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1-01 16:29:16
국내 여성 영화 감독의 빛나는 데뷔작
<모래바람> 11월 27일 대개봉!

에디터가 차기작 제작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여성 영화 감독의 빛나는 데뷔작들을 소개합니다!
10대의 성장통을 다룬 <보희와 녹양>, <비밀의 언덕>부터 덕후였다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다큐멘터리 <성덕>, 모녀 관계를 다룬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딸에 대하여> 등 각기 다른 장르와 소재를 다룬 데뷔 영화들을 선정해 보았습니다.
특히 곧 개봉을 앞둔 <모래바람>은 박재민 감독이 씨름에 빠져 다큐멘터리까지 찍게 되었다는 비하인드가 전해져오는데요.
2009년 최초의 여자 천하장사가 탄생한 이후 5명의 여자 씨름 선수들이 비인기 종목이라는 현실을 극복하고 천하장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최초의 여자 씨름 영화!
<모래바람>은 11월 27일 극장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보희와 녹양
A Boy and Sungreen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The Apartment with Two Women

성덕
Fanatic

비밀의 언덕
The Hill of Secrets

지옥만세
Hail to Hell

딸에 대하여
Concerning My Daughter

모래바람
Sandstorm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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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에 또 구하러 와줘
SYNOPSIS.
무성영화 시대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스턴트맨 ‘로이’는 같은 병원에 입원한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녀 ‘알렉산드리아’와 친구가 되고, 매일 다섯 무법자의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를 해준다. 이야기는 현실과 상상이 뒤섞이면서 ‘알렉산드리아’를 신비의 세계로 데려간다.
POINT.
✔️ '우리는 모두 펩시를 마시죠' 하면서 전세계를 오가는 축구공을 담았던 옛날 광고를 아시나요? 그 광고의 감독이 전세계를 오가는 이야기를 담아온 영화를 기대하시면 됩니다. 전세계 18개국에서 촬영했다네요.
✔️ CG를 쓰지 않고 촬영한 전세계 곳곳의 아름다운 모습은 딱 지금 극장에서 보아야 합니다. "압도적인 영상미"라는 진부한 표현에 고개를 끄덕이는 경험.
✔️ 두 주연 배우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리 페이스의 목소리와 표정, 그리고 실제로 대본 속 상황이 사실인 줄 알고 연기했다던 카틴카 언타루의 모습.
✔️ 이야기와 영화에 바치는 헌사. 이야기 혹은 영화가 나를 "구했다"고 느낀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사랑하실 수밖에 없을 것.
끝나는 순간 시작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지는 영화가 있다. 여러 의미에서 이 영화도 그러하다. 장엄한 세계 곳곳의 풍광을 배경으로 풍성한 이야기가 겹겹이 펼쳐진다는 점에서 한 번 더 보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 하며 처음 볼 때와, 영화를 이미 보고 내용을 알고 볼 때 다른 감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흑백 "영화" 같은 장면들. 멈춘 듯한 풍경 속에서 슬로우가 걸린 역동적 몸짓들. 이는 타이틀 이후 병원의 장면들로 이어진다. 병원의 아이들 또한 멈춘 듯한 풍경 속에 있다. 어떤 아이는 고요하게 눈망울에 슬픔을 올리고, 어떤 아이는 악 쓰듯 우는 곳에서, 알렉산드리아만이 아이들이 고유하게 갖는 감각을 유지한 채 병원을 두루 탐험하고 있다.
그곳에서 로이와 알렉산드리아는 서로를 발견한다. 그림자가 거꾸로 맺히는 것을 보며 (언젠가 영화가 될 이야기를 찾듯) 헤매고 있던 알렉산드리아와, 그의 이름에서 알렉산더 대왕의 이야기를 읽어내는 것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로이는, 어떻게 보면 영혼이 닮아 있는 사람들이다. 어디서든 이야기를 찾아내고야 마는 사람들. 언제든 앉은 자리에서 곧바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사람들. 애쓰지 않아도 이야기를 캐낼 수 있고, 상상 속에서 장엄한 풍경까지 그려낼 수 있는 사람들.
그러한 존재들이라고 해서 세상살이가 녹록하다는 보장은 없다. 로이는 이야기에 기꺼이 뛰어들었다가 상처 입고 절망한 존재다. 두 사람 모두 추락(the fall)을 경험하면서 이 병원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들의 추락은 단순히 신체의 추락과 부상만이 아닌, 이야기의 실패와 거기서 기인하는 영혼의 절망과도 연결되어 있다. 로이는 영화 판에서 더이상 스턴트를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고, 사랑의 서사도 실패했다. 알렉산드리아는 아직 너무 어린 탓에 아버지와 집을 잃은 모종의 사건을 온전한 서사로 정리하지 못한 채, 조각난 상처를 어딘가에 안고 있다. 서로를 발견한 것은 어쩌면 이들 안의 추락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이야기는 곧 의기투합한다. 로이는 절망으로 가는 길에 도움을 받고자, 알렉산드리아에게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려준다. 이야기 속 악당, 이름부터 끔찍하다는 뜻인 오디어스(odious)는 이야기 초입에서 마치 신과 같은 속성을 갖는다. 무소부재(omni-present)하고 전지전능하다. 전심으로 가리고 막아도 뚫고 들어오며(인도인), 사람을 지배하고(오타 벵가), 법과 제도 위에 군림하며(루이지), 내밀한 소망까지도 모두 알고 있다(찰스 다윈). 더 끔찍한 것은 오디어스 본인에게 아무 유익이 없는, 나비 날개 같은 소망을 부수는 행위를 굳이 하는 자라는 점이다. 오디어스는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오는 불행, 추락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오디어스의 뜻대로 서로를 죽고 죽이는 대신 각자의 특기를 살려 오디어스에 저항한다. 그러나 온전한 절망, 온전한 추락으로 향하겠다는 마지막 '소망'마저 좌절되면서, 로이는 자신의 절망을 이야기에 투영하고 오디어스를 향한 저항은 허무하리만큼 쉽게 끊어져 간다. 잔인한 죽음을 차례차례 목도하며, 로이는 그 죽음이 자기 차례까지 오기를 기다려 이야기를 끝내려 한다.
그때 알렉산드리아가 이야기에 뛰어든다. 로이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을 즐겁게 듣고 있었지만, 알렉산드리아도 그림자로 장난을 치고 눈을 한쪽씩 깜빡거리며 언젠가 영화가 될 것들을 일상에서 보는 존재였다. 더 이상 구하러 올 사람이 없는 이야기에 씩씩하게 뛰어든 알렉산드리아는 로이를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반복해서 사랑을 말함으로써, 그리고 이야기 속 투영된 로이의 존재(She loves "you")를 명명함으로써 이야기를 구원한다.
이야기 속에서 짐승 소리를 내며 무수하게 몰려들었던 오디어스의 부하들은 물론, 신의 속성을 가진 것처럼 느껴졌던 오디어스 본인조차 결국 한 작은 사내가 된다. 절망은 결국 걷어낼수록 작아져 마침내 한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크기가 된다.
그렇다면 절망을 걷어내고 우리를 구하는 것은 누구인가. 해피엔딩이 없는 이야기라면 기꺼이 그 안에 뛰어들어 스스로 해피엔딩을 만들어내는 존재. 서사를 사랑해서 세상을 구하는 존재. 이야기 안에 자기를 다 던지는 존재. 설령 실패하더라도 다시 서로를 명명하여 끝내 다시 살아가게 하는 존재.
누군가에게는 영화로, 누군가에게는 영화에 전심을 다한 (스턴트 배우를 비롯한) 영화인으로, 누군가에게는 이야기로, 또 누군가에게는 사랑으로... 읽힐 그 존재. 영화 <더 폴>은 우리에게 그 존재를 데려온다. 때로는 패기 있고 멋지지만 때로는 좌절하며 쓰러져도... 괜찮다. 우리 안의 짐승 같은 절망이 나를 어둡게 덮칠 때, 기꺼이 나의 이야기에 뛰어들어 나를 구해줄 무언가(혹은 누군가)가,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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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시> : 누가 내 엉덩이 먹으래?
데이팅 앱으로 사람을 만나는 데에 회의감을 느끼는 주인공 노아 (데이지 에드거-존스) 는 자유롭게 데이트를 즐기는 단짝 친구 몰리가 신기하다. 이상한 남자들만 줄줄이 나오는 앱에 지쳐가던 때, 노아는 동네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다 완벽한 남자, 스티브 (세바스찬 스탠) 를 만난다.
자연스레 다가오는 스티브에게 푹 빠지는 노아. '운명적인 사랑' 같은 건 믿지 않는다 이야기하면서도 스티브가 내 운명일까 싶은 생각이 든다. 어느날 서프라이즈 여행을 가자는 스티브의 말에 노아는 행선지도 알지 못한 채 여행길에 오르는데...
(스포일러)
알고보니 스티브는 성형외과 의사로의 실력을 이용해 여자를 집에 가두어 놓고 인육을 잘라 파는 극악무도한 인간이었다. 'Fresh' 한 고기를 위하여 최대한 오래 여성들을 살려두며 고기를 떼어가는 것.
노아는 옆 방 여성 '페니' 와 대화하며 겨우 정신을 붙잡는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이 스티브와 잠을 잔 유일한 피해자 여성임을 안 노아는 스티브를 유혹하기로 결심한다.
[ Fresh meat]
<프레시> 는 영리한 영화다. 깔끔한 주제의식을 거부감이 들지 않을 만큼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편집과 음악, 샷구성 또한 스타일리시하여 정보 전달과 극의 전개를 사족 없이 적당한 리듬으로 해낸다.
오프닝, 노아는 어플에서 만난 남자와 소개팅을 한다. 그들이 먹는 타이 음식에는 게가 들어간다. 재료인지, 장식인지 모를 게가 수조 안에 담겨 식당에 앉은 그들을 빤히 쳐다본다. 후에 노아가 스티브의 집에 갇혀 먹히기만을 기다린다는 점에서, 이 게는 복선일지도 모른다.
소개팅남은 진상이다. 첫 만남부터 과거의 여성들이 더 여성스럽다, 원피스를 입어보지 그러냐 운운한다. 그러더니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노아에게 '거만한 년 (bitch)' 이라며 욕설을 쏟아붓고 사라진다. 영화는 오프닝부터 소개팅남의 입과, 불편해하는 노아, 그리고 밤거리를 두려워하는 노아의 모습을 통하여 영화의 방향성을 알린다.
여성의 신체를 뜻하는 은어에는 유독 음식과 관련한 단어가 많다. 심지어 젊은 여성을 '싱싱하다' 비유하는 경우도 있다. <프레시> 는 그런 썩어빠진 관습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실제로 살아있는 젊은 여성에게 떼어낸 '프레시' 한 육체를 먹고자 하는 사람의 커뮤니티를 안타고니스트로 삼는다. 그렇다면 이런 기구한 '프레시함'을 갈구하는가? 영화 속 소비자는 주로 1퍼센트의 1퍼센트만큼 돈이 많은 극상류층의 백인 남성이다. 그들은 자신이 먹는 여성의 물건을 소유함으로서 여성을 온전한 자신의 일부로 만들고자 한다. 이들에게 여성이란 그저 자신이 소유할 수 있는 파편, 혹은 섭취할 수 있는 '부위' 일 뿐이다. 영화 안에서 인물의 신체는 익스트림 클로즈업과 컷트로 분절되고, 거울에 비친 신체 일부로 스크린에 등장한다. 화면이 파편화한 신체는 여성을 전체가 아닌 신체 부분 부분으로 분리하여 바라보는 사회 문화의 시선과 같다. 페니, 노아, 몰리 세 주인공 여성이 가슴, 엉덩이, 다리라는- 미디어에서 주로 성애화하는- 신체 부위를 잃게 만듦으로서 영화는 여성의 신체를 고기마냥 '부위'로 취급하지 말라 천명한다.
페미니즘 담론과 함께 인종 다양성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또한 거부감이 들지 않을 만큼 자연스레 담아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왜 결국 로맨스는 두 백인 남녀의 것이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동아시아 출신 여성 감독의 초기작이니, 주인공만은 무난히 가야했던 걸까.
그럼에도 세바스찬 스탠과 데이지 에드거 존스의 연기와 미모는 빛이 난다. 특히 세바스찬 스탠의 미모 때문에 영화에 더욱 소름이 돋는다.
[케미, 미친다]
어느새 저 놈이 진심일까? 진심이면 좋겠..같은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여러번 고개를 내저었다. 단 한번도 여주가 그런 남주의 진심(?)에 좋은 감정을 품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멍멍이XX는, 나한테 진심이었든, 잘생겼든, 멍멍이XX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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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부위, 특히 입의 익스트림 클로즈업 샷이 아주 많이 등장한다. 로맨스로 포장한 초반 30분에서도 일관적으로 클로즈업된, 무언가를 씹는 인물의 입을 강조함으로써 잊을 만 하면 불길함을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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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쉬한 편집과 화면 구성, 음악. 진부할 듯 진부하지 않은 대사로 간결하게 극의 정보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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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샷, 매치컷과 보이스 오버, 오프스크린 사운드로 뮤직비디오처럼 간결하게 전개되는 초반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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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티드 앵글과 불길한 전자음악을 통하여 달콤한 순간에 더하는 끔찍한 내용의 암시/거울을 이용한 상을 자주 이용하여 불길함, 그리고 이중성을 드러내는 화면
[거울의 상을 이용한 로맨스 시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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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시퀀스 - 동적인 샷구성과 매치컷, 익스트림 클로즈업의 분절된 화면의 연속으로 위화감 없이 스타일리쉬한 전개를 이어나가지만, 멈추어 극을 진행시키는 장면들에서는 롱테이크에 가까운 적은 컷과 안정적인 구도, 비교적 넓은 화면 사이즈로 숨쉴 공간을 준다. 여러 몽타주 시퀀스와 대비를 주어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는 덤
[안정적 구도, 넓은 사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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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 로맨스 장면의 노아의 클로즈업 샷에서는 주로 망원과 표준 렌즈를 사용하여 로맨틱하고 intimate 한 느낌을 주었으나, 노아가 스티브의 집에 입성한 후로는 대부분의 노아의 얼굴 클로즈업에 광각 계열의 렌즈가 쓰인다. 상황의 기괴함과 인물이 겪는 스트레스를 나타내는 효율적인 방법. 후반부 드레스를 입고 스티브와 데이트하는 장면에서는 잠시 초반부의 망원렌즈가 쓰인다. 관객들이 가까워지고 있는 둘의 심리적 거리를 함께 느끼게 함과 동시에, 정말 노아가 흔들리는 건지, 아니면 이 모든 게 계략인지 헷갈리게 하기 위한 장치라 생각한다.
[ 망원으로...]
[광각 M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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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 붐은 이미 시작되었어!
콜드플레이 콘서트를 가는 이들을 영원히 시기하고, 질투하고…
밴드 콜드플레이가 지난 16일부터 내한해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죠!
역시 밴드 붐은 온 것 같습니다.
스크린으로도 우리가 사랑한 락 밴드들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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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끈기와 따뜻함, 그리고 상실의 그림자
뚜렷한 삶의 목표가 있으면, 사람은 포기보다는 다시 도전하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는 크든 작든 각자의 목표가 있다. 그 목표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실패를 맛보면 그것을 만회하려 하거나 해결 방법을 찾는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어떤 이는 포기하지만, 또 다른 이는 다시 일어선다. 계속 시도한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것에서 최대의 결과를 끌어내는 사람, 끝내 나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속 주인공 탄지로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그는 본래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러나 혈귀에게 가족을 잃고, 마지막 남은 여동생 네즈코마저 혈귀가 되어버리면서 삶의 방향이 완전히 뒤바뀐다. 이후 탄지로에게는 분명한 목표가 생긴다. 혈귀의 우두머리 키부츠지 무잔을 쓰러뜨리고, 여동생을 다시 인간으로 돌려놓는 것. 아무 능력도 없던 소년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갈아 넣어 점점 강해져 가는 과정은 이 시리즈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자 감동이다.
[첫 번째 감정] 탄지로의 끈기
탄지로의 가장 큰 힘은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한계에 몰려도 다시 일어난다. 호흡을 고르며 정신을 다잡고, 남은 힘조차 짜내어 자신에게 다시 일어나야 하는 이유를 되뇌인다. 그리고 또 한 번 일어선다. 이 과정에서 탄지로는 자신만의 해결 방법을 모색하고, 다시 시도한다. 단순히 재능이나 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버티고, 끝내 나아간다. 이번 영화에서도 탄지로는 쓰러졌다 다시 일어난다. 그에게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던 관객들도, 이번엔 혹시라고 생각하며 그가 쓸 다음 방법을 궁금해하게 된다.
그의 성장은 기초부터 쌓아 올린 결과이기에 관객은 그가는 행동에 대해 신뢰할 수 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하는 고통과 인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탄지로가 새로운 기술을 깨닫고 싸움의 흐름을 뒤집을 때 관객은 자연스럽게 환호하게 된다. 그것은 우연이나 기적이 아닌, 그가 쌓아온 시간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탄지로의 눈빛이 변하고, 새로운 기술을 쓰는 그 순간, 관객은 느낀다. 이제 탄지로의 그 끈기가 결과를 보는 순간이라고.
끈기는 탄지로를 단순한 소년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응원받을 수 있는 영웅으로 만든다. 그가 이 이야기 속에서 해온 자신과의 싸움은, 자연스럽게 관객이 자신의 삶속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좌절 속에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끝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까. 탄지로는 그런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는 캐릭터다. 그런 탄지로의 모습을 따라 관객도 다시 도전한다. 영화는 그렇게 탄지로의 끈기를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두 번째 감정] 탄지로의 따뜻함
탄지로는 자기 객관화가 뛰어나며, 스스로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늘 따뜻한 마음이 있다. 그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희생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직전 극장판 <무한열차편>에서 잠든 일반 승객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뛰어다녔고, <환락의 거리 편>에서도 무고하게 희생당하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깊은 슬픔과 분노를 드러냈다. 어쩌면 그의 싸움은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런 마음은 점점 더 탄지로가 움직이는 동력이 되어간다.
이번 영화에서도 탄지로는 주 기유를 돕는다. 기유는 과거 탄지로와 네즈코를 처음 구해준 인물이기에, 탄지로에게 더욱 각별한 존재다. 그는 기유 곁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자처하며 끝내 싸움에서 힘을 보탠다. 강력한 적을 마주하는 순간에도 그는 혼자가 아닌 함께 싸운다는 태도를 보여준다. 기유는 처음엔 탄지로를 보호하며 싸움을 이끌어가는 것 같지만, 싸움이 길어지면서 서로 상화보완하고 도와주는 상황으로 변한다. 따뜻함은 그 모든 상황을 감싸고 있다. 마치 탄지로의 따뜻함이 기유와 탄지로 주변을 감싸는 듯한 느낌을 준다.
탄지로의 따뜻함은 결국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준다. 남을 위해 나서는 순간, 그는 이전보다 더 큰 도전에 직면하지만 동시에 한 단계 더 성장한다. 측은지심에서 비롯된 그 마음은 단순한 성격적 특성이 아니라, 그를 영웅으로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다. 그래서 탄지로는 이미 모두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영화의 말미, 그 따뜻함은 적인 혈귀 아카자에게도 뻗어나간다. 극악한 악당처럼 보이던 아카자도 탄지로와의 싸움에서 읿어버렸던 자신의 감정을 발견한다.
[세 번째 감정] 아카자의 상실감
아카자는 <무한열차편>에서 주 렌고쿠를 죽인 장본인으로, 많은 관객에게 미움받는 인물이다. 이번 영화에서 다시 등장해 탄지로와 기유와의 대결을 벌인다. 그러나 <귀멸의 칼날> 시리즈가 늘 그렇듯, 악역 혈귀에게도 과거 사연이 부여된다. 플래시백을 통해 아카자의 과거가 드러나는데, 그는 불우한 삶 속에서도 행복을 찾으려 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내며 깊은 상실감을 안게 된다. 이렇게 영화는 강력한 혈귀라는 악당들에게 숨겨진 서사를 보여주며 그들이 어떤 감정 때문에 혈귀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천천히 보여준다.
무잔이 그를 혈귀로 만들면서 아카자의 기억과 감정은 지워진다. 아카자를 강력하게 감싸던 상실감은 사라지고, 강해지고 싶다는 욕망만 남는다. 영화 후반부 아카자가 다시 과거의 기억을 되찾은 순간, 아카자는 혈귀로서의 욕망과 인간으로서의 슬픔 사이에서 흔들린다. 그때 드러나는 진짜 아카자의 얼굴은 오히려 가슴 아프다. 그는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상실감에 무너진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이 상실감은 아카자를 단단하게 만들기도 하고, 동시에 파괴하기도 한다. 결국 그가 강력한 혈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상실에서 비롯된 집착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을 되찾으며 드러나는 인간적인 면모는 관객을 복잡한 감정에 빠뜨린다. 미움과 연민이 교차하는 순간, <귀멸의 칼날>이 전하려는 진짜 주제의식이 드러난다.
뛰어난 화면 작화와 좋은 캐릭터가 만드는 <귀멸의 칼날> 세계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단순한 액션 애니메이션을 넘어, 끈기/따뜻함/상실감이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을 다룬다. 애니메이션 그래픽 회사인 언포테이블 특유의 정교한 작화는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직원들이 자신의 몸을 갈아만든듯한 엄청나게 아름다운 무한성의 이미지와 공간을 활용한 액션 연출은 압도적이다. 특히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공간과 호흡감 있는 전투 연출은 극장에서 경험해야 할 장면들이다.
영화의 음향 역시 큰 장점이다. 숨을 고르는 소리, 칼이 부딪히는 울림, 공간을 가득 채우는 잔향은 관객을 그 싸움 한가운데에 놓는다. 다만 중간중간 길게 이어지는 회상신은 호불호가 갈린다. 그러나 이는 <귀멸의 칼날> 시리즈 전반의 정서적 특성이자, 인물의 감정을 깊이 이해하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앞으로 개봉할 후속편에서도 이 방식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2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다. 캐릭터들의 감정에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작화와 액션은 그 몰입을 더욱 강화한다. 앞으로 이어질 종장 3부작의 두 번째 영화는 2027년, 세 번째 영화는 2029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그 이야기 속에서 관객은 다시 한 번 다양한 캐릭터들의 감정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 이야기 속 무잔의 존재는 이 시리즈에서 ‘절대악’의 얼굴을 한다. 그는 단순히 강력한 적이 아니라, 끊임없이 인간을 지배하려는 공포와 욕망 그 자체다. 무잔에게는 인간적 감정이 지워져 있으며, 그가 움직이는 동력은 오직 자기 생존과 권력에 대한 집착뿐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집착은 인간이 가진 본능적인 두려움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무잔은 관객에게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인간의 어두운 그림자가 증폭된 존재로 다가온다.
이 절대악의 서사는 시리즈 전체를 긴장감 있게 만든다. 무잔은 탄지로의 끈기, 그의 따뜻함, 아카자의 상실감과 대조를 이루며 ‘인간다움의 부재’를 드러낸다. 그렇기에 무잔과의 대결은 단순히 선과 악의 싸움이 아니라, 인간성의 존속을 위한 싸움처럼 보인다. 이번 영화에서 무잔이 짧게나마 드러내는 존재감은 앞으로 이어질 종장의 방향성을 예고한다. 무잔은 결국 ‘감정이 없는 자’로 그려지지만, 바로 그 공허함이 가장 큰 위협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앞으로 이어질 무잔과의 마지막 대결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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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의 영화 캐릭터 MBTI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나병입니다! ?
여러분께 새로운 이벤트를 가지고 왔습니다!
씨네픽과 씨네랩의 합작 프로젝트!
MBTI를 통해 나만의 영화 캐릭터를 만나보는 특별한 이벤트입니다. ?
나와 닮은 영화 캐릭터는 누구일지 한 번쯤 생각해 보신 적 없으신가요?
이번 이벤트에서는 나와 닮은 영화 캐릭터뿐만 아니라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한 줄 무비 타입, 닮은 캐릭터, 그리고 어울리는 추천 영화까지 한곳에 담아보았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나만의 영화 캐릭터를 찾으러 가볼까요?
▶ MBTI 테스트 참여하기: https://form.typeform.com/to/fnAi8ltu?typeform-source=62oelbkwiib.typefo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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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이런 영화들을 보며 자라긴 했었지
세계관 최강자
이 영화의 주인공은 용의 전사 겸 팬더 포(잭 블랙)이다. 지금의 포에겐 걱정이랄 것이 없다. 당연하지. 빌런도 세 동물이나 때려눕혀 이젠 웬만한 악당들이 성에 차지 않을 정도고, 사람들의 인정도 받아 여러모로 충만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근데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심지어 친아버지 리 샨(브라이언 클랜스턴)까지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포는 매일이 축제 같다. 평범하게 악한들을 해치우고 인질이었던 아이를 집에 데려다 주고 난 어떤 날이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동물들이 떼거지로 몰려든다. “포! 타이렁이 돌아왔다는 소문이 있어!”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고 넘기는 포. 사실 터무니 없는 이야기가 맞다. 왜냐하면 포는 과거에(<쿵푸 팬더> 1편에서) 타이렁을 때려눕힌 적이 있기 때문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는 포. 하지만 포를 귀찮게 하던 여우 젠(아콰피나)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다. “이건 분명 카멜레온(비올라 데이비스) 짓이야. 그녀가 누군지 아는 동물은 나뿐이지!” 귀가 열린 포. 용의 전사로서 카멜레온에게 승리해 평화의 계곡의 평화를 사수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이런 영화들을 봤었지
<쿵푸팬더 4>는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이 가진 근본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 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하면 생각나는 것’이 무엇이냐. 글쓴이는 ‘어릴 때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자란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이 기획의도에 걸맞게 영화는 온갖 귀여운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가령 어린 동물들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들은 다 재미있다. 혼자 노는 외로운 동물은 하나 없이 이 영화를 보는 아이들이 다 ‘아 저렇게 사이좋게 친구들이랑 노는 게 좋구나!’라는 생각을 쉽게 받아들일 것 같다. 또 그 아이들이 이 세계에서 어떻게 세상을 이루고 있는가? 에 대한 부분도 흥미롭다. 영화에서 젠의 본거지로 갈 때 아이들이 등장한다. 이 어린 동물들이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는 방식을 보면 이 영화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만큼 사소한 부분도 따듯한 필치로 이야기를 구성한 것이다. 어리다고 다 어머니 아버지 품에 안겨서 ‘엄마아빠 말 잘 들어야 해!’라고 말하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도 충돌하고 어른으로서 좋은 역할을 이행하는 것 같지도 않다. <쿵푸 팬더 4>는 이 지점에서는 나름 매력 있는 화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클리셰에 천착하지도 않았고 그걸 부수려고도 하지 않은 채로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든 것이다.
영화에서 액션이 활용되는 방식 그러니까 시각적인 부분도 아이들을 고려한 듯하다. 우선 글쓴이는 이 <쿵푸 팬더 4>의 단점 중 하나가 액션영화로서 방점이 덜 찍혔다는 쪽에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단점은 반대로 돌아와 ‘아이들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성’이란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무슨 말이냐고? 영화가 일부러 액션의 향만 첨가하고 세계관의 토대를 다지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는 뜻이다. 이 이유로 어떤 부분에선 영화가 기획의도를 잘 살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랑스러운 포와 젠의 모습을 보여주고 앞으로 시리즈를 예고하기만 하면 됐지 액션이 왜 필요해? 이 영화에서 쿵푸는 액션의 갈래로서 묘사하는 것이 아닌 그냥 서사에서 도구로서 작동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합 척척 주고받고 싸우는 모습보다 영화의 귀엽고 유머 가득한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스포일러를 하지 않고 보여주는 것이 아닌 선에서 다른 예를 들어보자면,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저>의 일부 장면을 가져온다고 해보자. 윈터 솔저 vs 캡틴 아메리카의 맨몸 액션 장면을 보면 영화가 이 작품을 통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1편의 줄거리를 잘 모르는 사람도 두 사람의 무력과 관계를 유추할 수 있게끔 맨목액션을 타이트하게 짜는 것이다. 실제로 글쓴이는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를 안 봤음에도 이 영화를 통해 캡틴 아메리카가 어떤 캐릭터인지, 그리고 왜 이 영화에서 액션이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캡틴 아메리카 왜 멋있어? 당연히 이 장면 때문이지!로 요약이 가능한 것이다. 이 <쿵푸 팬더 4>는 이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에서 액션이 활용되는 방식이랑은 정반대라고 볼 수 있다. 포와 젠에게 쿵푸가 왜 필요해? 그거야 두 캐릭터 간의 관계 때문이고, 그 내밀한 부분은 영화 안에 있기 때문이지!라고 답하는 것이다. 영화 안에서 사용된 색도 이를 성실하게 구현하듯 밝고 사랑스러운 톤이 중심이다. 아이들끼리 와서 무난하게 볼 만한 영화라는 기획의도를 충실히 살리는 것이다.
직구 뒤 슬라이더
이 영화에서 감독이 승부수로 던졌을 것 같은 요소는 두 가지다. 우선 아버지가 두 명이라는 점이다. 아버지가 둘인 이유는 간단하다. 어렸을 때 포가 아버지를 잃어버렸고, 그런 포를 핑(제임스 홍)이 키웠다. 이런 상태에서 친아버지를 찾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두 명이다. 요즘의 할리우드를 생각하면 이 두 사람이 동성애 로맨스로 향할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1차적인 클리셰를 비튼다. 두 동물의 관계가 로맨스라고 보기엔 많이 어렵다. 하지만 이 두 동물을 연결하는 관계는 포를 통해 다진 견고한 우정이다. 이 두 설정을 영화 안에서 캐미로 살리는 부분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또 이 영화의 감독은 ‘아버지가 두 동물인’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기까지 하는 친절한 모습까지 보여준다. 영화가 두 캐릭터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줄거리 내에서 굉장히 중요해서 이 부분이 이야기의 전부를 쓰는 꼴이 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다 쓰긴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이 두 캐릭터가 사실상 본 영화의 진주인공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데 특정 캐릭터들 간의 차이를 보여주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리고 글쓴이는 메인빌런이 ‘카멜레온’이라는 것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뱁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건 영화가 수도 없이 다뤄온 클리셰 중 클리셰기는 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전적으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에게 “남을 따라 하지 말고 너 자신을 찾아라”라고 하면 와닿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부분을 염두하고 플롯을 짠다면 뭐부터 염두해야 할까? 따라 하려는 이유 / 따라 하고 난 다음 / 캐릭터가 가진 모순 이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왜? 남을 좇는다는 행위가 얼마나 허상인지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이 캐릭터가 나약한 정도를 묘사할 수 있으니까. 영화는 이 세 부분을 나름 철저하게 묘사하면서 쉬운 화법을 통해 관객들이 ‘남을 따라 한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하게 유도한다. 이것은 영화가 간단한 액션과 귀염뽀짝한 색감과 소소한 유머를 가졌다는 점과 시너지를 낸다.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듣기 거북하게 하면 역효과가 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은 영리함을 지닌 것이다.
허무한 마무리?
글쓴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단점은 무기가 없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그냥 무난하다. 장르적으로 뭔가 태도를 취하지만 확실하게 어필하는 무언가가 없다. 액션? 윗문단에도 적었지만 이 영화에서 ‘쿵푸’가 들어가는 이유는 인물간의 관계를 연결 짓기 위함이다. 포의 시원한 쿵푸액션을 기대하기엔 모자란 점이 많다. 또 핵심 캐릭터인 젠의 덩치를 보면 시원시원한 액션을 구현하기엔 역부족하니 영화가 이것을 염두하고 기획한 흔적도 보인다. 코미디? 영화에서 소소하게 웃음이 나는 장면이 있기는 하나 이것이 장르적인 특성이라고 볼 정도로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왜? 젠의 캐릭터성이 포의 것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에 잭 블랙의 개인기를 보기엔 영화가 이런 부분까지 보여줄 여력이 없다. 애니메이션 특유의 사랑스러움? 그렇다고 보기엔 이 영화가 서양이 생각하는 동양의 이미지를 너무 대놓고 가져와서 구현한 느낌이 있다. 가령 카멜레온이 사는 동네를 보면 이 캐릭터들도 동양적인 색채를 띄고 있다는 점이 이야기의 핍진성의 관점에서 ‘너무 뻔한 거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게 하는 부분이다. 화려한 볼거리? 후반부 카멜레온과 관련한 모든 장면들이 굉장하긴 하지만 드림웍스의 전작 <장화 신은 고양이 : 죽여주는 모험>을 생각한다면 역시나 심심하다. 대단히 신선하다던가 귀엽다던가 유머러스하던가로 승부 보는 것이 아닌 기괴한 맛만 있으니 영화가 시각적인 부분을 잡으려다 만 것이다.
이렇게 내내 슴슴한 영화인 탓에 편의적인 줄거리가 거슬린다. 대표적으로 영화가 젠의 행보를 그냥 편의적으로 설정했다. 클리셰에 기댔다고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좀 더 불친절했거나 무언가를 암시하거나 극적인 감정선이 들어가도 큰 문제는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영화는 그럴 수 없었다. 왜? 이 영화는 내지는 시리즈가 이 영화를 통해 해소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 과제를 수행하려면 젠 입장이 다 이해되어야 한다. 그럼 포를 상대적으로 영향이 받는 캐릭터로 설정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이유로 주인공(포)이 핍진성이 떨어지게 묘사되는 것이다. 이에 연장선상에서 카멜레온이라는 캐릭터도 젠을 돋보이기 위해서 기능적으로 사용됐다. 카멜레온의 액션이 더 들어갔으면 영화의 생동감이라는 관점에서 충분히 빛을 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지 '어떤 행위'를 두드러지기 위해 캐릭터들을 소모적으로 쓴 감이 있으니 빌런의 매력이라는 점에서 영화는 단점을 가진다.
개봉일 때가 선거날이었고 이벤트로 팝콘을 무료로 주는 이벤트를 했었다. 그럼 어머니 아버지들이 투표하고 아이들 손 잡고 영화관에 갔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 여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아이들끼리 보기 좋은 애니메이션 영화.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어린 시절을 추억할 때 ‘나 이런 영화 보고 자랐지!’하며 자랐던 영화로는 제격이다. 뭐 데이트무비로 이 영화를 고른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영화는 아니다. 아이들을 위한 영화고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는 것이 전부다.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준 <슈렉> 시리즈나 디즈니의 <라푼젤>을 생각하면 영화가 51%짜리 성공을 거뒀다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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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을 만드는 누군가가 있다?
모두가 잠든 밤,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꿈의 세계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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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셀릭 감독(《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코렐라인: 비밀의 문》)과 프로듀서 조던 필(《놉》 《어스》 《겟 아웃》)이 손을 잡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신작 《웬델 & 와일드》를 통해 스릴 넘치는 여정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코미디의 아이콘 키건마이클 키와 조던 필이 목소리 연기하는 주인공 악마 형제는 어려움에 처한 10대 소녀 캣 엘리엇(리릭 로스)을 꾀어 지하 세계에서 산 자의 땅으로 넘어가려 하고, 이는 곧 대혼란을 초래한다. 앤절라 배싯, 제임스 홍, 빙 라메스 등 올스타 출연진이 참여한 《웬델 & 와일드》, 10월 28일 공개.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