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1-01 16:29:16
국내 여성 영화 감독의 빛나는 데뷔작
<모래바람> 11월 27일 대개봉!

에디터가 차기작 제작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여성 영화 감독의 빛나는 데뷔작들을 소개합니다!
10대의 성장통을 다룬 <보희와 녹양>, <비밀의 언덕>부터 덕후였다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다큐멘터리 <성덕>, 모녀 관계를 다룬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딸에 대하여> 등 각기 다른 장르와 소재를 다룬 데뷔 영화들을 선정해 보았습니다.
특히 곧 개봉을 앞둔 <모래바람>은 박재민 감독이 씨름에 빠져 다큐멘터리까지 찍게 되었다는 비하인드가 전해져오는데요.
2009년 최초의 여자 천하장사가 탄생한 이후 5명의 여자 씨름 선수들이 비인기 종목이라는 현실을 극복하고 천하장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최초의 여자 씨름 영화!
<모래바람>은 11월 27일 극장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보희와 녹양
A Boy and Sungreen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The Apartment with Two Women

성덕
Fanatic

비밀의 언덕
The Hill of Secrets

지옥만세
Hail to Hell

딸에 대하여
Concerning My Daughter

모래바람
Sandstorm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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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랑과 변하지 않을 끝, <체실 비치에서>
체실 비치에서 On Chesil Beach, 2017 제작
영국 | 로맨스/멜로 외 | 110분
감독: 도미닉 쿡
다른 사랑과 변하지 않을 끝, <체실 비치에서>
앞이 창창한 부부가 결혼한 지 6시간 만에 서로에게 할 수 있는 모든 비난을 쏟아내고 이별한다. 자신에게 딱 맞는 사람을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행복하고 축복받는 날에 난데없이 헤어짐을 선택하는 두 사람. <체실 비치에서>는 끝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서로에게 진실하지 못한 시간 속에 숨어버린 연인의 결별과 이후에 남은 절절한 그리움을 그리고 있다.
영화 <체실 비치에서>는 이언 매큐언 소설가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어톤먼트>(2007)를 몇 번이고 눈과 가슴으로 담은 터라 그의 소설이 스크린으로 옮겨진 영화라면 무조건 보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더구나 <칠드런 액트>(2019)도 인상 깊게 봤기에, 시기를 놓쳐 보지 못했던 <체실 비치에서>(2018)를 그냥 흘러 보낼 수 없어 뒤늦게 접했다. 개인적으로 그의 소설도 무척이나 좋지만,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명료하게 담아낸 영화가 더 좋았다. 원작을 발판 삼아 새롭게 태어난 작품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만큼 좋은 떨림은 없지 않은가
출처: 영화 <체실 비치에서> 스틸컷
덧붙여 <체실 비치에서>는 시얼샤 로넌과 빌리 하울의 연기만 봐도 즐거운 작품이다. 내게 시얼사 로넌은 <어톤먼트> 속 13살의 브라이오니다. 사춘기 소녀의 눈망울에서 보인 질투와 시기 만으로 관객에게 극한의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그 장면이 특히 기억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 <브루클린>(2015), <레이디 버드>(2017), <작은 아씨들>(2019)까지, 그녀는 굵직하다 못해 영화를 뚫고 나오는 아우라를 가진 배우임에 틀림없다. 물론 <호스트>(2013)가 어설프긴 하지만, 경험의 산을 오르기 위한 발판이라 생각하기엔 충분한 작품이다.
빌리 하울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2017)에서 반한 배우다. 묘한 긴장감을 가진 얼굴과 마르지도 둔하지도 않은 몸매와 결정적으로 순수함과 타락함의 경계를 넘나드는 미소가 참 매력적이다. 본 영화는 두 배우가 함께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즐거움으로 다가왔고, 역시 이들은 섬세하면서도 몰입도 넘치는 연기로 화답했다.이토록 배우들을 찬양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이들이 전달하는 이야기의 힘엔, 본래 서사가 가진 힘을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하는 탁월함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영화는 이야기의 진행보다 두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들이 주는 호흡이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며 동시에 영화를 빛나게 한다. 스토리가 주는 감명보다 인물들의 요동치는 감정선이 더 진한 여운을 남기는 점, 그건 몇 번을 곱씹어봐도 똑같을 것이다.
출처: 영화 <체실 비치에서> 스틸컷
플로렌스와 에드워드는 자기 자신조차도 인지하지 못한 채, '이혼을 위한 결혼'을 한다. 각자 품고 있던 마음의 구멍을 메울 유일한 존재를 찾았다며, 함께 살기로 약속한다. 그런데 어째 오묘하게 불편해 보인다. 영화의 시작부터 느껴지는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긴장감, 서로를 향한 동상이몽이 분명 큰일을 낼 것 같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원하는 점이 너무나 달랐다. 여자는 어렸을 적에 아버지에게 당한 성적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남자는 사고로 머리를 다친 어머니를 아들임에도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더구나 성생활에 대해 그들은 시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모두 문외한이었다. 이는 결국 플로렌스에게 섹스에 대한 무한한 공포를 갖게 하고, 에드워드에겐 자신감 결여란 불안을 주입하고 만다. 그리하여 그들의 첫날밤은 시작도 전에 긴 과거여행에 강제로 빠지게 된다. 자의로 태풍 속으로 들어간 두 사람이 강제로 그들의 과거 속으로 떠나게 된 것이다. '체실 비치 근처 호텔방(현재)과 '플로렌스와 에드워드의 삶의 궤적(과거)'이 쉼 없이 교대로 교차하고, 동시에 현재에 덧입혀지면서 폭탄을 품고 있는 거나 다름없던 첫날밤은 두 사람이 얼마나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케 하는 시작점이 된다. 영영 가까워질 수 없는 결과를 낳는 시작, 말이다.
두 사람의 헤어짐, <체실 비치에서>는 이를 담담하고도 조용히 전달한다, 중요한 점은 누구에게도 잘못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출처: 영화 <체실 비치에서> 스틸컷
에드워드의 아킬레스는 어머니였다. 그는 사고로 머리를 다친 어머니의 기이한 행동을 시간이 흐른 지금도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들이었다. 역사학과 수석을 차지했지만, 가족 누구에게도 축하받지 못하는 상황은 물론 개인의 기쁨이 충만할 때마다, 그는 혼자 알아서 스스로의 행복을 위로해야만 했다. 자기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 주는 가족은 존재했으나, 없었다. 가족 구성원에서 그는 존재감 제로였고 가족의 관심은 오직 어머니를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의 일원으로서 이해했지만, 가슴 깊이 파고드는 외로움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 마법처럼 플로렌스가 나타났고, 첫 만남에 자신의 수석 소식을 알리는 것을 시작으로 사랑을 시작한다. 자식인 본인도 어려운 어머니를, 어머니의 눈높이에서 진정으로 이해하는 플로렌스를 보며 조용히 혼자 숨죽여 눈물을 흘리기까지 한다. 자책과 부끄러움, 고마움 그리고 플로렌스를 향한 확신이 뒤엉킨 눈물이었다.
플로렌스는 부잣집 딸이지만, 그만큼 억압된 삶을 살고 있었다. 아버지를 향한 두려움과 새로움을 경멸하는 집안 내력을 향한 반항심이 극에 달했을 때, 그녀 앞에 에드워드가 생기 넘치는 얼굴을 한 채 등장한다. 목마른 자유를 어렵지 않게 행하고 있는 그에게서 그녀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그와 평생을 함께 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녀는 욕심이 많은 여자가 아니었다. 자신을 존중하고, 믿고 사랑하는 에드워드와 자기가 만든 4중주 그룹만 있으면 행복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바로 플로렌스였다. 다만, 본인이 말하고 믿는 사랑이 정말 사랑이었는지, 나아가 그가 주는 사랑과 같은 결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 볼 마음은 없었고, 이를 고려할 시간도 부족했다.
완벽한 운명의 짝이 틀림없던 그들의 시작이 단기간에 끝난다. 비극은 시작부터 존재했다. 서로에게 원했던 마음과 감정을 발견해, 이를 사랑이라 믿고 키웠지만 그것은 사실 너무나 쉽게 무너질 모래성이었다. 그만큼 연인은 서로에게는 물론 본인들에게도 실수 투성이었고, 어렸고, 진실하지 못했다. 첫 부부싸움이 각자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첫 화해도 역시 무참히 결렬될 수밖에 없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안타깝게도 두 남녀는 자기의 자존심을 무너트리지 않기 위해, 사랑하는 상대에게 생각지도 못한 단어를 총동원해 비난하며 계속 상처를 주고받는다.출처: 영화 <체실 비치에서> 스틸컷
누군가 그랬다, 결혼은 외롭고 결핍에 고통스러워서 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혼자로도 현실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 때 하는 것이라고, 서로의 마음속 구멍을 채우기 위해 다른 구멍을 찾아 나서는 게 아니라 나의 구멍을 나 스스로 보듬을 수 있는 각자가 서로를 발견해 만나는 일이라고. 두 사람의 이별이 비극일 수밖에 없는 건, 서로를 향한 마음의 넓이만큼이나 생각의 확장 또한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신들의 위태로웠던 삶을 지켜줬던 '자존심'에서 벗어나질 못했기에, 누구 하나 먼저 상대를 포용하겠다 생각하지 못했던 것. 그들은 자신들의 구멍을 감추기 급급했다. 상처를 내보이지 않으면서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마음으로 한 사랑은 곧 기다림마저 허용치 않는 끝이었다.
헤어진 뒤로 두 사람은 긴 시간 속에 묶인 채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간다. 나이를 먹을수록 과거 서로에게 했던 행동들을 자책하기도 하고, 눈물을 훔쳐가며 그리워하기도 한다. 에드워드가 우연히 플로렌스의 딸과 만나고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는, 과거를 후회하는 추억거리에 불과할 뿐 다시 사랑에 빠져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는 드라마틱한 미래는 그려지지 않는다. 이야기를 수백 번 복기해도 이미 결말이 나온 이야기의 끝을 바꿀 수 없는, 이변 없는 결말이랄까. 대신 <체실 비치에서>는 다른 시작을 보여준다. 마침내, 끝에서 한참 멀어지고 나서야, 상처와 분노도 잠재우는 시간이란 자연의 흐름 속에서 두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후회와 용서를 행하는 잔잔한 고요를 말이다.
플로렌스와 에드워드가 체실 비치에서 다른 선택을 했었어도 결말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끝은, 그 고요는 분명한 울림을 전달한다. 태풍 같은 순간 속에서 했던 선택들과 그로 인한 후회와 자책, 이미 끝난 사랑을 다시 시작할 수 없다는 확신을 뻥 뚫린 구멍에 천천히 밀어 넣으며 스스로 깨닫고 인정하는 과정은 분명 깊은 인상을 남기니까. 따라서 각자의 삶을 살게 된 두 인물이 다시 만나는 장면에는, 특별한 감정이 담긴다. 서로에게 비로소 마지막이 될 슬픔과 나에게 다시 시작될 미소 한 줌. <체실 비치에서>가 우리에게 주고 싶은, 이변 없는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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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까지를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영화 <그을린 사랑>
드뇌 빌뇌브 감독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몽은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바로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와 존재조차 몰랐던 형제를 찾아 어머니가 쓴 편지를 전하라는 것. 남매는 아버지와 형제를 찾기 위해 어머니의 과거를 쫓기 시작하고,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는데…
1. 비밀은 일상에 균열을 만든다 - 모두가 모르는 비극의 시작
영화의 시작점에서,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몽은 사망한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을 듣게 된다. 세상을 등진 채, 나체로, 관조차 사용하지 않은 채 자신을 묻어달라는 것. 비석도 세우지 않은 채로. 이는 자신의 어머니를 묻는 잔느와 시몽의 입장에서 꽤나 충격적인 유언인 셈이다. 이와 동시에, 어머니인 나왈은 잔느와 시몽에게 한 가지 부탁을 남긴다. 자신이 생전 적었던 편지를 두 인물에게 전해 달라는 것이다.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던 아버지, 그리고 어디 있는지도,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자신들의 형제, 니하드. 그들을 찾아 편지를 전해줘야만 어머니를 제대로 묻고 비석을 세워줄 수 있다. 유언을 전해 들은 시몽은 어머니의 유언에 반항하며 자신이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지만, 잔느는 우선 어머니의 흔적을 따라 나선다. 이 순간 잔느와 시몽, 그리고 관객은 모두 같은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왜 그래야 하는가?
이 영화에서 어머니가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아는 이는 오직 죽은 어머니, 나왈 뿐이다. 그래서 관객은 비밀을 아는 절대자의 입장이 아닌, 비밀을 전혀 모르는 남매, 잔느와 시몽의 시선에서 그들의 행동을 쫓게 된다. 어머니의 유언을 따라보기를 택한 잔느의 시선을 쫓다 보면,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느낀다. 나왈의 정체를 아는 사람들이, 나왈의 이름을 듣고 나면 께름칙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 심지어 아무것도 모르는 채 '나왈'의 딸이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잔느를 향해 '아버지를 찾으러 왔다면서, 어머니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식으로 비아냥대기까지 한다. 이 순간 또한 잔느는 아무 대꾸도 할 수 없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관객 또한 마찬가지로 '무지한' 상태로 그를 둘러싼 이들의 반응을 살핀다.
평화롭고 아무렇지 않았던 일상에 생긴 자그마한 균열, 그리고 '무언가 있는 듯한' 불안한 기분. 이는 잔느가 나왈의 흔적을 계속해서 쫓게 만든다. 그리고 잔느가 나왈의 흔적을 쫓는 과정에서 삽입된 나왈의 과거 영상들은, 우리가 모르고 있던, 잔느와 시몽이 태어나기 전의 일들을 조금씩 드러낸다.
2. 오이디푸스 신화 - 세 개의 점 시퀀스
유명한 그리스 비극 신화 <오이디푸스 왕>은 그동안 여러 미디어 콘텐츠에서 차용되어왔다.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운명과 연을 알지 못하고 행동하던 끝에 비극의 굴레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 해당 신화에서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근친상간이라는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행위자'이자 이 신화의 주인공이다. 동시에 그는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오이디푸스라는 인물이 이 세 역할을 동시에 행하고 있다면, 영화 <그을린 사랑>은 이 세 역할을 분리시켜 신화를 비틀어 차용했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영화는 발뒤꿈치에 박혀 있는 '세 개의 점'을 보여준다. 이 '세 개의 점'이 다시 등장하는 시점은 나왈이 첫 아이를 낳는 순간에 있다. 기독교인이던 나왈은 무슬림 난민인 와합과 사랑에 빠졌으나 이를 계속 이뤄나가지 못하고, 뱃속에 있던 아이조차 낳자마자 고아원으로 보내게 된다. 고아원으로 보내기 전 나왈은 스스로에게, 그리고 아기에게 약속한다. 어디에 있더라도 꼭 찾아내고 말겠다고. 그리고 얼굴이 변하더라도, 그가 자라더라도 쉽게 알아보기 위해 그의 발뒤꿈치에 점 세 개를 새긴다.
그리고 이 발뒤꿈치의 점 세 개가 다시 등장하는 순간, 나왈은 비로소 자라난 자신의 아들을 찾아낸다.
생각지도 못한 얼굴이 자신을 향해 돌아보는 순간,
그 얼굴과 세 점이 겹쳐지는 순간,
나왈은 차마 입을 떼지 못하고 지나치고 만다.
이를 알게 된다는 것 자체가 비극을 전해주는 것이 되므로.
영화 <그을린 사랑>에서 비극적 행위의 굴레에 빠지는 이는 나왈의 아들, 니하드다. 그는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행위자'이지만 이 이야기가 끝나기 전까지 '무지한'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이 영화의 주인공 단계에 서지 않는다. 영화는 잔느의 시선으로 나왈의 과거를 쫓으면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나왈'인 것처럼 초점을 맞춘다. 모두가 반기지 않는 그 이름, 나왈. 감옥에 갇힌 적이 있던 잔느의 어머니, 나왈. 감옥에서 모진 고문을 당했던 이, 나왈. 조금씩 드러나는 단서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레 나왈이 숨기고 있는 과거가 있다는 것을 유추하게 된다. 그러나 이를 나왈이 찾으라고 했던 '아들'과 '아버지'의 정체와 연결하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니하드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잔느와 시몽이 쫓던 두 인물은 하나로 겹쳐지게 된다.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이는 '현재' 시점에서 행동해야 할 이유를 부여받은 잔느와 시몽이며, 주인공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나왈이다. 그러나 비극적 행위를 행하는 자는 끝까지 정체가 숨겨진 채 드러나지 않고 있었던 니하드다. 니하드의 정체를 비밀스럽게 숨겨두다 드러냄으로써, 그와 동시에 그가 받게 된 충격과 이후의 이야기는 의도적으로 잘라냄으로써 이 이야기의 찝찝함과 충격을 더욱 극대화하는 셈이다.
3. 그럼에도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니하드의 정체를 알게 된 잔느와 시몽은 니하드에게 편지 두 개를 전해주고 떠난다. 그리고 니하드가 그 편지를 열어봤을 때, 편지지에는 증오나 원망 대신 '사랑'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니하드에게 모든 비밀을 알려주지만, 자신은 그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그를 사랑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사랑하겠다고.
그러나 이 행위를 사랑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부를 수 있을까.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다' 라는 옛 속담처럼, '무지'의 상태에 머물러 있던 니하드가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비극을 저질렀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죄책감조차 가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므로. 그러나 나왈이 자신의 죽음과 동시에 니하드를 향해 이 비극적 진실을 전달함으로써, 나왈은 이 비극의 굴레에서 해방되고, 니하드는 비로소 이 비극적 굴레에 갇히게 된다.
이는 '진짜' 비극의 시작이다. 나왈이 죽었지만 나왈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의 자식들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의 자식들이 이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무지함이 낳는 비극이 있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름 뒤에 감춰진 날카로운 칼날들이 있다. 나왈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니하드를 향해 '앎'의 무게를 선물한 셈이다.
니하드는 과연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행동하더라도, 다시는 무지했던 그 순간의 일상으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비밀을 알게 된 순간, 이미 균열은 시작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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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가장 위대한 영화 중 하나,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보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감독 : 상탈 에커만
출연진 : 델핀 세리그
잔느 딜망
이 영화의 주인공은 1970년대의 벨기에 어느 동네에 사는 주부 잔느 딜망이다. 가정주부인 잔느. 하는 일이라곤 정해져 있다. 밥하고. 빨래하고. 요리하고. 아이들 챙기고. 딱히 치열하거나 게으를 것도 없이 하루가 간다. 밖으로는 잘 안 나가는 것 같은 잔느. 하지만 이 모든 게 당연하다는 듯 잔느의 관심사는 집이다. 아들 아들도 딱히 지루해하는 구석이 없는 것 보니 엄마를 좋아하는 것 같다. 평화로운 일상. 겉보기에 잔느의 안분지족 하는 일상은 그녀에게 안성맞춤이다.
이런 그녀에게도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사실 잔느의 집은 집안일과 매춘이 동시에 벌어지는 장소였다. 별다르게 일을 하지 않는 잔느. 이 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같은 일만 계속 반복하려니 지겹다. 갑자기 잘 깎이지 않는 감자. 신경질적으로 감자를 깎는다. 또 아들의 시답잖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무너지는 일상. 잔느는 더 끔찍한 비극을 받아들여야 한다.
No.1
이 영화는 작년 2022년에 발표한 ‘사이트 앤 사운드 선정 역대 최고의 영화’ 1위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영화가 고전 영화 중 하나로서 좋은 평가를 받는 건 합리적으로 보인다. 사실 영화 러닝타임의 대부분이 주인공 잔느가 집안일하거나 밖에 잠깐 외출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의 이야기가 잔느의 집안일에 기반한 탓에 일반적인 극영화랑은 거리가 있다. 하지만 영화(를 비롯한 모든 창작물)가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작품의 정교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카메라의 구도부터 이 영화는 특별하다. 영화는 지겨울 정도로 특정 구도를 반복한다. 눈높이는 잔느와 비슷하다. 인물 양옆에 물건들이 있다. 영화의 위-아래도 잔느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는 물건들이 배치되어 있다. 영화는 이 구도를 20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전부 적용한다. 심지어 이 구도는 잔느가 외출하는 장면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전체적인 화면에 비해 인물이 작아 보인다. 외출을 끝내고 잔느가 집으로 돌아올 때 엘리베이터를 탄다. 다시 잔느의 부피가 커진다. 다시 답답해진다. 이 구도는 잔느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더 의미가 명확해진다. 잔느는 마치 철문을 열고 감옥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실내 안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이 영화의 촬영구도는 집 안 / 집 밖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집 밖에선 고립감을, 안에선 폐쇄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영화가 여성들에게 있어 ‘집안일=감옥’과 유사하다는 걸 은유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모든 상황을 통제하듯
잔느가 집안일이라는 감옥에 있기 때문에 서서히 미쳐가는 인물을 묘사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주인공 잔느가 감자를 깎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잔느는 손목이 다쳐도 두렵지 않은 것 같이 감자를 깎는다.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있다. 한 번 마시고 그냥 다 버린다. 후반부에 아이를 돌보는 장면이 있다. 얼굴에 단 조금의 미소도 품지 않고 정색한 채로 아이를 달랜다. 달래려고 하면 할수록 아이는 더 크게 운다. 이젠 아예 아기가 울든 말든 신경조차 쓰지 않는 잔느. 인물에게 누적된 스트레스를 체감하게 한다. 이 감옥은 다른 의미로 치환되기도 한다. 우선 집안일과 성노동이 같은 공간에서 이뤄진다는 점은 가사노동의 본질적인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던 감독의 의도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성노동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식으로 이뤄지는지를 극후반부에서야 그나마 보여주는 편이다. 이 말은 즉슨 성노동이 인물의 생계와도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생략했다는 뜻이다. 이는 여성의 일상이 얼마나 피폐한가를 묘사하는 것과 대치되기 때문에 감독이 고의적으로 분량을 없애버린 것이다. 일상에서 서서히 벌어지는 균열이 후반부의 선택과 이어진다는 것이 플롯의 핵심이다. 그런데 (충분히 자극적인) 잔느가 누구와 잤는지가 영화에서 중요할까? 오히려 잔느의 일상에 더 개입한 변태적인 카메라가 되는 건 아니었을까?
영화에서 물건이 등장하는 방식도 미묘하다. 이 영화는 물건을 일상으로 비유하고 있다. 잔느의 첫째 날은 평화롭다. 두 번째 날부터 이야기에 광기가 서려있다. 아들이 ‘엄마 단추 떨어졌어요!’라고 말한 후부터 잔느가 온 동네를 뒤져 단추를 찾는다. 사건의 선후관계를 생각해 보면 ‘잔느가 집안일하다 밖으로 나오는 것 마저 가사노동의 일부’라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영화에서 누군가가 선물을 보낸다. 집안일과는 다른 무언가가 나올 법도 한데 잠옷이 나온다. 잠옷은 집에서 입는 옷이라는 점에서 ‘일상의 마무리’를 의미하고 있다. 잔느가 구두를 수선하려고 어딘가로 들어간다. 주인장인 남자는 잔느에게 ‘아들 잘 지내고 있나요?’라고 묻는다. 구두가 잔느 본인 것이 아닐뿐더러 주인장이 하는 말까지 아들에 대한 것이다. 영화가 느릿느릿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단지 지루하게 하려고 이렇게 이야기를 연출한 것이 아니다. 느릿느릿해야, 더 상황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고 섬세한 부분까지 캐치해야 이 영화 이면의 깔려있는 어마무시한 광기를 이해할 수 있다.
합리적인 엔딩
이 영화의 엔딩은 특별하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전 세계의 여성들을 바라보는 방식’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잔느는 엔딩에서 흰 옷을 입고 있다. 러닝타임 내내 색이 흐린 옷만 입었던 잔느. 잔느는 일상 속에서 깔끔함을 추구한다. 이렇게 강박적인 성격이 강한 잔느이지만 성노동과 가사노동을 거부하듯 살인을 저질렀고 흰 옷에 피가 묻었다. 금기를 어긴 잔느. 표정이 명확하지 않았던 잔느는 200여 분동 안 처음으로 혼자 웃는다. 하지만 이 모습을 찍는 구도가 흥미롭다. 집 안이다. 사실 혼자 멍하니 웃는 장면을 실외에서 찍어도 이야기의 논리관계에는 어떤 악영향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장면을 굳이 실내에서 찍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또 옆에 있는 주전자 던져버릴 수도 있는 건데 그대로 놔뒀다. 이는 잔느가, 그러니까 여성이 스스로 주체성 있게 우뚝 섰다 하더라도 가부장제라는 감옥은 피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감독의 탄식처럼 보인다. 실제로 엔딩 후반부에 러닝타임 중반부쯤에 등장했던 생활소음이 삽입된다. 또 심지어 조명까지 어둡다. 이 두 요소를 굳이 넣었다는 점 역시 촬영 구도와 마찬가지이다. 이 영화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1970년대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사실 2023년을 살아가면서 여전히 가부장제의 무언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13일까지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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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정 배우, SAG 어워즈 여우조연상 수상
미국 배우 조합상(Screen Actors Guild Awards, 일명 SAG Awards)은 헐리웃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 스턴트맨, 성우 등을 회원으로 하는 ‘미국 배우 조합’(SAG)에서 주최하는 시상식으로, 헐리웃의 영화 및 TV 산업에 기여하고 있는 배우들에게 상을 수여해왔습니다.
올해로 27번째 시상식을 맞은 SAG 어워즈는 작년, <기생충>이 <밤쉘>,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원스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제치고 외국영화 최초로 영화부문 앙상블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이 수상은 1999년, 로베르토 베니니의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노미네이트된 이후 두 번째 노미네이트이자 첫 번째 수상이었기에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배우를 위한 시상식이니만큼, 송강호를 포함한 10명의 배우들이 이 상을 수상하였지만, 정작 봉준호 감독은 빈손이었는데요. 올해는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이 부문에서 <Da 5 블러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과 경합을 벌였지만, 상은 결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에게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윤여정 후보가 여우 조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배우 최초 노미네이트 기록에, 최초 수상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되었는데요. 윤여정 배우는 수상 소감을 통해 "동료 배우들이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선택해 줘서 영광"이라 말하며 다른 후보들에게도 감사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윤여정 배우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즈,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먼 등 유력한 후보들을 제치고 여우조연상을 차지하며, 4월 25일(현지 시간)에 열릴 오스카 시상식에서의 수상을 더욱 기대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윤여정 배우에게 또 하나의 연기상을 안겨준 ‘미국 배우 조합상’의 다른 수상 결과를 살펴보며,
오늘의 리포트 마무리하겠습니다.
영화부문 앙상블상
<Da 5 블러드> - 스파이크 리
<미나리> - 정이삭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 조지 C. 울프
<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 - 레지나 킹
★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 아론 소킨
영화부문 여우주연상
<힐빌리의 노래> - 에이미 아담스
★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 비올라 데이비스
<그녀의 조각들> - 바네사 커비
<노매드랜드> - 프란시스 맥도맨드
<프라미시 영 우먼> - 캐리 멀리건
영화부문 남우주연상
<사운드 오브 메탈> - 리즈 아메드
★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 채드윅 보스만
<더 파더> - 안소니 홉킨스
<맹크> - 게리 올드만
<미나리> - 스티븐 연
영화부문 여우조연상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 마리아 바카로바
<힐빌리의 노래> - 글렌 클로즈
<더 파더> - 올리비아 콜맨
★ <미나리> - 윤여정
<뉴스 오브 더 월드> - 헬레나 젱겔
영화부문 남우조연상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 사샤 바론 코헨
<Da 5 블러드> - 채드윅 보스만
★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 다니엘 칼루야
<더 리틀 띵스> - 자레드 레토
<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 - 레슬리 오덤 주니어
영화부문 스턴트 상
<Da 5 블러드>
<뮬란>
<뉴스 오브 더 월드>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 <원더 우먼 1984>
TV드라마부문 앙상블 연기상
<베터 콜 사울>
<브리저튼>
★ <더 크라운>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오자크>
TV드라마부문 연기상 (여자)
★ <더 크라운> - 질리언 앤더슨
<더 크라운> - 올리비아 콜맨
<더 크라운> - 엠마 코린
<오자크> - 줄리아 가너
<오자크> - 로라 리니
TV드라마부문 연기상 (남자)
<디스 이즈 어스> - 스털링 K. 브라운
★ <오자크> - 제이슨 베이트먼
<더 크라운> - 조쉬 오코너
<베터 콜 사울> - 밥 오덴커크
<브리저튼> - 레게 장 페이지
코미디 부문 연기상 (여자)
<데드 투 미> -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
<데드 투 미> - 린다 카델리니
<더 플라이트 어텐던트> - 칼리 쿠오코
<시트 크릭 패밀리> - 애나 머피
★ <시트 크릭 패밀리> - 캐서린 오하라
코미디부문 연기상 (남자)
<더 그레이트> - 니콜라스 홀트
<시트 크릭 패밀리> - 댄 레비
<시트 크릭 패밀리> - 유진 레비
★ <테드 래소> - 제이슨 서더키스
<레미> - 라미 유세프
TV영화/미니시리즈 부문 연기상 (여자)
<미세스 아메리카> - 케이트 블란쳇
<아이 메이 디스트로이 유> - 미카엘라 코엘
<언 두잉> - 니콜 키드먼
★ <퀸스 갬빗> - 안야 테일러 조이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 캐리 워싱턴
TV영화/미니시리즈 부문 연기상 (남자)
<퀸스 갬빗> - 빌 캠프
<해밀턴> - 다비드 딕스
<언 두잉> - 휴 그랜트
<더 굿 골드 버드> - 에단 호크
★ <아이 노우 디스 머치 이즈 트루> - 마크 러팔로
TV부문 스턴트상
<더 보이즈>
<코브라 카이>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 <더 만달로리안>
<웨스트월드>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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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군도 적군도 모르는 미친 작전
<언젠틀 오퍼레이션>, 아군도 적군도 모르는 미친 작전
언젠틀 오퍼레이션(ungentle operation). 한국어로 “거친 작전”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거친 작전’은 언제, 누가, 왜 수행했던 걸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나치 독일은 유럽 전역을 차례대로 집어삼키고 있었고, 영국도 매일 밤마다 나치의 공습에 흔들리는 등 위기에 처해 있었다. 당시 영국의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한 가지 묘안을 낸다. 히틀러의 세력이 더욱 거세지기 전에, 독일의 허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 당시 나치 독일은 U보트라 불리는 강력한 잠수함을 이용해 대서양을 장악하고 있어, 영국은 군수 물자 수송은 물론 미국의 도움을 받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처칠은 나치의 비밀병기 U보트를 무력화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 명령을 수행하기에 최적인 인물을 찾는다. 바로 영국군 안에서 ‘미친개’로 불리던 거스 마치 필립 소령이다.
거스 마치 필립은 자신만의 팀을 꾸리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살인 병기로 불리는 라센부터 나치에게 붙잡혀있던 애플야드 대위까지, 총 5명이 된 거스의 팀은 U보트에 물자를 공급하는 ‘공작부인’ 호를 폭파하고자 한다. 그들은 ‘공작부인’이 정박되어 있는 나치의 점령지인 코트디부아르(서아프리카)로 향하고, 독일계 유대인이었던 가수 겸 배우인 스튜어트와 섬에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던 헤론은 비밀 수사관으로 거스의 팀을 돕는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공작부인’이 예상보다 더 빨리 항구를 떠난다는 것! 거스의 팀은 과연 작전을 완수할 수 있을까?
승리보다 성공을 목표로 한 이들
전쟁은 궁극적으로 승리를 향해 달려간다. 전쟁 영화가 주는 긴장감은 승리를 위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탄생한다. 하지만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긴장감 대신 통쾌함을 안겨준다. 아군도 적군도 모르는 작전을 수행하기에 발각은 곧 죽음을 뜻하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직 한 가지, 미션의 성공을 향해 달린다.
눈을 즐겁게 하는 액션과 각양각색 매력적인 캐릭터, 가끔 웃음 짓게 하는 유머까지. 유쾌 상쾌 통쾌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언젠틀 오퍼레이션’과 함께 ‘거친 작전’에 뛰어들 차례다. 2025년 3월 19일 개봉.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시사회에 초청받아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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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수: 더 그레이 | 군더더기 없는 크리처 액션물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던 '정수인'(전소니)은 한 남자와 시비가 붙은 후 목숨을 위협받는다. 바로 그 순간, 하늘에서 기생수 포자가 떨어지고, 그중 하나인 하이디는 정수인의 몸에 달라붙은 후 남자를 죽여 버린다. 그 자리에서 기절한 정수인을 발견한 형사 '김철민'(권해효)은 사건에 의문점을 품고, 기생생물 전담팀 더 그레이의 팀장 '최준경'(이정현)의 설명을 들은 후에야 사건 전말을 파악한다.
한편, 폭력 조직의 말단 조직원으로 일하다 배신당해 도망자 생활 중이던 '설강우'(구교환)는 잠시 쉬기 위해 고향집으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병에 걸린 누나의 상태가 이상할 뿐만 아니라 여동생도 집에 없자 그는 의심을 품고, 나름의 조사를 진행하던 중 그는 기생생물의 존재와 목사 '권혁주'(이현균)가 이끄는 조직의 음모에 휘말리고 만다.
<부산행>을 벤치마킹한 스핀오프
퐁당퐁당. 연상호 감독을 늘 따라붙는 수식어다. 대중적으로도, 비평적으로도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기 때문. 달리 말해 이른바 연니버스 작품은 고점과 저점의 간극이 크다. 흥미롭게도 그의 실패작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갖는다. 구심점이 확실하지 않다. 여러 콘셉트와 플롯을 동시에 풀어가는데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 <반도>나 <염력>이 대표적이다.
반면에 <부산행>은 콘셉트가 확실했다. '부산행 KTX 안에서 좀비랑 싸운다'는 액션과 '좀비랑 싸울 수 있는 힘이 부성애, 모성애, 가족애, 이성애에서 비롯된다'는 드라마에만 철저히 초점을 맞췄다. 이는 비록 후반부에 신파가 과하다는 평가를 받았을지언정 <부산행>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일본 만화 '기생수'의 한국 배경 스핀오프 드라마인 <기생수: 더 그레이>는 <부산해>의 작법을 Ctrl+C, Ctrl+V 했다. 우선 그림이 명확하다. 기생생물의 초능력에 인간들이 맞서 싸운다. 보여주려는 드라마도 명료하다. 기생생물과 인간의 차이를 부각하며 인간성의 본질에 대해 논하려 한다. 그 덕분에 기생수의 포자가 한국에도 떨어졌다는 상상력은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확실한 매력 어필
<기생수: 더 그레이>는 시작부터 강렬한 액션으로 눈길을 끈다. 정수인과 하이디의 만남을 보여준 후, 곧장 그레이 팀과 기생생물의 액션이 이어진다. 이처럼 빠르고 간결한 전개는 서울역과 KTX를 덮친 좀비 떼를 보여주며 관객을 압도한 <부산행>과 유사하다. 마치 액션 시퀀스를 먼저 구상하고, 시퀀스 간의 접착제로서 드라마를 활용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군더더기 없다.
탄탄한 액션 연출 덕분에 간결함이 더 인상적이다. 초반부에는 인간을 압도하는 기생 생물의 신체 능력을 적절히 활용했다. 도로 위나 개활지, 절벽 등을 배경으로 삼아 시원하고 박력감 넘치는 액션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히어로 영화로 따지자면 <토르: 라그나로크>를 보는 듯한 쾌감이 두드러진다.
눈이 익숙해지려는 찰나에 액션 콘셉트를 바꾼 선택도 영리했다. 후반부는 마치 <에일리언> 시리즈를 보는 듯하다. 인간과 기생생물이 쫓고 쫓는 추격전의 서스펜스에 집중한 실내 시퀀스가 주를 이루기 때문. 기생생물이 인간 몸에서 자유롭게 탈부착하는 능력을 부각하면서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기생수: 더 그레이>는 액션 분량이 꽤 많은데도 단조롭거나 질린다는 느낌 없이 마지막까지 극을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사회적 동물의 진의를 찾아서
이에 더해 드라마도 인상적이다. 액션과 액션을 이어주는 역할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깊이 있는 논의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인간과 기생생물을 대조하며 인간성의 의미를 짚는다. 권 목사의 말대로, 각자도생이 곧 삶의 목적인 기생 생물과 달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비록 개체 하나하나는 인간이 기생생물을 이길 수 없지만, 인간이 협력을 통해 기생생물을 박멸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때 <기생수: 더 그레이>는 사회성을 이해하는 두 방향성을 보여준다. 우선 권 목사의 길이 있다. 그는 인간에 맞서려면 인간처럼 사회와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어서 자기 뜻을 관철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야욕을 드러낸다. 즉, 그에게 사회성이란 권력이다.
반면에 인간의 길도 있다. 정수인과 설강우에게 사회성은 곧 믿음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타인을 믿는다. 정수인은 김철민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최준경이 자기를 체포하려는 순간에도 기생생물을 막으려는 그녀의 진심을 믿는다. 설강우도 다르지 않다. 사람을 믿는 정수인이 너무 순진하다는 하이디에게 그는 인간이란 집단에 속해야만 비로소 살 수 있다고 일러준다.
그들이 버려진 존재이다 보니 그 믿음은 더 의미심장하다. 정수인은 가족에게, 설강우는 몸담았던 폭력 조직으로부터 버려졌다. 김철민은 가장 믿고 의지한 파트너에게 배신당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다른 사람을 믿는다. 자칫 순진하고, 맹목적인 것처럼 보이는 신뢰 덕분에 인간은 기생생물을 무찌를 수 있다. <기생수: 더 그레이>가 인간이라는 사회적 동물의 본질을 다루는 영리한 이야기인 이유일 수 있었던 이유다.
캐릭터는 희생한다
다만 <기생수: 더 그레이>의 만듦새가 아주 매끄럽지만은 않다. 우선 매력이 돋보이는 캐릭터를 찾기 어렵다. 주인공인 정수인만 해도 존재감이 크지 않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려졌지만, 인간에 대한 신뢰를 간직한다는 플롯에 충실한 도구일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수인과 하이디의 역할이 철저히 나뉘어 있기 때문. 액션은 하이디가, 드라마는 정수인이 전담한다. 그러다 보니 정수인보다 하이디가 빛나는 순간이 많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하이디에게 목숨을 의존한 결과 정수인은 자연히 수동적인 캐릭터가 된다. 둘이 소통하는 장면도 많지 않다 보니, 둘의 공조를 강조하기도 애매하다. 그 결과 정수인보다 설강우가 더 돋보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베놈>과 비교해 보면 문제가 더 분명해진다. <베놈>의 주인공 '에디 브룩'(톰 하디)은 정수인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똑같이 기생생물과 결합했다. 이때 에디는 자신과 베놈의 공통점을 살려 유대 관계를 쌓고, 액션씬에서도 함께 활약한다. 심지어 둘의 티키타카는 유머 소재로도 활용되며, 캐릭터에 매력을 더한다. 아쉽게도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는 이러한 대목을 찾아볼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연상호 감독의 고질병도 여전하다. 애니메이션에서 실사 영화로 노선을 바꿔서인지 그의 연기 디렉팅은 늘 미묘한 평가를 받았다. <부산행>만 봐도 배우들의 연기 톤이 조화를 이룬다는 느낌은 없다. <기생수: 더 그레이>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정현의 대사 톤이 유달리 과장되어 있다 보니, 브리핑 장면처럼 몰입이 순간적으로 깨지는 순간이 적지 않다. 시즌 2가 제작된다면 반드시 수정되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Acceptable 무난함
성공과 흥행의 필요조건만은 확실히 챙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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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 살아 있는 19금 스릴러 / 기생충 같은 집? / 생각보다 높은 수위 / 한 명만 다 나옴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히든페이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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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 촬영장소는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 서울 로케이션 답사영상
? 기생충 촬영지 (로케이션) 답사영상
음... 어르신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카데미의 기운을 받으러 갔습니다!!- 로케이션ㅣ주소
1. 자하문 터널ㅣ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219
2. 돼지 쌀 슈퍼ㅣ서울 마포구 손기정로 32
3. 기택 동네 계단ㅣ서울 마포구 손기정로 6길
4. 기사식당ㅣ서울 마포구 희우정로 72
5. 스카이 피자ㅣ서울 동작구 노량진로 6길 86
6. 올가홀푸드 방이점ㅣ서울 송파구 양재로 71길4
7. 박사장 집ㅣ서울 성북구 선잠로 8길"이 영화는 악인이 없으면서도 비극이고, 광대가 없는데도 희극이다."
- 봉준호, 텐아시아 인터뷰, 2019.05.31.- 기생충의 의의
한국 영화사 최초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두 번째 영국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각본상 수상작, 비영어 영화 최초 SAG 미국 배우조합상 앙상블상, 그리고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영화상 수상작- 스태프
감독: 봉준호
각본: 봉준호, 한진원
윤색: 김대환
원작: 봉준호
제작투자: 이미경, 허민회
제작: 곽신애, 문양권
프로듀서: 장영환
조감독: 김성식
출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박명훈 외
촬영: 홍경표
미술: 이하준
음악: 정재일
음향: 최태영
편집: 양진모
장르: 드라마, 블랙코미디, 스릴러
제작 기간: 2018년 5월 18일 ~ 2018년 9월 19일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기생충촬영지 #봉준호수상소감 #봉준호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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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빙,파라마운트+ <옐로우재킷> 공식 예고편
북미를 뒤흔든 최고의 화제작 국내 상륙! 누구도 알아서는 안될 25년 전의 비밀이 드러난다! 모든 장르를 뛰어넘은 형언할 수 없는 압도적 서스펜스 파라마운트+ 독점 [옐로우재킷] 6월 16일 티빙 대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