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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nymoushilarious2023-03-31 22:55:46

여행은 그 자체로 서사 덩어리인 것을

'지구마불 세계여행" 에 대한 글인 척하는 넋두리

고백한다. 나는 유행이 조금 느린 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빠지는 깊이가 결코 얕진 않다. 한 번 빠지면 웬만한 분들"만큼"은 알게 된다. 이것이 치명적인 단점인데, 웬만한 사람"보다" 더 빠지진 않는다. 언제나 정도껏 빠지는 것이 문제다. 관심사는 다양한 편인데, 어느 수준 이상의 빠가 되질 않는다. 하지만 이런 내가 꾸준히 해오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여행인데, 국내든 국외든 어디든 돌아다닌다. 혼자 돌아다니는 것 하나는 정말 자신있다. 국외 여행은 많이 다녀보진 않았지만 한 번 외국 나가면 길게 나갔다 오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 감질맛 나게 여행 다닐 바엔 코로나도 터졌겠다, 최근에 국내 여행을 훨씬 많이 다닌다. 뭐, 한국인인 것도 한 몫 하겠지만 그만큼 혼자 여행하는 것 너무 좋아한다.

 

여행을 가는 이유가 달리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냥 갑자기 꽂혀서 가는 것이다. MBTI 확신의 P라서 가능한 일이다. 쫄보이기에 숙소와 교통편만 정해놓을 뿐 기타 아무것도 정하지 않는다. 우선 숙소에 짐부터 풀어놓고 생각한다. 그렇게 코로나 시국 와중에 경주도 한 번 돌았고, 부산은 3번 방문했으며, 거주지가 서울인 만큼 서울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 또한 좋아한다.

 

 

 그런 나에게 참 뻔한 포맷인듯 신선한 프로그램이 찾아왔다. 여행 유투버들의 여행을 엿보며 조금이라도 여행 기분 내는 프로그램 '지구마불 세계여행'이 그것이다. 연예인의 여행기는 꽤나 흔한 포맷이지만 일반인보다 조금 더 연예인스러운 유투버들을 올드미디어의 피디가 섭외했다는 점이 오히려 신선했던 걸까. 사실 그 동안 여행 유튜브릍 그리 보지 않았던 나도 이들은 누구인지는 대충 알고 있었기에 이들의 등장이 대단한가 싶으면서도 새삼 놀랍다. 그리고 부루마불로 여행이 정해지기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효율성이라곤 1도 없는 그들의 여행이 안쓰러우면서도 세상 부럽다.

 

 

남의 일상을 들여다보듯 빨려들어가듯이 봤는데, 각기 다른 여행 스타일도 참 눈에 띈다. 내 원픽은 원지 님인데, 아무계획 없는 여행하는 인간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로 입덕해 다른 여행 영상도 봤는데 여행은 적당한 기대가 중요하고, 계획대로 되지 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오히려 즐거워지는 진리를 알고 계시는 분 같달까. 원지 님의 여행을 보고 있자면 나도 다시 불확실성의 늪으로 뛰쳐나가고 싶다.

 

 그만큼 해외 여행을 가고 싶지만 아직은 아니다. 조금 더 안정을 찾고 가야 내가 날 싫어하지 않을 것 같다. 아무리 여행은 불확실함 속에 날 던지는 거라지만 왠지 지금 가면 현실도피가 될 것 같다. 그래서 조금만 참아보려 한다. 정 가고 싶으면 국내라도 돌지 뭐. 내가 어디를 가는 지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내가 어디를 가든 그 곳에는 각자만의 개성 넘치는 서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삶 속에서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 장소를 가르지 말자.

작성자 . Anonymoushilarious

출처 . https://brunch.co.kr/@lanayoo9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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