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4-10-02 09:44:52
‘관계성’에 관한 잊히지 않을 인장
영화 〈위국일기〉
두 장면이 있다. 여고생 ‘아사’와 친구 ‘에미리’가 텅 빈 학교 체육관에 둘이서만 있다. 두 사람은 넓은 체육관에서 때로는 가까이 앉아, 때로는 뛰어다니며 대화를 나눈다. 에미리는 아사에게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점을 알려주려는 참이고, 아사는 그런 에미리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는 반응과 질문을 던져 종종 민망해한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불편한 긴장은 없다. 이 장면의 주요한 정서는 두 사람이 적당한 거리를 둔 채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면서 안전하고 편안한 거리감으로 신뢰와 애정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서 나온다. 텅 빈 체육관에서 두 사람을 방해할 요소는 없다. 오롯이 둘만 마주해 말과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완벽한 접속’은 불가능할 테지만 상관없다. 타자를 완벽히 내 것으로 하는 관계는 공감이라기보다는 폭력이기 때문이다. 거리는 있지만 결코 멀지는 않고, 서로를 온전히 믿을 수 있는 두 사람의 관계성. 텅 빈 체육관의 두 소녀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 애정이 깃든 관계의 모델이 무엇인지를 가늠케 해준다.
두 번째 장면도 그렇다. 이번에는 아사와 그의 이모 ‘마키오’다. 두 사람은 탁 트인 바닷가의 한적한 계단에 앉아 있다. 이번에도 딱 달라붙어 있는 대신 위아래로 몇 칸의 간격을 둔 상태다. 아사와 에미리가 그러했듯, 두 사람은 때로는 앉아서 때로는 일어서서 움직이며 말과 감정을 나눈다. 닫힌 공간인 체육관의 폐쇄성이 커밍아웃하는 에미리에게 안전하다는 감각을 주었다면, 탁 트인 바닷가는 뜻밖에 한 가족이 된 조카와 이모가 앞으로 만들어갈 관계의 양상이 무한히 깊고 푸르리라는 점을 암시한다. 하나가 될 필요 없는, 적당한 거리를 조정해가며 서로의 곁에 있는 관계의 모델이 다시 한번 아름다운 이미지로 재현된다.
〈위국일기〉는 관계성에 관한 영화다. 가장 주요하게 다뤄지는 건 아사와 마키오의 관계다.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아사는 자신의 엄마와 십수 년 전에 절연한 이모 마키오와 한 가족을 이룬다.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이 아사를 두고 내뱉는 무심하고 무례한 말에 분노해 홧김에 자신이 아사를 데려가겠다고 선언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조율해야 할 것은 무수히 많다. 서로 다른 생활 습관, 성격은 당연하고 돌봄을 어떻게 주고받을지도 협상해야 한다. 비혼 여성 마키오는 갑자기 생긴 조카를 돌보고 보호하는 일에 동반되는 책임감이 생경하면서도 때로는 부담스럽고, 아사 역시 자기 엄마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면서도 그 이유는 절대 말해주지 않는 마키오와의 관계가 쉽지만은 않다.
영화는 두 사람이 차이를 조율하며 일상을 맞추고, 새로운 관계 모델을 학습하며, 죽은 아사의 부모님을 애도하는 과정, 나아가 억압적인 엄마(아사)/언니(마키오)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그러나 이뿐만이 아니다. 아사는 결혼하지 않는 여성 어른이 맺는 친구/연애 관계에서도 지금껏 모르고 지낸 관계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마키오 역시 아사를 돌보며 기존의 자기 관계망에 더욱 깊이를 더해나간다.
크든 작든 모든 등장인물의 관계성을 세심히 그려내는 〈위국일기〉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 서로를 북돋는 관계는 완벽한 이해와 공감이 아니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를 존중하며 곁에 머무를 때 나온다고.
공감과 이해라는 말이 너무 쉽게 쓰인다는 느낌을 곧잘 받는다. 그러나 자신만의 고유한 결을 축적해온 타자는 결코 누군가가 ‘완벽’하게 포착해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 일이 가능하려면 타자는 생동하는 존재이기를 멈춰야 한다. 완벽한 이해는 타자가 주체이기를 멈추고 타인을 위해 자신을 오롯이 희생해 내놓을 때만 가능하다. 심지어 이마저도 ‘해부학적’ 이해에 그친다. 죽은 동물과 곤충의 박제에서 우리가 그들이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듯이 말이다. 우리에게는 누군가를 장악하듯 이해하려 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감으로 은은하게 보듬는 관계의 모델이 필요하다.
〈위국일기〉가 공들여 보여주고자 하는 건 바로 이러한 관계성이다. 극적인 전개나 자극적인 요소로 관심을 끌지는 않지만, 자신뿐 아니라 서로의 일상을 지탱하며 함께 나아가는 건강한 관계의 양상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위국일기〉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관계가 그렇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두 장면은 영화가 그려내는 여러 인상적인 관계를 아름답게 재현하며 잊히지 않을 인장을 남긴다. 체육관과 바닷가. 서로 다른 속성을 지닌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미지화된 관계성은 ‘선을 넘는’ 관계에 지친 사람들에게 은은한 위로로 다가갈 것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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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AN 데일리] 찌개와 어항의 소리
감독] 김수인
출연] 장서희, 강안나, 최소윤, 윤준원 외
프로그램 노트] “대학 가면 다 할 수 있댔지?” “알았어, 알았어.” 학교에 데려다주던 엄마의 잔소리를 적당히 웃어넘기는 듯하던 고등학생 딸은 그날 세상을 영원히 등지는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학교폭력, 랜덤채팅 어플리케이션 등 통상적인 청소년 문제를 중심으로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주변인 증언을 확보하면서 처음에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 오묘하게 뒤틀린 모녀 관계를 발견하게 되는데…. 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장서희가 딸 인생의 성공을 위해 그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표독스러운 엄마 역을 맡아 실감 나는 연기를 펼친다. 고생스러웠던 지난 삶에 대한 보상심리로 자식의 인생을 통제하고드는 폭압적인 부모의 행동이 얼마만큼 큰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현실 밀착 스릴러로, 관객에게 묵직한 경종을 울린다. (박꽃)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란 참으로 기묘하다. 코앞에서 싸우지 않아도 갈등은 감지되고, 통화의 일면만 듣거나 인사치레 같은 말만 들어도 상대와 관계의 거리감을 쉬이 가늠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에서 펼쳐지는 엄마 혜영과 딸 유리의 대화처럼, 유리와 함께 둘러앉은 사람들의 대화처럼.
혜영은 일에 바쁜 와중에도 자녀 교육을 끔찍하게 챙기는 엄마다. 학원 마치고 귀가하는 시간에 맞춰 따뜻한 찌개를 보글보글 끓여 밥상에 내놓는다. 딸이 끔찍하게 싫어하는 꽁치찌개를, 두뇌 발달에 좋다는 이유로 늘. 꽁치찌개가 끓는 소리는 어쩐지 거실 어항의 산소 발생기에서 나는 소리와 비슷하게 들린다. 기른다는 것과 잡아먹는 것의 소리가 같아진다는 것,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가. 독친은 그 소리가 들리는 지점을 포착한다.
*이하로 영화 <독친>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배우 장서희는 얼굴 가득 표정을 잘도 담아낸다. 피로와 짜증, 노력과 애착, 불안과 추궁, 아집과 독선 같은 것들을 덕지덕지 붙인 혜영의 얼굴을 하고, 그 감정들의 농도를 세밀하게 조절한다. 그 얼굴은 인간의 모든 것을 수치화해 등급을 매기는 일터에서 듣는 닦달을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쏟아내는 지친 노동자의 것인 동시에, 자식을 향한 지독한 마음이 뒤섞인 것이다.
호러 영화가 아님에도, 엄마 혜영의 표정에서, 딸 유리의 표정에서, 냉한 기운이 자꾸 읽힌다. 그건 아마도 우리가 이 영화에서 목격한 것이 애정을 가장한 폭력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놓고 펼쳐지는 폭력도 소름 끼치지만, 애정을 가장할 때 더욱 교묘하게 피부 바로 아래 끼치는 소름이 있다.
애정을 가장한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상대를 직시하지 않고 변죽만 울리면서, ‘너를 위해’라는 말로 칭칭 동여맨 폭력에 몇 번 타격감을 느끼다 보면, “내가 잘못된 건가?”라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폭력의 가해자를 탓하지 못하는, 그러다 또 그런 스스로를 탓하는, 생각의 굴레에 빠지다 보면 어느새 거미줄에 걸린 작은 곤충처럼 무력해지기 쉽다.
그럴 때 무심한 말들은 아프게 와 닿는다. 무심하다는 건 깊이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거기에 진심 어린 애정은 없으므로. 담임 기범과 주변 친구들이 유리를 볼 때 집에서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애, 비뚤어질 이유도 없고 우울할 이유도 없고 그냥 반듯하고 행복한 애일 거라고만 봤듯이. 그러나 친구들은 이후 형사들의 질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가 이상했다고 말한다. 학교에 찾아와 예나를 찾는 혜영을 보며, 불쾌를 기민하게 감지하고 자리를 피했던 아이들이다. 결국 갈등은, 아픔은 어렴풋하게나마 감지될 수 있다. 누구도 유리를 그렇게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을 뿐이다. 이후에야 유리에 대한 기억들을 조각조각 모으다 보면, 사랑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다면 거기서 인간이 죽어가도 우리는 모르겠구나 통감하게 한다.
영화 속 아이들은 버티다 무너지기도 한다. 라이터로 마시멜로를 구워 먹을 수도 있고 속눈썹을 올릴 수도 있는 아이들에게 다짜고짜 담배를 의심하는 시선을 던지는 것은 어른들이다. 의구심의 시선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짐을 얹었다. 글만 보면 다 안다던 국어 교사는 결국 끝내 아무 것도 몰랐고, 정작 영화 후반부 유리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는 것은 철저한 타인의 몫이다.
사랑은 결국 직면하는 일이다. 예나는 직면했다. 유리를, 그리고 자신을. 그 결과 깨닫는다. 내가 주는 사랑이 상대에게 행복을 줄 거라는 오만, 사랑을 많이 받는 사람은 반드시 행복할 거라는 편견. 예나는 그 결론에 이르게 한 마음을 “믿음”이라 표현했지만, 나는 그 믿음이라는 말은 사실 “속단”이 아닐까 생각한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깊이 들여다보기 전에 섣불리 내린 결론을 믿은 것이므로. 예나는 속단의 위험을 깨달았고, 속단하지 않고 깊이 애정을 품으며 앓기도 했으니, 앞으로도 잘 살아갈 것이다. 공교롭게도 예나가 지망하는 직업 세계에서 꼭 필요한 깨달음이기도 하다.
유리에 대한 기억을 털어놓는 친구들 사이, 영화과 입시생이라며 옛날 영화에서 흰 우유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말하는 아이가 있었다. 분위기를 가볍게 털고 넘어간 일화지만, 어쩌면 그의 말에도 일말의 진실은 묻어 있다. 영화에는 생각보다 많은 진실이 들어있다. 이 영화에도 그럴 것이다.
극화되긴 했지만 혜영의 초상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헬리콥터맘’이라는 단어가 신조어라며 신문에 나왔던 것도 옛날 일이 되었으니까. 사실 요즘은 혜영과 정반대 유형, 그러니까 자식에게 모든 걸 허용하는 방식의 양육자들이 세간의 화제가 되곤 한다. 인터넷에는 10년 이상 교사 혹은 강사로 살아온 사람들의 고충담이 넘쳐나고, 전문가들은 그렇게 ‘건강한 거절’을 경험해보지 못한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작은 거절에도 위축될 것을 지적한다. 아이를 잘 양육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사랑이라는 단어는 우상이 될 수 없다.
유리의 행적을 담은 CCTV 속 날짜는 2024년 6월, 지금으로부터 1년가량 남은 시간이다. 그 안에서 유리는 ‘빅 스튜던트’라는 애칭의 커다란 백팩을 메고 움직인다. 항공모함처럼 물건이 많이 들어가고 그만큼 무거운 가방이다. 학생 유리의 가방이 그렇게 무거워지기 전에, 민준이가 힘차게 동화책을 읽는 걸 끊지 않아도 될 기회가, 아직 1년은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혜영과 유리처럼 달려가는 현실 속 수많은 곳에, CCTV 속 숫자가 작은 희망의 이스터에그가 되길 바랄 뿐이다. 끝까지 사랑의 시선 하나로 버티던 아이들의 마음이, 어딘가에는 가 닿길 바랄 뿐이다.
2023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6/29~7/9) 중 상영일정
7월 1일 19:30-21:14 CGV소풍 4관 (상영코드 338)
7월 4일 19:30-21:14 CGV소풍 4관 (상영코드 634)
7월 6일 11:00-12:44 CGV소풍 10관 (상영코드 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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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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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슬램덩크’ 200만 돌파 기념 전국 응원 상영회 개최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 ⓒ 네이버 영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관객들의 성원에 보답해 오는 11일부터 이틀간 전국 응원 상영회를 연다고 발표했습니다. 응원 상영회는 관객들이 상영관에서 각자 응원하는 팀과 선수의 응원 구호 등을 외치면서 북산고와 산왕공고의 경기를 직접 보는 것처럼 더 특별하고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관객 참여형 이벤트로, 예매 관객 전원에게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특별 응원봉이 증정되며. 별도의 응원 도구 지참이나 선수 유니폼 착용 등 자유로운 형태의 응원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김다미X전소니X변우석 ‘소울메이트' 3월 15일 개봉
'소울메이트' 포스터, ⓒ 네이버 영화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 주연 영화인 '소울메이트'가 오는 3월 15일 개봉할 예정입니다. 영화는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두 친구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 그리고 진우(변우석)가 기쁨, 슬픔, 설렘, 그리움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2023 아카데미 기획전' 개최하는 CGV
'타르' 스틸컷, ⓒ 네이버 영화
CGV가 오는 2월 11일부터 3월 21일까지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른 17편 작품을 상영하는 '2023 아카데미 기획전'을 개최합니다. 기존 국내 상영 작품은 물론이고 'TAR 타르', '더 웨일' 등 국내 미개봉작도 포함돼 있어 후보작들을 궁금해하는 영화 팬들의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더 배트맨',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 '바빌론',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아바타: 물의 길', '애프터썬', '엘비스',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 '탑건: 매버릭' 등 관객들에게 사랑받은 작품들도 다시 상영할 예정입니다.
부산 영화의 전당 '아키 카우리스마키 특별전' 개최
'죄와 벌' 스틸컷, ⓒ 네이버 영화
부산 영화의전당이 오는 19일까지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아키 카우리스마키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밝혔습니다. 1957년 핀란드에서 태어난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1983년 도스토옙스키 소설의 무대를 현대 헬싱키로 옮겨 재해석한 '죄와 벌'로 장편 데뷔하였으며, 이번 특별전에서는 '죄와 벌'을 비롯하여 '햄릿, 장사를 떠나다',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 '프롤레타리아트 3부작' 등 총 16편이 상영될 예정입니다.할리우드 배우 '멜린다 딜론' 별세
'매그놀리아'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캡틴 아메리카’ ‘사랑과 추억’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멜린다 딜론이 향년 83세로 별세했습니다. 멜린다 딜론은 1963년 드라마 ‘디펜더스’로 데뷔해 ‘크리스마스 스토리’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으며, 이후 '캡틴 아메리카’(1990), ‘사랑과 추억’(1992), ‘매그놀리아’(2000) 등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지난 2013년 개봉한 ‘세상의 끝까지 21일’이 고인의 유작이 되었습니다.
할리우드 퇴출 배우 아미해머 '성폭행 피해' 주장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스틸컷, ⓒ 네이버 영화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세상을 바꾼 변호인’ 등으로 국내 팬들에게 익숙하며 식인과 불륜, 성폭행 의혹으로 할리우드에서 퇴출된 배우 아미 해머(Armie Hammer)가 어린시절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13살 때 청년 목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그 상황에서 무력했고 스스로 성적인 상황을 통제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으며, 이어 그 일을 계기로 성적으로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 관심사가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아미 해머는 파산한 상태로 영국령 케이먼 제도에 있는 리조트에서 콘도 세일즈 및 예약 관리자로 일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화 '웅남이' 3월 개봉
'웅남이' 포스터, ⓒ 네이버 영화
단군 신화를 모티브로 한 코믹 액션 영화 '웅남이'가 3월 개봉됩니다. 영화는 반달곰이라는 특별한 ‘비밀’을 가진 사나이가 특유의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대항하여 공조 수사를 하며 벌어지는 내용으로, '젠틀맨', '내안의 그놈', '신세계' 등 느와르부터 액션, 코미디까지 폭넓은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압도적인 장악력을 과시하는 박성웅의 1인 2역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박성웅은 곰에서 인간이 된 캐릭터로, 전직 경찰이자 지금은 동네 백수인 '웅남'과 국제 범죄 조직 2인자인 '웅북'을 동시에 연기합니다.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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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부터 겨울까지
갈색 눈동자를 가진 평범한 학생 '이경' 여름의 햇살을 닮은 고교 축구선수 '수이' 열여덟 살의 여름, 예기치 못한 사랑에 빠진 '이경'과 '수이'는 함께하는 미래를 그리며 스무살을 맞이한다. 대학에 진학한 '이경'과 달리 '수이'는 바로 사회에 뛰어들고, 낯선 행복과 사소한 오해 속에서 둘은 새로운 계절을 마주하게 된다.
<그 여름> 줄거리
국내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는 오랜만에 보는데, 일단 작화부터 마음에 들었다. 최은영 작가님은 <쇼코의 미소>로 이미 잘 알고 있던 작가님이셨는데, 아쉽게도 이 영화의 원작인 '그 여름'은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무슨 내용일지 예측할 수 없었다.
영화는 청춘 그자체였다. 둘은 서로를 만나서 서로의 세계를 넓혀나간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둘은 각자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이경이는 태어날때부터 색소가 옅어 갈색 머리카락과 갈색 눈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과 다른 이경의 색은 선생님에게 지적을 받기도 하고 개눈깔이라는 비아냥어린 소리를 듣게 만들기도 한다. 수이는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어렸을 적 얻은 부상은 그의 꿈에 큰 장애물이 된다. 그럼에도 꾸준히 열심히 노력하는 수이에게 다시 찾아온 부상은 결국 꿈을 포기하게 만든다.
이경은 자신의 상처와 수이의 상처 모두 같이 얘기하며 풀어나가기를 원하지만 수이는 혼자 삼켜낸다. 이경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수이가 왜 정비사가 되기로 했는지 알지 못한다. 전화를 받지 않는 수이를 찾아내고 그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봤을 때부터 이경은 예상하지 않았을까. 수이와 함께할 인생에서 수이의 속마음을 알 방법은 없을 거라는 걸.
관객 역시 영화가 이경의 시점에서 이경의 생각만을 보여주며 진행되기 때문에 수이의 생각을 알 수 없다. 수이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부분은 그 둘이 헤어질 때 뿐이다. 나는 이런 전개 방식이 이경의 흔들림과 그들의 관계를 더 잘 이해하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수이가 직접 말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의 진심을 알 수 없고, 우리는 이경의 시선에서만 수이를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이런 표현으로 이경이 수이의 어떤 지점에서 답답해 했고, 늘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이별을 고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관객들에게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소설이 원작인 게 너무 드러났다는 것이다. 소설이 원작인 영화들은 많고 소설의 문법을 영화의 문법으로 어색하지 않게 바꾼 영화들도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영화 <그 여름>은 인물들의 대사나 이경의 나레이션 등이 너무 소설을 그대로 가져온 게 보여서 어색했다. 문어체와 구어체가 구분되는 이유는 분명히 존재함에도 영화에서 굳이 문어체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차용한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이 한가지 존재하는 단점이 영화를 많이 깎아 먹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은데, 바로 한국에서 나오기 흔치 않은 장르의 애니메이션이었기 때문이다. <그 여름>은 청춘들의 풋풋한 사랑을 잘 담아냈고, 동시에 성인이 되며 달라져 가는 서로의 세계에 의해 이별로 향하는 둘의 모습 또한 잘 나타냈다. 탄탄한 서사를 가진 소설이 원작이 된 만큼 영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크게 부족한 점은 느끼지 못했다.
수이가 매일 가져다 주던 딸기 우유곽에 이경이 꽂아 놓은 꽃들이 점차 늘어가는 것이 가장 인상깊었는데, 그들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후에 오랜만에 집에 온 이경이 그 꽃들이 다 시든 것을 발견했을 때 나도 이제야 둘이 완벽하게 이별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그 여름>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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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이면서 남, 남이면서 가족.
누군가를 잃었다는 상실감도 잠시 현실 앞에 가로막힌 한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분명히 힘을 들여 돌보았지만 ‘돌봄’이라는 단어는 어떠한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았다.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자리인 만큼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조금 힘들었다. 물거품과 같은 0인 상태에서 순영은 새로운 시작을 위해 발걸음을 내밀고 혼자 해낼 준비를 한다.
당연하게 믿었던 것들에 의한 배신은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었던 순영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사막을 헤매듯 처음 시작은 너무 어렵고 벅찼지만 길을 찾아 나아가면서 희망의 빛이 보이는 듯했다. 그렇게 어렵게 시작한 새로운 곳에서 겪게 되는 사소한 오해와 편견에 지쳤지만 순영의 상황에서 가장 지치고 힘들게 하는 건 가족이라는 존재였다.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남이었고, 남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가족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겉만 이름만 가족인, 붕괴된 가족의 구성을 적나라고 차갑게 드러내는 영화였다.
이젠 문을 열고 같이 땀을 같이 흘려줄 사람과 함께 할 순영의 미래를 응원하고 싶었다. 잇따른 역경에도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순영의 모습을 보면서 따뜻한 영화가 한편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쉽지 않은 길에서 쉽지 않은 일을 해내가는 모든 이들에게 힘이 될 영화를 추천한다. 단편영화 순영은 도봉구 성평등 영화제에서 상영되며 퍼플레이에서 온라인 상영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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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기록과 역사의 경계에서 풀뿌리 기억을 말하다.
시놉시스
호루몽: ‘버리는 것'이라는 어원을 가진 곱창구이의 일본 말. 도축하고 남은 쓰레기 내장을 주워다 먹은 사람들이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건너간 한국인들. 일본인들은 내장을 주워다 구워 먹는 모습을 보며 멸시했지만 지금은 모두가 사랑하는 음식이 되었다. 호루몽은 일본에서 살아온 자이니치에게 삶과 역사이다.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Cast
감독: 이일하
출연: 신숙옥, 케이코
리뷰
역사학과 고고학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과거 사건을 추론하는 방식에 있다. 고고학이 토기나 건축물, 뼛조각 등 물질적인 흔적을 바탕으로 과거를 추론한다면, 역사학은 기록된 문헌에 기반하여 과거를 탐구한다. 교육과정은 물론이거니와 일상생활에서 우리에게 훨씬 더 친숙한 단어는 역사다. 달리 말해 인간은 대부분 기록에 의존하여 과거를 재구성한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기록할 권한을 지닌 자는 언제나 힘 있는 자였으며, 그러므로 기록되지 못한 자들의 목소리는 너무도 쉽게 스러졌다. 그것이 21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가능해진 풀뿌리 기억의 정의다. 역사 속에 미처 기록되지 못한 자들의 목소리. 망각된 사건과 잊힌 기억들. 그리고 이름없이 쓰러진 사람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관동 대지진 당시 사망한 조선인의 수는 231명이지만, 대한민국 임시 정부 산하의 독립 신문 특파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 각지에서 6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러나 일본어를 못하는 조선인 여성을 묶어놓고 트럭으로 깔아뭉개 죽였다는 생존자의 증언이 존재함에도 이제와서 정확한 피해자 수를 집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가, 어디서,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짐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들이 왜 죽었는지뿐이다. 다만 그들은 조선인이라서 죽었다. 이름도, 무덤도, 기록도 없이.
<호루몽>은 러닝타임 내내 자신의 역할을 주인공인 자이니치 3세, 신숙옥의 목소리를 빌려 천명한다. DHC TV와 명예훼손 재판을 추적하는 이 영화의 목적은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서라고. 기록이 없어 한국인도, 일본인도, 심지어는 북한 사람도 될 수 없었던 자이니치들의 삶을 지켜본 그로서는 본능적으로 기록 없는 역사의 서러움을 체감했을 것이다. 그래서 신숙옥은 오키나와 평화시위대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그가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을 선동한다는 소위 우파 논객들의 발언을 일본 법정의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소송을 시작한다. 그러나 풀뿌리 기억을 기록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참혹했다. 신숙옥은 이 사건으로 가족들이 공격 받을까 봐 거의 연을 끊다시피 살았고, 그 자신도 만연한 협박과 미행 때문에 도망치듯 독일로 떠나야 했다.
그러나 영화가 지향하는 바는 자이니치와 우익, 일본인과 조선인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그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영화는 이러한 구분선의 틈새에 사는, 또는 살았던 사람들의 연대를 통해 이러한 구분선 자체를 지울 수 있음을 말한다. 신숙옥은 독일에 있는 동안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고, 한국에서 독립운동가들의 숨결을 따라 마시며 오직 자이니치만을 위해 싸우는 대신 일본의 공식적인 기록에서 밀려난 사람들과 연대를 택한다. 마지막 대법원 재판에서까지 일본 사회는 신숙옥을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 또는 조선학교(일본에 있는 북한계 민족학교) 출신으로 규정하려 하지만, 그는 인간의 정체성이 그렇게 단순하게 네, 아니오로만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래서 기꺼이 똑같이 억압받는 풀뿌리 기억들을 위해 맞서 싸운다. 단 하나의 들풀은 바람에 쉬이 쓰러지지만, 땅 속 뿌리로 단단하게 얽힌 들판은 짓밟히고 짓밟혀도 또다시 새싹을 틔울 수 있기에.
실제로 자이니치나 한국인에 대한 혐오 감정이 얼마나 만연하냐는 관객의 질문에 신숙옥은 영화 속에서 열정적으로 자이니치에 대한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여중생이 사실은 BTS의 팬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일본 내 K-POP 및 K-Drama의 인기와 혐한 감정은 절대 배타적인 관계에 있지 않다고 설명한다. 너와 나를 구분지으려는 노력이 무색하게 그들의 혐오는 모순 위에 세워진 모래탑과도 같다. 그래서 신숙옥은 그 모든 원색적인 비난과 협박 속에서도 한 걸음 더 내딛기를 멈추지 않는다. 일본 사회의 아주 작은 양심이라도 함께 손을 잡고 전진한다면, 그것이 비단 5mm에 불과할 지언정 다음 세대를 위한 전진의 발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호루몽>을 보는 내내 영화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영화는 근대 러시아 영화인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관객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고, 현실의 일부분을 잘라내어 확대하는 돋보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호루몽>은 영화의 또다른 가능성을 외친다. 대 생성형 AI의 시대에, 영화는 망각된 자들을 위한 기록으로서 역사, 그 자체가 될 수 있다고.
상영스케줄
2025.05.01(목) CGV 전주고사 3관 14:00 (상영코드:125)
2025.05.03(토) CGV 전주고사 4관 17:00 (상영코드:345)
2025.05.04(일)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10:30 (상영코드:412)
2025.05.07(수) CGV 전주고사 8관 17:30 (상영코드:721)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2025.04.30~202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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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 손발 노동의 숭고함
[각본/감독: 이란희 | 출연: 이봉하, 김아석, 신운섭, 김정연, 이승주, 서광택, 황정용, 이승원, 박재형, 복운석 | 제작: 작업장 ‘봄’ | 배급: ㈜인디스토리 | 러닝타임: 81분 | 극장개봉: 2021년 10월 21일]
<파마><결혼전야><천막> 등에서 우리가 마주한 사회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섬세하게 담아온 이란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 <휴가>는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3관왕을 수상한 수작이다. <휴가>에서 주목할 점은 손에서 시작해 손에서 끝나는 영화라는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가구를 만들었을 해고노동자 재복의 두터운 손은 거리의 행인들에게 농성용 전단을 나눠주고 있다. 익명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알아 달라며 내미는 그의 손은 난생 처음으로 깊은 모멸을 견디어야 하는 괴로운 손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재복’의 손은 농성장의 동료들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 먹이는 야무진 손으로 이어진다.
열악한 천막에서 발생하는 자잘한 문제들도 ‘재복’의 손을 거치면 금세 해결된다. ‘재복’의 손은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다. 하지만 수십 년간 성실히 일해온 회사로부터 한 마디 통보도 없이 정리해고를 당하자 부당한 처우에 저항하기 위해 ‘재복’의 손은 밥벌이를 위한 노동을 멈추고 기약 없는 투쟁에 나서게 됐다. 그러던 ‘재복’은 1882 일 간의 농성 중 열흘 간의 휴가를 갖게 되고, 잊고 있던 노동의 즐거움을 다시 찾는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에서 ‘재복’의 손은 분주하다. 막힌 싱크대를 뚫고, 먼지 쌓인 선풍기를 씻어야 하고, 밀린 이불 빨래 등 집안 구석구석 청소한다. 변변찮게 끼니를 때우는 딸들에게 농성장에서 갈고 닦은 음식 솜씨를 발휘해 든든한 집밥도 차려준다. 잠깐의 휴가에서 큰딸의 대학 예치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재복’은 그곳의 어린 동료 ‘준영’에게 도시락을 권하고, 손수 작성한 산재 신청서도 전한다.
재복의 손은 주저하듯 어눌하고 느린 말투와는 다르게 누구보다 야무지고 요령까지 있어서 묵묵히 많은 일들을 해낸다. 이렇듯 손으로 밥을 짓고, 가구를 만들고,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해내는 노동자의 손은 그 어떤 말보다 강력하게 노동의 가치와 연대의 의미를 보여준다. <휴가>는 대사로 다 전할 수 없는 노동의 숭고함과 ‘재복’의 가족과 동료를 아끼는 마음을 손을 통해 전한다. 이는 언어로 규정지어지는 한계를 넘어서 오히려 관객 저마다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밀도를 조밀하고 풍성하게 확장시키며 영화적 경험을 풍성하게 이끈다. 그리고 손으로 하는 노동은 가장 원초적이지만 그렇기에 몸의 쓰임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노동의 숭고함 역시 확연히 드러난다.
최근 유력한 야권의 대선주자는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는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그러나 <휴가>는 손짓과 발짓을 사용해 자신의 밥줄과 공동체를 책임지는 노동의 숭고함을 과장 없이 담담한 화법으로 드러낸다. ‘재복’이 잊고 있던 것은 노동의 즐거움이지만 우리 사회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인간 노동의 가치를 잊고 있고, 회복하려는 노력에도 게을렀다. ‘재복’의 손은 말을 하지 않지만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또한 러닝타임 81 분 내내 단 한 순간도 등장하지 않은 음악의 부재 역시 영화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과 인물들의 감정에 대해 규정짓고, 강요하지 않기 위한 사려 깊은 선택으로 보인다. <휴가>는 이렇듯 부재를 통해 더 많은 것을 관객에게 말을 거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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