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M2021-03-23 22:44:00
테넷 / TENET
/ 감상평 /
주인공이 왜 그 역할을 맡게 되었는지, 어쩌다 저 일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오페라일에 어쩌다 참여하게 되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영화 초반에 긴 설명없이 휘리릭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조금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그들이 임무에 투입되는 것을 보아야 했고, 이러한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를 감상하다보니 꽤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래도 앞서 말했다시피 2시간 동안 이어진 놀란식 주입식 교육을 통해 인버전에 대하여 어느정도 이해가 된 상태에서 30분정도되는 마지막 임무 씬을 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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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나서 이런 스토리를 생각해 낸 놀란감독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어렵게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가 인버전이라는 어려운 이론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가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줄 아는 시공간 마술사라는 것은 이미 잘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메멘토,인셉션,덩케르크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렇게 까지 어려운 방식으로 시공간을 표현한 적은 없었는데, 이런 방식을 택하면서까지 그가 이러한 시공간왜곡을 보여준 의도가 너무 궁금하다.
역시 또 봐야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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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30분 정도 흐르면 지나갔던 그 전 씬들과 지금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씬들이 겹쳐지기 시작하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놀랍다.
흔한 총격전 혹은 격투씬이라고 여겨진 장면들이 사실은 이미 계획되어진 일들이라는 것,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들을 깨닫게 될 때 이 영화의 진가를 발견하게 된다.
내가 가장 소름돋은 부분은 캣이 요트에서 바다로 다이빙하는 씬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부러워 했던 자유로운 여성이 사실 미래의 본인이었다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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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스토리도 놀라웠지만 사실 난 연출에 놀랐다.
뒤로감기 편집 하나하나 다 어떻게 했나 싶고,
영상을 뒤집으면 어떻게 찍힐지 계산하고,
전에 찍은 씬과 똑같이 찍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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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넷을 다 본 후 서치를 하면서 알게 된 흥미로운 주장이있다.
바로, 닐이 캣의 아들인 맥스일 것 이라는 주장이었다.
그에 대한 근거
1. 맥스의 나이는 10살정도로 되어보이는데 미래의 기술로는 20대 중반정도(닐이 자신이 물리학 석사라고 말한 부분을 통해 유추가능) 되어보이는 닐이 자신의 과거 (10살 맥스시절) 로 충분히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_ 근데 사실 나는 이게 왜 근거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2. 이 영화에서 캣은 계속해서 자신의 아들인 맥스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근데, 정작 맥스는 영화에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다.
영화에서는 쓸데없는 장면이나 대사가 나오는 일이 거의 없다. 특히 놀란의 영화라면 그럴일이 절대 없다. 그런데 영화에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맥스에 대한 언급이 정말 잦다. 캣이라는 캐릭터가 모성애로 가득찬 캐릭터로 보일 정도로.
3. 닐은 캣이 부상당했을 때 그녀를 처음 마주하는데,
닐이 캣을 쳐다보는 눈빛이 애틋하다.
_ 진짜 그렇다. 나는 보면서 뭐 둘이 러브라인 생기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했을정도로
4. 닐의 머리색과 눈동자색은 맥스의 것과 동일하다.
5. 이 영화의 내용은 캣&닐의 모자관계와 닐&주인공의 우정관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내가 간략하게 적어 놓아서 그렇지 그 근거가 진짜 꽤 괜찮았다.
( 궁금한 사람들은 한 번 찾아보시는걸 추천)
만약 진짜 닐이 캣의 아들이라면 닐이 이 임무들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캣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에 대한 개연성이 조금 더 탄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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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ET은 거꾸로 뒤집어도 TENET 이다.
마치 그들이 과거로 돌아가는 회전문처럼.
N을 기준으로 ET로 똑같다.
이 또한 과연 우연일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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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악독하고 잔인한 바이킹족을 모두 몰살시켜 버리는 전사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사용중인 이어폰 : 저지연 무선이어폰 GTW270 hybr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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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어] 끝장(p)리뷰 | *전용예매권 이벤트* | 여섯 가족 중 X맨은 ?! | Here 의미 | 세 개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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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예매권 이벤트 공지
안녕하세요 수란잔입니다^^
2025년 2월 19일(수) 개봉 예정인 영화 [히어](2024)에 대한 전용예매권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저에게 이 작품은 인간이라는 보편성과 미국이라는 특수성이라는 측면에서 흥미로운 영화였는데요. 개인적인 추천작이기도 합니다!!
이벤트 참여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참조 바랄게요~~~
📌참여방법
1. 프리뷰 영상을 끝까지 감상한다!
2. 보고 싶은 이유와 기대평을 '프리뷰 영상'에 댓글로 작성한다!
3. 댓글 주신 분들 중 추첨을 통해 [히어] 전용예매권을 드립니다! (1인 2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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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2025)에 대한 헐거운 프리뷰
Chapter 1 X맨은 누구인가?!
Chapter 2 Here?, 세 개의 공간
00:00 로버트 저메키스
02:55 X맨은 누구?
07:49 Here란?
09:59 세가지 공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히어 #히어프리뷰 #히어영화 #히어리뷰 #히어후기 #히어해석 #HEREMOVIE #HEREREVIEW #톰행크스 #로버트저메키스 #로빈라이트 #RobertZemeckis #TomHanks #히어가이드리뷰 #전용예매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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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퍼펙트 스틸> 30초 예고편
비슷한 일상에 지쳐 있는 국선 변호사 ‘캐시’.
어느 날, 그의 클라이언트인 ‘리아’가 찾아와
경매에 나온 수상한 SUV의 이야기를 해준다.
SUV에는 1,500만 달러 어치 마약이 숨겨져 있다는 것.
이에 ‘캐시’는 아무도 모르는 새에 마약을 챙기는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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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메인 예고편
18세 ‘세진’, 덜컥 임산부가 되어버렸다.
무책임한 어른들에 지쳐 거리를 떠돌던 ‘세진’은
가출 경력 4년 차, 동갑내기 ‘주영’을 만난다.
처음 만났지만 절친이 된 ‘세진’과 ‘주영’,
위기의 순간 나타난 파랑머리 ‘재필’과 ‘신지’까지
왠지 닮은 듯한 네 명이 모여 ‘세진’의 유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우리도 살아야 되잖아요.”
어른들은 모르는 가장 솔직한 10대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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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빈의 방> - ‘긴 시간을 돌아, 가족이란 이름 아래 모인 작은 방’
마빈의 방 (Marvin's Room, 1996)
개봉일 : 1997.10.18 (한국 기준)
감독 : 제리 작스
출연 : 메릴 스트립,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다이안 키튼, 로버트 드 니로
‘긴 시간을 돌아, 가족이란 이름 아래 모인 작은 방’
나에게 남은 희망이 없다고 느껴질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인가?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고민이 될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러한 질문을 받는다면, 우리는 무의식중에 가족 구성원을 이야기하게 된다. 좋든 싫든,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든 불행하든, 어찌 됐든 ‘가족’이란 선택할 수 없는 운명이자 가장 가깝고 진한 관계다.
<마빈의 방>은 불완전했던 가족이 어느 날 전해진 비보에 맞서며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처음 이 영화의 포스터를 봤을 때, 난 당연하게도 포스터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레오의 이름이 마빈일 것이라 예상했고,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과 갈등하는 어머니의 관계를 그린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 추측은 4분의 1쯤만 맞았다. 큰 주제는 아니었지만, 소년과 어머니 사이의 갈등이 일부 그려져 있다는 것을 제외하곤 모두 내 예상 밖이었다. 마빈은 포스터에 등장하지 않는 자매의 아버지 이름이다. 왜 포스터에 있는 소년과 자매가 아닌 할아버지의 이름이 이 영화의 제목이 되었을까? 그 이유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일찍이 독립해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아 키우는 싱글맘 리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일에 매진하느라 고향 플로리다에 있는 가족들을 보살피지 못한다. 큰딸 베시는 장녀라는 책임감 때문인지, 아니면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간 동생의 몫까지 자신이 해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여전히 집을 떠나지 못한 채 몸이 불편한 아버지와 고모를 모시고 있다. 정해진 시간마다 아버지에게 약을 먹이고 연약한 고모를 지키는 것. 내 인생 대신 그 두 사람에게 모든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 그게 베시가 해야 할 일이었다. 서로 성격도 목소리도 말투도 너무나 다른 두 자매는 각자의 자리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자매는 그렇게 20년을 살아왔다. 그 시간 동안 어느덧 자매는 중년의 나이가 됐고 리의 아들 행크는 18살 생일을 앞두고 있다. 자매의 현실은 여전히 이루지 못한 것 투성이었고, 행크는 떠나간 아빠만을 생각하며 점점 더 엄마를 미워하게 된다. 어느 것도 완전하게 자리 잡지 못했지만 시간은 자매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고, 끝내 새로운 비보마저 가져온다.
그다지 친하지 않은 자매, 몸 져 누운 아버지와 불편한 고모, 반항적인 아들. 당장이라도 뿔뿔이 흩어질 듯 진동하고 있던 가족은 베스의 비보를 전달받고 마빈의 방으로 모이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새로운 가족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빈의 방>의 러닝타임은 대략 100분 정도로 다른 영화들에 비해 살짝 짧은 편이다. 영화 자체의 흡입력도 한몫했겠지만, 개인적으론 영화가 조금 빠르게 끝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조금 더 길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끝났기에 이 영화가 더 좋았던 걸까-싶기도 하다. 부드럽게 내 마음을 스치던 소년의 미소가, 서로를 마주 보며 눈물을 글썽이던 자매의 떨리던 눈가가 너무도 기쁘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마빈의 방 시놉시스
미국 플로리다주. 백혈병에 걸려 곧 죽게 된 언니 베시가 20년 동안 헤어져있던 동생 리를 찾는다. 그녀와 같은 골수를 가진 혈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오하이오주의 어느 초라한 미장원에서 헤어드레서의 꿈을 키우며 미용술을 배우고 있는 동생 리는, 마침 아들 행크가 지른 불 때문에 집이 다 타버리고 갈 곳이 없어 수녀원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던 중이다. 20년 만에 만난 두 자매. 아버지 마빈이 쓰러진 후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을 언니에게 맡겨둔 채 자신의 삶을 찾아 멀리 떠나버린 사연이 있었기에, 두 자매의 만남에는 반가움보단 미움과 원망, 그리고 어색함이 흐른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가족이 있으시죠?”
고향집에서 홀로 아버지와 고모를 돌보던 베시에게 백혈병 진단이 내려진다. 닥터 월리는 베시에게 가족이 있냐고 물어보고 베시는 아버지와 고모가 있다고 말한다. 오하이오에 살고 있는 여동생 리와는 연락조차 잘 하지 않는 사이이기에 베시는 월리가 여동생이 있지 않았냐고 다시 묻고 나서야 여동생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누군가 물어봤을 때 바로 답할 정도는 아니지만 또다시 물으면 그때야 이야기하게 되는 사람. 형제라곤 단둘뿐이었지만, 베시와 리는 끈끈한 관계의 자매가 아니었다.
“행크에게 신경 써주세요.”
행크는 자신의 옛날 사진과 그때의 부모님 사진을 카펫에 펼쳐놓고 불을 붙인다. 행크는 여전히 떠나간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그를 잡지 않은 어머니 ‘리’를 원망하고 있다. 매일 일 때문에 바빴던 리는 행크를 챙기지 못했고, 부족한 관심과 일방적인 대화는 행크를 되바라진 길로 이끈다. 행크는 집에 불을 질렀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되고 리는 그런 아들의 말썽에 지쳐간다. 행크가 잠들어 있던 오후, 리는 침대에 묶인 채 누워있는 행크의 가슴 쪽에 초콜릿 몇 알을 올려놓고 자리를 뜬다. 과연 손이 자유롭지 못한 행크가 그 초콜릿을 집어먹을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리는 그런 사소한 부분은 신경 쓰지 못하는 듯 보인다.
베시와 리는 20년 만에 고향집에서 다시 만난다. 리는 집에 도착하기 전 화장실 거울을 바라보며 용모를 점검하고, 언니를 위해 구매한 쿠키 한 통을 챙겨 차에서 내린다. 그녀는 치료 부작용으로 인해 가발을 썼을지도 모르는 언니를 위해 부분 가발을 뒤집어쓰는 배려심을 선보였지만 단 걸 먹지 못하는 언니의 몸 상태까지는 생각하지 못한듯하다. 리는 가족을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그녀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예의 없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과자 하나를 먹기 전에도 예절을 지키게 하고 흘리지 말고 먹으라며 잔소리를 한다. 리는 밖에 나가서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의도로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는데 아이의 입장에선 그게 꽤나 강압적으로 느껴진다. 행크는 일방적인 엄마의 대화법에 질려 금세 자리를 뜬다.
대부분의 대화를 꾸중과 잔소리로 채우던 모자의 거리는 되돌리기 힘들 만큼 벌어진다. 베시는 처음 만나는 조카들이 반가워 지속적으로 말을 걸지만 행크는 쉽게 경계심을 거두지 않는다. “네가 꺼낸 거니?”라고 물으면 “갖다 놓을게요.”, “언제 나왔니?”라고 물으면 “들어갈까요?”라고 답하는 행크의 모습에서 그동안 행크와 리가 나눴던 대화의 뉘앙스가 어땠는지 대략 추측할 수 있었다. 행크는 계속 다정하게 다가오는 베시를 향해 “사람들이 잘해줄 땐 뭔가 바라는 게 있어서예요.”라고 말하며 베시의 골수 이식을 위한 검사를 하지 않겠다고 반항한다.
항상 자기밖에 모르는 엄마의 자매라니. 행크는 당연히 베시를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베시는 항상 행크의 결정을 존중했고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평생을 궁금해했던 아버지의 존재를 말해주지 않던 리와는 다르게 베시는 단편적인 기억이라도 기꺼이 꺼내 행크에게 보여준다. 행크는 베시의 진심을 느끼고 마음속에 쳐놨던 두꺼운 선을 거둬낸다. 지금껏 그 누구도 행크에게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다. 불을 냈으니 정신이 불안정한 것이라는 결론만 냈을 뿐 왜 카펫에서 사진을 태우게 되었는지 그때의 마음이 어땠는지에 대해 묻는 사람은 없었다. 베시는 유일하게 행크의 마음을 들어준 어른이었다. 행크는 계속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지만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행크는 거짓말을 시작하고, 올바르지 못한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누군가가 행크의 말을, 담아뒀던 마음을 들어줬다면 행크가 이렇게 큰 사고를 치는 일은 없었을 텐데..싶어 안타깝기도 했다.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가족들은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지 못하고 더 높이 쌓아간다. 두 자매는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며 가족을 보살폈다”고 말한다. 베시는 리를 대신해 두 어른을 보살폈다고, 리는 힘들었지만 꿋꿋하게 두 아이를 키워냈다고 말한다. 베시와 리는 자신이 어떤 사람을 사랑했는지, 어떤 일상을 보냈는지 공유하지 않는 ‘친하지 않은’ 사이로 지내왔기에 상대가 어떤 고충과 아픔을 겪어왔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리는 언니의 가발을 손질하며 베시는 동생이 손질해 준 가발을 쓰며 서로에 대해 생각하고 눈물을 보인다. 베시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가발 벗은 모습을 리에게 보여준 순간 두 자매는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가깝고 진실되게 바라보게 된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해.”
두 자매와 아이들은 마빈의 방에 모인 날부터 서로에 대해 새롭게 또는 다시 알아가게 된다. 리는 이제 행크에게 “바람이 세니, 행크?”라고 말을 걸며 행크의 의사를 물어보게 되었고, 베시는 짐이라고 생각했던 가족을 사실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음을 다시 느끼게 된다.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생긴 행크는 더 이상 일탈을 하지 않게 되었고 이모 베시의 말대로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한다. 할아버지가 썼던 공구가방을 물려받게 된 행크가 할아버지처럼 행복한 가정과 멋진 인생을 꾸려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할아버지가 낯선 아이들이 살짝 벌어진 틈 사이로 바라보기만 했던 마빈의 방. 이제 그 공간은 낯설거나 무서운 곳이 아닌 가족들이 다 함께 모이는 장소가 된다. 베시는 거울을 들고 햇빛을 반사시키며 방 곳곳에 밝은 빛을 떨어트린다. 그 빛은 리의 눈가에 고모의 어깨에 아이들의 손에 그리고 베시와 마빈의 마음속에 내려앉아 온 가족들을 밝혀주고 있다. 나는 이 가족의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함께했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 빛이 되어 그들의 앞날을 영원히 밝혀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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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 Venom: Let There Be Carnage, 2021
2018년에 개봉한 영화 <베놈>은 '기대보다는 아니었다'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이런 이유에는 당초 예상되었던 "청소년 관람불가"가 아닌 "15세 이용가"로 낮춰 표현 수위에 대한 불만, 이외에도 많은 원인들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북미 수익 2억 달러와 전 세계 수익 8억 달러, 그리고 국내 관객수 388만명은 '오히려, 그들의 선택이 옮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나온 이번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도 전작과 동일한 "15세 이용가"로 발표했고 미리 공개된 북미 박스오피스는 이번 "코로나19"이후 북미 최고의 오프닝 수익 9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는 1위와 함께 460,288명(10.15 기준)으로 '이번에도 그들의 선택이 옮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흥행이 비슷한 것처럼 영화에 들려오는 평가도 전작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국내 역시, 개봉일에만 20만명으로 좋은 시작을 알렸지만 이후 관객수가 떨어지고 있으며 북미에서는 2주차 <007 노 타임 투 다이>에게 밀려 전주 대비 65%를 기록해 큰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렇기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는데요.
'과연,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어땠는지?' - 그럼, 영화의 감상을 "SCREEN X"로 한 번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작에 이어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베놈'과 '에디'는 연쇄 살인범 ‘클리터스 캐서디’의 인터뷰를 위해서, 교도소에 갑니다.
하지만 이내, '캐서디'의 도발에 넘어간 '베놈'이 ‘클리터스'를 공격하고 이내 ‘클리터스'는 '에디'를 물어버립니다.
그렇게, '베놈'의 심비오트가 ‘클리터스'의 몸에 들어가 '카니지'라는 새로운 적을 만들어내며 피할 수 없는 대결을 예고하는데...
뭐, 이리 줄이면 남는 게 있어?
1. 빠르게, 본론부터 말하죠!
먼저, 영화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분량은 90분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전작 <베놈>의 러닝 타임이 107분으로 일반적으로 120분이 훌쩍 넘는 "MCU"을 비롯하여 여타 슈퍼 히어로 영화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짧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런 짧은 분량은 '오히려, <베놈>이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2편에 들어서면서, 눈에 띄게 줄어든 분량은 이들의 자신감으로 보였습니다.
자신이 있으니까, 짧게 한 거지?
사실, '시리즈'는 해당 작품들을 보려는 고정적인 팬층을 말하면서도 새로운 관객들을 유입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동시에 말하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에는 '전작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라지는데요.
이번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만을 본다면, "에디"와 "베놈"의 모습을 '기생인지, 공생인지?'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해당 작품은 이를 전제하에 깔아두고서, 시작하니 짧아진 분량은 관객들이 애타게 기다려온 ‘클리터스 캐서디’ 즉, '카니지'와의 대결에 기다리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보이는 건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2. 뭔가, 숨겨둔 게 있을 거 같은데?
그렇게, 등장한 ‘클리터스 캐서디’, '카니지'의 모습은 일단 비주얼에 있어 합격을 받는데 큰 부족함은 없습니다.
앞서 말한 "15세 이용가"임에도 저를 비롯하여 관객들의 눈을 이끄는데 충분하나 개인적으로는 "청소년 관람불가"였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는 해당 영화들에서도 이를 염두에 두고서 보여주는 액션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카니지'로 각성해 사람들의 머리를 잡아먹는 모습들이 어설프게 마무리되니 자연스러운 하나의 연결 동작으로 보기에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특히, 이를 연기한 "우디 해럴슨"과 "나오미 해리스", 그리고 "톰 하디"를 생각하면 연출적인 도움이 없는 건 더 큰 아쉬움으로 보이고요.
'소니'는 '감독판'을 풀어라!
그러나,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가장 큰 문제는 이야기와 그리고 개연성에 문제가 보입니다.
극 중 "베놈"과 "카니지"의 설정이 "심비오트"로 불과 소리에 민감하다는 말을 하고 이는 "카니지"와 "슈리크"의 갈등적 요소로 쓰일 만큼 중요합니다.
하지만, 축제에서 마이크를 떨어트리는데 소음이 발생해도 끄떡없는 "베놈"의 모습에는 살짝 당황스럽습니다.
그리고 "베놈"이 "카니지"를 보고서, "에디"에게 "빨간 건 위험하고, 우리는 죽었다"라는 말을 꺼내며 위기감을 조성하나 영화에서는 이에 대해서 "왜?"가 빠져있어 바라보는 관객들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3. 이번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란,
이외에도 "카니지"가 편의점 노트북을 통해서, 경찰 정보망을 뚫어버리는 설정은 '전작을 제대로 보고왔나?'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말고도, 마지막에 "슈리크"가 "카니지"에게 "너무한 거 아니야?"라면서 애걸복걸하는 장면이나 다시 뜬 형사의 눈이 다르다는 점으로 90분 말고 다른 영화들처럼 120분으로 여유 있게 풀어냈다면 하는 아쉬움도 생깁니다.
그럼에도,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재밌는 영화입니다.
SCREEN X와 함께, 티키타카를...
이번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장점을 말하자면, 첫 번째 '버디 무비"의 문법을 가져간다는 것입니다.
극과 극의 성향을 보여주는 "에디"와 "베놈"이 주고받는 농담은 뻔하지만, 이들의 관계가 어떤지를 잘 설명하면서도 재밌게 보여줍니다.
시작부터 화장실에서 주고받는 대화에 옆 칸 사람이 바닥을 향해 내려가 확인하는 모습부터 이후 "카니지"와의 대결에 내빼는 모습까지 입꼬리를 올리기에 충분하거든요.
다음으로 두 번째, 기존 포맷에서 관람하는 액션은 "SCREEN X"로 안 보면, 손해일 정도로 잘 나왔습니다.
특히, 각성된 "카니지"의 폭주와 "베놈"과의 성당에서 펼쳐지는 대결은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를 그래도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었습니다.
4. 베놈을 보았는데, 왜 스파이디만 떠오를까?
그래도, 가장 재밌는 장면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쿠키 영상"일겁니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마블"과의 협업이 이뤄지는 순간이고, 이를 직접 목도하니 내심 "토퍼 그레이스"도 나오는 건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이번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쿠키 영상은 앞선 영화의 아쉬움을 날려보낼 만큼 좋았지만 이게 외부적인 요소임을 생각하면 역시, 아쉽습니다.
베놈 없는 베놈 2?
이런 이유에는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마지막 성당 대결만 살펴봐도 알 수 있습니다.
<스파이더맨 3>의 종소리에 떨어지는 심비오트의 모습이 겹칠 만큼 성당의 종소리와 구도는 노골적으로 겹쳐 보였거든요.
여기에, 히로인이 떨어지는 장면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까지 떠오를 만큼 "오마주"가 흘러넘쳤거든요.
여기서, 쿠키 영상마저 남의 작품이니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로서는 다음 3편이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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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하게 일상을 담는 카메라
남자 친구가 생기지 않아 고민이던 박강아름은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를 만들었다. 촬영 중 성만과 인연이 닿아 부부로서의 삶을 약속하기에 이른다. 아름은 프랑스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꾸리고 싶었고 성만은 그녀의 의견을 존중해줬다. 하지만 프랑스에 적응한 아름과 다르게 성만은 낯선 타지에 적응하지 못했다. 말은 통하지 않았고 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은 가사 노동뿐이었다. 결국 주부 우울증이 생긴 성만을 위해 아름은 집에서 운영하는 ‘외길식당’을 제안한다. 외길식당을 찾은 사람들과의 소통은 아름에게 결혼과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고민하게 했고 자신의 삶 속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 다시금 카메라를 든다.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싱글을 졸업한 박강아름 감독이 가족으로서 새 출발을 담고 있다. 설레는 마음과 함께 시작한 새 출발이지만 매번 즐거운 일만 있을 순 없다. 특히 사적 다큐멘터리를 다루는만큼 박 감독의 작품은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자 한다.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감정까지 카메라의 담는 그녀의 모습에서 영화는 솔직함을 넘어선 진실함을 느끼게 된다.
박강아름 감독은 <박강아름 결혼하다>로 30대의 자신을 보였으며, 이후에도 계속해서 변화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담을 예정이다. 자녀 보리와 반려견 슈슈의 이야기인 ‘슈슈와 보리’라는 차기작 또한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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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을 이해하게 될 때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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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슬픔을 몰랐으면 좋겠다. 우울함은 최대한 늦게 배웠으면 좋겠다. 그래서 천천히 어른이 되면 좋겠다. 가난하다는 게 뭔지도 모르고, 슬픔, 우울, 동정심과 연민 따위의 감정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하는지도 모르는, 때로는 악의없이 악하기도 한, 그런 어린이로 실컷 살았으면 좋겠다. 슬픔을 알아차리는 순간 아이는 어른이 되어버리니까.
아주 어렸던 시절, 우리 집이 가난한지 부자인지, 화목한지 불화한지, 세상이 천국인지 지옥인지 아무것도 몰랐다. 놀이공원의 입장료는 비싸다는 것을, 같은 놀이기구를 서너 번씩 타는 나에게 손을 흔드는 부모의 표정이 썩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자 어른들은 이렇게 말했다. 철 들었네.
애프터썬은 햇볕에 탄 피부에 바르는 크림이다. 우리나라는 주로 알로에젤을 바르지만... 하여튼, 영화 <애프터썬>은 열한 살 소피와 소피의 아빠 캘럼의 튀르키예 여행을 녹화한 비디오를 어른이 된 소피와 같이 보는 영화다.
아빠와 딸
소피의 부모는 이혼하고, 소피는 엄마와 함께 스코틀랜드에서 산다. 캘럼은 고향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여 스코틀랜드를 떠났고, 돌아갈 생각이 없다. 소피와 같이 살지는 않지만 아빠로서 소피와 여행을 떠난다. 이들은 캠코더에 여행을 기록한다. 캠코더를 든 소피는 캘럼에게 묻는다. 11살로 돌아가면 뭘 하고 싶냐고. 그러나 캘럼은 대답하지 않는다.
캘럼은 소피와 재미있게 노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시종일관 위태롭다. 투 베드로 예약한 호텔에는 침대가 하나밖에 없고, 소피가 잠들면 혼자 생각에 빠진다. TV 옆에는 캘럼이 챙겨온 명상법과 태극권(taichi) 관련 책이 놓여있다.
이 부녀는 주로 물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거나, 선탠을 하거나. 그때마다 캘럼은 소피의 몸에 애프터선을 꼼꼼하게 발라준다. 이토록 다정한 아빠이지만, 소피는 이제 캘럼이 가난하다는 것을 조금은 안다.
캘럼이 잠을 못이루는 것, 술을 많이 마시는 것, 한때는 같이 장기자랑에 나가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만, 이제는 같이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이 모든 변화를 소피는 조금씩 알아차린다. 그렇다고 해서 소피는 칭얼거리거나 아빠를 힐난하지 않는다. 받아들일 뿐이다. 캘럼도 최대한 소피가 재미있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한다.
어른과 아이
소피는 11살이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진입하는 문 앞에 서 있다. 호텔에는 가족, 친구, 연인끼리 놀러온 사람들이 투숙한다. 소피처럼 아빠와 단둘이 온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캘럼은 때때로 소피에게 '저기 가서 애들이랑 놀라'고 하지만, 소피는 그러고 싶지 않다. 오히려 한번 같이 포켓볼을 쳤던 언니 오빠들에게 눈길이 간다.
여행지에서 캘럼이 조금씩 무너져내릴 때마다 소피는 어른들의 세계에 한 발씩 가까워진다. 소피를 포켓볼 쳤던 남녀에게 맡겨두고, 캘럼은 혼자 카페트 가게에 멍하니 앉아있다. 소피를 아예 낯선 사람들 사이에 남겨놓고 사라진 밤에는 혼자 밤바다에 뛰어든다. 캘럼이 제정신이었다면 소피를 그렇게 버려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사이 소피는 성인남녀의 스킨십을 목도한다. 그들은 친구를 수영장에 밀어넣는 장난을 치면서 그들도 같이 수영장에 들어가는데, 따라 들어간 소피가 본 장면은 모두가 다 물속에서 키스하는 모습이다. 어른들이 술에 취해 죽어라 마시는 모습도 소피는 옆에서 가만히 지켜본다. 그중 한 명의 여자가 소피에게 무제한 음료 팔찌를 선물한다. 아직 술은 마시지 못하지만.
캘럼이 바다에 뛰어든 시각, 소피는 숙소로 가는 길을 잃고 헤맨다. 그때 소피와 오락실에서 몇 번 봤던 남자애가 소피에게 접근한다. 그는 소피를 음습한 수영장으로 데리고 가서는 소피를 좋아한다며 키스를 한다. 결국 프론트 직원의 도움을 받아 숙소로 들어갔을 때 소피는 벌거벗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 캘럼을 발견한다. 소피는 캘럼에게 이불을 덮어준다.
소피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캘럼의 태극권 동작을 싫어했지만 이제는 캘럼을 따라 춤추듯 몸을 움직인다. 영화 전반부에서 늘 캘럼이 소피에게 애프터썬을 발라주지만, 후반부에 같이 머드팩을 할 때는 소피가 캘럼의 등에 진흙을 발라준다. 캘럼의 춤을, 몸짓을, 슬픔을 받아들일 만큼 소피는 성장했다(성장인지 애어른이 된 건지는 모르겠다만).
어른과 어른
영화는 소피가 어른이 된 후에 영상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소피의 꿈속에서 캘럼은 춤을 춘다. 장소는 소피의 기억과 뒤섞여 튀르키예의 호텔이 아니라 정신없는 클럽이다. 튀르키예에서의 마지막 날, 캘럼은 사람들 속에 섞여 춤을 춘다. 소피는 춤을 추지 못한다며 같이 추지 않는다. 꿈속에서도 소피는 캘럼을 바라보고만 있다.
그리고 공항. 캘럼과 소피는 헤어진다. 소피의 꿈속에서 캘럼이 입은 옷이 공항에서 본 모습인 것은 그 모습이 마지막이라는 은유가 아닐까. 곳곳에 캘럼의 죽음이 암시되어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캠코더 속 영상이 끝나고, 소피는 클럽에서 춤을 추는 캘럼을 꽉 안아준다. 이제 소피는 캘럼의 슬픔을 이해하게 되었다. 어른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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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썬>은 강렬한 한방이 있는 영화는 아니다. 엄청난 스케일로 좌중을 압도하지도, 주인공들이 감정을 터뜨리지도 않는다. 캠코더에 저장된 영상들을 감상하듯, 그들의 짧은 휴가를 지켜보게 된다. 소피가 호텔 투숙객들과 함께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던 날, 캘럼은 숙소에 혼자 들어와 울음을 터뜨린다. 그의 우울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그럼에도 캘럼은 딸을 위해 노력한다. 정말 미안해. 내가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캘럼이 사과할 때 소피는 괜찮다고 했지만 괜찮지 않았을 것이다. 떠나버린 캘럼을 원망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엄마와 이혼하고 가족을 떠난, 낯선 사람들 사이에 자기를 두고 사라져버린, 화해도 용서도 못할 만큼 멀리 떠나버린 아버지를.
비디오는 소피의 왜곡된 기억들을 재정립한다. 캠코더 속 영상이 끝나고, 소피는 클럽에서 춤을 추는 캘럼을 꽉 안아준다. 비로소 소피는 캘럼의 슬픔을 이해하게 되었다. 소피는 이제 어른이니까.
애프터썬 Aftersun
개봉: 2023년 2월 1일
상영시간: 101분
감독: 샬롯 웰
출연: 폴 메스칼, 프랭키 코리오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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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무로의 또 다른 시도'라는 말도 이제 식상해
동상이몽
멀지 않은 미래의 대한민국. 현재 인류는 위기 속에 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올라간 해수면. 인류는 우주를 뒤져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 인류가 그곳에 붙인 이름은 ‘쉘터’다. 80여 개의 쉘터를 만든 인류. 시간을 들여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그 쉘터 중 8,12,13가 스스로를 ‘아드리안’이라 칭하며 반란을 일으켰다. 전쟁을 벌이는 인류. 지구에 남은 사람들은 이 아드리안과 인류의 전쟁을 위해 자원을 생산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다시 돌아와 지구. 전설적인 군인 윤정이가 잠에서 깨어났다. 정신을 차려보니 로봇 병사들이 떼거지로 몰려오고 있다. 힘든 싸움을 펼치는 정이. 부수고 뜯었다. 로봇들을 두들겨 패는 정이. 그런데 갑자기 정이가 정지됐다. 다른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알고 보니 정이는 AI였다. 인류는 실존인물이었던 정이를 AI로 개발하고 있었다. 이 인간만 아니었어도 마지막 작전이 성공했어. 투정하는 과학자들. AI인 정이가 괴로워하는 소리를 뒤로 하고 인류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 한 사람만 다르다. 과학자 중 서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은 혼자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인물이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익숙한 연상호 유니버스
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싶으면 맞다. 이 영화는 연상호 감독의 작품 세계의 연장선상같이 보인다. 우선 영화의 근본적인 장르 설정 두 개는 ‘디스토피아’와 ‘그 세계관 아래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행동’이다. 디스토피아적 세팅은 <반도>에서 봤었다. 좀비가 인류의 일상을 파괴시켰다가 영화에서 가장 기본적인 세팅이었던 <반도>. 많은 분들이 감독의 전작 <부산행>에서 봤던 것을 기대했기 때문에 뭔가 나사가 빠진 좀비들에게 실망했던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는 좀비가 들어가는 장르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기 때문에 그냥 소설 보는 셈 치고 봤다. 그런 것 때문인지 그냥 아무 무리 없이 봤던 기억이 있다. 이때 극에서 시각적인 효과를 나름 탄탄하게 잘 묘사했던 기억이 있다. 이 디스토피아적인 묘사는 살짝 다르지만 비슷한 결이었던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과도 이어진다. 사실 <지옥>의 공간적 배경인 곳은 완전 현대적인 대한민국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드라마의 설득력에 있어 가장 중요했을 ‘그것’ 묘사가 좋았다. 처형하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이 덕에 많은 분들이 연상호 감독의 최고작 중 하나로 <지옥>을 뽑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제작하던 경험치는 역시 어디 가지 않는다.
‘세계관 아래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행동’ 역시 많이 봐 온 것의 연장선상이다. 우선 <지옥>에서 이 특성이 가장 두드러졌다. 이 드라마를 생각해 보면 인물들의 이야기가 단순히 소개되는 선에스 끝난다. 극 중 범죄집단인 화살촉이 해체 위기를 겪긴 하지만 짠하고 사라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인류는 왜 ‘그것’이 등장하는지 증명할 수 없다. 이는 곧 영화에서 중요한 것이 이 세게관 아래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서울역>이나 <부산행>에서도 극단적인 세팅 아래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핵심으로 설정되었다는 것이 그 예시로 들 수 있다.
이렇게 연상호 감독은 이런 작품세계의 연장선상을 이 <정이>에도 끌고 왔다. 영화에서 디스토피아를 묘사하는 방식을 보면 이 미장센의 힘을 잘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뭔가 축축하고 처지는 색감을 바탕으로 로봇들을 묘사하는 방식은 이야기에 몰입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게끔 보여준다. 역시 이런 SF 장르는 좀 있어 보여야 한다. 영화에서 주요한 활동반경이 되는 장소는 또 선명하지만 익숙한 맛으로 잘 만들어냈다.
보고 또 보고
영화에서 느껴졌던 가장 첫 번째 단점은 이걸 또 봐?라는 점이다. 글쓴이가 연상호의 영화를 이 것 하나만 봤다면 ‘볼만했다’라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연상호의 작품 세계를 몇 작품 봤다. 이런 입장에서 그의 <정이>가 신선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 <정이> 이거 <부산행>이랑 <반도> 합친 것 아닌가? 이야기 형식은 <지옥>을 빌렸다. 어떤 점에서 공통점을 가질까? 바로 주인공들이 근본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그 아래에서 인물들이 나름대로 살아가는 것을 묘사한다는 점이 그 근거가 될 수 있겠다. 이 과정에서 품고 있는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을 공략한다는 점이 두 작품의 공통점이다. 뭐 같은 말을 하더라도 좀 신선하게 전달하면 색다르게 느꼈을 것 같다. 그런데 너무 기존 작들이랑 비슷하니 영화에서 신선하다고 느껴지지가 않았다.
뭐 이렇게 배경이 인물들과 딱딱 맞아떨어지게 설정이 꼭 되라는 법은 없다. 단순히 전작 <지옥>만 봐도 그런 세팅 아래에서 하고 싶은 것들 다 할 수 있다. 그만큼 이야기를 잘 짜면 기획의도에 대한 설득력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데 영화가 굉장히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은 줄거리를 전개하는 방식이다. 영화의 첫 장면은 윤정이가 로봇들과 싸우는 액션 신이다. 이 액션 신은 정이가 AI라는 것을 알려주는 중요한 신이다. 그런데 이 이후의 장면들이 좀 매가리가 없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영화에서 인물들이 품고 있는 속사정이 극에서 이야기의 키포인트로 묘사된다. 이걸 처음부터 전개했어도 큰 무리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이야기를 전개할 때 에피소드처럼 삽입되는 장면들이 맥이 끊긴다. 이는 어떤 인물의 존재감이 큰 원인이 된다. 안 그래도 본 연상호의 세계관에 균열까지 가는 연출이 들어간 것이다.
초 치는 캐릭터
영화에서 중요한 인물 중 하나는 류경수 배우가 맡은 상현 역이다. 이 상현 역은 초반부부터 계속 나오면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야기의 행동대장격 악역 정도로 극에서 포지션을 잡았다. 이 인물의 작중 행적이 너무 작위적으로 짜였다는 것은 둘째로 둔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너무 외적으로 보이는 것에 신경 썼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이 인물이 (나름 자기 딴에는) 웃긴 대사를 하는 장면이 몇몇 있다, 일부러 불쾌한 골짜기를 유도했는지는 모르겠다. 정말 하나도 안 재미있다. 또 말이 너무 많다. 극에서 서현의 감정선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 사람 때문에 신경 쓰여서 집중이 안 된다. 이 재미없는 유머는 후에 어떤 인물의 특성을 설명하는데 키포인트가 된다. 그런데 이 키포인트가 영화의 내적 논리에서 생략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냥 영화에서 '내가 그렇게 했다' 이 한 마디만 해도 설명이 되기 때문이다. 떡밥 수거로 연출적인 쾌감을 주고 싶었던 걸까?
이 외에도 특별출연 정도로 등장한 한 캐릭터와 성적인 코드가 들어가는 방식은 도식적으로 뽑아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 인물이 좀 중요하게 나올 것 같이 하고 별 영양가가 없었다는 점이나 악랄한 내면을 묘사하기 위해 삽입된 장면은 불쾌한 골짜기만 두드러지고 영화에서 별로 기능하지 못한다. 그러나 상현 외의 캐릭터를 묘사하는 것 중 많은 분들이 그럴 것 같고, 또 글쓴이가 좋지 않게 생각한 것은 역시 ‘이 소재’다. 이 요소가 없으면 넷플릭스한테 투자를 못 받나? 그런 것도 아닌 거 같은데? <부산행>에서 이걸 넣었고 상업영화로서의 고점이 여기 있었으니 유사한 것을 넣고 싶었던 걸까? 그런데 <정이>가 이 요소에 임팩트를 주기엔 인물들과 배경이 큰 관계가 없다는 점이 역효과로 느껴진다. <지옥>은 감정적으로 과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선한 시도라는 말도 이제 식상해
<승리호>라는 작품이 공개되고 난 후의 반응이 생각난다. 아마 씨네 21이었나. 처음 발표되고 나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솔직히 기대했다. 뭐 한국영화에서 SF를 새롭게 시도해서라는, 뭔가 거창한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그런데 뭔가 어색했다. 영화와는 맞지 않아 보였던 외국인 배우들이나 이상한 대사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후반부 신파극은 뭐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 영화를 뭐 좋아하는 분도 있겠지만 글쓴이는 이런 이유로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SF 세계관을 설명하는 비주얼은 잘 뽑았지만 별로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과연 <남매의 집>과 <짐승의 끝>으로 기본적인 연출력을 보여줬던 건 우연일까? 경험치가 있는데도 이런 결과물이 나온 것이 굉장히 아쉬웠다. 초반 평가가 좋게 나온 게 나만 몰카 찍는 줄 알았다.
이 감상은 2023년에도 이어진다. <지옥>의 연상호는 뭔가 달랐다. 다른 영화들에서 보여준 것과는 다르게 광기가 보였다. 오. 내가 아는 연상호의 연출력이 어디 가지 않았다. 이야기 전개도 처음엔 낯설었지만 식상하지 않고 오히려 신선했다. 유아인, 박정민 두 배우의 열연이 이에 힘입어 시너지를 냈다.
그러나 이 <정이>는 그를 상회할 정도의 단점만 느껴진다. 이제는 모녀간의 관계를 강조한 드라마를 좀 많이 본 듯하다. 인간사의 기본(?)과도 같은 모성애. 작년에 모든 것을 죄다 때려 박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있었다. 이것도 엄밀히 따지면 모성애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그런데 어떻게? 의 관점에서 다른 방식을 썼다는 것이 영화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이>는 sf 시각화 방식도 연상호 영화의 연장선상이고, 많이 상투적인 모성애 모티브까지 매크로 같은 작품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아쉽게 느껴진다. 혹자는 이 영화를 두고 '신선한 시도가 좋았다' 혹은 '외국에서 시청자들이 많았다'라는 말을 할 것 같다. 글쓴이는 좀 반대로 생각하고 싶다. 정말 이 시도가 신선할까? 심형래 감독의 <디 워>부터 들렸던 이야기가 보고 또 보고 반복되는 것이 이젠 좀 진부하게 느껴진다. 결정적으로 한국 영화에서 신선하다는 말이 그냥 일반 관객들에게 얼마나 유의미한지 의문점이 든다. 외국영화든 한국영화든 그냥 똑같은 영화기 때문이다. 신선한 시도는 김현주 배우만 한 듯 하다.
하늘의 별이 된 강수연 배우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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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각의 제국 - 강렬한 섹스로 보여주는 제국주의의 허무
포르노와 영화의 경계는 무엇일까. 단순히 정사씬의 수위 문제일까? 아니면 예술성인가? 예술성이라면 어디까지가 예술성인가? 영화 심의를 받을 때 에로 영화랑 예술 영화가 같이 심의를 받는 마당에 이러한 질문은 답하기 힘들것이다. 비록 필자가 영화를 많이 봤다고 자부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받을 도출해냈다고 생각해 짧게 이야기해본다. 포르노와 영화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메세지'가 어떠한가. 포르노는 단순히 보는 이의 성적 흥분을 목표로 두고 있을 뿐이고, 영화는 섹스, 정사를 통해서 전해야만 하는 어떠한 메세지가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필자가 생각하는 차이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리뷰하는 영화, "감각의 제국"도 포르노가 아니라 '영화'라는 예술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 영화를 운 좋게 제작년에 CAV 기획전을 통해 스크린으로, 그것도 무삭제판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이 영화를 봤다는 것을 지인들에게 말하자 대부분의 지인들은 줄거리나 스틸컷을 보고 단순한 포르노로 평했는데, 필자는 이러한 사실에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분명 이 글을 읽는 이 중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것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 영화가 단순 포르노라면 왜 이 영화가 여러 매체에서 걸작 영화로 뽑히고, 죽기 전에 봐야하는 영화 리스트 같은데에 왜 들어가겠는가? 그것을 고른 평론가들이 전부 변태라는 것인가? 이 영화는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있다. 바로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아예 모르고 영화를 본다고 깨닫기 어렵다. 필자도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미리 칼럼을 읽어보고 봤기에 깨달은 사실이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대놓고 제국주의에 대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기치조가 길을 지나가는 곳에 일본군들이 행군하고, 사람들은 일장기를 흔드는 장면이다. 실제로 감독 본인이 관객들이 눈치채게 일부러 넣은 장면이라고 언질했다.
여기에서 은유를 한번 해보려한다. 감각의 제국이라는 제목에서 감각은 성적인 의미이다. 제국은 일본 제국을 뜻한다. 이 영화에서 성욕은 부정적으로 다뤄진다. 즉, 여기에서 성욕은 삐뚤어진 욕망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다가 그렇게 갈망하는 기치조의 남근은 일본의 삐뚤어진 욕망이다. 그 당시 일본은 어긋난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서양의 강대국처럼 거대해지고 싶다는 욕망. 그 욕망은 과거 대한민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에게 향했다. 바로 식민지배라는 모습으로 말이다. 사다가 그렇게 남근을 갈망하는 모습은 마치 강대국이 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일본 제국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사실 나라가 강해지고 싶은 욕망은 성욕이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것 처럼 악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나라를 식민지배한다는 어긋난 욕망이라는 것이 문제되는 것이다. 마치 영화에서 처음에는 그냥 섹스를 하지만, 나중에는 브레스 컨트롤(강제적으로 저산소증을 유발하여 거기서 오는 쾌감을 즐기는 BDSM 플레이)를 하면서까지 섹스를 하는 것 처럼, 그 욕망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최후에는 성기를 자르고, 그것을 손에 쥔다. 이러한 모습은 결국은 파멸에 이르는 제국주의의 허무를 보여주는 아름답고도 숭고한 미장센처럼 보인다. 결국 일본 제국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였듯이 말이다.
이 영화는 사실 지금 기준으로도 매우 높은 고수위의 영화라 아무한테나 추천하기는 힘들다. 영화가 나올 당시 뿐만 아니라 지금도 많은 논란을 일으킬 영화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에서도 걸작으로 불릴만한, 한번은 봐보기를 권하는 영화이다.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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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악독하고 잔인한 바이킹족을 모두 몰살시켜 버리는 전사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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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어] 끝장(p)리뷰 | *전용예매권 이벤트* | 여섯 가족 중 X맨은 ?! | Here 의미 | 세 개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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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란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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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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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2025)에 대한 헐거운 프리뷰
Chapter 1 X맨은 누구인가?!
Chapter 2 Here?, 세 개의 공간
00:00 로버트 저메키스
02:55 X맨은 누구?
07:49 Here란?
09:59 세가지 공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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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퍼펙트 스틸> 30초 예고편
비슷한 일상에 지쳐 있는 국선 변호사 ‘캐시’.
어느 날, 그의 클라이언트인 ‘리아’가 찾아와
경매에 나온 수상한 SUV의 이야기를 해준다.
SUV에는 1,500만 달러 어치 마약이 숨겨져 있다는 것.
이에 ‘캐시’는 아무도 모르는 새에 마약을 챙기는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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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메인 예고편
18세 ‘세진’, 덜컥 임산부가 되어버렸다.
무책임한 어른들에 지쳐 거리를 떠돌던 ‘세진’은
가출 경력 4년 차, 동갑내기 ‘주영’을 만난다.
처음 만났지만 절친이 된 ‘세진’과 ‘주영’,
위기의 순간 나타난 파랑머리 ‘재필’과 ‘신지’까지
왠지 닮은 듯한 네 명이 모여 ‘세진’의 유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우리도 살아야 되잖아요.”
어른들은 모르는 가장 솔직한 10대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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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빈의 방> - ‘긴 시간을 돌아, 가족이란 이름 아래 모인 작은 방’
마빈의 방 (Marvin's Room, 1996)
개봉일 : 1997.10.18 (한국 기준)
감독 : 제리 작스
출연 : 메릴 스트립,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다이안 키튼, 로버트 드 니로
‘긴 시간을 돌아, 가족이란 이름 아래 모인 작은 방’
나에게 남은 희망이 없다고 느껴질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인가?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고민이 될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러한 질문을 받는다면, 우리는 무의식중에 가족 구성원을 이야기하게 된다. 좋든 싫든,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든 불행하든, 어찌 됐든 ‘가족’이란 선택할 수 없는 운명이자 가장 가깝고 진한 관계다.
<마빈의 방>은 불완전했던 가족이 어느 날 전해진 비보에 맞서며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처음 이 영화의 포스터를 봤을 때, 난 당연하게도 포스터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레오의 이름이 마빈일 것이라 예상했고,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과 갈등하는 어머니의 관계를 그린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 추측은 4분의 1쯤만 맞았다. 큰 주제는 아니었지만, 소년과 어머니 사이의 갈등이 일부 그려져 있다는 것을 제외하곤 모두 내 예상 밖이었다. 마빈은 포스터에 등장하지 않는 자매의 아버지 이름이다. 왜 포스터에 있는 소년과 자매가 아닌 할아버지의 이름이 이 영화의 제목이 되었을까? 그 이유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일찍이 독립해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아 키우는 싱글맘 리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일에 매진하느라 고향 플로리다에 있는 가족들을 보살피지 못한다. 큰딸 베시는 장녀라는 책임감 때문인지, 아니면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간 동생의 몫까지 자신이 해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여전히 집을 떠나지 못한 채 몸이 불편한 아버지와 고모를 모시고 있다. 정해진 시간마다 아버지에게 약을 먹이고 연약한 고모를 지키는 것. 내 인생 대신 그 두 사람에게 모든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 그게 베시가 해야 할 일이었다. 서로 성격도 목소리도 말투도 너무나 다른 두 자매는 각자의 자리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자매는 그렇게 20년을 살아왔다. 그 시간 동안 어느덧 자매는 중년의 나이가 됐고 리의 아들 행크는 18살 생일을 앞두고 있다. 자매의 현실은 여전히 이루지 못한 것 투성이었고, 행크는 떠나간 아빠만을 생각하며 점점 더 엄마를 미워하게 된다. 어느 것도 완전하게 자리 잡지 못했지만 시간은 자매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고, 끝내 새로운 비보마저 가져온다.
그다지 친하지 않은 자매, 몸 져 누운 아버지와 불편한 고모, 반항적인 아들. 당장이라도 뿔뿔이 흩어질 듯 진동하고 있던 가족은 베스의 비보를 전달받고 마빈의 방으로 모이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새로운 가족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빈의 방>의 러닝타임은 대략 100분 정도로 다른 영화들에 비해 살짝 짧은 편이다. 영화 자체의 흡입력도 한몫했겠지만, 개인적으론 영화가 조금 빠르게 끝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조금 더 길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끝났기에 이 영화가 더 좋았던 걸까-싶기도 하다. 부드럽게 내 마음을 스치던 소년의 미소가, 서로를 마주 보며 눈물을 글썽이던 자매의 떨리던 눈가가 너무도 기쁘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마빈의 방 시놉시스
미국 플로리다주. 백혈병에 걸려 곧 죽게 된 언니 베시가 20년 동안 헤어져있던 동생 리를 찾는다. 그녀와 같은 골수를 가진 혈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오하이오주의 어느 초라한 미장원에서 헤어드레서의 꿈을 키우며 미용술을 배우고 있는 동생 리는, 마침 아들 행크가 지른 불 때문에 집이 다 타버리고 갈 곳이 없어 수녀원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던 중이다. 20년 만에 만난 두 자매. 아버지 마빈이 쓰러진 후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을 언니에게 맡겨둔 채 자신의 삶을 찾아 멀리 떠나버린 사연이 있었기에, 두 자매의 만남에는 반가움보단 미움과 원망, 그리고 어색함이 흐른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가족이 있으시죠?”
고향집에서 홀로 아버지와 고모를 돌보던 베시에게 백혈병 진단이 내려진다. 닥터 월리는 베시에게 가족이 있냐고 물어보고 베시는 아버지와 고모가 있다고 말한다. 오하이오에 살고 있는 여동생 리와는 연락조차 잘 하지 않는 사이이기에 베시는 월리가 여동생이 있지 않았냐고 다시 묻고 나서야 여동생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누군가 물어봤을 때 바로 답할 정도는 아니지만 또다시 물으면 그때야 이야기하게 되는 사람. 형제라곤 단둘뿐이었지만, 베시와 리는 끈끈한 관계의 자매가 아니었다.
“행크에게 신경 써주세요.”
행크는 자신의 옛날 사진과 그때의 부모님 사진을 카펫에 펼쳐놓고 불을 붙인다. 행크는 여전히 떠나간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그를 잡지 않은 어머니 ‘리’를 원망하고 있다. 매일 일 때문에 바빴던 리는 행크를 챙기지 못했고, 부족한 관심과 일방적인 대화는 행크를 되바라진 길로 이끈다. 행크는 집에 불을 질렀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되고 리는 그런 아들의 말썽에 지쳐간다. 행크가 잠들어 있던 오후, 리는 침대에 묶인 채 누워있는 행크의 가슴 쪽에 초콜릿 몇 알을 올려놓고 자리를 뜬다. 과연 손이 자유롭지 못한 행크가 그 초콜릿을 집어먹을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리는 그런 사소한 부분은 신경 쓰지 못하는 듯 보인다.
베시와 리는 20년 만에 고향집에서 다시 만난다. 리는 집에 도착하기 전 화장실 거울을 바라보며 용모를 점검하고, 언니를 위해 구매한 쿠키 한 통을 챙겨 차에서 내린다. 그녀는 치료 부작용으로 인해 가발을 썼을지도 모르는 언니를 위해 부분 가발을 뒤집어쓰는 배려심을 선보였지만 단 걸 먹지 못하는 언니의 몸 상태까지는 생각하지 못한듯하다. 리는 가족을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그녀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예의 없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과자 하나를 먹기 전에도 예절을 지키게 하고 흘리지 말고 먹으라며 잔소리를 한다. 리는 밖에 나가서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의도로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는데 아이의 입장에선 그게 꽤나 강압적으로 느껴진다. 행크는 일방적인 엄마의 대화법에 질려 금세 자리를 뜬다.
대부분의 대화를 꾸중과 잔소리로 채우던 모자의 거리는 되돌리기 힘들 만큼 벌어진다. 베시는 처음 만나는 조카들이 반가워 지속적으로 말을 걸지만 행크는 쉽게 경계심을 거두지 않는다. “네가 꺼낸 거니?”라고 물으면 “갖다 놓을게요.”, “언제 나왔니?”라고 물으면 “들어갈까요?”라고 답하는 행크의 모습에서 그동안 행크와 리가 나눴던 대화의 뉘앙스가 어땠는지 대략 추측할 수 있었다. 행크는 계속 다정하게 다가오는 베시를 향해 “사람들이 잘해줄 땐 뭔가 바라는 게 있어서예요.”라고 말하며 베시의 골수 이식을 위한 검사를 하지 않겠다고 반항한다.
항상 자기밖에 모르는 엄마의 자매라니. 행크는 당연히 베시를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베시는 항상 행크의 결정을 존중했고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평생을 궁금해했던 아버지의 존재를 말해주지 않던 리와는 다르게 베시는 단편적인 기억이라도 기꺼이 꺼내 행크에게 보여준다. 행크는 베시의 진심을 느끼고 마음속에 쳐놨던 두꺼운 선을 거둬낸다. 지금껏 그 누구도 행크에게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다. 불을 냈으니 정신이 불안정한 것이라는 결론만 냈을 뿐 왜 카펫에서 사진을 태우게 되었는지 그때의 마음이 어땠는지에 대해 묻는 사람은 없었다. 베시는 유일하게 행크의 마음을 들어준 어른이었다. 행크는 계속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지만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행크는 거짓말을 시작하고, 올바르지 못한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누군가가 행크의 말을, 담아뒀던 마음을 들어줬다면 행크가 이렇게 큰 사고를 치는 일은 없었을 텐데..싶어 안타깝기도 했다.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가족들은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지 못하고 더 높이 쌓아간다. 두 자매는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며 가족을 보살폈다”고 말한다. 베시는 리를 대신해 두 어른을 보살폈다고, 리는 힘들었지만 꿋꿋하게 두 아이를 키워냈다고 말한다. 베시와 리는 자신이 어떤 사람을 사랑했는지, 어떤 일상을 보냈는지 공유하지 않는 ‘친하지 않은’ 사이로 지내왔기에 상대가 어떤 고충과 아픔을 겪어왔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리는 언니의 가발을 손질하며 베시는 동생이 손질해 준 가발을 쓰며 서로에 대해 생각하고 눈물을 보인다. 베시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가발 벗은 모습을 리에게 보여준 순간 두 자매는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가깝고 진실되게 바라보게 된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해.”
두 자매와 아이들은 마빈의 방에 모인 날부터 서로에 대해 새롭게 또는 다시 알아가게 된다. 리는 이제 행크에게 “바람이 세니, 행크?”라고 말을 걸며 행크의 의사를 물어보게 되었고, 베시는 짐이라고 생각했던 가족을 사실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음을 다시 느끼게 된다.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생긴 행크는 더 이상 일탈을 하지 않게 되었고 이모 베시의 말대로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한다. 할아버지가 썼던 공구가방을 물려받게 된 행크가 할아버지처럼 행복한 가정과 멋진 인생을 꾸려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할아버지가 낯선 아이들이 살짝 벌어진 틈 사이로 바라보기만 했던 마빈의 방. 이제 그 공간은 낯설거나 무서운 곳이 아닌 가족들이 다 함께 모이는 장소가 된다. 베시는 거울을 들고 햇빛을 반사시키며 방 곳곳에 밝은 빛을 떨어트린다. 그 빛은 리의 눈가에 고모의 어깨에 아이들의 손에 그리고 베시와 마빈의 마음속에 내려앉아 온 가족들을 밝혀주고 있다. 나는 이 가족의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함께했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 빛이 되어 그들의 앞날을 영원히 밝혀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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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 Venom: Let There Be Carnage, 2021
2018년에 개봉한 영화 <베놈>은 '기대보다는 아니었다'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이런 이유에는 당초 예상되었던 "청소년 관람불가"가 아닌 "15세 이용가"로 낮춰 표현 수위에 대한 불만, 이외에도 많은 원인들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북미 수익 2억 달러와 전 세계 수익 8억 달러, 그리고 국내 관객수 388만명은 '오히려, 그들의 선택이 옮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나온 이번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도 전작과 동일한 "15세 이용가"로 발표했고 미리 공개된 북미 박스오피스는 이번 "코로나19"이후 북미 최고의 오프닝 수익 9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는 1위와 함께 460,288명(10.15 기준)으로 '이번에도 그들의 선택이 옮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흥행이 비슷한 것처럼 영화에 들려오는 평가도 전작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국내 역시, 개봉일에만 20만명으로 좋은 시작을 알렸지만 이후 관객수가 떨어지고 있으며 북미에서는 2주차 <007 노 타임 투 다이>에게 밀려 전주 대비 65%를 기록해 큰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렇기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는데요.
'과연,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어땠는지?' - 그럼, 영화의 감상을 "SCREEN X"로 한 번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작에 이어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베놈'과 '에디'는 연쇄 살인범 ‘클리터스 캐서디’의 인터뷰를 위해서, 교도소에 갑니다.
하지만 이내, '캐서디'의 도발에 넘어간 '베놈'이 ‘클리터스'를 공격하고 이내 ‘클리터스'는 '에디'를 물어버립니다.
그렇게, '베놈'의 심비오트가 ‘클리터스'의 몸에 들어가 '카니지'라는 새로운 적을 만들어내며 피할 수 없는 대결을 예고하는데...
뭐, 이리 줄이면 남는 게 있어?
1. 빠르게, 본론부터 말하죠!
먼저, 영화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분량은 90분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전작 <베놈>의 러닝 타임이 107분으로 일반적으로 120분이 훌쩍 넘는 "MCU"을 비롯하여 여타 슈퍼 히어로 영화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짧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런 짧은 분량은 '오히려, <베놈>이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2편에 들어서면서, 눈에 띄게 줄어든 분량은 이들의 자신감으로 보였습니다.
자신이 있으니까, 짧게 한 거지?
사실, '시리즈'는 해당 작품들을 보려는 고정적인 팬층을 말하면서도 새로운 관객들을 유입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동시에 말하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에는 '전작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라지는데요.
이번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만을 본다면, "에디"와 "베놈"의 모습을 '기생인지, 공생인지?'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해당 작품은 이를 전제하에 깔아두고서, 시작하니 짧아진 분량은 관객들이 애타게 기다려온 ‘클리터스 캐서디’ 즉, '카니지'와의 대결에 기다리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보이는 건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2. 뭔가, 숨겨둔 게 있을 거 같은데?
그렇게, 등장한 ‘클리터스 캐서디’, '카니지'의 모습은 일단 비주얼에 있어 합격을 받는데 큰 부족함은 없습니다.
앞서 말한 "15세 이용가"임에도 저를 비롯하여 관객들의 눈을 이끄는데 충분하나 개인적으로는 "청소년 관람불가"였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는 해당 영화들에서도 이를 염두에 두고서 보여주는 액션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카니지'로 각성해 사람들의 머리를 잡아먹는 모습들이 어설프게 마무리되니 자연스러운 하나의 연결 동작으로 보기에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특히, 이를 연기한 "우디 해럴슨"과 "나오미 해리스", 그리고 "톰 하디"를 생각하면 연출적인 도움이 없는 건 더 큰 아쉬움으로 보이고요.
'소니'는 '감독판'을 풀어라!
그러나,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가장 큰 문제는 이야기와 그리고 개연성에 문제가 보입니다.
극 중 "베놈"과 "카니지"의 설정이 "심비오트"로 불과 소리에 민감하다는 말을 하고 이는 "카니지"와 "슈리크"의 갈등적 요소로 쓰일 만큼 중요합니다.
하지만, 축제에서 마이크를 떨어트리는데 소음이 발생해도 끄떡없는 "베놈"의 모습에는 살짝 당황스럽습니다.
그리고 "베놈"이 "카니지"를 보고서, "에디"에게 "빨간 건 위험하고, 우리는 죽었다"라는 말을 꺼내며 위기감을 조성하나 영화에서는 이에 대해서 "왜?"가 빠져있어 바라보는 관객들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3. 이번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란,
이외에도 "카니지"가 편의점 노트북을 통해서, 경찰 정보망을 뚫어버리는 설정은 '전작을 제대로 보고왔나?'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말고도, 마지막에 "슈리크"가 "카니지"에게 "너무한 거 아니야?"라면서 애걸복걸하는 장면이나 다시 뜬 형사의 눈이 다르다는 점으로 90분 말고 다른 영화들처럼 120분으로 여유 있게 풀어냈다면 하는 아쉬움도 생깁니다.
그럼에도,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재밌는 영화입니다.
SCREEN X와 함께, 티키타카를...
이번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장점을 말하자면, 첫 번째 '버디 무비"의 문법을 가져간다는 것입니다.
극과 극의 성향을 보여주는 "에디"와 "베놈"이 주고받는 농담은 뻔하지만, 이들의 관계가 어떤지를 잘 설명하면서도 재밌게 보여줍니다.
시작부터 화장실에서 주고받는 대화에 옆 칸 사람이 바닥을 향해 내려가 확인하는 모습부터 이후 "카니지"와의 대결에 내빼는 모습까지 입꼬리를 올리기에 충분하거든요.
다음으로 두 번째, 기존 포맷에서 관람하는 액션은 "SCREEN X"로 안 보면, 손해일 정도로 잘 나왔습니다.
특히, 각성된 "카니지"의 폭주와 "베놈"과의 성당에서 펼쳐지는 대결은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를 그래도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었습니다.
4. 베놈을 보았는데, 왜 스파이디만 떠오를까?
그래도, 가장 재밌는 장면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쿠키 영상"일겁니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마블"과의 협업이 이뤄지는 순간이고, 이를 직접 목도하니 내심 "토퍼 그레이스"도 나오는 건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이번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쿠키 영상은 앞선 영화의 아쉬움을 날려보낼 만큼 좋았지만 이게 외부적인 요소임을 생각하면 역시, 아쉽습니다.
베놈 없는 베놈 2?
이런 이유에는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마지막 성당 대결만 살펴봐도 알 수 있습니다.
<스파이더맨 3>의 종소리에 떨어지는 심비오트의 모습이 겹칠 만큼 성당의 종소리와 구도는 노골적으로 겹쳐 보였거든요.
여기에, 히로인이 떨어지는 장면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까지 떠오를 만큼 "오마주"가 흘러넘쳤거든요.
여기서, 쿠키 영상마저 남의 작품이니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로서는 다음 3편이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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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하게 일상을 담는 카메라
남자 친구가 생기지 않아 고민이던 박강아름은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를 만들었다. 촬영 중 성만과 인연이 닿아 부부로서의 삶을 약속하기에 이른다. 아름은 프랑스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꾸리고 싶었고 성만은 그녀의 의견을 존중해줬다. 하지만 프랑스에 적응한 아름과 다르게 성만은 낯선 타지에 적응하지 못했다. 말은 통하지 않았고 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은 가사 노동뿐이었다. 결국 주부 우울증이 생긴 성만을 위해 아름은 집에서 운영하는 ‘외길식당’을 제안한다. 외길식당을 찾은 사람들과의 소통은 아름에게 결혼과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고민하게 했고 자신의 삶 속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 다시금 카메라를 든다.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싱글을 졸업한 박강아름 감독이 가족으로서 새 출발을 담고 있다. 설레는 마음과 함께 시작한 새 출발이지만 매번 즐거운 일만 있을 순 없다. 특히 사적 다큐멘터리를 다루는만큼 박 감독의 작품은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자 한다.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감정까지 카메라의 담는 그녀의 모습에서 영화는 솔직함을 넘어선 진실함을 느끼게 된다.
박강아름 감독은 <박강아름 결혼하다>로 30대의 자신을 보였으며, 이후에도 계속해서 변화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담을 예정이다. 자녀 보리와 반려견 슈슈의 이야기인 ‘슈슈와 보리’라는 차기작 또한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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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을 이해하게 될 때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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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슬픔을 몰랐으면 좋겠다. 우울함은 최대한 늦게 배웠으면 좋겠다. 그래서 천천히 어른이 되면 좋겠다. 가난하다는 게 뭔지도 모르고, 슬픔, 우울, 동정심과 연민 따위의 감정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하는지도 모르는, 때로는 악의없이 악하기도 한, 그런 어린이로 실컷 살았으면 좋겠다. 슬픔을 알아차리는 순간 아이는 어른이 되어버리니까.
아주 어렸던 시절, 우리 집이 가난한지 부자인지, 화목한지 불화한지, 세상이 천국인지 지옥인지 아무것도 몰랐다. 놀이공원의 입장료는 비싸다는 것을, 같은 놀이기구를 서너 번씩 타는 나에게 손을 흔드는 부모의 표정이 썩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자 어른들은 이렇게 말했다. 철 들었네.
애프터썬은 햇볕에 탄 피부에 바르는 크림이다. 우리나라는 주로 알로에젤을 바르지만... 하여튼, 영화 <애프터썬>은 열한 살 소피와 소피의 아빠 캘럼의 튀르키예 여행을 녹화한 비디오를 어른이 된 소피와 같이 보는 영화다.
아빠와 딸
소피의 부모는 이혼하고, 소피는 엄마와 함께 스코틀랜드에서 산다. 캘럼은 고향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여 스코틀랜드를 떠났고, 돌아갈 생각이 없다. 소피와 같이 살지는 않지만 아빠로서 소피와 여행을 떠난다. 이들은 캠코더에 여행을 기록한다. 캠코더를 든 소피는 캘럼에게 묻는다. 11살로 돌아가면 뭘 하고 싶냐고. 그러나 캘럼은 대답하지 않는다.
캘럼은 소피와 재미있게 노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시종일관 위태롭다. 투 베드로 예약한 호텔에는 침대가 하나밖에 없고, 소피가 잠들면 혼자 생각에 빠진다. TV 옆에는 캘럼이 챙겨온 명상법과 태극권(taichi) 관련 책이 놓여있다.
이 부녀는 주로 물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거나, 선탠을 하거나. 그때마다 캘럼은 소피의 몸에 애프터선을 꼼꼼하게 발라준다. 이토록 다정한 아빠이지만, 소피는 이제 캘럼이 가난하다는 것을 조금은 안다.
캘럼이 잠을 못이루는 것, 술을 많이 마시는 것, 한때는 같이 장기자랑에 나가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만, 이제는 같이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이 모든 변화를 소피는 조금씩 알아차린다. 그렇다고 해서 소피는 칭얼거리거나 아빠를 힐난하지 않는다. 받아들일 뿐이다. 캘럼도 최대한 소피가 재미있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한다.
어른과 아이
소피는 11살이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진입하는 문 앞에 서 있다. 호텔에는 가족, 친구, 연인끼리 놀러온 사람들이 투숙한다. 소피처럼 아빠와 단둘이 온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캘럼은 때때로 소피에게 '저기 가서 애들이랑 놀라'고 하지만, 소피는 그러고 싶지 않다. 오히려 한번 같이 포켓볼을 쳤던 언니 오빠들에게 눈길이 간다.
여행지에서 캘럼이 조금씩 무너져내릴 때마다 소피는 어른들의 세계에 한 발씩 가까워진다. 소피를 포켓볼 쳤던 남녀에게 맡겨두고, 캘럼은 혼자 카페트 가게에 멍하니 앉아있다. 소피를 아예 낯선 사람들 사이에 남겨놓고 사라진 밤에는 혼자 밤바다에 뛰어든다. 캘럼이 제정신이었다면 소피를 그렇게 버려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사이 소피는 성인남녀의 스킨십을 목도한다. 그들은 친구를 수영장에 밀어넣는 장난을 치면서 그들도 같이 수영장에 들어가는데, 따라 들어간 소피가 본 장면은 모두가 다 물속에서 키스하는 모습이다. 어른들이 술에 취해 죽어라 마시는 모습도 소피는 옆에서 가만히 지켜본다. 그중 한 명의 여자가 소피에게 무제한 음료 팔찌를 선물한다. 아직 술은 마시지 못하지만.
캘럼이 바다에 뛰어든 시각, 소피는 숙소로 가는 길을 잃고 헤맨다. 그때 소피와 오락실에서 몇 번 봤던 남자애가 소피에게 접근한다. 그는 소피를 음습한 수영장으로 데리고 가서는 소피를 좋아한다며 키스를 한다. 결국 프론트 직원의 도움을 받아 숙소로 들어갔을 때 소피는 벌거벗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 캘럼을 발견한다. 소피는 캘럼에게 이불을 덮어준다.
소피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캘럼의 태극권 동작을 싫어했지만 이제는 캘럼을 따라 춤추듯 몸을 움직인다. 영화 전반부에서 늘 캘럼이 소피에게 애프터썬을 발라주지만, 후반부에 같이 머드팩을 할 때는 소피가 캘럼의 등에 진흙을 발라준다. 캘럼의 춤을, 몸짓을, 슬픔을 받아들일 만큼 소피는 성장했다(성장인지 애어른이 된 건지는 모르겠다만).
어른과 어른
영화는 소피가 어른이 된 후에 영상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소피의 꿈속에서 캘럼은 춤을 춘다. 장소는 소피의 기억과 뒤섞여 튀르키예의 호텔이 아니라 정신없는 클럽이다. 튀르키예에서의 마지막 날, 캘럼은 사람들 속에 섞여 춤을 춘다. 소피는 춤을 추지 못한다며 같이 추지 않는다. 꿈속에서도 소피는 캘럼을 바라보고만 있다.
그리고 공항. 캘럼과 소피는 헤어진다. 소피의 꿈속에서 캘럼이 입은 옷이 공항에서 본 모습인 것은 그 모습이 마지막이라는 은유가 아닐까. 곳곳에 캘럼의 죽음이 암시되어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캠코더 속 영상이 끝나고, 소피는 클럽에서 춤을 추는 캘럼을 꽉 안아준다. 이제 소피는 캘럼의 슬픔을 이해하게 되었다. 어른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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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썬>은 강렬한 한방이 있는 영화는 아니다. 엄청난 스케일로 좌중을 압도하지도, 주인공들이 감정을 터뜨리지도 않는다. 캠코더에 저장된 영상들을 감상하듯, 그들의 짧은 휴가를 지켜보게 된다. 소피가 호텔 투숙객들과 함께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던 날, 캘럼은 숙소에 혼자 들어와 울음을 터뜨린다. 그의 우울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그럼에도 캘럼은 딸을 위해 노력한다. 정말 미안해. 내가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캘럼이 사과할 때 소피는 괜찮다고 했지만 괜찮지 않았을 것이다. 떠나버린 캘럼을 원망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엄마와 이혼하고 가족을 떠난, 낯선 사람들 사이에 자기를 두고 사라져버린, 화해도 용서도 못할 만큼 멀리 떠나버린 아버지를.
비디오는 소피의 왜곡된 기억들을 재정립한다. 캠코더 속 영상이 끝나고, 소피는 클럽에서 춤을 추는 캘럼을 꽉 안아준다. 비로소 소피는 캘럼의 슬픔을 이해하게 되었다. 소피는 이제 어른이니까.
애프터썬 Aftersun
개봉: 2023년 2월 1일
상영시간: 101분
감독: 샬롯 웰
출연: 폴 메스칼, 프랭키 코리오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