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4-05-02 19:45:52
[JIFF 데일리] 독립‧예술영화의 최대 축제, JIFF 개막식 이모저모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새벽의 모든〉
2024년 5월 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이 4,000여 명의 관객이 참여한 가운데 공승연, 이희준 배우의 사회로 열렸다. 이번 영화제에는 국제경쟁 부분에 747편, 단편과 장편을 합한 한국영화 부문에 1,513편이 출품되어 역대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전해진다. “독립과 대안이라는 가치로 다양한 영화를 선보여왔다”는 민성욱 공동집행위원장의 말에 더한층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팬데믹 강타의 후유증이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고, OTT의 등장으로 기존 영화 산업을 관통하던 모든 공식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여러모로 영화계는 격변의 시기를 통과하는 중이다. 그 와중에도 독립‧예술영화의 기반을 오랫동안 다져온 전주국제영화제에 이토록 많은 작품이 출품되었다는 건 영화인들이 안팎의 위기에도 영화로 말하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의미일 터.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지난해의 슬로건을 올해도 유지한 이번 영화제가 어떤 영화를 펼쳐낼지가 유독 기대되는 이유다.
개막식에는 민성욱,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의 축사와 우범기 조직위원장 겸 전주 시장의 개막 선언, 개막 축하 공연, 경쟁 부문 심사위원들의 심사 기준 언급 등의 순서로 채워졌다. 국제경쟁 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유지태 배우는 누군가 정성들여 만든 영화를 심사위원의 주관으로 평가하는 일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면서도 "이번 영화제가 지금도 골방에서 글을 쓰는 감독과 작가, 예비 배우들을 위한 영화제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역대 최대 출품작 중 어떤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누릴지 궁금증이 증폭된다.

한편 개막작으로는 최근 베이징국제영화제에서 예술공헌상을 수상한 미야케 쇼 감독의 〈새벽의 모든〉이 선정되었다. 각각 월경전후증후군인 PMS와 공황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두 남녀가 서로를 도우며 연대와 희망을 벼려내는 영화다. 생리 때만 되면 평소의 차분하고 사려 깊은 성격과는 달리 공격성이 마구 분출되는 후지사와는 이 문제로 난처한 일이 반복되자 새로 들어간 회사를 2달 만에 그만 둘 수밖에 없을 정도로 증세가 심하다. 마찬가지로 어느 날 갑자기 공황장애가 찾아온 야마조에 역시 이 때문에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런 둘이 어린이용 과학 키트를 만드는 자그만 회사에서 함께 일한다. 서로의 어려움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상대가 불편하고 짜증나기만 했지만 우연한 계기로 상대 역시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안 이후에는 조금씩 ‘참견’하는 ‘오지랖’으로 서로를 보듬어나간다. 야마조에의 말마따나 둘 사이에는 이해할 수 없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하지만 서로를 도와줄 수는 있다. 〈새벽의 모든〉은 이 사소한 사실을 차근히 펼쳐내 보인다.
두 사람이 벼려내는 연대의 장소가 회사라는 점은 눈여겨볼만하다. ‘회사’는 자본주의의 핵심인 장소다. 회사에서의 끝없는 경쟁과 자기 갱신은 인간의 정신을 소진시키다 이내 탈진시킨다. 모든 정신 질환의 원인이 자본주의일 수는 없지만, 동시대 정신질환의 많은 특징이 여기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후지사와와 야마조에는 회사에서 만나 회사에서 연대한다. 아무도 없는 주말 저녁의 캄캄한 회사에서 서로를 위로하는 순간을 쌓는 식이다. 그들이 하는 노동도 마찬가지다. 밤하늘의 별자리와 관계된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며, 두 사람은 기존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밤’의 의미를 되새긴다. 밤은 어둡고 깜깜하지만 해가 떠 있을 때는 미처 볼 수 없는 별을 볼 수 있게 해주고, 인간은 별에 대한 호기심으로 지구 밖 세계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영화는 두 사람의 제품 개발 과정에 별에 얽힌 신화적 이야기를 덧대 밤에만 가능한 서사를 탐색하기도 한다.


여기서 밤은 정신 질환자가 침잠하는 세계의 은유다. 지구 밖에도 무한한 우주가 있지만 인간의 내면에도 그만큼 큰 우주가 있다. 때문에 두 사람이 노동하면 노동할수록, 즉 인간을 착취하는 자본주의적 활동에 충실할수록 자본주의가 옥죈 내면의 세계가 깊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야마조에의 말마따나 두 사람에게는 여전히 미래 전망이 없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두 사람만 알 수 있는 세계를 탐닉함으로써 결코 자본주의가 잠식할 수 없는 자기 내면의 무한한 공간을 마주한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두 사람 회사 사람들이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는 장면을 배경으로 올라가는 것 역시 우리가 자본주의의 일터인 회사를 다른 방식으로 재의미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아기자기하게 관계 맺으며 조금은 여유롭게 일하는, 나의 모든 것을 갈아 넣을 필요가 없는 동시에 일과 삶을 괴리시킬 필요가 없는 그런 일터의 가능성 말이다. 그곳에서는 일할수록 불행해지는 현대인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을 것만 같다. 〈새벽의 모든〉은 정신 질환에 관한 차근하면서도 급진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제25회 국제전주영화제에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개막작 〈새멱의 모든〉 상영 시간은 아래와 같습니다. 다른 영화 상영 시간은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5월 1일 19:30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001)
-5월 2일 13:30 CGV전주고사 3관(120)
-5월 5일 10:30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401)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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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숲 속에 고립된 G7, 현대 정치의 초현실적 우화
감독 에번 존슨( Evan JOHNSON ) /게일런 존슨 (Galen JOHNSON)/ 가이 매딘(Guy MADDIN)
Canada, Germany, Hungary, United Kingdom, United States/ 2024/104min /DCP /Color/B&W /Fiction/15세 이상 관람가
시놉시스
<뜬소문>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 일곱 명이 G7 연례 정상회의에서 겪는 일을 그린다. 글로벌 위기에 대한 임시 성명서를 작성하려던 국가 정상들은 숲에서 길을 잃고 점점 커지는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리뷰
캐나다 영화계의 독보적인 스타일리스트 가이 매딘과 존슨 형제(에반 존슨, 게일런 존슨)가 공동 연출한 영화 <뜬소문>(원제: Rumours)은 G7 정상회담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비틀어낸 블랙 코미디이자 정치 풍자극이다.
영화는 세계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정체불명의 세계적 위기에 대한 공동 성명을 작성하기 위해 한적한 곳에 모이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내 정상들은 짙은 안개와 함께 숲 속에 고립되고, 설상가상으로 정체불명의 위협(죽지 않는 늪지의 시체들, 거대한 뇌 등)과 마주하며 혼돈에 빠진다. 각국의 이해관계와 지도자들의 허영심, 무능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가운데, 이들은 길을 잃은 채 서로를 의심하고 기이한 상황에 휘말린다.
<뜬소문>은 가이 매딘의 초현실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미장센과 고전 영화의 양식을 차용한 듯한 독특한 촬영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감독들은 정치인들의 공허한 수사와 위선적인 몸짓을 과장되고 희화화된 방식으로 포착하며, 현대 국제 정치의 부조리함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숲이라는 고립된 공간은 현실 정치의 밀실을 상징하는 동시에, 이성적 판단이 마비된 지도자들의 내면 풍경을 시각화하는 무대로 기능한다.
케이트 블란쳇이 독일 총리 역을 맡아 카리스마와 함께 극의 중심을 잡으며, 캐나다 배우 로이 뒤피는 자국의 총리 역으로 등장해 미묘한 캐나다적 유머와 풍자를 더한다. 찰스 댄스는 미국 대통령으로 분해 강대국 지도자의 오만함을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등 베테랑 배우들의 앙상블은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이들은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섬뜩한 상황 속에서 각 캐릭터의 불안과 욕망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영화는 정치 지도자들의 무력함과 소통 불능을 코미디와 호러를 넘나드는 장르적 실험을 통해 효과적으로 폭로한다. <뜬소문>이 보여주는 대담한 상상력과 정치 시스템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은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뜬소문>은 현시대 정치의 단면을 기괴하고도 유쾌하게 해부하는 문제작이다. 걷잡을 수 없는 위기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지도자들의 모습은 단순한 웃음을 넘어, 현실에 대한 서늘한 성찰을 유도한다. 독창적이고 도발적인 영화를 찾는 관객이라면, 이 기묘하고도 매혹적인 '뜬소문'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상영 스케줄
2025. 05. 02 CGV 전주고사 3관 14:00 (상영코드 225)
2025. 05. 04 CGV 전주고사 3관 17:00 (상영코드 440)
2025. 05. 06 CGV 전주고사 3관 21:00 (상영코드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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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도의 탈을 쓴 심리 체험 드라마!
다수의 스포츠인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싶다고. 권투, 태권도, 유도 등 눈앞에 있는 상대와 시합을 벌이는 선수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는 검도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색의 옷과 호구를 쓰고 상대에게 일격을 가하는 이 스포츠에서 상대 선수는 곧 자신처럼 보이기 마련. 검도를 소재로 한 <만분의 일초>는 이 점을 극대화하며 오롯이 체험하는 자신과의 대결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 <만분의 일초> 스틸 /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
검도 국가대표 최종 선발대회에 참가한 재우(주종혁). 외딴 산속 내 합숙소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곳에서 과거 형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장본인 태수(문진승)를 만난다. 재우가 태수를 더욱더 증오하는 건 사고 이후 검도 사범인 아버지가 그를 애제자로 삼았기 때문. 악연이자 이제는 경쟁자로서 태수를 만나야 하는 재우는 훈련에만 매진한다. 하지만 선발대회 참가자 중 가장 좋은 실력을 갖춘 태수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어렸을 적부터 친분이 있었던 감독이 대회 참여 기회를 줬다는 오명도 그를 괴롭힌다. 매주 탈락자가 생기는 선발 시스템의 압박을 받는 재우는 마음의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며, 결국 다른 참가자에게 피해를 주고 만다.
영화 <만분의 일초> 스틸 /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
<만분의 일초>는 검도라는 스포츠의 매력을 살리는 연출이 돋보인다. 고요한 가운데 들리는 선수들의 호흡과 음성, 죽도의 타격음, 구르는 발걸음 등 검도 이외의 것은 음소거 된다. 기존 스포츠 영화와 달리,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는 갖가지 요소는 일부러 배제한다. 이로 인해 오롯이 선수의 움직임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고 자신도 모르게 숨죽여 이들의 대결을 바라본다.
1:1 대결이라는 점에서 대련 시 죽도를 잡은 손이나 구르는 발의 리듬과 스텝 등을 통해 긴장감을 유발하는데, 마치 서부극에 나오는 총잡이들처럼 결전을 벌이기 전 눈과 손을 클로즈업하며 감정을 고조시키는 부분과 오버랩된다. 경기 과정에서 벌어지는 스펙터클한 면을 부각하지 않으며, 최대한 담백하고 건조한 카메라 워킹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 <만분의 일초> 스틸 /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
영화는 오롯이 검도를 체험하는 동시에 주인공 재우의 심리를 체험하는 여정을 그린다. 풍경 소리로 시작해 풍경소리로 끝나는 형식은 마치 정신과 상담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듯한 소리처럼 들리는 것 같다. 그 소리로 빨려 들어가는 극 중 내용은 결국 검도를 소재로한 한 인간의 내면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송태섭이 농구로 형의 죽음과 관련된 트라우마를 이겨낸다면, 재우는 검도를 통해 자신을 옥죄는 미움과 증오의 늪에서 벗어난다. 재우에게 검도는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는 매개체로 비춰지는데, 이는 아버지라는 대상과 오버랩된다. 재우에게 아버지란 사랑하는 사람인 동시에, 가족을 버리고 형의 원수인 태수를 애제자로 받아들인 증오의 대상이기 때문. 이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은 태수도 마찬가지다. 태수를 향한 재우의 증오는 아버지를 향한 증오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만분의 일초> 스틸 /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
극 중 재우가 태수를 이기지 못하는 건 일렁이는 마음의 동요다. 검도는 올바른 자세와 마음가짐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이글거리는 분노는 그의 몸과 마음을 흔들어 버린다. 죽도를 잡은 손의 떨림이 이를 잘 보여주는데, 결국 지난한 과정을 통해 그가 깨달은 건 최종 상대가 바로 유년 시절 상처를 간직한 자기 자신이라는 것. 마지막 대결에서 죽도의 끝을 향하는 건 태수이지만, 상대가 자기 자신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영화 <만분의 일초> 스틸 /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
재우의 내면 밑바닥까지 끌고 가는 영화 특성상 보는 이의 감정 소모가 심한 편이다. 점차 강박에 시달리는 재우의 트라우마 극복기는 보는 이들에게도 그 힘겨움이 느껴지고, 때로는 피로감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재우의 심리 여정을 끝까지 따라가게 하는 건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다. 드라마 <이상한 나라의 우영우>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주종혁은 대사 보단 표정과 움직임으로 인물이 가진 감정을 표출하고 토해낸다. 특히 애증의 관계인 아버지와의 마지막 만남(?)에서 놓지 않은 손, 마지막 태수와의 대결 때 비로소 놓는 손 등 손 연기도 탁월하다. 맞상대인 태수 역의 문진승 또한 과거의 일에 죄책감을 가진 상황에서도 스스로 채찍질하고 연마하며 비워내는 구도자의 모습을 멋지게 보여준다.
영화 <만분의 일초> 스틸 /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
“관객이 체험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김성환 감독의 말처럼, <만분의 일초>는 검도의 세계, 인간 심리의 세계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그 강도를 높이기 위해 두리번거리지 않고 쭉 뻗어 나가는 이야기, 재우의 마음을 대변하듯 어둠으로 시작해서 끝내 자신을 이기고 새하얀 세상을 바라보는 마무리가 깔끔하다. 오랜만에 만끽하는 영화적 체험, 극장에서 느껴보길 바란다.
평점: 3.0 /5.0
한줄평: 검도의 탈을 쓴 심리 체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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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토반>으로 보는 1995년 vs 2020년 세대 공감 직장 생활!
1995년 을지로,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말단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 비리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그들의 우정과 연대 속 뿌듯한 성장을 공감과 재미, 감동으로 그려낸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배우들의 기대 이상의 만점 케미로 호평을 자아내고 있다.
일주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꾸준한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통해 1995년을 살아간 직장인과, 2020년을 살고 있는 직장인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찐" 직장 생활을 탐구해보자.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직장 생활!
입사 8년차 말단 사원인 세 친구가 거대 기업에 맞서 싸워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90년대 그 시절에 볼 수 있었던 회사 생활을 리얼하게 담아내 1995년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는 뜨거운 공감을, 2020년 현실 청춘들에게는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삼진그룹’의 말단 사원 세 친구, 자영(고아성), 유나(이솜), 보람(박혜수)은 회사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일단 뭉친다. 자신들만의 아지트인 옥상에 올라가 과자를 먹으며 함께 수다를 떨기도 하고, 퇴근 후에는 회사 근처 호프집에서 치킨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회사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푼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속 세 친구의 스트레스 극복 방법은 2020년 직장인들에게도 현실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믿고 의지하는 친구, 동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직장 스트레스 해소 방법 중 하나다.
그땐 그랬지~! 이젠 볼 수 없는 직장 생활!
한편, 2020년에는 볼 수 없었던 1995년 회사 생활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먼저, 1995년에는 실내에서 흡연이 가능했다. 사무실이나 회의실 테이블 위에 담배와 재떨이가 필수품처럼 비치되어 있었던 90년대를 그대로 재현해낸 ‘삼진그룹’ 사무실은 실내에서 흡연이 가능했던 시대적 분위기를 살려냈다. 마케팅부 회의 중 담배를 피우는 반은경(배해선) 부장과 페놀 유출 사건으로 ‘삼진그룹’을 취조하는 검사(김태훈) 등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현재의 우리에게 꽤 낯설다. 담배의 유해성과 간접흡연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2012년부터 공중이용시설의 흡연이 전면 금지되어, 지금은 보지 못하는 풍경이 되었다.
두 번째로 90년대에는 팀원들의 커피를 타는 일을 누군가 전담하는 것이 당연했다. ‘삼진그룹’ 말단 사원들은 상사와 팀원들의 취향에 맞게 알아서 탁탁 커피를 타는 일이 출근해서 아침에 하는 중요한 업무이다. 유니폼을 입은, 전 부서의 말단 직원들이 탕비실에 모여 커피, 설탕, 프림을 비율에 맞게 타는 모습은 1995년 직장 생활을 경험한 관객들에게 격한 공감을 모으고 있다. 특히, 자영이 각자의 취향에 맞게 커피 10잔을 12초 만에 타내는 신기록 보유자인 만큼 얼마나 많은 커피를 탔을지 짐작하게 한다. 오늘날 점심 식사 후 카페에서 커피를 사 마시고, 캡슐 커피나 믹스 커피를 취향별로 각자 알아서 마시는 요즘 상식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불과 20여 년 전의 회사 풍경과 문화다.
세번째, 90년대 말단 사원들은 상사의 지시라면 뭐든 해내야만 했다. ‘삼진그룹’ 말단 사원들은 구두닦이 배달, 담배 심부름, 재떨이 비우기, 짐 옮기기 등 회사 내 온갖 잡무를 도맡아 한다. 전날 야근하며 부원들이 먹었던 야식을 치우고, 담배까지 사서 책상 위에 놓는 말단 사원들은 언젠가 진짜 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며 버틴다. 직급과 무관하게 누군가의 서포트를 넘어, 각자의 고유한 업무를 하는 현실 청춘들과는 다른 낯선 모습을 보인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서로 달라 더 눈에 띄는 개성과 매력. 그리고 탄탄한 연기력으로 뭉친 고아성, 이솜, 박혜수가 입사 8년차 말단 사원들이자 회사와 맞짱 뜨는 세 친구로 분해 전 세대, 남녀노소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N차 관람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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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의 무도회 왈츠가 흐르는 영화 -7-
❣️[Cinelab Curation]❣️
이유 없이 설레는 봄에는 왠지 왈츠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왈츠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을 만나볼 수 있는 영화들을 가져와 봤습니다!
그럼 씨네랩 큐레이션으로 설렘 가득한 무도 회장으로 떠나 보실까요!🧡______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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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 더럽게 안 좋은 한 킬러의 운수 좋은 날
운이 없더라. 만약 사회복무요원 복무지에 노트북을 놓고 오는 건 운이 안 좋은 편에 속할까? 그런 것도 운이 안 좋은 것에 해당하면 난 정말 옴 붙었다. 좀 재미있는 일 없을까? 아니면 갑작스러운 행운에 걱정 없이 살 순 없을까? 금세 길거리에서 시비 붙었던 어떤 사람의 말이 떠오른다. 착하게 생겨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날 건든다. 진짜 좀 짜증 난다. 나 좀 안 건들 수 없나?
하지만 불운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웃픈 일들은 보통 한꺼번에 몰려온다. 받아들이는 사람 속사정 같은 건 고려해주지 않는 부자비한 놈이다. 만인에게 평등한 불평등. 이 우연 같은 불평등을 만나 사람 인생이 종종 바뀌곤 한다. 긍정적인 사람이 부정적으로 변하는 게 인간 아니겠어? 이런 모티브는 수많은 영화에 공통적으로 자리 잡혀있다. 이번에는 브래드 피트가 운 없는 킬러로 돌아왔다. 또 <불릿 트레인>을 시사회에서 본 입장에서 이 정도의 글이 감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운수 참 좋은 날
인생사의 많은 것들은 사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는지도 모른다. 유달리 운이 없는 이 남자는 방금 쓴 문장에 격하게 공감할 것 같다. 운이 없는 킬러 코드명 레이디버그. 갑자기 느닷없이 주위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건 일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원래 임무를 하기로 했던 킬러가 아파서 불참한다는 건 그냥 무덤덤하게 넘기기로 한다. 아니 뭐 고등학생이야? 아파서 조퇴하게? 툴툴대는 레이디버그. 그런 레이디버그를 마리아가 격려한다. 임무를 전달하는 마리아. 오늘 레이디버그가 해야 할 일은 일본을 경유하는 기차에 찌그러져 져 이 가방 하나를 무사히 가져오는 것. 그게 임무야? 일본의 한 지하철에서 가방만 찾으면 되는 게? 왠지 이번 임무는 확실히 쉬운 것 같다.
이 가정은 현실로 드러났다. 굉장히 쉬운 임무였다. 손님들이 가방을 넣는 칸에 간 레이디버그. 어렵지 않게 돈이 들어있는 가방을 찾는 데 성공한다. 이게 이렇게 쉽다고? 근데 사실 일이 그렇게 쉬울 리가 없다. 같은 열차 안에 있는 손님 중 몇몇은 레이디 버그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미 ‘백의 사신’에게 의뢰인의 아들을 엄호하고 돈가방을 챙기라는 지시를 들은 킬러 레몬과 탠저린이 있었다. 또 뭔가 아들과 관련한 사연이 있어 보이는 남자와 어려 보이는 여자도 기차에 탑승했다. 이 사람들은 평범한 인물들이 아니었다. 전부 킬러였다. 운도 더럽게 없는 레이디 버그. 이 사람들은 각자 목적과 계기를 가진 채로 열차에 탑승한 것이었다. 단순히 돈가방만 찾아서 빼돌리면 되는 미션인 줄 알았는데 오늘도 잘못 걸렸다. 지독한 불운을 무릅쓰고 레이디 버그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보는 재미는 있는 편
이 영화의 강점 중 하나는 보는 재미다. 이 영화의 보는 재미는 촘촘하게 잘 구성되어 있다. 일단 보는 재미 첫 번째. 액션이다. 액션 잘 뽑았다. 이야기의 배경과 설정 상 기차라는 속성은 극에서 중요한 지분을 차지한다. 기차는 한번 탑승하면 다음 역까지는 못 내린다. 또 승객끼리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도 그 특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넓게 탁 트이지는 않았다는 점이나 역이라는 게 있어 정류장 도착시간마다 서로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비행기, 버스와는 다른 대중교통으로서의 차이점이다.
영화는 이 특징을 십분 활용한다. 일단 좁은 공간에서 액션 잘 활용했다. 예고에도 나오는데, 이 영화의 액션이 공간이 좁았다면 상상하기 어려웠을 지점이 몇 군데 있다. 예를 들어서 극후반부엔가 열차의 운전석쯤에서 액션신을 벌이는 장면이 있다. 열차를 운전해야 함 + 근데 그 좁은 곳에서 총, 칼을 맞을 것 같은 긴박감이 잘 조합돼서 시너지가 난다. 이런 식으로 영화 내부에서 맨몸액션을 하는 것도 지형지물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이것 때문에 막 벽에 부딪힌다거나 하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그리고 인물들끼리 숨는 것도 한계가 있다. 어차피 직선 쭉 돌아다니면 보이는 게 승객들 얼굴인지라 어디 숨고 이런 묘사가 나오지는 않는다. 이렇게 '좁다'라는 특징에서 오는 큼지막한 요소들을 잘 살린다. 또 공간이 좁고 따닥따닥 붙어 있으면 소리 전파가 잘 된다. 막 멀리 있고 이러면 소리가 잘 안 들리지 않나? 또 일반 대중들이 출퇴근하며 오고 가는 지하철의 특성상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 의심 사기 쉽다. 이 덕에 총소리를 줄이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거나 주요 인물 암살을 가리려고 노력하는 등 초중반부까지는 영화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게 잘 작동하는 편이다. 이 공간 활용은 반대 맥락에서도 작용한다. 지하철이 정차한다. 역에서 내린다. 그럼 그 하차하는 시간 동안 잠깐은 역에서 인물들이 대화할 수 있다. 이 넓은 공간에서 벌이는 액션신도 영화의 완급조절을 위해 잘 사용한 것 같다. 글쓴이 개인적으로는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보다 넓은 곳에서 일어나는 액션이 더 기억에 남았다.
또 다른 강점으로는 코미디 타율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이런 미국식 B급 유머가 살짝 식상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근데 그건 영화를 많이 본 글쓴이(나) 같은 분들의 입장일 것이다. 다른 일반 대중들이 보기엔 이런 유머가 충분히 먹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의 전작인 <데드풀 2>에서 봤던 라이언 레이놀즈의 입담이 이 영화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례로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을 활용한 유머 난 솔직히 좀 재미있었다. 내가 이런 실없는 농담 좋아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 대사를 하는 캐릭터들이 그렇게 순수한 이야기를 하는 건 봐도 봐도 재미있다. 또 극 중에서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레이디버그의 대사를 듣고 중후반부쯤에 나를 제외한 다른 관객분들이 많이 웃는 걸 들었다. 이런 거 보면 코미디가 막 아예 재미없다고 말할 부분은 아닐 듯하다. 뭐 앞에서 쓴 부분 이외에도 'F' 단어가 많이 나오는 타란티노식 유머나 순간순간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인물들의 행동은 충분히 재미있다. 이런 맛은 익숙한데도 웃길 땐 웃긴다.
말이 너무 많아
그러나 이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 두 가지가 있다. 일단 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주인공 레이디 버그부터 시작해서 극후 반부 장면까지 말이 너~무 많아서 러닝타임 내내 늘어진다. 레이디버그도 자기 운 없다는 거 좀 적당히 좀 하지 초중반부까지 내내 말한다. 그리고 레몬, 텐저린 뭐 그리 말이 많은지 서로 쓸데없는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해서 이야기 전개가 느려진다는 느낌까지 받는다. 또 모든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기까지 해서 지나치게 친절한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례로 레몬, 텐저린 두 형제에게 어떤 사건이 일어난다. 이때 레몬, 텐저린이 대화하는 내용 1/2를 쳐도 사실 아무 문제없을 것 같다. 또 두 형제 중 한 명이 레이디 버그와 액션신을 벌이는 장면이 있다. 예고에도 나오는 장면이기도 한데, 이 때도 왜 굳이 싸우는데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점이 든다. 아니 그런 식으로 대화할 거면 청부살인 업을 왜 해? 진짜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이 말 많아서 짜증 나는 지점은 극후 반부에서 다시 한번 나타난다. 엔딩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레이디 버그. 주절주절 말을 하는데 좀 영양가 없는 말이라서 몰입이 깨진다. 분명 중요하고 클라이맥스일 텐데 굳이? 싶은 것이다.
그리고 각본에 구멍이 있다. 이 부분을 전부 서술하기엔 살짝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대략적으로만 써보자면, 원작 소설을 읽어야 설명이 될 거라고 드는 지점이 있다. 일본에 있는 신칸센을 저렇게 관리한다고? 싶은 부분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영화의 줄거리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이 영화는 총 쏘고 뱀 왔다 갔다 돌아다니고 주먹으로 때리고 창가 깨지고 불타는데 실질적인 열차 관리에 대한 대응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물론 감독이 이에 대한 대응을 하긴 했다. 이와 관련해서 후반부에 어떤 인물이 대사를 하긴 하는데 그 한 줄로 이 모든 설정의 오류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뭐 그렇다고 아예 개연성이 붕괴되는 영화는 아니다. 반대 측면에서 각본에서 딱딱 맞아떨어지게 설정한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왜 대타로 일을 하게 되었는가? 에 대한 부분이다. 또 어린 소녀의 개인 서사나 그 소녀와 함께하는 남자의 가족사까지 허술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을 타당한 전개로 잘 틀어막은 건 각본의 섬세함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외의 설정 몇 군데를 장르적으로 소비하기 위해 'ㅋㅋ 이래도 되겠지?' 하며 소비한 부분은 좀 아쉽다. 충분히 킬러들 간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묘사했다면 이야기의 긴장감이 더 잘 나타났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방형 멋있어요
아무튼 뭐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확실한 건 역시 브래드 피트는 멋있다. 이제 그의 얼굴에 주름살이 보이기 시작한다. 근데 이목구비를 따로따로 분리해서 보면 아직도 소년 같다. 그리고 액션 신도 깔끔하게 잘 소화한다. 굉장히 젊은 옷차림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사람이 멋있으니 무리 없이 소화하는 연예인 아우라가 여지없이 드러난다. 이 영화가 괜찮다고 느끼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브래드 피트의 스타 성일엔 텐데, 이 지점은 감독이 십분 이해해 잘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브래드 피트가 아니더라도 레몬/텐저린 역을 맡은 두 배우의 코미디 연기와 중반부 갑자기 튀어나오는 암살자, 또 조이 킹이 연기한 어린 소녀 캐릭터도 캐릭터 설정과 생동감을 잘 부여했다고 생각한다. 심각하게 많은 말에도 코미디에서 안타와 홈런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뭐 이런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후반부에 카메오 느낌으로 두 명이 나온다. 영화판에서 굉장히 알려진 슈퍼스타들이다. 그런데 우정출연 느낌으로 등장한 배우가 있다. 다른 영화에선 몰랐는데 이렇게 험한 조폭 포스도 잘 연기하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약간 더 착하게 생긴 윌렘 더 포 느낌..
넷플릭스 오리지널 같다
이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나오면서 느낀 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같다는 것이다. 그게 나쁜 건 아니다. 이 영화도 사실 마음 놓고 웃고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로서 충분하게 기능한다. 아니 액션 코미디 영화에 주인공이 싸움 잘하고 웃기면 장땡이지. 이 부분에서는 나름 괜찮은 평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다. 극장에서 돈 주고 상영관에 맞게 그 시간에 들어가서 영화를 본다. 이때 뭐 재밌고 이런 거 다 좋은데 우리가 알고 있던 액션 영화들, 특히 넷플릭스 오리지널같이 뭔가 미국 중심주의적인 작품을 보기엔 살짝 아쉽다. OTT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다. 이제 극장 가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면 OTT 영화들과는 다르게 더 밀도 있는 영화를 만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질 못하니 넷플릭스로 봐도 충분한 느낌? 그냥 단순히 볼만한 영화 만들기엔 넷플릭스가 너무 잘 나가니 앞으로 영화 제작의 난이도가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든다. 뭐 나름 재미있었다고 생각하는 이 영화지만 솔직히 주변 사람들이 극장에서 뭐 보면 되냐고 물었을 때 이 작품을 거론하긴 좀 힘들 것 같다. <헌트>보라고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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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선지와 은막을 수놓은 불멸의 음악가에게 바치는 헌사
- 고흐의 죽음에 얽힌 허구적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 <러빙 빈센트(Loving Vincent)>.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한 고흐를 기리는 이 영화는 캔버스 위의 고흐 작품을 영화의 프레임으로 치환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했다. 100명이 넘는 화가가 완성한 고흐 스타일의 그림들을 스크린으로 옮긴 것이다. 은막이 캔버스가 되고, 영사기가 붓이 되었다. 위대한 예술가에 대한 헌정 작품이 형식과 내용 면에서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를 보는 동안 영화 <러빙 빈센트>만큼의 벅찬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오선지와 은막을 수놓은 불멸의 음악가 엔니오 모리꼬네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헌사다.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사상 최고의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꼬네의 삶과 예술을 회고하는 다큐멘터리다. 영화 <시네마 천국>으로 유명한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연출한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진솔한 인터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축 처진 피부, 숱이 적은 성성한 백발만 보면 영락없는 90세 노인이지만 그의 맑은 두 눈, 명철한 기억력, 꼿꼿한 허리, 음악에 대한 변함없는 호기심과 열정은 그를 20대 청년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가 평생을 바쳐 몰두한 영화음악과 음악이 그의 정신에 늘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은 것이 틀림없다.
재능이 있는 예술가가 부지런한 것도 놀라운데 그는 끝없이 실험하기까지 했다. 손쉽게 모방하지 않고 어렵더라도 자신만의 음악을 추구했다. 자신이 관철하고자 마음먹은 음악이 있다면 영화감독과의 언쟁도 불사하고 어떻게든 영화감독을 설득했다. 동시대 트렌드 속에서 안주하지 않고 부단히 새로움을 추구한 덕분에 그가 작곡한 영화음악은 영화의 수준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어떤 영화를 대변하기까지 한다. <황야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미션>, <시네마 천국>, <헤이트풀8> 등의 걸작을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 없이 떠올리기는 어렵다. 지미 폰타나의 'Il Mondo(세계)', 영화 <기생충>에도 나왔던 잔니 모란디의 'In Ginocchio Da Te(당신 앞에 무릎 꿇고)' 등 그가 편곡한 수많은 대중가요 히트곡들은 기존의 관습을 깨면서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영화감독, 배우, 가수, 음대 동창, 영화음악가들의 인터뷰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예술적 성취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영화계와 음악계의 명사들이 모두 입을 모아 최고의 음악가로 꼽는 엔니오 모리꼬네. 그가 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삶과 예술을 해설한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영화와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예술가에게 큰 선물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2020년 7월은 영화사와 음악사 모두에서 중대한 기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끝)* 6월 15일 메가박스 코엑스 돌비 시네마에서 진행된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프리미어 시사회에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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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오펜하이머> 메인 예고편
크리스토퍼 놀란이 각본 및 감독을 맡은 영화 '오펜하이머'는 IMAX®로 촬영한 에픽 스릴러로,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동시에 세상을 파괴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당해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킬리언 머피가 J.로버트 오펜하이머로, 에밀리 블런트가 그의 아내이자 생물학자 겸 식물학자 캐서린 키티 오펜하이머로 출연합니다. 오스카 수상자인 맷 데이먼은 맨해튼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레슬리 그로브 주니어 장군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미국 원자력 위원회의 창립 위원인 루이스 스트라우스를 연기합니다.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플로렌스 퓨는 정신과 의사 진 타틀록 역을, 베니 사프디는 이론물리학자 에드워드 텔러 역을, 마이클 안가라노는 로버트 세르버 역을, 조시 하트넷은 선구적인 미국 핵 과학자 어니스트 로렌스 역을 맡았습니다. 또한 오스카 수상자 라미 말렉과 오스카 8회 후보에 오른 배우, 작가, 영화제작자인 케네스 브래너가 등장하며, 데인 드한, 딜런 아놀드, 데이빗 크럼홀츠, 올든 에런라이크도 출연합니다. 이 영화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책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저자 카이 버드, 마틴 셔윈)를 기반으로 하며, 엠마 톰슨, 아틀라스 엔터테인먼트의 찰스 로벤, 크리스토퍼 놀란이 제작했습니다. '오펜하이머'는 IMAX® 65mm 및 65mm 대형 필름의 조합으로 촬영되었으며, 최초로 IMAX® 흑백 아날로그 섹션이 포함되었습니다. '테넷', '덩케르크', '인터스텔라', '인셉션' 및 '다크 나이트' 3부작을 포함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는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5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으며 11개의 오스카상과 2개의 최고 작품상을 포함하여 36개의 후보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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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이상존재> 메인 예고편
인기 개그맨 유세윤은 14살의 어느 날 이상한 동작을 반복하거나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들을 내뱉는 등 기이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 행동은 점점 사라졌지만 그 당시의 세윤을 목격한 가족들과 그의 지인들에겐 여전히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된 세윤에게 또다시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려오고… ‘그것’은 점점 더 그를 괴롭히기 시작하는데… 인기 개그맨 유세윤을 둘러싼 15일간의 기록! ‘그것’의 충격적 정체가 밝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