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4-02-19 07:57:50
죽음을 강제당하는 노인들
영화 〈소풍〉, 〈플랜 75〉


노인이 주인공인 두 영화가 같은 날(2월 7일) 개봉했다. 한국 영화 〈소풍〉과 일본 영화 〈플랜 75〉. 플롯, 캐릭터, 감성, 질감 등 많은 것이 다른 영화지만 두 영화에는 공통점도 있다. 우리 사회가 ‘노인’이라는 기표의 내용을 어떻게 채우고 있는가? 노인은 그 앞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두 영화가 공유하는 질문이다. 지금껏 살아온 삶의 맥락이 소거된 채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주는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다는 자괴감만 남은 현실. 이것이 과연 노인에 대한 온당한 대우일까? 두 영화가 이 질문에 어떻게 답변하는지를 따라가보자.
먼저 〈소풍〉이다. 여성 노인 은심의 집에 갑자기 아들네 가족이 들이닥친다. 사업상 어려움을 겪는 아들은 은심의 보험이나 집을 처분해 목돈을 마련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 파킨슨병이 시작되어 몸에 불편을 느끼면서도 아들이 이때다 싶어 요양원 이야기부터 꺼낼까 봐 이를 전하지 않은 은심은 때마침 찾아온 고향 친구 금순을 따라 60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고향에서는 금순과 우정을 더 단단히 다지고, 고향을 야반도주하듯 떠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마주하며, 자신을 짝사랑했던 태호와 재회해 지금껏 누리지 못한 행복한 시간을 만끽한다. 그러나 행복 속으로 불쑥불쑥 끼어드는 노환과 질병은 이들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일깨운다. 은심과 금순은 얼마 남지 않은 생애 동안 자신이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다는 데 공감하고 그 일을 매듭 지은 후 소풍을 떠난다.

그들이 마무리해야 하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자식에게 부담 주지 않기다. 영화는 계속 부모에게 무언가를 바라기만 하는 자식들을 부정적으로 재현한다. 노인들이 기댈 데 없이 홀로 건강을 돌봐야만 하는 현실의 문제를 담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두 노인은 결국에는 자식들에게 가진 것을 모두 넘겨준다. 사업이 망해 고꾸라지는 아들(은심), 평생 한 번이라도 가족과 아파트에서 살아보고 싶은 장애인 아들(금순)은 두 노인이 자식들에게 모든 재산을 넘기는 근거가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간 소풍의 장소. 바다 옆, 아름답지만 날카롭게 깎인 절벽에서 은심과 금순은 손을 잡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그들의 발걸음이 자식에 대한 ‘책무’를 다했다는 뿌듯함을 만끽하기 위함인지, 해야 할 일을 다 했으니 친구와 함께 세상을 등지겠다는 뜻인지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고 영화는 마무리된다. 자녀의 문제를 ‘해결’했으니 노환과 질병이라는 자기 문제에서는 자식에게도, 국가에서도 받아낼 것이 없다는 듯 홀가분한 얼굴이다. 그러나 노인이 가족과 사회 모두에게 ‘부담’이기만 한 사회에서 이들의 삶이 ‘소풍’일 수 있을까? 노인에게 행복한 삶이 가능함을, 그들의 고난이 사적인 영역에 방치되었음을 보여준 영화는 두 노인의 강요된 퇴장을 ‘아름답게’ 포장하여 자신이 제기한 비판적 함의를 재빠르게 회수한다. 모든 걸 퍼주고도 ‘부담’이 되길 거부하는 노인의 삶을 아름다운 ‘소풍’에 비유함으로써 말이다.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을 더한 〈플랜 75〉에서도 노인이 사회의 ‘부담’인 건 마찬가지다. 영화는 울분에 찬 청년이 노인을 살해하는 범죄 현장과 범인이 자살하며 스스로를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노인 돌봄에 필요한 ‘비용’에 청년 세대가 극단적 반감을 가지는 것은 미래의 일도, 일본만의 일도 아니라는 점에서 섬뜩한 오프닝이다. 사회 갈등이 증폭되자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발표한다. 정책 이름은 ‘플랜 75’. 75세 이상 노인 중 신청자에 한해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내용이다. 기묘한 정책이다. 정책은 공공성을 담보해야 하는데 플랜 75는 공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을 사적으로 책임지라는 일에 공적 권력을 동원한다.

78살의 미치는 고민이 깊다. 혼자 사는 그는 호텔에서 청소하며 생계를 이어왔는데 최근 고령의 노동자가 작업 중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비슷한 일이 재발할까 두려운 호텔에 의해 해고당한다. 고령이라는 이유로 재취업은 쉽지 않다. 게다가 미치의 집은 철거를 앞두고 있다. 그러던 와중 정부는 플랜 75가 큰 정책적 효과를 거두었다는 데 고무되어 신청자 연령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한다. 결국 미치는 플랜 75를 신청한다. 여기서 우리는 〈소풍〉과 같은 질문을 마주한다. 자식에게 모든 걸 넘겨주고 아무런 공적 부조를 받지 못하는 삶을 ‘소풍’으로 포장하는 일은 자발적인가? 플랜 75, 즉 죽음을 선택하는 미치의 결정은 자발적인가?
두 영화에서 세 노인이 내린 선택은 강제된 자율이다. ‘노인을 부양하는 데는 비용이 들고, 그건 우리 모두에게 부담이야’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존경받는 노인’으로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하려면 내려야만 하는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다. 왜 국가가 노인을 방치하냐고 항의하는 자는 미래 세대를 걱정하지 않는 ‘이기적’ 노인이 되도록 이미 담론 지형이 구축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존엄’하고 ‘품위’ 있는 마무리는 강제된 역할 기대 혹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소풍〉과는 달리 〈플랜 75〉에서는 미치가 마지막 순간에 결정을 철회하고 삶을 이어가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리고 이 장면의 배경을 은은하게 빛나는 햇빛으로 하여 노인을 ‘비용’, ‘부담’이 아닌 ‘인간’으로 대하는 사회의 모습을 상상케 한다. 같은 주제를 다루어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는 두 영화는 노인이 ‘비용’이자 ‘부담’인 시대의 분위기를 공통적으로 포착해낸다. 〈플랜 75〉의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이 실제로 도래하기 전에 〈소풍〉이 그려내는 현실을 다르게 해석하고 풀어낼 고민이 필요하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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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8월 신작
넷플릭스 2022년 8월!
신작 추천5편
서울대작전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드라이버와 정비 전문가 등이 모인 팀이
특수 위장 작전에 투입된다
작전의 목표는 대규모 돈세탁 조직의 실체를 밝히고 와해하는 것
감독: 문현성
출연: 유아인, 고경표, 이규형, 박주현, 옹성우, 문소리, 김성균, 오정세, 정웅인 등
장르: 블록버스터 코미디
공개: 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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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가족
돈이 절실히 필요한 대학 강사가 우연히
마약 조직의 거금을 손에 넣는다
파탄 직전에 이른 가족을 구할 유일한 방법은 이제
마약운반책이 되는 것이다
크리에이터: 김진우, 이제곤
출연: 정우, 박희순, 윤진서, 박지연, 최무성, 김성오, 오광록 등
장르: 스릴러, 드라마
공개: 8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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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기억을 잃을 채 깨어난 남자
귀에 장착된 장치를 통해 의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이제 이 목소리의 지시에 따라 위험천만한 인질 구조 작전에
뛰어 드는데...
감독: 정병길
출연: 주원, 이성재, 정소리, 김보민 등
장르: 스릴러
공개: 8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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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맨
오랜 세월 감금당한 채 지내온 꿈의 군주 모르페우스
그가 여러 세계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빼앗긴 건들과 잃어버린 힘을 되찾기 위해...
크리에이터: 닐 게이먼
출연: 톰 스터리지, 제나 콜먼 등
장르: 판타지 드라마
공개: 8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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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임
가정에 충실한 전업주부 남자
가족들이 집을 비워 몇 년 만에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됐다
이 기회를 만끽하려 피타광인 옛 친구의 생일 모임에 합류하는데
일생일대의 미친 모험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감독: 존 함부르크
출연: 캐빈 하트, 마크 월버그, 레지나 홀 등
장르: 코미디
공개: 8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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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도 봐야 하는 어른의 영화
점차 어른이 실종되어 가고 있는 시대에서 우리는 진정한 어른을 만날 수 있을까! <어른 김장하>는 이 물음에 답하듯 우리 주변에 숨어있는 그 어른을 카메라에 담는다. 영화는 단순히 김장하 선생의 전사를 하나씩 밟아나가며 그의 일대기를 조명하는 형식 대신 미스터리 구조를 가져온다. 여타 작품과의 차별화 포인트로서 작용하는 이 형식은 자신이 아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지역사회를 위해 묵묵히 공헌한 그의 삶을 역추적하는 동력으로 작용하며, 이 시대에 어른다움이 필요한 이유를 역설한다.
다큐 <어른 김장하> / 시네마 달 제공
경남 진주, 60여 년간 남성당 한약방을 운영하는 김장하 선생이 있다. 평생 이웃과 사회를 위해 기부와 힘을 보탠 독지가인 그를 인터뷰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그런 상황에서 구세주로 등장한 건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 제작진은 김주완 기자와 함께 김장하 선생을 인터뷰하고 영상으로 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 어른에게 이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택한다. 김장하 선생의 주변인들, 이웃들, 장학생 등의 회고를 모아 그의 삶을 되짚어 본다.
이 다큐의 제목을 많이 들어봤다면, 맞다. MBC경남 2부작 다큐멘터리로 방영되었던 그 작품이다.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교양부문 작품상을 받으며, 시청자는 물론, 평단의 사랑을 받았다. 지역 방송사 프로그램으로는 최초로 이 상을 받은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만큼 이 작품이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중 하나는 진정한 어른이 부재한 시대 속 그 필요성이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이야기다.
다큐 <어른 김장하> / 시네마 달 제공
앞서 소개한 것처럼 작품을 만든 김현지 감독은 김주완 기자와 함께 자신의 선행을 알리고 싶지 않은 선생의 스타일에 맞춰, 주변인들의 이야기로 그의 삶을 따라간다. 그들이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선생은 한약방을 개업하고 큰돈을 번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건 물론, 고등학교 설립, 여성 인권, 환경 보호, 문화 예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약방을 운영하면서 아픈 사람들이 준 돈으로 살아가는 게 큰 죄책감으로 산 그는 “돈은 똥과 같아 모아놓으면 악취가 진동하지만 뿌려놓으면 좋은 거름이 된다”는 말처럼, 그 부를 가치 있게 쓰려고 노력한다. 여기에 형평 운동(衡平運動)에 입각해 사회적 차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어떻게든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 그의 삶은 선한 영향력을 넘어 그 대단함에 감탄하게 된다. 그 흔한 자가용 없이 도보, 자전거,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자신은 늘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도 더 많은 이들에게 나눔을 실천했다는 점은 긴 여운을 남긴다.
다큐 <어른 김장하> / 시네마 달 제공
영화의 인상적인 점은 자칫 우상화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한다는 것에 있다. 모든 삶과 일에 대해선 명과 암이 있듯 김장하 선생이 한 일에 대해 밝은 면만을 비추지는 않는다. 지속적으로 도움을 준 지역신문 이야기를 꺼내며 무조건 적인 지원과 도움이 꼭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라 보여주기도 한다. 음악도 장엄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빼고, 촬영도 슬로우 장면은 넣지 않는다.
다큐 <어른 김장하> / 시네마 달 제공
어른으로서 그리고 자신의 신념에 따른 삶을 사는 한 인간으로서 면모도 보여준다. ‘많이 안다는 것만으로는 지식이 아니다. 아는 것을 실천해야 진정한 지식’라는 남명 조식 선생의 말을 그대로 따라가려는 그의 신념과 행동은 마치 구도자의 삶을 보는 듯하다. 60년 동안 한약사로 독지가로서 살아가는 그의 인생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 아픔도 느껴지는 모습은 좀 더 선생을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여지를 전한다.
다큐 <어른 김장하> / 시네마 달 제공
TV 버전과 다르게 영화는 초반부 오랜 세월 지역 기자로서 활동한 김주완 기자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감독은 자신의 신념에 입각해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간 이들의 모습을 묘하게 겹쳐 보여주면서 진정한 어른의 뒷모습을 담는다.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다른 이를 위해 쉼 없이 사부작 사부작 꼼지락 꼼지락 걸어간 어른들. 영화는 김장하 선생의 이야기를 통해 이 세상 많은 곳에서 그 멋진 뒷모습을 보여주며 살아가는 어른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 거다”라는 선생의 말처럼 이 세상 수 많은 어른들이 있기에 이 사회가 이어져가고 있는 것을 아닐까. 이런 점에서 영화는 젊은 세대들은 물론, 어른 세대에게도 큰 깨달음을 전한다.
평점: 3.5 / 5.0
한줄평: 어른도 봐야 하는 ‘어른’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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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환경!'을 외치는 악당 나자연
<짱구는 못말려>의 TV 시리즈는 어린이를 위한 것 스토리가 주를 이루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극장판은 어른이들의 눈물도 뺄 만한 스토리가 많다. 그래서 많이 챙겨보는 편이고, 즐겨보는 편이다. 그래도 주 타겟층은 어린이겠지만 말이다.
짱구 극장판이 판타지적인 스토리들을 많이 다루고 있는 것처럼 <포효하라! 떡잎 야생왕국>은 어떠한 약을 먹으면 인간들이 동물로 변하는 것이 메인 스토리로 다뤄진다. 약을 먹은 여러 사람이 조금이지만 에너지를 아끼고 환경을 지켜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끝난다. 짱구 극장판은 TV에 나오면 거의 챙겨보는데 처음 접한 편이라서 더 유심히 봤던 것 같다. 다 보고 리뷰를 찾아보니 팬들 사이에서 그다지 평이 좋지는 않았다.
<포효하라! 떡잎 야생왕국>에서 눈여겨볼 캐릭터는 마을회장이자 악당인 나자연 씨다. 날씨가 푹푹 찌는 것이 지구온난화(물론 지금은 기후위기라고 부른다) 때문이라고 짱구 엄마가 말하지만 이것은 하나의 장치에 불과했다.
나자연 씨의 첫 등장은 급하게 쓰레기를 버리는 짱구 엄마 봉미선 씨를 만나면서다. 그는 온화한 미소를 띠며 "여기에 버리시면 안 돼요~ 얼마 전에 마을 회의에서 쓰레기를 세분화해서 버리기로 정했거든요."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환경운동가의 관점에서 그는 악당이 아니어야만 했다.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는 사람들이 '환경! 환경!'이라고 외쳐가면서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좀 웃겼지만 말이다. 그는 만남 직후 봉미선 씨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지금 지구환경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쓰레기 분리, 재활용, 에너지 절약, 전 세계 사람들이 확고한 의식을 가지고 환경보호운동에 앞장서야 할 때입니다. 지구를 지키자! (환경환경) 자연을 지키자! (환경환경)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지구를 남겨줘야지 않을까요?”이 이야기를 계기로 봉미선 씨는 집에서 할 수 있는 환경운동들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부부싸움의 스케일이 커졌다고 짱구 아빠 신영만 씨는 불만을 토로했지만 각자의 실천들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나자연 씨의 유치원 교육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지구의 환경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어린이 여러분도 환경의 심각성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환경을 무시하는 어리석은 어른들 때문에 강은 쓰레기장으로 변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은 작지만 하나로 모으면 커다란 힘이 됩니다.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 힘을 모읍시다!”
나자연 씨는 열정적인 연설을 한 뒤 유치원생들과 함께 강으로 가서 쓰레기를 주웠다. 그는 실천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구두는 어디에 버려야 할지 헛갈려하는 훈이에게 (비록 무서운 표정이었지만)재활용과 재활용이 아닌 것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그는 쓰레기에 정말 진심인 사람인 것 같았다.
이런 나자연 씨가 왜 악당이어야만 했을까? 그는 어떤 사람일까?
마을회장 나자연 씨는 '지구를 구하고 자연을 구하자', 일명 지구자구의 수장이었다. 지구자구의 목표는 지구의 자연성을 회복하게 하기 위해 인간들을 동물로 만드는 것이다. 그가 지구를 대하고 있는 진심을 동물로 변한 봉미선 씨와 신영만 씨를 앞에 두고 한 말에 드러나 있다.
“사람들은 물질적인 풍요로움만 추구한 나머지 모두 물질에 찌들어 있죠. 그런데 지구는 점점 살기 힘든 곳으로 변하고 파멸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파멸을 길에 벗어나 지구의 환경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이제 물질문명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포기하지 마! 그래 가지고 지구를 구할 수 있겠냐!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물질문명을 포기하지 못하는 현대인! 이 얼마나 어리석고 무식한 존재란 말이냐!”그와 지구자구는 마을회장이 되어서 분리 배출된 쓰레기를 팔아서 활동비용으로 충당했다. 길거리 모금을 통해서 후원금을 모으기도 했다. 실제로 환경단체 중에는 자원순환 사회적기업과 연관하여 활동하고 있는 곳도 있고, 운영을 위해서는 회원을 모집하여 후원금을 받고 있기도 하기 때문에 그들의 이런 활동은 비난받을 이유는 없었다. 물론 공금인 마을회비를 사용했다면 횡령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비난받아도 된다. 실제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악당이 하는 행동'으로 그린 것에 대해서는 큰 우려가 된다. 현실 세계의 아이들에게 우리는 악당으로 보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이 공개된 2009년 즈음 나는 봉사활동을 위해 일본에 두 달 정도 머무르고 있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도 분리배출은 열심히 하고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일본은 쓰레기를 한곳에 묶어서 배출하고 있었다. 재활용품 분리에 대한 개념이 있기는 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고,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도 수분이 제거되면 작은 봉지에 밀봉하여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렸다. 나자연 씨가 마을회장이 되면서까지 분리배출을 하도록 결정한 부분은 일본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어야 했다. 그동안 본인들이 막 버리던 쓰레기들이 실제로 자원화가 되고, 심지어 되팔아서 자금이 된다는 사실은 놀라워야 마땅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자연 씨는 '흉악범' 취급을 당한다.
그는 본격적으로 인간들을 동물로 만들기 전에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한다.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서 쇼핑몰의 불필요한 조명을 끄고 조도를 낮추는 일을 했다. 이 일이 기존의 익숙함에 비해 조금 불편한 것일 뿐이라는 말은 틀린 것도 없다. 물을 아끼기 위해 식수대를 잠그기도 했고, 마을의 음료수 자판기의 '차가움' 기능을 끄기도 했다. 석탄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자동차의 엔진을 없애버리기도 했다. 이런 행동들은 환경을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반발감을 사기 충분해 보였다.
나자연 씨가 지구자구를 하게 된 것은 사람들이 환경을 보호하자는 말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환경을 지키고 지구를 지키자고 말해도 사람들은 들어주지 않았고 시간이 갈수록 환경은 더욱 나빠지기만 했다. 지구와 자연을 지키자고 말하는 그는 물벼락도 맞았다.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소리는 괜찮지만 구호는 듣기 싫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인간들에게 절망하고 말았다. 애석하게도 환경운동을 하다가 보면 결국은 인간이 멸종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나자연 씨도 환경운동가가 겪는 산 하나를 만나고 만 것이다. 인류애가 사라지게 된다고나 할까... 결국 지구 바보 나자연 씨는 아름다운 지구를 되찾는 것에 인생을 걸었다. 우연히 들어간 떡잎마을 지하 땅굴은 사람들이 없고 원시 자연이었으며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 지하를 지키려면 마을회장이 되어야만 했고, 그때부터 사람들을 동물로 만드는 약을 연구했다. 인간을 죽이는 약이 아니라 동물로 만드는 약을 만드는 것 자체가 그가 인간을 생각보다 미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고 그 방법이 최후의 수단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구를 지키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을 해 보고, 인간들을 조금이나마 믿어보려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일 것이다. 그들은 요상한 옷을 입고 요상한 자세로 '환경! 환경!'을 외치고 다니지만 실제로 악당이 아니라 '급진적 환경운동가'일뿐이었다.
나자연과 반하는 인물로 빅토리아(코코)를 들 수 있다. 빅토리아는 히로인인데 매우 부자인 것으로 그려진다. 심지어 (나중에 밝혀지지만)나자연의 부인이다. 무동력으로 추격전을 하고 있는 지구자구와 짱구네 가족들 사이에 엔진 빵빵한 자동차를 몰고 와서 수류탄을 마구 투척한다. 지구자구는 무기랍시고 본인들이 수거한 캔을 던지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기름이 떨어져서 자동차가 멈추자 연비가 좋지 않은 차라면서 투덜거리기까지 한다.
지구자구의 본거지에 쳐들어왔을 때도 멋진 오도방구를 타고 바주카포를 날린다. 어느 누구의 위험과 안전은 고려하지 않은 채 마구 쏘아댄다. 짱구 일행도 다칠 뻔했다. 이때도 지구자구는 화석연료나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건물의 전기는 마당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로 충당하고 있었고, 그들은 탈 것 없이 뛰어서 빅토리아를 맞이한다. 무기는 옷걸이와 프라이팬 등이었다. 지구자구가 싸우는 중에도 분리배출을 하는 등 어리숙하게 보이는 것은 그들은 '싸움'에 주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빅토리아가 지구자구를 잡으려고 하는 이유는 그들의 계획이 성공하면 원피스, 구두, 가방 같은 본인을 꾸미기 위한 것들이 사라져서 허무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악당을 물리친다고 했지만 그녀는 지구자구가 말하는 현재 문명에 찌들어 있는 사람이었고, 자원과 에너지 절약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는 여러 의미로 환경을 망치는 데 일조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사실 정상적인 사고체계라면 '그런 방법은 옳지 않아!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라고 했어야 맞는 것일 텐데 '환경 그까짓 게 뭐라고'의 마음을 가진 히로인이라니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이러니 낭비를 좋아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빅토리아보다는 자연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정강이를 까이는 나자연 씨에게 더 관심이 갈 수밖에. 그가 아내인 빅토리아를 동물화시키려고 했다가 인류까지 계획을 확장한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여담이지만 빅토리아가 이상한 통에 갇혀서 데굴데굴 굴러갈 때 부딪히는 곳이 산꼭대기에 잔뜩 꽂혀 있는 송전탑인 것을 보고는 감독님의 디테일에 살짝 감동하기도 했다.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 자전거와 러닝머신을 이용하는 모습 역시도 그랬다.
나자연 씨는 굉장히 이상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너무 악당 같지 않았던 것일까? 막판에 그는 신념도 없는 이상한 사람처럼 그려졌다. 강력한 약어서 괴물로 변했고, 약병도 함부로 버렸다. 사랑 때문에 찌질하게 군 사람처럼 그려지기도 했지만 그가 악당으로 변한 것은 살아온 역사를 본다면 당연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인간들은 인간 중심적인 사고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고, 심지어 짱구네 가족들도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로만 하고 '인간은 어찌 돼도 상관없냐'고 되물었으니 말이다.
결국 가족의 사랑이 지구의 사랑이라고 말한 나자연 씨는 아무리 노력해도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것을 느끼고 포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 현실에 안주하기로 한 것 같다. 행복한 것처럼 보였지만 씁쓸한 말로였다.
팬들이 최악으로 뽑는 제일 큰 이유는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개연성 없는 캐릭터였다. 나 역시 나자연 씨의 활동들에 매우 동의하며 감정 이입하고 있었는데 막판에 무너진 캐릭터 때문에 당황스러웠기 때문에 그 평가에 매우 동의한다.
안타까운 상상이기는 하지만 나자연씨의 일과 가족이 현실이라면 빅토리아가 돈을 잘 쓰고 다니는 것은 잘 벌거나 집안이 좋다고 이해할 수 있다. 아마도 나자연 씨가 다른 돈벌이 없이 환경운동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런 경제적인 부분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와 등지고 나서는 쓰레기를 팔아서 자금을 모았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배부르니까 환경운동 한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나는 환경운동은 가난한 활동이라는 것에는 매우 동의한다. 사실 환경운동가 중에 부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결국 가난하든 부자든 환경보호는 누구나 해야만 하는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이 없으면 환경운동 하기 어려운 것도 너무나 현실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다섯 벌 사던 옷을 세 벌로 줄인다는 약속은 남은 비용을 환경운동 하는 곳에 투자해 준다는 약속으로 확장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아마 그 비용은 나자연 씨의 환경보호활동을 덜 급진적이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너무 속물처럼 보이지만 현실이 이러하니 안타까운 상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아이들이 환경보호를 하는 활동들이 나쁘고 하찮은 것이라고 여기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다. <뽀로로>를 보고 아이들은 가장 사고를 많이 치는 크롱에게 가장 많은 감정이입을 한다고 하던데 <짱구는 못말려>의 악당에게 감정이입을 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생각은 현재진행형이라서 환경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이 애니메이션을 딱히 추천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어른이들은 이 안에 숨겨진 많은 이야기들을 잘 이해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의 나자연 씨는 인간을 동물로 만들지 못했지만 나는 오늘도 외쳐본다.
“환경! 환경! 지구자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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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한 초콜릿을 한입 문 것 처럼 행복한 기분
로맨스 영화를 좋아한다. 아름다운 시절을 지나고 있는 남녀가 우연히 만나 호감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 때문이거나, 혹은 작은 사고가 생기거나 하는 사소하거나 혹은 크나큰 오해와 위기를 맞이하지만, 결국은 마침내 사랑을 확인하는 것.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살았습니다. 라는 한 문장의 자음과 모음 사이에 수 많은 생활의 고단함이 묻어 있는 것을 아는 나이지만, 그래도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슬픈 로맨스나 쿨하게 열린 결말보다는 꽉닫힌 해피엔딩이 좋다. 달콤한 초콜릿을 입안 가득 만족스럽게 먹은 것 처럼 행복해지는 기분.
주기적으로 이 행복함을 채워주는 것은 ‘노팅힐’이다. 런던 노팅 힐이라는 마을에서 작은 여행전문 서점을 운영하는 이혼남 ‘윌리엄 태커’ 어느 날 세계적인 스타 ’애나 스콧’이 다녀간다. 잠깐 사이에 일어난 이 엄청난 일에 당황하던 그는 주스를 사러 다녀오다가 그녀와 다시 한번 마주치는데 들고 있던 오렌지 주스를 그녀에게 쏟고 만다. 그리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16.5m앞에 있는 파란 대문의 자신의 집으로 안내하는데, 옷을 갈아입은 그녀는 떠나기 전에 갑작스럽게 그에게 키스를 하고, 그는 이 일을 내내 떠올린다. 며칠 뒤 애나는 윌리엄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와달라고 하고, 윌리엄은 ‘승마와 애견’의 기자인것처럼 인터뷰를 하며 대화를 이어나가며 호감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날 밤 여동생 생일파티에 참석하는데, 윌리엄의 친구들과 평범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파티 이후 둘은 더욱 가까워지고 공원도 함께 산책하고 데이트를 하고 호텔에 올라가게 되는데 미국인 남자친구가 와 있다. 룸서비스직원이라고 하면서 자신을 숨기도 돌아오는 윌리엄.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그녀를 잊지 못하는 윌리엄.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애너의 누드사진이 공개되고, 애너가 윌리엄을 찾아온다. 그리고 가난했던 무명시절의 이야기를 하는 애너.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윌리엄을 찾아왔다는데, 윌리엄은 그녀를 배려하며 자신의 집에서 지내자고 한다. 하지만 윌리엄의 룸메이트 스파이크의 실수로 애너의 위치가 알려지고 기자들이 몰려든다. 애너는 배신감에 화를 내고 윌리엄을 떠나 버린다.시간은 흐르고, 애너와 윌리엄은 오해가 쌓이고, 설레는 감정이 서로에게 닿을 듯 닿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애너의 기자회견, 윌리엄은 다시 한번 기자인척 그녀에게 질문을 가장한 사랑고백을 하고,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둘은 한 기자가 던진 ‘영국에 얼마나 더 머무를 예정인가요?’ 라는 질문에 ‘영원히’ 라고 답한다. 그리고 기자회견장은 순식간에 열애설의 현장으로 바뀌고, 둘은 마침내 결혼하고, 몇 개월뒤 공원벤치에서 임신하여 윌리엄의 다리를 베고 누워 있는 애너를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나도 모르게 웃게 되는 결말.
슈퍼스타와 서점직원이라는 서로 다른 상황에 갈라지고 멀어지지만, 소년 앞에 사랑을 구하는 소녀일 뿐이라는 애너의 고백처럼, 그저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 가는 과정이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윌리엄이 처음 애너를 만났던 날 했던 말처럼 ‘비현실적인지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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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사나이
제 25회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장 밥티스트 뒤랑 감독의 "쓰레기장의 개"
< 쓰레기 장의 개 >
시놉시스: 프랑스 시골의 작은 마을, 미랄레스는 자신의 절친을 '개(도그)'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이 둘은 지금까지 삶의 대부분 시간을 함께 보내왔다. 그해 가을, '도그'에게 여자 친구가 생기고, 둘의 친구 관계에 변화가 일어난다.
"쓰레기장의 개"는 기존의 여타 다른 영화들과 약간은 다른 방식으로 "친구 사이의 우정 혹은 사랑"을 다룬다.
첫번째로, 주인공 미랄레스는 자신의 절친인 다미엔을 '도그'라고 부르며 얕잡아본다. 그리고 줄곧 그를 공격적인 방식으로 놀리며 둘 사이의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전의 비슷한 테마를 가진 대부분의 영화들은 두 친구사이의 관계를 이렇게 명확하게 정해놓지 않는다.
물론, 끝에가서는 어느정도 갑과 을의 상태가 될 수는 있지만, 일단 처음부터 친구관계를 하나의 "계급"처럼 표현하지는 않는다.
영화 속 미랄레스의 태도는 보는이로 하여금 거북함까지 일으킬정도로 지나치다. 여기에 도그의 기계적인 순종까지 보다보면 '이게 우정이 맞긴 해?' 라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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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는, 인물의 중심이 '강자'이다.
다시말해, 순종적인 모습의 도그가 이야기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순종적인 주인공이 상대에게 휘둘리며 상처받고, 성장하는 이야기가 아닌, '강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관계의 변화이다.
영화의 초중반까지만해도 도그의 '스톡홀름 신드롬'이구나 싶었지만, 생각보다 뚝심있는 도그는 새로운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미랄레스를 대하는 태도가 점점 단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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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둘이 사랑하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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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에 "당연하죠."라고 바로 답할 수 없다.
영화 내에서 많은 힌트들로 꾸준히 미랄레스가 이성애자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이게 곧 바로 '미랄레스가 도그를 사랑한다.'로 갈 수는 없을 것 같다.
미랄레스는 동성애자다 그러므로 도그를 '사랑'한다.
이렇게 바로 결과에 도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우리는 미랄레스가 우정으로서인지 에로스인지 간에 '왜 도그를 사랑하게 되었을까?'를 생각해보아야한다.
그 과정을 주목해야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미랄레스와 도그의 애증관계'보다 '외로운 미랄레스'에 집중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 미랄레스는 도그를 사랑할까?"
그들은 15년지기 친구사이이다.
그들의 나이를 고려하면 반평생을 함께한 동반자나 마찬가지.
그리고 그 긴 시간동안 같이 잘 지내왔다면, 당연히 둘은 잘맞는 둘도 없는 친구일수밖에.
그리고, 미랄레스는 외로운 사람이다.
그의 주변에는 그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매일 넋이 나가있는 어머니,
돌아가신 아버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를 곁에 두는 친구들,
혹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친구들.
오히려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미랄레스에게 의지를 하고 있다.
자신에게 밥을 차려달라는 어머니,
복권을 봐달라는 이웃 아저씨,
자신의 새로운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해달라는 친구,
자신에게 담배를 달라고 하는 사람들까지.
관심과 사랑의 부재로 인간관계와 감정표현에 서툰 미랄레스지만, 또한 책임감도 강하기에 여기서 오는 압박감과 외로움이 크다.
영화의 중반부부터 관객들도 그의 외로움을 눈치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랄레스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곤 결국 '도그'밖에 없는 것이다.
나름 자신만의 계획과 철학이 있는 미랄레스.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서툰 행동들을 통해 그를 성숙하지 못한 사람으로 치부해버린다.
미랄레스가 무언가를 말하면, 사람들은 매번 "너가 어떻게 알아", "너 꿈이 너무 커.", "그게 될 것 같아?" 등등 그를 무시하기 바쁘다.
이런 미랄레스에게 항상 긍정의 답을하고 그를 인정해주는 사람은 '도그'뿐이다.
이런데 어떻게 미랄레스가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럼, 미랄레스가 우정을 넘어서 에로스 적으로, 연애의 감정으로 도그를 사랑하는가를 살펴보자.
나는 앞서 말했듯, 여기에 백프로 확신해서 답하지 못하겠다.
"연애의 감정이 아니라면, 미랄레스가 왜 도그의 새 여자친구를 질투하나요?"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앞에서 답을 했다.
왜냐하면, 그는 모든 것이 서툰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여자때문에 자신을 향한 도그의 관심이 줄어든 것 뿐만아니라, 자신을 언제나 인정해주던 도그의 태도가 바뀌었으니, 도그의 새 연애를 응원해주기 힘들 수 밖에.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그래서 둘이 사랑하는건가요?"
"친구로서 서로 사랑하니 맞다고 할까요?"
우정과 사랑이야기를 넘어 '외로운 사람'의 성장기를 보여준
"쓰레기장의 개"
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며 미랄레스의 외로움이 와닿아서 약간의 눈물을 머금었다.
씨네랩 소속 기자로 제 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강예림기자였습니다.
상영 일정:
2024.05.05 CGV 전주고사 7관 13:30
2024.05.06 CGV 전주고사 7관 10:00
2024.05.07 CGV 전주고사 7관 21:00
영화제 기간: 2024.05.01 - 202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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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피 - 이렇게 만들어 회자되는 것도 나름의 능력이라면 능력
한국영상자료원은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참으로 좋은 기관이다. 다양한 영화들을 접할 수 있는 시설과 여러 전시까지. 작년 8월에는 "풍문으로 들었소: '컬트적'인 한국영화" 기획전을 온라인으로 진행하였다. (필자같이)소수의 열광적인 팬들을 지니고 있는 영화들을 KMDb VOD로 접할 수 있게 해주었다. 기간 동안 여러 영화를 보면서 웃기도 하고, 박수치기도 했다. 이렇게 본 영화 중 하나인 "하피"를 소개해볼까 한다. 라호범 감독의 대뷔작이자 현재까지 마지막 영화인 하피는 이정현, 김래원, 김꽃지 주연이라는 지금 기준으로도 괜찮은 라인업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는 한국 공포 영화 역사상 역대급 괴작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과연 어떤 작품이길래 괴작이라는 얻기 힘든 칭호를 받은 걸까.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영화 정말로 이상하다. 진심으로 말이다. 이 생각이었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살면서 본 영화들중에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역대급이다. 농구를 하는데 폭발음이 들리고, 단추가 굴러가는데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들리는 등 정말로 황당하기 그지없는 효과음들이 관객들을 반겨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영화의 진짜 별미(?)는 나레이션이다. 누가 봐도 놀라는 표정을 짓고있는데 "~은 지금 놀랐다" 라던가, 쇠사슬로 목을 조이는 장면에서는 "이 쇠사슬은 사실 플라스틱이다. 노약자나 임산부는 놀랄 필요는 없지만 굳이 이 영화처럼 연기할 필요는 없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좀 몰입된다 싶을 때 감흥을 깨버리고 헛웃음이 나오게 한다. 또한 나레이션 뿐만 아니라 영화의 등장인물들도 나레이션을 한다. 작중에서 실제 칼이 아닌 가짜 칼로 공격을 해서 역공 당했을 때 정지컷과 함께 모형칼이었다는 나레이션과 함께 "아 맞다!" 하는 등장인물의 나레이션이 나온다. 정지컷과 같은 연출들도 남발되어서 시각적 요소들도 난잡하기 짝이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설명만 들으면 흔히 말하는 졸작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영화를 주목하고 있다. 왜냐하면 단순히 졸작이 아닌, 괴작의 범주에 들어가는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어이없는 요소(나레이션, 편집, 효과음 등)들은 대부분 후반 작업에서 추가되는 요소들이다. 즉, 감독이 다 의도하고 이러한 결과물을 내놓았다는 것인데, 그렇기에 이 영화가 괴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시 라호범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인터넷에서 우연히 찾게되었는데, 인터뷰에 따르면 공포물에 코믹 요소를 가미해 새로운 도전을 했다고 밝혔다. 이런 시도를 대뷔작부터 내세우는 것과 자신의 선택에 자부심을 가지는 태도는 감독으로 용기있다고 평할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이 단순히 악영향만을 끼쳐 영화 관람을 중단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이 없어서 계속 보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20년이 지나도 회자되고 특별전까지 열려서 상영(비록 온라인 상영이긴 하지만)되는 것도 다른 의미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공포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어이 없게 만드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이런 시도를 대뷔작부터 해서 확실하게 실패한 때문인지, 라호범 감독의 작품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의 발칙한 상상력이 더욱 궁금해지는 하루다.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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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6. 10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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