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6-21 17:03:59
이과생이 대입한 인생 공식
<마거리트의 정리> 6월 27일 대개봉!
수학자, 과학자, 이공계열 천재들이 느낀 삶은 어떨까요?
자신의 삶 또한 '정리' 할 수 있을까요?
명문 파리 고등사범학교에 재학 중인
수학 천재 ‘마거리트’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칠판 너머의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성장 이야기를 담은 영화 <마거리트의 정리>가
오는 6월 27일 개봉합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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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베 얀손 영화 후기 - 삶과 캐릭터란 자신의 Symbol을 보여주는 하나의 브랜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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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유명한 작가이자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탄생 시킨 토베 얀손은 유명한 조각가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토베 얀손은 아버지의 재능을 닮아서인지 미적 감각이 탁월하다. 화가이면서 삽화가이기도 했던 토베 얀손의 삶은 어땠을까? 영화 초반부에서 전쟁이 끝난 직후이자 1945년에 토베 얀손은 엄격한 예술가 아버지를 피해 새로운 거처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간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고 비비카라는 시장의 딸이자 각본 연출가를 만나 동성애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는 끊임없이 토베 얀손과 비비카의 사랑을 보여주는데 그만큼 비비카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는 토베 얀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려고 끊임없이 성적인 노출 장면이 영화 겹겹에 나오는데 무민이라는 캐릭터가 탄생되기까지에는 토베 얀손의 파란만장한 삶을 엿볼 수 있다.
토베 얀손이 비비카를 만나고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그리면서 아동용 만화가가 되기 시작한다.
토베 얀손에게는 비비카라는 여성이 있었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 없이 이 둘은 거침없이 사랑을 나누고 확인한다. 이 둘의 공통점은 서로 예술을 좋아하며 예술가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무민이라는 캐릭터가 지금까지 인기를 끌어온 것은 토베 얀손이 삶을 멋진 모험이라고 생각하는데 있어 담긴 토베 얀손만의 철학이 담겨있는 것 같다. 자신의 아버지는 토베 얀손이 그리는 무민이라는 만화가 예술이 아니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토베 얀손을 인정하게 되고 각본 연출가인 비비카 덕분에 연극으로도 탄생하게 되어 아동들에게도 인기를 끌게 된다. 만약 자신의 그림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무민이라는 캐릭터는 없었을 것이다.
무민이라는 캐릭터가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노력과 고난이 있었다.
사회주의적인 분위기가 있는 핀란드에서는 신문에 아동용 만화를 그리지 못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자유로운 연애를 지향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사회주의적인 색채가 강한 나라에서도 성(SEX)에 관련된 부분에서는 보수적인 것보다 진보적이다. 거침없이 사랑을 하고 거침없이 헤어지는 당시 핀란드 시대상의 분위기는 불륜을 매도하기보단 수용하는 사회였던 것 같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성적인 장면들과 노출은 자신의 신체 노출에 대한 개방적인 사람들의 자유분방한 태도가 보인다. 그렇기에 사랑에 대한 관점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었다.
수많은 박수갈채를 받은 토베 얀손의 무민 연극은 당시 자유로운 핀란드 시대상의 분위기가 한몫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토베 얀손이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탄생시킴으로써 핀란드를 대표하는 작가로 성장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동화 작가로서 그녀가 살아온 인생 경험과 철학은 무민이라는 캐릭터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찌 보면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들을 다르다고 억압하기보다는 그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포용을 보여주는 게 맞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필자는 생각하는 바이다. 토베 얀손이 탄생시킨 무민이라는 캐릭터도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 모험적인 삶을 좋아했던 다사다난했던 인생을 표현한 작품이 아니었을까? 지금 우리에게 무민은 어떻게 생각되고 각인되고 있을까?
삶이 모험이라면 캐릭터는 나 자신을 표현하는 심볼(Symbol)이다.
하니엘의 주관적인 영화 한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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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재킹 | 역사와 상상 사이에서 항로를 지켜내는 뚝심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69년, 동해 상공을 비행하던 공군 파일럿 '태인'(하정우)은 비상사태를 맞이한다. 남파 간첩이 납치한 한국 민항기가 휴전선을 넘기 직전이 되자 민항기를 사격해 엔진을 멈추라는 명령이 떨어지는 것. 하지만 그는 전역한 자기 사수가 파일럿임을 확인한 후, 승무원과 승객의 안전을 우려해 상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 결국 비행기는 그대로 북한에 억류되고, 태인은 군복을 벗는다.
2년 후 민항기 부기장이 된 태인'(하정우)은 기장 '규식'(성동일)과 함께 속초 공항에서 김포행 비행에 나선다. 승무원 '옥순'(채수빈)의 안내에 따라 승객들이 탑승한 후 이륙한 비행기. 그러나 '용대'(여진구)가 사제폭탄을 터뜨리자 기내는 아수라장이 되고, 용대는 조종실을 장악한 후 북으로 기수를 돌리라 협박한다. 폭발 충격으로 규식마저 한쪽 시력을 잃은 가운데, 태인은 비행기와 승객을 지키기 위한 사투를 시작한다.
과거의 힘을 살린 항공영화
하이재킹. 운항 중인 항공기를 불법으로 납치하는 행위. 미 연방항공청에 따르면 하이재킹은 1968년부터 1972년까지 유난히 자주 발생했다. 5년간 325건에 달할 정도. <1987>의 김경찬 작가가 각본을 맡고, 당시 조감독이었던 김성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하이재킹>은 바로 그 시기에 발생한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1971년 1월, 속초공항발 김포공항행 여객기가 이륙 30분 만에 홍천 상공에서 납치범 김상태에게 납치당했고, 이강흔 기장과 전명세 조종사는 협박범의 요구대로 기수를 북쪽으로 돌렸다. 하지만 비행기는 강원도 고성 바닷가에 무사히 비상착륙했고, 승객도 전원 생존했다. 이강흔 기장이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를 북한의 미그기라고 속이는 기지를 발휘하고, 전명세 조종사가 폭탄을 몸으로 덮는 희생정신을 보여준 결과였다.
<하이재킹>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1987> 느낌이 물씬 나는 역사적 상상력이다. 사람보다 이념이 우선시되던 시대의 그림자와 과거라서 오히려 신선한 당시 시대상을 버무려 기존 항공 영화의 한계를 피하려 했다. 과하지 않게 감정선을 살짝 '넛지(Nudge)'하는 화법도 관객을 승객 중 하나로 만드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그 덕분에 <하이재킹>은 난기류를 만나고도 목적지까지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역사의 것은 역사에게, 상상의 것은 상상에게
실화 사건을 다룬 작품의 관건은 각색의 정도와 방향성이다. 상상과 왜곡은 한 끗 차이니까. 그런데 <하이재킹>은 그 어려운 일을 비교적 잘 해냈다. 역사적 사실을 부각하는 대목과 상상력을 발휘할 대목을 철저히 분리한 선택이 장르적인 측면과 스토리텔링 양쪽에서 득이 됐다.
사실 항공 영화는 상상력이 끼어들 여지가 많지 않다. 시간대가 현재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그렇다. 숱한 사고를 겪으면서 보안 규정이 나날이 철저해졌기 때문.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만 해도 '류진석'(임시완)이 비행기 표를 사는 첫 장면부터 기내에서 범죄를 저지를 때까지 전개가 어색하다는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하이재킹>은 오히려 과거로 돌아가 함정을 피했다. 항공 보안 관련 규정이 미비했던 70년대를 배경 삼아 자칫 억지스러울 상황을 납득시켰다. 선착순으로 비행기 자리를 고르거나 용대가 보안 검사를 뚫고 폭탄을 반입하는 장면은 신선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면서도 역사의 빈틈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실제로는 없었던 민항기 격추 명령, 알려진 바 없는 범인의 범행 동기 등을 잘 짜 맞춰서 태인과 용대 사이에 진한 감정선을 불어넣었다. 그 덕분에 다큐멘터리가 될 수 있었던 이야기에서는 생동감이 느껴진다. 이는 '이한열'(강동원) 열사와 '이연희'(김태리) 사이의 가상 로맨스를 활용해 6월 민주 항쟁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한 <1987>의 장점과도 유사하다.
피해자 VS 피해자
그 덕분에 <하이재킹>은 단순한 항공기 납치 스릴러 이상의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다. 전혀 접점이 없는 태인과 용대의 이야기는 대조될 때 함의가 드러나기 때문. 용대는 가해자가 된 피해자의 전형이다. 6.25 전쟁 때 북한 인민군 장교가 된 형 때문에 반공분자로 몰려서 감옥에 들어갔다 나왔다. 그 사이에 어머니까지 죽은 그는 2년 전 납북 사건 주동자가 북한에서 영웅 대우를 받는다는 소식에 착안해 하이재킹 범죄를 저질렀다.
반면에 태인은 피해자이지만 가해자는 되지 않았다. 그는 2년 전 휴전선을 넘어가는 민항기의 엔진을 쏴서 착륙시키라는 명령을 거부했다. 군에서 사수였던 파일럿과 승무원, 승객 모두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 대가로 강제전역 당한 후에도 그는 군복을 벗긴 휴머니즘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전투기 사격을 피하고, 한쪽 손만으로 비상착륙을 시도하면서 2년 전과는 달리 승객도, 승무원도, 자기 부사수도 지켜냈다.
이렇게 보면 두 주인공의 공통점과 차이는 분명하다. 국가 권력의 횡포로 인해 피해자가 됐지만 전혀 다른 답을 볼 수 있으니까. 용대는 피해의식과 정부를 향한 불신에 사로잡혀 자기 인생은 물론 무고한 이들의 인생까지 파괴하려 든다. 반면에 태인은 그 불이익을 오롯이 감내하면서 자기 신념을 증명해 보인다. 북한에서 송환을 거부한 파일럿 사수의 가족을 자기 자족처럼 돌보고, 부기장으로서의 임무에 충실하면서.
그래서일까? 두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대면하는 순간은 <하이재킹>에서 볼 거라 예상한 장면과는 거리가 멀다. 자기처럼 피해자로서 고통받은 이를 마주한 후에야 가해자가 된 피해자는 마침내 자기 잘못을 깨닫는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던 용대는 자기처럼 무고한 피해자는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태인의 설득에 비로소 흔들린다. 여기에 다소 잔인한 과감한 연출이 더해지면 둘의 관계는 의외로 가슴 아리게 다가온다.
압축과 절제의 미학
다른 길로 빠지지 않고 사건에만 집중하는 구성도 두 주인공의 이야기에 담긴 감흥을 극대화한다. <하이재킹>은 압축과 절제의 미학을 살려 이야기를 러닝타임 100분 안에 눌러 담고, 빠른 템포로 전개하면서 사건과 주인공 둘에게만 시선이 쏠리게 한다.
사실 <하이재킹>의 구성은 자칫 익숙한 신파로 빠지기 십상이었다. 갑작스레 납치된 승객 하나하나의 사연을 풀어놓으면 눈물을 짜내는 게 어렵지도 않았다. 신혼여행 가는 부부, 아픈 딸 병간호를 위해 서울로 올라가는 할머니 등. 하지만 영화는 승객에게 그다지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대신 필요한 타이밍마다 장면 하나하나를 알뜰하게 활용하면서 분위기를 고조한다.
감정을 강요하는 대신, 관객이 그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상황만 조성하고 뒤로 물러나는 셈이다. 사법고시 붙은 아들과 어머니가 대표적이다. 검사가 된 아들이 자랑스러운 어머니와 수화 쓰는 어머니를 창피해하는 아들. 납북을 대비해 신분증을 파괴해야 상황에서 아들은 차마 검사 신분증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자 어머니는 오히려 신분증을 찢으려 하고, 잘 찢어지지 않자 아예 삼켜 버린다.
부메랑이 된 상상력
다만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 상상력은 부메랑이 되기도 한다. 특히 과욕처럼 보이는 볼거리가 적지 않다. 물론 인상적인 대목도 있다. 용대가 폭탄을 터뜨려 조종실을 장악하는 장면은 마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속 뉴욕 타임스 스퀘어 장면을 연상시키는 슬로 모션 효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비록 같은 퀄리티는 아닐지언정 한계를 극복하려는 대담한 시도 자체는 놀랍다.
하지만 비행 시퀀스로 서스펜스를 쌓는 장면은 다소 무리수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기체에 구멍이 나서 비행기가 급낙하 할 때나, 한국 공군이 민항기를 사격하고 이를 피하는 장면이나, 여객기가 배면비행을 보여주는 것까지. 영화적으로는 긴장감을 극대화하지만, 잠깐이라도 현실성을 따지는 순간에는 맥이 뚝 끊길 수 있는 상황이다. 마치 <비상선언>에서 항공자위대가 민항기에 위협사격을 가하는 순간처럼.
또 비행기 내부 전개에서는 한계가 명확하다. 승객들이 용대를 덮치고, 부기장이 휴전선을 넘은 척 용대를 속이고, 어떻게든 난기류를 이용해 보려는 식으로 여러 사건을 만들어내고자 애쓴다. 하지만 결국 큰 틀에서는 겁에 질린 승객과 난폭한 납치범이라는 구도를 벗어날 변곡점이나 제3의 인물을 만들지는 못한다. 그러다 보니 중반부는 같은 장면이 반복되어서 비교적 지루할 수 있다.
배우들의 퍼포먼스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하정우와 성동일만이 이름값을 해냈다. 배우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보다는 극본의 한계가 드러난 지점에 가깝다. 여진구가 맡은 용대의 경우 태인과 대조되는 사연만 돋보일 뿐, 악역으로서의 카리스마나 매력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채수빈이 연기한 옥순은 단순히 시나리오의 도구에 불과하다. 없어도 이야기 전개에 문제가 없을 정도다.
이에 더해 <하이재킹>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기술적인 아쉬움도 크다. 대사가 잘 안 들리는 한국 영화의 고질병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비행기 외부 소음과 대사가 섞이거나 파일럿끼리 무전을 할 때는 OTT 자막 기능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국내 배급사가 아닌 컬럼비아 픽처스가 직접 배급하는 작품인데도 고쳐지지 않은 문제라 더욱 안타깝다.
Acceptable 무난함
실화에 상상을 더해 어찌어찌 목적지에는 착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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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를 위한 엘리베이터는 없다.
이 글은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퀴즈에 출연한 김종기 이사장은 학교 폭력 근절에 앞설 수밖에 없었던 아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듣기만 해도 마음이 끊어지는 것 같은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것에 마음이 아팠고, 몇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더 심한 형태로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최근 촉법소년을 필두로 청소년들에게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해 다루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직설적인 제목에 연기 귀신들로 채워진 듯한 출연진을 앞세워 관객들을 찾아왔다.
이 영화는 학교 폭력의 현실을 얼마나 정확히 직시하고 있을지. 포스터 가득한 비장하고도 비열한 분위기를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지 기대된다.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권력 없는 아이들.
사진 출처:다음 영화이 건물은 왜 엘리베이터가 없어.
피해자의 핸드폰 (불법) 감식을 위해 강호창이 허름하다 못해 내일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건물 계단을 오르며 한 말이다.
강호창의 한 몸을 편하고 빠르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존재. 출발은 같은지 몰라도 도착하는 속도만큼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르게 만들 수 있는 존재. 엘리베이터는 영화에서 권력이나 재력(돈)의 동의어처럼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결국 이 "엘리베이터"의 유무는 학교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르는 잣대가 되었다.
피해자 김건희는 사회적 배려 전형으로 국제 학교로 오게 된 인물이고. 가해자들은 그 점을 이용했다. 바꿔 말하면 가해자들은 권력과 돈이 든든한 방패가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점이 건희를 바닥에서 기게 만들었고. 가해자들은 건희를 보며 키득거릴 수 있게 만들었다.
무언가 부족하다 해서 미워해야 할 근거는 되지 않으며. 반대로 가졌다 해서 없는 사람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자신의 손에 쥐어진 것이 당연해지는 순간. 강호창처럼 투덜거리게 된다. 왜 원래 "있어야"할 것이 없냐고. 그것은 "없는" 너희의 잘못이지 있는 상태에 익숙해진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이다.
문소리, 설경구 두 정상회담.;뭔가 엄청나다.
사진출처:다음 영화배우 설경구와 문소리는 영화 [오아시스]에서 만났다.
배우로서의 초반 커리어를 쌓아가는데 서로의 이름은 시너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긴 세월 동안 자신의 자리에서 스스로를 빚어내는데 혼신의 힘을 다했고. 서로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을 법한 내공을 가진 배우가 되어 이 영화에서 재회했다.
젊은 시절(?)의 두 배우는 감정을 폭발시키거나 파격적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힘이 들어가 있었다면. 이제 두 사람은 자신의 나이와도 얼추 맞아떨어지는 역할로 한 화면에서 만났다.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을 가장 점잖지만 스스로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편안한 옷을 입은 모습으로.
덕분에 한 사람이 퇴장하면 한 사람은 등장하고. 누군가가 울고 있다면 또 누군가는 그 모습을 경멸스럽게 쳐다볼 뿐이지만. 그들 사이에는 그 어떤 어색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한 인물에게 힘이 치우치지 않은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진다. 그만큼 두 배우가 누구에게도 짐을 전가하지 않는 배우가 되었다는 뜻일 테니까.
두 배우의 영화를 보고 자란 내겐, 스치듯 안녕을 고하며 지나쳐가는 모든 장면들이 그저 귀하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나쁜 이유.;주인공이 가장 나쁘다.
사진출처:다음 영화영화 속 보호자들은 그 누구 하나 나무랄 데 없이 이기적이고 나쁘다. 아이들에 대한 걱정보다는 자신의 명성을 떨어뜨릴까 두려워하는 듯한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진 행동들을 하기도 한다. 이들이 앞다퉈 자신의 자식들을 권력의 그림자 안으로 숨기는 와중에도. 영화 속에서 가장 "나쁜 놈"을 꼽으라면 나는 결말로 가기도 전에 강호창이라고 말할 것이다.
강호창, 혹은 영화는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태도를 취한다.
자신의 아들도 학교폭력의 피해자라는 것이 밝혀진 뒤에야, 강호창은 자신의 직업의식을 십분 사용한다. 무시했던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고개를 숙이고, 진실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영화는 후반부에 강호창이 아들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한 노력을 하는 과정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다지 돈독해 보이지도 않던 아들과 아버지의 사이는 이때부터 둘도 없는 부정(父情)의 탈을 쓴다.
이 과정에서 실제 피해자인 건우의 존재감은 완전히 소멸하게 된다. 그러니 강호창이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는 장면이 좋게 보일 리가 없다.
후반부의 반전(?)을 빼고서라도. 선택적으로 정의를 부르짖는 강호창의 모습은 촌극에 가깝다.
마치면서
흔히 하는 말처럼 연기 구멍이 느껴지지 않는 영화다. 그러나 영화 속 메시지는 아쉽게도 피해자보다는 설경구 부자의 억울함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걸 보며 대체 무엇을 느껴야 할지 잘 알 수가 없다. 마지막 장면이야 예상을 했지만.
트릭은 너무 쉽고. 정작 써야 할 증거들은(자동차 블랙박스, 수표 일련번호 등) 법정에서 들이밀지도 않는다. 그저 감정에 호소하는 것만 같은 법정 신(Scene)이 나쁘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 글의 TMI]
영화관에서 팝콘 등의 음식물을 잘 먹는 편은 아니지만.
내 의지로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사이의 간극은 생각보다 컸다.
2022년 4월 25일 이후로 팝콘을 상영관에서 먹을 수 있게 되어서, 기분도 낼 겸 팝콘 하나를 샀다. 이직 후 주 4일 근무라 쉬는 평일 아침 조조영화를 보며 먹는 팝콘은. 당분간은 꽤 기분 좋은 경험으로 마음에 남아있을 것 같다.
물론 와그작거리는 소리가 거슬려 한동안은 사 먹을 리 없겠지만.
#니부모얼굴이보고싶다 #최신영화 #영화추천 #설경구 #문소리 #영화리뷰 #영화리뷰어 #책원작영화 #네이버인플루언서 #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브런치작가 #Munalo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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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들도 목적없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JTBC드라마 <그린 마더스 클럽> 스틸컷
좋아하던 드라마가 종영을 하면 남자친구와 헤어진 것처럼 마음이 허전하다.
좋아하던 드라마가 종영을 하면 남자친구와 헤어진 것처럼 마음이 허전하다.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 본방을 사수하기 위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신랑에게 “조용히 해 방해하지 마”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렇게 8주가 흐른다. 나의 부모님이 열여섯 번을 만나고 결혼하셨음을 상기한다면 8주, 즉 16시간은 제법 긴 시간이 맞다.
최근에 나를 떠나간 드라마는 <그린 마더스 클럽>이었다. 세련되게 들려오는 이 제목을 한글로 바꾸면 바로 ‘녹색 어머니회’다. 꼬꼬마 초등학교 시절 횡단보도를 건널 때 초록색 조끼와 초록색 모자를 눌러쓰고 우리의 안전을 담당하셨던 아주머니들. 내 친구의 어머니들. 요새는 녹색어머니회라는 말 대신 그린 마더스라고 하는 건가? 뭐, 잘 모르겠지만 바로 이 녹색어머니회를 담당하는 연령대의 아이 엄마들이 주인공인 이 드라마는 여하튼 정말 진국이었다.
JTBC드라마 <그린 마더스 클럽> 스틸컷
따뜻하기만 한 이야기는 어쩐지 가짜 같아서 싫다.
나는 오그라드는 드라마를 잘 못 보는 편이다. 쓸데없이 화기애애하다던지, 현실과 다르게 너무 이상적이라던지, 한 점 티끌도 없어 보이는 관계들이라던지 그런 거. 따뜻하기만 한 이야기는 어쩐지 가짜 같아서 싫다.
언제나 속절없이 빠져드는 이야기라면, 근거 없는 따뜻함보다는 냉정하더라도 현실적인 이야기. 추하고 노골적인 현실 속에 존재하는 진정한 한 줌의 따뜻함을 발굴해내는 그런 이야기다. <그린 마더스 클럽>도 그런 이야기 중 하나였다. 대놓고 따뜻한 아줌마들의 우정을 그렸더라면 난 애초에 본방사수를 하지도 않았을 터.
드라마를 보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간단 요약하자면. 드라마는 ‘상위동’이라는 학구열이 무지 높은 동네에서 이루어지는 엄마들의 커뮤니티를 다루고 있다. 모든 교육정보를 줄줄 꿰고 있고 아이를 잘 케어하는 이른바 ‘돼지엄마’를 필두로 아이 엄마들은 삼삼오오 몰려다니는데, 그 돼지엄마가 춘희(추자현), 이제 갓 그 모임에 입성한 엄마가 바로 은표(이요원)다.
매우 날카롭고 속물기가 가득한 춘희와 그에 비하면 순한 맛인 은표는 처음에 서로 부딪히고 경계하기 바빴다. 비단 이들뿐만이 아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아이 엄마들은 모두 종잇장처럼 얇은 관계들이다. 모두 서로의 이익(아이 케어)을 위해 만나고 흩어지는 사이일 뿐, 따뜻한 연대와 우정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 심지어 이 드라마의 2화 제목은 ‘어른들은 목적 없이 친구를 만들지 않는다’였을 정도. 조금 변태 같지만 나는 이 제목이 너무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곁을 주기 전에 열심히 간을 보는 어른들의 세계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JTBC드라마 <그린 마더스 클럽> 스틸컷
어른이 될수록 감추고 싶은 특성이 더욱 짙어진다.
그러나 좋은 드라마는 이러한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한 줌의 빛을 찾아내기 마련. 얄팍하고 잇속을 챙기는 어른들의 우정 안에서도 분명히 조금 더 나아가는, 깊은 우정은 존재할 터다. 드라마는 그 우정에 대해 조명한다.
사람에게는 타인에게 쉬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나만의 영역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른이 될수록 더욱 그 특성이 짙어진다. 나를 다 꺼내 오픈하는 것이 관계를 해치거나 나를 상처 입힐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계속해서 터득하기 때문이다. 어렵게 살아온 사람일수록 그 비밀 저장고는 더 깊고 클 수밖에 없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 것 같다.
JTBC드라마 <그린 마더스 클럽> 스틸컷
극 중에서 춘희는 타인에게 도저히 드러낼 수 없는 과거를 가진 사람으로 나온다. 어려운 가정환경, 의료사고의 누명을 뒤집어쓰고 이익을 위해 선택한 결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몰래 불법 의료행위를 벌였던 행적들. 춘희는 어두운 면을 감추고 사람들이 ‘좋아할’ 모습을 보이며 악착같이 살아왔다. 그러나 영원히 감추고 싶었던 것들이 타의에 의해 낱낱이 만천하에 드러났을 때, 그녀의 곁에 있던 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1. 저 여자 정말 최악이네. 상종하지 말자.
2. 잘못은 했지만 나는 저 여자의 진심을 알아. 이해해보고 싶어.
춘희를 둘러싼 아이 엄마들의 대부분이 1번의 태도를 보였다. 나는 그게 어른들의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장 현실적인 관계가 아닐까 생각했다. 나에게 피해를 끼칠 것 같다면 본능적으로 피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는 친구를 선택할 권리라는 게 있으니 이는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2번의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게 바로 춘희에게는 은표였다. 세간이 뭐라고 떠들건, 나에게 보여준 그 사람의 진심만을 헤아리려고 하는 마음. 그런 은표의 마음은 나를 절절하게 했다. 어른의 세계에서는 좀처럼 쌓기 힘든 우정이기에.
JTBC드라마 <그린 마더스 클럽> 스틸컷
그것이야말로 진짜 우정이 아닐까.
좋은 것만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 따뜻하고 평화롭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흠집 내지 않는다. 시댁 욕은 나눌 수 있지만 아픈 가정사는 나눌 수 없다. 보통의 커뮤니티에서 우리는 모두 이런 우정을 유지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춘희와 은표 같은 우정으로 넘어가는 관계들도 때때로 생긴다. 당신의 어두운 면을 알지만 당신이 나를 좋아해 주는 마음이 좋아서 이어가는 마음. 완벽하거나 이상적이지 않다는 걸 알지만 왠지 모르게 이해하고 싶은 마음. 그것이야말로 진짜 우정이 아닐까.
물론 그런 우정을 발굴하기란 현실에서 쉽지 않다. 나에게도 10여 년 이상이 된 오랜 친구들 말고는 거의 모두가 피상적인 관계들이다. 적당히 감추고 좋은 것만 나누는 관계.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어른의 세계가 그렇다는 거다. 그러나 그런 우정들 속에서 가끔은 피 튀기며 싸우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춘희와 은표처럼, 비 온 뒤에 더욱 단단해진 그런 우정을 느껴보고 싶다.
결국 <그린 마더스 클럽>의 메시지는, ‘어른들도 때때로 목적 없이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목적 없이 내 곁에 있을 친구, 내 모든 것을 알아도 떠나가지 않을 친구가 몇인지 헤아려본다. 단 한 명만 있다고 해도, 진정한 성공이리라.
JTBC드라마 <그린 마더스 클럽> 스틸컷
글쓰는 우두미
인스타그램 @wood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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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지난 7일 열렸는데요.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매년 전세계의 영화와 미국 TV
드라마를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인데요. 씨네픽은 '영화부문' 대표 수상작들을 정리해서 가져왔습니다
골든글로브에서 선정한 2023년을 대표한 영화들 같이 알아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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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갑자기 친한 척 하지 맙시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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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부친들에게.
자식과 친해지고 싶나요? 물론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필요하니까 아이들에게 손 많이 가던 때는 친구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낚시도 하고 여행도 가고, 직장도 쭉 다니며(혹은 때려치우기도 하며) 커리어를 쌓고, 도전도 해보고 실패도 해보며, 내가 번 돈을 놀고 먹는 부인과 자식에게 쓰는 게 때로는 좀 아깝기도 했지만.
자식이 아버지를 존경하거나 다정하게 대하지 않아서 기분이 나쁜가요? 옛날이고 지금이고 돈을 벌어다 주면 된 거 아니냐고 화를 내기는 했지만. 다른 집 자식들은 주말마다 찾아오고 전화도 자주하고 용돈도 주고 여행도 보내주는데, 왜 아버지에게는 늘 데면데면할까요.
이제 자신이 가정 내에서 쓸모 없는 것 같나요? 정답입니다. 아이들의 발달과정에서 애착형성이 아주 중요하던 시기에나 당신이 필요했지, 말 좀 통하고, 이제 손도 안 가는 자식들에게 당신과 지나가는 아저씨의 차이점은 외형이 닮았다는 것뿐이랍니다.
왜 여러 부친들이 맥락도 없이 갑자기 친한 척을 할까요? 이제와 가족애 같은 말로 친한 척을 하면 당하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난감할까요. ATM이 된 아버지, 외로운 아버지, 실컷 키워놓았더니 제 엄마만 아는 자식들, 그런 이야기는 너무 흔해서, 영화든 소설이든 만화든 어떤 작품에서도 보고 싶지도 않답니다. <가시고기>에서 끝냈어야 하는 아버지.
아아 진절머리나는 아버지의 외로움. 한 번도 친한 적 없었는데 왜 뜬금없이 자식과 당신이 친한 사이라고 상정하는 걸까요. 친하지도 않은데 왜 갑자기 당신의 외로운 영혼, 혹은 아픈 몸을 가족들이 구원해야 할까요.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하나도 안 친했던 아빠랑 친해지고 싶은 사람?
구원, 영화는 '구원'을 말한다. 나는 찰리를 신경쓰지 않겠다. 세상이 찰리를 연민할 것이다. 300kg에 육박하는 초고도비만이라 문 밖으로 한 발자국도 걸어나오지 못하는 몸뚱이를 가진 남자, 가족도 없이 혼자 사는 남자, 시간강사 일을 하며 자식을 위해 돈을 저축하고 있지만 자식으로부터 외면받는 아버지이니까.
대신, 오직 찰리를 구원하고자 했던 세 명의 여성만을 신경쓰겠다.
리즈
간호사인 리즈는 찰리의 거의 유일한 친구다.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우기는 찰리를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지난 겨울에는 차가 고장나서 춥고 먼 길을 걸어 찰리에게 와 줄 정도로 지극정성이다.
찰리는 리즈에게 미안해,라고 계속 말하지만 말뿐이다. 리즈는 찰리가 울혈성심부전을 앓고 있고, 머지 않아 죽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찰리의 끼니를 챙기는 사람은 리즈뿐이다.
딸 엘리를 만나는 것도 만류한다. 현재 찰리의 상태에 악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찰리의 집에 새생명교회 전도사라는 놈(토마스)이 찾아오는데, 리즈는 토마스를 쫓아낸다. 토마스는 고장난 라디오마냥 똑같은 소리만 반복한다. '주님이 저를 보내신 이유가 있다' '이 육신을 버리고 빛으로 다시 태어나' 같은. 토마스가 다니는 새생명교회에서 '종말', '144,000명이 구원받고' 같은 말을 하는 걸로 보아, 미국의 신천지교회인가 보다(신천지에서도 요한계시록의 최후의 심판, 종말, 144,000명 구원 등을 말한다. 대충 신천지라 보면 되겠다).
토마스는 자꾸 찰리 주변을 찝적거린다. 마치 신천지처럼... 그러다 리즈에게 한 소리를 듣게 된다. 리즈는 새생명교회 소속의 가정에 입양되었다. 아마 가족 모두가 신천지교도마냥 종교에 빠져있었던 듯하다. 아버지는 리즈의 오빠 앨런을 같은 교회 여자와 결혼시키려 했으나 그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가족을 버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면 되는데 앨런은 결국 가족과 종교를 등졌다는 고통으로 거식증을 앓다 강물에 투신하여 죽는다. 이런 얘기까지 해도 토마스는 고장난 라디오처럼 신이 자신을 보낸 이유가 있다느니, 빛으로 만든 육신을 받고, 어쩌고 저쩌고를 반복한다.
리즈가 찰리를 돌보는 행위는 죽은 앨런에 대한 애도다. 앨런에게 음식을 먹이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구하지 못했기에, 찰리만큼은 구하고 싶다. 그렇기에 찰리에게 줄 치킨과 샌드위치와 도넛과... 먹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사다 준다. 리즈는 머지않아 또 다시 실패하게 될 것이다. 또 다시 오빠의 죽음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리즈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찰리를 구하기 위하여.
엘리
찰리의 딸, 질풍노도의 시기를 통과하는 중인 16세. 세상 모든 것을 싫어하며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불량학생.
찰리가 떠날 때 엘리는 고작 8살이었다. 아버지는 떠났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제자였던 남자를 사랑하게 된 아버지는 가족을 버렸다. 매달 양육비를 부쳐주었으나 엘리는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다 쓰레기다.
그런 엘리는 학교에서 정학을 먹고, 뜬금없이 아버지를 찾아간다. 개연성은 없지만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엘리가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기 위해서는 에세이를 잘 써서 내야 한다.
찰리는 엘리와 가까워지고 싶어 딜을 한다. 에세이를 대신 써 주는 걸로, 그리고 그동안 모은 12만 달러(현재 환율 1,300원으로 계산했을 때 약 1억 5천만 원)도 엄마 몰래 엘리에게 주겠다고 한다. 정말 달콤한 제안이다. 엘리의 입장에서는 어떤 아저씨가 갑자기 나타나 숙제도 해주고 돈도 준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아버지라는 존재를 평생 그리워했고, 또 앞으로도 그리워 할 테지만.
죽음을 앞두고 엘리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은 폭력적이다. 엘리에게 아버지가 필요한 시기에는 사랑에 빠져 외면하다가 이제서야 자식과 가까워져야 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게다가 죽음을 앞두고 있기까지 한데.
이런 점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그레이스 앤 프랭키>의 두 남자가 더 신사적이라고 해야 할까. 최소한 자식은 다 키워놓고 커밍아웃을 했으니 말이다.
찰리는 엘리에게 끝없이 넌 완벽하고, 멋지고, 똑똑하다고 세뇌를 시킨다. 과연 엘리를 위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엘리의 취향, 엘리의 교우관계, 엘리의 관심사, 엘리의 장래희망, 엘리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지 않는가. 자기가 한 선택이 다 틀리지는 않았다는 믿음을 얻기 위해, 오직 자기 자신만을 구원하기 위한 발화에 불과하다.
엘리는 집에 자꾸 찾아오는 토마스의 뒷조사를 하여 그의 정체를 밝혀낸다. 구원 타령 하는 토마스도 사실은 교회 활동비 횡령으로 도망다니는 신세에 불과했다(니 팔자나 구원해라).
토마스에게 마리화나를 권하고 토마스의 사진을 찍고 음성을 녹음한 결과는 결국 토마스 가족과 교회가 토마스를 받아들이게 하는 결과가 되었다. 그래서 찰리는 엘리가 나빠 보이지만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 하는 좋은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자기자신도 엘리에게 고해성사를 한다. 내가 그렇게 하면 안 됐는데(이거 <애프터 썬>의 아버지도 했던 대사다) 미안하다.
어쨌거나 찰리는 엘리에게 사과를 했으니 마음은 좀 편해졌겠다.
메리
이 이야기의 가장 큰 피해자 메리의 비중이 적다는 것이 안타깝다. 사실 세 여자 모두 비중이라 할 게 없다. 찰리 때문에 인생이 꼬인 세 여자라는 것뿐. 메리는 어린 자식을 두고 남제자와 바람이 난 남편의 소문을 혼자 감당하며 어린 딸을 키웠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은 변심했고(1콤보) 심지어 그 대상은 남자고(2콤보) 떠났으면 잘 살기라도 하지 초고도비만이 되어 죽음을 앞두고 딸 앞에 나타났고(3콤보) 심지어 모아둔 돈은 자신에게 한 푼도 안 주고 딸만 준다고(4콤보) 하니, 도대체 몇 대를 얻어맞은 것인가.
그래도 메리는 찰리를 용서한다. 찰리의 심장에서 나는 소리에 마음 아파 한다. 나라면 배신자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을까. 난 못한다. 남편은 동성 제자와 바람났고, 자식은 엇나가고, 기댈 데는 술뿐이다.
찰리에게는 엘리의 좋은 점만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메리는 엄마로서도 실패한 것이 될 테니까. 그러니 찰리는 엘리에게 "넌 완벽하고, 똑똑하고, 멋진 아이"라는 말밖에 할 게 없다.
찰리가 사랑을 선택한 것에 후회가 없을지는 몰라도, 대가는 너무도 컸다. 모두를 희생하게 하는 사랑도 사랑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애인에 대한 애도도 틀려먹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한 자신을 혐오하며 끝없이 폭식이라는 자해를 하는 것은 실패한 애도다.
찰리는 심장에 통증이 있을 때나 곧 죽겠다 싶을 때 누군가가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을 읽고 쓴 에세이를 읽으며 안정을 취한다. 신경안정제 같은 이 에세이는 자기가 읽은 에세이 중 최고라고 한다. 그리고 엘리가 집에서 낙서하듯 쓴 몇 문장도 운율이 맞다는 이유로 전율한다. 자기 손으로 키우지도 않은 자식이지만 재능이 있으니 감동적인가. 웃기는 소리다.
모든 이상한 지점들에도 불구하고 찰리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된다는 걸,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애도고 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때로는 목숨 걸고 한 선택이 다 틀려먹었고 돌이킬 수도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때 가장 원망스러운 건 내 뜨거운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세상도 아니고 먼저 떠난 애인도 아니고 자기 자신이다. 찰리는 스스로가 혐오스러워 가장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자신을 괴롭혀왔다는 것을, 찰리를 보고 있는 세 여자뿐 아니라 영화 밖의 사람들도 다 알고 있다. 삼키지 못하는 애인에게 음식을 먹이지 못했던 통탄을 자신의 입에 욱여넣음으로 애도를 선택한 마음까지도.
<더 웨일>은 자신의 모든 선택이 틀렸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운 한 남자를 구원하기로 한 영화다. 우리는 누구나 조금씩 어리석고 이름값 못하는 호모 사피엔스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찰리와 다를 바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를 구원해야 한다.
구원은 셀프. 남을 구원하겠다는 주제 넘는 생각과 타인으로부터 구원받겠다는 나약한 마음가짐을 멀리하자. 그저 방을 청소하고 건강하게 식사하자. 운동을 하고 잠을 푹 자자. 인정하기 너무 싫지만 내가 했던 정신나간 선택들이 그때는 최선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이자. 그리고 리즈와 엘리와 메리처럼 모든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자.
*
<미이라3> 이후 그렇다할 인상을 남기지 않았던 브렌든 프레이저의 연기는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의료보험은 매우 중요하다. 의료민영화는 절대 안 된다.
더 웨일(The Whale)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주연: 브렌든 프레이저, 세이디 싱크, 홍 차우
상영시간: 117분
개봉일: 2023. 03. 01.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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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동석의 오류
최신 한국 영화를 리뷰하고 추천합니다
영화 '시동'을 소개합니다
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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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슈라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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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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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로마에 최고의 장군 과연 당신의 ONE PICK은 [ONE PICK/결말포함]
#그리스신화#로마신화#전쟁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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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워크 먹여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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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무녀도> 30초 예고편
영험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을 느끼는 이름난 무녀 '모화'
아들 '욱이'를 절에 보내고 아픈 딸 '낭이'를 애지중지 키우며 살아간다.
하지만 10년만에 돌아온 아들 '욱이'와 그가 섬기는 예수님이 '모화' 자신의 삶을 점점 흔들기 시작하는데...
스러지는 모화의 삶, 마지막 굿판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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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정원의 뱀파이어> 공식 예고편
세상을 바꿀지도 모를 인간과 뱀파이어 여왕의 운명적 만남. 위트 스튜디오와 실력파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한 <정원의 뱀파이어> 어느 추운 겨울, 인류는 뱀파이어와의 전쟁애서 패배하고 결국 거주지의 대부분을 잃었다.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작은 도시에 빛의 벽을 쌓고 안전하게 살 장소를 마련했다. 억압된 생활 속에서도 적인 뱀파이어와의 공존을 꿈구는 주인공 모모. 과거에 인간을 사랑해 전장에서 모습을 감추었던 뱀파이어 여왕 피네. 인간의 도시가 전화에 휩싸인 가운데, 둘은 운명적으로 만난다.
먼 옛날엔 인간과 뱀파이어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낙원'이 있었다. 이것은 이 '낙원'을 찾아 여행하는 한 소녀와 뱀파이어에 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