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
오래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걸. 의지하고 있었다. 오빠가 세상을 떠났다. 슈리는 어느 때와 다름없는 큰 빈자리를 체감하고 있다. 오빠 트찰라는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었다. 좋은 오빠였고 멘토였으며 훌륭한 국왕이었다. 그리고 둘도 없는 슈퍼히어로였다. 타노스와의 전투 이후에 병이 생겨 건강이 위독해진 것이 계기가 됐다. 온갖 방식으로 발달한 와칸다의 기술이었지만 트찰라의 병을 치료하는 건 불가능했다. 좌절하는 슈리. 블랙 팬서는 현재 공석이다.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에 왕이 두 명이나 세상을 떠났다. 빈자리인 국왕은 슈리의 어머니 라몬다가 통치하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라몬다의 등장에 혼란스러운 와칸다. 와칸다에는 비브라늄이라는 특수 물질이 있다. 혼란스러운 와칸다를 공략해 비브라늄의 활용법에 제약을 두고 싶어 하지만 온 세상의 간섭을 피하는 건 사실 현실적으로 어렵다. UN 청문회장에 불려 나가 와칸다에 간섭하지 말라고 맞서는 라몬다. 내외적으로 빗발치는 침략 시도에 와칸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날의 저녁에 이르렀다. 비브라늄 채굴선이 대서양에 갑자기 덩그러니 나타났다. 채굴선에서 두 사람이 배에서 내린다. 잠수복을 입고 비브라늄 근처로 다가가는 두 사람. 갑자기 두 사람의 연락이 끊긴다. 무슨 일이지? 두 사람과 교신하려뎐 채굴선. 채굴선은 군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이 채굴선에 정체불명의 굉음이 들려온다. 귀를 막는 채굴선 안의 사람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이 자기 발로 직접 바다에 빠진다. 끔찍한 광경. 채굴선의 책임자였던 두 사람은 헬기로 탈출 계획을 세운다. 헬기가 이륙해 공중에 떴다. 그런데 갑자기 무언가가 튀어 오르더니 헬기를 집어던져 바다에 빠트렸다. 수십 명이 바다에서 참혹하게 살해당한 것이다. 소식을 듣는 에버렛 로스. 와칸다와 직접 접촉해서 무슨 일이지 묻는다. 당연히 바다 위의 살인사건은 와칸다와 관련이 없다. 그럼 뭐가 문제지? 에버렛 로스와 슈리, 라몬다는 비브라늄을 갖고 대립을 벌이는 집단이 하나 더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집단의 위치는 땅 아래 바다였다. 터전인 발로칸에 비브라늄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나라의 수장 네이머는 터전을 지키기 위해 미국인 과학자, 리리 윌리엄스를 찾고 있었다. 와칸다와 네이머는 이 과학자의 거취, 그리고 나라를 지도하는 방향성에 대해 대립하며 전투를 벌인다. 과연 슈리와 라몬다는 와칸다를 지킬 수 있을까?
벌써 11월
올해 개봉한 세 번째 마블 영화다. 작년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의 두 번째 쿠키영상을 보고 '오오' 하던 때가 어느새 1년이 지났다. 5월에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마지막으로 이번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가 이번 22년을 장식한다. 사실 올해 마블의 타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 저번 <토르 : 러브 앤 썬더>의 평가가 좀 많이 별로였다. 글쓴이의 기억 상으로 마블에서 '스피드 쿠폰' 같이 선착순 할인 이벤트를 연 적이 없다. 아마 <토르 : 러브 앤 썬더>가 처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에서도 알 수 있듯 마블의 타율은 솔직히 최근 들어서 많이 낮은 편이다. 체감상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이 없다. 특히 이 낮은 평가는 드라마에서 더 명확해진다. <미즈 마블>은 3화 보고 접었다. 왜냐하면 이 이 히어로가 다른 슈퍼히어로와의 차별성이 그렇게 안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드라마 <변호사 쉬헐크>는 초중반까지 쭉 잘 만들다가 엔딩에서 전부 부숴 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데어데블’을 가볍게 만든 것 까지는 좋다. 그런데 엔딩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했던 주제 ‘헐크의 거취’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헛스윙이었다. 마블의 헛스윙은 왠지 글쓴이만 느끼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블랙 위도우>는 엔딩을 알고 영화를 본다는 한계, <샹치 : 텐 링즈의 전설>과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빌런의 존재감이 컸던 것, <토르 : 러브 앤 썬더>는 ‘뇌절’의 향연이었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완다비전>과 <로키> <문나이트> <호크아이>가 좋은 평을 받긴 했지만 이 드라마들이 마블의 악평을 덮어주지는 못했다.
이 정도면 괜찮았지
그도 그럴 것이 요즘의 MCU는 무엇을 목표로 생각하고 만드는지 잘 모르겠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는 스릴러와 전쟁영웅, 시간여행이라는 뚜렷한 키워드가 있었다. <아이언맨> 시리즈는 전쟁 무기 매출 업자의 개과천선이라는 것, <스파이더맨>은 소년 히어로 피터 파커의 성장담 등등. 잘하고 있던 굳이 반복시켜 지루하게 만드는 선택이나 ‘히어로를 조명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 건가’ 싶은 것들이 과거의 명성에 누가 되고 있다. 최근 <블랙 아담>에 대한 호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액션 신에서 더 락의 캐릭터를 잘 살릴 만큼 좋은 묘사가 들어갔다는 칭찬이 적지 않았다.
이런 지점에서 이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는 글쓴이의 생각에 선택과 집중이 잘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전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포스터에서 대놓고 스포 하고 있듯) 슈리가 어떻게 블랙 팬서를 승계하냐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부터 트찰라를 떠나보낸 슈리의 감정연기에 힘을 주고 시작한다. 이 감정선은 진중한 영화의 톤에 힘이 실리며 엔딩부까지 이르러 진한 감정적인 여운을 남기는데 효과적이다. 이 처음부터 엔딩까지의 단적인 장면 연출뿐만 아니라 요소요소마다 슈리가 어떤 계기 때문에 블랙 팬서가 됐고, 네이머와의 차별점은 어느 지점에서 생기는가? 는 극에서 대놓고 임팩트를 주고 있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 전반적으로 유럽인들의 아프리카 침략에 대해 감독 라이언 쿠글러가 코멘트하는 듯한 느낌도 있다. 뾰족하게 다가오는 것이 없는 것 같았던 마블의 영화들과는 차이점이 있는 것이다. 훨씬 더 진중해진 느낌?
가볍지 않은 분위기
이 진중해진 분위기에는 슈리, 라몬다, 네이머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가 두드러진다. 물론 나머지 배우들도 연기는 다들 잘했지만 이 세 배우의 호연은 어마어마하다. 먼저 슈리 역을 맡은 레티샤 테이트는 깊은 감정연기를 보여줬다. 초반부 트찰라와의 이별 직전 받아들일 수 없어 애써 부정하는 모습을 기점 찍고 영화의 중심 서사인 슈리의 성장기를 무리 없이 전개한다. 이 인물에게 가장 중요했던 정서는 혼란과 분노다. 후자는 영화에서 후반부에 굉장히 중요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쓰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분노가 글쓴이 입장에서 선명하게 느꼈던 점은 레티샤 테이트가 감정연기를 능수능란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극에서 이 사람이 화를 내야 할 이유가 명확하니 이게 다른 블랙 팬서와의 차이점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초대 블랙 팬서의 부재라는 안타까운 상황에 누가 되지 않는 가볍지 않은 템포가 필요했다. 영화는 이를 슈리의 연기로 메꾼다. 혼란이라는 정서는 후반부의 분노와도 연관이 있다. 내가 블랙 팬서를 승계받아도 되는지. '미국인 과학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 와칸다는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같은 실존적인 고민을 러닝타임 동안 반복하다 후반부에 감정을 터트린다.
또 슈리의 어머니 역을 맡은 라몬다의 연기도 훌륭했다. 라몬다는 사실 모순된 과제를 안고 있다. 평화를 유지하고 싶어 하면서 네이머는 견제한다. 혼자 남은 유일한 가족 슈리를 지키고 싶어 하지만 그녀가 블랙 팬서를 승계하길 원한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여러 역할과 갈등 사이에서 단단하게 버텨야 하는 라몬다. 단단하게 버틸 땐 믿음직스럽게,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무너져 내릴 때는 무너지는 감정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극에서 중후반부까지 굉장히 중요했던 인물 중 하나였다. 주요 터닝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강약 조절의 능수능란함으로 러닝타임을 돌파한다. MCU의 조연들 중에서 이 영화의 라몬다를 기억할 분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네이머 캐릭터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이 캐릭터가 영화화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은 극에서 중용될 것이며, 후에 어벤저스의 일원이 될 수도 있지만 뒤통수 칠 여지도 있다는 걸 캐릭터의 퍼포먼스로 보여준다. 액션 연기도 후술하겠지만 슈리 쪽이 아쉬운 부분이 큰 반면에 네이머의 전투는 시원시원한 맛이 있어 좋다. 상의 탈의한 캐릭터의 콘셉트도 이를 덧붙이는 좋은 설정이었다.
색다른 블랙 팬서
그러나 이러나저러나 해도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블랙 팬서'의 재해석이다. 영화 전반적으로 어떻게 그녀가 슈퍼히어로가 됐는지를 조명하고 있다. 이는 전 블랙 팬서 채드윅 보스먼이 맡았던 트찰라는 너무 숭고한 존재였다. 제모 남작이 아버지를 살해했지만 정작 남작을 죽이지는 않았다. 이는 인피니티 사가에서 캐릭터들이 맡았던 희생과도 연관이 있다. 아이언맨은 결국 버키의 행방을 끝까지 찾지 않았고, 캡틴 아메리카는 자기 삶을 포기해 전설적인 군인이 됐으며 토르는 아스가르드를 지키려다가 가족들을 잃었다. 블랙 위도우는 타노스를 제지하기 위해서 자기 목숨을 던졌다. 이런 맥락에서 트찰라가 왜 어벤저스의 일원이 됐는지를 설명하는 공통점이 됐다. 어찌 보면 다 비슷비슷한 사건 같은데 캐릭터만의 개성이 살았던 이유도 이런 섬세한 설정의 차이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인피니티 사가 이후 MCU는 다른 방식으로 히어로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는 더 특별하다. 트찰라가 했던 희생을 어느 정도는 승계하며 반대 측면에서 슈리의 분노를 구석구석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 '블랙 팬서'의 차후 행보에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감정적으로 슈리가 어떤 상태인지 설명하는 영화의 수는 유효했다. 이 설명을 위해 전편의 설정을 갖고 오는데, 입체적인 캐릭터 설정을 위한 좋은 차용이었다고 생각한다. 네이머와의 공통점도 부각하면서 이를 뒤집는 반대 기능도 실현한다. 어느 정도는 '토니 스타크'가 생각나는 인물의 감정선이었다.
팥이 별로 없는 찐빵
그렇게 드라마를 잘 충족한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당연히 단점은 있다. 영화에서 액션이 약하다는 것은 분명히 단점으로 작용할 것 같다. 드라마를 보고 가서 좋았다는 것은 글쓴이 입장이다. 기존에 마블(을 비롯한)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분들 중 화려한 액션 연기를 기대하고 가시는 분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게 장르적인 특성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주인공 슈리의 액션은 낙폭이 크다. 멋있을 땐 검은색의 색감과 함께 빠른 톤으로 액션을 보여준다. 이는 최후반부 가장 마지막 전투에서 두드러진다. 영화의 가치 중 1/5를 차지한다고 생각할 정도다. 얼핏 보면 이게 가능한가? 싶은 액션이 이 사람의 몸 쓰는 방식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 영화 내내 이런 액션만 반복되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다. 하이라이트 신의 초반부, 어떤 장소에서 아크로바틱 하게 몸을 움직이며 전투를 한다. 여기서 몸은 유연한데 카메라는 그렇지 못하다. 이 각도에서 찍고 저 각도에서 찍어서 계속 흔들린다. 편집의 템포도 살짝씩 끊긴다. 이러다 보니 감독이 분명히 장르적인 특성을 부여하기 위해 액션 시퀀스를 넣었을 텐데 전투 신만 나오면 정신없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이는 슈리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코예와 와칸다 군인들에게도 성립하는 이야기다. <캡틴 아메리카>의 루소 형제가 이 액션을 맡았다면 훨씬 더 멋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아쉬움은 '리리 윌리엄스'라는 캐릭터에게도 이어진다. 리리 윌리엄스가 등장하는 계기나 캐릭터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살짝 생각해보면 이 인물이 굉장한 트롤링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기 쉽다. 하지만 글쓴이는 리리에게 잘못이 없다고 본다. 가령 내가 우리가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다고 해보자. 내가 쓰는 글이 어느 나라 정부의 허점을 찌르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이걸 의도하고 쓸 수는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 불가능하다. 또 이 인물의 거취가 어떤 사람의 입장과 큰 관련이 있다는 부분은 절대 그냥 만든 점이 아닐 것이다. 이 인물관계는 또 다른 영화의 키워드인 '과거 유럽인들의 식민지배'와도 연관이 있으니 기능적으로 캐릭터를 설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리리 윌리엄스'와 관련한 큰 단점은 슈트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난 모르겠다. 너무 전형적인 슈퍼히어로처럼 만들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인물이 슈트를 입고 하는 행동이 멋이 없다. 판은 잘 깔아줬는데 이상한 시각화 때문에 히어로의 이미지 전달에 어느 정도 손해를 보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사람이 왜 등장했는지는 기억에 남았는데 '아이언 하트'의 비주얼은 전혀 기억에 남지 않았다.
또 부분 부분 시각화에서 아쉬운 부분이 돋보인다. 위 문단과 마찬가지로 영화에서 시각화가 강점으로 작용한 부분은 있다. 바로 와칸다와 발로칸의 시각화다. 와칸다의 시각화는 이미 전작에서 묘사가 됐다. <블랙 팬서>와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에서 볼 수 있던 와칸다 묘사가 이번 영화에서 더 업그레이드된 채로 묘사된다. 와칸다는 문명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경한 나라다. 이를 섬세한 방식으로 빼놓지 않게 구현해서 슈리의 활동이 어색하지 않게 보여준다. 반대로 발로칸의 묘사도 훌륭했다. 해양 도시 발로칸. 바닷속에 생긴 왕국은 얼핏 보면 식상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왕관 묘사나 거기 사는 사람들의 집 터나 하나하나 사실적으로 설계를 짜서 구현한 티가 난다. <아바타> 시리즈의 네이티리 족이 사는 곳이 생각나는 묘사다. 물론 바다와 육지라는 공간적 배경이 대비되기는 하지만 익숙한 것에서 살짝만 틀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생길 것이다. 이 영화를 지루하다고 볼 분들은 많을 것이다. 어느 정도 그런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니까. 그런데 발로칸 묘사 하나만큼은 많은 분들의 머릿속에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전체적으로 파란색 톤으로 빼면서도 그 안에 있는 세부적인 장치들, 요소들을 주제적인 것과 잘 어울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시각화에서 아쉬운 것을 빼먹을 수 없다. 가령 슈리는 극에서 와칸다 산 비행기를 여러 번 탄다. 당연히 극에서 중요하게 쓰인다. 이 비행기를 탈 때 굉장히 어색하다. 잘 만들어진 긴장감이 깨질 정도다. 이는 많은 분들이 완성도로 지적할 만큼 조악하다. 또 초반부 트찰라가 사망하고 시체가 운구되는 신이 있다. 여기서도 트찰라의 관이 너무 지나치게 클로즈업되어있어서 이질감이 크다. 아이언 하트가 슈트를 입고 전투하는 신이 있다. 여기에 <아이언맨>의 삽입곡이 쓰이면서 토니 스타크를 오마주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슈트 퀄리티는 절망적이다. 영화를 보면서도 아이언맨을 좋아하는 분들이 불쾌하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 단순히 컴퓨터를 이용한 시각화만 문제인 건 아니다. 물리적으로도 구현할 수 있는 시각화도 아쉬웠다. 단 한 부분에서. 바로 슈리의 체형이다. 슈리가 너무 말랐다. 액션 할 때는 그게 티가 잘 안 나지만 와칸다를 지휘할 때는 단점이 두드러진다. 그래서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는다. 라몬다나 트찰라, 음바쿠는 큰 체구로 보이는데 슈리는 그 반대다. 슈퍼파워가 없었다면 블랙 팬서 라고 느끼기 어려울 정도였다. 어느 정도 벌크업을 생각하고 영화를 찍을 수는 없었던 걸까? 감독의 선택에 아쉬움이 생긴다.
좋은 영화
아마 이 영화를 좋게 평가할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다. 최근 마블의 아쉬운 행보 속에서 국면전환을 시킬 만큼 잘 만든 영화는 아니기 때문이다.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액션이 부실하다는 건 또 다른 단점이 될 수밖에 없다. 드라마적으로 잘 만들었기 때문에 부분 부분 보이는 슬로우모션은 영화를 더더욱 아쉽게 만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올해 개봉했던 마블의 영화들 중에서든 돋보이며 입체적인 슈퍼히어로가 나왔다는 점은 분명하게 주장(?)하고 싶다. 이 히어로는 우리가 알던 히어로들과는 아주 살짝 다르다. 또 시각화가 아쉽긴 하지만 강점으로 발현되는 부분은 엄청나다. <아바타 : 물의 길>을 앞두고 CG 맛보기를 하고 싶다면 이 영화도 좋은 선택이다. 아. 이 영화가 이렇게 아름다운 시각화를 보여주기 위해서 차용한 영화가 몇 편 있다. 글쓴이는 <문라이트>라고 생각했고 같이 갔던 일행은 <아바타>라고 느꼈다. 이 영화들에서 사용했던 연출이나 시각화가 마음에 들었다면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또 영화에서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 방식도 마냥 깊지는 않았지만 옅지도 않았다는 문장을 쓰고 싶다. 페이즈 4가 되고 나서 개봉했던 마블 영화들 중에서는 가장 탄탄한 이야기를 구성한 느낌이다. 풍부한 이야기를 시도해서 하고 싶은 것을 전달하는 데에는 좋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는 그런 영화였다. 아. 쿠키 영상 엄청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꼭 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