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파로2023-04-25 10:44:55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 찰나의 순간
영화 클로즈 리뷰
27살 나이로 2021년 첫 장편 데뷔작 ‘걸’을 통해 71회 칸에서 황금카메라상은 물론, 주목할 만한 시선 남우주연상, 퀴어종려상, 국제비평가협회상까지 4관왕을 수상하며 탁월한 감성을 지닌 차세대 감독으로 주목받은 루카스 돈트 감독의 두 번째 영화 클로즈를 시사회로 감상하고 왔습니다. 작년 10월 열린 27회 부국제에서도 상영되었던 작품으로, 13살 동갑내기 두 소년의 우정을 통해 관객들이 지나온 어린 시절의 우정에 대한 그리움과 충격적인 사건의 슬픔이 이끈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점의 친밀함이라는 요소가 아주 옅게 성 소수자(LGBTQ)의 장르적 분위기도 흘리지만, 딱히 구분 짓지 않을 정도라서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 감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미리 만나본 작품의 후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어릴 때부터 친구라 거의 형제 같아”
서로가 세상의 전부였던 레오와 레미는 친구들에게 관계를 의심받기 시작한다. 이후 낯선 시선이 두려워진 레오는 레미와 거리를 두고, 홀로 남겨진 레미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들고 만다. 점차 균열이 깊어져 가던 어느 날, 레오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예고편│Trailer
원제: CLOSE│감독: 루카스 돈트│각본: 안젤로 티센스
출연진: 에덴 담브린, 구스타브 드 와엘 외 多
장르: 드라마│상영 시간: 104분
국가: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등급: 12세 관람가
평점: 로튼토마토 신선도 91% 팝콘 86%, IMDB 7.8
수상 내역: 58회 시카고국제영화제(실버휴고 심사위원 특별상, 골드Q휴고상-아웃룩프로그램), 45회 밀 밸리 영화제(관객상- 세계장편), 69회 시드니 영화제(작품상), 75회 칸영화제(심사위원대상)
수입·배급: 찬란│공동배급: (주)하이스트레인저│공동제공: 소지섭, 51k
개봉일: 2023년 5월 3일
“관계를 규정하는 사회에 잊혀진 다정함과 그리움”
꽃 농장으로 둘러싸인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 사는 13살 동갑내기 소년 레오와 레미는 어린 시절부터 양가 부모님까지도 허물없이 지낼 만큼 형제처럼 자란 둘도 없는 절친으로, 모든 것들 공유하며 함께 하는 사이입니다. 중학교에서도 같은 반이 되어 서로를 챙기지만 다른 이들은 둘 사이를 우정 이상으로 보며 험한 말도 서슴지 않았고, 서로가 멀어지는 불씨가 됩니다. 누구나 흔히 보낸 유년 시절의 우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사적이면서도 사회적인 주제를 다루며 보는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불알친구, 죽마고우로 일컬어지는 두 사람이 학교라는 사회에 들어가 다른 이들의 시선으로 규정된 무언가를 느끼며 멀어지는 관계에 대한 생각들을 비춥니다. 서로를 의지하고 누구보다 챙겼던 이들의 순수한 우정이 정해진 잣대에 의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들을 말입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남성과 여성의 특정적인 정체성이 형성되는 시기에 맞춰 변화를 맞이하는 관계는 어쩌면 관객 모두가 지나온 아주 자연스러운 시간들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항상 붙어 다니고 먼 미래의 허황된 꿈을 이야기하며, 상상만으로 그저 즐거워했던 당연한 순간들이 처음 마주한 공동체의 뒤틀린 시선과 마주하며 희미해져가는 과정입니다. 사회의 명확한 재단으로 인해 세상 둘도 없는 친밀하고 다정했던 마음을 잃어가는 안타까움은 레오와 레미의 알 수 없는 다툼으로 더욱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변화하고 선을 그어야만 성숙한 우정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어른이기에, 레미의 극단적 선택이 레오에게 얼마나 큰 슬픔으로 남을지 가슴이 아프고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CLOSE’, 가깝거나 단절되었다는 완전히 상반된 의미를 내포한 제목처럼 상황에 따라 변하는 관계와 상실, 함께 했던 수많이 이들의 그리운 기억으로 빚어지는 감정들을 파고듭니다. 꼭 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건이나 주변의 시선과 편견으로 조금씩 멀어졌던 이들이 남긴 다정한 흔적의 연민과 공감을 불러오죠. 사적인 우정을 사회를 구성하는 보편적인 관계성으로 확장시키며, 상실의 아픔으로 성장하는 맑고 깊은 눈동자를 가진 어린 주인공을 집요하지만 사려 깊게 담아내면서 말입니다. 그렇기에 루카스 돈트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다정함이란, 어쩌면 그렇게 잊혀 갔던 그리움의 또 다른 이름일 거란 생각이 들었고, 신인 아역의 에덴 담브린의 빛나는 연기가 의미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습니다. 영화 클로즈, 제목과 정말 딱 떨어지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
한 줄 평 : 가깝거나 단절되는 관계의 그리움으로 빚어지는 성장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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