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8-28 12:05:56
8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저번주와 동일한 성적을 기록한 이번주 박스오피스 ! 오펜하이머가 230만명을 넘기고 1위 유지, <콘크리트 유토피아> 2위, <달짝지근해: 7510>가 3위를 유지했습니다. 한편 <엘리멘탈>이 누적관객수 700만을 넘어섰다고 하는데요! 8월 4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누적관객수와 분석까지 함께 하실까요?
[국내박스오피스]
<엘리멘탈>이 700만을 넘기며 픽사 작품중 한국에서 가장 흥행한 영화가 되었고, <밀수>가 500만 명을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오펜하이머>가 개봉 2주 차에도 1위 유지에 성공하며 꺾이지 않는 기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매율 역시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어 <오펜하이머>를 대적할 작품은 없어 보입니다.
이어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개봉 3주 차 누적관객 수 320만 명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북미박스오피스]
게이머에서 레이서가 된 소년의 실화 스토리를 담은<그란 투리스모>가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지난주 1위였던 <블루 비틀>이 3위까지 떨어졌으며<바비>가 2위, 7천8백억 원이 넘는 수익을 기록하며 올해가장 크게 흥행한 북미 영화가 되었습니다.이어 <오펜하이머>는 4위로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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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춰서지 마, 그곳은 네 자리가 아냐 영화 <델마와 루이스>
*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3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 <델마와 루이스>. 언젠가 봐야지 하고 남겨두었던 영화를 클릭하게 된 건, 에메랄드 색 썬더버드가 날아다니는 푸릇푸릇한 포스터 때문이었다. 그게 결말일지도 모르고 본 걸 보니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봤다. 모르고 봐서 좋았다. 한 번 알고 나면 이제 다시 처음은 없으니까.
통쾌했다. 아내가 아니라 가정부 같은 삶을 살고 있었던 델마와 지지부진한 관계에 지쳐버린 루이스가 여행을 갈 때만 해도 그래, 일단 떠나고 보자던 친구들과의 여행이 떠올라서 반가웠다. 그래, 푹 쉬고 잘 놀다 와라. 여행이 늘 계획했던 대로 풀리지 않는 게 묘미라지만 델마와 루이스의 여행은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다. 여행은 거의 처음 가는 것처럼 온갖 짐을 잔뜩 싸는 델마가 웃겼는데 지나고 보니 이것저것 챙긴 게 다 도움이 되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찍고 썬더버드에 몸을 실었을 때 델마와 루이스도, 여행에서 만난 세 명의 남자들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영화 <시카고>에서 나왔던 대사처럼, "네가 나였어도 똑같이 했을 거라니까?"
처음 만난 남자는 술집에서 만난 할런. 델마와 대화도 나누고, 술도 한 잔 사고, 즐겁게 춤을 춘 것까지는 좋다. 어지럽다는 델마를 데리고 주차장 어느 차 위에서 처음엔 키스만, 키스만 할게 하다가 와 미치겠네, 이대로 끝까지 가자라고 하시는 걸 보니 선을 한참 넘으셨다. 본능이 해맑은 사람이다. 델마가 싫어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그녀는 겁에 잔뜩 질렸고 할런은 자기는 한 대만 맞아도 발끈하면서 델마는 여러 번을 후려쳤다. 쏠 줄도 모르는 총을 챙긴 선견지명을 칭찬해야 할 기세. 루이스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델마가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상상이 되진 않는다. 그러고도 억울해서인지, 자존심이 강해서였는지 말을 참지 못한 대가로 심장에 총알이 박힌 할런이 그리 안쓰럽진 않았다. 싫다는 건 진짜 싫다는 거니 하지 말라고 진지하게 얘기하는데 좆이나 빨라니 그게 할 소리인가.
총이 좋으면서도 위험한 건 스스로를 지킬 수 있으면서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점이다. 총이 없었다면 그 상황에서 델마는 성폭행을 당했을 것이고, 총이 있어서 순간의 분노에 할런의 심장엔 총알이 박혔다. 할런의 죽음으로 델마와 루이스는 영화 초반부터 여행이 아니라 도망을 다니게 됐다. 세상 사람들이 진실을 안다고 해도 정당방위가 성립할 순 없을 것이다. 할런과 춤을 추던 델마를 보고 사람들은 그녀가 조심하지 않아서, 여지를 줘서라고 손가락질할 것이다. 더 씁쓸했던 건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기 때문이다. 델마가 할런과 시간을 보낼수록 저러다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 하고 불안했던 게, 단순하게 경찰에 가서 이야기하면 믿을 거라는 그 말에 어이가 없었던 게. 사실 델마의 생각대로 세상이 돌아가는 게 맞는데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이유로 델마를 잠시나마 비난하고 싶었다. 그녀의 탓이 아닌데 탓을 하고 싶었던 게 얼마나 무서웠는지.
할런과 이별하고 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 델마는 다시 제이디를 만나 또 다른 실수를 한다. 이 부분은 델마의 잘못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멕시코로 도망갈 계획을 세운 후 루이스는 오랜 연인 지미에게 애써 받은 6700달러를 호텔 침대 옆에 덩그러니 놔두고서 제이디를 방 안에 들인 건 큰 실수였다. 델마는 제이디에게만 관심이 쏠려 돈 봉투는 잊어버리고 말았다.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오르가즘을 느낀 건 너무나 루이스 말마따나 오케이, 축하할 일이지만 둘이 꽁냥꽁냥하면서 이미 제이디가 강도인 걸 알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건 아주 돈을 가져가라고 손에 쥐어준 셈. 덕분에 루이스만 충격에 빠졌다. 지지부진한 관계였지만 많이도 사랑했던 지미가 2개 주를 달려와서 결혼반지를 가지고 왔는데, 그걸 거절하고 보내는 마음도 힘들었을 터. 헤어지기 싫어서 결혼한다는 게 결혼하는 좋은 이유는 아니지만 왜 하필 지금이었을까 머리가 복잡했을 것이다. 델마는 데릴에게 돌아갈 수 있겠지만, 루이스는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 비록 다시 만날 것처럼 헤어졌지만.
델마요? 내가 아는 강도 중에 최고였어요
그런데 루이스만 갈 곳이 없는 게 아니라, 델마도 이제 돌이킬 수가 없게 된다. 뜻밖에도 제이디를 만난 후 델마도 숨겨왔던 소중한 재능을 찾게 되는데, 이름하여 예의 바른 강도다. 제이디에게 한번 보고 배웠는데 스승을 뛰어넘는다. 어떻게든 해보겠다더니 타고난 것 같이 마트도 털고 총으로 협박도 잘한다. 속도위반으로 잡히자 경찰을 트렁크에 넣고 선글라스, 벨트, 총과 총알을 챙겨 길을 나선다. 경찰에서 쫓는 델마와 루이스는 너무나 위험한 범죄자지만, 막상 길을 따라 멕시코로 가는 이들은 자유롭고 평온하다. 이미 그녀들을 응원하고 있는 입장에선 한편으론 그들을 쫓는 경찰들이 장애물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만난 게 마지막 남자, 트럭 운전수다. 이상하게 자주 마주치는데 늘 희롱을 일삼는 그를 보고, 무시도 해보다가 결국은 전면전이다. 한번 즐겨보려는 단순한 마음으로 차에서 내린 그에게 가족들이 그런 소리를 듣는다면 어떻겠냐고 역지사지의 마음을 전파하려던 시도가 먹힐 리 만무하다. 결국 트럭에 담긴 석유탱크가 활활 타오르고 나서야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된다. 그러게 혀 좀 어떻게 하지 그러셨어요. 낼름낼름하는 건 정말 꼴 보기 싫었다. 그러라고 있는 혀가 아닌데. 허무한 표정으로 불타는 탱크를 보고 있는 표정을 보자니 좀 안됐다 싶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불은 나버렸는걸! 거 참 불이 활활 잘도 타더라.
델마와 루이스를 이해하려고 시도한 유일한 사람은 슬로컴 형사겠지만 그의 손길은 그녀들에게 닿지 못했다. 그는 그녀들을 이해하려는 의지가 있다. 루이스에게는 말도 꺼내고 싶지 않은 괴로운 기억이 있는 걸 알고 있고, 제이디 녀석 때문에 델마가 강도가 된 것을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그녀들을 여성 2인조 무장강도로만 치부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더더욱 그의 손을 잡을 순 없다. 돕고 싶다고 하는 목소리 치고는 슬로컴 형사도 다소 소극적인 편은 아니었나 싶다. 델마와 루이스가 전화를 걸기만 기다렸다가 회유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도망과 여행의 차이는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지, 돌아갈 곳이 있는지에 달려있다. 델마와 루이스가 멈추지 않고 썬더버드를 몰고, 집으로 돌아올 수 없는 이유 역시 그들은 여행을 떠난 게 아니라 도망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여행은 이미 첫날 할런이 죽음으로써 끝났다. 처음으로 여행을 하고 있다고 느낄 만큼 자유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술과 총알이 없이는 버틸 수 없는 또 다른 불안을 안고 있다. 서로 이 모든 게 자기 탓이라는 죄책감이 불쑥 튀어 오르기도 하면서, 상대방의 잘못이 아니라고 다독여준다. 긴 원피스 대신 짧은 데님 셔츠를 입고, 화장품과 악세서리를 덜어낸 얼굴은 멋있지만, 한편으론 경찰차가 보일 때마다 샛길로 빠지고 술과 총을 손에 놓지 못한 모습까지 완전한 자유라고 할 수 없다.
굳이 따지면 불가피한 선택의 연속이었다. 도망은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아도 될 때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 뻔해서 계속 달렸고 달리다 보니 예전엔 견디고 버티려고 했던 나날이 견딜 수 없어져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델마와 루이스를 쫓아오는 것은 단순히 할런의 죽음과 몇 차례 강도에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경찰만은 아니다. 배우자나 연인이라는 이유로 혹은 자기 자신을 위해 그녀들을 점점 희미하게 만들고 홀대하는 관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모든 걸 이들의 탓이라고 일컬을 세상의 잣대가 함께 한다. 도망치다 보니 도망치고 싶은 것들이 늘어났고, 도망가야 할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된 셈이다.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썬더버드는 전처럼 도로를 달리지 않고 드디어 새처럼 날아오르려 한다. 새들이 처음 날갯짓을 할 때도 그러지 않았을까. 두 발로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때 날게 된 건 아닐까. 그 끝이 죽음일지, 붙잡히는 것일지, 계속 도망치는 것일지, 어느 곳에 원하던 대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서 좋다. 우선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낭떠러지 바로 앞은 델마와 루이스, 썬더버드가 있을 자리가 아니다. 뒤에 수많은 사람들의 의기양양한 표정이 무색하게, 어안이 벙벙하도록 날개를 펴고 길 없는 길을 날아갔으면 하는 것이다. 이 둘은 모르겠지만 누구보다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모든 것이 무너져있고
발 디딜 곳 하나 보이질 않아
까맣게 드리운 공기가 널 덮어
눈을 뜰 수조차 없게 한 대도
거기서 멈춰있지 마 그곳은 네 자리가 아냐
그대로 일어나 멀리 날아가기를
얼마나 오래 지날지 시간은 알 수 없지만
견딜 수 있어 날개를 펴고 날아
결국 멀리 떠나버렸고
서로 숨어 모두 보이질 않아
차갑게 내뱉는 한숨이 널 덮어
숨을 쉴 수조차 없게 한 대도
거기서 멈춰있지 마 그곳은 네 자리가 아냐
그대로 일어나 멀리 날아가기를
얼마나 오래 지날지 시간은 알 수 없지만
견딜 수 있어 날개를 펴고 날아
- 이승열 <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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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낯선 남미 도시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
아르헨티나의 대도시 코르도바를 살아가는 네 사람의 삶을 통해 도시를 형상화시키며 관찰하는 듯한 다큐멘터리의 분위기를 보여준 영화 〈구름에 대하여〉를 만났다. 세계 각국의 다양하고 실험적인 시선을 엿볼 수 있는 24회 전주국제영화제 국제 경쟁 부문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 ‘애프터’, ‘가벼운 재앙’, ‘H’, ‘밤의 우회로’, ‘조용한 이주’, ‘사센카’, ‘돌을 찾아서’, ‘부재’와 함께 선정작 10편 중 하나로, 국제 경쟁 작품상을 수상했다. 아르헨티나의 젊은 감독 마리아 아파리시오가 6년 만에 완성한 두 번째 장편으로, 등장인물들의 삶에 대한 애환이 흑백의 1.37 : 1 화면에 담겨 간결한 미장센으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감독은 겉으로 보기에 평화롭고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네 사람의 미묘한 이야기로 낯선 도시 코르도바를 채워나가며 우리를 그곳으로 초대한다.
“기억보다 더 생생한 것이 없기에 그것들은 우리의 삶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라미로는 술집 요리사다. 에르난은 기술자지만 일이 없다. 노라는 병원 간호사다. 루시아는 서점 직원이다. 구름 낀 하늘 아래 흑백의 도시에서 네 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들은 아무도 서로를 알지 못한다. 그저 같은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일 뿐이다.
예고편│Trailer
원제: Sobre las nubes, 영제: About the Clouds
감독: 마리아 아파리시오│각본: 니콜라스 아벨로, 엠마누엘 디아스, 마리아 아파리시오
출연진: 에반 비안코, 말레나 레온, 파블로 리마르시, 후아나 오비에도, 레안드로 가르시아 폰조 외 多
장르: 드라마│상영 시간: 144분
국가: 아르헨티나│등급: 12세 관람가
평점: 왓챠피디아 3.4, IMDB 7.3
수상 내역: 37회 마르델플라타 국제영화제(아르헨티나 장편영화상), 24회 전주국제영화제(국제 경쟁 작품상)
“네 사람을 통해 그려지는 도시의 모습”
감독이 태어나서 자란 도시 코르도바를 살아가는 노라, 루시아, 에르난, 라미로를 인터뷰하는 듯한 장면과 함께 한 의문의 여성 청소부가 알 수 없는 노래를 부르며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를 채우는 구성원들로 마치 어두운 밤이 끝나고 활기가 띠기 시작한 그들의 하루를 연상시킨다. 딸 파울리와 단둘이 살아가는 실직 상태의 중년 남성 에르난, 간호사로 딱 맞춰진 삶을 벗어나 연극이라는 새로운 원동력을 얻는 중년 여성 노라, 학위를 준비하며 서점에서 일하는 20대 여성 루시아, 도시에 상경해 주방장으로 일하는 20대 남성 라미로까지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했지만 눈에 띄지 않았던 사람들의 일상이 잔잔히 흐른다.
우리나라처럼 아르헨티나의 경제 상황 역시 녹록지 않아 보인다. 10대 딸을 둔 에르난은 엔지니어 경력을 살려 구직을 하고 있지만, 꽤 오랫동안 실직 상태가 이어졌고 콜센터 면접장에서는 자기보다 20살은 어린 청년들과 함께 경쟁해야 한다. 교사가 되고 싶은 루시아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서점에서 일하고, 라미는 마술에 관심이 있는 듯 하나 전혀 다르게 바에서 요리사로 일한다. 그나마 간호사로 일하는 노라는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만,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에 무료함을 느낀다. 같은 도시를 살아갈 뿐 전혀 연결점이 없고 각자의 삶에서 겪는 서로 다른 고독과 고민을 보여주는 형식이 한편의 수필처럼 다가온다. 그래서 제목이 〈구름에 대하여〉였을까?
우울한 일상이 계속되는 그들에게도 변화가 찾아온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희망을 얻는다. 노라는 연극 워크숍에 푹 빠져 잊어버린 삶의 원동력을 얻고, 루시아는 새로운 사랑이 잠시 찾아오며, 라미 또한 아무도 없는 타지에서 인연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에르난은 여전히 실직 상태이지만 딸을 바라보며 힘을 얻는다. 흑백의 장면들은 그들의 그런 심상을 탁월하게 비추고, 개기일식처럼, 변화무쌍한 구름처럼 잠시 짙어진 어둠이 걷히고 찾아올 이들의 희망을 기대하게 한다. GV에서 감독이 아르헨티나와 고향 코르도바에 대한 현실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몸담고 있는 영화 시장의 어려움을 거듭 강조했다. 아마도 투잡, 쓰리잡을 하지 않으면 이어 나갈 수 없는 예술과 현실이 공존하는 삶에 대한 자전적 희망을 품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한 줄 평 : 낯선 풍경을 채우는 익숙한 삶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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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9월 셋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태풍의 영향으로 월요일은 전국적으로 흐리지만, 화요일부터는 맑아진다고 합니다.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9월 셋째 주 개봉주 주말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공조2: 인터내셔날> (-)▶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개봉한 <공조2: 인터내셔날>이 주말에 9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500만 관객도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주말 동안 (9월 16일- 9월 18일) 관객 수 91만 6,377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473만 2,511명을 돌파하였습니다.
2. <육사오(6/45)> (-)▶ 시사회를 시작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유지되고 있는 <육사오(6/45)>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현재 200만 관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억지 신파를 최소화 했다는 점이 긍정적인 평을 받는데 한 몫한 것 같다.
주말 동안 (8월 26일~8월 28일) 관객 수 12만 1,996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83만 7,660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극장판 엄마 까투리: 도시로 간 까투리 가족> (-)▶ 추석 연휴를 겨냥했던 <극장판 엄마 까투리: 도시로 간 까투리 가족>은 추석 연휴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순위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TV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과 커진 스케일이
아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9월 16일- 9월 18일) 관객 수 38만 3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3만 9,964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18회 예측 이벤트는 9월 셋째 주 주말 독립예술영화 순위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9월 3주 차 박스오피스 순위의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 한 주 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이번에는 씨네픽 유저분들의 예상과 다른 영화가 1,2,3위를 차지하면서 굉장히 낮은 정답률을 보였습니다.
<어짜다 공주, 닭냥이 왕자를 부탁해!>를 1위로 예상하신 유저 분들이 5%를 차지했고,
<오! 마이 고스트>를 2위로 예상한 유저 역시 5%를 차지했습니다.
<9명의 번역가>를 3위로 예상한 정답자 비율은 8%, 세 가지 중 가장 높은 정답률을 보였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119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헌트> (▼1)▶ 9월 둘째 주에 3위를 차지했던 <헌트>가 한 단계 떨어진 4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주말 관객 수 역시 둘째 주와 비교했을 때 약 3.5배 하락하였는데요.
개봉한 지 거의 6주차에 접어들었고, 새로운 기대작이 개봉하며 점점 낮은 관객 수를 보이게 된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9월 16일 ~ 9월 18일) 관객 수 2만 4,693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432만 7,677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탑건: 매버릭> (▲1)▶ 9월 둘째 주 TOP5 안에 들어서지 못했던 <탑건:매버릭>이 9월 셋째 주에 5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올해 영화 중 가장 오랫동안 상위권을 차지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주말 동안 (9월 16일- 9월 18일) 관객 수 1만 4,65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815만 6,319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The Woman King>이 개봉과 동시에 1위를 차지하며, TOP 5 순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Top Gun: Maverick>이 순위권 밖으로 떨어졌으며, <Barbarian>도 순위가 떨어졌습니다.
주말 동안(9월 16일- 9월 18일) <The Woman King>의 매출액은 19,000,000 (한화 약 263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 역시 동일합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9월 16일 ~ 2022년 9월 18일)1. <더 우먼 킹> 1900만 달러 (누적 1900만 달러)2. <바바리안> 630만 달러 (누적 2,091만 달러)3. <Pearl> 312만 달러 (누적 312만 달러)4. <See How They Run> 310만 달러 (누적 310만 달러)5. <불릿 트레인> 250만 달러 (누적 9638만 달러)...씨네픽의 9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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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 너머의 언어로
언어를 배운다는 건 단지 말의 외형만을 익히는 일이 아니라, 다른 층위의 세계관을 맛보는 일이 아닐까. 프랑스어를 배우면 자동차, 달, 바다는 여성이 되고 비행기, 해, 땅은 남성이 된다. 모국어가 한국어인 사람으로서는 참으로 낯설게도, 사물에 성별을 붙여 규정하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어를 배우기 이전과 이후의 관념은 은근하게 달라진다.
한편 일본어를 배우면 존댓말의 형태는 두 갈래로 번져간다. 자신을 낮추는 겸양어와 상대를 높이는 존경어. 우리말에서도 ‘나’를 ‘저’로 부르는 등 낮춤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동사를 3개씩 외우는 일이 힘든 건 둘째치고 마음이 갑갑하다. 결재 도장까지 깍듯하게 상사 이름 쪽으로 기울여 찍는 문화를 얼핏 느낀다.
언어는 사회성과 역사성을 갖기에, 쓰는 사람들에 의해 규정되고 변형되기 마련이다. 언어의 층위는 그렇게 오랜 시간의 마디마디가 쌓여 이루어진 것이다. 한 인물이 시간과 성별을 뛰어넘어 존재한 400년의 시간을 담아낸 영화 <올란도>는 그 모양을 잘 보여준다.
영화는 자못 간단한 구조로 보인다. 한 젊은 귀족 올란도가 여왕에게 찬사를 보낸 후, 여왕이 저택과 함께 내려준 ‘영원히 죽지도 늙지도 말라’는 말이 고스란히 이루어졌다. 영화에 담긴 400년의 시간은 연극 막처럼 명확한 텍스트 제목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타이틀은 올란도의 삶에서 주요 화두가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올란도를 둘러싼 세상의 언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자.
영화가 시작되면 수직적인 관계를 고스란히 담아낸 언어들이 눈에 띈다. 여왕이 올란도의 아버지에게 “그대의 것은 이미 내 것이었다”라고 말할 때도 그렇지만, 올란도를 지칭하는 말은 모두 소유격이 도드라진다. “내 아들, 수족, 마스코트”이자 “나의 승리”. 변하지도, 병들지도, 늙지도 말라는, 말도 안 되는 명령이 실제로 이루어진 것은 그래서였을까? 이 말은 단지 물리 법칙을 어겨서 이상해 보일 뿐, 말도 안 되는 명령들이 ‘까라면 까야지’ 안에서 이루어지는 현실과 그렇게 다르지도 않다.
이 수직성은 훗날 러시아 대사의 딸 사샤를 사랑하게 된 올란도에게서도 보인다. “내가 너를 사랑하기에 너는 내 것”이라는 말에 사샤의 주권은 들어있지 않다. 사샤를 만나기 전 약혼했던 상대가 올란도의 “배신”을 탓할 때는 “남자는 자기 마음을 따를 줄 알아야 한다”라고 가뿐하게 넘겼으나, 얼음이 녹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고 분명하게 피력했던 사샤가 나타나지 않았을 때는 “여자a woman가 배신했다”라고 한다. 고유명사였던 사샤는 일반명사가, 수많은 여자 중 하나가 된다. 소유도 박탈도 올란도의 의지로만 이루어졌다.
훗날 올란도에게 청혼하는 해리와의 대화에서도 비슷한 대사가 재현된다. 여왕이 했던 “집을 주겠다”는 말이나 “내가 곧 영국이고 너는 내 것”이라는 말. 올란도가 했던 “I’m offering my hand”라는 말. 해리뿐이 아니다. 남성 귀족들의 대화는 허세와 과시, 권위로 꽉 차 의미나 감정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 다리가 아프다는 말을 들어도 공감과 위로는 없고, 과학이나 예술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저 성별에 비유한다. 폄하하고 재단하며, 자신이 조금이라도 더 수직적 우위를 점하고자 끊임없이 재배치를 꾀하는 대화다.
이러한 세상에서, 올란도는 소통의 가능성을 간직한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세상과 공명할 수 있었다. 러시아어에서 프랑스어로, 프랑스어에서 영어로 언어를 바꾸며 사샤가 소통을 모색할 때 “그냥 영어를 더 크게 말했”던 대부분의 귀족과 달리, 올란도는 사샤와 프랑스어로 대화하며 둘만의 공간을 만든다. 사랑이 끝난 후 잠에 빠졌다가 새로운 챕터로 나아갈 때도 마찬가지다. 시를 탐구하고, 정치의 세계로 나아가 향한 오스만 제국에서도 아랍어 인사말을 익혀 시장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올란도가 간직하고 있던 소통의 가능성은 전쟁을 겪으며 뜻밖에도 성별 전환이라는 방식으로 발아한다. 쓰러져 죽어가는 이를 “적”으로 규정하는 해리와 달리 올란도는 그냥 죽어가는 사람으로 바라보았다. 이것은 균열의 조짐이다. 피아의 위치와 높이가 ‘명징하게 직조’되어 있는 세상의 균열. 아기 울음소리와 비명 같은 고통의 소리들 사이, 전쟁이 낸 균열 사이로 걸어가며, 올란도는 이제 또 다른 언어의 세계로 건너간다.
먼지가 축복처럼 빛나며 내리고, 물과 볕이 얼굴을 적시는 모습은 마치 세례라도 받는 모양 같다. 프랑스어로, 아랍어로 타인과 계속 대화를 시도해왔던 올란도는 이제 전쟁과 지배의 언어를 버렸다. 그때 여성이 되었다는 점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책 제목을 떠올리게 한다. 단지 성별만 다른, 여전히 같은 사람이다. 평소 큰일이 있었을 때처럼 7일 간 자고 일어난 점도 같다. 그러나 이제 사회가 그를 다르게 대한다. 올란도는 언어의 수직선에서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끊임없는 도전을 받는다. 그 도전을 피하는 길은 남편, 아들처럼 사회가 정한 우산 아래로 들어가는 길이라는 종용을 받는다. 이에 올란도는 자기 자신으로 굳게 서는 방법으로 응전한다. 설령 자신과 닮아 있고 이해의 구석이 있는 셜머딘이 상대라 해도, 올란도는 타인의 일부가 되길 택하지 않는다.
그 무엇의 곁에도 머물지 않고, 올란도는 계속해서 박차고 달린다. 그가 박차고 달리는 것은 과거에 버리고 온, 전쟁과 지배의 언어다. 미로 같은 정원을, 안갯속 들판을 계속 달리며 그는 새로운 세상으로, 새로운 언어의 세계로 나아간다. 영화의 초입부터 불을 든 사람들의 반대 방향으로 걷고 뛰고 있었던 그는, 이제는 임신한 몸으로 전쟁의 포화 속을 달린다. 전쟁의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시기의 힌트조차 주지 않는다. 이건 보통 전쟁이 사용하는 언어와는 반대 방식이다.
전쟁은 전쟁만을 명시한다. 보불 전쟁이라든지 펠로폰네소스 전쟁 같은 식으로 승자와 패자를 딱 잘라 명시하고, 뒤켠에 있던 민간인과 피해자들의 기록은 남기지 않는다. 그렇게 모두를 익명성에 가두고 만다. 이 영화는 넘어지면서도 포화를 뚫고 가는 올란도만을 오롯이 비추고, 역으로 전쟁을 익명성에 가둔다. 이는 올란도의 달리기와 나란한 방향이다.
그렇게 영화 <올란도>는 시간을 따라 촘촘히 배치한-사회성과 역사성을 가진- 지배의 언어를 역방향 달리기로 틀어버린다. 억압적인 층위 안에서 유린되어 온 언어의 사필귀정을 꾀하는 시도다. 동시에 이 시도는 자체로 완성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임을 명확히 한다. 출판사에 건넨 두툼한 원고 더미가, 딸의 손에 들려 있는 카메라가 그 방향성을 드러낸다.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소통의 수단으로만 기능하던 언어는 소통을 풍성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제 예술의 경지로 나아간다. 거기서 생명은 피어난다. “더 이상 운명에 붙들리지 않”고, “삶이 시작되는 것”이라는 대사는 그래서 유의미하다.
오토바이 사이드카에 딸을 태우고, 한때 자신의 것이었던 저택에 유유히 걸어 들어서는 올란도의 모습. 그 걸음은 딱딱한 액자 프레임에 갇힌 초상화와는 달리 분명하게 살아있다. 초상화 바깥의 인간 올란도의 얼굴. 남자의 얼굴도 여자의 얼굴도 아닌, 천사의 노래 가사처럼 “인간의 얼굴”이었다. 딸이 손에 든 카메라 속의 천사. 400년을 살아온 이는 앞으로도 “영원히 죽지도 늙지도 않”을 테고, 언어도 그러할 것이다. 발화와 문자 그 너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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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야만 사랑할 수 있는 것
프란시스와 레이디 버드
처음으로 <프란시스 하>를 본 건 입시 준비를 하던 여름이었다. 계속 이곳저곳을 방황하는 프란시스를 보는 게 정말 힘들었다. 같은 해, <레이디 버드>를 본 후에는 영화 말미에 대학에 들어가는 크리스틴이 참 부러웠다. 수능 성적이 좋은 것도, 방과 후에 연극을 하고, 줄리와 대니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고, 가고 싶은 곳이 있는 것도 전부 대단해 보였다. 스물 한 살이 되어 당시에 느꼈던 무력감과 긴장감에서 한 발짝 물러나고, 새로운 고민이 생긴 후 두 작품을 다시 봤을 때 비로소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레이디 버드가 새크라멘토를 그리워하듯, 프란시스가 방황하던 시간을 지나 ‘자기만의 방’을 찾듯 그레타 거윅이 그린 성장은 단순히 귀감이 되기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작품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지나온 시간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We were in one parking lot and we went to another parking lot."
레이디 버드’는 고등학생인 크리스틴이 자신에게 직접 붙인 이름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크리스틴이라고 부르면 반드시 고쳐 부르게 하고, 명단에 쓰인 이름은 새로 쓴 후 밑줄까지 그어 둔다. 반듯하게 인쇄된 글자 아래 적힌 손글씨는 어디서든 '개인’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레이디 버드를 소개하는 듯하다. <레이디 버드>는 수십 벌의 예쁜 의상과 함께 밝은 미래를 노래하는 ‘하이틴’ 영화에서 벗어나 그 이미지를 보고 자란 소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깊이가 각기 다른 수많은 고민, 견뎌내야만 하는 상황, 결코 설명하지 못할 결정들, <레이디 버드>가 주인공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모녀의 이야기라는 점은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관객에게도 호소력을 지닌다.
그레타 거윅이 공동 각본을 쓰고 주연을 맡은 <프란시스 하>는 꼭 <레이디 버드>의 다음 이야기처럼 보인다. 프란시스는 여러 모로 불안정하다. 현대무용가가 되고 싶어하고, 뉴욕에 살며, 함께 살던 친구가 떠나며 갈 곳도,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어진다. 영화는 색조차 빼앗아 가며 복잡한 감정과 걱정을 솔직히 드러내고, 레이디 버드처럼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변화와 원동력을 절실히 원하는 캐릭터를 보여준다. 프란시스가 자신의 이름을 줄여 쓰지 않고 반 접어 우편함에 끼워 넣은 것처럼, <프란시스 하>는 때때로 한 발자국 물러나거나 타협하는 것이 결코 최악의 선택지가 아니라고 말해준다. 화려한 스토리와 미장센으로 감동을 주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프란시스 하>는 불완전한 삶과 끝나지 않은 성장으로 위로를 준다.
레이디 버드는 “우리 주차장에서 출발했는데 또 다른 주차장에 왔네.”라고 말한다. 주차장은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출발해야 하는 장소이다. 스치듯 읊조린 대사지만 <레이디 버드>와 <프란시스 하>의 정서를 모두 설명하는 것만 같다. 두 작품은 떠난 후에야 사랑하게 되는 것들, 다시 말해 과거의 경험을 끌어안을 수 있게 되기까지의 성장을 담았기에 특별하다.
그레타 거윅이 그린 여성의 성장
<레이디 버드>와 <프란시스 하>가 유독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은 두 이야기를 충분히 내면화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디 버드, 프란시스와는 공통점보다 다른 점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다. 집에서 먼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은 적도 없고 무대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며, 태어난 연도와 사용하는 언어조차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에서 위로를 받거나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나를 위한 영화다’라고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레타 거윅의 캐릭터들이 여성으로 살아온 경험을 가로지르는 공통의 정서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레이디 버드와 프란시스는 섹슈얼한 관계를 쟁취하지 않는다. 단지 자연스러운 욕망과 꼬이고 풀어지는 관계들, 보편적이고 사소한 고민을 보여준다. 현실적이고 솔직한 모녀 관계와 친구 관계 또한 위와 같은 감상에 큰 영향을 준다.
<굿 윌 헌팅>, <죽은 시인의 사회>, <길버트 그레이프>, <바스켓볼 다이어리> 등은 모두 다양한 감상과 감동을 주는 훌륭한 작품들이지만, 영화와 소통하고 온전히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자라면서 수도 없이 돌려 본 <금발이 너무해>, <클루리스>, <하이 스쿨 뮤지컬> 같은 작품들은 여성 제작자의 손을 거치거나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것임에도 아름다우면서 유능한 캐릭터를 모델로 제시한다. 이러한 영화들을 수없이 본 경험 이후에 그레타 거윅이 참여한 작품들을 만나게 되었다. 새로운 세대의 예술가, 여성 제작자로서 그레타 거윅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는 단순히 그의 이야기와 연출이 좋기 때문이 아니다. 영화나 다른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내면화하고, 다시 새로운 경험으로 만드는 것이 개인의 삶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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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들의 욕망으로 뽑아든 두 남자의 칼끝에 놓인 한 여인의 진실
지난 9월에 열린 제78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의심할 여지없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최근작 중 최고라는 외신들의 호평들을 받으며, 자신 또한 인터뷰를 통해 “중요한 문제를 조명하는 매우 도전적인 작품으로 내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라고 자평을 남겨 수많은 팬들을 설레게 했던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리뷰입니다. 다음 주 각종 매체에서 올해 최고의 기대작이라 부르짖는 〈듄〉과 함께 개봉이 잡혀 또 하나의 명작으로, 두 편 모두 2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 타임을 가지고 있어 어차피 개인 취향에 따라 먼저 볼 것이었기에 주말을 맞아 열린 시사회를 통해 선관람을 하고 왔습니다. 역시 비주얼리스트라는 거장의 칭호에 걸맞은 훌륭한 영상미와 할리우드 명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물론, 전달하는 메시지 또한 확고해 긴 시간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왜 호평을 받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어떤 이야기들이 152분을 채워줬는지 나열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아웅 얄미운..수염 다 뽑고 싶어진다..
#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출연진, 줄거리 기본 정보
저는 결백합니다
1386년 12월 29일, 한 여인을 비추고 두 기사가 많은 관중이 기다리고 있는 결투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비춥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들의 과거... 수많은 전장에 참여해 승리를 통해 나라에 충성하며 생사고락을 함께 한 둘도 없는 친구 장과 자크, 이들의 우정에 금이 간 것은 영주 피에르의 자크를 향한 편협적인 총애로 시작됩니다. 대대로 명성을 이어온 가문의 자존심은 그를 옥죄어왔고 부와 명성과 외모까지 다 가진 그에 대한 질투는 그들의 우정만큼이나 커져갔던 것이죠. 그러던 어느 날, 전장에 나갔다 돌아오니 아내 마르그리트가 자크에게 겁탈을 당했단 말을 듣게 되고 이제는 그는 남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전투 재판을 신청합니다.
예고편│ Trailer
https://tv.naver.com/v/22728549
영제 : The Last Duel│감독 : 리들리 스콧│원작 : 2004년 출간한 에릭 제이거(Eric Jager)의 동명 실화 소설│각본 : 맷 데이먼, 벤 애플렉, 니콜 홀로프세너│출연진 : 아담 드라이버, 조디 코머, 맷 데이먼, 벤 애플렉 외 多│장르 : 액션, 드라마, 역사│상영 시간 : 152분│개봉일 : 2021년 10월 20일│국가 : 미국, 영국│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평점 : 기자·평론가 6.0, 로톤 토마토 신선도 86% 팝콘 82%, IMDB 7.7, 메타 스코어 68점│시청 가능 서비스 : 10월 20일 개봉 예정
중세 남성상이 얼마나 최악인지 느껴지는 두 사람
반복되는 플롯을 탄탄하게 만드는 배우들
둘도 없는 친구에서 경쟁자로 이어서 본인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생사결을 펼치는 두 인물 중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활동을 통해 다양한 많은 모습을 선보이며 현재 할리우드의 실세라 할 수 있는 아담 드라이버가 겁탈이 아니라 사랑이라 말하는 자크를, 시기와 질투에 더불어 무너진 자존심의 회복을 위해 목숨을 내걸은 장에 제이슨 본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하는 맷 데이먼이 맡았습니다. 각 파트의 분리된 시점을 통해 그들이 얼마나 왜곡되고 이기적인 기억을 가졌는지 세세히 보여줌으로써 반복되는 사건 속 긴장감을 유지시켜줍니다.
정말 최선, 최고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사건에서 보이는 하나의 시선, 마르그리트 시점은 이 작품의 백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 보여주었던 두 남자의 추한 모습을 남김없이 보여주고 그들이 얼마나 옹졸하고 편협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 밝힙니다. 남자들의 시선으로 보았던 진실은 자신들의 본모습을 감추기 위한 허울 좋은 거짓에 불과했고 그 이면에 남은 것은 상처받은 여인만 있는 것이죠. 이러한 심적 변화를 보여주는 조디 코머의 연기는 드라마 〈킬링 이브〉 시리즈나 〈프리 가이〉의 이미지를 날려버리기 충분했고, 마지막 눈물의 의미까지 관객들의 공감을 사며 몰입도를 높여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캐스팅이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됩니다.
죄다 말이 다르다..그러나 truth...파트로 보여준다..
#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평점
하나의 사건, 세 사람의 시선 그리고 진실
하나의 현상에 대한 서로 다른 기억을 풀어가는 구성 때문에 국내 대부분의 기사에서 1950년 일본 영화 〈라쇼몽〉을 언급하는데 너무 고전이라 가까운 시점의 영화를 들자면, 〈영웅〉, 〈헤이트풀8〉, 〈밴티지 포인트〉, 〈커리지 언더 파이어〉 등과 유사한 스타일이라 보시면 됩니다. 세 주인공이 연관된 사건의 각기 다른 시점에서 각자를 대변하는 스토리를 풀어가면서 마지막 클라이맥스인 결투까지 분위기를 고조시켜주죠. 물론,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해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뜩이나 긴 러닝타임을 지루하게 느낄지도 모르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각 플롯마다 다른 해석을 넣어 같음에도 다른 새로운 사실과 관점들이 계속해서 드러나 보는 이의 흥미를 유지시켜줍니다. 이 부분에서 불필요한 장면들은 생략하고 각 인물의 시선이 닿는 디테일 포인트만 남김으로써 클라이맥스로 향해가며 점점 고조되는 세 인물들의 감정들을 통해 서서히 감춰둔 진실과 메시지를 밝힙니다.
시대적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여성의 서사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고려 말기가 배경인 14세기 중세 시대의 뒤틀린 시대상을 통해 현재 사회의 미투 운동을 떠올리게 하며 지금도 존재하는 성범죄 피해자의 침묵과 진실 사이에서의 딜레마, 이들의 상처를 더욱더 가혹하게 하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기가 막히게 묘사합니다. 물론, 이러한 주제의식을 완벽히 느낄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조디 코머가 보여준 마르그리트의 말과 행동에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이 보이죠. 단편적으로 자신의 소유물인 애마와 크로스 오버시키는 장면들을 통해 그 당시의 여성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관점이 어디까지 내려와 있었는지 보여줌으로써 그녀의 용기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줍니다.
이번달 퍼펙트 스틸과 다음달 구찌로 또 만나요!
이제 여든을 훌쩍 넘었지만 ‘장르의 마술사’, ‘비주얼리스트’라는 칭호에 걸맞게 거장 리들리 스콧은 혹독한 겨울의 황량함을 통해 인물들 사이의 냉랭하고 긴장된 분위기를 훌륭한 영상미로 선보이며, 그만의 색을 도드라지게 만듭니다. 전작들의 스펙터클함과는 다르게 대부분 대화로 구성된 드라마지만, 화려한 중세 의상과 감정이 도드라지는 클로즈업이나 웅장한 세트장의 모습들은 역시라는 생각이 들고, 특히 마지막 20분간의 결투는 그의 장기를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그리고 엔딩을 통해 그가 〈델마와 루이스〉라는 기막힌 여성 서사를 그렸던 감독이었음을 기억하게 합니다. 상당히 긴 러닝타임 때문에 작품이 대중적이고 상업적이라고는 쉽게 말할 수 없겠지만, 분명 그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충분히 극장을 찾을 값어치가 있을 듯하네요.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이상 글쓰는 식팔이 모모파로였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한 줄 평 : 자신들의 욕망으로 뽑아든 두 남자의 칼끝에 놓인 한 여인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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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듄」 '이것'을 알면 영화가 개쩔게 느껴집니다ㅣEBSㅣDUNE 역사정리ㅣ티모시 샬라메ㅣ듄 예고편ㅣ워너브라더스ㅣ드니 빌뇌브
? '듄(DUNE)' 영화 속 세계관 역사 요약정리
- 베네 게세리트, 초암공사- 영화 정보
장르: 스페이스 오페라
감독: 드니 빌뇌브
각본: 에릭 로스, 존 스페이츠, 드니 빌뇌브
원작: 프랭크 허버트의 듄(1965)
제작: 드니 빌뇌브, 케일 보이터. 메리 페어런트,조 카라치올로 주니어
주연: 티모시 샬라메, 제이슨 모모아 외
촬영: 그레이그 프레이저
음악: 한스 짐머
촬영 기간: 2019년 3월 18일 ~ 2019년 7월 26일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워너브라더스
수입사: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2020년 12월 18일#듄 #듄영화리뷰 #듄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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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나의 문어 선생님 리뷰!! 절대 상어에게 문어지지마!!!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나의 문어 선생님을 K-문어 선생님과 리뷰 했습니다!
씨네마사지
? 황보랑 영화 보고 싶은 사람 모여라~?? ♀
거리두기 해제 기념 씨네마사지에서 첫 번째 이벤트를 열게 되었습니다 ?
다가오는 5월 18일에 개봉하는 범죄도시2를 황보와 함께 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신청해주세요 ↓↓
https://forms.gle/sAATgsdoStRCPH7v8
*신청 마감 5월 6일 금요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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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템테이션 아일랜드 시즌 1> 공식 예고편
[왓챠 익스클루시브, 2021년 7월 23일 공개]
결혼을 앞둔 네 커플이 아름다운 섬으로 떠난다.
선남선녀가 득실대는 템테이션 아일랜드에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드라마와
세상 짜릿한 사랑 확인 파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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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티저 예고편
마블의 새로운 강력한 히어로 ‘샹치’의 탄생과 베일에 싸여 있던 전설의 미스터리 거대 조직 ‘텐 링즈’의 실체를 다룬 첫 번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