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5-01-26 13:19:47
콘스탄틴이 되고 싶었던 동은이
영화 [검은 수녀들] 리뷰
이 글은 영화 [검은 수녀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퍼 갈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경고했다.
예전에 영화 파묘에 대해 리뷰를 썼다가 악플(?)에 시달린 적이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개소리 중 하나는 살다 살다 오컬트 장르를 분석하는 인간을 다 본다.라는 뉘앙스를 담은 욕이었다.(보통 그런 사람은 브런치 계정만 있지 글이 없는 경우가 99.9%라서 그런 악플은 남겨둘 가치도 없어서 그냥 지움) 물론 그 말이 이해가 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하도 욕이 하찮아서 웃기기도 했다. 그래서 다음 오컬트 영화를 리뷰하는 날엔 그 사람이 반드시 내 리뷰를 보고 아 오컬트에 이런 매력이 있구나. 혹은 아 모든 장르마다 공식이 있다더니 오컬트도 예외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가지는 날이 오기를 바랐다.
반드시 좋은 영화여야만 했다. 덜컥 상이라도 하나 받게 되는 영화라면 어쨌거나 작품성 면에서는 무시는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알량한 생각도 있었다. 대중적이라면 오히려 더 좋을지도 몰랐다. 천만명이 봤다고 반드시 괜찮은 영화는 아닐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다면 그래도 그 악플러에겐 대중적이라는 말로 밀어붙이기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
그러나 그 ”다음 리뷰“가 하필 이 영화일 거라고는 나조차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순수하게(?) 영화에 대한 투덜거림만 늘어놓을 수 있게 되어 버렸다. 이쯤 되면 누가 악플러인지 나조차도 구분을 못 할 지경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다.
이 영화가 글러먹은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닌데 애초에 잘못된 것은 의도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감독은 10년 전 영화인 [검은 사제들]의 세계관을 따르는 스핀오프 작품이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누군가가 구마자가 되고 그런 사람을 퇴마 하는 신도들이라는 이야기의 구조는 [엑소시스트] 때부터 고유하게 내려온 오컬트 장르의 특성일 뿐. 세계관을 따른다는 말은 과하다 못해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아마도 영화의 말미에 최부제(강동원)가 등장하기 때문에 검은 사제들과 연결되어 있다, 혹은 앞으로 그가 미카엘라(전여빈)와 함께 다음 편에서 고스트 버스터(?)를 할 거라는 예상을 하게 해서 스핀오프라는 말을 붙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모든 시도들은 뻔뻔하기 짝이 없게 느껴진다.
또한 모든 것이 완벽하게 반대인 등장인물들의 성별도 나를 화나게 한다. PC적인 의도는 아니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여성 서사 어쩌고를 언급하려는 의도도 아니었어야 할 것이다. 반드시 “표절”을 피하려는 의도였어야만 그래도 화가 덜 날 것이기 때문이다.
첫 등장에서 담배를 물고 있는 유니아(송혜교)를 본 순간 깨달았다. 감독은 이 캐릭터의 설정을 앞 구르기를 하면서 봐도 영화 [콘스탄틴]에서 따왔다는 것을. 이 한 장면으로 감독은 매우 많은 면을 설명하려 했을 것이고. 또한 매우 많은 시간을 절약하려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얄팍한 의도를 숨기려면 표절을 피하기 위해 성별을 남자가 아닌 여자 캐릭터로 반드시 바꾸어야 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매우 대차게 실패해 버렸다.
송혜교라는 배우가 전작인 글로리를 통해서 어느 정도 연기력을 인정받았음에는 이견이 없지만. 감독이 원했던 비딱하면서 종교와 교리, 그리고 이단의 줄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역할에는 완벽하게 스며들 만큼의 내공은 아직 없었다. 특히 욕설을 내뱉는 연기는 마치 영화 [아수라]에서 세상 어색하게 욕을 하던 정우성이 생각날 만큼 너무도 경건하고 타격이 하나도 없어서. 저걸 진짜 오케이를 준 컷이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영화에 몰입하기 힘들었다.
캐릭터 기용에 있어서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
영화 자체를 통틀어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를 담당하고 있는 인물은 허준호 배우이다. 성직자의 몸에 깃든 악령이라니!! 그러나 영화는 구마자가 된 이후의 허준호를 그 어떤 설명이나 쓰임 없이 아주 간단하게 서사에서 아웃시켜버린다. 더 어이없는 것은 이진욱의 출연이다. 그다지 역할이 크지도 않고. 이성적인 역할, 혹은 여주인공들에게 반대하는 역할로서의 설득도 크게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마지막의 장면까지도 야무지게 출연을 하는 것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구마(퇴마)라는 것을 진행하고 실행하기 위해 일어나는 수많은 반대들과 위험성에 대해 말하려 하는 의도는 알겠지만. 문제는 이 모든 캐릭터들을 데리고 그 어떤 설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와리가리만 하다 시간만 채우는 불상사가 일어나기 때문에. 초반부뿐만 아니라 후반부로 치닫는 이 모든 시간들에서 위험성은커녕 지금 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구마를 한다고?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렇다면 과연 오컬트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도 있는 구마 의식 자체에 대한 문제가 없는가.라고 묻는다면 영화가 나를 가장 화나게 한 부분도 그 부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두 주인공이 가진 특별함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합리적(이어야만 한다 진짜)인 의심을 할 수 밖엔 없지만. 타로카드 세 장 믿고 진행하는 템빨 크로스오버 굿판이라니. 그것도 수녀가.
진정한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는 있지만. 하지만 이런 방법은 피했어야만 한다. 차라리 구마 의식 자체에 대해 반감이 있었던 미카엘라에 대해 좀 더 많이 설명했더라면 이런 이질감은 많이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시도와 의도들이 어긋나서 보는 내내 불쾌함을 감출 수 없는 영화였다.
[마치면서]
보통 좋은 영화든 안 좋은 영화든.
영화라는 것을 보고 나면 나는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줄이고 또 줄여서 리뷰를 쓰는 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 영화는 쓸 말조차 없어서 한참이고 빈 페이지를 띄운 채 다리를 달달 떨며 문장을 잡아내야 했다. 한동안은 오컬트 영화에 첫 출연하는 주연배우들의 덕을 보긴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그다지 유쾌한 결과로 기억되지는 않을 영화라는 예상을 해본다.
[이 글의 TMI]
1. 부산에서 서울로 오는 표를 못 구해 강제로 연휴를 서울에서 보내게 된 1인
2. 그릭요거트 이제 지겹다. 아침으로 뭐 먹지.
3. 백오십 년 만에 우동 먹었는데 정제 탄수 최고!!!
4. 장갑 잃어버림
#영화리뷰 #검은수녀들 #오컬트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munalogi #네이버인플루언서 #브런치작가 #송혜교 #전여빈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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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차티드 / Uncharted, 2022
한창 인터넷 방송을 보았을 때, 그때 "게임"섹션에서는 다양한 콘솔 게임들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게임들을 볼 수 있었지만, 가장 공통된 주제는 "블록버스터(영화) 뺨치는 게임"이었고 이 조건을 충족시킨 건 <언차티드>였습니다.
이런 와중에 들려온 해당 게임의 실사화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지만, 들려오는 건 '제작이 안된다'라는 말뿐이었습니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데이비드 O. 러셀"을 시작으로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숀 레비", 그리고 <A-특공대>의 "조 카나한", 그리고 <좀비랜드>와 <베놈>을 연출한 "루벤 플래셔"까지 이르기에 수많은 감독들이 오간 다음에 만들어졌고, 볼 수 있게 되었거든요.
'과연, 기대만큼 잘 나왔는지?' - 영화 <언차티드>의 감상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뉴욕에서 "바텐더"를 하고 있는 "네이선"에게 한 남자가 접근합니다.
자신을 "설리"라고 소개한 이 남성은 그에게 "마젤란의 황금"을 찾아보자는 제안을 건네는데요.
잠시, 고민을 하지만 "네이선"은 이를 받아들이지만 이를 노리는 건 이들뿐만이 아님을 알게 되는데...게임에서의 느낌을 영화로 줄까?
1. 게임에서의 장점이 영화에선?
앞서 말했듯이 영화 <언차티드>는 동명의 게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그렇다는 건, 이미 인정받은 이야기라는 동시에 팬들이 원하는 기대치가 분명히 존재했을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언차티드>만의 강점이 뭔지를 소개하는 것이 해당 영화를 재밌게 바라볼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게임 <언차티드>는 무엇이 재밌길래?' - 이렇게, 영화까지 만들게 되었을까요?영화 같은 게임, 영화가 된다면?
앞서 말했듯이 게임 <언차티드>는 "블록버스터(영화) 뺨치는 게임"입니다.
그만큼인 게임에서 보여주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장소와 거기서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은 게임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한 느낌입니다.
특히, 그곳에서 "퍼즐"을 맞춰 보물로 가는 그 과정은 <인디아나 존스>시리즈를 떠오르게 만드니 몸만 들썩이게 만드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기대를 걸어본 영화 <언차티드>의 결과부터 말하자면, 너무나도 평범한 작품이었습니다.2. 너무나도 평범해진 원작
물론, 이에 있어 많은 분들이 "게임의 장점들이 평범한 블록버스터와 큰 차이가 없지 않으냐?"로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변을 하자면, 해당 게임이 나온 2007년임을 감안해야 합니다.
당시에 이런 스케일을 좋은 그래픽으로 밀어붙이는 게임이 드물었기에 많은 플레이어들이 이에 열광하고 해당 영화판에 기대를 한 겁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게임에 해당되는 이야기이고 그 무대를 영화로 옮기니 보이는 기준점이 달라지고 맙니다.굳이, <언차티드>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만든 작품들은 더 많으니까요.
그렇다면, <언차티드>라는 걸 어떻게 알죠?
여느 작품과 똑같다면, 원작 팬들에게 '이 작품이 <언차티드>라는 걸 어떻게 알리느냐?'라는 중요한 과제가 되는데요.
그렇기에 우리는 "싱크로율"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 <보헤미안 랩소디>에서도 말했듯이 '하얀색 민소매 나시와 청바지, 그리고 콧수염만 있다고 해서 누구나 "프레디 머큐리"가 아니듯이' 그저, 이름만으로 해당 캐릭터들을 납득한 수는 없어 이미지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런 점에서 "톰 홀랜드 - 마크 월버그"의 선정은 원작 팬으로서 아쉬움이 남는 선택이라 생각합니다.3. <언차티드>라는 제목이 없다면, 알 수 있을까?
게임에서 선보이는 "네이선"은 상당히 마초스러운 이미지이나 시종일관 구시렁거리고, 어딘가 허당스러운 모습을 선보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톰 홀랜드"는 외모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들이 적합하나 마초보다는 어린 티가 나는 얼굴이죠.
여기에 "설리"의 "마크 월버그"는 그냥 "마크 월버그"이니 캐릭터보다는 배우 그 자체로만 보였고요.
무엇보다 그들의 관계가 유사 부자관계로 비쳐 마치, "토니(aka. 로다주)"로 보이는 착각마저 일으키니 더더욱 <언차티드>로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이야기마저, 새로워?
이렇게, "싱크로율"도 <언차티드>를 못 알아보는 상황에서 선보이는 이야기도 <언차티드>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예를 들면, 비행기에서 쏟아지는 화물들을 올라타는 장면은 원작 게임에서 사막이었지만 해당 게임에서는 바다로 대체합니다.
이처럼 해당 게임에서도 보여준 장면이나 몇몇 부분들을 바꿀 만큼 각색을 거친 것이 보이는데,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여러 작품들을 짜깁기한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때문이라도 원작을 즐겨본 팬들이라도 영화 <언차티드>는 새로운 느낌이겠으나 '기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의 익숙함도 선사합니다.4. 평범한 시작이 된 1편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 <언차티드>는 게임을 떠나 평범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비행기에서 쏟아지는 화물들을 올라타는 장면은 원작 게임에서도 선보인 스폿이나 이를 모르는 관객들에게는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시리즈에서 볼법한 장면으로 여길 만큼 평범해졌습니다.
이외에도 배를 헬기에 매달아 하늘을 나는 마지막 액션까지 스케일에 신경 쓴 장면들도 있지만, 본 작품만의 시그니처로 받아들이기에는 역시 어디선가 본듯한 기시감을 지울 수가 없네요.그래서, 또 속편을 만들자고?
그렇게, <언차티드>는 마무리가 되지만 추후 선보이는 2개의 쿠기로 보아선 향후 시리즈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보는듯합니다.
여기서는 그래도, 원작 게임의 "설리"를 인식한 외모부터 개선된 방안을 보여주나 가장 문제인 "톰 홀랜드"의 "네이선"은 짙은 한숨이 새어 나옵니다.
너무 어려 보이는 것도 참, 그렇네요.※ 하늘에서 떨어지고 "네이선 - 클로에"가 한 해변으로 도착하고서, 한 행인과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원작 게임의 "네이선 드레이크"의 배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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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레스를 입은 허수아비는 어떻게 자유를 되찾는가?
해당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스펜서>를 본 후의 감정은 이렇다. 한 움큼의 답답함과 불안함 그리고 약간의 상쾌함. 감독은 극이 시작하기 이전에 앞서 “비극”임을 일러둔다. 실제 다이애나 스펜서는 36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고, 많은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그의 삶을 선뜻 비극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다이애나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뜻을 고집했고 자유를 꿈꿨다. 나는 이러한 삶을 ‘모난 돌이 정 맞은’ 것이라 말하고 싶지 않다. 그저 올곧게 앞으로 나아가기에는 세상이 뒤틀려 있기에 장애물이 많았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한 3일간의 샌드링엄 별장 생활은 다이애나에게 비극이다. 찰스 왕세자의 외도와 삭막한 영국 왕실의 예법은 쉴 틈 없이 다이애나의 목을 조여 온다. 그러나 자신을 해치기보다 자신의 뜻을 펼치게 되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스펜서>는 깊은 불안에서 빠져나오는 순간을 포착하며 비극 속에서 작은 희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드레스를 입은 허수아비
영국 왕실의 크리스마스 연휴를 위한 만찬은 마치 군인들의 특별작전처럼 비밀스럽고도 엄격하게 준비된다. 왕가 사람들의 임무는 삼시 세끼 그 음식들을 먹고 연휴를 즐기는 것. 그 증거로 별장에 들어올 때 잰 몸무게보다 체중이 늘어나면 된다. 정해진 음식을 먹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옷을 입고 모여 정해진 일을 하면 된다. 이들은 로열 패밀리로서의 기품을 보여주며 얌전히 일을 수행하면 된다. 영국 왕실의 체면과 품위가 떨어지지 않도록.
왕실의 예법에 맞게 모든 것의 쓰임과 용도는 촘촘하게 정해져 있다. 사냥용 꿩, 애완용 강아지는 각자의 용도와 쓰임이 분명하며 그에 걸맞은 의무도 있다. 의상조차 아침식사용 의상, 저녁식사용 의상, 외출용 의상 등등 용도에 따라 계속 갈아입어야 한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다이애나 역시 그레고리를 향해 묻는다. 그래서 “당신이 정확히 뭘 하는 사람”이냐고. 그레고리는 ‘감시자’다. 그렇다면 다이애나의 역할과 쓰임은 무엇인가? 왕실에서 바라는 것은 촘촘히 정해진 임무를 얌전히 수행하는 인형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다이애나는 스스로를 ‘왕세자비’가 아닌 ‘엄마’로 규정한다.
고루하고 엄격한 전통의 집안에서 자유로운 여성은 숨 막히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찰스 왕세자의 외도는 암묵적으로 용인되지만,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지정된 옷을 바꿔 입는 것만으로 말이 나돈다. 파파라치는 언제나 렌즈를 겨누고 있고 소문들은 언제나 뒤를 쫓아온다.
영국 왕실이 다이애나에게 기대한 건 예쁘게 차려 입고 얌전히 공식 석상에 모습을 비추는 인형이었지만, 다이애나는 독립적이고 당당하며 옳지 않은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주어진 역할과 상충하는 자아 정체성은 필연적으로 비극의 시작이다.
불안한 내면의 아름다운 시각화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다이애나에게 가장 고역은 식사시간이다. 최고급 요리들이 즐비해 있지만 한 입 뜨는 것조차 어렵다. 다이애나를 옥죄어 오는 차갑고 숨 막히는 시선들 속에서 남편이 준 진주 목걸이, 내연녀에게 준 것과 똑같은 그 목걸이는 더 깊이 다이애나의 목을 조여 온다.
다이애나의 처절한 내면적 정신적 불안과 공황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화면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고통스럽게 목걸이를 뜯어버리려 할 때도, 진주를 으득으득 씹을 때도 심지어 그것을 토해낼 때도 의상과 미술에 눈이 갈 정도로 완벽히 아름답다. 나도 모르게 화면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고 있을 때 다이애나는 말한다. “아름다움 따윈 쓸모 없”고,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스펜서>의 미적인 아름다움은 물론 훌륭하지만, 관객에게 아름다움 뒤에 가려진 그의 내면에 집중해 주기를 호소한다.
한순간에 외부에서 왕실로 편입된 존재에 대한 사람들의 선망과 관심은 사랑과 미움을 모두 담고 있다. <스펜서>는 거대한 구조와 억압 속에서 한 여성이 지워지지 않고 자신을 지켜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완벽한 크리스마스 그리고 KFC
크리스마스이브, 한참 동안 길을 헤매던 다이애나는 겨우 길을 찾는다. 약속시간에 늦었음에도 다이애나는 허수아비의 옷을 벗겨가는 여유를 부린다. 해야 할 일을 앞두고 걱정만 하면서 딴짓을 하는 것처럼 왕가와 만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유예해 보려는 듯 말이다. 마침내 다이애나가 직접 운전하는 차가 아름답고도 완벽한 균형과 대칭으로 조각된 샌드링엄 별장의 정원에 들어선다. 카메라는 높은 부감 숏으로 정원에 들어서는 다이애나의 차를 따라가고 타이틀이 떠오른다. 비극의 시작을 알리는 타이틀 시퀀스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윌리엄은 왕실의 전통에 따라 꿩 사냥을 해야 한다. 다이애나는 이를 막기 위해 허수아비가 입고 있던 낡은 스펜서 가의 유물을 입고 총성이 빗발치는 사냥터로 뛰어든다. 결국 윌리엄의 꿩 사냥은 무산되고 다이애나는 두 아이와 함께 별장으로 돌아간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전통에 맞선다. 세 모자는 차를 타고 별장을 떠나 KFC를 사 먹는다. 그 어떠 만찬보다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가 이들에게는 분명한 해방이자 탈출이다.
딱딱한 대칭의 정원을 직선으로 가로질러 들어온 다이애나는 두 아들과 노래를 부르며 울퉁불퉁한 오솔길을 따라 나아간다. 자신이 정한 길을 자신의 리듬대로 나아간다. 자신을 향한 사랑을 확인하고 용기를 내어 살아가고자 한 다이애나의 선택은 ‘기적’을 기다리지 않고 찾아 나서는 유의미한 한 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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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국극을 이어가겠다는 처연하도록 결연한 의지
여성국극을 이어가겠다는 두 예술가의 처연할 정도로 강렬한 의지가 일렁이는 이 영화에서, 전반부의 한 장면과 후반부의 한 장면은 데칼코마니처럼 포개진다. 3세대 여성국극인 박수빈과 황지영은 여러 곳을 다니며 여성국극을 비롯해 판소리 등을 공연한다. 시설을 갖춘 공연장뿐 아니라 민속촌, 복지관, 지역 축제 등 무대는 다양하다. 종종 민망한 순간이 생긴다. 뭔가 볼거리가 있나 싶어 스윽 들어왔다가 이내 발길을 돌리는 관광객이나 축제 참여자들은 공연자를 머쓱하게 만든다. 무대를 준비하는 자와 관람하는 자 사이에 열정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은 두 사람의 예술 활동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의미일 터다.
두 사람의 공연장은 일본 여성가극단의 공연장과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2층으로 된 전용 무대를 가진 일본 여성가극단은 탄탄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무대를 관람한 두 사람은 무언가를 이어나가는 양국 예술가 사이의 커다란 격차에 부러움을 느낀다.
영화의 후반부는 일본 여성가극단 공연장과 비슷한 규모의 무대에 두 사람이 1세대, 2세대 여성국극 레전드를 모아 함께 공연을 올리기까지의 여정을 담아낸다. 어느 해 저무는 바닷가에 앉은 박수빈, 황지영의 모습에 더해지는 박수빈의 내레이션처럼, 사라질 위기의 여성국극을 ‘3년만 더 해보자’는 다짐을 더 길게 연장하기 위한, 또 다른 시작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공연이었다.
두 사람이 연출자를 섭외하고, 여성국극 레전드 선배들을 만나고, 그들의 서로 다른 의견과 작품 해석을 어렵게 조율하고, 관객과 후원자를 모집하기 위해 접대하는 모습은 처연할 정도로 결연하다. 노래방에서 자신보다 한 세대 높은 (대부분은 남성인) 어른들과 술을 주고받고 노래를 부르며 어떻게든 공연을 성황리에 꾸리려 노력하는 박수빈의 모습이 특히 그렇다. 이 모습은 우리가 ‘예술가’를 상상할 때 쉬이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모든 예술에는 무대 위의 아우라를 가능케 하기 위한 질척거리는 현실이 있기 마련이다. 불콰한 얼굴로 맞은편의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설득해내려는 박수빈의 모습이 강렬하게 강인시키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기어이 그토록 부러워하던 일본 여성가극단의 공연장을 한국에서 여성국극으로 재연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다. 93세 배우와 93년생 배우가 함께 무대에 올라 여성국극의 명맥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두 사람의 의지를 선배, 관객들과 함께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두 사람이 운영하는 여성국극 단체가 한 지역 예술의전당에 상주 단체로 자리 잡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이 영화의 결말 역시 이 연장에 있다.
1950년대 전성기를 누린 여성국극은 여성들만으로 무대를 꾸린 무대 예술로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쟁 이후 가부장적 젠더 질서가 훼손된 틈새에서 피어난 예술로 ‘남자 같은 여자’들이 연기한 남역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영화가 보여주듯이, 오늘날 예술의전당 여성국극 오디션에서도 지원자들은 대부분 남역을 원한다). 이를테면, 2세대 레전드 이옥천이 짧은 머리로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고 중성적인 목소리로 이 영화에 처음 등장할 때 뿜어내는 젠더 위계를 위반하는 미학을 예술 장르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여성국극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성국극은 1960년대가 되며 빠르게 인기를 잃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여성국극을 연구한 몇몇 논문이 말하듯이, '가부장적 자본주의 국가' ‘초남성주의적 발전주의 국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여성국극 배우들과 그 팬들이 형성한 젠더 역동성이 더 이상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다시 남성이 주체가 되어 근대와 미래를 열어가려는 사회, 여성에게 ‘본연’의 역할로 회귀하기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여성국극이 설 자리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성국극이 처음 나온 지 80여 년이 훌쩍 넘은 지금, 그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젠더 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지금이 어쩌면 여성국극의 새로운 계기가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전통도 꿈꾸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박수빈의 포부가 새로이 펼쳐질 계기 말이다. 〈정년이〉 등으로 다시금 환기된 여성국극에 대한 관심이 박수빈, 황지영의 간절함과 만나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한 것'보다는 조금 더 힘 있는 방식으로 여성국극을 이어갈 계기가 되길 바란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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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믹으로서도 좀비로서도 영화로서도 낙제
이수성 감독은 1년에 장편을 1~2편씩 꾸준히 공개할 정도의 다작 감독이다.
한국 감독중에 이런 케이스는 성애 영화 감독이나 홍상수 감독을 제외하면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또한 장르도 다양하게 시도하는 편인데, 주력으로 하는 에로, 액션, 코미디 뿐만 아니라 스릴러, 드라마 장르도 때때로 시도할 정도이다.
이번 강남좀비는 대뷔작인 미스터 좀비 이후 다시 좀비 영화로 돌아왔다.
원래 개봉은 작년 12월 이었음에도 개봉을 미뤘는데, 이번에는 극소규모 개봉후 직행하는 지난 영화들과는 다르게 작품에 자신이 있기에 개봉 연기를 택한건가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헛된 기대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우선 각본이 매우, 정말 처참하다.
영화는 코로나, 유튜버의 활성 등 현시대에 화제가 되는 주제들을 혼합시켰지만 주제의 성찰은 일체 보이지 않고 수박겉핥기 수준이라 의미 없는 수준에 불과하다.
영화의 주연인 지일주 배우는 연기 경력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어색하게 느껴지는데, 이러한 이유는 각본의 문제가 크다고 본다.
대사들도 과하게 인위적인 부분이 많아 몰입을 해치는 부분도 많다.
또한 좀비를 심각하게 편의주의적으로 다뤘는데, 좀비의 이동 속도나 감염 속도, 내구도, 반응등이 너무 제각각이고 심지어 좀비 한명은 낙법까지 써서 싸우니, 관객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이러한 각본 때문에 표방한 장르인 코믹도 웃기지 않다.
개그들도 전체적으로 유치한데다가, 그나마도 초반 이후로 코미디 요소는 사실상 없어진다 봐도 무방하다.
웃은 적이 딱 한번 있는데, 그것마저도 폭소가 아닌 피식 수준이다.
코미디 장르를 다작한 감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수준이다.
또한 편집도 좀비 장르에 적합한 스피드한 편집이 없이 너무 평범하다.
일반 드라마 장르라고 봐도 무방할 수준으로 카메라 움직임은 후술하겠지만 허술한 분장과 미술을 더욱 티나게 만든다.
이어서 분장과 미술도 정말 허술하다.
저예산임을 감안해도 말이다.
좀비 분장이라곤 색깔도 티가 나서 웃음이 나올 정도의 가짜 피와 렌즈를 낀게 전부이다.
조연은 그나마 분장에 더 신경을 써준것이 보이는데, 피부 손상과 같은 것은 가짜 티가 많이 나는 등 여전히 아쉬움이 보이고 엑스트라들은 정말 아쉬울 정도이다.
또한 작중 대다수(사실상 전부)를 차지하는 배경인 상가의 경우 너무 깔끔해서 어색하다.
피가 묻거나 파손된 기자재가 일체 안보여, 마치 좀비만 인위적으로 갑자기 데려다 둔 느낌이 든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좀비 영화를 좋아한다.
아포칼립스부터 밀실 계열까지 정말 다양한 작품을 보는 편이다.
좀비 장르 특성상 저예산이 많기에 아쉬운 작품이 많다는 걸 감안하고 평가하는 편이지만, 강남좀비는 그 중에서도 낙제점이다.
영화 포스터에 따르면 일명 "코믹좀비액션"을 노린 영화이다.
하지만 영화는 코믹도, 좀비도, 액션도 잡지 못했다.
이수성 감독의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도전정신은 칭찬하고 싶다.
하지만, 이제는 영화 하나의 퀄리티에 집중하는 자세를 가져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언젠가 그 도전정신이 비평적 측면에서도 인정받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받아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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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심받고 고통받은 고라니에게 심심한 사과를-2
사실 영화의 초반에 차에 치인 고라니가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수도 있다. 바이러스가 잘 퍼지는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면 더욱이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로드킬을 당한 고라니 사체가 어떻게 돌아다니게 되었냐는 것이다.
로드킬, 말 그대로 동물이 도로에 나왔다가 자동차 등에 치여서 사망하는 사고를 말한다. 한글로는 ‘동물 찻길 사고’라 한다. 사람 입장에서 이야기하면 운행 중에 야생동물이 갑작스럽게 도로에 침입해서 발생하는 차 사고라고 볼 수 있겠지만 동물 입장에서는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동물의 입장에서 강하게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동물을 피하다가 2차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고, 차량이 파손되면서 사람도 경제적인 손실을 입기도 한다.
로드킬은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잔인한 교통사고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로드킬의 숫자는 2018년 6월부터 체계적으로 수집되기 시작했다. 그 당시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동물 찻길 사고(로드킬) 조사 및 관리 지침」을 공동으로 제정하였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굿로드'를 활용하였다. 수많은 야생동물이 죽은 뒤였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특정 기관이나 단체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신고할 수 있어서 시민들에게 오픈해 달라는 요구가 있는 상황이다. 즉, 제대로 집계하기 시작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 7월에 로드킬 저감 대책을 수립한다면서 그동안의 통계가 발표되었다. 대부분의 로드킬은 국도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부산행>의 사고도 국도에서 발생했다. 그냥 생각하면 고속도로에서 더 많이 발생할 것 같은데 10배나 높게 국도의 사고량이 많다고 한다. 속도가 빠르다 보니 사체의 훼손이 심해서 발견하지 못하거나 보지 못했을 가능성도 높을 것이고, 아무래도 동물들도 건너야 할 거리가 멀다 보니 위험하게 느껴져서 시도하지 않은 것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5년과 비교하며 2019년에는 사고 발생량이 50% 정도가 증가하였다고 했다. 2018년 6월 이전에는 제대로 된 집계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늘어난 것이기도 하겠지만 도로가 더 많이 생겼기 때문에 사고의 수가 많아지기도 했을 것이다.
로드킬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는 4월에서 6월까지, 그리고 10월이다. 아무래도 동물이 번식하고 이동이 많은 시기이기 때문인 것 같다. 역시나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동물은 고라니다. 그다음은 고양이, 너구리 순이라고 한다. 역시나 고라니는 억울하다.
우리나라에서 고라니는 농작물을 망치는 나쁜 동물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허가 기간에는 사냥도 가능하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고라니는 멸종위기 동물이다. 심지어 IUCN적색목록에 '취약 등급'으로 분류가 되어 있다. 아주 귀엽다고 알려진 랫서팬더와 우리나라에서는 복원을 진행하고 있기도 한 반달가슴곰과 동급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 고라니 수의 반 이상이 한국에 살고 있다고 하니 많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말이다.
<IUCN적색목록>
절멸 가능성이 있는 야생생물의 명단을 만들어 그 분포나 생식 상황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안내 책자
- 절멸종: 디메트로돈, 아르젠타비스 등
- 자생지 절멸종: 바바리 사자 등
- 심각한 위기종: 샴악어, 수마트라오랑우탄 등
- 멸종위기종: 설표, 판다 등
- 취약종: 랫서팬더, 반달가슴곰 등
- 위기근접종: 흰손 기번, 큰 개미핥기 등
- 관심 필요종: 미어캣, 붉은여우 등
- 자료 부족종: 날개다랑어 등
- 평가불가종: 왕도마뱀, 목도리도마뱀 등
야생동물들이 도로를 건널 수 있게 해 주는 것에 '생태통로'라는 것이다. 말이 좋아 생태통로이지 사람의 입장에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동물들이 제대로 쓰고 있다고 100% 확신할 수 없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은 육교형 생태통로이다. 동물만 다닐 수 있도록 조성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통과용으로만 계획하고 실제 조성은 산책로처럼 만들어서 사람이 쓰는 경우가 꽤 있다. 야생동물들은 길도 잃었는데, 선심 쓰듯 만들어준 대체 도로도 빼앗기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생태통로가 있어도 도로로 나오게 된다. 예전의 기록에 의하면 생태통로 주변에서 더 많은 로드킬이 발생했다고 한다. 미루어 보아 아마 동물들은 생태통로를 건너갈 수 있는 길로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 같다. 동물들은 우리보다 감각이 더 예민하고 생명에 위험이 되는 것에 더 민감할 텐데 평소에 다니지 않던 곳을 지나가는 것이니 분명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분은 이런 이야기도 하셨다. 동물들은 습성상 배운 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고, 산에서 산으로 이동할 때는 오르고 내리는 길이 있어야 하는데 육교형의 경우 직선이다 보니 다녀야 할 길로 인식을 못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경우 생태통로를 언덕처럼 산처럼 만드는 곳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디자인은 대부분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싸고 쉬운 방식을 택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도 생태통로의 개수는 450개가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고, 새로 만들어지는 것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개선하는 것이 너무나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근본적으로 생태를 단절하는 형식의 새로운 도로를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속도를 즐기고 빨리빨리의 민족이기에 더 많은 도로를 원하겠지만 이 좁은 땅에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도로에서 야생동물을 발견하거나 로드킬을 당한 동물을 발견할 수도 있고, 혹은 어쩔 수 없이 치게 될 수 있다. 영화의 농부가 그랬다. 운전하면서 한 눈을 팔지 말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말이다. 낮에는 잘 보이는 편이니 한눈만 팔지 않으면 잘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야행성이라서 밤에 다니는 동물이 많으니 밤에 마주치게 된다면 전조등을 끄고 속도를 줄이면서 경적을 울려주는 것이 좋다. 간혹 놀라거나 사람인 줄 알고 상향등을 켜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러면 동물도 사람도 오히려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될 수 있다. 우리도 어두운 곳에서 카메라 후레쉬가 눈에 번쩍하면 한동안은 잘 안 보이는 것처럼 동물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라니는 순간적인 반응이 오면 움직이지 못한다. 산이나 너른 들판에서 가끔 고라니를 만나게 되는데 사람을 만나면 무작정 도망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한동안은 움직이지 못하고 멀리서 쳐다보고 있다가 도망가기 일쑤이다. 야생동물들은 차량을 멈춰 잠깐 기다려주면 피할 것이고, 속도를 줄여서 운전하고 있었다면 안전하게 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산에서 갑자기 내려오는 야생동물은 피하지 못할 수 있다. 주변에 차가 없다면 최대한 피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야생동물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그냥 치는 수밖에는 없다. 핸들을 갑자기 꺾는다든지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2차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 사고만큼 인명사고도 마음 아픈 것은 똑같다.
로드킬을 당한 동물을 발견하거나 사고가 나면 고속도로의 경우 한국도로공사로 국도는 담당 도로관리청으로 신고하면 된다. 앞서 이야기한 애플리케이션이 일반인들에게도 오픈된다면 더 많은 사고와 유형을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 자료로 예방할 방법도 알아내야만 한다. 영화의 고라니가 생각보다 빠르게 좀비화되긴 했지만 만약에 농부가 신속하게 로드킬을 신고하고 사체가 수습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면 고라니에 의한 좀비 바이러스 확산은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전화를 받으려고 운전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1차 책임은 있지만 말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코로나와 로드킬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로 통행 제한이 되니 차량의 수가 줄었고, 하루에 죽는 야생동물의 수 역시 급격하게 줄었다는 것이다. 메인이라는 주에서는 45%나 감소했다고 한다. 결국 애석하게도 로드킬은 인간의 활동이 줄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우리는 자동차의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그럼에도 사용해야 한다면 그 속도를 낮춰야 한다. 그러면 나 자신의 안전도 지킬 수 있고, 동물의 생명도 지킬 수 있다. 아무래도 빼앗는다는 말은 부정적이지만 그래도 동물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서 도로를 이용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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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AN 데일리]소수자 신체성에 토대한 유쾌한 반격
호랑이 소녀(Tiger Stripes)
‘부천 초이스: 장편’ 섹션
아만다 넬 유 감독
Malaysia/2022/95min
장난기 많은 12살 소녀 자판. 때로는 유쾌한 성격 탓에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혼나기도 하지만, 그녀는 친구들과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판의 생리가 시작된다. 동급생 친구 중 처음이었다. 그러자 모든 것이 순식간에 반전된다. 늘 자판과 함께 지내던 친구들은 생리혈 냄새에 대한 비난과 그 냄새를 따라다니는 귀신 이야기를 수군대며 자판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남들보다 2차 성징이 빠르게 시작된 자판에 대한 또래의 질시와 생리를 ‘불결한 일’로 대해온 오랜 문화가 섞인 결과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리에 이어 알 수 없는 신체의 변화가 생겨 자판의 고민은 더욱 깊어만 간다.
영화는 왜 자판이 괴상한 신체적 변화를 겪는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생리 이후 그 변화가 조금씩 진행되었다고 말할 뿐이다. 이 모호성은 전략적이다. 자판이 겪는 신체 변화의 이유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은 그녀의 경험이 사회가 낙인찍은 여러 소수자의 신체성을 포괄할 가능성을 연다. 손가락질 받는 모든 소수자의 신체적 특징을 대표하는 것으로서 자판의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실은 이 변화가 더 강한 존재로 거듭나는 과정이었다는 점은 소수자 신체가 품은 힘과 가능성을 고민케 하기도 한다.
장애인의 몸, 퀴어의 몸 등 사회에서 주변화된 몸은 ‘정상성’에서 벗어났다고 여겨져 차별과 낙인의 대상이 되었다. 여성의 생리에까지 부정적 편견이 깃들어 있다는 점은 우리가 소수자의 신체적 특징을 악마화하여 ‘정상 신체’의 내용과 범주를 확정해왔음을 보여준다. ‘정상’이 먼저 있어서 ‘비정상’이 규정된 것이 아니라, ‘비정상’으로 낙인찍힌 몸을 통해서만 ‘정상’ 신체가 무엇인지 답할 수 있는 것이다. 〈호랑이 소녀〉는 소수자 신체성이 숨겨야만 하는 것일 때는 괴로움을 유발하지만, 이를 마음껏 펼쳐낼 환경이 있다면 기존 위계가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을 소녀의 성장기와 버무려 선보인다. 자판의 유쾌하고 당찬 여정은 신체의 문제로 수치심을 느낀 적이 있는 모두에게 즐거운 위안으로 다가갈 것이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6월 29일부터 7월 9일까지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됩니다. 오프라인 상영 시간표와 온라인 상영작 리스트는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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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주 최신 개봉영화(건파우더 밀크셰이크, 쇼미더고스트, 리스펙트, 좋은 사람, 내가 날 부를때)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9월 2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건파우더밀크셰이크 #쇼미더고스트 #리스펙트 #좋은사람 #내가날부를때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Weekend Choic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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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는 아름다왔지만, 남주는 나이들어 보였다 ㅠㅠ / 웹소설 원작 / 타임루프 영화일까? / 스포가 될만한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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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views • Feb 12, 2023 • #후쿠모토리코 #네가떨어뜨린푸른하늘 #일본영화
영화직관하는남자 영직남의 "네가 떨어뜨린 푸른 하늘"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의외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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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다이노 마이 프렌드> 특별 동영상
공룡 연구를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떠난 뒤 사라진
친구를 구하기 위해 용감한 인턴 요원 ‘우디’가 출동한다.
최강 초식 공룡 스테고사우루스부터
무시무시한 지배자 데이노니쿠스,
공룡의 제왕 티렉스까지 모인 그곳!
신세계를 발견한 기쁨도 잠시, 뜻밖의 위기에 빠진 ‘우디’는
꼬마 공룡 ‘샤샤’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하며 둘은 친구가 된다.
한편, 초식동물 마을을 탐내는 포악한 공룡 ‘디에고’의 등장으로
모험을 떠난 ‘우디’와 ‘샤샤’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맞닥뜨리는데..
과연, 두 친구는 위기에 처한 공룡 마을을 지켜내고
‘우디’는 무사히 현재로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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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해길랍>
“매일 널 만나길 기대해. 누굴 좋아하는 거 처음이야.”
등굣길 버스 안, 반짝이는 서로에게 반한 ‘탕셩’과 ‘완팅’은
가슴 뛰는 첫사랑을 시작한다.
서로의 세상이 되어가던 어느 날,
충격적인 사고로 ‘완팅’은
한 통의 편지와 ‘탕셩’만 남겨둔 채 곁을 떠난다.
몇 년 후, ‘탕셩’ 앞에 새로운 친구 ‘류팅’이 등장한다.
낯선 익숙함에 잊지 못했던 감정이 자라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