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4-10-07 09:07:22
[BIFF 데일리] 맨 앞에 있었으나 조명되지 않았던 예술가들
영화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 리뷰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 올데이시네마 상영작
*시놉시스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폴 매카트니, 피터 가브리엘 등 세계 최고 뮤지션들의 앨범 커버를 만든 디자인 스튜디오 ‘힙노시스’. 영감에 한계가 없던 두 천재 디자이너의 무모한 작업 스토리, 그리고 시대의 아이콘이 된 명반들의 탄생 뒷이야기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은 음악이 상품이 아닌 예술이던 시대, MTV가 도래하기 이전 음악이 메시지를 던질 수 있던 시대, 록 음악이 가장 대중적이던 시대를 살아간 예술가 이야기다. 그러나 뮤지션의 이야기는 아니다. 핑크 플로이드와 레드 제플린, 폴 매카트니가 협업하고 싶어 한 LP 커버 예술가 ‘힙노시스’의 이야기다.
스톰과 포 두 사람이 힙하고, 쿨하고, 지혜롭고, 현명하다는 단어의 글자 일부를 따서 설립한 힙노시스는 LP 커버 이미지를 전문으로 제작한 회사다. 더불어 당시 사람들이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던 LP 커버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회사다. 골방에 모여 수다를 떨고 술을 마시고 마약을 하던 이들이 예술가가 되던 시대, 스톰과 포 역시 이들과 같은 궤적을 따라 LP 커버의 세계로 진입했다. 영화는 힙노시스가 걸어온 파격적 예술의 궤적을 당사자, 그들과 협업한 뮤지션의 회고를 통해 복기한다. 앨범과 커버의 ‘의미’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 지금, 음악과 커버로 메시지를 던지며 매 순간 혁신을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매력적인 흡인력을 뿜는다. 커버 방향성을 놓고 비틀즈와 자존심을 건 신경전을 벌이는 대목은 스톰과 포가 어떤 태도로 커버 작업에 임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1968년부터 록의 시대가 저문 80년대까지 전성기를 구가한 힙노시스는 록의 쇠락과 함께 커리어의 절정에서 수직 낙하했다. 그리고 다시는 이전과 같은 명성을 누리지 못했고 록 음악 팬들의 기억 속에서만 예술적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시대의 변화에 더는 힙하고, 쿨하고, 지혜롭고, 현명할 수 없었던 이들은 되돌릴 수 없는 실패로 예술의 역사에서 퇴장했다. 고급 예술품을 소장할 수 없는 ‘가난한 이의 미술 소장품’이자 앨범 정체성의 표현으로서의 LP/커버의 시대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누군가에게는 향수를, 누군가에게는 ‘이야기’가 된 지난 시절의 매력에 몰입시켜줄 영화다. 표지가 갖는 중요성이 점차 중요해지는 도서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음악과 LP 커버를 동등한 예술로서 존중하는 영화의 태도가 인상깊기도 했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 비프의 올데이시네마에서 이 영화가 상영된 후, 호밀밭 출판사 장현정 대표의 사회로 장정일 작가와의 대담이 진행되었다. 대담에서 장정일 작가는 자신이 록과 팝을 거쳐 재즈에 입문하게 된 과정을 영화와 연계해 들려주었다. 그는 80년대가 민중 문화의 시대라는 것은 이데올로기적으로 가공된 현실일 뿐이라 일갈했다. 대학 운동권은 ‘탈춤’과 ‘김민기’를 시대의 문화로 제시했지만, 정작 ‘민중’들은 고고장에서 춤을 추었고 나훈아와 이미자를 들었다. 록과 팝은 대학에서 드러낼 수 없는 ‘죄스러운’ 취향이었다. ‘의식’이 부재하다는 가혹한 비판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때문에 장정일 작가는 자신이 대학을 경유해 팝과 록을 듣지 않은 것은 커다란 축복이었다고 회고한다. 대학에 진학했다면 ‘민족 문화’의 세례에 굴절된 상태로 팝과 록을 뒤에서만 몰래 즐길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후 영국의 풍요와 반항을 대변하는 음악이 한국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감상되었나에 관한 장정일의 설명은 그 문화를 향유했거나 사후적으로 회고하는 모두에게 문화의 수용에 둘러싼 물음을 촉발한다. 장정일의 해설은 낭만적 흡인력의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에 ‘제3세계’를 둘러싼 권력관계를 더해 낭만 이면의 다층적 맥락에 주목하게 한다.
*영화 매체 〈씨네랩〉 초청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후 작성한 글입니다.
*커뮤니티 비프 관련 정보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biff.kr/kor/addon/10000001/page.asp?page_num=8624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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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사가 곧 가족사, 가족사가 곧 개인사
장재현감독의 <검은 사제들>은 한국에서 오컬트영화가 흥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감독이 오컬트장르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던 그의 데뷔작을 통하여, 장재현감독은 장르영화감독으로서의 입지를 톡톡히 다졌다. <검은 사제들>부터 <사바하>에 이르기까지 장재현감독은 자신만의 유니버스를 구축해 나갔고, <파묘>는 동양의 오컬트를 한국사에 녹아내었다. 거기에 마치 <사일런트 힐>을 연상시키는 크리처물을 더하여 장재현표 오락영화의 새로운 시도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파묘>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러하다. 묫바람이 잘못 든 집에 이장을 하게 된 장의사, 무당, 풍수사가 위험한 무언가를 만나게 되면서 이를 헤쳐나가는 이야기이다. 영화는 총 6장으로 이루어지며 전반부에는 동양의 오컬트로 전개되다가 '무언가'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면서 영화는 크리처물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한국을 넘어 동양 전체의 영역으로 문화가 확장되어 극을 전개해 나간다. 더불어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특징을 활용하여 극의 개연성과 당위성, 캐릭터의 특성에 부여한다. 극 중 빌런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일본군들로, 역경을 헤쳐나가는 인물들은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그대로 차용하였다는 것에서 한국인들의 공통적인 '한'을 이야기의 뼈대로 세운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영화 <파묘>는 크리처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후반부에서부터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검은 사제들>에서는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던 악마의 존재가 <파묘>에서는 얼굴까지 클로즈업되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 크리처물에 낯선 관객들은 유치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초반부에는 고전 오컬트물이 떠오른다면, 후반부에는 영화 <더넌>이라든지 <사일런트 힐> 같은 영화들이 떠오른다는 것인데 <사일런트 힐>에는 있는 긴장감이 <파묘>에서는 다소 약하다.
다만 이는 영화 <파묘>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피할 수 없는 단점으로 보이기에 이것으로 작품이 이렇다, 저렇다 하고 논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시나리오가 극의 당위성을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장르의 전환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그렇다고 장르가 완전히 전환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계획 하에 이루어진 선택임이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 <파묘>는 장재현감독의 오컬트 3부작이라는 것과 한국에서 오컬트장르영화를 잘 만들어내는 감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자체가 꽤 큰 의미를 지니는 바이다. 물론 작품성이 부족하다면야, 영화의 의의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오컬트영화를 누구보다도 진심으로 대하는 감독의 자세가 연이어 괜찮은 작품을 뽑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 한,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종합적으로 녹여낸 영화 <파묘>의 결말은 동화책과도 같은 결말로는 끝나지 않기에 오히려 완벽해 보인다. 영화의 결말을 우리나라 역사로 치환해 본다면 이 영화가 왜 구태여 그러한 선택을 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인 공통의 상처인 일제강점기가 영화의 소재로 쓰이지 않는 날은 아마 오지 않을 것이다. 가족사가 곧 개인사이자 개인사가 곧 가족사가 되는 공포를 영화 <파묘>는 영리하게 사용하면서도, 이를 단순히 유희적 소비로만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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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주차, 최신 씨네뉴스
'마이크로어그레션' 이란?
‘아주 작은’이라는 뜻의 마이크로(micro)와 ‘공격’이라는 뜻의 어그레션(aggression)의 합성어로
일상생활에서 흑인, 동양인, 동성애자 등 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을 말합니다.
엠마스톤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시상식 행동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전형적인 '마이크로어그레션' 이라는 비판과 '경황이 없는 자리일것, 지나친 해석이다' 라고 보는 입장으로 갈리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오펜하이머 아카데미 7관왕 싹쓸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가 촬영상, 음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거머쥐며 7관왕에 올랐습니다. 감독은 수상 무대에 올라 “이 영화의 가능성에 주목해줘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고, 이어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머피는 “20년간의 배우 생활 동안 가장 창의적이고 만족스러웠던 작품”이라며 수상소감을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참사를 다룬 <마리우폴에서의 20일> 오스카 장편 다큐상 수상
우크라이나 영화 역사상 첫 아카데미 수상작인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참상을 담은 장편 다큐멘터로 마리우폴에 남아 있던 종군기자 취재팀이 기록한 참사를 담고있습니다. 체르노프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 일이 없었다면 좋았을것,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지 않은 영사와 맞바꿀 수 있다면 이 상을 교환하고 싶다”며 수상소감을 전했습니다.
차별이다 VS 지나친해석이다 오스카 시상식장 ‘마이크로어그레션’ 논란
제96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각각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엠마 스톤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수상자 엠마스톤은 양자경이 주는 트로피를 바로 받지 않고, 옆에 있던 제니퍼 로렌스의 손에 가져다준 뒤에야 받은것과, 수상자 다우니 주니어는 트로피를 건네받을 때 콴과 인사를 나누지 않고 다른 배우들과 친밀감 표시를 하는 두 배우의 행동이 전형적인 ‘마이크로어그레션’이라는 비판 글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샤론스톤 “상대 배우와 성관계 요구” 영화 제작자 실명 폭로
배우 샤론 스톤이 과거 영화 촬영 당시 프로듀서에게 상대 배우와 실제 성관계를 할 것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스톤은 과거 영화 <슬리버> 촬영 중 프로듀서였던 로버트 에번스가 자신을 사무실로 불러 “나는 에바 가드너와 잤다. 너는 빌리 볼드윈과 자야한다”고 했으며 스톤은 “내가 빌리 볼드윈과 자면 빌리 볼드윈의 연기가 더 나아질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 서포터즈 모집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제25회 영화제 서포터즈’를 모집합니다. 전주국제영화제 서포터즈는 영화제 예매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유료회원 제도로 가입비는 5만원이며, 그 이상 금액도 납부할 수 있습니다. ‘서포터즈’에 가입한 관객에게는 회원카드가 발급되고, 해마다 공식 책자 무료 제공과, 영화제 상영작 1매당 1000원 할인이 적용된 혜택들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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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자신에게 다가가는 용감한 한 걸음
"자신의 몸에 대해 자신감이 없는 '낸시'와 자신의 몸과 쾌락을 탐색하고 추구하는 '리오 그랜드'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또는
"자존감이 없어진 '낸시'와 쾌활한 모습 뒤에 어딘가 감춰진 면이 있는 '리오 그랜드'.
이 둘이 서로 만나 어떻게 변화할까?"
저는 영화 <굿럭투유, 리오 그랜드>를 보면서 이 두 가지 부분에 중점을 두어 봤는데요.
여러분도 영화를 보기 전에 이 물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보셔도 되고, 영화가 끝난 후에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ㅎㅎ
평생을 규칙적인 삶에 길들어져 공허하게 살아온 '낸시'와 사람들에게 퍼스널 서비스를 해주며 해방감을 갖도록 해주는 '리오 그랜드'.
궁금하시지 않나요?
낸시: 규칙적이고 얽매이는 삶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끼고 싶어.
영화 속 '낸시'의 모습 중 가장 돋보이는 점은 바로 자신감과 자존감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인데요.
유독 자신과 자신의 몸을 바라볼 때면 그녀는 금새 주눅들고 말죠.
어쩌면 자신의 몸을 아니꼽게 바라본 것일지도요.
낸시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올곧은 선생님으로, 항상 규칙과 올바른 마음가짐 및 자세를 강조하며 살아왔어요.
그 어느 것도 정해진 범주 밖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여겼죠.
전화가 오면 바로 받아야 한다든가 등등.
그랬던 그녀가 자신이 늘 강조해왔던 단정한 삶에서 탈피하여 큰 용기를 내는데요.
바로 퍼스널 서비스를 받아보는 것이었죠.
낸시는 퍼스널 서비스를 받기 전, 그를 기다리면서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몸을 어딘가 슬픈 표정으로 하염없이 바라보는데요.
자신이 늙으면서 변해버린 몸이 그녀의 자존감을 더욱 떨어뜨리게 했죠.
그녀는 옷으로 자신의 몸을 꽁꽁 가린채 그나마 자신 있는 부분은 종아리뿐이라며 말하곤 해요.
이 장면은 낸시가 자신을, 자신의 몸을 별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러한 그녀가 '리오 그랜드'를 만나면서 어떠한 모습으로 자신을 맞이하게 될까요?
리오 그랜드: 사람 간의 행해지는 육체 관계와 소통은 힘이 있어요. 사람들이 저를 통해 이 점을 알아가면 좋겠어요.
'리오 그랜드'는 쾌활하고 자신의 정체성에 있어서는 자신감이 있으며 개방적인 인물이에요.
낸시가 서비스를 요청한 사람이 바로 리오 그랜드이기도 하고요.
그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사람들이 성적 욕구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굉장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직업 만족도가 최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요.
성관계는 자신을 알아가는 데 있어 도움을 주고, 그로 인한 소통은 큰 힘이 되어준다고 생각하죠.
리오 그랜드는 사람들이 자신의 서비스를 통해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요.
그것이 최종적인 목표이기도 하고요.
그런 리오 그랜드도 유쾌한 모습 뒤에 어딘가 어두운 면이 자리잡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요.
그는 어떤 속사정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그는 자신의 일에 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가족에게는 사실대로 말하고 있지 않아요.
낸시가 얼핏 가족 얘기를 꺼내면, 리오 그랜드는 밝았던 표정이 순간 어두워지는 모습을 자주 비추죠.
그는 어렸을 적 친구들과 뒤엉켜놀며 자유로운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는데요.
그때 엄마와 엄마의 친구들이 갑작스럽게 집으로 들어오고, 이 광경을 맞닥뜨리게 돼요.
그 이후부터 엄마는 자신의 아들인 리오 그랜드를 무시하며 사람들에게 아들은 죽었다며 없다며 말하고 다니죠.
리오 그랜드가 수백 번 잘못했다고 용서해달라고 빌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런 아픔이 있었던 리오 그랜드는 차마 가족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말할 수 없었던 거예요.
그 부분에 있어서는 리오 그랜드도 굉장히 예민하고 아픔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뒤섞여 있어요.
그런 그가 낸시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처음 저는 <굿럭투유, 리오 그랜드> 영화가 관계에 대해 적나라하게 표현하면서 이루어지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성관계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바꿔주게 만드는 영화더라고요.
사람 간의 소통과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끔 만드는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중 저는 영화 속 몇 가지 포인트 및 매력에 관해 얘기해볼까 해요.
1.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자기 자신과의 마주침
저는 낸시와 리오 그랜드, 서로가 만나기 전과 만난 후의 모습이 완전히 뒤바뀐 점이 왠지 모르게 뿌듯했어요.
덩달아 흐뭇해졌다고 할까요.
둘은 첫 만남때부터 성급히 관계를 맺지 않고 대화로 풀어나가는데요.
관계를 맺고자 해도 낸시는 끝내 머뭇거리는 등 관계보다는 아무래도 대화를 우선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하늘로 떠난 남편과도 관계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낸시에게 있어 관계는 아무래도 조금은 두려웠을 거예요.
이 둘이 관계가 우선이 아닌, 대화를 통해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을 우선시하며 그런 다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 가장 인상 깊었고 동시에 배울 점도 많다고 생각되었어요.
첫 만남, 두 번째 만남, 세 번째 만남, 네 번째 만남 모두 끊길 듯 끊기지 않으며 진정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맞춰가는 과정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짐작해요.
낸시와 리오 그랜드 모두 각자 자신이 속으로 품고 있던 부정적인 모습이나 감정을 소통을 통해 힘들어도 부딪혀보려고 노력했으니까요.
그 결과, 그들은 과거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비로서 웃음을 되찾게 되죠.
낸시는 과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반성하게 되었으며, 처음 거울을 보았을 때와는 달리 자신감을 되찾고 나서 거울을 봤을 때 자기 자신의 몸을 대하는 태도가 뒤바뀌었다는 점을 알 수 있어요.
리오 그랜드 역시 낸시가 자기 정보를 캐고 엄마 얘기를 꺼냈을 때 아주 민감했다면, 소통을 통해 모두 털어놓은 이후부터는 마음의 여유와 안정감을 되찾았다는 게 그의 웃는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2. 공간
영화의 주 공간 배경은 '호텔'인데요.
영화의 첫 시작부터 거의 마무리될 때까지 호텔이라는 한 공간 속에서 쭉 이어진다는 게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공간이 여러 번 다채롭게 바뀌지 않고 한 공간 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오히려 그 둘의 속사정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들의 진지하고 깊은 대화를 더 집중해서 바라볼 수 있었으니까요.
호텔이라는 한 공간에서 주로 이어진다고 하니 지루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요.
그런 걱정도 잠시 영화를 보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있을 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에서 또 개인의 취향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요.)
저는 영화가 순식간에 지나갔다는 편에 속하는데요.
제가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건, 공간의 역할도 한 몫하지 않았나 싶어요.
성에 관해 바라보는 관점이 영화를 보기 전과 후로 나뉜다.
용감해진 모습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가장 눈여겨 봤던 점!
=> 낸시와 리오 그랜드, 서로가 만나 어떻게 변화했는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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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어트랙션이 영화로! <정글 크루즈>
북미 기준, 30일 금요일 개봉을 앞둔 디즈니의 <정글 크루즈>가 박스오피스 1위에 손쉽게 다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드웨인 존슨과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판타지 모험 <정글 크루즈>는 주말 동안 4200개의 북미 지역에서 최소 2,500만 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 매체는 3,000만 달러의 수익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유행이 지속되고 있는 현재, 마케팅 비용을 포함하지 않고 제작비에만 2억 달러가 투입된 영화로서는 ‘쾌조의 출발’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정글 크루즈>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극장 흥행 수익에만 의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영화가 디즈니 플러스에 프리미엄 가격과 함께 동시 개봉하는 만큼, 디즈니 스튜디오는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소비자 지출’에 대한 부분도 감안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디즈니 플러스 프리미어 액세스에서는 엄선된 영화를 월 30달러에 구입하며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 입장에서는, 디즈니 플러스의 국내 상륙이 지연되었기에 그림의 떡과 같을 수 있겠네요.
디즈니는 7월 초, <블랙 위도우>를 통해 디즈니 플러스에서 첫 주말에만 6,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공개했습니다. 이는 디즈니가 스트리밍 서비스와 관련된 재무 수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한 첫 사례였는데요. 이러한 점으로 보아, <정글 크루즈>의 디즈니 플러스 판매량도 공유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은 서비스 초기 단계이기에, <정글 크루즈>가 디즈니 플러스에서 어느 정도의 수치를 달성할지는 불확실합니다. 디즈니 테마파크 놀이기구를 기반으로 한 이 PG-13 영화는, 마블 영화를 따르는 충실한 팬들과 같은 팬덤이 없기에 <블랙 위도우>를 필적할만한 결과를 보여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디즈니 플러스와 극장 동시 개봉을 진행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과 <크루엘라>를 통해 창출한 수익은 비공개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글 크루즈>는 코로나로 인해 몇 번의 개봉 연기를 끝으로, 크고 작은 영화관에 상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코로나 유행이 다시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확진자가 계속해서 증가한다면 영화 상영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도 마스크를 계속 착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죠. 이러한 가운데, <정글 크루즈>는 아직 개봉되지 않은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국가에서 상영되고 있습니다.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한 영화 <정글 크루즈>는, 영국에서 온 용감한 식물 탐험가 릴리 박사(에밀리 블런트)와 그녀의 제안을 받아 함께 모험을 시작하게 된 크루즈 선장 프랭크(드웨인 존슨)가 의학의 미래를 바꿀 치유의 나무를 찾는 여정에 함께 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커뮤터>와 <언더 워터>를 감독한 자움 콜렛 세라가 이 영화를 연출했는데, 현재 <정글 크루즈>는 엇갈린 평을 받으며 로튼 토마토 평균 66%를 기록하고 있죠.
국내 29일 기준,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한 <정글 크루즈>는 <모가디슈>와 <보스 베이비 2> 그리고 <방법: 재차의>까지 다양한 작품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노력 중인데요. 8월 4일 개봉하는 제임스 건 감독의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까지, 과연 <정글 크루즈>가 박스오피스 경쟁 속 어느 정도의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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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보면 화들짝 놀랄 00년대 청춘 갬성
감성에 살고 감성에 죽다.
그시절 반윤희, 강지한은 모이세욘..타고난 파이터이며 아웃사이더인 민, 폭력 조직에서 성공하기를 꿈꾸는 태수, 미래에 대한 소박한 꿈을 버리지 않는 환규는 무차별적 싸움과 혼돈속에서 10대를 보낸다. 어느날 환규를 따라 나간 노예팅에서 민은 로미를 만나 운명적 사랑을 느끼고 이날 이후 민은 기꺼이 로미의 노예가 된다. 민과 환규는 방황하던 마음을 잡고 분식집을 개업하여 열심히 살아보려고 애쓰고 감옥에서 나온 태수는 전갈 조직의 중간 보스로 자리를 잡는데..
우연히 다모임 게시판에서, 우리 학교 여자애들의 외모를 탓하는(--;) 지은성의 글을 보고 리플을 단 나 한예원. 아니 불만 있으면 달래서 달았더니 그녀석,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대고 쫌스럽게 군다.
날 자기 여자친구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에 대한 얘기는 한 마디도 해주지 않는 녀석.... 정말, 나를 진짜 좋아하기는 하는 걸까?
성격과 외모에서 모두 '갓 상경' 한 느낌을 풍기는 한경, 서울에서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말 그대로 '갓 상경'하여 강신고로 전학을 오는데... 그러나 그녀의 서울 생활은 정신적, 신체적 충격의 연속이다. 인근 학교의 여자애들을 구름처럼 몰고 다니는 원조 킹카 반해원은 허둥대는 한경의 안쓰럽고도 귀여운 모습에 반한다. 그리고 성격대로 저돌적으로 대시한다.. 문제는 옆 학교 성권고의 짱 정태성도 바로 이 정한경을 찍었다는 사실이다. 자존심과 사랑을 모두 건 둘의 대결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모범시대, 불량영웅 중삘(feel)이가 왔다!. 은하 미용실의 외동아들이자 문덕고의 '쌈장'인 중필(류승범 분)의 하루 일과는 무척이나 고단하다. 물론, 일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가는 일. 일단 학교 조무래기들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하기 위해선, 호시탐탐 그의 자리를 노리고 있을 무리들과 겨뤄 심심찮게 얘깃거리를 제공해야 하고, 비밀 아지트로 활용하고 있는 학교 옥상도 관리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태풍처럼 등장한 전학생 상만. 그 일대를 초토화하며 주먹세계를 평정하려 한다는 소문이 그의 귀에도 들려온다.
그와중에 중필을 보호하겠다고 겁없이 나선 나영은 무모한 상만과의 싸움에 참패, 초죽음이 되어 돌아온다..자유롭게 세상을 날고 싶은 엉뚱한 몽상가 태희 사회로 첫 발을 먼저 내딛은 현실주의자 혜주 생계를 위해 꿈은 잠시 뒤로 미뤄둔 꿈많은 모험가 지영 친구들의 든든한 버팀목 쌍둥이 비류와 온조 십대에 만나 모든 게 행복했고 즐거웠던 우리 각자 다른 네 갈래 길의 스무살을 만났다. 그렇게 서로의 길로 향하던 우리에게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 한 마리 우리를 하나의 길로 이어줄 수 있을까? 잘 있었니? 나도 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
아버지의 실직으로 닭집 딸이 된 수완, 대학 2학년인 그녀는 등록금을 위해 고액과외를 뛴다. 책상 밑으로 거울을 들이밀며 그녀의 치맛 속이나 궁금해 하는 골칫덩이들과의 험난한 대결, 불의를 참을 수 없는 그녀는 오늘도 과외 7일만에 짤리는 사고(?)를 치고 만다. 그러나 "과외 없으면 등록금도 없다"를 외치는 엄마 등쌀에 또다시 과외전선으로 뛰어든 그녀, 마침내 막강 난적 지훈을 만나게 된다. 벼락부자집 장남, 싸움꾼에, 학교 '짱'에, 고등학교를 2년 꿇은(?) 전적 화려한 동갑내기 제자 지훈...
첫 만남부터 반말은 기본이고 수업시간 내내 담배를 피워대는 지훈에게 질려버린 수완, 그만 두기엔 또 사고 치고 엄마 볼 면목이 없고 어떻게든 기선을 제압하려 두 팔 걷어 붙여 보지만 지훈의 적시타 한 방에 나가 떨어지고 만다. 그렇게 시작된 동갑내기 과외 수업, 그러나 그 둘 주변엔 심상찮은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하는데...
2002년 서울, 63빌딩. 30층, 게임 기획자 형태는 2년 넘게 준비해온 채팅 게임 사이트 ‘후아유’의 대박을 꿈꾼다. 하지만 회사는 자금줄이 끊기고, 월급은 막히고, 여자 친구에게 일방적으로 채이기까지 한다. 그러던 중, ‘후아유’를 비방하는 당돌한 여자 별이를 만난다. 지하 1층, 수족관 다이버 인주는 한번도 시연해본 적 없는 인어쇼를 위해 연습에 열중이다. 동료들 모두 마다하는 인어쇼를 준비하며 고군분투하지만 가능성이 안 보이고,수영선수 시절 남자친구였던 호진의 유학 소식에 쓸쓸해하던 중 채팅게임 사이트 ‘후아유’에서 맘이 통하는 친구 멜로를 만난다. 별이가 인주라는 걸 알고 멜로라는 아이디로 의도적으로 접근한 형태는 게임과 현실, 양쪽에서 이중적인 모습의 인주에게 호기심을 느끼다가 그녀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인주는 멜로가 바로 형태라는 걸 모르는채, 얼굴도 모르는 멜로에게 점점 빠져든다. 형태를 무시하고 멜로만 찾는 인주의 모습에 아이러니를 느끼는 형태.. 급기야 자기의 분신인 멜로를 질투한다. 온라인의 관계와 현실 관계의 간극이 커지면서 갈등하던 형태는 인주를 만나 고백할 것을 결심한다. 서로 연락도, 만나지도 않기로 약속했던 인주도 만나자는 멜로의 제안을 받아들이는데.
169cm, 95kg. K-1이나 씨름판에 나가도 거뜬할 체격을 가진, 그러나 한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은 여린 마음의 소유자 한나. 신이 그녀에게 허락한 유일한 선물인 천상의 목소리로 가수를 꿈꾸지만 미녀 가수 ‘아미’의 립싱크에 대신 노래를 불러주는 ‘얼굴 없는 가수’ 신세다. 생계를 위해 밤에는 ‘폰팅 알바’까지 뛰어야 한다. 쉴 틈 없이 혹사당하는 목. 그러나 정작 가장 괴로운 건 그녀의 마음이다. ‘아미’의 음반 프로듀서이며 자신의 음악성을 인정해준 유일한 사람 한상준을 남몰래 사랑하게 된 것. 짝사랑에 몸달아하던 그녀, 드디어 꿈에 그리던 그의 생일파티에 초대받고 들뜬 마음으로 한껏 멋을 부리고 나타나는데... 그런데 그날 밤 이후 거대한 그녀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169cm, 48kg. 뽀샵으로 그려도 힘든 완벽한 S라인 몸매의 소유자 ‘제니’. ‘한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음반활동을 중단하게 된 ‘아미’의 공백을 멋지게 메꾸어 줄 상준에게는 그야말로 구세주다. 교통사고 당한 사람이 넋을 놓고 쳐다보다가 병원가기를 잊을 만큼 황홀한 미모의 그녀는 고맙게도 노래실력까지 사라진 ‘한나’ 만큼 돼주신다. 그러나 떨이로 파는 생선에 환장하고, 넘어진 자장면 배달부의 빈 그릇을 친절히 주워주며, 예쁘다는 말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감동하고, 남이 먹다 남긴 것도 거침없이 주워 먹는 등 희한한 엽기행각을 벌인다. 이상하리 만큼 착한 미녀 제니! 이 모든 상황을 의혹과 질투의 눈으로 바라보는 라이벌 ‘아미’. 점점 자신의 입지를 위협하는 제니의 존재에 위기감을 느끼고, 독특한 미녀 제니의 뒷조사를 감행한다. 과연 그녀의 S라인 뒤에 숨겨진 살 떨리는 비밀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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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의 삶에서 잊지 못할 누군가가 된다는 것은
우연을 운명으로 바꾸는 힘은 시간의 축적에 비례하지 않는다. 단 한 번의 순간, 한 마디의 말이면 충분할지 모른다. 망가진 시계를 열어 크고 작은 톱니바퀴를 전부 바꿀 필요는 없다. 작은 톱니바퀴 하나가 멈춰버린 시간을 흐르게 만들지 모르는 일이다.
영화 <만추>는 늦가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가을이 더욱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주인공 애나(탕웨이)의 삶 때문일 것이다. 가정폭력, 남편의 죽음, 7년간의 수감 생활. 그녀의 표정을 앗아간 지독한 세월은 건조하고 쌀쌀한 가을의 공기 안에서 더욱 짙은 고독을 품도록 만들었다.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한 남자는 그녀에게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모든 것이 우연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연의 순간을 나누는 동안 감정은 저도 모르게 힘을 지니게 되고 만다.
단 한 번의 순간
애나는 엄마의 부고 소식을 듣고 장례를 치르기 위해 3일간의 시간을 허락받고 시애틀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훈(현빈)을 처음 마주한다. 훈은 이상한 사람이다. 돈 없이 누군가에게 쫓기며 버스에 올라탄 것도 모자라, 처음 보는 애나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돈까지 빌린다. 이토록 기묘한 첫 만남이지만, 그때의 애나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필요로 한 사람이 되었는지 모른다. 고작 30불의 지폐는 7년,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오랜만에 그녀가 사람에게 당당해질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주었다.
훈은 30불을 담보로 애나에게 시계를 건넨다. 사랑이 필요한 여자들에게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에게 시계는 ‘양심’보다는 ‘작은 미끼’에 가까웠다. 그가 할애하는 시간만큼 돈이 되어 돌아오는 것을 아니까. 계속해서 애나에게 ‘몇 시예요?’라 물으며, 내가 당신의 기억에 남기를, 당신에게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그러나 그는 몰랐다. 함께 하는 시간에는 마음이라는 대가가 붙는다는 것을.
영화 <만추>는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감정을 완벽하게 담아낸 로맨스 영화다. 한정된 시간 속 시계를 매개로 우연인 듯 운명인 듯 마주치는 두 사람이 서로의 고독과 상처를 마주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조각난 마음에 서로가 딱 맞는 조각임을 알아차리도록 한다. 애나에겐 진심으로 그녀를 위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녀를 위하는 척 자신을 위하는 사람들뿐이었다. 훈은 자신의 외양과 다정한 말에 놀아나는 거짓된 사랑만을 나눠왔다. 상대를 위하는 말 한마디에 돈이며, 진심이며 모든 것을 내어주는 쉬운 사람들만이 그의 곁에 있었다. 마침 애나에게는 나를 위해주는 말이 필요했고, 훈에게는 미끼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필요했다. 시계는 그들의 사이를 오가며 서로가 운명의 상대임을 확인시켰다.
그렇게 애나와 훈은 함께 시애틀의 거리를 걷는다. 오프닝 장면 속 불안한 걸음으로 홀로 거리를 내달리던 여자는 없다. 그녀의 추억이 담긴 시애틀의 이곳저곳을 이제는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 3일이라는 한정된 시간. 마음 가는 대로 이것저것 해보던 애나는 자신에게 계속해서 시간을 물으며 자신을 필요로 하는 남자 훈에게 남은 시간을 맡겨보도록 한다.
데이트를 시작한 두 사람이 올라탄 오리버스의 가이드는 외친다.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서로 다시 만날 일을 없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인생은 짧아요. 즐기세요. 마음을 열고, 지금 사랑하자구요!’ 그렇게 그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를 데이트를 이어나간다.
단 한 마디의 말
<만추>에서의 애나의 삶은 지독하리만큼 수동적이었다. 누군가에게 얽매인, 필요에 의해 불려지는 삶. 남편도, 가족도, 옛사랑 조차도 그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이용해’ 왔다. 널 사랑하니까, 너의 삶을 위해서. 입 한 번 떼지 못하도록 만드는 일방적이고도 아픈 사랑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사랑이란 특별함을 호소하는 것이 아닌 평범한 순간에서 영화 같은 순간을 찾는 일이라고 말한다.
데이트의 끝자락, 범퍼카를 탄 그들의 눈앞에 한 커플이 나타난다.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알 수 없지만 다투는 듯 보인다. 잠시 눈길을 끌었지만 거기까지다. 그러나 그 순간 훈이 더빙을 시작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애나는 훈의 대사에 맞장구를 치기 시작한다. 그렇게 꽤나 그럴듯한 연극이 완성되었다. 평범한 한 장면이 한순간 영화의 한 장면이 되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멈춰있는 시간을 빠르게 흐르게 만들고,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멈춘 듯 느끼게 만들었다. 그녀에겐 깨고 싶지 않은 화려하고 멋진 꿈이었는지 모른다.
이내 곧 애나의 눈은 슬픔에 잠긴다. 꿈같은 시간에서 깨어날 시간이다. 도망치듯 달려 나간 곳에서 애나는 사실을 말한다. ‘나는 내일 감옥에 돌아가야 해요.’ 그렇게 애나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를 훈에게 털어놓는다. 비록 중국어였지만 말이다. 그러나 훈은 그녀의 말을 누구보다 따듯하게 들어주었다. 알아듣지 못하는 중국어에 자신이 아는 단 두 단어 ‘하이(좋네요)’와 ‘화이(안 좋네요)’로 얼렁뚱땅 대답하면서. 하지만 애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용기를 주고, 위로가 되었을 답이었다.
훈 역시 마찬가지다. 애나는 10불을 건네며 버스비를 제외한 데이트 비용이라고, 고마웠다고 말한다. 돈을 주면서 구걸하는 사랑이 아닌, 그동안 훈이 받은 돈에 비하면 우습기만 한 한 장의 지폐를 건네면서 말이다. 목숨을 쫓기면서 버릇처럼 던진 미끼에 자꾸만 예상하지 못한 대답과 얼굴을 보여주는 애나였다. ‘나랑 같이 있을래?’라고 말하는 고객이 아닌, ‘오늘 고마웠어요. 난 여기 없을 거예요.’라고 말하는 여자가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우연을 운명으로
언제 안개가 다시 질지 모른다고 말했던 오리버스 가이드의 말처럼 어느새 안개가 자욱이 깔린 시애틀. 애나는 꿈같은 시간을 뒤로하고 감옥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이번엔 옆에 훈이 있다. 애나와 훈은 둘의 첫 만남을 다시 만든다. 범퍼카를 탔을 때와 같이 어색한 연극을 시작하면서 말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안하고 갑갑한 그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 더욱 짙은 안개가 온 세상을 가리고, 버스는 휴게소에 잠시 멈춘다. 그곳에서 훈과 애나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훈은 말한다. 감옥에서 나오는 날 이곳에서 만나자고. 그들이 나눈 3일의 시간 어느새 사라지고, 그녀의 손목엔 우연의 시작이었던 시계만이 남아 있다. 시애틀에서 시계 덕분에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처럼, 꼭 다시 만나고 싶은 훈의 마음을 담았는지 모른다. 다시 한번 우연의 씨앗을 심어 운명의 힘이 자라도록.
시간이 지나 출소한 애나는 휴게소 카페에 앉아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다. 약속한 그날, 그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떡할까. 하지만 이내 곧 설레는 미소를 짓는다. ‘오랜만이네요.’라는 짧은 문장을 연습하며, 건조하고 쌀쌀한 늦가을에도 노란빛의 따스함이 남아 있음을 알려준 그를 어쩌면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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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브 투 헤븐」 넷플릭스 19금 드라마 솔직리뷰(*스포없음)ㅣ무브투헤븐
? "무브 투 헤븐" 넷플릭스 드라마 리뷰영상(*스포없음)
- 솔직한 한줄평: 스위트홈보다 낫다야, 진작에 좀 이렇게 만들지- "무브투헤븐" 정보
장르: 드라마
공개일: 2021년 5월 14일
러닝 타임: 시즌 1 (총 10화, 505분)
제작: 넘버쓰리픽쳐스, 페이지원필름
채널: 넷플릭스
제작: 김미나, 정재연
연출: 김성호
극본: 윤지련
원작: 김새별, 전애원의 논픽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출연: 이제훈, 탕준상, 홍승희 외
시청 등급: 영등위 18세이상 청소년 관람불가- 시놉시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김새별, 전애원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원작으로 한다
감옥에서 갓 출소한 상구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닌 조카
그루의 후견인이 되고 유품정리업체 '무브 투 헤븐'을 운영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무브투헤븐 #넷플릭스드라마 #무브투헤븐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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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주 최신 개봉영화(싱크홀, 프리가이, 더 톨:함정, 암살자들, 생각의 여름)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8월 2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Weekend Choic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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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레치드: 악령의 저주> 메인 예고편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살고 있는 소년 ‘벤’.
방학을 맞아 아버지 ‘리암’이 있는 한적한 바닷마을에 찾아간 그는
매일 밤 기이한 소리가 들리는 옆집을 주시한다.
어느 날 옆집 꼬마 ‘딜런’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게 되고
주변 사람들이 홀린 듯 기억을 잃은 사이, 아이들은 하나 둘씩 실종된다.
끊임없이 기이한 일이 발생하는 마을.
그리고 사건의 행방을 쫓는 ‘벤’의 눈 앞에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끔찍한 존재.
정체 모를 존재의 죽음의 손길을 느낀 ‘벤’은
자신의 목숨까지도 위협당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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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컨스피러시> 메인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