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2023-06-27 22:23:55
거장은 어떻게 거장이 되는가?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시사회 리뷰
이 시사회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하였습니다.
천재에 대한 일화는 언제나 대중의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그가 다다른 '거장'의 지위가 눈부셔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이러한 천재들이 그 나름대로의 탁월한 방식으로 한 분야의 새 지평을 여는 순간들이 짜릿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그들의 남다름은 매력적이고, 그들의 열정은 경탄을 자아낸다. 대개 그들의 삶에는 혁신이 있고, 약간의 과장을 덧붙이자면, 그 삶의 흐름은 혁명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그러한 천재의 반열에 오른 거장 중의 하나다. 그가 영화에 담아낸 음악들은 너무나도 유명해서, 그의 이름을 들어 본 일이 없더라도 그의 음악을 들어보지 못한 이는 없을 것이다.(사실, 내가 그랬다.) 거친 황야 너머로 울려퍼지는 팬플루트 소리라든가, 낯선 남미 땅에서 울려퍼지는 제레미 아이언스의 오보에 연주('넬라 판타지아'라는 음악으로 더 알려져 있다.)는 한국인들의 귀에도 너무나도 익숙한 곡들이 아닌가. <시네마 천국>, <황야의 무법자>, <피아니스트의 전설> 등 제목만 말해도 '아!'하고 탄성이 절로 나오는 영화들 역시 그의 음악을 말미암아 빛을 발했다.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엔니오는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불후의 명곡들을 만들었을까? 우리는 운 좋게도 오는 7월에 나오는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에서 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엔니오 모리꼬네라는 거장의 삶을 추적하며 그가 음악사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가진 사람이었는지를 조명한다. 그와 동시에, 거장이 거장으로 불리기까지 그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그는 천재이자 혁신가이고, 또 한편으로는 한 인생을 꿋꿋하게 살아낸 개인이기도 하다. 천재를 감히 평범하다고 일컫어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의 삶은 분명 눈부셨지만 사람다운 구석이 있었고, 바로 그 점이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스크린 너머에서 엔니오 모리꼬네라는 거장은 그저 거장으로 태어나 거장으로 존재한 것이 아니라 끝없는 노력과 열정, 실험 정신, 그리고 좌절을 말미암아 진정한 '마에스트로'로 거듭난다.
조용하고 소극적인 성격이었다던 그의 삶은 놀라울 정도로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는 그에게 주어진, 혹은 정해진 길만을 걷기를 거부했다. 트럼펫 연주자가 되라는 아버지의 말을 어기고 작곡가가 되었고, 현대 음악을 경시하던 기존 클래식 학계에 기꺼이 반기를 들었다.
그는 나아가 그 당시로서는 지나치게 '상업적'이며 음악의 고유한 가치를 떨어트린다는 평을 받던 영화 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했다. 그가 대중으로부터 사랑을 받을수록 클래식계에서의 비난은 거세어졌지만 그는 꿋꿋이 그의 길을 걸었고, 마침내는 클래식계와 영화계 양쪽 모두에게서 인정 받는 음악가이자 영화인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는 언제든지 거만해질 수 있었고, 언제든지 그가 뿌리를 둔 고전 음악계나,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 준 영화 음악을 뿌리칠 수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는 대신 젊은 날의 그 자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매순간을 절실하게 살았다. 그는 혁신과 변화, 새로움을 꿈꾸는 자였지만 그와 동시에 음악 선배들이 수 백년에 걸쳐 전해 온 규칙을 계승하고자 했고, 바로 이 점이 그를 한 사람의 위대한 음악가가 되게 했을 것이다.
나는 음악을 듣는 것은 좋아하지만 내로라하는 작곡가들의 이름이나 아주 단순한 화성학이니 뭐니 하는 음악 용어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사실 영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러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닐지라도 그의 삶은 충분히 눈부시고, 그가 기울인 탁월하고도 성실한 노력들을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한 동안 나는 나의 삶은 어땠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그처럼 천재가 아니고 그만큼 탁월하거나 성실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매일매일을 처음 이 일을 시작한 사람처럼 열정적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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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삶 뿐만 아니라 그의 아름다운 작품들을 영화관에서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시간이 난다면 가능한 음향 시설이 좋은 시설에서 마음껏 그의 음악을 즐겨보는 것도 이 영화를 즐기는 탁월한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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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공감, 그리고 연대와 저항의 상징이 되기까지. 종이의 집: 신드롬이 된 드라마 (2020)
<종이의 집>은 어쩌면 지금까지 본 넷플릭스 드라마 중 손에 꼽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나도 이 드라마에 빠져 이렇게 까지 공감하고, 열광하게 될 줄이야. <종이의 집 : 신드롬이 된 드라마>는 종이의 집의 성공 비결뿐만 아니라 그들의 땀과 열정, 뒤이어 일종의 '레지스탕스'의 아이콘이 된 그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처음 Parte 1을 접했을 때 느꼈던 신선한 충격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여섯 도둑의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독특함과 특유의 긴장감이 보는 이를 꽉 쥐고 놓아주지 않는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도 언급한 <종이의 집>의 매력에 대해 알아보자.
- Parte 1. '공감'은 가장 큰 소통의 언어이자, 강력한 힘이다 -
<종이의 집>은 처음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 드라마가 아니다. 스페인 단독으로 방영되는 드라마였지만, 생각보다 저조한 시청률에 Parte 2가 마지막임을, 배우들을 포함한 모든 제작진들이 예상했다고 한다. 그랬던 그들이 넷플릭스의 손을 잡게 되며 '로또'를 맞는 순간이 오게 된다. 예상보다 높은 시청률이 연이어 나오고, 현재는 전 세계 스트리밍 순위 2위에 빛나는 성과를 거둔 드라마가 바로 <종이의 집>이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가장 큰 역할은 바로 '등장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뻔하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렇게 서사가 매력적이고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 과연 있을까. 보편적으로 생각했을 때, 조폐국 그리고 스페인 은행을 터는 도둑과 이를 쫓는 경찰이 있을 때 우리는 과연 누구의 편이 될까? 망설일 필요 없이, 바로 경찰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이 도둑들을 열렬히 응원하게 된다. 이들에게는 우리와 다름없이 개개인의 사연이 있고, 인생이 있다. 이들의 '범행 계획'또한 보는 재미가 있지만, 여러 인물이 얽히면서 발생하는 감정들을 따라가는 것 또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그 감정에 대해 같은 기분을 느끼는 것, 공감은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한다. 비록 스크린이라는 벽이 있지만, 이는 금세 허물어지고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이, 진솔하게 소통하게 된다.
무엇보다 '스페인'이라는 국가의 특색이자 아이덴티티를 살린 것 또한 포인트이다. 정열과 사랑의 국가에 걸맞게, 여러 감정들 중 '사랑'이 가득한 드라마이다. 범죄물에 사랑이라니, 조금은 대조되는 조합이지만, 이렇기에 더욱 이들의 관계성이 돋보인다. 이는 인물 간의 사랑이기도 하고, 이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사랑이기도 하다. 인물들의 경우를 먼저 살펴보자. 예정되어 있던 사랑도 존재하지만,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누군가가 자신을 흔들어놓는 순간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우리는 이들의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바라보며 같이 마음 아파하고, 설레어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우리들의 사랑을 말하자면, 극 중 흔히 말하는 '민폐 캐릭터'또한 존재하고, 당최 걷잡을 수 없는 행동으로 보는 이들에게 불안감과 공포를 안기는 인물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들도 미운 구석이 있을 뿐, 나름의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게 된다.
- Parte 2. 유연한 제작 과정,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 -
<종이의 집>은 대본을 미리 짜고 한꺼번에 촬영에 들어가는 방식이 아닌, 촬영을 함과 동시에 다음 각본을 짜는 방식으로 드라마를 이어간다. 그렇기에 좀 더 유연한 사고와 매 상황에 맞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선보인다. 이들의 제작 과정 또한 등장하는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오고 가는 그들 대화의 결과물이 이렇게 큰 사랑을 받게 될지, 그들은 몰랐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건 바로 이들의 '시간 전개 방식'이다. 보통은 계획에서 행동의 옮기기까지의 시간 흐름대로 내용 전개가 이루어지는 반면, 이 드라마는 첫 화부터 사건 당일을 바로 보여준다. 범행 시작을 보여줌과 동시에 중간중간 그들이 아지트에서 했던 계획 동기와 과정을 보여주며 과거로 돌아가는 시점 또한 존재한다. 이렇게 두 시점이 동시에 흘러감을 보여주면서 <종이의 집>만의 차별화된 개연성을 보여주고 있다. '범죄'라는 장르에 맞게, 반전 또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특히 매 시즌의 마지막 장면은 놀라움의 연속.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의 가담과 희생은 서스펜스물로서의 강점을 충분히 보여준다.
- Parte 3. 이들이 주는 메시지 -
아마 이것이 <종이의 집>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이자, 긍정적인 변화일 것이다. 극 중 그들이 입는 붉은 점프슈트와 달리 가면, 이것은 이제 '저항'그리고 '연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내용 중간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시위 모습은 여성 인권, 자유를 위해 맞서는 사람들의 현재를 담아낸 실제 상황이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붉은색이 자주 등장함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저항군'이라는 그들의 투쟁에 걸맞은 색이다. 이에 사람들은 영향을 받아,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는 맞서나가기 위해, 빨간 점프슈트를 입고 달리 가면을 쓴 채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주제곡인 'Bella Ciao' 또한 파급력이 엄청난데, 실제로 세계 2차 대전 때 이탈리아 저항군이 사기를 높이기 위해 불렀던 노래이다. 제작진들도 자신들의 일종의 노동요였던 이 노래를 결국 메인 테마곡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이 노래는 변화의 불씨가 되었고, 75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평화를 외치며 Bella Ciao로 그 순간을 기념하고 있다.
<종이의 집>을 간단히 말하자면 공감과 사랑, 그리고 저항이다. 한순간에 모든 것이 바뀌었고, 사람들은 거리로 나가 자신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 드라마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종이의 집>의 팬이라면 충분히 공감하고, 그렇기에 더 경이로운 다큐멘터리이다. 미디어 매체의 좋은 영향력이자, 본보기가 되는 작품으로 오랫동안 기억되기를.
* 본 콘텐츠는 브런치 JW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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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사람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 웃음이 나온다."
Cast
Walter ASMUS
Director
Declan CLARKE
시놉시스
20세기 연극의 지형을 뒤흔든 혁신가라는 평을 듣는 부조리극의 대표작가 사무엘 베케트와 그의 대표작 <고도를 기다리며>를 가장 잘 연출하는 연출가로 알려진 발터 아스무스와의 깊은 동료애와 우정을 보여준다.
들어가며
최악의 상황에서 어떻게 웃음이 나올까? 말이 안되는 말이지만 어쩌면 누구나 경험해본 적이 있는 상황일 것이다. 기쁠 때 눈물이 나듯, 절망할 때 인생의 놀라움에(negative) 웃음이 터져본 사람만이 인생을 입체로 바라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영화는 ‘부조리’는 단순하게 말이 안 되는 상황이 아니라 세상의 다채로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설 수 있는 인간이 가진 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현존하는 영화중 가장 ‘베케트적’ 영화
<내가 넘어져도 내버려둬>는 극적인 재미가 있는 영화는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관습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어떤 사건에 휘말리고 그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진짜 초목표를 찾고 갈등을 해결하는 류의 드라마가 없다. 거기다 영화엔 그 흔한 음향효과도 없고 줌인이나 줌아웃도 없으며 대사도 없다. 설명은 최소한의 나레이션과 자막으로 대신하는 것으로 인위적 연출을 최소화했다. 오직 영화에 쓰인 모든 편지, 대본자료를 제공한 ‘발터 아스무스’를 제외하고는 움직이는 인물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이걸 영화라고 부를 수 있나 의문이 들때쯤 문득 기시감이 들었다. 그렇다. 이 모든 반응은 내가 ‘부조리극’을 처음 보았을 때 그 느낌과 정확히 일치했다.
재미는 없어도 의미는 있을 수 있잖아?
부조리극은 극도의 미니멀리즘, 형식을 파괴함으로써 형식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연극의 사조다. 역사적으로는 2차 세계대전이후 등장하여 우리가 상실한 인간성, 소통의 가능성, 세계와의 관계에 주목하며 실존주의와 함께 다뤄지곤 한다. 영화의 모든 관습을 거부하고 아카이브의 힘으로 재현된 데클란 클라크의 <내가 넘어져도 내버려둬>는 베케트와 아스무스의 오랜 우정을 다룰 뿐만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우리가 익숙하게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모두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부조리 사조의 특징을 계승하고 있었다.
영화가 이어붙이는 베케트와 아스무스의 편지와 사실에 근거한 자료들을 보고 있다보면 사실 편집과 연출을 거친 영화야 말로 인위적인 진실을 만들어내는 장치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자연이 그러하듯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삶의 이면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사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은 우리가 ‘아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들이라는 깨달음에 도착하게 된다. 화려한 편집과 각색 대신 고도로 절제된 효과, 침묵, 리듬, 존재의 본질을 살린 미니멀리즘으로 말이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 안에 딱딱하게 자리잡고 있던 부조리극 사조의 정의 역시 바뀐다.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기 위한 마음먹기였다. 동시에 이 작품의 제목에 대해 가지고 있던 오해도 풀린다.
“내가 넘어져도 내버려둬.”는 넘어져도 타인의 도움을 거부하는 꼬장꼬장한 예술가의 아집이 아니다. 매번 넘어지지만 스스로 일어나는 힘이 사실 우리 인간이 가진 위대함이라는 묵묵한 응원에 가깝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최악의 상황에서 웃을 수 있는 우리는 사실 얼마나 강한 존재인가?
[Schedule in JIFF]
2025.05.01(목) 13:30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상영코드 140]
2025.05.04(일) 10:30 메가박스 전주객사 4관 [상영코드 414] GV
2025.05.06.(화) 17:00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상영코드 656] GV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 2025.04.30 ~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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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화한 강형욱
"개의 가장 큰 단점은 인간을 믿는다는 거죠"
개는 늑대와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하지만, 유전적으로 가장 중요한 특징이 하나 있다. 개는 태어날 때부터 인간을 사랑하는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다. 야생동물을 가축화하는 과정에서 그런 방식으로 인간을 잘 따르는 개체를 선별하고 키우고, 인간과 동일한 탄수화물 식단을 먹게 되면서 그렇게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절대 길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던 여우도 그런 방식으로 개처럼 사람을 잘 따르게 만든 사례가 방송에 나온 적도 있다.
뤽 베송의 영화 <도그맨>은 인간에게서 철저히 외면받고 개에게서 위로를 받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뤽 베송의 귀환이라고 해서 <존 윅>같이 개와 함께하는 엄청난 액션을 기대한다거나, 영화 초반의 모습으로 인해 <크루엘라> 혹은 <조커>와 비교하게 되기도 하는데, 사실 이 영화는 예상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어떤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받는 한 백인 남성이 경찰에게 잡힌다. 그런데 그는 백여 마리의 개를 트럭에 싣고서, 피를 흘리며 여장을 하고 있는 기괴한 모습이다. 무언가 섬뜩한 느낌을 감지한 경찰은 총을 겨누며 내리라 하지만, 그는 태연하게 담배를 꺼내 피운다. 여장을 한 더글라스(케이럽 랜드리 존스)는 그렇게 유치장에 갇혀, 흑인 여성 의사인 에블린(조조 T. 깁스)과 심리 면담을 시작한다.
범죄자와의 면담을 통해 이야기 속의 이야기로 구성된 이 영화는 <데드맨 워킹>이나 <양들의 침묵>을 떠올리게 한다. 이 사람이 범죄자라면, 그 범죄에 서사를 씌우게 되는 영화인가? 범죄자가 미화되는 영화인가? 혹은 광기의 탄생을 그린 영화인가? 하고 관객은 미심쩍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글라스는 꽤나 흥미로운 사람이다. 아주 신사적이고 당당하다. 그가 두 다리에 보호대를 차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인데도 불구하고, 그가 대체 어떤 범죄를 저질렀으며 왜 이렇게나 자신만만한 모습인지 궁금해진다. 에블린은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폭력과 혐오의 신과 사도
더글라스는 투견을 하기 위해 개를 기르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따르는 형, 아버지에게 맞고 사는 어머니에게서 자랐다. 아버지의 폭력이 지배하는 가정 분위기는 말할 수 없는 긴장감이 돈다. 특히 아버지는 투견에게 먹이나 정을 주는 걸 극도로 꺼린다. 아버지는 개에게 먹이를 주고 정을 주는 더글라스를 개 우리에 가둔다. 형이 일러바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폭력을 이기지 못한 어느 날 어머니는 도망간다.
이 집안에서 아버지가 가장 나빠보일 수 있지만, 더글라스가 가장 안 좋게, 위협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그의 형이다. 아버지가 폭력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자식을 개 우리에 몇 년이나 가두고 학대하는 인간 같지 않은 아버지지만, 그래도 그것은 어떻게 보면 아버지 나름의 정당성은 있었다. 하지만 그의 형은 폭력을 즐기는 인간이었고, 동생과 어머니에 대한 일말의 애정도 없었으며 아버지의 폭력성을 존경했다. 아버지는 삐뚤어지긴 했어도 아들을 우리에 가두는 것을 나름 교육이라 여긴 반면 형은 그저 동생이 고통받는 것을 좋아했으니까. 거기에 어떤 이유에서든 아들을 총으로 쐈다는 생각에 멘탈이 붕괴된다. 그런 모습을 본 형은 아버지를 감싸고 또 동생에게 잘못을 돌린다. 이후 감옥에 가자마자 자살까지 한 아버지를 생각하며, 더글라스는 '그는 그냥 그런 사람이었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버지가 그 집에서 폭력의 신이라면 형은 폭력의 사도인 셈이다. 이 세상의 모든 종교는 신을 자처하는 숭배의 대상 그 자체가 자신을 신격화한 것이 아니라, 그의 제자들이 종교를 만들고 제자들이 해당 존재를 신격화시켜 자신들의 세력과 종교를 만든 경우가 많다. 소크라테스를 신격화하고 그의 철학을 정립한 것은 플라톤이었다. 예수를 신격화하고 행적이나 말을 기록한 것은 12사도였으며, 사실상 그리스도교를 정립한 것은 예수를 생전에 본 적이 없는 바울이다. 아버지라는 신은 폭력이라는 교리를 자신만의 합리성으로 행했지만, 형이라는 사도는 폭력이라는 힘에 취한 사도-추종자일 뿐이다. 더글라스가 갇힌 철창에 'In the name of God'이라는 문구를 붙인 것이 그가 폭력의 신인 아버지의 사도역할을 한다는 걸 여실히 드러낸다.
성경에서 개는 하등하거나 나쁜 것으로 종종 묘사된다. 'In the name of God'이라는 문구가, 개 철창 안에서 더글라스가 본 시선으로는 뒤집히고 가려져 'DOG MAN'으로 보인다. 아버지와 형에게 개와 친한 더글라스는 교화해야 할 대상이며 형에겐 단죄해야 할 대상으로까지 변하게 된 것이다. 아버지에게 총맞은 일로 경찰에게 구조되고, 형은 감옥에 갔다. 감옥에 간 형이 출소하면 아버지의 죽음까지 몰아 동생을 죽이려 할 것이 자명했다. 더글라스가 형을 죽인 것은 복수였을 뿐 아니라, 혐오와 폭력에 대항하는 정당방위처럼 그려진다. 이 세상은 폭력과 혐오의 세상이고, 아버지는 폭력의 신이며 형은 폭력의 사도다. 더글라스 역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자신을 신에게 대항하는 적그리스도인 도그맨으로 다시 태어난다.
차별에 대항하는 법
아버지가 자살하고 형도 감옥에 가 있는 가정폭력의 희생자인 더글라스는 이후 청소년 보호소에서 자라게 된다. 애매하게 하반신이 마비된 채, 그곳에서도 폭력과 혐오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 더글라스에게 교사인 샐마(그레이스 팔마)와 연극은 한줄기 빛이었다. 연극 속 세상은 자신을 무엇으로든 만들어줄 수 있었고, 그곳엔 폭력과 혐오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차별이 가득했다. 장애인이자 보호소 출신인 더글라스는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고, 개를 돌보는 것이 가장 적성에 맞는 듯했지만 이마저도 국가에 의해 쫓겨난다. 현실은 약자에게 가혹하다. 결국 샐마에게 가졌던 연정마저 짓밟히고 나자, 자신도 자신을 혐오하기에 이른다.
여기에서 더글라스가 자신을 차별하고 혐오했던 이들을 단죄하기 시작했다면 다른 영화 속 범죄자와 다름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차별하고 혐오하던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갖지 않는다. 그에겐 그를 위로하는 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라는 말은 더글라스에게 딱 맞는 말이다. 그는 백여 마리의 개들이 함께하고 있다.
그리고 더글라스가 불행에서 벗어나 자신을 긍정하게 된 계기는 드랙퀸으로서 무대에 서게 된 후다. 드랙퀸은 화려하게 여장을 하고, 립싱크로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며 무대를 만드는 크로스 드레서들을 말한다. 드랙퀸이 겉보기에는 트랜스젠더나 게이처럼 보일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하기도 하지만, 그냥 이성애자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하기도 한다. 드랙퀸으로 유명한 공연은 <헤드윅>이 있고, 유명한 사람은 인어공주의 우르술라의 모티브였던 '디바인'이 있다. 연극을 하면서 남녀역할을 바꾸는 것에 거부감이 없던 더글라스는 드랙퀸의 무대에 푹 빠지게 된다. 그리고 드랙퀸들도 사회에서 차별받는 존재라, 더글라스의 마음을 잘 이해해 줬다. 결국 그는 무대에 서며 불행에서 치유된다.
여기까지 오면, 더글라스 - 도그맨은 크루엘라나 조커와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크루엘라나 조커는 자신의 극악한 범죄를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범죄자의 서사가 들어가 있다. 물론 상처 입은 영혼이라는 점은 비슷하나, 도그맨은 자신의 상처를 너무도 훌륭한 방법으로 극복하고 있지 않은가? 이쯤 되면 도그맨은 대체 어떤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이길래, 기괴한 모습으로 피를 흘린 채 잡히고 정신감정을 받고 있는 걸까.
도그맨은 누구인가
누군가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개를 도그맨에게 데려온다. 도그맨은 그 유기견을 받아들이고, 그의 말을 듣는다. 이 지역의 악질적인 조직이 세탁소 아줌마를 못살게 군다는 것이었다. 도그맨은 마치 늘 이런 일이 있던 것처럼, 개들을 이용해 약자들을 보호해 준다. 그 모습이 꽤나 능숙하다. 그리고 부의 재분배라는 명목아래, 부잣집에서 개들을 이용해 몇 보석을 훔쳐낸다. 부의 재분배를 외치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보석을 빨리 팔아치운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도그맨 자신을 죽음으로 위협하는 사람들을 정당방위로 죽였다.
그리고 세탁소 아줌마를 보호하려고 폭력조직을 개로 위협한 일로, 조직이 도그맨을 죽이려고 찾아온다. 도그맨과 개들이 총을 든 조직과 상대하는 모습은 철저하게 준비되었다기 보단, 어설프고 처절하다. 도그맨은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세탁소아줌마를 위해 이런 위험한 짓을 했었단 말인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더글라스의 말을 빌리자면, 더글라스 - 도그맨은 빌런도 안티히어로도 아니다. 그저 차별의 사회에서 살려고 몸부림치는 한 장애인이었고, 자기를 따르는 개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도둑질을 좀 하거나 자신과 연결된 사람들을 개로 보호해 주는 일이 전부였다. 도그맨은 자신이 형과 보험조사원을 살해한 것을 담담하게 고백하고 인정한다. 비록 정당방위라고 할지라도. 도그맨의 트럭이 쫓기며 경찰에게 잡히게 된 그 사건도, 사실은 조직이 총을 들고 쳐들어와서 대항한 것뿐이었다. 도그맨은 빌런이라기엔 너무 착하고, 안티히어로라기엔 너무 소박하다. 그런데 우리는 왜 도그맨을 크루엘라나 조커와 같다고 생각했을까? 영화 첫 장면에서 보여준 그 무시무시한 기운, 경찰도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총을 겨누게 된 그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도그맨에게서 느껴지는 그 기괴함은, 사실 편견과 차별로 관객이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현실에서 우리가 가지는 편부 편모가정이나 가정폭력에 노출된 사람에 대한 편견, 장애인에 대한 편견, 성소수자나 크로스 드레서, 드랙퀸에 대한 편견 등 말이다. 특히 그가 잡힌 사건은 그가 무시무시한 가해자라서가 아니라, 사실 피해자에 가까웠다. 경찰도 그걸 알고 그에게 안쓰러운 마음으로 담배를 준다. 엄청나고 기괴한 무서운 범죄잔줄 알았지?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야! 라고 감독은 말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차별받는 소수자가 발버둥 치는 휴먼드라마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전반에 흐르는 신-개-더글라스로 연결되는 기묘한 연출로 인해, 이것이 무언가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개통령 혹은 개의 신
앞서 말했듯 개는 인간을 사랑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정을 주면 금방 사람을 따른다. 사람을 따르고 애정을 가진 개는 굶주린 야생개보다 살의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영화에 나오진 않았지만 더글라스의 아버지는 투견을 하기 위해 개들을 따로 훈련시키기도 했을 것이다. 방식은 달랐지만, 더글라스는 애정으로 개들과 소통했고 별다른 훈련이 없이도 원하는 행동을 개에게 부탁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 이런 일이 실제로 가능할까?
10년 전, 동물농장에서 <천재견 호야>의 사연이 나온 적이 있다. 주인 아저씨가 별다른 훈련을 하지 않았는데, 너무 사람처럼 부탁하는 것을 척척 잘 알아듣고 하는 것이다. 수도꼭지를 틀고 닫고, 냉장고에서 음료를 가져오고, 말하지 않아도 일 끝나면 수건과 물을 가져오는 등, 일일이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천재견 테스트도 최상위권 점수를 받았다. 영화 <도그맨>에서 더글라스가 설탕이나 밀가루를 가져오라고 할 때 개들이 알아서 잘 가져오거나, 눈빛만으로 명령을 내리는 모습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호야도 주인아저씨와의 교감과 사랑으로 그런 일이 가능했고, 더글라스도 개들을 사랑으로 대했기 때문에 그런 일들이 가능했을지 모른다.
아버지가 개들을 함부로 다루는 집에서 자라, 개들을 사랑으로 대하게 된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개통령, 훈련사 강형욱이다. 강형욱은 개공장을 하는 집에서 자랐고,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아버지와 싸우기도 했으며 결국 개를 제대로 행복하게 키우는 일을 하며 살게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더글라스는 흑화한 강형욱이며, 흑화한 천재견 호야의 주인이다. 더글라스가 흑화했다고는 해도 소소한 동네 로빈훗 느낌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도그맨>은 단순히 상냥한 훈련사, 혹은 애정 어린 개주인을 넘어선다. 이미 자신이 개 철창에 갇혔을 때, 형이 'In the name of God'이라는 문구를 달아주고 그것이 뒤집혀서 DOGMAN이 된 시점부터, 그는 적그리스도가 되기로 작정한 듯하다. 그가 개를 얼마나 사랑으로 대하는지는 사실 그렇게 많이 나오진 않는다. <도그맨>에서 의아한 지점은 이 부분이다. 영화에서 개들이 묘사된 모습이 철저하게 훈련받은 군대처럼 보인다. CG가 아니라 진짜 개들을 훈련시켜 그런 장면들을 찍었다곤 하지만, 교감보단 명령으로 느껴진다.
기독교에서는 신에게 의문을 가지면 안 된다. 신과 인간은 대등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관계가 아니라, 신에게 순종하고 신이 하는 행동은 그것이 인간을 위한 큰 그림이라는 것을 믿고 따라야 한다. 그래서 도그맨은 훈련사나 주인이 아니라, 개의 신인 것이다. 이렇게 신의 자유와 사랑을 순종으로 덧씌우는 것이 서양의 기독교서사에 자주 등장한다. 영화 중간중간, 더글라스는 스스로를 예수에 비유하는 행동을 하거나 행동을 하게 된다.
개 철창에서 손에 아버지가 쏜 총을 맞은 채 십자가 모양으로 쓰러진 더글라스는 그 일로 걷지 못하게 되었지만 아버지에게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신에게 버림받은 것인지 구원받은 것인지 혼란스럽다. 그가 세상의 차별로부터 구원받아 드랙퀸으로 구원받는 모습은 앉은뱅이가 일어서는 기적을 연상시킨다. 가난한 더글라스는 자신을 따르는 수많은 무리들을 위해 오병이어의 기적을 도둑질로 일으킨다. 또 조직이 기관총을 들고 쳐들어와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을 때, 그는 굳이 걸어가서 포도주를 마시며 최후의 만찬을 한다. 그저 동네 로빈훗에 불과한 사람이 이런 사건을 거치며, 더 스스로를 대단한 존재로 여기게 변해간다고 느끼는 것은 나의 기우일까?
그는 결국 개들을 이용해서 유치장을 탈출한다. 그러나 그는 멀리 도망가지 않고, 하나의 의식을 치르기 위해 걸어간다. 마치 십자가를 진 예수가 힘겹게 십자가에 못 박히기 위해 골고다 언덕을 오르듯, 바로 옆 성당의 십자가 그림자가 비치는 곳으로 간다. 그리고 그 십자가에 정확하게 자신을 맞추려고 발걸음을 조금씩 조절하며 신에게 외친다. 십자가의 그림자는 더글라스에게 드리운다.
기독교의 4대 복음서 중 하나인 <루가의 복음서>와 외경인 <야고보 복음서>에 따르면,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하는 장면을 '성령이 내려오셔서 너에게 그림자를 덮을 것이다(한국번역: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라고 천사가 말하는 장면이 있다. 한국 성경에는 잘못 번역되었지만, 원문에는 성령이 임한다는 것을 그림자가 드리운 것으로 표현했다. 이 장면은 '그림자 수태'라는 모티브가 되어, 마리아의 수태고지 장면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장면의 그림으로 많이 묘사된다.
더글라스는 세상을 지배하는 폭력의 신에게 대항하는 적그리스도로써 더 완전히 새로 태어나려고 한다. 그가 그림자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하는 것처럼 보이려는 자기 연출은, 그림자로 드리워진 성령의 힘을 받아 더욱더 강한 도그맨이 되려는 의식이다. 단순히 오래 서있다가 쓰러졌다고 해서 더글라스가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더욱 강인하게, 동네 로빈 훗에서 진정한 개의 신 도그맨으로 태어났다. 그러기에 불행이 있는 곳, 자신을 상담해 준 에블린에게 개를 보내지 않았던가. 왜냐하면 바로 자신이 신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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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그맨>은 <크루엘라>나 <조커>, 혹은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같은 빌런 서사 혹은 안티히어로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잔인하고 섬뜩한 장면이나 액션도 없고, 그의 수족이 된 개들은 CG가 아닌 실제 훈련받은 개들이라 살기가 느껴지지 않아 전혀 무섭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귀엽기까지 하다. 개를 죽이는 장면은 나오지 않고, 귀여운 개들은 천하무적이다. 끔찍한 인물인 줄 알았던 더글라스는 사실 불쌍하고 착한 사람이다. 그런 것들이 영화의 좋은 메시지를 조금 흐린다고 생각한다. 과연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라면서. 오히려 마케팅에서 크루엘라나 조커 언급을 하지 않는 게 좋지 않았을까?
그렇더라도 날것으로 드러내는 뤽 베송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감각,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만들어낸 더글라스의 캐릭터는 살아있다. 별것 아닌 것들을 별것으로 만들어내는 힘, 그리고 그 별것은 사실 우리가 만들어 낸 차별과 혐오에서 나왔다고 귀에 대고 소리치는 힘 말이다.
*여담으로, 주인과 그렇게 사랑으로 교감했던 천재견 호야의 주인아저씨는 4년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작년 <단짝>이라는 방송에서 주인아저씨의 아들이 호야를 아직도 키우고 있는 모습, 아저씨의 생전 목소리를 듣고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이 나와 많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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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고는 없어도 고향 같은 곳, 파주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스포일러(?) 보다는 영화 내용을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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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의 매년 겨울 파주에 있었다.
처음 파주에 갔던 기억. 2008년쯤 되었다. 나는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공부하는 친구네 고시원에 끼어서 하룻밤을 잤다. 그 다음날에는 파주라는 곳으로 갔다. 그때는 서울에서 파주까지 가는 버스가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무작정 전철을 타고 어느 역에 내려 하염없이 걸었다.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헤이리까지 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헤이리마을에 도착하자 진눈깨비는 폭설로 바뀌었다. 나는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어느 카페에 앉아 커피를 시키기로 했다. 계산을 하려고 가방을 뒤져봤는데 지갑이 없었다. 그랬다. 내 짐은 서울역 물품보관함에 있었다. 그때는 삼성페이도, 카카오페이도 없고, 폰뱅킹 계좌이체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눈밭을 하염없이 걷다가 마음씨 좋은 노부부가 나를 지하철역까지 태워다주시지 않았더라면 나는 파주에서 얼어죽은 채로 발견되었을 것이다.
그 일로부터 10년이 지나지 않았을 때, 나는 헤이리마을로, 출판도시로 일하러 갔다. 파주는 11월부터 칼바람이 불었다. 파주-시베리아라는 '파베리아'도 모자라, 그냥 북한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했다. 그 사이 무슨무슨 페이들도 생기고 OTP카드 없이 계좌이체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세상은 이렇게나 빨리 변하는데 파주는 그때 그 모습 그대로다. 눈길을 헤매던 나도 이제는 합정역에서 능숙하게 2200번을 타는데 말이다.
파주는 춥고, 저너머에 북한이 보이고, 퇴근시간 자유로는 어김없이 막히고, 책이 아주 많다. 언제나 그렇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몇 안 되는 것, 바로 책으로 이루어진 도시, 파주출판도시.
통계상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많이 안 읽는다. 문맹률은 낮지만 문해력은 떨어지고, 사흘이 왜 3일인지, 금일이 왜 오늘인지 모르는 사람들과 그 단어를 아는 사람들을 배려도 재수도 없다고 공격하기까지 하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 시대에 저 거대한 북센 건물과 지혜의숲과 규모는 작지만 건물이 아기자기 예쁜 출판사들은 여기에서 뭘 하나.
책이라는 무거운 짐을 대신 지어주고 있나.
이사를 많이 다녀본 사람은 알 거다. 이사할 때 가장 골치아픈 건 대형가전과 대형가구가 아닌 책이다. 고작 원룸이사라도 책이 많으면 추가비용을 받는다. 책은 너무 무거워서 한번에 많이 운반할 수도 없다.
몇 번의 이사를 하는 동안 여러 차례 캐리어에 책을 실어 중고서점에 팔았는데, 팔아봐야 천 원밖에 안 쳐준다.
파주에 가면 자본주의에 굴복한 내 지적허영심이 채워지는 것만 같다. 웅장한 서가와 갖은 종류의 책들을 눈으로 훑으며, 언젠가는 이렇게 책을 쌓아두고 살아도 이삿짐센터에게 혼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책을 만드는 일이 돈이 되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 문학을 사랑하고 철학을 탐구하고 지식을 흡수하는 사람이 사라진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아무리 종이책의 종말을 이야기하더라도, 아직까지는 종이책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다.
파주출판도시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책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이 모였고, 그들과 뜻을 합쳐 건축가가 모였다. 국가예산을 따고 땅을 고르고 조합원을 찾고 건물을 올리는 지난한 과정들과, 하나의 가치만을 위한 위대한 계약.
1단계, 2단계를 거치며 오직 선(善)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룩한 도시.
이 과정에서 열화당 이기웅 대표가 고생을 많이 하신 것 같다. 열화당은 미술전문서적을 만드는 출판사인데, 예전부터 내적 친밀감이 있다. 그외에도 한길사 김언호 대표 등 출판단지에서 노동을 했다면 들어봄직한 분들이 출판단지를 만들기 위해서 애를 많이 쓰셨다.
건축가 승효상 선생님(나는 그분의 제자가 아니지만)과 여러 건축가들이 출판단지 건물을 설계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다음에 출판단지에 가면 예사로 봤던 건물들이 달라보일 듯하다.
파주는 꼭 고향 같다. 내 고향은 따뜻한 남쪽나라인데... 가기 싫지만 막상 가면 좋기 때문일까. 파주에서 여유롭게 무언가를 해본 기억이 별로 없다. 내 고향도 나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아서 비슷한 느낌일까. 그곳들은 항상 바람이 매섭게 불었고, 나는 항상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 같았다 . 그러나 고향은 고향이라 그저 가면 좋고 안 가면 생각난다.
우리가 만약 통일을 하게 된다면, 강맑실 대표가 개성까지 자동차로 갔던 것처럼 북한 사람들이 차를 타고 내려와 가장 먼저 만나게 될 풍경이 바로 출판도시이다. 통일이 되면 가장 먼저 활자와 영상을 교류하게 될 거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해금이 되고 나서 북한작가들에 대한 연구가 봇물터지듯 이루어진 것과 비슷할까. 지금 우리는 백석의 시를 얼마나 사랑하는가.
자본주의의 논리로 높게 쌓아올린 건물이 아니라 심학산 능선을 따라 한강을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된, 문화와 문학이, 영화와 예술이 자기의 할 일들을 하고 있는 마을. 나는 그 고요를 좋아했다. 내 고향 바닷가 사람들이 거칠다고 하지만 부두는 언제나 적막했다.
파주에는 철새가 있고, 습지가 있고, 장단콩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빵집이 있고, 맥주집이 있고, 메밀국수집이 있다. '위대한 계약'이 아니었더라면 돈을 벌러 파주에 갈 일이 없었을 것이다. 파주에서 돈을 벌어 맛있는 걸 많이 사 먹었다.
<위대한 계약>은 파주 출판도시의 이야기이다.
어떻게 우리나라처럼 독서인구가 적은 나라에 책의 마을이 생기게 되었는지, 그것을 위하여 무엇을 포기하였는지, 무엇과 싸워야 했는지, 얼마나 치열해야 했는지를 보여준다.
평소 2200번 버스 좀 탔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울 영화이고, 파주출판도시에 가 보지 않았다면 한번쯤 가볼까 싶은 생각이 들 영화이다. 파주 가고 싶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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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 지난 멜로, 음악이 살리네!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은 여자와 고교 시절 패싸움에 휘말려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남자의 사랑 이야기. <사일런트 러브>는 사는 환경과 신분, 처지가 달라도 서로의 빈 곳을 채워주면서 가까워지는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정통 멜로를 복원한다. 이 설정이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고, 또는 과거의 멜로 스타일이기 때문에 새로워 보일 수 있는데, 영화는 아쉽게도 전자에 가깝다.
한 음악 대학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아오이(야마다 료스케)는 옥상 작업 도중, 자살 하려는 여학생을 구한다. 여자의 이름은 미카(하마베 미나미).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고 손도 아파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어야 하는 상황. 고교 시절 목을 다쳐 소리를 낼 수 없는 그는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미카는 폐강당에 있는 피아노로 연주 연습을 하려하고, 아오이는 열쇠가 가져와 강당 문을 열어주고 창밖에서 그녀의 아름다운 연주 소리를 듣는다. 이후 미카는 자신을 도와주는 아오이에게 의지하게 된다. 그런 미카를 마음에 둔 아오이는 그녀가 시력을 되찾을 때까지 자신의 모든 걸 걸고 도와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사일런트 러브>를 끌고 나가는 주제는 ‘사랑의 힘’이다. 아오이와 미카가 가까워질 수 있었던 건 서로의 신체적, 정신적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다. 그 상황에 부닥친 사람만이 그 아픔을 알 수 있듯이, 목소리를 잃은 아오이는 시각을 잃은 미카의 아픔을 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리고 그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다. 시작은 사랑이라기 보단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그녀가 이뤄졌으면하는 바람에 있다.
과거 패싸움에 휘말려 목을 다친 후, 그의 삶은 피폐해졌다. 목소리를 잃은 후, 삶의 목표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대학교에서 투명 인간처럼 청소부로 지내며, 하루를 살아가는 그는 인생의 실패자처럼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했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는 미카를 보게 되었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도와준다. 그 마음은 순수한 사랑으로 번져간다.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손의 활용이다. 감독은 주인공들의 손을 중요하게 잡는데, 아오이와 미카의 커뮤니케이션은 손으로 이뤄진다. 미카의 질문에 맞춰 아오이는 피아노 건반을 치듯 그녀의 손등을 손가락으로 친다.
아오이의 손은 청소부와 과거 살인을 저질렀던 전과범이라는 설정이 입혀져 더럽다는 이미지가 씌워져 있고, 미카의 손은 아름다운 피아노를 연주하는 설정으로 고귀함이 씌워져 있다. 이들은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 손이 중요한 관계를 맺게 하는 중요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미카 앞에서 아오이의 손은 더 이상 더럽고 추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살리고 이끌어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극 중 이들과 삼각관계로 이어지는 기타무라(노무라 슈헤이)의 손도 중요하게 잡는데, 부와 뛰어난 피아노 실력을 모두 가진 그의 손은 도박장에서 더 현란히 움직인다.
이렇듯 영화는 진정한 사랑은 사회적 신분과 편견을 뛰어넘어 사람이 가진 그 마음을 알아보는 순간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사랑 이야기는 고루하게 느껴진다.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 과정은 너무 느리고, 사랑의 감정도 느릿하게 다가온다. 속도감만이 문제는 아니다.
아오이와 미카의 사랑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삼각관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카가 아오이를 피아노 전공자로 오해하고 연주를 들려달라는 말에, 우연히 피아노를 치던 기타무라에게 돈을 주고 대신 피아노를 쳐달라고 하면서 이들의 관계가 얽힌다. 아무리 눈이 보이지 않아도 아오이가 피아노를 치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음에도 중반부 이후까지 이를 모르는 미카가 답답해 보이고, 이를 실토하지 않는 아오이도 고구마 100개 먹은 기분을 들게 한다. 이런 설정이 관객으로 하여금 설득력이 떨어지다 보니 후반부 큰 사건이 벌어진 후 이어지는 스토리가 잘 붙지 않는다.
아마 이 영화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하마베 미나미, 야마다 료스케의 연기일 것이다. 두 청춘스타의 멜로 영화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들의 연기는 피상적으로만 활용한 듯 보인다.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지만 최근 힘든 상황에 놓은 젊은이들의 초상이 이들의 얼굴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들이 연기한 두 주인공의 이야기는 좀처럼 현실에 안착하지 못하고, 과거 스타일에 안착한 느낌이 든다.
그나마 영화의 매력을 살리는 건 음악이다. 대다수의 지브리 애니메이션 음악을 담당한 히사이시 조가 만든 음악은 제목처럼 말보단 침묵이 더 긴 주인공들의 감정을 깊고 넓게 보여준다. 마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섬세한 감정을 피아노 등의 선율로 보여주는 히사이시 조의 대단함은 이 영화에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일본 록 밴드 미세스 그린 애플의 ‘Nachtmusik’이 엔딩곡으로 사용되며 그 감흥을 더 살린다. 영화를 보다 고루함이 느껴진다면 눈을 감고 음악에 심취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한다.사진 제공: 미디어 캐슬
평점: 2.5 / 5.0
한줄평: 철지난 멜로, 음악이 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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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영화 기대작 모음 - 전기영화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어느새 주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신나는 금요일의 기운을 받아 오늘은 개봉 예정인 전기 영화 모음을 가져왔어요 :)
올 여름 개봉을 앞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부터
<스타 이즈 본>을 통해 성공적으로 감독 데뷔를 마친 브래들리 쿠퍼의 <마에스트로>까지.
제작 중에 있는 핫~한 전기영화 여덟 편과 그 주인공들을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펜하이머(2023)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맷 데이먼 등
ⓒ 네이버 영화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자신이 개발한 무기 때문에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사망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렸던 미국의 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영화입니다. 오펜하이머 평전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로버트 오펜하이머>를 원작으로 했다고 하며, 유니버설 픽쳐스에서 단독 배급을 맡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오펜하이머' 역은 킬리언 머피가, 그의 아내 '캐서린' 역은 에밀리 블런트가 맡았으며, 이외에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맷 데이먼, 플로렌스 퓨, 라미 말렉, 데인 드한, 조쉬 하트넷, 마이클 케인 등이 출연해 호화 캐스팅으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게리 올드만이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 역을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팬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죠.
오펜하이머, 킬리언 머피 ⓒ Magnum Photos, Esquire
IMAX 흑백 아날로그로 찍은 최초의 영화이며, 감독이 밝힌 바에 따르면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흑백 장면들은 실제 역사를, 컬러 장면들은 오펜하이머의 관점을 뜻한다고 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화 제작 시 CG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감독으로 유명한데요, 이번 작품 역시 세계 최초의 핵실험이었던 '트리니티 실험' 재현을 CG 없이 성공했다는 사실이 공개하며 다시금 화제가 되었습니다. 국내 개봉은 미국과 마찬가지인 올해 7월 21일로 확정되었으며, 앞서 공개된 포스터 이미지와 예고편을 통해 영화팬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오드리 헵번(제목미정)
감독 |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 루니 마라
ⓒ Park Circus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본즈 앤 올> 등을 연출한 루카 구아다니노가 감독을 맡고 <캐롤>, <그녀>, <나이트메어 앨리>의 루니 마라가 주인공을 맡은 오드리 헵번 전기영화가 제작될 예정입니다. 각본의 경우 <커런트 워>, <더 기버: 기억 전달자>의 마이클 미트닉이 맡는다고 하네요. 오드리 헵번은 영국에서 활동했던 벨기에 출신의 배우로, '세기의 연인', '세기의 미녀'라고 불리울 정도로 전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또 지금까지도 그 미모가 두고두고 회자되는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60년대의 대중문화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배우이기도 하죠.
오드리 헵번, 루니 마라 ⓒ Vogue
오드리 헵번이 오랫동안 칭송받는 이유는 그녀의 작품활동과 세련된 스타일링, 전 세기에 걸쳐 감탄을 자아내는 외모뿐만 아니라 연예게 은퇴 후 몸담았던 자선사업 활동 때문이기도 합니다. 유니세프 대사로서 인권운동에 활발히 참가했고, 제3세계 오지 마을에 가서 직접 아이들을 도와주었습니다. 자선 활동 중 아름답게 미소짓는 오드리 헵번의 진정성 있는 따뜻한 모습은 그녀의 젊을적 모습만큼이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한편, 루니 마라의 캐스팅과 관련해서 오드리 헵번의 아들 숀 헵번 페러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알지 못했지만, 루니 마라의 캐스팅은 기쁘다"라고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현대판 오드리 헵번'이라고 불리우며 오드리 헵번과 꼭 닮은 외모로 유명한 릴리 콜린스가 배역을 맡지 못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팬들도 많았는데요,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력과 스타성을 인정받은 루니 마라 역시 좋은 연기를 보여줄 것으로 보여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짐 존스(제목 미정)
감독 | 미정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Bio.
기독교계 사이비 종교 '인민사원'의 지도자이자 미국 역사 최대의 집단 자살 사건의 주동자 '짐 존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제작될 예정입니다. 1931년 미국에서 태어난 짐 존스는 대학생 시절 사회주의와 기독교에 심취해 있었는데, 처음 목회 활동에 나섰을 당시에는 인종 통합, 사회정의, 평등, 빈민구제 등의 가치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이 따랐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1960년대에 들어서 비뚤어진 사상에 빠지기 시작한 존스는 신도들을 데리고 1974년 남아메리카의 가이아나로 떠나 '존스 타운'이라는 마을 꾸리고 정착, 신도들의 왕과 다름없는 존재로 군림하게 되었고, 1976년 11월 18일, 짐 존스는 미성년자 276명을 포함한 무려 900명이 넘는 신도들을 데리고 수 없이 연습했던 집단자살을 행하였으며, 이 사건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제작될 영화는 해당 사건과 짐 존스의 생애를 다룬 '제프 구인'의 책 '더 로드 존스타운'을 바탕으로 할 예정이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짐 존스' 역할에 캐스팅을 확정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영화 '베놈'의 각본을 쓴 '스콧 로젠버그'가 기획과 각본을 맡아 작업 중에 있으며, 촬영 및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왼쪽부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짐 존스, 조셉 고든 레빗 ⓒ Vanity Fair, People.com, Popsugar
한편, 동일한 소재를 바탕으로 또 한 편의 영화가 제작 중에 있는데요, 바로 영화 <화이트 나이트>입니다. 한국말로 '백야'라고 불리는 현상인 '화이트 나이트 White Night'는 짐 존스가 신도들에게 지속적으로 자살을 연습시켰던 행위를 칭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영화는 이 비극적인 사건의 생존자 중 한 명인 '데보라 레이튼'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했으며, 아역배우 출신으로 <500일의 썸머>, <인셉션> 등을 통해 스타가 된 조셉 고든 래빗이 '짐 존스'를, <렛 미 인>, <마담 싸이코> 등으로 유명한 클로이 모레츠가 신도 '레이튼' 역살을 맡았으며, 연출 및 감독은 노르웨이 출신의 여성 감독 안네 세비스퀴가 맡았다고 합니다.
고잉 일렉트릭
감독 | 제임스 맨골드
출연 | 티모시 샬라메
ⓒ CNN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 화가이며 아름다운 가사로 전 세계 사람들을 매료시켰던 밥 딜런의 전기 영화가 제작됩니다. 밥 딜런은 대중음악사 최정상에 위치한 아티스트로, 포크를 현대 예술로 탈바꿈시킨 역사적인 인물로 평가받는 아티스트인데요, 가사를 통해 참신하고 시적인 표현들을 창조해낸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가수로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밥 딜런을 대표하는 호칭으로는 '시대의 목소리', '포크의 왕', '포크의 신', '음유시인' 등이 있으며, 대표곡으로는 'Blowin' in the wind', 'Like a rolling stone', 'Knocking on heaven's door' 등이 있습니다.
밥 딜런, 티모시 샬라메 ⓒ star tribune, GQ
이런 밥 딜런의 역할을 맡을 배우는 대체 누구일까요? 바로 최근 몇 년 새 할리우스의 대스타로 떠오른 티모시 샬라메에게 그 역할이 떨어졌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고잉 일렉트릭 Going Electric>이며, 영화 <로건>, <포드VS페라리>로 극찬을 받았던 제임스 맨골드가 감독을 맡았습니다. 2020년 초 티모시 샬라메의 캐스팅이 밝혀졌을 때에 많은 팬들이 기뻐했는데요, 아쉽게도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제작이 무기한 연기되었던 전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작년 말, 티모시가 인터뷰를 통해 <고잉 일렉트릭>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해당 작품이 자신에게 큰 선물이라고 밝혀 업계 측은 영화의 크랭크인을 올해 초 정도로 예상한 상태라고 합니다. 티모시 샬라메는 전작 <본즈 앤 올>에서의 연기로 호평을 받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는 오르지 못해 팬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전설적인 가수 밥 딜런으로서의 티모시 샬라메는 어떤 모습일지 큰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프레드 아스테어(제목 미정)
감독 | 폴 킹
출연 | 톰 홀랜드
ⓒ Vladatk.gov.ba
미국의 배우이자 댄서로 유명한 프레드 아스테어의 전기영화가 제작됩니다. 1950년대의 댄디한 미국 패션 아이콘으로 여겨지도 하는 아스테어는 역대 최고의 춤꾼 중 한 명으로 손꼽히며, 함께 콤비를 이루었던 진저 로저스와의 작업은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크나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아스테는 76년 동안이나 활동했으며, 그만큼 굉장히 많은 양의 작품을 남겼는데요, 그의 누나 '아델' 또한 뮤지컬 계에서 유명인사였습니다. 원래는 아델이 굉장한 인기를 누렸고, 아스테어는 그녀를 상대하는 보조역 정도였는데, 아델이 영국 귀족과 결혼하는 동시에 은퇴하자 솔로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당당하게 최정상 배우의 자리에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프레드 아스테어, 톰 홀랜드 ⓒ Posterazzi, USA Today
그러나 1987년 세상을 떠난 아스테어는 유언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의 전기 영화 제작 소식이 고인의 바람을 무시한 처사라는 팬들의 불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테어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가 두 편이나 제작 중인데요, 우선 조금 더 주목을 받고 있는 쪽은 '스파이더 맨' 시리즈로 팬층이 두터운 톰 홀랜드가 주연을 맡은 영화입니다. '패딩턴' 시리즈의 제작자 폴 킹이 연출을 맡고 소니가 제작에 참여하며, 프레드 아스테어와 누나 아델의 관계를 다룰 예정이라고 합니다. <빌리 엘리어트>의 작가인 리 홀이 현재 각색 중에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다른 작품은 <프레드 앤 진저>로 알려진 뮤지컬의 영화화 버전으로, 아마존의 투자를 받아 조나단 엔트위슬이 감독, 제이미 벨과 마가렛 퀄리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톰 홀랜드 버전과 달리 프레드 아스테어와 그의 할리우드 콤비 진저 로저스의 관계가 주요 내용인 작품이기 때문에 시기상 좀 더 나중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프레드 아스테어라는 동일한 인물을 공교롭게도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제이미 벨과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이었던 톰 홀랜드가 각각 맡게 되어 더욱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비 마이 베이비
감독 | 미정
출연 | 젠데이아 콜먼
ⓒ Okayplayer
1960년대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3인조 걸그룹 '로네츠'의 리드 보컬 '로니 스펙터'의 전기 영화가 제작될 예정입니다. 'Be My Baby', 'Baby, I Love You', 'Best Part of Breaking Up' 등의 곡들을 히트시켰고, 그중에서도 'Be My Baby'가 대성공을 거두며 그룹을 당시 가요계의 최정상에 올려 놓았습니다. 해당 곡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비열한 거리>를 비롯해 <더티 댄싱>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 음악으로 줄곧 쓰이며 사랑받기도 했는데요, 최근 가장 핫한 영화배우로 통하는 젠데이아가 로니 스펙터 역을 맡아 연기할 예정입니다.
로니 스펙터, 젠데이아 콜먼 ⓒ Posterazzi, USA Today
A24와 New Regency가 제작에 참여하며, 스펙터 본인이 빈스 월드론과 함께 썼던 자서전 <Be My Baby>를 바탕으로 스펙터의 커리어 초반기, 특히 그룹 로네츠의 탄생과 이후 로네츠가 필 스펙터의 음반사와 계약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이후 로니 스펙터가 필 스펙터의 불행한 결혼생활과 이혼, 음악 권리권을 찾기 위한 싸움 또한 다뤄진다고 합니다. 로니 스펙터는 한때 그녀의 매니저였으며 후에 그녀의 남편이 된 조나단 그린필드와 함께 영화의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다고 전해졌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작년 초 암 투병 끝에 78세의 나이로 별세해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 '듄', HBO 드라마 '유포리아' 등을 통해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젠데이아가 로니 스펙터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되는 바입니다.
마에스트로
감독 | 브래들리 쿠퍼
출연 | 브래들리 쿠퍼, 캐리 멀리건, 맷 보머 등
말년의 번스타인으로 분장한 브래들리 쿠퍼, ⓒ Yahoo Finance
미국의 지휘자이자 작곡가,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떨쳤던 레너드 번스타인의 전기영화 소식입니다. 번스타인은 2021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해 골든 글로브 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차지한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원작 뮤지컬의 작곡을 맡기도 했었는데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마에스트로>에서는 전설적인 음악가였던 그의 생애와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고 합니다.
레너드 번스타인, 브래들리 쿠퍼 ⓒ Getty Images, Wikipedia
영화 <스타 이즈 본>을 통해 감독으로서도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브래들리 쿠퍼가 감독, 각본, 연출, 제작에 주인공 레너드 번스타인 역까지 맡았습니다. 특히 촬영현장의 파파라치 컷을 통해 몰라볼 정도로 완벽한 분장을 한 브래들리 쿠퍼의 모습이 공개되어 화제였는데요, 영화가 공개된다면 오스카 연기상 후보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마틴 스콜세이지와 스티븐 스필버그, 토드 필립스가 제작자 명단에 끼어 있어 또 한번 화제가 되었으며, 번스타인의 아내였던 '펠리시아' 역은 캘리 멀리건이, 애인 관계였던 클라리넷 연주자 역은 맷 보머가 맡아 영화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헐크 호건(제목 미정)
감독 | 토드 필립스
출연 | 크리스 헴스워스
ⓒ WVNS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프로레슬링 업계의 최정점으로 군림했던 전설적인 선수 '헐크 호건'의 전기영화도 제작될 예정입니다. 넷플릭스가 제작하며, 블래들리 쿠퍼 등 여러 제작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토드 필립스가 감독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인공 헐크 호건은 '토르' 역할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하며 완벽한 근육질 몸매의 크리스 헴스워스가 낙점되었습니다.
헐크 호건, 크리스 햄스워스 ⓒ People.com, Refinery
영화는 헐크 호건이 처음 레슬링 스타로 떠오른 젊은 시절을 그릴 예정이며, 실제로 헐크 호건은 예전 인터뷰에서 자신의 전기 영화가 나온다면 토르의 주인공 배우가 적격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어 적절한 캐스팅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물론 헴스워스는 해당 영화 출연에 대해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육체적으로 변모하는 과정에 엄청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요, '토르' 때보다 더 몸을 키워야 하며, 발음 엑센트와 호건의 기본적인 태도, 언행, 레슬링 세계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금까지 개봉 예정에 있는 전기 영화들과 배역을 맡은 배우들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이밖에도 원글에 다 담지 못한 반가운 소식들이 많습니다. 무성영화 시절의 전설적인 배우이자 감독인 '버스터 키튼'의 삶을 다룬 TV 시리즈 주역을 맡은 '라미 말렉',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차기작이며, 밴드 '그레이트풀 데드'의 실질적 리더였던 '제리 가르시아'의 생애를 다룬 영화에 출연하는 '조나 힐', 레게 전설 '밥 말리'의 전기영화에 출연 예정인 '킹슬리 벤 아디르'의 소식까지.
기대되는 작품들이 많은 가운데, 모쪼록 모든 작품들이 큰 이변없이 성공적으로 제작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글을 마무리해보려 합니다.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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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43 별점 및 한 줄 평
10:00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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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부터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가'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진실과 거짓 사이 임상진VS팀알렙, 진정한 승자는?!? [댓글부대] 메인 예고편 전격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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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명탐정 코난: 비색의 탄환> 메인 예고편
위험천만한 아카이 일가, 대집결!
그들이 모두 모일 때, 운명은 뒤바뀐다!전 세계인의 축제 WSG(World Sports Games)의 개최를 앞둔 일본.
이를 기념해 시속 1,000km를 자랑하는 진공 초전도 리니어의 개통이 발표된다.
모두가 이를 주목하는 가운데, WSG의 공식 후원사 대표들이 연쇄 납치를 당하고,
코난은 이 사건이 15년 전 미국 보스턴에서 발생한
WSG 연쇄 납치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혀내는데…
이를 지켜보는 아카이 슈이치와 FBI,
그리고 절대로 만나서는 안 될 위험천만한 가족이 모인다.
시속 1,000km로 질주하는 진공 초전도 리니어,
범인과의 목숨을 건 마지막 결판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