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06 12:29:44
1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대작 영화의 대가 마이클 만의 복귀작 <페라리> 개봉

2025년을 맞이한 지 어느새 일주일이 지난 지금!
신년을 맞은 극장가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금주에는 대작 영화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대표적인 감독 마이클 만의 신작 <페라리>부터 ‘천재 작가’라고 불리우는 아사노 이니오의 SF 만화를 원작으로 한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파트1>, <히든페이스>에 이어 빠르게 차기작으로 돌아온 박지현 주연의 <동화이지만 청불입니다>, 세계적인 팝 스타 퍼렐 윌리엄스의 이야기를 레고 무비로 담은 <피스 바이 피스>까지 고루고루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번 주 관객의 선택을 받게 될 영화는 무엇일까요?
페라리
FERRARI

개요: 드라마 | 미국, 이탈리아, 영국 | 131분
감독: 마이클 만
주연: 아담 드라이버, 페넬로페 크루즈, 쉐일린 우들리
개봉: 2025.01.08.
배급: CJ ENM

줄거리
1957년, 전세계를 뒤흔든 '페라리'의 충격 실화가 드러난다!
파산 위기에 놓인 '엔초 페라리'. 회사 존폐의 기로에서 사사건건 충돌하는 아내 라우라. 아들 피에로를 페라리 가로 인정하라고 압박하는 또다른 여인 리나.
평생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지기 직전인 1957년 여름, 이탈리아 전역 공도를 가로지르는 광기의 1,000마일 레이스 '밀레 밀리아'에서 엔초 페라리는 판도를 뒤집을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는데...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파트1
Dead Dead Demon's Dededede Destruction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20분
감독: 토모유키 쿠로카와
주연: 이쿠라, 아노, 타네자키 아츠미, 시마부쿠로 미유리, 오오키 사에코, 와키 아즈미, 시라이시 료코
개봉: 2025.01.08.
배급: (주)올랄라스토리, 롯데컬처웍스(주)롯데시네마

줄거리
정체불명 초거대 우주 모함 도쿄 상공 출현! 내일 지구가 폭망해도 오늘을 즐기는 하이텐션 고교 라이프! 3년 전 그날 이후 조용하지만 착실히 멸망은 진행 중…
아이도 어른도 아닌 우리, 일상도 비일상도 아닌 그때. 모든 게 불확실했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선명했습니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절대적’이란 것!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FORBIDDEN FAIRYTALE

개요: 코미디 | 대한민국 | 109분
감독: 이종석
주연: 박지현, 시원, 성동일
개봉: 2025.01.08.
배급: ㈜미디어캔, ㈜영화특별시SMC

줄거리
동화 작가가 꿈이지만 현실은 불법 음란물 단속팀 새내기인 ‘단비’는 스타 작가를 찾던 성인 웹소설계 대부 ‘황대표’와 우연한 사고로 노예 계약을 맺게 되면서 하루아침에 19금 소설을 쓰게 된다.
생전 접한 적 없는 장르를 집필하는 데 난항을 겪던 ‘단비’는 음란물 단속을 하다 권태기에 빠진 선배 ‘정석’의 응원과, 친구들의 생생한 경험담에 힘입어 어느새 자신도 알지 못했던 성스러운 재능을 발견하게 되는데…
피스 바이 피스
Piece by Piece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93분
감독: 모건 네빌
주연: 퍼렐 윌리엄스, 스눕 독, 스웬 스테파니, 켄드릭 라마, 저스틴 팀버레이크
개봉: 2025.01.08.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제 이야기를 레고로 만들면 쩔거 같지 않아요?”
창조의 귀재, 현존 최고의 아티스트 ‘퍼렐 윌리엄스’ 제이 지, 켄드릭 라마, 저스틴 팀버레이크, 스눕 독의 샤라웃을 받은 음악의 신 그가 하는 모든 것은 모두 작품이 된다!
레고로 그려내는 ‘퍼렐윌리엄스’의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가 온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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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주 차 개봉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의 상영작 <둠둠>의 개봉부터
1984년을 시작으로 여전히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래곤볼 시리즈 <드래곤볼 슈퍼: 슈퍼 히어로>의 개봉까지!
그럼 9월 둘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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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드래곤볼 슈퍼: 슈퍼 히어로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00분
감독: 코다마 테츠로
출연: 노자와 마사코, 후루카와 토시오 등
개봉: 2022.09.14
배급: 소니픽처스코리아
줄거리
레드리본군은 손오공의 손에 절멸했다.
그러나 레드리본군의 정신을 계속해서 이어받고 있던 몇몇 사람들이
궁극의 인조인간 ‘감마1’과 ‘감마2’를 만들었다.
이들 두 인조인간은 자신을 ‘슈퍼 히어로즈’라 부른다.
이들이 피콜로와 손오반을 공격하기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1984년 만화책으로 선보인 후 수많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 인기를 끈 드래곤볼.
지난달 19일 북미에서 개봉과 동시에 <불릿 트레인>과 <탑건: 매버릭> 등을 제치고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영화이다.
9명의 번역가
ⓒ 네이버 영화
개요: 미스터리 | 프랑스 | 105분
감독: 레지스 로인사드
출연: 올가 쿠릴렌코, 알렉스 로더 등
개봉: 2022.09.14
배급: (주)이놀미디어
줄거리
화제의 베스트셀러 ‘디덜러스‘.
이 책의 마지막 장 출판을 위해 9개국의 번역가들이 고용된다.
결말 유출을 막기 위해 아무도 나갈 수 없는
지하 밀실에서 작업을 시작한 그들.
하지만 곧 첫 10페이지가 인터넷에 공개된다.
그리고 편집장 ‘에릭’에게 도착한 한 통의 메시지.
"돈을 보내지 않으면 다음 100페이지를 공개하겠다.”
‘에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범인을 찾으려 하고,
번역가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번역가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 프랑스어부터 그리스어, 러시아어, 이탈리어 등 10개의 언어를
한 영화 안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로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
오! 마이 고스트
ⓒ 네이버 영화
개요: 코미디 | 한국 | 98분
감독: 홍태선
출연: 정진운, 안서현, 이주연 등
개봉: 2022.09.15
배급: (주)디스테이션
줄거리
귀신 보는 것이 유일한 스펙인 신입 FD ‘태민’(정진운)은
어렵게 취업한 스튜디오에서 야간 순찰을 돌던 중
갈 곳 없는 붙박이 귀신 ‘콩이’(안서현)를 만나게 된다.
눈만 마주쳤다 하면 티격태격하던 일상 속 어느 날,
이들의 유일한 일자리이자 잠자리인 스튜디오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발생하는데…관전 포인트
인간과 귀신의 팀플레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설정이 매력인 영화이다.
정진운 배우의 제대 후 첫 작품이며, <옥자>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안서현 배우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귀멸의 칼날: 장구저택 편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87분
감독: 소토자키 하루오
출연: 하나에 나츠키, 키토 아카리 등
개봉: 2022.09.15
배급: BoXoo엔터테인먼트
줄거리
꺽쇠 까마귀가 일러준 다음 임무지는 남남동.
임무로 향하는 도중 탄지로는 최종 선별에서 만난 동기 검사인 아가츠마 젠이츠를 우연히 만난다.
젠이츠의 소극적인 태도에 애를 태우면서, 탄지로는 산의 오지에 있는 저택에 다다른다.
그곳에는 장구로 저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혈귀의 모습이 보이고,
심지어 멧돼지 얼굴의 기괴한 남자가 나타나는데…관전 포인트
지난 달에 개봉했던 <귀멸의 칼날: 아사쿠사 편>의 후속편인 작품이다.
<귀멸의 칼날: 장구저택 편>은 '귀살대' 대표 3인방이 처음으로 결성하는 순간이 나오기에
더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홈리스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83분
감독: 임승현
출연: 전봉석, 박정연 등
개봉: 2022.09.15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줄거리
이사를 앞둔 어린 부부 ‘한결’과 ‘고운’,
하지만 설렘도 잠시, 보증금 사기를 당한 것을 알게 된다.
갈 곳이 없어 막막해진 ‘한결’은 ‘고운’을 데리고 어떤 집으로 향한다.관전 포인트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서 CGV 아트 하우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청년 빈곤, 주거 문제, ,노인 고독사 등 사회 이슈를 흡입력 있게 다루었다.
둠둠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01분
감독: 정원희
출연: 김용지, 윤유선, 박종환 등
개봉: 2022.09.15
배급: 영화사 진진
줄거리
자신에게 집착하는 엄마 때문에 전부였던 음악을 놓아버린 DJ 이나
길을 걷다 우연히 들려온 비트에 디제잉을 다시 하기로 결심하고
베를린에 갈 수 있는 오디션에 참가하는데...관전 포인트
세계 영화제를 휩쓴 단편 <벨빌> 정원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화제를 모았다.
그동안 영화에서 보지 못한 일렉트로닉 음악, 디제잉을 소재로 다루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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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고발 영화에서 중립적 자세가 가능한가? 혹은 필요한가
<마이클무어 화씨9/11>
마이클무어 감독의 <화씨 9/11>은 미국 2001년 9월 11일 911테러와 그 당시 미국 행정부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정권 비판을 담은 내용이다. <화씨 9/11>은 자극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정치 이야기로 가득하다. 초반에 영상을 볼 때는 음모론처럼 느껴질 정도로 편파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점점 다큐멘터리가 진행되면서 그가 내세운 이야기들에 공감을 하는 ‘나’를 보게 됐다. 그리고 비단 미국의 상황만이 아닌 우리 나라의 모습도 떠올랐다.
국가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이 다큐에서는 국민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었다. 국민은 국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국민들 대표해서 우리 모두 잘 살기 위해서 뽑은 대통령이지만, 국민보다는 자본에 의해 움직이게 되었다. 자본으로 움직이게 된 국가는 테러와 전쟁을 일으킨다. 그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그들은 명확한 실체를 향해 고민해보지 못한다.
이라크 전쟁에서 자신의 가족을 하루 걸러 장례를 치루면서도 알라신에게 복수해달라고 외칠 수 밖에 없었던 이라크 국민들이 있다. 그리고 빈곤한 마을에서 태어나 군대에 입대하면 더 많은 세계를 경험해 볼수 있다는 말에 입대를 하여 사람들을 죽이고 괴롭히며, 자신 또한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공포에 사로 잡혀 살고 있는 미군이 있다.
그리고 희생당한 사람들의 가족들은 끊임 없는 고통 속에 살아간다. 이 실체를 부시 행정부에 포커스를 맞춘 마이클 무어는 끊임없이 부시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의 정권이 잘못 되었다고 말한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고 많은 국민들에게 잘못된 이야기를 하며 전쟁을 일으킨 이유를 우리는 알아야한다.
<김일란, 이혁상 공동정범 >
김일란, 이혁상 감독의 <공동정범>은 용산 참사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참사 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인간의 도덕성, 신뢰, 믿음, 분노 등의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고 트라우마를 어떻게 수용하며 살아가는 지에 대한 모습도 확인해볼 수 있다.
용산 참사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모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아프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하며 왜 화재가 났는가? 그리고 왜 그들은 사망했는가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대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쉽게 진실을 판명할 수 없다. 솔직히 진실을 판명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미 망루는 사라졌고, 남은 것은 화재 속 어둡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 화재의 불빛 속 기억들로만 조각난 기억을 맞추고 있다. 이것으로는 진실을 규명하긴 어렵다. 그렇기에 그들이 더 고통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그들이 망루로 향해야만 했던 이유는 남들이 보면 테러범들이자 폭동들이지만 그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신념이자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들이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 이라는 가정은 없다. 철거민들과 그의 연대는 화염병을 모으며 망루를 만들고 그 속에서 버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없애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들을 물대포를 쏘고 억지로 끄집어 내기 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들어줬으면 상황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라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망루를 향해 물대포를 쐈으며 그 속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일어나고 사망자가 발생하고 살아남은 자들은 공동정범으로 징역형에 처했다.
<두 다큐의 차별성과 공통점>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고 이끄는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개인의 신념을 조작하거나 이용하기도 한다.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과 김일란·이혁상의 <공동정범>을 통해서 본다면 각기 다른 사회적·정치적 배경 속에서 국가가 개인의 믿음을 조작하고, 때로는 이를 이용하여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하지만 이러한 신념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환경과 경험에 따라 변화한다.
두 작품은 미디어와 법을 통해 어떻게 국민을 통제하는 지 보여 준다. <화씨 9/11>에서 마이클 무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9·11 테러 이후 미국 국민의 애국심을 자극하고, 이를 이라크 전쟁 정당화에 이용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미디어를 통해 공포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전쟁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는 방식은 전형적인 국가 권력의 선전 전략이다. 정부는 미디어를 장악하고 애국심을 강조함으로써 국민들이 비판적 사고 없이 국가의 결정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
반면, <공동정범>은 한국 사회에서 국가가 법과 공권력을 이용하여 국민을 통제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용산 참사 사건에서 철거민과 연대인들은 강제 퇴거 과정에서 여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국가 권력은 이 사건을 ‘폭력적인 시위’로 규정하며, 생존자들을 범죄자로 몰아갔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법과 제도를 활용해 사회적 약자들을 배제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두 사례를 비교하면, 미국은 패권국가로서 전쟁을 정당화하는 방식을, 한국은 소수자들의 사회적 갈등을 국가가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를 탄압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국가 권력은 개인의 신념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이를 통해 국민을 통제하려 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가진다.
<화씨 9/11>에서 미군들은 애국심을 이유로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다. 하지만 전쟁의 실상을 경험한 후 신념이 흔들린다. 이는 신념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경험과 새로운 정보에 의해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국가가 조작한 정보만을 접할 때 신념은 쉽게 형성되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른 현실을 접할수록 개인은 자신의 믿음을 다시 검토하게 된다.
<공동정범> 또한 용산 참사 생존자들은 처음에는 국가의 폭력에 저항했지만, 법적 처벌을 받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면서 서로를 의심하고 갈등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사건을 회고하고, 과거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신념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특히, 이 다큐멘터리는 단순히 사건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서, 인물들이 자신의 신념을 되돌아보고 재구성하는 과정 자체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가진다.
정치고발 영화에서 중립적인 자세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보면서 관객 스스로가 판단하고 정립해나가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가 정말로 맞는가, 아닌가, 찾아보고 고민해보면서 가꿔나가야할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여러가지 다양한 정보를 접하면서 자기 검열을 해나가야 한다고 느낀다.
이 두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참 정치인들은 취약 계층의 말은 들어주지도 않고 그저 무시하고 외면한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또는 다른 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움직인다고 말하지만 정작 국가를 움직이게 하는 국민이란 매우 소수라고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국가 속에서 살아가야한다.
그리고 신념을 가지고 살아간다. ‘신념’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 ‘신념’이 뭐길래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또 그것에 의해 살아가는 지에 대해 고민이 되었다.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정부의 말을 무조건 적으로 믿어서는 안되는것 같고, 그렇다고 모든 말을 무시하고 화염병을 만들고 망루를 세워서 폭력 시위를 하는 것도 안 될 것같다. 올바른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그리고 이 신념이 올바르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검열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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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각자의 누에고치 안에서
Director] 팜 티엔 안 PHAM THIEN An
Program note]
호치민시의 시끌벅적한 야외 식당. 세 남성이 대화를 나누던 중 바로 옆 도로에서 오토바이 사고가 난다. 늘 있는 일이라 별 관심이 없는 티엔. 하지만 알고 보니 사고 피해자가 다름 아닌 티엔의 형수이다. 티엔은 졸지에 사망한 형수의 시신과 홀로 남겨진 다섯 살배기 조카를 시골 고향으로 데려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리고 이들을 남겨놓고 떠난 형을 찾는 것도 티엔의 몫이다. 베트남의 신예 감독 팜 티엔 안의 장편 데뷔작. ‘신예’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놀랍도록 아름다운 영상과 흡입력 있는 연출로 삶과 믿음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시한다. 올해 칸영화제에 출품되어, 1993년 트란 안 홍 감독의 <그린 파파야 향기> (1993) 이후 30년 만에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베트남어 영화로서 평단의 극찬과 함께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알렸다. (부경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좋아하는 순간이 참 많지만, 영화가 상영되기 전 감독의 짤막한 인사 영상을 보는 순간도 내게는 큰 즐거움이다. 팜 티엔 안 감독은 영화의 호흡이 아주 느리다면서, 1/3만 참고 보면 그 이후로는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기 어렵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되지 않아 나는 이 영화에 매료되고 만다. 영화에 대해 잘 모르는 내 눈에도, 미장센이나 사운드가 너무 훌륭해서 모든 장면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장면에서 장면으로 연결되는 방식 하나하나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껌 파는 인형 탈과 스포츠 경기를 보며 왁자지껄한 사람들, 맥주를 홍보하는 여성 아르바이트생과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고한 표정으로 영생을 말하는 친구. 그 대비 안에서 하나의 생이 거두어지는 사고가 일어나는 또 하나의 대비. 기차처럼 흘러가는 병실의 풍경을 지나고 지나, 고인의 유류품을 전달받는 병원 사무실은 공간을 뚫듯이 보여준다. 저녁거리를 사러 나왔다가 작은 새를 줍는 장면, 이어지는 결혼식 촬영 장면 또한 대비와 대비를 계속 이어가며 생(生)을 생각하게 한다. 분명 감독의 말대로 호흡이 느리지만, 미장센과 사운드가 들려주는 말이 워낙 많아서 느려도 느리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영화를 잘 모르는 스스로가 아쉬울 만큼, 카메라의 시점이 흥미로웠다. 고향으로 돌아와 거행되는 장례 행렬은 마치 묘지에서 바라보는 듯한 시점으로 찍혀 있고, 이어 땅을 파는 장면은 관이 아닌 새를 묻는 장면이었다.
시신 염습을 도와준 이웃 노인과의 대화는 어둑한 집안이 보이지 않는 창문을 배경으로 목소리만 들려오다가 대화가 한참 진행된 후에야 노인의 집안 벽을 훑어 준다.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그렇게 전달되는 것임을 암시하기라도 하듯이. 인생의 전리품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던 노인은 전쟁 당시 자신의 갈비뼈를 관통했던 총알을 보여주는데, 그 직후 갈비뼈 자리를 만져보는 티엔의 모습은 예수의 부활을 의심하며 옆구리를 만져 보았던 제자 도마를 떠올리게 한다.
죽음은 영원한 기쁨이라는 말을 써 붙여 놓은 가톨릭 장례식 이후, 식구들은 장례 단 앞에 모여서 기도를 하고, 우중에 전깃불은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데 황금빛 나비가 날아간다. 죽은 자의 영혼이 나비라면, 죽음이 나비가 되는 거라면, “노란 누에고치 껍데기 속”은 삶이 아닐까.
티엔은 “노란 누에고치 껍데기 속” 같은 삶에서 번민한다. 형수의 유류품에 있던 한 장의 결혼 사진, 사랑이 영원하길 비는 문구가 담겨 세월 따라 낡아 버린 사진 속 형과 형수를 가만 바라보면서. 신의 계획이란 과연 무엇인지. 왜 형은 떠난 것이며, 형수의 목숨은 거두어졌는지. 그러나 우리는 삶을 조망하면서 무엇을 알 수 있을까. 고치 안 번데기는 차곡차곡 변신로봇처럼 모양을 바꾸는 게 아니라, 애벌레였던 몸을 완전히 녹였다가 새로이 만들어진다. 고요해 보이는 누에고치 껍데기 속에서는 격렬한 변화의 과정이 있는 것이다. 삶도 어쩌면 그렇지 않을까. 티엔이 사랑한 사람들이 자꾸 티엔의 삶을 떠나갈 때, 이해할 수 없는 삶을 티엔으로서는 결결이 살아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별도 사랑도 모두 녹여내어 변태하는, 누에고치 안의 시간을 티엔도 겪어낸다.
후반부에 만난 마을의 할머니는 “사람이 온 천하를 얻어도 자기 영혼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겠냐는 성경의 말을 인용한다. 이를 달리 말하면, 자기 영혼을 얻는다면 온 천하를 잃어도 괜찮다는 대우 명제가 될 것이다. 티엔은 어두운 세상을 계속해서 걷는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순간도 있고, 궂은 비를 맞으며 지치는 시간도 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걸어가고 흘러간다. 각자의 누에고치 안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견고해질 삶을, 알 수 없어도 우리는 계속 그렇게.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2023. 10. 04-13) 상영시간표]
10월 06일 11: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9관 (106)
10월 10일 16: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9관 (415)
10월 11일 16: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8관 (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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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계는 기록되지 않는다. 그러나 감각되고 기억된다.
7★/10★
모계는 기록되지 않는다. 유전적‧정서적으로 부계보다 모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 과학이고 현실이지만 어쨌든 우리는 ‘공식적으로는’ 부계에 기입된 존재다. 그러나 기록되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교토에서 온 편지〉는 세 자매와 엄마의 삶을 좇으며 이 기록되지 않은 계보가 어떻게 복원되고 활성화되는지를 보인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난 후 세 딸은 엄마와 함께 삶을 꾸렸다. 첫째 혜진은 의류매장 매니저로 일하며 ‘K-장녀’로서 집안의 생계를 주로 책임지고, 둘째 혜영은 작가를 꿈꾸고 서울로 향했으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부산의 고향 집으로 내려온 상태다. 막내 혜주는 엄마와 언니들 몰래 춤을 배우며 서울에서의 생활을 꿈꾼다.
화자는 세 자매의 엄마다. 평생 돌봄으로 가정을 꾸려온 화자는 지금도 노인에게 도시락을 전하는 일을 하며 돌보는 일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런 화자에게 치매가 찾아온다. 자꾸 무언가를 깜빡하고 급작스레 딸을 호출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평생 남을 돌봐온 화자지만 정작 자신이 돌봄이 필요한 상태가 되자 당황스럽다. 집에 머물며 세 딸 중 화자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혜영은 엄마의 치매 진행을 늦추기 위해 자주 옛 기억을 들추며 엄마가 과거를 회상하게 한다.
화자와 혜영의 대화는 엄마가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였다는 데 이른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부모의 서로 다른 국적을 밝히면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환대받지 못한다는 걸 배운 화자는 혜영에게조차 이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지 않는다. 그러던 중 혜영은 엄마에게 온, 일본어로 쓰인 편지를 본다. 화자가 한국으로 넘어올 때 제대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채 헤어진 엄마가, 즉 세 자매의 외할머니기 보낸 편지였다.
화자가 감추고 싶은 기억이 조금씩 드러나는 동시에, 세 딸이 버텨내는 현실의 무게는 점차 버거워진다. 혜진은 꿈만 좇는 ‘무책임한’ 동생들과 돈을 버느라 소진되어가는 자기 삶이 안타깝고, 혜영은 자꾸만 멀어지는 꿈 때문에 괴로운 상태며, 혜주는 엄마와 언니가 자기 꿈을 응원해주지 않는 상황이 불만이다. 그리고 치매에 걸린 화자의 침울함과 각기 다른 이유로 촉발된 세 딸의 분노가 한자리에 모여 동시에 분출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러나 오히려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 보인 후 새로운 국면이 도래한다. 각자에게 기대되는 통상적 가족 역할을 말없이 수행하는 대신, 그 역할과 자신의 현재가 어떻게 부딪히는지를 쏟아내자 기존과는 다른 관계를 정립할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화자도 마찬가지다. 화자는 꼭꼭 감춰온 속내를 꺼낸다. 화자는 교토에 가고 싶다. 오래전 편지에 적힌 주소를 찾아서.
세 딸과 함께 간 일본. 편지의 발신지는 정신병원*이었다. 그러나 너무 오래전 환자라 기록이 남아 있질 않았다. 즉 공적 기록으로는 혜진, 혜영, 혜주 그리고 화자의 모계를 더는 추적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여성들은 비록 공적 기록으로 남기지는 못했더라도 일상적 돌봄과 서로에 대한 연민/연대의 마음으로 관계를 다져왔다. 세 자매와 화자가 모계를 복원하는 데 ‘실패’했음에도 그 실패를 함께 겪어냈다는 감각으로 현실에서 새로운 자리를 벼려내듯이. 이들의 이야기는 무한히 다채로운 모녀 관계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관계 역동이 빚어내는 재생산/돌봄 노동에 빚진 사람에게 잔잔한 위로를 전한다. 딱딱한 공적 기록으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을 무언가 찐득한 것이 기록되지 않은 모계를 새로이 의미화해나간다는 데서 오는 위로 말이다. 현실에 착근한 이들의 이야기는 기록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경계를 질문하며 ‘기록할 만한 것’의 영역을 넓힌다. 감각되고 기억됨으로써. 사라지지 않고 존재함으로써.
*‘정신병-치매-세 자매의 현재적 고난’이라는 연관관계로도 가부장제하에서의 모계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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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5일 | 언론이 놓친 미덕을 비극으로부터 찾아내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을 현지 생중계 중이던 미국 ABC 방송국 스포츠팀. 어느 날 새벽, 올림픽 선수촌에 총성 여러 발이 울러 퍼진다.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대표팀 숙소에 침입해 인질극을 벌인 것. 사건의 심각성을 깨달은 ABC 스포츠 사장 '룬 알리지'(피터 사스가드)는 본사 국제부 대신 스포츠팀이 뉴스를 보도하기로 결정한다.
이에 스포츠 운영 총괄자 '마빈'(밴 채플린)은 타 방송국과 위성 시간대를 바꾸는 협상에 돌입하고, PD '제프리'(존 마가로)도 독일인 통역사 '마리안네'(레오니 베네쉬) 도움을 받아 인력과 카메라를 새로 배치한다. 갑자기 시작된 인질극 단독 생중계에는 시청자 9억 명이 몰리며 대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ABC 스포츠팀의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경찰의 진압작전이 시작된 순간, 테러범들도 자신들의 방송을 보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
피할 수 없는 비극을 파헤치다
1972년 9월 5일. 뮌헨 올림픽이 한창이던 때에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인 '검은 9월단'이 비밀리에 올림픽 선수촌에 난입했다. 그들은 이스라엘 올림픽 대표팀 선수 5명, 심판 2명, 코칭스태프 4명, 총 11명을 인질로 잡고 이스라엘에 구금된 팔레스타인 포로 234명의 석방을 요구했다. 서독 경찰에 의해 범인들은 모두 사살 또는 체포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경찰 한 명과 인질 전원도 사망했다.
'뮌헨 올림픽 참사'의 원인으로는 여러 요소가 지목된다. 서독 경찰의 경우 대규모의 조직적 민간인 인질극을 예상하지 못한 나머지 테러 진압 작전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언론도 경찰 못지않게 비판받았다. 사건 당시 선수촌 상황이 TV로 생중계된 나머지 테러리스트들이 TV를 보면서 서독 경찰의 진압 작전을 실시간으로 파악한 후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
물론 언론 입장에서도 변명거리는 있다. 대규모 테러 인질극 보도는 전례가 없었기에 발생한 실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9월 5일: 위험한 특종> (이하 <9월 5일>)은 참사 당시 언론의 대응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며, 그보다는 언론 내부의 메커니즘이 필연적으로 만들어낸 오류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9월 5일>의 건조한 비판은 살이 아리듯 날카롭다. 반 세기가 지난 현재에도 유효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내부만 들여다보다
<9월 5일>의 가장 큰 특징은 선택과 집중이다. 영화는 뮌헨 올림픽 참사를 다루고 있지만, 직접 묘사하지는 않는다. 테러리스트가 작전 계획을 짜고, 선수촌 내부로 진입하고, 인질을 사로잡고, 경찰과 대치하는 식의 이미지는 단 한 컷도 등장하지 않는다. 애초에 카메라는 ABC 올림픽 스튜디오 외부 광경 자체를 안 비춘다. 테러리스트와 인질이 탄 헬리콥터를 보기 위해 주인공들이 밖으로 나가는 장면 정도가 몇 안 되는 예외다.
그 대신 간접적인 수단을 활용해 상황을 연출한다. 선수촌에 몰래 잠입한 현장 기자들의 전화나 무전, 선수촌을 내려다보는 카메라에 잡힌 장면, 도청한 서독 경찰의 무전 및 경찰의 공식발표가 적힌 팩스 등. 이는 두 가지 효과를 가져다준다. 우선 등장인물도, 관객도 외부 상황을 알 수 없기에 매 순간 서스펜스가 극대화된다. 한편으로는 이미 유명한 사건보다는 사건을 다루는 언론에게만 집중하겠다는 선언처럼도 느껴진다.
흥미롭게도 <9월 5일>이 묘사하는 언론의 모습은 다른 영화에 등장한 언론과는 다르다. 언론을 다루는 영화는 대체로 기자 개개인의 취재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스포트라이트>는 '스포트라이트' 팀 기자들이 가톨릭 사제 아동 성추행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취재원과 접촉하고, 과거 자료를 분석하는 모습을 따라가는 구성을 취했다.
<9월 5일>은 다르다. 이 작품은 기자들이 어떻게 취재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이 영화는 오로지 언론 내부의 의사결정 상황에 주목한다. 누가 선수촌으로 가고 앵커와 PD는 누가 맡을지, 경찰 소식은 어떻게 확인할 것이며, 스포츠팀이 테러 소식을 전할지 아니면 미국에 위치한 본사에서 이 뉴스를 담당할지 등. 뉴스 한 꼭지가 만들어지기까지 언론 내부에서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침착하게 따라간다.
신속함과 생생함이라는 허상
그 덕분에 <9월 5일>은 언론인을 혼란에 빠트리는 두 가지 딜레마를 포착할 수 있다. 주인공들은 매번 선택을 내려야 하는 분기점마다 현장감과 윤리, 신속함과 정확성 사이에서 고뇌한다. 무엇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언론의 가치이지만, 양립하기는 어렵기 때문. 결국 그들은 윤리보다는 현장감, 정확성보다는 신속함을 우선순위로 두기로 결정한다.
이 선택은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일례로 제프리는 ABC 스튜디오가 선수촌 바로 옆에 위치했다는 이점을 살리기로 결정한다. 스튜디오 카메라 두 대를 밖으로 빼서 선수촌을 생중계하여 가장 생생한 그림을 시청자에게 보여주겠다는 것. 하지만 이는 상술했듯이 비극적 결과를 초래한다. 경찰의 선수촌 진입 작전을 테러리스트에게 일러바치는 꼴이 됐기 때문. 현장감을 살리려다가 뉴스 당사자들을 고려하지 못한 우를 범한 셈이다.
정확성보다 신속함을 우선순위에 둔 결과물도 처참하다. 경찰이 공항에서 테러범을 모두 사살하고 인질을 구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제프리는 이를 곧장 속보로 내보낸다. 다른 방송사나 언론사보다 늦을 경우 ABC의 신뢰성과 지위가 손상될 수 있다고 걱정하면서. 그 결과 오보가 전 세계에 퍼져 나간다.
두 장면 모두 저널리즘의 본질적 약점을 보여준다. 다른 방송사, 언론사와의 경쟁 때문에 필연적으로 평가절하되는 가치와 우선시되는 가치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다른 방송사보다 신속하게 생생한 현장을 보여줘야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으니까. 마빈처럼 현장감에 앞서서 윤리를, 신속함보다는 정확성을 고려하자는 의견은 최초, 단독, 속보라는 타이틀이 가장 중시되는 언론 생태 내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의 미덕
이 지점에서 주목할 만한 장면이 눈에 띈다. 바로 영화가 호흡을 고르는 컷들이다. <9월 5일>은 급박한 사건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한 번씩 템포를 늦추면서 템포를 조절한다. 인질로 잡힌 이스라엘 선수와 코칭스태프 사진을 방송에 내보내기 위해 크기를 키우고, 생중계 화면에 자막을 삽입하기 위해 알파벳 모형을 재배치하며, 현장 기자가 찍은 영상 중 필요한 장면만 편집하는 모습을 비추는 식이다.
흥미롭게도 모든 작업은 아날로그로 이루어진다. 사진 크기를 키우려면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재촬영한 뒤 인화해야 한다. 알파벳 모형도 담당자가 손으로 배치하고, 필요한 영상도 전체에서 직접 잘라내야 한다. 현재 방송사의 디지털화된 뉴스 제작 방식에 비하면 일견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이처럼 품을 들이는 과정 덕분에 제프리와 그의 팀은 시청자에게 정보를 가장 정확하게 전달할 방법을 충분히 검토한 뒤 결정할 여유가 생긴다.
바로 이 지점에서 <9월 5일>의 의도는 명확해진다. 아무리 급박해도 언론은 한 템포 끊을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 실제로 룬과 마빈은 생중계 도중 인질이 살해당할 경우 뉴스를 끊어야 할지를 두고 대립한다. 하지만 그들이 뉴스 스튜디오 밖에서 한 박자 쉬어가자 제프리의 입에서 둘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절충안이 튀어나온다.
그와 반대로 단독과 속보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 제프리는 인질 구출 소식을 크로스체크해야 한다는 마빈의 의견을 묵살한다. 그 순간 ABC는 제프리가 한 템포만 끊고 현장에 나간 마리안네의 연락만 기다렸어도 막을 수 있었던 희대의 오보를 내보내고 만다. 이 두 장면의 대조는 한 번 쉬어갈 줄 아는 미덕과 여유의 중요성을 강조해 준다.
반 세기 전 사건을 다시 보는 이유
이는 1972년에 발생한 사건을 2025년에 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요즘 언론에게 신속한 정보 전달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언론이 다루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가 SNS에서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이기 때문.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의 뼈아픈 실수를 조명하는 <9월 5일>의 함의는 분명하다. 지금은 속보, 단독 경쟁이 아니라 한 호흡 쉬어가는 여유를 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보도 형태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과연 언론이 변화할지는 <9월 5일>도 명확히 답하지 못한다. 제프리는 자신이 오보를 책임지겠다며 자책한다. 하지만 룬은 다음 날을 위해 쉬라고 격려할 뿐 별다른 질책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풀 죽은 제프리가 룬의 사무실을 나설 때, 다른 동료는 잔뜩 흥분한 채로 룬에게 새로운 아이템을 제안한다. 총격전이 발생한 공항에 헬기를 비롯한 잔해가 남아 있을 테니 가장 먼저 그 현장을 찍어서 보여주자고.
그 순간 제프리의 자책에서는 언론의 변화를 바라는 소망이, 다른 동료의 아이디어에서는 이전 관습을 되풀이하려는 언론에 대한 회의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바로 이 장면 때문에 희망과 의구심이 순간적으로 교차되는 <9월 5일>의 결말은 특히 인상적이다.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선택권을 넘기면서 균형성과 공정성이라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손수 실천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
물론 <9월 5일>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캐릭터가 단순히 도구에 머무른다. 각 주인공의 개인사가 일절 언급되지 않다 보니 관객은 그들과 교감할 방법이 없다. 그들이 자기 결정에 대해 후회하고, 그 결과 때문에 좌절하더라도 감정적 동요가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차분하고 침착한 수준을 넘어서서 건조해진다.
이는 비슷한 결의 작품인 <스포트라이트>와의 결정적인 차이다. <스포트라이트>는 가톨릭 교회와 연이 있는 기자들이 가톨릭 교회의 범죄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배신감, 회의감, 고뇌를 직간접적으로 녹여냈다. 이러한 감정선의 부재 때문에 <9월 5일> 마치 재연 다큐멘터리 같다. 언론 내부 사정에 관심이 없을 경우 급박한 상황 전개마저 지루하게 느껴질 가능성도 농후해진다. 역사가 곧 스포일러라서 모두가 결말을 알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세기의 차이를 뛰어 넘어서 언론의 본질, 가능성과 한계를 꿰뚫어 보는 <9월 5일>의 통찰력만큼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이 작품이 왜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제8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작품상, 제30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각본상, 편집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는지 실감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2025년의 아카데미 시상식 시즌을 본격적으로 즐길 시작점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반 세기가 지나도 여전한 한계와 반 세기가 지났기에 기대하는 가능성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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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게 올림.
<위플래시, 2014>와 <라라랜드, 2016>만으로 평단과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데미언 셔젤"의 신작 <바빌론>은 어떤 영화일까? 그에게 있어 '가장 많은 제작비 8천만 달러를 썼다'는 것도 있겠지만, "청소년 관람불가"로 결정된 표현 수위랄까? 하지만, 이런 기대들과 다르게 영화 <바빌론>은 앞서 개봉한 북미에서 혹평과 함께 흥행에 실패했다. 다가오는 "아카데미"에서도 많은 부문에 후보 지명에도 실패했는데 그 이유가 뭘까?
영화는 화려함이 극에 달하는 1920년대 미국의 한 파티장에서 사람들이 모인다. 그렇게, 짧은 인연들을 남긴 이들은 각자 "할리우드"로 들어가 그곳의 변화를 직면하게 되는데...
1. 왜, <바빌론>이어야만 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영화 <바빌론>은 상당히 어려운 작품이다.
이런 이유에는 1920년대 미국 사회의 분위기와 문화, 그리고 영화가 겪었던 변화의 변곡점을 알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배경으로 삼은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본다면, 주인공 "개츠비"는 금주령이 있던 시절 술을 팔아 경제적인 부호가 된 인물로 도덕적인 캐릭터는 아니다.
이처럼 겉은 화려할지 몰라도, 속으로 곯아가고 있는 게 이 시기 미국 사회의 전반이다!이를 보여주는 장면이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초반 대저택 파티이다!
굉장히 부도덕한 사건이 발생하는 데에 제시하는 해결 방안으로 큰 코끼리에 이목을 집중시켜 축 늘어진 여자를 안고 나가는 것이다!
이외에도 알고도 눈을 감아주는 경찰의 비리까지 좋은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게 그때의 미국이고, <바빌론>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그럼에도, 눈을 뗄 수 없는 이유에는 "화려함"으로 대신되는 제목 <바빌론>에 숨겨져 있다.
해당 작품에 그 어느 장면들보다 "계단"이 나와 위로 오르거나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들이 자주 내비쳐 "바벨탑"을 생각하게 만든다.
"구약성서"에서도 나오는 "바벨탑"은 하늘에 도달하려다가 무너져버린 건축물로 해석하기로는 "신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무모함"으로 볼 수 있다. - 이는 현대 사회에서 "기술의 발전" 혹은 "문명의 고도화"로도 해석된다!2. 결국, 영화에게 보내는 편지
그런 점에서 "제임스 맥케이(토비 맥과이어 분)"과 함께 터널 아래로 내려가는 장면이 이 영화가 설명하려는 상승과 하강의 이미지가 아닐까?
앞서 약에 취해 축 늘어진 여성 또한 계단 아래로 내려갔던 것처럼 해당 장면도 내려가면 갈수록 사람으로서의 권리가 사라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어찌 보면, 성경에서도 태양이 비치지 않는 지하에는 온갖 나쁜 일들이 행해지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이미지가 아닐까?그렇다고 위에 올라간다 해도 상황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자신의 피부 색깔과 성적 취향들을 숨기고 그들 사이에 숨어 있으려 한다.
어찌 보면, 1920-30년대 미국에서 가장 심했던 "인종차별"까지 언급하며 '문화적 부흥기'라고 말하기가 머쓱할 정도로 어두운 곳까지 비춘다.
하지만, 영화 <바빌론>이 관객들에게 말하고자는 하는 바는 "영화"이다.하나의 장소에서 여러 세트장을 지어 "공장"처럼 찍어내던 현장에서 하나의 스튜디오로 바뀌어가듯이 "무성"에서 "유성"까지 그 시기에 겪어나갈 영화들의 발전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사랑을 비를 타고1952>이다.
해당 작품 역시, "무성"에서 "유성"으로 넘어가는 시절의 이야기를 담아냈으며 음향에 대한 시행착오들도 에피소드로 있다. - 캐릭터들도 본다면, "넬리 라로이(마고 로비 분)"와 "라나 버몬트"의 구성이 비슷하다!3. 3줄 요약 좀...
여기에 해당 작품을 비롯하여 많은 영화들의 장면들이 쏟아져 흐르는 엔딩까지 <바빌론>이 말하려는 바는 뚜렷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기나긴 분량이 아닐까?
짧은 분량이 감독의 역량을 평가하는 건 아니지만, 이번 <바빌론>의 분량은 189분으로 그가 연출해온 <위플래시2014, 106분>와 <라라랜드2016, 128분>, 그리고 <퍼스트맨2018, 141분>보다 가장 많다!점점, 분량이 많아지는 것이 '하고 싶은 말이 많다'라는 것으로 주저리주저리 말하는 것보다 핵심만 딱! 짚어준다면 더 쉽게 알아들을 수 있지 않을까?
· tmi. 1 - '데이미언 셔젤'은 자신의 집 뒷마당에서 아이폰으로 '디에고 칼바'와 아내이자 배우 '올리비아 해밀턴'의 2시간 버전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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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주 최신 개봉영화(돈룩업, 마이 뉴욕 다이어리, 캅샵, 몬스타엑스 더 드리밍, 이상존재)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2월 1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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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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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사막의 왕> 티저 예고편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있어. 바로 평범한 삶이야.”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사막의 왕〉 티저 예고편 공개! 〈D.P.〉 김보통 작가와 왓챠의 만남! 〈사막의 왕〉은 12월 16일 왓챠에서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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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날씨의 아이> 4K UHD 예고편
비가 그치지 않던 어느 여름날,
가출 소년 ‘호다카’는 수상한 잡지사에 취직하게 되고
비밀스러운 소녀 ‘히나’를 우연히 만난다.
“지금부터 하늘이 맑아질 거야”
그녀의 기도에 거짓말 같이 빗줄기는 멈추고,
사람들의 얼굴에 환한 빛이 내려온다.
“신기해, 날씨 하나에 사람들의 감정이 이렇게나 움직이다니”
하지만, 맑음 뒤 흐림이 찾아오듯
두 사람은 엄청난 세계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데…
흐리기만 했던 세상이 빛나기 시작했고, 그 끝에는 네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