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8-28 12:05:56
8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저번주와 동일한 성적을 기록한 이번주 박스오피스 ! 오펜하이머가 230만명을 넘기고 1위 유지, <콘크리트 유토피아> 2위, <달짝지근해: 7510>가 3위를 유지했습니다. 한편 <엘리멘탈>이 누적관객수 700만을 넘어섰다고 하는데요! 8월 4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누적관객수와 분석까지 함께 하실까요?
[국내박스오피스]
<엘리멘탈>이 700만을 넘기며 픽사 작품중 한국에서 가장 흥행한 영화가 되었고, <밀수>가 500만 명을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오펜하이머>가 개봉 2주 차에도 1위 유지에 성공하며 꺾이지 않는 기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매율 역시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어 <오펜하이머>를 대적할 작품은 없어 보입니다.
이어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개봉 3주 차 누적관객 수 320만 명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북미박스오피스]
게이머에서 레이서가 된 소년의 실화 스토리를 담은<그란 투리스모>가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지난주 1위였던 <블루 비틀>이 3위까지 떨어졌으며<바비>가 2위, 7천8백억 원이 넘는 수익을 기록하며 올해가장 크게 흥행한 북미 영화가 되었습니다.이어 <오펜하이머>는 4위로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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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한 나무의 씨앗>, 통제에 저항하는 이란 여성의 숨겨진 목소리
이란의 수도 테헤란. 가장 '이만'에게 수사 판사 승진이라는 경사가 찾아온 것도 잠시, 도시 전역은 히잡 반대 시위로 들끓는다.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망한 마흐사 아마니를 추모하는 이 시위는, 검열된 언론으로 인해 '폭도'의 소행으로 왜곡된다.
그러나 시위에 휘말려 잔인하게 린치를 당한 친구 '사다프'와 경찰이 시위대를 폭행하는 모습을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목격한 첫째 딸 '레즈반'과 둘째 딸 '사나'는
언론이 거짓을 말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데.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민중을 통제하는 이란 정부의 '외부적 통제'와 가장으로서 가족을 억압하는 이만의 '내부적 통제'가 숨막히게 조응하는 영화로,
국가와 가정에서 여성의 자유가 억눌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여성으로서의 레즈반과 사나, 그리고 어머니 나즈메가 연대하고 저항하는지를 보여준다.
여성 간의 감시와 연대—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갈등
어머니이자 아내인 나즈메는 모순적인 위치에 있다. 여성 해방을 주장하는 시위대의 말보다 남편과 언론을 신뢰하며, 남편의 삶에 자신을 종속시키는 삶을 택한다.
이러한 태도는 그녀가 두 딸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동기가 되어, 억압받은 여성이 또 다른 여성을 억압하는 악순환을 구축한다.
나즈메의 아버지가 호색가였고, 국가 종교가 여성 억압적 교리를 강조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녀가 성평등 의식을 제대로 학습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 유추되지만 말이다.
반면, 대학생 레즈반과 청소년 사나는 자신만의 삶을 꿈꾼다. 이들은 매니큐어, 염색, 옷 수선 등의 자유로운 외적 표현을 통해 주체적 자기 결정권을 찾고자 한다.
그리고 이는 남편보다 여성인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믿는 나즈메와 대립하는 결정적 원인이 된다.
같은 여성 집단 내에서도 존재하는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 불신과 갈등은 연대의 어려움을 유발한다.
이들의 불합일은 여성을 착취하고 유린하는 '남성(남편)과 국가'의 유기체에 여성이 저항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치로, 여성에 대한 통제력을 놓지 않으려는 가부장제의 또다른 시도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여성 간의 연대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이들의 연합이 어떤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각인해주는데.
후반에 이루어지는 이만과의 추격씬에서 나즈메와 두 자매가 단합해 이만을 마침내 처단하면서 단합하면서 두드러진다.
이들의 단합과 처단의 성공은 여성의 연대가 어떠한 힘을 잠재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장장 20분 간 이어지는 추격씬-정말 필요했을까?
그러나, 이 추격씬이 지나치게 길어지면서 가부장의 폭력성을 비판하는 영화의 메시지는 흐려진다.
이만으로부터 머리채가 잡힌채 큰 저항없이 무력하게 끌려가는 나즈메의 모습은, 여성이 여전히 남성의 무지막지한 힘에 끌려가는 취약한 존재임을 시각적으로 재확인시켜줄 뿐이다.
나아가 막내 사나가 엉성하게 권총을 쥐고 있는 모습은, 그녀가 이만을 구덩이 밑으로 추락하게 했다고 하더라도 우발적으로 얻어걸린 결과로,
여성을 대표하는 사나가 무언가를 스스로 쟁취했다는 느낌을 주는데에는 실패한다.
결국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이란 사회의 억압 구조를 생생히 그려내지만, 여성 해방의 명확한 가능성을 제시하지 못한 채 미완의 상태에 머문다.
이 미완의 틈새를 통해 국가나 남성, 그리고 서스펜스의 수단으로 소비되지 않고 고유한 주체로서 여성을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본글은 씨네랩 크레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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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가탄신일 연휴에 관람하기 좋은 세대별 취향 저격 영화 세 편!
가정의 달 5월이 벌써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벌써 마지막 연휴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석가탄신일을 시작으로 주말까지 대작들의 개봉하면서 극장가가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석가탄신일을 맞이하여 이번 연휴에 보기 좋은 세대별 취향저격 영화들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1. 패밀리에게 감동을! <도라에몽: 스탠바이미 2>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먼저 도라에몽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3D CG로 더욱 업그레이되어 돌아온 <도라에몽: 스탠바이미 2>는 할머니의 소원을 위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도라에몽과 진구의 시공초월 타임슬립 어드벤처를 그린 작품입니다. 이번 작품은 인기 에피소드 3가지를 각색한 것으로 더욱 탄탄하고 풍성한 스토리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할머니의 추억], 진구가 태어난 날로 돌아가 부모님의 사랑을 확인하는 [내가 태어난 날], 어린 시절 향수를 그리워하는 [45년 후]까지 레전드로 손꼽히는 에피소드가 모두 담겨 부모님과 할머니를 떠올리고,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는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할 예정입니다.
2. 2030에게 짜릿한 액션을!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전 세계 최초 개봉하는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가장 가까웠던 제이콥이 사이퍼와 연합해 전 세계를 위기로 빠트리자 도미닉과 패밀리들이 컴백해 상상 그 이상의 작전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입니다. 전 세계에서 50억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올린 <분노의 질주>는 벌써 9번째 시리즈이자 20주년을 맞아 역대급 액션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되어 2030 청년 관객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특히 압도적인 장르적 쾌감과 짜릿한 액션 스릴을 전할 것으로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데요. 빈 디젤을 필두로 저신틴 린 감독과 오리지널 패밀리들이 화려하게 컴백하고, 여기에 미셸 로드리게즈, 조다나 브류스터 등 막강한 여성 캐릭터들의 조합과 한국계 배우 성강의 합류까지 더해져 압도적인 팀워크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3. 3040에게 추억의 로코를! <브리짓 존스의 일기>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의 바이블로 불리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입니다. 개봉 20주년을 맞아 디지털 리마스터링된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서른두살 브리짓이 서로 정반대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마크와 다니엘 사이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로맨스 드라마입니다. 르네 젤위거, 콜린 퍼스, 휴 그랜트의 전성기 시절을 만나볼 수 있어 이 시절을 추억하는 3040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코미디의 명가로 불리는 영국 제작사 '워킹 타이틀'과 <어바웃 타임> <러브 액츄얼리> 각본가 리차드 커티스의 합작으로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는데요. 특히 주인공 '브리짓' 역의 르네 젤위거는 영국 여성들의 워너비 캐릭터 1위에 선정될 만큼 미워할 수 없는 러블리한 매력으로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으며, 모두가 꿈꾸는 이상형 콜린 퍼스와 휴 그랜트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는 그녀는 보는 것만으로도 달달한 대리 설렘을 전해줄 예정입니다.
가정의 달 5월, 극장가는 전 연령의 가족 관객 모두가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석가탄신일 연휴에 무엇을 할 지 고민되신다면, 오늘 소개해 드린 세 편의 영화들을 관람 리스트에 추가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씨네랩 에디터 J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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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진 무대 밑에서 울리는 나쁜 아버지의 노래
아네트 (ANNETTE, 2021)
개봉일 : 2021.10.27. (한국 기준)
감독 : 레오 까락스
출연 :아담 드라이버, 마리옹 꼬띠아르, 사이몬 헬버그
무너진 무대 밑에서 울리는 나쁜 아버지의 노래
<홀리 모터스>,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 등 지금 봐도 완벽히 마음에 들어차는 명작을 남긴 레오 까락스 감독의 신작이자 2021년 74회 칸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영화 <아네트>. 만일 이 영화를 딱 한 가지 단어로만 표현하라면 나는 '충격'이라는 단어를 고르겠다.
아름답고 환상적이며 신선하다. 그리고 완벽히 어둡다. 영화를 검색했을 때 기본적으로 공개되는 시놉시스를 보면 “함께 인생을 노래하는 두 사람에게 무대는 계속되지만, 그곳엔 빛과 어둠이 함께한다.”라는 문장이 있다. 이 영화에는 찬란한 빛과 아주 깊은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어둠이 공존한다.
신선하고 기이한 노래
예고편과 몇 개의 카피들을 보면 <아네트>를 역경에 맞서는 격정적인 사랑 이야기 또는 인생을 노래하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앞서 큰 인기를 끌었던 라라랜드와 비긴 어게인 같은 음악 영화를 기대할 수도 있다. 물론 나도 예고편과 시놉시스를 보고 라라랜드 같은 음악 영화를 기대했는데,. 생각해 보니 이 감독님은 <홀리 모터스>의 감독이다. 이걸 잊어선 안됐다.
그는 항상 내 예상의 범주를 가뿐히 뛰어넘는, 혼돈 그 자체의 인물임을 잠시 망각했다. 하지만 충격은 잠시였고, 영화의 기묘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나를 사로잡았다. 마치 천국에 있다가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담금질 당하는 느낌이었는데, 그럼에도 이 영화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가 끝났을 때, “나 지금 뭘 본거지?”라는 말이 가장 먼저 나왔지만, 웃기게도 그다음 말은 “개봉하면 무조건 다시 본다. 돈과 체력만 있으면 이틀에 한 번도 보겠어.”였다.
영화 속 인물들이 뿜어내는 복잡한 감정들과 신선하고 환상적인 연출은 기이하게 느껴질 만큼 새로운 모양의 파동을 일으키며 스크린을 압도한다. 영화는 등장인물의 밑바닥을 싹싹 긁어내며 너무도 현실적인 불쾌감을 쥐여주기도 하고, 그 위에 분노와 열망. 사랑, 열정, 이기심 등을 차곡차곡 쌓아 끝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킨다. 이 폭발의 충격은 내 하루를 빈틈없이 점령했다.
영화의 그 어떤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고, 빠짐없이 기억하고 싶었다. 정적인 대사가 거의 없다고 느껴졌을 만큼 꽤 많은 수의 노래가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노래를 다시 듣자마자 해당 장면들이 대부분 기억날 만큼 이 영화는 나에겐 큰 충격이자 신선함이었다.
올해 극장에서 본 영화 중 Best3안에 들지 않을까. 예상 중이다. 물론 바로 다음날 듄을 관람했으며 남은 기간 동안 이터널스, 프렌치 디스패치, 킹스맨 등의 개봉이 기다리고 있지만.. 여전히 내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영화의 주제
레오 까락스 감독은 이 영화를 나쁜 아버지에 대한 영화라고 언급했다. 나쁜 아버지, 이기적인 아버지. 하지만 그와 비례할 만큼 너무도 큰 열망을 갖고 있던 주인공 헨리. 헨리는 내가 서있던 무대 위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내가 나의 이름을 소개하고 다른 이들이 나의 이름을 외칠 날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걸 직감한다. 아주 높은 절벽 위에서 성취감에 취해 비틀거리던 그는 발을 헛디뎌 한순간에 나락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 인생이란 무대에 어둠이 들어차기 시작한다.
레오 까락스 감독은 놀라울 만큼 신선한 연출과 자신이 담고자 했던 메시지 사이에서 정확한 중심점을 잡는다. 연출은 연출대로, 노래는 노래대로. 메시지는 메시지대로. 정해진 자리에 앉아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여러 요소들이 합쳐져 완벽에 가까운 균형을 이뤄낸다.
더욱 깊어진 아담 드라이버의 목소리
거기에 헨리 역을 맡은 아담 드라이버와 안 역을 맡은 마리옹 꼬띠아르의 목소리와 이미지 조합 또한 훌륭하다. 대단한 배우들이란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 두 배우의 목소리와 눈빛이 이렇게나 깊고 아름다운 줄은 미처 몰랐다.
<아네트>를 보고 온 날 밤, 잠들기 전까지 아담 드라이버만 생각났다. 헨리는 미운데.. 본체는 좋고.. 근데 본체의 멋짐은 유죄고.. 혼자 온갖 생각을 다했다. 내가 기대했던 선을 가뿐히 때려 부수다 못해 아예 가루로 갈아버리며, 내 기대 그 이상을 보여준 아담 드라이버에게 한 번 더 푹 담가져버렸다. 그가 얼마나 더 발전할지.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감이 차오른다.
언급하고 싶은 장면들은 참 많지만 일말의 스포조차 이 위에 쓰고 싶지 않다. 모르는 상태로 이 영화를 감상하고, 영화가 선사하는 충격과 감동에 온전히 빠져보시길 추천한다.
아네트 시놉시스
예술가들의 도시 LA, 오페라 가수 `안(마리옹 꼬띠아르)`과 스탠드 업 코미디언 `헨리(아담 드라이버)`는 첫눈에 서로에게 이끌린다. 함께 인생을 노래하는 두 사람에게 무대는 계속되지만, 그곳엔 빛과 어둠이 함께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서로 다른 높이에 서있는 헨리와 안
고상한 취미로 인정받는 오페라 무대에 서는 안과 가볍다고 여겨지는 스탠드 업 코미디쇼 무대에 서는 코미디언인 헨리. 두 사람은 분명히 서로를 사랑하지만, 헨리는 은근한 불안감과 의문을 가진다.
“그녀가 날 만나는 이유는.. 그건 잘 모르겠어.”
모두가 사랑할만한, 매일 밤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박수를 받는 아름다운 오페라 가수와 그리 높지 않은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함께 농담을 주고받는 코미디언. 예술에 등급을 나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그맨과 오페라 가수를 동등하게 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완벽한 그녀가 왜 나를 만날까. 수많은 사람들과 카메라가 기다리고 있음에도 왜 나와 눈을 맞추는 걸 선택하는 걸까. 안의 퇴근길에 헬멧을 쓰고 등장한 헨리는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카메라와 많은 이들의 관심을 썩 반기지 않는 눈치다.
심연에 빠지다
헨리는 말한다. “난 절대 심연을 바라보지 않지.”
심연을 겪어본 적도, 심연을 바라보려고 한 적도 없었던 인물이 한순간에 심연에 빠진다면? 그 공포와 떨림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서로의 사랑을 믿고 결혼을 선택한 두 사람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다. 안의 유명세 때문인지 사람들은 안과 헨리에게 끝없는 관심을 보냈고, 두 사람은 사랑의 결실로 아이를 낳는다. 헨리는 이렇게 쭉 각자의 무대에 서서 각자의 인생을 이어가며, 집에선 아이의 부모로서 헌신하는, 그런 행복한 삶을 살 거라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안과 헨리의 커리어의 높이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기 시작한다. 헨리의 쇼는 취소, 안의 공연은 매진.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헨리와 쉼 없이 상승하는 안. 헨리는 자신의 실패에 대한 절망과 끝없이 상승하는 안의 모습에 열등감을 느낀다.
마음을 다잡지 못한 헨리는 결국 역겨운 놈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무대 아래로 밀려나고 깊은 심연에 빠지게 된다. 한 번도 빠져본 적 없었고, 마주할 생각도 용기도 없었던 어두컴컴한 곳에서 기울어진 별 헨리는 풀지 못한 욕망에 묻혀 타들어가다 끝내 미쳐버린다.
좋은 아버지이고 싶었던 나쁜 아버지. 그리고 꼭두각시
<아네트>는 또 다른 주인공, 헨리의 딸 아네트를 꼭두각시 인형으로 표현한다. 시각적으로도, 비유적으로도. 처음 아네트가 세상에 나온 순간, 적잖이 놀랐다. 아이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대체 무슨 의도인 건가 싶었다.
아네트는 눈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 헨리의 꼭두각시였다. 아네트가 빛을 받으면 노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헨리는 망설임 없이 안의 친구였던 지휘자에게 찾아간다. 헨리는 안을 닮은 아네트의 목소리와 노래 실력을 기적이라 표현하면서, 그 기적을 이용해 자신이 풀지 못했던 무대에 대한 갈증을 풀어나간다.
헨리에겐 아네트의 목소리가 다시 무대 근처를 기웃거릴 수 있는 기적 같은 찬스였겠지만 아네트에게 그 목소리는 안이 남긴 저주 그 자체였다. 헨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구경거리가 되고, 스케줄에 지쳐 축 처진 작은 몸으로 또다시 노래하고,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아네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바쁘다.
아네트가 막 세상에 나왔을 땐 안아드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했던 헨리였지만, 이젠 아네트를 안지도, 신경 쓰지도 않는다. 아네트는 엄마 안처럼 드높은 무대 위에서 노래한다. 그리고 그 무대는 마치 절벽처럼 위험해 보인다. 매일 밤 무대 위에서 죽었던 엄마처럼, 아네트도 무대위에서 서서히 지쳐간다. 아네트의 마지막 무대, 모니터 안에 비친 아네트의 모습과 헨리가 공연장 모니터를 통해 봤던 무대 위 안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헨리는 자신을 ‘아이의 재능을 썩히지 않는’ 좋은 아버지라고 포장하지만, 실상은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나쁜 아버지였다.
사랑의 저주를 벗어난 꼭두각시
헨리와 안에게 사랑과 노래는 곧 인생이었다. 하지만 헨리가 눈이 멀어 안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을 때부터 사랑과 노래는 저주가 되어 아네트에게 스며든다. 무대와 노래, 유명세에 갈증을 느끼던 헨리에게 재능 있는 아이는 사랑의 대상이자 욕망을 이뤄줄 도구였다.
아네트를 향한 헨리의 감정은 처음엔 순수한 사랑이었지만, 심연을 만나며 거친 감정들로 더럽혀졌고, 사랑은 끝내 집착과 저주로 변한다. 말을 하기 시작한 후, 헨리의 죄를 공개한 아네트는 겨우 꼭두각시에서 벗어나게 된다. 아네트는 훌쩍 큰 모습으로 많이 변했다고 말하며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다.
헨리는 많이 변한 아네트를 보며, “심연을 보면 안 된다.”는 말을 남긴다. 결국 심연의 어두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잠식되어 버린 그는 사랑도, 사랑을 할 자격도 모두 잃고 만다.
아네트는 이제 헨리의 잘못된 사랑을 거부한다. 헨리가 욕심에 눈이 멀어 세계투어를 시킬 때쯤부터 아네트는 헨리의 손길과 뽀뽀를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였고, 마지막 무대에 이르러선 헨리의 범죄 사실을 알리며 그의 손길에서 벗어난다.
심연을 두려워했던 자가 만든 결말
한순간의 명예를 좇던 예술가는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망가진다. 그리고 그가 섰던 과거의 무대 또한 다시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버렸다. 사랑했던 연인을 사랑이 아닌 분노의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부터 헨리는 사랑도, 사랑할 자격도, 꿈도 모두 잃는다.
남은 것 없는 상황에서도 사랑해서 그랬다는 변명으로 끝까지 버텨오던 그는 결국 깊은 심연으로 떨어진다. 가장 두려워했던 곳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한 이기적인 몸부림의 결말은 사랑했던 이의 상처와 가파른 추락이었다.
안이 죽은 후 생긴 헨리의 얼굴 상처는 그의 욕심이 짙어질수록 점점 진해졌고 결국엔 빨간 흉터가 되어 자리 잡는다. 되돌릴 수 없는 이 흉터처럼 사랑을 깨고 저주를 만들어낸 그의 선택은 끝내 되돌릴 수 없는 결말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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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흉측하게 그로테스크하고, 불쾌하게 교훈적인
7★/10★
메시지는 심플하다. 사회가 나이와 몸매, 외모를 기준으로 여성의 가치를 매기고 여성 스스로도 이 기준을 내면화했다는 것. 중요하지만 새롭지는 않은 주제다. 그렇다면 전달 방식이 중요해진다. 관객이 ‘알고 있다’고 여기는 주제를 다시금 각인시키려면 무미건조해서는 곤란하다. 혁신적 접근으로 관객의 머릿속을 충격적으로 갱신해야만 한다. 그래야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다른 영화를 압도하고 이 주제의 왕좌에 오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서브스턴스〉가 가는 길이다. 여성의 외모를 철저하게 위계화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은 여러 장르의 여러 영화가 천착해온 주제다. 선배들이 걸어온 길을 그대로 가서는 자신만의 특이성을 획득할 수 없다. 〈서브서턴스〉의 선택은 흉측하게 그로테스크하고 불쾌하게 교훈적인 심리 스릴러다.
전반적인 이야기 구조는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기본 이야기 구조에서 시대와 성별을 바꿨다고 보면 된다. 과거 오스카상을 수상했으나 지금은 TV 에어로빅 쇼 출연자로 근근이 활동을 이어가는 엘리자베스. 그녀 커리어가 쇠락한 가장 큰 이유는 나이와 그로 인한 외모 변화다. 50대에 진입한 엘리자베스는 여전히 또래보다 ‘월등한’ 외모를 가졌지만 업계 관계자는 이제 더 이상 그녀를 ‘매력적’으로 보지 않는다. 50세 생일, 엘리자베스는 에어로빅 쇼에서 해고당한다.
그러나 뜻밖의 반전 기회가 찾아온다. 엘리자베스는 은밀하게 한 약물(서브스턴스)을 권유받는다. 세포 분열을 촉진시켜 또 다른 나를 탄생시켜주는 약이란다. 엘리자베스를 모체로 한 또 다른 신체와 자아를 가진, 무엇보다 엘리자베스보다 ‘젊고 아름답고 완벽한’ 수는 이렇게 탄생한다.
규칙이 있다. 엘리자베스와 수는 일주일 간격으로 교체되어야 한다. 한 사람이 활동할 때, 다른 사람은 깊은 수면에 빠져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교체 기간을 어기면 상대방의 신체에 치명적 손상이 가해진다(이를테면 신체 일부가 ‘늙고 추한’ 상태로 변한다). 수의 탄생으로 자신이 젊었을 때 누린 커리어의 상승 곡선을 다시 시작하게 된 엘리자베스는 기분이 좋다. 일주일간 잠들었다 깨어날 때마다 길거리와 TV에 수의 얼굴이 점점 더 많이 나오는 데서, 업계 관계자와 남자들이 다시금 자신에게(수에게) 관심을 가지는 데서 오는 기쁨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수가 주는 기쁨은 엘리자베스의 슬픔과 좌절의 원천이기도 하다. 수와 대비되는 자신을 볼 때마다 자괴감에 빠지고, 자신의 시대가 완전히 끝났다는 데 박탈감을 느낀다. 결국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존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승승장구하는 수에게 질투를 느끼기 시작한다. 불만은 수에게도 있다. 급속도로 자기 가치를 올리는 중인 수는 일주일마다 자기 몸을 엘리자베스에게 내줘야 한다는 게 불만이다. 그래서 조금씩 규칙을 어기고 교체 기간을 미룬다. 그러면 엘리자베스의 신체는 더 ‘흉해진다’. 점차 엘리자베스의 감정이 증오로 물든다.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라는 서브스턴스의 가치가 흔들리고, 두 사람은 폭주를 거듭한다. 폭주의 끝은 파멸이다.
〈서브스턴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건 끔찍할 정도로 기괴한 이미지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늙고 추해지는’ 엘리자베스의 몸 이미지 말이다. 이 이미지는 우리를 고민케 한다. 늙은 몸이 추하기만 한가? 괴물이 연상될 정도로? 그러나 적어도 이 영화에 한정하자면, 이 질문은 적합하지 않다. ‘여성은 늙으면 외모가 쇠락하고 매력을 상실한다’는 명제는 영화의(그리고 우리 사회의) 절댓값이다. 극단적으로 ‘추한’ 엘리자베스의 몸은 사회가, 그녀 스스로가 나이 든 여성의 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고발하는 수단일 뿐, 노인 여성의 몸이 실재하는 방식과는 관계가 없다. 우리가(그리고 여성 자신이) 나이 든 여성의 몸을 얼마나 왜곡되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폭로하는 상징으로서 늙은 몸에 그로테스크함을 결부해 영화 이미지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니까, 변화한 엘리자베스의 몸을 보고 욕지기를 느끼는 관객은 왜 사회는/나는 나이 든 여성의 몸을 저런 방식으로 왜곡해 상상할 수밖에 없는지를 질문할 수 있다. 심리 스릴러 장르가 자아내는 불편한 긴장감과 결부한 ‘끔찍한’ 육체 이미지가 우리의 통념에 틈입해 머릿속을 헝클어뜨리는 것이다.
엘리자베스와 수는 서로 다른 자아와 신체를 가진 하나의 존재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또 다른, 그래서 의미심장한 맥락 역시 갖는다. 수는 엘리자베스에게서 태어났고, 두 사람은 교체 주기마다 서로의 피를 교환한다. 즉 인류가 탄생한 이래로 무수히 반복‧순환되어온 ‘모녀 관계’를 닮았다. 엘리자베스는 자기 몸에서 나온 수를 보고 크게 만족하지만 이내 자신을 방치하고 착취해 홀로 승승장구하는 수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수는 엘리자베스가 자신을 물심양면 돕기는커녕 훼방만 놓기 일쑤라는 데 마찬가지로 분노한다. 전형적인 모녀 관계 갈등 양상이다. 이렇게 ‘나’이자 ‘타인’, 가장 친밀하고도 먼 존재인 ‘엄마와 딸’의 관계성 속에서 두 여성은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의 정신을 현실에서 구현하지 못한다(그랬다면 아마 〈서브스턴스〉는 두 여성이 성차별적, 외모 차별적 사회를 풍자하는 코미디 영화가 되었을 터다).
그 결과는? 여성들은 연대하지 못하고 서로를 적대한다. 여성을 위축시키는 왜곡된 통념은 안정적으로 재생산된다. ‘일부’ 남성들은 이 통념에 기생한다. 엘리자베스와 수처럼 적대적 관계성을 반복하는 개별 여성들은 명멸하다 사라진다. 〈서브스턴스〉가 선보이는 끔찍한 이미지들을 매개로, 우리는 다시금 훼손된 연결성을 복원해야 한다. 그런 후에, 우리는 비로소 ‘흉측한’ 엘리자베스의 몸과는 다른 나이 든 요성의 몸을 상상하며 기쁘게 늙어갈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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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주 차 <대사 한 줄, 영화 한 입>
“마침내”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미묘한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느리고도 치밀한 멜로 스릴러입니다....
심지어 탕웨이와 박해일이 주인공인…
박찬욱 감독 특유의 정교한 연출과 인물들의 심리를 압도하는 대사들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하죠.기억에 남는 대사가 너무 많아서 다 가져오지 못했는데
여러분에게 떠오르는 <헤어질 결심>속 대사를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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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여성들의 이야기와 여전히 끝나지 않는 소외에 대하여
<열 개의 우물>은 필수적인 노동이지만 여타 운동과 역사에 가려져 그림자의 영역으로 머물렀던 ‘돌봄’의 영역을 수면 위로 드러낸다. 영화는 1970년대부터 80년대 유신체제 당시, 서로 다른 위치에서 ‘노동과 생계’ 라는 같은 경험을 공유했던 여성들을 탁아 운동을 통해 하나의 근원지로 연결하고, 공통된 경험 속에서 이제는 다양한 길로 뻗어나간 여성들의 저마다의 우물을 쫓는다. 당시 사회로 진출하는 여성들은 교육 기회의 제한 뿐 아니라 아이의 출산과 양육, 돌봄과 위탁의 부담과 문제 또한 피해 갈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돌봄의 영역은 정부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관심의 영역에 들지도 않았던 그림자의 영역이었으며 이때, 여성 운동이자 탁아 운동으로 불렸던 ‘돌봄’은 여공들을 회사로 나갈 수 있게 했던, 여성들도 부당한 힘에 저항할 수 있게 만들었던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노동이 된다. 감독은 불안하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각자의 소명을 다하고 돌봄 노동으로 일상을 유지하게 만들었던 그녀들을 주목한다.
<열 개의 우물>은 그녀들의 과거를 정지된 이미지, 혹은 과거에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지금의 그녀들을 구성하고 있는 하나의 요소로서, 현재까지 그녀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으로서 현재와 계속해서 상호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제시한다. 이는 <열 개의 우물>이 과거의 사실을 다루는 대개의 다큐멘터리에서 과거 자료를 제시하는 방식과 다른 방식을 택한 것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대개의 다큐멘터리에서 과거 자료를 화면에 보여주고 현 인물들의 증언을 입히는 것과 달리, <열 개의 우물>은 2 분할 화면을 통해 한쪽에는 과거의 사진을, 한쪽에는 말을 하고 있는 현재 그녀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제시되는 그녀들의 과거는 단순히 회고하는 추억이나 지나간 어느 한때의 이야기로 머물지 않고 오늘날 그녀들의 모습과 끊임없이 연결 지으며 생각하게 만든다. 단순히 과거의 사진만이 제시될 때는 당시 모습을 단지 재현하거나 복원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달리 한 화면에 동시에 제시된 같은 인물이 서로 다른 시간에 놓여있는 모습은 ‘Before – After’의 과정을 보여주는 연결된 하나의 자료이자, 연속된 해당 인물의 구성 과정으로 보인다. 과거 사진 옆, 현재의 그녀들은 시간이 흘러 예전의 앳된 모습이 지니던 활기는 잃었지만 생생히 움직이고 있는 영상 속에서 여전히 또 다른 생동감을 가진다.
감독이 그녀들의 과거를 단순히 회고하는 추억, 과거에 정지되고 고정된 기억으로 제시하지 않는 것은 감독이 그녀들에게 접근하는 과정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검은 바탕의 유신 체제의 역사를 자막으로 드러내고, 공식적으로 기록된 과거를 제시하며 다소 무거운 분위기로 시작하는 듯하던 영화는 이내 바람과 햇살이 드나드는 열린 문을 보여주며 갑작스럽게 따스함이 느껴지는 분위기로 전환된다. 이 문은 김현숙 씨가 운영하는 책방의 문인 것으로 드러나는데, 여기서 감독이 그녀들의 마음의 문을 넘어 인생에 발을 내디딘 방식이 드러난다. 감독은 과거의 재현을 위해 그녀를 찾지 않는다. 그녀들의 현재의 삶을 찾는다. 특정한 순간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특정 순간을 보낸 후 그녀들의 이후의 삶에 관심을 갖는다. 감독은 현재의 인물의 모습에 주목하되 현재를 통해 그 안에 잠재된 과거의 기억을 발견하려는 것이다. 김현숙 씨뿐 아니라 영화 속 만난 인물들과 만난 방식은 모두 현재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이다.
같은 시대의 일어난 다른 사건에 주목한 다큐멘터리 <김군>에서 사진 속 김군의 존재를 찾기 위해 그를 목격했다는 사람들,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이들,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면 <열 개의 우물>에서 감독은 당시 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사건의 주요 인사라는 이유로 그녀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더 이 영화에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소개해 주고 싶다.’는 현재 인물들의 말에 또 다른 인물들을 만나러 간다. 그녀들의 과거가 드러나기 전 항상 그녀들의 현재 모습이 제시되며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의 모습이 공존할 때에도 감독은 현재 과거에 대한 말을 하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을 생생한 영상으로 제시하며 과거보다 그에 대해 현재 말하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을 더욱 우선시한다. 이로써 감독은 과거의 기억을 재현해 줄 여성들을 만나는 대신 과거의 기억으로 구성되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만나고, 정지된 과거의 사실이 아닌 현재까지 끊임없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인물의 구성물로써 과거를 제시한다.
영화에서 주목한 돌봄의 문제는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노동의 그림자 영역에 머물고 있다. <열 개의 우물>이 1970-80년대 당시 돌봄의 부재 상황을 드러낸다면, 현대사회에서도 소외되고 있는 돌봄 노동의 영역은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당시 공장으로 나가던 여성들처럼 현대 사회에도 여성도 일을 하는 맞벌이 가정이 많다. 개인주의가 발달하는 현대사회에서 마을의 개념은 점차 희미해져 가고 공동체의 유대와 연결이 약화하며 돌봄 문제는 더욱 커졌다. 특히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팬데믹이 덮치며 갑작스럽게 마주한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돌봄 위기는 더욱 커졌고, 마을 방과후 교사들은 위기 속 남겨진 돌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다.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의 방과 후 교사들도, <열 개의 우물> 속 돌봄을 책임진 여성들도, 국가의 지원도, 공공시설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어떠한 보상도 대우도 그들에게 주어지지 않지만 그들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소명을 다해 돌봄이라는 노동을 하고 그를 통해 다른 여타의 노동을 근본적으로 가능하게 한다. 두 영화를 보면 ‘여성의 노동을 근본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던 힘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피해갈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꼭 필요한 노동으로 많은 노동자들을, 우리 사회를 돌보았던 그들을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돌봄이라는 노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에서 나아가 노동을 근본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힘을,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영역들을, 그저 엄마라는 여성의 영역으로 남겨졌던 돌봄의 가치를 생각해 보게 한다.
영화 속 인물의 세대를 경험하지 못한 나의 입장에서 <열 개의 우물>을 보고 나니 역사를 재현하는 것은 타인의 고통을 재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엇을’ 재현하는가 보다는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 의 문제라는 생각이 강해진다. 단순히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현재와 상호작용 하는 것으로 재현했을 때 비로소 바라보는 관객은 자신의 현실 경험과 관련 지으며 능동적으로 과거의 재현에 참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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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게임」 이병헌 비하인드 스토리 최초공개(?)ㅣ팬메이드 스포일러 (*오피셜이 아닙니다)ㅣ오징어게임 리뷰ㅣSquid Game Review ByungHun Lee
? "오징어 게임 리뷰" 영상(*스포주의)"
오피셜이 아니라 제 멋대로 만든 겁니다
재미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프론트맨 이병헌 출연
팬메이드 비하인드 스토리
▶영상에 활용 된 이병헌 영화 및 드라마 필모그라피
- 번지점프를 하다
- 달콤한 인생
- 남산의 부장들
- 아이리스
- 쿠팡플레이 싱글라이더 배달 쿠팡이츠 SNL 이병헌
- 미스컨덕트
- 지아이조2
- 레드2
- 공동경비구역 JSA
- 악마를 보았다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
- 쓰리 몬스터
- 그것만이 내 세상
- 결말포함 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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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바디 리뷰 - 영화 노바디의 4가지 감상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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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시작에 앞서...
01:21 1. 액션
03:10 2. 사운드 트랙
04:48 3. B급 유머코드
06:03 4. 떡밥 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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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착하게 살고 싶었다. 참으려고 했다.
이제 나 건드리면 X된다!
비범한 과거를 숨긴 채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한 가정의 가장 ‘허치’
매일 출근을 하고, 분리수거를 하고 일과 가정 모두 나름 최선을 다하지만
아들한테는 무시당하고 아내와의 관계도 소원하다.
그러던 어느 날, 집안에 강도가 들고 허치는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당한다.
더 큰 위험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모두 무능력하다고 ‘허치’를 비난하고,
결국 그동안 참고 억눌렀던 분노가 폭발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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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마이 네임> 공식 예고편
복수에 이름은 필요 없다! "넌 내가 죽인다" 가장 강렬한 복수 누아르 《마이 네임》 10월 15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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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맨 인 더 다크2> 메인 예고편
끔찍한 일이 벌어졌던 그날 밤 이후,
비밀스러운 과거를 가진 소녀 ‘피닉스’와 함께 세상과 단절된 일상을 보내던 눈 먼 노인 ‘노먼’
어느 날 밤,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침입해 ‘피닉스’를 납치하고
소녀를 되찾기 위해 잠들어있던 그의 광기가 다시 깨어나는데…
그는 과연 소녀의 수호자인가 괴물인가?
어둠 속 진실이 밝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