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4-06-15 11:25:21
하이재킹 | 역사와 상상 사이에서 항로를 지켜내는 뚝심
<하이재킹>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69년, 동해 상공을 비행하던 공군 파일럿 '태인'(하정우)은 비상사태를 맞이한다. 남파 간첩이 납치한 한국 민항기가 휴전선을 넘기 직전이 되자 민항기를 사격해 엔진을 멈추라는 명령이 떨어지는 것. 하지만 그는 전역한 자기 사수가 파일럿임을 확인한 후, 승무원과 승객의 안전을 우려해 상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 결국 비행기는 그대로 북한에 억류되고, 태인은 군복을 벗는다.
2년 후 민항기 부기장이 된 태인'(하정우)은 기장 '규식'(성동일)과 함께 속초 공항에서 김포행 비행에 나선다. 승무원 '옥순'(채수빈)의 안내에 따라 승객들이 탑승한 후 이륙한 비행기. 그러나 '용대'(여진구)가 사제폭탄을 터뜨리자 기내는 아수라장이 되고, 용대는 조종실을 장악한 후 북으로 기수를 돌리라 협박한다. 폭발 충격으로 규식마저 한쪽 시력을 잃은 가운데, 태인은 비행기와 승객을 지키기 위한 사투를 시작한다.
과거의 힘을 살린 항공영화
하이재킹. 운항 중인 항공기를 불법으로 납치하는 행위. 미 연방항공청에 따르면 하이재킹은 1968년부터 1972년까지 유난히 자주 발생했다. 5년간 325건에 달할 정도. <1987>의 김경찬 작가가 각본을 맡고, 당시 조감독이었던 김성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하이재킹>은 바로 그 시기에 발생한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1971년 1월, 속초공항발 김포공항행 여객기가 이륙 30분 만에 홍천 상공에서 납치범 김상태에게 납치당했고, 이강흔 기장과 전명세 조종사는 협박범의 요구대로 기수를 북쪽으로 돌렸다. 하지만 비행기는 강원도 고성 바닷가에 무사히 비상착륙했고, 승객도 전원 생존했다. 이강흔 기장이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를 북한의 미그기라고 속이는 기지를 발휘하고, 전명세 조종사가 폭탄을 몸으로 덮는 희생정신을 보여준 결과였다.
<하이재킹>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1987> 느낌이 물씬 나는 역사적 상상력이다. 사람보다 이념이 우선시되던 시대의 그림자와 과거라서 오히려 신선한 당시 시대상을 버무려 기존 항공 영화의 한계를 피하려 했다. 과하지 않게 감정선을 살짝 '넛지(Nudge)'하는 화법도 관객을 승객 중 하나로 만드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그 덕분에 <하이재킹>은 난기류를 만나고도 목적지까지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역사의 것은 역사에게, 상상의 것은 상상에게
실화 사건을 다룬 작품의 관건은 각색의 정도와 방향성이다. 상상과 왜곡은 한 끗 차이니까. 그런데 <하이재킹>은 그 어려운 일을 비교적 잘 해냈다. 역사적 사실을 부각하는 대목과 상상력을 발휘할 대목을 철저히 분리한 선택이 장르적인 측면과 스토리텔링 양쪽에서 득이 됐다.
사실 항공 영화는 상상력이 끼어들 여지가 많지 않다. 시간대가 현재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그렇다. 숱한 사고를 겪으면서 보안 규정이 나날이 철저해졌기 때문.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만 해도 '류진석'(임시완)이 비행기 표를 사는 첫 장면부터 기내에서 범죄를 저지를 때까지 전개가 어색하다는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하이재킹>은 오히려 과거로 돌아가 함정을 피했다. 항공 보안 관련 규정이 미비했던 70년대를 배경 삼아 자칫 억지스러울 상황을 납득시켰다. 선착순으로 비행기 자리를 고르거나 용대가 보안 검사를 뚫고 폭탄을 반입하는 장면은 신선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면서도 역사의 빈틈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실제로는 없었던 민항기 격추 명령, 알려진 바 없는 범인의 범행 동기 등을 잘 짜 맞춰서 태인과 용대 사이에 진한 감정선을 불어넣었다. 그 덕분에 다큐멘터리가 될 수 있었던 이야기에서는 생동감이 느껴진다. 이는 '이한열'(강동원) 열사와 '이연희'(김태리) 사이의 가상 로맨스를 활용해 6월 민주 항쟁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한 <1987>의 장점과도 유사하다.
피해자 VS 피해자
그 덕분에 <하이재킹>은 단순한 항공기 납치 스릴러 이상의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다. 전혀 접점이 없는 태인과 용대의 이야기는 대조될 때 함의가 드러나기 때문. 용대는 가해자가 된 피해자의 전형이다. 6.25 전쟁 때 북한 인민군 장교가 된 형 때문에 반공분자로 몰려서 감옥에 들어갔다 나왔다. 그 사이에 어머니까지 죽은 그는 2년 전 납북 사건 주동자가 북한에서 영웅 대우를 받는다는 소식에 착안해 하이재킹 범죄를 저질렀다.
반면에 태인은 피해자이지만 가해자는 되지 않았다. 그는 2년 전 휴전선을 넘어가는 민항기의 엔진을 쏴서 착륙시키라는 명령을 거부했다. 군에서 사수였던 파일럿과 승무원, 승객 모두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 대가로 강제전역 당한 후에도 그는 군복을 벗긴 휴머니즘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전투기 사격을 피하고, 한쪽 손만으로 비상착륙을 시도하면서 2년 전과는 달리 승객도, 승무원도, 자기 부사수도 지켜냈다.
이렇게 보면 두 주인공의 공통점과 차이는 분명하다. 국가 권력의 횡포로 인해 피해자가 됐지만 전혀 다른 답을 볼 수 있으니까. 용대는 피해의식과 정부를 향한 불신에 사로잡혀 자기 인생은 물론 무고한 이들의 인생까지 파괴하려 든다. 반면에 태인은 그 불이익을 오롯이 감내하면서 자기 신념을 증명해 보인다. 북한에서 송환을 거부한 파일럿 사수의 가족을 자기 자족처럼 돌보고, 부기장으로서의 임무에 충실하면서.
그래서일까? 두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대면하는 순간은 <하이재킹>에서 볼 거라 예상한 장면과는 거리가 멀다. 자기처럼 피해자로서 고통받은 이를 마주한 후에야 가해자가 된 피해자는 마침내 자기 잘못을 깨닫는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던 용대는 자기처럼 무고한 피해자는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태인의 설득에 비로소 흔들린다. 여기에 다소 잔인한 과감한 연출이 더해지면 둘의 관계는 의외로 가슴 아리게 다가온다.
압축과 절제의 미학
다른 길로 빠지지 않고 사건에만 집중하는 구성도 두 주인공의 이야기에 담긴 감흥을 극대화한다. <하이재킹>은 압축과 절제의 미학을 살려 이야기를 러닝타임 100분 안에 눌러 담고, 빠른 템포로 전개하면서 사건과 주인공 둘에게만 시선이 쏠리게 한다.
사실 <하이재킹>의 구성은 자칫 익숙한 신파로 빠지기 십상이었다. 갑작스레 납치된 승객 하나하나의 사연을 풀어놓으면 눈물을 짜내는 게 어렵지도 않았다. 신혼여행 가는 부부, 아픈 딸 병간호를 위해 서울로 올라가는 할머니 등. 하지만 영화는 승객에게 그다지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대신 필요한 타이밍마다 장면 하나하나를 알뜰하게 활용하면서 분위기를 고조한다.
감정을 강요하는 대신, 관객이 그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상황만 조성하고 뒤로 물러나는 셈이다. 사법고시 붙은 아들과 어머니가 대표적이다. 검사가 된 아들이 자랑스러운 어머니와 수화 쓰는 어머니를 창피해하는 아들. 납북을 대비해 신분증을 파괴해야 상황에서 아들은 차마 검사 신분증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자 어머니는 오히려 신분증을 찢으려 하고, 잘 찢어지지 않자 아예 삼켜 버린다.
부메랑이 된 상상력
다만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 상상력은 부메랑이 되기도 한다. 특히 과욕처럼 보이는 볼거리가 적지 않다. 물론 인상적인 대목도 있다. 용대가 폭탄을 터뜨려 조종실을 장악하는 장면은 마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속 뉴욕 타임스 스퀘어 장면을 연상시키는 슬로 모션 효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비록 같은 퀄리티는 아닐지언정 한계를 극복하려는 대담한 시도 자체는 놀랍다.
하지만 비행 시퀀스로 서스펜스를 쌓는 장면은 다소 무리수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기체에 구멍이 나서 비행기가 급낙하 할 때나, 한국 공군이 민항기를 사격하고 이를 피하는 장면이나, 여객기가 배면비행을 보여주는 것까지. 영화적으로는 긴장감을 극대화하지만, 잠깐이라도 현실성을 따지는 순간에는 맥이 뚝 끊길 수 있는 상황이다. 마치 <비상선언>에서 항공자위대가 민항기에 위협사격을 가하는 순간처럼.
또 비행기 내부 전개에서는 한계가 명확하다. 승객들이 용대를 덮치고, 부기장이 휴전선을 넘은 척 용대를 속이고, 어떻게든 난기류를 이용해 보려는 식으로 여러 사건을 만들어내고자 애쓴다. 하지만 결국 큰 틀에서는 겁에 질린 승객과 난폭한 납치범이라는 구도를 벗어날 변곡점이나 제3의 인물을 만들지는 못한다. 그러다 보니 중반부는 같은 장면이 반복되어서 비교적 지루할 수 있다.
배우들의 퍼포먼스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하정우와 성동일만이 이름값을 해냈다. 배우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보다는 극본의 한계가 드러난 지점에 가깝다. 여진구가 맡은 용대의 경우 태인과 대조되는 사연만 돋보일 뿐, 악역으로서의 카리스마나 매력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채수빈이 연기한 옥순은 단순히 시나리오의 도구에 불과하다. 없어도 이야기 전개에 문제가 없을 정도다.
이에 더해 <하이재킹>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기술적인 아쉬움도 크다. 대사가 잘 안 들리는 한국 영화의 고질병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비행기 외부 소음과 대사가 섞이거나 파일럿끼리 무전을 할 때는 OTT 자막 기능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국내 배급사가 아닌 컬럼비아 픽처스가 직접 배급하는 작품인데도 고쳐지지 않은 문제라 더욱 안타깝다.
Acceptable 무난함
실화에 상상을 더해 어찌어찌 목적지에는 착륙하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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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여기에 있다 I am Here 범죄 스릴러 속 휴머니즘
불량 남녀와 브라더를 감독했었던 신근호 감독이 12일 개봉을 앞둔 ‘나는 여기에 있다’로 새 작품을 내놓았는데,
주연 배우들이 무대인사를 하는 VIP 시사회 이벤트에 선정되어 서울에 다녀왔다.
공항에서 티켓팅을 한 뒤 브릿지 연결 없이 버스 이동으로 비행기에 탑승했다.
제주항공은 최근 국내선 항공의 운항 편수를 102편으로 늘렸는데, 제주 도민들의 도외 지역으로의 이동을 편리하게 돕고자 만들어진 제주항공은 해외 운항 노선 또한 늘려가며 사업을 확장해 가고 있는 중이다.
요금 금액대와 상관없이 포인트 적립이 모두 이루어지고, 마일리지 좌석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적립한 포인트 사용이 비교적 쉬운 편으로 포인트로 티켓 구입 시 부족한 포인트는 현금으로 즉시 보충할 수 있다. 포인트 구매 시 공항 이용료나 유류할증료 부분은 포인트로 구매가 불가하며, 별도로 결제를 해야 한다.
다만 적립된 포인트는 유효기간이 있어 그 기간이 만료되면 사라지니 이 점, 참고하시길 바라고요.
드디어 제주 땅을 벗어난 비행기는 제주의 전체적인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 만큼의 고도에 진입했는데,
예전에 비해서는 건물들이 무척이나 많이 생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휴양지라는 이미지가 강한 곳이다.
비행기는 순항을 하며 1시간여를 상공을 날아 서울 김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서울 관광을 다닌 뒤 시사회가 진행될 건대입구 롯데시네마까지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갔다.영화관으로 들어가니 입구 쪽에서 바로 시사회 티켓을 배부하는 곳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현장 티켓 수령은 별다른 기다림없이 바로 진행된다.
연락처 뒷자리와 이름, 선정 채널 등을 이야기하니 티켓을 나눠준다.
좌석은 임의 배정이다.
VIP 시사회라면 당연히 무대인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오던 뷰피였지만, 단순 영화 상영만을 두고도 시사회 진행이 되는 자리에 몇 번 참석하고 나니, 참석 신청에 신중이 기해지던 차에 감독과 배우들의 무대 인사가 함께하는 작품을 만나게 되어 신청 후 선정되기를 무척이나 바래오던 차에 선정이 되어 더욱 소중하고 값진 순간으로 만날 수 있었다.
영화관 내에서뿐 아니라 영화 상영 전 영화관의 한쪽 공간에서는 출연 배우들을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 보게 될 조한선과 정태우 배우 등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을 프레임 안에 담기도 했다.
이제는 중견 배우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 두 배우의 연기가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기념 사진 촬영을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다가 좌석을 배정받은 2층으로 올라가 무대인사를 기다리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품은 고조된 분위기 가운데 있었다.
요즘 한국 영화의 흥행 실적이 저조한 편인데, 이 작품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러닝타임은 82분으로 억지로 스토리를 질질 끌고 가지 않으며 포인트를 잡으며 깔끔하게 진행되어 가는 작품이었던 터라 짧은 시간 집중해서 영화를 감상하고 싶으셨던 분들에게도 괜찮을 듯싶었다.
7시가 되니 신근호 감독과 조한선, 정진운, 정태우, 노수산나 배우들이 무대로 와 인사를 했다.
범죄, 액션, 스릴러 장르의 ‘나는 여기에 있다’는 2023년 4월 12일 대개봉 예정으로 경찰과 범죄자가 동일한 공여자로부터 장기를 기증받은 스토리가 가미되었다.
장기를 기증받은 후 예전 성격이나 생활 패턴이 아닌, 공여자의 성격과 생활 습관으로 반응하며 지내는 경우가 종종 의학계에 보고되곤 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언급됩니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 말미에 그러한 실제 스토리를 감안해 만든 작품은 아님을 밝히는 문구가 나온다.
신근호 감독 조한선 정태우 정진운 배우 주연 나는 여기에 있다 VIP 시무대인사를 위해 상영관 안으로 입장하는 감독과 배우들 그리고 그들의 무대인사가 담긴 동영상을 첨부한다.
영상에 담긴 배우들의 바램처럼 ‘대박’나시길 바란다.
영화는 범죄 스릴러 장르이지만, 보는 이에 따라서는 휴머니즘적인 요소를 느낄 수도 있겠다.
긍휼한 시선으로 범죄자를 바라보는 형사의 마음과 심리를 표현하는 조한선 배우와 아역 배우의 이미지를 벗고 이제는 카리스마 있는 연기가 낯설지 않은 정태우 배우의 연기가 스크린 위에서 펼쳐지는 작품이었다.
특히나 왼쪽 눈 밑이 떨리는 조한선 배우의 연기는 인상적!
영화 관람이 끝난 뒤 밖으로 나왔는데, 무대인사를 했던 배우들 외에도 영화에 출현한 배우들 또한 눈에 들어옵니다.
무대인사가 있었던 VIP 시사회라 영화 관계자들도 많이 참석했던 자리였다.
티켓값이 이전에 비해서는 많이 오른 편이라 극장가를 찾는 것에 대한 부담과 망설임이 있는 요즘이지만, 공여자의 삶이 장기를 기증받은 이의 삶에 영향을 미친 부분에 대해 어떠한 해석을 내릴 것인가에 대한 답을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 연출을 한 ‘나는 여기에 있다’를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보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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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한 이별이 없는 삶, <노매드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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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플러스에 올라온 덕에 보게 된 <노매드랜드>. 아카데미 수상에 빛나는 작품이자 많은 평론가, 단체에서 극찬을 받았던 작품이라 한껏 기대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었고 소름도 여러 번 돋았던 명작이었다. 다음은 자아성찰에 가까운 주관적인 리뷰이다.
노매드
우리나라엔 흔하지 않지만, 바다 건너 대륙에서는 굉장히 흔한 주거 형태인 [Houseless]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노매드'라고 칭한다. 주인공 '펀' 또한 노매드로, 작은 벤 한 대에 몸을 실은 채 대륙을 정처없이 떠돌고 그 속에서 만나는 노매드들과 소통하며 어울린다. 매일 다른 곳에서 밥을 먹고 잠드는 그녀의 모습은 나에겐 마냥 '자유로운 영혼'으로만 보였고, 노매드로서의 삶이 얼마나 불편한지, 영화 속에 속속들이 들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이 된다면 노매드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만큼 내 눈에 펀의 삶은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자아 실현의 경지에 오른 삶] 같았다. 누군가에겐 노매드가 실패자나 노숙자처럼 보일지언정, 집이 있는 나보다 훨씬 성공한 인생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원한 이별이 없는 삶
영화 속 한 노매드가 말했다.
"이 생활을 하면서 가장 좋은 건,
영원한 이별이 없다는 거예요.
늘 '언젠간 다시 만나자'고 말하죠."
한참을 곰곰히 생각했다. 영원한 이별이 없다는게 좋은걸까, 나쁜걸까? 인간은 살아가면서 한 번 이상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 보고 싶어도 못보고, 만지고 싶어도 못만지는, 영원한 이별, 죽음. 나는 누군가를 잃는다는 경험 속에서 내 주변 사람들을 더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되고, 나도 언젠간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날 것을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영원한 이별을 한다'는 현실은 너무 잔혹하고 버텨내기 정말 힘들지만, 인간으로서 꼭 겪어야 할 성장통이자 필요악이라고 생각한다.
따라, 노매드의 말은 '영원한 이별'이라는 현실을 그저 도피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본인에겐 이로울 수 있다, 가슴 아픈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되니깐. 그치만 마냥 좋다고는 할 수 없을 거 같다. '죽음'이라는 현상은 자연의 순리 앞에 몹시도 자연적인 것이며, 우주가 괜히 만든 현상은 아닐 것이기에, 영원한 이별을 거부하는 것은 우주를 거부하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영원한 이별이 없는 삶은 솔직히 부럽다.
황혼 (Twilight)
<노매드랜드>의 포스터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노을지는 하늘과 펀의 모습이 연출된다. 딱, 황혼의 시간이다. 이 장면이 연출될 때 괜시리 마음이 편해졌다. 펀이 노매드들과 거리낌없이 떠들고, 웃기도 했던 걸로 기억난다. 황혼기를 살아가고 있는 펀이 황혼을 바라보며 인생을 비로소 즐기고 있는 것, 이게 영화가 제시하는 노매드들의 행복한 삶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황혼, 생각보다 노매드와 잘 어울린다.
전체적인 평가
펀은 주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끝내 노매드로서의 삶을 택한다. 그녀는 아마 영원토록 노매드로 살아갈 것 같다. 노매드들은 캠핑족과 별다를바 없다는 나의 편협한 생각은 이 영화를 통해 확실히 고쳐졌다. 그들은 그저 물리적인 집이 없다는 것. 그들이 서있는 곳, 그 곳이 그들의 집이고 터전이라는 것. 수 십세기동안 인간이 집착해온 [의, 식, 주]는 더 이상 우리가 생각하는 의식주가 아니다. 21세기에 접어든 이후 정말 많은 것들이 변했고, 주거 형태도 다양해지며 다양한 소수자가 생겼다. 그리고 사람들은 소수자의 삶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젠, 노매드에 주목한다. 다음은 어떤 소수자들을 접하게 될까? 세상은 정말 넓고, 나는 정말 한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에 큰 자각을 느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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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르>, <할로우맨>, <블랙북> 폴 버호벤 감독의 화제작 <베네데타> 영화리뷰
작품명 : 베네데타
감독 : 폴 버호벤
출연 : 비르지니 에피라, 샬롯 램플링 등
어린 베네데타는 부모님과 함께 수녀원에 간다. 평생을 주님의 신부로 살기로 결심한 베네데타는 올곧은 믿음과 자신감을 지녔다.
왠지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만 같은 원장 수녀를 비롯해 수녀원의 냉랭한 분위기가 조금 섬뜩하기는 하지만, 베네데타는 열심히 기도해 이곳에서 잘 적응한다.
성인이 된 베네데타는 어느 날,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쫓기다 수녀원으로 달려 들어온 바르톨로메아라는 여성과 마주친다.
바르톨로메아는 아버지의 학대와 착취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녀가 되고자 한다. 베네데타의 도움을 받아 이곳에 정착한 바르톨로메아는 모범적인 수녀 베네데타를 은밀하게 자극한다.
서로에게 우정 이상의 감정을 느낀 둘은 당시의 온건한 가톨릭에서 금기시된 사랑을 시작한다.
한편 베네데타는 뜻 모를 환각과 환시에 시달리게 된다. 꿈속에서 반복적으로 예수님의 형상을 보게 되는가 하면, 다른 수녀들과 함께 미사를 위해 찬송가를 합창할 때도 별안간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점차 베네데타는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성흔을 얻게 되고, 신부와 수녀들은 이 성흔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논박하면서, 베네데타는 수녀원에서 토론의 대상이 되기까지 한다.
관객 또한 베네데타의 불가해한 경험들을 마주하는 동시에, 평생을 섬겨온 성직자로서와 숨겨진 사랑의 행위자로서의 그의 삶에서 어떤 곳에 방점을 두고 바라봐야 할지 의문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이로써 <베네데타>는 기록되지 못하고 발견된 적 없었던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게 되는 영화가 된다.
<베네데타>는 <토탈 리콜> <할로우맨> <엘르> 등을 연출한 폴 버호벤 감독의 신작이다.
제74회 칸영화제에서 소개된 후 여러 논란이 된 바 있을 만큼 주제와 묘사에 있어 강렬한 폴 버호벤 감독의 스타일이 여일하게 이어진다.
두 여성의 성애는 물론이고 고문이나 자학 등 폴 버호벤 감독이 오랫동안 탐구해온 말초적이면서도 가학, 피학적인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감독이 여러 번 언급한 대로 <베네데타>는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
모두가 부정하고 싶더라도 부정할 수 없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베네데타>는 근본주의적 기독교를 비롯해 가부장중심적이면서 이성애중심적인 세계의 관습에 전복적으로 대항하는 영화이다.
폴 버호벤은 이전에도 폭력적인 세계에서 여성이 느끼는 경험들을 극한으로 치달아 보여준 바 있다.
<블랙북>의 레이첼(캐리스 벤허슨)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유대인으로서 겪는 엄혹하고 살벌한 시대의 풍경을 홀로 견디는 여성이며,
<엘르>의 미셸(이자벨 위페르)은 어느 날 정체 모를 남성의 침입에 성폭력 피해자가 되는 동시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살해 전력으로 살인자의 딸이라는 눈초리를 얻으며 살아온 여성이었다.
물론 폴 버호벤은 이들의 삶을 무조건적으로 피해자의 위치에 놓거나 또는 정확한 답을 준비해두기보다는 그들이 겪어오고 또 지금 겪고 있는 문제를 거의 정답이 없다는 듯 우리의 눈앞에 실행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그래서 폴 버호벤의 영화가 더욱 입체적이고 풍부하면서 때로는 논란을 불러오는 것은 아닐까.
영화<엘르>
영화<블랙북>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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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캐'를 가진 헐리웃 스타들
2주 연속 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영화가 있다고 하죠? 그 영화는 바로, <블랙 위도우> 인데요. 영화 <블랙 위도우>의 히로인이자, '어벤저스'를 10년간 지켜온 '나타샤 로마노프'의 본체가 실제로도 스파이만큼 많은 직업을 갖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스칼렛 요한슨뿐만 아니라, 실제 많은 배우들이 다양한 '부캐'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이색 취미를 갖고 있는 배우들 또는 생각지도 못한 부업을 하고 있다는 배우들을 지금부터 한 번 만나볼까요?
잇츠 CINE PICK!!스칼렛 요한슨
인생의 반 이상을 '연기자'로 살아온 배우이자, 출연작이 50편도 넘을 정도로 연기 활동을 열심히 한 배우, '스칼렛 요한슨'은 사실 취미 부자로도 유명한데요. 2009년, "Falling Down"이라는 솔로곡을 발표한 요한슨은 2015년, Este haim 등과 함께 "The Singles"라는 5인조 밴드를 결성한 가수이기도 합니다. 괜히 영화 <씽>에서 고슴도치 록스타 '애쉬' 역을 맡은 게 아니었는데요. 게다가, 그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간식, '팝콘'을 소개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 Yummy Pop 이라는 팝콘 가게를 차리기도 했습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폐점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2021년, 디즈니 테마파크 놀이기구 영화화 프로젝트 중 <타워 오브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에 제작자로 나설 예정이라고 하니, '마블' 영화에서 보지 못하더라도 열.일.중인 그녀를 많은 곳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드웨인 존슨
7월 28일 디즈니의 <정글 크루즈>를 통해 스크린에 컴백하는 배우 '드웨인 존슨'은 사실 배우가 '부캐'였던 WWE 대표 프로레슬러였는데요. 6년간의 레슬러 생활 이후 '배우'를 본캐로 갖게 된 그는 특유의 피지컬과 목소리 등을 통해 단숨에 차세대 액션 스타로 거듭날 수 있었고, 약 20년이 지난 지금 헐리웃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배우 1위를 3년 연속 차지할 정도의 대표 배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수입이 '배우'로서 벌어들인 금액만으로 이루어진 건 아닌데요! 그는 <분노의 질주> 스핀오프 작품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의 제작자로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쓸어 담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죠! 평소 데킬라의 팬이라 말하던 그는, 2019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데킬라 사업에 뛰어든 사실을 알리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많은 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역시, 그가 차기 대선 후보에 오를 수 있을 것인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과연 그는 '레이건'에 이은 두 번째 배우 출신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요?
제시카 알바
2000년대 초, 헐리웃을 강타했던 대표 미녀 배우 '제시카 알바'가 어느 순간 스크린에서 보이지 않아 궁금했던 분들이 많으실 거라 짐작됩니다. '제임스 카메론'의 TV시리즈 <다크 엔젤>부터 <씬 시티>, 그리고 <판타스틱 포>까지 성공시키며, 헐리웃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배우인데요. 그런 그녀가 지금은 대기업의 CEO라는 사실, 혹시 알고 계신가요? 2011년, 친환경 생활용품 기업 "디 어니스트 컴퍼니"를 설립하여, 독성물질이 없는 유아용품을 출시해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그녀의 꾸준한 노력은 1조 규모의 기업 가치를 만들어냈다고 하니, 끈기 인정합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배우는 아니지만, 국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헐리웃 감독인 '쿠엔틴 타란티노'는 친한파 감독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 그가 2002년, 그의 한국인 친구와 함께 뉴욕에 k-레스토랑을 오픈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K-BBQ는 물론, 비빔밥부터 떡볶이까지 다양한 한식 메뉴를 선보인 레스토랑 '도화'는 직접 만든 김치까지 제공하는 찐 한식당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지금은 폐점한 상태라고 하는데요. 타란티노 팬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소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배우의 BTS (Behind The Scene)를 알아보았는데요.
스크린에서도, 그 이외의 공간에서도 열.일 하는 그들이 있어
오늘도 우리는 영화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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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되는 재회, 그리고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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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과 정해인이 커플로 나오면서 그 케미가 얼마나 좋을지 기대를 하게 만들었던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개봉 당시 봉오동전투를 밀어내고 박스오피스 1위를 계속 차지했던 작품이어서 기대를 했었지만 과연 그만큼 인기가 있었어야 했을 작품이었는지는 의문이 남은 작품이었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시놉시스
"오늘 기적이 일어났어요."
1994년 가수 유열이 라디오 DJ를 처음 진행하던 날, 엄마가 남겨준 빵집에서 일하던 미수는 우연히 찾아 온 현우를 만나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연락이 끊기게 된다."그때, 나는 네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도 기다렸는데…" 다시 기적처럼 마주친 두 사람은 설렘과 애틋함 사이에서 마음을 키워 가지만 서로의 상황과 시간은 자꾸 어긋나기만 한다. 계속되는 엇갈림 속에서도 라디오 ‘유열의 음악앨범’과 함께 우연과 필연을 반복하는 두 사람. 함께 듣던 라디오처럼 그들은 서로의 주파수를 맞출 수 있을까?
* 해당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이것이 바로 운명인건가?
이어질 사람은 이어진다,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다시 만나게 된다 라는 말을 여실이 보여주는 작품이었던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어쩜 저렇게 우연히도 계속 마주치는 인연이 있을 수 있을까? 나는 없는데 말이다.
소년원에서 나오고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현우가 떠난 뒤 우연히 빵가게 앞에서 다시 만나고 그렇게 군대를 갔다가 헤어지고 이메일 비번을 안 알려줘서 연락을 못하다가 미소가 원래 살던 집으로 들어가며서 기적적으로 다시 연락이 되고 그런데 하필 사고가 터져서 못만나다가 미소가 일하는 출판사 윗층에서 작업을 현우가 하게 되면서 다시 만나고 이 무슨 기적같은 우연인가? 영화기에 가능한 것인가 싶으면서도 10년에 해당하는 시간은 2시간 안에 압축시켜서 보다보니 여러번의 우연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좋았던 작품
스토리 전개가 5년 단위로 진행되다 보니 조금씩 뚝뚝 끊기는 감이 없지않아 있었다. 하지만 그 스토리 전개를 이겨낸 김고은과 정해인의 연기력에는 박수를 보낼만 했다.
정해인은 그간 바른생활 사나이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소년원을 다녀온 캐릭터가 어울릴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괜찮게 어울렸던 것 같다. 김고은 역시 헤어지는 여자의 마음과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을 때의 설렘을 정말 잘 표현했던 것 같다. 그래서 현우와 미소가 헤어지고 미소가 편집장의 차를 타고 떠날 때 그 무너지는 감정을 너무나도 잘 표현해서 같이 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인기가 있을 작품이었나?
그러면서도 의문이 드는 점은 이 작품이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을만큼 작품성이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걸작은 아니었다. 감수성을 충분히 자극할만큼의 연출이 뛰어났던 작품이라고 느껴질 만큼 무언가 특별했던 것이 아니라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는 한 연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이러한 일상이 사람들에게 평범함으로써 인기를 끈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스펙타클하고 화려한 다른 영화에 비해 다큐멘터리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 담백한 작품이어서 그런것인가? 솔직히 김고운과 정해인이라는 배우 덕에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던 작품이었다.
개봉 당시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던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하지만 아직까지 그렇게까지 인기가 있었을 이유를 못찾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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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응과 반항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자연인 되기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은 이런저런 사연으로 속세를 떠난 사람(대부분은 남자인)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자연인으로 살고 싶다는 로망을 가진 이들이 꽤 되는 것 같다.
자연인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프로그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자연인의 식사 장면이다. 무척 비위생적여 보여도 자연인들은 말 그대로 자연인이기에 속세의 잣대를 들이밀 수 없다. 집을 스스로 짓고 고칠 줄도 알아야 한다.
돈을 내면 밥을 주고, 돈을 내면 집이 지어져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도 돈을 내면 해결되는 곳이 도시다. 이 간단한 시스템 속에 우리는 옹기종기 붙어 산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인구는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인구보다 많다. 가뜩이나 좁은 땅덩어리를 더 좁게 사용하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에 치이는 게 일이다. 아침 출근 시간에 9호선 급행열차를 타면 인간이 압축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실감한다. 어딜가나 사람이 쏟아진다.
나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하차 시 한무더기로 쏟아지는 사람들을 보며, 또 환승을 하기 위해 통로를 걷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그 무리의 일원이면서도 숨이 턱턱 막혔다. 강남역이든, 코엑스든, 홍대든, 서울 어디를 가도 사람이 가득하다. 군중 속에 섞이는 게 왠지 모르게 편안하면서도 불편하다.
그럴 때면 어디 조용한 데 숨어 있고 싶어진다. 도시에서 조용한 곳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카페에 가도, 도서관에 가도 사람이 가득하다. 자연 속에서 여유 있는 삶, 도시인의 마음에 작은 소망을 품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나는 도시에 순응해서 살아간다.
자연 속에서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도시인들이 상상하는 자연은 인터넷이 되고, 전기가 들어오면서 차를 타고 나가면 멀지 않은 곳에 편의점이나 마트가 있고, 병원도 있고, 깨끗한 물이 나오는, 그러나 사람은 적고 조용한 곳에서의 삶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오지에도, 인터넷도, 전기도, 편의점도, 마트도 없는 곳에 사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마치 자연인처럼.
<여덟 개의 산>은 유럽판 '나는 자연인이다'를 떠올리게 한다.
순응과 반항
피에트로의 가족은 알프스 몬테로사에 집을 빌려 여름을 보낸다. 조용한 마을이다. 피에트로는 그곳에서 브루노를 만난다. 브루노는 마을에서 태어난 마지막 아이다.
원래는 몬테로사에도 아이들이 살았다. 그러나 도로가 뚫리면서, 인구가 유입되기는 커녕 죄다 도시로 나가버렸다. 브루노는 친척들과 함께 소젖을 짜고, 농사일을 돕는다. 학교를 다니지 않아 글도 제대로 읽지 못한다.
피에트로는 브루노와 자연 속에서 뛰어 놀면서, 도시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한다. 도시에서 온 피에트로의 가족은 브루노를 도시에 데려가 공부시켰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물론 브루노의 친척들의 입장에서 브루노는 하나의 노동력이고, 브루노가 공부하러 가버리면 일 할 사람이 하나 없어지므로 반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브루노는 도시로 가고 싶어 한다. 처음으로 해 보는 반항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흔하다. 결국 개차반 부모에 의해 좌절되는 것또한.
피에트로의 아버지는 알프스의 모든 산을 오르고 싶다. 아들과 함께라면 더 좋겠다.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산에 가고 싶지도 않다. 열심히 돈 버는 아버지 덕에 꿈만 좇아 살고 있으면서도,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반항한다.
사실 이 선언은 '너는 반드시 아버지처럼 살게 되어 있다'는 마법의 주문이다. 어떤 이야기에서건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뛰쳐 나가는 아들은 반드시 아버지의 뒤를 밟는다.
아버지는 피에트로의 방황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느날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다. 아버지는 피에트로에게 몬테로사에 있는 집 한 채를 유산으로 남긴다. 당황스럽게도, 브루노만 알고 있다.
산꼭대기, 아주 외진 자리에 지어진 집이다. 이미 다 부서져서 형태도 없다. 아버지는 그곳에 집을 짓고 살고 싶어 했다. 인간들과 모두 단절되어, 오직 자연 속에 파묻힐 수 있는 곳.
서른이 넘어 다시 만나게 된 브루노와 피에트로는 조금 어색하다. 어릴 때 친구란 그런 법이다. 두 사람은 같이 집을 짓는다. 브루노는 집 짓는 기술자이고 피에트로는 딱히 쓸모는 없다. 그런 면에서 브루노는 몹시도 어른 같다.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남자다. 반면 피에트로는 여전히 직업도 없고 꿈도 없는 한량이다.
이들의 거리는 피에트로가 데리고 온 친구 중 한 명의 여자가 브루노와 함께 시골살이를 하게 되면서 점점 벌어진다. 두 사람은 함께 소젖을 짜고 치즈를 만든다. 시간이 흘러 아이도 생긴다. 여전히 애 같은 피에트로는 아버지가 등반했던 길을 따라 가며, 아버지의 흔적을 만난다. 아버지와 연락을 끊고 사는 동안, 아버지는 브루노와 함께 산을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산, 깨달음, 그렇다면 당연히 티베트가 나온다. 피에트로는 아버지처럼 산을 오르는 사람이 된다. 현지에서 여자친구도 사귄다.
피에트로가 쓴 여행 에세이가 대박이 나면서, 피에트로도 떳떳하게, 나름 금의환향 식으로 몬테로사로 돌아온다. 그러나 운명이란 엇갈림의 연속이다.
피에트로가 잘나가게 되자 브루노가 삐걱거린다. 브루노는 오직 산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돈 계산이라든가, 속세의 일은 모조리 아내에게 맡겨 둔다. 날로 늘어가는 빚을 감당할 수 없어 아내는 딸과 함께 친정으로 떠난다. 브루노는 혼자가 되었다. 브루노를 돕고 싶지만, 브루노가 원하지 않는다.
수미산 아래에는 여덟 개의 산(아홉 개라고도 한다)이 있다. 수미산은 불교 세계관에서 세계의 중심이다. 피에트로는 산을 떠도는 사람이며 브루노는 산에 머무는 사람이다. 산에 머무는 사람과 산 주변을 떠도는 사람 중 누가 더 산을 잘 볼 수 있는가. 영화 대사 중 그런 질문이 있다.
브루노는 산을 '자연'이라 부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에게 삶은 자연이 아니라 삶이다. '자연'이란 도시의 기준에서 대상화된 경우가 많다. 자연이라는 휴식, 여유, 평화 따위의 전형적인 이미지와 실제로 브루노가 사는 자연은 완전히 다르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며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하는 마음과 실제로 자연에 들어가서 의식주를 해결하며 사는 삶의 괴리 정도. 그러므로 우리는 삶에 순응하고 만다.
<여덟 개의 산>은 2022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사실 깨달음과 자연, 티베트, 이런 이야기들이 썩 반갑지 않다. 왜 다들 깨달음은 티베트에 가서 얻는가. 왜 아들은 아버지를 통해서만 삶을 발견하는가. 아버지가 죽고 나서야 모든 걸 이해하고야 마는가.
서양인의 눈에 '깨달음의 장', '신묘한 힘'으로 표현되는 오리엔탈리즘도 이제 세대교체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자연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관계맺기에 지친 경우가 많다. 가족간의 문제, 사회에서의 문제, 기타 등등. 사람에 질려서 떠나고 만다. 브루노는 산 또는 자연과 관계맺기에는 능했으나 인간관계에서는 서툴렀다.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저럴 거면 결혼은 왜 하고, 애는 왜 낳았대?' 소리가 절로 나오는, 딱 그런 유형이다.
피에트로의 시점에서 브루노는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자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이다. 과연 이들이 나눈 게 우정이었을까, 하면 그 역시 답하기 어렵다. 브루노는 피에트로가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고향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그런 면에서 무뚝뚝하고 약간 무섭기까지 한 아버지를 대신해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약간은 우상화된다.
우상이 무너지고 나서야 피에트로는 앞으로 나아간다.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아버지 죽이기>에서처럼, 아버지를 죽여야 어른이 된다. 그렇다고 실제로 아버지를 죽이면 안 되고.
그런 면에서 브루노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고 순응한다. 브루노와 피에트로의 순응과 반항이 뒤죽박죽 앞으로 나아가는 형국이다.
어떻게 보면 산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런 것 같다. 내가 저 산을 한번 조져보겠다! 하는 마음으로 올라가기 시작해서, 제가 잘못했어요, 하며 내려오는 게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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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매우 길다. 무려 147분이나 된다. 집중력이 부족한 나는 개인적으로 2시간 넘는 영화를 늘 적폐라고 생각해 왔다. 이 영화를 2시간 27분 동안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건, 이 역시 개인적으로 <브로크백 마운틴>의 모먼트를 살짝 기대했기 때문. 그런 거 좋아하느냐고 물으신다면, 너무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답할 수 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풍경이 참 아름다운 영화다.
<여덟 개의 산>보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더 많이 언급한 것 같다. 사실 좀, 알프스 버전 <나는 자연인이다> 극장판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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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의 산 The Eight Mountains
개봉: 2023. 09. 20.
러닝타임: 147분
감독: 펠릭스 반 그뢰닝엔, 샤를로트 반더미르히
출연: 루카 마리넬리, 알레산드로 보르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대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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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이스토리가 이별에 서툰 우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슈퍼맨이 돌아왔다 280화에서 윌리엄과 건후를 보며 떠오른 토이스토리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매 순간 이별을 향해 달려가지만,
여전히 이별에 서투른 우리들에게 토이스토리가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오늘은 토이스토리를 빌려 이별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토이스토리3 #토이스토리 #토이스토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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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당신의 사월>
"2014년 4월 16일,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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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정글 크루즈> 와일드 액션 60초 예고편
<캐리비안의 해적> 디즈니 제작! 이번엔 아마존이다!
미지의 세계 아마존에서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스릴을 선사하는
재치 넘치는 크루즈 선장 프랭크(드웨인 존슨).
고대 아마존의 전설을 쫓아 영국에서 온 식물 탐험가 릴리 박사(에밀리 블런트)가
의학의 미래를 바꿀 치유의 나무를 찾는 여정에 함께 할 것을 제안하면서,
순탄치 않은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아름답지만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열대우림으로 함께 모험을 떠나고
수많은 역경과 초자연적인 힘을 마주하게 된다.
고대 나무에 얽힌 비밀이 드러날수록 릴리와 프랭크는 더욱더 커다란 위험에 처하고
인류의 운명도 위태로워지는데…
전설을 믿는다면 저주도 믿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