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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비됴2024-03-07 17:02:25

족쇄가 된 이 죽일 놈의 사랑!

영화 <로기완> 리뷰

<로기완>은 ‘생존’ 영화다. 탈북자로서 중국을 떠나 벨기에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로기완이란 남자의 생존에 오롯이 집중한다. 아니 그래 보였다. ‘이 죽일 놈의 사랑’이 들어오기 전까지. 로기완의 가슴에 사랑이 스며들면서 그의 생존도, 더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 의미도 흐릿해진다. 인생에서 사랑이 모든 걸 해결해 주지 않는 것처럼, <로기완>도 마찬가지다. 

 

 

 

탈북자 로기완(송중기)은 중국을 떠나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한다. 자신을 살리려다 사고를 당한 어머니(김성령)를 떠나보내고 삼촌(서현우)의 도움으로 이곳에 온 그는 바로 난민 인정 신청을 한다. 하지만 신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 잘 곳도 먹을 것도 아는 사람도 없는 이국땅에서 그는 생존을 위한 버티기에 돌입한다. 하지만 추운 날씨와 인종차별로 인해 힘듦은 가중되고, 급기야 엄마의 마지막 선물과도 같은 지갑을 도둑맞는다. 그는 경찰서에서 지갑을 훔쳐 간 벨기에 국적 한국인 마리(최성은)를 만난다. 공교롭게도 악연으로 맺어진 이들은 서로를 도와주고 급기야 가까운 사이로 발전한다. 

 

<로기완>의 시작은 주인공의 수난사를 통해 살아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드러낸다. 추운 겨울 오래되고 얼룩진 잠바때기에 의존해 공중화장실에서 잠을 청하고, 빈 병을 모아다 판 돈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살기 위한 그의 처절한 몸부림은 짠함을 넘어선 고통을 전한다. 외지인으로서 겪는 고립감과 외로움은 물론, 동양인, 난민으로서 겪는 인종차별 또한 주인공의 고난을 강하게 표현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동시에, 보는 이로 하여금 로기완이 처한 상황을 공감하게 한다. 

 

 

 

 

로기완의 고난사를 통해 전해지는 건 그가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다. 그건 바로 어머니란 존재와 죄책감. 자신을 위해 북에서 중국으로 넘어온 건 물론, 아들을 위해 헌신하고 죽는 상황에서도 좋은 땅에 가 살아남으라고 말하는 어머니는 그를 살고 버티게 하는 동력이다. 더불어 아무리 닦아도 닦이지 않는 아스팔트 위 핏물처럼 절대 잊을 수 없는 죄책감은 그가 이 고난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를 감내하는 이유로 보인다. 

 

이런 어머니의 마음은 벨기에 정육 공장에서 만난 조선족 선주(이상희)를 통해 강조된다. 막내 아들 수술비를 벌기 위해 이국에서 일을 하는 그녀는 악착같이 일을 한다. 아들을 향해 모든 걸 다 내어주는 기완의 어미처럼 말이다. 영화는 한발 더 나아가 선주를 기완에게 유사 어머니처럼 느끼도록 하는 장면 삽입으로 이들의 연대를 강화한다. 

 

 

 

로기완에게 있어 살아가는 이유는 마라에게 있어서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는 이유가 된다. 엄마의 죽음을 아버지가 인도(안락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그녀는 아버지를 원망한다. 더불어 자신이 그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것, 반대로 오랜 투병 생활에 지쳐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자책에 그는 불법 사격 선수로 활동하며, 술과 마약에 찌든 삶을 산다. 

 

서로 다를 것 같은 로기완과 마리는 내제되어 있는 어머니와 죄책감이란 공통 분모를 확인하고 이내 가까워지며, 점점 서로에게 삶의 이유가 된다. 엄마와 죄책감에서 벗어나 서로의 아픔을 확인하는 이들의 감정은 연민을 넘어 사랑으로 번지고, 삶의 변화를 맞는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시기에는 언제나 아픔과 고통이 따르는 법. 자신도 모르게 채워졌던 족쇄를 끊어내기 위한 이들의 몸부림은 삶의 변화에 따른 성장통이라 볼 수 있다. 

 

 

 

 

서로의 상흔을 메우는 기완과 마리는 연인이 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되지만, 관객으로서 이를 오롯이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감독은 주인공들의 고통을 감내하고 치유하는 방법으로서 ‘사랑’을 끌어오지만, 보는 내내 이 사랑이 꼭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인터뷰에서 “7년 전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왜 기완이가 사랑 타령을 하지’ 싶었다”는 말을 전한 송중기처럼, 팍팍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기완의 삶에서 마리와의 사랑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물론, 내외적으로 이들의 공통점을 내세우며 하나씩 사랑의 감정은 쌓여가지만, 이에 따른 당위성이 부족한 탓에 이야기는 헛돌고, 초반부 견고하게 쌓았던 캐릭터도 그 매력을 상실한다. 사랑의 힘은 오히려 족쇄가 되어버린다. 

 

 

 

“제가 그토록 바랐던 것은 이 땅에 살 권리가 아니라 이 땅을 떠날 권리였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깨달았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로기완의 내레이션은 결국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끔 한 어머니란 존재와 죄책감의 고통을 벗어날 때 비로소 자유를 얻고, 성장한다는 걸 알려준다. 이 내레이션처럼 영화도 장르적 재미를 담보로 한 멜로 요소에서 벗어났다면 어땠을까? 흥행의 압박에서 자유를 얻고 영화적 성장을 꾀하지 않았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예상을 해본다.  

 

사진 제공: 넷플릭스 

 

 

평점: 2.5 / 5.0

한줄평: 사랑이 족쇄가 된 탈북자 생존기!

작성자 . 또또비됴

출처 . https://brunch.co.kr/@zzack0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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