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4-10-06 11:48:16
[BIFF 데일리] 노동계급 소시민에게 구원의 모습은 어떠한가
영화 〈키케가 홈런을 칠 거야〉 리뷰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Kike Will Hit a Home Run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Korea/2024/97min
*시놉시스
영태와 미주는 작지만 아담한 월셋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서 기분이 좋다. 그런데 식당을 같이 운영하기로 했던 영태의 동업자 선배가 갑자기 약속을 깨뜨린다. 영태는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떠나고 미주가 혼자 남는다. 미주는 영태를 기다리며 자신도 열심히 살아간다.
박송열 감독의 전작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의 엔딩신에서 받은 충격은 여전히 생생하다. 노동계급 소시민 남자는 응당 분노해야 할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누군가를 찾아가지만, 화를 표출하는 대신 분을 삭인 후 돌아선다. 이 장면의 정서는 패배감, 울분이라기보다는 구원이다. 노동계급 소시민의 삶을 지속 가능케 하는, 기묘한 낙관의 느낌을 전하는 체념으로서의 구원 말이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는 거창하고 영웅적인 행위로서의 구원과는 거리가 먼 박송열표 구원론의 인상적인 각인이었다.
〈키케가 홈런을 칠 거야〉는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의 다음 이야기라 할 만하다. 등장인물이 같은 것뿐 아니라 주제 의식과 메시지의 측면에서도 그렇다. 영태, 미주 부부는 여전히 퍽퍽한 생활을 하는 중이지만 이전보다 아주 조금 상황이 나아진 듯도 하다. 새로 들어간 월세집은 이전에 살던 집보다 더 나아 보이는, 임신을 계획 중인 두 사람이 터전을 닦기에 퍽 적절한 공간이다. 두 사람은 이 공간에서 만들어나갈 미래의 가능성에 들뜬다. 그러나 이러한 소박한 기대조차 늘 배반당하는 것이야말로 노동계급 소시민 삶의 특징이다. 영태는 동업을 하자는 선배와의 일이 틀어진 후 돈을 벌기 위해 떠나고,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더는 수업을 할 수 없게 된 미주 역시 여러 임시직을 전전하며 돈을 모으기 위해 분투한다. 전작에 이어 소시민적 고난과 애환이 펼쳐진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이들이 마주한 고난의 스케일의 크기를 ‘축소’한다. 몇 년 전에 빌려준 50만 원, 300만 원이 필요한 동생, 미주에게 3만 원을 요구하는 영태……. 연일 부동산 가격을 두고 쏟아지는 뉴스에 비하면 주인공들이 울고 웃는 화폐의 단위는 지극히 ‘초라’하다. 이렇게 적은 금액에도 삶이 흔들리는 사람들의 영화적 환기는 모두가 공유하는 경제적 상승 욕망이 비가시화한 실재하는 삶의 양태를 드러내며 환상과 현실의 거리를 좁힌다. 꿈과 현실을 오가는 비연속적인 장면, 독특한 리듬의 대사와 연출이 연달아 이어지는데도 박송열의 영화가 지독히 현실적인 감각을 일깨우는 이유다.
노동계급 소시민은 작디작은 체념을 체화하는 일상을 산다. 영화는 그 원인이 자본주의라고 말한다. 자본주의 체제하의 적대적 계급 현실이 영태와 미주가 겪는 고난의 원인이라는 점이 전작에서보다 훨씬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노동계급 소시민을 위한 정치적 요구가 직접 드러나는 장면 등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영태와 미주가 겪어야 할 고난이 커진 만큼 영화의 유머도 더한층 능청스러워졌다. 이것이야말로 박송열 감독 영화의 특이점이다. 일상적 고난은 이어지고 영태와 미주의 현실은 점점 꼬여만 가지만 두 사람은 결코 비통함, 원통함, 격렬한 울분을 표하지 않는다. 언제나 있어온 일이라는 듯 가벼이 체념한 후 바로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며 서로 사랑하고 격려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노동계급 소시민이 격렬한 감정으로 적극적으로 모색할 변혁은 도래할 국면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 상태로 일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체념하고 포기하고 한숨 쉬면서도 일상적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삶의 양식(樣式)이 필요하다. 박송열이 자기만의 개성으로 포착하고 벼려낸 영화 속 이미지는 모두 이곳을 향한다.
박송열의 영화에는 노동계급 소시민의 삶이 어떻게든 이어질 것이고, 근근이 이어지는 그들의 삶이 대체로 비관적인 상황에 놓여 있을지라도 사람들이 결코 그에 완전히 잠식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묘한 낙관이 깃들어 있다. 부동산 투자업에 실패한 영태와 유산한 미주에게 홈런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심지어 섹스 시도에서조차 격렬함을 소거한 채 느긋이 서로의 몸을 포개는 엔딩 장면은 두 사람에게 홈런이 ‘대박’이나 ‘인생 역전’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태도 그 자체일 수 있음을 환기한다. 우리는 이를 구원에 대한 소시민적 감각이라 부를 수 있을 터다. 모두가 고개를 꺾어 ‘위’만 바라보며 자기가 발 디딘 ‘아래’를 보지 못하는 지금, 박송열이 견지하는 노동계급 소시민의 일상적 구원의 태도는 무척이나 귀하다. 그리고 긴요하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노동계급 소시민의 삶을 다루는 박송열의 작업이 계속 이어지기를, 그가 아키 카우리스카미의 스타일과 주제를 한국에서 계속 펼쳐내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영화 매체 〈씨네랩〉 초청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 상영시간
10-05/20: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10-06/20:00/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10-09/16: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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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9월 첫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추석 연휴 동안 편히 쉬셨길 바랍니다!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공조 2>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공조2: 인터내셔날> (NEW)▶ <공조 2>가 개봉과 동시에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개봉 주에 추석 연휴가 있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관객 수를 모았는데요.
개봉 주에 벌써 200만 관객을 돌파하였습니다.
주말 동안 (9월 9일- 9월 11일) 관객 수 208만 9,148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60만 1,674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줄거리남한으로 숨어든 글로벌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새로운 공조 수사에 투입된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
수사 중의 실수로 사이버수사대로 전출됐던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는
광수대 복귀를 위해 모두가 기피하는 ‘철령’의 파트너를 자청한다.
이렇게 다시 공조하게 된 ‘철령’과 ‘진태’!
‘철령’과 재회한 ‘민영’(임윤아)의 마음도 불타오르는 가운데,
‘철령’과 ‘진태’는 여전히 서로의 속내를 의심하면서도 나름 그럴싸한 공조 수사를 펼친다.
드디어 범죄 조직 리더인 ‘장명준’(진선규)의 은신처를 찾아내려는 찰나,
미국에서 날아온 FBI 소속 ‘잭’(다니엘 헤니)이 그들 앞에 나타나는데…!2. <육사오> (▼1)▶ 지난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했던 <육사오>가 공조의 개봉으로 2위로 떨어졌습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라 추석 연휴에 많은 관객이 찾은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9월 9일- 9월 11일) 관객 수 30만 3,18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56만 6,664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헌트> (▼1)▶ 개봉 이후 계속 1,2위를 차지했던 <헌트>가 9월 둘째 주에 3위로 하락하였습니다.
관객 수가 지난 주와 비교했을 때 약 2.5배 하락하였지만,
이번 주에 개봉하는 화제 작품이 없기에 비슷한 관객 수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말 동안 (9월 9일- 9월 11일) 관객 수 8만 5,806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426만 3,791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17회 예측 이벤트는 <공조2: 인터내셔날>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공조2: 인터내셔날>의 스코어 예측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공조2: 인터내셔날>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 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46%, 여성 54%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30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그다음으로 20대, 40대, 50대, 10대 순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습니다.
▶한 주 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공조2: 인터내셔날>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10대 후반 남성과(1,257,460명)과 30대 후반 여성(1,057,054명)이었습니다.
또한 <공조2: 인터내셔날> 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0%에 해당합니다.
추석 연휴가 변수가 되어 예측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공조2: 인터내셔날>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4. <극장판 엄마 까투리: 도시로 간 까투리 가족> (NEW)▶ 추석 연휴에 영향으로 아이들을 겨냥한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엄마 까투리: 도시로 간 까투리 가족>이
4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박스오피스에서 4위를 차지했던 <탑건: 매버릭>과 비슷한 관객 수를 보이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9월 9일~9월 11일) 관객 수 5만 4,843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6만 1,23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한산: 용의 출현> (▼2)▶ 한 달 넘게 박스오피스 TOP5를 유지한 <한산: 용의 출현>이 9월 둘째 주에 5위를 차지하였습니다.
<한산: 용의 출현> 역시 위에 말했던 것처럼 화제 작품이 없기에 5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말 동안 (9월 9일- 9월 11일) 관객 수 4만 3,623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722만 5,88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주말 동안(9월 9일- 9월 11일) <Barbarian>의 매출액은 10,000,000 (한화 약 138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 역시 동일합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9월 9일 ~ 2022년 9월 11일)1. <바바리안> 1000만 달러 (누적 1000만 달러)2. <브라흐마스트라 파트 원: 시바> 440만 달러 (누적 440만 달러)3. <불릿 트레인> 325만 달러 (누적 9254만 달러)4. <탑건: 매버릭> 317만 달러 (누적 7,056만 달러)5. <DC 리그 오브 슈퍼 펫> 283만 달러 (누적 8,542만 달러)...씨네픽의 9월 둘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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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기록하는 역사에서 느끼는 역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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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클라우디아 폰 알레만 감독 작품, 1981년, 113분, 독일.)
플로라 트리스탕. 이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혹 트리스탕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도 그를 고갱의 외할머니 정도로만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의 가족’이라는 호칭은 중요한 업적을 남긴 여성을 모욕하고 삭제하는 가장 흔하고 쉬운 방법이다. 여성 인물의 생애를 논할 때 늘 남성의 이름으로 채워진 ○○를 걷어내고, 가족이라는 사회적 울타리를 경유해야만 하는 상황 자체가 기울어진 역사를 증거한다.
트리스탕은 탁월한 저술가였으며 걸출한 사회주의 활동가였다. 그녀는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자본주의 도시화가 야기한 계급 격차가 처참한 결과로 이어졌음을 고발한 기념비적인 저서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을 쓰기 4년 전에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런던 산책》을 썼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그 유명한 문구를, 노동자 스스로 쟁취하는 해방이라는 아이디어를 마르크스보다 먼저 썼고 제시하기도 했다. 그녀가 죽었을 때 1만 명이 운구에 참여할 정도로 노동자를 반자본주의 전선에 조직하는 데 탁월한 활동가이기도 했다. 동시에 자신의 여성 정체성을 해방의 전망에 반영한 탁월한 정치 감각도 갖고 있었다. 억압받는 남성일수록 아내를 더욱 강하게 억압한다는 그녀의 문장이 이를 증언한다. 요컨대 플로라 트리스탕은 정부와 경찰이 두려워하는 저술가‧활동가이자 남성 노동자의 젠더 기득권에도 반기를 든 선구적인 여성이었다. ‘죽어가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그녀의 결기가 서슬 퍼렇다.
그러나 이 중 그 무엇도 제대로 기록되지 못했다. 엘리자베트가 리옹으로 떠나는 건 이 때문이다. 〈리옹으로의 여정〉은 기억되지 못한 혁명가 플로라 트리스탕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젊은 여성 역사학도 엘리자베트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트리스탕이 리옹에 머물며 기록한 일기가 여정의 바탕이 된다.
영화의 템포에 주목해보자. 영화는 지극히 느린 속도로 리옹의 일상적 풍경과 트리스탕의 발자취를 좇으며 고뇌하는 엘리자베트의 모습을 오간다. 이는 트리스탕을 연구하는 엘리자베트의 방법론과 관련이 있다. 그녀의 지도교수는 자기를 삭제하고 남아 있는 기록과 주변인의 증언을 활용한 객관적 방법으로 역사를 연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엘리자베트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런 방법론은 트리스탕을 수동적 앎의 대상에 고정시킬 뿐이다. 엘리자베트는 트리스탕을 ‘느끼고’ 싶다. 그래서 그녀가 걷던 길을 걸으며, 그녀가 자주 향했던 강을 거닐며 그 소리를 녹음하고 이를 수시로 듣는다. 지금은 외국인과 노인만 남은 스산한 거리에서 트리스탕이 어떤 가능성을 발견하고 노동자 조직화에 투신했는지를 느끼려 한다.
트리스탕이 앎이 아닌 느낌의 대상이기에, 엘리자베트는 연구하는 동안 많이 ‘아프다’. 처음에는 가 닿을 수 없어서 고통스러웠지만, 어느덧 너무 깊게 들어온 트리스탕이 그녀의 몸과 마음을 뒤흔든다. 트리스탕이 점점 엘리자베트에게 스며들고 있다. 그 동질감이 그녀를 울렁거리게 하고 토하게 한다. 하지만 그 고통의 시간을 견뎌냄으로써 마침내 “내 걸음은 그녀의 것이 된다.”
객관적‧일반적 역사 연구가 아닌 동질감을 느끼는 엘리자베트의 연구 방법은 소수자 연구에서 특히 중요하다. 어떤 소수자의 역사든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대상과 맞서 싸운 사람이 있다. 그들의 동기를 ‘합리적’으로 이해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들의 용기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결국 ‘느껴야’ 한다. 그러나 이 느낌은 늘 제대로 된 역사‧저항의 방법론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런 방법론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늘 ‘과몰입’했다는 손가락질, 너무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라는 비난에 직면한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불가능한 싸움을 시작하겠다는 다짐을 ‘비합리적’인 것으로 만듦으로써 저항을 무마하려는 반동적 시도일 때가 많다. 트리스탕이 자본주의적 폭력과 남성 중심주의적 세계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을 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용기였음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 용기를 객관적 방법론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어떤 연구방법론이든 독자를 설득하려면 어느 정도의 ‘선동’이 필요한 법이다. 이는 세계를 향한 ‘총체적‧객관적’ 전망을 필요로 하는 운동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아 서울국제여성영화제(SWIFF)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8월 25일부터 9월 1일까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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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주차, OTT 종료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8월의 첫째 주 금요일입니다.
오늘만 지나면 주말이 기다리고 있죠!
8월이 지나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넷플릭스와 왓챠의 종료 예정작을 추천해드리려고 하니
주말 동안 이 영화를 봐보면 어떨까요?-?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엑시트
08.14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대학교 산악 동아리 에이스 출신이지만, 졸업 후 몇 년째 취업 실패로 눈칫밥만 먹는 용남은
온 가족이 참석한 어머니의 칠순 잔치에서 연회장 직원으로 취업한 동아리 후배 의주를 만난다.
어색한 재회도 잠시, 칠순 잔치가 무르익던 중 의문의 연기가 빌딩에서 피어 오르며
피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도심 전체는 유독가스로 뒤덮여 일대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용남과 의주는 산악 동아리 시절 쌓아 뒀던 모든 체력과 스킬을 동원해 탈출을 향한 기지를 발휘하기 시작하는데…cine pick!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기존 재난 영화와 완전 다른 분위기의 짠내나고 코믹한 분위기인 <엑시트>.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신선하고 독특한 영화의 매력으로 인기를 끌어 900만 관객 수를 넘어섰다.
기생충
08.14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전원 백수로 살 길이 막막하지만 사이는 좋은 기택 가족.
장남 기우에게 명문대생 친구 민혁이 연결해 준 고액 과외는 모처럼 싹튼 고정 수입의 희망이다.
기우는 온 가족의 기대 속에 박 사장 집으로 향한다.
cine pick!
칸 영화제를 시작으로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기생충>.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넘어섰으며, 전세계적으로도 끈 인기를 끈 영화이다.
빅쇼트
08.14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2005년, 모두를 속인 채 돈 잔치를 벌인 은행들. 그리고 이를 정확히 꿰뚫고 월스트리트를 물 먹인 4명의 괴짜 천재들.
20조의 판돈, 세계 경제를 걸고 은행을 상대로 한 진짜 도박!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cine pick!
골든 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호주 아카데미 주요 부문에서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로튼 토마토 신선도 87%으로 높은 지수를 유지한 영화 <빅쇼트>
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 등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의 모두 나온 영화.
대니쉬 걸
08.15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파트너인 화가 에이나르와 게르다.
게르다는 에이나르에게 모델 대역을 부탁하게 되고 캔버스 앞에 선 에이나르는 또다른 자신의 모습과 마주한다.
cine pick!
<킹스 스피츠> <레미제라블>를 연출한 톰 후퍼 감독의 작품!
1920년대 '릴리 일베'의 특별한 일대기를 다룬 동명 소설 '대니쉬 걸'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생의 마지막 한 걸음
08.15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일본 서부에 있는 50m 높이의 산단베키 절벽은 인기 있는 관광지이자 잘 알려진 자살 장소이다.
후지야부 목사는 1999년부터 이곳의 수문장을 맡아왔다.
그는 자살할 목적으로 이 곳을 방문했던 사람들의 사연을 들어주고 거처를 마련해주며 그들이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돕는다.
cine pick!
힘이 들 때 보면 좋을 것 같은 다큐멘터리 <생의 마지막 한 걸음>
제16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상영작 중 하나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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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더 파더> : 그는 엉켜 버린 기억 앞에 서서 울었다
더 파더 (The Father, 2020)
* 본 리뷰는 영화와 관련된 중요한 사건과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기다린 가장 큰 이유는 배우 때문이었습니다. 84세의 노장이지만 아직도 건재하며 모든 배역마다 완전한 그 역할 자체가 되는 안소니 홉킨스의 출연이기에 다른 때와는 다르게 영화 내용을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배우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으나 사전 정보가 많지 않았던 영화 내용에는 기대하지 못한 적잖은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좋은 의미에서의 충격입니다.) 장르는 분명 드라마인데 스릴러와 공포를 넘나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니까요. 영화를 보고 나서 머릿속이 얼얼한 기분은 “곡성”이후로 오랜만이었습니다.
런던에 살고 있는 “안소니”(안소니 홉킨스)는 자신의 자부심처럼 느껴지는 집에서 혼자 노년의 나날들을 보냅니다. 그의 딸인 “앤”(올리비아 콜맨)은 주기적으로 그를 찾아오고 돌보아줍니다. 그러나 그녀는 새로운 사람과의 시작을 위해 곧 파리로 떠나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뜻밖의 이야기에 안소니는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그리고 기억은 점점 더 엉켜서 무엇이 현실인지 알 수 없어져 갑니다. 딸은 어느 시점엔 간병인의 얼굴로 등장하고, 아버지를 떠나서 파리로 간다고 이야기한 적 없다고도 말합니다. 간병인의 얼굴은 세상을 떠난 둘째 딸 루시와 매우 닮아 있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다른 모습의 간병인으로 등장합니다. 커져가는 기억의 오류들 속에서 진짜를 찾기 위해 안소니는 기억을 바로 세우고 싶지만 그것은 그에겐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 이 영화의 장르는 스릴러와 공포인가
안소니에게는 언제가 아침이고 언제가 밤인지 모르는 날들이 계속됩니다. 영화의 소재인 “치매”는 우리에게 익숙한 그 병의 증상을 매우 세밀하고 감각적으로 전달합니다. 안소니에게 그가 알던 딸, 딸의 남편, 간병인은 다른 사람의 얼굴로 등장하기도 하고 알고 있던 인지하던 사실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니게 되며 그는 매우 혼란스러움에 빠져가게 되죠. 트루먼 쇼, 예능에서 많이 보았던 몰래카메라를 연상하게 하는 해프닝들이 모여 그에게 굉장한 당혹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관객의 입장에서도 그가 인지할 수 없는 시간들과 사실들이 반복되는 것을 바라보는 게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마주하기 싫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마주 해야 하듯 스크린 속 안소니의 모습을 애써 지켜보면서 저 역시 시공간 감각을 상실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느낌들이 이 영화의 장르를 드라마가 아닌 심리스릴러로 느껴지게 하는 지점이라고 봅니다. 관객은 등장인물들의 옷, 씬마다 바뀌는 안소니의 아파트의 구조, 가구들을 유심히 살펴보며 무엇이 진실인지를 쫒아가게 되니까요. 그렇지만 영화가 엔딩에 다다를 때까지 안소니에게 실제 일어난 일을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감독인 플로리안 젤러감독은 이런 관객의 경험을 유도했다고 합니다. 관객이 모든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진실과 진실이 아닌 것을 생각하는 경험을 체험하길 원했다고 하죠. 또 이런 것들을 통해 여러 영화에서 치매를 다루는 방식이 아닌 색다른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길 바라는 의도가 정확히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치매는 내가 겪어온 모든 시간을 엉겨버리게 만듭니다. 기억하는 사실이 달라질 때마다 그는 유난히 자신의 손목시계에 집착합니다. 엉겨버린 시간과 진짜 있었던 상황을 바로잡으려는 그의 현재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아마 어느 요양병원 침대에 누워 생각하고 있겠죠). 자신에게 있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진짜가 무엇인지 찾으려는 그의 고군분투를 시계를 통해 어림짐작할 수 있고, 이는 영화를 함축하는 가장 적합한 장치가 됩니다.
▶ 이 영화의 장르는 결국 드라마였다
반복되는 장면들에서 “대체 이게 뭐지?”라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최대치로 느끼다가, 마침내 마지막에 도달하여 이 모든 일의 대부분이 그저 치매 걸린 그의 머릿속에서 일어난 사실이라는 점을 깨달았을 때 영화의 장르는 공포에서 드라마로 옷을 바꿔 입습니다. 요양병원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마치 아기의 모습을 한 안소니의 모습에서 진실 찾기의 긴장이 끝났다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쓸쓸한 노년을 맞이한 한 사람의 드라마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 시점이 돼서야 편안하게 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안타까움과 연민의 감정들이 폭풍처럼 밀려옵니다. 그리고 이건 어쩌면 먼 훗날 나의 모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들게도 합니다. 나의 모든 잎들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찬란하게 꽃 피웠을 한 사람의 인생 여정의 마무리가 너무나도 가혹하고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영화 배역의 이름과 동일한 이름의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는 안소니 그 자체였습니다. 맡는 배역마다 그 사람이 되어버리는 배우입니다. 그리고 그 점에 있어서 나이 차이는 확연하지만 전 이병헌 배우가 늘 떠오릅니다. 이병헌 배우도 맡은 배역 모두 그 사람처럼 소화해내니까요. 그리고 소재가 소재인만큼 만일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역할을 맡는다면 누가 적합할지 떠올려보았는데 연기백 단의 이순재 배우, 박건형 배우가 떠올랐습니다.
<더 파더>는 감독이 직접 쓴 희곡 “더 파더”가 연극 이후 호평을 통해 영화로 재탄생된 작품입니다. “치매”라는 병을 소재로 차용할 때 주변인들이 환자를 연민과 사랑으로 바라보는 그간의 접근방식과는 다르게 당사자가 겪게 될 혼란과 공포에 맞춘 색다른 각본과 연출이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이런 각본, 연출, 배우의 3박자가 고루 갖추어져서 개봉 전부터 전 세계 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 되었고, 다가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미술상, 편집상의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습니다. (이 글이 쓰여진 이후 4/26 기준으로 아카데미에서 각색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영화 가뭄이 이어지는 날들 속에서 믿고 보는 배우들의 명품 연기와 작품성이 곁들여 저 완성미가 돋보이는 그런 영화의 부재들을 <더 파더>가 채워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더 파더> 스틸 컷
* 본 콘텐츠는 블로거 그린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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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파민 디톡스 영화 8선
도파민 대신 잔잔한 여운을 가져다줄 영화들 사람냄새 진득히 나는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저는 힘들때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찾게 되더라고요. 여러분들이 지쳤을때 보는 영화들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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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창업 1년 반 만에 직원 220명의 성공신화를 이룬 줄스. 한편, 수십 년 직장생활에서 비롯된 노하우와 나이만큼 풍부한 인생경험이 무기인 만능 70세의 벤을 인턴으로 채용하게 되는데..
미스 리틀 선샤인
아버지와 올리브가 열심히 준비한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의 마지막 무대는 가족 모두를 그들이 절대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변화시키게 된다. 과연 후버 가족에겐 무슨 일이 생긴 것 일까?
디센던트
그 동안 몰랐던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된 남자의 이야기! 잘 나가는 변호사 맷. 그의 아내가 어느 날 보트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다. 아내의 사고에 절망한 맷은 막내 딸과 함께 기숙사에 있는 큰 딸 알렉산드라에게 엄마의 상태를 전하러 가지만, 그간 일에 매달려 가족에게 소홀했던 사이 부쩍 커버린 딸들과의 소통이 법정에서의 변론보다 어렵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큰 딸은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었다고 맷에게 고백하는데…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
남편의 죽음 이후 외로움 때문에 회사 내 모든 직원들과 관계를 맺은 티파니. 저돌적인 대시와 내숭 없는 애정 표현으로 티파니는 팻의 인생에 갑자기 뛰어든다. 그의 조깅코스에 불쑥 나타나는가 하면 함께 자자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며 예측불허의 행동으로 그녀는 팻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그런 티파니가 팻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심플 라이프
4대에 걸쳐 로저네 집안일을 하며 살아온 아타오. 꽤나 성공한 영화제작자인 로저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모두 이민을 가고, 아타오는 갑작스레 중풍으로 쓰러지게되고 요양병원 행을 자처한다. 그 곳에서 여러 사연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지며 이 새로운 ‘가족’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타오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으며 그녀를 돌보는 로저는 자신에게 타오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깨닫게 된다.
다가오는 것들
파리의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나탈리’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부인, 그리고 홀어머니의 딸로서 바쁘지만 행복한 날들을 지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갑작스러운 고백과 함께 그녀의 평화롭던 삶이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원스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도 꿈을 잊지 못해 날마다 더블린 번화가에서 거리의 악사를 자처하는 남자는 자신을 버리고 런던으로 떠나간 옛 여자를 잊지 못한다. 체코에서 온 소녀는 늘 해사한 얼굴로 행인들에게 꽃이며 잡지를 권하지만, 어린 딸과 어머니를 부양하는 그녀에게도 아픔은 있다.
고향에서는 피아니스트였지만 현재는 맘좋은 피아노숍 주인의 허락으로 하루에 한 시간씩 연주하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소녀는 자학과 자조를 모른다. 무기력한 일상을 떨치지 못하던 남자는 소녀와 음악적 영감을 주고받으며 데모 음반을 녹음하기에 이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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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투박한 울림으로 기억하기
Director] 모리 다츠야
Cast] 이우라 아라타, 다나카 레나, 나가야마 에이타, 히가시데 마사히로, 코무 아이, 토요하라 코스케, 에모토 아키라 외
Program note]
1923년 9월에 어떤 일이 있었나? 영화는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뒤 발생한 비극을 들여다본다.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소문이 퍼졌고 일본 군경과 무장한 일본인이 수많은 조선인을 학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사건의 진상은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일본 감독이 이런 소재를 영화로 만들었다는 사실부터 눈길을 끈다. 1923년 9월, 가난한 15명의 일본 행상단이 후쿠다 마을에 도착한다. 의약품과 일상용품을 팔며 떠돌아다니는 그들은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생소한 지방 사투리를 쓴다는 이유로 조선인으로 오해를 받는다. 일본에서도 잘 안 알려진 후쿠다 마을 사건의 시작이다. 조선인 학살과 마찬가지로 후쿠다 마을 사건도 잊혀진 역사이다. 감독은 “99년이 지난 지금 이 비극적 사건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고 말했고, 프로듀서는 “우리는 망각하게 놔두어서는 안된다. 알아가고, 기억하고, 소통하는 것은 항상 항거의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제작 의도를 밝힌 바 있다. (남동철)
아주 어릴 때, 지금으로선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어떤 소설집을 읽었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단편 소설집이었고, 그 중에서는 어머니가 아이를 뒤뜰로 데려가 꽃잎으로 한글을 써 보내는 아련한 장면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끔찍한 이야기도 있었다. 관동대지진 이후 미쳐버린 것 같은 사람들이 사람들에게 ‘15엔 50전’을 발음해 보게 시킨 다음,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죽창으로 찔러 죽이는 것이다. 그 소설집에서 죽창에 찔러 죽은 사람은 말을 더듬는 일본인 아이였다.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소설집에서 기억나는 장면이라곤 딱 그 두 장면뿐이다.
의도치 않은 조기 교육(?)으로, ‘후쿠다 마을 사건’이 낯설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충격적이다. 자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자국민을 위협하는 가짜 뉴스를 뿌리고,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가짜 뉴스의 뒤를 따라가던 끝에, 자국민을 위해 휘두른 무기는 자국민을 죽이고 만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촌극으로 코웃음 치며 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자국민을 죽인 것이 “실수”였다면, 자국민이 아닌 자들을 죽인 것은 괜찮은가? 우물에 독을 풀었고 살인과 강간을 일삼는다는 거짓말을 뿌려 가며 조선인을 죽이려 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역사는 언제나 “피는 피로, 폭력은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주지시킨다. 극중에서도 몇 번이나 대사로 강조하지만, 사람들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식의 루머를 받아들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조선인들이 너무 많은 괴롭힘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논조이다. 그렇다면 괴롭히지 않으면 될 텐데, 가해자의 손에서 뻗쳐 간 폭력은 다시 가해자에게 불안으로 돌아간다. 쌍방의 폭력이 아닌 일방의 폭력이어서, 그 불안은 또 다시 피해자의 피를 흘린다. 바로 이런 이유로 식민 지배는 전쟁보다 참혹하다.
그게 1923년의 일이었다. 관동대지진 이후 너무 많은 조선인이 죽고, 후쿠다 마을 사건처럼 중국인이나 일본인도 죽고, 말도 안되는 참극이 도처에서 일어났다. 그 난리를 막아 보겠다고 내린 칙령들은 1925년 치안 유지법이라는 탈을 쓴다. 다시 조선인을 옥죄는 법이었다. 그 난리통에서 배운 게 아무 것도 없는 이들은 그 후로도 20년 동안 수많은 사람을, 생명을 수탈한다.
어느덧 관동대지진은 100년 전의 일이 되었고, 많이 잊혔다. 관동대지진 이후 있었던 어떤 일들이 그 후로도, 어쩌면 지금까지도 폭력의 굴레를 덧쓰고 있다는 것도 우리는 거의 인지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이러한 작품의 존재는 소중하다. 특히나 일본 감독이 만든 영화에서 1919년의 병천, 제암리 같은 지명이 대사로 똑똑히 들리는 순간은 놀라웠다. 병천은 아우내 장터, 즉 1919년 유관순 열사가 있던 곳이자 3.1운동을 상징하는 곳이며, 제암리는 그 이후 일본군이 보복성으로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사건이다.
일본 국적을 가진 이가 전쟁범죄를 똑똑히 언급하는 일이 얼마나 드문지 잘 알고 있기에, 그 순간은 놀라웠다.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을 구분하기 위해 발음이 미묘한 ‘15엔 50전’ 또한 영화에 또렷하게 언급되며, 일본에서 어렵게 살아가다 살해되는 조선인 캐릭터도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그가 마지막으로 뱉는 대사는 분연히 외치는 자신의 이름 세 글자였다. 이런 영화는 앞으로도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아쉬운 점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더없이 인간적이라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던 듯하나, 젠더 의식 이래도 되나 싶은 장면들이 있었고,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서이기는 하나 “좋은” 일본인의 비율이 현실 대비 매우 높아, 보는 조선인 입장에서 기분이 미묘해진다. 게다가 “좋은” 일본인은 하나 같이 장신의 배우들이 맡아서, 사진을 ‘포토샵’ 처리해 프로파간다에 이용하던 일제가 생각나 또 기분이 기묘하다. 그러나 아쉽다는 말만으로 지나치기엔, 이런 영화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다.
아주 정교하게 연출되고 적절하게 배치된 아름다운 문장이어서 마음에 오래 남는 대사들이 있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라든지,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같은 대사들 말이다. 반면, 투박하게 놓여서 적나라하게 외치는 소리이기에 외면할 수 없는 대사들도 있다. 이 영화의 대사들이 그렇다. 당시의 일본 시민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한 국가는 무엇인가? 그게 무엇이며, 그걸 지키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옳은가? 그 사람이 조선인이면 괜찮은 것인가? 무의미하고 잔혹했던 몰살은 기록하지 않아도 괜찮은가? 투박한 대사들은 100년 후의 우리에게도 울림을 준다. 나라를 빼앗기고 언어를 짓눌리고 목숨마저 죽창에 찔려 버린 어떤 사람들의 나라에서 그 울림을 목격하는 기분은 정말로 기묘했다. 이 영화가 던진 울림 이상의 작품들을 더 보고 싶어진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2023.10.04-13) 상영시간표]
10월 06일 20:00 CGV 센텀시티 3관 (097)
10월 09일 09:00 영화의전당 소극장 (289)
10월 11일 16: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5관 (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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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결산 - 리뷰는 못 했지만 추천하는 독립영화 7작품 l 상 1편 ( #로그인벨지움 #빛과철 #혼자사는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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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따뜻한 연말 보내고 계신가요!
또 1년이 이렇게 지나가네요...! 어느덧 유튜브를 시작한지도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올해도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죠!
시기가 많이 아쉽긴 하지만, 더 많은 작품들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서
이번 연말결산 영상에서는 제가 리뷰는 못했지만 극장에서 보고 추천드리는 작품들을 준비해보았는데요!
영상이 조금 길어서 3작품, 4작품 나누어서 올릴게요 :)
그럼 내일도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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