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2025-02-05 17:49:52
빌 펄롱을 통해 모두에게, <이처럼 사소한 것들>
나를 아끼듯 타인을 생각하고, 나를 위로하듯 남을 돌보는-
*이 글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Small Things Like These), 2024
감독, 팀 밀란츠
빌 펄롱을 통해 모두에게, <이처럼 사소한 것들>
하루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마을 전경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고요하면서도 쉽사리 떨쳐낼 수 없는 서늘함이 느껴지는 이곳은 수녀원을 중심으로 한 1985년 아일랜드의 한 소도시. 아일랜드 정부와 가톨릭교회가 보호, 참회, 갱생을 빌미로 젊은 여성들을 감금하고 노동착취를 일삼았던 역사(막달레나 세탁소)와 이를 고스란히 담아낸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이미 접한 관객이라면, 첫 장면에 얼마나 중요한 정보가 담겼는지 알아차릴 것이다. 마을이 구석구석 소개될 때, 고집스럽게 화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자신들의 사회적 위치와 정신적 영향력을 관객에게까지 과시하는 수녀원을 과연 누가 못 본척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껴지는 어두침침한 마을을, 관객들이 단순히 '풍경'으로 인식하길 바란다. 시끄럽게 울리는 사무실 전화벨을 대수롭지 않게 흘리고 석탄 배달을 가는 빌처럼 말이다. 그의 트럭을 따라 평범하기 그지없는 소시민의 일상을, 암울한 사회 배경보다 먼저 마음에 담길 원한다. 잔혹한 역사를 고발하고 비판하는 상황보다 비극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을 더 주요하게 여겨서고, 본래 역사는 희극이든 비극이든 상관없이 인물로 설명되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영화가 원작의 내용을 조금의 덧붙임 없이 충실하게 스크린에 담아낸 이유와도 연결된다. 영화의 주제 의식과 소설의 지향점은 같다. 오직 인물만이 이 비극적 역사를 풀어낼 수 있고, 그중에서도 오직 빌 펄롱만이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밝힐 수 있다는 점.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빌을 통해 쓰인 작품이다. 우린 빌에게 집중하면 할수록 그의 상황을 깊이 이해하게 되고, 그가 사는 세상을 경험하게 되면서 비로소 영화가 말하는 진정한 가치, 따뜻한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해가 아직 뜨지 않은 새벽, 빌이 트럭에 석탄을 담는다. 석탄 배달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는 그에겐 사랑하는 아내와 다섯 명의 딸이 있다. 삶은 안정적이고 규칙적이다. 새벽에 출근해 석탄을 배달하고 퇴근 후 집에 오면 화장실에서 온몸에 묻은 석탄 가루를 씻어낸다. 식탁에 옹기종기 모인 귀여운 딸들의 수다를 반찬 삼아 저녁을 먹고, 아내와 이런저런 얘길 하다 잠에 든다. 자주 잠을 설치지만 새벽이 되면, 어김없이 석탄을 배달한다. 소소한 만큼 무료하기도 하지만 가족의 평안이란 확실한 대가가 충족되는 하루, 모두에게 이상적인 삶은 특별한 계기나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계속될 참이었다. 그가 부모에 의해 수녀원에 강제로 입소하는 소녀를 보지 않았다면 말이다.
석탄 창고 안에서 소녀의 울부짖음에도 숨죽였던 그때, 빌은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불안이 실은 시한폭탄이었고, 소녀가 수녀원에 갇힌 순간 폭탄 작동 버튼도 함께 눌렸음을 말이다. 사실 빌은 남들처럼 소소하고 평범하게 사는 게 불편했다. 정확히는 모두가 가끔은 불행하지만 대체로 행복하다고 말할 때, 본인도 그렇다고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없었다. 그에게 평안의 다른 말은 불안이었고 이는 따뜻함과 혼란함이 공존했던, 그리하여 너무나도 혹독했던 유년기에서부터 축적된 결과였다.
소녀를 처음 본 이후 영화는 석탄 배달 같은 반복적인 장면은 빠르게 넘기고, 빌이 혼자인 순간엔 시간을 충분히 투자해, 어딘가 외롭고 공허해 보이는 그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클로즈업 샷으로 그가 느끼는 고통을 더 집중적으로 느끼도록 유도하고, 대체 어떤 사건이 빌의 내면에 불안을 심었으며, 목에 걸린 음울은 왜 계속 토해내지도, 삼키지도 못하는지 궁금하게 한다. 그의 불안을 역추적하는 일에 모든 힘을 소진하는 것인데, 이는 빌이 아내는 물론 동료, 이웃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빌의 어머니는 갱생의 대상, 미혼모였다. 부잣집 가정부인 그녀 또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꼼짝없이 수녀원에 갇힐 처지였다. 그러나 집주인 윌슨 부인의 도움으로 빌을 낳고 길렀다. 아버지는 없었지만, 부인의 아들이 삼촌으로 곁에 있었고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들의 보살핌은 계속됐다. 수녀원 창고 안에서 볼록한 배를 감싸고 두려움에 떠는 소녀를 보며, 빌이 어머니를 떠올린 건 당연했다.
빌은 현재와 과거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중첩되는 소용돌이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한다. 계속 과거의 나와 어머니를 떠올리고, 이름도 모르는 아버지를 찾고, 어머니를 생각하는 걸로도 모자라 현실로 불러와 성인이 된 본인과 마주하게 한다. 소녀는 어머니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윌슨 부인과 삼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고, 빌은 그들의 따뜻한 사랑을 단 한 순간도 잊은 적 없었다. 그때 부인이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지금의 빌은 없었을 테니까. 더구나 작고 허름해도 온기 가득한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사는 삶은 아내의 말처럼 운이 좋아 얻은 결과물이 아니었다. 윌슨 부인이 어린 빌에게 준 사랑은 많은 돈과 우연이 결합해 발생한 운 좋은 얘깃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빌이 윌슨 부인에게 진정한 사랑을 배웠음을, 어린 빌과 부인의 추억을 수없이 반복적으로 꺼내 증명한다. 그녀의 사랑은 그를 진정 따뜻한 어른으로 만들었다. 나를 아끼듯 타인을 생각하고, 나를 위로하듯 남을 돌보고, 나를 사랑하듯 그를 돕는 삶. 아내와 다른 이들이 바라는 수녀원의 차가운 입김이 닿지 않는 삶과는 확실히 정반대였다.

소녀를 돕지 않는 본인을 향한 혐오와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 사이, 빌은 결국 가장으로 살아온 시간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침묵이 곧 순리임을 돈과 권력으로 강요하는 수녀원장의 입김에 고갤 숙인다. 지금껏 지켜온 모두의 삶을 위태롭게 하지 말라는 단골 가게 사장의 말에도 이를 악물며 참는다. 소녀가 생각나 부끄러움이 밀려오자, 아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고 자괴감이 휘몰아치자, 이를 잘라내기 위해 이발소에 들어간다. 늘 그래왔듯 하루 더 버티면 되는 일이었다. 그가 사는 이곳은 누군가를 가여워하거나 안쓰러워하거나, 돕는 게 불가능하고, 이를 의심조차 하지 않는 세상이니까. 수녀원에 끌려간 이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무관심으로 인한 양심의 가책에 힘들어할 시간도 없다고 여기는 사는 사람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이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빌을 무조건 추앙하지도 않는다. 그저 끝까지 빌을 보여줄 뿐이다.
오래된 침묵만 감도는 이발소 안, 빌은 거울에 비친 어린 자신과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주던 삼촌을 발견하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뛰쳐나간다. 그 뒷모습을 끝으로, 영화는 그를 지독하게 괴롭혔던 반복과 집중을 단번에 없애고 이야기 끝자락을 수놓는 빌을 조용히 따라간다. 빌이 외면했던 사람은 소녀만이 아니었다. 어머니와 윌슨 부인, 삼촌이었으며 자기 자신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결정과는 별개로 자신이 받은 사랑이 무참히 소멸하는걸,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에서 도저히 살 수 없었다. 빌에겐 그 희망이 전부였고, 여전히 삶의 기둥으로 자리하고 있으니까. 그의 처절하면서도 간절한 선택은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홀로 된다고 말하는 결연한 용기와는 다르다. 빌은 자기를 버릴 수 없었기에 용기를 냈다. 다만 그의 용기에 조건 없는 사랑이 깃들어 있었고, 그가 베풀고자 하는 사랑 안엔 가족이 있었으며, 더 나아가 모두가 존재했을 뿐이다. 그 결과 수녀원 창고에서 소녀를 데리고 나와 집으로 향하는 빌의 모습은 알코올 중독자인 친구 아들에게 잔돈을 줬던 그날처럼, 평범한 하루로부터 퇴근하는 소소한 일상으로 비치는 동시에 우리의 마음을 한없이 울컥하게 한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빌 펄롱을 통해 모두에게 전한다, 삭막한 곳에도 희망은 피어나고, 희망이 핀 곳엔 사실 희망이 이미 뿌리내려져 있었단 사실을. “이제 아무 걱정하지 마.” 빌이 소녀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건넨 마지막 말이다. 빌이 괴로움에 몸부림치지 않았다면, ‘막달레나 세탁소’는 여전히 수녀원장이 준 크리스마스카드 안에 감춰져 있었겠지. 그의 손에 접착제처럼 붙어있던 석탄 가루가 말끔히 씻겨 사라지는 일도 끝내 없었을 테고, 가족이 있는 시끌벅적한 부엌으로 들어가는 빌과 소녀의 모습 같은, 이처럼 사소한 것도 영영 못 봤을 거고.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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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안에서 즐기는 봄! 넷플릭스 로맨스 영화 5
방 안에서 즐기는 봄! 넷플릭스 로맨스 영화 5
봄,봄,봄 봄이 왔어요~ 이번 봄은 유독 실감이 안나는 계절인 것 같아요 :(
하지만 저희에겐 집에서 봄을 대신 느낄 수 있는 '영화'라는 좋은 매체가 있어요 ! 밖에 나가지 않아도 내 방에서 봄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영화!
씨네랩이 여러분들을 위해 따스한 봄같은 넷플릭스 로맨스 영화 5편을 가져왔으니 함께 즐겨보아요!
1. 러브 앳 Love at Second Sight (2019) - 위고 젤랭
" #어느 날, 눈 떠보니 평행세계!
아내 ‘올리비아’와 다투고 만취 상태로 잠에서 깨어난 ‘라파엘’은 평소와 다름을 느낀다. 같은 듯 다른 세상. 베스트셀러 스타 작가로서의 삶은 간데없고 중학교 선생님이라고!
베프 ‘펠릭스’는 탁구광이 되어 있고 결정적으로!! 아내 ‘올리비아’는 자신을 아예 모른 채 유명 피아니스트로 살고 있다.
#이 사랑을 기억하니?
평행세계로 오게 된 원인이 운명적 사랑이었던
올리비아’와의 관계가 소원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라파엘’은 다시 그녀의 사랑을 얻으면 현실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고 다가가지만 그녀 곁엔 모든 게 완벽한 ‘마크’가 버티고 있다.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믿어주는 친구 ‘펠릭스’의 도움으로그녀의 마음을 공략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 과연, 그들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프랑스 영화 <러브 앳>은 평행세계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로맨스 영화입니다. '익숙함의 속아 소중함을 잃지말자'라는 명언을 담고있는 영화이기도 하죠. 추가로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기에 눈이 즐거운 영화입니다. 여행을 못가 아쉬운 마음을 <러브 앳>으로 달래보는 건 어떨까요?
2. 너의 결혼식 on your wedding day (2019) - 이석근
" 고3 여름, 전학생 ‘승희’(박보영)를 보고 첫눈에 반한 ‘우연’(김영광).
승희를 졸졸 쫓아다닌 끝에 마침내 공식커플로 거듭나려던 그때!
잘 지내라는 전화 한 통만 남긴 채 승희는 사라져버리고,
우연의 첫사랑은 그렇게 막을 내리는 듯했다.
1년 뒤, 승희의 흔적을 쫓아 끈질긴 노력으로 같은 대학에 합격한 우연.
그런데 그의 앞을 가로막은 건… 다름 아닌 그녀의 남.자.친.구!
예술로 빗나가는 타이밍 속
다사다난한 그들의 첫사랑 연대기는 계속된다!"
첫 사랑이야기 <너의 결혼식>은 박보영, 김영광 배우가 주연을 맡아 완벽한 로맨스 케미를 보여준 영화입니다. 고등학생, 대학생, 취준생, 사회 초년생 등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들의 감정선을 잘 담아내, 다양한 연령의 관객들의 공감대를 자극하며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입니다.
3. 귀를 기울이면 Whisper Of The Heart, (1995) - 콘도 요시후미
" 중학교 3학년 시즈쿠는 평소 책을 많이 읽는 소녀이다. 여름방학, 매번 도서카드에서 먼저 책을 빌려간 세이지란 이름을 발견하고 호기심을 갖는다. 어느 날 아버지의 도시락을 전해주러 가는 길. 지하철 안에서 혼자 탄 고양이를 보게 된다. 신기하게 여긴 시즈쿠는 고양이를 따라가다 골동품가게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주인 할아버지와 손자를 보게 된다. 그 손자는 다름 아닌 아마사와 세이지, 사춘기의 두 사람은 점차 서로의 사랑에 대해 알게 된다. 시즈쿠는 바이올린 장인을 자신의 장래로 확실히 정한 세이지를 보면서 자신의 꿈과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 후 이탈리아 연수를 간 세이지가 돌아 올 때까지 작가가 되고자 도전해 보기로 하고 소설을 쓰게 된다."
영화 <귀를 기울이면>은 누구나 좋아하는 '지브리'사의 애니메이션으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극찬한 작품으로도 유명합니다. <귀를 기울이면>은 스토리 뿐만 아니라 ost도 많은 이들의 감성을 자극했죠. 이 영화를 재밌게 봤다면 이 영화에서 만들어낸 설정으로 제작된 영화 <고양이의 보은>도 추천드립니다.
4. 클래식 The Classic (2003) - 곽재용
" 귀를 기울이면,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이 들려온다!! 1968년 여름... 방학을 맞아 시골 삼촌댁에 간 준하(조승우)는 그곳에서 성주희(손예진)를 만나, 한눈에 그녀에게 매료된다. 그런 주희가 자신에게만 은밀하게 '귀신 나오는 집'에 동행해줄 것을 부탁해온다. 흔쾌히 수락한 준하는 흥분된 마음을 가까스로 누르며 주희와의 약속 장소에 나간다. 그런데 갑작스런 소나기를 만나 배가 떠내려가면서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이 일로 주희는 집안 어른에게 심한 꾸중을 듣고 수원으로 보내진다. 작별 인사도 못하고 헤어진 주희를 향한 준하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게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온 준하는 친구 태수에게 연애편지의 대필을 부탁받는데, 상대가 주희란 사실에 깜짝 놀란다. 하지만 태수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태수의 이름으로 자신의 마음을 담아 주희에게 편지를 쓴다. 운명이 던져준 또 한번의 인연 편지를 대신 써주며 사랑이 깊어간 엄마와 자신의 묘하게도 닮은 첫사랑. 이 우연의 일치에 내심 의아해하는 지혜는 상민에 대한 생각이 더욱 깊어만 간다. 하지만 이미 친구의 연인이 되어버린 그를 포기하기로 마음먹는데..."
영화의 제목처럼 클래식한 영화 <클래식>은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영화입니다. 특히 영화 ost와 극 중 상민과 주희의 옷으로 비를 피하는 장면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장면이죠. 고전적인 한국 로맨스 영화가 보고싶은 날엔, <클래식> 추천드립니다.
5. 파도가 지나간 자리 The Light Between Oceans (2016) - 데릭 시엔프랜스
" 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였던 ‘톰’(마이클 패스벤더)은 전쟁의 상처로 사람들을 피해 외딴 섬의 등대지기로 자원한다.
그곳에서 만난 ‘이자벨’(알리시아 비칸데르)에게 마음을 열고 오직 둘만의 섬에서 행복한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사랑으로 얻게 된 생명을 2번이나 잃게 되고 상심에 빠진다. 슬픔으로 가득했던 어느 날, 파도에 떠내려온 보트 안에서 남자의 시신과 울고 있는 아기를 발견하고 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완벽한 가정을 이룬다.
그러나 수년 후 친엄마 ‘한나’(레이첼 와이즈)의 존재를 알게 되고,
가혹한 운명에 놓인 세 사람 앞에는 뜻하지 않은 선택이 기다리고 있는데..."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는 M.L 스테드먼의 <바다 사이 등대> 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제 73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도 공식 초청을 받아 작품성을 인정 받은 작품입니다. 극 중 톰과 아지벨 역을 맡은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이 영화 이후 실제 부부가 되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여운있는 로맨스 작품을 찾는다면, <파도가 지나간 자리> 추천드립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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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릭레이어> 액션 영화의 집합체 같은 영화, 브릭레이어
액션 영화의 집합체 같은 영화, 브릭레이어
CIA의 최고의 요원들이 연이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브릭레이어라는 별명의 전설적 존재로 불리우던 전직 CIA 요원 ‘스티브 베일’을 다시 불러들인다. 베일은 현직 CIA 요원 ‘케이트 배넌’과 파트너가 되어 사라진 요원들을 추적하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과 갈등에 휘말리게 되는데.. 과연, 베일은 자신의 과거와 싸우며 적들을 제압하고, CIA의 존폐를 위협하는 숨겨진 적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운명을 걸고 펼쳐지는 치열한 추적과 반전의 연속 모든 것을 걸고 싸워야 하는 순간이 다가온다.
-네이버 <브릭레이어>영화 소개글
영화 <브릭레이어>는 CIA에서 나와 브릭레이어 즉, 벽돌공으로 일하던 '스티브 베일'이 다시 CIA와 엮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스티브 베일'은 그 과정에서 숨겨진 비밀과 감춰진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액션 영화, <브릭레이어>이다.
<브릭레이어>는 총격전, 폭파, 자동차 추격 등 액션 영화에서 관객이 충분히 도파민을 느낄만한 요소들을 모두 담고 있다. 영화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진실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는 점에서도 끝까지 영화가 가지는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또한 전직 CIA 요원으로 현장 경험이 많은 '스티브 베일'과 엘리트 요원이지만 현장 경험이 없는 그의 파트너 '케이트 배넌'의 케미를 플롯에 넣어 관계성이 두드러지게 표현된다는 점에서도 영화는 관객의 재미를 사로잡기 위해 많은 요소 넣었다는 것이 잘 느껴졌다.
다만, <브릭레이어>의 아쉬운 점은 바로 이 모든 것이 이미 나왔던 액션 영화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것이다.
'스티브 베일'은 다양한 액션을 보여주지만 다른 액션 영화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점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전직 CIA 요원이자 현재는 벽돌공으로 일하는 '스티브 베일'만의 액션이 많이 등장하지 않아 차별점이나 <브릭레이어> 액션만의 특징을 느낄 수 없었다. 영화 제목이 <브릭레이어>인 만큼 벽돌공으로서 얻은 직업병이라든지 습관으로 인한 행동이 액션에 담겨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또한, 영화의 전개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스티브 베일'과 '케이트 배넌'사이의 관계성도 이전 액션 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점도 관객으로서 아쉬웠다. 현장 경험이 많은 '스티브'는 CIA의 원칙을 따르지 않고 독단적 행동을 한다는 설정, 그리고 '케이트'는 반대로 원칙을 고수하는 현장 경험이 없는 인물인 점, 그런 '케이트'가 진짜 현장을 마주하게 되면서 겪는 괴리와 '스티브'와의 작전으로 성장한다는 설정까지 관객에게는 무수히 관람한 액션 영화의 하나로밖에 기억에 남지 않을 것 같은 다소 뻔한 등장인물의 관계성이다. 또한 '케이트'의 역할이 주도하기보다 '스티브'의 보조로서만 등장하여 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영화의 결말에 밝혀지는 진실 그리고 반전 이후에 또 다른 반전이 있을 것 같다는 추측 모두 관객으로서 예측할 수 있. 이미 개봉한 액션 영화의 클리셰와 같은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 관객에게 다소 아쉬움을 남긴 영화, 브릭레이어였다.
※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대되어 참석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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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조건
드라마의 주인공인 민혁은 묻는다. “사랑은 얼마나 대단해야 사랑일까?” 온 마음 바쳐 사랑했던 이를 잃은 그는 세상에 물음을 던진다. 또 다른 주인공인 유정. 유정은 이 정도는 되어야 사랑이라고 온몸을 바쳐 보여주는 사람이다. 그녀는 사랑 때문에 애인의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기를 선택한다. 유정이 짊어진 죄는 민혁이 죽도록 사랑하던 애인을 뺑소니로 죽인 것이다. 민혁은 그녀를 용서하지 못한다. 감옥살이로 죗값을 치르는 일은 당연한 일일 뿐이다. 그는 그녀의 삶을 철저히 망가뜨리려 하고, 그렇게 이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시작된다.
사랑이 뭐라고 이들은 말도 안 되는 짓들을 벌인다. 유정은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끝없이 비밀을 만들고, 민혁은 그런 그녀를 끝없이 미워하며 괴롭힌다. 그리고 익숙한 전개가 이어진다. 서서히 밝혀져 가는 비밀과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서로에게 끌리는 두 사람. 흔하디흔한 ‘막장 드라마’적인 서사. 그러나 나는 이 작품에 몰입했고 단숨에 감상을 마치고 말았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분명 한 끗이 다른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표면적인 소재는 ‘사랑’이다. 그러나 드라마의 서사를 찬찬히 좇다 보면, 다른 핵심을 발견하게 된다. 이 작품은 ‘사랑’을 경유하여 ‘인간의 조건’을 논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유정은 일견 바보 같은 인물로 보인다. 남자 하나 때문에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여자라니. 게다가 그녀는 자신의 잘못도 아닌 일로 민혁에게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한다. 그 말은 습관이 되고 만 것인지, 감옥에서 죗값을 치르고 나온 뒤에도 그녀는 조금의 실수에도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
처음에는 그녀가 한심했다. 사랑이 뭐라고, 그깟 남자 하나가 뭐라고 저런 삶을 선택하여 불필요한 죄책감을 짊어지고 사는가. 그러나 그녀는 사실 그렇게 얄팍한 사람이 아니다.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그날의 사건이 유정의 짓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민혁은 유정에게 묻는다. “그날 네가 운전을 안 했다면 실은 안도훈이 한 거라면 말야. 네가 이렇게 나랑 더럽게 엮이진 않았을 텐데.” 유정은 답한다. “아니요. 만약에 제가 운전을 하지 않았다 해도 전 그 자리에 있었어요. 그분이 돌아가신 그날 밤 전 분명 그 자리에 있었어요.” 유정은 그저 안도훈이라는 남자를 사랑하기에, 사랑했기에 죄책감을 안고 사는 것이 아니다. 그녀 또한 그 자리에 있었기에, 어딘가 수상한 그의 행동을 보고서도 그 순간을 넘겼기에 죄책감에 사는 것이다. 반면 안도훈이라는 남자의 모습은 어떠한가. 유정의 희생이 자신을 괴롭게 한다며 되려 그녀를 탓한다. 나아가 ‘비밀’을 지키기 위해 다른 죄를 저지르는 것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렇게 그는 자신만을 알고 죄책감 따위는 모른다. 그가 보이는 불안은 죄책감이 아닌 자기 연민에 불과하다. 결말부 모든 비밀이 드러났을 때야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유정에게 용서를 구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다. 그는 주어진 수많은 기회들을 놓쳤기 때문이다.
‘인간의 조건’은 무엇일까. 유정은 자신이 무결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그녀는 자신이 민혁의 애인을 죽인 것은 아니나, 은연중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앎에도 외면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사실 세상 어디에도 무결한 사람은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실수를, 잘못을, 크게는 죄를 아느냐이다. 그리고 그것에 맞는 대가를 치르느냐가 문제다. 이 작품을 보고 내가 죽도록 미워했던 이들을 생각했다. 나에게 큰 상처를 준 사람들. 나는 그들에게 기회를 줬었다. 그러나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던 사람들. 그 시간들은 나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리고 내가 아끼는 이들이 떠올랐다. 작은 실수에도, 심지어 자신이 잘못하지 않은 일에도 모두 자신의 탓인 것 같다며 끝없이 자책하며 아파하는 이들. 그렇게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한 나의 사람들을 ‘자의식 과잉’이라며 놀리곤 한다. 어떻게 그들을 위로해 줘야 할지, 어떻게 그 일들이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설득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그저 내뱉는 말. 그런 당신이기에 사랑하지만, 그것만이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가 아니기에 슬퍼지곤 한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인지하지도 못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바보같이 인간다운 당신들이 내 곁에 있다.
작품 하나를 보고 수많은 생각을 했다. 10년도 더 된 작품이기에 불편한 지점이 없지는 않다. 작품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지점은 분명히 인정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민혁은 너무나 폭력적인 남자이며, 그런 지점에서 용인할 수 없는 장면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빌드업을 통해 작품은 분명한 설득력을 갖는다. 나아가 서로를 적으로 두던 여성들이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며 연대하는 모습 또한 좋았다. 죽도록 미워했지만 어느 순간 안쓰럽기도 하고 그것이 애정이 되기도 하는 그런 우정이 좋았다. 이런 작품이 단순히 과거의 작품들에서 성별을 반전할 뿐 납작하디 그지 없는 최근의 작품들보다도 훨씬 좋지 않은가.
드라마 한 편을 본 것뿐인데, 내 인생과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전부 스쳐 갔다. 내가 그 사람들을 이제는 조금 덜 미워할 수 있기를, 나 또한 인간의 조건을 잊지 않고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여리디 여린 사람들이 최소한 오늘만큼은 자신의 잘못도 아닌 일에 아파하지 않고 편안한 밤을 보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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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최고의 영화 TOP10
베니티 페어(Vanity Fair)는 미국의 연예정보 월간지로, 지난 2020년 1월 봉준호 감독이 커버를 장식하며 화제를 모은 잡지인데요. 1995년 이후, 세계적인 포토그래퍼인 애니 리버비츠 작가가 찍은 할리우드 스타들을 커버로 쓰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 잡지입니다.
베니티 페어에선 매년 말, '올해 최고의 영화 TOP10'을 발표해왔는데요. 해외 유력 매체인 만큼, 이 리스트는 오스카 시상과 비슷한 결을 보이기도 합니다. 일례로 2020년도 리스트에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과연, 올해는 어떤 작품들이 선정되었으며, 국내에는 언제 소개될 수 있을지 함께 확인해볼까요?
잇츠 CINE PICK!!
10. <베르히만 아일랜드> (Bergman Island)
멜로/로맨스 | 프랑스, 스웨덴, 벨기에, 독일 | 105분
감독 : 미아 한센-러브 | 출연 : 비키 크립스, 미아 와시코브스카, 팀 로스
? IMDb 6.7/10 ? Tomatometer 86%
? 제74회 칸 영화제(2021) 황금종려상 경쟁후보작
개봉 : 2022.01 예정
어떤 여름. 전설적인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이 거주하면서 수많은 걸작을 만들었던 스웨덴의 작은 섬 파뢰에 한 미국인 커플이 도착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감독인 크리스와 토니는 여름휴가 동안 이 평화로운 섬에서 각자 새 시나리오를 집필할 계획이다.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팬들에 따르면 <결혼의 풍경>(1973)의 영향으로 실제 많은 부부가 이혼을 했다고 한다. 이 영화의 촬영지인 파뢰섬에서 부부가 함게 창작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숨이 막힐 듯 아름다운 야생의 풍경이 펼쳐지는 가운데 크리스가 쓰고 있는 시나리오가 관객의 눈앞에 생생하게 재현되고, 현실과 허구의 인물이 뒤섞이면서 영화는 또 다른 차원으로 도약한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9. <그린 나이트> (The Green Knight)
모험, 드라마, 판타지 | 아일랜드, 캐나다, 미국, 영국 | 130분
감독 : 데이빗 로워리 | 출연 : 데브 파텔, 알리시아 비칸데르, 조엘 에저튼
? IMDb 6.6/10 ? Tomatometer 89%
? 2021년 한국 평론가 투표 1위
개봉 : 2021.08.05 (한국)
"녹색 기사의 목을 잘라 명예를 지켜라"
크리스마스 이브,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 앞에 나타난 녹색 기사,
"가장 용맹한 자, 나의 목을 내리치면 명예와 재물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단, 1년 후 녹색 예배당에 찾아와 똑같이 자신의 도끼날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아서왕의 조카 가웨인이 도전에 응하고
마침내 1년후, 5가지 고난의 관문을 거치는 여정을 시작하는데...
전설이 될 새로운 모험, 너의 목에 명예를 걸어라!
8. <매스> (Mass)
드라마 | 미국| 111분
감독 : 프란 크랜즈 | 출연 : 제이슨 아이삭스, 앤 도드, 마샤 플림튼, 리드 버니
? IMDb 8/10 ? Tomatometer 95%
?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2021) 플래시 포워드상 수상
총격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부모와 사건 가해자의 부모가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만나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 자식을 잃은 사람들의 분노와 슬픔 그리고 화해까지, 그들의 짧지만 강렬한 대화를 통해 비극적인 과거를 가슴 아프게 그려낸 이 작품은 미국 배우 출신 프란 크랜즈의 데뷔작이다.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충격적인 주제와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로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부모들을 연기한 네 배우 모두 아카데미 배우상 후보감으로 손색이 없다 할 정도로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든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올해의 화제작.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7. <더 휴먼스> (The Humans)
드라마 | 미국| 108분
감독 : 스티븐 카람 | 출연 : 스티븐 연, 비니 펠드스타인, 에이미 슈머
? IMDb 6.2/10 ? Tomatometer 92%
? 토니상 4관왕의 연극을 각색한 작품, A24 신작
전쟁 전, 맨하탄 시내의 복층 주택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영화는 블레이크 가족이 추수감사절을 기념하기 위해 모이는 저녁의 과정을 따라간다. 무너진 건물 바깥에 어둠이 내리자, 밤새 신비로운 것들이 부딪치기 시작하고 가족의 긴장감은 고조된다.
6. <수베니어 파트 II> The Souvenir Part II
드라마, 멜로/로맨스 | 영국| 107분
감독 : 조안나 호그 | 출연 : 오너 바이언, 로버트 패틴슨, 찰리 히턴, 틸다 스윈튼
? IMDb 7.8/10 ? Tomatometer 94%
? 영국 독립영화상 3관왕 수상, 칸영화제 감독주간 초청
불투명하기만 했던 앤소니와의 관계에서 헤어나지 못한 줄리는 그를 잊기 위해 다시 학교 프로젝트에 매진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경험했던 앤소니와의 과거를 토대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지만, 그 둘의 범상치 않았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스텝과 배우들 때문에 난항을 겪기 시작한다. 전작 <수베니어: 파트 I>이 앤소니와 줄리와의 관계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후속작인 <수베니어: 파트 II>에선 줄리의 험난한 제작과정에 비중을 둔다. 예술가의 길을 걷고자 했던 한 젊은 여성의 삶을 솔직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전작 <수베니어: 파트 I>에 못지않은 찬사를 받았다. 줄리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틸다 스윈튼을 비롯해 모든 캐스트의 환상적인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5. <나의 집은 어디인가> (Flee)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가족 | 덴마크,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 90분
감독 : 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 | 출연 : 라시드 아이투가노프, 베로즈 비그델리
? IMDb 8.2/10 ? Tomatometer 98%
?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 심사위원대상
감독 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은 10대 중반 아프간 난민 출신의 아민을 처음 만났다.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친구의 탈출 뒤에 숨겨진 진실을 듣고, 그가 고향을 떠나 덴마크에 홀로 정착하기까지의 여정을 아름다운 애니메이션과 아카이브 영상으로 재구성했다. 영화는 주인공이 자신과 가족을 부인하는 인고의 세월을 지나, 마침내 스스로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그린다. 특히 아민이 처음으로 클럽에 들어서는 순간은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커밍 홈' 장면이 될 것이다. 아리 폴만의 <바시르와 왈츠를>(2008)을 기억하고 있다면, 영화가 지닌 힐링의 힘을 믿고 싶다면, 혹은 그저 누군가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 싶은 경험이 있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수작이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박가언 프로그래머]
4. <컴온 컴온> (C'mon C'mon)
드라마 | 미국 | 108분
감독 : 마이크 밀스 | 출연 : 호아킨 피닉스, 가비 호프먼, 우디 노만
? IMDb 8.1/10 ? Tomatometer 96%
? 2021년 에너가카메리마쥬 시상식 2관왕. A24 신작
개봉 : 2022년 봄 예정
주인공의 여동생이 자신의 아들을 돌봐달라고 하자, 라디오 기자인 그는 그의 활기찬 조카에게 로스앤젤레스와는 다른 삶을 보여주기 위해 함께 대륙횡단 여행에 나선다.
3. <파워 오브 도그> (The Power of the Dog)
드라마, 멜로/로맨스, 서스펜스, 미스터리 | 영국,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 126분
감독 : 제인 캠피온 | 출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
? IMDb 7/10 ? Tomatometer 96%
? 아카데미 수상 제인 캠피언 신작, 넷플릭스 작품
개봉 : 2021.11.17 (한국)
1925년 미국 몬타나, 거대한 목장을 운영하는 필은 막대한 재력은 물론 위압적이고 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공포와 경외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어느 날 그의 동생 조지가 로즈와 그의 아들을 가족으로 맞이하고, 동생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에 분노한 필은 로즈의 아들을 볼모로 삼아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한다. 자신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2. <드라이브 마이 카> (Drive My Car)
드라마 | 일본 | 179분
감독 : 하마구치 류스케 | 출연 : 니시지마 히데토시, 미우라 토코, 오카다 마사키, 박유림
? IMDb 7.9/10 ? Tomatometer 100%
? 제74회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
개봉 : 2021.12.23 (한국)
누가 봐도 아름다운 부부 가후쿠와 오토.
우연히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가후쿠는 이유는 묻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2년 후 히로시마의 연극제에 초청되어 작품의 연출을 하게 된 가후쿠.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를 만나게 된다. 말없이 묵묵히 가후쿠의 차를 운전하는 미사키와 오래된 습관인 아내가 녹음한 테이프를 들으며 대사를 연습하는 가후쿠. 조용한 차 안에서 두 사람은 점점 마음을 열게 되고, 서로가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눈 덮인 홋카이도에서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은 서로의 슬픔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1.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멜로/로맨스 | 노르웨이,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 | 128분
감독 : 요아킴 트리에 | 출연 : 르나트 라인제브, 앤더스 다니엘슨 라이
? IMDb 8.1/10 ? Tomatometer 100%
? 제74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내일 모레면 서른이 되는 줄리는 옷을 갈아입듯이 직업과 애인을 바꾼다. 의학을 공부하는 모범생이었지만 '몸보다는 마음을 치료하고 싶어' 심리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공부보다는 예술이 적성에 맞을 것 같아' 사진 찍기를 시작하고, 연애의 고충에 대해 쓴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얻자 이제는 작가에 도전해 볼까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줄리는 점점 초조해지고 임박한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한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중반 즈음, 세상이 멈춘 가운데 줄리 혼자서 오슬로의 길거리를 누비는 장면이 있다.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삶의 무게를 벗어 던진 그녀는 환하게 웃음 지으며 행복을 만끽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어른아이, 무언가를 하고 싶지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세상의 모든 줄리들을 위한 영화는 신예 레나테 라인스베에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겼다.[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박가언 프로그래머]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되어 화제를 모은 작품들이 더러 보이네요.부디, 2022년엔 위 작품들을 볼 수 있길 바라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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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가 선사하는 삶의 파노라마
올해로 개봉 35주년을 맞은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명작 <시네마 천국>은 단순히 한 소년의 성장담을 넘어, 영화와 인생, 그리고 진정한 우정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영화에 미쳐 살던 어린 토토가 영사기사 알프레도를 만나 평생의 스승이자 친구로 삼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필름처럼 이어지는 삶의 순간들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영화 속 극장이 토토에게 환상의 공간이었다면, 스크린 밖 현실은 전쟁 직후의 폐허와도 같다. 아버지의 부재, 홀로 자식을 키워야 하는 어머니의 서러움, 그리고 예상치 못한 비극적 사건들은 어린 토토의 삶을 짓눌린다. 영화는 이러한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인생의 런닝 타임을 비극적이지만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토토는 사랑과 이별을 겪으며 청년으로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영화가 인생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유일한 안식처이자 동시에 또 다른 삶의 교훈을 얻는 공간이었음을 깨닫는다.
영화의 핵심은 알프레도와 토토의 관계에 있다. 알프레도는 토토의 재능을 일찍이 알아보고, 그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 꿈을 펼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뒤돌아보지 말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는 그의 냉정한 말은, 토토의 성공을 위한 알프레도의 지극한 사랑과 희생의 표현이었다. 고향을 떠나 성공한 영화감독이 된 토토가 알프레도의 부고를 듣고 비로소 돌아왔을 때, 모든 것이 변해버린 고향과 사라진 극장은 그에게 낯선 동시에 지울 수 없는 기억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폐허가 되어 폭파되는 극장은 단순한 공간의 소멸을 넘어, 지나간 시간과 추억의 일단을 정리하는 듯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의 마지막, 토토가 알프레도가 남긴 고전 영화 키스신 모음 필름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의 정점이다. 이는 알프레도의 토토를 향한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토토가 진정한 사랑을 찾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긴 유산으로 해석된다. 극장에서만큼은 현실의 가혹함과 비극을 잊고 영화라는 환상에 빠져들었던 토토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쓰러움과 함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시네마 천국>은 영화가 가진 근원적인 힘에 대한 예찬이다. 어둠 속에서 수많은 사람이 함께 웃고 울며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극장이라는 공간의 경험은,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지닌다. 오늘날 관객들이 극장을 외면하는 현실을 마주하며 이 영화를 다시 본다는 것은 씁쓸하면서도, 동시에 극장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한다. 무성에서 유성으로, 흑백에서 컬러로 진화하며 늘 발전해 온 영화의 기술과 극장의 변화 속에서도 변치 않는 것은, 스크린이 선사하는 마법 같은 순간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와 감동일 것이다. <시네마 천국>을 극장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은,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에 더욱 깊은 의미를 부여하며 극장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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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트맨 3년차, MBTI가 바뀌었다.
이 글은 영화 [더 배트맨]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비난은 늘 낯설고 새로운 것의 그림자 역할을 자처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처음 007이 되었을 때만 해도 모든 사람들이 여태까지 이런 007은 본 적이 없다며 비난과 험담의 벽을 쌓아 올렸으니까.
그러나 첫 작품이었던 [카지노 로열]은 사람들이 쌓아놓은 미움의 벽을 시원하게 밀어버렸다. 덕분에 다니엘은 시리즈 사상 가장 마초적이면서 인간적인 요원으로 자리 잡았고. 15년 동안의 임무를 완수하고 기꺼이 우리에게 안녕을 고했다. (참고 1) DC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고 과언이 아닐 배트맨 시리즈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기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손에서 가장 완벽한 3부작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희대의 악역인 조커를 낳았다.
이런 시리즈에 아직 물음표가 가득한 배우인 로버트 패틴슨을 앞세운 새 배트맨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매우 큰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영화 [더 배트맨]의 시작은 새로운 것들로 가득했고. 덕분에 그림자인 비난 역시 짙게 깔려있는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 [더 배트맨]은 이런 비난의 색을 가득 담았다. 어둡고 또 무겁다. 로버트 패틴슨은 우울하고도 생각으로 가득한 배트맨 역할을 여태 해 온 역할들과는 다른 분위기로 풀어내 영화의 깊이를 더했다.
제작진이 비난에 대처한 방식은 영화의 색깔과 같았고. 비난은 슬그머니 배트맨이 가진 고뇌의 무게에 합쳐져 긴 러닝타임 내내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9회 말 2아웃 상황의 DC가 드디어 해냈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이면 가벼운 마음만큼이나 영화 속 배트맨의 마음도 조금은 밝아졌음을 느낄 수 있다.
3,6,9는 진리다.;배트맨도 피할 수 없는 3년 차 성적표
사진 출처:다음 영화
3년 차. 일반 회사로 친다면 이제 슬슬 대리 달아야지?라는 덕담 같은 압박이 귓가에 쌓이기 시작할 때다. 불가능할 것만 같던 업무 짬도 차기 시작하고 전체적인 일의 그림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익숙해져 버린 자리 덕에 슬슬 회사 전체에 대한 불만도, 그리고 이직을 했을 경우의 "조건"들에 대해 점치기도 시작한다. 또한 근원적으로 내가 과연 이 일을 계속해도 될 것인가에 대한 의심과 물음도 하나둘씩 마음을 채운다.
올해 3년 차에 들어선 고담 시 (명예) 공무원인 배트맨의 위치가 정확히 이 지점에 있다. 이제 고담 시 전체도 제법 눈에 익었고. 모든 범죄에 출동할 수 없으니 Priority를 세워 선택적으로 야근할(?) 줄도 안다. 그럼에도 고담 시의 경찰들에게는 가면을 쓴 자경단들 중 하나 정도라는 생각에 그칠 뿐이지만.
그럼에도 경찰들이 이 혼돈의 배트맨을 잡아들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에게 기대하는 "능력"이 (연차 대비) 출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뛰지 않는다. 날아다니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현란하게 움직이지도 않는다. 배트맨은 자신의 정체가 그들의 코앞에 다가갈 때까지 천천히, 그리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밤이 만들어 낸 안개가 걷히면서 배트맨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에. 범죄자들은 그제서야 허공을 향해 빛나고 있는 박쥐 모양의 경광등을 떠올리며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어진다. 물론 그 마른침이 다 넘어가기도 전에 얻어맞고 바닥에 뻗어 있겠지만. 영화는 배트맨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위압감을 매우 잘 묘사하고 있다. 분명 다른 히어로들보다 휘황 찬란하다거나, 빠르지도 않지만. 배트맨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서 오는 압박감만은 매우 대단하다. 저벅저벅 걸어오는 그 발걸음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집념을 느낀 악당들에게 배트맨은 훌륭하고도 끔찍한 악몽이며.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지만 동시에 만나보고 싶기도 한 빌런이다.
세례 받은 배트맨;자신 스스로도 구원해 내기.
사진출처:다음 영화
영화 속 배트맨은. 마치 자신의 진정한 MBTI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수많은 질문들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자신이 행하던 것이 복수였는지. 혹은 정의였는지에 대해 생각하듯이.(참고 2)
리들러의 공격은 너무도 현실에 착 붙어 있어서.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점을 파고들었다. 덕분에 외면하고 싶은 연좌제에 대한 이슈를 똑바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 또한 뒷골목의 사람과 다를 바가 없을 것만 같아서.
셀리나는 자신이 드러낼 수 없는 마음속 분노의 모습과 닮아있어 더 이상의 고아가 탄생하는 것도. 고아가 저지르는 잘못도 없기를 바라는 배트맨의 입장에서는 그녀가 어둠 속에서 사는 사람이 되는 것 또한 막아야 했다.
여기까지면 좋으련만. 브루스 웨인으로서의 삶은 일찌감치 박살 난 지 오래라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도 감을 잡을 수가 없는 상황이기까지 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엉망인데. 배트맨은 자신의 앞에 놓인 질문에 답을 해야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리고 정확하게. 게다가 늦지 않게.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고담 시 사람들이 사상을 입을 수도 있는 그 순간에. 배트맨은 마지막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기꺼이 물속으로 뛰어든다. 마치 영화의 진행 내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던 복수와 정의 중 후자를 선택하기로 마음먹은 순간임과 동시에. 여태까지 지니고 있던 모든 고뇌를 세례를 통해 씻어내린 것처럼 느끼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의 MBTI는 결정되었고. 동시에 새로운 배트맨이 되었다. 그리고 배트맨은 망설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좀 더 가까이서 직접 돕는 것을 가장 먼저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그는 이 역할에 당위성을 고쳐 붙였다. 스스로의 힘으로. 다른 사람을 구하겠다고 생각했지만. 과연 그가 건져올린 것들에 자신도 있음을 알아주는 날이 오기를 빈다.
과연 이직에 성공할 수 있을까?;일단 야근부터 좀 어떻게 해보자.
사진 출처:다음 영화
영화의 말미에. 배트맨은 아주 잠깐이지만 그 지독한 어둠에서 벗어나 사람들을 도우는 일에 합류한다. 마치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을 가리기라도 하려는 듯 그 모습마저도 먼지 구덩이에서 한 번은 구르고 나온 것 같은 모습이지만. 배트맨의 눈길과 몸짓은 경직되어 있던 영화의 초반과는 조금은 달라 보이기까지 한다. 그전까지 자신에게는 어둠만 허락된다고 생각했다.
어둠을 먹고 사는 자들을 처리하는 것이 자신의 복수이자 고담 시의 질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밤의 지배자들에게는 두려움이라는 바이러스를 뿌려댈 수 있지만. 낮의 주인들에게는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낮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 희망이 전염될 가능성이 더 많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이제 배트맨은 고담 시를 떠날 수 없다. 3년 차가 갖고 있던 고민도 사라졌고, 자신의 MBTI도 명확해졌다. 그리고 야근만 하던 삶을 주간 근무로 바꿀 수 있는 희망도 이젠 갖게 되었다.
물론 이런 각오가 무색하게 6년 차의 헛바람은 찾아올 것이고. 이 도시는 여전히 자신을 배신하겠지만. 게다가 잊고 있었던 야근도 종종 하게 될 테지만. 이제 배트맨의 눈은 바뀌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는 매일 다른 것을 하며 자극을 찾는 것이 아닌. 똑같은 일상을 견뎌내는 힘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의 눈으로.
이 초보 공무원이 고담에서 보낼 영원한 시간들 중 딱 오늘 하루만이라도 부디 평온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야근도 안 하면 더 좋고.
마치면서
호불호가 매우 강할 영화다. 액션이나 최첨단 무기, 혹은 브루스 웨인의 어마 무시한 부(Richness)를 기대한다면 한없이 지루할 것이고. 지울 수 없는 이름인 히스 레저를 떠올린다면 더더욱 실망할 영화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들을 지우고 새로운 배트맨에 집중한 것이 좋았다. 배트맨의 탄생이나 고담 시 7급 공무원 정도의 짬을 가진 타이밍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제 겨우 병아리 티를 벗고 뭔가 해보려고 하는 의욕은 많지만 처음 접해보는 문제들에 부딪쳐 시무룩해지기 쉬운 딱 3년 차의 모습이라서. 그냥 응원해 주고 싶었다.
최근 영화가 길어지는 추세에 대한 큰 반감이 있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닝타임이 길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다못해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까 같은 쓸데없는 잡생각 없이 그저 이 야근만 하는 공무원의 고군분투 일처리를 보다 영화관을 나왔다. 그가 아주 조금은 행복.. 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이 가벼워진 게 보이는 것 같아 다행이다.
[좋아한 장면]
중간에 나오는 자동차 추격전 장면과 천장을 박살 내면서 떨어져내리는 장면은 뭐 말할 것도 없지만. 글에도 쓴 홍수 난 광장으로 떨어지는 장면에서 그냥 자꾸 눈물이 났음. 기꺼이 고난으로 뛰어드는 자 만이 얻을 수 있는 재탄생을 잘 살린 것 같았음.
참고 1
007시리즈 말고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한 007에 대해 쓰다가 저장해둔 글이 있었는데 거기서 조금 갖고 옴. 개인적으로 크리스찬 베일의 엄청난 팬이기 때문에 로버트 패틴슨이 배트맨을 한다고 했을 때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했던 사람이었으나. 이 영화 보고 나서 영원히 입다물기로 함.
참고 2
내 MBTI도 제대로 못 외우는 주제에 리뷰 쓰겠다고 찾아봄. 실제로 배트맨의 MBTI는 INTJ이며. 나는 INFJ임. 문제는 그게 무슨 뜻인지를 아직도 잘 모름.
[이 글의 TMI]
1. 영화는 (너무 무거워서) 내 취향이지만. 리뷰는 좀 가볍게 쓰고 싶었음.
2. 어두운 영화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내 OTT 서비스 보고 싶어요 한 목록 보니까 이건 뭐. 아포칼립스던데.
3. 샐러드 먹고 16시간 금식은 내가 봐도 너무 힘들다. 근데 그걸 두 달째 하고 있지.
#더배트맨 #맷리브스 #로버트패틴슨 #앤디서키스 #조크라비츠 #폴다노 #DC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인플루언서 #네이버인플루언서 #브런치작가 #내일은파란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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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22] (브런치작가/영화리뷰/결말x) 진짜 저스티스리그가 찾아왔다!
잭 스나이더가 하차하면서 자신의 버전을 완성하지 못했던 저스티스 리그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2017년 조스웨던이 완성한 버전은 여러모로 평가가 좋지 못했죠.
이번 HBO max에서 공개된 영화는 한국에서는 Vod로 공개 되었어요.
4시간의 상영시간이 아깝지 않을만큼 완성도 자체는 조금 올라갔어요.
여전히 완벽한 영화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전 버전에 비해서는 캐릭터 서사가 나아졌고, 액션 장면도 좋아졌어요.
또한 음악감독을 맡은 정키XL의 음악도 영화에 힘을 줍니다.
마지막 전투도 조금 바뀌어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 합니다.
잭 스나이더의 다음 편이 나오지 않더라도 그래도 좀 더 나은 저스티스 리그를 볼 수 있어 좋네요.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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