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2023-11-21 16:32:56
긍정의 농도, <어나더 라운드>
인생을 사는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을 찾아야 해.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담겨 있습니다.
어나더 라운드 Another Round 2020
덴마크 | 116분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그
긍정의 농도, <어나더 라운드>
<어나더 라운드>는 '결핍'에서 출발한다. '부족하다', '사라졌다', '무언가가 없다'란 의미로는 결핍을 설명할 수 없다. 결핍은 단순히 뭔가를 잃었다며 슬퍼하는 감정 따위가 아니다. 인간에게 결핍은 갖고 있던 것을 자기 자신을 포함해 타인에게 빼앗겨 더는 가질 수 없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마치 이미 내뱉은 숨을 다시 빨아들이려는 시도와 같달까. 분명 있었지만 없고, 당연하다 여긴 마음을 질책하는. 자의든 타의든 '나'를 지탱하던 힘이 사라진 자리를 상실로 채우는 게 바로 결핍이다. 결핍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따라 삶의 과정과 끝이 달라진다.
여기 삶의 의미를 잃은 중년 남성 사인방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 선생님들이란 점이다. 그들은 모든 사람에게 학생들의 불량한 수업 태도보다 선생님으로서 가져야 할 카리스마와 수업 역량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직업적인 문제는 사실 부가적인 사항에 속한다. 역사를 가르치는 마르틴(매즈 미켈슨)과 체육 선생님인 톰뮈, 심리학 선생님 니콜라이, 음악 선생님 페테르가 가진 진짜 결핍은 '나'란 껍데기 안에 숨긴, '삶의 가치관과 신념이 명확했던 과거를 과거로 둔 자아'에 있다.
그 자아는 기본적으로 지루하다. 아니 열정도 자존감도 차갑게 식어 지루해졌다.
마르틴의 아내는 그에게 "처음 만났을 때의 마르틴은 아니야"란 말로 그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가끔 열정이 없어 보인다는 학생의 말에 바로 받아치지 못한 건, 가장 가까운 사람인 아내한테도 항변하지 못한 이유와 다를 바 없다. 마르틴의 결핍은 무관심과 현실 타협의 교집합으로 탄생했고, 스스로 가정에서조차 웃음 한 번 짓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는 지루하다는 말을 넘어 자신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한탄한다. 그리고 욱한 마음에, 될 대로 되란 심보로 술병을 학교에 반입한다. 니콜라이의 생일날 들었던,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는 이론(스코르데루의 가설)을 직접 실행하기 위해서.
마르틴은 술 한 모금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한 채, 수업에 들어간다. 결과는 대만족.
180도 달라진 마르틴에, 친구들은 물통에 물이 아닌 술을 채우기 시작한다. 그들은 분명한 목적과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을 명시하며 얼토당토않은 실험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가치 있는 연구'로 탈바꿈한다. 삶을 다시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란 의미부여도 빠지지 않는다. 철없는 어른들의 일탈이 영화 첫 장면에 등장하는 젊음의 상징(호수 경기)과 대비되는 건 당연하다. 시간을 족쇄라 탓하는 전자와 인생 자체를 열정과 생기로 가득 채운 후자는 다르니까. 물론 <어나더 라운드>가 건넨 젊음이란 키워드는 나이를 의미하지 않는다.(영화가 제시한 젊음은 첫 장면에서부터 명확히 풀이된다.)
이성의 끈인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기와 변화의 주인공, 술병을 옆구리에 낀 채로 세상 당당하게 학교와 집에 출근하는 네 명의 중년 남성. 재미있고 어느 때보다 생기 넘친 삶을 살게 된 이들은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놀라게 한다. 오래전부터 남편이 가족에게 마음을 닫았다고 생각했던 마르틴의 아내 역시 마르틴의 입가에 도는 웃음에 행복한 눈물을 흘린다. 마르틴은 비로소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가족에게 무심했으며, 오랫동안 외로움과 무력감에 젖어있었음을 깨닫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술을 통해서 말이다.
육아의 덫에 빠진 니콜라이, 이혼한 뒤 살아있기에 사는 톰뮈,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페테르까지, 회의감과 알 수 없는 패배감에 절여있던 친구들은 다시 널뛰는 심장박동에 취해 조금씩 선을 넘기 시작한다. 물론 이 역시 '연구를 위한' 정직한 목적의식에서 출발한다. 음주를 건강한 자아 찾기를 위한 실험으로 속인 학교 선생님들의 만행은, 결핍을 채우겠단 목적 아래 방향을 잃고 한 명씩 제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더 큰 결핍을 만들어낸다. 마치 모든 걸 집어삼키는 블랙홀처럼.
새로운 자극이 위험한 칼날이 되는 순간.
<어나더 라운드>는 네 명의 인물이 기존에 각자 갖고 있던 결핍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궁극의 카타르시스와 진정한 해방을 경험하기 위해 농도 측정기를 버리고 술을 제한 없이 마셨던 친구들은 알코올 중독이란 기로(현실)에 놓이게 된다. 그 결과 그토록 끈끈하게 뭉쳐 진행했던 연구는 주변인들의 신뢰와 함께 끝없이 하늘 위로 비상하던 풍선이 펑! 터지면서 막을 내린다.
결핍이 강력한 독이 되는 순간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괜히 우리가 '가슴 한가운데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다', '가끔 외롭고 무력해 우울하다', '밥을 맛있게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와 같은 철학적이면서도 순식간에 사람을 무너지게 하는 감정적인 말에 익숙할까. 중요한 건, 너무 늦지 않게 원래 자신의 트랙으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그들은 정확히 0.05%를 유지했던 날을 되짚어보며 무엇이 자신들을 다시금 힘차게 일어나게 했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그러니까 그들을 다시 움직이게 한 '결정적 전환점'을 찾아야 한다.
'인생을 사는 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정말 0.05%의 술기운이었을까. 용기, 희망, 설렘, 흥분, 재미, 벅참은 아니었을까.
그동안 잊고 있었던 수많은 날것의 감정이 아니었을까. 잃어버렸던 삶의 목적, 나아가 키에르케고르의 말처럼 꿈일 수도 있다. 젊음은 꿈이며 사랑은 꿈의 내용이란 그의 말은, 누구나 언제든 젊음을 가질 수 있단 얘기니까.
우린 늘 결정하고 선택한다. 그리고 책임진다. 결정과 선택이 출발점이라면 책임은 종점이다.
'다시 출발할 수 있는' 종점. 그렇기에 책임지는 일은 성장한다는 의미이고,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는 희망을 뜻하며, 더 큰 의미로 삶의 주체적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웃집 앞에서 이마에 피를 흘린 채 잠에서 깬 마르틴과 침대에 어린 아들처럼 오줌을 싼 니콜라이가 마주한 책임은 알코올 중독자가 돼버린 톰뮈에게 주어진 책임과는 달랐다. 그러나 그들은 함께 추락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톰위가 추락을 멈추는 법을 택하지 않았을 뿐이다. 톰위의 자살은 알코올 중독자의 어두운 미래 중 한 예로 극단적이며 자극적이지만, 영화가 건넨 표면적인 메시지에 불과하다. 비슷해 보이는 인생은 있어도 똑같은 사람은 없는 법이다. 누군가의 결말은 될 수 있지만, 그게 나인 이유는 없는 것처럼.
그동안의 잘못을 뉘우치고 아내에게 용서해 달라고, 사랑한다고 고백한 마르틴의 용기가 마음을 찡하게 만드는 건 <어나더 라운드>가 준 0.05%의 진짜 힘이다. 우아하면서도 격정적인 그의 춤이 완벽한 노래와 만나 한 편의 짧은 뮤지컬로 펼쳐질 때 우린 마르틴을 감싸고 있는 긍정의 농도가 딱 0.05%란 사실을 눈치챈다. 각자에게 필요한 긍정의 농도가 있으며 이를 찾아가는 과정이 삶을 제법 풍요롭게 할 거란 기분 좋은 예감까지 더하고 나면, <어나더 라운드>의 엔딩은 완성된다.
기본적으로 결핍은 허무와 고독을 동반하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오기를 가슴 깊숙이 불어넣어 외면하거나 회피할 수 없게 만든다. 완생이란 목표를 가진 인간을 끊기지 않는 트랙에 던져놓는 것이다. 그 안에서 우린 이 모든 질주가 '선택과 책임의 쳇바퀴'란 사실을 깨닫고, 이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게 아닐까. 마지막 기회란 말은 없다. 잃은 것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고, 얻은 것을 언제든 잃을 수 있다고 여기는 자에게만, 결핍은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무기로 기능할 것이다. 긍정의 농도를 조율하듯이.
<어나더 라운드>는 알코올 중독에 한정된, 머물러 있는 단순한 작품이 아니다.
따라서 누구에게나 필요한, 좋은 영화다.
멋진 인생, 멋진 밤. 이 얼마나 멋진 여정인가. 남들이 하는 말은 집어치워.
난 지금 너무 황홀해. 왜냐면 난 지금 터지고 있으니까.
-'What A Life'_Scarlet Pleasure (마지막 엔딩 삽입곡)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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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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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동안 <서울의 봄> 주말 관객 수가 무려 17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은
물론 500만을 바라보고 있는 <서울의 봄>! 한편 북미에서는 디즈니 영화의 몰락과 더불어 다큐멘터리
공연 실황이 영화관을 점령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영화관을 즐기는 문화 형태가 달라지고 있는 걸까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듯한 북미 영화관 12월 첫째 주 영화 박스오피스같이 만나보아요.
[국내 박스오피스]
개봉 12일 만에 460만 명을 넘어선 <서울의 봄>이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은 물론 5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데요. 12월 첫째 주 주말 관객 수만 170만 명을 돌파하고 개봉 이후 1위를 놓치지 않으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편 11월 29일 개봉한 <싱글 인 서울>은 개봉 후 누적 관객 수 22만 명을 기록하며 2위, <프레디의 피자가게>가 3위를 기록하며 누적관객 수 65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팝스타들의 실황 공연 다큐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에 이어 비욘세의 공연 실황 다큐멘터리 <르네상스: 필름 바이 비욘세>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공연에 못 간 이들, 재관람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으면서 공연을 색다른 방법으로 즐기고
있다고 하는데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나폴레옹>을 제치고 1위를 한 <르네상스: 필름 바이 비욘세>와 최근 디즈니 영화들의 몰락으로 보아 북미 영화계 또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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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깊은 늪으로 빠져버린 마블
자신에게 엄청난 힘이 생기면 무엇을 하게 될까. 그런 힘이 있다면 대부분은 자기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주변 사람을 돕는다. 일단 그렇게 만들어진 하고 싶은 일 리스트는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이 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그 힘을 통제할 수 있는 조직이나 개인이 없기 때문에 모든 일의 우선순위는 자기 자신이 판단해서 만들 수밖에 없다. 그렇게 대부분을 스스로 혼자 결정하고 판단하게 되면서 거기에는 조금씩 오류와 오판이 생기기 시작한다. 절대적인 힘이 내 손안에 있더라고 그것을 제대로 활용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마블의 히어로인 <캡틴 마블>은 의도치 않게 엄청난 에너지를 흡수하게 된 캐롤(브리 라슨)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캡틴 마블>에서의 캐롤은 가족문제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여러 상실감과 조직에 대한 배신감으로 힘들어하다 우연히 이 에너지를 얻었다. 거의 무적에 가까운 힘으로 그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복수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악당들과 대결을 벌인다. 그리고 우주로 나아가 우주에서 도움이 필요한 존재들을 위해 힘을 쓰기 시작한다.
과거의 잘못 때문에 괴로움을 느끼는 캡틴 마블
이렇게 자신의 힘으로 우주의 여러 행성과 생명체들을 돕게 된 캡틴 마블의 행위는 모두에게 환영받을 수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을 하는 캡틴 마블의 모습이 후속편인 <더 마블스>에 담겼다. 이번 영화에선 크리족의 리더 다르-벤(자웨 애쉬튼)이 메인 빌런으로 등장한다. 과거 캡틴 마블은 AI의 지배를 받던 크리족을 해방시키기 위해 AI를 파괴했었다. 하지만 크리족에게 캡틴 마블은 자신이 모시던 신과 같은 존재를 완전히 없애버린 파괴자와 같은 존재로 느낀다. 그러니까 캡틴 마블의 선한 의도가 완전한 악의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크리족이 원하는 복수의 방향은 캡틴 마블과 가까운 행성이나 존재들이 있는 곳을 향한다. 그 작업을 위해 우주 여러 곳에 타임 포탈을 만들게 되는데 그 부작용으로 캡틴 마블/캐럴과 미즈 마블/카말라 칸(이만 벨라니) 그리고 모니카 램보(타요나 패리스)는 자신들의 능력을 쓸 때마다 위치가 바뀌게 된다.
<더 마블스>는 이렇게 세 명의 히어로를 서로 연결시켜 일종의 제약을 만든다. 이것은 거의 무적에 가까운 능력을 가진 캡틴 마블에게 큰 장애물을 줌으로써 세 명의 팀업으로 상황을 이겨내는 모습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실제로 이야기의 초반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위치가 바뀌면서 벌어지는 액션장면은 꽤 신선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상황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고 정신없는 상황이 이어지는데 이것 자체가 각 인물들이 느끼는 혼란을 그대로 전달하면서 흥미롭게 느껴진다. 또한 새로운 히어로인 미즈 마블의 능력과 모니카의 능력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초반 액션 장면이 지나고 중후반부에 세 명의 히어로가 직접 만나서 벌이는 액션과 상황들은 대부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위치가 바뀌면서 잠깐의 긴장감을 만들지만 가장 강한 능력을 가진 캡틴 마블이 종횡무진 해결하면서 세 명의 힘이 균형 있게 발휘되지 못한다. 특히나 영화의 빌런인 다르-벤은 마블 시리즈 중에서 가장 약하고 존재감이 없어 보인다. 그는 가지고 있는 팔찌 뱅글로 캡틴 마블의 힘을 흡수하여 복수를 감행하려 하지만 자신의 진짜 힘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한 채 화면에서 사라지고 만다.
새로운 히어로들의 등장과 신선한 초반 액션
영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히어로들의 존재감도 차이가 크다. 캡틴 마블은 여러 마블영화에 등장했고, 독자적인 솔로 영화로 소개가 되었다. 하지만 미즈 마블인 카말라 칸이나, 모니카 램보는 영화만 보던 마블 팬들에게는 생소한 캐릭터다. 카말라 칸은 디즈니+의 시리즈 <미즈 마블>에서 소개되었고 모니카 램보는 디즈니+의 시리즈 <완다비전>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그러니까 디즈니+를 구독하지 않았던 관객들에게는 전혀 알지 못하는 캐릭터들이 이야기 속에 등장했기 때문에 이 캐릭터를 응원하거나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게 느껴진다. 그래서 영화 내내 이들의 존재감은 캡틴 마블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캡틴 마블이 과거에 했던 실수를 만회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끌려들어 온 미즈 마블과 모니카의 모습은 캡틴 마블의 심적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큰 이유 없이 더 마블스라는 팀을 구성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캡틴 마블 혼자서 해결할 수 있었던 다르-벤의 악행에 왜 팀이 필요한지를 영화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캡틴 마블의 광팬은 미즈 마블과 가족과 같은 존재인 모니카의 등장은 영화에 진짜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캡틴 마블의 감정적 고뇌를 좀 더 부각시키기 위한 양념처럼 쓰였다.
다르-벤이 자신의 행성에 물이 필요하게 되자, 물을 빼앗아가기 위해 방문하는 행성이 있다. 바로 얀 왕자(박서준)가 다스리고 있는 행성이다. 이 행성에서 캡틴 마블은 얀 왕자와 혼인 서약을 맺은 것으로 나온다. 여기에 별도의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노래로 대화하는 이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은 영화 전체의 서사에서 크게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한국 배우인 박서준의 존재감도 크게 부각되지 못한다.
<더 마블스>이후 마블 영화 시리즈는 반등할 수 있을까
<더 마블스>는 마블 페이즈 5의 세 번째 작품이다. 신인 감독인 니아 다코스타에게 연출을 맡겨 반등을 하려 했지만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 마니아>의 실패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의 흥행으로 만회되는 듯했지만 이번 <더 마블스>에서 반등하지 못한 채 관객에게 실망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과거 마블 영화하면 느껴졌던 기대감이나 만족감이 많이 사라진 이번 영화 이후 마블은 현재 고수하고 있는 시리즈와의 연계성과 매력 없는 새로운 캐릭터에 대해서 다시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캡틴 마블은 영화 속에서 자신의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아주 간단하게 힘을 들여 크리족의 행성에 없어진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이번 영화 속에서 캡틴 마블의 심적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캡틴 마블이라는 이름아래서 캐럴 댄버스라는 인물은 어쨌든 심적 성장과 삶의 방향성을 어느 정도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엔 그를 지원해 줄 수 있는 미즈 마블과 모니카가 옆에서 심적 안정감을 주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의 이야기에서도 캡틴 마블은 절대적 힘을 가진 존재로서 마블 영화에 계속 등장하게 될 것이다. 비록 영화와 이야기의 완성도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언젠가 다시 강력한 히어로로서 마블 영화 시리즈에 등장하게 될 것이다. 여러 실패들에도 불구하고 좋은 이야기와 완성도를 가진 마블 영화 속의 캡틴 마블을 볼 수 있길 바란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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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주 차 개봉작 추천,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소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역사적 미스터리에 대한 <올빼미>의 개봉부터
<겨울왕국> <엔칸토> 제작진의 신작 <스트레인지 월드>의 개봉까지!
그럼 11월 넷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극장 개봉 영화
올빼미
ⓒ 네이버 영화
개요: 스릴러 | 한국 | 118분
감독: 안태진
출연: 류준열, 유해진 등
개봉: 2022.11.23
배급: (주)NEW줄거리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관전 포인트
역사적 소재를 현대적인 스릴러로 녹여냈으며, 한국 영화에서 처음 등장하는 주맹증이라는 소재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기생충>, <독전>, <관상> 등의 작품에서 미술감독을 맡은
이하준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 미술을 맡아 디테일하면서 감각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스트레인지 월드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102분
감독: 돈 홀, 퀴 응우옌
출연: 제이크 질렌할, 루시 리우, 데니스 퀘이드 등
개봉: 2022.11.23
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줄거리
전설적인 탐험가 패밀리 ‘클레이드’가의 서로 다른 3대 가족들이 위험에 빠진 아발로니아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이 살아 숨 쉬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다룬 디즈니의
판타스틱 어드벤처.
관전 포인트
<겨울왕국> <엔칸토: 마법의 세계>에서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요 제작진이 참여하며
화제를 모았다. <빅 히어로>를 연출한 돈 홀 감독이 연출을 맡아 새로운 세계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유포자들
ⓒ 네이버 영화
개요: 범죄 | 한국 | 101분
감독: 홍석구배우: 박성훈, 김소은, 송진우 등
개봉: 2022.11.23
배급: 와이드 릴리즈(주)줄거리
핸드폰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대사회, 사람들이 무심코 촬영한 영상들이 어떻게 인간을
파멸로 이끌 수 있는지를 그린 범죄 추적 스릴러.
관전 포인트
현대인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스마트폰을 소재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이버 성범죄의
실상을 들여다보며 주목받고 있다.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서스펜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양자경의 더 모든 날 모든 순간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50분
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배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등
개봉: 2022.11.23
배급: 워터홀컴퍼니(주)줄거리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에블린(양자경 분)’이 어느 날 자신이 멀티버스를 통해 세상을
구원할 주인공임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
관전 포인트
영화는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30만 관객을 돌파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메이킹
10분이 추가된 특별판으로 많은 팬들의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세이레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02분
감독: 박강배우: 서현우, 류아벨, 심은우 등
개봉: 2022.11.24
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줄거리
태어난 지 21일이 채 되지 않은 아기의 아빠 우진(서현우)이 외부의 출입을 막고 부정한 것을
조심해야하는 세이레의 금기를 깨고, 과거의 연인 세영(류아벨)의 장례식장에 다녀온 뒤부터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그린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관전 포인트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초청작으로 뛰어난 작품성과 진취적인 예술적 재능을
선보인 작품에 수여하는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은 작품이다.
창밖은 겨울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04분
감독: 이상진
배우: 곽민규, 한선화 등
개봉: 2022.11.24
배급: 영화사 진진
줄거리
고향 진해로 내려와 버스기사가 된 '석우'와 유실물 보관소를 담당하는 '영애'가 만나 서로의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아주는 로맨틱 무비.
관전 포인트
독립·예술영화 예매율 1위를 차지한 <창밖은 겨울>은 아주 보통의 청춘들의 일상을 섬세한
연출로 포착해 아늑하고 평온한 매력으로 관객을 모을 예정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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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추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오늘 정말 많은 분들이 긴장하고 있을텐데 모두 잘 해낼 수 있을겁니다!
이번에 신청 받은 주제는 바로 전국의 모든 수험생들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입니다.
이 게시물 혹은 씨네픽 인스타그램에 올라간 동일 내용의 콘텐츠 게시물에
자신이 보고싶은 영화에 대해 적어주신다면 다음 콘텐츠를 올릴 때 여러분들의 댓글을 바탕으로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작해볼까요?٩( ᐛ )و
씽
ⓒ 네이버 영화
synopsis
한때 잘 나갔던 문 극장의 주인 코알라 버스터 문은 극장을 되살리기 위해 대국민 오디션을 개최한다.
우승 상금 10만 달러를 얻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동물들은 꿈을 펼치기 위해 무대에 선다.
cine pick!
영화 <씽>은 꿈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이다.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어주며
안에 숨겨져 있던 열정을 끄집어내준다. 게다가 추억의 올드팝부터 최신 유행 팝송까지 귀까지
사로잡았다.
세 얼간이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인도 명문대에 입학한 란초는 성적과 취업만 강요하는 학교에 대항하기 시작한다.
그의 친구 파르한, 라주는 란초와 함께 자신의 꿈을 찾기 시작한다.
cine pick!
무한경쟁사회에 대한 비판을 하며 진정한 교육과 배움의 의미가 무엇인지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영화이다. 진정한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걷기왕
ⓒ 네이버 영화
synopsis
심한 멀미로 어떤 교통수단도 이용할 수 없어 왕복 4시간 거리의 학교를 걸어 다니는 만복.
그 놀라운 통학시간에 감탄한 담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만복은 경보를 시작하게 된다.
cine pick!
무한 경쟁 사회를 향한 유쾌한 비판을 하는 영화로 꿈이 없어도 괜찮고, 적당히 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모든 이들의 꿈을 향한 고민과 느린 발걸음까지 응원하는 영화이다.
킹콩을 들다
ⓒ 네이버 영화
synopsis
개성도 외모도 제각각 이지만 끈기와 힘만은 세계 최강인 순수한 시골소녀들의 열정에 감동한
이지봉은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위해 합숙소를 만들고, 본격 훈련에 돌입한다.
맨땅에서 대나무 봉으로 시작한 그들은 이지봉의 노력에 힘입어 어느새 역기 하나쯤은 가뿐히
들어올리는 역도선수로 커나가고 마침내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게 되는데….
cine pick!
‘자신의 삶의 무게’를 깨치고 ‘아름다운 역사’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역도를 통해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 대사가 메인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금메달에 도전한다. 하지만 동메달을 땄다고 해서 인생이 동메달이 되진 않아.
금메달을 땄다고 인생이 금메달이 되는 것도 아니야. 매 순간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그 자체가 금메달이야."
플로렌스
ⓒ 네이버 영화
synopsis
노래를 사랑하지만 자신이 음치인 줄 모르는 플로렌스. 공연 때마다 악평을 막느라
바쁜 남편 베이필드, 맞춤 연주자 맥문과 함께하던 그녀는 오직 자신감 하나로
세계 최고의 무대인 카네기홀 공연을 선언한다.
cine pick!
잘 하는 것보다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플로렌스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이러한 그녀의 믿음과 그녀의 열정적인 인생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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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나 최악의 시절이 있다
해당 리뷰는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현대 사회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시대에 청년들의 자아 찾기는 조금 늦은 시기에 찾아오기도 한다. 성취감 때문에 의대에 간 율리에(레나테 라인스베)는 자신이 육체보다는 생각이나 감정에 더 관심이 많다고 생각하고 심리학을 배우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시각에 예민하다는 것을 깨닫고 카메라를 구입한 뒤 서점 아르바이트와 사진 공부를 병행한다. 율리에는 여전히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마음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율리에의 마음은 또 강렬한 이끌림으로 만화가 ‘밥 캣’의 작가인 악셀(안데르스 다니엘슨 리)에게 향하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되어 동거를 시작한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최악의 시절이 있다. 방황하며 자기를 찾아나가는 현대의 어른 아이 율리에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고 쾌락과 자극을 좇으며 산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40대인 악셀에게 끌렸던 것도 그가 주는 안정감에 매료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안정적인 집, 편안한 성격, 해박한 지식 등은 혼란스러운 20대 후반의 율리에에게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세상에 다시 없을 연애의 그 한복판에서도 율리에는 외로웠다. 악셀의 신간 축하 파티에서도 홀로 먼 곳을 바라보는 율리에는 넓은 화면의 정중앙에서 꼿꼿이 서 있다. 외로워 보이는 동시에 내면에는 자기 자신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 남들이 원하는 대로 살기도 싫고 내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 자기애로 가득 찬 즉흥적인 삶은 여기저기로 튀며 최악의 모습 만을 내비치게 될지도 모른다.
남들이 보기에는 최악의 인간, 불안정한 인간일지라도 그 시절은 현재의 일부다. 감독은 율리에의 최악의 시절을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악셀이 따라주는 커피를 기다리며 파티에서 만났던 에이빈드(할버트 노르드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알아챈 순간, 모든 시간은 멈춘다. 율리에의 마음은 멈춰버린 사람들과 공간을 내달려 에이빈드를 향해 뛰어간다. 이들은 날이 다시 밝을 때까지 키스를 하고 돌아서기를 아쉬워하다 집으로 돌아온다. 마음은 이미 에이빈드를 향해 달려갔고, 악셀은 여전히 율리에에게 커피를 따라주고 있다. 찰나에 불과한 감정을 감독은 오랜 시간을 할애해 아름답게 공들여 담아낸다. 이것이 배신이고 바람이면 어떤가 이 마음은 이렇게 사랑스럽고 순수한데. 최악의 인간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의 감정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그 형편없는 선택들과 진실한 마음 덕분에 율리에는 성장할 수 있었다. “모든 것엔 끝이 있”듯이 그 시절이 끝나면 우리는 조금 성장한다. 최악의 인간이었던 시절도 가치 있었다. 트리에 감독은 혼란스러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네가 얼마나 멋진지 깨닫게 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죽음을 앞둔 악셀의 입을 빌려 율리에에게, 관객에게 전한다.
어디에서도 안정감을 찾을 수 없었고 불안했던 율리에는 악셀과 에이빈드와 헤어지고 혼자가 된 뒤 비로소 안정감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악셀의 죽음은 율리에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마법의 버섯”을 먹고 보게 되는 환각 속에서 율리에는 그동안 자신이 만났던 남자들의 모습을 본다. 악셀은 율리에의 무의식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율리에 안의 여성 혐오적 모순과 성적 욕망 그리고 아기에 대한 부담감 혹은 저항감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언제나 “내 잘못”이라며 본인 탓을 하는 율리에는 자신이 때때로 지나치고 “괴짜”임을 알고 있다. 내면의 자기모순과 자기혐오에서 비롯된 관계의 삐걱임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과거에 모았던 책들과 만화책들, 음반들이 한 사람을 만들었다면 연인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율리에의 세계에는 악셀과 에이빈드가 그의 일부로 자리하고 있으며 한 사람의 세계는 그렇게 넓어진다.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그렇게 한 사람이 오롯이 “일인칭 단수”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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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듄' 리뷰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습니다.
**주로 영화 자체의 이야기보다는 세계관에서 파생되는 생각을 쓰겠지만,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SF 영화에서 던지는 주제의식은 언제나 미래지향적일까? 21세기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지금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듄은 이런 생각들이 자유롭게 떠올랐던 영화였다. 나는 정확하게 그런 이유 때문에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다. 내가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를 신뢰하는 이유는 경계 없는 사유의 여지를 만들어두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원작 소설에서도 내가 생각했던 부분의 이유가 나오는지는 모르겠으나 나온다면 영상화를 굉장히 잘 해낸 것이라 생각한다. 실물로 구현해낸다고 했을 때 원작에 구체적으로 묘사된 내용을 표현하는 것보다 구현하기 어려운 건 저 세계관에서 통용되는 상식이나 통념, 구조를 시각화하는 일이다.
이게 말이 쉽지 단지 몇 마디로 퉁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인물들의 대사나 자막 몇 개로 설득할 수는 없다. 극 중에 등장하는 사건-대화-도구를 종합해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 사고방식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면 관객들은 그 세계에 몰입한다. 스크린이라는 벽을 넘어서 주인공의 여정에 함께하는 느낌을 받는다. 여기서 드니 빌뇌브 감독은 긴 호흡으로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 길다는 특징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도 있었다. 나는 이야기 자체를 까다롭게 고르지 않는 편이라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지만 주변에선 몰입이 아예 어려웠다고 말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내가 이 영화에 재미를 붙이고 몰입할 수 있었던 근거는 영화에서 묘사하는 사회 구조에 있었다. 영화에는 제국과 공작, 남작과 같은 작위가 등장하며 향신료와 '상호 간의 계약'을 이야기한다. 나는 이 지점이 영화를 이해하는 핵심적인 키라고 생각한다. 유럽의 봉건제 구조를 SF 배경으로 옮겨놓았다. 귀족 집안 사회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역학 관계의 현실감이 굉장히 핍진했다. 현실 세계의 역사를 상징으로 치환해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 소설을 읽어보면 더욱 명확해질 거 같지만, 이런 이유로 배경은 익숙하지 않아도 인물들의 행동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했다.
저 봉건적 구조의 작동 원리를 안다면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가주인 레토 공작의 행동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봉건제는 계약을 통해 형성되는 주종 관계다. 유럽의 봉건제는 아시아의 봉건제와는 다르기에 레토 공작의 행동도 그런 배경을 염두하고 보면 이해가 쉽다. 그가 함정임을 알면서도 임무를 수행했던 이유는 충성과는 거리가 멀다. 아들인 폴의 생모인 레이디 제시카와의 관계도 그렇다. 그녀는 레토 공작의 연인이지만 부인은 아니다. 정략혼인은 봉건적인 정치 체제 아래에서 동맹을 확보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니까 레토 공작은 부인의 자리를 비워둘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사건이 벌어지는 배경은 머나먼 미래지만 그 사회를 이루는 구조는 고전적이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생각해보면 SF를 다루는 다양한 문학이나 영상 작품들을 보면 꼭 '은하 제국'이 등장한다. 각 행성마다 지적 생명이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서 은하계를 다스리는 제국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다. SF 세계 속의 정치 체계가 전제군주정이라는 점은 어떤 의미가 있지 않을까. 만약 행성 간 여행이나 이동이 자유로워지는 시점이 오게 된다면 우리가 소속감을 느끼는 집단의 규모도 달라질 것이다. 행성 단위로 주거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생활양식이나 사고방식에 차이가 발생할 것이고 국가라는 단위의 인식 체계 또한 바뀔지 모른다. 혹시 모르지 그때가 되면 한국 사람이라는 설명보다 '지구 사람'이라는 표현이 더 자연스러울지도.
자유로운 이동의 수준에 따라 수많은 시스템이 바뀐다. 성간 이동의 연료가 되는 스파이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갈등을 다룬 이 장대한 서사시는 그래서 매혹적이다. 이권을 중심으로 인물 간의 당위와 목적이 명확하게 엿보인다. 저 스파이스의 유통권을 쥐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렇기에 유통시켜야만 한다 '스파이스는 흘러야 한다'. 성간 이동이 어려워지면 궁극적으로는 저 체제를 유지하는 게 어려울 테니까. 그만큼 귀중한 자원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권력이 명확하게 집중되어 있어야 한다. 자원의 생산부터 정제, 활용까지의 과정이 막히면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민주정, 공화정은 행성 규모의 생명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체제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듄을 보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소설 '은하영웅전설'도 생각이 나고 게임 '크루세이더 킹즈' 시리즈도 생각이 났다. 은하영웅전설을 통해서는 카리스마를 지닌 걸출한 한 인물에 집중해서 정치 체제를 고찰해볼 수 있고 크루세이더 킹즈를 통해서는 가문의 존속을 위해 감당해야 하는 것들을 알아볼 수 있다. 아무래도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이라고 생각하고 보니 그런 작품들이 떠올랐다. 이 시리즈 자체가 거대한 프로젝트인 만큼 이번 편은 주인공인 폴의 기원을 다루고 있지만 앞으로 나올 내용에는 정치적인 내용이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우주 사극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근사한 영화였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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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남편의 첫사랑이 목하 열애 중이었던 곳으로
나 홀로 뚝 떨어지게 된다면?
남편과 사별 후 평소 남편이 살고 싶어 했던 제주도로 이사 온 민희는
성격 좋은 동네 이웃 목하와 그의 음악하는 아들 태경을 만나 친분을 다지게 된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출발,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한 순간,
목하가 남편의 첫사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본의 아니게 상실의 아픔을 분노 게이지로 다스리게 되는 민희,
평온했던 일상 속 잊고 지냈던 오만년 전 ‘구 남친’의 기억을 강제 소환당한 목하.
두 여자의 예측 불가, 밀고 밀리는 관계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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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파이프라인”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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