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4-02-19 07:57:50
죽음을 강제당하는 노인들
영화 〈소풍〉, 〈플랜 75〉


노인이 주인공인 두 영화가 같은 날(2월 7일) 개봉했다. 한국 영화 〈소풍〉과 일본 영화 〈플랜 75〉. 플롯, 캐릭터, 감성, 질감 등 많은 것이 다른 영화지만 두 영화에는 공통점도 있다. 우리 사회가 ‘노인’이라는 기표의 내용을 어떻게 채우고 있는가? 노인은 그 앞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두 영화가 공유하는 질문이다. 지금껏 살아온 삶의 맥락이 소거된 채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주는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다는 자괴감만 남은 현실. 이것이 과연 노인에 대한 온당한 대우일까? 두 영화가 이 질문에 어떻게 답변하는지를 따라가보자.
먼저 〈소풍〉이다. 여성 노인 은심의 집에 갑자기 아들네 가족이 들이닥친다. 사업상 어려움을 겪는 아들은 은심의 보험이나 집을 처분해 목돈을 마련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 파킨슨병이 시작되어 몸에 불편을 느끼면서도 아들이 이때다 싶어 요양원 이야기부터 꺼낼까 봐 이를 전하지 않은 은심은 때마침 찾아온 고향 친구 금순을 따라 60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고향에서는 금순과 우정을 더 단단히 다지고, 고향을 야반도주하듯 떠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마주하며, 자신을 짝사랑했던 태호와 재회해 지금껏 누리지 못한 행복한 시간을 만끽한다. 그러나 행복 속으로 불쑥불쑥 끼어드는 노환과 질병은 이들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일깨운다. 은심과 금순은 얼마 남지 않은 생애 동안 자신이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다는 데 공감하고 그 일을 매듭 지은 후 소풍을 떠난다.

그들이 마무리해야 하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자식에게 부담 주지 않기다. 영화는 계속 부모에게 무언가를 바라기만 하는 자식들을 부정적으로 재현한다. 노인들이 기댈 데 없이 홀로 건강을 돌봐야만 하는 현실의 문제를 담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두 노인은 결국에는 자식들에게 가진 것을 모두 넘겨준다. 사업이 망해 고꾸라지는 아들(은심), 평생 한 번이라도 가족과 아파트에서 살아보고 싶은 장애인 아들(금순)은 두 노인이 자식들에게 모든 재산을 넘기는 근거가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간 소풍의 장소. 바다 옆, 아름답지만 날카롭게 깎인 절벽에서 은심과 금순은 손을 잡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그들의 발걸음이 자식에 대한 ‘책무’를 다했다는 뿌듯함을 만끽하기 위함인지, 해야 할 일을 다 했으니 친구와 함께 세상을 등지겠다는 뜻인지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고 영화는 마무리된다. 자녀의 문제를 ‘해결’했으니 노환과 질병이라는 자기 문제에서는 자식에게도, 국가에서도 받아낼 것이 없다는 듯 홀가분한 얼굴이다. 그러나 노인이 가족과 사회 모두에게 ‘부담’이기만 한 사회에서 이들의 삶이 ‘소풍’일 수 있을까? 노인에게 행복한 삶이 가능함을, 그들의 고난이 사적인 영역에 방치되었음을 보여준 영화는 두 노인의 강요된 퇴장을 ‘아름답게’ 포장하여 자신이 제기한 비판적 함의를 재빠르게 회수한다. 모든 걸 퍼주고도 ‘부담’이 되길 거부하는 노인의 삶을 아름다운 ‘소풍’에 비유함으로써 말이다.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을 더한 〈플랜 75〉에서도 노인이 사회의 ‘부담’인 건 마찬가지다. 영화는 울분에 찬 청년이 노인을 살해하는 범죄 현장과 범인이 자살하며 스스로를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노인 돌봄에 필요한 ‘비용’에 청년 세대가 극단적 반감을 가지는 것은 미래의 일도, 일본만의 일도 아니라는 점에서 섬뜩한 오프닝이다. 사회 갈등이 증폭되자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발표한다. 정책 이름은 ‘플랜 75’. 75세 이상 노인 중 신청자에 한해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내용이다. 기묘한 정책이다. 정책은 공공성을 담보해야 하는데 플랜 75는 공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을 사적으로 책임지라는 일에 공적 권력을 동원한다.

78살의 미치는 고민이 깊다. 혼자 사는 그는 호텔에서 청소하며 생계를 이어왔는데 최근 고령의 노동자가 작업 중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비슷한 일이 재발할까 두려운 호텔에 의해 해고당한다. 고령이라는 이유로 재취업은 쉽지 않다. 게다가 미치의 집은 철거를 앞두고 있다. 그러던 와중 정부는 플랜 75가 큰 정책적 효과를 거두었다는 데 고무되어 신청자 연령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한다. 결국 미치는 플랜 75를 신청한다. 여기서 우리는 〈소풍〉과 같은 질문을 마주한다. 자식에게 모든 걸 넘겨주고 아무런 공적 부조를 받지 못하는 삶을 ‘소풍’으로 포장하는 일은 자발적인가? 플랜 75, 즉 죽음을 선택하는 미치의 결정은 자발적인가?
두 영화에서 세 노인이 내린 선택은 강제된 자율이다. ‘노인을 부양하는 데는 비용이 들고, 그건 우리 모두에게 부담이야’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존경받는 노인’으로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하려면 내려야만 하는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다. 왜 국가가 노인을 방치하냐고 항의하는 자는 미래 세대를 걱정하지 않는 ‘이기적’ 노인이 되도록 이미 담론 지형이 구축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존엄’하고 ‘품위’ 있는 마무리는 강제된 역할 기대 혹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소풍〉과는 달리 〈플랜 75〉에서는 미치가 마지막 순간에 결정을 철회하고 삶을 이어가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리고 이 장면의 배경을 은은하게 빛나는 햇빛으로 하여 노인을 ‘비용’, ‘부담’이 아닌 ‘인간’으로 대하는 사회의 모습을 상상케 한다. 같은 주제를 다루어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는 두 영화는 노인이 ‘비용’이자 ‘부담’인 시대의 분위기를 공통적으로 포착해낸다. 〈플랜 75〉의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이 실제로 도래하기 전에 〈소풍〉이 그려내는 현실을 다르게 해석하고 풀어낼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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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4월의 둘째 주도 벌써 지나갔네요.날씨도 따뜻해지고, 꽃도 만개해서봄나들이 가기 딱 적당한 날이 될 것 같습니다.(봄나들이도 가고! 영화도 보고!)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콘텐츠'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수퍼 소닉2> (NEW)▶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과 확장된 세계관으로 화제를 모은 <수퍼 소닉2>가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는데요. 대부분의 시리즈물 영화는 전편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어내기 어려운데,
<수퍼 소닉2>는 전편보다 뛰어난 속편을 만들어 내면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4월 8일~10일) 관객 수 11만 109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2만 9741명을 돌파하였습니다.이번 주 수요일인 13일에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이 개봉해, 1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줄거리도시의 악당들을 물리치며 바쁘게 지구를 지키고 있는 초특급 히어로 ‘소닉’.버섯 행성으로 쫓겨나 ‘소닉’에게 복수를 계획하던 천재 악당 ‘로보트닉’은엄청난 힘을 지닌 신비의 에메랄드를 차지해 세상을 지배할 야망을 꿈꾸며 지구로 돌아온다!최강 파워로 업그레이드된 ‘로보트닉’과 강력한 펀치 파워 ‘너클즈’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소닉’은하늘을 나는 꼬리를 가진 귀여운 파트너 ‘테일즈’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되는데…2. <모비우스> (▼1)
▶ <수퍼 소닉2>가 개봉하면서 <모비우스>가 1위에서 2위로 하락하였습니다.
4월 첫째 주와 저번 주의 주말 관객 수를 비교했을 때, 약 3분의 1일 줄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말 동안 (4월 8일~10일) 관객 수 6만 249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42만 549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앰뷸런스> (NEW)
▶ 액션 영화 마스터 마이클 베이 감독이 새로운 액션 영화 <앰뷸런스>로 돌아오면서 기대를 높였는데요.
배우들의 연기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연출이 만나 강력한 시너지를 뽐낸 작품인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4월 8일~10일) 관객 수 5만 326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8만 1516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줄거리인생 역전을 위해 완벽한 범죄를 설계한 형 '대니'와 아내의 수술비를 마련해야만 하는 동생 '윌',
함께 자랐지만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형제는 각기 다른 목적을 위해 인생을 바꿀 위험한 계획에 뛰어들게 된다.
그러나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모든 계획이 틀어지게 된 두 형제는
구급대원 '캠'과 부상당한 경찰이 탑승한 앰뷸런스를 탈취해 LA 역사상 가장 위험한 질주를 하게 되는데...▶ 씨네픽의 이번 주 95회 예측 이벤트는 4월 2주 차 박스오피스(순위) 예측입니다. 한 주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요.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4월 2주 차 박스오피스 순위의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 한 주 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박스오피스 3위 순위를 가장 많은 분들이 맞혀주셨고,
그다음으로 2위, 1위 순으로 많이 맞춰주셨습니다. 이번 예측은 조금 어려웠는지, 전체적으로 예측율이 좀 떨어졌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96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스텔라> (NEW)
▶ 박스오피스 TOP5 중 유일한 한국 영화 <스텔라>가 4위를 차지했습니다.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감성의 영화로 가족과 함께 보러 가기 좋을 영화입니다.
주말 동안 (4월 8일~10일) 관객 수 3만 927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만 878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줄거리막다른 인생 제대로 한 번 달려본 적 없는 차량담보업계 에이스 ‘영배’(손호준). 보스 ‘서사장’(허성태)이하룻밤 맡긴 슈퍼카가 절친 ‘동식’(이규형)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지고 영배는 범인으로 몰려 서사장 일당에게 쫓기기 시작한다.믿을 사람 하나 없고, 도망칠 곳도 없는 그의 앞에 나타난 건 바로 1987년식 오래된 자동차 ‘스텔라’.
최대 시속 50km, 남은 시간은 3시간…
유일한 희망인 스텔라와 함께 보스의 슈퍼카를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4.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NEW)
▶ 박스오피스 5위는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가 차지했습니다.
색감이 예쁘고, 영상미가 좋다고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주말 동안 (4월 8일~10일) 관객 수 1만 6092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만 662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줄거리모든 동물이 행복해지길 바랐던 엉뚱한 천재 화가 ‘루이스’(베네딕트 컴버배치).
그림 말고는 모든 게 서툴렀던 그의 앞에 어느 날 운명 같은 사랑이 찾아온다.
그의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삶의 전부,
‘에밀리’(클레어 포이) 그리고 고양이 ‘피터’.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Sonic the Hedgehog 2>와 <Ambulance>가 개봉하면서 새롭게 순위에 등극했고,
<The Batman>이 개봉 후 한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박스오피스 TOP5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8일~10일) <Sonic the Hedgehog 2> 북미 기준 주말 매출액 $71,000,000 (한화 약 871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누적 매출액은 동일합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3월 25일 ~ 2022년 3월 27일)1. <수퍼 소닉2> 7100만 달러 (누적 7100만 달러)2. <모비우스> 1020만 달러 (누적 5707만 달러)3. <로스트 시티> 916만 달러 (누적 6885만 달러)4. <앰뷸런스> 870만 달러 (누적 870만 달러)5. <더 배트맨> 655만 달러 (누적 3억 5905만 달러)...씨네픽의 4월 둘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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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마블이 오답노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최근 마블 스튜디오 성적이 부진했던 것, 특히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개봉하는 작품들 거의 모두 마블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도, 영화를 좋아하는 씨네필들에게도, 평단에게도 실망감을 선사한 것은 통계적으로도 볼 수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억지스러운 PC주의, PC주의가 들어간 영화는 무조건 실패한다.'와 같은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마블이 새로운 장을 열면서 전과는 또다른, 조금 더 깊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그 과정에서 PC주의를 영화 속에 넣은 것으로 추측되나, 의도가 어찌되었든 모든 이들에게 실망감을 사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마블의 이러한 연이은 실패의 이유에 PC주의에 대한 무분별한 탓, 무조건적인 비난은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마블이 지금처럼 부진한 성적을 받고 있는 데엔 '설득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단순 우주에서 다중 우주로 뻗어져나가는 이야기의 흐름을 설득 못 시켜서, 세대 교체를 하는 과정에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배우, 새로운 캐릭터가 필요했던 이유에 대해서 설득하지 못해서, 영화팬들에게 영화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OTT 서비스를 사용해서 자신들의 이야기 템포를 따라와줄 것을 설득시키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마치 마블의 지난 시간들을 반성하고, 오답노트를 작성하면서 본인들의 과오를 하나씩 수정해나가는 영화로 보인다.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그 점을 보완하고, OTT 서비스를 무조건적으로 강요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고 싶게 만드는, 마치 마블의 영광스러웠던 시대의 희망 의 뿌리를 보는 것 같은 작품이었다.
영화의 이야기는 물론 마블 시리즈의 한 작품이기 때문에 당연히 전작들의 이야기에서 이어지고,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 작품들에서도 이어진다. 마블 스튜디오 또한 영화 <아이언맨1> 개봉 이후 1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그동안 쌓여왔던 작품들이 꽤 많고, 또 그만큼 이야기가 매우 깊어졌다. 이에 더해,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가 가세해 마블 스튜디오의 전반적인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있어 그 양은 갈 수록 비대해졌다. 그렇기에 최근 많은 이들이 마블 영화가 개봉한다고 하면 설레는 기대보다 "전작들 못 봤는데, 못 따라가면 어떡하지? 돈 낭비하는 거 아니야?"라는 우려 섞인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이 점을 과소평가했던 것인지, 실제로 최근 마블 스튜디오는 이런 점에서 날 선 비판을 받고 있었다. 이를 드디어 깨달은 것인지,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작품 내에 전작들의 설정들을 친절하고, 설득력있게 제시했고, 전작들을 보지 않았던 관객들에게도, 전작들을 모두 섭렵한 관객들에게도 꽤나 만족스러운 작품을 제시했다. 또한 이전 작품들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매력까지도 불어 넣어, 이전 작품들에 대한 반성문만이 아닌 개선과 포부가 담긴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 액션 영화에 비법 양념을 더해 마블만의 맛을 내다.
장르가 액션인 영화에서 가장 실망스러울 때는 바로 액션마저 별로일 때이다. 액션 장르 영화에서 이야기가 아무리 엉망이어도 액션이 수준급이라면, 최악은 면할 수 있는 것이 액션 장르의 힘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전에 먹어봤던 맛있는 맛의 액션에 새로운 맛을 한 숟갈 더한다. 작품 속 등장하는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는 이전 작품들의 "스티브 로저스"의 캡틴이 아니라 "팔콘"의 캡틴이기 때문에, 전작들의 시원하고 파워풀한 액션씬보다는 윙슈트를 이용한 화려한 곡예비행과 날개 및 기타 파츠들을 이용한 볼거리 많은 액션을 보여준다. 또한 빌런으로서 2008년 작품,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에 등장한 "사무엘 스턴스"와 "썬더볼트 로스"이자 "레드 헐크"를 등장시키는데, "캡틴 아메리카"의 아쉬운 파워풀한 액션을 "레드 헐크"가 채워준다는 데에서 빌런과 히어로이지만 작품의 깊이감을 위해 상보적인 존재로서 장면들을 만들어간다. 또한 '서펀트 소사이어티'라는 새로운 집단을 등장시키면서 "캡틴 아메리카"의 액션을 선보이기 위한 발사대로서 꽤 좋은 역할을 수행한다.
영화는 또한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스파이물, 추리물과 같은 장르적 특징을 띄기도 한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억울한 이의 누명을 벗겨주어야 한다는 "캡틴 아메리카"의 사명감과 친구와의 의리로 임무를 수행하는데, 여느 스파이 장르 영화가 그렇듯 정부와의 갈등을 보여주게 된다. 또한 단순 빌런과 입체적인 면을 지닌 빌런을 공존시키고, 빌런의 등장을 지속적으로 암시하면서 극의 긴장감을 더해갔다. 이 과정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슈트를 입지 않은 채 맨몸 액션을 선보이는데, 별다른 초능력은 없지만, 영웅으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강력한 악당들에게 맡서는 한 인간의 의로운 모습을 영화는 강조한다.
마블 시리즈 내에서 하늘을 날 수 있는 인물들은 많지만 실제로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액션을 펼치고, 임무를 수행했던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영화는 그동안 못했던 한을 푸는 것인지, 고공 액션을 굉장히 훌륭하게 선보이고, 그의 슈트를 최대한 활용한 액션씬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마블의 창의력 또한 엿볼 수 있었다. 액션의 화려함, 그 창의성을 더욱 돋보이기 위해 중간 슬로우 모션을 활용하였는데, 이 또한 멋있으면서 재밌게 다가왔고, 이를 남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었다 보여진다.
'팔콘'의 "캡틴 아메리카"는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팔콘과 윈터솔져>에서부터 비롯되었는데, 그때부터 그가 "캡틴 아메리카"가 된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의 걱정거리였다. "갈수록 강력했지는 빌런들을 아무리 방패와 최첨단 윙슈트가 있다고 한들 한낱 인간에 불과한 영웅이 이길 수 있을까?" 영화는 이런 의문을 부정하거나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맞서 싸운다. 영화 속엔 '혈청 맞을걸'와 같은 대사가 빈번히 등장한다. 작품 내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스스로도 자신의 한계를 너무나 잘 알아 그 한계에 아쉬움을 표하고, 영화 자체적으로도 그의 갈비뼈가 부려졌다는 대사를 빈번히 사용하거나, 팔에 깁스를 한 것을 보여주면서 히어로 영화에서 잘 볼 수 없었던 히어로의 신체적 아픔을 드러내는 장면들을 의도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사람들의 우려와 걱정을 히어로에 대한 응원과 공감으로 승화시키고, 힘이 강력해서 영웅인게 아니라 마음과 정신이 영웅이기 때문에 영웅인 인물에게 그를 기대하게 한다.
- 마블이 생각했던 '영웅이란', 소를 잃은 후에야 설득의 시간을 가지다.
앞서 이야기 했듯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를 강력한 영웅일 때에는 멋지고, 힘쎈 인물처럼 묘사하지만, 슈트나 방패가 없을 때엔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는 점을 굉장히 의도적이고,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심지어 영화의 종반부 마지막 액션씬에선 "레드 헐크"에게 붙잡혀 날개를 뜯기는 "캡틴 아메리카"는 영웅에게 좀처럼 들기 힘든 감정인 '불쌍함'이 생각났다. 영화는 영웅의 어쩌면 나약해보일 수 있는 장면을 과감하게 보여주면서 단순히 힘이 세거나, 무술을 잘하거나, 최고의 기술력이 있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직접적으로 응한다. "스티브 로저스"의 캡틴 아메리카와 "팔콘"의 캡틴 아메리카를 비교하면서 앞선 이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희망을 주었다면, 그는 사람들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는 대사를 통해, 본인들이 해석한 "캡틴 아메리카"를 관객들에게 설득시킨다. 또한 "캡틴 아메리카"의 불굴의 의지를 언급하면서 그가 영웅인 이유를 대사를 통해 설명하는데, 이 또한 관객들의 우려와 걱정을 아주 말끔하게 씻어내는 좋은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마블은 앞선 작품들에서 관객들의 걱정과 우려를 어찌 보면 이해해줬으면 하는 식의 태도를 갖췄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은 만들고 싶은 세계관을 만들테니 이를 그저 관객들이 이해하고, 따라만 와줬으면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서 말이다. 하지만 본 작품을 통해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선 이해하는 게 아니라 관객들을 설득시키고, 그들의 손을 붙잡고 세계관을 안내시켜야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영화는 또한 이야기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치의 플롯을 곁들였다. 영화 <이터널스> 이후 등장한 새로운 광물을 두고 세계 강국들이 이를 차지하기 위해 협의하고, 조약을 맺으려 하며, 광물 때문에 전쟁까지도 이어질 뻔했던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을 제시하는데, 이는 실제 강국들의 석유와 석탄을 두고 경쟁했던 시기를 다루는 것 같아 서사의 깊이감이 더해졌다. 그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의 눈치싸움, 비자금을 사용했다는 정황 등의 이야기들을 히어로 영화에 접목시켰으며, 이를 "캡틴 아메리카"가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직접 투입하여 몸을 던져 싸우기도 하면서 동시에 작중 빌런이자 누구보다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인물의 입체적인 면을 덧붙여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했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이 묘미는 단순히 나쁜 이가 세상을 어지럽히자 조국의 영웅이 무찔러 해결한다는 데에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기본 바탕에 '친구', '가족', '스파이', '신념과 의지' 등을 붙인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본 작품은 "캡틴 아메리카"의 사이드킥을 통해 친구를, "썬더볼츠 로스"를 통해 가족과 최종 빌런의 묘략에도 조국에 대한 신념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늦은 것이다. 빨리 시작하길 바란다."라는 개그맨 박명수의 명언 모음집 중 하나가 생각난다. 어쩌면 마블은 정말 늦은 것일지 모른다. 너무 많은 팬들이 등을 돌렸고, 팬 유망주들 또한 너무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나서지 못하고 있고, 평단마저 더이상 마블 영화를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필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을 달리 생각한다. 잃었더라도 똑같은 잘못을 하지 않기 위해 외양간을 고치는 점에 위안을 보낸다는 입장이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완벽히 장점만을 지닌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 속도가 너무 빨랐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그 메시지들이 너무도 의도적이라 부담스러우면서 동시에 그 나머지 점들을 챙기지는 못했다는 장점이자 단점도 있었고, 영화의 종반부를 너무 성급하게 끝낸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럼에도 본 작품을 통해 그들이 드디어 외양간을 고치려는 의도를 볼 수 있었고, 스스로 오답노트를 작성하면서 곧 있을 최종장을 향해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지 또한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다시 필자는 마블에게 희망을 걸고, 그들의 행보에 기대를 걸어본다.
어느날 친구가 필자에게 아직도 마블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냐고 물어본 적 있다. 이에 필자는 아직 머리를 밀봉하기 전이라고 대답했다. 아직 필자는 머리를 밀봉하고 싶지 않다. 마블의 그간 행보가 맘에 들어서도, 그들의 연이은 악수를 무조건 응원해서도 아니다. 그저 마블 스튜디오 작품엔 필자의 어린 시절이 담겨있고, 함께 성장해나갔다는 생각에 메타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마블은 이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아직 필자와 같은 팬들이 남아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 그리고 이 팬들을 더이상 실망시키지 않아줬으면 한다. 그들의 행보를 꾸준히, 계속해서, 아직까지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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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과 영문 제목 사이의 괴리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정치가 싫었던 인권 변호사 문재인은 왜 대통령이 되었을까? 청와대 5년, 그는 왜 권력의 칼을 휘두르지 않았을까? 사저 시위대의 욕설 속에서 그는 왜 묵묵히 꽃만 심었을까? 그를 지켜본 이들이 한 조각씩, 숨겨진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그는 왜 대통령이 되었을까?', '그 시절은 왜 '대통령 문재인'을 원했을까?' 그 퍼즐이 비로소 완성된다.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양날의 검
노이즈 마케팅. 가장 많이 알려진 마케팅 기법 중 하나다. 이 기법의 핵심은 이슈다. 자극적이거나 부정적이어도 좋다. 사람들의 입에만 많이 오르내리면 된다. 품질에 관계없이 관심을 끌고, 일단 제품을 알리는 것. 노이즈 마케팅의 핵심이다.
이런 맥락에서 <문재인입니다>는 노이즈 마케팅의 정수를 보여줬다. <사이에서>, <길위에서>, <목숨>, <노무현입니다>를 연출한 이창재 감독의 신작은 공개 전부터 논란의 한가운데에 섰다. 정치적 갈등을 초래할만한 발언이 담긴 영상을 '김어준의 다스 뵈이다' 258회에서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그 영상은 본편에 포함되지 않았다. 제품 품질과 무관하게 관심을 끈다는 목적을 120% 달성한 셈이다.
하지만 노이즈 마케팅은 양날의 검이다.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구설수를 호평으로 바꾸지 못하면 역효과가 난다. 제품 품질에 대한 평가가 구설수에 먹힐 수도 있다. <문재인입니다>도 마찬가지다. 메시지에 쏠려야 할 관심이 정치적 공방에 묻혀 버렸다. 정치 성향을 떠나서 안타깝다. 지지 정당이나 정치인 문제를 떠나서 보더라도 <문재인입니다 This is the President>는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운명의 실타래를 풀어헤치다
이창재 감독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영화는 <노무현입니다>다. 하지만 이 영화로 이창재 감독을 단정 짓는 것은 성급하다. 정치적 성향을 지우고 나며 그의 작품에 깃든 독특한 세계관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매개체는 달라져도 그의 필모그래피는 일관적이다.
<사이에서>는 신내림과 속세 사이에서 갈등하는 무속인의 삶을 그려낸 영화다. <길위에서>는 비구니 스님을 통해 속세를 떠나야 하는 운명을 관찰한다. <죽음>과 <노무현입니다>는 죽음에 관해 이야기한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삶에 대해 묻고, 한 시대의 얼굴이 되었지만 죽음을 선택한 대통령을 그려낸다. 이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삶과 운명의 관계를 찾으려는 사색으로 가득하다.
<문재인입니다>도 같은 길을 걷는다.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에서 퇴임한 한국 대통령은 이상한 존재다. 그 자체로 운명과 인간적 삶이 충돌하는 아이러니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아무나 될 수 없다. 모든 국민이 아는 정치인이어도, 가장 유력한 후보도 천운이 따르지 않으면 당선될 수 없다.
하지만 끝은 가혹하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현직 못지않게 무겁다. 죽거나, 망명하거나, 감옥에 갇히거나, 자살하거나... 누구 하나 희극을 맛본 이가 없다. 그러니 퇴임 후 조용히 잊히고 싶다는 대통령은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다. 마모되고 부서지기 일쑤인 자리를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지지와 비난이 맞닿는 삶은 어떤 모습인지. <문재인입니다>는 그 삶의 의미를 찾는다.
대통령의 두 얼굴, 아틀라스와 프로메테우스
영화는 대통령이라는 운명을 마주한 인간을 둘로 쪼개 카메라에 담는다. 한쪽에는 아틀라스가 있다. 지구만큼이나 무거운 과업을 5년 동안 수행하는 사람이다. 다른 한쪽에는 헤라클레스를 만난 프로메테우스가 있다. 그는 마침내 형벌에서 풀려나 자유를 찾았다.
처한 상황이 상이한 만큼 두 이미지를 묘사하는 분위기도 다르다. 오랜 변호사 동료와 임기 동안 함께 일한 사람들의 진술은 아틀라스의 이미지를 그려낸다. 이들의 증언은 단순한 '문비어천가'가 아니다. 문재인이라는 사람의 특징을 나름 객관적으로 들려준다. 인내하는 사람, 듣는 사람, 과묵한 사람의 장단점이 빠르고 날카로운 리듬으로 제시된다.
그 과정에서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사건도 등장한다. 주한미군 방위금 문제, 일본과의 무역 전쟁, 조국 사태 등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정치적 평가에는 관심이 없다. 굵직한 현안을 헤쳐 나오는 주인공의 습관과 태도, 정치 방식을 전할 뿐이다.
반면에 자유로워진 프로메테우스는 평화롭다. 대통령 퇴임 직후 그가 아내와 비서진의 도움을 받아 정원을 가꾸는 일상을 보여준다. 반려 동물을 돌보고, 그들과 함께 산책에 나서는 모습이 뒤따른다. 전 대통령의 일상은 긴 템포로, 차분하게 전시된다. 물론 운명의 무게를 완전히 떨치지는 못했다. 반대파의 외침이 그의 집을 감싼다. 과거의 결정이 최선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지울 수 없다.
조롱과 욕설에 침묵하며 농사짓고 반려 동물을 돌보는 삶. 이 전원생활을 보다 보면 천성적으로 정치에 걸맞지 않은 사람이 있다. 그 난리 끝에도 조국 전 장관과 술 한 잔 기울이고 싶다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러면 '차라리 대통령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동정과 비난 사이로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이는 <문재인입니다>가 영화적으로 최소한의 목적은 달성한 듯 보이는 이유다. 아틀라스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간에, 프로메테우스가 얼마나 힘겨웠는지는 알 수 있으니까. 과중한 운명을 마주한 인간의 두 얼굴을 성공적으로 포착한 셈이다.
국문과 영문 제목의 괴리감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문재인입니다>의 영화 외적인 선택은 더욱 의아하다. 마케팅을 비롯한 선택 하나하나가 영화의 본질을 가리고 불필요한 논쟁과 소모전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제목부터가 문제다. 물론 전작 <노무현입니다>와 이어지는 영화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열망이 읽히기는 한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 분량도 일부 있다.
하지만 <문재인입니다>라는 제목은 내용이나 메시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영화는 문재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통령직을 수행한 한 인간을 살핀다. 그런데 매개체에 불과한 문재인이라는 이름에는 수많은 의미가 깃들어 있다. 이 이름은 단순히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이름에는 한국 사회를 둘러싼 수많은 정치적 사회적 이슈와 논쟁이 함축되어 있다. 이슈 하나하나가 찬반이 격돌하는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다. 남북관계, 탈원전, 한일관계 등. 즉, 문재인이라는 이름 석 자는 역으로 영화의 참뜻을 가려 버린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영문 제목인 <This is the President>가 더 적절해 보이기도 한다. 영화의 본질에 간결하고 직설적으로 다가간다. 잘못 번역된 외국 영화 제목이 오해를 초래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문재인입니다>는 보기 드문 반대 사례인 셈이다. 국문과 영문 사이의 괴리감은 영화 외적 요소가 평가와 해석, 감상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어떤 이유 때문이든 과소평가한 결과처럼 보인다. 감독의 전작이나 정치적 성향까지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Poor 형편없음
의도는 흥미롭다. 그러나 방해물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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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군 | 박훈정의 필모그래피가 여기서 모인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국정원 요원 '최 국장'(김선호)의 주도로 비밀리에 진행하던 폭군 프로젝트.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주입해 초인을 만들려는 프로젝트가 미국 정보기관에 발각됐다. 이에 최 국장의 반대 파벌인 '사 국장'(김주헌)과 미 정보기관 담당자인 '폴'(김강우)은 폭군 프로젝트를 폐기하고 남은 샘플을 미국 측에 넘기라고 압박한다.
이에 최 국장은 샘플을 빼돌리는 작전을 실행에 옮기지만, 작전에 참여한 킬러 '채자경'(조윤수)이 샘플을 빼돌리는 사고가 발생한다. 국정원과 폴이 눈에 불을 켜고 샘플을 찾아 나선 가운데 은퇴한 요원 '임상'(차승원)도 최 국장의 지시를 받아 자경과 샘플을 추적하기 시작하고, 자경은 곧 죽을 위기에 처한다.
박훈정 필모의 두 핏줄
<신세계>와 <마녀> 시리즈. 감독 박훈정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두 작품 덕분에 박훈정 감독은 흔히 누아르 혹은 액션 전문 감독으로 여겨지기 쉽다. 개봉한 지 10년이 지나도록 팬들이 속편을 기다리는 <신세계>의 임팩트도 강할뿐더러, 근래 공개된 작품 모두 비슷한 결이니까.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낙원의 밤>, 작년 여름에 개봉한 <귀공자>까지 전부 누아르 작품이니 이상하지는 않다.
그런데 박훈정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대중에게 어필하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꾸준히 이어지는 주제의식 혹은 메시지를 찾을 수 있기 때문. <대호>와 <브이아이피>가 대표적이다. 소재나 장르 면에서는 아무 공통점이 없지만, 세부적으로는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한국을 억압하는 외부의 적을 무찌르는 영화다. <대호>는 일제강점기의 일본군을, <브이아이피>는 21세기의 미국을.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디즈니+에서 공개된 박훈정 감독의 4부작 드라마 <폭군>은 흥미롭다. 두 갈래로 나뉘었던 그의 필모가 <마녀> 시리즈의 스핀오프에서 접점을 찾은 듯 보이기 때문. 그간 빛을 못 본 방계 작품의 메시지와 플롯을 직계라고 할 수 있는 <마녀> 시리즈의 세계관 속에서 절묘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여성 누아르라는 직계
<폭군>의 네 주인공이 얽힌 플롯을 보면 그 접점은 쉽게 드러난다. 우선 자경과 임상의 플롯은 <마녀> 시리즈와 직접 맞닿아 있다. 자경은 '연모용'(무진성)의 의뢰로 참여한 작전에서 작전 목표였던 폭군 프로젝트의 샘플을 몰래 빼돌린 킬러다. 임상은 폭군 프로그램의 비밀을 알게 된 이들을 상부의 지시대로 제거하는 요원이다. 곧 임상이 자경을 추적하는 이야기는 숨어 있거나 탈출한 초능력자를 쫓는 <마녀>의 플롯과 유사하다.
특히 이들이 주로 보여주는 액션 시퀀스는 이 작품이 <마녀>의 세계관임을 누구보다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음.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임상과 자경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싸우는 장면을 보면 초능력만 없을 뿐 연출이나 카메라워크가 <마녀> 속 액션 시퀀스와 유사하다. 자경이 폭군의 샘플을 자신에게 주사한 후 초인으로 거듭나 자유롭게 괴력을 자유롭게 활용할 때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또 두 캐릭터 역시 박훈정 감독이 그간 자신의 누아르 영화에서 보여준 캐릭터와 꼭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임상은 <낙원의 밤>에 등장한 '마 이사'와 유사하다. 배우도 같고, 과할 정도로 정중하지만 폭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꼭 닮았다. 다만 퇴장이 다소 부자연스럽고 임팩트가 덜했던 마 이사와 달리 임상은 마지막까지 캐릭터성을 유지한 채 의미심장하게 퇴장했다는 차이가 있다. 그 덕분에 다음 이야기도 기대할만하다.
이에 더해 누아르 영화에 어울리는 여성 캐릭터를 유달리 잘 만드는 박훈정 감독의 솜씨는 여전하다. <마녀> 1편과 2편의 '구자윤'(김다미)과 '소녀'(신시아), <낙원의 밤> 속 '재연'(전여빈)처럼 자경이라는 인물도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쌍둥이 오빠와 의식을 공유하는 이중인격 설정은 자칫 유치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자경, 쌍둥이 오빠, 폭군 셋이 자아를 공유하는 장면의 복선으로 작용하면서 큰 임팩트를 남겼다.
민족주의라는 방계
반면에 자경과 임상의 충돌을 초래한 최 국장과 폴의 갈등은 첩보물에 가깝다. 특히 그들이 충돌하는 이유가 흥미롭다. 최 국장은 민족주의자다. 그가 속한 국정원 파벌은 미국이 한국을 억압한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그들은 핵무기나 IBCM을 개발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했고, 폭군 프로그램 역시 그 일환이었다. 자연히 반대 파벌인 사 국장과 폴은 최 국장의 계획을 한미동맹과 미국의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해 막고자 한다.
그런데 이 구도는 <브이아이피>에서 이미 등장한 바 있다. 고위층 탈북자인 '김광일'(이종석)의 범죄를 두고 경찰, 국정원, CIA가 충돌한다. '채이도'(김명민)는 한국 내에서 벌어진 사건이니 경찰이 수사하겠다고 주장한다. '박재혁'(장동건)은 김광일의 범죄가 외교 문제가 되는 일을 막기 위해 국정원에서 조사하겠다고 맞선다. CIA의 '폴 그레이'(피터 스토메어)는 국정원의 역량을 의심하면서 김광일의 신병을 넘기라고 요구한다.
이때 김광일을 폭군 프로젝트로, 채이도를 최 국장으로, 박재혁을 사 국장으로, 폴 그레이를 폴로 바꾸면 곧 <폭군> 플롯이다. 또 어떻게든 폭군 프로젝트를 유지하려는 최 국장의 결연한 의지, 폴에게 역공을 가하는 전개도 박훈정 감독 전작과의 공통점이다. <대호>에서는 호랑이를 잡으려던 일본군에게, <브이아이피>에서는 김광일을 추적하던 CIA에게 조선의 사냥꾼과 국정원이 각각 선수를 쳐서 물 먹이는 것과 같은 전개다.
비록 대상이 되는 국가나 기관은 다르지만, 한국의 독자성을 강조하고 싶어 하는 사회적 주제나 코드는 일관되게 투영되는 셈이다. 단지 <마녀> 세계관에서 그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게 차이일 뿐이다. 이러한 시도는 꽤 효과적으로 몰입도를 높였다고 볼 수 있다. 장르적으로는 눈을 즐겁게 하고, 시의적으로는 한국의 핵무장 이슈와도 맞물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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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에는 의미가 있지만
이러한 의미에서 <폭군>은 박훈정 감독의 음과 양이 한 데 모여 조화를 이룬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장점이면서 동시에 단점이다. 만남 자체가 흥미롭지만, 만남 자체에만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자가복제 같은 지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상술했듯이 전반적인 스토리가 전작의 종합에 가깝고, 캐릭터 역시 전작에 등장한 인물들의 면면을 고스란히 본뜬 측면이 숨겨지지 않는다.
물론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곳곳에서 엿보인다. 영화가 아닌 시리즈로 공개한 게 대표적이다. <폭군>은 본래 극장에서 장편영화로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후반 작업을 거치면서 디즈니+에서 4부작 시리즈로 공개됐다. 그 덕분에 주연 4인방이 한 데 모이는 4화를 제외한 앞선 3개의 에피소드는 등장인물 소개 위주로 극이 진행된다. 이는 익숙함을 풍성한 디테일로 상쇄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도는 되려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는다. 각 캐릭터의 특성과 매력은 확실하다. 박훈정 감독 작품 속 일부 캐릭터는 동기나 서사가 부자연스럽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폭군>의 주인공들은 예외니까. 하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영화였다면 긴박했을 각 인물의 서사가 늘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또 폭군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도 후반부에 가서야 나오기 때문에 다소 불친절한 것도 사실이다.
작가적 관점에서 <폭군>은 퍽 흥미롭다. <폭군>은 대중적으로 소구력이 없었던 <대호>와 <브이아이피>의 주제의식이나 플롯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 <마녀> 세계관과 결합시킨 결과물이다. 즉, 박훈정 감독이 잘하던 것과 그가 보여주고 싶던 것 사이에서 드디어 찾은 균형점인 셈이다.
그와 동시에 개선점도 확인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반복되는 플롯과 익숙한 캐릭터라는 틀을 깰 때 박훈정 감독의 세계관은 더 풍성해질테니. 희망이 없지는 않다. 박훈정 감독은 <브이아이피>에서 지나치게 도구적이고 잔인하다고 비판받은 여성 캐릭터 활용법을 <마녀>부터는 장점으로 바꿔 놓은 전적이 있기 때문. 향후 이어질 <폭군> 시리즈도, 더 나아가 <마녀> 세계관에 대한 기대를 품기에 충분한 이유다.
Acceptable 무난함
박훈정의 자가발전 혹은 자가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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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을 마주 하는 태도
우리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그림 같은 풍경’이란 말을 쉽게 쓰지만, 예전부터 그림은 아름 다운 풍경을 한 폭에 담기 위해, 자연을 보고 그린 것이니, 그 말은 조금 이상한 말일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면 ‘영화 같은 일’이라고 말하는 것 역시 어딘지 ‘그림 같은 풍경’ 이란 말만큼이나 기괴하게 느껴진다. 보통의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사건을 만들어 내는 것은 누군가의 상상보다는 결국 현실 세계의 누군가다.
실화 바탕의 영화는 대체로 한 시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야말로 ‘영화 같은 사건’ 일 확률이 많고 그런 일엔 으레 피해자와 가해자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실화 바탕의 영화를 볼 때마다 마음이 조마 조마해지는 것은 이 종합 예술이라는 작품이 만들어지고 선보이는 과정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2차 가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가 필요 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 건 ‘도가니’ 때문이었다. (나는 줄거리만 읽고도 너무 많이 울어서, 아직도 보지 못했지만) 한국의 최초 사회고발물 영화였던 ‘도가니’가 만들어지고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현실을 알려주었기 때문에, 실제 사건은 영화 개봉 후인 2011년 9월 재수사가 시작되었고, 관련된 법을 제정하고 2012년 광주 인하 학교는 폐교되었다. 때로 용기를 내어 어렵게 만들어진 영화는 현실을 바꾸기도 하고, 잊혀지지 않아야 할 사건을 남겨 주기도 한다.
영화 <도가니>가 한국 사회에 해당 사건이 직접적으로 진행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면 (물론 실제 사건은 더 충격적이어서,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완화 했다고는 하지만) 영화 <스포트라이트> 그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팀을 중심으로 사건을 취재하며 진실에 다가가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보스턴 글로브 내 ‘스포트라이트’ 팀은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더욱 굳건히 벽을 쌓고 있는 권력 때문에 진실을 마주하기가 어렵다. 언론도 정치인도 교장도 학교도 모두 종교와 연결되어 숨겼던 사건.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은 대교구.
“교회가 수세기 동안 막아 온 일입니다. ‘글로브’지가 버텨낼 힘이 있을까요?”
하지만 사건을 파헤쳐 조사하면 할수록 엄청난 규모에 기자들은 더욱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기에 인생을 함께한 종교적인 믿음에 균열이 생기고, 내 가족과 공동체가 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묵묵히 ‘진실’에 다가가려 한다.
영화는 충격적인 사건을 파헤치면서도 취재 과정에 집중한다. 머리가 띵 할 만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때도 기자들은 이성적이고 담담하게 그리고 묵묵히 취재해 나간다. 자극적인 연출 웅장한 음악은 없었다. 우리는 이 사건을 누구보다 진심으로 진정성있게 대하고 있음이 연출에서도 드러난다. 회의 하는 장면이나 취재 장면을 롱테이크로 보여주어 마치 현장에서 함께 회의에 참여 하고, 취재 결과를 직접 보고 받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이 겪는 어려움 그리고 진실을 향한 단호함 그리고 무엇보다 취재의 과정에서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며 언론인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게 이성적으로 취재하려고 노력하면서도
따듯함을 잃지 않는 태도는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
영화가 보여주는 이런 태도들은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나처럼 감정적인 인간이, 눈물 콧물 쏟게 오열하도록 만들지 않으면서도 사건의 심각성을 크게 전해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언론의 책임의식, 언론의 윤리의식, 기자정신을 잘 보여주는 영화라 말한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영화가 ‘실화’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두렵지만 끝까지 집요하게 파헤치고, 그 과정에서 그 어떤 누구도 상처 입지 않도록 따듯함을 가진 마음으로, 그리하여 실제 사건이 영화화 되었을 때 누군가에게 위로와 힘이 될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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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록 정치가 재밌을 줄이야
항상 정치를 다루는 뉴스는 엄청 딱딱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넷플릭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는 이렇게 묘사되는 딱딱한 정치판을 재미와 스릴이 가득한 공간으로 바꿔버리는 신기한 재주가 있다. 이 마약 같은 정치 드라마는 2013년에 넷플릭스에서 처음으로 만든 오리지널 드라마다. 마이클 돕스라는 영국의 전 정치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는데, 첫 오리지널 작품인 만큼 힘을 팍 준 게 느껴진다. <파이트 클럽>과 <조디악>을 연출한 거장 데이비드 핀처가 제작자로 참여한 덕인지는 몰라도 드라마의 결은 유려하면서도 차갑다. 그 속에는 미국 정치의 민낯이 생생히 반영되어 있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도 이 드라마를 보고 실제 미국 정치와 거의 비슷하다고 언급까지 할 정도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주인공은 냉혹한 정치인 프랜시스 언더우드(케빈 스페이시)다. 그는 시즌 1 ~ 시즌 2 내내 워커(마이클 길) 대통령과 대립하며 그를 끌어내고 대통령이 되려 한다. 그 야심을 안 모양인지 다양한 정치적인 장애물들이 프랜시스를 괴롭히지만, 정치, 경제, 언론 등 다양한 수를 동원해서 그것들을 하나하나 물리쳐간다. 심지어는 자신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죽이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그럼에도 괜히 거기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이유? 최소한 나는 나에게 프랜시스가 발휘하는 냉혹한 술수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다. 이런 점에서 프랜시스가 관객에게 말을 거는 장면은 이 감정을 극대화시켜주기 위한 연출적 묘수로 받아들여진다.
한편 프랜시스의 냉혹한 모습은 현실 정치 속 정치인들이 부리는 술수, 발언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예방주사 같은 역할도 한다. 실제 예방접종도 사람의 몸에 약화시킨 바이러스를 주입시켜서 면역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말이다. 아마 <하우스 오브 카드>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유권자들의 각성일 것이다. <웨스트윙>과 반대로 정치판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최악의 모습을 시뮬레이션해줌으로써 유권자들이 남발되는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않고 좀 더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치판을 바라볼 수 있도록, 그리고 유권자의 뜻을 제대로 대리해주는 사람에게 투표할 수 있도록. <하우스 오브 카드>가 단지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생각되는 이유다.
프랜시스는 시즌 3부터 이런 반면교사의 역할을 본격적으로 맡게 될 것 같다. 현재 시즌 3를 정주행하고 있는데, 거기서 대통령이 된 프랜시스가 여러 실책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1 ~ 시즌 2 내내 발휘된 지혜가 무색하게 말이다. 내가 이러한 변화를 <하우스 오브 카드>의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역할 변화로 비롯된다. 그리고 이는 드라마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계속 이야기했듯 시즌 3 이전에는 프랜시스의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봤다면, 그 이후에는 절대 악인이 된 프랜시스가 자신이 부당하게 얻은 왕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몰락하는 모습을 키득거리며 지켜보면 되니까. 과연 시즌 3가 끝나면 어떤 평가를 남길지 기대된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지네마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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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10] 각본가 맹키위츠가 바라본 그 시대의 위선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 맹크가 넷플릭스에 공개 되었습니다.
고전 영화 시민 케인의 공동 각본가 맹키위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그가 시민 케인을 쓰게 된 이유나 쓰는 과정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영화사나 미국 당시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하면 조금 흥미가 떨어질 수 있지만 그래도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에요.
마치 예전 흑백영화를 보고 있는 착각이 드는데요. 흑백영화 특유의 화면 질감과 음향이 완벽히 재연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맹키위츠가 보고 들었던 그 당시의 할리우드 권력과 정치인들의 위선이 그대로 영화에 담겨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그런 점들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참고하세요!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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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된 영웅들의 시작! [트랜스포머 ONE] 1차 예고편 대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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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직후,
미국 정부는 평범한 여성을 반역죄 혐의 8건으로 긴급 체포한다.
그녀의 이름은 밀드레드 길라스 a.k.a '액세스 샐리'.
밀드레드는 독일 나치 선전부 장관 '괴벨스'(토마스 크레취만)의 지휘 아래,
미군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선전 방송을 진행해 미국 국민들의 증오를 한 몸에 받는다.
그녀의 반역죄 유무를 결정하는 재판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쏟아지고,
유명 변호사인 '제임스 라플린'(알 파치노)이 밀드레드의 변호를 맡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