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11-24 16:29:11
OTT 최근 공개작 Best & Worst
최근 OTT에 공개된 작품들 재밌게 보셨나요? 특히나 2023 하반기 작품들은 호불호 갈린 평가가 많았는데요.
혹평세례를 받은 작품도 있었죠.... 오늘은 OTT 화제작들의 best & worst 평가를 모아왔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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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특별한 '퍼스널 서비스'
- "이 배우가 그 배우였어?" 이 소리는 영화를 보다가 제 입에서 가끔 튀어나오는 놀라움의 소리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동양인이라 서양권 배우들의 얼굴을 잘 분간하지 못하는 탓도 있겠습니다만, 특출난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 핑계를 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르고 보면 소름 돋고, 알고 봐도 믿기지 않는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들이 존재하는 걸 저더러 어쩌란 말입니까.배우 엠마 톰슨은 바로 그런 배우 중 한 명입니다. 저는 아직도 명예를 위해서라면 어떤 악독한 일도 마다하지 않던 <크루엘라>의 '남작 부인'과 남편의 외도를 알아차리고 숨죽여 눈물 훔치던 <러브 액츄얼리>의 '캐런'이 모두 엠마 톰슨이라는 걸 믿을 수 없습니다.<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엠마 톰슨의 또 다른 연기 변신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40년 연기 인생에 처음으로 노출 연기에 도전했습니다. 여성의 몸과 섹스, 그리고 아주 특별한 ‘퍼스널 서비스’에 관한 영화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7월 26일(화)에 진행된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의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2022년 8월 11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Good Luck to You, Lio Grande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성적 욕구가 적거나 없는 존재로 살아갑니다. 남성이 성적 욕구의 해소가 필수적인 존재로 살아가는 것과는 정반대죠. 그런데 성적 욕구가 적거나 없는 여성이 과연 표준일까요? 아마 지구에는 성적 욕구를 억누르며 살아가는 여성, 남성 위주의 섹스에 불만족한 여성, 하지만 섹스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사실조차 입에 담지 않는 여성이 태반일 겁니다. 그러나 여성의 주체적 욕망은 끊임없이 지워져 왔죠.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의 주인공 '낸시'는 바로 그러한 여성들을 대표합니다. 60대가 될 때까지 자신의 욕망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마주해본 적 없는 인물이죠. 얼마나 오랫동안 정숙한 여성으로 살아왔는지, 그녀는 ‘만족스러운 섹스가 하고 싶다!’는 마음속 소리에 이끌려 사람을 불러놓고도 어찌할 줄 모릅니다.사람들은 모두 페르소나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본성을 숨긴 채,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과 질서를 따르는 인격체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죠. ‘낸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녀의 본성은 만족스러운 섹스를 강렬히 원했지만, 학교에서 종교 교육을 가르쳤던 선생으로서의 페르소나가 이를 막아섰습니다. 그녀는 아이들의 전화를 한 번도 거절해본 적 없는 엄마지만, 그녀의 본성은 육아를 멍든 손톱처럼 불편한 일이라고 생각하죠. 그러나 그녀는 모릅니다. 어느 것이 본성이고, 어느 것이 가면인지요. 평생을 겹겹의 가면 뒤에 갇혀 살아온 그녀는 은밀한 욕망을 '나답지 않은 짓'이라 여기며 망설입니다.이런 '낸시'가 퍼스널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오'와 만나 내 것으로 생각했던 가면들과 조금씩 이별하기 시작합니다. ‘낸시’와 ‘리오’는 호텔 방에서 여성의 몸과 섹스에 관한 끝없는 대화를 나눕니다.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주제를 깊이 탐구한다는 면에서 이 영화는 연극과도 유사하죠. '리오'가 제공한 서비스는 육체적이면서 동시에 정신적입니다. '리오’와의 대화를 통해 내면의 목소리에 가까워지는 ‘낸시’의 모습은 심리 상담을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리오’에게 몇 번의 퍼스널 서비스를 받은 그녀는 두꺼운 가면들을 벗어 던지고, 마침내 해방감과 자유를 만끽합니다. 여기에 황홀한 오르가슴은 덤이죠.⊙ ⊙ ⊙영화 후반부, 해방감과 자유를 얻은 '낸시'는 자신의 나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미소 짓습니다. '리오’는 '낸시'에게 실증적 섹시함이 느껴진다고 말하며 그녀의 몸을 있는 그대로 긍정합니다. 엠마 톰슨의 용기 있는 도전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60대 여성으로서 나체를 노출하는 결정이 쉽지 않았을 테니까요. 엠마 톰슨은 "자연스러운 내 몸을 보여준 것이 이 영화의 성과"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엠마 톰슨의 용기에 힘입어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적극적으로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바디 포지티브는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맞추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는 운동입니다. 사람은 모두 늙습니다. 여성의 몸도 당연히 늙죠. 그러나 이를 실증적 섹시함이라 표현하는 '리오'와 달리, 이 사회는 자연스럽게 달라지는 여성의 몸을 긍정하지 않습니다. 여성에게 드리워진 잣대는 유난히 뾰족하고 날카롭죠. 젊은 여성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마르면 마른 대로, 뚱뚱하면 뚱뚱한 대로, 심지어는 정상 체중이어도 비난을 들으니까요.<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바디 포지티브와 함께 성적 충족감이 삶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섹스 포지티브(Sex Positive)도 함께 외칩니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여성들도 많아졌지만, 섹스 포지티브를 어려워하는 여성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남성들이 당연하게 누려온 섹스 포지티브가 여성들에겐 두꺼운 페르소나를 깨부수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이 조금은 안타까웠습니다. 앞으로 여성의 섹스 포지티브가 미디어에서 더 적극적으로 다뤄지길, 그래서 더 많은 여성이 내면의 목소리에 솔직하게 응답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퍼스널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경험을 합니다. 본능적인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여기며, 그것이 가진 힘(섹스 포지티브)을 전파하는 사람이죠. 당신을 사서 쾌락을 위해 쓰는 게 불쾌하지 않으냐는 '낸시'의 말에 '리오'는 사람이 아니라 서비스를 사는 거라고 정정합니다.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모든 서비스는 다 돈을 내고 이용하지요. 하지만 성에 관련된 서비스만 유독 부정적인 인식이 강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이 작품은 성매매 종사자의 직업적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성매매의 아주 이상적인 일면만을 묘사하는 것이긴 하지만, 긍정적인 시선도 분명 필요합니다.은밀한 생각이 썩어 곪아버리기 전에 모두가 건강하게 욕망을 해소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어쩌면 영화 속 ‘낸시’의 말처럼 퍼스널 서비스가 공공 서비스로 자리 잡을지도 모릅니다. 뭐, 아직은 여성의 섹스 포지티브마저 남성들의 더 자유롭고 다채로운 섹스에 사용되는 씁쓸한 세상이지만요.Summary“난 느껴본 적 없어요, 누구와도 단 한 번도.” 단 한 번도 섹스에 만족해 본 적 없는 인생 6*년차 ‘낸시’. 남편과 아이들이 떠나고, 은퇴 후 혼자 남은 그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실행해보기로 결심한다. “이끌리는 대로 다 잊고 당신만 생각해요.” 낯선 호텔, 모든 게 자신 없는 ‘낸시’ 앞에 젊고 매력적인 ‘리오 그랜드’가 나타나고, 처음 경험하는 퍼스널 서비스는 예상치 못한 해방감을 선사하는데... (출처: 씨네21)Cast감독: 소피 하이드출연: 엠마 톰슨, 다릴 맥코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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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월 뒤, 인류는 멸망합니다. <돈룩업(Don't Look Up)>
<돈룩업 포스터>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넷플릭스
돈 룩 업 (Don't Look Up, 2021)
장르 : 미국, 코미디 │ 감독 : 아담 맥케이 │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민디), 제니퍼 로렌스 (디비아스키),
메릴 스트립(대통령), 케이트 블란쳇(브리), 티모시 샬라메(율) 외 다수 │러닝타임 : 139분│등급 : 15세 관람가<돈룩업 스틸컷> 사진출처 : 넷플릭스
"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한다면? "
인간이 지금처럼 지구의 실질적 주인이 되기 전, 지구의 주인은 공룡이었다. 현생 인류로 추정되는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가 고작 15만 년인 데에 반해 공룡은 약 1억 6천만 년 동안이나 지구에 위세를 떨친 존재였다. 그런 공룡은 별안간 멸종했다. 이에 대한 몇 가지 설들이 존재하지만, 그중 가장 유력한 설은 소행성 충돌로 인한 재앙이다. 영화 <돈룩업>은 바로 이 소행성이 현시점의 지구에 충돌한다면?이라는 SF적 설정에 기반한 영화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소행성 충돌로 인재난 영화보다는, 이에 반응하고 대처하는 인류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린 정치 블랙코미디라고 할 수 있겠다.
<돈룩업 스틸컷>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 6개월 뒤, 지구의 인류는 멸망합니다 "
미시간 주립대학의 천문학과 교수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대학원생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는, 어느 날 거대한 혜성의 존재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발견의 기쁨도 잠시, 6개월 뒤 이 혜성이 지구와 충돌해 인류가 멸망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과학적 사실을 직면하게 되는데. 두방망이질 하는 가슴을 부여잡고 백악관으로 달려간 그들. 그러나 당장 대책을 세워줄 것으로 여겼던 예상과는 다르게 대통령은 이 문제를 장난처럼 여긴다. 외면받다시피 쫓겨난 민디와 디비아스키는 이번엔 이 사실을 언론에 알리기로 한다.
<돈룩업 스틸컷>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 혜성? 멸망?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 "
그러나 언론 역시 그들의 생각과 다르기는 마찬가지. 불과 몇 달 뒤에 벌어질 소행성 충돌이 유명 슈퍼스타의 이별보다도 세간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가 하면, 모두 죽을 거라는 디비아스키의 경고는 편집증 환자의 망언이 되어 국민적 놀림거리가 되고 만다. 정부와 언론이 귀 기울이지 않는 이들의 뉴스에 여론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그 누구도 이 거대한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그러나 ‘어떻게 저러지?’ 싶은 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을 닮아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몇 년째 기승을 부리는 이 시대. 이 세계적 재앙을 두고도 정치적 음모와 분열, 통제불능의 사건들이 반복됐던걸 보면 비단 영화적 전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까 말이다.
<돈룩업 스틸컷>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 Look up! 과 Don’t look up! 사이에서 "
<빅쇼트>, <바이스>등의 블랙코미디로 유명한 감독 ‘아담 맥케이’식의 신랄한 풍자는, 포복절도할 만큼 웃기지만, 그만큼 우리의 허를 찌르며 어리석은 인류의 현실을 거울처럼 비춘다. 영화 속 대통령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위험성을 여러 차례 무시한 미국의 전 대통령을 꼭 닮았고, 황색 저널리즘으로 물든 언론의 태도 역시 영화 속이나 여기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뿐만인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미디어의 가볍고 얕은 정보들에 정치적으로 양분화되는 여론의 모습도 현실과 꼭 닮아있었다. 혜성이 충돌해 인류가 멸망한다는데도 “돈룩업(Don’t look up : 혜성을 쳐다보지 마)”을 외치는 세력은, “백신 안에 인류를 통제하려는 칩이 들어있다”라고 믿으며 실제 국회의사당에 난입했던 이들과 다르지 않아 보였으니.
<돈룩업 스틸컷>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 똑똑해서 망할 슬픈 생명체여 "
인류는 과연, 지구의 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지능적이고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종족일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통틀어 치명적인 약점도 있는 것 같다. 오만, 아집, 분열과 같은 특성들. 날아오는 혜성을 어쩌지 못해 공룡이 속수무책으로 멸종했다면, 우리네 인류는 어쩌면 너무 오만해서 또는 너무 이기적이어서 멸망을 막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혜성의 궤도를 바꿀 수 있는 지능도, 이를 받쳐 줄거대 자본이 있음에도, 자충수에 빠져서 말이다.
<돈룩업 스틸컷>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 영웅은 없었고, 독선만이 가득했다 "
이 영화 속에서 인류가 맞이하는 결말은 안타깝지만 매우 디스토피아적이다. 그리고 마지막까지도 인류의 모습은 아름답지 않았다. 자본가들은 저들만 살겠다고 냉동인간이 되어 다른 행성에 갈 채비를 하고, 그렇지 않은 다수의 사람들은 지구에서 맨 몸으로 종말을 맞이하기에. 인정하긴 싫지만 그것은 어쩌면, 난세의 영웅이 나타나 결국 지구를 구했더라는 달콤한 이야기보다 더 우리의 현실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돈룩업 스틸컷>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 최강 라인업에 눈 돌릴 데 없는 러닝타임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케이트 블란쳇, 티모시 샬라메 등등. 화려한 출연진들의 등장은 이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무기이다. 너무 화려한 배우가 많은 캐스팅 아닌가 싶었지만, 신기하게도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디카프리오와 제니퍼는 혜성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뛰어다니는 과학자를, 메릴 스트립은 경박하고 우매한 대통령을, 케이트 블란쳇은 조연급에 그치지만 시청률에만 열을 올리는 가볍기 그지없는 언론인을 너무도 완벽하게 연기했으며, 티모시는 아주 적은 분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시민을 임팩트 있게 소화했다. 지구의 위기에 대응하는 다양한 모습의 캐릭터를, 명배우들을 통해 볼 수 있어 즐거웠다.
<돈룩업 스틸컷>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 이미 우리에게 닥쳐있는 멸망의 길 "
영화 저널리스트 ‘정시우’는 이 영화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혜성 충돌’을 지우고 ‘기후변화’를 넣어도 무방한 이야기라고. 맞다. 그녀의 말처럼 굳이 혜성이 아니더라도 인류의 멸망은 이미 껑충 가까이 와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먹고사니즘 속에 잊고 있는 이 순간에도 빙하는 녹고, 산은 불에 타고, 무분별한 어류 남획과 쓰레기 투척으로 지구는 죽어가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보존의 속도보다 늘 파괴의 속도가 큰 우리니까. 근거 없는 희망찬 미래를 믿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다가오는 종말을 기적처럼 막지는 못할지언정 조금이나마 유예할 수 있다면, 마지막 남은 지혜를 쥐어짜서라도 조금 아름답고 겸허한 끝을 맞이하는 인류이기를, 염원해보는 바다. 이 아름다운 행성에 살았음을 잠시라도 감사히 여기면서 말이다.
글쓰는 우두미
인스타그램 @wood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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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트홈>, 괴물화의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이유
넷플릭스 최고 히트작 중 하나, <스위트홈>.
내가 평상시 선호하는 장르(잔인함+ 폭력성+공포/ 크리쳐물)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왜 그렇게 <스위트홈>에 열광하나"하는 궁금증에서 올해 초 정주행을 시작했고, 그 여정은 2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편당 50분 정도의 분량이었지만, 체감상 10~20분 정도 되는 것처럼, 그야말로 '순삭'이었다.
이렇게 평상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장르에 푹 빠진 것도 참 드문 체험이다.
<스위트홈>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전제들!
'정체불명의 원인으로(욕망으로 추정) 괴물화가 되가는 사람들'
누가, 왜 괴물이 되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욕망때문이라는 설명이 있지만, 그 욕망이라는 것도 비구체적이다. 욕망이 없는자가 있겠는가.
절망, 좌절을 심하게 겪은 사람이 괴물이 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작품 속에서 정말 멀쩡해보이는 사람도, 차분하고 의롭고 냉정해 보이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 갑자기 괴물이 된다. 아무 이유없이. 아무 맥락없이. 허무하게.
(그러고보니, 긴급속보를 발표하던 대통령도 생방송 중에 갑자기 괴물이 된다.)
<스위트홈> 속 괴물들 1
<스위트홈> 속 괴물들 2
결국, <스위트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설정, 세계관은 이것이다.
괴물이 되는 자와 여전히 사람으로 남은자 간의 '차이점'이 없다.
모두가 '잠재적 괴물'이다. 누구 한 사람 빠지지 않고. 너도. 나도.어떤 블로그 리뷰에서, <괴물화가 되는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것이 이 작품의 논리적 허점>이라고 쓴 것을 보았다.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괴물화가 되는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괴물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나만은 절대 "괴물"이 안될 것이라 자신할 수 있는가.
별거 아닌 일에도, '나 지금 피곤하다, 나 지금 힘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괴물같은 모습이 불쑥 불쑥 튀어 나올 때가 있다.
특히 아이를 키우며 더 그렇다.
나에게도 "나쁜 어른, 나쁜 부모"의 모습이 종종 튀어나온다.
나도 모르게 아이를 대하면서 "괴물"같은 모습이 되는 순간이 있다.
별거 아닌 일에 소리지르고 화를 내며 윽박지른다. 내가 힘들다는 핑계로.
뉴스 속 괴물 같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어떻게 저럴 수 있어" 라고 욕을 하면서,
나와 그 사람들을 구분지으면서, '에이, 나는 그 정도는 아니야' 하면서,
나는 괴물이 아닌 것처럼, 나는 마치 "성숙한 어른"인 것처럼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
<스위트홈> 속 '괴물'보다 더 악질인 '인간들'
<스위트홈>에도, 괴물보다 더 괴물같은, 진짜 악질 인간들이 등장한다.
여전히 사람의 탈을 쓰고 있으나 그 속은 더이상 사람이 아닌 괴물들.
<스위트홈>에 내가 끌렸던 이유를 이해했다.
원인불명의 괴물화에 수긍한 이유.
'나'도 언제든 '괴물화'가 될 수 있으니까.
<스위트홈> 메인 주인공 '현수'는 '특수감염인'으로 분리된다. 괴물이 되긴 되었는데, 다른 괴물과는 달리 여전히 사람의 본성이 남아 있는 존재! 괴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괴물의 무시무시한 힘과 사람의 자제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특수감염인.
나 역시 특수감염인이 아닌가.
코피를 쏟고 있는 특수감염인 '현수'
현수는 괴물이 되기 기전 폭포수 같은 피를 쏟는다.
'코피'는 중요한 상징이다. 코피가 마구마구 쏟아지는 것은 그 사람이 '괴물화'가 되고 있다는 전조증상이다. 일종의 신호다. '너 곧 괴물된다!'
쏟아지는 코피를 보며 자신이 괴물화가 되고 있음에 충격을 받은 <스위트홈> 속 등장인물
특수감염인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괴물이 될 때 '코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스위트홈> 속에서 주인공 현수가 '특수감염인'인 것을 알게 된 주민들이, 현수를 방출할 것인지 남길 것인지 '투표'하는 장면은 참 의미심장하다.
현수를 방출할지 말지 투표하는 생존자 주민들
특수감염인 현수를 추방할 것인가 우리와 함께 지내게 할 것인가.
무서워서 당연히 현수를 방출시키자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았으나, 그 결과는 의외였다.
팽팽한 접전! 추방시키자는 사람들, 남기자는 사람들이 반으로 나뉜다.
다들 암묵적으로 알고 있었다.
"나도 언제든지 괴물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괴물은 무섭고 내쫓고 싶지만, 한편으로 그 내쫓겨지는 것이 언제든 내가 될 수도 있으니,
쉽게 내쫓지도 못하는 것이다.
누군가 갑자기 폭포수 같은 코피를 쏟아내면, 주변 사람들은 '저 사람도 괴물화가 되고 있군!'을 알아채고 겁을 먹겠지만, 사실 우리 모두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코피'를 쏟아내고 있는 중일지 모른다.
<스위트 홈> 살아남은 주민들은 괴물화가 되고 안되고의 여부를 떠나, 모두 자기만의 치부를, 자기만의 약점을, 자기만의 지워지지 않는 강렬한 자국을 남긴다. 코피처럼 당장에 눈에 확 드러나는 자국이 아니더라도, 그 어떤 자국을 남기고야 만다.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가하거나, 상대방에게 양보하지 않고 자신의 욕심만 채우려 하거나, 상대를 근거없이 의심하고 비방하는 등의 모습들..)
그 코피 만큼이나 빨갛고, 선명하고, 무섭고, 자국이 강하게 남아 여간해서 지워지지 않는 강렬한 무언가를, 밖으로 쏟아내면서 그것이 괴물화의 전조 증상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일 수도.
나는 괴물이 아니라고, 괴물과 다르다고,
괴물과 나를 구분지으며, 내 코피를 슬쩍 슬쩍 닦아내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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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이상한 세계로 말려들다
블루 벨벳 (Blue Velvet, 1986)
“이상한 세계로 말려들다”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드라마, 스릴러, 미스터리
러닝타임 : 120분
감독 : 데이빗 린치
출연 : 카일 맥라클란, 이사벨라 로셀리니, 데니스 호퍼, 로라 던
개인적인 평점 : 4/5
블루 벨벳 줄거리
미국 작은 도시에 사는 순수한 남학생 제프리(카일 맥라클란)는 산책 중 잘린 귀 한쪽을 발견하고 윌리엄 형사(조지 디커슨)에게 사건을 신고한다. ‘블루 벨벳’을 노래하는 매력적인 여가수 도로시(이사벨라 로셀리니)가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자 제프리는 묘한 끌림과 호기심으로 그녀의 아파트에 몰래 숨어들어가지만 곧 들키고 만다. 그때, 갑자기 정체불명의 남자 프랭크(데니스 호퍼)가 들이닥쳐 옷장에 숨게 되고 이내 그곳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엿보게 되는데...
2022년 제23회 전주 국제영화제는 22회에 이어 올해도 <J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섹션을 진행했습니다. <J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래머로 선정된 영화인이 직접 몇 영화를 선정해 하나의 섹션을 꾸며나가는 프로젝트이며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경계를 허물며 무한한 상상력을 보여준 ‘연상호 감독님’이 선정되었습니다.
연상호 감독님은 상영작으로 데이빗 린치 감독님의 <블루 벨벳>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님의 <큐어>, 가타야마 신조 감독님의 <실종>을 선정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연상호 감독님이 <큐어>를 상영작으로 선정해주신 덕분에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님이 한국, 그것도 전주에서 관객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렇게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는 어메이징한 JIFF. 언젠가 꼭 한번 와보시길, 틈새 영업을 해봅니다.
올해의 <J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섹션은 연상호 감독님이 추천하신 세 작품과 연상호 감독님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돼지의 왕>과 첫 실사 영화 <부산행>을 포함해 총 다섯 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연상호 감독님은 좋은 기억으로 남은 영화이면서도 젊은 씨네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한 영화, 그리고 감독님 자신도 영화관에서 본 기억이 없어 꼭 영화관에서 한 번 보고 싶었던 영화를 기준으로 상영작을 선정했다고 언급하셨습니다.
연상호 감독님의 어둡거나 다소 이상한 세계를 그려내는, 그 감성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감독님이 추천하신 이 작품들이 대부분 마음에 드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제대로 취향 저격을 당했거든요.
사심대로라면 당연히 모든 작품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저는 시간 관계상 <부산행>을 제외하고 <돼지의 왕>, <큐어>, <실종>, <블루 벨벳> 총 4편을 감상하게 되었고, 그중에서 가장 제대로 감독님께 영업당한 영화 <블루 벨벳>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블루 벨벳>은 <이레이저 헤드>, <엘리펀트 맨>, <멀홀랜드 드라이브> 등 보통의, 평범한 세계와 공존하기 힘든 ‘이상한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걸 즐기는 컬트의 대가 데이빗 린치 감독의 전성기를 열어준 영화로 심히 도전적이고 강렬하며 이상한 부분들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용감함을 가졌습니다. 데이빗 린치 감독님의 많은 작품이 그러하듯 <블루 벨벳>은 간혹 당위성을 뒤로 미뤄버리는 느낌을 주지만, 그 순간 떠오르는 물음표들이 만들어내는 질문이 결국 이 영화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상한 세계
<블루 벨벳>은 평소엔 보지 못하는 이상한 세계와 완전한 악인과 선인. 그리고 그 세계를 만나기 위해 넘어선 안 되는 선을 당당히 넘어가는 악인이자 선인인 주인공의 모습을 그립니다.
눈에 띄게 잘 사는 사람도, 못 사는 사람도 없고, 커다란 사건도 일어나지 않아 경찰들도 방심할듯한 평화로운 마을 림버튼. 어느 날 림버튼에선 마을의 분위기와 절대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가 발견됩니다. 그건 바로 사람의 귀. 산책 중 잘린 귀를 발견한 주인공 제프리는 귀를 주워 들고 형사 윌리엄에게로 향합니다. 제프리는 바에서 공연을 하는 여가수 도로시가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게 되자 그녀의 아파트에 몰래 숨어 들어가기 위해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너무 헐거웠던 계획은 곧장 실패로 이어지고, 옷장에 숨어있던 제프리는 충격적인 장면을 엿보게 됩니다.
모든 요소들이 각자의 자리에 알맞게 들어차 있는 작은 마을. 마을은 여느 때처럼 평화롭게 굴러가지만 잘린 귀가 발견된 후, 마을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적인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주인공 제프리는 마을과 어울리지 않는, 지금껏 본적 없던 것(잘린 귀)을 보며 그것과 얽혀있을 새로운 이야기를 탐색할 생각에 두근거림을 느낍니다. 그는 “만약 그녀(도로시)가 범인이라면!?”하는 가정하에 혼자만의 수사 계획을 펼쳐나갑니다.
이상한 사람들
영화가 시작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예쁜 빨간색이네”였습니다. <블루 벨벳>이라는 제목과 다르게 영화가 시작한 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색은 빨간색입니다. 주로 열정과 열망, 욕정과 집착을 상징하는 그 색깔.
제프리는 흰 울타리와 초록 잔디 같은 정갈하고 깔끔한 색들 사이에 숨어있는 빨간색처럼 평범한 일상에선 들여다볼 일이 없었던, 마음 이면에 숨어있던 비정상적인 궁금증과 욕정을 느끼고 사건에 접근합니다.
하지만 평소에 이런 사건을 접해본 적 없는 제프리는 아주 쉽게 발각되고, 한순간에 이상한 세계와 사람들을 목격하게 되죠. 역하게 느껴질 만큼 질이 안 좋은 범죄자 프랭크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 폭력에 그대로 노출되어있는 여가수 도로시까지. 보통의 경우라면 학을 떼며 도망을 가야 정상이겠지만 제프리는 그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결정합니다.
누가 봐도 대학생 한 명이 해결하는건 절대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제프리는 도로시와의 밀회를 즐기며 자신의 욕정을 풀어가고 그 와중에 동급생인 샌디와의 만남을 이어갑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프랭크가 정말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미친 인물로 비치는 것에 반해, 제프리는 흐린 눈으로 앞을 보고 있는 이상할 만큼 안일한 인물처럼 느껴집니다. 용의자라는 한 마디에 여가수의 집에 침입하고 그녀를 지켜보고, 위험한 걸 알면서도 호기심에 이끌려 행동하고. 하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큰 역할을 하는 완벽한 선인도 악인도 아닌 제프리. 그의 존재가 상당히 이상하게 다가옵니다.
풀지 못한 미스터리가 남은 진짜 미스터리 영화. 과연 이 이야기는 끝난 걸까?
<블루 벨벳>의 장르는 미스터리입니다. 이 영화는 장르의 이름 그대로, 여러 개의 미스터리를 남깁니다.옐로우 맨이라 불리는 사람의 정체는 언더커버 경찰이었던 건지, 범죄 조직의 끄나풀이었던 것인지. 제프리가 도로시를 보며 느꼈던 감정은 정확히 무엇이었을지. 애정이 맞긴 한 건지. 이 상황이 정말 끝난 게 맞는 것인지, 어색한 움직임의 개똥지빠귀는 무슨 의미인지 등등 되새겨봐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욕망과 폭력, 선인과 악인. 선과 악을 넘나드는 이상한 인물, 이상한 상황, 이상한 세계. <블루 벨벳>은 정말 이상한데, 이상하게도 관심을 끄는 영화였습니다.
만일 내가 제프리처럼 일상 속에 숨어있던, 일상과 어울리지 않는 귀를 만나게 된다면?… 그냥 바로 제 3자에게 신고하겠다는 후줄근한 답변을 내놓으며, 길게 이어진 궁금증을 정리해봅니다.
당사자 외에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일상 밑에 숨겨진 끔찍한 폭력과 그 근처에서 불태운 욕정 가득한 상상을 대담하게 풀어놓은 영화 <블루 벨벳>. 추가로 만약 이 영화의 포스터’만’ 보고 관람을 결정하신다면, 포스터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이상한 세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작은 경고를 함께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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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후세계의 발견이란 인간에게 무엇을 안겨다 주는가?
사후세계의 발견이란 인간에게 무엇을 안겨다 주는가?
<디스커버리> 영화 후기
저명한 물리학자 토마스 하버는 사후세계를 발견하고 전 세계에 알린다. 그 여파로 인해 100만 명이 목숨을 끊게 되고 토마스 하버는 사후세계의 비밀을 방송 인터뷰에서 털어놓는다. 그것은 사람이 죽으면 의식의 일부가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 인터뷰 도중 갑작스럽게 PD가 목숨을 끊게 된다. 그 이후로 전 세계에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윌은 자신의 아버지인 토마스 하버의 실험을 막기 위해 배를 탄다. 배 안에는 아일라라는 이름의 여성이 있었고 서로 왜 이곳에 왔는지 대화를 나눈다. 둘은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어느 대저택에 가게 된다. 과연 그곳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사후세계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토록 인류가 궁금해하던
사후세계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곳은 어디에 있을까?"
하니엘의 생각
|사후세계는 나의 또 다른 삶의 버전인 평행세계이다.
영화 디스커버리에서 밝혀진 사후세계란 자신이 가장 후회했던 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후회를 하곤 한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이유를 알면서도 말이다. 그래서인지 사후세계의 발견으로 인해 슈퍼스타, 운동선수, 토마스 하버의 동료들까지 목숨을 끊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 그렇기에 토마스 하버는 막대한 인명 손실에 대한 부담과 책임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윌은 아버지가 연구에만 몰두하여 자신의 어머니를 잃었다는 것에 큰 실망감을 느꼈다. 그래서 윌은 아버지인 토마스 하버에게 사후세계 실험을 멈추라고 권했던 것이다. 아일라 또한 아들을 잃은 슬픔에 못 이겨 죽으려고 하지만 이 광경을 지켜본 윌이 막는다. 그러나 아일라는 그녀를 질투하던 레이시라는 여성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 그리고 윌은 아일라의 죽음에 슬퍼하여 아버지가 쓰던 연구 장치를 통해 아일라를 만나러 간다. 하지만 윌은 아일라라는 여성을 이미 알고 있었고 아일라가 죽자 그도 따라 죽었던 것이다. 계속 원점으로 삶이 반복되었다. 이 영화가 주는 메세지란 만약 자신의 인생이 괴로워도 이 생에 충실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들의 삶은 똑같지가 않다.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말이 맞는 것이다. 디스커버리란 영화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40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급증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캠페인을 벌인다. 사후세계가 있다는 것은 인간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이 생에서 풀지 못한 것을 다음 생에서 풀 수 있는 것일까? 만약 당신이 가장 후회되는 일 때문에 괴롭다면 당신은 이 현실에 남아있을 것인가? 물론 사후세계가 발견된다면 말이다.
"당신의 삶에서 가장 고치고 싶은 것이 무엇입니까?"
※영화 끝나고 쿠키 영상이 1개 있습니다. 조금 충격적일 수도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관람한 영화입니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하니엘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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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태닝시 음료수를 갖고 가지 말 것, 통나무를 가득 적재한 트럭 뒤로는 차를 몰지 말 것 한 동안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금기가 되었던 행동들을 기억하고 있는가? 만약 어떠한 장면들이 파편처럼 머리를 스친다면 그는 영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 살인마도 듣도 보도 못한 크리쳐도 아닌 주인공을 뒤쫓는 것은 바로 '죽음' 그 자체라는 주 내용을 필두로 시리즈화 되었던 영화가 14년만에 신작을 공개하게 되었다. 시리즈에서는 6편을 차지한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 라인>은 오랜 공백을 거쳐 다시 리부트 된만큼 <스크림>에 이어 전세계 호래 팬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으며 현재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 중에 있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영화이지만 관람에 앞서 시리즈를 굳이 챙겨보지 않아도 되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이 되어준다. 다만 이 한 가지는 기억 하는 것이 좋다. 죽음은 언제 어디서나 당신의 뒤를 쫓아갈 것이다.
유명 공포영화에는 대체로 법칙이 존재한다. 뒤를 돌아보지 말 것, 방심하지 말 것, 낯선 사람에게 오는 전화는 받지 말 것, 친구를 의심할 것 등 시리즈를 거치며 완성된 공식들은 본편을 기준으로 세계관을 점차 확장시키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데스티네이션 시리즈도 단연코 그 중 하나인데, 이 중 가장 명심해야 되는 것은 '예정된 죽음은 피할 수 없음. 만약 피했을 경우 죽음은 어떻게든 당신을 쫓아간다.' 이다. 신박하고도 끔찍한 죽음 쇼로도 잘알려진 해당 시리즈는 갑작스럽게 보게 된 예지로 대형 사고를 면한 주인공과 그 친구들이 죽음을 어떻게 벗어나지 못하는지를 주된 내용으로 삼는다. 1편에서는 여객기 폭발 사건에서 벗어난 주인공 일행을 다루며 2편에서는 대규모 차량 추돌 사고를, 3편에서는 롤러코스터 운행 사고를 다루고 4편과 5편에서는 각각 레이싱장 사고와 다리 붕괴 사고를 보인다. 대규모 사고에서 목숨을 건진 이들은 1편에서 다뤄진 알렉스의 사고를 떠올리며 저 나름대로 죽음을 피해보고자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은 죽음이 정한 법칙을 피하지 못한 채 각자 끔찍한 방법으로 목숨을 잃는다. 슬래셔 물 특유의 개연성보다는 그런 개별의 죽음에서 오는 창의성과 잔인함을 엔터테인먼트적으로 그리는 것이 해당 시리즈의 특징이나 이번 공개된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 라인>에서는 전체 시리즈를 통과할만한 중요한 메세지를 던지기에 이른다.
그 메세지를 살펴보기에 앞서 시초가 되어준 <데스티네이션>에 경우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것 외로도 죽음에는 순서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운 좋게 피했다 한들 죽음은 그 순서를 착실히 지켜나가며 그들을 도로 저승으로 인도하는데 이런 <데스티네이션>의 시리즈보단 속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데스티네이션2>는 그 순서를 어겼을 시 건너 뛴 자는 일시적으로 도망칠 수 있으며 세상과 단절 될 경우 수명을 일시적으로 늘릴 수 있고, 한 번 심장이 멈춘 경우는 죽음으로 카운트 되어 죽음을 피할 수 있는 등 죽음에서 극단적으로 도망친 자들이 등장하게 되며 절대적이진 않으나 파훼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편 중 하나로 등장하게 된다. <데스티네이션2>는 본편에서 죽음을 피하는 것에 성공했던 클레어가 재등장하며 본편과 좀 더 접점을 갖고 세계관을 확장시키려 한 편으로도 역시 알려져있다. 하지만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즉, 3편부터는 프렌차이즈화의 포문을 열며 직접적인 본편의 언급보다는 색다른 방식으로 예견을 하는 등 같은 법칙 아래 가장 인상 깊은 죽음들을 보여줬던 편으로 남게 된다. 사실 죽음과 이를 피해 생존하고자 하는 이들 간의 대결처럼 그려지는 것은 물론 다양한 죽음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이다 보니 다소 메세지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슬래셔 물이 나타내고자 하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에 그 어떤 작품보다 충실한 시리즈이기도 하다. 또한 대형 사고로 그 포문을 여는 것이 일반적이기도 하나 이를 방지하거나 예방하고자 하는 요소가 아닌 초자연적인 묘사를 통해 죽음이 확정된 이들을 무조건 죽이는 식의 장면이 다수 그려지기에 의미보다는 장르성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이기도 하다. 즉 억지로 죽여주는 묘사가 등장함에 따라 교차 편집이나 클로즈업을 통해 보여주는 위험 요소보다는 더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등 억지스러운 부분이 관람 포인트가 됨으로 개연성을 따지는 것이 상당히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시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 라인> 으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대형 사고에서부터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은 한 여성의 가족을 중심으로 그 세계관을 확장 시킨다. 늘 그랬듯 누군가에게 찾아온 예지 그렇게 살아남은 다수의 사람들. 하지만 이전 시리즈가 늘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을 구함으로써 그들을 기준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면 이번 영화에서의 생존자 '아이리스'는 해당 사고의 피해자가 될 뻔 한 모든 사람들을 구하게 된다. 즉 죽음이 찾아가야 할 가정의 수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운명은 이것에서만 어긋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시리즈가 늘 보여줬듯 왜 몇 일만에 모든 사람들이 정리 되지 않았을까. 즉 그 사이 아이를 낳거나 새로운 가족을 형성한 이들이 존재함으로 살아남은 다수의 사람들 그리고 그 사고로 인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생명들에게까지 그 죽음이 바삐 찾아갔던 탓에 '아이리스'는 남편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두 남매를 낳기에 이른다.
이 부분부터 리부트의 강점이 드러난다. 친구나 단순 지인에게 찾아오는 것이 아닌 '가족'이라는 관계의 형태에게 찾아오는 죽음은 그 고리를 끊고자 하는 이들의 적극적인 당위성을 만들어주고 긴장감을 깨알 같이 해소시켜줄 개그 요소도 등장시키는데 적합한 요소로 사용된다. 특히 긴장감에 지친 관객들의 웃음 요소가 되어준 배다른 자식 설정은 특정 인물이 죽음의 고리에는 포함되지 않는 인물이기에 안심을 유도했다가 다름 아닌 '죽음을 엿먹이려 하면 좋지 못한 결과가 따른다.' 라는 히든 법치을 해금함으로 예상치 못한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해당 시리즈 중 가장 획기적인 죽음으로도 평가받고 있는 '에릭'의 죽음은 한 번 분위기를 조성했던 시퀀스로 인해 임팩트를 주기도 했다. 또한 해당 편은 메인으로 삼는 참사는 물론 마지막 남매를 덮치는 죽음의 요소로 다름 아닌 작은 동전을 사용하는데, 이는 영화 내에서 작은 요소라도 큰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일종의 나비효과를 암시함과 동시에 이토록 작은 동전이라도 누군가의 끔찍한 최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전편들과의 연결점도 만들어내며 수미상관을 장식한다. 무엇보다도 이 연결점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본편의 장의사 '윌리엄 블러드워스'로 꾸준히 시리즈에 등장하며 마스코트 역할을 했던 이가 5편에 이어 그 정체의 비밀을 벗는 중요한 지점이 되기도 한다. 늘상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죽음의 법칙에 빠삭했던 것은 물론 늘 의미심장한 대사를 남겼던 그가 다름 아닌 오래 전 '아이리스'가 구해주었던 꼬마였으며 그녀와의 교류를 통해 죽음의 패턴을 연구했던 사람임이 해당 편에서 밝혀지게 된다. 암으로 투병 중이던 배우 토니 토드의 유작이기도 한 해당 영화를 통해 윌리엄은 25년동안 진행됐던 시리즈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메세지를 남긴채 그렇게 퇴장하게 된다. 너의 삶을 살아라. 죽음이 언젠가 당신을 쫓아올지라도.
죽음은 망토를 비롯한 그 어떤 외피도 쓰지 않지만 확실하게 해당 시리즈에서 슬래셔 물 속 살인마와 같은 역할을 한다. 주인공을 끊임없이 추격하며 끝내 비참한 죽음에 이르게 한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시리즈가 다른 장르 영화들에 비해 그 누구보다 강렬한 기억을 선사하는 것은 초반에 묘사되는 사고뿐만이 아닐 것이다. 실체가 없는 죽음이 너무나도 공평하게 우리 모두를 죽음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순서나 죽음을 속이는 등의 소재적 법칙을 제외하면 모두가 한 번쯤은 영화를 보며 두려워했을 우리의 방어 기제가 만들어낸 상상의 끔찍한 죽음들이다. 영화는 이러한 죽음이 극단적으로 가까운 이들을 조명하며 불안에 떨고 도망치고 더 나아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이들을 보인다. 덩달아 그들의 모습에 불안해질 필요 없다고 영화는 역설적이게도 말한다. 사실 이 모든 것은 당신의 삶을 살아가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일 뿐이라고 말하며 윌리엄은 아주 멋지게 그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난다. 초반 '스테파니'가 살아남은 '아이리스'와 대면했을 때 느꼈던 것은 단순 어색함 뿐이 아니었을 것이다. 죽음을 오랫동안 피하기 위해 도망치고 경계하는 삶은 과연 아이리스, 그녀의 삶이었을까? 혹시 죽음의 삶은 아니었을까. 아이리스는 다름 아닌 처음 보는 손녀에게 이것이 진짜임을 알리기 위해 도망을 포기한다. 불행하게도 그녀는 스테파니를 위했지만 죽음의 삶을 물려준 셈이나 다름 없다. 피할 수 없는 것에 저항하는 인물들을 보며 우리가 진짜 집까지 가져가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삶이다. 죽음이 주는 불안이 당신을 지배하지 않도록 그저 삶을 살아가라고 영화는 말한다. 그것이 곧 죽음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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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별점 및 한 줄 평
11:36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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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영화감독이 오랜만에 만난 그의 딸과 함께 인테리어 디자인하는 여자의 건물을 찾는다. 딸이 인테리어 디자인을 배우고 싶어 해서 그녀에게 도움을 얻기 위해서다. 디자이너는 직접 고친 그 4층 건물의 소유주이고, 자기가 어떻게 고쳤는지 보여주고 싶어 한 층씩 두 사람을 데리고 올라간다. 각층의 방을 다 열고 들어가 보는 세 사람. 그렇게 시작한 영화는 그리고 나서, 이제 다시 밑에서부터 한 층씩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