서 적군의 무기에 다친 조선 백성의 붉은 피, 비밀 격서를 싼 붉은색 비단 봉투는 단말마의 고통처럼 처연하고 선명하여 섬뜩하다. 한편 임금과 신하들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너무 깊어서 이미 헤어 나올 수 없는 어둠이 그들을 잡아먹어 버린 것처럼 묘사된다. 조선이 청에게 패배하고 말 것이라는 불길한 암시 같다.
인물과 진영의 위치는 역학관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대장장이 서날쇠가 임금의 격서를 전달하였으나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싫었던 도원수와 그의 참모들이 격서를 받은 증거를 없애려고 서날쇠를 추격할 때, 낫으로 얼음 절벽에 매달린 날쇠를 사이에 두고 청군을 높은 절벽의 위에, 조선군은 그 절벽의 아래에 배치한 것은 그런 의도로 읽혀진다. 청의 황제를 올려다보는 카메라의 위치, 청의 황제가 남한산성에서 명에게 예를 올리는 조선의 대신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 등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이렇듯 일반적인 영상언어의 문법을 충실히 지킨 화면의 구도와 색감은 사극에 정통성을 부여한다. 아울러 이야기는 정직성과 안정성을 풍긴다.
배경음악도 훌륭했다. 음악이 적절하여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현실감이 두드러졌다. 대사를 강조할 때에는 음악 없이, 전투의 처절함을 묘사할 때에는 빠르고 날카로운 음악을 사용하여 극의 긴장을 내내 유지했다.
개인이든 국가든 그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때는 위기를 맞았을 때이다.
인조가 다스리던 조선의 실력은 허약했다고 영화는 말한다. 그렇지만 절망보다는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 같은 희망이 전해져 오기도 한다. 작은 나라였지만 조선의 사대부 김상헌은 대의명분을 고민할 줄 알았고, 또 최명길은 나라와 백성의 오랜 생명을 위해 역적의 오명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의명분을 접을 줄도 알았으니 말이다. 더욱이 둘은 각자의 애국심과 충정을 잘 알기 때문에 서로를 인정하고 위했다. 감독은 냉정할 정도로 균형 잡힌 연출로 어느 한 편에 치우침이 없이 이 두 사람의 충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양반들을 불신했던 날쇠는 보상이 없을 것이 뻔한데도 김상헌의 부탁을 받자 목숨을 걸고 임금의 비밀 서찰을 들고 추운 겨울에 길을 떠났고, 휘하의 군병들 생명을 구하기 위해 무장 이시백은 영의정 김류의 명에 맞섰다.
청의 침략이라는 큰 위기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던 조선의 허약한 모습이지만 그나마 각자의 위치에서 나라를 구하려고 목숨과 명예를 걸었던 과거의 인물들을 그려냄으로써 감독은 현재의 우리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물론 그보다는 주의와 경고가 먼저였겠지만 말이다.
<남한산성>은 탄탄한 이야기와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 균형 잡혀 안정적이고 빈틈이 없는 감독의 연출 등이 조화를 이루어 흠잡을 데가 보이지 않는 명작이다. 그리고 ‘애국’이란 무엇인가를 정말 깊이 생각해야만 하는 지금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영화이기도 하다(©2017.최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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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엄마를 부르는 숲, 가족이 되는 순간
Director
Jerome YOO
Cast
JIN Sein, KIM Jae-hyun, NAM Da-nu, KANG Sangbum, Jedd SHARP, Candyce WEIR, Morgan DERERA
시놉시스
1991년 여름, 슬픔에 잠긴 어느 한국인 가족이 야생 들개의 침입으로 고초를 겪고 있는 캐나다의 대초원으로 이민을 간다.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면서 이들은 가족 사이의 깨져버린 유대감과도 직면해야 한다.
들어가며,
이민 2세대인 제롬유 감독의 영화는 캐나다를 배경으로 한 한 이민가정의 생활을 독특한 스토리텔링과 화면구성 방식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God, Cowboy, Blond라는 부제를 붙은 세 파트에선 아버지(광선), 아들(하준), 딸(하나)이 돌아가며 주인공이 된다. 같은 집, 같은 시간에 살고 있지만 진실의 층위가 다르기 때문에 그들이 감각하는 이민생활의 최우선 문제 역시 다르게 인식된다. 한국에 정주하고 있는 관객의 입장에선 ‘이민’이라는 한 단어로 퉁쳐지는 문제가 그를 받아들이는 각 세대마다 이토록 섬세하고 다양한 양상을 가질 수 있음을 알 수 있게 된 영화이기도 했다.
잡종에 대해서,
표면적으로 잡종의 의미는 이것저것이 섞여 순종이 아닌 어떤 종류를 말한다. 모국을 떠나 타국인이 되어야 하는 이민세대의 고충을 뜻하는 뜻이기도 하겠으나 <잡종>은 그것이 지칭하는 대상을 ‘집을 잃어버린 떠돌이 개’로 확장시키며 인물들이 가진 결핍의 구심점을 만든다.
집을 잃어버린 채 마을과 숲을 오가며 사는 이들 들개는 어느 경계에서 이쪽도 저쪽도 아닌자로 해석된다. 이것은 한복을 입고 매니큐어를 칠한 한나, 영어를 쓰고 금발의 친구들과 놀지만 엄마의 노래를 듣는 하준, 땅주인을 위해 들개들을 잡을 때 한국식 위령제를 지내는 광선의 이미지와 겹쳐지며 제목의 필연성을 생각케 한다.
#1. GOD : 광선은 자식들에게 자꾸 강해지라고 한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바다를 건너왔다. 먹고 살기 위해 들개를 잡아 죽이는 사냥꾼이 되었다. 그들 가족에게 살 곳을 제공해준 마을의 목사 스캇은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유산을 지키기 위해 마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들개들을 죽이고자한다. 광선은 썩 내키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스킬로 들개를 다루어 단번에 스캇의 팀에 들어가게 되지만 밤이 되면 자신이 개들의 울음소리에 괴로워한다.
사냥을 망설이는 큰아들에게 ‘빨리 죽여주는 게 걔한테 도움되는거야!’라고 소리치지만 사실 그는 사냥을 시작할 때마다 나무에 오색실을 묶어두고 산의 신에게 제를 올리는 사람이다. 먹고 살기 위해 짐승을 물어뜯는 들개와 자신이 다를 것 없다는 죄책감이 그를 괴롭게 하는 것이다.
#2. COWBOY : 하준은 길을 잃어버린 것 같다.
반면 하준은 죽은 들개의 사체 위에 들꽃을 올려주는 마음을 가진 소년이다. 그러니 광선이 하준에게 거칠게 대하는 이유는 아마 그 모습에서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자식들에게 보이는 것은 그의 고통이 아니다. 그저 소리치거나 고성방가를 하는 무서운 아버지일 뿐.
하준은 노아를 비롯한 캐나다인 친구들인과 어울릴 땐 ‘그들’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여동생 하나와 같이 있을 땐 여전히 ‘집’에 있는 것 같지만 여전히 혼란스럽다.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노아가 친구 이상으로 느껴지는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하준이 원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아버지와 싸워도 돌아오게 되는 원점은 '어머니가 죽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극과 극을 향해 달리던 아버지와 아들은 상실의 공감대로 연결된다. 그들은 이제 하나에게 엄마의 죽음을 알려야 한다.
#3. BLONDE : 그리고 가족을 하나로 모으는 ‘하나’.
하나는 비행기 100개를 먹으면 소원을 빌 수 있다는 엄마의 말을 믿고 착실하게 비행기를 찾아다니는 소녀다. 목사의 부인인 로라는 딸이 없는 아쉬움을 하나에게 투영하며 엄마처럼 잘해주려한다. 옆자리, 생일파티, 기도문화, 선물, 매니큐어까지 하나는 아버지가 오빠가 자리를 비운 빈 집에 혼자 남아 엄마를 그리워 한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알아줄 여유가 있는 가족은 없다. 로라처럼 노랗게 머리를 탈색하려던 하나는 불현듯 숲으로 뛰쳐들어간다.
철없는 아이의 가출이라 생각했던 광선은 엄마가 올 때까지 돌아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하나를 보며 말문을 잃는다.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그리움을 두려움없이 꺼내버리는 천진난만함에 결국 무너지고 만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서로의 끈을 잡고 있던 가족은 다시 조금 가까워지게 된다.
부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엄마’라는 단어
하나가 숲 속에서 엄마를 부르고 광선이 (돌아올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함께 아내를 부르는 장면은 꼭 초혼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성인인 아버지와 아들이 각자의 이슈로 미루어두었으나 사실 가장 선행되어야 했던 ‘애도’는 막내딸 하나의 챕터에 와서야 이루어지게 된다. 여담이지만 이민가족들은 전통문화에 대한 보수성과 현지 문화에 대한 개방성이 묘하게 섞이게 되는데 높은 확률로 보수성의 일면은 ‘아버지’라는 호칭으로 발현되는 것 같다. 아버지는 아버지인데 엄마는 엄마가 되는 사례도 꽤 많은 것 같다. 현실의 사례에서 채택한 부분일 수도 있지만 나에겐 이 호칭의 차이가 이 가족이 가진 거리감과 상실감의 깊이를 유추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섬세한 포인트였다.
마찬가지로 아버지가 한국식 요리를 해주려고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한나가 김치찌개를 먹고 싶어한다는 사실은 단순히 어머니의 음식에 대한 그리움만이 아니라 어머니가 이들 가족의 구심점으로서 가족 정체성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음을 예상할 수 있게 한다. 어머니가 사라진 뒤 심화 된 갈등은 이들 각자의 정신적 위기로 확장되어 서로가 모르는 시간에 존재론적 위기를 겪게 만들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잡종이란 뿌리를 잃어버린 것이라는 해석으로 재정의 된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비단 한 이민가족의 개인사적 위기를 그리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불안한 시대를 ‘영혼의 집’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로 확장된다.
긴 방황 끝에 같은 그리움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 세 명의 가족이 들개의 울음소리로 뒤늦을 애도를 함께 하는 장면으로 이 영화를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영혼의 집을 찾기 위해 헤매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샤론 최와 함께하는 <영특한 대화>
<잡종>은 사실 각각 부제를 붙인 세 편의 다른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인물 각자가 마주하고 있는 진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특한 클래스>의 모더레이터로 참석한 샤론최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불균질’한 서사인 셈이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영화가 담고자 한 이민세대의 진짜 고충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는 그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녀의 모더레이팅으로 영화가 사용한 각기 다른 화면비와 색감, 음악의 테마가 이 불균질과 충돌을 다루기 위해서였음을 알 수 있었다. <영특핸 대화>에서는 디아스포라와 영화에 대한 깊이있는 이야기 외에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통역한 통역사로 명성을 얻었지만 제롬유 감독과 시네마 스쿨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신인영화감독으로서의 커리어를 준비중인 샤론최의 커리어패스와 작업 근황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Schedule in JIFF
2025.05.02.(금) 17:30 CGV전주고사 1관
2025.05.03.(토) 17:00 CGV전주고사 1관
2025.05.07.(수) 17:00 CGV전주고사 2관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 4.30 ~ 5.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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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 폰 트리에, 어둠 속의 댄서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며
들어가기에 앞서 1973년 발매된 Paul Simon의 싱글 <American Tune>이라는 노래를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가사를 읽어보면, 이 노래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미국으로 이주했으나 뼛속까지 지쳐버린 이민자들이 부르는 '미국식 한의 정서'를 담은 노래이다. 잉글랜드인들을 태운 메이플라워 호가 막 신대륙에 도착했을 때 꿈과 이상으로 가득 차 있던 시절은 이미 아득한 옛날이 되었지만, 70년대에도 여전히 미국이라는 신화는 새롭게 쓰이고 있었다. 60년대 말에 소련보다 먼저 달에 도착하였으며,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다. 노래의 화자는, 모든 것은 진보하고 변화하고 있는데 어찌하여 이민자인 내 삶만은 나아지지 않는 것인지, 이 노동은 죽을 때까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인지를 묻는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메이플라워 이래 아메리칸 드림을 위한 여행은 계속된다. 이제는 오직 일신의 안식을 바라며 노래는 끝이 난다. 이 곡이 <마태 수난곡>의 코랄을 모티브로 했다는 것은 한참 뒤에 안 사실이다. 예수가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해 수난을 기꺼이 받아들였다면, 이들은 무엇을 위해 그 수난을 감당해야 했던가?
Many's the time I've been mistaken
And many times confused
Yes, and I've often felt forsaken
And certainly misused
Oh, but I'm alright, I'm alright
I'm just weary to my bones
Still, you don't expect to be bright and bon vivant
So far away from home, so far away from home
And I don't know a soul who's not been battered
I don't have a friend who feels at ease
I don't know a dream that's not been shattered
Or driven to its knees
But it's alright, it's alright
For we lived so well so long
Still, when I think of the
Road we're traveling on
I wonder what's gone wrong
I can't help it, I wonder what has gone wrong
And I dreamed I was dying
I dreamed that my soul rose unexpectedly
And looking back down at me
Smiled reassuringly
And I dreamed I was flying
And high up above my eyes could clearly see
The Statue of Liberty
Sailing away to sea
And I dreamed I was flying
We come on the ship they call The Mayflower
We come on the ship that sailed the moon
We come in the age's most uncertain hours
And sing an American tune
Oh, and it's alright, it's alright, it's alright
You can't be forever blessed
Still, tomorrow's going to be another working day
And I'm trying to get some rest
That's all I'm trying to get some rest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American Tune>을 부르는 Slmon & Garfunkel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 지난 2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폰 트랩 대령 역을 맡았던 故 크리스토퍼 플러머 배우의 부음 소식을 듣고서, 부모님의 추억팔이용으로 내가 어릴 적에도 같이 DVD로 돌려 보았던 영화를 오랜만에 떠올렸다. 많은 이들이 위 영화에 대하여 세대를 아우르는 추억이자 향수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라스 폰 트리에의 <어둠 속의 댄서>를 보았다. 12세 관람가, 아이슬란드 가수 비요크의 주연, 칸느 2관왕의 업적, 개봉 당시 평단의 극찬, 포스터에서 비요크의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표정 때문에 라스 폰 트리에 판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안이하게 관람을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영화는 악랄한 - 이렇게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 의도를 가진 감독이 만든 2시간 20분짜리 악몽이었다. <American Tune>을 들었을 때, 희망도 절망도 아닌 <수난>의 정서를, 영화를 보면서 똑같이 느꼈다. 과거와 미래의 희망은 이 뮤지컬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것을 얻기 위한 과정, 아주 지난하고 힘든 과정만이 영화 속에 담길 뿐이다.
소음은 리듬이 되고 음악이 된다
1964년 미국 워싱턴 주.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아들과 함께 이민을 떠나온 셀마(비요크)는 싱크대 공장에서 일하면서 자신과 같은 유전병을 가진 아들의 눈을 고치기 위한 수술비를 벌고 있다. 영화의 오프닝은 그녀가 일과 후에 뮤지컬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직장 동료 캐시(카트린느 드뇌브)도 참여하고 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60년대를 풍미했던 <쉘부르의 우산>의 그 카트린느 드뇌브가 변변치 않은 무대에 억지로 올라가 있는 듯한 기묘한 모습, 일사불란한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홀로 겉도는 셀마의 모습을 모습은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의심쩍다. 그녀의 뮤지컬 실력은 무대가 아니라 공장 소음 안에서 꾸는 몽상에서만 제대로 발휘된다. <라라랜드>에서 전주만 들어도 신이 나는 뮤지컬 ost에 맞추어 화려한 의상을 입은 이들이 LA 고속도로를 점거한 군무에 익숙했던 우리의 눈은, 미국 동부 공장 노동자들이 위험하고 비좁은 공장 안에서 추는 춤이 어색하기만 하다.
6mm 핸드헬드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셀마의 일상은 그녀가 보는 세상에 대한 어지럽고 둔탁한 인상을 담고자 노력하며, 마치 한 체코계 이민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사실성도 부여한다. 시력이 감퇴하는 대신에 예민해진 셀마의 청각은, 그녀의 삶이 매번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에 주변의 작은 소음을 감지한다. 그 작은 소음, 규칙적인 리듬으로부터 그녀의 노래는 다시 시작되고, 셀마는 혼자서 미치기 직전의 순간에 그 박자에서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뮤지컬 영화와 달리 관객은 뮤지컬 장면에 매번 온전히 몰입할 수가 없는데, 위험한 공장 프레스 앞에서 몽상을 하고 있는 셀마의 현실 모습이 점차 뮤지컬 장면 안으로 침투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 같은 위태로운 현실의 침투를 통해 관객의 몰입을 일부러 훼방 놓으면서, 극이 후반부로 치달아 갈수록 뮤지컬이 나오는 몇 분을 시간이 멈춰버린 지옥처럼 길게 만들어 버리는 데 성공한다.
후반부로 치달을 수록 이 소음은 하나 둘 제거되면서 성스러운 종교 음악만이 남는다. 교도소 안에서 셀마는 '여긴 왜 이렇게 조용한가요?'라고 물으면서 절망한다. 이 때 비요크의 95년도 앨범 'It's so quiet'라는 노래와 뮤비가 즉각적으로 떠올랐는데, 설마 이것까지도 감독의 시니컬한 농담인 지를 의심했다. 이 곡의 뮤비안에서 비요크는 엠마 스톤 못지않게 화려한 원색 드레스를 입고서 뮤지컬의 여주인공처럼 '여긴 너무 조용해!'라고 주변을 조용히 시킨 다음, 가장 경쾌하고 자신 있게 꽥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셀마로 분한 그녀는 자신을 미치게 하는 고요를 쫓아내지 못한다. 겨우 통풍구로 들려오는 막연한 채플 소리에 의지하여 세상에서 가장 구슬픈 <My favorite things>를 부를 뿐이다.
비요크의 <It's so quite> 뮤직 비디오
유럽 감독이 만든 악몽 'American bad dream'
감독의 비행 공포증 때문에 이 영화가 유럽 여러 지역에서 촬영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배우 또한 데이비드 모스(빌 휴스턴 역)를 제외한 주요 캐릭터들은 모두 유럽 출신의 배우들이다. 우리는 미국 땅을 제대로 밟아본 적도 없는 덴마크 감독이 가상으로 구현해 낸 미국의 허상을 보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정치와 경제적 패권은 모두 이 신대륙으로 넘어갔고, 유럽에는 오직 과거에의 향수와 문화예술적 자부심만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 착란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지 못하며 무용한 지 영화는 낱낱이 그린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셀마는 동료들과 함께 <사운드 오브 뮤직>의 뮤지컬을 연습하고 있다. 마리아와 본 트랩가 아이들은 동화처럼 아름다운 알프스 산맥의 계곡과 산, 합스부르크 왕가의 위용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미라벨 궁전을 배경으로 이제 누구에게나 친숙한 '도레미송'을 부르고 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손을 거쳤으므로 티 없이 밝고, 아름답게 묘사된 장면들은 이제 관객을 골리는 악취미를 가진 유럽 감독에 의하여 생활에 찌든 유럽계 이민자들의 소일거리 취미로 축소, 재현된다.
셀마의 예술적 기질과 취미는 생산 활동에 저해되는 결격 사유가 되고, 아들의 병원비가 아니라 아버지에게 돈을 보내고 있다는 변명은 '공산주의에서는 모든 것을 나누는군요'라는 조롱으로 돌아온다. 체코에서의 좋았던 시절을 발설하면 '그러면 체코로 돌아가지 왜 여기 있냐'는 핀잔이 돌아온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이웃의 얼굴을 한 미국 사회의 위선을 보여주는 것은 놀랍지도 않지만, 그는 2차 대전 후 더 나은 삶을 찾아서 맹목적으로 미국 땅을 밟은 유럽계 이민자들의 무력함,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백치미, 현실과 이상의 혼돈, 후세대를 위한 자발적이고 맹목적인 희생까지도 비틀어 보여준다.
빌과 제프, 체격이나 인상이 비슷한 마을의 두 남자가 셀마의 주위를 맴돈다. 빌은 그녀에게 트레일러를 내주고, 아들 진을 낮동안 돌봐 주는 친절하고 선한 이웃이고, 제프는 셀마에게 호감을 보이는 낯선 이다. 눈이 멀어가는 셀마에게는 이 둘의 의도와 진심을 분간할 능력이 없다. 결국 셀마는 태워주겠다는 제프의 호의를 거절하고 그녀와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가까운 빌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결정적인 그녀의 선택, 빌을 의지하고 서로의 비밀을 공유한 것을 계기로 그녀의 운명은 추락의 길을 걷는다.
영화가 빌을 묘사하는 방식은 흔한 미국 영화에서 악당을 그리는 방식과는 다르다. 그는 사악하기보다는 저열한 인물이다. 치밀하다기보다는 '눈 가리고 아웅'식의 거짓말로 둘러대고, 부인이 그의 거짓말을 믿도록 신파 장면을 연출하며, 경제적 정신적 파산으로 인해 죽음을 생각해왔으나 스스로 죽을 용기도 없어서 셀마에게 그 역할을 위임한다. 부인과 셀마뿐 아니라, 정의를 지키다 순국한 희생양으로 의로운 죽음을 맞았다고 스스로 믿을 만큼 자기 자신까지 속이는 비열한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셀마의 범죄 장면은, 살면서 웬만하면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을 만큼 지리멸렬하였다. 앞서 말했듯이 이 장면을 끔찍하도록 길게 느껴지게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뮤지컬 대사와 음악이다. 이제 그녀의 환상 속에서 강은 핏빛으로 흐르며, '날 용서할 수 있나요'라는 그녀의 노래는 부조리의 끝을 달린다.
수녀에서 어머니로, 어머니에서 수녀로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는 수녀에서 선생님으로, 다시 트랩 가 아이들의 어머니로 신분이 바뀐다. 마리아의 재기 발랄함과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하는 수녀원, 트랩 대령과의 초반 대립을 거쳐, 그녀는 오직 자신의 노래로써 한 가족을 변화시킨다. 후에 그녀의 부재를 앓는 아이들을 위해 아내이자 자애로운 어머니로 돌아와 한 가족을 이루게 된다. 반면 <어둠 속의 댄서>의 셀마는 숙제하는데 이상한 질문만 하는 어머니, 아들의 생일에 자전거도 못 사주는 어머니, 범죄자 어머니, 아이가 찾아도 답이 없는 어머니이다. 셀마는 그녀의 유전병 때문에 서서히 시력이 감퇴하자 주인공 마리아 역에서 수녀 역의 조연으로 밀려난다. 이것은 어머니(Mother)에서 살인자(Murderer)로, 그리고 제도적으로 아이와 어떤 연결고리도 갖지 못하는 희생당하는 성 처녀와 같은 수녀(Nun, 아이에게는 무의미함 None)로 전락하는 것을 상징한다. 마리아의 선택은 수녀원의 자비로운 허락과 자유 의지에 따랐던 반면, 셀마에게는 점점 극단적이고 좁은 A/B 선택지만 주어질 뿐이다. 그녀를 진심을 다해 돕고자 하는 캐시마저 이 시스템에 동조하게 되는 것은 슬픈 역설이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셀마를 잔다르크에 자주 비견했다고 한다. 마지막 순간에 '진(Jean)'의 이름을 부르짖는 그녀는 브레송의 <잔다르크의 재판>에서 누구도 굽힐 수 없는 신념을 가졌던 잔(Jeanne)의 모습을 닮아있다. 그녀가 원하여 자유 의지로 신념의 전쟁을 했는지, 하늘에 있는 누군가 계시를 내렸는지를 묻는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그녀는 잔 다르크처럼 의연한지를 묻는다면 역시 그렇지 않다. 그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전화기에 대고 화내며 울부짖고, 두려움과 고통 때문에 몸부림친다. 사실 그녀는 평범한 어머니, 선생님이자 아이들의 어머니인 마리아가 되고 싶어 했던 한 여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바라던 대로 운명의 되물림이 끊어졌다는 소식을 들으며 결국 그녀는 자신이 치른 희생에 합당한 구원을 받았다는 듯 수그러든다. 그녀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관객 앞에서 그녀의 마지막 절규 혹은 노래가 울려 퍼지고, 한 번의 추락, 그리고 뮤지컬의 막이 드디어 닫힌다.
서론에서 언급했던 폴 사이먼의 <American Tune>에서 후렴구 가사를 다시 곱씹어 보았다. "I dreamed I was dying"에서 "And I dreamed I was flying"으로 변주, 높이 승화되는 구절은, 죽음을 통해 비로소 노동의 고통에서 해방된 육신을 말한다. 그리고 해방된 자는 이제 자유의 여신상이 바다로 항해하는 저 이상향의 풍경을 또렷하게 내려다볼 수 있다. 강탈당한 것을 지켜내고 본인 스스로까지 제물로 바치고 나서야 셀마는 시력을 되찾아 자신의 인생이 어떤 의미였는지 또렷하게 직시할 수 있다. 그렇게 더딘,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흘러가는 이 항해는 후대에게 전승된다.
And I dreamed I was flying
And high up above my eyes could clearly see
The Statue of Liberty
Sailing away to sea
And I dreamed I was flying마치며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는 전쟁이 모든 것을 휩쓸기 직전에 사람들이 품었던 꿈과 희망, 가족의 결합을 노래하였다. 그리고 난민이 된 트랩 가 가족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서 알프스를 희망차게 넘으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어린 시절 영화를 보면서 항상 이상했던 것은 알프스는 춥고 험할 텐데 이 사람들은 동네 뒷동산을 산보하듯 노래를 부르고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즉 영화는 불행했던 과거(트랩가 7남매 어머니의 죽음)와 다가올 불안한 미래(난민의 삶)는 잘라버린 채 온전하고 행복한 모습들만 보여준다. 마치 이에 대한 블랙 패러디처럼, <어둠 속의 댄서>는 셀마가 이민 전 행복했었던 체코에서의 과거를 보여주는 것도 생략하고 , 그리고 그녀의 희생을 통해 아들 진에게 주어진 좀 더 밝은 미래를 보여주지 않은 채 무대의 막을 내린다.
영화를 보면서 한부모, 장애인, 이민자, 블루칼라 노동자 등 모든 측면에서 의지할 곳 없는 사회 소수자인 한 여성을 여러 장치들을 가지고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가는 가학성이 과연 필수 불가결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실제로 영화는 많은 논란거리를 낳았고, 2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평단과 관객의 평가 또한 극명히 갈리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뮤지컬 장르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사실은 관객을 심적으로 괴롭히기 위한 인위적인 수단에 불과한 게 아니었나? 감독은 실제로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던 비요크를 비슷한 상황에 몰아넣어 과하게 몰입시킴으로써 훌륭한 연기가 아닌 그녀의 진실된 고통을 착취한 것이 아닌가?
사디스트적인 악취미를 가진 감독이 단지 본인의 유희를 위해 이 영화를 만든 게 아니라는 가정 하에, 이 씁쓸하고 어두운 뮤지컬 영화는 종교적인 희생과 구원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20세기판 <마태 수난곡>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감독은 브로드웨이 뮤지컬보다는 차라리 <셀마 수난곡>을 쓰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에 나무판자 위에 몸을 결박당하는 셀마의 모습을 보며 성경에 나오는 '그 존재'가 아닌 다른 누구를 떠올릴 수 있겠는가? 그녀는 20세기의 아메리칸 드림을 믿고 현실에서 구원받기 위한 모든 이민 세대들을 위해 스스로 희생당한 대속죄인이다. 따라서 그녀에게 가해지는 것들은 자식 세대가 같은 고통을 겪지 않기 위해 필연적으로 감내해야 할 시련이기에, 그녀는 친구의 얼굴을 한 어떤 '사탄'의 시험과 유혹에도 이겨낸다. 이로써 그녀의 아들과 후손들은 광명의 한 자락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또 다른 결의 결핍과 상처를 떠안은 채 아메리칸 드림의 항해를 이어간다.
[Eurofilm 11. 덴마크, 독일,스웨덴, 네덜란드, 미국, 영국, 핀란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2021년 3월 6일 감상 / 2021년 3월 7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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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칸 영화제측에서 경쟁부문으로 초청했으나 스코세이지 감독이 다른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며 비경쟁 부문 초청을 요구한 작품 <플라워 킬링 문>이 개봉한다고 합니다. 세계 거장 마틴스콜세이지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 니로가 만나 엄청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10월 3주차 개봉예정작 같이 알아보실까요?
플라워 킬링 문
Killers of the Flower Moon
ⓒ 네이버영화
개요: 범죄, 드라마 | 미국 | 206분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 니로 등
개봉: 202310.19.
배급: 롯데 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플라워 킬링 문’은 진정한 사랑과 말할 수 없는 배신이 교차하는 서부 범죄극으로 ‘어니스트 버크하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몰리 카일리’(릴리 글래드스톤)의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맨스를 중심으로 오세이지족에게 벌어진 끔찍한 비극 실화를 그려낸다. 데이비드 그랜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아카데미를 수상한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으며, 에릭 로스가 각본에 함께 참여했다.
CINE PICK!
데이비드 그랜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1920년대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한 실화 바탕 영화로 3시간이 넘는 상영시간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 니로와 스콜세지의 만남으로 개봉전부터 제작단계에서부터 큰 관심을 받은 영화입니다.
엑소시스트: 믿는 자
The Exorcist: Believer
ⓒ 네이버영화
개요: 공포, 호러 | 미국 | 111분
감독: 데이빗 고든 그린
출연: 엘렌 버스틴, 레슬리 오덤 주니어, 앤 도드, 라파엘 스바지 등
개봉: 2023.10.18.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시놉시스
한날한시에 동시에 사라졌던 앤젤라와 캐서린. 기억이 전부 사라진 채 상처투성이 몸으로 돌아온 두 아이는 이상증세를 보이며 날이 갈수록 섬뜩하게 변해간다. 마침내 두 아이의 몸을 동시에 차지한 악마가 존재를 드러내고, 한 명을 살리면 한 명이 죽는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지는데… 신이 너한테 장난을 쳤네 극한의 공포와 대면할 자, 누구인가
CINE PICK!
공포영화의 명가 블룸하우스에서 제작한 <엑소시스트: 믿는자>는 엑소시스트 시리즈의 첫 번째 리부트 작품. 오리지널 1973년작에서 이어지는 50주년 속편이자 리부트작품입니다.
블루 자이언트
Blue Giant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20분
감독: 타치카와 유즈루
출연: 야마다 유키, 미마야쇼타로, 오카야마 아마네 등
개봉: 2023.10.18.
배급: 판씨네마㈜
시놉시스
“세계 최고가 될 거야, 반드시” 언제나 강가에서 홀로 색소폰을 불던 고등학생 ‘다이’는 세계 최고의 재즈 플레이어에 도전하기 위해 도쿄로 향한다. “실력이 안 되면 같이 안 할 거니까” 우연히 재즈 클럽에서 엄청난 연주 실력을 뽐내는 천재 피아니스트 ‘유키노리’를 만나 밴드 결성을 제안하고, “나도 드럼을 칠 수 있을까?” ‘다이’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평범한 대학생이던 ‘슌지’가 열정 가득한 초보 드러머로 합류하면서 밴드 ‘JASS 재스’가 탄생한다. “전력을 다해 연주하자! 분명 전해질 거야” 목표는 최고의 재즈 클럽 ‘쏘 블루’! 10대의 마지막 챕터를 바친 JASS 재스의 격렬하고 치열한 연주가 지금,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CINE PICK!
이시즈카 신이치 작가가 내놓은 동명 만화 원작 <블루 자이언트>는 국내에서 많이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일본 현지에선 누적 판매 1100만부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음악 총괄을 일본 최고 재즈 피아니스트 우에아라 히로미가 음악과 피아노 연주를 담당했다고 합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
A Tour Guide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94분
감독: 곽은미
출연: 이설, 오경화, 박세현, 우정원, 이노아 등
재개봉: 2023.10.18.
배급: 찬란
시놉시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박한영입니다. 성의를 다해 가이드할 테니, 저를 믿으시고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눈 뜨고 코 베인다는 서울에서, 안락한 정착을 꿈꾸는 20대 한영.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취득 후, 이제 정말 돈만 벌면 될 줄 알았는데... 중국 여행객을 상대로 한 가이드 업무는 마음 같지 않고, 심지어 유일하게 의지했던 친구 정미마저 서울살이 청산을 선언한다. 열심히 살아도 마음 같지 않은 서울살이, 이대로 끝…? 당신의 여행은 제가 가이드할게요, 그런데... 제 인생은 누가 가이드해 주죠?
CINE PICK!
곽은미 감독은”동시대 우리의 젊은 세대와 이야기를 탐구하고 알아보고 싶었던 것 같다”라고 말하며 주인공 ‘한영’의 모습에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준의 모습을 많이 보고 참고하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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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無言)이 보여주는 감정의 하모니
*씨네랩 크리에이터 활동의 일환으로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두 곤돌라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달려간다. 가까워지더라도 결코 만날 수 없는 평행선 위에서 그들이 교차하는 순간, 오묘한 마음이 서로의 곤돌라에 탑승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대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단발적인 환호 소리나 곤돌라의 기계음, 그리고 음악을 제외하고선 음성을 통해 이뤄지는 감정 전달은 결코 없다. 그러니 그들은 전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직접 몸을 부딪혀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소년은 소녀에게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 폐자전거의 바퀴를 분해해 서로의 창문에 고정한 뒤, 바구니 속에 케이크를 담아 건네준다. 그러나 소녀의 냉혹한 평가에 그는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이처럼 마을 사람들은 행동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휠체어를 끌지만 곤돌라에 타고 싶은 한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탑승장에 방문한다. 매번 문전 박대를 당해도 그는 굴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그는 곤돌라에 매달려 마을을 실컷 구경할 수 있게 된다.
승무원들은 조금 더 재밌는 방법을 사용한다. 비행기 승무원으로 분장하기도 하고, 찰리 채플린이 되어 세상 단 하나뿐인 개그맨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서로를 향한 걷잡을 수 없는 마음처럼, 곤돌라는 비행기가 되고, 자동차가 되고, 배가 되고, 우주선이 되어 서로에게 달려간다. 과한 설정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슬랩스틱 코미디 형식의 이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실없는 웃음이 터지게 만들어 그들의 사랑에 빠져들게 만든다.
세심한 감정은 음악으로 표현된다. 바이올린의 선율에 맞춰 트럼펫이 자연스레 녹아드는 그들의 하모니는 말이 없어도 사랑이란 감정을 확실히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을 사람들이 두 승무원을 위해 준비한 이벤트 시간, 곤돌라에 탑승한 둘은 정제된 음악이 아니라 각종 생활 도구의 어색한 마찰음을 듣게 된다. 그러나 오히려 이 지점에서 마을 사람들의 진심이 느껴진다. 완벽한 소통이 아닌 미완성의 표현으로 우리는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영화가 끝난 뒤엔 사람들의 말소리가 되려 어색하게 들린다. 그리고 잠시 동안 입을 열지 않고 세상의 소음에 더 귀 기울여보고 싶어진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따뜻한 포옹을 해주고 싶어지는 영화, <곤돌라> 후기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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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흥신소-라떼극장]"소풍왔어 소풍?"시실리2km
영화 흥신소 - 라떼극장 EP.11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 "시실리 2km"를 보며 소중한 추억을 떠올려보자
친구가 훔친 다이아를 되찾기 위해 도착한 마을 '시실리'
비협조적인 마을 주민, 예상치못한 귀신과 만나며 일은 점점 꼬여만 가는데...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조폭들이 했던 게임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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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2차 예고편 - 연애 편
“시작은 막차였다”
집으로 가는 막차를 놓친 스물한 살 대학생 ’무기’와 ‘키누’는
첫차를 기다리며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좋아하는 책부터 영화, 신고 있는 신발까지 모든 게 꼭 닮은 두 사람은
수줍은 고백과 함께 연애를 시작하고 매일매일 행복한 시간을 쌓아간다.
“내 인생의 목표는 너와의 현상 유지야!”
하지만 대학 졸업과 함께 취업 준비에 나선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게 소원해지고
꿈과 현실 사이의 거리 만큼 마음의 거리도 멀어지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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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임 유어 맨> 티저 예고편
페르가몬 박물관의 고고학자 ‘알마’는 연구비 마련을 위해
완벽한 배우자를 대체할 휴머노이드 로봇을 테스트하는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그렇게 오직 ‘알마’만을 위해 뛰어난 알고리즘으로 프로그래밍된
맞춤형 로맨스 파트너 ‘톰’과
3주간의 특별한 동거를 시작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