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5-05 18:35:06
[JIFF 데일리] 단편영화의 맛
전주국제영화제 온라인 상영 단편 3편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긴 것이 하나 있다면, 극장에서 누군가와 부대끼지 않는 영화제도 가능하다는 확인이다. 완전히 축제 분위기를 되찾은 전주국제영화제지만, 주요 단편들은 온라인 상영을 열어두었다. 전주에서 돌아온 후 여운과 함께 즐길 수도 있고, 전주에 가기 전 예열하는 느낌으로 즐길 수도 있으며, 전주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도 있다.
단편영화는 단편영화만의 맛이 있다. 온라인 상영으로 본 단편에 짧은 리뷰를 남겨 본다.

<나는 피아노를 버렸다> / 박건 감독
피아노와 꿈에 대해 속삭이는 목소리에 이어, 피아노를 버리기 위해 낑낑대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압류 딱지 위로 붙인 스티커의 흔적만으로도 대강 유추가 가능한 상황 속에서, 주인공이 피아노를 버리느라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깨닫는다. 모든 것의 무게는 옆에 있을 때가 아니라, 버릴 때 알게 된다.
피아노를 버리고 도서관에서 일하는 주인공을, 카메라는 그의 삶처럼 불안불안 흔들리며 담는다. 주인공은 소리를 차단하고, 그 자리에 바코드 소리를 메우고, 현실과 타협하려 애쓰지만 그럴수록 버릴 수 없는 마음은 선명해진다. 피아노를 버리는 행위와, 결코 버릴 수 없는 어떤 마음들이 대조되어 빛난다.
다만 아쉬운 점은 꿈과 현실을 다룬 영화치고 '현실'이 너무 모호했다는 점이다. 꿈을 포기한 주인공이 일하는 곳이 도서관이라는 점에서. 정숙을 강요하는 자리에 키보드 커버조차 깔려 있지 않다는 점에서. 보통 도서관의 일자리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 점을 생각할 때 더더욱. 차라리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다면 이해가 되었을 만큼, 꿈을 포기한 주인공이 밟고 선 책도 누군가에겐 너무 꿈에 가까운 물질이어서.
그래도 꿈과 현실의 대비 그리고 음악과 침묵의 대조가 매력적이다.

<매달리기> / 박지인 감독
이 영화를 고른 이유는 딱 하나. 감독의 전작 <전학생>을 정말 좋아한다. 박수연 배우가 표현하는 인물의, 세상에서 유리된 듯한 상황에서 짓는 아슬아슬 불안한 미소가 인상 깊었고, 그에게 푸근한 얼굴로 인사하며 미소 짓는 이주영 배우의 얼굴은 또 왜 그렇게 안심이 되었던지. 그들의 출신을 생각할 때, 박지인 감독이 애정을 갖고 담는 인물이라면 앞으로도 궁금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는 자립 준비 아동이다. '보호 종료' 이후 자립을 준비해야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그동안 워낙 사각지대에 놓였던 만큼 최근 국내 아동보호 관련하여 부쩍 화제가 되었던 단어이기도 하다. 영화 속 아이들도 불안하게 흩날리지만, 그 흩날리는 기분 속에서도 끝내 생에 매달리기를 계속한다.
짧은 러닝타임에도 깊게 스민다. 눈물 짓고, 조용히 웃고, 그러면서도 뒷모습을 응시하는 인물들의 감정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박지인 감독의 다음도 기대된다. 어디든 가서 보겠어.

<늦은 산책> / 손지환,김병규 감독
이건 온라인이 아니라 극장에서 봤어야 했는데... 여백이 많은 영화라서, 온전히 극장에서 그 공기에 휩싸여 보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하지만 이렇게 온라인으로 보아도, 아름다운 영화였다. 스틸 사진처럼 펼쳐지는 이미지, 울려 퍼지는 트로이메라이.
어긋나다, 라는 단어를 ㅇㅓㄱㅡㅅㄴㅏㄷㅏ라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펼쳐내어 보여주는 기분이었다. 대단한 사건 없이도 어긋나는 것들이 있다. 차라리 소리칠 수 있는 계기라도 있다면 편안할 텐데. 이런 느리고 진득한 어긋남이 더 답답하고 힘들지. 다 그대로일 수가 없다. "그걸 내가 일찍 알았다면 달라졌을까? 모르겠어."라는 대사가 어긋난다는 단어의 본질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긋난다는 건 그런 것이다.
다만 아름답기에 더더욱, 서사와 사건의 과도한 여백이 아쉬웠다. 시작부터 유난히 힘이 없던 두 사람의 대사를 보며, 무엇이 남자를 저렇게 만들었는지, 두 사람 사이엔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아니 애초에 두 사람은 어떤 인물들인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뭔데, 왜 관객한테도 비밀인데. 모든 인물이 꼭 홍상수 영화 속 인물들처럼 말할 필요는 없다. 여백이 조금만 더 칠해졌더라면, 그래서 두 사람의 맞잡은 손에 좀더 공감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온라인 상영]
온피프엔: https://onfi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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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왓챠에서 볼만한 학교 폭력을 다룬 영화들 BEST 7
넷플릭스와 왓챠에서 볼만한 영화시리즈입니다. 요즘 벌어지는 '학교폭력 폭로사태'라는 테마에 맞춰서 '피해자' 관점에서 학교폭력을 다룬 영화들을 모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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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절의 너 (少年的你·2019)
[줄거리] 빚쟁이 어머니와 떨어져 홀로 대입을 준비하는 고3 천니엔(주동우)와 어린 시절부터 홀로 길거리에서 생활한 샤오베이(이양천새)는 둘 다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사랑을 키워가지만...
<소년 시절의 너>는 20세기 홍콩영화처럼 학원폭력을 과잉된 정서로 전시한다. 과잉된 연출 방식이 노리는 것은 ‘입시제일주의’를 주입하려는 어른들을 정 조준한다. 교육의 목적이 자기 계발이 아니라 지위 상승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중국 어른들은 중국 아이들에게 ‘계층에 대한 욕망’을 주입한다. 그 아이들은 친구를 존중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보다는 자신이 밟고 올라서야 할 ‘경쟁자’로 취급한다. 이것이 우리나라 청소년이 전 세계에서 행복도가 가장 낮은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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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왕 (The King Of Pigs·2011)
[줄거리] 회사 부도 후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인한 ‘경민(오정세)’은 자신의 분노를 감추고 중학교 동창이었던 ‘종석(양익준)’을 찾아 나선다. 소설가가 되지 못해 자서전 대필작가로 근근히 먹고 사는 종석은 15년 만에 찾아온 경민의 방문에 당황하는데...
소위 ‘일진’, ‘짱’, ‘캡’, ‘학교 통’이 폭력으로 군림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돼지의 왕>은 힘 센 학생의 횡포에 침묵으로 동조하는 아이들은 ‘돼지’라고 묘사하며 학교 폭력의 이면에 대한 성찰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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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Bleak Night·2010)
[줄거리] 한 소년이 죽었다. 평소 아들에게 무심했던 소년의 아버지(조성하)는 아들의 갑작스런 공백에 매우 혼란스러워하며 뒤늦은 죄책감과 무력함에, 아들 기태(이제훈)의 죽음을 뒤쫓기 시작한다. 아들의 책상 서랍 안, 소중하게...
10대 소녀보다 더 예민하고 섬세한 소년들의 갈등과 균열을 이보다 더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을까? <파수꾼>은 명확한 해답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래 집단 내의 암묵적인 권력관계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예민하고 복잡하다. 단순해보였던 역학관계의 복잡성과 통제불능성을 보여주면서, 견고해보였던 권력구조가 생각보다 허술하고 붕괴되기 쉬움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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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告白·2010)
[줄거리] 자신이 근무하는 중학교에서 어린 딸 ‘마나미’를 잃은 여교사 ‘유코’(마츠 다카코)는 봄방학을 앞둔 종업식 날, 학생들 앞에서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자신의 딸을 죽인 사람이 이 교실 안에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한다...
<고백>은 피해자의 부모가 가해자들을 응징하는 이야기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가해자로 드러나는 학생들은 결국 부모들의 무관심 또는 과도한 관심에 의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학교 폭력'이란 게 결국 기성세대가 떠안아야할 문제라고 확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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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Our Twisted Hero·1992)
[줄거리] 40대의 한병태는 회사를 그만 두고 시작한 지 1년 된 학원 강사다. 사회 속의 권력, 암투에 적응하지 못하고 폐쇄된 학원 공간에서 소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병태에게 어느날 국민학교 동창생인 황영수로부터 최선생(신구)의 부음 소식을 듣는다. 그런 그에게...
"일진"인 엄석대와 그 패거리가 한병태를 "왕따"로 만들고, 복종시킨 다음에는 "빵 셔틀"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소설은 수십년 전 작품임에도 오늘날 교실 내에서의 폭력의 본질이 무엇인지 매우 정확히 바라보고 있다. 집단따돌림을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 스스로가 아니라 결국 어른들과 공권력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
한편, 영화는 원작보다 훨씬 더 현대사에 빗대어 어떤 대상을 비판한다. 영화가 비판하려는 대상은, 엄석대 밑에서 부조리에 순응한 자들이 때때로 그 앞잡이 노릇까지 하면서 질서를 수호하려 했던 ‘독재에 순응한 구성원’들이 일말의 반성도 없이 끈 떨어진 권력에 손가락질 하는 군중심리이다. 이때 가장 모자라 보이는 친구 영팔이 ‘니네들도 나쁘다’며 울먹인다. 부조리는 엄석대가 옳지 못함을 알면서도 대항하기를 포기해버렸던 ‘이름 모를 녀석’들에 의해 유지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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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죽거리 잔혹사 (Spirit Of Jeet Keun Do - Once Upon A Time In High School·2004)
[줄거리] 1978년 말죽거리의 봄, 현수(권상우)는 강남의 정문고로 전학온다. 정문고는 선생 폭력 외에도 학생들간 세력다툼으로 악명높은 문제학교. 이소룡 열혈팬이라는 이유로 금새 죽고 못사는 친구가 된 모범생 현수와 학교짱 우식(이정진). 하교길 버스안에서 올리비아 핫세를 꼭 닮은...
<말죽거리 잔혹사>는 <비트>나 <친구>처럼 남학생들의 폭력세계를 다뤘지만, 사내들의 의리와 우정을 찬양하는 영화가 아니다. 내적으로는 영웅(역할모델)이 필요한 십대 사고방식을 탐구한다. 청소년기에 유독 연예인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기 때문이다.
외연은 어떠한가? 독재 체제는 모든 국민들이 독재자 개인을 위해 움직여주기를 바라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자기 자신을 위해 행동한다. 권력에 저항하는 세력을 억누르기 위해 불합리와 불의가 횡행한다. 교실 내의 권력관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들은 비겁한 어른들을 닮아가거나 폭력에 호소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학교 X까라 그래!”라는 대사가 유달리 사이다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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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형태 (映画 聲の形·2016)
[줄거리] 초등학생 시절 그 애를 정말 많이도 괴롭혔다. 청각 장애가 있던 그 여자애는 늘 웃기만 했지. 그때의 잘못을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을까. 용서받을 자격 따윈 없겠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서 사과할게. 너무 늦지 않았다면...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할까? 관객들은 가해자 이시다의 사과를 지켜보면서 타인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곧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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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원은 언제나 싸우고 싶다, <지옥의 화원> 절찬 상영 중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국내에서 지난 여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공시적으로 처음 공개하며, 폭발적인 호평을
받으며 관객상에 해당하는 넷팩상을 수상한 <지옥의 화원>!
"평범한 회사에 양아치들의 세계가 있다면?"이라는 독특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학원 액션
장르 만화를 비튼 이야기를 통해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한다.
일본의 천재 개그맨이라고 불리우는 바카리즈무가 각본을 썼고, 슈퍼 루키 나가노 메이, 히로세
아리스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그럼, 화제의 작품 <지옥의 화원>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누가 출연하나요?
ⓒ 네이버 영화
타나카 나오코 | 나가노 메이
FILMOGRAPHY
내 이야기!! (2018)
한낮의 유성 (2018)
지옥의 화원 (2022)
AWARDS
제45회 일본 아카데미상(우수 여우주연상) 후보
ⓒ 네이버 영화
호조 란 | 히로세 아리스
FILMOGRAPHY
빙과 (2017)
고양이 여행 리포트 (2019)
지옥의 화원 (2022)
어떤 내용인가요?
압도적 격투 능력만 있다면 최강의 여직원으로
칭송 받는 대양아치의 시대…
왕년의 양아치, 폭주족들이 최강 자리를 놓고
사내 파벌을 형성하며 세력 다툼을 하고 있는 혼란 속
지극히 평범한 회사 생활을 보내던 나오코는
새로 입사한 란과 우연한 계기로 친해지게된다.
그러나 뛰어난 싸움 실력을 지닌 란이
사내 서열을 평정한 후 전국 양아치들의 표적이 되고
나오코 역시 주먹 세계의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마는데…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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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 행위를 통해 서늘한 질문을 던지는 '클럽 제로'
새로운 선생님
이 영화의 주인공은 미스 노백(미아 바시코브스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 미스 오백. 엘리트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다. 학생들에게 건강한 식습관을 전달하는 것이 그녀의 목표다. 다방면으로 채운 수많은 수업 도구들. 이 미스 노백의 풍부한 준비성은 학생들의 주목을 끌었다. 노백의 수업을 듣는 아이들. 수업을 듣는 이유는 각기 다양했다. 누구는 장학금을 받고 싶었고, 어떤 아이는 다이어트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소한 이유에서 학생들이 청강하게 된 시작한 이 수업은 점점 더 광기를 표출하기 시작한다. 아연실색하는 부모님과 선생님들. 하지만 이 광기에 브레이크는 없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고(씨네랩 감사합니다!) 가장 먼저 떠올린 작품은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한국인에게 서려있는 집에 대한 강박을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러면서 집에 대한 이야기와 어떤 영화로서의 맥락이 서로 겹쳐 보인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이 <클럽 제로>는 먹는다라는 소재와 ‘그 어떤 영화’로서의 맥락을 겹치고 있다. 특히 여주인공 미스 노백이 아이들에게 갖는 이미지가 그런데, 인물들이 갖고 있는 결함을 노백이 채우는 듯한 묘사가 이 맥락으로서의 이미지를 더 한층 강화시킨다.
이런 비유가 그냥 단지 있어 보이려고 넣은 건 아니다. 물론 엄태화, 제시카 하우스너 감독님에게 진짜 ‘그냥 넣으셨나요’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글쓴이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지적하는 것이 집이 그만큼 한국인들에게 필수적이라는 비유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클럽 제로> 역시 마찬가지다. 먹는다는 행위를 인간의 어떤 모습과 대비하고 싶었는지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비유는 인류의 필수조건을 충족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현대인들에게 '먹는 것'에만 한정 짓는 것이 아닌 맹신과 불신을 다뤘다는 점에서 중요한 설정이 되는 것이다.
이 다른 텍스트(맥락)를 가져온 감독의 의도는 시각적인 측면과도 이어진다. 이 영화는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잘 짜인 미장센으로 이루어져 있다. 웨스 앤더슨이 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를 짜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야기의 근거에 미장센을 두는 것이다. 이 이유는 웨스 앤더슨이 관점에 대해 다룬 영화들을 만들었기 때문에, 아름답게 묘사하는 것도 중요한 연출 방식이었다. 이런 식의 비유가 1대1로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미장센이 이야기의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는 유사한 점이 있다고 느껴진다. 이 영화를 우화같이 연출해야 이 맥락과 닿는 부분이 있는데, 이 맥락으로 읽는 것의 토대가 되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어떤 책 몇 권이 떠오른다.
사운드의 힘
이 영화에서 강박적인 미장센도 인상 깊지만 그거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사운드다. 이 영화는 시/청각적으로 관객을 압박한다. 감독의 연출력이 빛을 발한 경우가 되는 것이다. 특히 '험~'하는 소리는 여러 관객에게 인상 깊을 것이다. 왜 이 장면들이 기괴할까? 이는 감독이 영화의 소리들을 전부 장악했고, 그 나름대로 통제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청각적인 측면에서는 감독이 섬세한 분인 걸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소리를 넣어야 관객이 기괴하게 느끼고 영화의 생동감도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한 섬세한 연출력 덕분이기도 하다.
또 위에서 쓴 바와 같이 청각적인 것만큼이나 시각적인 요소에 집중하기도 했다. 이는 웨스 앤더슨 같은 강박적인 미장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먹는 행위를 어떻게 묘사했는지도 주의 깊게 볼 만하다. 이 역시 영화의 모든 언어를 통제한 감독의 연출력이 강점이 되는 부분이다. 반대 측면에서 약간 역겹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인데 <더 웨일>을 생각하면 쉽게 머릿속에 이 모습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서늘한 질문
이 영화에서 약간 현실성이 없다고 느낄만한 부분이 있다. 바로 아이들이 아-무 의심 없이 미스 노백에게 현혹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부분이야 말로 영화의 핵심이다. 이 영화는 앞에서도 적었듯 하나의 우화처럼 연출했다. 우화처럼 연출했다는 점은 이야기에서 우리 인류의 모습을 일반화하겠다는 의미다(<별주부전>에서 게으른 인간상에 대해 이야기했던 바와 유사하게). 아이들이 가진 각기 다른 결핍과 이를 주체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모습이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시면서 '이건 핍진성/개연성의 문제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 것보다 '감독이 왜 이런 장면을 넣었을까'라고 생각하시는 걸 추천한다.
문과생에게 미적분 같은 느낌
이렇게 <클럽 제로>는 우화 같은 이야기로 라이프스타일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는 예술영화가 우리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단적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이 영화가 가진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영화 분명 쉽다. <애스터로이드 시티>나 <보 이즈 어프레이드>처럼 고난도의 예술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그 두 영화만큼이나 굉장히 심오하고 난해하게 느낄 부분도 몇 있다. 이 장면에서 그냥 일반적인 예술영화를 기대하고 간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글쓴이는 영화를 좀 보는 사람에게 오히려 추천하고 싶다. 사실 이 영화는 예술영화가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예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난해할 수 있어도 꼭 보면 좋을 영화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의 힘에 강세를 뒀기 때문에 뭔가 다른 구멍도 느껴진다. 이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이, 특히 촬영과 관련된 부분이 깔끔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먹는 행위와 우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방식은 감독의 의도가 느껴진다. 그런데 촬영에서 시각적으로 보기가 편하지는 않았다. 이 역시 기괴한 시청각적인 요소의 일부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굳이 이 부분에서까지 이런 표현법이 들어갔어야 했는가? 는 의문점이다. 영화에서 날것의 흔적이 난다는 것이, 미장센의 완성도가 뛰어나지는 않았다는 관점에서 비판하고 싶은 부분이다. 감독님에게 '의도가 있었나요'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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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이번주 씨네 뉴스는 국내외 다양한 소식으로 알차게 준비 해 보았는데요!
그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500억원 투자한 <무빙> 예고편 공개
디즈니 플러스
디즈니 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은 15일, 오는 8월 9일 공개를 확정 지었습니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입니다. ‘무빙’은 누적 조회수 2억 뷰를 돌파한 원작 웹툰 ‘무빙’의 강풀 작가와 드라마 ‘킹덤 시즌2’ 박인제 감독을 비롯해 ‘오징어 게임’, ‘파친코’ 등에 참여한 최고의 제작진이 만들어낸 웰메이드 프로젝트로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김성균, 김희원, 문성근 등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들의 출연과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배우의 만남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입니다.
<사냥개들> 넷플릭스 비영어 부문 글로벌 1위
넷플릭스
넷플릭스(Netflix) '사냥개들'이 공개 2주 차에 톱 10 리스트 1위에 올랐습니다. 사채업의 세계에 휘말린 두 청년이 악의 세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이 공개 2주 차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 TV(비영어) 부문 정상에 올라 핫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21일 넷플릭스 톱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비영어) 부문 1위에 올라섰고 전 세계 83개 국가 톱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D.P. 2> 7월 28일 공개
넷플릭스
'D.P.' 시즌2는 군무 이탈 체포조 준호와 호열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입니다. 'D.P.'는 여러 작품상을 수상하고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부조리한 사회를 꼬집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준호역 정해인은 "시즌1과 이어지는 하나의 작품이며 조금 더 밀도 있고 깊어진 이야기를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해 헌병대 103사단 D.P.조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캐스팅 공개
넷플릭스
시즌2에 새롭게 합류하는 배우들의 라인업이 공개되었습니다.다양한 작품을 통해 그동안 선과 악을 넘나드는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임시완, 강하늘, 박성훈, 양동근의 캐스팅도 확정되어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습니다. 한편 1차 라인업에 여성캐릭터가 보이지 않아 많은 팬들의 아쉬움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연상호 감독 <지옥> 아이스너 어워드 아시아 작품상 후보
네이버 웹툰
연상호 감독, 최규석 작가의 <지옥>이 '아이스너 어워드' 아시아 작품상후보에 올랐습니다. ‘윌 아이스너 어워드’는 미국 만화의 거장 윌 아이스너(Will Eisner)의 이름을 따 1988년에 탄생한 미국의 대표 만화 시상식이며 미국에서 가장 영예로운 만화 시상식입니다.'지옥'은 어느 날 갑자기 초자연적 현상을 겪은 인간들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지옥 같은 풍경을 묘사한 작품이며 넷플릭스에서 공개와 동시에 흥행1위를 차지했습니다.
박찬욱감독 <전,란>제작 이유, "넷플릭스 가장 좋은 지원"
넷플릭스
박찬욱 감독님은 <전,란>을 넷플릭스와 함께 하게 된 과정을 밝혔습니다.
넷플릭스가 간섭없이 가장 좋은 지원을 약속해 줘서 즐겁게 작업을 임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회사들이 영화계에 본격 진출하면서 생긴 변화를 언급하며 영화 제작자의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똑같은 영화임에도 100억원으로 찍느냐, 150억 원으로 찍느냐에 따라 결정적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영화 <전,란>은 300억 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으로 넷플릭스 CEO 테드 서랜도스는 박찬욱 감독과 협업에 대해 정말 기쁘게 생각하고 영광이라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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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트 레이더스> 메시지만 강렬한 디스토피아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영화 <아네트>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2043년, 전쟁으로 황폐화된 땅에는 새로운 제국을 세우려는 독재국가 에머슨이 들어선다. 거대한 새를 연상시키는 드론에 의해 감시받는 세상을 만든 가운데, 에머슨은 시민권이 없는 미성년자 모두를 군인으로 양성하기 위해 아카데미로 끌고 간다. 그러나 에머슨의 통치를 따르지 않는 '니스카(엘레 마이아 테일페데스)'는 딸 '와시즈(브룩클린 르텍시에 하트)'와 함께 숲 속에서 유랑생활을 한다. 그러던 중 와시즈가 큰 부상을 당하고, 약을 구하러 마을에 온 니스카는 도리어 병사들에게 와시즈를 빼앗기고 만다. 딸과 헤어진 후 슬픔에 잠긴 채 살아가던 니스카. 그러 그녀 앞에 마찬가지로 에머슨의 지배에 저항하는 토착민 크리 족 사람들이 나타나고, 니스카는 그들과 함께 딸을 되찾기 위한 반격에 나선다.
제7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와 제46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유수 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바 있는 <나이트 레이더스>는 다니스 고렛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고렛 감독은 <나이트 레이더스>의 출발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토착민의 삶은 나날이 극심해지는 혐오와 차별 역사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런데도 그간 제삼자에게 토착민의 이야기는 항상 신기하고, 민속적이고, 옛날이야기에 불과했다. 이에 현실에서 목소리를 내기 두려운 사람마저 목소리를 내게 하는 힘이 있는 SF 및 판타지와 같은 장르에 보편적인 역사이기도 한 토착민의 비극을 녹여내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이트 레이더스>는 세계 각지의 토착민, 원주민들이 겪은 구체적인 사건들을 한 데 모아 디스토피아 세계를 묘사하고 있다.
우선 다니스 고렛 감독 본인이 캐나다 사람인만큼 <나이트 레이더스>는 캐나다 역사 속 원주민들의 비극적인 경험을 스크린으로 불러온다. 작중 에머슨은 전쟁에서 패배한 이들에게 두 가지 차별정책을 시행하며, 이는 영화의 주요한 갈등을 유발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하나는 거대한 벽으로 대표되는 분리 정책이다. 에머슨 시민이 사는 곳과 비시민권자가 사는 곳을 철저히 나누고, 비시민권자에게는 드론을 통해 식량을 배급하면서 철저히 통제하려 든다. 이러한 에머슨의 통치 정책은 캐나다 정부가 원주민들에게 시행한 탄압과 강압적 동화 정책과 똑 닮아 있다. 과거 영국령 캐나다 정부는 원주민들의 땅을 강탈하고 그들을 보호 구역에 집어넣었다. 또 보호구역 내에 부실한 인프라를 설치하거나, 보호 구역에서 나오면 연금을 받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본래 유목민이던 이들에게 낯설고 고달픈 생활을 강제함으로써 자신들에게 의존하도록 만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에머슨 아카데미의 존재다. 에머슨 아카데미는 과거 캐나다 정부가 설립한 '레지덴셜 스쿨(Residential School)'의 다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레지덴셜 스쿨은 반란과 분쟁의 빌미 근절하기 위해 같은 국가관과 동질성을 공유하도록 영국계 캐나다인의 가치관을 원주민들에게 주입하려는 목적으로 세원진 학교다. 이 학교들에서 원주민들은 영어식 이름으로 강제 개명되고, 영어만을 사용할 수 있었으머, 원주민 전통의상 착용을 금지당하고 백인들이 입는 양복, 양장 착용이 강제되었다. 이곳에서 어린 소년소녀들은 교사에게 자주 강간당하기도 했다. 결국 부모 밑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사육되다시피 한 아이들은 가족애를 잃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원주민들의 가정과 사회를 더욱 빠르게 파멸로 이끌었다.
영화는 이처럼 레지덴셜 스쿨에서 자행된 악습들을 아카데미라는 가상의 공간 안에서 묘사한다. 에머슨은 어린아이들에게 선진 교육을 통해 삶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그들에게 새로운 이름을 주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게 하며 정체성을 약화시킨 뒤 철저히 국가에 충성하도록 강제한다. 곧 실제 역사적 사건이 와시즈가 아카데미 내에서 엘리자베스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며 어머니 니스카와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 아이들이 밤이면 기숙사에서 한 명씩 불려 나가 성폭행당하는 것, 그리고 아카데미에서 교육받은 젊은 아이들이 국가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한 채 어머니에게 총구를 겨누는 장면으로 바뀌어 재현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딸을 구하기 위해 아카데미에 침투하는 니스카의 모습에는 단순한 모성애를 넘어서는 의미가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나이트 레이더스>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 족의 역사도 디스토피아 세계에 녹여내고 있다. 이는 본 작의 총괄 프로듀서이자 <토르: 라그나로크>와 <조조 래빗>의 감독을 맡은 바 있는 타이카 와이티티에 게 마오리족 피가 흐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작중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드론의 존재가 단적인 예시다. 드론은 에머슨의 통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신무기로, 미등록 미성년자를 수색 및 추적하고, 전투용 내지는 식량 배급용으로도 활용된다. 이때 드론이 배급한 식량에 바이러스가 숨어 있었던 것은 유럽인들에 의해 새로운 전염병이 퍼져 나갔던 사례들과 오버랩된다.
이에 더해 드론의 존재는 유럽인의 등장과 동시에 당시 기준 최신 무기였던 머스킷 총이 뉴질랜드에 전래되고, 이 무기를 지닌 부족이 그렇지 못한 부족을 착취하고 노예로 만든 사건인 '머스킷 전쟁'이 마오리족 역사에 기록된 것을 연상시킨다.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머스킷 전열 보병처럼 길게 늘어서서 일제히 총을 겨누어 화망을 형성한 채 접근해오는 에머슨 군인들과 빈약한 무장으로 맞서는 크리 족의 모습도 영국군과 마오리 족 사이에 펼쳐진 '마오리 전쟁'의 변형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영화 속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인 드론과 와시즈가 지닌 독특한 능력이 더해져 전투의 향배를 뒤바꾸게 되는 전개는 결국 19세기 당대 신무기인 머스킷에 의해 피로 얼룩졌던 역사를 영화적으로 치유하는 장면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대목은 나다와 뉴질랜드 두 사례에 대해 여러 토착민들의 역사가 공유하는 보편성을 맛볼 수 있는 지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스페인군이 침입한 멕시코나 남아메리카의 사례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신무기나 새로운 전염병 때문에 유럽 이주민들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사례는 지구 이곳저곳에 모두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상이한 지역의 공통된 역사적 사건들을 한 데 모은 <나이트 레이더스>의 조각보 같은 매력이 온전히 스크린에서 전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장르 영화로서의 완성도에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사실 디스토피아 세계를 다루는 장르 영화인 관계로 <나이트 레이더스>에는 다른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그 유사함의 정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고, 익숙한 설정과 전개를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서도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그러다 보니 시도 자체는 인상적이었던 영화의 메시지와 감흥도 모두 깎여버리고 만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대표작인 <아바타>와의 비교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 <아바타>의 경우에도 충격적이었던 시각 효과와 달리, 스토리적인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주인공인 제이크 설리가 판도라 행성의 원주민인 나비족의 구세주가 되어 인간의 침입을 막아낸다는 플롯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평면적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바타>는 나비족의 역사와 사회, 내외적 갈등, 그리고 그들의 신과 구세주인 에이와와 토루크 막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주었고, 그 결과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는 강력한 몰입감을 자아내는 데 성공했다.
반면에 <나이트 레이더스>의 메시지와 전개 양측면에서 모두 중심이 되어야 할 크리 족의 이야기는 디테일이 부족하다. 그저 몇 마디의 대사와 설정으로 구성되어 있을 뿐이다. 토착민 출신이지만 토착민과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에서 살아가던 니스카와 와시즈 모녀의 이야기와 만나는 순간에도 별다른 갈등 없이 흡수되어 버린다. 그렇기에 수많은 역사적 사례들을 한 곳에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작중 크리 족의 서사는 토착민 공동체로서의 특색이 살아나지 않는다. 단지 독재국가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 세계에 반대하는 저항군이라는 익숙한 모습만 눈에 들어온다. 이는 <나이트 레이더스>가 결코 인상적인 장르영화는 아닌 이유다.
유사성과 진부함을 넘어서지는 못한 것 외의 한계도 있다. 스릴러 영화인데도 긴장감을 거의 불어넣지 못하는 식이다. 실제로 영화는 제목인 'Night Raiders'가 '밤의 침입자'라는 뜻인데도 불구하고 밤에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다. 에머슨 아카메디에 갇힌 와시즈를 구출하기 위한 니스카와 크리 족의 습격만 보더라도 작전의 중간 과정부터 아카데미에서 탈출하려는 과정에 이르는 세부 사항들이 지나치게 많이 생략되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해당 시퀀스는 클라이맥스로 고조되는 중간 다리로써 그 부조함을 숨기지 못한다. 그나마 숲에서 숨어 지내던 니스카 모녀와 그들을 습격한 드론 간의 짧은 전투가 세계관을 소개하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뿐이다. 이처럼 <나이트 레이더스>는 뜻깊고 인상적인 아이디어의 잠재력을 실현하기에는 부족했던, 투박한 장르 영화로 남는 데 그치고 만다.
P(Poor, 형편없음)
어설픈 짜임새 때문에 빛이 바랜 역사적 비극의 영화적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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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애니메이션 - 끝내 불발해버린 불꽃, 어찌해야 할까?
필자는 영화를 시각 예술이라 생각한다. 혹자는 시청각적 예술이라고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초기 영화들은 청각적 요소가 없는 무성영화였으며, 그렇기에 초기 때부터 부각되어 온 것은 시각적 요소였기 때문에 영화를 시각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개인적 성향을 얘기하자면, 솔직히 필자는 영상미 중시 성향이 센 편이라 애니메이션을 볼 때도 영상미가 좋다면 웬만해선 호평을 하는 편이다. 김문생 감독의 "원더풀 데이즈"도 스토리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이러한 비판에 동의하기도 하지만) 영상미와 음악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아니다, 너무나도 커다란 단점이 있다. 장점 하나로 절대 커버할 수 없는.
본 영화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동명의 단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하지만 단순히 실사를 애니메이션으로 바꾼것이 아니라 오리지널 스토리가 존재하고 있다. 필자가 원작 드라마를 보지 않았기에 비교 리뷰는 어렵겠지만, 실사를 따로 놓고 봐도 이 애니메이션은 확실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장점부터 얘기하자면 영상미와 OST를 꼽을 수 있다.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경력이 있는 샤프트 제작인 만큼 영상미는 정말 매력적이다. 특히 색감과 연출들은 따로 놓고보면 정말 스틸 하나하나가 화보라고 해도 될 정도. 그리고 OST도 정말 호평받을 만한데, DAOKO와 요네즈 켄시의 합작곡이자 본 영화의 주제가인 쏘아올린 불꽃(打上花火)은 원작보다도 더 인지도가 높을 정도이며 유명 DJ인 Porter Robinson이 직접 호평하는 댓글을 남기기도 할 정도이다. 그리고 마츠다 세이코의 유리색의 지구(瑠璃色の地球) 또한 후술하겠지만 본 노래가 나오는 파트는 비판점이 있지만 음악만 따로 놓고 보면 좋은 음악에 속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영화관의 사운드와 스크린으로 음악과 영상미를 듣기위해 예매해도 된다고 할 정도로 이 영화의 가치는 이 두가지 뿐이다. 다만 주제가인 쏘아올린 불꽃은 작중에서는 단 한번도 안 나오고 엔딩 크레딧에서만 나오니, 만약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접할 기회가 있다면 엔딩 크레딧까지 꼭 보고 나오길 강력히 추천한다.
장점은 여기까지, 이제부터는 단점 뿐이다. 누가 뭐라해도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이다. 위에서 필자가 영상미를 중시한다고 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스토리가 형식이 갖춰져있을 때의 이야기이지 심각할 정도의 미달 수준일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원더풀 데이즈에 호평을 한 것도 서사가 급전개에 난잡한 부분이 있지만 심각한 미달 수준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스토리가 심각할 정도로 미달이다. 이러한 미달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너무 길게, 자주 반복되는 쉽게 말하자면 '만약에' 세계의 반복인데, 사랑을 이루기 위해 반복하는 만약에가 너무 길게, 여러번 나온다. 그렇기에 비록 이미 본 부분을 빠르게 보여준다고 해도 지루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늘어지는 모습은 원작에 비해 40분 가량 늘어난 러닝타임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인데, 실제로 반복되는 부분은 20~30분 가량을 잘라내도 이해에 영향이 없을 정도라고 느꼈다. 또한 열린 결말이라는 것도 좋게 말해 열린 결말이지, 나쁘게 말하자면 결론을 내지 않고 끝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후반부의 연출에 비해 너무나도 허무한 엔딩이기에, 이러한 아쉬움은 배가 되어간다. 그리고 위에서 색감과 연출들을 따로 놓고보면 좋다고 했는데, 일부 장면의 연출들은 이질적인 부분이 있다. 유리색의 지구 파트에서는 뮤지컬 영화 색채를 보이는 파트인데, 갑작스럽게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연출이 나온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식 연출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앞과 뒤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 연출이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다. 연출과 영화의 서사가 조화롭지 못하고 따로 노는 것이다. 또한 일부 연출 또한 선정적 요소가 세 불편함을 느꼈다. 특히 선생님의 가슴을 가지고 친구들 사이 뿐만 아니라 교실에서도 섹드립을 날리는 거나, 선생님의 가슴을 선생님의 남자친구가 가슴이 작아진 것 같다며 만지려 하는 것도 전혀 유쾌하지 않고 불편하기만 하다. 후자의 경우에는 현실과 또 다른 세계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이라고는 하나, 영화를 유심히 보지 않았다면 눈치채기 힘든 요소이며 이러한 또 다른 세계임을 상기시키는 연출은 불꽃의 모양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에 굳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완벽한 실패작은 아니다. 영상미와 OST는 충분히 가치가 있으며 주목해볼만 하다. 하지만 가장 인지도가 높은 주제가인 쏘아올린 불꽃은 엔딩 크레딧에서만 나오는지라 본 작품의 평가에는 영향을 끼치기 어렵고, 영상미 또한 서사와의 조화는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이 영화를 불꽃에 비유해보자면, 분명 하늘을 아름답게 빛낼 수 있는 불꽃이었는데, 끝내 불발해버린 불꽃이고 만것이다. 아예 불량품이 아니었다보니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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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영화 후기 / 최민식이 다했나? / 감동이 살아있음 / 바흐의 무반주 첼로 연주곡 / 파이송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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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4주 최신 개봉영화(애프터 관계의 함정, 퍼펙트 스틸, 아네트,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고장난 론)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0월 4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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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관계의함정 #퍼펙트스틸 #아네트 #당신은믿지않겠지만 #고장난론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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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피치 오브 타임 극장판> 메인 예고편
친구 윤오의 연락을 받고 한국에 도착한 피치.
그렇게 날 반갑게 맞아준 윤오가 사실은 귀신이라고?!
25년째 한국을 떠나지 못하는 떠돌이 태국 귀신 마리오를 만난 피치는
윤오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지박령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악귀가 되지 않고 무사히 환생하려면
죽은 날로부터 49일안에 이승에서 풀지 못한 한을 풀어야 한다!
도대체 윤오가 그토록 원하던 일이 무엇이었을까?
함께 버킷리스트를 찾아가면서
서로를 향한 마음은 점점 커져가고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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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데이 앤 나잇> 메인 예고편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고향에 내려오게 된 ‘코지’.
대기업을 상대로 내부 고발을 했던 아버지가
억울한 오명을 썼다는 사실에 분노한 ‘코지’는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사람들에게 복수를 꿈꾼다.
그러다 아버지와 함께 일을 했다는 ‘켄이치’를 만난 그는
아버지가 생전에 ‘켄이치’의 보육원 일을 도운 것처럼
자신도 그 일을 도와주기로 하지만
그가 데려간 곳은 어두운 폐차장인데…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숨겨진 진실!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