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3-24 13:34:35
3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무료한 목요일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
그럼, 3월 넷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존 윅' 촬영 중 실수로 사람 머리를 벤 키아누 리브스
키아누 리브스가 <존 윅> 시리즈의 액션 씬을 촬영하던 중 실수로 누군가의 머리를 베어 버린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액션이 많은 <존 윅> 촬영장에서 어떤 종류의 사고가 발생했는지 묻자 키아누 리브스는 "실수를 한 적이 한 번 있는데요, 어떤 남성분의 머리를 제가 그만 칼로 잘라 버렸어요. 정말 끔찍했죠... 그리고 또 차에 치인 사람도 있었어요. 바로 병원에 갔고, 다행히도 괜찮았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존 윅 4>와 관련해서는 그가 그동안 찍었던 영화들 중 가장 육체적으로 힘든 촬영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12주 간의 훈련 과정을 거친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액션이었다고 말하며 특히 쌍절곤을 활용한 액션이 매우 어려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키아누 리브스가 출연한 <존 윅 4>는 4월 12일 국내 개봉 예정에 있습니다.
박성웅 주연의 '웅남이', 평론가 혹평 논란 속에 박스오피스 2위 등극
지난 수요일 개봉한 한국 영화 <웅남이>가 23일 목요일 기준 누적 관객 수 5만 4783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습니다. 개봉 이후 이틀 연속 2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좌석판매율과 좌석점유율이 현재 상영작 가운데 1위로 실 관람객 수치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해당 현상에 대해서 이용철 평론가가 씨네21을 통해 공개한 20자평 '여기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가 낳은 개그맨 폄하 논란에 의한 반사이익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아닌 연출자인 개그맨 박성광을 직접적으로 저격한 평가란 점에서 해당 평가가 뭇매를 맞았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관객들 사이에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라는 분위기가 퍼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11편 공개
올해 4월 27일에 시작되는 전주국제영화제가 한국경쟁 부분 선정작 11편을 공개했습니다. 한국경쟁 부문은 연출자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을 선보이는 섹션으로 국내 신인 창작자들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데요,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올해 총 111편의 작품이 출품되었으며 이 가운데 심사를 거쳐 극영화 8편, 다큐멘터리 2편, 실험 다큐멘터리 1편이 각각 선정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심사를 맡았던 관계자는 다양한 색채의 영화들이 출품된 와중에 퀴어 장르가 특히 대세로 떠올랐으며 SF 장르의 영화, 영화 또는 예술 제작 과정을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선정된 작품으로는 박수연, 이유미 주연의 청춘 퀴어 드라마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어른이 되어가는 두 소녀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한소희 주연의 <폭설>, 여성 소리꾼 정의진의 이야기를 다룬 <수궁>, 탈북민 여성의 삶을 연대기 순으로 묘사한 <믿을 수 있는 사람>, 뇌졸중으로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사시회에 참석할 수 없게 된 여배우의 이야기를 다룬 <우리와 상관없이> 등이 있습니다.
'듄', '닥터 스트레인지' 각본가 넷플릭스 영화 '기어즈 오브 워' 합류
영화 <프로메테우스>, <닥터 스트레인지>, <듄>의 각본을 집필한 것으로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 존 스페이츠가 넷플릭스 영화 <기어즈 오브 워>에 합류했다는 소식입니다. 영화 <기어즈 오브 워>는 무려 4천만 장이 팔렸던 동명의 유명한 비디오 게임을 실사화한 작품으로, 존 스페이츠는 해당 게임에 대해 역대 최고의 액션 게임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자신이 이번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어 무척 기쁘고 흥분된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홍콩에서 돌연 상영 취소된 '곰돌이 푸: 피와 꿀'
23일 홍콩에서 개봉 예정이었던 영국의 공포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이 돌연 상영 취소되는 사태가 발발했습니다. 기술상의 이유로 상영이 취소되었다고 보도되었지만 배급사 측은 당혹감을 표하며 자신들 역시 취소 사유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의식한 검열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그간 중국 정부는 시진핑 주석이 '곰돌이 푸'와 닮았다는 이유로 관련 콘텐츠를 제한해 왔으며 2021년 홍콩에서는 '국가 안보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이 통과돼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한편, <곰돌이 푸: 피와 꿀>은 4월 중에 국내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며, 일각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친근하고 귀여웠던 이미지의 곰돌이 푸를 저작권이 만료되자마자 일순간에 잔혹하고 끔찍한 캐릭터로 변모시켰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폴 메스칼 주연 '글래디에이터2'에 배리 키오건 합류 논의 중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을 맡은 <글래디에이터 2>에 배리 키오건이 출연할 수도 있다는 소식입니다. <글래디에이터 2>는 12개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상을 비롯해 총 5개의 상을 수상했던 200년 블록버스터 히트작 <글래디에이터>의 속편인데요, 앞서 영화 <애프터썬>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폴 메스칼이 전작에서 사망한 주인공 '막시무스'의 연인 '루실라'의 아들이자 이번 작품의 주인공인 '루시우스'를 맡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었습니다. 한편 <킬링 디어>, <덩케르크>, <체르노빌>, <그린 나이트>로 유명한 배리 키오건은 최근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에서의 연기로 올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으며, 트레이 에드워드 슐츠 감독의 신작 영화에 제나 오르테가, 위켄드와 함께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영화팬들의 기대감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현기증> 리메이크작 출연 논의 중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걸작 <현기증>이 리메이크된다는 소식과 함께 주연 배우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영화는 BBC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의 작가 스티븐 나이트가 대본을 쓰고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그의 아내이자 영화 제작자인 수잔 다우니가 함께 제작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합니다. 한편, 원작인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은 고소공포증을 앓는 형사와 미스터리한 여인을 주인공으로 한 스릴러 영화로 2012년 영화 전문지 '사이트 앤드 사운드'에서 <시민 케인>을 제치고 역대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올해 7월 개봉 예정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로 먼저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며, 박찬욱 감독의 HBO 드라마 <동조자>의 주연 배우로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년 크리스마스에 개봉하는 조던 필 감독의 4번째 영화
<겟 아웃>, <어스>, <놉>으로 연달아 호평을 받고 있는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영화가 내년 크리스마스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에 있다고 합니다. 이는 <아바타 3>와 <소닉 3>가 개봉하는 2024년 12월 20일보다 일주일 늦은 날짜인데요, 조던 필 감독은 그가 앞서 발표했던 세 편의 영화 때와 마찬가지로 영화에 대해서는 그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작품의 제목도, 장르도, 출연 배우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인데요, 그가 과연 어떤 작품으로 다시 관객들을 찾아올지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씨네랩이 들려드리는 오늘의 씨네뉴스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느덧 휴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따뜻한 봄날씨와 함께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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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카라스의 여름 / Alcarras
알카라스의 여름 / Alcarras
씨네랩의 시사회 초청으로 개봉 전 미리 보고왔습니다.
/ 줄거리 /
해가 내리쬐는 작은 마을, 알카라스 매 여름마다 복숭아를 수확하기 위해 3대째 모이는 솔레 가족은 찬란한 계절을 누린다 탐스러운 복숭아처럼 영글어가는 가족의 이야기 그 해 여름의 복숭아는 저마다의 기억으로 자란다
- 네이버 영화 -
/ 감상 /
평화롭게 복숭아 농사를 하며 지내온 그들에게 갑자기 떨어진 퇴거명령.
그들의 농장의 실 소유주가 자기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등장하고, 농장부지를 개발해야하니 이번 여름까지 정리하라는 통보를 받는다.
한 평생 복숭아 재배만 해온 그들에게 갑자기 나가라니..
복숭아로 생계를 유지해온 그들은 통보를 받고 무너지기 시작한다.
영화를 보며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생각났다.
결국, 가진 자들의 승리로 끝나는 이야기.
이 가족들도 안다.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는 사실을.
가장 인상깊은 것은, 뭘하든 달라지는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아들이 여름의 끝까지 복숭아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 '위기'를 중심으로 가족들이 흩어졌다, 뭉쳤다 하는 모습이다.
그들에게 복숭아는 단순한 경제활동의 수단이 아닌, 그들의 인생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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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나 사는 것은 똑같다.
결국 힘있는 자들이 승리하고,
소시민들은 모든 결과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족의 힘 또한 마찬가지다.
어느 나라의 어느 가족이든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족이 인생의 버팀목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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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분명 허구의 일인데, 영화를 보며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다.
대단한 에피소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기 떄문일까.
진짜 스페인 카탈루냐의 한 가정의 모습을 들여다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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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깊은 씬은 마지막 씬이다.
다 같이 모여 마지막 복숭아를 즐기며 쓰러져가는 복숭아 나무들을 바라보는..
이 한 장면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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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7점 /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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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하지만 기괴한, 기괴하지만 평범한
- 경고: 스포일러 주의!
이 영화 속에서 누구를 괴인이라 생각해야 할까. 주인공 기홍(박기홍)은 감정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인물이긴 하다. 그러나 목수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돈이 입금이 안 되면 화가 나고,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여자가 고맙다 이야기하면 설레기도 하고. 기홍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그런데 그런 사소한 말, 행동 하나하나가 타인의 일상을 어떻게 침범해가는가. 일상과 비일상이 얽힌 기묘함을 괴인은 훌륭하게 잡아낸다. 독특하지만 밸런스가 미쳤다.
처음 영화는 기홍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런 와중에 자기가 세들어 사는 집 주인 정환(안주민)과 친해진다. 정환이 먼저 다가선 게 살짝 이상하긴 하지만. 그런데 어느 날 기홍의 차가 누군가로 인해 찌그러진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정환이 자기가 같이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건 현장에 같이 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전혀 몰랐다. 이 사고는 주인공과 그 주변의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침범했는지 더 명확히 드러낸 장치에 불과했단 것을.
괴인의 동력은 처음부터 사건이 아니었던 것이다. 대신 인물들 간의 일상적인, 말을 통해 영화를 훌륭하게 이끌어간다. 자극적인 장면, 말도 전혀 동원하지 않고 긴장감을 만들어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놀라운 점은 그것을 표현하는 배우들이 대부분 전문 배우가 아니었던 점이다. 주인공부터 감독의 친구 목수고, 정환 역할을 맡았던 안주민은 피자 굽는 셰프다. 그런데 연기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일반인을 쓰니 괴인 속 이야기가 더욱 일상처럼 느껴졌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괴인 속 세계에선 누가 괴인일까. 내 생각에는 모든 사람이 괴인이라고 생각한다. 지독하게 일상적인 말, 행동이 언제든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일상까지 뒤흔드는 사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배후에 등장인물 각자가 지니고 있는 결핍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잔잔함을 유지하는 이유는 영화 속 기괴한 모습이 영화 바깥의 인간관계에서도 맞닥뜨릴 일상적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씨네랩의 시사회 초청을 받은 뒤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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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재 거장이 만든 영화 음악들이란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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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영화 음악의 거장인 엔니오 모리꼬네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그는 어렸을 때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인해 음악 학원에 가게 되었다. 아버지는 트럼펫 연주자이며 엔니오 모리꼬네도 음악 학원에서 트럼펫을 배웠는데 자신은 평범한 소년이었으며 지금처럼 음악계의 거장으로 남을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 또한 음악 학원에서 페트리시라는 유능한 선생님을 만나고 제자가 되는데 이때부터 엔니오 모리꼬네의 작곡가 인생이 시작된다.
돈을 벌기 위해 극장에서도 일하고 군에 입대하여 군악대로 생활하기도 했던 엔니오 모리꼬네가 어느 날 좋은 기회를 얻게 되는데 그건 바로 서부극 영화 음악을 작곡하는 것이다. 서부극에서 나오는 인물들과 풍경을 떠올리며 오선지에 음표를 그려 넣는 그의 모습에 한스 짐머가 그를 왜 극찬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미국의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상을 받지 못하는 한이 있었다. 70년대와 80년대의 서부 영화 음악을 주름잡았던 엔니오 모리꼬네의 안타까운 흑역사이지만 훗날 아카데미 공로상을 받는 쾌거도 이룬다.
쿠엔틴 티란티노 감독도 수상식에서 언급하길 엔니오 모리꼬네가 베토벤과 바흐와 모차르트와 견줄 만큼 위대한 작곡가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칭찬에도 엔니오 모리꼬네는 200년 후에나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작곡한 영화 음악들이 미국의 팝,락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줬으며 리메이크해서 나온 곡도 꽤 있다고 들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천재적인 창작 센스는 아무나 나오는 게 아닌 것 같다. 아마도 고전적인 클래식과는 다르게 현대음악을 했으며 그래서 영향력이 크다고 유명한 음악가들이 말한다. 걸작을 만드는 엔니오 모리꼬네는 정말 마에스트로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음악인들의 존경 대상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며
영화 음악의 한 획을 그은 천재적인 작곡가인 엔니오 모리꼬네가 없었다면 지금의 영화 음악은 달랐을 것이라고 한다. 필자도 창작이란 게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러나 엔니오 모리꼬네의 열정을 보며 나도 참신한 창작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선지에 그려놓은 음표가
천재 거장을 만들다!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영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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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컨트랙터> 군인의 삶과 의미를 되짚는 액션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모두 복무한 경험이 있는 특수부대 베테랑 중사인 ‘제임스 하퍼(크리스 파인)’. 숱한 전투로 인해 엉망이 된 몸으로도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에 충성하고자 했던 그는 예상치 못하게 불명예 전역을 명 받는다. 당장 다음 달 관리비와 보험료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 그는 생사고락을 함께한 예전 동료 '마이크(벤 포스터)'의 도움 덕분에 고액의 계약료를 약속 받고 법의 테두리 밖에서 국가에 충성하는 극비 PMC에 합류한다.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릴 바이러스 테러를 막으라는 임무를 받아 베를린으로 향한 제임스. 그러나 타깃인 생명 과학자를 만난 그는 그의 조직과 미션이 숨기고 있던 음모를 깨닫게 되고, 그의 애국심과 충성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찾기 위한 새로운 미션에 나선다.
영화와 드라마를 막론하고 전쟁과 액션이 소재인 작품에서 PMC(Private Military Company, 민간군사기업)는 이미 낯선 존재가 아니다.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을 수상한 드라마 <아이리스> 속 빌런 아이리스는 그 자체로 거대 PMC이고, <아바타>와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PMC는 이야기의 중심에 위치한다. 다만 많은 작품에서 PMC는 철저한 악의 편으로, 돈이라면 금기도 없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몰개성한 집단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금전적 이익뿐만 아니라 군사학 연구개발과 훈련,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싶어 하는 바람도 PMC의 구성원인 PMC 컨트랙터(private military contractors)의 동기마저 평면화되는 것이다. 크리스 파인이 주연을 맡은 <더 컨트랙터>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간 간과되어 왔던 PMC 컨트랙터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한 영화다.
<더 컨트랙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액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액션이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시작 후 40여분이 지나야 본격적인 액션씬이 등장할 정도이고, 액션의 구성도 화려하기보다는 단단하지만 절제된 인상을 남긴다. 지하 하수도에서 전등을 부수어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처럼 상황마다 가장 필요한 행동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보여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액션을 펼치는 주체들이 특수부대 출신 군인이라는 점을 반영해서인지는 멋들어지게 총알을 피하거나 화려한 격투 실력을 뽐내는 장면도 많지 않다. 실제로 독일 경찰과의 총격전에서 주인공 일행은 순식간에 무력화된다.
이에 더해 첩보 영화의 요소가 두드러지는 것에 비하면 장르적 재미가 두드러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베를린에서 비밀 임무를 수행하던 제임스는 미션 진행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흐르기 시작하자 그 임무의 진짜 목적에 대해 서서히 의문을 갖는다. 문제는 제임스가 소속된 PMC의 진짜 정체와 그가 수행 중인 임무의 진짜 목표와 이유를 추론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데에 있다. 그의 임무가 공익 또는 국익이 아닌 기득권층의 사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반전은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액션의 분량과 비중 모두가 많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이는 액션 영화에게 분명 득이 되지 않는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액션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액션을 통해 제임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더 컨트랙터> 진짜 목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절제된 액션이나 예측 가능한 전개 모두 군인에서 PMC에 소속된 한 개인이라는 변화를 마주한 제임스의 내면에 주목할 수 있게 한다. 일례로 영화는 화기애애한 저녁식사 장면에서 단숨에 전투씬으로 넘어가는 대목처럼 신속한 장면 전환과 편집을 통해 템포를 살리며 제임스 하퍼의 이야기 그 자체의 몰입도를 제고하는 데 집중한다.
그 중심에는 군인에서 프리랜서가 된 제임스가 느껴야 하는 정체성의 고민이 위치한다. 이는 단 하나의 액션 시퀀스도 없이 제임스의 일상을 쫓는 첫 40여분의 속에 잘 녹아들어 있다. 특수부대 중사인 그는 일전의 임무로 인해 무릎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금지 약물을 복용하며 겨우 버티지만, 규정 위반으로 인해 강제 전역당하게 된다. 제임스는 국가가 자신을 도구처럼 필요할 때 쓰고, 가치가 없게 되자 버려버렸다고 분노한다. 당장의 생계가 막막해진 그에게 수많은 PMC들이 연락을 보내오지만, 그는 일의 위험성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진다. 당장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을지, 아들과 다시 수영장을 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제임스는 결국 전 동료였던 마이크가 속한 회사와 계약한다. 중요한 것은 제임스의 결단이 단지 친분 때문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비록 국가가 자신을 소모품처럼 폐기 처분했다는 점에 분노하면서도, 다른 방식으로라도 국가에 합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설득되어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실제로 영화는 제임스의 근처에 항상 성조기를 가져다 놓는다. 불명예 전역 명령 직후에도, 아들인 잭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장면에서도, 그의 집에서도 성조기는 항상 뒷배경을 장식하며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이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모두 복무한 경력에서 비롯된 자부심, 군인으로서의 명예, 그리고 철저한 애국심이 제임스를 휘감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아버지와의 기억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도 아들에게 생일선물로 성조기 문신을 새겨줄 만큼 철저한 애국심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며, 그는 군에서 불명예 전역을 당하자 인생이 부정당했다고 느낄 만큼 좌절한다.
이처럼 투철했던 군인 제임스의 애국심 덕분에 <더 컨트랙터>는 다양한 질문과 생각거리를 관객에게 던질 수 있다. 군인 제임스가 PMC 컨트랙터가 된다는 것은 곧 그의 애국심, 자부심, 명예 등에 값을 메길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는 단지 제임스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와 가치에도 값을 메기는 세상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국가를 위한 일이라 믿고 기꺼이 임무에 참여했던 그는 사실 자신의 미션이 바이러스 테러를 막는 것이 아니라, 획기적인 치료제의 개발을 막아 기득권층의 이익을 지키려는 시도였음을 알게 된다. 그러자 제임스는 PMC의 리더인 '러스티(키퍼 서덜랜드)'와 동료였던 마이크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는 이러한 임무가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그 수많은 사람들의 기회를 뺏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냐고 반문한다.
이는 하버마스의 자본주의 비판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자본주의적 근대화 과정에서 화폐와 권력을 매체로 하는 체계의 논리가 인격의 존엄성 같은 인간 고유의 사회적 차원에 침입한다고 지적했다. 그 때문에 자본과 권력으로 치환되어서는 안 되는 고유한 질서가 파괴된다는 것이다. 그의 비판은 당장 영화 초반부에 제임스가 고통에 시달리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숱한 전투에 참여한 베테랑인 제임스는 국가의 소모품으로 쓰이고 버려져서 극심한 PTSD를 겪는 수많은 군인들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는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는 군인과 개인들에게 냉정하고 무감각한 현실과 현재의 사회가 얼마나 큰 상처와 아픔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러한 군인의 아픔은 PMC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도 낳는다. 사실 군대라는 존재는 근대적 주권 국가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결정적 원인이다. 국가 내의 무력을 온전히 장악하여 내부에서의 분쟁 가능성을 현저히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구성원들을 보호해줄 수 있을 때만 온전한 형태의 국가가 형성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군대라는 조직을 애국심의 표출로 치환시키는 작업은 강력한 무력이 국가에게 종속되어야 하는 감정적인 동기를 제공해 왔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성조기 문신을 새겨주듯이 애국심과 군인의 명예라는 가치를 학습함으로써 군이 유지되고, 더 나아가 국가가 유지되며 기본적인 사회적 안전이 보장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PMC의 등장은 이러한 기본 가정과 전제를 모두 파괴하는 듯 느껴진다. 영화는 이러한 변화를 애국심, 명예, 자긍심이 효율과 이익 앞에 무의미하고, 제임스와 그의 아버지가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혼란을 겪는 장면으로 그려낸다. 이를 통해 영화는 PMC의 본질적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비록 고증과 현실성의 측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던 작품이었지만,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는 군인의 신념과 관련해 인상적이었던 대사를 만날 수 있다. "아이와 노인과 미인은 보호해야 한다는 믿음,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고딩들을 보면 무섭긴 하지만 한 소리할 수 있는 용기, 관자놀이에 총구가 들어와도 아닌 건 아닌 상식, 그래서 지켜지는 군인의 명예. 내가 생각하는 애국심은 그런 겁니다"라는 대사가 대표적이다.
<더 컨트랙터>가 던지는 질문과 위 대사와 다르지 않다. 무력을 국가가 독점하여 개개인들을 보호하던 세상은 합리적 개인의 선택과 시장 논리 안에서 달라지고 있고, 애국심과 명예로 포장되었던 군인의 신념은 계좌에 들어오는 숫자에 의해 움직이고 또 바뀔 수 있는 세상이 찾아오고 있다. 영화는 이 과정 안에 속한 개개인은 어떠한 선택을 내리고, 어떠한 가치를 우선적으로 지키고 보호해야 할지에 대해 묻고 있으며 또 나름의 답을 보여준다. 변화하는 세상 앞에서 그대로 좌절하고 방황한 아버지와 달리, 자신의 아들과 가족에게 돌아가는 제임스의 모습은 개개인들에게 희망을 품는 <더 컨트랙터>가 내놓은 자신만의 답처럼 보인다.
A(Acceptable, 무난함)
액션을 기대했다면 실망을, 드라마에 집중했다면 쌉쌀한 희망을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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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팜 스프링스> 쪽빛 설탕물
<팜 스프링스>
로맨스 영화 안 본 지 참 오래됐습니다. 단순히 한두 달도 아니고 한 1년 넘게 안 봤던 거 같네요. 정확한 이유는 스스로도 모르겠지만, 마치 '내년 크리스마스는 커플로 보내야지'하는 다짐처럼 막연히 그냥 거리를 두게 된 지 오래였습니다.
글쎄요, 왜일까요? 그동안 너무 혼자 외롭게 지내다 보니 인생의 동반자에 대한 인식이 잠시 사라졌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흑
▲ 로맨스 영화 참 오랜만입니다.
그러던 며칠 전 '씨네랩'에서 주최하는 <팜 스프링스> 시사회에 초청을 받았습니다.
그 순간 제 마음속 오랫동안 멈춰있던 사랑의 톱니바퀴가 조금씩 움직임을 느꼈고, 망설임 없이 극장으로 발길을 향하게 되었네요.
▲ 뭔가 본능적으로 영화를 보러 가게 됐네요.
<팜 스프링스>의 시놉시스
캘리포니아의 사막도시 '팜 스프링스'의 리조트에선 '탈라'(카밀라 멘데스)와 '에이브'(테일러 후츨린)의 결혼식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결혼식을 배경으로 하루가 반복되는 타임루프 세계관에 남자 '나일스'(앤디 샘버그)가 갇힌지 오래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우연한 사고로 '세라'(크리스틴 밀리오티)가 나일스의 시간대에 개입하면서 수천/수만 일 동안 같은 날을 살았던 나일스의 하루는 변화하게 되는데...
▲ 타임루프에 먼저/나중에 들어온 남녀의 이야기 <팜 스프링스>
★주의★
'영화의 주제와 특징'부분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스포 당하기 싫으신 분들은
'영화를 보고...'부분까지
쭉 넘어가 주시길...
<팜 스프링스>의 주제와 특징
주인공과 몇몇 인물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인물과 환경이 매일 반복되는 SF장르 '루프물'.
▲ 이제는 너무 익숙한 타임루프 로맨스 영화들
하루가 토씨 하나 안 바뀌고 그대로 되풀이되다는 이 소재는 그동안 영화계에서 로맨스와 스릴러에 종종 섞이며 이제는 사실상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많이 들어봤겠지만
무한 타임루프예요대충 생각나는 로맨스 루프물만 봐도 <사랑의 블랙홀>(1993),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7), <어바웃 타임>(2013) 등등 계속 생각나니까요.
▲ 영화는 우리의 상식을 한번 크게 꼬았습니다.
따라서 <팜 스프링스>는 아류작이라는 소리를 피하기 위해 각본을 한번 크게 꼬았습니다. 이미 남자는 루프안에 갇힌 지 수천일이 지난 올드비, 여자는 갓 들어오게 된 뉴비라는 설정이죠.
이런 독특한 설정을 중심으로 영화는 기묘하게 돌아갑니다. 처음부터 돌이켜 생각해 보면 뭔가 조금씩 이상했던 장면도 앞뒤가 짝짝 맞거든요. 예를 들어 나일스가 '미스티'(메레디스 하그너)랑 사랑을 나눌 때 지루라는 설정이나, 다들 정장인데 하와이안 셔츠만 입고 결혼식장을 돌아다니는 이유 같은 거 말이죠.
▲ 처음엔 이 누나가 주인공인 줄...
이 와중에 영화는 정말 가벼워도 이보다 더 가벼울 순 없습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19금(R 등급) 판정받았던 이유를 잘 알 수 있듯이, 영화의 야한 코미디도 생각 이상이죠.
아실만한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코미디 영화는 가벼울수록 힘을 받습니다. 아예 무거운 생각은 다 내려놓고 즐기자는 마인드로 관객들에게 접근한 <팜 스프링스>의 전략은 대성공이네요.
▲ 가벼워도 너무나 가볍습니다.
물론 막판에 SF까지 끌어다 쓴 건 좀 어색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설정이었을 겁니다. 세라가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았으면 아마 영화는 이 한편으로 안 끝났을 테니까요..
추가적으로 꽤나 애니메이션 성우로 유명한 앤디 샘버그의 연기력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점고, 별로 유명하지 않았던 10초 앤 해서웨이 크리스틴 밀리오티의 발굴도 이 영화의 큰 수확이네요.
▲ 덕분에 영화는 합격점을 충분히 넘었습니다.
<팜 스프링스>를 보고..
40도 무더위와 땡볕 속 사막을 거닐고 있는 사람이 가장 원하는 음식은 뭘까요? 아마 그 남자/여자에게 제일 맛있는 음식은 수십만 원짜리 스테이크가 아니라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 일 겁니다.
이처럼 <팜 스프링스>는 가볍지만 세련된 '쪽빛 설탕물' 같은 존재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뭐, 깊게 분석할 것도 별로 없는 단순한 영화인데 관람하는 모든 관객들에게 꽤나 큰 힘을 주거든요.
▲ 매우 얕지만 그래서 더 효과적인 <팜 스프링스>
<팜 스프링스>를 반복되는 인생에 지친, 추가로 사랑이 고픈 모든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훗날 이런 영화가 또 나왔을 때는 연인이랑 같이 보러 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
부디 제 인생의 반쪽이 저의 내민 손을 잡아주길...
떠나는 게 두려운 거죠?
<팜 스프링스>
★★★★
쪽빛 설탕물** 본 콘텐츠는 블로거 '할리포레스트'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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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핑크빛 연설문'일 뿐
- 5★/10★
〈바비〉의 출발은 자못 웅장하다. 태초에는 아기 인형밖에 없었다. 그러다 바비 인형이 나왔다.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의 바비는 그저 ‘백인 금발 미녀’가 대변하는 ‘보편적’ 아름다움의 상징일 뿐이었다. 하지만 점차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해 여러 바비가 만들어졌다. 아기 인형을 보살피며 ‘엄마’라는 미래만 꿈꾸었던 수많은 소녀가 바비를 롤모델 삼아 다채로운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그렇게 바비는 다양성과 페미니즘의 상징이 되었다.
바비들은 자신들끼리 모여 사는 ‘바비랜드’에서 자부심 넘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바비랜드는 대통령, 대법원장, 과학자, 작가 모두가 여자다. 바비 랜드에서는 아무도 늙지 않고, 어제와 같이 행복한 오늘이 내일에도 반복되는 빛나는 미래만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비의 몸에 ‘이상’이 생긴다. 늘 하이힐을 신기에 적합한 모양으로 발뒤꿈치가 한껏 들려 있던 발이 평평해지고, 허벅지에는 셀룰라이트가 보인다. 바비는 수소문 끝에 이 문제가 바비 월드 바깥 현실 세계의 인형 주인과 관련된 문제라는 걸 알게 된다. 이에 바비는 어디든 자신을 쫓아다니는 켄(남자 바비 인형인 켄은 바비의 관심이 있을 때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받는다)과 함께 현실 세계로 넘어간다. 모두가 페미니즘 다양성을 선물한 자신을 우러러보리라는 기분 좋은 기대와 함께.
기대는 보란 듯이 박살난다. 남자들은 바비를 성희롱하기 바쁘고, 여자들도 구시대의 유물인 바비가 획일적 아름다움을 강제하고 성상품화를 부추겼다며 비난한다. 게다가 늘 바비 앞에서 의기소침하던 켄은 현실 세계의 가부장제에 매료되어 바비 몰래 음흉한 계획을 세운 뒤 먼저 바비 랜드로 돌아간다. 바비 몰래 가부장적 역모를 획책하는 것이다. 이에 바비와 그 인형의 소유자, 즉 두 세계의 여성은 바비 랜드와 현실 세계가 부정적으로 닮아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연대한다.
그러나 내내 영화의 기저에서 비집고 나올 틈을 노리던 계몽의 욕망이 절제되지 못하고 끝내 폭발하듯 터져 나오면서 〈바비〉의 거대한 야심은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영화 결말부, 여러 인물들에게서 쏟아지듯 나오는 페미니즘 계몽의 목소리는 황당하다 못해 질릴 정도다. 메시지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 전개와 별다른 관련성을 찾기 어려운 메시지의 넘치는 반복이 문제다.
분명 처음에는 좋았다. 바비 랜드는 양면성을 지녔다. 매일이 행복하고 완벽해 보이지만 실은 ‘늙음, 죽음, 추함’과 같은 인간의 필연적 속성이 배제된 곳을 우리는 유토피아라 부를 수 없다. 두 세계를 오고 가는 바비의 모험에는 이 이중적 속성을 지닌 바비 랜드에서 무엇을 빼고 더하여 피상적 페미니즘 유토피아를 넘어 설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겠다는 감독의 야심이 깃들어 있다. 그러나 막상 모험이 본격화되자 영화는 길을 잃는다. 두 세계의 여성들이 남성들의 서열 문화, 맨스플레인, 이성애 욕망을 영리하게 전유하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낸다. 문제는 웃음이 몇몇 풍자 장면에서 단발적으로만 생긴다는 점이다.
영화가 처음에 던진 야심찬 문제의식을 힘 있게 밀고 가지 못하고 이를 단발성 농담으로 대체한 결과는? 그저 ‘핑크빛 연설문’이다. 배우들은 진지하고 감동적인 표정으로 페미니즘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관객은 어리둥절하다. 그 메시지를 영화의 어떤 장면과 연결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 밖 세계에서 그 메시지를 독해할 단서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비〉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시대의 상식에 떠넘긴다.
〈바비〉가 〈레이디 버드〉, 〈작은 아씨들〉 등을 연출한 그레타 거윅의 작품이라는 데서 의아함은 더 커진다. 그녀의 이전 영화 주인공들에게는 〈바비〉의 인물들처럼 많은 말이 필요 없었다. 주인공들이 자신이 마주한 세계를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좇다 보면 관객이 자연스레 영화의 메시지에 감화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잘 짜인 플롯과 캐릭터를 갖춘 영화라면 〈바비〉처럼 하고 싶은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까 안달복달하며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계몽이 목적이었다면 글을 써서 SNS에 올리든, 캠페인을 벌이든, 시민단체를 꾸리거나 후원하든, 유튜브 영상을 찍어 올리든 하면 된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을 전하기 위한 매체로 영화를 택했다면, 메시지가 영화 내에서 자연스레 드러나게 했어야 한다. 억지 계몽의 향연이 가속화될수록 초반에 번득였던 영화의 야심은 빛을 잃는다. 기발한 상상력과 페미니즘의 당위는 〈바비〉의 알리바이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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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액션, 스릴러
감독 | 각본: 필감성
제작: 강혜정
출연: 황정민
제작사: 외유내강
배급사: 대한민국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촬영기간: 2019년 5월 15일 ~ 2019년 8월 13일
개봉일: 대한민국 2021년 8월
제작비: 80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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