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또비됴2024-05-14 17:14:30
환경 운동을 하면 사랑도 할 수 있다고? <디피컬트>
영화 <디피컬트> 리뷰
힘들다. 매년 나아져야 하는데, 매년 더 나빠지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경제 성장은커녕 유지만 해도 감지덕지고, 오르지 말라고 기도하는 물가는 청개구리처럼 점프를 해댄다. 이런 상황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저 멀리 프랑스도 매년 위기를 맞이하고 더 힘든 상황을 반복한다. 이를 배경으로 한 <다피컬트>는 채워도 채울 수 없는 소비사회 속 대출과 빚의 늪에 빠진 이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해가다가 삐끗한 이들에게 남은 거라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공허함과 외로움. 영화는 이들에게 위안을 건넨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방식은 환경보호 운동을 통해서 진행된다.
블랙프라이데이 당일, 오픈런을 위해 백화점을 찾은 알베르(피오 마르마이)는 입구 앞에서 환경 보호 운동가인 캑터스(노에미 메를랑)와 대치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저마다 갖고 싶은 물건을 향해 몸을 던지고, 알베르 또한 그 무리에 편승해, 자신이 원하는 TV를 얻는 데 성공한다. 그의 목적은 단 하나, TV를 중고 시장에 되팔아서 차액을 남기기 위함이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 어렵게 구한 물건 구매자 집에 도착한 알베르는 쇼핑 중독에 의한 파산으로 자살 시도를 한 브루노(조나단 코헨)를 발견해 가까스로 살린다. 이날 이후, 이것도 인연인지 빚더미에 앉아 파산 직전인 이들은 우연히 공짜 맥주의 유혹에 이끌려 환경 단체 모임에 참석한다. 그곳에서 알베르는 캑터스의 연설을 듣게 되고, 엉겁결에 환경 단체 일을 돕는다.
<디피컬트>는 과잉 소비로 인해 인간도 환경도 위협받는 현실을 일깨우는 영화다. 일종의 계몽영화처럼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자만, <언터처블: 1%의 우정> <세라비, 이것이 인생!> 등 연출을 맡은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토레다노 감독의 전작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코믹함과 긍정성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다.
<언터처블: 1%의 우정>의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만 봐도 한 명은 전신 불구고, 한 명은 무일푼 백수다. 희망보단 절망에 더 가까운 삶을 보내는 이들의 만남과 우정은 그 자체로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자학 개그처럼 느껴지는 영화의 코미디 요소는 마치 ‘진정으로 웃으려면 고통을 참아야 하고, 나아가 고통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을 영상화한 듯한 느낌이 든다.
그 연장선상으로 <디피컬트> 또한 힘든 상황 속 이들의 웃픈 코미디를 계속해서 보여준다. 환경 보호보다는 캑터스에 반해 환경 운동에 앞장서는 알베르와 못마땅한 표정으로 어쩔 수 없이 그와 함께하는 브루노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환경 운동 최전선에 서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상반된 모습은 그 자체로 웃음을 유발한다. (물론, 환경 보호가 아닌 다른 목적이 껴 있지만) 특히 바보 듀오 알베르와 브루노의 코믹 티키타카는 긍정적 나비효과처럼 러닝타임 내내 계속 쌓여가며 극의 재미를 부여한다.
영화는 이런 기조 아래 과소비 행태와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극 중 주요 인물들이 만나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과소비 때문이다. 알베르와 브루노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저마다 행복을 위해, 공허함을 위해 더 많은 소비를 하고, 시장경제는 이를 더 부추긴다. 무분별한 소비로 인해 환경은 파괴되고, 기후변화까지 이어져 결국 인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메시지는 그 자체로 생각할 거리를 전한다.
특히 영화는 캑터스를 통해 변하는 알베르의 모습, 그리고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가진 이들이 사랑이란 감정을 통해 함께 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연대의 중요성을 전한다. 감독은 입으로만 힘든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말만 하는 국가와 사회에 기대기보다 힘든 상황 속에서 색안경을 벗고 따뜻한 마음으로 손을 잡고, 포옹하고, 춤을 출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그 힘으로 버티며 살아갈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후반부 파리 도심에서 캑터스와 알베르가 함께 춤을 추는 장면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비극 속 피어나는 코믹함과 과소비 행태가 부른 사회 문제 심각성 사이의 균형감은 아쉽다. 특유의 긍정성이 사회 문제의 심각성까지 먹어버린 듯한 느낌이랄까. 해결되지 않은 사안이 많음에도 사랑과 연대의 힘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듯한 급작스러운 마무리로, 영화가 제기한 소비, 환경 문제가 흐릿해진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계속 지켜보게 하는 건 국가가 다름에도 우리의 모습이 엿보이는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다. 피오 마르마이와 조나단 코헨의 연기는 한 번쯤 돈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만들고, 노에미 메를랑의 연기는 환경 보호에 노력하지만, 그만큼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걸 깨닫게 한다. 여기에 과소비 방지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자원활동가 앙리 역에 마티유 아말릭은 과소비 방지 원칙을 소개하지만, 그 또한 도박의 유혹에 시달리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아마 영화를 본 후에도 우리의 삶은 변함없이 힘들 다. 하지만 그 힘듦에 주저않기보다는 뭔가 행동으로 옮기려는 마음은 생길 터. 필요한 물품만 사고, 쓰지 않는 물건은 나눠주고, 이를 통해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과 대화하며, 친분을 쌓으면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보자. 그게 단 1%라도 말이다.
사진 제공= (주)블루라벨픽쳐스 / TCO(주)더콘텐츠온
평점: 3.0/ 5.0
한줄평: 경제도, 환경도, 사랑도 힘든 이들과 나누는 위안의 연대
* <씨네랩〉 초청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 1
- 200
- 13.1K
- 123
- 1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