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4-10-02 09:44:52
‘관계성’에 관한 잊히지 않을 인장
영화 〈위국일기〉
두 장면이 있다. 여고생 ‘아사’와 친구 ‘에미리’가 텅 빈 학교 체육관에 둘이서만 있다. 두 사람은 넓은 체육관에서 때로는 가까이 앉아, 때로는 뛰어다니며 대화를 나눈다. 에미리는 아사에게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점을 알려주려는 참이고, 아사는 그런 에미리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는 반응과 질문을 던져 종종 민망해한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불편한 긴장은 없다. 이 장면의 주요한 정서는 두 사람이 적당한 거리를 둔 채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면서 안전하고 편안한 거리감으로 신뢰와 애정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서 나온다. 텅 빈 체육관에서 두 사람을 방해할 요소는 없다. 오롯이 둘만 마주해 말과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완벽한 접속’은 불가능할 테지만 상관없다. 타자를 완벽히 내 것으로 하는 관계는 공감이라기보다는 폭력이기 때문이다. 거리는 있지만 결코 멀지는 않고, 서로를 온전히 믿을 수 있는 두 사람의 관계성. 텅 빈 체육관의 두 소녀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 애정이 깃든 관계의 모델이 무엇인지를 가늠케 해준다.
두 번째 장면도 그렇다. 이번에는 아사와 그의 이모 ‘마키오’다. 두 사람은 탁 트인 바닷가의 한적한 계단에 앉아 있다. 이번에도 딱 달라붙어 있는 대신 위아래로 몇 칸의 간격을 둔 상태다. 아사와 에미리가 그러했듯, 두 사람은 때로는 앉아서 때로는 일어서서 움직이며 말과 감정을 나눈다. 닫힌 공간인 체육관의 폐쇄성이 커밍아웃하는 에미리에게 안전하다는 감각을 주었다면, 탁 트인 바닷가는 뜻밖에 한 가족이 된 조카와 이모가 앞으로 만들어갈 관계의 양상이 무한히 깊고 푸르리라는 점을 암시한다. 하나가 될 필요 없는, 적당한 거리를 조정해가며 서로의 곁에 있는 관계의 모델이 다시 한번 아름다운 이미지로 재현된다.
〈위국일기〉는 관계성에 관한 영화다. 가장 주요하게 다뤄지는 건 아사와 마키오의 관계다.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아사는 자신의 엄마와 십수 년 전에 절연한 이모 마키오와 한 가족을 이룬다.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이 아사를 두고 내뱉는 무심하고 무례한 말에 분노해 홧김에 자신이 아사를 데려가겠다고 선언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조율해야 할 것은 무수히 많다. 서로 다른 생활 습관, 성격은 당연하고 돌봄을 어떻게 주고받을지도 협상해야 한다. 비혼 여성 마키오는 갑자기 생긴 조카를 돌보고 보호하는 일에 동반되는 책임감이 생경하면서도 때로는 부담스럽고, 아사 역시 자기 엄마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면서도 그 이유는 절대 말해주지 않는 마키오와의 관계가 쉽지만은 않다.
영화는 두 사람이 차이를 조율하며 일상을 맞추고, 새로운 관계 모델을 학습하며, 죽은 아사의 부모님을 애도하는 과정, 나아가 억압적인 엄마(아사)/언니(마키오)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그러나 이뿐만이 아니다. 아사는 결혼하지 않는 여성 어른이 맺는 친구/연애 관계에서도 지금껏 모르고 지낸 관계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마키오 역시 아사를 돌보며 기존의 자기 관계망에 더욱 깊이를 더해나간다.
크든 작든 모든 등장인물의 관계성을 세심히 그려내는 〈위국일기〉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 서로를 북돋는 관계는 완벽한 이해와 공감이 아니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를 존중하며 곁에 머무를 때 나온다고.
공감과 이해라는 말이 너무 쉽게 쓰인다는 느낌을 곧잘 받는다. 그러나 자신만의 고유한 결을 축적해온 타자는 결코 누군가가 ‘완벽’하게 포착해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 일이 가능하려면 타자는 생동하는 존재이기를 멈춰야 한다. 완벽한 이해는 타자가 주체이기를 멈추고 타인을 위해 자신을 오롯이 희생해 내놓을 때만 가능하다. 심지어 이마저도 ‘해부학적’ 이해에 그친다. 죽은 동물과 곤충의 박제에서 우리가 그들이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듯이 말이다. 우리에게는 누군가를 장악하듯 이해하려 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감으로 은은하게 보듬는 관계의 모델이 필요하다.
〈위국일기〉가 공들여 보여주고자 하는 건 바로 이러한 관계성이다. 극적인 전개나 자극적인 요소로 관심을 끌지는 않지만, 자신뿐 아니라 서로의 일상을 지탱하며 함께 나아가는 건강한 관계의 양상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위국일기〉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관계가 그렇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두 장면은 영화가 그려내는 여러 인상적인 관계를 아름답게 재현하며 잊히지 않을 인장을 남긴다. 체육관과 바닷가. 서로 다른 속성을 지닌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미지화된 관계성은 ‘선을 넘는’ 관계에 지친 사람들에게 은은한 위로로 다가갈 것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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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하고 발칙한 상상력,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오늘의 영화는 바로,
신선하고 발칙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 <조인성을 좋아하세요>입니다.
ⓒ 네이버 영화
정보
개요 드라마 | 한국 | 19분
감독 정가영
출연 정가영 등
줄거리
영화감독 가영은 조인성을 캐스팅하고 싶다. 아직 시나리오는 없지만.
<조인성을 좋아하세요>의 T.M.I
ⓒ 다음 영화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속 조인성 ?
조인성 배우가 캐스팅 된 과정은 영화와 비슷하다. 정가영 감독은 소속사에 시나리오를 보냈고,
조인성 배우가 직접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출연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게다가 조인성 배우는 영화에
노 개런티로 출연을 했다고 한다.
촬영 날 감독과 통화 하면서 음성을 동시 녹음을 했는데, 조인성 배우가 네 번의 테이크를 가면서 각 테이크마다
다른 애드립을 해줬다고 한다.
"신선하고 발칙한 상상력"
ⓒ 네이버 영화
연출자라면 누구나 꿈 꿔 봤을 상황. 그러한 상상이 현실이 되고, 그 현실이 영화로 실현이 되었을 때,
그 쾌감이 얼마나 컸을까.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정가영 감독의 신선한 상상력에 더해 발칙한 대사의 향연이 영화의 매력을 배로 늘렸다.
"한정적이지만"
ⓒ 네이버 영화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를 보면 여러 방면에서 한정적인 요소가 많이 눈에 띄었다.
한정적인 공간, 한정적인 매개체, 한정적인 인물 등,
정가영 감독은 이러한 한정적인 요소에서도 다채로운 영화를 보여주었다.
19분이라는 짧은 시간 속, 원 로케이션을 통해 한 사람의 이야기를 몰입감 높게 전개했다.
"자연스러움"
ⓒ 네이버 영화
영화를 보다 보면 이러한 생각이 들곤 한다. '이거 진짜 연기인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대사, 그리고 그 대사를 하는 연기톤 모든 게 너무 실제 같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 제목처럼 조인성 배우에게 빠져들게 되겠지만,
사실 무엇보다도 정가영 감독의 팬이 될 것이다.
정가영을 좋아하세요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짧지만 강렬한 영화를 찾고 있다?
-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를 찾고 있다?
- 엄마 미소를 짓게 만드는 영화를 찾고 있다?
신선하고 발칙한 상상력이 가득했던!
지금까지 영화 <조인성을 좋아하세요>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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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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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기다린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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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사람 없지만
그는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기다린다 아무도 오지 않지만
영화 아무도 없는 곳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창석"이 사람을 만나면서 겪게 되는 스토리를 엮어낸 영화입니다.
그 안에서 창석은 여러 그리움과 기다림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그를 처음 만난 장소에 항상 있는 창석의 어머니 "미영"은
그 곳에서 창석의 아버지를 처음 만났던 때를 항상 회상합니다.
창석은 아버지인 척하며 어머니의 회상을 도와주죠.
어머니에게 창석의 아버지는 그리움으로 남아있습니다.
작가인 창석의 후배이자 편집자인 "유진"은 전에 헤어진 인도네시아 남자친구를 추억하며 담배를 핍니다.
유진은 얼마 남지 않은 인도네시아산 담배를 피우며 그와 있었던 일을 덤덤히 말합니다.
사진작가 "성하"는 아내가 아픈 상황에서 기적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러다 그만 아내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됩니다.
바텐더 "주은"은 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었고, 현재는 손님들의 이야기로 시를 쓰고 있죠.
그런 그에게 창석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고,
주은은 창석을 기다린다고 말했기에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고 시를 씁니다.
그렇게 모두와 만난 창석은 혼자 남게 됩니다.
혼자 남은 시간동안 그는 여러곳을 다니면서도 그리움과 공허함에 휩싸이죠.
누군가를 잃어버린 충격과 아픔으로 공허한 일상을 살아가는 창석은
결국 오늘도 혼자 남아있습니다.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연우진 배우가 연기한 "창석"이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총 4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겪는 그리움과 공허함을 보여주는데요.
그러다 보니 영화 자체가 어렵다는 평이 많습니다.
하지만 김종관 감독 특유의 잔잔한 스토리와 영화 자체의 분위기만은 이 영화의 확실한 장점이 되었는데요.
지친 일상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누군가를 추억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이상,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무도 없는 곳" 이었습니다.
* 본 콘텐츠는 임범영(크랭크 위드 미)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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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그들의 손에서 내일이 태어난다
- Summary‘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직업’인 조산사가 되기 위한 5년간의 교육을 마친 루이즈와 소피아. 두 사람은 마침내 모성, 때때로 죽음까지 다루는 조산사의 현장에 발을 들이게 된다. 이들은 과연 이런 폭풍 같은 생활을 견뎌낼 수 있을까? (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Cast감독: 레아 페네르출연: 카디자 쿠야테, 엘로이즈 장조, 미리엠 아케디우 외낯선 세계와의 조우는 언제나 신비롭습니다. 고귀한 탄생의 순간도 신비하기로는 못지않죠. 그럼, 출산을 돕는 조산사들의 삶을 담은 영화는 얼마나 신비로울까요? 레아 페네르 감독은 첫 아이를 낳을 때 곁에서 출산의 고통과 탄생의 기쁨을 제 일처럼 함께해 준 조산사들에게 깊은 감명을 얻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조산사의 세계를 조명한 영화 <조산사들>을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만났습니다.⊙ ⊙ ⊙<조산사들>은 신입 조산사 '루이즈'와 '소피아'의 이야기입니다. 바쁨에 형체가 있다면 아마도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분만실은 정신없이 흘러갑니다. 분만실에 들어오는 산모들은 족족 '응급'. 조산사들은 화장실에 가거나 식사할 틈도 없이 이 방 저 방을 뛰어다니며 산모와 곧 태어날 아기를 보살핍니다.조산사들은 산모에게 방을 배정하고, 진통을 완화하는 마취 주사를 놓고, 고통을 줄여주는 호흡법을 안내하고, 원활한 출산을 유도하고, 활력 징후가 보이지 않는 위급 상황의 아기를 긴급하게 조치하는 업무를 수행합니다. 생과 사, 고통과 기쁨의 한가운데서 세상 밖으로 나온 내일의 생명을 맞이하는 것이 바로 조산사들의 소명이죠.바쁘고 번잡스러운 와중에도 그들은 산모와 가족에게 따뜻한 안심의 말을 건네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선배 조산사 '베네딕트'는 신입 조산사 '루이즈'에게 이렇게 가르칩니다. "우리는 안심을 줘야 해."⊙ ⊙ ⊙<조산사들>은 러닝타임의 상당 시간을 업의 현장을 묘사하는 데 할애합니다. 극영화인데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자 노력하죠. 출산을 앞둔 산모의 동의를 얻어 진짜 아기를 출산하는 장면도 여럿 담아냈습니다. 실제 출산의 현장을 포착한 덕분에 산모의 고통, 탄생의 전율, 모성의 분출, 조산사의 직업의식이 관객에게 더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었죠.이렇게 사실적인데, 다큐멘터리가 아닌 픽션의 형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때로는 픽션이 다큐멘터리보다 더 강력한 진정성을 전달할 때가 있습니다. 이야기는 실제 현실을 반영하고, 이야기 속 인물들은 현실에 존재하는 인간 군상의 일면을 극대화하여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이를 통해 좋은 이야기는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현실을 더 효과적으로 알립니다.이 작품 역시 그러한 면에서 좋은 이야기입니다. 잘못된 판단으로 산모와 아기를 죽일 뻔한 이후,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소피아'. 종종 실수를 저지르는 신입 조산사지만, 산모와 아기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성장해 가는 '루이즈'. 산모와 아기를 제대로 돌볼 수 없는 조산사의 업무 현실에 회의를 느끼는 '베네딕트'. <조산사들>의 인물들은 조산사 한 명당 세 명꼴로 산모를 맡는 높은 업무 강도를 버텨내야 하는 고된 현실, 그런 상황에서도 산모와 아기를 누구보다 배려하는 조산사의 투철한 직업 정신을 효과적으로 투영합니다. 픽션의 형식을 빌려 출산의 현장에서 살아가고 버티고 나아가는 조산사들의 삶을 조금 더 세밀하게 그려낸 것이죠.⊙ ⊙ ⊙극중 조산사들은 의사와 간호사 사이에서 출산에 전문성을 가진 직업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아기를 낳기에 조산사의 존재 자체가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조산사는 있습니다. 다만, 간호사와 그 역할이 혼재되고, 나날이 떨어지는 출생률로 인해 그 수가 매우 적을 뿐이죠. 2023년에 조산사가 된 사람은 고작 8명에 그쳤다고 합니다.영화의 내용이 우리나라의 현실과 완전히 부합하지는 않지만, 견주어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은 분명히 있습니다. 이를테면 소아청소년과의 폐과입니다. 조산사가 생명의 탄생이라는 거룩한 순간에 함께하는 것에 행복과 기쁨을 느끼며 그 밖의 힘듦을 이겨내듯이, 저출생 경향이 심해지는 상황에서도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한 의료진들은 아이를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 하나로 그 길을 걸었을 겁니다. 그러나 소명 의식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낮은 수가, 전문 인력 부족 등의 문제가 곪아 터지면서 결국 폐과의 길에 들어서고 말았죠.<조산사들>은 산모 한 명을 더 제대로 보기 위해 시위에 나서는 조산사들의 모습으로 끝맺습니다. 조산사들은 "환자를 제대로 대하게 해줘!"라는 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서죠. 이런 모습에서는 자긍심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업무 환경의 고충을 호소하는 우리나라 교사들의 모습이 엇비쳐 보이기도 합니다.⊙ ⊙ ⊙낮은 출생률이 지속되는 국가에서 감히 조산사, 산부인과 의료진,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의 길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일 겁니다. 영화 <조산사들>을 내일의 세상을 위해 애쓰는 직업인들에 대하여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는 것은 어떨까요?Schedule in SIWFF2023.08.27(일)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1관 13:002023.08.29(화)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8관 14:30서울국제여성영화제 기간: 08월 24일 - 0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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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AN 데일리] 아들의 두려움과 엄마의 조롱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감독] 아리 에스터 Ari ASTER
출연] 호아킨 피닉스 Joaquin PHOENIX, 네이단 레인 Nathan LANE, 에이미 라이언 Amy RYAN
시놉시스
'보 와서먼'(호아킨 피닉스)은 거의 모든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철없는 남자다. 그는 아파트를 떠나 어머니 '모나'(패티 루폰)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려 하는데, 이때 모든 상황이 엉망이 된다. 고립되고 부상을 입는 등 갈수록 기이해지는 충격적인 그의 여정이 시작되고, 어린 시절을 보낸 옛날 집에 도착하게 된 보는 끔찍한 기억들과 추악한 비밀을 마주한다.
'아리 에스터'다운 난해함
자기만의 개성과 세계관을 고스란히 품은 <유전>과 <미드소마>로 이름을 알린 아리 에스터 감독. 그의 작품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연출 면에서는 점프 스케어를 지양한다. 기괴한 영상미와 음악을 통해 분위기를 고조하고, 이를 통해 관객을 심리적으로 압박한다. 가족이라는 관계 안에 내재된 집착을 공포와 미스터리의 소재로 사용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수많은 상징 덕분에 곱씹어 보는 재미도 있다. 종합하면, 난해하다.
세 번째 장편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도 마찬가지다. 장르는 달라졌다. 호러가 아니라 판타지나 심리극에 더 가깝다. 그러나 난해함은 여전하다. 성기 괴물과 같은 비현실적 이미지가 가득해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영화를 구성한 5개 챕터 사이의 연관성은 눈에 띄지 않는다. 코미디, 연극, 로드무비, 심지어 좀비 영화(?)까지 섞여 있다. 그런데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마지막까지 숨통을 조여 오는 이야기의 힘이 그만큼 강렬하다.
의외로 단순한 얼개
하지만 첫 두 장면에 집중하면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얼개는 의외로 단순하다. "제 입장에서는 단순하다고 생각한다"는 아리 에스터 감독 말대로다. 영화는 엄마 뱃속에 태아인 보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보. 그런데 이때 분만실 상황이 심상치 않다. 엄마는 아들이 울지 않는다고, 아들을 받을 때 간호사가 실수한 거 아니냐고 화낸다. 보를 울리려는 간호사에게 아들을 폭행한다고 소리 지른다.
영화는 곧장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보는 정신과 상담을 받는 중이다. 의사와 상담을 할 때 그와 그의 어머니 관계가 썩 좋지 않다는 게 드러난다. 아버지는 이미 죽었고, 어머니 집에 찾아가는 걸 꺼리는 보. 가끔은 어머니가 죽기를 바란다는 심정도 들켜 버린다. 여기까지만 봐도 이 이야기의 주제를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억압적인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아들에 대한 영화라고.
안 그래도 영화는 주제를 알려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다. 상담을 마친 보가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도 힌트를 준다. 한 남자아이가 광장 분수에서 놀고 있다. 보가 그 옆을 지나갈 때 아이의 어머니는 화를 내며 아들을 낚아챈다. 아이의 장난감은 그대로 분수에 버려진다. 보가 집 앞에 도착했을 때도 똑같다. 엄마에게 혼나며 쫓기는 아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관건은 집착하는 어머니를 아들이 떨쳐낼 수 있느냐다.
뒤틀린 모정의 파노라마
이런 관점에서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일종의 정신 치료기처럼 보인다. 특히 영화의 각 챕터는 보의 정신 상태를 각각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누군가가 죽거나 자기가 죽음에 가까운 충격을 받으면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보. 그때마다 그는 자기도 미처 몰랐던 현실과 욕망, 상상을 생생하게 경험하며 성장한다.
첫 번째 챕터는 보의 현 상황을 보여준다. 그는 어머니의 치마폭을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엄마 회사가 만든 냉동식품을 먹으며 엄마 회사가 지은 건물에서 산다. 또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지도 못한다. 엄마 생일에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 그는 성인답지 못하게 우유부단하다. 이는 그의 눈에 마약 중독자와 강도가 가득한 세상은 항상 위험하고, 보호막이었던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에 그가 정신을 못 차리는 이유다.
두 번째 챕터에서 보는 모성애의 실체를 마주한다.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본가로 향하는 보. 도중에 그는 '로저(네이단 레인)'와 '그레이스(에이미 라이언)' 부부 집에 잠시 머문다. 겉보기에는 완벽한 이 가족. 그러나 속은 썩었다. 뒤틀린 모성애 때문이다. 그레이스는 파병 나간 아들이 죽은 이후로 그에게만 집착한다. 잘못된 모정은 둘째 딸 '토니'(카일리 로저스)의 죽음을 초래한다. 엄마의 사랑을 잃은 그녀는 오빠를 미워한다. 오빠 방을 칠한 하늘색 페인트를 마시고 죽을 정도로.
세 번째 챕터는 연극이다. 이 연극은 보 자신의 이야기다. 정확히는 자기가 누릴 수도 있었던 이야기다. 엄마의 죽음을 해방으로 받아들였을 때 펼칠 수 있는 이야기다. 뒤틀린 모성애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남자.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시련을 겪어 가족을 모두 잃지만, 끝내 다시 재회하는 해피엔딩. 보는 자기가 자기 삶의 운전자가 되는 삶을 꿈꾼다.
마지막으로 그는 장례식이 열린 엄마의 집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그는 마침내 온전히 주체적인 성인이 되는 듯 보인다. 그는 첫사랑인 '일레인'(파커 포시)을 만난다. 엄마 회사 직원이었기에 늦게나마 장례식에 온 일레인. 보에게 그녀는 언제나 소중한 존재였다. 그녀가 준 사진을 항상 간직하며 잊지 않았다. 죽은 엄마의 침실에서 그녀와 섹스하면서 그는 엄마에게서 벗어나 자기가 본 연극처럼 멋진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원형에 가까운 정신과 치료기
아리 에스터는 이러한 보의 모험을 프로이트적의 관점에서 풀어나간다. 원형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발달 과정을 '리비도(성욕)'라는 개념으로 이야기한다. 프로이트에게 리비도는 단순한 성욕 이상이다. 성적 에너지이자 동시에 정신 활동의 에너지다. 따라서 리비도를 제대로 다루는 것은 성욕 통제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 인간이 정상적으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특히 프로이트는 부모 자식 관계와 이성과의 관계에 주목한다. 유아기가 되면 아이는 자기 성기를 쾌락의 원천으로 삼는다. 이때 아이는 어머니에 대한 애정과 아버지에 대한 적의를 품지만, 그 욕망을 억압한다. 그 과정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생긴다. 참았던 욕망은 사춘기를 맞이해 이성에 대한 성욕에 눈을 뜨면서 풀려난다. 이렇게 성적인 충동을 적절히 통제하고 해소하는 법을 배워야 정신적으로 성숙한 인격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리비도가 정상적인 과정으로 발달하지 못하면 고착하거나 퇴행하며 정신적인 문제를 낳는다. 바로 보가 겪는 문제다. 보의 어머니는 아들에게서 두 가지를 제거했다. 아버지와 애인이다. 그녀는 보의 아버지가 섹스 중에 죽었다고 이야기한다. 유전병인 심장병이 도져서 죽었다고. 또 보가 크루즈 여행 중 일레인에게 반해 사랑에 빠진 걸 싫어한다. 실제로 자기 회사에 일레인이 취직했는데도 보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 결과 보에게는 온갖 문제가 생긴다. 작중 등장하는 대부분의 초자연적인 이미지가 그의 성욕과 관련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이웃과의 소음 문제가 있다. 조용히 잠자던 보에게 옆집 이웃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소음을 줄이라고 윽박지르고 보복까지 한다. 보가 일레인과 마침내 섹스할 때 큰 음악을 틀고 하는 걸 고려하면, 소음은 정상적으로 승화되지 않는 성욕으로 인한 문제라 해도 무리가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연극을 보며 자기도 주도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거라는 상상에 빠진 보. 하지만 이내 그의 상상은 물거품이 된다. 가정을 이루려면 섹스를 해야 하는데, 아버지처럼 심장마비로 죽을 거라는 두려움이 그를 덮치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엄마가 진실을 숨겨둔 다락방에서 성기 괴물을 본다. 이 괴물 역시 어머니가 만든 존재나 다름없다. 자기 성욕에 대한 두려움이 투영된 존재가 그 괴물이기 때문. 길거리에서 벌거벗은 채 칼로 보를 찌르는 남성의 존재도 마찬가지다.
두려운 아들과 비웃는 엄마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프로이트적 관점에서 보의 정신 이상을 치료하는 이야기다. 일레인과의 섹스를 통해 그는 자기 트라우마를 극복한다. 지극히 원형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아리 에스터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반전을 주며 영화 장르를 하나의 블랙 코미디로 전환한다.
죽은 줄 알았던 엄마가 살아 돌아오자 보는 모든 상황이 각본이라는 걸 깨닫는다. 엄마가 그를 집으로 부른 것부터 엄마가 죽었다는 뉴스, 장례식과 일레인이 늦은 밤에 찾아온 것까지. 그를 집으로 이끈 죄책감도 모두 다 모나의 계획이었다. 동시에 이는 엄마의 복수나 다름없다. 아들의 정신과 상담 내용까지도 입수한 그녀는 자기가 준 사랑을 회수하지 못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챕터인 재판장에서 모나의 의도는 더 분명해진다. 이 재판은 정당하지 않다. 철저히 보를 공격하고 굴복시키기 위한 장이다. 재판 증거는 철저히 보의 잘못된 행동, 어머니를 실망시킨 일로 가득하다. 보의 목소리는 어머니의 변호사 앞에서 묵살된다. 그의 변호사는 입을 간신히 열었다가 떨어져 죽는다. 결국 보는 타고 있던 보트의 모터가 폭발해 죽는다. 사인은 폭사가 아니다. 익사다.
그런 보를 보면서 모나는 눈물을 흘린다. 단지 슬픔 때문은 아니다. 이 모자 관계는 집착, 가스라이팅, 속박, 폭력으로 점철됐다. 어머니는 아들이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려고 하면 구속했고, 아들은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자라지 못했다. 결국 이 재판은 어머니의 조롱이다. 아무리 아들이 자유로워지고 싶어도 절대 자기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조롱.
이는 익사의 이유이기도 하다. 초반부에 상담사는 약을 먹을 때마다 항상 물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보는 물에 집착한다. 그런데 정작 그는 바다에 빠져 죽는다. 의미심장하다. 프로이트는 아이가 아직 어머니의 몸과 자신의 몸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를 '대양적 느낌'이라고 지칭했다. 이렇게 보면 물은 모성애다. 적어도 문제지만, 너무 많아도 문제다. 영화가 양수 속에 있는 보로 시작해 바다에 빠져 죽은 보로 끝나는 이유다.
이토록 불쾌한 블랙 코미디라니
그런데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장르 전환은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다. 관객은 모나가 아닌 보의 입장에서 결말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보의 시점에서 세상을 보여줬다. 그가 바라보는 왜곡된 세계부터, 그의 희망까지 전부 다. 그런데 정작 마지막 순간 그를 조롱한다.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으로 포장된 그의 희망과 상상은 다 부질없고, 그는 죽는 순간까지 어머니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라고.
그 순간 관객은 난 데 없이 함께 조롱의 대상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관객은 보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해 그의 모험을 3시간 동안 함께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가 두려움과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대신 그 안에서 익사하는 결말은 불쾌할 수밖에 없다. 블랙 코미디라기에는 차마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보가 자기 자신을 유머 대상을 삼으면 모를까, 피폐하고 나약한 보가 조롱의 대상이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이 지점은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독특한 이유이기도 하다. 애초에 아리 에스터는 보는 사람을 불쾌하고 찝찝하게 만드는 데 특별한 재주를 가졌으니까. 제목에 담긴 언어유희를 생각하면 철저히 계획된 블랙 유머이기도 하다. "소년은 두렵다(Boy Is Afraid)”라고도 읽을 수 있는 제목은 모든 남성이 품고 있는 두려움을 영화 시작 전부터 드러내고 있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못 만든 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다. 긴장감을 고조하는 연출. 자칫 평범할 수 있는 원형적 이야기를 아름다운 이미지로 색다르게 보여준 스토리텔링. 5개 챕터로 쪼개진 심리 서사극. 마지막 순간 모두의 예상을 엇나가는 반전까지. 아리 에스터에게 박수를 보내기 충분하다. 단지 블랙 코미디에 같이 웃느냐, 웃지 않느냐, 그것이 문제일 뿐이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물도 적당히 마셔야 살 수 있다
상영일정
6/29 13:00 - 15:59 한국만화박물관
6/29 19:00 - 23:19 부천시청 잔디광장 / 어울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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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크: 더 비기닝>성찰 없는 폭력의 전시가 낳은 결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고3 수험생 '차우솔(김민석)'. 여느 때와 같이 공부에 몰두하던 중, 그는 자신에게 학교 폭력을 가했던 가해자 '배석찬(정원창)'이 같은 반으로 전학 왔음을 알고 공포에 휩싸인다. 예전처럼 자신을 괴롭히려는 석찬에게 저항하던 중 그는 뜻밖의 사고를 내고 소년교도소에 수감된다. 교도소 안에서도 언젠가 닥쳐올 석찬의 복수를 항상 두려워하던 우솔. 그는 가족을 죽인 살인범들을 똑같이 죽인 종합격투기 챔피언 '정도현(위하준)'을 우연히 교도소에서 만나고, 그의 도움을 받아 누구에게도 숙이지 않아도 될 힘을 기르기 위한 훈련에 돌입한다.
약 160만 명에 육박하는 구독자를 보유한 카카오페이지 웹툰 <샤크>를 영상화한 티빙 오리지널 무비 <샤크: 더 비기닝>은 한 마디로 우직하다. 영화는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같은 방식으로 되갚아준다'는 명료하고 전형적인 줄거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사건의 시간 순서를 뒤바꾸면서 플롯을 꼰다던가 반전을 주는 식의 변칙은 없다. 오직 피해자인 우솔이 가해자 석찬에게 주먹을 되돌려주는 순간의 통쾌함에만 집중한다. 그래서 우솔의 감정선과 액션씬, 그리고 그가 힘을 기르고 단련하는 장면 외에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대목은 아예 등장시키지 않는다.
다만 <샤크>의 우직함이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기대만큼의 쾌감을 선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솔과 석찬의 마지막 승부에는 긴장감이 없고, 우솔의 최종적인 승리도 시원하지 않다. 이유는 두 가지다. 일단 영화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액션이 흥미를 자아내지 못한다. 작중 액션씬은 3단계로 구성된다. 싸움이 시작된 직후 예상보다 강한 우솔을 보면서 상대가 당황하는 게 1단계다. 다음 단계에서 상대는 이내 마음을 다잡고 강력하게 반격하며 우솔을 궁지로 몬다. 그러나 끈기와 오기로 버텨내는 우솔은 마지막 순간 승리를 쟁취한다. 이러한 흐름을 액션씬이 수 차례에 걸쳐 반복하다 보니 긴장감이나 절박함은 느껴지려야 느껴질 수가 없다.
이에 더해 주인공을 묘사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 결과 영화의 층위가 얕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작중 우솔 외에 다른 인물들은 사연이 없다. 학교 친구들도, 교도소 안에서 만난 사람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게임 속 NPC 마냥 우솔의 말과 행동에 반응할 뿐이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등장한 석찬도 마찬가지다. 그가 우솔을 괴롭히기 시작한 최소한의 계기나 배경은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그는 우솔이 강해지기 위해서 존재해야만 하는, 전개상 악역이 필요하기에 나쁜 짓을 해야만 하는 생동감이 없는 악역으로 그려진다.
그나마 우솔의 멘토인 도현이 자신의 이야기를 지닌 인물로 묘사되지만, 작중 전혀 해결되지 않는 그의 비극적인 사연은 '더 비기닝'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속편을 준비하는 디딤돌로 사용되는 데 그친다. 이처럼 우솔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대상이 없다 보니 그의 변화와 성장은 일방향적이라서 감흥이 반감되고, 그가 가해자를 극적으로 제압하는 결말도 '상어의 탄생'이라는 제목이 갖는 비장함에 비해 심심하다.
문제가 그뿐이라면 <샤크>는 그저 지루한 영화 혹은 완성도에 아쉬움이 남는 영화에 그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좀처럼 의도한 재미를 끌어낼 수 없는 플롯의 구조를 손보는 대신 손쉽게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무비판적으로 폭력을 전시한 결과 <샤크>는 불쾌하고 이율배반적인 영화로 전락해버렸다. 작중 묘사되는 학교 폭력의 양상은 매우 구체적이다. 당장 시작부터 석찬은 교실에서 우솔을 거침없이 구타한다. 자신을 말리려는 다른 친구의 목을 조르며 제압한 후 다시 우솔을 때리고 발길질한다. 이에 우솔도 흉기를 사용해 석찬에게 저항한다. 이 모든 장면은 여과 없이 카메라에 담긴다.
물론 잔인한 장면이 등장하는 것, 또 폭력의 수위가 높은 것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위에서 예시로 든 장면들만 하더라도 우솔이 얼마나 지옥 같은 상황에서 살아야 했는지, 그의 공포와 트라우마가 얼마나 강력한지, 교도소에서 강한 힘을 얻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그의 절박함이 얼마나 큰지를 효과적으로 환기시키는 유용한 영화적 장치다. 또 석찬이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잔인하고 뒤틀려 있는 인물인지도 명료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인물의 처지와 감정선을 환기시킨다는 목적을 오프닝에서 달성했는데도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들이 계속 보인다는 점이다. 우솔이 도현을 설득시키기 위해 쓰러질 때까지 운동장을 뛰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시다. 이 장면은 그가 자신을 억누르던 고통스러운 기억을 대면하고 스스로의 정신적,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결정적 순간이다. 이때 영화는 석찬이 그를 감금하고, 소변을 못 보게 하고, 또 소변을 강제로 마시게 하는 것과 같은 구체적인 학교 폭력의 순간을 교차로 삽입하는데, 사실 해당 묘사가 없어도 이 장면의 의미나 중요성이 전달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오히려 감정과 정서의 과잉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따라서 이 장면은 누군가에게는 실재하는 현실의 트라우마가 불필요하게 자세히 재현되는 순간이자, 타인의 고통이 엔터테인먼트적인 목적으로 남용되고 착취되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폭력의 전시는 메시지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는 여러 인물들의 목소리를 빌려 궁극적으로 모든 폭력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비록 진지한 분위기도 아니고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도 않지만, 교도소 내에서 싸움이나 집단 린치를 줄이려는 일말의 시도가 잠시 등장하는 이유다. 또한 수단으로써의 폭력도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도현은 우솔을 처음부터 도와주지 않고, 그의 절박함을 이해한 후에야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우솔 역시 충분히 강해진 이후로도 먼저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말초적인 영상을 남발하는 연출과 편집으로 인해 영화의 메시지는 단지 메시지로 머무는 듯 보인다. 사회비판적 소재를 다루는 이상 영화는 단지 세상을 재현하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문제와 원인, 나름의 해결책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본분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넷플릭스의 비상, 쿠팡 플레이의 공격적인 투자 및 디즈니 플러스의 한국 시장 진출 예정 등으로 인해 OTT 시장의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티빙 역시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예능,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오리지널 작품을 연일 선보이고 있으며, <샤크: 더 비기닝>은 그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샤크: 더 비기닝>이 티빙의 영향력을 증대시키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작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최소한의 재현의 윤리조차 지키지 못한 채 성찰 없는 폭력의 전시로 가득한 이 작품은 상업성, 작품성, 시의성, 다양성 등 그 어떤 기준에서도 만족스럽다고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D(Dreadful, 끔찍한)
절박하고 통과해야 할 주먹에 공허함과 불쾌함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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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이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게 친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시놉시스
두부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경상도의 어느 집안이 있는데 제사를 지내야 해서 친척들끼리 모인다. 그런데 친척들끼리 서로 불협화음이 되고 마침내 찾아온 장손인 성진 덕분에 그 분위기를 조금 가라앉히게 된다. 성진은 서울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이며 두부 공장을 운영하는 자신의 아버지인 태근을 좋아하진 않지만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하려고 한다. 어느 날 말녀가 죽자 친척들은 다시 모여 집안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의논하는데... 승필은 그 이후로 정신이 혼미해지고 성진에게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과연 이 대가족의 운명은 어떻게 흘러갈까?
영화는 유교 사회와 제사에 대한 젊은 사람들의 시각 차이와 갈등을 다루고 있기도 하다. 그뿐만이 아니라 친척들끼리 모여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승필은 구세대에 머물러있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장손인 성진에게는 한없이 따뜻한 사람이다. 또한 승필이 두부 공장을 태근에게 물려주면서 성진까지도 가업을 이어받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성진을 응원하고 있었던 것 같다. 성진이 잘되기를 바랐던 마음이 후반부 결말 부분에 드러나는데 바로 승필이 성진에게 몰래 모아놓은 통장을 몰래 건네고 자신이 죽으면 알리지 말라고 한다.
영화 <장손>은 친척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일들을 벌이는 내용이다. 제사 하기를 싫어하며 기독교를 믿는 혜숙과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 미화 미신을 믿고 있는 말녀와 빨갱이로 낙인찍히며 두부 공장을 이어받고 근근이 살아가는 태근 그리고 능력 있는 남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옥자와 서울에서 배우를 하고 있는 성진까지 다양한 사정을 갖고 있는 친척들이 한데 모여 벌어지는 갈등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점점 사라져가는 유교 문화와 대립하는 신세대의 문화가 버무려져 붕괴되어가는 가족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대가족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1인 가구가 늘어가면서 혼자 살기에도 바쁘기 때문이다. 성진도 마찬가지 입장인데 승필은 바뀐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예전처럼 색시만 구해오면 된다는 승필의 말에 할아버지는 돈이 많냐는 성진의 대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한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시대가 변하면서 생기는 가부장적 질서의 붕괴와 유교 문화의 쇠퇴는 대가족의 붕괴를 불러온다. 영화 <장손>에 나온 것처럼 친척들도 서로 남이기를 바라며 한몫 더 챙기려는 사람들도 생긴다. 모든 갈등의 시작은 돈이며 누가 잘 살고 누가 못 살고를 따질 뿐 피를 나눈 친척들도 그저 건너편의 이웃 같은 사람들일 뿐이다. 결국 오고 가고의 차이점일 뿐 예전과 같은 대가족의 의미는 한참 사라진지 오래다.
무너져가는 친척들 간의 신뢰와 쇠퇴되어가는 구세대의 비애는 이 영화가 보여주는 마지막 촌철살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영화의 메세지는?
오히려 명절에 모이면 친척들의 잔소리를 듣자니 본가에 가기는 싫어지고 비교를 하는 친척들과 함께하려니 오히려 만나지 않으려고 한다. 서로의 약점을 들춰내며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친척이라고 하기에는 좋은 예라고 볼 수 없다.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사생활과 비밀을 캐물면 안된다. 단군의 역사 이래 서로가 존중하며 명절 때 모이면 마음이 편한 친척이 있었는가?
있을 수 있을 법한 친척간의 갈등을 영화 <장손>은 뭉치면 살벌하고 흩어지면 살만하다고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모이면 마음이 편한 게 친척이지 않겠어?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써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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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3주 최신 개봉영화(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매트릭스 리저렉션, 드라이브 마이 카, 신데렐라2 마법에 걸린 왕자, 호두까기 인형)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2월 3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킹스맨퍼스트에이전트 #매트릭스리저렉션 #드라이브마이카 #신데렐라2마법에걸린왕자 #호두까기인형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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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흥신소-라떼극장] "아침엔 도시락 대신 교양을 먹어야지..."
영화 흥신소 - 라떼극장 EP.10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 "품행제로"에서 소중한 추억을 떠올려보자품행이 바닥인 문덕고 캡짱 중필
교내 불법사업과 청춘사업에 매진하는 동안
캡짱의 자리를 위협하는 라이벌이 등장하는데...세운상가 옥상에서 구매한 빨간비디오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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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코끼리와 나비> 30초 예고편
5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앙투안은 얼떨결에 옛 애인의 딸 엘사를 보호하게 된다.
천사 같은 미소, 심장을 녹이는 애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5살 소녀가 낯설지 않다.
엘사도 앙투안에게 고백한다. "비밀이 있어요, 아저씨가 누군지 알 것 같아요"
서로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면, 그건 우리가 특별한 사이이기 때문일 거야.
존재조차 몰랐던 우리, 너무 늦은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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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베네데타> 리뷰 예고편
성혼과 그리스도의 심장 교환,신과의 결혼 등 종교적이고 에로틱한 무아경으로 신비주의로 추앙 받으며 수녀원장에 오른 베네데타. 수녀원에 들어온 바톨로메아라는 처녀와의 사랑이 교회에 적발되면서 한 순간에 불경한 창녀로 매도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