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2023-03-31 15:32:22
항일투사 이야기가 미스터리 스릴러에서 액션으로 변모하는 유령
박소담의 깔끔한 액션과 이하늬의 비중 있는 액션 연기
영화 유령.
독립투사들의 항일운동이 주된 스토리 라인이라 여기고 선택했다.
오프닝을 앞두며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단어는, 미스터리 스릴러.
액션이라는 옷을 걸친 작품이라 보고 싶었던 차에 스릴러 장르라 잠시 멈춤이다.
그렇지만 독립운동이 소재 아니던가? 유태인의 홀로코스트 영화처럼 독립투사들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는 대부분의 관객들은 흥미롭게 본다.
영화 유령은 항일조직 흑색단의 스파이 '유령'을 색출해 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스파이로서 갖출 능력들을 최상으로 갖춘 그들은 조선총독부까지 침투한다.
그들의 활약상은 일본에 치명타를 입히기에 일본 군인들을 유령을 알아내야 하고, 찾아내 없애고자 한다.
마이지아 소설 '풍성 風聲'이 원작이다. 중국에서도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2009년에 상영된 바 있다. 마이지아(혹은 마이자)는 중국 소설가로 중국판에서는 일본에 저항하는 중국 항일 단체를 소재로 하지만, 중국에 대한 리메이크작은 아니다.
영화는 1930년 대 초반 상해를 기반으로 했던 남화한인청년동맹이 모태가 되는 항일구국연맹의 행동부인 흑색공포단을 모티브로 한다.
장르는 스릴러, 첩보, 액션, 역사, 느와르이며, 극의 흐름은 미스터리 스릴러에서 느낄 법한 감정선을 조이는 연출로부터 시작해 점차 액션 활극으로 변모한다.
너구리 꼬리가 달리 시베리아 풍의 모자를 쓴 박소담의 깨끗하고 깔끔한 액션은 군더더기가 없다. 또한 장신을 이용한 무게감있는 동작을 선보이는 이하늬 씨의 설경구 배우와의 합과 그녀만의 아우라로 장면들을 만들어내는 씬들 역시 볼 만하다.
'천하장사 마돈나', 품행제로', '신라의 달밤', '아라한장풍대작전', '독전', '경성학교' 등을 연출한 바 있는 '이해영' 씨가 감독이다.
그가 연출한 작품들은 흥행에 있어 성공하기도 하였으며,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넓은 작품 세계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유령의 손익분기점은 제작비 137억 원에 335만 명이었으나, 66만 명 가량의 관객을 동원했다. 슬램덩크의 흥행이 한국 영화 '교섭'과 '유령'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바는 코로나 19로 인해 인상된 티켓 값 때문으로 여겨진다. 가격이 올라 비싸진 영화 관람료는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선택의 폭을 좁혔고, 자신에게 익숙하고 어느 정도는 볼 만한 재미에 있어 안정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영화를 택하는 편이 관객으로서는 만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영화 티켓값의 상승으로 인한 관람객들의 수가 감소하는 현상에 대해 한 칼럼니스트가 글을 기고한 바 있고, 그 내용에 대해 동의가 되는 부분이 있어 내 견해를 덧붙여 적는 바다.)
유령이나 교섭 정도의 영화라면, 작품성이나 스케일에 있어 손익분기점의 1/3 수준의 관객 정도로만 들 작품은 아니었다고 본다. 더 많은 관람객들이 영화관에서 동 기간 내에 여러 영화를 선택해 감상할 수 있도록 격동하던 코로나 시대에 종지부를 찍는 이때에 티켓 가격이 종전처럼 내려 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것이 관객과 영화사, 배급사, 영화인 등등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국내에서는 IMAX로 상영된 12번째 작품으로 시나위 베이시스트에서 H2O로 삐삐롱 스타킹을 거쳐 달파란이란 예명으로 활동 중인 달파란이 OST를 맡았다. 그는 대중적으로는 그다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천재적인 음악가로 불리는 자로 2016년 곡성, 2018 독전, 2021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으로 청룡영화제 OST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2017년 이후부터는 주로 영화 OST 작업을 하고 있다.
메인 테마곡은 'Das lied ist aus'로 독일의 유명곡이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Quando Quando Quando'를 불렀던 재즈보컬 'Moon(혜은)'이 영화를 위해 따로 부른 버전이다.
#달파란 #영화유령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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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련된 신파와 영리한 전략이 만나면 생기는 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걱정을 딛고 일어선 <무빙>의 대성공
지난 2달간 이슈의 중심에 있었던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 <무빙>은 600억 가량의 제작비, 조인성, 한효주, 류승룡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인해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마냥 긍정적인 기대는 아니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디즈니+가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의 흥행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팀이 없어졌다는 말이 들릴 정도였다.
<무빙>의 장르도 악재였다. 초능력자 히어로물은 더 이상 특별한 소재라 볼 수 없다. 초능력자를 이용하고 팽한 국가와 국가에게 복수하려는 초능력자의 갈등과 비극. 숱한 할리우드 작품에서 이미 여러 번 맛본 이야기다. <엑스맨 시리즈>가 그러했고, 넓은 범주에서 보면 <어벤져스> 시리즈도 비슷한 소재를 다룬 바 있었다.
하지만 <무빙>은 결과로 증명했다. 우려를 넘어서 기대대로 디즈니+의 구세주가 되는 데 성공했다. 구독자 수는 75%가 넘게 늘었고, 시즌 2 추진도 결정됐다. 달리 말해 <무빙>에게는 다른 디즈니+ 작품이 갖지 못한 매력이 있었다.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고,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소재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매력. 그 힘은 명백하다. <무빙>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를, 가능한 세련되게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한국인의 최애, 가족 드라마
<무빙>의 외피는 히어로물이다. 하늘을 날고, 초인적인 오감을 지녔으며, 미친 듯한 회복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움직일 줄 아는 초능력자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화려한 액션은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감추는 포장일뿐이다. 한 꺼풀만 벗겨 봐도 <무빙>이 본질적으로 가족 드라마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실제로 <무빙>은 세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장주원(류승룡)-장희수(고윤정), 김두식(조인성)-이미현(한효주)-김봉석(이정하), 이재만(김성균)-이강훈(김도훈) 가족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마지막 결전을 향해 달려간다. 이들이 어떻게 국정원 요원이 되었고, 사랑에 빠졌으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떤 시련을 겪어야 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그렇기에 <무빙>에서 초능력은 동경의 대상이 아니다. 그저 가족을 비극에 빠뜨리는 트리거다. 액션도 쾌감보다는 애절함이 크다.
후반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북한 측 초능력자 이야기도 맥락이 같다. 남한 측 초능력자와 같은 애환을 공유한다. 국가는 가족을 인질 삼아 초능력자를 강제하고, 조종한다. 초능력자는 자의에 반해서,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국가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 이는 후반부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감이 있는 북한 측 인물들의 서사가 비교적 자연스럽게 전체 흐름에 녹아들 수 있는 이유다.
초능력자판 <국제시장>
사실 가족 드라마를 중심에 두는 스토리텔링은 모험수에 가깝다. 근래 트렌드에 역행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반응이 조금 다르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소한 국내에서는 가족애에 기반한 신파가 환영받는 분위기가 아니다. 김용화 감독의 두 작품, <신과 함께>과 <더 문>의 흥행만 비교해 보더라도 불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달라진 트렌드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무빙>은 달랐다. 다른 작품들이 모두 실패했지만, <무빙>의 가족 드라마, 신파는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뻔한 가족 드라마를 보여주지 않는다. 무작정 울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세대별로 공감하고 이입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
특히 초능력자판 <국제시장>을 보는 듯한 스토리가 핵심이다. 극 중 부모 세대는 시대의 피해자다. 안기부에서 이용당하다가 버려지거나 범죄와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이들. 무장 공비 때문에 인생이 바뀌고 청계천 정비 사업에서 일상을 잃은 이들. 그들이 어떻게 한국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버텨냈는지를 들려준다. 그러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수많은 주인공과 가족의 서사 중 최소한 하나에는 공감할 수밖에 없다.
부모와 자식의 초능력은 다르다
그렇다고 <무빙>이 과거만 회상하며 눈물샘을 자극하는 드라마는 아니다. <국제시장>과 달리 <무빙>은 신파를 눈물을 자아내는 수단 그 이상으로 활용한다. <무빙>은 과거를 비춘 후, 미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산업화, 이념 전쟁, 민주화, 노동 인권 투쟁 같은 시대적 과제를 해결한 기성세대의 경험이 어떻게 다음 세대로 이어져야 할지를 고민한다.
그래서 극 중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의 관계는 유독 흥미롭다. 이제 부모와 선생이 된 이들은 각자 나름대로 아이들을 키우려 한다. 그들은 자기 과거에 비추어 미래 세대를 통제하려 한다. 장주원과 이미현은 아이들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이재만은 정시에 아들이 집에 오기를 기다린다. 악역도 마찬가지다. 국정원은 국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들의 초능력을 공장식으로 통제하고 길러내려 든다.
하지만 선역, 악역 가리지 않고 부모 세대의 교육은 전부 실패한다. 초능력이라는 유산을 다루는 세대 간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를 떨치지 못한 이들에게는 초능력이 저주다. 반면에 아이들 눈에 초능력은 상상을 가능케 하는 거대한 가능성이다. 첫사랑을 이루고, 집안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수단이다.
시의성 있는 신파
그렇기에 <무빙>은 망령에 사로잡혀 과거를 답습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부모 세대의 방식을 고집해서는 어느 쪽이든 같은 결말에 도달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선생과 학교에서 정한 길을 따라가다가 버려지는 전계도(차태현)의 삶만 있을 뿐이라고. 이는 초능력이라는 소중한 유산을 헛되이 날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각자 알아서 각성한 전계도와 아이들이 없었다면 해피 엔딩도 없었을지 모른다.
이는 <무빙>의 가족애와 신파가 세련된 이유다. 단순히 눈물을 자아내는 게 아니라, 눈물로써 공동체의 고민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직접적이지는 않아도, <무빙> 속 가족들의 고민은 현재 한국 사회의 불안과 맞닿아 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오히려 미래 세대의 발목을 붙잡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는 사회가 잘못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무빙> 속 가족애와 자연스레 결부되기 때문이다.
장르는 이렇게 섞는 거야
마지막으로 신파로 시청자로 끌고 가는 장르적 접근도 인상적이다. <무빙>은 처음부터 가족 드라마를 보여주지 않는다. 로맨스로 문을 열고, 액션으로 눈을 사로잡은 후, 눈물을 자아내며 출구를 막는다. 특히 로맨스가 눈에 띈다. 로맨틱 코미디, 정통 멜로, 청춘 로맨스까지 다양한 장르를 종합선물세트로 보여주면서 다방면으로 시청자를 끌어 모으는 1등 공신이기 때문.
특히 청춘 로맨스를 초반부에 배치한 게 신의 한 수로 보인다. 간과될 수 있지만, 근래 극장가에서는 1020 세대 중심으로 청춘 로맨스가 인기를 모은 바 있다. 21년 개봉 당시 관객 약 4만 명에 그쳤지만, 올해 재개봉해서 40만 명을 돌파한 <여름날 우리>가 대표적이다. 즉, 온라인상에서 초반 화제성을 불어 일으키는 데 최적화된 승부수였던 셈이다.
또 청춘 로맨스가 분위기를 돋우고, 이어서 부모 세대의 과거사와 로맨스를 등장시키는 순서도 영리했다. 몰입도와 화제성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볍게 드라마에 유입된 후에는 각 커플의 개성 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면 부모-자식 간의 감정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거부할 틈도 없이 비극적인 가족사와 신파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시청자 니즈를 읽은 승부수
강풀 작가와 디즈니+가 선택한 공개 방식도 눈길을 끈다. <무빙>은 7화까지 한 번에 공개한 후 매주 2편씩 공했다. 마치 시즌 1을 몰아본 후, 곧장 시즌 2가 공개되는 듯한 독특한 느낌을 줬다. 이는 넷플릭스와의 차이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디즈니+ 플랫폼 자체 인지도까지 끌어올리는 일석이조처럼 보인다.
화제성 유지에 유리한 접근법이기 때문이다. <무빙>은 내용이 방대하다. 20화가 부족해 보일 정도로 다룰 내용이 많다. 만약 넷플릭스 스타일대로 시즌을 나눠서 공개했다면 지금만큼의 화제성을 담보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시즌을 기다리면서 답답하거나 감질맛만 났을 테니까. 최근 넷플릭스도 시리즈 한 시즌을 여러 파트로 나누어 공개하면서 화제성을 유지하려 애쓰는 중인데, 디즈니+는 <무빙>으로 한 발 빨리 답을 찾은 듯하다.
물론 단점이 없는 드라마는 아니다. 제작비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만, CG 완성도는 분명 아쉽다. 특히 비행 장면에서 CG 장면과 일반 장면 간의 연결이 유독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짜임새도 문제다. 마지막 학교 액션 시퀀스는 클라이맥스 치고 맥이 빠지며, 인물들의 행적도 어색하다. 그렇다고 <무빙>의 성공을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 시즌 2에서 몇몇 아쉬움까지 지워주길 기대케 한다는 점에서 이미 제 몫을 다 했으니까.
Acceptable 무난함
망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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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포용일까, 포섭일까?
중국 영화 당국이 11월 17일 수요일, 할리우드 개봉작인 <듄>과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지역 극장에서 한 달 추가 상영하기로 결정하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2달 내내 세계 최대 영화 시장에 걸려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10월 22일 개봉작인 <듄>은 12월 22일까지, 10월 29일 개봉작인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12월 29일까지 상영될 예정인데요. 세계적으로 극장이 살아나는 연말 상영이 확정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입니다.중국 시장에서 영화들은 기본 한 달 동안 상영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흥행이 보장된 영화의 경우 두 달까지 연장될 수 있는데요. 그 이상의 장기 상영은 '선전 영화'를 위해 자리를 내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2020년 7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약 3달 동안 상영되었던 할리우드 대작들 덕분에 중국 시장도 한 숨 돌릴 수 있었 던 건 사실인데요. 이 시기에 할리우드 영화들이 중국 시장 매출 회복에 도움이 된 것이 이번 연장 상영에 기여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듄>과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팬데믹 이후 할리우드 첫 연장 상영작의 주인공이라는 것은, 2021년 5월 이후 그 어떤 영화도 중국 시장에서 1달 이상 상영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는데요. 심지어 지난 5월 21일 개봉한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가 중국 시장에서 2억 400만 달러를 벌어들였음에도 불구하고,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영화 상영을 위해 한 달 만에 극장에서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8월 말 개봉한 <프리 가이> 역시 9,48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충분한 흥행 성적을 달성하였음에도, 10월 1일 국경절로 인하여 극장에서 내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세계 최대 시장이 된 중국 시장에서 할리우드 대작들이 연장 상영을 따낸 것이 제작사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임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듄>과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연장 상영 기간동안 기타 중국 영화들에 밀려 충분한 스크린 수를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큰 매출 상승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현재까지, <듄>은 중국에서 세계 매출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인 3,900만 달러 (약 2억 4900만 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경우, 전 세계 매출 7억 달러 중 6,290만 달러를 중국 시장에서 벌어들였는데요. 이는 중국 시장에서 각각 흥행 수입 영화 7위와 4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향후 더 커질 가능성이 큰 중국 시장인 만큼, 할리우드 대작들이 중국 작품들 사이에서 얼마나 큰 팜을 가져갈 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바입니다.
위드코로나와 함께 다양한 영화들이 극장을 찾아주고 있는 요즘
극장 영화들과 함께 영화로운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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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키즈' 라는 부담감 혹은 책임감
누군가의 키즈라는 말은 득이 될까 독이 될까.
유망하지 않은 분야나, 대중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서 압도적인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나타나고 나면 곧이어 그의 뒤를 따르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박세리키즈, 김연아키즈 그리고 박찬욱키즈와 같은 사람들. 누군가의 키즈라는 말은 그 ‘누군가’에게 부담일까? ‘키즈’가 되어 따라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에게 부담감이 될까? 어쩌면 아마도 양쪽 모두 책임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키즈’ 시작점은 ‘박세리 키즈’가 아닐까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가 맨발 투혼으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박세리같은 선수가 되기 위해 골퍼로 입문한 1986∼88년생들을 지칭하는 사람들을 박세리 키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 때 십대 초반이었던 박세리 키즈들은 엄청난 경쟁 속에서 성장해 한국 대표가 되었고, 신지애,박인비와 같은 선수 들이 여러 대회에서 우승하며 우리나라는 골프강국이 되었다. 김연아가 나오기전 우리나라의 피겨 성적은 주목받지 못할 수준이었지만 ‘김연아’의 활약과 이후 등장한 ‘김연아 키즈’들은 자주 국제 대회에서 훌륭한 성적 소식을 전해주곤 한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본 사람들을 보며 나도 하고 싶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기운이 생기고, 실제 생소한 분야였던 스포츠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리고 어려운 환경에서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느라 힘들었을 선배들의 노하우가 전승된다. 한 명의 실력이 많은 사람들에 감동을 준 것에 이어, 후배들의 세대 전체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이런 아름다운 영향력은 영화계에도 나타난다. 최근 박찬욱키즈, 봉준호키즈의 영화가 개봉하기 시작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 ‘잠’ 유재선 감독,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김성식 감독이다. ‘밀수’의 류승완 감독 또한 원조 ‘박찬욱키즈’라고 하지만, 이제는 본인 스스로 장르가 될 만큼 성공하여 다시 후배양성을 시작하는 대가가 되었다.
엄태화 감독은 ‘쓰리, 몬스터’(2004)와 ‘친절한 금자씨’(2005) 연출부 출신으로 박찬욱 감독이 애정하는 제자로 유명하다. 강동원 주연의 ‘가려진 시간’(2016)으로 제54회 대종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연출력에 기대를 모았다. ‘가려진 시간’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신작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로 개봉 4주차에도 입소문을 타며 꾸준히 관람객을 모으며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한국 영화들 사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잔재주, 기교, 멋 부리고 허세 없는, 정말 교과서적으로 정석대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세계적으로 희귀한 상태에서 상상력은 활발하고, 어떤 극단에 가하려는 그런 대담함도 잃지 않고 있다. 이런 좋은 감독이 세계적으로 희귀한 상황에서 이런 좋은 감독을 우리가 보유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한국인으로서 생긴다”라고 칭찬하며 힘을 실어 주고 있다.
특히 영화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제96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되었고,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제56회 시체스 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제42회 하와이 국제영화제 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더 기대를 모으고 있다.이번주 개봉하는 ‘잠’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의 연출부 출신으로 알려진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배우 정유미, 이선균이 주연을 맡았다. 봉준호 감독은 캐스팅의 과정에서 유재선 감독의 캐스팅 1순위 희망 배우였던, 정유미 배우에게 직접 전화를 할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고 하는 일화도 전해진다.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영화이자 스마트한 데뷔작”이라는 인상적인 감상평을 후배의 작품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 영화 역시 5월 열린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 국내외 평단과 매체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관객의 기대도 모으고 있다.
9월 추석 개봉을 확정한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과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2022) 등에서 조감독으로 활약한 김성식 감독의 데뷔작이다.
네이버 웹툰 ‘빙의’를 원작으로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박사가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김성식 감독은 “‘천박사’는 한국인들이 좋아할 장르들의 파티”라며 “코미디, 미스터리, 액션, 판타지, 활극이 다 들어 있다. 남녀노소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즐길 수 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한다.'누군가의 키즈' 라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도 부담스럽고 어려운 말이다. 내 사람의 영화에 힘을 실어주는 선배도, 선배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했을 후배에게도. 하지만 우리는 기대한다. 그 부지런함과 열정 뿐만 아니라 선배들의 노하우를 배웠을 그들을. 박찬욱, 봉준호 감독과 일하며 실력을 쌓고, 상업영화의 흥행공식을 놓치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신선한 창작세계를 펼치고 있는 키즈들이 어쩌면 침체 되어 있는 한국 영화계의 구원투수들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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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5년 뉴욕, 글로 연결되는 따뜻한 이야기, <마이 뉴욕 다이어리(2021)>
작가가 되기를 꿈꾸던 조안나는 친구를 보러 뉴욕에 왔다가 급하게 뉴욕에서 자리를 잡고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게 된다. 그 곳에서 돈을 벌기 위해 마가렛이 CEO로 있는 작가 에이전시에 들어가게 된다. 회사에 들어가 호밀밭의 파수꾼, J.D.샐린저의 팬레터에 기계적으로 답장하는 업무를 받지만, 조안나는 팬레터를 읽으며 진심으로 답장을 보낸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겪으며 점점 회사에 적응하는 조안나는 작가 에이전시에서 인정을 받으며 현실과 작가라는 자신의 꿈 사이에서 흔들리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패션업계와 출판업계라는 것 만 다를 뿐, 상사와 비서의 관계가 두드러진 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비슷하다. 하지만 분위기 자체는 완전히 다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는 화려하고 패션 업계의 차가움이 잘 드러났다면 마이 뉴욕 다이어리에서는 좀 더 차분하고 따뜻한 부분이 주가 되었다.
특히 상사인 마가렛에게 시련이 닥치고 조안나가 위로를 하게 되면서 서로간의 신뢰가 두터워지는데, 이 과정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비해서 좀 더 사적인 시련이었다는 점에서 마가렛과 조안나가 진정한 신뢰를 쌓고 진정한 파트너로 거듭났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영화의 시작부터 뉴욕의 거리와 건물들을 아름답게 표현해 정말 1994년에 꿈을 이루기 위해 뉴욕으로 떠난 청춘들을 추억하는 듯 했다. 따뜻한 분위기에는 영화의 색감도 한 몫을 했다. 전체적으로 화면에 따뜻한 색감을 썼고, 이러한 부분이 영화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더욱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조안나가 호텔 로비에서 상상 속에서 춤을 추는 부분이었다. 조금 뜬끔없다고 느껴지기는 했지만 조안나가 상상하고 있는 것들을 보여주면서 마치 뮤지컬 같기도 하다. 이러한 부분이 작가로서 현실 속에서 조안나의 상상을 엿보는 것 같아 조안나의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꿈에 대한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에서 조안나는 작가라는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마가렛은 자신의 비서 자리에는 작가를 채용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샐린저는 조안나에게 계속해서 작가가 되고 시를 쓰라고 말한다. 그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던 조안나는 뉴욕에 오기 전 버클리에 있던 전 남자친구와 뉴욕에서 함께 지내고 있었지만 자신을 존중해주지 않던 남자친구 모두를 정리하고 결국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꿈과 현실사이에서 갈등하는 조안나의 모습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어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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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첩보물의 문법 속에서 현실 액션을 담다
고전 첩보물의 문법 속에서 현실 액션을 담다
영화 <브릭레이어> 리뷰감독] 레니 할린
출연] 아론 에크하트, 니나 도브레브
시놉시스] CIA의 최고의 요원들이 연이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브릭레이어라는 별명의 전설적 존재로 불리우던 전직 CIA 요원 ‘스티브 베일’을 다시 불러들인다. 베일은 현직 CIA 요원 ‘케이트 배넌’과 파트너가 되어 사라진 요원들을 추적하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과 갈등에 휘말리게 되는데.. 과연, 베일은 자신의 과거와 싸우며 적들을 제압하고, CIA의 존폐를 위협하는 숨겨진 적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운명을 걸고 펼쳐지는 치열한 추적과 반전의 연속 모든 것을 걸고 싸워야 하는 순간이 다가온다.
#스포일러 유의#
익숙하지만 안정적이었던 무난한 연출브릭레이어는 진직 CIA 요원이 다시 작전에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고전적인 서사의 틀을 따른다. 익숙한 구조지만 전개 자체는 비교적 탄탄하게 짜여 있어서 액션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이다. 초반에 인물과 배경들을 빠르게 소개하고, 위기와 반전을 잇다라 배치함으로서 전형적인 리듬감 있는 액션 영화의 전개를 따르고 있다.
다만 이야기의 전체 흐름은 액션 장르의 팬이라면 예측가능한 수준이었다. 반전도 일정 부분 예상 가능했고, 악역의 정체나 도기 역시 참신함 보다는 관습적인 설정에 가깝다. 하지만 이러한 틀 속에서도 사건 간 인과성이나 각 캐릭터들의 동기가 논리적으로 맞물려 있어서 허술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이러한 액션 영화에서는 가장 큰 약점이라 한다면 여성 캐릭터일 것이다. 영화 브릭레이어 역시 정보 제공자 및 위기 유발자로서 입체적 성격이 부여되지 않고 주인공 스티브 베일을 보조하는 데 그치고 있어 이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현실적인 액션과 주제를 담다주인공 스티븐 베일은 헐리우드 첩보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트라우마를 지닌 은퇴 요원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레니 할린 감독은 화려한 CG나 과장된 액션 보다는 현실감과 타격감이 느껴지는 연출을 선택했다. 요즘 첩보 액션 물에서 보기 드문 연출이었다. 특히 총격전과 근접 전투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통쾌함과 짜릿함을 느끼게 해줄 정도였다.
현실감 넘치는 액션 속에서 영화는 주인공 베일의 내면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조명한다. 베일은 다시 현장에 복귀하면서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갈등한다. 베일은 평범한 삶을 살고자 하지만 자신의 과거가 만든 파급력으로 인해 다시 그를 현장으로 끌어드린다. 영화는 이를 통해 국가 안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개인이 희생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희생이 정당화 될 수 있는지 묻는다. 영화는 노골적으로 이 주제를 드러내진 않지만 베일의 내면 묘사와 갈등 속에서 관객들이 이를 느낄 수 있도록 배치해 두었다.
<영화 브릭레이어>
- 개봉 : 2025. 5. 28. (수)
- 한줄평 : 현실감 있는 액션과 익숙한 서사 속 내면 갈등을 조화롭게 그린 정통 첩보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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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외의 곳에서 발견한 여성들의 연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Roma)>. 멕시코 배경 영화라고 들었는데 왜 제목이 <로마>인 거지? 그리고 Rome도 아니고 Roma? 넷플릭스에서 처음 영화를 찾아보고 들었던 생각이다. 그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한 채 일단 재생 버튼을 눌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증명해낸 <로마>.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로마>는 작품성이 뛰어날지는 몰라도 재미있는 영화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심지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화면이 흑백인 데다가, 이야기의 전개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지지도 않는 탓이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남의 일기를 엿보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문외한이라 그 근거를 일일이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매우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이고 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감정과 생각의 폭을 넓고 깊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찾아보면 촬영기법과 화면이나 소품과 장면들의 메타포에 대해 분석한 많은 영상이 있다.)
교환학생으로 있었던 1년을 잊지 못해 멕시코가 제2의 고향이라 말하고 다니는 만큼, 넷플릭스에서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새로 나왔다는데 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얼마나 인정받는 감독인지,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어떤 상을 수상했는지, 그리고 이 영화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서 영화계에 어떤 의미를 던졌는지 등은 내게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들은 아니었다. 단순히 멕시코가 나온다고 해서 보기 시작한 이 영화는 예상보다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그렸다는 이 영화는 1970년대의 멕시코시티로 우리를 데려간다. 멕시코에서 1970년대에 있었던 민주화 운동도 짧게 등장하긴 하지만 영화는 어떤 사회적 시대상보다는 한 가족의 이야기에 더 집중한다. 멕시코의 한 중산층 가정에서 보모 겸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인디오* 클레오와 그녀가 일하는 가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과장하거나 호들갑을 떨지 않고 담담하게 따라가며 보여준다.
*인디오(Indio): 중남미의 원주민을 일컫는 말.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도착한 유럽인들이 인도인 줄 알고 인디안(Indian)으로 부른 것에서 유래해 스페인식으로 인디오가 됨.
클레오가 일하는 혹은 살고 있는 집에는 네 명의 아이들과 엄마, 아빠, 할머니, 그리고 클레오와 함께 일을 하는 아델라가 함께 지내고 있으며, 네 명의 아이들은 모두 클레오를 친엄마나 친누나처럼 따른다. 클레오가 차고를 청소하거나, 아이들의 음식을 챙겨주고 학교에 데려다주는 장면들처럼 딱히 특별해 보일 게 없는 장면들을 계속 보여주면서 영화는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어느 날 아이들의 아빠는 미국으로 장기 출장을 떠나고 집에는 할머니, 엄마, 아이들 그리고 클레오, 아델라만이 남는다. 아직 어린 아이들과 여자들만 남은 이 집에서 엄마 소피아는 이제 가장의 역할을 해야만 한다. 아이들이 상처받을까 봐 숨기고 있었지만 사실 아이들의 아빠는 출장을 간 게 아니라 외도로 다른 여자와 함께 살기 위해 집을 떠난 것이기 때문이다. 소피아는 이제 양육비도 보내주지 않는 아이들 아빠의 도움 없이 홀로 서야만 한다, 본인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도. 소위 경단녀였던 그녀는 새로운 일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한편, 클레오 또한 남자친구 페르민에게 큰 상처를 받는다. 사실 페르민은 임신 사실을 고백하자 화장실에 가는 척하면서 도망가버리는, 남자친구라 부르기도 민망한 인간이다. 클레오는 임신 때문에 소피아에게 해고당할까 봐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불러오는 배를 언제까지고 숨길 수 없기에 소피아에게 본인의 임신 소식을 사실대로 말한다. 그런데 클레오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소피아는 클레오를 꼭 안아주면서 병원 검진까지 예약해준다. 두 인물이 서로를 안아주는 이 장면은 도망가버린 구 남친(aka. 똥차)의 반응과 대비되면서 클레오와 소피아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줬다.
글 제목에 거창하고 건방지게도 여성연대라는 말을 붙였지만, 엄청 거창하게 무엇인가를 해야지만 여성들의 연대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여자들끼리 힘을 합치고 함께한다면 그게 여성연대가 아닐까. 그 이후에도 클레오와 소피아는 함께 병원에 가고, 휴가를 떠나고 시간을 보내며 힘겨운 시간들을 서로에게 의지하며 이겨낸다. 아빠+엄마+아이들, 이렇게 이루어진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만이 가족이 아니라 제도나 혈연으로 묶여있지 않아도 클레오, 소피아, 아이들은 이미 한 가족이었다. (feat. 한국의 <가족의 탄생>, 일본의 <어떤 가족> 등)
아마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그의 유명세만큼 이 영화에도 많은 의미와 은유들을 숨겨놨을 것이다. 하다못해 영화의 처음과 끝에 나오는 옥상에 누워서 보는 비행기와 '죽은 척 놀이'만 해도 그에 대한 수많은 해석들이 있다. 그 많은 은유들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한 가지, 여성의 강인함에 대해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1년간 있으며 겪었던 멕시코가 그다지 여성이 살기 좋은 나라이라거나 양성 평등의 환경이 제대로 갖춰진 나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여성들이 함께하는 모습을 다룬 이러한 영화가 나왔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외였다. 요즘도 그러하다면 50년 전에는 더 심했을 테니까 말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러한 상황들이 더 좋지 않아서 할 수 있는 한 남은 여성들끼리 힘을 합쳐야만 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기 전 처음에 품었던 궁금증은 완벽하게 해결이 되었다. 영화를 보는 도중에는 주인공의 집이 있는 지역으로 ROMA 거리 표지판을 보여주기 때문에, '아 그런 이유로 영화 제목을 ROMA로 지었나 보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니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ROMA 철자를 반대로 하면 스페인어로 사랑, AMOR가 된다. 그래, 이 영화는 AMOR,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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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선산> 공식 티저 예고편
선산을 상속받게 된 순간, 불길한 일들이 시작되었다. 《지옥》《부산행》 연상호 기획/각본 미스터리 스릴러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 1월 19일,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