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2023-04-28 10:58:42
아이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클로즈(2023)
서로가 세상의 전부였던 레오와 레미는 친구들에게 관계를 의심받기 시작한다. 이후 낯선 시선이 두려워진 레오는 레미와 거리를 두고, 홀로 남겨진 레미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들고 만다. 점차 균열이 깊어져 가던 어느 날, 레오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클로즈> 줄거리
살갑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까지도 웃음을 짓게 만든다. 세상에 서로밖에 없는 듯 서로를 가장 위하고 형제같이 서로에게 의지한다. 이 아이들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관계를 단정 지으려 했다면 앞으로 나올 이야기들에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을 것이다. 어떤 관계에도 딱 맞춰진 틀은 없다. 감정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사랑과 우정 사이에 딱 자른 선이 존재할 수 있겠나.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중학교에 들어서며 그들의 관계는 변화를 맞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다르듯 모든 관계와 감정의 형태는 다를 수밖에 없다. 레미와 레오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누가 뭐래도 가장 친한 친구이고 가장 가까운 형제이다. 그렇지만 사회는 규정된 틀을 만들어 놓고 있었고, 중학교에 가면서 사회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 이들에게 그 틀은 그들이 틀렸다며 멋대로 그들의 관계를 규정했고 이로 인해 둘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어진다.
주체성을 가지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를 성장기라고 한다. 이 성장기는 사람이라면 다 거치고 갈 수밖에 없는 하나의 통과 과정이다. 사회에 한 발짝 더 다가선 레오와 레미 역시 이 성장기에 들어섰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나가야 한다. 그들의 모양은 모두 다르기 마련인데, 그들의 눈앞에 들이닥친 사회는 정해놓은 틀에 그들을 찍어 누르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두 아이는 서로 다른 선택을 하게 되고 그렇게 그들은 영영 멀어지게 된다.
이들의 성장기는 혹독하다. 타인에 의해 둘의 정체성은 멋대로 재단되고 사회는 이것을 억지로 받아들이려는 자는 포용하고 저항하는 자는 떨어뜨리고 만다. 그렇게 다른 선택을 한 둘의 성장기는 이렇게 끝이 나는 듯하지만 레미의 또 다른 선택으로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어버리고 만다. 이전에는 성장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였다면 이후에는 누군가의 상실로 인한 상처와 이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성장을 보여준다.
내가 생각한 레미의 선택에 레오가 느낀 감정은 죄책감이었다. 레오는 그의 선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해소하지 못한 감정만을 계속 쌓아간다. 마침내 자신의 팔이 다치고 직접적인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을 때야 그는 감정을 쏟아낸다. 그리고 레미의 엄마, 소피에게 자신의 죄책감을 털어놓는 걸로 그 죄책감이란 감정 속에 숨어있던 또 하나의 감정이 튀어나온다. 바로 두려움이다. 덜덜 떠는 손으로 나무를 굳게 잡고 있는 레오의 모습은 누가 봐도 겁에 질린 아이의 것이다. 자신을 향한 미움을 받을 자신이 없는 아이는 다시 숨으려 하지만 소피는, 아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어른은 결국 그를 안아준다. 그렇게 자신을 향한 처음이나 다름없는 가시를 뚫고 나간 레오는 성장한다.
사회의 정해진 틀은 누가 만든 걸까. 그들의 성장기는 왜 이렇게 그들에게 모질었어야 했나. 상처를 입고 이를 치료해 나가고 종국엔 성장한 레오의 모습은 어딘가 애달팠다. 그렇게 생각했다. 혹독한 현실에 꺾일 것 같음에도 레오가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주변에 있던 어른들의 지지 덕분이라고. 그리고 결국 그를 안아줄 수밖에 없는 어른들의 사랑 덕분이라고.
영화는 그들의 성장기를 섬세하게 다룬다. 이 성장기가 단순히 우리 모두가 겪어가는 과정이기 때문만이 아닌 배우들의 세밀한 감정 연기와 연출 덕분에 더 마음에 남았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클로즈>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