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2-06 12:10:48
2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아리 에스터 감독, 신작 <에딩턴> 올 여름 개봉 예정

아리 에스터가 <보 이즈 어프레이드>에 이어 A24와 다시 손을 잡았습니다. Variety에 따르면, 신작 <에딩턴>은 올해 칸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후, 여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아직 칸 영화제 공식 초청
여부는 미정으로, 그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신작은 지난해 여름 뉴멕시코에서 이미 촬영을 마쳤으며, 호아킨 피닉스, 페드로 파스칼, 엠마 스톤, 오스틴 버틀러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루크 그림즈, 디어드리 오코넬, 마이클 워드, 클리프턴 콜린스 주니어도 합류해 영화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3,500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하였지만, 전 세계 흥행 수익이 1,200만 달러에 그치는 부진을 겪었던 아리 에스터가 과연 이번에는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받고 있습니다.
베르너 헤어조크 신작, 케이트&루니 마라 주연 확정

베르너 헤어조크의 신작 <Bucking Fastard>에 케이트 마라, 루니 마라 자매가 나란히 주연을 확정 지었습니다. 두 사람은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쌍둥이 자매 진(Jean)과 조안(Joan)을 연기할 예정입니다.
이 영화는 실존 인물인 프리다와 그레타 채플린 자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며, 이들이 이웃 남성에게 지나친 집착을 보이다 결국 법원으로부터 접근 금지 명령을 받은 사건입니다. 영화 제목 역시 법정에서 자매가 동시에 실수로 내뱉은 말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출처: The Film Stage).
촬영은 올해 봄 아일랜드에서 진행 예정이며, 추가적인 줄거리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논픽션 영화의 거장, 프레더릭 와이즈먼 은퇴하나

<라 당스>,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를 연출한 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이 최근 링컨 센터에서 열리는 그의 회고전을 기념해 IndieWire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은퇴를 암시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병을 앓았고, 지금은 에너지가 없다. 영화를 만들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데, <메뉴의 즐거움>을 마친 후, 몇 년 동안 기력이 떨어졌다.”라고 답했습니다.
프레더릭 와이즈먼은 70년 동안 영화를 만들어온 감독으로, 가장 최근 작은 2023년에 개봉한 <메뉴의 즐거움-트와그와 가족>입니다.
넷플릭스 범죄 스릴러 <The Whisper Man>, 로버트 드 니로 출연 확정

로버트 드 니로가 넷플릭스와 AGBO가 공동 제작하는 <The Whisper Man>에 출연합니다.
제임스 애쉬크로프트가 연출 예정인 이 영화는 알렉스 노스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8세 아들이 실종된 후 도움을 구하려는 범죄 소설가인 주인공이 오랜 세월 연락이 끊겼던 은퇴한 형사인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위스퍼 맨(The Whisper Man)’이라는 별명을 가진 연쇄살인범과 관련된 오래된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입니다.
본격적인 촬영은 올해 봄 미국 동부에서 시작될 예정이라고 알려졌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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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는 여기에 있다] 씨네랩 VIP 시사회 참여
*이 영화는 씨네랩의 초대를 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오랜만에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영화를 보러 갔다. 본디 액션을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최근에는 세계관이 재미있는 액션 영화가 많아서 관심이 갔다. 게다가 조한선 배우가 나온다고 하길래 궁금했다.
영화 티켓을 받았는데 팝콘과 음료 세트를 할인해 주고 있었다. 어쩐지, 사람들이 다 팝콘이랑 음료를 들고 있더라. 밥을 안 먹고 와서 나도 사서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었다. 뭐지..? 하고 가서 봤는데 조한선 배우가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음!!! 가까이서 실물 보는데 잘생겨서 깜짝... 그리고 영화를 보기 전, 배우들의 짧은 무대인사가 있었다. 우왕... 너무 멀어...ㅠㅠ 멀어서 잘 안 보였는데도 잘생김이 뿜어져 나오고 있음. 역시 괜히 반해원의 남자가 아닌... ㅋㅋㅋ
영화 [나는 여기에 있다]는 액션에 매우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사건의 전개 자체를 액션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선두와 규종, 두 사람은 장기이식자라는 콘셉트인데, 그래서 숨을 몰아쉬면서 격렬하게 싸우는 모습을 일부러 길게 보여준다.
영화의 소재가 획기적으로 독특하지는 않다. 하지만 '장기이식자의 성격이 공여자에게 영향을 받는다'라는 컨셉은 좋았다. 아쉬웠던 건 컨셉을 풀어나가는 전개력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 강했다. 영화 속 규종의 성격 변화를 보여주려면 공여자를 더 디테일하게 보여줬어야 하는데, 제대로 비추지 않고 지나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쯤 나오려나'하고 기다리다가 끝나 버렸다.
영화의 시작과 끝은 CCTV 화면이다. 수미상관의 매듭을 지으려고 했던 것을 보면, 시나리오 자체는 탄탄하고 꽤 흥미로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영상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들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쉬웠다. 사건이 단순할수록 캐릭터에게 더 큰 기대를 하게 되는데, 캐릭터를 보여줄 틈이 없이 영화가 끝나버려서 제대로 몰입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끝났다.
다만 조한선 배우는 확실히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온 힘 다해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고. 열혈 형사라는 캐릭터가 잘 어울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캐릭터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여주려면 그에 응당한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보여줄 틈 없이 영화가 끝나버렸다. 컨셉과 캐릭터를 풍미 있게 살릴 수 있었는데,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이 영화는 씨네랩의 초대를 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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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유체이탈
12시간마다 몸이 바뀐다면 어떨까요?
여기, 주인공은 자신이 모르는 몸으로 변하면서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신박한 스토리 소재와 화려한 액션이 돋보였던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영화 유체이탈자
그럼, 영화 유체이탈자 리뷰 시작해 볼게요!
기본 정보
장르 : 액션, 스릴러, 미스터리, 판타지, 느와르, 범죄, 드라마
감독 / 각본 : 윤재근
출연진 : 윤계상, 박용우, 임지연
개봉일 : 2021년 11월 24일
평점 : 7.50
스트리밍 : tvN , NETFLIX, 쿠팡
기획 의도
"누가 진짜 나인지 모르겠어요"
교통사고 현장에서 눈을 뜬 한 남자.
거울에 비친 낯선 얼굴과 이름,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또 바뀌었어, 낮에도 바뀌더니 밤에도 또"
잠시 후, 또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난 남자.
그는 12시간마다 몸이 바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기 시작한다.
그가 12시간마다 몸이 바뀌었던 사람들,
가는 곳마다 나타나는 의문의 여자까지,
그리고, 이들이 쫓고 있는 한 남자,
진짜 나를 찾기 위한 본능적 액션이 시작된다.
여담
영화 유체이탈자는 초반 신선한 설정을 잘 나타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이다.
영화는 원래 2020년 개봉 예정이었으나,
1년 후인 2021년도에 개봉되었다.
후기 및 결말
영화 유체이탈자 결말
강인아(윤계상)은 메인 빌런인 박실장(박용우)의
거래 정황을 포착해 검거 예정이었으나,
이 과정에서 정체불명의 약이 터지면서
이안의 몸에 들어가게 되면서 사건이 발생된다.
여기저기 몸이 바뀐 이안의 진짜 몸은
병원에 있었고, 백상사가 숨을 거두게 되자
그의 영혼이 진짜 몸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영화 유체이탈자의 초반 이야기 스토리와
짜임새와 연출 능력은 아주 좋았지만,
갈수록 아쉬운 스토리가 맘에 걸린다.
연진이로 아직도 핫한 인물
임지연의 또다른 연기력을 볼 수 있는 영화
윤계상의 1인 7역이라고 해도 아쉬울 게 없었던
영화 유체이탈자, 킬링타임 영화로 딱 좋은
영화라 추천드리고 싶다.
한줄평 : 화려한 액션과 연출력이 매력적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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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사는지 보다 어떻게 살지를
영화 <올드 가드(The Old Guard)>(2020)의 인물들은 고뇌에 휩싸인다. 앤디(샤를리즈 테론)를 비롯한 불멸자들은 영속의 삶 가운데 자신의 존재적 정체성을 찾아내려 하고 의미 있게 살아갈 이유를 탐구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그 누구도 해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The Lord of the Rings: The Fellowship of the Ring)>(2001)의 간달프는 프로도에게 우리는 인생에서 의도하지 않은 많은 것들을 겪지만, 그저 주어진 그 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남겼다. 간달프의 말에 힘을 보태서 생각해 보면, 사실 <올드 가드> 속 불멸자들의 고민은 해결될 수 없다. 개체의 발생적 원인과 존재적 배경을 추적하고, 삶의 궤적을 지탱하는 명분이나 당위성 따위를 되새기는 작업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그리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저 주어진 순간에 몰두하여 현존하는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 과연 <올드 가드>의 인물들, 그중에서도 특히 앤디는 어떤 사유 과정을 거쳐서 어떤 판단을 통해 어떤 선택을 보여주었는가. <올드 가드>는 다양한 인물상을 다루기 때문에 이를 통해 고찰하기 좋은 지점들이 여럿 보이는 작품이다. 앞서 이야기한 이들의 고뇌를 바탕으로, 앤디를 중심으로 한 인물 관계 속에서 무엇을 살필 수 있는가.
앤디의 고뇌
앤디는 불멸자 중에서도 가장 오랜 세월을 살아온 존재로, 그의 기나긴 삶의 궤적만큼이나 쌓인 고뇌의 순간들도 분명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앤디는 영화 속 불멸자 중 가장 연장자 대접을 받는 데다가, 연령 또한 추측이 어려울 정도로 신묘한 존재로 묘사된다. 새로운 불멸자인 나일(키키 레인)을 팀에 합류시키려는 앤디는 나일에게 사람들이 자신을 신으로 여겼던 적도 있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놓는다. 나일은 불멸의 삶이 좋은 것 하나 없을 거라 여기고 거부하려고 하지만, 앤디는 받아들이기 힘든 걸 알고 있다며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이미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오랜 세월 동안 불멸의 존재로 살아온 앤디
이렇듯 겉으로는 모든 걸 초월한 듯 보이는 앤디는 사실 힘든 여정을 끊임없이 겪어내다 못해 지칠 대로 지쳤으며 풀리지 않는 존재적 고민을 늘 안고 살아간다. 앤디는 그 누구보다도 많이 고민하고 절망을 겪으면서 번뇌에 사로잡히곤 한다. 불멸의 힘은 앤디에게 다른 방식의 삶을 강요했다. 앤디는 팀을 조직하여 일종의 용병 집단처럼 전 세계를 누비면서 불의로 보이는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 애썼다. 그런데 말이 쉽지, 대가 없이 선행만을 반복하는 삶이 과연 앤디에게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앤디를 필두로 한 불멸자 조직은 약자를 보호하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몸을 바쳐 헌신해왔다. 물론 이들의 행위는 그 자체로 칭송받아 마땅하고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볼 수 있지만, 정작 행위의 주체들에겐 이러한 행위의 연속이 무용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런 동기도 없고 명분도 찾을 수 없는데 뭐 하러 세상을 구하고, 누구 좋으라고 정의를 수호하려 하는가. 심지어 앤디의 말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은 좋아지기는커녕 나빠지기만 하는 듯 보이지 않는가. 여전히 세상은 각종 문제들로 가득한 아수라장이다. 초월적인 능력을 보유한 주체가 자신의 정체성과 실존에 관해 고민에 빠지게 되는 지점은 이 작품뿐만 아니라 흔히 영웅물에서도 많이 다뤄지곤 하였다.
영화에서 앤디의 고뇌는 몇몇 지점을 경유하면서 다변화되는데, 특히 가게 점원과 앤디가 대화를 나누는 신이 그렇다. 앤디는 자신에게 자초지종을 캐묻지도 않고 덜컥 호의를 베푸는 점원을 보며 의아하게 생각한다. 점원은 당신만의 사정이 있을 거라면서 도움이 필요해 보여서 도와주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치료가 끝난 후, 점원은 오늘은 내가 치료해서 널 도와줬으니 내일은 네가 길에서 넘어진 사람을 보면 일으켜주라고 한다. 아무도 혼자는 못 산다며. 이렇게 가게 점원은 앤디를 조건 없이 도와준다. 앤디가 왜 도와주냐고 묻자, 점원은 도움이 필요해 보여서 도와주는 건데 꼭 이유가 필요하냐고 묻는다. 앤디가 아마 이때 지난 몇 천년의 삶을 돌아보며 의미를 곱씹어 보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은 왜 그 긴 세월 동안 인류를 도우며 살아왔는가. 앤디가 오롯이 자신을 위해서 살았는가? 그녀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일종의 운명과도 같은 삶의 형태를 조건 없이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적으로 의미를 창출하는 삶을 살았다. 앤디는 조건 없이 인간들을 도와준다. 인간들이 자신을 마녀 등의 기이한 존재로 여겨 공격하기도 했지만, 앤디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류를 구원한다. 결국, 점원을 향해 의아해하며 건네는 앤디의 질문은 역으로 자기 자신한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 대화하는 신은 불멸성을 잃고 인간화된 앤디가 타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중요한 서사적 동력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앤디가 점원의 말을 통해 많은 걸 느꼈는지, 잠시 눈을 감으며 아주 희미하게 웃는 모습이 담긴 클로즈업 쇼트에서 상기한 서사적 효과가 극대화된다.
점원의 말은 들은 앤디의 얼굴이 담긴 클로즈업 쇼트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일은 앤디에게 있어서는 앤디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존재로, 나일을 통해 앤디는 자신의 삶을 다시 되짚어보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불멸을 잃을 때, 네가 나타났어. 너(나일)를 통해 내(앤디)가 처음에 어땠는지 돌아보고, 다시 기억하라는 의미인가 봐”. 이렇듯 앤디는 자신을 조건 없이 도와준 가게 점원과 자신의 분신처럼 느껴지는 나일을 보면서 지금까지 사로잡혀왔던 존재적 고민을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사실 앤디가 고민하는 지점들은 절대로 해결될 수 없는 운명적인 논리와 맞닿아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 그러한 삶의 논리를 수용할지 거부할지는 본인이 정하는 것이다.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 역시 그런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의 도출을 그럴듯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도 없다. 결국, 원점으로 회귀하는 존재적 고뇌에 사로잡히기보다는, 간달프의 조언대로 현존하는 삶의 흐름을 잠시 붙잡아 의미를 부여하려는 각자의 주체성에 주목할 때 우리의 삶은 어쩌면 조금 더 가치 있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왜 이런 삶을 살아가게 됐는지 심각하게 여길 바에는 이런 삶 속에서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에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편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사진 출처
- IMDb
- Netflix(화면 캡처)
* 본 콘텐츠는 브런치 드플레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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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투박한 울림으로 기억하기
Director] 모리 다츠야
Cast] 이우라 아라타, 다나카 레나, 나가야마 에이타, 히가시데 마사히로, 코무 아이, 토요하라 코스케, 에모토 아키라 외
Program note]
1923년 9월에 어떤 일이 있었나? 영화는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뒤 발생한 비극을 들여다본다.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소문이 퍼졌고 일본 군경과 무장한 일본인이 수많은 조선인을 학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사건의 진상은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일본 감독이 이런 소재를 영화로 만들었다는 사실부터 눈길을 끈다. 1923년 9월, 가난한 15명의 일본 행상단이 후쿠다 마을에 도착한다. 의약품과 일상용품을 팔며 떠돌아다니는 그들은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생소한 지방 사투리를 쓴다는 이유로 조선인으로 오해를 받는다. 일본에서도 잘 안 알려진 후쿠다 마을 사건의 시작이다. 조선인 학살과 마찬가지로 후쿠다 마을 사건도 잊혀진 역사이다. 감독은 “99년이 지난 지금 이 비극적 사건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고 말했고, 프로듀서는 “우리는 망각하게 놔두어서는 안된다. 알아가고, 기억하고, 소통하는 것은 항상 항거의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제작 의도를 밝힌 바 있다. (남동철)
아주 어릴 때, 지금으로선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어떤 소설집을 읽었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단편 소설집이었고, 그 중에서는 어머니가 아이를 뒤뜰로 데려가 꽃잎으로 한글을 써 보내는 아련한 장면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끔찍한 이야기도 있었다. 관동대지진 이후 미쳐버린 것 같은 사람들이 사람들에게 ‘15엔 50전’을 발음해 보게 시킨 다음,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죽창으로 찔러 죽이는 것이다. 그 소설집에서 죽창에 찔러 죽은 사람은 말을 더듬는 일본인 아이였다.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소설집에서 기억나는 장면이라곤 딱 그 두 장면뿐이다.
의도치 않은 조기 교육(?)으로, ‘후쿠다 마을 사건’이 낯설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충격적이다. 자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자국민을 위협하는 가짜 뉴스를 뿌리고,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가짜 뉴스의 뒤를 따라가던 끝에, 자국민을 위해 휘두른 무기는 자국민을 죽이고 만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촌극으로 코웃음 치며 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자국민을 죽인 것이 “실수”였다면, 자국민이 아닌 자들을 죽인 것은 괜찮은가? 우물에 독을 풀었고 살인과 강간을 일삼는다는 거짓말을 뿌려 가며 조선인을 죽이려 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역사는 언제나 “피는 피로, 폭력은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주지시킨다. 극중에서도 몇 번이나 대사로 강조하지만, 사람들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식의 루머를 받아들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조선인들이 너무 많은 괴롭힘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논조이다. 그렇다면 괴롭히지 않으면 될 텐데, 가해자의 손에서 뻗쳐 간 폭력은 다시 가해자에게 불안으로 돌아간다. 쌍방의 폭력이 아닌 일방의 폭력이어서, 그 불안은 또 다시 피해자의 피를 흘린다. 바로 이런 이유로 식민 지배는 전쟁보다 참혹하다.
그게 1923년의 일이었다. 관동대지진 이후 너무 많은 조선인이 죽고, 후쿠다 마을 사건처럼 중국인이나 일본인도 죽고, 말도 안되는 참극이 도처에서 일어났다. 그 난리를 막아 보겠다고 내린 칙령들은 1925년 치안 유지법이라는 탈을 쓴다. 다시 조선인을 옥죄는 법이었다. 그 난리통에서 배운 게 아무 것도 없는 이들은 그 후로도 20년 동안 수많은 사람을, 생명을 수탈한다.
어느덧 관동대지진은 100년 전의 일이 되었고, 많이 잊혔다. 관동대지진 이후 있었던 어떤 일들이 그 후로도, 어쩌면 지금까지도 폭력의 굴레를 덧쓰고 있다는 것도 우리는 거의 인지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이러한 작품의 존재는 소중하다. 특히나 일본 감독이 만든 영화에서 1919년의 병천, 제암리 같은 지명이 대사로 똑똑히 들리는 순간은 놀라웠다. 병천은 아우내 장터, 즉 1919년 유관순 열사가 있던 곳이자 3.1운동을 상징하는 곳이며, 제암리는 그 이후 일본군이 보복성으로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사건이다.
일본 국적을 가진 이가 전쟁범죄를 똑똑히 언급하는 일이 얼마나 드문지 잘 알고 있기에, 그 순간은 놀라웠다.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을 구분하기 위해 발음이 미묘한 ‘15엔 50전’ 또한 영화에 또렷하게 언급되며, 일본에서 어렵게 살아가다 살해되는 조선인 캐릭터도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그가 마지막으로 뱉는 대사는 분연히 외치는 자신의 이름 세 글자였다. 이런 영화는 앞으로도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아쉬운 점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더없이 인간적이라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던 듯하나, 젠더 의식 이래도 되나 싶은 장면들이 있었고,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서이기는 하나 “좋은” 일본인의 비율이 현실 대비 매우 높아, 보는 조선인 입장에서 기분이 미묘해진다. 게다가 “좋은” 일본인은 하나 같이 장신의 배우들이 맡아서, 사진을 ‘포토샵’ 처리해 프로파간다에 이용하던 일제가 생각나 또 기분이 기묘하다. 그러나 아쉽다는 말만으로 지나치기엔, 이런 영화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다.
아주 정교하게 연출되고 적절하게 배치된 아름다운 문장이어서 마음에 오래 남는 대사들이 있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라든지,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같은 대사들 말이다. 반면, 투박하게 놓여서 적나라하게 외치는 소리이기에 외면할 수 없는 대사들도 있다. 이 영화의 대사들이 그렇다. 당시의 일본 시민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한 국가는 무엇인가? 그게 무엇이며, 그걸 지키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옳은가? 그 사람이 조선인이면 괜찮은 것인가? 무의미하고 잔혹했던 몰살은 기록하지 않아도 괜찮은가? 투박한 대사들은 100년 후의 우리에게도 울림을 준다. 나라를 빼앗기고 언어를 짓눌리고 목숨마저 죽창에 찔려 버린 어떤 사람들의 나라에서 그 울림을 목격하는 기분은 정말로 기묘했다. 이 영화가 던진 울림 이상의 작품들을 더 보고 싶어진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2023.10.04-13) 상영시간표]
10월 06일 20:00 CGV 센텀시티 3관 (097)
10월 09일 09:00 영화의전당 소극장 (289)
10월 11일 16: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5관 (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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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는 준비가 되었는가?’ 질문에 ‘어떻게 살 것인가?’로 답하다
▷한줄평 :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풍경, 다시 충실하게 채워 가야할 일상의 기록들
▷영화 : 숨(Breath), 2025.3월
※ 본 글은 씨네랩(http://cinelab.co.kr) 초청 시사회 참석 후기입니다.
오래전 티베트의 장례문화인 '천장(天葬)'과 ‘천장사(天葬師)’의 삶에 관한 다큐멘터리주1를 보고 충격을 받은 적 있다. 자신의 육신을 독수리에게 내어 맡기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보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구 유럽과 미주 등에서 합법화되고 있는 안락사와 존엄사주2도 죽음을 대하는 또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영화 <숨>은 문인산 할머니, 유재철 장례지도사, 김새별 유품정리사 등 죽음을 가까이하는 세 주인공의 일상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 화두를 던진다. 영화는 시체를 염하는 모습, 화장을 하고 유골을 분쇄하는 모습, 관속에 시신을 내려놓는 모습, 고독사 현장의 부패물과 유품을 정리하는 모습 등 여럿 터부시되는 죽음의 모습을 감추지 않고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런 생경한 풍경은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나 자신의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영화의 첫 장면과 같이 출렁이는 파도와 맹렬히 타오르는 불꽃처럼 사라질 것이다. 죽음 이후 남는 것은 한 줌의 재와 한평 남짓 누울 관 그것뿐이다. 그러나 삶과 죽음은 시계와도 같다. 시간이 끝나면 또 다른 시간이 시작된다. 그렇기에 죽음은 끝이 아니다. 들 숨과 날 숨이 번갈아 교차하듯 삶과 죽음은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따라서 죽는 준비가 되었는지 묻는 질문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영화 <숨> 스틸컷
1. 문인산 할머니 : 죽음의 너머를 헤아리는 자의 이야기
나이가 들면 육신의 쇠락을 막을 방법이 없다. 왜소해진 작은 체구, 검게 그을린 얼굴, 굵게 팬 잔주름들은 할머니의 인생의 종착지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노후의 삶은 비참하기 그지없다. 하루 종일 리어카와 유모차를 끌며 폐지를 주워봐야 손에 쥐는 돈은 고작 1,200원 남짓, 근근이 버텨내야 하는 삶이 참으로 고달프고 슬프다.
'사는게 슬퍼! 너무 허무하고' 영화 <숨>/문인산 할머니
영화 <숨> 스틸컷 / 문인산 할머니
젊은 시절 성공한 사업가였지만 지금은 사업 실패로 작은 지하 독방에서 홀로 쓸쓸하게 노후를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어디 사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라며 회환이 밀려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쌀 씻고 밥 짓는 수고로움이 생존의 본능을 넘어서는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더 이상 내재하지 못한다. 이 삶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어쩌면 문인산 할머니에게는 죽음은 그토록 기다리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애써 말을 아끼지만 표정은 그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는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일까? 준비되지 않은 죽음은 슬프고 허망할 뿐이다.
2. 유재철 장례지도사 : 죽음의 육신을 닦는 자의 이야기
지난 30년간, 6명의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유명 인사의 장례를 치르며 ‘대통령의 염장이’로 불려온 유재철 장례지도사도 어느덧 60대 중반을 맞이했다. 이제는 몸 여기저기 성치 않은 곳이 많다. 오래전 죽을 고비를 넘긴 교통사고의 후유증도 있지만, 오랜 세월 염습 과정에서 손목과 어깨 근육을 무리하게 사용한 탓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는 단 한 번뿐인 특별한 순간이기에 그의 익숙하면서도 정성 어린 손길을 멈출 수 없다.
영화 <숨> 스틸컷 / 유재철 장례지도사
그렇게 수많은 장례를 치르면서 마지막까지도 부를 움켜쥐려고 안간힘을 쓰던 부자의 죽음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모습이 좋지 않다.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이 편히 극락 간다고 한다.
'어떤 부자가 팔을 구부리고 온 몸이 경직된 상태로 죽은 거에요. 관속에 시신을 넣기 위해서는 팔을 곧게 펴야 하는데 펴지지 않아서 얼마나 힘들던지……
마지막까지도 못 놓으셨던 것 같아요.' 영화 <숨>/유재철 장례지도사
죽는 순간 모든 사람들은 평등해 진다. 부자 이든 아니든, 권력이 있든 없든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공평해 진다. 빈 손으로 와서 빈 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일진대 삶의 외형보다는 삶의 본질에 충실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권세가 있는 사람이나 돈이 많은 부자나 결국 한 평도 안되는 관으로 들어가면 그만이거든요.' 영화 <숨>/유재철 장례지도사
3. 김새별 유품정리사 : 죽음의 흔적을 보듬는 자의 이야기
김새별 유품정리사는 죽은 자가 남긴 흔적을 정리하는 일을 직업으로 한다. 특히 가족들조차 가까이하기 꺼려 하는 고독사의 현장에서 눌어붙은 부패된 시신의 진액을 제거하고, 오래된 냉장고의 음식을 폐기하고, 버려야 할 집기와 물품들을 정리한다. 유품을 정리하는 중에 발견한 '장영실 상장'은 이 고인이 한때는 촉망받는 기술자나 사업가였음을 짐작게 한다. 고인은 한때 사랑받는 아들이자, 존경받는 아버지이자, 행복했던 남편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유품정리사는 단순히 유품을 분류하고 정리하고, 버리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고인의 삶의 궤적을 떠올리며 그가 남긴 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역할을 한다.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일은 죽은 자에게 있어서는 마지막 남길 ‘유품’ 이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고독사의 흔적은 늘 쓸쓸함만 남길 뿐이다.
'이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았다는 흔적은요 관공서 컴퓨터 안에 이름 세 글자 밖에 없죠' 영화 <숨>/김새별 유품정리사
이렇게 폐기 처분해야 할 짐들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집 밖에 내다 놓으면 이웃사람들이 왜 거기에 그걸 두느냐고 나무란다고 한다. 죽음의 소산은 그렇게 모두가 꺼려 하는 것이 되었다. 그러나 이 집에도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 살아야 할 곳이다. 죽음이 있었던 곳에 새로운 삶은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삶과 죽음은 단절이 아니라 연결이다. 같은 장소에 삶과 죽음은 맞닿아 있는 것이다.
영화 <숨>/김새별 유품정리사
이제 다시 ‘어떻게 죽음을 준비할 것인가?’라는 질문지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최근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지키며 품위 있게 생을 마감하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면서 임종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연명 의료를 중단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미리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도 유재철 장례지도사 부부는 함께 기관을 방문하여 이를 작성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류의 답안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 충분치 않다. 그래서 영화 <숨>은 ‘죽음의 일상’에 더하여 유재철 장례지도사와 그의 아내의 ‘삶의 일상’을 교차하여 보여준다. 사찰에 함께 들러 삼배를 하고, 숲을 거닐며 누가 먼저 죽을 것인지? 짓궂은 대화를 나눈다. 장례지도사의 손을 잡고 잘 수 있느냐는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그의 아내는 웃음으로 넘길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 <숨>은 이렇게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이 순간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생의 과업을 충실히 하며 일상을 의미 있게 살아내는 것이 죽음을 준비하는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죽음을 준비하는 최선의 방법은 죽음이 죽음으로 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지, 어떤 흔적을 남길지 생각하며 지금의 삶에 충실하는 것이다. 영화 <숨>은 그렇게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영화 <숨> 스틸컷 / 사찰에서 윤재철 장례지도사 부부
※ 참조자료(YouTube)
1. [EBS컬렉션] 망자의 시신을 독수리에게 내주는 티베트의 독특한 장례 문화 '천장'
https://youtu.be/UktSdfk0u_w?si=UFX9EzQ1vYzmTxPB
2. [MBC PD수첩] 죽음을 찾아 스위스로 떠난 사람들
https://youtu.be/FcgD79tYHFA?si=g8jooBXMH3Itxs3z
영화 <숨>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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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딩턴_페루에가다
8년 만에 돌아온 《패딩턴_페루에 가다》를 뒤늦게 봤다. 영국 본토 항공전 당시 피난하는 어린이를 지켜본 영국 작가 마이클 본드가 창조한 곰 이야기〈패딩턴〉은 〈해리 포터〉 시리즈를 제작했던 헤이데이 필름에 의해 2014년 1편이 공개되고, 2017년 2편은 역대급 호평을 들으며 007시리즈를 이를 새로운 영국산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했다.
프로듀서 로지 앨리슨는 존 루이스 백화점 크리스마스 광고로 유명한 CF/뮤직비디오 감독 출신 두걸 윌슨에게 연출을, 그리고 〈숀 더 쉽〉의 마크 버튼에게 각본을 맡겼다. 초반부부터 CF처럼 상큼하게 시작한다. 영국 시민이 된 패딩턴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방인의 포용, 통합을 강조한다. 패딩턴의 숙모 루시가 머물고 있는 은퇴한 곰을 위한 요양원의 수녀원장(올리비아 콜먼)이 보낸 편지로 인해 그녀의 실종 소식을 듣게 된다. 딸은 대학입시에 바쁘고, 아들은 게임에 푹 빠져 있어 외로운 메리 브라운(에밀리 모티어)는 페루로의 여행이 가족이 모두 함께 모일 수 있다며 환영한다. 한편 신중한 헨리 브라운(휴 보네빌)은 새로운 상사의 조언에 따라 위험에 감수한다. 브라운 부부의 동의하에 패딩턴(벤 위쇼)은 루시 숙모를 찾기 위해 열대우림의 정글에 도전한다.
〈인디아나 존스〉식의 어드벤처와 가족 코미디 영화 그 중간 지점에서 헤매던 영화를 살린 것은 두 가지 덕택이다. 첫 번째는 페루와 콜롬비아에서 촬영된 풍광을 CGI로 보정했지만,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는 해방감을 안긴다. 둘째는 연기다. 예를 들어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엘도라도에 목숨 건 조상의 혼령에 시달리는 선장을 연기하고, 올리비아 콜먼이 〈사운드 오브 뮤직〉의 줄리 앤드루스를 패러디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이야기가 영국을 벗어나면서 브렉시트 이후의 난민 문제로 생긴 반이민정서를 꼬집는 부조리 개그가 사라져 아쉬웠다. 대신에 고향 페루에 돌아간 패딩턴이 자신을 길러준 친부모 같은 루시 숙모를 찾는 모험은 자신의 뿌리를 제확인하는 것이다. 성년에 가까워지며 서로 멀어져 가던 브라운네 식구들이 함께 고난을 헤쳐가며 결속을 다지게 된다. 그런데, 아동 관객을 위해 유머를 설명하느라 템포가 처지고 개그의 밀도가 낮아졌다. 그 점이 아쉽다.
그렇지만 파블로 그릴로와 시각효과 팀의 애니메이션 기술은 놀랍다. 실사 피규어를 적절히 사용해서 이물감을 줄여서 그런지 그럴싸해 보였다. 〈아프리카의 여왕〉, 〈블리트〉, 버스터 키튼에서 착안한 액션/슬랩스틱 시퀀스로 존경의 의미를 표한다.
총평하자면 《패딩턴_페루에 가다》은 전작보다 아쉽다. 그러나 〈패딩턴〉 시리즈가 가진 요소들, 이를 테면 이방인의 포용, 팝업 그림책 스타일의 영상미, 예의범절의 중요성,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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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영화의 거리> 티저 예고편
영화 로케이션 매니저와 감독으로 부산에서 재회한 선화와 도영.
헤어진 연인에서 일로 만난 사이가 된 이들의
끝났는데 끝난 것 같지 않은
쎄한 fall in 럽케이션 밀당 로맨스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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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위쳐: 늑대의 악몽> 티저 예고편
[2021년 8월 23일, 넷플릭스 공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타고난 운명을 거부하려 했다.
스스로 위쳐의 길을 택한 베스미어, 돈을 위해 괴물을 사냥하는 사내.
하지만 알 수 없는 위협과 더불어 과거의 어둠이 그를 덮친다.