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0932023-12-07 21:48:08
영화 암수살인 결말 줄거리 등장인물 실화 리뷰 | 김윤석 주지훈 주연
7개의 살인자백
영화 암수살인을 아시나요?!
얼마 전 tv에서 하는 영화 암수살인을 보고
자연스럽게 끝까지 보게 되는 마력의 영화
실화를 다루고 있는 영화 암수살인은
'그것이 알고 싶다'와 '꼬꼬무'에서 이야기를
다루며 한 번 더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된 영화
그럼, 영화 암수살인 리뷰 시작해 볼게요.
기본 정보
장르 : 범죄, 스릴러
감독 : 김태균
각본 : 곽경태
출연진 : 김윤석, 주지훈
개봉일 : 2018년 10월 03일
평점 : 8.58
스트리밍 : tvN, NETFLIX, Wavve, Watcha, Coupang
기획 의도
“일곱, 총 일곱 명 입니다. 제가 죽인 사람들예.” 수감된 살인범 강태오(주지훈)는 형사
김형민(김윤석)에게 추가 살인을 자백한다.
형사의 직감으로 자백이 사실임을 확신하게 된
형민은, 태오가 적어준 7개의 살인 리스트를 믿고
수사에 들어간다. “이거 못 믿으면 수사 못한다.
일단 무조건 믿고, 끝까지 의심하자.” 태오의
추가 살인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암수사건.
형민은 태오가 거짓과 진실을 교묘히 뒤섞고
있다는 걸 알게 되지만 수사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가오는 공소시효와 부족한 증거로
인해 수사는 난항을 겪게 되는데…
"이거 못 믿으면 수사 못한다.
일단 무조건 믿고, 끝까지 의심하자."
태오의 추가 살인은 신고도, 수사도 없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암수범죄!
형민은 태오가 거짓과 진실을 교묘히 뒤섞고
있다는 걸 알게 되지만 수사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가오는 공소시효와 부족한 증거로
인해 수사는 난항을 겪게 되는데..
등장인물
김형민 | 김윤석
형사3팀 경사
동기들은 모두 진급했으나
혼자만 말똥을 못 달고 있다.
몇 년 전 뺑소니 사고로 아내를 잃고, 아버지가
사업체를 운영하고 본인도 가진 지분이 있는
금수저로, 이를 물려받아 건실히 관리하는
형 덕분에 고급 세단을 몰고 골프를 치러
다니는 윤택한 삶을 살고 있다.
강태오 | 주지훈
택시 기사
김형민에게 조금씩 정보를 주면서 재판의
흐름을 본인이 쥐려고 하고 있으며, 7개의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체포 후 프로파일러의 사이코패스
감정에서 감정 불가 판정을 받았다.
여담
영화 제목의 암수살인의
암수란?
인지되지 못한 것을 뜻한다.
즉, 피해자들이 단순 실종이나 스스로 행적을
감추었다고 판단되어서 살해 당했다는
사실도 알려지지 못한 살인사건.
한국범죄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사이코패스와 형사의 감성팔이 영화가 아닌,
실화를 다루고 있어 무게감이 있는 작품입니다.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
평론가와 관객 모두에게 높은 점수를 받으며
영화의 흥행과 더불어 각종 수상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탄탄한 작품입니다
후기 및 결말
영화 암수살인 결말
범인 강태오(주지훈)은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다른 교도소 이감되는 버스 안에서 초점 없는
눈으로 바깥을 응시합니다.
아직 범죄를 다 밝히지 못한 김형민(김윤석)은
빼곡하게 기록한 노트를 열어 어느 한 작은
마을에 방문하여 휴대전화의 마지막 발신
위치를 보여주며 아직도 밝히지 못한 사건들을
끝까지 추적하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보통 수사범죄 영화에는 피해자의 초점 혹은
박봉 형사의 허덕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클리셰를 완전히 깨는 작품이다.
두 사람의 끝없는 심리싸움과
아직 밝혀지지 않은 범죄가 또 있지 않을까라고
관객들에게 질문을 하고 있어 몰입하며
보기에 더욱더 매력적인 작품이다.
한줄평 :
"내가 이런 악마가 된 이유는,
너희처럼 무능한 경찰이 그때
나를 못 잡았기 때문이라고!"
-영화 암수살인 대사中-
Relative contents
-
- #톰과 제리 / Tom and Jerry, 2021
0. 경기력은 갖췄다면...
야구, 축구, 그리고 농구 같은 스포츠와 달리 "프로레슬링"은 경기력만으로 풀어가는 스포츠가 아닙니다.
거의 대명사급 "WWE"의 마지막 약자 "E"가 "오락"을 뜻하는 'entertainment'인 것을 생각하면, 접근하기가 어려운 스포츠인데요.
그런 점에서 영화 <톰과 제리>는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요?
먼저, 이들이 구사하는 "스턴트" 즉, 경기력에 있어서 이들에게 뭐라고 하는 이들은 없을 겁니다.
다만, 이들의 문제는 "프로모"를 찍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프로레슬링"은 여느 스포츠와 다르게, 합이 존재하는 데 이를 "스토리"라고 말합니다.
주로 "왜, 이들이 붙는가?"에 대한 동기인데, 1940년부터 나온 <톰과 제리>에서 이들이 붙는 경위는 돌고 돌아 "먹이 사슬"에 의한 본능이었습니다.
이에 이들에게 마이크를 쥐여줄 수도 있겠지만, 이들이 말하는 것에 이미 실패를 본 적이 있기에 이번 영화는 이를 "클로이 모레츠"를 비롯한 인간 캐릭터들에게 맡기는데요.
과연, 이들의 엔터테인먼트는 어땠는지? - 영화 <톰과 제리>의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마다 꿈을 안고 뉴욕에 도착한 "톰"과 "제리"는 만나자마자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데요.
그러다가, 한 호텔에 입성한 "제리"는 그렇게 꿈꾸던 내 집 마련에 성공하나 "호텔"의 입장에서 쥐가 돌아다니는 것은 반갑지 않는 소식인데요.
이에 "카일라"는 "톰"과 함께 "제리"를 호텔 바깥으로 내보내려 계획을 짜지만, 번번이 막히고 마는데...
TV와 스크린은 많이 다르죠?
1. 그저, 실현이 외관에 그치지 않는다.
먼저, 영화 <톰과 제리>의 실사화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명탐정 피카츄2019>과 <수퍼 소닉2020>의 영화 제작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문제는 이를 어떻게 실현시킬지는 영화 외적으로 가장 이슈였습니다.
특히, <수퍼 소닉>은 개봉일을 연기하면서 디자인을 전면 수정하는 일까지 일어났으니 이는 가벼이 넘길 일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톰과 제리>는 기존 영화들이 "진짜"에 가깝게 만들었다면, 기존 작품에 있는 것을 꺼내오기로 선택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클로이 모레츠"를 비롯한 사람들과 건물과 같은 공간들은 그대로 두고, "톰과 제리"를 비롯한 동물들은 그대로 애니메이션과 유사하게 영화는 전개하는데요.
어색하게 보일 법도 하지만, 이는 되려 장점으로 적용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질감 없는 모습도 있겠지만, 이 영화의 액션도 이에 적지 않는 영향이 미칩니다.
기존 작품들을 본 팬들은 알겠지만, 단출한 제목에 비해 이 영화가 꺼내는 액션의 수위는 꽤 있습니다. 앞에서 "WWE"가 "의자"와 "오함마(?)", "사다리", 그리고 "테이블"이 전부라면 <톰과 제리>는 미사일까지 나오는데요.
이처럼 극 중 프라이팬에 맞게 몸이 변형되거나 번개에 맞는 것을 생각하면, 영화의 실사화는 캐릭터의 외관 말고도 액션에도 큰 영향이 있음이 확인될 겁니다.
2. 여전한 실력과 진화된 동작들
흔히, "프로레슬링"에서 선수들이 자신의 승리를 확정시키는 기술을 "피니시"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주 쓰는 기술을 "시그니처 무브"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톰과 제리>의 피니시와 시그니처 무브가 무엇인지를 확인해봐야겠죠?
그런 점에서 영화는 기존 작품을 따라 하면서도 시대에 맞게 변형시켜 자신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 확인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톰과 제리"의 효과음이 클래식 음악에 맞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기존 작품에서 몇몇 효과음과 음악에 맞게 액션을 취하는 것이 <톰과 제리>가 자주 선보이는 모습입니다.
이전 작품이 "클래식"에 한정되었다면, 이번 <톰과 제리>는 시대가 바뀐 만큼 "R&B"와 "힙합"같은 비교적 최신 트렌드까지 반영해 처음 보는 관객들에게도 흥미를 일깨웁니다.
이외에도 함정을 이용한 모습들도 종종 보여주는데요.
초반 공원에서 "제리"가 보여주는 주먹이나 문 뒤에 있는 "스파이크", 그리고 쥐덫을 이용한 장면들은 저와 같은 올드팬들에게 예우를, 새로운 팬들에게는 관심을 충분히 이끌만한 장면이라 생각할 만큼 좋았습니다.
3. 마이크를 쥐여주면 안되는 건가...
이렇게, 외관과 액션에서 합격점을 받은 <톰과 제리>의 입담은 어땠을까요?
결과부터 말하면, 경기력에 비하면 형편없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근데, 이런 문제는 이전 시리즈에서도 확인이 된 겁니다.
그렇기에 "카일라"를 맡은 "클로이 모레츠"를 매니저 삼아 이를 대체하려 한 건데, 그마저도 신통치가 않습니다.
영화 <톰과 제리>가 관객들에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갈등"입니다.
이를 "클로이 모레츠"와 "마이클 페냐", 그리고 "톰과 제리"까지 각각의 입장 차를 보여주며, 각 캐릭터들을 연결 지어 다른 에피소드로 흥미롭게 전개하는데요.
하지만 후반부 "카일라"가 "톰과 제리"의 말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신기하게 쳐다보는 직장 동료처럼 관객들도 그렇게 바라보게 될 만큼 급박스럽게 얘기됩니다.
비록, 영어를 할 줄 아는 동물들은 아니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영화 <톰과 제리>가 무엇을 말하려는지는 굉장히 쉬운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알아듣지 못하는 건 이를 연결 지으려는 솜씨가 "메주"라는 것인데, 이런 이유에는 갈등을 빚어냈던 인물들이 너무 쉽게 힘을 합친다는 것입니다.
"톰과 제리"를 비롯하여 "카일라"와 "테렌스"도 극과 극의 캐릭터임과 동시에 이야기 내내 갈등을 비치는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이내 화해하니 흔히, 말하는 선역과 악역이 어쩔 수 없이 힘을 합치는 클리셰가 쉽게 성사되니 아쉬움이 컸습니다.
4. 자막을 읽지 말고, 더빙으로 들어라!
그럼에도 이번 <톰과 제리>의 2회차는 저번 1회차보다 더 만족스러운 느낌입니다.
그 이유에는 아는 만큼 보이는 장면들입니다.
"디즈니랜드"를 염두에 둔 "쥐들의 세상"이라는 단어에 "저작권"을 의식하는 대사나 극 중 초반 톰이 지하철에 올라오는 간판에 "조커"가 있다거나 "배트맨"을 대사나 장면에서 보여주는 오마주가 상당히 많았는데요.
이외에도 "한니발 렉터"를 연상하는 강아지의 모습은 "씨네필"들의 2회차를 유도하기에 충분할 겁니다.
그리고 "더빙"에 대한 만족감이 큽니다.
이전 1회차가 4DX로 몸이 바쁜 것도 있지만, 자막으로 보아 눈도 그에 못지않게 많이 바빴습니다.
근데, 자막의 문장들이 가독성이 자연스럽게 떨어지지 얹아 이를 되짚으니 영화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었는데요.
하지만 번 더빙은 대사들을 "구어체"로 번역해야 하기에 진짜 대화하는 느낌이라 의미 전달이 이전 자막보다 더 좋았습니다.
오히려, <톰과 제리>를 재밌게 보시려면 "더빙"을 보실 것을 꼭 추천하는 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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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르시아어 단어에 아로새긴 2,840개의 이름
외국어 학습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말 하나를 더 배웠을 뿐인데, 삶의 너비가 달라지거든요. 대화하고 교류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수만큼 늘어나는 기분은 뿌듯함 그 이상입니다. 제가 직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태국어 공부를 몇 년째 계속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 있지요. 그런 제가 어찌 <페르시아어 수업>이라는 제목을 보고 끌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저는 사유에 깊이를 더하는 영화를 사랑합니다. <페르시아어 수업>은 사랑해 마지않는 올해의 영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요. 이 작품은 페르시아어를 배우는 독일군 장교와 살기 위해 페르시아인이 된 유대인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한동안 몇몇 장면들이 불쑥불쑥 떠오르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장면의 의미를 추론해내려 애썼죠. 지금부터 지난 며칠간 마음속에 묵혀두었던 이 영화에 관한 몇 가지 생각을 나눠보겠습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12월 7일(수)에 진행된 <페르시아어 수업>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페르시아어 수업>은 2022년 12월 15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
페르시아어 수업
Persian Lessons
독일의 패배와 함께 막을 내린 제2차 세계대전, 나치는 수용소의 모든 기록을 불태웠습니다. 하지만 수용소를 거쳐 간 사람들을 기억하는 한 생존자가 있습니다. 그는 무려 2,840명의 이름을 기억합니다.
그의 이야기는 1945년으로부터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유대인 '질'은 강제로 끌려가던 독일군 트럭 안에서 굶주림에 지친 한 유대인에게 샌드위치를 건넵니다. 그는 허겁지겁 샌드위치를 먹어 치우지만, 샌드위치의 효용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군이 트럭 안의 유대인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모조리 죽여버렸거든요.
그런데 '질'은 총격 속에서도 운 좋게 살아남습니다. 그의 생존을 눈치챈 독일군은 다시 총을 집어 들죠. 바로 그때, '질'이 샌드위치의 대가로 받은 페르시아어 책을 보여주면서 외칩니다. "저는 유대인이 아니에요. 페르시아인입니다!" 이렇게 '질'은 목숨을 건집니다. 우연히 얻은 페르시아어 책과 우연히 빗나간 총알 덕분에요. 그렇게 그는 페르시아어를 배우길 원하는 독일군 대위 '코흐'와 만납니다. 가짜 페르시아인이 된 '질'은 매일 '코흐'에게 일대일로 페르시아어 단어를 가르치게 됩니다. 전쟁이 끝나는 1945년까지 말이죠.
영화의 초반 십여 분을 글로 정리했을 뿐인데, 앞으로 유대인 '질'이 겪을 고난과 역경에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이렇듯 페르시아어를 배우는 독일군과 가짜 페르시아인이 된 유대인이라는 인물 설정은 시작과 동시에 이야기에 서스펜스를 엮어 넣습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쉬울지 몰라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페르시아어 수업>은 그 어려운 일을 시작부터 훌륭하게 해냅니다.
◉ ◉ ◉
누구나 그럴싸한 외국어 단어는 쉽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렇게나 뱉어낸 말을 외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죠. 수용자 명부 관리와 식사 배급을 담당한 '질'은 가짜 페르시아어를 암기하기 위해 수용자들의 이름을 차용해 새로운 단어를 만들기로 합니다. 그는 수용자 명부를 사전 삼아 단어를 만들고, 식사 배급을 위해 수용자들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 뜻을 되새깁니다.
"지겨워서요. 두려운 게요." <페르시아어 수업>에서 제가 꼽는 가장 인상적인 대사입니다. 영화 내내 우리는 '질'의 분투를 목격합니다. '빵'과 '나무'를 같은 단어로 번역해 '코흐'의 의심을 살 때, 자로 교묘하게 가려진 수용자 명부에서 '질'이 만들어낸 가짜 페르시아어 단어가 보일 때, 우리는 '질'이 느끼는 불안감과 긴장감, 그리고 두려움을 함께 경험합니다.
'질'은 저 말을 뱉은 뒤, 다음 날 수용자 학살이 자행되는 수용소로의 이동을 선택합니다. 도대체 얼마나 두려워야 차라리 죽고 싶은 마음이 들까요? <페르시아어 수업>은 단 두 마디의 말로 삶이 죽음보다도 처절했던 그때의 비극을 오롯이 설명해냅니다.
◉ ◉ ◉
독일군 대위 '코흐'는 아마 몰랐을 겁니다. 그들만의 언어가 상상 이상의 유대감을 형성하리라는 것을요. '질'을 향한 '코흐'의 특별 대우는 독일군 내에서도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코흐'는 꿋꿋이 '질'을 보호합니다. 그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입을 옷을 줍니다.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다른 수용소로의 이동을 막고, 모든 수용인을 총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을 때도 '질'을 구해주죠. 두려움에 하루하루 시들어가는 '질'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고, 자신을 직함 대신 이름으로 부르라고 말하는 장면은 심지어 다정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두 사람만의 언어로 대화하고, 시를 지어 '질'에게 읊어주는 장면 또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요.
'코흐'는 독일군 장교이긴 하지만, 독일군 사이에서도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요리사 출신의 조리병입니다. 그런 그에게 '질'은 둘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됩니다. 이렇게 피어난 애정은 결말에 다다라 테헤란 공항에서 맞닥뜨릴 '코흐'의 절망을 극대화합니다. 테헤란 공항에야 비로소 자신이 배운 언어가 페르시아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코흐'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얼마나 절망스러웠을지는 모르지만, '질'을 비롯한 유대인들이 느꼈을 절망에는 절대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왜 자꾸만 그가 불쌍하게 느껴졌을까요? ‘왜 이런 마음이 들지? 잊지 마, 그는 나치라고!‘ 아무리 되뇌어봐도 밀려드는 동정심을 막기가 어려웠습니다. 원래 요리사였던 '코흐'는 전쟁 이후 테헤란에서 독일 식당을 열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테헤란에 사는 동생을 향한 애정도 가득했죠. 그는 꿈을 위해 밤마다 침상에서 페르시아어 단어를 외웠습니다. 식당을 차리려고 한다는 소박한 꿈도, 동생을 향한 애정도, 열심히 언어를 공부하는 모습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나치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런 그가 가혹한 결말을 맞이하니 저도 모르게 동정심이 생겼던 겁니다.
그 밖에도 <페르시아어 수업>에는 나치군의 인간적인 모습이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그들은 우리 주변에 충분히 있을 법한 사람들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함께 소풍을 떠나고, 노래를 부르고, 서로 사랑하고, 헤어지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모함하고, 실수를 저지르고, 사과를 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가 아니었어요. 단지 잘못된 신념이 그들을 악마로 만들었을 뿐이죠.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공포, <페르시아어 수업>은 인간의 보편성을 강조함으로써 유대인을 가차 없이 짓밟는 나치의 잔인함을 부각합니다.
◉ ◉ ◉
<페르시아어 수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우리도 어쩌면 악마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 속 독일군 ‘코흐'도 길거리에 서 있던 나치가 멋져 보여서 입당한 것이라고 고백한 것처럼요. 빠르게 흐르는 강물은 거슬러 올라가기 어렵듯이 시류 역시 거스르기가 힘드니까요. 거센 흐름에도 인간의 도리를 저버리지 않고 굳건히 버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페르시아어 수업>과 같은 영화는 재현의 방식으로 우리를 계속해서 생각하게 합니다. 그 시절의 아픔과 고통을 잊지 않도록, 늦었지만 피해자와 희생자의 안녕을 영원히 기원하도록 말이죠.
Summary
페르시아어를 배우기 원하는 독일군 장교 ‘코흐’. 살기 위해 페르시아인이라고 거짓말을 한 유대인 ‘질’. ‘질’은 살아남기 위해 '코흐'에게 가짜 페르시아어를 가르치고 매일 밤 거짓으로 단어를 만드는데··· (출처: 씨네21)
Cast
감독: 바딤 피얼먼
출연: 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 라르스 아이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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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져도 끝나지 않는 잔혹한 어른들의 게임
오징어 게임 (Squid game, 2021)
개봉일 : 2021.09.17 (넷플릭스 공개)
감독 : 황동혁
출연 : 이정재, 박해수, 오영수, 위하준, 정호연, 허성태, 아누팜 트리파티, 김주령
해가 져도 끝나지 않는 잔혹한 어른들의 게임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까지. 매번 다른 느낌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황동혁 감독의 신작 <오징어 게임>이 9월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채 삶의 끝에 서있는 456명의 참가자와 인생을 완전히 뒤바꾸고도 남을 천문학적인 액수의 상금 456억. 수많은 참가자들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굶거나 빚쟁이에게 찔려 죽느니 목숨 걸고 인생 한번 바꿔보자며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건다.
한 사람당 1억. 최후의 1인에겐 456억. 누가 이런 서바이벌을 벌였는진 알 수 없지만 참가자들은 머리 위로 쏟아지는 돈다발에 “이건 진짜다.”라는 믿음을 얻는다. 옆에 누워있는 참가자는 믿을 수 없지만 돈만큼은 착실하게 믿는 것이다. 그리고 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믿지 못할 경쟁자들은 모두 제거해야 한다며 공격성을 내비치기 시작한다. 이 게임에서 죽는 게 나만 아니면 되니까. 생판 모르는 이의 목숨 vs 추가되는 1억 + 나의 생존 중 어떤 걸 선택하겠냐고 묻는다면 당연 후자가 아닐까.
<오징어 게임>은 황동혁 감독이 2008년에 구상하고 2009년에 쓴 이야기다. 당시 일본 서바이벌 물인 <라이어 게임>, <배틀 로얄>과 같은 작품들을 보며 서바이벌 물의 요소를 한국적으로 접목해 내기 위해 고민한 결과로 탄생한 것이 <오징어 게임>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약간의 각색이 더해지긴 했지만 이런 소재를 10여 년 전에 이미 모두 구상해놨다는 사실을 들었을 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쉬웠다. 그 당시에 바로 제작이 됐다면 지금보다 더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그 사이에 영화 <헝거게임>이나 웹툰 <머니게임>처럼 돈과 명예를 건 서바이벌 물들이 지나간 후라 서바이벌 물 자체의 신선함은 조금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오징어 게임>은 아이들의 게임을 재해석하는 방법으로 다른 서바이벌물들과 차별화를 둔다. ‘극한의 공포 속에서 게임 참여자들은 서로를 의지하다가도 한순간에 의심하고 배신하고 결국엔 서로를 해하게 된다.’는 서바이벌 물 특유의 심리적 공포는 똑같이 존재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다른 서바이벌 물들과 다르게 조금 더 단순하고 귀여운 게임을 반복한다. 어릴 적 골목에서 친구들과 했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게임들 말이다. 9편으로 구성된 시리즈엔 총 6종류의 추억의 게임이 등장하는데, 어떤 게임이 나오는지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전부 언급하지 않겠다.
이 시리즈의 차별점이자 가장 큰 매력은 낯설고 아기자기한 세트장과 디테일한 요소들이다. 강박증이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 만큼 완벽하게 딱 떨어지는 각진 물건들과 진짜 같은데 가짜 같은 공간들이 담고 있는 무게감, 그리고 눈에 딱 들어오는 일꾼들의 핑크색 슈트와 선물 상자처럼 포장된 관들. 기계처럼 움직이는 일꾼들이 만들어내는 동작의 흐름들이 주는 묘한 분위기가 특히 만족스러웠다. 내용은 아름답지 않지만 눈에 담긴 세트장은 빈틈없이 마음에 들었다.
서바이벌 물 특유의 설정들과 게임의 일부로 인해 앞서 나온 여러 작품들과 비교되며 표절 논란을 함께 안고 가고 있지만 작품 자체가 완전한 표절이라고 말하기엔 애매한 부분들이 있다. 장르적 특성과 플래그, 일부 장면과 소재를 모두 독창적, 독보적으로 구성하기엔 이미 서바이벌 장르가 쌓아온 이미지와 개념, 시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는 사람의 심리라는 틀이 있기에 앞선 작품들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무조건 욕하기보단 개인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오징어 게임>은 간단한 룰로 이뤄진 추억의 게임들을 돈과 목숨을 건 피 튀기는 생존 게임의 주제로 이용하며 어릴 적 우리의 모습, 어른이 된 우리의 모습의 간극에서 오는 아이러니를 끌어올린다. 어릴 땐 친구들과 골목에서 웃으며 게임을 하던 아이들이 어느새 어른이 되어 인생 한번 뒤집어보겠다고 피 흘리고 절규하며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이 씁쓸하고 슬플 뿐이다. 그때는 술래가 되거나 게임에서 져도 딱밤 한방이나 인디언 밥 한 번이면 패자 벌칙으로 충분했는데 이 게임에서 탈락하면 무조건 죽는다. 탈락한 자는 죽는다는 게임 특성상 아무래도 잔인한 장면들이 다소 많이 등장하긴 한다. 총으로 사람을 쏘거나.. 사람의 신체가 망가진다거나. 많이 고어한 편은 아니지만 반복해서 노출되다 보면 거부감이 들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라겠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목숨을 걸고 참여하는 게임 속 약육강식의 법칙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들은 초대장을 받고 자신의 손으로 참가를 결정한다. 사람들이 우수수 죽어 나가는 걸 보면서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갔던 참가자들은 현실에 떠밀려 대부분 다시 게임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최후의 1인이 내가 될 수도 있다며 확률을 계산하고, 그 확률을 높이기 위해 이기심과 폭력성을 여과 없이 내보인다. 사람이 많아지면 당연히 무리가 생기고, 권력을 잡는 힘센 무리가, 나쁜 무리가, 그에 대응하는 착한 무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생존이라는 본능 앞에서 사람의 심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기 위해 어떤 행동까지 벌일 수 있는지. 추악하고 추잡한 본능의 단면을 제대로 훔쳐본 기분이었다. 근데 웃긴 건 왠지 이해가 가더라는 것이다. 나도 살아남기 위해선 충분히 그들처럼 행동했을지도..
게임의 참가자들은 게임장 입소에 앞서 똑같은 옷과 신발을 신고 이름 대신 번호를 부여받는다. 이들은 게임장의 위치도 모르고 당장 다음에 펼쳐질 게임 종목도 알 수 없고, 옆에 서있는 참가자의 이름도 알 수 없다.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게임을 컨트롤하는 사람들은 참가자들의 모든 걸 알고 있다. 이름, 나이, 사는 곳, 학력, 특이사항을 포함해 이들 인생의 대부분을 알고 참가자들 머리 위에서 이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즐거움을 느낀다.
가면에 그려진 도형과 가면의 종류에 따라 철저한 계급제로 운영되는 오징어 게임이란 작은 사회에서 참가자들은 얼굴과 몸을 속절없이 노출한 채 장난감으로 전락하고 만다.
* 이 게임에선 가면에 그려진 도형의 각이 많을수록, (네모>세모>동그라미), 상급자의 개념인 듯하다. *
끝나지 않는 게임에 대한 피로도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무력한 참가자의 모습이 우리 모습과, 무한히 경쟁해야 하는 게임이 우리 사회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같이 살자”고 말할 여유도, 그런 약속을 지킬 여력도 없이 이기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지쳐버린 우리들. 그리고 465명 중에 1등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최후의 1인을 가리기 위해 자비 없이 반복되는 게임들. 이 게임은 지옥이라 불리는 우리 사회의 일부분을 아주 크게 확대해 놓은 듯한 모습이다.
일부 후기들에선 반복되는 잔인한 장면들, 다소 느리게 느껴지는 전개에 대한 아쉬움을 볼 수 있었는데, 6번의 게임을 지나다 보면 다소 피로감이 몰려오는 건 사실이다. 단순한 게임이지만 믿었던 이들이 서로를 배신하고, 결국엔 1명만이 남아야 한다는 룰 아래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는 긴장감과 허탈함의 반복이 주는 감정 소모가 굉장하다. “이렇게까지 해야 해? 예상은 했지만 진짜 싫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생존 게임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함께 지쳐간 기분이었다.
이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어릴 때 친구들과 골목길에서 하던 게임들은 해가 질 때쯤, 엄마의 “얘들아, 밥 먹어~”라는 말과 함께 끝났는데, 고립된 섬 안에서 펼쳐지는 생존 게임에 참여한 이들에겐 게임을 중지시켜줄 사람이 없다. 주최자들은 “참가자 과반수가 동의하면 게임을 중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걸었지만, 참가자들은 머리 위에 쌓인 돈을 포기하지 못한다. 말려줄 사람도, 욕심을 포기할 사람도 없다.
한낮에 시작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부터 밤처럼 어두운 세트장에서 치러진 징검다리까지, 하늘은 점점 어두워져가는데 생존에 대한 긴장감을 놓을 틈이 없다. 게임 주최자들은 여러 극한의 상황들을 연출하며 참가자들을 몰아가고, 차후엔 제발 극단적인 선택을 하라며 부추기기까지 한다.
게임 안의 인물들
돈과 생존이 달린 게임 앞에서 사람들은 조금씩 변화한다. 마지막까지 남은 주인공 기훈과 상우, 새벽이 그 변화를 가장 크게 보여주는 인물이다.
새터민 새벽은 아무것도 없이 동생과 덩그러니 남겨진 세상에서 엄마를 데려올 돈을 모으기 위해 거친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새벽은 아무도 믿지 못한다. 게임의 초반, 새벽은 어떤 무리에도 끼지 않으려 하지만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는 기훈에게 마음을 열고 마지막 순간엔 기훈에게 동생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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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우는 <오징어 게임>의 최고 브레인이다. 서울대 수석 입학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그는 정형화된 지략가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생존에 있어 가장 계산적인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오징어 게임>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왔던 인물은 상우였다. 상우는 처음 게임에서 쫓겨나왔을 때 알리에게 차비를 빌려주거나 달고나 게임 직전 우산을 고른 기훈에게 게임 종류를 말해줘야 할지. 같은 양심적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이기적으로 변한다. 자신을 믿은 알리를 배신하고, 부상을 입은 새벽을 찌르고 끝내 마지막 게임에선 기훈에게 칼을 휘두른다. 그는 보통 선하게 설정되는 주인공(기훈)의 편에 함께하면서도 생존을 위한 이기심을 숨기지 않는다.
마지막 게임에서 상우는 기훈에게 우승을 양보하며 죽음을 선택한다. 이 선택은 기훈에 대한 믿음, 사과의 의미 50%와 허공에 돈이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결단 50%가 합쳐진 일부 계산적인 행동이 아니었을까 싶다.
기훈은 약삭빠르기보단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다. 가족도, 동료도, 어머니도, 내 인생도 챙기고 싶었기에 무엇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한 그는 엉망이 된 인생을 되돌리기 위해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다. 그는 약자인 1번 일남과 혼자인 새벽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게임 안에서 경쟁자가 된 상우에게도 옛 추억을 얘기하며 적대감을 하나도 내비치지 않는다.
좋게 말하자면 살육 게임 안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는 선인. 나쁘게 말하면 바보 같은 오지라퍼. 그런 상우가 변하게 된 건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상우가 죄책감 없이 사람을 죽인 순간부터였다. 마지막 만찬을 끝내고 칼을 집은 상우를 경계하던 기훈은 새벽의 죽음과 함께 방어와 공생이 아닌 공격을 선택하게 된다. 6번째 게임인 오징어 게임에서 공수를 결정하라는 질문에 ‘공격’이라 답하는 기훈의 대사로 그의 확고한 심경 변화를 느낄 수 있다.
1화의 시작, 기훈과 상우가 오징어 게임을 하는 장면이 나오고 9화에선 어른이 된 두 사람이 생존을 건 싸움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함께 골목을 뛰놀고 서로를 의지하며 자란 기훈과 상우가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몰리게 된 걸까. 문득 슬퍼지는 장면이었다. 기훈과 상우는 서로에 대한 믿음을 잃지만 마지막 순간엔 다시 떠오른 추억과 기훈의 결단으로 둘의 사이가 잠시나마 회복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와버린, 너무 많이 변해버린 두 사람은 함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지영의 말대로 “6.25이후 최대의 비극”같은 게임이었다.
게임 밖의 인물들
<오징어 게임>은 잔인하다. 자의로 참가하긴 했지만 어쨌든 돈과 생존을 필사적으로 바라는 참가자들을 마치 게임 말처럼 게임판 위에 올려두고 관찰하고, 가볍게 죽인다. 참가자들은 게임 내에서 서로의 이름과 추억을 나누며 나름의 동료애와 우정을 쌓아가지만 주최자들은 극적인 게임 연출을 위해 그 심리마저도 이용한다. 아침이 지나고 해가 져갈 때쯤, 이제 거의 끝나간다고 생각될 때쯤 주최자들은 가장 가까운 사람과 1:1 게임을 붙여 참가자들의 작은 위로와 희망마저 빼앗는다.
그리고 가장 잔인한 건 게임에 함께 참여한 일남의 존재다. 구슬치기 게임을 하며 양심의 가책과 일남을 잃은 슬픔에 절어있던 기훈을 농락하듯 게임이 끝난 후 1년, 일남은 다시 기훈에게 카드를 보낸다. 일남이 게임에 참가한 이유는 돈이 없어서, 삶이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보는 것이 하는 것보다 더 재밌을 수가 없지.”
그저 인생의 재밌는 것이 없어 참여했을 뿐, 기훈은 목숨을 지키기 위해, 일남을 지키기 위해 진심을 다했는데, 일남은 그저 재미 때문에 게임을 열고, 게임에 참가한다. 되짚어보면 일남은 누가 봐도 불리한 상황임에도 큰 걱정 없이 게임을 해왔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할 땐 걱정 없는 아이 같은 표정으로 선두로 뛰어나갔고, 구슬치기 게임에선 미련이 없다는 듯 기훈에게 구슬을 양보한다. 그리고 참가자 간 큰 싸움이 벌어지던 날 밤. 일남이 높은 침대에 올라가 “그만해, 나 너무 무서워!”라고 소리치자 프론트맨은 이내 스페셜 게임의 중지를 선언한다.
일남이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목숨이 달린 게임의 승리를 기훈에게 양보할 수 있었던 것, 그가 무섭다고 소리치자 상황이 종료되었던 것은 일남은 게임에서 지더라도 생명을 잃지 않기 때문에, 통제 못할 상황에서 일남이 생명을 잃는 걸 방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6화 깐부 에피소드에서 일남이 기훈에게 구슬을 양보하며 두 사람 사이의 믿음과 우정을 보여주는 장면에 울컥하긴 했으나 차후에 일남이 보여준 그 행동이 전혀 아름다운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결국 양심을 잃어버린 기훈의 모습에 대한 만족도를 구슬로 표현한 것일 뿐, 그 구슬 안에 담긴 진심이 무엇이었을지.. 더 이상 일남의 마음을 믿을 수 없었다. 생각해 보면 일남은 기훈을 가장 우습게 만드는 존재가 아니었던가.
<오징어 게임> 속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게임에 참가하거나 게임을 진행한다. 등장인물들 중 유일하게 게임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인물은 준호다. 경찰인 준호는 실종된 형이 남긴 명함과 기훈의 증언을 듣고 게임장 내부에 들어가게 된다. 그는 가장 용감하고 정의로운 인물이다.
준호는 주최자, 참가자, 외부인의 삼각 구도를 만들어 이야기의 흐름을 팽팽히 당겨낸다. 그리고 참가자들은 하나도 파헤치지 못한 오징어 게임의 비밀과 프론트맨의 정체를 밝혀내고 새로운 궁금증을 떠올리게 만든다. 차후 시즌 2가 제작된다면 준호의 생존 여부가 기훈에게 가장 큰 힘 또는 변곡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주최자들을 제외하고 그 해 오징어 게임에서 생존하거나 죽는 장면을 확실히 보여주지 않은 사람은 두 사람이 유일하니 말이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지킨 주인공
주최자들은 극한의 상황에서 참가자들이 서로를 죽이고 탈락시키는 장면을 기대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인간의 본성이란 이기심과 공격성이다. 기훈은 게임 내내 동료라 생각되는 인물들을 챙겼으며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상우를 살리기 위해 게임을 중단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이 끝나고 상금을 받았음에도 죄책감과 여러 감정들로 인해 여전히 돈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일남은 남다른 우승자 기훈을 불러내 지나가는 사람들의 양심을 시험하는 마지막 게임을 제안한다. 하지만 기훈은 매번 일남과 주최자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타인에 대한 믿음과 인간성을 지키고 일남과의 게임에서도 승리한다. 그는 인간들의 밑바닥을 훑으며 즐거워하던 주최자들에게 커다란 한방을 먹이고 이 게임의 진정한 승자가 된다.
이 게임은 정말 평등한 걸까
“게임 안에선 모두가 평등해.”
<오징어 게임>은 반복적으로 평등을 주장한다. 이들은 밖에선 한 번도 이기지 못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을 모두 똑같은 위치에 놓고 인생의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라며 참가자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이건 전혀 평등한 게임이 아니다. 참가자와 주최자의 위치는 하늘과 땅 차이고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끊임없이 위계질서가 형성된다. 참가자들은 생존이 걸린 게임에서 본능적으로 서로를 해치고 죽지 않기 위해 숨는다. 목숨을 건 무한 경쟁을 끝내는 방법은 생명이 다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주최자들은 이 게임이 결국 평등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참가자들의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습을 하나의 내깃거리, 구경거리쯤으로 소비한다. 애초에 각자 다른 신체능력과 지능, 게임에 대한 경험치를 가진 400여 명의 사람에게 똑같은 게임을 제안하는 게 어떻게 평등할 수 있을까. 주최자로서 편의를 확보한 일남, 뽑기 게임에서 라이터를 사용한 미녀와 덕수, 일남 덕분에 게임을 통과한 기훈, 장기 적출로 미리 게임을 알았던 참가자 등.. 열심히 포장했지만 결국 평등하지 않은 게임이었다.
만약 456억을 얻을 수 있는 인생 역전의 기회가 온다면, 그 기회를 꽉 잡겠는가? 묻는다면 나는 절대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일확천금의 커다란 기회라면 그걸 놓쳤을 땐 그만큼 잃는 게 많을 테니, 큰 도박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정말 내일 죽을 수도, 내일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또 다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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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가 끝난 이후 오랜 시간 가슴 속에 잔잔한 울림을 주는 작품
오랜만에 퀴어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영화 '미이라'와 '조지 오브 정글'에서 백치미를 선보였던 '브렌드 프레이저'가 기존의 연기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른 무게감이 깊은 캐릭터로 출연한다.
현재 극장가에서 개봉 중인 영화로 박스 오피스 20위, 관람객 평점 8.29, 누적 관객수 5.3만 명이다. 사무엘 D. 헌터의동명 연극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제 79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다.
시놉시스는 온라인 작문 교수 찰리는 8년 전 게이 연인과 사랑에 빠지며 가정을 버렸고, 그의 남자 연인은 그 후에 생을달리했고, 찰리는 심리적인 이유로 272kg이라는 거구가 된다.
영화는 비만에 대한 사람들의 혐오와 동성애라는 코드를 전면에 내세운다.
두 가지 코드 모두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들이며, 특히나 200 킬로그램이 훨씬 넘는 체중은 온라인 상에서도 자신의얼굴을 드러내기 곤란할 정도의 심리적 위축을 가져온다.
자신을 혐오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역겨운지' 묻는 그는, 한 순간 한 순간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하지만 기존의 가정 안에서 여성 아내와의 관계 안에서 낳은 딸은 그에게 있어 소중한 존재다. 이성과의 결혼 후 동성에게 끌리는 배우자를 보며 버려진 혹은 남겨진 아내의 심정과 어린 시절의 기억이 오롯이 남아 있는 딸이 바라보는 아버지, 그리고 그러한그들을 이 땅에서의 삶의 마지막 순간에 보듬고 안아주는 이의 심정.
남우주연상은 브렌든 프레이저가 받았지만,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극 중 비중있는 자들의 삶 역시 고통과 우울로 점철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되니 브렌든 프레이저는 그들을 대표해 받은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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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꾸만 달라지는 기대의 이정표
먼저, "산드라 블록"과 "채닝 테이텀"이 출연하며 악당으로는 본명보다 "해리 포터"로 더 많이 불렸을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나온다. (네이버 프로필 사진에도 "해리 포터"이다)
여기에 "브래드 피트"의 깜짝 출연까지 때아닌 극장의 가격 인상에 대한 대답으로 충분히, 납득할만할 라인업이다.
물론, 최근 극장에 비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걱정도 들기에 앞서 개봉한 북미의 반응부터 살펴보자!흥행부터 말하면, 개봉 첫 주 북미 박스오피스 1위와 함께 상영 4주차를 맞이한 지금도 박스오피스 3위권에 들고 있는 흥행작이다.
여기에 전문가 76%와 관객 85%의 반응은 충분히, 기대를 불러 모으기엔 부족함이 없다.
그렇게, 어제 20일에 개봉한 <로스트 시티>는 14,522명의 일일 관객 수를 불러 모으며 3위에 그쳤다.
무엇보다 문제는 네이버 관람객 평점(6.66)과 CGV 골든에그 지수(78%)로 가장 반응이 좋지 않다.1. 준비된 악당과 그렇지 못한 주인공의 불협화음
영화 <로스트 시티>는 어떤 작품인가?
소설이 진짜 보물 지도로 믿고 있는 악당 "에이펙스"에게 납치된 작가 "로레타"를 탈출시키려는 책 표지모델 "앨런"과 그의 명상 트레이너 "잭"의 탈출극이다.
물론, 모든 작품들이 그렇듯이 계획은 계획대로 풀리지 않고 "로레타 - 앨런"은 "에이펙스"에게 쫓기는데...
바로, 이 점이 문제이다. - "에이펙스"에게는 "로레타 - 앨런"을 쫓아야 하는 동기가 있지만, "로레타 - 앨런"은 "에이펙스"에게 쫓길 이유가 없다.<인디아나 존스>, <언차티드>, 혹은 <툼 레이더>까지 "보물"과 연관된 어드벤처 물의 주인공과 악당의 구도와 생각은 늘 똑같다.
개인의 욕심부터 "우주정복(?)"까지 악당의 계획과 달리, 직업의 윤리관에 빗대어 올바름을 강요하는 주인공들과 부딪히곤 했다.
<로스트 시티>의 악당 "에이펙스"는 모범생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주인공 "로레타 - 앨런"은 아무것도 없다.2. 형, 진짜야?(동공 지진)
물론, 이야기를 살펴보면 이들과의 비교선상이 다르긴 하다.
"고고학자"와 "로맨스 소설 작가"라는 차이도 있겠지만, 그 의도됨이 '자발적 - 타의적'은 명백히 다르니까!
그렇기에 주인공 "로레타 - 앨런"에게 "인디아나 존스"부터 "라라 크로프트"의 동기를 꿈꿔선 안된다.
무엇보다 <로스트 시티>를 보려 극장까지 일부러 발길을 옮긴 팬들도 이런 거창한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것도 아닐 테고...아무튼, 영화는 이에 걸맞은 액션들과 볼거리를 선사한다.
극 중. "빵형"의 미모에 한껏 반한 "로레타"가 "왜, 그리 잘생겼나요?"라는 대사에 "아빠가 진짜 잘생겼거든요"라는 대답을 능글맞게 보여준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장면이나 이 분위기를 길게 이어나가지 못한다.
그의 퇴장과 함께 영화는 앞서 지적했던 "로레타"의 동기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그렇다. 영화는 제목처럼 길을 잃어버렸다...3. 길을 잃거나 도와주지 않는 캐릭터들의 행동
앞서 말했듯이 "에이펙스"에게는 "로레타 - 앨런"을 쫓아야 하는 동기가 있지만, "로레타 - 앨런"은 "에이펙스"에게 쫓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로레타"가 "에이팩스"에게 보물의 단서가 될 "양피지"를 가져가는 동기는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이런 이유에는 "에이펙스"가 찾는 보물이 "로레타"에게도 죽은 고고학자 남편과의 찾던 보물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를 말하기 위해 잦은 '플래시백'은 이야기를 늘어지게 만들며 "앨런"을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로 구석탱이로 치우게 된다.이번 <로스트 시티>에서 "앨런"을 맡은 "채닝 테이텀"이야말로 가장 분전하는 인물이자 배우이다.
여태컷 그가 보여준 이미지를 생각하면, 이번 <로스트 시티>에서의 모습은 한없이 가볍다.
극 중. 적들을 의도치 않게 죽이며, 죄책감에 구시렁거리거나 거머리를 못 잡아 "로레타"의 앞에서 헛구역질하는 모습까지 '그가 없었더라면, 끝까지 영화를 볼 수 있었을까?'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로스트 시티>는 온전히, 그의 영화이다.· tmi. 1 - 당초 "앨런"역에는 "라이언 레이놀즈(a.k.a. 데드풀)"이 예정되었으나 스케줄상 "채닝 테이텀"에게 넘겨졌다. (만약, 이뤄졌다면 2009년 <프러포즈> 이후 13년 만에 성사되는 만남이었을지도?)
· tmi. 2 - 쿠키 영상이 1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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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트로 분위기 속 경쾌한 액션
성장기에 엄마는 절대적인 존재다. 부모이기에 앞서 여러 가지 행동과 선택을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스승 같은 존재로 그가 걸어가는 삶의 모습은 아이에게 그대로 영향을 준다. 아이는 부모가 하는 일이나 행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비슷한 직업을 갖게 되거나 그 영향을 받아 자신의 일을 찾는데 활용하기도 한다. 또한 보호자로서 가장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존재인 엄마는 아이에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는 아이 옆에서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는 존재다. 사랑하는 사람이고, 보호자이면서 스승이다.
그런 엄마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면, 아이는 굉장한 혼란 속에 살게 될 것이다. 그간 엄마가 해주었던 모든 일들을 받지 못하게 되면 아이는 절망 속에 보내다 자신만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만약 어느 정도 의식이 있는 청소년 정도의 나이라면 아이는 엄마에게 배웠던 것을 이용해 자신의 다음 삶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엄마가 했던 일들, 행동들을 떠올리며 자신 만의 커리어를 만들고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간다. 그런 일련의 활동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하더라도 엄마의 부재에서 오는 외로움과 타인에 대한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잠적해 버린 엄마를 잊고 스스로 살아가는 딸의 이야기
영화 <건파우더 밀크셰이크>는 사라진 엄마와 같은 길을 걸어가는 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샘(카렌 길런)은 킬러 생활을 하는 엄마 스칼렛(레나 헤디)을 보며 성장기를 보냈다. 성장기의 어느 시점, 스칼렛은 갑자기 샘을 떠나 잠적해버린다. 그 후 샘은 떠난 엄마가 하던 일을 이어받아하면서 성인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간다. 사라진 엄마에게 엄청난 서운함과 무수한 질문을 가지고 있지만 엄마와 똑같은 일을 택해 같은 길을 걸어간다. 그의 차가운 말투와 넘치는 에너지는 스칼렛이 가지고 있던 모습이다. 자신의 일을 할 때, 그에겐 상대방을 향한 감정이 전혀 없어 보인다. 누구도 믿지 않고 자신의 일을 하는 그의 모습은 한 편으론 여전히 엄마를 잃고 슬퍼하는 소녀 같아 보이기도 한다.
샘을 돕는 회사의 간부인 네이선(폴 지아마티)은 과거 스칼렛을 도와줬고, 이제는 샘의 보호자 역할을 한다. 하지만 독립적으로 일하는 지금의 샘에게 네이선의 도움은 필요 없어 보인다. 영화에서 회사라고 불리는 청부살인 업체의 간부는 모두 남자가 중심이 된다. 특히 그 중심에 있는 대표자 격인 네이선은 선한 의도를 가진 듯 보이고 마치 아버지가 하는 것처럼 샘이 가야 할 길을 지정해 알려준다. 하지만 영화가 전개될수록 네이선이 가진 의도가 회사라는 시스템 보호라는 것이 천천히 드러난다.
사실 네이선은 회사가 문제없이 돌아가게 함으로써 만들어진 안정감을 구성원들에게 제공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강화시켜나갔던 인물인지 모른다. 그가 만든 그 안정감은 한순간에 엄마가 사라진 샘에게 어느 정도 의지할 구석을 만들어줬다. 그렇게 형성된 안정감은 샘에게도 실력 있는 킬러라는 직업의 전문성을 만들어주게 된다. 그런데 그 회사의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에게 가진 신뢰는 깨지기 마련이다. 영화 속에서 샘이 우연히 맞닥뜨리게 된 어떤 사건은 회사의 안정적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일이다. 다시 그 안정을 찾기 위해 네이선은 샘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자기반성 없는 보수적 시스템과 철저한 자기반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조직
영화 <건파우더 밀크셰이크>는 다르게 보면 시스템의 안정을 강조하는 가부장적 조직과 대결을 벌이는 여성들에 대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회사로 명칭 되는 조직을 움직이는 이들은 모두 남성들이다. 그리고 그 회사의 안정을 깨트려 부도덕을 드러내고 대결하는 인물들은 모두 여성이다. 이렇게 이 영화를 남성과 여성의 대결로도 볼 수 있겠지만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면 보수적인 시스템과 진보적인 사람들 간의 대결을 담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 보수적인 시스템은 영화 속에서 한 순간도 반성을 하지 않고 자신들의 안정화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반면 시스템과 대항하는 입장에 있는 샘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하며 반성한다.
샘의 반성을 이끄는 건 그가 죽인 어떤 인물의 딸인 에밀리(클로에 콜맨)이다. 실수로 에밀리의 아빠를 죽였지만 그 이후 이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어찌 보면 자신의 어린 시절처럼 갑자기 혼자 남겨진 에밀리를 보며 그를 지키기 위해 그 옆을 떠나지 않는다. 또한 후반부에 샘을 돕는 조력자로 다시 등장하는 엄마 스칼렛, 애나(안젤라 바셋), 플로렌스(양자경), 매들린(칼라 구기노)은 그들의 위치와 지위를 정확히 인지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면서 시스템에 대항해 싸운다.
영화의 전반적인 등장인물과 구성을 보면 영화 <존 윅> 시리즈가 떠오른다. <존 윅>에서 킬러들이 도움을 받는 호텔은 이 영화에서 도서관이 되고, 킬러들에게 임무를 주고 대가를 주는 회사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존 윅>은 개인과 시스템의 대결이 좀 더 강조된다면, <건파우더 밀크셰이크>는 시스템에 반기를 든 작은 조직이 대결을 한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또한 <존 윅>에는 꽤 유능한 킬러들이 존 윅을 죽이기 위해 대결을 자처했다. 하지만 <건파우더 밀크셰이크>의 조직에서는 그런 유능한 킬러가 등장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위기를 맞은 시스템을 지켜줄 유능한 존재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샘과 친구들을 제거하려 하는 건 시스템의 인물이 아니라 시스템의 경쟁 조직을 이끄는 인물이다. 이런 무능한 시스템은 영화의 전반적인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영화의 구성이 어떠하든 이 영화는 액션 영화다. 배우 카렌 길런이 보여주는 액션은 꽤 다채롭고 사실감이 넘친다. 긴 팔과 다리를 이용해 격투 액션을 벌이는 그의 모습은 꽤 빠르고 매력적이다. 이 영화에 담긴 액션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그의 액션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액션 장면을 책임지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여기에 샘을 도와주는 애나, 플로렌스, 매들린과 스칼렛은 총기나 도구를 활용한 액션을 보여주기 때문에 주로 근접 액션을 보여주는 샘의 액션 장면과는 다른 액션 장면을 보여준다.
레트로 한 액션과 분위기, 그럼에도 떨어지는 긴장감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략 2,000년대 초반 정도로 보인다. 등장하는 음악과 레트로 감성이 듬뿍 담긴 화면은 과거의 모습들을 떠올리게 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이런 이미지들은 영화의 액션이 벌어지는 볼링장이나 작은 식당의 이미지와 융합되며 꽤 근사한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영화의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부분이 있음에도 액션만큼은 돋보인다.
결국 이 영화는 샘과 에밀리가 유사 모녀관계를 맺는 것으로 보인다. 엄마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샘은 자신의 엄마 스칼렛이 범한 실수를 똑같이 반복하지 않는다. 자신의 엄마의 실수를 바로잡고, 또 자기 자신이 저지른 잘못까지 반성하면서 에밀리와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 그런 철저한 자기반성과 상대방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에밀리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시스템에 대항하는 용기로 전환된다. 샘은 자신이 엄마에게 받지 못한 신뢰와 믿음을 에밀리에게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 아마도 에밀리도 샘이 하는 일과 행동을 따라가겠지만 적어도 엄마라는 존재가 사라짐으로써 겪었던 혼란과 아픔을 에밀리가 겪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샘은 그렇게 엄마에 의지하고 신경쓰던 삶 뿐만아니라 자신이 얽매고 있었던 조직에서도 독립함으로써 진정한 독립을 이루어냈다.
영화를 연출한 감독 나봇 파푸샤도는 이스라엘 출신으로 이스라엘에서 스릴러나 공포 영화들을 주로 연출해 왔다. 특히 그가 2013년 연출한 영화 <늑대들>은 여러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번 연출작인 <건파우더 밀크셰이크>는 그가 할리우드에서 연출한 첫 장편 영화다. 그가 가진 감각과 연출 스타일을 그대로 뽐냈는데 여러 가지 좋은 이미지와 액션 연출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가진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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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질라 vs 콩」 리뷰ㅣ너무 재밌어서 가슴으로 울었습니다ㅣ스포약간ㅣ영화리뷰
제작: 존 제시니, 메리 패런트, 토머스 툴
각본: 맥스 보런스틴, 프랭크 대러본트, 데이비드 캘러햄 외
출연진: 에런 테일러존슨, 엘리자베스 올슨, 브라이언 크랜스턴, 와타나베 켄,
샐리 호킨스 외
촬영 기간: 2013년 3월 18일 ~ 2013년 6월
개봉일자: 대한민국 2014년 5월 15일. 미국 2014년 5월 8일
음악: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러닝 타임: 123분
제작비: 1억 6,0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200,676,069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529,076,069 (최종)
한국 총 관객수: 709,734명 (최종)
2. "콩:스컬 아일랜드(2017)
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장르: 모험, 판타지
감독: 조던 복트-로버츠
제작: 존 제시니, 메리 패런트. 토머스 툴
각본: 맥스 보런스틴. 데릭 코널리, 존 개틴스, 댄 길로이
출연진: 톰 히들스턴, 브리 라슨, 사무엘 L. 잭슨, 존 굿맨, 존 C. 라일리 외
촬영 기간: 2015년 10월 19일 ~ 2016년 3월 18일
개봉일자: 대한민국 2017년 3월 8일, 미국 2017년 3월 10일
음악: 헨리 잭맨
러닝 타임: 118분
제작비: 1억 8,5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168,052,812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566,152,812 (최종)
한국 총 관객수: 1,689,717명 (최종)3. "고질라:킹 오브 몬스터(2019)
감독: 마이클 도허티
제작: 메리 패런트, 알렉스 가르시아, 토머스 툴, 존 자시니, 브라이언 로저스
각본: 마이클 도허티, 잭 쉴즈
원안: 맥스 보런스틴, 마이클 도허티, 잭 쉴즈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토호(도호) 영화사
장르: 모험, 액션, SF
출연진: 밀리 바비 브라운, 카일 챈들러 외
촬영 기간: 2017년 6월 19일 ~2017년 9월 27일
개봉일자: 미국 2019년 5월 31일. 대한민국 2019년 5월 29일
음악: 베어 맥크레리
주제곡: 일본 [ALEXANDROS] - Pray
러닝 타임: 132분
제작비: 1억 7,0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109,432,609
월드 박스오피스: $384,232,609
한국 총 관객수: 359,041명 (2019년 7월 4일 기준)
#고질라vs콩 #고질라_대_킹콩 #고질라vs킹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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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맨 인 더 다크2> 메인 예고편
끔찍한 일이 벌어졌던 그날 밤 이후,
비밀스러운 과거를 가진 소녀 ‘피닉스’와 함께 세상과 단절된 일상을 보내던 눈 먼 노인 ‘노먼’
어느 날 밤,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침입해 ‘피닉스’를 납치하고
소녀를 되찾기 위해 잠들어있던 그의 광기가 다시 깨어나는데…
그는 과연 소녀의 수호자인가 괴물인가?
어둠 속 진실이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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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탑건 : 매버릭> 압도적 찬사 예고편
이건 무조건 된다? [탑건: 매버릭]과 함께 느끼는 극강의 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