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징2023-09-28 12:21:54
동물 나오는 한국 영화 '옥자' 스포일러 포함
옥자
2017.06.29 개봉
모험/액션, 12세 관람가
한국, 120분
감독: 봉준호
출연: 안서현, 틸다 스윈튼 등
넷플릭스가 유명하지 않던 시절
봉준호 감독님의 '옥자'로 인해 넷플릭스 존재를 알게 되었었는데요
띄엄띄엄 아는 장면들은 많았는데
영화를 풀로 본 건 6년 만인 바로 오늘이었네요 ㅎㅎ
아무래도 상업적으로 만든 영화도 아닌 것 같은 데다가
동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 깊은 울림도 없을 것 같았는데
역시... 봉준호 감독님 작품이라 그런지... 작품성은 개쩔어요
설국열차와 기생충 그 사이를 잇는 다리 같은 느낌의 영화랄까요?
스토리부터 영상미까지 봉준호 감독님의 향이 느껴집니다
'옥자'가 특히 좋았던 이유는
친구이자 가족 같은 옥자를 구하려는 순수한 아이와
그런 옥자를 자원으로 이용하려는 기업
그 둘만의 리그가 아니었다는 점이었어요
비밀 동물 보호 단체 ALF가 끼어 삼파전으로 가면서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로 다가옴과 동시에
긴장감 넘치는 구도가 완성된 느낌이랄까요?
원래 영화 같았음 미자를 돕는 인물은 당연히~ 안 나오고
동물 보호 단체라고 하다가도
자기의 이익만을 위해 주인공을 배신하는 게 클리셰인데
ALF의 리더는 끝까지 미자와 옥자를 생각해 주더라고요
게다가 시위, 작전을 하면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 게 규칙이라는 게... 너무 감동적
이렇게 착하고 완벽한 캐릭터로 설정하고 가는데도
절대 쳐지지 않고 오히려 감동만을 이끌어내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옥자'는 감정선을 잘 건드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건 역시나 엔딩이랄까요......
지금껏 빌런의 역할을 했던 루시 미란도는 어디로 가고
그의 언니 낸시 미란도가 최강 빌런 역할로 나섭니다
그러고도 미자가 옥자를 사겠다고 금돼지를 주니까
한순간의 고민도 없이 바로 옥자를 줘 버려요
아무리 돈을 욕망하는 캐릭터라고 해도
엔딩이 힘이 없고 허무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스토리도 이리 좋은데 영상도 나쁘지 않아요!
슈퍼돼지인 옥자의 움직임도 스무스한 게 괜찮고
특히 지하상가를 헤집어 놓을 때가 가장 좋았던 것 같은데요 ㅎㅎ
죠니의 실험실에서 옥자가 당하던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강제 짝짓기를 시키던 그 모습은......
굉장히 마음이 아프지만 영화에선 절정으로 치닫는 부분이었죠
그런 모습을 보면 참
동물원이랑 아쿠아리움 같은 게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인기 있는 푸바오도 ㅠㅠ,,
아무리 직원분들이 잘 챙겨 주신다고 해도
우리 안에 있는 게 얼마나 답답하고 숨막힐지 상상도 못하잖아요
게다가 인기 얻은 이후엔 손님도 바글바글 할 거구요
사실 저도 올 상반기에 과천 동물원에 다녀왔는데
동물들이 죄 힘이 없고 축 쳐져 있는 모습을 보고......
현타가 왔거든요
그 이후로 동물원, 아쿠아리움은 안 가야겠다고 생각 중입니다 ㅠㅠ
동물들아 미안해 . . .
제가 뽑은 '옥자'의 최고 명장면은
미자와 옥자가 한국으로 돌아가려 직원들을 따라 갈 때
울타리 밖으로 자기 새끼를 몰래 밀어넣던 슈퍼돼지 부모의 모습 ㅠㅠ
죽으러 가는 거 뻔히 알고 자식이라도 살리기 위해
생판 모르는 미자와 옥자에게 새끼를 맡겨야만 하는
부모의 심정은 정말 헤아릴 수가 없이 슬픕니다
주인공인 미자는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났지만
수백 마리의 슈퍼돼지들은 죽임 당했으니
이건 새드 엔딩이나 마찬가지예요......
*스토리: 3/5점
*연출: 3/5점
*영상미: 2/5점
*OST: 1/5점
*연기: 3/5점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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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이번 주에는 지상 최대 블록버스터의 피날레부터 많은 어른이와 어린이가 좋아하는 포켓몬스터 극장판 등
다양한 극장 개봉작부터 OTT 공개 예정작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럼 6월 첫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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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47분
감독: 콜린 트레보로우
출연: 크리스 프랫,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등
개봉: 2022.06.01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공룡들의 터전이었던 이슬라 누블라 섬이 파괴된 후, 마침내 공룡들은 섬을 벗어나 세상 밖으로 출몰한다.
지상에 함께 존재해선 안 될 위협적 생명체인 공룡의 등장으로
인류 역사상 겪어보지 못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 인간들.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 자리를 걸고 인간과 공룡의 최후의 사투가 펼쳐진다.관전 포인트
쥬라기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만큼 압도적인 스케일과 극강의 액션을 담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게다가 북미보다 무려 9일 이상 빠르게 개봉해 전 세계 최초로 대한민국에서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을 즐길 수 있다.
영화는 쥬라기 월드의 스토리의 결말뿐만 아니라 쥬라기 공원의 결말도 담고 있다고 한다.
극장판 포켓몬스터DP: 기라티나와 하늘의 꽃다발 쉐이미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96분
감독: 유야마 쿠니히코
출연: 이선호, 김영선, 마츠모토 리카 등
개봉: 2022.06.01
배급: (주)NEW
줄거리
끝나지 않은 전설의 포켓몬들의 배틀로
위험에 빠진 반전 세계와 현실 세계를 구하기 위해
감사포켓몬 ‘쉐이미’와 ‘지우’, ‘피카츄’가 나서면서 시작되는 모험 이야기관전 포인트
화제의 포켓몬 띠부띠부씰에서 알 수 있듯이 나이 불문하고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는 '포켓몬스터'
DP 극장판 중 유일하게 미개봉 극장판이었지만, 개봉이 확정되면서 아르세우스 3부작 모두 국내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카시오페아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02분
감독: 신연식
출연: 안성기, 서현진, 주예림 등
개봉: 2022.06.01
배급: (주)트리플픽쳐스
줄거리
이혼 후 변호사, 엄마로 완벽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수진은 하나뿐인 딸 지나의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정신없이 바쁜 수진을 위해 아빠 인우가 손녀를 돌보게 되면서 세 사람은 함께 살게 된다.
얼마 후 수진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에서 알츠하이머라는 뜻밖의 결과를 듣게 된다.
사랑하는 딸을 잊을까 봐 두려워하는 수진을 위해 아빠 인우는 수진의 곁을 지키고,
기억을 잊어도 살아갈 수 있도록 이들 부녀만의 애틋한 동행이 시작된다.
관전 포인트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넘나들며 매 작품 섬세한 연출력으로 이목을 끈 신연식 감독이
<카시오페아>의 감독을 맡으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매번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는 안성기 배우와 서현진 배우가 출연을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애프터 양
개요: 드라마 | 미국 | 96분
감독: 코고나다
출연: 콜린 파렐, 조디 터너 스미스, 저스틴 H.민 등
개봉: 2022.06.01
배급: (주)영화특별시SMC, (주)왓챠
줄거리
함께 살던 안드로이드 인간 ‘양’이 어느 날 작동을 멈추자 제이크 가족은 그를 수리할 방법을 찾는다.
그러던 중, ‘양’에게서 특별한 메모리 뱅크를 발견하고 그의 기억을 탐험하기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애플 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를 공동 연출한 코고나다 감독이 선보이는 SF 드라마라는 점에서
기대를 높인 작품이다. 또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되어 예매 오픈 3분 만에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작으로 등극한 작품이다.
OTT 공개 예정작
오션스 8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10분
감독: 게리 로스
출연: 산드라 블록, 케이트 블란쳇, 앤 해서웨이 등
공개: 2022.06.01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전 애인의 배신으로 5년간 감옥에서 썩은 ‘데비 오션’(산드라 블록)은 가석방되자마자
믿음직한 동료 ‘루’(케이트 블란쳇)와 함께 새로운 작전을 계획한다.
그들의 목표는 바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리는 미국 최대 패션 행사인
메트 갈라에 참석하는 톱스타 ‘다프네’(앤 해서웨이)의 목에 걸린 1천 5백억 원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훔치는 것!
디자이너부터 보석전문가, 소매치기와 해커까지, 전격 결성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마침내 실행에 나서는데…관전 포인트
오션스 트릴로지의 스핀오프 작품인 <오션스 8>은 파격적인 라인업으로 화제를 모았다.
무엇보다 역대 오션스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첫 주 성적을 거둔 작품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40분
감독: 스티븐 스필버스
출연: 마크 라이런스, 사이먼 페그, 올리비아 쿡
개봉: 2022.06.01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2045년, 암울한 현실과 달리 가상현실 오아시스(OASIS)에서는
누구든 원하는 캐릭터로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고 상상하는 모든 게 가능하다.
웨이드 와츠(타이 쉐리던) 역시 유일한 낙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를 보내는 오아시스에 접속하는 것이다.
어느 날 오아시스의 창시자인 괴짜 천재 제임스 할리데이(마크 라이런스)는 자신이 가상현실 속에 숨겨둔
3개의 미션에서 우승하는 사람에게 오아시스의 소유권과 막대한 유산을 상속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그가 사랑했던 80년대 대중문화 속에 힌트가 있음을 알린다.
제임스 할리데이를 선망했던 소년 ‘웨이드 와츠’가 첫 번째 수수께끼를 푸는 데 성공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현실에서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IOI’라는 거대 기업이 뛰어든다.
모두의 꿈과 희망이 되는 오아시스를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
그리고 우승을 위해서는 가상현실이 아닌 현실세계의 우정과 사랑의 힘이 필요하기만 한데…관전 포인트
어니스트 클라인이 쓴 동명의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을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으며 기대작으로 꼽힌 작품이다.
56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11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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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사는지 보다 어떻게 살지를
영화 <올드 가드(The Old Guard)>(2020)의 인물들은 고뇌에 휩싸인다. 앤디(샤를리즈 테론)를 비롯한 불멸자들은 영속의 삶 가운데 자신의 존재적 정체성을 찾아내려 하고 의미 있게 살아갈 이유를 탐구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그 누구도 해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The Lord of the Rings: The Fellowship of the Ring)>(2001)의 간달프는 프로도에게 우리는 인생에서 의도하지 않은 많은 것들을 겪지만, 그저 주어진 그 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남겼다. 간달프의 말에 힘을 보태서 생각해 보면, 사실 <올드 가드> 속 불멸자들의 고민은 해결될 수 없다. 개체의 발생적 원인과 존재적 배경을 추적하고, 삶의 궤적을 지탱하는 명분이나 당위성 따위를 되새기는 작업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그리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저 주어진 순간에 몰두하여 현존하는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 과연 <올드 가드>의 인물들, 그중에서도 특히 앤디는 어떤 사유 과정을 거쳐서 어떤 판단을 통해 어떤 선택을 보여주었는가. <올드 가드>는 다양한 인물상을 다루기 때문에 이를 통해 고찰하기 좋은 지점들이 여럿 보이는 작품이다. 앞서 이야기한 이들의 고뇌를 바탕으로, 앤디를 중심으로 한 인물 관계 속에서 무엇을 살필 수 있는가.
앤디의 고뇌
앤디는 불멸자 중에서도 가장 오랜 세월을 살아온 존재로, 그의 기나긴 삶의 궤적만큼이나 쌓인 고뇌의 순간들도 분명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앤디는 영화 속 불멸자 중 가장 연장자 대접을 받는 데다가, 연령 또한 추측이 어려울 정도로 신묘한 존재로 묘사된다. 새로운 불멸자인 나일(키키 레인)을 팀에 합류시키려는 앤디는 나일에게 사람들이 자신을 신으로 여겼던 적도 있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놓는다. 나일은 불멸의 삶이 좋은 것 하나 없을 거라 여기고 거부하려고 하지만, 앤디는 받아들이기 힘든 걸 알고 있다며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이미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오랜 세월 동안 불멸의 존재로 살아온 앤디
이렇듯 겉으로는 모든 걸 초월한 듯 보이는 앤디는 사실 힘든 여정을 끊임없이 겪어내다 못해 지칠 대로 지쳤으며 풀리지 않는 존재적 고민을 늘 안고 살아간다. 앤디는 그 누구보다도 많이 고민하고 절망을 겪으면서 번뇌에 사로잡히곤 한다. 불멸의 힘은 앤디에게 다른 방식의 삶을 강요했다. 앤디는 팀을 조직하여 일종의 용병 집단처럼 전 세계를 누비면서 불의로 보이는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 애썼다. 그런데 말이 쉽지, 대가 없이 선행만을 반복하는 삶이 과연 앤디에게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앤디를 필두로 한 불멸자 조직은 약자를 보호하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몸을 바쳐 헌신해왔다. 물론 이들의 행위는 그 자체로 칭송받아 마땅하고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볼 수 있지만, 정작 행위의 주체들에겐 이러한 행위의 연속이 무용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런 동기도 없고 명분도 찾을 수 없는데 뭐 하러 세상을 구하고, 누구 좋으라고 정의를 수호하려 하는가. 심지어 앤디의 말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은 좋아지기는커녕 나빠지기만 하는 듯 보이지 않는가. 여전히 세상은 각종 문제들로 가득한 아수라장이다. 초월적인 능력을 보유한 주체가 자신의 정체성과 실존에 관해 고민에 빠지게 되는 지점은 이 작품뿐만 아니라 흔히 영웅물에서도 많이 다뤄지곤 하였다.
영화에서 앤디의 고뇌는 몇몇 지점을 경유하면서 다변화되는데, 특히 가게 점원과 앤디가 대화를 나누는 신이 그렇다. 앤디는 자신에게 자초지종을 캐묻지도 않고 덜컥 호의를 베푸는 점원을 보며 의아하게 생각한다. 점원은 당신만의 사정이 있을 거라면서 도움이 필요해 보여서 도와주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치료가 끝난 후, 점원은 오늘은 내가 치료해서 널 도와줬으니 내일은 네가 길에서 넘어진 사람을 보면 일으켜주라고 한다. 아무도 혼자는 못 산다며. 이렇게 가게 점원은 앤디를 조건 없이 도와준다. 앤디가 왜 도와주냐고 묻자, 점원은 도움이 필요해 보여서 도와주는 건데 꼭 이유가 필요하냐고 묻는다. 앤디가 아마 이때 지난 몇 천년의 삶을 돌아보며 의미를 곱씹어 보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은 왜 그 긴 세월 동안 인류를 도우며 살아왔는가. 앤디가 오롯이 자신을 위해서 살았는가? 그녀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일종의 운명과도 같은 삶의 형태를 조건 없이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적으로 의미를 창출하는 삶을 살았다. 앤디는 조건 없이 인간들을 도와준다. 인간들이 자신을 마녀 등의 기이한 존재로 여겨 공격하기도 했지만, 앤디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류를 구원한다. 결국, 점원을 향해 의아해하며 건네는 앤디의 질문은 역으로 자기 자신한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 대화하는 신은 불멸성을 잃고 인간화된 앤디가 타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중요한 서사적 동력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앤디가 점원의 말을 통해 많은 걸 느꼈는지, 잠시 눈을 감으며 아주 희미하게 웃는 모습이 담긴 클로즈업 쇼트에서 상기한 서사적 효과가 극대화된다.
점원의 말은 들은 앤디의 얼굴이 담긴 클로즈업 쇼트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일은 앤디에게 있어서는 앤디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존재로, 나일을 통해 앤디는 자신의 삶을 다시 되짚어보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불멸을 잃을 때, 네가 나타났어. 너(나일)를 통해 내(앤디)가 처음에 어땠는지 돌아보고, 다시 기억하라는 의미인가 봐”. 이렇듯 앤디는 자신을 조건 없이 도와준 가게 점원과 자신의 분신처럼 느껴지는 나일을 보면서 지금까지 사로잡혀왔던 존재적 고민을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사실 앤디가 고민하는 지점들은 절대로 해결될 수 없는 운명적인 논리와 맞닿아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 그러한 삶의 논리를 수용할지 거부할지는 본인이 정하는 것이다.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 역시 그런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의 도출을 그럴듯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도 없다. 결국, 원점으로 회귀하는 존재적 고뇌에 사로잡히기보다는, 간달프의 조언대로 현존하는 삶의 흐름을 잠시 붙잡아 의미를 부여하려는 각자의 주체성에 주목할 때 우리의 삶은 어쩌면 조금 더 가치 있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왜 이런 삶을 살아가게 됐는지 심각하게 여길 바에는 이런 삶 속에서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에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편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사진 출처
- IMDb
- Netflix(화면 캡처)
* 본 콘텐츠는 브런치 드플레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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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널 꼭 사랑하겠어'라는 집착이 꾼 악몽
우리는 신혼부부
이 영화의 주인공은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 수진과 현수다. 두 사람은 아직까지 연애 초반의 풋풋함을 유지하고 있다. 서로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두 사람. 현수는 배우지만 중요한 역할을 맡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런 현수를 위해 수진은 임산부의 몸을 이끌고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못내 미안한 현수. 하지만 이런 미안함도 신혼부부라면 함께 이겨낼 수 있다. 사실 현수와 수진은 굉장히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다. 바로 두 사람 사이의 아이가 출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만 할 것 같은 두 사람. 서로에게 서로가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일상이 만족스럽다.
어느 날. 현수가 자다 일어나서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갑자기 느닷없이 일어나서 뭐라 중얼거리는 현수. “누군가 들어왔어”란 말을 한다. 난데없는 잠꼬대에 아내인 수진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문 밖에 누군가 있는 것 같다. 밖으로 나가보는 수진. 침실 근처에 있는 드릴을 무기 삼아 누가 있는지 물어본다. 사실 별거 없었다. 다시 잠에 드는 수진. 수진과 현수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 이 이야기를 나눈다. 글쎄. 어제 그런 일이 있었어. 그래? 별 일 아니네. 수진이 퇴근하고 난 다음 이뤄졌던 대화이기 때문에 두 사람은 다시 잘 준비를 앞두고 있다. 갑자기 얼굴을 벅벅 긁는 현수. 현수나 수진이나 여기까지는 별 일 아닌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현수의 얼굴에 피가 흥건한 채로 큰 상처가 생긴다. 경악하는 수진. 두 사람의 잠에 끔찍한 불청객이 찾아들었다.
묘한 기시감
영화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향수가 있다. 첫 번째는 구로사와 기요시다. 구로사와 기요시는 일본의 영화감독이다. 기요시는 무의식에 내재해 있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던 예술가다. 일본 영화 역사상 가장 큰 발자국을 찍은 <큐어>, 2006년에 발표한 <절규>가 대표작이다. <잠>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방식은 갈래가 나뉘는데, 이는 기요시의 필모그래피와 유사하다. 구체적으로 비슷한 영화는 <큐어>다. 두 영화(<큐어>, <잠>)의 주인공 서사는 공통점이 있다. 내적으로 미쳐가는 인물을 각기 설득력 있게 표현한 것이다. 또 기요시는 시각적으로도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괴함을 묘사했다. <큐어>의 엔딩신이 나 <회로>에서 웅덩이와 관련한 장면들이 그렇다. 이는 <잠>에서도 볼 수 있는데, 영화에서 카메라가 침대 밑을 비추는 신이 있다. 이 장면은 <큐어>에서 주인공이 아내를 살해하고 난 다음을 연상케 한다.
다음은 두 오컬트 영화 <유전>과 <곡성>이다. <유전>을 단지 가족영화로만 정의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야기에서 가족이기 때문에 거역할 수 없는 요소가 영화의 터닝 포인트가 된다. <잠> 역시 가족이기 때문에 알거나 알지 못했던 것들이 이야기에서 중요하다. 또 <곡성> 같은 경우는 극 중 서스펜스를 만드는 것을 어느 정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돼서 이 부분을 깊게 풀어쓸 수는 없지만 <곡성>을 재미있게 본 관객이라면 공통점을 쉽게 찾으실 것이다. 이렇게 병치시킨 이야기 때문에 단점도 느껴진다. <유전>과 <잠>의 캐릭터가 조금 비슷한데, 정유미, 이선균 두 배우의 호연으로 끝까지 몰입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이 세 영화들이 생각난다고 해서 <잠>이 남 따라 하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잠>은 기존 호러영화들이 갖고 있는 수많은 데이터들을 유재선 감독의 영상언어로 깔끔하게 재구성한 영화다. <큐어> <유전> <곡성>과 분명한 차이점이 되는 지점이 있다. 주인공 수진과 관련된 부분, 현수의 직업, 딜레마를 왜 다뤘는가에 대한 부분 등 기존의 영화들과 구분되려고 했던 수가 돋보인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구분되는 차이점은 영화가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이 영화의 몇 장면들은 공간이 열리면 열리는 대로 닫히면 닫히는 대로 그 특이점을 보여준다. 수진의 동선과 관련된 부분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벌이는 행동이라 관객으로 하여금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다. 이것들은 <유전>, <곡성>, <큐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연출 방식이었다.
이건 몰랐지
영화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예상을 벗어난다는 점이다. 정유미 배우가 맡은 수진 캐릭터는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영화를 이끈다. 여주인공이 플롯의 핵심이 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하지만 수진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과 이에 대한 근거를 쌓는 과정은 영화가 다른 호러/미스터리물에 비해 가지는 분명한 차이점이다. 이를 위해 영화는 수진이가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관객들이 그녀를 이해할 수 있게끔 사건을 배치한다. 예를 들어 수진의 어머니 캐릭터, 중반부에 등장하는 핵심 조연 둘, 현수의 리액션이 그렇다. 그러나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진의 내면묘사다. 100분 언저리의 짧은 러닝타임에 굵직한 사건이 많아 지나치기 쉬우나 초반부 이 인물이 갖고 있는 설정은 사실상 이야기의 모든 지점을 관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는 이 사소한 요소들을 후반부에 방점으로 사용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정유미 배우의 호연이 돋보인다.
현수 캐릭터 역시 관객의 예상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현수의 직업은 배우지만 담당 배우 이선균처럼 유명한 인물이 아니다. 드라마에서 큰 역할을 맡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무명 배우라는 직업적 특성은 영화의 배경이라고도 볼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이 설정이 영화에서 다른 두 가지의 핵심 소재를 은유하는 것으로 영화가 묘사하고 있으면서 영화가 다루고 있는 딜레마를 표현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 인물의 설정을 인간의 도리와 부부가 지켜야 할 선으로 표현한 점은 영화가 갖고 있는 창의성이다.
두 가지의 갈림길
영화의 이야기는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어 관객들끼리 다양한 해석을 토론할 수 있는 작품이다. 주류 여론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 예상할 수는 있지만 반대측면에서 이야기를 바라봐도 충분히 합리적이다. 두 설정 각자가 갖고 있는 디테일이 살아있어 n회차를 해도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이 두 딜레마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은 ‘다 함께’라는 부분이다. 수진과 현수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묘사도 둘의 연대를 두고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전개하는지에서 온다. 가족이 다 함께 모이거나/해체되어 있는 것이 영화의 갈등구조인데 이 부분을 염두하고 본다면 이 영화가 어떤 부분을 염두하고 짠 이야기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맑은 눈
이 영화에서 이선균, 정유미 두 배우는 엄청난 연기를 보여줬다. 정유미 배우의 수진 캐릭터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거대한 원동력이다. 헤어스타일에 따른 각기 다른 감정변화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영탁 역 이병헌 배우가 생각나는 퍼포먼스였다. 아마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대부분의 관객들은 3부를 잊지 못할 것이다. 글쓴이도 3부를 보면서(물론 1,2부도 정유미 배우의 연기가 감탄스럽다) 이 배우가 이런 연기도 잘할 것 같았어 감탄했다. 글쓴이 같은 사람들은 아마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나 <우리 선희> <다른 나라에서> 같은 작품으로 기억하지 드라마에서의 활약상은 잘 모른다. 오랜만에 볼 수 있었던 그녀의 다른 얼굴이 흥미롭다. 이병헌 배우와 함께 온갖 '~주연상'의 유력 후보다. 파트너인 이선균 배우는 내내 깔아주는 듯한 퍼포먼스를 하다가 강력한 임팩트 한 방을 보여주는데, 이 장면이 가진 위압감과 장면 연출은 박력을 가지고 있다.
굳이 꼽자면
영화의 단점을 굳이 뽑자면 ‘이야기를 다 보고 나서’로 함축할 수 있다. 강한 템포로 뛰어다니는 영화이기 때문에 몇 장면은 생략한 것 같다. 수진의 감정선이 더 들어가면 영화가 더 입체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수의 내적 갈등이 좀 더 들어갔다면 엔딩 해석이 더 폭넓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보고 싶은 것과 보여주고 싶은 것의 딜레마만을 다루기 위해 캐릭터가 약간 희생된 것이다. 하지만 관람에 큰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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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후보작 발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드디어 2022년도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작이 발표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예상하신대로 수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 많이 보이고 있는데요!
많은 분들의 예상을 빗나간 수상 후보작 선정도 여럿 눈에 띕니다.
시대 흐름을 반영한 OTT작품들의 작품상 후보 선정, <돈 룩 업>이 대표적이구요,
인디영화 <코다>의 작품상 후보 선정도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드라이브 마이 카>의 약진입니다. 작품상은 물론 감독상, 각색상, 그리고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에 올랐습니다.
<기생충> 이후 또 한번 아시아 영화 감독의 놀라운 성과를 기대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국제영화상은 <드라이브 마이 카> 수상이 유력하지 않을까 많~~이 예상해봅니다.
그럼 주요 부문 수상 후보작은 톺아보도록 할게요! :)
작품상
1. <파워 오브 도그>
2. <드라이브 마이 카>
3.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4. <듄>
5. <코다>
6. <킹 리처드>
7. <리코리쉬 피자>
8. <나이트메어 앨리>
9. <벨파스트>
10. <돈 룩 업>
▶너무 쟁쟁한 후보군들이 많지만 조심스레 <파워 오브 도그>의 수상을 예상해봅니다.
감독상
1. <벨파스트> (케네스 브래너)
2. <드라이브 마이 카> (하마구치 류스케)
3. <리코리쉬 피자> (폴 토마스 앤더슨)
4. <파워 오브 도그> (제인 캠피온)
5.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티븐 스필버그)
▶ 작품상과 마찬가지로 올해 너무나 많은 극찬을 받은 작품 <파워 오브 도그>의 제인 캠피온 감독의 수상을 예측해봅니다.
남우주연상
1. <비잉 더 리카르도> (하비에르 바르뎀)
2. <파워 오브 도그> (배네딕트 컴버배치)
3. <틱, 틱!...붐!> (앤드류 가필드)
4. <맥베스의 비극> (덴젤 워싱턴)
5. <킹 리처드> (윌 스미스)
▶ 앤드류 가필드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대결로 보입니다. 하지만 올해 <파워 오브 도그>의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가 역대급 인생연기로 극찬 받으면서,
조금 더 수상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여우주연상
1. <타미 페이의 눈> (제시카 차스테인)
2. <잃어버린 딸> (올리비아 콜먼)
3. <페러렐 마더스> (페넬로페 크루즈)
4. <빙 더 리카르도> (니콜 키드먼)
5. <스펜서> (크리스틴 스튜어트)
▶ 가장 수상의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부문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가장 각축을 벌이는 부문으로 많은 분들의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되네요.
남우조연상
1. <벨파스트> (키어런 하인즈)
2. <코다> (트로이 코처)
3. <파워 오브 도그> (제시 플레먼스)
4. <비잉 더 리카르도> (J.K 시몬스)
5. <파워 오브 도그> (코디 스밋 맥피)
▶ <파워 오브 도그>의 코디 스밋 맥피과 제시 플레먼스가 같은 작품에서 가장 큰 수상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래도 역시 흐름이 코디 스밋 맥피의 수상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습니다.
여우조연상
1. <잃어버린 딸> (제시 버클리)
2.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아리아나 드보스)
3. <벨파스트> (주디 덴치)
4. <파워 오브 도그> (커스틴 던스트)
5. <킹 리처드> (안저뉴 엘리스)
▶ 여우조연상은 <파워 오브 도그>의 커스틴 던스트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아리아나 드보스 배우의 대결로 보입니다.
다만 할리우드에서는 보통 떠오르는 신예 배우를 선호한다는(?) 면에서 아리아나 드보스 배우의 수상이 예상되네요.
각색상
1. <코다>
2. <드라이브 마이 카>
3. <듄>
4. <잃어버린 딸>
5. <파워 오브 도그>
▶ <드라이브 마이 카>의 원작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서구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작가인데요.
그래서 충분히 <드라이브 마이 카>의 수상 가능성도 크다고 짐작됩니다. <듄> VS <파워 오브 도그> VS <드라이브 마이 카>의 대결로 보입니다.
각본상
1. <벨파스트>
2. <돈 룩 업>
3. <킹 리차드>
4. <리코리쉬 피자>
5.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 < 돈 룩 업>과 <리코리쉬 피자>의 대결로 예상됩니다. 각본상도 수상의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부문인 것 같습니다.
촬영상
1. <듄>
2. <나이트메어 앨리>
3. <파워 오브 도그>
4. <맥베스의 비극>
5.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 프로덕션의 힘, 촬영상 부문인데요. 아무래도 2021년 엄청난 스케일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던 <듄>의 수상 가능성을 예상해봅니다.
의상상
1. <듄>
2. <나이트메어 앨리>
3. <크루엘라>
4. <시라노>
5.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편집상
1. <듄>
2. <킹 리처드>
3. <파워 오브 도그>
4. <돈 룩 업>
5. <틱, 틱...붐!>
분장상
1. <크루엘라>
2. <듄>
3. <타미 페이의 눈>
4. <커밍 투 아메리카>
5. <하우스 오브 구찌>
미술상
1. <나이트메어 앨리>
2. <듄>
3. <파워 오브 도그>
4.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5. <맥베스의 비극>
음향상
1. <벨파스트>
2. <듄>
3. <파워 오브 도그>
4. <007 노 타임 투 다이>
5.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음악상
1. <돈 룩 업>
2. <듄>
3. <엔칸토: 마법의 세계>
4. <페러렐 마더스>
5. <파워 오브 도그>
주제가상
1. <킹 리처드>
2. <엔칸토: 마법의 세계>
3. <벨파스트>
4. <007 노 타임 투 다이>
5. <포 굿 데이즈>
시각효과상
1. <듄>
2. <프리 가이>
3.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4. <007 노 타임 투 다이>
5.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장편 애니메이션상
1. <엔칸토: 마법의 세계>
2. <나의 집은 어디인가>
3. <루카>
4.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5.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장편 다큐멘터리상
1. <중국몽>
2. <아티카>
3. <나의 집은 어디인가>
4. <소울, 영혼, 그리고 여름>
5.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쏘다>
국제영화상
1. <드라이브 마이 카> (일본)
2. <나의 집은 어디인가> (덴마크)
3. <신의 손> (이탈리아)
4. <교실 안의 야크> (부탄)
5.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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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씨네랩의 전신인 하이,스트레인저의 공동배급 작품인데요.
각본상과 국제영화상, 2관왕에 올랐습니다. :)
올해 상반기 개봉 예정 중에 있으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오늘 2022년 미국 아카데미 수상 후보작 발표 콘텐츠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다음 주, 더욱 유익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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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인》에 대한 영화적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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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핵심 사건은 엄마의 죽음과 뫼르소의 살인이다. 주인공 뫼르소는 해변에서 동료와 갈등 관계에 있는 한 아랍인 남성을 총으로 쏘는데 재판에서 핵심이 되는 건 살인 행위가 아니다. 뫼르소는 엄마의 장례식에서 대체로 시큰둥한 태도였고, 바로 다음 날 애인을 만나 영화를 보고 사랑을 나눴다. 이는 뫼르소가 살인을 저지를 만한 사람임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가 된다. ‘엄마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는 자는 마땅히 사람을 죽이고도 남는다’는 논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불성설이다. 카뮈가 고발하고자 하는 건 바로 이것이다. 누구나 부모자식 관계를 비롯한 일상의 수많은 관계 속에서 권태를 느낄 수 있다. 심지어 《이방인》에는 그런 순간들이 굉장히 설득력 있게 묘사된다. 그러나 세상은 이를 ‘죄’로 여기고 응징한다. 카뮈의 말마따나 ‘부조리한’ 세상이다.
영화 〈썬다운〉은 《이방인》에 대한 영화적 오마주다. 런던에서 거대 육류사업을 하는 어머니를 둔 닐과 그의 동생 앨리스 그리고 앨리스의 두 자녀가 멕시코의 아카풀코로 휴가를 떠난다. 그런데 고급 호텔과 아름다운 바다에서 휴가를 즐기던 그들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앨리스와 그 자식들은 큰 충격을 받고 서둘러 런던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닐도 그에 동참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닐은 공항에서 여권을 놓고 왔다며 다음 비행기로 런던에 가겠다고 말한다. 거짓말이다. 그는 여권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어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지독히 평온한 표정으로 허름한 호텔로 가 다시 휴가를 즐기기 시작하는 닐. 런던으로 돌아간 앨리스는 계속 그에게 전화하여 여권은 찾았는지, 언제 비행기에 탈 것인지를 묻는다. 닐은 계속 거짓말하며 상황을 모면한다. 멕시코인 여자친구를 사귀기까지 한다. 무기력하고 권태에 젖은 듯한, 그러나 동시에 자유가 깃든 닐의 표정이 압권이다. 닐의 얼굴은 해방과 자유가 반드시 환희를 동반할 필요가 없음을 가르쳐준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닐이 보여주듯, 해방과 자유는 ‘오랫동안 갈망하던 것’이 ‘오랫동안 누려왔던 것’처럼 느껴질 만큼 평온한 모습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결국 폭발한 앨리스는 직접 멕시코로 닐을 찾으러 오고 그에게서 적당한 연금을 제외하고는 모든 회사 경영권과 상속권을 포기한다는 서명을 받는다. 사실 이는 앨리스의 요구가 아닌 닐의 제안이다. ‘상식’의 세계에 속한 앨리스는 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어쨌든 닐의 제안에 ‘만족’한다. 그러나 멕시코에서 닐의 운전기사 역할을 하던 택시기사가 앨리스를 강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닐은 또다시 위기를 맞는다. 그가 앨리스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살인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기 때문이다. 《이방인》과 마찬가지로, 그가 어머니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음은 그의 범죄를 그럴듯하게 만드는 주요 ‘근거’가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갑자기 쓰러진 닐은 암이 발병했다는 소식도 듣는다.
영화의 마지막, 그는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겠다는 듯 홀로 병원을 걸어 나온다. 닐은 돈도, 가족도, 여자친구도 버리고 떠난다. 여전히 예의 그 무기력하고 권태에 젖은(그러나 이제는 자유를 갈망하는 것임을 알 수 있는) 표정이다.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모든 것을 뒤로하고 떠난다는 점에서) 동시에 소극적이기도 한(모든 것에서 그저 도망칠 뿐이라는 점에서) 닐의 저항은 일상의 부조리를 인내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부조리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느냐고.
닐이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은 《이방인》의 뫼르소와 같은 듯 다르다. 바닷가에서 친구와 신경전을 벌이던 아랍인을 만난 뫼르소는 아랍인이 지니고 다니는 칼에 비친 태양 빛에 이끌려 그를 살해한다. 《이방인》에서 가장 유명하고도 논쟁적인 장면이다. 〈썬다운〉에도 뫼르소가 보았을 태양 빛을 담은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그러나 그 태양빛은 닐을 살인하게 하지 않는다. 닐의 자유는 누군가를 죽일 필요가 없는 자유다. 뫼르소는 아랍인을 죽였음에도 엄마의 장례식을 트집 잡는 사회에 부조리를 느낀다. 그리고 부조리에 대한 의식의 깊이를 더해가며 자유에 도달한다. 여기서 아랍인은 그의 깨달음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러나 닐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목숨을 도구화하지 않는다. 내내 계급적 조건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닐이 가진 재산에 비해 그가 연금으로 요구하는 돈은 ‘소탈’해 보이기까지 하다. 닐의 자유에는 《이방인》에서 도드라지는 여성혐오도 없다. 멕시코 출신의 미셸 프랑코가 〈썬다운〉에서 그린 자유는 분명 《이방인》의 자유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뫼르소, 닐…. 카뮈가 쏘아 올린 자유의 계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내가 센 것이 맞다면 총 여섯 번이다.
**카멜 다우드는 소설 《뫼르소, 살인사건》(문예출판사, 2017)에서 아랍인의 관점으로 《이방인》을 다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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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츠 카프카의 질문에 지독하게 응수하는 아리 애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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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머릿속
이 영화의 주인공인 보 와서만은 미국 어딘가에 사는 평범한 백인 아저씨다. 심리 상담가와 상담 중인 보. 상담가는 보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솔직히. 어머니가 돌아가시길 바란 적 있었나요?” 아연실색하는 보. 어머니가 무섭다고는 느꼈지만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다. 약에 대해 처방받는 보. 의사는 보에게 ‘반드시 약을 물과 함께 먹어라’라고 당부한다. 할 일이 있던 보. 잠깐 외출하는 길에 여려 광경을 목도한다. 누구는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한다. 아예 길바닥에 시체까지 있다. 더러운 길거리. 어수선한 분위기를 무시하고 집에 돌아가려 하는 보. 문신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남자가 갑자기 뛰어온다. 당황하는 보. 집 엘리베이터까지 미친 듯이 달려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보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뭐가 문제인지 이 남자의 일상은 크게 뒤틀려있다.
어떤 일상을 살던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할 일은 해야 한다. 내일 어머니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잠을 청하는 보. 아무도 없는 한적한 집 덩그러니에 있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누가 보의 집에 저벅저벅 걸어온다. 누군가는 보의 문 틈에 쪽지를 쓱 던졌다. “선생님! 우리 다 같이 잠들어야 하잖아요. 음악 소리 조금만 자제 부탁드립니다!” 정중한 부탁이었다. 하지만 내용은 이상했다. 보는 원래 조용히 잠을 자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점점 자주 날아오는 쪽지. 음악의 m자도 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경고는 더 심각해진다. 갑자기 음악소리가 커진다. 보가 늦잠을 잤다. 비행기 타야 하는데 시간을 놓쳐버렸다. 갑자기 꼬인 보의 귀로. 설상가상으로 악재가 겹치기 시작한다. 이런 보에게 경비 아저씨가 한마디 던진다. “넌 x 됐어. xx아.” 놀랍게도 말이 정확히 이뤄진다. 보의 귀향길은 너무 어려웠다. 그에게 가늠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우리 감독님 직업이 영화감독이라서 정말 다행이야
이 남자의 데뷔작은 무려 <유전>이다. 그리고 그 차기작은 <미드소마>다. 파멸적인 필모그래피를 갖고 있는 아리 애스터는 일반적인 호러 영화 문법을 온몸을 바쳐서 거부하던 사람이었다. 첫 번째. 데뷔작 <유전>이다. <유전>에서 기억에 남았던 점은 화면을 담는 방식이었다. 영화에서 절대자가 등장한다. 이 절대자가 짜놓은 판에 주인공 가족이 휘말리는 게 영화의 핵심이 되는 만큼 어떻게 신의 존재를 묘사할지가 작품의 핵심이었다. 이를 카메라 구도와 건물 구조로 묘사한다. 악마가 바로 옆에서 보는 듯한 촬영 방식, 디오라마로 표상되는 시각적인 무력감 묘사 같은 것들이 거부할 수 없는 저주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아주 훌륭했다. 다른 영화 <미드소마>는 이야기의 전개 방식만 봐도 다른 호러 장르물과는 다르다. 영화의 초반부-후반부에서 주인공이 어떻게 입장을 바꿨는지가 그게 대한 근거다. 트라우마가 있던 주인공. 이 트라우마를 어떻게 공감하고 치유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미드소마>에서 핵심으로 작동하는 부분이었다. 이 과정 중에 주인공에게 큰 상처를 남긴 그녀의 가족들, 가짜로 공감했던 남자친구를 뒤로 하고 같이 울어주는 대안 가족의 역할을 보여주던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시퀀스로 뽑을 만하다. 보통 트라우마를 주던 쪽이었던 호러영화들이 이를 극복하는 과정으로 플롯을 끌고 갔던 것이다. 물론 공포 분위기를 주던 방식 역시 신선했다. <살인 소설>이라는 영화가 있다. 에단 호크가 주인공이었다. 이 영화는 ‘점프 스케어’와 사운드를 중심으로 한 연출법으로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를 것 같은 서스펜스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끌고 갔다. <미드소마>는 이 반대였다. 아예 대놓고 장면으로도 나온다. ‘설마! 헉!’같이 ‘실제로 이럴지도 모르겠다’라는 부분을 진짜로 구현하며 끔찍한 비주얼 호러를 묘사했다.
이 <보 이즈 어프레이드>도 색다른 연출방식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이 영화가 전작 두 편에 비해 호러영화의 장르적인 특성을 띄고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기존의 감독 필모그래피에서 다른 지점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호러영화의 색을 띠고 있긴 하지만 장르적으로 보면 모험/판타지물에 가깝다. 하지만 기존 영화관을 계승한 지점도 있다. <유전>에서 딸을 떠나보내고 연대하는 두 인물, <미드소마>의 엔딩처럼 연대와 공감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장면으로 여러 번 삽입된다. 또 영화에서 호러 분위기를 나타내던 방식 중 하나는 분위기다. 이야기의 서스펜스를 끔찍하고 두려운 이미지에만 머무르지 않고 주인공의 특성에 기반해서 만들었다는 부분은 감독의 전작을 떠올리게 한다. 이전과 다른 화법이지만 ‘역시 아리 애스터’라고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다. 대표적으로 영화는 몇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구체적으로 ‘몇 장’이라는 단어가 나오지는 않는다). 이 챕터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어떻게 전개하는지를 유념하고 본다면 이는 아리 애스터의 상상력이 이런 곳에서 빛을 발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반복과 차이를 드러내는 방식은 영화의 선명한 개성으로 작동하며 엔딩신이 들어갈 이유가 된다.
카프카의 농담
1880년대 후반, 한 사람이 있었다. 이름은 프란츠 카프카.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고 감성적이었다. 하지만 엄한 아버지는 이런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폭언하는 일이 많았다. 이런 아버지의 하대는 카프카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이 유년시절의 트라우마는 카프카의 작품세계에 그대로 이어진다. 대표적으로 <변신>이 있다. 주인공 그레고르는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가장이다. 외로운 그레고르. 어느 날 눈을 떴는데 자기가 인간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이상하게 생긴 벌레로 변한 것이다. 벌레가 됐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될 리가 없다. 그레고르는 그렇게 쓸쓸하게 혼자 죽어간다. 정작 위기에 직면할 때 가족들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이다.
이 실존주의라는 테마는 카프카의 작품 세계에서 핵심으로 작동했다. <변신>만 봐도 그렇다.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생존’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에 대한 문제다. 가족들에게 헌신했지만 다시 버림받은 그레고르. 인생 내내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그레고르를 어떻게 다른 구성원들이 지켜줄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사람이 사는 데 있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과도 이어진다. 분명 생존을 책임졌다면 가족들이 그레고르의 실존을 긍정해도 되는 것 아닐까? 영화는 이 생존에 대한 딜레마를 그대로 빼다 박았다. 단순히 이야기 구조만을 갖고 온 것은 아니다. 가족 구성원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인식론의 문제, 중반부부터 제시되는 몇 사건들, ‘벌레가 되었다’ 같은 극단적인 비유 같은 것들이 카프카의 색이 영화 안에 들어갔다는 느낌이 강하다. 대표적으로 1부 마지막에 벌어지는 일들은 불안장애에 대한 비유 같기도 하지만 세상과 나 사이, 그리고 가족과 나와의 관계에 대한 소재가 들어가 있다. 과연 ‘나’라는 인간은 어떻게 세상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받는지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 영화가 사실 대중적으로 엄청나게 호평을 받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감독의 전작 <유전> <미드소마>가 대중적인 호러영화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야기 구조가 직선 형태라서 이해하기 크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솔직히 쉽지 않다. 분위기기에서 한발 더 들어가 거리 두기도 가까이 붙이며 반복함으로써 인간을 서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초현실적인 플롯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느낄 수 있다면 영화를 정말 잘 보고 있다고 쓰고 싶다. 감독의 이상한 유머감각이 잘 들어간 지점이다.
탄생의 이미지
영화에서 어떤 시각적인 이미지가 후반부에 나온다. 이 장면은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영화에서 제일 중요한 장면이기도 하고 극에서 반복되는 한 키워드를 대표하는 이미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이미지는 사실 영화의 핵심을 그대로 관통한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물이다. 작품의 첫 장면이 보가 어딘가에 있다가 나오는데 그것이 물과 관련이 있다. 이 물은 1부에서 단수와 홍수로 보여주다 2,3,4부로 넘어가면 각기 템포를 변형하며 각자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극초반부야 당연히 탄생의 이미지라는 걸 말할 수 있지만 이후부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당연히 강력한 스포일러다. 그러나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제일 첫 장면이 탄생과 관련한 일이고, 이를 중심으로 본다면 아리 애스터가 인간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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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을 바탕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인생의 오만 군데를 다 찌른다. 이 시선이 기괴하고 이상해서 관객 입장에선 '이게 뭔 소리인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보의 정서가 어땠을까 생각하고 영화를 본다면,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입장에서 저런 기분을 느꼈는지 생각해 보면 영화를 보다 더 넓게 이해할 수 있다. 아리 애스터의 변태 같은 디테일이 두드러진 부분이었다.
불사조 폼 미쳤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호아킨 피닉스다. 사실 이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보고 극장에 들어갈 사람이면 <조커>가 어떤 영화인지 알고 있다.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상이란 상을 싹 휩쓸었던 호아킨 피닉스. 이 영화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조커’는 참고 있다 폭발하는 연기라면 반대로 이 <보 이즈 어프레이드>에서 내내 분출하는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핵심은 불안장애다. 이 불안장애의 특징이 뭘까? 별의별 생각이 머릿속으로 틈입해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이러려면 자그마한 것에도 사람이 불안해한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특히 1부에서 질주하는 몇 장면, 극후반부 시퀀스 전부는 이 사람이 가진 연기자로서의 역량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다시 체감하게 한다. 이 사람의 최근작은 <컴온, 컴온>이었다. 이 영화에서 임팩트 쾅 주고 내내 배경이 됐던 연기의 반대 측면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주 흥미로웠다.
주연의 연기뿐만 아니라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도 굉장히 훌륭하다. 우선 1부에서 보의 동선이 짜여 있는 방식을 본다면 인물 간의 동선을 세팅한 점이 꼼꼼하게 느껴진다. 이 동선을 촬영하는 구도도 어쩔 땐 시점 쇼트가 들어가고 인물의 표정이 제시되는지가 적재적소에 잘 들어가 있다. 그리고 이야기에서 공간적 배경이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집부터 시작해서 가지각색으로 바뀌고 이 변한 공간이 영화에서 변곡점이 되기 때문이다. 이 공간을 영화가 어떻게 차이점을 두고 묘사했는지를 본다면 영화가 인간사의 어느 부분을 꼬집고 싶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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