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12-17 20:56:56
"조용한 행복"의 도시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 리뷰
PROGRAM NOTE.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온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최신작 〈폴른 리브스〉는 감독의 프롤레타리아 3부작[〈천국의 그림자〉(1986) 〈아리엘〉(1988) 〈성냥공장 소녀〉(1989)]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을 전해주는 라디오 외에는 세상과 단절된 여자와 우울한 일상을 알코올로 달래는 자칭 터프가이 남자는 헬싱키의 밤 거리에서 만나 호감을 느낀다. 이들의 조심스러운 로맨스는 몇 번의 우연과 몇 번의 불운을 거치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 무미건조한 유머를 쉬이 납득하기 어렵더라도 간간이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순간이 있고, 삶에서 무수한 실패를 거듭해 온 주인공들의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을 조용히 응원하게 된다. 색다른 별미는 아니지만 진하게 끓여낸 김치찌개가 당기는 것처럼, 지난 40년간 인간의 외로움에 천착한 아키 카우리스마키 필모그래피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시네필이라면 브레송, 고다르, 자무쉬, 채플린 등 거장들에 대한 헌사를 발견하는 재미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박가언/2023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POINT.
✔️ 꼭 운명적으로 로맨틱하지 않아도 아기자기 귀엽고 러블리할 수 있지. 인생 뭐 있나! 보고 나면 기분이 산뜻해지는 로맨스 영화
✔️ 북유럽이랑 우리 정서 잘 안 맞지 않았나? 그런 줄 알았는데... 자꾸 피식피식 웃음이 나와요
✔️ 80년대부터 쭉 영화 작업을 해온 감독이 은퇴 선언을 뒤엎으며 들고 온 작품. 꾸준히 해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노련한 힘이 엿보여요
✔️ '영화'라는 세계에 대한 애정이 반짝반짝 묻어나는 작품
✔️ 2023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
✔️ 엄청 귀여운 연기천재 강아지가 나옵니다. 실제 감독이 키우는 개인데, 칸 영화제 출품작 중에서 가장 연기력이 훌륭한 개에게 수여되는 "팜 도그Palm Dog 상" 부문에서 심사위원상 수상작
✔️ 12월 20일 개봉! 연말에 따뜻하고 싱그러운 로맨스를 찾으신다면 추천해요

#"조용한 행복"의 도시
도시의 삶은 치열하다. 이 문장을 쓰고 나서 지울까 말까 많이 고민했다. 이런 당연한 말 쓸 필요 있나? 이제는 용어조차 좀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N포 세대" 같은 단어들까지 굳이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도시에서 삶을 헤엄치는 건 갈수록 녹록하지 않은 일이 되어 가고 있다. 어쩌면 "N포 세대"라는 용어에서 시의성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전에는 "N포"라는 표현 안에서 "포기"의 대상이었던 것들이 더 이상 포기할 대상조차 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K-드라마의 자장 안에서 유구하게 사랑받은 로맨스라는 장르 또한, 이 치열한 도시의 삶 속에서 빛깔을 달리해 왔다. 물론 변화는 다면적이고 그 기저에도 수많은 것들이 깔려 있으므로 지나치게 단순화할 수는 없고, 동일한 장르의 동일한 변화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감정이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예전에 나왔다면 "너무 현실성이 없다"고 평가 받았을 설정들이 로맨스와 쏙쏙 접목되는 게 너무나 익숙해진 지금, 빙의/회귀/환생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현실을 떠나서만 가능한 로맨스도 분명 존재한다. 지치고 초라한 현실을 잠시 떠났을 때 화려하게 열리는 세상이, 거기서만 로맨스에 이입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 도시에는 분명히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우리에게 쑥 다가온다. 헬싱키의 "조용한 행복"을 담아서. 영화 속 두 인물의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렸다면 한국 인터넷 세상의 선생님들께 한소리 들었을 것이다. 너네가 지금 연애할 때니? 직업도 마땅치 않고, 그나마도 불안정하게 오락가락하는데. 심지어 상대는 이런 상황인데!
그러나 왜일까? 고요한 도시에서 그저 불을 켜고 끄면서 적당적당히 스쳐가는 하루하루 속, 크게 애틋하지도 대단하게 로맨틱하지도 않게 흘러가는 두 사람의 로맨스를 보고 있노라면, 일을 하고 집에 와서 쉬고 공과금 낼 돈을 헤아려 보고 라디오에서는 전쟁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이런 일상의 편린까지 함께 보고 있노라면, 그래 인생 뭐 별 거 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 끝에 어쩐지 산뜻한 로맨스를 목격했다는 싱그러운 기분이 남는 것은 왜일까?

#정물, 음악, 그리고... 영화
영화가 보여주는 두 주인공의 현실은 역시나 녹록하지 않다. 어쩌면 당신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답답한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 마트 계산대에서 바코드 찍히는 소리와 함께 물건이 하나하나 빠져나가고, 바로 이어서 우리의 주인공 안사(알마 포위스티)가 매대에 물건을 채워넣는 장면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도시는 어쩌면 거대한 물건의 컨베이어 벨트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두 사람의 첫 일자리부터가 두 사람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안사가 일하는 마트에서는 폐기 물품 관련 원칙을 이유로 모욕적인 언사를 퍼붓는다. "오래된 건 치워야 한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관리자에게 "저도 오래됐다"고 응수하며, 당당하게 손 잡고 걸어나오는 안사와 동료들은 지혜로운 일꾼이자, 마트라는 공간을 굴러가게끔 하는 실질적 힘이었다. 노동자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곳들이 주제를 모르고, 의미를 상실한 원칙과 불합리한 조건을 들이댄다. 남자 주인공 훌라파(주시 바타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흡연 구역인 가스통 바로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업무 시간에 술을 훌훌 들이켜는 이쪽의 잘못도 있지만... 노동법전을 펼쳐보고 싶게 만드는 상황이 계속 펼쳐진다.

많은 사람들이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영화를 "프롤레탈리아적"이라고 말한다. 엄밀히 따져서 주인공이 노동자인 것은 한국의 오피스 로맨스 드라마들도 마찬가지다. <꽃보다 남자> 혹은 <상속자들>처럼 주인공이 재벌급이거나 학교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아니라면 어지간해서는 다 매한가지라는 소리다. 그런데 왜 유독 "프롤레탈리아적"이라고 평가를 받을까? 노동자로서 주인공의 위치가 흔들려서? 그렇다 한들 켄 로치 영화 같은 작품과도 분명 결이 다르다.
나는 어쩐지 이 영화에 "프롤레탈리아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지 않은데, 주인공의 직업이야 필요에 따라 교사가 될 수도 있고 수영선수가 될 수도 있고... 이 직업 저 직업을 전전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프롤레탈리아'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남다른 투쟁의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그냥 돈이 필요하니 일을 하고, 일하다 부당한 일을 당하면 화도 내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 뿐이다.
내겐 오히려 두 사람의 삶에서 풍기는 냄새가 예술의 냄새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물론 일상은 쉬이 남루해지고, 노동은 너무 쉽게 소도구 취급을 받으며, 세상의 분쟁 소식은 여기저기 쏟아진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에도 전쟁과 닮은 것들이 있다. 그안에서 아직은 사랑이라 부르기 어려운 마음조차 여러 차례 어긋나고 불발되기도 한다. 어쩌면 마음 편할 날 하루 없는 치열하고 차가운 도시의 삶이, 우리 현실의 전부인지 모른다. 그러나 작은 기대, 눈빛, 그리움, 기다림, 사랑... 그런 말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동안, 일상에는 예술이 더해지고 분쟁의 소리는 아득하게 멀어진다.

정물 같은 방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 분쟁 소식을 피해 음악으로 채널을 돌리는 여자. 꽁트 같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술잔을 계속 비우는 남자. 누군가의 선곡 속에서 주고받은 눈빛에서,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시간은 차츰 영화가 된다. 고전 영화처럼 음악이 대신 두 사람의 정서를 말하고, 그저 걷고 일하고 마시고 눕고 하는 일상의 행위들을 더없이 "영화스러운" 음악들이 감싼다. 그렇게 영화가 된다.

#시간이 가르치는 마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식은 분명히 우리와 시간의 궤를 같이 하고 있는 전쟁 소식이고, 안사가 일하러 간 공간에서는 급기야 2024년 달력까지 등장하지만, 영화의 소품이나 주인공들이 소통하는 방식은 넉넉하게 쳐도 80년대 이전의 것들처럼 보인다. 낡은 라디오와 레터나이프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마치 아이폰과 갤럭시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이다. 두 사람은 옛날옛적 핸드폰이나 집 전화를 갖고 있으며, 그나마도 엇갈린다.
아날로그적인 기다림을 통해, 두 사람의 로맨스에는 아릿한 감정이 더해진다. 수북하게 쌓인 담배 꽁초 같은 것, 도시에서 실제로 마주했다면 그저 치워야 할 쓰레기(이자 도시를 침수하게 만드는 악의 축)에 지나지 않을 것들조차 아련한 감각을 부여받는다. 마치 반죽을 숙성시키듯 감정 또한 재워 놓는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시간이 가르치는 마음이 있다. 81분이라는 산뜻한 러닝타임 동안 이 영화와 함께 도시를 걸으며 영화에 푹 잠기다 보면, 영화라는 장르가 오랜 세월 우리 안에 어떻게 스며 있었는지 향기로운 찻물처럼 배어 나온다. 고전 영화의 아름다운 감각이 일상의 편린을 자박자박 밟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고다르처럼, 브레송처럼, 채플린처럼.
81분 동안 내가 걸은 도시는 <라라랜드>의 대척점에 놓인 것 같은 건조한 도시였다. 꿈과 춤으로 황홀한 사랑과 유쾌한 사람들의 도시가 아닌, 일과 술로 건조한 사람들의 고요한 도시. 그러나 여기에도 사랑스러운 색채와 귀여운 대사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영화가 있다. 정물처럼 놓이고 꽁트처럼 가볍게 흘러가는 일상 위에도. 때로는 그런 일상에 과하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건조함이 생을 긍정하게 만들기도 한다. 오늘만큼은 치열한 도시를 잊고, 다 아무렴 어때 하고 무던하게 하루를 맺고 싶어진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의 초대를 받아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한 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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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이야기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왜 날 연기하고 싶어요?” “전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가 좋아요” 신문 1면을 장식하며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충격적인 로맨스의 주인공들인 ‘그레이시’(줄리안 무어)와 그보다 23살 어린 남편 ‘조’(찰스 멜튼). 20여 년이 흐른 어느 날, 영화에서 그레이시를 연기하게 된 인기 배우 ‘엘리자베스’(나탈리 포트만)가 캐릭터 연구를 위해 그들의 집에 머물게 된다. 부부의 일상과 사랑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엘리자베스의 시선과 과거의 진실을 파헤치는 그의 잇따른 질문들이 세 사람 사이에 균열을 가져오는데...
<메이 디셈버> 줄거리
그레이시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다. 그는 그런 면모가 자신의 자아가 튼튼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진짜 튼튼해서 하는 말이 아닌 세뇌에 가깝다. 그레이시는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자신과 자신의 주변 인물들을 통제하려 한다. 딸의 졸업식 드레스를 칭찬인 것만 같은 말로 자신의 취향으로 바꾸게 만들고, 조의 스케줄을 직접 관리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또한 자신의 주변을 휘젓고 다니는 엘리자베스의 행동을 견디지 못해하고 케이크 주문이 취소되자 컨트롤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울분을 토해낸다. 이런 그레이시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그레이시가 얼마나 강박적으로 자신 주변의 환경들을 정적으로 만들려고 하는지 알 수 있는데, 자신과 조의 과거 역시 벗어날 수 없다. 온갖 것들을 견딜 수 없는 그레이시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현재 가족들과 행복하다는 것에 충실하기 위해 주변과 자신을 본인이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존재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이런 그레이시의 통제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인물은 바로 '조'이다.
20년 전 성인인 그레이시가 미성년자인 조와 사랑을 한 것은 분명 범죄이고 조는 피해자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조는 자신의 선택으로 그레이시가 감옥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고 그와 함께 아이들을 키우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조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이상하다. 그는 더이상 '그레이시'와 밀회를 나누던 중학생이 아니다. 그 사건 당시의 '그레이시'의 나이가 되었고, 세 아이들을 곧 독립시킬 예정인 아버지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어른인 '그레이시'가 해야 하는 일을 하나하나 일러주고 허락해 줘야만 움직인다. 그레이스의 허락 내에서 살아가는 그는 아직까지도 중학생에 머물러 있는 걸까? 그런 그의 삶에 변화가 생긴다. 바로 자식들의 독립이다. 곧 세 아이들을 모두 떠나보내야 하는 그레이시와 둘만 함께하는 미래를 고민한다. 자신의 책임이라 생각했던 아이들이 떠나고 나서야 그때의 중학생에서 성인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직 그레이시라는 책임이 남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이후의 삶도 그레이시와 함께 이곳에서 보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엘리자베스가 오고 그와 계속 부딪히며 조는 과거를 다시 훑어보기 시작한다. 자신에게는 정말 선택권이 있었을까, 이전까지의 삶이 어땠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등등 진작했어야 할 고민들을 이제야 하며 멈춰있던 20년의 세월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삶의 변화로 인해 더이상 제 안에 가둬둘 수 없는 상황은 그간 억눌려왔던 것들을 다 뱉어내듯 요동친다. 그레이시와 대화를 시도하려는 조와 그레이시가 만들어둔 삶에서 벗어나 과거를 파헤치려 드는 조를 견딜 수 없는 그레이시는 부딪히고 균열된다. 그레이시가 꾸려낸 삶은 더이상 그레이시 본인조차도 연기인지 진짜인지 구분할 수 없기에 그레이시는 그것이 진짜라 믿고 조와 엘리자베스 등 외부에 존재하는 돌발 현상들에도 꿋꿋이 서있는다. 그리곤 비로소 자신이 맡을 역할인 그레이시를 전부 이해했다 여긴 엘리자베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들었던 나의 이야기는 거짓이며 나의 자아는 튼튼하다고.엘리자베스는 자신이 맡은 역할을 완전히 이해하고 그 인물 자체가 되기 위해 작품에서 다루는 실제 사건의 인물들인 그레이시와 조를 관찰하러 간다. 그는 그들의 바로 옆에서 질문하고 경험하며 그레이시의 전부를 자신에게 빙의시키려 한다. 엘리자베스는 끊임없이 '그레이시'를 아는 사람들, '그레이시'가 자주 다녔던 장소들을 계속 들쑤시고 다니며 그레이시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려 한다. 그레이시가 자신의 삶에 지나치게 끼어들고 사건 외의 자신의 모든 삶을 알아내려는 엘리자베스를 경계하지만 엘리자베스는 기어코 조지에게서 그레이시의 행동에 대한 원인을 알아내고 자신이 비로소 그레이시를 완벽히 이해했다 여긴다. 하지만 떠나는 엘리자베스에게 그것은 거짓이라 말하며 엘리자베스가 그레이스의 속내와 실제 상태는 이러할 것이라 단정했던 모든 것들을 다시 의문에 빠지게 만든다.
촬영을 하며 계속해서 다시를 말하는 엘리자베스와 마찬가지로 <메이 디셈버>를 보던 관객들도 순식간에 의문에 빠진다. 방금 위에 쓴 글처럼 그레이시가 이러한 인물이라 결론 내렸는데, 이제는 의문투성이가 되어버린다. 여기서 왜 이 영화가 단순히 실화를 다시 재연하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고 실화 속 인물들의 역할을 맡은 캐릭터가 그들을 관찰하고 따라가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잠깐 본 그레이시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와 단편적인 이야기만으로 이해했다 말하는 엘리자베스는 영화 속에서 단편적으로 보여준 그레이시를 전체인 양 해석하고 그의 모든 것을 재단해버린 관객들과 같다.
왜 우리는 쉽게 단정 지어버렸을까. 영화 내에서 조는 그레이시와 자신의 일을 이야기라 말하는 엘리자베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건 이야기가 아니라고, 이건 우리들의 진짜 삶이라고. 남의 삶을 흥미로운 호기심이 드는 이야깃거리 취급해버렸기 때문에 엘리자베스는 주변인들의 이야기로 그레이시를 이해했다 여기고 관객들은 영화 속의 정보만으로 그레이시의 삶을 판단해 버린 것이다. 결국 엘리자베스의 연기는 그레이시의 범죄만으로 그의 삶을 떠들어대던 언론과 다를 바 없다. 짧은 글 하나로 전체를 판단하고 모든 삶이 이야기로 취급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다른 이의 삶을 대해야 할지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영화였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메이 디셈버>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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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영화 '파묘'와 '핸섬가이즈'가 제57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각각 심사위원 특별상과 관객상을 수상했습니다.
1968년에 시작된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Sitges - International Fantastic Film Festival of Catalonia)는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에 위치한 시체스에서 매년 개최되는 영화제입니다.
영화제는 주로 판타지, 호러,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선보이며, 벨기에의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 포르투갈의 판타스포르토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로 불리고 있습니다.
영화 '파묘'는 2024년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오컬트 장르의 역사를 새로 쓴 작품으로, 시체스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으며 글로벌 화제작으로 떠올랐습니다.
독특한 오컬트 코미디 영화 '핸섬가이즈'는 관객상을 받으며 집행위원장인 앙헬 살라 코르비(Angel SALA CORBÍ)에게 “기발하고 유쾌한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 원작에 악령 설정을 더한 다양한 장르의 조화와 결합이 뛰어나다”라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이번 수상을 통해 두 한국 영화는 세계 무대에서 한국 영화의 저력을 입증하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영화 지원 예산 복구 촉구 기자회견 개최
지난 16일 영화인들이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제 지원 예산 복구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영화제가 창작자와 관객을 잇는 중요한 플랫폼임을 강조하며, 2024년 지원 영화제가 40개에서 10개로 축소된 것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특히 50주년을 맞았지만, 내년도 예산이 전액 삭감되어 존폐 위기에 처한 서울독립영화제의 예산 복원을 위한 서명 운동 결과도 함께 발표되었습니다. 연명을 시작한 9월26일부터 10월15일까지 175개 단체, 개인 7564명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니아 연대기> 감독 맡은 그레타 거윅, 넷플릭스와 갈등 빚어
영화 <나니아 연대기> 연출을 앞두고 있는 그레타 거윅 감독과 제작사인 넷플릭스가
극장 개봉으로 인한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그레타 거윅은 해당 시리즈가 넷플릭스 스트리밍에만 제한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극장 개봉을 넷플릭스 측에 요청했지만, 넷플릭스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그가 해당 프로젝트에서 빠져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리고 있다고 합니다.
프란시스 코폴라의 대작 <메갈로폴리스> 틱톡에서 화제
프란시스 코폴라의 1천800억 원 대작 <메갈로폴리스 Megalopolis>가 흥행 참패를 겪으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틱톡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영화 속 아담 드라이버의 대사 “Go back to the club”이 특히 인기를 끌며 열렬한 팬층을 형성했습니다.
비평가들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틱톡 사용자들은 이 영화를 반복 시청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곧 Z세대의 새로운 컬트 무비로 자리 잡게 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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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시감만 넘치는 오컬트 활극
강동원 주연의 캐주얼한 오컬트 활극. 작년 추석 시즌에 개봉한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가 내세운 무기다. 하지만 기대만큼 이 무기는 관객들에게 먹히지 않았다. 결국 191만 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손익분기점은 240만 명을 넘기지 못한 것. 다양한 장르적 쾌감을 믹싱했음에도 왜 이렇게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까?
퇴마사로 활동하는 천박사(강동원)는 귀신을 믿지 않는다. 퇴마는 곧 인간의 마음을 보살피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의사이기 때문. 가짜 퇴마의식은 천박사의 뛰어난 연기와 멀티 플레이어 조수 인배(이동휘)의 기계장치 트릭이 합쳐져 만들어진다. 천박사가 잘생겨서인지, 아님 연기를 잘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의뢰자들은 모두 속는다. 그러던 어느 날 천박사에게 귀신을 보는 능력자 유경(이솜)이 찾아온다. 동생 유민(박소이)에게 빙의 된 귀신을 쫓아내 달라는 것. 설마하는 생각에 유경의 집으로 가서 기존 방법대로 퇴마를 진행한 천박사는 뜻밖의 인물을 만난다. 바로 무당이었던 할아버지와 동생을 죽인 장본인 범천(허준호). 천박사는 그동안 갈아왔던 복수의 칼을 뽑아든다.
<천박사>는 원작 웹툰 ‘빙의’를 각색해 영화적 상상력, 특히 무속신앙을 기반으로 한 오컬트적인 재미와 액션 활극을 더했다. 오컬트 장르가 주는 신비롭고 독특한 느낌,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와 귀신과의 호쾌한 대결은 그 자체로서 구미를 당긴다. <천박사> 또한 이 두 가지 요소를 믹스하고 코믹함을 더해 관객들을 향한 어필을 시작한다.
초반 이야기는 궁금하다. 천박사의 과거 일과 범천과의 악연, 그리고 부제인 설경의 비밀 등 계속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등장하고, 이를 동력삼아 마지막 대결까지 나아간다. CG의 힘을 빌려 오컬트와 판타지 요소 가득한 액션 비주얼은 취향을 타긴 하지만, 극의 재미를 더해주는 역할은 충분히 한다.
하지만 이내 재미가 반감되는 건 이 영화만이 가진 오리지널리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요소가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퇴마의식이나 무속신앙의 활용도는 여타 비슷한 장르의 영화와 차별화 포인트 없이 사용된다. 특히 귀신을 가두는 ‘설경’의 비주얼은 마블 영화에서 나올법한 이미지로 구현된다. 이렇듯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와 이미지의 범람은 초반 영화의 호기심마저 잡아먹는다. 마지막 대결 장면도 긴박감이 떨어져 힘이 떨어지는 양상이다. 캐릭터 또한 이 기시감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천박사와 인배의 관계는 셜록과 왓슨 박사의 잔향이 그대로 살아있다. 변주 아닌 변주를 했음에도 그 향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나마 영화가 관객을 멱살 잡고 끌고 가는 건 강동원의 몫이다. 이 배우의 매력은 영화의 모든 단점을 메우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관객들을 주저 앉혀 천마사의 퇴마의식과 복수극을 마주하게 한다. 허준호, 이솜, 이동희, 김종수 등도 각 역할에 최선을 다해 연기를 펼치지만 워낙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라는 점에서 매력이 분출될 여지는 좁다. 다만, 특별출연을 한 박정민의 연기는 발군이다.
<천박사>는 명절 대목 가족 단위 관객을 주요 타깃으로 한 기획물로서의 한계를 보여준다. 물론, 이 영화가 킬링 타임용으로 즐길만한 구석이 아예 없는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기대치를 넘지 못하는 기획 영화로서 머물렀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마치 멋지게 설경을 만들고, 그 안에 갇힌 듯한 느낌이다. 쿠키 영상을 보면 영화는 시리즈물로서 나아가려는 계획을 가진 듯한데, 기대보다 우려가 더 앞서는 건 필자만은 아닐 것 같다.
사진 제공: CJ ENM
평점: 2.5 / 5.0
한줄평: 무색무취 퇴마굿판!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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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에 의존한 나태함의 끝
* <공조2: 인터내셔날>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공조2: 인터내셔날 (2022)
감독: 이석훈
출연: 현빈, 유해진, 임윤아, 다니엘 헤니, 진선규
장르: 액션, 코미디
상영시간: 129분
개봉일: 2022.09.07
<공조2>는 780만 관객을 동원한 1편의 성공 덕분에 성사된 후속작으로 국내에서는 이례적일 정도로 주요 인물들이 후속작에 전부 합류했다. 작품의 중심을 잡는 투톱 주연 ‘현빈’과 ‘유해진’은 물론 맛깔나는 감초 연기로 호평을 받은 ‘임윤아’와 그 외 조연 캐릭터가 모두 합류해 전편과의 높은 연계성을 이룬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다. 명절 특수를 제대로 받은 2편마저 690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박을 기록했으니 재회의 목적은 확실히 달성했다.
1편의 성공을 계기로 만들어진 후속작은 필히 규모도 커져야 하고, 스토리 면에서도 차별화를 둘 필요성이 요구된다. <공조2>는 ‘인터내셔날’로 범위를 확대하는 방법을 택했다. ‘현빈’ 못지 않은 눈부신 비주얼을 자랑하는 ‘다니엘 헤니’를 주연으로 합류 시켜 남한과 북한 사이에 미국이라는 국가를 더했고, ‘삼각 공조’로 사건에 다이내믹함을 구현해 보고자 했다. ‘다니엘 헤니’의 캐스팅 효과를 톡톡히 보기는 했다. 전작에서는 ‘유해진’과 ‘현빈’의 구도만으로 뻔한 그림이 형성했던 반면 ‘현빈’과 시종일관 신경전을 벌이고, 잘생긴 얼굴과 마초적인 매력으로 ‘윤아’의 혼을 쏙 빼놓는 ‘잭’은 케미스트리의 다양화만으로도 제 몫을 해냈다.
하지만 단지 그 뿐이다. 주연 캐릭터의 수를 늘리고, 남한과 북한 형사 사이에 미국 FBI 요원이 합류한 설정을 제외하면 스토리의 전개 방식과 유머 코드는 전편을 그대로 답습한다. ‘철령(현빈)’과 ‘강태(유해진)’, 그리고 ‘잭(다니엘 헤니)’이 같은 목표를 갖고 공조를 벌이는 것 같으면서도 각 국가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구도는 전작에서 끝없이 티격태격 하고 서로를 쉽게 믿지 못했던 주인공들의 모습과 일치한다. ‘강태’의 가족들이 두 이방인에게 밥을 해 먹이고, 함께 정을 쌓고, 결말부에 가족들이 위험에 처하자 다 함께 이들을 구출한다는 전개 방식 역시 전편과 소름 돋을 정도로 똑같다. 1편에서 성공적으로 구축된 캐릭터성에 의존한 채 나태한 이야기가 흐름을 주도할 뿐이다.
주인공들의 ‘멋’을 최대한 강조하고 싶은 탓에 액션 연출은 더욱 허술해졌다. 아낌없이 총알과 폭탄을 사용하지만 주인공들은 절대 타격을 입지 않고, 관객 역시 그들이 한 발도 맞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액션신마다 마치 초능력자 같은 모습을 발휘하는 캐릭터들은 총격전이 형성해야 할 긴장감을 반감시키며 반복되는 슬로우 모션과 클로즈업 샷은 몰입도마저 떨어뜨린다. 이 영화에서 액션은 마치 주인공의 외모와 매력을 더욱 빛나게 하는 액세서리 정도로만 여겨진다. 1편보다 커진 스케일 하나에 만족이라도 하라는 듯 액션 연출과 각본에 대해 고민을 한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공조1>이 호평을 받은 요인 중에는 극악무도한 카리스마로 임팩트를 안긴 빌런 ‘차기성(김주혁)’의 활약이 있었다. 작중 그의 역할을 이어 받은 ‘장명준(진선규)’은 가차 없이 사람들을 죽이는 잔혹함을 그대로 가져 왔지만 존재감은 ‘차기성’에게 훨씬 미치지 못한다. 냉혹한 ‘진선규’의 연기에서 <범죄도시>가 연상되기는 하지만 배우의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탓에 악역만의 위압감도, 특유의 사이코 같은 면모도 드러나지 않는다. 공중에서 펼쳐지는 최종 액션신 역시 스릴감 없이 싱겁게 끝나지 않던가.
‘철령’은 한 번의 공조를 통해 ‘강태’와 친분을 쌓았기 때문에 전편처럼 군인으로서 각 잡힌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인간적이고 허술한 면모를 많이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웃음을 유도하려고 하지만 ‘강태’와 함께 선보이는 철 지난 유머코드는 실소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오로지 전편에서 적은 분량만으로도 코믹함을 선보였던 ‘임윤아’만이 코미디 영화로서의 정체성을 각인 시켜준다. 푼수 뷰티 유튜버라는 성격을 제대로 살려 공조 작전에 ‘민영’ 캐릭터를 양념처럼 활용한 것은 호평할 만한 부분이다. ‘잭’과 ‘철령’을 두고 알아서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민영’의 모습은 작중 유일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다.
전반적으로 성의 없는 구성의 속편이다. 연출과 스토리, 그리고 캐릭터마저 전작을 답습함으로써 나태함의 끝을 보여주었다. 명절에 어떤 연령대의 가족과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오락영화의 틀을 찍어내는 공장에서 만든 작품 같다고 할까. 액션도, 코미디도, 서스펜스도 모두 어정쩡하게 만들 바에는 ‘코미디’라는 한 장르에 제대로 집중한 <극한직업>, <육사오>처럼 한 가지 큰 방향성을 택하는 것도 좋았을 것이다. ‘이렇게 찍으면 멋있어 보이겠지?’, ‘이 때 이런 대사를 날리면 웃음보가 터지겠지?’라는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대사와 장면들은 제 역할을 해내기는 커녕 맥없이 지나갈 뿐이고 눈요깃거리만이 겨우 작품을 채운다. 하지만 이렇게 전부 나열하기도 힘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대흥행을 일궈낸 현실에 JK필름의 다음 작품도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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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슬픔도, 분노도 가늠할 수 없는 방향 잃은 칼날.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전, 란>은 10월 1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하였고, 김상만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진선규, 장성일을 비롯한 배우들이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이례적인 OTT 영화 개막작 선정과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화제의 중심이 되었던 이 작품이 논란을 잠재우고 이 영화가 과연 그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종려는 양반가 외아들이고, 천영은 종려의 몸종이다. 하지만 유년시절부터 함께 했던 두 사람은 누구보다 가까운 동무이기도 하다. 천영은 노비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종려 또한 그를 돕는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데다가 일이 얽혀 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생기게 된다. 그로 인해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누게 되는데, 이들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조선 시대는 신분제가 엄격히 구분되었고, 그 체제가 당연시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정여립은 '천하는 모두의 것', '임금과 노비가 대등하다', '누구나 임금이 될 수 있다'는 천하공물론(天下公物論)을 주장하다 처형당했고, 이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졌다. 그만큼 조선의 신분제도는 누구도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굴레였다. 천영도 그러했다. 부모가 양민이었지만 어머니 빚으로 인해 노비가 되었고 노비종모법에 따라 노비가 됐다. 그 일로 인해 억울했던 천영은 늘 마음속으로 자유를 품고 있지만 쉽게 쟁취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목숨을 내어줄 만큼 소중했던 자유를 향한 열망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영화는 천영의 자유도 물론 중요하지만 천영과 종려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둘 사이의 오해가 생기고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누게 되는 그 부분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그들은 주종 관계를 넘어서 깊은 우정을 나누는 사이었으나 사회적 제약과 개인적 갈등이 얽혀 그들 사이의 신뢰가 흔들리게 된다. 이러한 갈등은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주며, 과연 이들의 갈등이 무사히 회복될 수 있을지 궁금하게 만든다.
왕은 백성들을 버리고 피난을 갔다. 그것을 지켜본 백성들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왜군을 맞이해야 했고, 전란 속에서 버림받은 백성들은 경복궁을 모조리 불태우고, 폭정에 시달리던 노비들은 반기를 들며 주인의 집을 불태웠다. 이는 자유를 향한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었다. 일어나지 않았을 '난'이 조선을 더욱 혼란에 빠트렸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 황폐화된 조선은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자들이 생겨났으나 왕은 그것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전쟁에서 승리하여 조선에 큰 기여를 한 이들을 의심하고, 왕은 경복궁 재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부분은 어떻게 해도 변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울분이 담긴 듯하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겪는 갈등과 오해를 통해 그들이 처한 불합리한 사회 구조를 드러내며, 관객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각 인물은 자신의 위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절박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의 노력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도 함께 전해진다. 영화는 이처럼 혁명의 길로 인도하지는 않지만 중요시해야 할 어떤 문제에 대해 깊이 다루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바라본 조선의 모습에서 달라지지 않은 무언가를 바라보게 된다.
영화를 보자마자 이 작품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OTT 공개 예정작이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유가 충분히 드러나 있었다. 물론 이 영화는 극장에서 개봉했어도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러 찾아왔을 것이다. 압도적인 전개, 큰 스크린을 통해 마주하게 되는 웅장함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겠지만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우선, 화려한 액션과 직관적인 전개, 입체적인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영화에 다채로움을 더한다. 두 사람의 관계가 중심이지만 외부와 내부, 5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팽팽한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여러 등장인물의 서사가 뜬금없이 튀어나오지 않고 자연스레 연결되며 몰입감을 더한다.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오해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들이 묵직하게 다가오며, 영화의 전개는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다. 영화는 그 지점에 명확히 점을 찍어 저마다의 입장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풀어나가는 과정이 시원하고 과거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의식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이 인상 깊다. 다만, 영화의 주요 소재인 계급과 신분에 대한 이야기가 두 주인공의 서사보다 비중이 적어 아쉬움이 남는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올해의 개막작은 김상만 감독님의 <전, 란>으로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박찬욱 감독이 제작 및 각본에 참여를 했고, 김상만 감독님을 비롯하여 출중한 실력의 한국 영화인들이 힘을 모아 완성해 낸 사극 대작이라고 소개했다. 박도신 대행 김상만 감독,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성규, 장성일 배우가 참석했다.
<전, 란>은 임진왜란이라는 시대 배경과 창조된 인물을 통해 구성된 영화이며, 왕조 실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만큼 여러 나라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넷플릭스 영화뿐만 아니라 극장의 걸리는 영화들도 더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좋은 평과 관심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캐릭터 구축에 있어서 어떤 사회의 계급 시스템에 대한 생각을 반영한 인물들 즉, 대표되는 인물들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상영일정
10/02 18:00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10/03 16:30 영화의전당 중극장
10/04 12:30 CGV센텀시티 6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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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물어 가는 한 시대를 표현한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서부극을 딱히 좋아하지 않지만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보고 나서 나름 서부극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루하고 총만 난사하는 고정된 스토리라인만이 존재할 줄 알았던 나에게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다양한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준 작품이었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시놉시스
1969년 할리우드, 잊혀져 가는 액션스타 ‘릭 달튼’과 그의 스턴트 배우 겸 매니저인 ‘클리프 부스’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새로운 스타들에 밀려 큰 성과를 거두진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릭’의 옆집에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과 배우 ‘샤론 테이트’ 부부가 이사 오자 ‘릭’은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고 기뻐하지만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다.
형편상 더 이상 함께 일할 수 없게 된 ‘릭’과 ‘클리프’는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하고 ‘릭’의 집에서 술을 거나하게 마시던 중 뜻하지 않은 낯선 방문객을 맞이하게 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 이 이후로는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서부극의 끝물을 그려내다
1969년은 미국에서 영화의 흐름이 바뀌는 과도기적인 시기다. 1970년 이후부터 스타워즈와 같은 대형 블록버스터 작품들이 나오면서 기존에 유행했던 서부극이 한 풀 꺽이는 시기다. 영화의 한 장르와 과거의 스타가 함께 그 명성이 기울어져 가고 그것을 점차 받아들이는 표현이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다.
이는 아역배우와 릭달튼의 대화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앞으로 영화를 이끌어 나갈 아역배우 옆에서 노쇄함에 관련된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어린 배우가 그런 릭달튼을 위로하는 장면에서 한 시대가 저물어가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히피들 맞나?
내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히피들은 19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반체제운동을 한 사람들이었다. 자연을 찬미하면서 그와 동시에 기성세대의 사회통념이나 제도, 가치관들을 부정하는 집단 말이다. 히피들은 인간성의 회복을 강조하면서 평화주의를 주장한다. 게다가 베트남전을 반대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마지막에 사람을 죽인다. 세상에나. 그렇게 가치관의 혼란을 선사한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그래서 히피, 폭력 이렇게 자료들을 찾아봤는데 왜 이 영화가 마지막에 히피들을 살인자로 만들고 그들을 죽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실제 1969년 할리우드 여배우 샤론 테이트가 히피들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를 비롯해 7명의 사람들이 무참히 살해돼 미국을 충격에 빠트렸다고 한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동명의 샤론 테이트를 영화 속에서는 죽이는 것이 아니라 클리프와 릭을 공격하게끔 해서 결국 히피들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즉, 현실 속에서의 슬픔을 영화 속에서 통쾌함으로 대치한 장면으로 이해됐다.
미디어의 폭력 연구가 왜 시작됐는지 표현하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보면서 해결된 궁금증 중 하나는 왜 당시 미디어 연구가 그렇게도 부정적으로 연구될 수밖에 없었나? 였다. 도대체 텔레비전이 뭐라고 그 텔레비전 영상 하나 봤다고, 텔레비전이 폭력을 야기하고 좋지 않다는 연구가 쏟아졌는지 정말 궁금했다. 거의 텔레비전의 등장과 함께 미디어, 매체 연구는 해당 매체의 부정적인 부분을 파헤치는 것이 목적이라도 된 것처럼 일제히 비판을 했다.
하지만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히피들이 릭을 죽이러 가기 전 “나는 텔레비전에서 폭력을 배웠고, 지금 그 폭력을 가르쳐 준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러 가는거야.” 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를 비롯해서 당시 프로그램드을 보면 총과 칼을 이용한 서부극들이 유행했고, FBI와 같은 범죄수사물들이 계속해서 방영됐던 것이 사실이다.
움직이는 영상이 훨씬 더 자극적으로 다가올 뿐 아니라 그런 범죄의 구체성이 피부로 와닿을 수밖에 없기에 미디어 연구자들은 그 부정적인 영향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해됐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단지 서부극의 이야기 뿐 아니라 저물어가는 한 시대의 이야기를 너무나도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같은 문화권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서부극에 대해 향수를 느낄 수 있을 정도 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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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리뷰/결말포함]군필이라면 다 아는 그 영화 분대장 교육장에서 틀어주는 바로 그 영화
#군대영화#밀리터리영화#전쟁영화
영화 ' 위 워 솔저스 ' 2002년
구독은 여러분의 큰 힘입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Nqd...#무비워크 #영화리뷰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결말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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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핫도그로 잃어버린 몸찾는 액션 스릴러!
윤계상 배우가 주연을 맡은 유체이탈자가 개봉했습니다.
12시간 마다 유체가 이탈하여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간다는 신기한 설정인데요.
게다가 다른 사람을 옮겨다니는 사람이 기억을 잃은 상태라 더욱 긴장감을 높이죠.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인물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가지만 긴장감은 높습니다.
핫도그와 노숙자를 통해 실마리를 찾아가게 되는데요.
근접액션, 차량 액션, 총기 액션 등 다양한 액션이 포함되어 있어 볼거리도 많습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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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walke starring actor Yoon Kye-sang has been released.
It's a strange setting that the fluid escapes every 12 hours and enters another person's body.
In addition, it raises tension even more because he who move around people have lost his memories.
The movie lead the story with limited space and limited characters, but the tension is high.
the main character track clues through hot dogs and homeless people.
There are many things to see as it includes various actions such as close action, vehicle action, and gun action.
Please refer to the video for detailed re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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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키싱 부스 3> 공식 예고편
[2021년 8월, 넷플릭스 공개]
엘, 아직도 학교를 결정 못 한 거야?
멋진 남친 노아와 평생 절친 리 사이에서 예비 대학생 엘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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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교섭> 30초 예고편
사상 최악의 피랍 사건! 목표는 전원 생존!? ⭐30초⭐ 안에 200% 몰입하는 황정민 X 현빈 X 강기영 의 숨막히는 교섭작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