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4-04 11:41:20
4월 1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리바운드>, <에어>, <장기자랑> 외 2편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이번 주 개봉, 또는 공개 예정인 작품들을 소개해 드리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고교농구부의 기적같은 실제 이야기를 담은 <리바운드>부터
스티븐 연 주연의 넷플릭스 블랙코미디 드라마 <성난 사람들>까지!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한 이번 주 개봉작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리바운드
Rebound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22분
감독: 장항준
출연: 안재홍, 이신영, 정진운, 김택 등
개봉: 2023.04.05.
배급: (주)바른손이앤에이
시놉시스
농구선수 출신 공익근무요원 ‘양현’은 해체 위기에 놓인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신임 코치로 발탁된다. 하지만 전국대회에서의 첫 경기 상대는 고교농구 최강자 용산고. 팀워크가 무너진 중앙고는 몰수패라는 치욕의 결과를 낳고 학교는 농구부 해체까지 논의하지만, ‘양현’은 MVP까지 올랐던 고교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선수들을 모은다. 주목받던 천재 선수였지만 슬럼프에 빠진 가드 ‘기범’ 부상으로 꿈을 접은 올라운더 스몰 포워드 ‘규혁’ 점프력만 좋은 축구선수 출신의 괴력 센터 ‘순규’ 길거리 농구만 해온 파워 포워드 ‘강호’ 농구 경력 7년 차지만 만년 벤치 식스맨 ‘재윤’ 농구 열정만 만렙인 자칭 마이클 조던 ‘진욱’까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최약체 팀이었지만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써 내려간 8일간의 기적 모두가 불가능이라 말할 때, 우리는 ‘리바운드’라는 또 다른 기회를 잡는다.
CINE PICK!
장항준 감독의 신작 스포츠 영화 <리바운드>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들이 이룬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공작’, ‘수리남’의 각본을 쓴 권성휘 작가와 ‘시그널’과 ‘킹덤’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가 각본에 참여했으며, '현실판 슬램덩크'로 불렸을 정도로 극적인 드라마를 쓴 부산중앙고등학교 농구부의 2012년 전국대회 당시 실화를 영화화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에어
AIR

개요: 드라마 | 미국 | 112분
감독: 벤 애플렉
출연: 맷 데이먼, 벤 애플렉, 제이슨 베이트먼 등
개봉: 2023.04.05.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시놉시스
1984년, 업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이키는 브랜드의 간판이 되어 줄 새로운 모델을 찾는다. 나이키의 스카우터 소니 바카로(맷 데이먼)는 NBA의 떠오르는 루키 마이클 조던이 나이키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미 시장을 장악한 컨버스와 아디다스가 그와의 계약을 노리는 상황 나이키 팀은 조던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데…. 누구에게나 점프하는 순간이 온다!
CINE PICK!
아마존 스튜디오가 제작, 배급에 참여했으며 벤 애플렉이 감독을 맡은 <에어>는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임원이었던 소니 바카로(맷 데이먼)가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과 계약하는 1984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굿 윌 헌팅',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등 만났다 하면 명작을 탄생시키는 맷 데이먼과 멘 애플렉의 3번째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미국의 주간 잡지 버라이어티는 탁월한 연출과 등장 배우들의 연기를 호평하며 <에어>가 내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장기자랑
The Talent Show

개요: 다큐멘터리 | 대한민국 | 93분
감독: 이소현
출연: 김명임, 김도현, 김순덕, 박유신, 이미경 등
개봉: 2023.04.05.
배급: 영화사 진진
시놉시스
2014년 그날 이후, 집 밖으로 나서기 어려웠던 엄마들은 지나가듯 얘기한 ‘재밌겠다’ 한마디에 연극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이게 웬걸? ‘연기’라는 뒤늦은 재능을 발견하고 열정을 불태운다 그러나 새로운 연극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엄마들 사이의 질투와 갈등은 깊어지고 급기야 몇몇은 극단을 나가버리는데… 일곱 엄마들의 좌충우돌 연극 도전기! 우리 잘 할 수 있을까?
CINE PICK!
<장기자랑>은 세월호 참사를 겪은 일곱 명의 엄마들이 얼떨결에 연극을 시작하며 재능을 발견하고 새로운 도전을 통해 아이들을 향한 기억을 이어가는 휴먼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할머니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데뷔작 <할머니의 먼 집>으로 유수 영화제에서 상을 거머쥐었던 이소현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로,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옥랑문화상 수상 및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어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슬프고 무거운 시선에서 벗어나 ‘주인공이 되겠다’는 일념 하에 열정을 불태우고 티격태격 갈등을 빚기도 하는 엄마들의 새로운 도전에 집중하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며, ‘연극’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추모를 이어가는 엄마들의 모습을 통해 희생자들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와 연대를 환기시킵니다.
성난 사람들
BEEF

개요: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0부작
감독: 이성진
출연: 스티븐 연, 앨리 웡, 조셉 리 등
공개: 2023.04.06.
채널: 넷플릭스
시놉시스
복수는 날것이 제맛.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도급업자와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업가. 두 사람 사이에서 난폭 운전 사건이 벌어지면서 내면의 어두운 분노를 자극하는 갈등이 촉발된다.
CINE PICK!
<성난 사람들>은 <데이브>, <실리콘 밸리> 등의 드라마를 작업한 이성진 감독이 제작 총책임자를 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블랙코미디 드라마입니다. 감독이 실제로 겪었던 난폭운전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드라마라고 하는데요, <워킹데드> 시리즈와 영화 <미나리>, <버닝> 등으로 전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이 주연을 맡았으며 선공개 당시 많은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아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편, 스티븐 연과 이성진 감독은 마블 코믹스의 신작 영화인 <썬더볼트>에서 또 한번 협력하는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미끼 파트2
Decoy Part.2

개요: 범죄, 느와르, 스릴러 | 대한민국 | 6부작
감독: 김홍선
출연: 장근석, 허성태, 이엘리야 등
공개: 2023.04.07.
채널: 쿠팡플레이
시놉시스
유사 이래 최대 사기 사건의 범인이 사망한 지 8년 후, 그가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이를 둘러싼 비밀을 추적하는 범죄 스릴러.
CINE PICK!
<미끼>는 지난 1월 27일 파트 1이 공개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범죄스릴러 드라마로, 유사 이래 최대 사기 사건의 범인이 사망한 지 8년 후, 그가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이를 둘러싼 비밀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5년만에 복귀한 배우 장근석이 주인공이자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 '구도한' 역할을 맡았으며, 배우 허성태가 사상 최악의 사기 범죄를 저지르고 죽음 뒤로 숨어버린 '노상천' 역할을 맡아 열연을 선보였습니다. 파트1이 공개된 이후 배우들의 명연기와 다이나믹한 전개로 호평을 받아 파트2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편입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OTT 신작 등 총 다섯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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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할머니의 집요한 추모 의지를 기억하라
물비늘/The Ripple
임승현 감독/Korea/2022/100min
'국제장편경쟁' 세션
임승현 감독의 〈홈리스〉를 인상 깊게 봤다. 〈기생충〉을 독립영화로 만든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싶은 영화로, 집이 필요한 젊은 부부의 간절한 마음이 ‘범죄’로 치닫게 되는 과정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의 ‘악행’에 대한 손가락질이 과연 온당한지를 질문한 수작이다. 그런 감독이 이번 영화 〈물비늘〉에서는 트라우마, 치유, 속죄의 문제를 카메라에 담았다. 〈홈리스〉가 사회 구조가 촘촘히 새겨진 인간의 마음에 주목했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내밀한 인간 내면의 본질에 천착하고자 한 것이다.
예분은 매일 금속 탐지기를 들고 강가에 나간다. 그러고는 물에 들어가 종일 강바닥을 훑으며 무언가를 찾는다. 1년 전 래프팅을 하다 사망한 손녀 수정의 흔적 말이다. 그러던 중 예분의 오랜 친구가 그녀를 찾아온다. 자신이 병으로 죽을 날을 얼마 앞두지 않았다며, 자기가 세상을 떠나면 손녀인 지윤을 잘 부탁한다는 부탁과 함께. 사실, 예분은 수정의 친구인 지윤에게 그리 감정이 좋지 않다. 지윤이 수정의 죽음에 관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정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래프팅을 할 때 함께 있었던 지윤이 그날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아서 수정이 죽은 이유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수정의 죽음은 지윤에게도 트라우마였다. 수영 선수인 지윤은 래프팅 사고 이후 물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는다. 절친한 친구가 세상을 떠난 충격도 크다. 아직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할머니마저 병사한다. 예분과 지윤이 원하든 원치 않든 서로를 마주해야만 하는 때가 점차 다가온다.
만약 수정의 죽음에 ‘죄’가 있다면, 그 죄는 예분과 지윤 모두의 것이다. 예분은 알코올중독으로 손녀 수정을 못살게 굴었고, 수정은 그런 할머니를 피해 집을 나왔다. 지윤은 그런 수정을 달래주기 위해 래프팅 제안을 했으나 하필 그날 사고가 발생해 친구를 떠나보냈다. 즉 예분과 지윤은 모두 수정의 죽음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이제 둘만 남은 상황은, 예분과 지윤이 지금껏 서로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게 함으로써 속죄의 계기를 마련해준다. 같은 상처를 가졌으나 함께 슬퍼할 수는 없었던 두 사람이 수정을 온전히 추모할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예분과 지윤은 서로에게 각각 죽은 할머니와 손녀 역할을 하며 새로운 할머니-손녀 관계를 형성한다. 상처와 트라우마, 속죄의 문제를 함께 마주하며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다.
전작 〈홈리스〉에 비해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소 평면적, 작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는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상실과 트라우마의 문제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집스런 예분의 얼굴에서 묘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예분은 이제 자신에게 미래 따위는 없다는 듯 군다. 강 수색이 더는 어려워질까 싶어 몰래 근처 다리 공사 현장의 시멘트와 트럭을 손상시킬 정도로, 손녀의 흔적을 찾겠다는 예분의 의지는 집요하다. 즉, 그녀는 자신은 절대로 죽은 손녀를 과거에 묻어두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상을 살아가고, 손녀가 죽은 1년 전의 시간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심히 흘러가는 세월, 그런 세월을 자연스레 살아내는 사람들과는 달리 자신만큼은 ‘과거’에 머무름으로써 죽은 손녀에 대한 추모와 애도를 지속하는 것이다. 우리는 예분의 집요함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아직도 그 소리냐’며 유족에게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그동안 무수히 보아오지 않았던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11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는 9월 13일부터 9월 20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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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봄'이 담은 세 가지 감정
종종 우리와 잘 모르는 곳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우리는 역사를 배우면서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고 배우지만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일반 사람의 입장에서 그 변화를 크게 체감하기는 어렵다. 당장 먹고살기 바쁜 일상에 정치나 경제 소식이 중요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고 보게 된다. 그런 역사의 변동 한가운데 있던 사람들이나 그 일을 알고 적극적으로 반응했던 사람들은 분노와 절망감 같은 감정을 느낀다.
영화 <서울의 봄>은 한국 역사의 가장 역동적인 순간이 담겼다. 1979년 12월 12일에 벌어진 군사 반란을 모티브로 그날 9시간에 걸쳐 벌어진 일을 보여주는 영화에는 다양한 감정이 담겨있다. 군대 내 사조직인 하나회의 수장인 전두광(황정민)과 그의 동기 노태건(박해준)은 박정희 대통령이 살해당한 그날 권력의 빈틈을 파고들어 나라의 통제권을 잡으려 한다. 그들은 참모총장인 정상호(이성민)에게 누명을 씌워 체포하려는 계획을 하면서 최대한 합법적인 절차를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합법적 절차에 꼭 필요한 대통령 재가가 늦어지면서 참모총장을 먼저 체포하게 되고 상황은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그날 밤에 벌어진 일들을 보여주며 여러 감정을 전달한다.
첫 번째 감정 - 전두광의 탐욕
이 영화 속 전두광은 욕심으로 가득 찬 인물이다. 자신이 모든 정보를 열람할 수 있고 자신만의 조직을 꾸리게 되면서 그의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던 탐욕이 거침없이 드러난다. 하나회라는 군내의 사조직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자신의 집에서 불을 끄고 의심하는 사람들을 군사 반란의 방향으로 이끄는 장면은 그늘진 그의 얼굴이 주는 느낌처럼 서늘하게 느껴진다. 영화 내내 그의 행동엔 자신감이 넘친다. 자신이 하려는 모든 일에 안될 것이 없다는 식의 태도는 그가 얼마나 권력을 탐했는지를 완전히 드러낸다.
전두광은 10.26 박정희 시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일반 사람들에게 알려진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권력의 공백을 눈치채고 그 틈을 하나회 일원들로 채워나간다. 참모총장을 체포하고 대통령 최한규(정동환)의 재가를 받는 행위를 통해 그 체포 정당성을 얻으려는 과정에서 전두광은 그 하루 밤에 세 번이나 대통령을 방문하게 된다. 그는 세 번째 방문 때에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군인들을 모두 데려가 이제 모든 것이 자신의 욕심대로 되어 갈 것임을 보여준다. 이야기가 보여주는 일련의 과정에서 그가 가장 자신의 탐욕을 내세우는 장면이고, 심지어는 막 얻은 권력을 뽐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두광을 연기한 황정민은 실제 전두환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긴 시간 분장을 하고 나서 연기를 했다. 이미지 자체는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외모적인 부분을 비슷하게 하면서 실제 인물과 가까운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권력욕을 드러내며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는 연기에서는 그 악독함이 그대로 느껴지기도 한다. 황정민 특유의 악한연기가 실제 인물과 닮은 외모와 합쳐지면서 보는 관객들에게도 분노를 치밀게 만드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감정 - 이태신의 분노
영화에는 전두광의 반란에 대항하는 군인들이 등장한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수도경비사령관인 이태신(정우성)이다. 이 인물은 영화 속에서 특별한 권력욕이 없는 충직한 군인으로 그려진다. 이 인물의 성향은 참모총장인 정상호가 이태신에게 수도경비사령관을 맡기려 하는 장면에서 드러난다. 여러 차례 참모총장이 해당 직위로 보직 변경하는 것을 제안하지만 이태신은 계속 거절한다. 수도경비사령관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자신이 맡기에는 너무 큰 보직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이런 이태신의 모습은 탐욕적인 전두광과 대비되어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야기가 중반을 지나면 어쩔 수 없이 수도경비사령관을 맡게 된 이태신의 분노가 계속 표출된다. 전두광의 지시로 전방 병력까지 서울로 들어오려고 할 때, 유일하게 분노하며 막았던 이태신은 계속 자신을 지지해 주는 인물들을 하나둘씩 잃는다. 그렇게 쌓인 분노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폭발한다. 그는 전두광과 자신 사이의 장애물을 헤치면서 힘들게 전두광에게 다가가지만 큰 소리로 분노를 표하는 것뿐, 전두광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이태신의 마지막 일갈은 시원하지만 공허한 느낌을 준다.
이태신을 연기한 정우성은 그가 가지고 있는 바른 이미지를 잘 활용하고 있다. 그가 가진 욕심 없는 선한 이미지가 탐욕적인 전두광과 교차되면서 영화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을 더욱 크게 만든다. 그가 가진 그런 특성은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대비되어 이태신이라는 인물이 더욱 돋보여 보인다. 아마도 정우성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연기와 이미지의 장점이 이태신이라는 인물과 딱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그래서 그가 분노를 표출하는 순간에 많은 사람들이 같이 분노의 감정을 느끼며 지켜보게 만든다.
세 번째 감정 - 국민들의 허탈감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 당시에 일어났던 일은 극장에서 제대로 확인하게 되었다. 과거에 여러 차례 라디오 드라마나 TV드라마로 제작된 적이 있지만 영화에서 12.12를 제대로 다룬 적은 없었다. 반란군과 진압군이 벌였던 하루 동안의 극적인 사건을 담은 영화는 현재 젊은 세대들에게도 그 당시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한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는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79년 겨울을 지나 1980년의 봄은 따뜻하지 않았다. 군사 반란으로 권력을 잡은 전두광은 그 이후 자신들 편에 섰던 인물들에게 자신의 힘을 나눠주었다. 영화 맨 마지막에 반란에 참여했던 인물들이 이후 어떤 권력을 누렸는지를 자막으로 보여주는 장면에서 관객들의 허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아마도 그 당시 그 모든 권력 이동을 지켜보던 국민들 역시 분노를 넘어선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영화는 마치 그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무척 실감 나게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전두광, 현실의 전두환이 재판에서 심판을 받긴 했지만 우리는 그의 마지막을 기억한다. 그가 저지른 탐욕스러운 만행에 비해서 편안한 노년의 삶을 살다 저세상으로 간 그를 향한 분노는, 영화 <서울의 봄>으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에 더욱 깊이 자리 잡게 되었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역사적 사건을 훌륭하게 극적으로 구성했다. 또한 복잡해지는 상황이 벌어지면 자막을 달아 모든 상황에 대한 이해가 용이하게 했다. 이런 훌륭한 연출은 영화 속에 담긴 감정을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하고 우리의 역사와 그 안에 있던 진실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이 영화가 주는 허탈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전두환과 그의 세력들은 오랜 시간 사람들의 분노와 마음의 심판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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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에서 번쩍, 영화에서 번쩍!
데뷔 이래 단 한번도 드라마 출연이 없는 대한민국의 대표 천만 배우를 혹시 알고 계신가요?
영화 <기생충>의 대성공 이후, 2021년도 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송강호' 배우는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동석' 역으로 영화계에 첫 발을 내딛은 이후, <괴물>, <변호인>, <택시운전사>에 이어 <기생충>까지 천만 영화를 네 편이나 만들어낸 배우인데요. 40편에 달하는 영화를 찍고, 배구 영화 <1승>을 비롯하여 차기작만 3편을 준비 중인 송강호 배우의 필모그래피에 드라마가 한 편도 없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울 따름이죠.
이처럼, 드라마 혹은 영화 한 쪽에 전념하는 배우들도 있는데 반해 드라마와 영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배우들도 있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떤 배우들이 영화와 드라마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었을지, 그들의 달콤한 성공을 지금부터 같이 맛볼까요?
잇츠 CINE PICK!
베네딕트 컴버배치 (Benedict Cumberbatch)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 잘생긴 오이 (큐컴버배치) 등 본명보다 많이 불리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 배우는 바로 '베네딕트 컴버배치' 인데요. 지금은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로 더 잘 알려진 컴버배치는 10년 전, 영국 BBC의 드라마 [셜록]을 통해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전세계 180개국에 수출된 메가히트 드라마 [셜록]에서 '셜록'으로 분한 컴버배치는 연극 무대에서 갈고닦은 연기력을 통해 '잘생김까지 연기하는 찐배우'라는 호평을 들었는데요. [셜록]으로 전 세계에 얼굴을 알린 그는 이후, <호빗 시리즈>, <스타트렉 다크니스>, 그리고 대망의 <MCU 시리즈>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블록버스터 영화는 물론, <노예 12년>과 같은 실화 바탕의 명작에도 출연하며 편당 100억 이상의 출연료를 받는 배우 목록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2022년에는 <닥터 스트레인지 2> (Doctor Stranger in the Multiverse of Madness)를 비롯하여 그가 '닥터 스트레인지'로서 얼굴을 비출 MCU 작품들이 개봉한다고 하니,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네요.
앤디 샘버그 (Andy Samberg)
[셜록]이 정극과 코미디를 넘나드는 영국의 정극이었다면, 이번엔 미국 FOX의 대표 시트콤 [브룩클린 나인-나인] 입니다. "브나나"라고도 알려져 있는 이 코미디 미드는 최근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며 더욱 큰 인기를 얻게 되었는데요. 이해하기 힘든 미국식 코미디 작품임에도, 워낙 독보적인 주인공 캐릭터만으로도 웃고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형사, 제이크 페랄타 역을 맡은 SNL 전 크루 '앤디 샘버그'는 브나나를 통해 2014년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는데요. 찌질한 코믹 캐릭터로 존재감을 뽐내는 그는 사실 2001년부터 '론리 아일랜드'라는 그룹을 결성하여 음악 작업 또한 꾸준히 해온 열심캐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최근, 제작자로서도 이름을 알렸다는데요. 2020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Hulu에 역대 최고가로 판매된 작품 <팜 스프링스>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앤디 샘버그'가 주연과 제작을 맡은 이 신선한 작품은 최근 국내 개봉과 함께 많은 이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과연, 다양성영화 시장에 '봄'을 몰고 올 수 있을까요?
허광한 (許光漢 | Hsu Greg Han)
전 세계 10억뷰의 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상견니]로 모두를 앓게 만든 그 남자 허광한이 돌아왔습니다. 아시아의 심장을 훔친 배우라는 수식어까지 보유한 그는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일편단심남 '리쯔웨이'/'왕취안성'으로 열연을 펼치며 가장 핫한 대만인이 되었는데요. 한국판 제작을 앞둔 [상견니]의 허광한이 이번에 원작 <너의 결혼식>의 리메이크작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17살부터 32살까지, 15년의 시간을 담은 영화인 만큼, 허광한의 장꾸미부터 성숙미까지 볼 수 있다는 이 영화는, 특히 그의 청량함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로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이미 중국 개봉 당시 1400억의 수익을 올리며, 중국 역대 영화 수익 10위에 이름을 올렸다고 하니, 2021년 여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 로맨스 작품일 것 같습니다.
여름의 끝자락에 찾아온
많은 작품들과 함께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세요.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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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죽음이 가스라이팅이 아니길
태어나는 것은 자유가 아니지만 죽는 것은 자유로워진 세상에서 노인들은 정말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일까? 현대사회의 키워드 중에서 고령화는 모를 수가 없는 단어가 되었다. 몸이 망가질대로 망가져도 정신이 말짱해 고통 속을 해매는 경우, 몸은 비교적 건강하지만 정신은 온전치 못해 가족들이 고생하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웰빙, 웰다잉 이라는 단어도 참 많이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내 노후가 충분한 돈이 있는 안락한 삶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노인은 생활전선에서 제외되고, 거듭 제외당하다가 결국 비참한 말로의 주인공이 된다. 그만큼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없는 삶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비참한 삶으로 이끌기에 살아갈 날은 남았지만 돈은 없는 노인에게 삶은 지옥과도 같다. 이 영화는 그런 노인들의 삶을 그리는 영화다.
1. 삶에 큰 화두를 던지는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서글펐다. 내 인생도 저렇게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자식이 있다면 자식들이 케어해줄 수도 있겠지만 내 인생은 자식이 없을 것이라는 가정을 두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기에 돈을 많이 모아놔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모아둔 돈이 없으면 결국 열심히 살아도 사회는 나를 점점 소외시킬 것이기에, 소외된 삶속에서 나는 점점 외로워져갈 것이다. 외로움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내 신념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위험을 느끼지 못한다면 내 인생은 외로움을 넘어 비참함이 될 것이다.
이 영화는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에 대한 심오한 고민을 하게 되는 영화임은 틀림없다. 노인들을 대하는 사회의 분위기와 젊은 세대들이 바라보는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노인들의 모습 등등 노인들 중에서도 저소득층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영화일 것 같다.
2. 너무 답이 뻔히 보이는
하지만 영화는 노인들의 한정적인 모습만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지점이 조금 아쉬웠다. 물론 사회적으로 노인을 바라보는 분위기는 아주 긍정적이진 않더라도 그들을 보호해야할 정부마저 플랜 75를 출시하며 어찌보면 노인을 위하는 척하지만 노인들을 사지로 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이영화는 내용이 잔잔하다 못해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는 지점이 많다. 혼자 사는, 외로운 노인의 삶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동정의 요소가 참 많은데, 다른 노인들의 다양한 죽음의 선택 이유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정부의 무관심, 사회의 무관심으로 체념해서, 혹은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어서 죽음이라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만 보여주는 지점이 조금 아쉬웠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삶의 미련을 버리는 이유가 조금 더 다양하게 나왔더라면 더 공감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 그저 버림받은 노인들의 불쌍한 모습만을 묘사하는 것만으로 제대로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결국 이 영화의 장르는 신파가 아닐까.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영화를 보면서 왜 이 가사가 계속 맴돌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신파라고 생각하면서도 주인공 할머니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걸 보면 어쩌면 난 아닌 척 하면서도 이 영화에 동화되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 조부모님이 생존해계신 나로서는 아주 무시할 수는 없는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다시 물어보겠다.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온다면, 당신은 정말 삶의 미련을 버리고 자의적으로, 더 아프기 전에 비참해지기 전에 하루라도 조금 더 건강할 때 죽음을 맞이할 것 같은가? 나는 별로 그럴 것 같진 않다. 누구에게나 삶의 이유가 있기에 삶에 대한 집착도 어느정도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쿨하게 자신의 인생을 포기할 수 만은 없을 것이다. 적당한 체념이 들어가겠지. 하지만 나의 삶의 끝이 자발적이든 타의적이든 누군가에게, 사회에게 알게모르게 가스라이팅당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음 좋겠다. 나의 죽음을 향한 선택이, 나의 안식을 위한 길이길 바란다.
이 영화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여한 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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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가 되어야 비로소 보이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저는 매일 체크리스트를 적던 학생이었습니다. 겉으로는 계획적인 아이였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하루 계획을 전부 달성할 때까지 자신을 몰아세우는 아이였죠. 그러던 어느 날, 담임 선생님께서 저를 교무실로 부르셨습니다. 체크리스트를 적는 바로 그 노트를 가져오라고 하시면서요.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물어보셨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하니? 이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터졌고, 교무실에서 한참을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담임 선생님의 아주 작은 관심, 그게 강박에 사로잡힌 열여덟 저의 숨통을 틔워주었던 겁니다.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작은 관심을 베푸시던 그 선생님이 떠오릅니다. 이 영화도 같은 맥락에서 그때 그 선생님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연약한 새싹을 건강한 나무로 키우는 세상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작품, <연소일기>입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연소일기>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연소일기>는 2024년 11월 13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
연소일기
Time Still Turns the Pages
Summary
한 고등학교 교실의 쓰레기통에서 주인 모를 유서 내용의 편지가 발견된다. 대입 시험을 앞두고 교감은 이 일을 묻으려고 하고, 정 선생은 우선 이 편지를 누가 썼는지부터 찾아보자고 한다. 편지와 학생들의 글씨 모양을 비교하던 정 선생은 편지 속 한 문장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 든다. 정 선생은 일기를 읽으며 묻어뒀던 아픈 과거와 감정들을 마주하고, 학생들을 위해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 (출처: 씨네21)
Cast
감독: 탁역겸
출연: 노진업, 황재락, 하백염
뒤엉켜 나타나는 세 종류의 '연소'
<연소일기>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플롯 구성의 영화입니다. 영화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과거는 초등학생 '요우제'와 '요우쥔' 형제의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쓸모로 사람의 가치를 재단하는 아버지와 폭력적인 남편에게 복종하는 어머니는 '요우제'와 '요우쥔'을 철저하게 차별합니다. 동생 '요우쥔'은 우수한 성적과 뛰어난 재능으로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지만, 형 '요우제'는 비교, 무시, 폭력, 무관심 속에 내버려지죠. '요우제'는 일기를 쓰면 멋진 어른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일기를 쓰기 시작하고, 그 안에는 아무도 몰랐던 '요우제'의 진심이 담깁니다.
<연소일기(年少日記)>, 직역하면 '어린아이(年少)의 일기'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어쩐지 '연소'라는 단어가 빛과 열을 내며 타는 연소(燃燒)로도, 불길이 인근에 옮겨붙는 연소(延燒)로도 읽힙니다. 병들어버린 능력주의 사회를 내면화한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 타들어 간 아이(형 '요우제')와 가정폭력을 목격하며 치유할 수 없는 그늘과 상처를 갖게 된 아이(동생 '요우쥔'). 가족의 비뚤어진 울타리가 어떻게 연소(年少)의 연소(燃燒)와 연소(延燒)를 만들어내는지 영화는 천천히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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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우울로 내모는 사회
현재의 이야기는 교실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유서의 주인을 찾아다니는 '정 선생'의 시점에서 전개됩니다. 다른 선생들은 "요즘 애들이 문제"라는 말로 어물쩍 넘겨버리려 하지만, '정 선생'은 그때 그 일기장의 내용과 유사한 유서를 무시하지 못하죠. 학생들을 수소문하며 유서를 쓴 사람을 찾기 위해 무던한 애를 씁니다.
영화를 감상하다가 문득 그의 행동이 다소 과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고작 쪽지 한 장일 뿐인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지나치게 혼란케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나 금세 부끄러워졌습니다. 수험생들의 공부에 방해가 되니까 이런 일은 쉬쉬해야 한다는 생각, 그것은 능력주의에 빠진 '요우제' 가족들의 가치관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수면 위로 꺼내야 할 것을 쉬쉬하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우울로 내모는 사회를 만들고 있을 텐데 말이죠.
현재 플롯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출은 유서를 작성한 아이를 찾으려는 '정 선생'의 시점에서 죽음에 관해 서로 다른 고민을 하는 반 아이들의 내면이 보이스오버로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이는 '정 선생'의 상상에 불과한 장면이었으나, 오늘날 불안 세대의 단면을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롭게 묘사하는 연출이기도 했지요. 이제껏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타들어 간 아이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재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눈길 한 번을 준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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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선생'처럼, 그리고 저의 담임 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어른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는 안아주어야 하고, 고통을 호소하지조차 못하는 아이는 찾아내야 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우울증 진료를 받은 아동·청소년은 5만 명이 넘습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동·청소년도 200명이 넘지요. 이 수치는 매년 역대 최고 수치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불안과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세상, 그 사실을 절대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겠습니다.
One-Liner
감정 과잉은 최소화하고, '연소'의 고통은 최대한으로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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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약한 연민이 이어지는 밤
나는 항상 좋은 어른을 만나고 싶었다.
철없는 나를 보듬어 주고, 다양한 선택지를 알려주고,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의 말을 건네는.
그런 어른은 없다는 걸 알게 된 건 이미 내가 (사회적인) 어른이 된 후였다.
나는 타인의 못남을 어루만지지도, 먼저 손을 내밀지도 못하는 그저 그냥 그런 어른으로 자라났다. 아직도 나를 돌보기에도 능력과 시간이 부족하다.
타인을 위한 마음을 내는 것은 어찌나 어려운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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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슬립, 2023> 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과 배우상을 수상한 독립영화로, 우연히 마주치게 된 길호(최준우)와 기영(김영성)이 서로 부딪히며 함께 살아가 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특별할 것 없는 캐릭터에, 평범한 이야기를 하며 새롭지 않은 메시지를 던진다. 그냥 지나가면서 "식사는 하셨어요?"라고 묻는 사람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과하지 않은데 따뜻하고, 얕은 것만 같은데 묘하게 진정성이 느껴지는 그런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담배와 식물
처음으로 피식거렸던 장면은 기영이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면서 식물들에 물을 주는 씬이었다. 이 장면 하나로 별다른 설명 없이도 기영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하기에 충분하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상한 핑크색 슬리퍼를 대충 구겨 신고, 앞에서는 담배를 뻑뻑 피워대면서 물을 챙겨주는 사람이라니.
어머니가 남겨준 식물들이 죽지 않도록 정성껏 돌봐주는 행위 그 어디에도 진한 애정은 보이지 않는다. 잘 자라길 바란다거나, 어느 식물은 어떤 주기로 물을 주어야 한다거나 그런 깊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흙이 마르면 물을 준다. 그게 다다. 그냥 거기에 식물이 있으니까, 할 만큼 한다. 기본적으로 기영은 생명에 대한 연민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심지어 길호에게 식물에 물을 주는 방법을 알려줄 때는 뿌듯해 보이기까지도 한다. 물을 주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기영이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안 느꼈을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가 알려주고자 한 것은 물을 주는 방법이라기보다는 일상에 대한 사소한 부채감과 비슷한 어떤 기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을 주는 대상이 꽃에서 길호로 옮겨간 것은 기영의 성장과도 맥락이 이어진다.
#2. 야, 일어나봐
집 앞 평상에 자는 (누가 봐도) 가출 청소년을 건드리는 건 좋지 않다. 요즘처럼 무서운 세상에, 굳이 타인과 엮이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기영은 그냥 '일어나'라는 말로 길호를 툭툭 건드린다. 그리고 그냥 으레 그렇듯이 잔소리만 하고 제 갈 길을 가버린다.
기영이 아마 길호에게 1mm의 마음의 틈을 열게 된 건 길호가 기영이 시킨 대로 평상의 쓰레기를 싹 치웠기 때문일 것이다. 어른 말을 따르는 구석이 있는 아이들은 티가 난다. 겉으로는 툴툴거려도 어딘가 보살펴 주고 싶은 구석이 보인다.
기영은 본가에서 반찬을 얻어오던 날 길호를 집으로 초대한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기영의 본가에는 '아줌마'라고 불리는 사람이 아버지를 돌봐주고 있다. 언뜻 보면 아무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기영은 꼬박꼬박 아줌마라고 부르면서도 겉옷을 사 입으라며 돈뭉치를 억지로 쥐어주고, 아줌마는 도망치다가도 그냥 집으로 돌아온다. 별다른 부연 설명이 없어도 알 것 같았다. 그냥 그런 평범한 가족이다. 아무도 행복하지 않으면서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런.
순간적인 연민이 불쑥 커진 그날 밤부터, 기영은 길호를 조금씩 돌보기 시작한다. 마른 흙에 물을 주듯, 서툴고 천천히 양육이 시작된다.
하지만 당연히 양육은 쉽지 않다. 길호는 기영이 집을 비운 날 친구들에게 휩쓸려 집에 패거리들을 재우고 만다. 이 상황에서 길호가 잘못한 건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기영이 혼자 집을 비운 것부터 부주의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만큼 또 기영도 서투른 어른일 뿐이니까. 아버지의 똥을 열심히 닦고 와보니 또 길호가 똥을 싸놨다. 기영은 남의 똥을 치우기만 해야 하는 사람은 아닌데, 자꾸 주위 사람들이 똥만 싼다.
#3. 머리 위의 랜턴
영화를 보면서 랜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길호가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도둑질을 할 때나, 어두운 굴다리를 걸어갈 때 주로 랜턴을 끼고 나오는데, 마치 길호의 시야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랜턴이 있으면 눈 바로 앞은 밝게 잘 보인다. 내가 보고자 하는 건 잘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곳의 시야는 막상 가려지기 마련이다. 내가 어딜 봐야 하는지 당최 파악을 할 수는 없다. 길호도 마찬가지다. 길호의 눈앞에 당장 필요한 것은 잘 곳, 먹을 것, 그리고 있을 곳이다. (잘 곳과 있어야 하는 곳은 다르다)
하지만 길호는 랜턴을 벗고 싶어 하는 의지를 가진 아이다. 나쁜 일이란 걸 알고 있고, 벗어나고도 싶지만 랜턴을 벗으면 어둠뿐인 것을 알기에 벗지 못한다. 당장 먹고 자기 위해서라도 랜턴을 껴야만 했다, 기영을 만나기 전까지는.
기영은 길호에게 쉼터를 제공했다. 집도 기영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라면도 있고 TV도 있고, 서로 결혼을 못 할거라는 사소한 악담도 나눈다. 마지막에 길호가 기영을 찾아가면서 친구들과 반대로 걷는 장면이 매우 인상 깊고 좋았다. 드디어 길호는 랜턴을 본인이 정말로 가야 하는 길을 찾기 위해 쓰기 시작한 것이다. 길호가 랜턴이 필요 없는 일상을 보내기를 바란다.
#4. 연민의 확장
기영은 길호랑 지내는 기간 동안 직장에서도 한층 밝아진 모습을 보인다. 우는 모습도 못 본 척하며 무관심하던 기영은 어느새 초은(이랑서)과 조금씩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되고, 집에 데려다준다는 전에 없던 다정한 태도도 드러낸다.
참 조그맣던 기영의 세계는 본인도 모르게 길호로 인해 조금씩 넓어지고 밝아진다. 아마 길호가 없어지기 전까지는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지만.
길호를 내쫓은 후 기영이 일하는 모습이 첫 장면과 비슷하게 나오는데, 지게차를 모는 장면은 같은 장면을 두 번쓰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똑같았음에도 불구하고 달라 보였다. 원래 사람은 잃어봐야 그게 마음에 있던 거라는 것을 알아챈다고, 사실 예전 일상과 다를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영은 많이 허전하고 공허했을 것이 분명하다. 같이 돌을 던지는 장면에서, 그 호수가 기영과 길호의 마음이라는 건 스크린에서 본 나도 알겠으니까. 던진 돌은 결코 다시 안 던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5. 빅슬립
기영은 길호에게 '불쌍한 척 하지마, 그럼 진짜 불쌍해지는 거야'라며 충고한다. 기영은 스스로를 불쌍해하지 않는 사람이다. 현실에 타협하지도, 반항하지도 않는 적당한 사람. 여러 사회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관객이 보기에도 그는 불쌍하지 않다. 그냥 하루를 적당히 잘 보내고, 할 만큼 하고,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같은 사람.
영화는 매우 남성적이다. 영화 보는 내내 여자 두 명의 이야기였으면 갈등부터 해결까지 단 하루밖에 안 걸렸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극단적으로 소통이 불가한 캐릭터 두 명을 갖다놓으니 이해가 가면서도 너무 답답해 죽을 것 같았다. 유일한 여자 캐릭터인 초은이 등장해 명확한 의사 표현을 할 때는 마치 사이다를 마시는 기분까지 들 정도였으니.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연출과 꽤 높은 수준의 음향, 그리고 무엇보다 연기력이 놀라웠다. 평범한 이야기를 하면서 몰입도를 끌어낼 수 있는 건 독립영화에서 약간 과장해서 8할은 배우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아역 배우가 나온다면 연기력에 대한 기대는 사실 반쯤 내려놓고 보는 편인데, <빅슬립>의 두 배우 모두 캐릭터 그 자체로의 모습이어서 연기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앞으로도 어디에 나온다면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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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젠가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누군가를 불쌍해하지 않으면서 대가 없는 식사 한 끼를 대접할 수 있는 마음이 남아 있을까.
내가 받았었던 약한 연민들의 순간, 그리고 그 찰나들이 지탱해 준 그 시절의 나를 생각해 보면서 오늘은 잠을 청해봐야겠다.
*본 리뷰는 씨네랩의 크리에이터 시사회에 참석하여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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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기는 티키타카! 류승룡이 다시 돌아왔다! 장르만 로맨스!
류승룡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장르만 로맨스가 개봉했습니다.
배우인 조은지 감독의 상업장편 영화 데뷔작이죠.
주요 등장인물들의 티키타카가 매력적이고, 특히 류승룡 배우의 코믹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물론 진중한 연기도 같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흥미롭고 따뜻하게 볼 수 있어요.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기에 좋은 영화입니다.
사람들간의 관계에 대한 영화이니 주변 관계들을 생각하며 보시면 더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세한 리뷰는 전체 영상을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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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베어타운> 공식 예고편
아이스 하키는 베어타운의 마지막 희망이다. 그러나 준결승전 전날 어린 소녀는 트라우마를 겪을 만큼 끔찍한 일을 당하고 마을은 혼란에 빠지는데.. 과연 베어타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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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새콤달콤> 티저 예고편
[2021년 6월 4일, 넷플릭스 공개]
"온 세상이 달콤했던 연애... 영원할 줄 알았죠?" 까도까도 끝이 없는 '사랑의 유통기한'에 대하여♥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장거리 연애를 시작한 한 커플이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달콤했던 그들의 연애가 점점 쓴맛으로 변해가는 느낌.
아무리 애써봐도 소용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