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0932023-07-05 19:07:52
영화 그것만이 내세상
감동영화
오늘은 천재적인 지능을 가졌지만, 서번트증후군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운 동생과 불편한 동거를 하며 다룬 이야기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을 가지고 왔어요!
연기 천재 박정민과 믿고 보는 배우 이병헌의 주연으로
이 영화는 무조건 재미있지!라는 생각을 가지며
즐겁게 본 영화 그것만이 내세상 살펴보겠습니다!
기본 정보
장르 : 코미디, 드라마, 스포츠, 가족, 음악
감독 / 각본 : 최성현
출연진 : 이병헌, 윤여정, 박정민
개봉일 : 2018년 01월 17일
평점 : 9.17
스트리밍 : tvN , 웨이브, 왓챠
기획 의도
한때는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이었지만
지금은 오갈 데 없어진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원).
우연히 17년 만에 헤어진 엄마 인숙(윤여정)과 재회하고,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따라간 집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뜻밖의 동생 진태(박정민)와 마주한다.
라면 끓이기, 게임도 최고로 잘하지만 무엇보다 피아노에 천재적 재능을 지닌
서번트증후군 진태, 조하는 입만 열면 '네~'타령인 심상치 않은 동생을 보자
한숨부터 나온다. 하지만 캐나다로 이민을 가기 위해 경비를 마련하기 전까지
꾹 참기로 결심한 조하는 결코 만만치 않은 불편한 동거 생활을 하기 시작하는데...
여담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으로 인해
큰 호평을 받았다. 이병헌의 찌질한 동네 백수 캐릭터와
박정민의 서번트 증후군의 연기와 더불어 피아나 연주까지.
두 사람의 케미가 환상적이었다.
영화에서 나오는 극중 피아 노신은 CG 없이
박정민이 직접 3개월 동안 피아노 연습을 하며 소화해냈다고 한다.
후기 및 결말
영화 그것만이 내세상 결말을 살펴보자면...
지방으로 떠나 일을 한다던 엄마(윤여정)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안 조화(이병헌) 17년에 다시 만났지만
헤어져야 한다는 슬픔으로 원망과 여러 감정이 복받쳐 올라온다.
조화는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캐나다로 떠나려고 했지만
눈에 밟히는 진태(박정민)곁에 남기로 한다.
결국 엄마는 돌아가시지만, 진태의 옆에는 든든한 형 조화가 남아
든든한 형이자 보호자가 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연기 잘하는 사람 옆에
또 연기는 잘하는 사람이 모여 뻔하지만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 냈다는 생각이 든다.
박정민의 피아노 연기와 더불어 서번트증후군 연기...
진짜 최고인 것 같다!!
한줄평 : 뻔한 이야기, 다른 연기.
Relative contents
-
- 6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이번주 씨네 뉴스는 국내외 다양한 소식으로 알차게 준비 해 보았는데요!
그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바비> 라이언고슬링 X 마고로비 7월 방한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바비' 배급사 워너브라더스 코리아는 13일 이 영화를 연출한 그레타 거윅 감독과 배우 마고 로비, 라이언 고슬링, 아메리카 페레라가 7월 2일 한국을 찾아 이틀간 홍보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영화 <바비>는 원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 사는 바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입구에서 균열을 발견한 뒤 켄과 예기치 못한 여정에 나서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범죄도시3> 800만 돌파, 쌍천만 예상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가 개봉 14일만에 800만 관람객을 기록했습니다. <범죄도시2>가 개봉 18일째 800만 관객을 동원한 속도보다 약 4일 빨라졌으며, 이러한 속도로 미루어 시리즈 ‘쌍천만’ 돌파는 이번 주말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병헌 X 박서준 X 박보영 <콘크리트 유토피아> 전세계 152개국 선판매
롯데엔터테인먼트
'지옥' 'D.P.' 등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작품들을 선보여 온 제작사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신작이자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의 새로운 변신으로 기대를 모으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전 세계 152개국에서 선판매 되었습니다.이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물론, 일본,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지역까지 포함한 것으로 개봉 전부터 쏟아지는 전 세계 극장가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있습니다.
박스오피스 순위 조작 의혹 멀티플렉스·배급사 압수수색
13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수사관을 보내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3사와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키다리스튜디오 등 배급사 3곳 등 총 6곳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들은 영화 관객 수를 허위로 집계해 박스오피스 순위를 조작하며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게됩니다.경찰은 올 초 고발장이 접수되자 수사를 시작했고 최근 멀티플렉스중 영화 홍보를 위해 배급사가 새벽 시간대 상영관 티켓을 대량으로 구매하며 멀티플렉스 3사와 함께 관객 수를 허위로 부풀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북미 <엘리멘탈> 흥행부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북미 박스오피스는 '엘리멘탈'의 개봉 첫 주 매표 실적이 픽사 역사상 최악의 오프닝 성적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픽사는 최근 부진한 실적을 메우기 위해 직원 75명을 해고했습니다.
-
- 뚝심과 확신이 부족했던 항일운동의 재해석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33년, 일제강점기 경성에서 활동 중이던 항일조직 흑색단의 스파이 '유령'. 그는 새롭게 부임하는 조선 총독을 암살하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총독에게 상처를 입히는 데까지 성공한다. 이에 새로 부임한 경호대장 '다카하라 카이토(박해수)'는 조선총독부 내에 숨어든 유령을 잡기 위한 덫을 놓는다.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무라야마 쥰지(설경구)', 암호문 기록 담당 '박차경(이하늬)', 정무총감 비서 '요시나가 유리코(박소담)', 암호 해독 담당 '천경호(서현우)', 통신과 직원 '이백호(김동희)'는 유령으로 의심고 벼랑 끝 호텔에 갇힌 채 추궁당하기 시작한다. 하루 안에 유령을 찾으려는 다카하라의 압박이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 유령은 호텔에서 탈출해 총독을 암살하기 위해 백방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삼는 한국 영화가 많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상업적으로 어필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단 반일 정서를 겨냥해 관객들의 감정선을 공략하기 쉽다. 장르적으로도 운신의 폭이 넓다. 독립군을 다룬다면 블록버스터 영화를, 의열단이나 한인 애국단 같은 항일 운동에 초점을 맞추면 첩보 스릴러나 누아르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 <봉오동 전투>가 전자라면, <암살>이나 <밀정>은 후자다.
특히 이야기의 기본적인 얼개와 제시되어 있어서 재해석이 용이하다. 역사적 사실을 도구 삼아 이야기의 구조나 흐름을 수월하게 조직하고 매끄럽게 다듬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은 대개 특정 사건을 스크린에 옮기거나, 역사적 인물을 각색하는 팩션(faction) 영화다. 예를 들어 <밀정>의 모티브는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이다. <암살>은 실제 인물인 김원봉과 염동진을, <영웅>은 안중근을 전면에 내세웠다. 다만 이는 단점도 명확하다. 사건이나 인물의 재해석이 민족주의 이데올로기 전달의 수단으로 변질되면 재미와 완성도가 떨어진다. 언제나 고증과 역사 왜곡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부담도 피할 수 없다.
이해영 감독의 신작 <유령>은 바로 이 지점에서 자신만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 중국의 소설가 마이지아의 소설 <풍성>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 <유령>에는 다른 작품들과 명확히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작중 익숙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은 찾아볼 수 없다. 흑색단이라는 이름의 항일 조직은 물론 신임 총독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물이 허구다. 흑색단의 첩자로 의심받는 주인공도 가상의 인물이다. 즉, <유령>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처럼 일제강점기라는 배경을 빌려 허구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 데 주력한다. 이 발상은 꽤 흥미롭다. 스크린 위에 인상적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마지막까지 부각할 뚝심은 부족해 보인다. 그 결과 <유령>은 신선함과 익숙함 사이에서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만다.
<유령>은 역사를 재현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독립을 위해 목숨을 던진 실제 인물을 기록하거나 잊혀 가는 사건을 상기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시대를 재현한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의 삶을 스크린에 띄운다. 재력가 딸이지만 조선총독부에서 암호문 기록 담당으로 일하는 박차경과 조선인인데도 정무총감의 직속 비서로 권력을 지니고 있는 유리코. 암호문 해독에 재능을 지녔지만. 결벽증을 지닌 채 소심한 태도로 일관하는 천은호. 조선인 어머니를 둔 것을 부끄러워하며 유령을 잡아 공을 세우려는 데 혈안이 된 무라야마. 조선인 피가 섞인 학교 선배를 무시하는 다카하라까지. 영화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제각기 남다른 사정을 품고 있는 캐릭터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적잖은 분량을 할애한다.
중요한 건 영화가 오프닝부터 누가 유령인지 알려준다는 점이다. 이미 유령이 드러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캐릭터 사이에서 누가 정체를 숨기고 있는지는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마피아 게임 같은 추리극이나 심리극을 예상케 만드는 포스터나 홍보 문구만 믿었다가는 실망할 수밖에 없다. 각 인물의 목적이 명확하기 때문에 속고 속이는 서스펜스는 매력적이지 않다. 또 다른 유령이 등장하는 반전도 효과적이지 않다. 총독부의 암호문이 흑색단의 극장으로 전달되는 과정을 통해 이미 또 하나의 유령이 있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렇기에 인물 간의 관계는 눈길을 끈다. 유령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다카하라에게 결백을 주장해야 같은 상황에 부닥쳐 있기에 그들 간의 차이점은 자연히 두드러진다. 이 관계는 결국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과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려내는 수단이 된다. 일본인과 조선인의 혼혈이라는 이유로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인물은 누구보다도 '내선일체'라는 일제의 프로파간다에 충실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일본인들은 그를 배척하기도, 포용하기도 한다. 조선인 중에는 온몸과 마음을 던져 저항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소시민적으로 항일과 친일을 모두 외면한 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 중간 회색지대에 있는 사람은 소극적으로 일제에 저항하기도, 순응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캐릭터 덕분에 허구의 세계를 항해하는 <유령>은 현실에 닻을 내릴 수 있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보면 살아있는 캐릭터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유령은 영화관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클라이맥스는 극장에서 펼쳐지고, 영화관으로 되돌아와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 끝난다. 영화관은 허구의 공간이다. 스크린 위에서는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온갖 사건이 벌어지지만, 스크린 속 주체와 사건은 물리적으로 실체가 없다. 반면에 극장은 실체가 있는 공간이다. 실제 인물인 배우가 무대 위에서 움직일 때 이야기는 진행된다.
공간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보여준다. 영화관에서 유령과 흑색단은 지령을 전달하고 비밀을 공유한다. 그들의 신념은 아직 그들의 가슴속에만 존재할 뿐, 총독 암살과 같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반면에 유령은 극장에서 직접 움직인다. 무대와 커튼 뒤에서 혈투를 펼친 끝에 자신의 희생과 피해가 헛되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 덕분에 더 강한 의지로 영화관에서 지령을 내리며 총독 암살을 시도할 수 있다. 신념과 이념에만 갇혀 있지 않고 행동을 통해 시대를 바꾸는 것이다. 이는 <유령>의 각오와 궤를 같이하는 듯 느껴진다. 기록과 영상으로 남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대신 생동감 넘치는 디테일을 앞세워 완전히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항일 투쟁을 다루는 영화인데도 담배를 매개로 연결된 두 여성의 처연한 사랑과 유령 간의 애절한 동지애가 유독 인상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유령>은 장르가 급변하는 순간부터 매력이 급감한다. <유령>은 감독의 전작인 <경성학교>처럼 중반부부터 장르를 전환한다. 추리극은 또 한 명의 유령이 정체를 드러내자 액션 영화로 탈바꿈한다. 그 이후로 영화는 철저히 액션의 쾌감에 집중한다. 두 유령이 힘을 합쳐 호텔에서 탈출하는 과정은 온갖 폭발음과 불길로 가득하다. 다카하라가 흑색단을 잡기 위해 함정을 펼쳐둔 극장에서는 치열한 총격과 저돌적인 맨몸 액션이 눈을 사로잡는다. 마지막으로 기관총을 든 박차경이 연인이었던 '난영(이솜)'의 못다 이룬 총독 암살을 대신하는 장면에서는 쿠엔틴 타란티노 특유의 난장판 마무리도 스쳐 보인다.
문제는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낭비되는 캐릭터가 너무 많고, 그로 인해 <유령>만의 특색도 동시에 사라진다는 점이다. 가장 보편적인 소시민의 모습을 보여준 천은호 계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유령을 찾아내서 자신의 결백을 입증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그저 모든 상황을 외면하며 피하려 한다. 그러나 두 유령의 활약이 시작됨과 동시에 그는 '평범한 시민 1'이 되어 바로 이야기에서 삭제되어 버린다. 무라야마의 후배 경관 역시 그 시대를 보여주는 독특한 인물 중 하나다. 그는 무라야먀의 어머니가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크게 실망한다. 하지만 이내 무라야마와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혈통과 관계없이 그를 좋은 선배이자 좋은 사람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그도 결국에는 유령과 흑색단을 잡겠다는 무라야마의 욕망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소비되어 버린다. 결과적으로 허구의 시공간 안에서 캐릭터의 관계를 통해 역동적인 역사를 보여주려는 의도는 꺾이고, 현란하고 단순한 쾌락이 그 자리를 대신해 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힘을 잔뜩 준 액션 연출이 인상적인 것도 아니다. 일례로 작중 일본군은 놀라울 정도로 무능하다. 그들은 박차경과 유리코의 액션을 빛내주기 위한 엑스트라에 불과할 뿐, 유령들을 효과적으로 압박하거나 위기에 빠뜨리지 못한다. 붙잡은 포로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탈출하는 걸 구경한다. 마치 <스타워즈> 속 제다이와 스톰트루퍼의 추격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주인공들이 위험하다는 인상을 주지 못한다. 다만 <스타워즈>에서는 '포스가 함께 한다'는 핑계라도 있다면, <유령>에는 그런 장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두 여성의 액션은 그 자체로 통쾌하거나 박력 있을지 몰라도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은 뽐내지 못한다.
필요한 디테일을 지나치게 생략하기도 한다. 멋진 액션 시퀀스는 많은데, 그 사이가 비어 있어서 의문점을 남긴다. 후반부 극장 시퀀스가 대표적이다. 이 장면은 분명 관객의 이목을 끌만하다. 무라야마가 흑색단 총책과 연락책을 체포하여 남은 인원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대목, 절체절명의 순간에 이루어진 유령들의 역습, 무대 뒤 커튼 사이로 펼쳐지는 숨 막히는 추격전까지 숨 가쁘게 진행된다. 그러나 모든 순간에는 설명이 없다. 무라야마가 어떻게 흑색단 일부를 체포했는지, 유령들은 어떻게 그 타이밍에 발맞춰서 경성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는지 등 액션이 등장하기 전 상황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 이처럼 의문이 뒤따르다 보니 액션에 푹 빠져 즐기기도 어렵다.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선사하는 시각적인 쾌감만큼이나 극적 순간을 조성하려는 무리수가 커 보이는 이유다.
그 결과 <유령>의 도전은 끝내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만다. 장르적으로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을 거부한 도전과 의도를 밀고 나갈 줄 아는 뚝심은 비록 산만하기는 해도 생동감 넘치는 영화의 전반부를 만들어냈다. 반면에 더욱 드라마틱한 몇몇 순간을 꾸며내기 위한 변화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매력까지 까먹어 버렸다. 영화 중반부 이후 액션영화로의 전환이라는 변화구를 던지는 대신 캐릭터 간의 심리극이라는 직구를 고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떨치기 어렵다.
P(Poor, 형편없음)
변화구 대신 직구였다면 달랐을까
-
- 길러서 먹고 사는 일상, 한일 양국의 '리틀 포레스트'
길러서 먹고 사는 일상, 한일 양국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
한국의 '리틀 포레스트' vs. 일본의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계절마다 생각나는 자신만의 '몇 장면'이 있을 겁니다. 저 같은 경우, 눈이 오면 뒷산에서 비료 포대를 타고 신나게 눈썰매를 탔던 일이나 봄이 되면 엄마랑 언덕에 가서 냉이와 쑥을 캤던 일, 정월 대보름에 논에서 쥐불놀이했던 일 등 소소하지만 행복한 추억들이 마음속에 저장되어 있는데요. 여러분들은 이렇게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추억이 있으신가요?
사람들의 이런 마음을 대변하듯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을 느끼게 해 줍니다. '김태리의 삼시세끼'라고 불릴 정도로 그저 땀 흘려 일하고 매 끼니를, 그것도 밭에서 얻은 신선한 식재료들로 해 먹는 것이 전부인 이 영화가 인기인 것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인기에 더불어 영화의 원작인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 두편으로 나눠 개봉했던 영화가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로 묶여 재개봉하기도 했습니다.영화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의 주인공 이치코 역을 맡은 하시모토 아이
'리틀 포레스트'를 먼저 본 후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을 본 저로서는 두 영화가 같은 점도 많지만, 또 다른 점도 많다는 걸 느꼈는데요. 이 영화들이 어떻게 같고도 다른지 비교해봤습니다. (참고. '리틀 포레스트'=임순례 감독의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모리 준이치 감독의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
추억과 사연이 함께 하는 음식들
두 영화에선 참 많은 음식이 등장합니다. 무더운 여름날 생각나는 시원한 식혜, 가을에 수확해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밤 조림, 잘 딴 감을 깎아 처마 밑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말린 곶감, 추운 겨울, 눈 치울 때 생각나는 수제비 등 끊임없이 나오는 음식에 침샘이 자극됩니다. 공복에 봤다간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를 듣게 되니 부디 공복엔 보지 마시길.극 중 이치코(하시모토 아이 분)가 봄 감자로 만들어 먹는 감자 샐러드 레시피
원작의 의도를 살리기 위해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은 1년 동안 도호쿠현 코모리에서 직접 밭을 일구고 요리하는 자급자족 생활을 했고,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4번의 크랭크인과 4번의 크랭크 업을 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영화 안에 자연 그대로의 사계절을 담아 관객들에게 아름다움과 편안함을 선사하고 싶었다 전했는데요. 그와 더불어 먹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요리하는 즐거움,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그 두 가지를 보는 즐거움을 선사해 줍니다.
두 영화의 차이점
'리틀 포레스트'에서 극을 이끌어 가는 이는 혜원(김태리 분)입니다.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에서는 이치코(하시모토 아이 분)로 등장하죠. 한국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혜원의 친구들 재하(류준열 분)와 은숙(진기주 분) 역시 일본판에서 각각 유타(미우라 타카히로 분), 키코(마츠오카 마유 분)로 등장합니다.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 혜원(김태리 분, 가운데)과 그녀의 친구들 은숙(진기주 분, 왼쪽), 재차(류준열 분, 오른쪽)
혜원과 이치코 모두 도시생활에 지쳐 자신의 고향으로 내려와 자급자족 생활을 하는 것이 이 두 영화의 큰 흐름이라고 한다면, 이야기를 풀어가는 관점은 조금 다릅니다.
먼저 일본판의 경우 농사를 짓고 요리를 해 먹는 장면 위주로 극이 흐릅니다. 일본 특유의 섬세함이랄까요? 농사짓는 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어 몇 번 보다 보면 농사짓는 법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농사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농사처럼 정직한 직업은 없다고 하죠.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만큼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도 아마 이 점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 밖에 요리를 위해 생선을 잡아 내장을 발라내는 장면이나 닭을 해체(?)하는 장면들은 다소 자극적이어서 저렇게까지 자세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영화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의 주인공 이치코가 집 앞의 눈을 치운 뒤 먹는 일본식 수제비 핫토
반면 한국판에서는 인물들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그려집니다. 혜원은 서울 생활에서 남자 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 채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돌아온 고향에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던 재하와 은숙이 있죠. 그리고 엄마도요.
이런 관계들을 중심으로 음식이 등장합니다. 남자친구에게 싸다 주던 도시락, 화가 날 때 재하·은숙과 함께 먹은 알싸하게 매운 떡볶이, 어릴 적 친구들에게 따돌림받을 때 엄마가 해주던 달콤한 크렘 브륄레까지.
한집에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식구(食口)라고 하죠. 한집에 함께 살진 않지만 끼니를 함께 함으로써 같이 먹는 밥의 행복을 전합니다. 소박한 한 끼와 그 한 끼가 선사하는 따듯한 위로. 식사 시간이 30분이 넘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작은 휴식을 선사하죠.
각자 다른 아주 심기영화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에서 이치코가 만든 가을 호두 밥 도시락
결말도 다릅니다. 아주 심기를 위해 고향을 떠났던 혜원은 1년 동안 깊게 뿌리를 내리기 위해 준비를 합니다. 자신이 처음 내려왔던 것처럼 다시 홀로 돌아옵니다. 다시 돌아온 집엔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죠.
일본판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치코는 고향을 떠났다 5년 후 다시 돌아옵니다. 혜원보다는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녀의 옆에는 남편이 있습니다. 친구 유타와 키코는 결혼해 단란한 가정이 되었구요.
'아주 심기'는 농사에서 더는 옮겨 심지 않고 완전하게 심는다는 의미입니다. 혜원도 이치코도 아직 젊은 나이이니 또다시 흔들릴 수 있겠지만, 도종환의 시처럼 다시 흔들리면 어떻습니까. 좀 더 단단해지겠죠.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도종환-'흔들리며 피는 꽃' 중에서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수리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지나치게 정직했던 뮤지컬의 영화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머니 ‘조마리아(나문희)'와 가족의 품을 떠나 일제와의 전투에 나선 대한제국 의병대장 ‘안중근(정성화)'. 몇 차례의 전투에서 패전을 맛본 후 그는 다른 동지들과 한가지 맹세를 한다. 네 번째 손가락을 자르며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3년 이내에 처단하지 못하면 자결하기로 결의한 것.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은 안중근은 오랜 동지 ‘우덕순(조재윤)', 명사수 ‘조도선(배정남)', 독립군 막내 ‘유동하(이현우)', 독립군을 보살피는 동지 ‘마진주(박진주)'를 만나 이토를 죽일 거사를 획책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안중근은 이토에게 접근한 독립군의 정보원 ‘설희(김고은)'로부터 이토가 하얼빈에서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는 첩보를 입수한다. 1909년 10월 26일,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긴 안중근은 이토를 사살하는 데 성공하고, 현장에서 체포되어 일본 법정에 선다.
<영웅>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에서 사형 판결을 받아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본래 2019년에 촬영 후 2020년 3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에 개봉이 연기되었고, 3년 만인 2022년 12월에 마침내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다.
근본적으로 원작이 있는 영화는 언제나 같은 시험에 빠진다. 영화의 작법과 다른 예술의 작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간과하면 욕심이 너무 과해지고, 영화로 재해석된 결과물로 인해 원작의 매력을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원작을 의식하면 그저 아류작에 불과해진다. 원작의 가치는 느껴질지 몰라도 굳이 영화로 만든 이유를 알 수 없다. JK 필름에서 제작한 윤제균 감독의 <영웅>은 후자에 부합하는 영화다. 가지고 있는 장단점 모두 원작 뮤지컬의 연장선상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화라는 매체로 극을 옮기는 과정에서 붉어진 문제점도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영웅>은 클리셰를 남발하고 수많은 웃음과 눈물 포인트를 삽입하는 JK 필름의 익숙한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시아주의자 안중근을 조명하는 입체성
<영웅>에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안중근의 의거가 목표한 바와 배경, 그리고 의의를 전달하는 기본적인 목적에 충실하다. 예를 들어 그가 의병 전쟁에 참전한 군인이었으며 이토 히로부미 암살이 군사 작전의 일환이었음을 강조한다. 특히 이 작전의 의의를 설명하는 데 예상보다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게 눈에 띈다. 흔히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독립투사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의거는 의외로 더 큰 목적을 지닌 작전이었다. 안중근은 단순히 조선의 독립을 바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협력을 희망하는 아시아주의자였다. 그는 서구 열강의 침략에 맞서 한중일 3국이 동등한 자격으로 협력하여 동양의 평화를 일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일환으로 마치 지금의 유럽 연합과 비슷한 형태의 공동체를 이루어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이토 히로부미의 존재감 덕분에 '아시아주의'라는 이상을 둘러싼 두 인물의 사상적 대립은 더욱 부각된다. 이토가 부르는 넘버 '출정식'과 안중근이 노래하는 '동양평화'의 대조가 단적인 예시다. 이토는 하얼빈 시찰이 "극동의 평화와 문명을 여는 최선의 길이 될 것"이라면서 "평생을 바쳐왔던 꿈 아시아는 낙후되었다. 아시아는 위태롭다. 막강한 일본을 만들어 아시아를 통일하는 것. 그것이 나의 꿈, 대동아공영!"이라고 노래한다. (비록 '대동아공영'이라는 표어 자체는 태평양 전쟁 당시부터 사용되었지만) 이는 일본이 아시아를 무력으로 통합하여 서구 열강에 대적해야 한다는 제국주의자 이토의 사고를 잘 보여준다.
반면에 안중근은 "서로서로 인정하며 평화롭게 사는 것. 서로 자리를 지키며 조화롭게 사는 것. 그게 바로 동양 평화 모두가 더불어 사는 지혜"라고 읊조린다. 현실에서 아시아주의를 실천하는 것만이 한중일 모두의 이익을 위한 길이라고 믿었던 셈이다. 즉, 안중근의 시각에서 보면 이토 히로부미는 진정한 아시아주의를 왜곡해 조선 침략의 수단으로 사용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이토는 죽어야만 했다. 조선의 독립은 물론, 진정한 동양의 평화를 위협하는 인물이기에 처단 대상이었다. 이처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길을 걷지 않은 덕분에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에는 강력한 당위성과 설득력이 생긴다. 평범한 반일 영화나 평면적인 프로파간다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렇기에 일본인이나 일본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일본의 일부 제국주의자가 싫다는 안중근의 말은 10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충분히 곱씹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뮤지컬과 영화의 차이를 간과한 결정적인 실수
하지만 <영웅>의 장점은 온전히 빛나지 못한다. 뮤지컬의 배경을 확장, 확대하는 데 그친 전반적인 구조와 구성이 <영웅>의 매력을 가리기 때문이다. 거사 직전, 등장인물 모두의 감정선이 고조되는 "그날을 기약하며" 시퀀스가 대표적이다. 안중근과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마진주 등 작전에 참여할 인물들은 차례대로 거리에 등장한 후 각자의 심경을 노래한다. 마치 어벤져스처럼 원을 그리며 노래하는 그들 주변에는 수많은 한인이 등장한다. 그렇게 그들은 다 함께 거리를 행진하면서 거사의 성공과 조국의 독립을 염원한다. 이때 영화의 카메라는 뮤지컬 관객들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노래하는 배우들의 담아낼 뿐이고, 도시의 거리 역시 뮤지컬 무대 배경이 넓어진 것에 불과하다.
분량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다른 시퀀스도 마찬가지다. 오프인 시퀀스인 "단지동맹" 장면이나 또 다른 하이라이트인 "영웅" 시퀀스에서도 배경인 설원과 자작나무 숲은 그저 인상적인 배경에 불과하고, 무대장치의 확장일 따름이다. 클라이맥스인 "장부가" 시퀀스도 뮤지컬을 재현하고 카메라에 옮겨 담는 데에만 주력한 영화의 지향점을 재확인시켜준다. 이 대목에서 카메라는 교수대에 올라선 안중근을 그저 정면에서 담아내며, 사형집행을 지켜 보는 이들은 뮤지컬 객석 관객들처럼 느껴진다. 영화 관객들도 뮤지컬 관객의 연장선상에 위치할 따름이다.
따라서 <영웅>이 원작 뮤지컬 무대를 영상화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영화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영화'로서의 특이점이 없다는 점이다. 넘버의 연속으로 구성된 뮤지컬은 근본적으로 노래마다 응축된 감정이 터져 나와야 한다. 하지만 영화는 다르다.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도 중요하지만, 그 지점에 다다르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따라서 뮤지컬 영화는 뮤지컬의 한계를 영화적 내러티브 구조나 다른 방식의 장치들을 더해 해결해야 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영웅>의 한계점은 명확하다. 어색한 화면분할이나 조악한 추격전, 하얼빈역 전경이나 설원처럼 과장된 CG의 활용 등으로는 이야기 사이 사이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다. 즉, 뮤지컬의 영화화에 실패한 <영웅>은 '뮤지컬' 영화일지언정 뮤지컬 '영화'는 아니다.
장점마저 퇴색시킨 수많은 의문점
결국 <영웅>은 곳곳에서 문제를 노출하며 무너진다. 노래 전후로 시퀀스와 시퀀스, 장면과 장면이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 까닭이다. 안중근과 설희, 동지들의 넘버는 그들의 기개를 보여줄 뿐, 이야기 전개를 위한 디테일을 담지 못한다. 실제로 하얼빈역과 채가구역으로 나누어 작전을 준비하는 것 외에 거사를 위한 계획이나 이토의 눈앞에서 정보를 캐내는 설희의 활약 등은 자세히 묘사된다고 보기 어렵다. 일례로 설희가 민비의 죽음 때문에 이토를 향한 원한을 키웠다면, 원한 자체는 노래에 담더라도 이토에게 접근하고 그의 신임을 얻는 과정은 더 정교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었다. 하다못해 이토가 당시 일본인들도 비판할 정도로 여색을 밝히는 인물이었다는 점만 언급했어도 설희의 스토리가 더 입체적이고 구체적일 수 있었을지 모른다. 대신 영화는 그저 일어날 일이 일어났을 뿐이라는 입장을 취한 채 빈자리를 윤제균 감독 특유의 유머로 채운다.
이에 더해 자기 손으로 자기 장점을 퇴색시키기도 한다. 영화는 안중근이 조선의 독립보다 더 원대한 이상을 좇게 된 이유를 전혀 말해주지 않는다. 그가 함경도 지역에서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펼치다가 크게 다치는 장면 이후로 영화의 배경은 블라디보스토크로 전환된다. 이 시점부터 안중근은 거리 연설에서 아시아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본격적으로 드러내며 이토를 죽이기 위한 작전에 몰두한다. 하지만 다시 등장한 안중근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인물처럼 느껴진다. 안중근이 어떻게 동양평화론을 생각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이 생략되다 보니 괴리감을 피할 수 없다. 변화의 연속성을 부각할 수 있는 시퀀스를 중간에 하나 추가하는 스토리텔링의 디테일이 부족한 결과인 셈이다.
스토리의 한쪽 기둥을 맡고 있는 설희를 다루는 방식도 아쉽다. <영웅>은 안중근과 동지들, 그리고 이토 히로부미와 설희가 각기 한 축을 이루는 영화다. 특히 설희의 경우 단독 넘버를 두 개나 가져갈 정도로 주역인 안중근과 이토와 맞먹을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런데 그녀가 다른 캐릭터들과 호흡을 맞추지 않는다는 본질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설희의 비중은 조금 조절되더라도 전개에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설희의 비중을 줄이고 안중근의 비중을 좀 더 늘려 주인공의 내면을 더 깊이 묘사하는 게 어떨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빈약한 스토리를 음악과 배우의 열연으로 덮는 것보다는 영화적으로 더 적절한 선택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영웅>은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은 무대 뮤지컬 같다는 인상을 좀처럼 깨지 못한다.
부족한 디테일이 낳은 신파
이처럼 허술한 만듦새는 끝내 감정의 과잉과 신파로 이어진다. 그래도 안중근 의사의 죽음을 다루는 대목에서는 신파가 적절히 활용된 듯 보인다. 조국의 독립이라는 대의를 위해 항소와 아들의 목숨을 포기하는 어머니의 아픔과 그 결정을 온전히 이해하는 아들의 고통을 애절한 선율 속에 담아내는 데 성공한다. 또 지극히 인간적이고 사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아내와의 갈등과 사별은 모든 독립 운동가의 숭고함을 오히려 감정적으로 부각해 준다.
반면에 안중근을 제외한 다른 인물은 대부분 신파를 위해 희생되고 만다. 당장 진주의 오빠인 '마두식(조우진)'의 운명이나 진주와 동하의 로맨스에서는 관객을 울음바다에 빠뜨리기 위한 목적이 강하게 느껴진다. 앞서 보았듯이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디테일이 부족하다 보니 그 허술함을 신파로 대신한다는 인상이 진하게 남는다. 그러면서 정작 신파적 연출이 일관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또 다른 조력자인 우덕순과 조도선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웃음을 위해 단편적으로 활용되고 소비될 뿐 진중하게 조명될 기회를 잡지 못한다. 채가구역에서 거사를 준비하던 이들이 안일하게 작전을 철회하다가 일본군에 체포되는 개그성 장면이 대표적이다. 안중근과 달리 법정에 선 우덕순과 조도선의 모습이 어색할 정도다.
<영웅>의 기술적 성취는 본작의 장단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웅>은 기존 한국 영화에서 시도된 바 없는 촬영 방식이 도입된 영화로 알려졌다. 촬영 현장에서 직접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는 라이브 녹음 방식을 채택해 70% 이상의 분량을 현장 녹음 버전으로 담아냈다. 이 대목은 뮤지컬을 단순히 촬영했을 뿐인 영화의 본질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가상의 현실감을 살리되, 더 커지고 정제된 형태로 다시 태어난 뮤지컬 영화 <영웅>의 필연적인 장점이자 한계가 고스란히 노래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P(Poor, 형편없음)
뮤지컬 '영화' 대신 '뮤지컬' 영화를 선택한 안일함의 대가.
-
- 마침내, 영원을 향해
영화를 처음 여러 번 보게 만든 영화가 매트릭스였다면, 영화를 보고 난 후 후유증이 이렇게 오래갈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던 첫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였다. 예나 지금이나 영화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책 보다 영화가 더 재밌어져 소위 명작이라고 말하는 영화들을 하나씩 찾아보던 때가 있었다. 그중 나에게는 박찬욱 감독 영화가 가장 여운이 길게 남았고 항상 지루하지 않게 보았다. 영화 개봉 전 인터뷰에서 감독이 자극적인 장면이 는 15세 관람가에, 자신의 영화가 아닌 순수한 로맨스 영화로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는데 정말 맞는 말이면서도 정말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던 것 같다. (이후 스포일러)
영화에서 드러나는 내용만을 단순하게 따져보면, 이 영화는 불륜 영화에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계속 등장하는 자극적인 영화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본 이후 든 생각은 '나는 왜 이런 영화를 로맨틱하다고 생각하는 거지?'였다. 라라 랜드, 어바웃 타임, 혹은 건축학개론 같이 정말 유명한 영화들을 볼 때 보다도 더 두근거렸다. 아무래도 영화를 여러 번 볼수록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배우들의 표정 연기에 압도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가 왜 이렇게 여운이 길게 남을까를 생각했을 때, 가장 큰 이유는 영화에서 시종일관 흘러나오는 '안개'라는 노래인 것 같다. 음악 자체가 눈으로 보이는 장면들에 너무 잘 어울리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두 배우의 분위기와 감정이 노래의 음과 가사에 딱 맞아서 묘한 감정으로 영화를 봤던 것 같다. 노래 때문인지 영화 속에서 계속 비가 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영화 속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을 꼽자면 초반에 해준이 서래를 취조하고 감시하는 장면이다. 만약 내가 경찰과 용의자의 로맨스를 다루는 글을 쓰게 된다면 수사와는 관련이 없는 장소를 배경으로 할 것 같은데, 이 영화는 취조의 과정은 소개팅처럼 보이고 감시의 과정은 데이트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해준이 냄새를 맡는 장면을 봤을 때 사랑이 서로의 향기를 맡는 거라는 버스커버스커 '향수' 가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없는 안개와 같은 상황에서 대화와 관찰, 기록을 통해 끝없이 파고들고자 하는 것은 수사와 사랑이 맞닿아있는 지점일 수도 있겠다.
여주인공이 중국인인 이 영화는 서래가 '붕괴'라는 말의 뜻을 알게 됨으로 1부를 끝낸다. 후반 해준은 자신이 언제 사랑한다는 말을 했냐고 다그치지만, 서래에게 있어 해준이 했던 붕괴되었다는 말은 곧 사랑한다는 말 이상의 말이었을 것이다. 사랑 고백도 아닌 말을 녹음해 힘들 때마다 듣곤 했다는 것만 봐도.. 이 지점까지 보았을 때는 둘 사이 타이밍이 어긋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었다.
1부는 삶의 목적이 없거나 결핍이 있어 불면증에 시달리고 졸음운전을 하고, 드라마를 보다가 소파에 앉아서 졸던 두 사람이 서로가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마침내 사랑하게 되어 자신의 존재 이유나 다름없던 직업윤리를 버리면서 붕괴되기까지의 과정이다. 이후 둘은 헤어질 결심을 하고 살지만, 결핍이 채워졌던 곳은 더 크게 비어 이전보다도 못한 생활을 이어간다. 서래는 드라마의 대사처럼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을 만날 수 없을' 방법으로 해준을 찾아가며 2부가 진행된다.
작중에서 해준은 해결하지 못한 미결 사건들의 사진을 방에 붙여놓고 잠을 잔다. 서래가 해준의 집에 초대되었을 때, 서래는 처음으로 미결사건의 뜻을 알게 되었다. 둘의 마지막 대화 때, 서래는 '당신의 미결 사건이 되고 싶었다.'는 말을 한다. 해준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지만, 소유보다는 사랑이 더욱 커졌기 때문에 더 이상 상대를 붕괴시킬 수 없던 서래는 자기 자신이 미결 사건이 되어 영원한 사랑을 만드는 마지막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다.
핸드폰을 바다에 버리는 것이 1부에서 해준의 사랑 방식이었다면, 2부에서는 서래가 똑같은 말을 하는 것도 영화의 핵심인 것 같다. 1부에서 녹음하는 사람은 해준이었고 2부에서 녹음하는 사람은 서래였던 것처럼. 결국 서래는 자기 자신을 바다에 버림으로써 이야기를 마무리짓고, 최후에 최후에야 해준은 상대의 의도를 깨달아 해가 질 때까지 서래를 찾으며 영화가 끝난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바다를 좋아한다'는 대사를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계획을 다 이루고 바다를 택한 서래와 산으로 대표되는 '친절한 형사님'인 해준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지막 통화에서 서래가 가장 중요한 대사를 중국어로 말했던 것은 항상 해준의 얘기를 번역하고 붕괴의 의미를 되새기며 사랑을 키웠던 자신의 입장을 해준도 겪었으면 하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주인공이 살인범과 불륜 남인 것은 변함없지만 피를 싫어하는 상대를 위해 수영장의 피를 다 빼고 청소하고, 삶의 근간이 되는 직업윤리를 버리기도 하며, 상대를 만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이면서 가장 낭만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한 번이라도 이런 영화를 본 적이 있었던가..
+ 마지막 장면을 보고 떠올랐던 시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낮은 곳으로 - 이정하
-
- 아픔 속에 잊힌 자유
흑인 노예라는 인권 영화이기 때문에 굉장히 무겁고 심오한 태도로 영화를 봤다. 진중한 고증과 시대적 배경의 재연은 당시 19세기 미국의 삶을 체험하는 듯한 연출이었다. 아직도 사그라지지 않는 인종차별과 어디선가 아직도 존재할 거 같은 노예제도를 생각하게 만드는 진지한 영화였다. 그리고 변화를 원해도 변하지 않는 세상의 냉소적인 면도 느껴지는 영화이기도 했다.
#사진 밑으로 스포가 있습니다.
<노예 12년> 中 솔로몬[플랫](치웨텔 에지오포)
롱 테이크(Long take)
<노예 12년>은 흑인 노예의 모습을 가까이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이 노력을 바로 '롱 테이크' 촬영을 통해 보여준다. '솔로몬'이 백인 감독관과 시비를 붙자 나무에 목을 매달아 놓지만 '포드'(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명령으로 가까스로 땅이 발에 닿으며 목숨을 부지한다. 이후 '포드'가 올 때까지 목에 밧줄을 묶인 장면을 편집 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외로이 묶여있는 '솔로몬'의 뒤로 하나둘씩 자기 일을 하기 시작하는 다른 흑인 노예들은 그를 도와주지 않는다. 설령, 도와주더라도 굉장히 소극적이고 은밀하게 도와준다. 도와준다면 그들의 목숨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 어쩔 수 없는 개인주의적 성격을 낼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은 밧줄로 자유가 묶인 흑인 노예들의 처지와 밧줄을 풀고 살고자 하는 '솔로몬'의 절박함이 느껴진다.
자신을 팔아넘긴 사람들을 고발하는 편지를 보낼 기회가 오자 망설이는 '솔로몬'의 모습을 클로즈업하며 찍은 롱테이크 촬영은 자유를 주장하던 초반의 자신과 달리 오랜 기간 노예 행동으로 빚어진 그의 무기력함, 보복에 대한 두려움, 가족과 만남을 원하는 그의 절실함 등 복잡 미묘한 '솔로몬'의 감정을 극대화한다.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노동과 반비례로 빠르게 흘러가지 않는 시간의 경과를 보이기도 하다.
19세기 미국
실화가 담긴 인권 영화이기 때문에 고증 역시 잘 재연했다. 흑인이라는 인종의 인권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야만적인 19세기 미국을 바라볼 수 있다. 언제나 자유와 평등을 외치는 미국의 과거 모습과 왜 자유와 평등을 외치게 되었는지 그 계기를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시대상의 지식을 배울 수 있고, 영화에 몰입된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촬영된 하얀 대저택은 <장고:분노의 추적자>에서 나온 대저택과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거 같다.
회색 인간
대체로 흑인 노예를 데리고 가는 부자 백인들의 성격은 이기적이고, 흑인을 개처럼 부려먹는 폭력적인 성격을 다룬다. 절대악을 그려야 당시 아픔을 더 강하게 표현할 수 있다. 물론, 실제 악한 성격으로 흑인 노예를 이용한 악덕 주인도 있지만 영화는 절대 악인 인간보다 더 많을 수 있는 회색 인간도 연출한다. 대표적으로 '포드'가 있다. '솔로몬'과 함께 사들인 또 다른 노예 '엘리자'(아데페로 오두예)가 딸과 아들이 있자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지 딸만이라도 같이 사들이려 한다. 하지만, 판매자가 딸의 가격을 올리는 탓에 엘리자 가족을 지키려는 양심을 온데간데없이 엘리자만 산다. 둘을 사들인 이후에 일은 시키지만 주말마다 직접 흑인들 앞에서 성경 구절을 읊으며 나름의 공동체를 만들어가기도 하고 목에 묶인 '솔로몬'을 구해주며 밤새 그를 지켜주기도 한다. 인간을 돈으로 사서 친절을 베푼다. 선과 악 중간을 드러내는 '포드'의 태도를 보며 인간에게 절대선과 절대악은 없어 보인다. 어찌 보면 인간에게 절대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아닐까.
-
-
- 스우파 이전에 배윤정이 있었다! 댄스 프로그램 비하인드썰 대방출부터 안무가 수입까지 모두 공개 | 씨네마사지 ?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배꼽주의※
원조 스우파 배윤정과 함께 풀어보는
영화+댄스+토크쇼!!!!!! 1석3조!!!!!
"리뷰야 댄스가 하고싶어?"
------------------------------------------------------------------------------------------------------
#비트를 느껴봐 #Feelthebeat #넷플릭스 #영화추천 #씨네마사지
-
- 영화 <노바디>
정말이지 착하게 살고 싶었다. 참으려고 했다.
이제 나 건드리면 X된다!
-
- 디즈니+ <아이스 에이지 : 벅의 대모험> 티저 예고편
와일드하다'의 정의를 물으신다면..? ??? 공룡 사냥꾼 '벅'으로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 [아이스 에이지: 벅의 대모험] 디즈니+ 3월 단독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